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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3504 불교 (대방등무상경/大方等無想經) 6권

by Kay/케이 2023.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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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대방등무상경(大方等無想經) 6

 

 

대방등무상경 제6권


북량 천축삼장 담무참 한역
송성수 번역


37. 대운초분 증장건도(大衆健度) ②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그런 말을 하지 말라. 여래가 항상 중생을 교화하는 몸은 바로 화신(化身)이라 하느니라.”
“세존이시여, 그 뜻은 무엇입니까?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이 삼매에 머무르면 법신(法身)을 얻게 되는데 어찌하여 다시 이것은 변화신(變化身)이라 하십니까?
여래의 법신이 만일 교화하기 위하여 잡식신(雜食身)이 된다면 어떻게 이 몸은 허망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참된 법신이 어찌하여 다시 잡식신으로 됩니까? 만일 잡식신이 된다면 이 이치는 옳지 않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만두어라, 그만두어라. 그런 말은 하지 말라. 이 삼매에 머무르는 보살마하살에게 만일 화신이 있다면 이것을 바로 환신(幻身)이라 하느니라.”
“세존이시여, 무엇 때문에 뒤바뀌게 이 몸이 아닌 것으로써 몸이라 하십니까? 물건이 없는 것을 환(幻)이라 하는데, 만일 이것이 환신이라면 어떻게 중생을 속이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그렇게 보지 말라. 이 삼매에 머무르는 보살마하살은 머무르는 몸이 없느니라. 비록 머무르는 몸은 없다 하더라도 마치 약나무왕과 같고, 마치 초목ㆍ기와ㆍ조약돌과 같이 나의 몸도 그러하느니라.
왜냐하면 나의 몸은 아(我)가 없고 아소(我所)가 없으며 목숨[命]도 없고 말[語]도 없고 마음[心]도 없고 진실[實]도 없고 음(陰)ㆍ계(界)ㆍ입(入)이 없느니라. 마치 약나무가 중생의 온갖 병고(病苦)를 제거하는 것처럼 나의 몸도 역시 그러하여 중생의 한량없는 병고를 없애느니라. 왜냐하면 몸이 허깨비[幻]와 같기 때문이니라.
또 선남자야, 비유하면 약나무가 끝내 ‘잎사귀를 취하고 가지를 취하지 말라’는 생각을 내지 않는 것처럼, 보살마하살도 역시 그와 같아서
끝내 ‘손을 취하고 발을 취하지 말라’는 생각을 내지 않느니라. 왜냐하면 이 삼매의 힘 때문에 역시 모든 중생의 탐냄ㆍ성냄ㆍ어리석음 등의 병(病)을 끊어 없애기 때문이니라.
이 삼매에 머무르는 보살마하살은 안의 몸도 없고 밖의 몸도 없고 안팎의 몸도 없으며 죽고 나는 몸도 없이 감로의 몸을 얻느니라. 감로의 몸이기 때문에 중생의 탐냄ㆍ성냄ㆍ어리석음 등의 병을 능히 끊느니라.
또 선남자야, 이 삼매에 머무는 보살마하살이 변화신(變化身)을 짓는 것은 온갖 나쁜 날짐승ㆍ길짐승과 3악도를 끊기 위해서이니, 마치 약나무와 같으니라. 만일 어떤 사람이 모든 나쁜 날짐승ㆍ길짐승이 보살의 몸을 만나서 3악도에 이르렀다고 말한다면 있을 수 없는 일이지만, 만일 몸을 내리고 바꾸어 인간이나 천상에 이르러서 모든 부처님을 뵈었다고 말한다면 이것은 바로 옳은 일이니라.
또 선남자야, 만약 사부대중이 이 삼매에 머무르면 한량없는 모든 부처님을 가까이 할 수 있다고 말한다면 또한 옳은 일이니라.
또 선남자야,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가 만일 이 삼매를 닦아 익히고자 하면 먼저 마땅히 ‘여래는 항상하여 변함이 없고 부처님 법은 멸하지 않으며 마지막 열반에 드는 것이 없다’고 생각해야 하느니라.
또한 ‘모든 중생들이 갖가지를 구하게 되면 나는 다 주어야 한다. 다리나 손이나 머리나 눈이나 무엇이든 바른 법을 위하여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모두 보시해야 한다. 보시할 때는 기뻐하고 보시한 뒤에는 후회가 없어야 한다. 왜냐하면 나의 이 몸은 마치 약나무와 같기 때문이다’라고 생각해야 하느니라. 만일 이와 같이 한 생각을 사유하게 되면 오래지 않아 이 삼매를 얻는 줄 알아야 하느니라.
또 선남자야, 비유하면 갈기와 꼬리가 가늘고도 긴 준마(駿馬)가 보름 포살(布薩) 때 큰 바다 가운데서
슬피 세 번을 큰 소리로 울면서 ‘그 누가 바다를 건너려고 하시오? 그 누가 바다를 건너려고 하시오’라고 할 적에, 사람들이 그의 등에 타거나 갈기와 꼬리와 목과 다리를 붙잡으면 모두 큰 바다의 저 언덕[彼岸]으로 건너게 되는 것과 같다.
이 『대운경(大雲經)』도 역시 그와 같으니라. 만일 어떤 사람이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고 베껴 쓰고 이에 한 글귀와 한 글자ㆍ두 글자에 이르게 되면 모두 3악도의 저 언덕을 건너 영원히 해탈하게 되느니라.
또 선남자야,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가 만일 이 삼매의 이름을 들으면, 태어날 적마다 언제나 전륜성왕ㆍ제석(帝釋)ㆍ범왕(梵王)이 되어 끝내 물러남이 없고 언제나 불ㆍ법ㆍ성중을 친근하게 되며 보리의 마음에서 견고하여 동요하지 않고 대승의 방등경전(方等經典)을 버리지 않을 것이니라.”
“세존이시여, 어떻게 보살마하살이 이 삼매에 머무르면 모든 법에 대하여 소견(所見)이 진실하고 바르게 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만일 이 삼매를 성취한 이가 여래에 대하여 상(常)이 없고 낙(樂)이 없고 아(我)가 없고 정(淨)이 없으며 마지막으로 열반한다고 보면 소견이 진실하고 바르다고 할 수 없느니라. 만일 여래는 상ㆍ낙ㆍ아ㆍ정이요 끝내 마지막 열반에 들지 않는다고 보면 비로소 소견이 진실하고 바르다고 하느니라.”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여래는 상ㆍ낙ㆍ아ㆍ정이라고 본다면 그 뜻은 어떤 것입니까?”
“선남자야, 상ㆍ낙ㆍ아ㆍ정은 곧 여래의 진실한 성품이니라.”
“세존이시여, 만일 그와 같다면 모든 범부들도 또한 이와 같은 진실한 성품[實性]을 성취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범부인 사람도 또한 상ㆍ낙ㆍ아ㆍ정을 꾀하기 때문입니다.”
“선남자야, 너는 지금 그러한 말은 하지 말라. 나의 말은 이 삼매를 갖춘 보살이라야 비로소 상ㆍ낙ㆍ아ㆍ정을 볼 수 있다는 것이요, 범부가 헤아리고 뒤바뀐
상ㆍ낙ㆍ아ㆍ정을 말하지 않느니라.”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만일 모든 법은 상이 없고 낙이 없고 아가 없고 정이 없다고 보면 이런 사람은 곧 상도(上道)와 하도(下道)를 보고 수다원과(須陀洹果)를 얻고, 나아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수 있습니다.
만일 모든 법이 상ㆍ낙ㆍ아ㆍ정이라고 보면 수다원과를 얻거나 나아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세존께서는 ‘보살이 이 삼매를 성취하고 나면 곧 상ㆍ낙ㆍ아ㆍ정을 보게 된다’고 하십니까?
또 가령 부처님께서 ‘진실한 해탈은 마치 허공과 같다’고 하셨습니다. 이와 같은 해탈이 곧 열반인데 어떻게 여래께서는 열반의 상ㆍ낙ㆍ아ㆍ정을 말씀하십니까?
모든 중생도 역시 허공ㆍ물속의 달[水月]ㆍ꿈ㆍ허깨비ㆍ파초ㆍ구름ㆍ번갯불과 같이 공(空)하여 성품이나 모양이 없고, 잠시도 머무를 수 없음은 마치 물에 그림을 그리면 선을 긋는 대로 이내 물길은 합해지는 것과 같이 상이 없고 낙이 없고 아가 없고 정이 없다고 보고 깨닫습니다. 이와 같이 모양을 보면 곧 진실하게 본다[眞見]고 합니다.
진실하게 보는 이는 수다원과 내지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는데, 어떻게 여래는 보살이 이 삼매를 성취해야 이에 상ㆍ낙ㆍ아ㆍ정을 볼 수 있다고 말씀하십니까?
가령 부처님께서 ‘모든 부처님 여래는 ≺온갖 법은 상이 없고 낙이 없고 아가 없고 정이 없으며 수명(壽命)과 사부(士夫)와 중생(衆生)이 없고 공하여 아무것도 없는 것이 바로 모든 법의 진실한 성품이다≻라고 관한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지금 다시 ‘온갖 법은 상ㆍ낙ㆍ아ㆍ정이라고 본다’고 하시니, 그 뜻은 어떤 것입니까?”
“선남자야, 그만두어라, 그만두어라. 그런 말은 하지 마라. 선남자야, 만일 어떤 보살이 이 삼매를 성취하여 두루 갖추고 나면 곧 다시는 모든 법과 화합하지 않느니라.
화합하지 않기 때문에 계율을 지키고[護戒] 삼매를 닦아 익힌다고 하느니라. 보살마하살은
모든 법이 아주 없다[斷]거나 항상 있다[常]거나 하는 모양을 보지 않느니라.
아주 없다고 보지 않기 때문에 기쁨도 내지 않고, 항상 있다고 보지 않기 때문에 근심 걱정도 하지 않느니라. 법인(法印)을 알기 위해서요 계율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며 또한 삼매를 닦아 익힌다고 할 수도 없느니라.
여래는 계율을 지키는 것과 계율을 헐어뜨리는 것, 항상 있다는 것과 무상(無常)하다는 것, 깨달은 것과 깨닫지 않은 것, 지은[作] 것과 짓지 않은 것, 깨끗한[淨] 것과 깨끗하지 않은 것, 공(空)한 것과 공하지 않은 것, 계율[戒]과 계율이 아닌 것, 아는 것과 아는 것이 아닌 것, 이름이 있는 것과 이름이 없는 것, 취(取)하는 것과 취하지 않는 것, 두려운 것과 두렵지 않은 것, 겁을 내는 것과 겁내지 않는 것, 원인[因]과 원인이 아닌 것, 소멸한[滅] 것과 소멸하지 않은 것, 보리인 것과 보리가 아닌 것, 해탈(解脫)과 해탈이 아닌 것, 열반(涅槃)과 열반이 아닌 것에 집착하지 않느니라.
모든 법에 두려움[怖畏]이 없으며 해탈하기 위하여 금계를 지키고 삼매를 닦아 익히며, 모든 법에 물러나거나 멸하는 것이 없으므로 보살은 그것을 안 뒤에 그 마음으로 달게 여기면서 이 삼매를 닦으며, 모든 중생들을 위하여 ‘부처님 여래는 항상하여 변함이 없고 정법은 멸하지 않는다’고 연설하느니라. 이 때문에 금계를 지키고 삼매를 닦아 익히느니라.
또 선남자야, 만일 이와 같은 삼매를 얻고자 하면, 마땅히 항상 하다는 생각[常想]과 나라는 생각[我想]과 수명이라는 생각[命想]과 사람이라는 생각[人想]을 닦아 익혀야 하느니라. 이 생각을 익힌 뒤에는 곧 이 삼매를 얻어 성취하고 갖추게 되느니라. 만일 얻지 못한다고 말하면 옳지 못하느니라.”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어떤 때는 ‘상이 없고[無常] 낙이 없고[無樂] 아가 없고[無我] 정이 없다[無淨]’고 말씀하시기도 하고, 또 어떤 때는 ‘상ㆍ낙ㆍ아ㆍ정’을 말씀하시기도 합니다. 그 뜻은 어떤 것입니까?”
“선남자야, 세속의 도(道)에는 잘못하여 ‘모든 법은 상ㆍ낙ㆍ아ㆍ정이다’라고 보느니라. 이 때문에 나는 ‘상도 없고 아도 없고 낙도 없고 정도 없다’고 연설하느니라.”
“세존이시여, 세간을 벗어나는 법에는 자못 또 상ㆍ낙ㆍ아ㆍ정이 있습니까?”
“선남자야, 만일 어떤 보살이 이 삼매에 머무르면 아(我)를 말하려고 할 때 먼저 다섯 가지 일[事]을 말하느니라. 무엇이 그 다섯 가지인가? 첫째는 곡식 씨앗이요, 둘째는 나무 씨앗이며,
셋째는 살찌게 하는 맛이요, 넷째는 묻힌 보장[伏藏]이며, 다섯째는 뱀의 허물[蛇蛻]이니라.
선남자야, 가령 곡식 씨앗이라면, 싹일 때, 줄기일 때, 잎사귀일 때, 꽃일 때에는 무상(無常)하다고 하고, 만일 열매를 거두어서 중생이 수용하게 되면 곧 상(常)이라고 하느니라.
보살마하살이 만일 이 삼매를 아직 성취하지 못하였다면 상이 없고 아가 없고 낙이 없고 정이 없다고 하고, 만일 이미 성취하였다면 상ㆍ낙ㆍ아ㆍ정이라 이름하느니라. 온갖 중생을 아직 제도하여 해탈시키지 못하였다면 상이 없고 아가 없고 낙이 없고 정이 없다고 이름하고, 만일 제도하여 해탈시켰다면 곧 상ㆍ낙ㆍ아ㆍ정이라고 하느니라.
온갖 삿된 소견을 깨뜨리지 못하였다면 상이 없고 낙이 없고 아가 없고 정이 없다고 하고, 만일 깨뜨렸다면 상ㆍ낙ㆍ아ㆍ정이라고 하느니라. 모든 번뇌를 영원히 끊지 못하였다면 상이 없고 낙이 없고 아가 없고 정이 없다고 하고, 만일 그것을 끊었다면 상ㆍ낙ㆍ아ㆍ정이라 하느니라. 선남자야, 이것을 바로 곡식 씨앗이라 하느니라.
또 선남자야, 가령 암라나무[菴羅樹]가 아직 열매를 맺지 않았을 때에는 상이 없고 낙이 없고 아가 없고 정이 없다고 하고, 만일 열매를 맺어서 중생이 수용하게 되면 이것을 곧 상ㆍ낙ㆍ아ㆍ정이라고 하느니라.
보살마하살이 아직 이 삼매를 성취하지 못하였다면 상이 없고 낙이 없고 아가 없고 정이 없다고 하고, 만일 성취하였다면 곧 상ㆍ낙ㆍ아ㆍ정이라 하느니라.
아직 모든 중생을 제도하여 해탈시키지 못하였다면 상이 없고 낙이 없고 아가 없고 정이 없다고 하고, 만일 제도하여 해탈시켰다면 곧 상ㆍ낙ㆍ아ㆍ정이라 하느니라.
온갖 삿된 소견을 깨뜨리지 못하였다면 상이 없고 낙이 없고 아가 없고 정이 없다고 하고, 만일 깨뜨렸다면 곧 상ㆍ낙ㆍ아ㆍ정이라 하느니라. 모든 번뇌를 영원히 끊지 못하였기 때문에 상이 없고 낙이 없고 아가 없고 정이 없다고 하고, 만일 영원히 끊었다면 곧
상ㆍ낙ㆍ아ㆍ정이라 하느니라. 선남자야, 이것을 바로 나무 씨앗이라 하느니라.
또 선남자야, 가령 깨[胡麻] 씨가 아직 기름으로 되지 못했을 때에는 중생들의 병고(病苦)를 없애줄 수 없으므로 상이 없고 낙이 없고 아가 없고 정이 없다고 하고, 만일 기름으로 되었다면 중생의 모든 병고를 제거할 수 있기 때문에 상ㆍ낙ㆍ아ㆍ정이라 하느니라.
보살마하살이 아직 이 삼매를 얻어 성취하지 못하였다면 상이 없고 낙이 없고 아가 없고 정이 없다고 하고, 만일 성취하였다면 곧 상ㆍ낙ㆍ아ㆍ정이라 하느니라. 아직 모든 중생을 제도하여 해탈시키지 못하였기 때문에 상이 없고 낙이 없고 아가 없고 정이 없다고 하고, 만일 제도하여 해탈시켰다면 곧 상ㆍ낙ㆍ아ㆍ정이라 하느니라.
온갖 삿된 소견을 깨뜨리지 못했다면 상이 없고 낙이 없고 아가 없고 정이 없다고 하고, 만일 깨뜨렸다면 바로 상ㆍ낙ㆍ아ㆍ정이라 하느니라. 모든 번뇌를 영원히 끊지 못하였기 때문에 상이 없고 낙이 없고 아가 없고 정이 없다고 하고, 만일 영원히 끊었다면 이는 곧 상ㆍ낙ㆍ아ㆍ정이라 하느니라. 선남자야, 이것을 바로 살찌게 하는 맛이라 하느니라.
또 선남자야, 가령 보배 광[寶藏]이 땅 속에 묻혀 있을 때에는 온갖 중생을 이롭게 하지 못하기 때문에 상이 없고 낙이 없고 아가 없고 정이 없다고 하고, 만일 땅에서 나온 뒤에 중생이 수용하여 큰 이익이 되면 이는 곧 상ㆍ낙ㆍ아ㆍ정이라 하느니라.
보살마하살이 만일 이 삼매를 성취하지 못하였다면 상이 없고 낙이 없고 아가 없고 정이 없다고 하고, 만일 성취하였다면 곧 상ㆍ낙ㆍ아ㆍ정이라 하느니라.
아직 모든 중생을 제도하여 해탈시키지 못하였기 때문에 상이 없고 낙이 없고 아가 없고 정이 없다고 하고, 만일 제도하여 해탈시켰다면 곧 상ㆍ낙ㆍ아ㆍ정이라 하느니라.
만일 온갖 사견을 깨뜨리지 못하였다면 상이 없고 낙이 없고 아가 없고 정이 없다고 하고, 만일
깨뜨렸다면 곧 상ㆍ낙ㆍ아ㆍ정이라 하느니라. 모든 번뇌를 영원히 끊지 못하였기 때문에 상이 없고 낙이 없고 아가 없고 정이 없다고 하고, 만일 영원히 끊었다면 곧 상ㆍ낙ㆍ아ㆍ정이라 하느니라. 선남자야, 이것을 바로 묻힌 보배광이라 하느니라.
또 선남자야, 가령 뱀이 허물을 벗는 경우 아직 허물을 벗지 못하였을 때에는 상이 없고 낙이 없고 아가 없고 정이 없다고 하고, 만일 허물을 벗고 나면 곧 상ㆍ낙ㆍ아ㆍ정이라 하느니라.
보살마하살이 이 삼매를 아직 성취하지 못하였다면 상이 없고 낙이 없고 아가 없고 정이 없다고 하고, 만일 성취하였다면 곧 상ㆍ낙ㆍ아ㆍ정이라 하느니라. 온갖 중생을 아직 제도하여 해탈시키지 못하였다면 상이 없고 낙이 없고 아가 없고 정이 없다고 하고, 만일 제도하여 해탈시켰다면 곧 상ㆍ낙ㆍ아ㆍ정이라 하느니라.
만일 온갖 사견을 깨뜨리지 못하였다면 상이 없고 낙이 없고 아가 없고 정이 없다고 하고, 만일 깨뜨렸다면 곧 상ㆍ낙ㆍ아ㆍ정이라 하느니라.
모든 번뇌를 영원히 끊지 못하였기 때문에 상이 없고 낙이 없고 아가 없고 정이 없다고 하고, 만일 영원히 끊었다면 곧 상ㆍ낙ㆍ아ㆍ정이라 하느니라. 또 부처님께 대하여 중생이 일으키는 네 가지 의심을 끊으면 상ㆍ낙ㆍ아ㆍ정이니라. 선남자야, 이것을 바로 뱀의 허물이라 하느니라.
선남자야, 보살마하살이 이 삼매에 머무르면 이 다섯 가지 일로써 여래의 상ㆍ낙ㆍ아ㆍ정을 연설하고 나[我]ㆍ사람ㆍ수명ㆍ중생ㆍ사부(士夫)를 해설하나니, 이와 같은 소견을 바른 소견[正見]이라 하느니라.”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말씀하신 이 다섯 가지 일은 그 뜻이 옳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여래께서 항상 모든 경 가운데 ‘모든 법은 무상(無常)하여 앞서 다섯 가지 일의 경우에 원인도 무상하고 결과도 무상하다’고 말씀하셨기 때문입니다. 설령 보살이 이 삼매에 머무르게 되더라도 가령 다섯 가지 역시 무상해야 합니다.
이런 이치 때문에 모든 법은 무상하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세존이시여, 원인이 있으면 반드시 결과가 있고, 결과가 있으면 반드시 원인이 있습니다. 온갖 중생이나 모든 보살들도 역시 그와 같아서 태어남이 있으면 반드시 죽음이 있고 죽음이 있으면 반드시 태어남이 있습니다. 만일 그와 같다면 상(常)은 또한 무상(無常)한 것이요 무상도 또한 상인 것입니다.
이런 이치 때문에 모든 법은 모두 상과 무상의 두 가지 성품이 있으니, 꼭 결정하여 ‘세간의 법은 무상하고 출세간(出世間)의 법은 상이다’라고 말씀하지 말아야 합니다. 여래께서는 진실한 말씀만 하시는데 어찌하여 이런 허망한 말씀을 하십니까?”
“선남자야, 너는 지금 무엇 때문에 제 몸을 싸는 누에와 같으냐?
선남자야, 만일 어떤 사람이 ‘단정하게 생긴 사람은 마치 보름달과 같고, 향상(香象)은 예쁘고 하얗기가 마치 설산(雪山)과 같구나’라고 말하더라도 사람은 실로 달이 아니요 향상은 설산이 아니지만, 조금은 서로 비슷하기 때문에 인용하여 비유로 삼은 것이니라.
선남자야, 세간의 다섯 가지 일도 역시 그와 같아서 조금은 향상[常]하기 때문에 비유로 삼은 것이며, 모든 부처님ㆍ여래는 실로 비유할 수는 없지만 오히려 비유를 들어 비유한 것이니라.”
“세존이시여, 만일 여래는 항상하다고 하면 무엇 때문에 다시 다른 경전 가운데 ‘마치 등불이 꺼지는 것처럼 해탈도 또한 그러하느니라’고 말씀하셨습니까?
세존이시여, 여래가 만일 항상하다면 어찌하여 멸(滅)하게 됩니까? 그 멸하는 것 같은 것을 어찌하여 항상하다고 하십니까? 만일 여래는 또한 항상하고 또한 멸한다고 한다면 이와 같은 말씀은 허망한 것이 아닙니까?
또 가령 부처님께서 ‘모든 법은 마치 물 속의 달과 같다’고 말씀하십니다. 모든 법이 만일 항상하다면 어찌하여 다시 ‘마치 물 속의 달과 같다’고 하십니까?”
“선남자야, 나는 유위(有爲)를 마치 물 속의 달과 같다고 한 것이니라. 그러므로 나는 ‘어떤 법은 항상하고 어떤 법은 무상하다’고 하느니라.
만일 어떤 중생이 아직 해탈을 얻지 못했거나 아직 번뇌를 끊지 못했거나 아직 명상(名相)을 끊지 못했거나 아직 중생상(衆生相)을 끊지 못했거나 법상(法相)을 얻지 못하여 아직 이와 같은 삼매를 닦아 익히지 못하였다면 이것을 무상하다고 하느니라.

만일 어떤 중생이 이미 해탈을 얻었거나 영원히 번뇌와 명상과 중생상을 얻었거나 법상을 얻어서 삼매를 닦아 익혔다면 이것을 바로 항상하다고 하느니라. 이 때문에 나는 ‘어떤 법은 항상하고 어떤 법은 무상하다’고 하느니라.”
“세존이시여, 만일 그렇다면 여래께서 무엇 때문에 ‘부처님의 열반은 마치 등불이 꺼지는 것 같다’고 하셨습니까? ‘등불이 꺼지는 것 같다’고 함은 몸이 소멸하는 것을 비유하고 결(結)이 소멸하는 것을 비유합니다. 마치 기름이 등불을 여의지 않고 등불이 기름을 여의지 않는 것처럼 중생도 역시 그러하여 몸은 결을 여의지 않고 결은 몸을 여의지 않는데 어찌하여 멸한다고 하십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장하고 장하구나. 선남자야, 만일 그와 같이 본다면 바른 소견이라 하느니라.
선남자야, 몸은 두 가지가 있느니라. 첫째는 번뇌의 몸이요, 둘째는 법신(法身)이니라. 번뇌의 몸은 멸하는 것이 마치 등불이 꺼지는 것과 같기 때문에 나는 ‘어떤 법은 무상하다’고 말하고, 법신은 멸함이 없는 것이 마치 허공과 같기 때문에 나는 ‘다른 법은 항상하다’고 하느니라.
번뇌의 그릇을 깨뜨리는 것을 해탈이라 하고 해탈을 얻은 뒤에 무상의 몸[無常身]이 모든 부처님 세존이라면 곧 이것이 단견(斷見)이며, 만일 번뇌의 기운이 항상하여 소멸하지 않는 것이 모든 부처님 세존이라면 곧 이것이 상견(常見)이니라. 모든 부처님 세존은 결정코 이 단견과 상견의 두 가지 소견이 없느니라.
모든 부처님 세존은 이미 한량없는 아승기겁에 이 두 가지 소견을 끊었느니라. 여래께 만일 중생의 상(相)이 있다면 곧 무상해야 하지만, 여래는 이미 한량없는 겁 동안 중생의 상을 끊었으니, 만일 여래께 중생의 상이 있다고 하면 옳지 못하느니라.
선남자야, 비유하면 대왕(大王)이 출입하면서 순찰할 경우, 만일 밖에 있을 적에는 안에서는 보이지 않는데 안에서 비록 보이지 않는다 하더라도 없다고는 말할 수 없고, 밖에서도 역시 그와 같으니라. 보살마하살도 이 삼매에 머무르면 무상(無常)은 이미 끊어졌지만 중생을 위하여 짐짓 무상한 몸을 받는데 만일 여래의
몸이 무상하다고 말하면 옳지 못하느니라.
이 때문에 나는 상(常)과 무상을 말하고, 아(我)와 무아(無我)를 말하며, 중생과 중생이 아님을 말하고, 사람과 사람이 아님을 말하며, 수명과 수명이 아님을 말하고, 사부(士夫)와 사부가 아님을 말하느니라. 여래는 언제나 유위법은 모두 무상하다고 말하고, 끝내 상을 말하지는 않나니, 만일 상을 말한다 하면 옳지 못하느니라.
또 선남자야, 보살마하살이 이 삼매에 머무르면, 곧 세간에 대한 소견[世見]과 수명에 대한 소견[命見]과 성문ㆍ연각에 대한 소견이 끊어져 탐내는 것도 없고 취하는 것도 없고 구하는 것도 없으며, 항상하여 변하지 않고 편안히 머무르며, 두려움이 없고 교만이 없게 되며, 더러운 때[垢]가 더럽히지 못하느니라. 이 때문에 나는 상ㆍ낙ㆍ아ㆍ정을 연설하느니라.
선남자야, 나의 말은 성문승ㆍ벽지불승이나 세간 사람들은 이해하지 못하니, 비록 세간 사람이라 하더라도 이해하지 못하면 끝내 얻지 못하느니라. 지혜라 하는 것도 역시 그러하여 세간 바람은 비록 여래는 상이 없고 낙이 없고 아가 없고 정이 없다고 본다 하더라도 역시 지혜가 있는 이라고 말할 수는 없느니라.
그런 소견을 같이하는, 박복하고 근기가 무디고 삿된 도[邪道]를 행하는 자는 ‘여래는 무상하여 영원히 멸하고 열반한다’고 하느니라. 만일 여래가 영원히 멸도(滅度)한다고 한다면 이런 사람은 3악도를 여의지 못하는 줄 알지니라.
선남자야, 비유하여 말하리라. 물이 흐린 깊은 못 안에 보주(寶珠)가 있을 적에 사람들에게 보이지 않느니라. 어떤 사람이 ‘이 흐린 물 속에는 대보주가 있다’고 외치면, 여러 사람은 듣자마자 다투어 함께 찾으면서 혹은 기와ㆍ돌ㆍ모래ㆍ조약돌ㆍ풀ㆍ나무를 얻게 되느니라. 그런데 진짜 보주를 얻지 못한 이는 얻지 못하였기 때문에 곧 거짓말이라고 하느니라.
다시 어떤 사람은 방편을 잘 알기 때문에 무가주(無價珠)를 그 흐린 물 속에 넣어 두느니라. 물이 이내 맑아지면 여러 사람들은 이로 인하여 모두 진짜 보주를 보게 되느니라.
선남자야,
성문이나 연각은 이와 같은 삼매의 힘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여래는 상이 없고 낙이 없고 아가 없고 정이 없으며 공하여 아무것도 없다’고 말하고, 여래는 항상하여 변하지 않는 것을 알지 못하여 생사(生死)에 돌고 도느니라. 보살마하살은 이 삼매에 머무르기 때문에 여래의 모든 비밀한 말씀[密語]을 잘 아느니라. 이 때문에 이 무가보주(無價寶珠)는 삼매에 비유되느니라.
선남자야, 만일 남자나 여인이 여래는 항상하여 변하지 않은 것을 보고자 하면, 마땅히 이와 같은 삼매를 닦고 배워야 하느니라. 보살마하살이 이 삼매에 머무르면 곧 여래는 항상하여 변하지 않은 것을 보느니라. 해탈도 역시 그러하느니라.
선남자야, 비유하면 길을 가던 사람이 나무 그늘에 의지하여 쉬게 되는 것처럼 이 삼매에 머무르는 모든 보살들도 역시 그와 같아서 모든 중생들을 위하여 그늘이 되어주느니라.
선남자야, 만일 어떤 사람이 ‘여래는 무상하고 영원히 열반하신다’고 말하면 이는 바로 악마의 제자요, 만일 그렇지 않은 이면 진실한 나의 제자이니라. ‘여래는 마침내 열반에 드신다’고 하면 이 사람은 나의 법을 욕되게 하는 줄 알아야 하나니, 만일 어떤 이라도 이런 말을 믿고 받으면 심히 슬퍼할 만 하느니라.”
이런 말씀을 하실 때 모임의 오른편에서 큰 광명이 나왔다. 그 광명은 금빛이었고 삼천대천세계를 두루 비추어 해와 달과 범천의 광명을 모두 가렸으나 오직 부처님의 광명만은 막지 못했을 뿐이며, 그 나머지 광명은 어두워지면서 나타나지 않았다.
수미산의 크고 작은 초목과 우거진 숲과 두 나라 사이의 어두운 곳은 크게 밝아지지 않은 곳이 없었다. 지옥의 중생은 이 광명을 만나자마자 고통이 멈추고 몸이 편안하고 즐거워졌다.
그때 모든 대중 앞에 즉시 6만억이나 되는 연꽃이 나왔다. 그 꽃은 미묘하여 빛깔과 향기를 두루 갖추었고 4보(寶)로 된 천 개의 잎사귀로 가득 찼다.
그 낱낱의 꽃은 미묘한 향기를 풍기면서 삼천대천세계를 두루 채웠다.
그 안에 있는 하늘ㆍ용ㆍ귀신ㆍ건달바ㆍ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ㆍ제석ㆍ범왕ㆍ악마 하늘[魔天]ㆍ사문ㆍ바라문의 모든 중생들이 향기를 맡은 뒤에는 모두 법을 사랑하게 되었다. 마음으로 대승(大乘)을 좋아하고 즐거이 법을 듣고자 하여 모든 번뇌를 끊었다. 이 꽃은 이와 같은 공덕의 미묘한 향기를 성취하였다.
그때 대운밀장 보살마하살이 큰 모임 안에 있다가 이 신변(神變)을 보고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합장하여 공경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이것은 바로 어떠한 모양[相貌]이며, 누구 덕의 힘이기에 이 대중 가운데 이런 묘한 꽃이 있어 한량없는 향기를 뿜는 것입니까?”
이때 정광천녀(淨光天女)가 대운밀장보살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모든 법은 모두 모양이 없는데 어찌하여 ‘이것은 어떠한 모양입니까?’라고 묻습니까? 모든 법은 꿈과 같은데 무엇 때문에 뒤바뀌어 미친 것같이 묻습니까?”
대운밀장이 말하였다.
“장하고 장하구나. 천녀여, 나는 모든 법은 꿈과 같다고 보지 않은 것이 아니지만 그 집착된 모양을 끊게 하기 위하여 일부러 물은 것이다.”
천녀는 말하였다.
“대덕이여, 무엇 때문에 모양에 집착하는 것을 보고 이런 질문을 하십니까?”
“천녀여, 그 때문에 나는 중생을 제도하여 해탈하게 하려고 앞에서 물은 것이다.”
“대덕이여, 만일 자신도 나라는 소견[我見]과 나라는 의심[我疑]을 끊지 못하였다면 어떻게 중생을 제도하여 해탈시킬 수 있겠습니까? 만일 스스로 나라는 소견과 나라는 의심을 끊지도 못했는데 중생으로 하여금 소견과 의심을 끊게 하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장하고 장하구나. 선남자야, 실로 천녀가 연설한 바와 같으니라. 보살마하살이 이 삼매에 머무르면 오직 모양이 없음[無相]만을 볼 뿐이니라.
선남자야, 만일 남자나 여인이 모양이 없음을 보고자 하면 마땅히
부지런히 힘써 이 삼매를 닦아야 하느니라. 보살마하살이 이 삼매에 머무르면 삼천대천세계에서 갖가지 몸을 나타낼 수 있느니라.”
“세존이시여, 어떻게 이 보살이 삼매에 머무르면 삼천대천세계에서 갖가지 몸을 나타낼 수 있습니까?”
“선남자야, 만일 요술쟁이나 요술쟁이 제자가 대중 가운데 갖가지로 남자나 여인이 어른이거나 어리거나 나거나 죽거나 가거나 오게 만들거나 또는 집이나 숲이나 코끼리나 말을 만들거나 또는 끊거나 쪼개거나 깨뜨리거나 무너뜨리거나 잇거나 끊어지거나 하는 것을 만들면, 대중들은 그것을 보고도 놀라거나 괴이하게 여기지 않느니라. 왜냐하면 요술임을 환히 알기 때문이니라.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이 삼매에 머물러 바른 도[正道]를 닦아 익혀 이 삼천대천세계에서 갖가지 몸으로 변화하되 중생을 제도하기 위하여 이 삼매에 머무르는 것이므로 모든 보살마하살들은 이런 변화를 보고 난 뒤에도 놀라거나 괴이하게 여기지도 않고 의심도 없고 뜻에 수순하여 거스름이 없느니라. 왜냐하면 곧 이 삼매의 힘인 줄 틀림없이 알기 때문이니라.
또 선남자야, 보살마하살이 이 삼매에 머무르면 삼천대천세계에서 모든 중생들이 갖가지 행한 바에 따라 곳곳에서 몸을 나타내느니라. 혹은 염부제에서 어머니의 태(胎)에 처하는 것을 나타낼 적에 모든 중생은 실제로 보살이 어머니의 태에 있는 것으로 보지만 이 보살은 실로 태 안에 있지 않느니라. 혹은 염부제에서 어머니의 태에서 출산하는 것을 나타낼 적에 중생들은 역시 보살이 태에서 나오는 것으로 보지만 이 보살은 실로 태에서 나오지 않느니라.
혹은 염부제에서 처음 머리를 깎으면서 주라(周羅) 만드는 것을 나타낼 적에 모든 중생은 모두 이러한 것을 보지만 보살에게는 실로 이런 모양이 없느니라.
혹은 염부제에서 학당(學堂)에 나아가서 모든 기예(伎藝)와
학문[書疏]과 산술[算計]을 익히는 것을 나타낼 적에 모든 중생들은 모두 보살이 처음 익히고 배우는 것으로 보지만 이 보살은 이미 과거 한량없는 겁 동안 모두 닦고 배웠느니라.
혹은 염부제에서 마치 사람 사자[人師子]와 흰 거위와 같은 행위로 나타낼 적에 모든 중생은 모두 보살이 사람 사자와 흰 거위와 같은 행위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지만 이 보살에게는 도무지 이런 모양이 없느니라.
혹은 염부제에서 아내나 아들이며 5욕(欲)으로 즐기는 것을 보일 적에 온갖 중생들은 모두 이런 모양으로 보지만 이 보살은 이미 오랜 겁 전에 그것을 멀리 여의었고 오직 법락(法樂)으로써 스스로 재미있게 즐기느니라.
혹은 염부제에서 대변과 소변을 보일 적에 모든 중생은 역시 그런 모양을 보지만 이 보살은 참된 법신(法身)을 얻었고 잡식신(雜食身)이 아닌데, 어떻게 대변과 소변이 있고 양지(楊枝)를 씹고 옷을 입고 손을 씻고 가죽신을 신고 일산을 쓰고 몸에는 영락(瓔珞)을 걸치고 마시고 먹고 배고프고 목마르고 나고 늙고 병들고 죽고 단바라밀(檀波羅蜜)을 행하고 전륜성왕ㆍ노비ㆍ하인ㆍ남자ㆍ여자ㆍ어른ㆍ아이가 되겠느냐?
어떤 때는 사람이나 하늘이 되어서 두타(頭陀)의 고행(苦行)을 하고, 비구가 되어서 중생을 복되게 하고 이롭게 하는 것을 나타내고, 수다원과ㆍ사다함과ㆍ아나함과ㆍ아라한과를 나타내고, 뭇 승가를 파괴하고, 법을 듣거나 법을 설하고, 독 섞인 밥을 먹고, 4중금(重禁)을 범하고, 5역죄(逆罪)를 짓느니라.
성문의 모습이나 벽지불의 모습을 짓기도 하고, 출가하여 도(道)를 배워 보리수(菩提樹) 아래에서 바른 법륜[正法輪]을 굴리거나 큰 신통을 나타내거나 열반에 들어가며, 혹은 제석ㆍ범왕ㆍ천마 파순(波旬)이 되기도 하느니라. 모든 유(有)에 수레바퀴처럼 유전(流輪)하는 것 등도 역시 그와 같으니라.
선남자야, 보살마하살이 비록 이와 같이 세간을 수순하여 갖가지 모든 행을 짓는다 하더라도 제도하여 해탈시키기 위해서이며 끝내 중생의 모양[相]을 내지 않고
언제나 법상(法相)을 닦느니라. 왜냐하면 이 삼매의 힘 때문이니라.
보살마하살은 집착하는 곳이 없으므로 성문에도 집착하지 않고 연각에도 집착하지 않고 온갖 세간을 가엾이 여겨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있는 곳마다 그 좋아하는 바에 따라 그의 몸을 나타내느니라. 이 때문에 보살은 모양이 없음[無相]을 닦아 익혀 모양이 없는 것을 보느니라.
만일 사람이 이와 같은 모양이 없음을 능히 보면 이것을 바르게 본다[正見]고 하느니라. 정광(淨光)천녀도 역시 모양이 없음을 닦은 것이며, 모든 부처님 세존은 이 삼매에 머무르기 때문에 불가사의하느니라.”
“세존이시여, 이 정광천녀는 심히 깊은 지혜를 성취하고 두루 갖추었습니다. 만일 모양이 없는 경계가 불가사의하다면 그가 닦고 익힌 것도 역시 불가사의합니다.”
그때 세존께서 빙그레 웃으시자 그 입으로부터 한량없는 광명이 나왔다. 그 광명은 다섯 가지 빛깔로 한량없고 그지없는 세계를 두루 비추었다. 위로는 범천 세계[梵世]까지 이르러 모든 곳을 두루 비추고는 몸을 세 바퀴 돌고 도로 입으로 들어갔다.
그때 대지(大地)는 여섯 가지로 진동하고 울단월(鬱單越)과 같이 장엄하고 청정해졌다. 마치 삼천대천세계도 역시 그와 같았으니 모든 중생들은 부처님의 신력(神力) 때문에 모두 볼 수 있었다.
그때 대운밀장보살이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매만지고 합장하여 공경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무슨 인연 때문에 이런 광명을 놓으셨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네가 아까 의심하던 바를 나는 이제 대답하려고 하기 때문에 이런 상서로운 광명을 놓았느니라.
선남자야, 여기서 서쪽 방향으로 안락(安樂)이라는 한 세계가 있느니라. 그 국토에 부처님이 계시니 명호는 무량수(無量壽)이니라. 지금 현재도 그 세계에 계시면서 언제나 중생을 위하여 바른 법을 강설하시며 한 보살에게 말씀하시느니라.
‘너 선남자야, 사바(娑婆) 세계의 석가모니부처님은 복이 적고 근기가 무딘 모든 중생들을 위하여
『대운경(大雲經)』을 설하고 계신다. 너는 그곳으로 가서 지극한 마음으로 그것을 듣고 받아야 하느니라.’
그 보살이 여기를 오려고 하였기 때문에 먼저 상서를 나타낸 것이니라.
선남자야, 너는 그 국토의 모든 보살들의 몸을 자세히 살펴보아라. 온전히 5만 6천 유순(由旬)이나 되느니라.”
“세존이시여, 거기서 오는 보살은 이름이 무엇입니까? 또한 어떠한 인연으로 이 국토에 옵니까? 중생을 제도하기 위하여 짐짓 오는 것이 아니겠습니까? 원컨대 여래께서 모든 중생들을 위해 분별하여 해설해 주십시오.”
“선남자야, 그 국토의 보살은 정광(淨光)에게 수기(授記)하는 특별한 일을 듣고자 하고 아울러 이와 같은 삼매에 공양하고자 하기 때문에 오는 것이니라.
선남자야, 이 보살의 이름은 무변광(無邊光)이며, 방편을 통달하여 아주 잘 가르치고 잘 인도하느니라.”
“세존이시여, 원컨대 여래께서는 이 천녀(天女)는 어느 부처님 처소에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고, 언제 이 여인의 몸을 바꾸게 됩니까?”
“선남자야, 너는 이제 여인의 몸을 바꾸게 되는 것은 묻지 말라. 이 천녀는 언제나 한량없는 아승기겁 동안 중생들을 위하여 여인의 몸을 나타내느니라. 이것은 방편의 몸이요 실제로 여인의 몸이 아닌 줄 알아야 하는데 늘 어찌하여 언제 이 여인의 몸을 바꾸게 되는가를 말해야 하겠느냐?
선남자야, 보살마하살이 이 삼매에 머무르면 그 몸은 자유자재하여 갖가지 마땅한 방편에 따라 지을 수 있으며 비록 여인의 모습을 받는다 하더라도 마음에 탐착이 없고 욕결(欲結)에 더럽혀지지 않느니라.”
“세존이시여, 원컨대 여래께서 모든 중생을 위하여 이 천녀의 미래 일을 말씀해 주십시오.”
“선남자야, 너는 이제 자세히 들어라. 나는 설명하리라. 방편으로써 내가 열반한 지 7백 년 후에 이 남천축(南天竺)에는 무명(無明)이라는 하나의 조그마한 나라가 있고, 그 나라에 흑암(黑闇)이라는 강이 있으며, 그 강 남쪽 언덕에 숙곡(熟穀)이라는 성(城)이 있고, 그 성에
등승(等乘)이라는 왕이 있느니라.
그 왕의 부인이 증장(增長)이라는 딸을 낳으리라. 그녀는 형상이 단정하고 엄숙하며 사람들이 사랑하고 공경할 것이며, 금계(禁戒)를 지키고 정진하며 게으르지 않으리라.
그 왕의 국토에서는 이 딸이 태어났기 때문에 곡식이 풍요하게 잘 익고 쾌락이 끝이 없으며, 백성들이 많고 쇠모(衰耗)ㆍ병고ㆍ우뇌(憂惱)ㆍ공포ㆍ화난(禍難)이 없으며, 온갖 길한 일[吉事]들을 두루 갖추며, 이웃의 모든 나라도 모두 와서 귀속(歸屬)할 것이니라.
유위(有爲)의 법은 덧없어 변천하므로 그 왕도 유위의 법칙을 어기지 못하여 홀연히 죽을 것이니라. 그때 여러 신하는 곧 이 딸을 받들어 왕의 후사를 이어받게 하리라. 여인은 바르게 이어받아 천하를 위엄으로 다스려서 염부제 안의 모든 국토에서 모두 와서 받들어 거역하는 이가 없을 것이니라.
여왕(女王)은 자유로이 사견(邪見)을 꺾어 조복하고, 부처님의 사리(舍利)에 공양하기 위하여 두루 염부제에 칠보탑(七寶塔)을 일으켜 여러 가지 비단과 으뜸가는 번기ㆍ일산ㆍ전단(栴檀)의 미묘한 향을 가져다 두루 공양할 것이니라.
법을 보호하고 청정한 계율을 지닌 이를 보면 공양하고 공경하지만 계율을 깨뜨리고 바른 법을 무너뜨리는 이를 보면 꾸짖고 욕보여 남김없이 없앨 것이니라.
열 가지 바라밀(波羅蜜)을 온전히 닦아 익히고 5계(戒)를 받아 지니며, 빈궁한 이를 구제하고 한량없는 온갖 중생들을 가르쳐 인도하며 『대운경』을 설하여 그들의 마음을 다스릴 것이니라.
만일 『대승방등경(大乘方等經)』을 듣는다면 공경하고 공양하고 존중하고 찬탄할 것이니라. 20년이 다 차도록 이 『대운경』을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고 베껴 쓰고 해설하다가 그런 뒤에야 목숨을 마칠 것이니라. 이때 비로소 여인의 몸을 바꿀 것이요, 중생을 위하여 큰 신통을 보일 것이며, 무량수(無量壽) 부처님께 공양하기 위하여 일부러 그 세계에 태어날 것이니라.”
“세존이시여, 이 여왕은 미래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게 됩니까?”
“선남자야,
이 여왕은 미래 세상에 한량없는 겁을 지나서 부처님이 되실 것이니, 명호는 정실증장(淨實增長) 여래ㆍ응공ㆍ정변지ㆍ명행족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조어장부ㆍ천인사ㆍ불세존이시니라.
이 사바세계는 그때 이름이 바뀌어 정결완탁(淨潔浣濯)이라 할 것이요, 청정묘향(淸淨妙香)이라는 성(城)이 있을 것이니라. 그 성은 순전히 7보로써 장엄되어 가장 뛰어나고 더할 나위 없어 마치 도리천궁(忉利天宮)과 같고, 그 성에는 9만억의 백성이 있을 것이며, 토지는 편편하고 바르고 가시나무ㆍ흙ㆍ모래ㆍ조약돌이 없을 것이니라.
그 국토의 인민들은 사견을 내지 않고 대승을 좋아하고 존중하며, 성문이나 연각이라는 이름도 없고 모두 순수한 보살 대사(大士)이며, 자(慈)ㆍ비(悲)ㆍ희(喜)ㆍ사(捨)의 마음을 닦아 익히고 인욕(忍辱)을 성취하며 수명에 한량없을 것이니라.
선남자야, 만일 어떤 중생이라도 그 부처님ㆍ여래의 명호를 듣게 되면 3악도에 떨어지지 않고 바꾸어 가면서 인간과 천상에 날 것이니라.”
이 경을 말씀하시자 한량없는 중생이 아비발치(阿毘跋致)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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