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보자] #3262 불교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 57권

 

통합대장경 대방광불화엄경(大方廣佛華嚴經) 57권

 

대방광불화엄경 제57권

동진 천축삼장 불타발타라 한역
이운허 번역

34. 입법계품 ⑭

그때 선재동자는 생각하였다.
‘나는 어떻게 하면 선지식을 뵈올 수 있을까？ 선지식은 세간을 멀리 떠나 머무름이 없는 데 머무르면서 모든 경계에 집착하지 않고， 장애를 뛰어나 걸림이 없는 도에 나아가며， 깨끗한 법신과 선업의 화신을 갖추어 밝고 깨끗한 지혜로 모든 세간을 관찰하고 큰 서원을 원만히 성취하였다.
그리하여 불법(佛法)의 몸ㆍ여의법(如意法)의 몸ㆍ생멸하지 않는 몸ㆍ오가지 않는 몸ㆍ허실(虛實)이 아닌 몸ㆍ모이거나 흩어지지 않는 몸ㆍ모든 모양이 곧 한 모양인 몸ㆍ치우친 견해를 떠난 몸ㆍ집착이 없는 몸ㆍ다함이 없는 몸ㆍ모두 허망하여 번갯불 같은 몸과 요술이나 꿈과 같은 몸과 거울 속의 형상 같은 몸을 멸한 몸ㆍ깨끗한 해와 같은 몸ㆍ모든 곳에 충만한 화현한 몸ㆍ삼세 가운데서 무너지지 않는 몸ㆍ몸이 아닌 몸 등을 가졌다. 이런 몸은 아무도 보지 못하고 오직 보현보살만이 보며， 그 선지식은 무너지지 않는 행을 행하는데， 내가 어떻게 그를 보고 친근하며 그 형상을 알고 그 법을 받들어 지닐 수 있겠는가.’
이렇게 생각했을 때 보안(寶眼)이라는 성천(城天)이 권속들에게 둘러싸여 허공에서 선재를 위해 묘하게 장엄한 몸을 나타내어서는 하늘 보배 관(冠)과 보배 장엄거리로 선재에게 공양하면서 말하였다.
“선남자여， 마음의 성(城)을 잘 지켜야 하나니 생사를 떠나기 때문이요， 마음의 성을 장엄해야 하나니， 십력을 얻기 때문이며， 마음의 성을 깨끗이 해야 하나니 아낌과 질투와 아첨ㆍ간사 등을 멀리 떠나기 때문이요， 마음의 성의 맹렬한 불꽃을 꺼야 하나니 모든 삼매의 법문이 계속해 자재를 얻기 때문이며， 마음의 성을 비추어야 하나니 언제나 반야바라밀로 여래 바다와 그 권속을 비추기 때문이요， 마음의 성을 길러야 하나니 모든 부처님의 방편을 섭취하기 때문이며， 마음의 성을 튼튼히 해야 하나니 보현의 모든 행원을 내기 때문이다.
또 마음의 성을 잘 닦아야 하나니 모든 마군과 원수들이 깨뜨리지 못하기 때문이요， 마음의 성을 잘 밝혀야 하나니 여래의
지혜의 광명을 얻기 때문이며， 무너지지 않도록 마음의 성을 닦아야 하나니 여래의 바른 법을 받기 때문이요， 마음의 성을 잘 갖추어야 하나니 내 마음이 일체 여래의 공덕 바다를 다 받기 때문이며， 마음의 성을 잘 넓혀야 하나니 대자(大慈)로 일체 중생을 두루 감싸기 때문이요， 마음의 성을 잘 덮어야 하나니 법으로 악을 두루 덮기 때문이며， 마음의 성을 발달시켜야 하나니 무량한 대비(大悲)로 일체 중생을 구제하기 때문이다.
또 마음의 성문을 열어야 하나니 삼세 일체 부처님을 바로 생각하기 때문이요， 마음의 성을 탁 틔워야 하나니 모든 부처님의 바른 법륜 굴림과 수다라의 법문과 인연의 일어남을 다 알기 때문이며， 마음 성의 길을 잘 알아야 하나니 일체지의 길을 열어 보이기 때문이요， 마음의 성을 잘 가져야 하나니 삼세 부처님의 모든 서원 바다를 갖추기 때문이며， 마음 성의 힘을 잘 알아야 하나니 법계 공덕의 힘을 기르기 때문이요， 마음의 성을 두루 비추는 광명을 놓아야 하나니 일체 중생의 근성과 욕심과 업과 버릇 등의 깨끗하고 더러움을 알기 때문이다.
또 마음 성의 자재한 힘을 알아야 하나니 일체 법계를 다 포섭하기 때문이요， 마음의 성을 잘 빛내야 하나니 부처님의 생각이 머물기 때문이며， 마음 성의 실상을 잘 알아야 하나니 모든 법의 실성(實性)이 없음을 알기 때문이요， 마음 성의 요술 같음을 알아야 하나니 일체지의 바른 법의 성에 들어가기 때문이니라.
이와 같은 모든 마음의 성을 아는 보살마하살은 일체 선근을 쌓아 모을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무량한 모든 장애를 다 제거하기 때문이니， 이른바 부처님을 뵈옵는 데의 장애ㆍ법을 듣는 데의 장애ㆍ부처님을 공양하는 데의 장애ㆍ중생을 포섭하는 데의 장애ㆍ부처 국토를 깨끗이 하는 데의 장애 등이니라.
불자여， 보살마하살의 그 마음에 이런 장애가 없으면 그는 일체 선지식을 만나보고 끝내는 일체 종지를 성취할 수 있을 것이다.”
그때 법묘덕(法妙德)이라는 천신이 허공에서 묘한 음성으로 마야 부인을 찬탄하고， 또 갖가지 빛깔의 광명 그물을 놓아 무량한 부처 세계를 두루 비추었다.
그때 선재가 본 광명의 그물은 모든 부처님의 몸을 비추고 한 바퀴 돈 뒤에 선재의 정수리로 도로 들어가 그 몸에 충만하였다.
그러자 선재는 곧 더러움을 떠난 깨끗한 광명의 눈을 얻어 일체 어리석음의 장애가 없어지고 가림이 없는 눈을 얻어 일체 중생의 진실한 성품을 알았으며，
더러움을 떠난 눈을 얻어 모든 법의 성품을 보고 깨끗한 슬기의 눈을 얻어 일체 국토의 성품을 보았으며， 깨끗한 광명의 눈을 얻어 부처님의 법신을 보고 두루 밝은 눈을 얻어 불가사의한 여래의 색신을 보았으며， 걸림없는 광명의 눈을 얻어 일체 세계의 성패(成敗)를 관찰하고 두루 빛나는 눈을 얻어 일체 부처님이 바른 법륜을 굴려 수다라를 내는 것을 보았으며， 경계를 두루한 눈을 얻어 무량한 부처님이 신력으로 중생을 교화하는 것을 보고 두루 보는 눈을 얻어 모든 세계에서 인연을 따라 세상에 나오시는 부처님을 보았다.
그때에 보살의 법당을 수호하는 선안(善眼)이라는 나찰귀왕이 그 처자와 함께 1만 권속들에게 둘러싸여， 허공에서 온갖 묘한 꽃을 뿌리면서 선재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만일 보살로서 열 가지 법을 성취하면 그는 선지식을 친근할 수 있을 것이니라.
그 열 가지란 이른바 정직한 마음이 청정하여 아첨과 간사를 멀리 떠나고， 무너지지 않는 대비(大悲)로 중생을 포섭하며 중생들의 진실하지 않은 성품을 관찰하고， 살바야에서 마음이 물러나지 않으며， 부처님의 대중에 대해 견고한 믿음의 힘을 얻고， 깨끗한 슬기의 눈으로 모든 법의 성품을 보며， 무너지지 않는 큰 슬픔으로 중생을 두루 덮어 주고， 밝고 깨끗한 슬기의 광명으로 모든 법계를 알며， 잘 다스리는 법으로 감로의 구름을 내려 생사의 고통을 제거하고， 선지식을 따르며， 밝고 깨끗한 눈으로 모든 법의 성품이 계속하여 끊어지지 않음을 보는 이 열 가지 법을 성취하는 보살은 모든 선지식을 친근할 수 있을 것이니라.
또 불자여， 열 가지 삼매문을 성취하는 보살은 모든 선지식을 만날 수 있을 것입니다.
그 열 가지란 이른바 법의 허공을 깨끗이 하는 원만한 삼매ㆍ일체 방편 바다를 관찰하는 삼매ㆍ일체 경계를 분별하는 삼매ㆍ시방 부처님을 마주보는 삼매ㆍ공덕 창고 바다를 기르는 삼매ㆍ생각생각에 선지식을 버리지 않는 삼매ㆍ현재에 일체 여래 공덕과 선지식을 보는 삼매ㆍ선지식에게 나아가는 삼매ㆍ언제고 일체 선지식을 떠나지 않는 삼매ㆍ선지식을 공경하고 공양하여 과실이 없는 삼매 등이니， 선남자여 만일 보살이 이 열 가지 삼매를 성취하면 그는 모든 선지식을 볼 수 있을 것이며，
또 모든 선지식의 미묘한 음성으로 바른 법륜을 굴리는 삼매의 법문을 얻을 것입니다. 만일 보살이 이 법문에 머무르면 그는 모든 부처님의 평등함을 알고 항상 모든 선지식을 보게 될 것입니다.”
그때 선재는 그 나찰에게 물었다.
“훌륭하고 훌륭합니다. 저를 가엾이 여기기 때문에 방편으로 저로 하여금 선지식을 보게 하려 하십니다. 부디 어떻게 하면 선지식에게 갈 수 있으며 어느 도시나 촌락에 가서 그 선지식을 찾아야 하는지를 말씀해주십시오.”
그는 답하였다.
“선남자님， 시방에 경례하여 선지식을 구하고 일체 경계를 바로 생각하여 선지식을 구하며， 용맹하고 자재하게 시방에 두루 노닐어 선지식을 구하고 몸과 행이 꿈이나 번개 같음을 알고 선지식에게 나아가십시오.”
그때 선재는 그 가르침을 따라 곧 큰 보배 연꽃이 땅에서 솟아남을 보았다. 그 줄기는 금강으로 되었고 그 잎은 마니로 되었으며 그 꽃받침은 깨끗한 보배로 되었고 그 꽃술은 온갖 묘한 향으로 되었는데 아승기 마니보배 그물로 그 위를 덮었다.
그 연화대 위에 섭취법계방장(攝取法界方藏)이라는 한 누각이 있는데， 그 땅은 금강으로 되었고， 1천 기둥은 모두 온갖 마니와 갖가지 보배로 이루어졌는데， 갖가지로 장엄하고 아승기 묘한 보배 영락을 달았으며 아승기 보배로 그 난간이 되었었다.
그때 선재는 그 누각 안에 마니보배로 된 사자좌를 보았는데， 그것은 온갖 보배로 장식하고 난간은 여려 가지 보배로 되었으며， 온갖 묘한 옷을 깔았고 보배 그물로 그 위를 덮었으며 보배 당기와 일산을 세웠었다.
금방울 안에서는 묘한 소리를 내면서 묘한 향과 꽃을 내리고 보배 방울 안에서는 모든 보살의 행원의 음성을 내며， 보배 달 당기 안에서는 부처님의 화신을 내고 깨끗한 마니 속에서는 여래가 차례로 태어남을 나타내며 해 마니 속에서는 무량한 광명을 놓아 시방 국토를 비추고 마니보배왕 광명 당기 안에서는 모든 부처님의 원만한 광명을 놓으며， 밝고 깨끗한 보배 속에서는 온갖 공양거리와 일체 중생의 등불과 부처님의 바른 법 구름을 내고 뜻대로 되는 보배 속에서는 찰나찰나로 보현의 신통을 내어 법계에 충만하며， 수미 당기 안에서는 천상의 묘한 소리를 내어 여래를 찬탄하였다.
그때 선재는 이 불가사의산 장엄한 높은 자리가
불가사의한 권속들에게 둘러싸여 있음을 보았다. 그리고 마야 부인이 그 자리에 앉아 있는데， 그는 단정하고 뛰어나게 묘하여 깨끗한 색신과 세 가지 세간에 뛰어난 색신ㆍ일체 세간에 대해 나타는 색신ㆍ일체의 존재를 멀리 떠난 색신ㆍ그 응함을 따라 교화하는 색신ㆍ일체 중생에 물들지 않는 색신ㆍ광대함을 일으키는 색신ㆍ일체 중생과 평등한 색신ㆍ일체 중생에서 뛰어난 색신ㆍ일체 중생들이 보고 헛되지 않은 색신 등을 갖추었었다.
또 갖가지 색신ㆍ교화할 상대를 따라 나타나는 색신ㆍ무량한 형상의 색신ㆍ여러 문의 형상의 색신ㆍ일체 중생을 대해 나타나는 색신ㆍ광대한 자재의 문의 장엄한 색신ㆍ일체 중생을 교화하는 색신ㆍ일체 중생에 대해 형상을 드리우는 색신ㆍ언제나 나타나는 갖가지 무너지지 않는 색신ㆍ일체 중생이 성취하거나 성취하지 못하거나 머무르는 색신 등을 갖추었었다.
그것은 가지 않는 색신이니 어느 갈래에서도 멸하지 않기 때문이요， 오지 않는 색신이니 어느 갈래에서도 나지 않기 때문이며， 일어나지 않는 색신이니 일어나지도 않고 나타나지도 않기 때문이요， 멸하지 않는 색신이니 일체 세간의 말의 길을 떠났기 때문이며， 헛되지 않은 색신이니 얻음을 따르기 때문이요， 속이지 않는 색신이니 세간을 따라 응하지 않기 때문이며， 이르는 곳이 없는 색신이니 나지도 않고 죽지도 않기 때문이요， 무너지지 않는 색신이니 법의 성품은 무너지지 않기 때문이다.
또 모양이 없는 색신이니 삼세의 말이 끊어졌기 때문이요， 한 모양의 색신이니 모양이 없는데 모양을 잘 말하기 때문이며， 번개와 같은 색신이니 일체 중생의 마음을 따라 응하기 때문이요， 요술과 같은 색신이니 중생이라는 생각을 가지기 때문이요， 요술과 같은 색신이니 지혜의 요술이 원만하기 때문이며， 불꽃과 같은 색신이니 중생이라는 생각을 가지기 때문이요， 그림자와 같은 색신이니 일체 중생의 본래의 원이 계속해 끊어지지 않기 때문이며， 꿈과 같은 색신이니 응하는 중생을 따라 무너지지 않기 때문이요， 법계를 가득 채우는 색신이니 허공과 같기 때문이다.
또 큰 슬픔[大悲]을 나타내는 색신이니 일체 중생을 성취시키기 때문이요， 걸림없는 문을 나타내는 색신이니 찰나마다 법계에 가득하기 때문이며， 무량무변의 색신이니 일체 세간을 깨끗이 하고 말의 길을 떠났기 때문이요， 의지함이 없는 색신이니 중생들을 교화해 그 원을 성취시키기 때문이며， 주지(住持)하는 색신이니 일체
중생의 일을 처리하기 때문이요， 나지 않는 색신이니 요술과 같은 원을 만족시키기 때문이며， 비할 데 없는 색신이니 세간을 뛰어났기 때문이다.
또 응함을 따르는 색신이니 응함을 따라 제도하기 때문이요， 난잡하지 않은 색신이니 업을 따라 계속하기 때문이며， 여의주와 같은 색신이니 일체 중생의 소원을 다 만족시키기 때문이요， 허망함을 떠난 색신이니 일체 중생이 허망하게 일어나기 때문이며， 각관(覺觀)을 떠난 색신이니 일체 중생이 사찰(思察)할 수 없기 때문이요， 마지막이 아닌 색신이니 생사를 멸하기 때문이며， 청정한 색신이니 여래의 각관을 떠났기 때문이다.
이와 같은 색(色)이 색이 아니니 색은 번개와 같기 때문이요， 느낌[受]이 느낌이 아니니 세간의 괴로운 느낌[苦受]을 제거하기 때문이며， 일체의 상상[想]을 떠났나니 일체 중생의 생각을 분별하기 때문이요， 행(行)을 내되 행이 아니니 모든 업은 요술과 같기 때문이며， 의식[識]의 경계를 떠났나니 보살의 지혜와 원을 원만히 성취하기 때문이요， 공해서 소유가 없나니 일체 중생의 말이 끊어졌기 때문이며， 색신을 성취했나니 묘한 색은 멸하지 않기 때문이었다.
그때 선재는 마야 부인이 중생을 따라 응해 이런 갖가지 무량한 색신을 나타내 보임을 보았고， 중생들은 그것이 타화자재천왕의 딸의 몸 내지 사천왕의 딸의 몸보다 뛰어남을 보았고 혹은 용왕의 딸의 몸 내지 인왕(人王)의 딸의 몸보다 뛰어남을 보았다.
그리하여 선재는 이런 갖가지 색신을 보았다. 즉 그것은 일체 중생의 선근을 기르고 깨뜨릴 수 없는 단(檀)바라밀을 행하며， 큰 슬픔[大悲]으로 일체 중생을 두루 생각하고 여래의 무량한 공덕을 내며， 용맹정진으로 살바야(薩婆若)를 구하여 모든 법의 적멸한 모양을 알고 깊은 인욕의 바다에 들어가며， 일체의 무너지지 않는 선정을 두루 갖추고 일체 삼매의 경계를 닦아 익히며， 여래의 원만한 선정을 얻어 일체 중생의 번뇌 바다를 다 멸하였다.
일체 법계를 다 장엄하고 모든 부처님의 법륜을 분별해 알며， 밝고 깨끗한 지혜로 일체법의 바다를 관찰하고 모든 부처님을 뵈옵되 싫증을 내지 않으며， 삼세 여래를 차례로 관찰하고 일체 부처님의 문을 열어 삼세 부처님이 차례로 세상에 나오심을 보며， 불도의 계율을 깨끗이 하여 여여(如如)하기 허공과 같고 일체 중생을 포섭하여 교화하며， 깨끗한 법신을 얻어 일체 부처 국토를 깨끗이 하고
모든 큰 서원으로 끝까지 일체 중생을 교화해 구제하였다.
한 찰나에 모든 부처 경계에 충만하여 보살의 자재한 신력을 내고 무량한 청정한 색신을 나타내어 일체 악마의 힘을 항복 받아 공덕의 힘을 더욱 기르며， 선법의 힘을 내어 일체 부처님의 힘을 얻고 보살의 힘을 갖추어 일체지의 힘을 내었다. 그리하여 여래의 지혜로 일체를 두루 비추어 무량한 중생의 마음 바다를 다 알고 중생들의 온갖 근성과 욕망을 환히 알았다.
또 한 몸이 시방의 무량무변한 부처 국토에 가득하여 그 부처 국토의 이루어지고 무너짐을 다 분별해 알고 깨끗한 지혜의 눈을 열어 삼세 바다의 모든 불법 바다를 보며， 일체 여래의 공덕을 내어 일체 보살의 닦은 공덕을 알고， 처음 발심한 때로부터 구극에 이르기까지 일체 중생의 선근을 기르며， 모든 세간에서 일체 부처님의 공덕을 찬탄하고， 모든 보살 어머니의 서원을 원만히 성취하였었다.
그때 선재는 마야 부인의 이러한 염부제 티끌 수 같은 미증유의 일을 다 보고는， 곧 자기 몸을 다 마야 부인의 몸과 같이 변화시켜 합장하여 예경하고 온몸을 땅에 던져 곧 무량무변한 모든 삼매의 문을 얻었다. 그리하여 바른 생각으로 그것을 닦아 익히고 분별하여 관찰하다가 수순출생인(隨順出生印)을 증득하였다. 그리고는 삼매에서 일어나 마야 부인 및 그 권속을 돈 뒤에 공경 합장하고 한쪽에 서서 아뢰었다.
“대성님， 저는 과거에 문수사리보살님의 가르침을 받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어， 선지식을 구하여 친근하고 공양하면서 계속 걸어 대성님에게까지 온 것입니다.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고 보살도를 닦아야 하는지 말씀해 주시기 바라옵니다.”
부인은 답하였다.
“불자여， 나는 이미 대원지환(大願智幻) 법문을 성취하였다. 이 법문을 얻었기 때문에 나는 노사나여래의 어머니가 되어 이 염부제의 가비라성 정반왕의 궁전에서 오른 옆구리로 실달(悉達) 태자를 낳는 등 불가사의한 자재한 신력을 나타낸 것이다.
선남자여， 보살이 도솔천에서 목숨을 마칠 때는 낱낱 털구멍에서 일체여래수생원만공덕(一切如來受生圓滿功德)이라는 큰 광명을 놓아
말할 수 없고 말할 수 없는 부처 국토 티끌 수 같은 보살이 생(生)을 받는 장엄을 나타내면서 일체 세계를 두루 비추고는 내 정수리에 닿아 내 몸의 일체 털구멍에 들어왔다. 그래서 나는 보살이 생을 받는 자재한 장엄을 보았다.
그리고 또 보살이 출가하여 도량에 나아가 등정각을 이룬 뒤에 보살과 천인들 대중에 둘러싸여 공경 공양을 받으면서 바른 법륜을 굴리는 것을 보았고， 그 여래가 과거 세상에 보살행을 행하면서 모든 부처님을 공경 공양하고 보리심을 내어 모든 부처 국토를 깨끗이 하며， 무량한 화신이 법계에 충만하여 중생을 교화하며 나아가서는 큰 열반을 나타내는 등의 이런 일들을 다 보았다.
또 선남자여， 그 묘한 광명이 내 몸에 들어오자 그때 내몸은 세간을 뛰어나 허공과 같았으면서 그래도 사람의 몸에 지나지 않았었다. 그러나 시방 보살의 장엄한 궁전들을 다 수용하였었다.
그때 보살이 도솔천에서 내려와서는 열 부처 국토 티끌 수 같은 보살과 함께 다 큰 원과 선근의 장엄한 법문을 수행하여， 지혜가 자재한 일체의 자리에서 청정한 법신과 무량한 색신으로 보현의 모든 큰 원행을 성취하였다.
이런 보살 권속들이 그를 둘러쌌으며， 또 8만의 모든 용왕과 바가라(婆伽羅) 용왕 및 모든 야차 등 팔부중(八部衆)들이 다 그를 공경하고 공양하였다.
보살이 세상에 내려올 때는 큰 광명을 놓아 세계를 두루 비추었고 자재한 힘을 나타내어 모든 악도의 고통을 멸했으며， 교묘한 방편으로 불가사의한 중생을 교화하여 다 전생의 업행을 알게 하고， 보살들로 하여금 방일하지 않고 집착함이 없게 하였으며， 중생들을 구호하여 그들로 하여금 이 보살의 몸을 다 보게 하는 등 이런 신기한 일을 나타내면서 대중과 함께 내 태 안에 들어왔다.
그 보살은 내 태 안에서 자재하게 노니는데， 혹은 한걸음에 삼천대천세계를 다니고 혹은 한 걸음에 말할 수 없고 말할 수 없는 부처 국토 티끌 수 같은 세계를 다녔다. 또 찰나마다 시방 일체 세계의
모든 부처님 처소에 있는 말할 수 없고 말할 수 없는 보살 권속과 사천왕ㆍ도리천왕 내지 범왕 등 이런 천왕들이 다 내 태 안에 들어와 보살을 뵈옵고 공경 공양하며 그 바른 법을 받들어 지니려 하였다.
이런 대중을 모두 수용하였지만 내 태는 넓지도 않고 비좁지도 않았으며， 이 세계에서 이런 신변으로 생을 받는 것을 나타내 보이는 것처럼 시방의 모든 염부제에서도 또한 그와 같았으나 몸을 나누어 그렇게 된 것이 아니고， 갖가지 변화로 그 응함을 따라 보살의 어머니가 되었으니， 왜냐하면 이 대원지환법문(大願智幻法門)을 닦았기 때문입니다.
선남자여， 나는 노사나불의 어머니가 되었었고， 구루손불ㆍ구나함모니불ㆍ가섭불ㆍ미륵불ㆍ사자불(師子佛)ㆍ법당불(法幢佛)ㆍ선안불(善眼佛)ㆍ정화불(淨華佛)ㆍ묘덕화불(妙德華佛)ㆍ제사불(提舍佛)ㆍ불사불(弗沙佛)ㆍ환희의불(歡喜意佛)ㆍ자재불(自在佛)ㆍ이구불(離垢佛)ㆍ명정월불(明淨月佛)ㆍ집거불(執炬佛)ㆍ낙정불(樂淨佛)ㆍ금강순불(金剛楯佛)ㆍ청정의불(淸淨意佛)ㆍ아사타불(阿私陀佛)ㆍ도피안불(度彼岸佛)ㆍ고염산불(高焰山佛)ㆍ집등불(執燈佛)ㆍ보련화불(寶蓮華佛)ㆍ공덕칭불(功德稱佛)ㆍ무량덕지불(無量德持佛)ㆍ묘덕등불(妙德燈佛)ㆍ장엄신불(莊嚴身佛)ㆍ선위의불(善威儀佛)ㆍ묘덕자불(妙德慈佛)ㆍ선당불(善幢佛)ㆍ지성불(智盛佛)ㆍ무량음불(無量音佛)ㆍ무쟁불(無諍佛)ㆍ산의불(散疑佛)ㆍ청정불(淸淨佛)ㆍ광광불(廣光佛)ㆍ속정불(速淨佛)ㆍ묘덕운불(妙德雲佛)ㆍ장엄정발불(莊嚴頂髮佛)ㆍ수왕불(樹王佛)ㆍ장엄보관불(莊嚴寶冠佛)ㆍ지해불(智海佛)ㆍ정보불(淨寶佛)ㆍ견천관불(堅天冠佛)ㆍ구제원불(具諸願佛)ㆍ대자재불(大自在佛)ㆍ묘덕왕불(妙德王佛)ㆍ승묘덕불(勝妙德佛)ㆍ전단운불(栴檀雲佛)ㆍ광정안불(廣淨眼佛)ㆍ수승혜불(殊勝慧佛)ㆍ수습지불(須習智佛)ㆍ고왕불(高王佛)ㆍ자재혜불(自在慧佛)ㆍ이색불(離色佛)ㆍ사자희불(師子喜佛)ㆍ무상왕불(無上王佛)ㆍ묘덕정불(妙德頂佛)ㆍ금강지산불(金剛智山佛)ㆍ묘덕장불(妙德藏佛)ㆍ보망엄신불(寶網嚴身佛) 등 이런 부처님의 어머니도 되었었다.
또 선혜불(善慧佛)ㆍ자재천불(自在天佛)ㆍ대지천불(大地天佛)ㆍ무착공덕불(無着功德佛)ㆍ중아불(衆牙佛)ㆍ혜광불(慧光佛)ㆍ묘덕천불(妙德天佛)ㆍ무상좌불(無上座佛)ㆍ무상덕불(無上德佛)ㆍ선인복근불(仙人伏根佛)ㆍ수순어불(隨順語佛)ㆍ자재덕당불(自在德幢佛)ㆍ
명정당불(明淨幢佛)ㆍ분별지불(分別支佛)ㆍ비사카불(毘舍佉佛)ㆍ방일체중생향광명불(方一切衆生香光明佛)ㆍ금강보엄불(金剛寶嚴佛)ㆍ환희안불(歡喜眼佛)ㆍ멸욕진불(滅欲塵佛)ㆍ고대신불(高大身佛)ㆍ선천불(善天佛)ㆍ무상천불(無上天佛)ㆍ향적멸불(向寂滅佛)ㆍ각지불(覺智佛)ㆍ이진구불(離塵垢佛)ㆍ광염왕불(光焰王佛)ㆍ안주불(安住佛)ㆍ비사카천불(毘舍佉天佛)ㆍ금강산불(金剛山佛)ㆍ지염성묘덕불(智焰盛妙德佛)ㆍ안은불(安隱佛)ㆍ우파제사불(優波提舍佛)ㆍ구정덕불(具淨德佛)ㆍ낙현덕불(樂賢德佛)ㆍ제일의용불(弟一義勇佛)ㆍ백광염불(百光焰佛)ㆍ일증상불(一增上佛)ㆍ심음성불(深音聲佛)ㆍ대지왕불(大地王佛)ㆍ백정불(白淨佛)ㆍ산음성불(山音聲佛)ㆍ수승불(殊勝佛)ㆍ불가괴불(不可壞佛)ㆍ무상의불(無上醫佛)ㆍ공덕월불(功德月佛)ㆍ불위역불(不違逆佛)ㆍ공덕취불(功德聚佛)ㆍ월출불(月出佛)ㆍ공덕천불(功德天佛)ㆍ광명성불(光明盛佛)ㆍ사라음불(娑羅陰佛)ㆍ약왕불(藥王佛)ㆍ승보불(勝寶佛)ㆍ금강혜불(金剛慧佛)ㆍ팔십묘덕불(八十妙德佛)ㆍ일체무괴불(一切無壞佛)ㆍ대명칭왕불(大名稱王佛)ㆍ용진지불(勇進持佛)ㆍ무량광불(無量光佛)ㆍ대장엄염불(大莊嚴焰佛)ㆍ법왕불허불(法王不虛佛)ㆍ불퇴지불(不退地佛)ㆍ명정천불(明淨天佛)ㆍ고행불(苦行佛)ㆍ정천불(淨天佛)ㆍ동의불(同意佛)ㆍ해탈음불(解脫音佛)ㆍ무괴왕불(無壞王佛)ㆍ멸첨위불(滅諂僞佛)ㆍ정첨복광불(淨薝蔔光佛)ㆍ선승월불(善勝月佛)ㆍ집명거불(執明炬佛)ㆍ장엄신불(莊嚴身佛)ㆍ불가설불(不可說佛)ㆍ관중생불(觀衆生佛)ㆍ무량광불(無量光佛)ㆍ무외음불(無畏音佛)ㆍ최승천불(最勝天佛)ㆍ무외지성불(無畏智盛佛)ㆍ묘덕화불(妙德華佛)ㆍ월광염불(月光焰佛)ㆍ불퇴혜불(不退慧佛)ㆍ이애불(離愛佛)ㆍ불착혜불(不着慧佛)ㆍ장양덕취불(長養德聚佛)ㆍ멸악도불(滅惡道佛)ㆍ무량화사자후불(無量化師子吼佛)ㆍ의불퇴불(義不退佛)ㆍ견무애불(見無碍佛)ㆍ항중마불(降衆魔佛)ㆍ불착상불(不着相佛)ㆍ이허망해불(離虛妄海佛)ㆍ청정해불(淸淨海佛)ㆍ불가저괴수미산불(不可沮壞須彌山佛)ㆍ무착지불(無着持佛)ㆍ무량좌불(無量座佛)ㆍ여마전불(與魔戰佛)ㆍ수사행불(隨師行佛)ㆍ무상조불(無上調佛)ㆍ상월불(常月佛)ㆍ요익왕불(饒益王佛)ㆍ부동음불(不動陰佛)ㆍ요익명불(饒益名佛)ㆍ요익혜불(饒益慧佛)ㆍ수지불(壽持佛)ㆍ수명불(壽名佛)ㆍ만칭불(滿稱佛)ㆍ무괴성불(無壞盛佛)ㆍ색명정불(色明淨佛)ㆍ무상지불(無相智佛)ㆍ용무동불(勇無動佛)ㆍ
난사묘덕불(難思妙德佛)ㆍ동월행불(同月行佛)ㆍ무량신불(無量身佛)ㆍ수순왕불(隨順王佛)ㆍ증수천불(增壽天佛) 등 이런 현겁(賢劫)의 모든 부처님이 이 세계에서 등정각을 이루실 때， 나는 다 그 어머니가 되었고 또 시방 일체 세계에서 중생을 교화하였느니라.”
그때 선재는 아뢰었다.
“대성님， 그 법문을 얻으신 지는 얼마나 되옵니까？”
그는 답하였다.
“불자여， 과거 세상에 불가사의한 보살의 통명(通明)의 경계가 아닌 셀 수 없는 겁을 지나 정광명(淨光明)이라는 겁이 있었고 묘덕수미산왕(妙德須彌山王)이라는 세계가 있었는데， 그 땅은 청정하여 어떤 더러움도 없으며 뭇 보배로 되었고 갖가지로 장엄하여 누가 보아도 다 좋아하였다.
그 세계 안에 천억의 사천하가 있고 그 여러 사천하 가운데 한 사천하가 있으며， 그 한 사천하 가운데 80억의 왕도(王都)가 있고 그 여러 왕도 가운데 지당(智幢)이라는 한 왕도가 있으며， 거기에 용성(勇盛)이라는 전륜왕이 있었다.
그 왕도 북쪽에 월광명(月光明)이라는 도량이 있는데， 그 도량신(道場神)의 이름은 자묘덕(慈妙德)이었다.
그때 이구당(離垢幢)이라는 보살이 그 도량에 앉아 등정각을 이루게 되었는데， 마침 금강광명(金剛光明)이라는 악마가 그 권속들과 함께 보살에게 나아가 그 도행(道行)을 깨뜨리고자 하니， 용성왕은 보살의 자재한 신력을 갖추고 변화로 많은 군사를 만들어 그 많은 악마들을 무찔렀다. 그리하여 그 보살이 등정각을 이루었을 때 그 도량신은 그것을 보고 한량없이 기뻐하면서 발원하기를 ‘이 전륜왕이 성불할 때 나는 그 어머니가 되리라’라고 하였다.
그리고 선남자여， 나는 일찍이 그 도량에서 10나유타 부처님께 공양하였느니라.
그런데 선남자여， 그 도량신이 어찌 다른 사람이겠는가. 내가 바로 그였으며， 그 전륜왕은 바로 저 노사나부처님이었다.
선남자여， 나는 그때 발원한 뒤로 노사나부처님과 일체의 존재에 대해 보살행을 행하면서 중생을 교화하였고， 그가 최후의 생을 받을 때에는 언제나 나는 그 어머니가 되었느니라.
또 선남자여， 과거와 현재에 시방의 무량무변한 부처님이 큰 광명을 놓아 내 몸과 내가 사는 궁전을 비추는 이의
그 최후의 생에서 나는 언제나 그 어머니가 되었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오직 이 대원지법문밖에 모른다. 그러나 저 위대한 보살들은 큰 슬픔의 창고를 갖추어 중생을 교화하되 고달파하는 마음이 없으며， 자재한 법을 얻어서는 낱낱 털구멍에서 일체 부처님의 자재한 신력을 나타낸다. 그런데 내가 어떻게 그 공덕의 행을 다 알고 또 말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마야 부인은 선재동자에게 말하였다.
“선남자여， 이 세계의 삼십삼천에 정념(正念)이라는 왕이 있고 천주광(天主光)이라는 그 동녀가 있으니，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고 보살도를 닦아야 하는가 물어 보라.”
그리하여 선재동자는 경건하게 그 가르침을 받고 땅에 엎드려 예배하고는 무수히 돈 뒤에 우러러보면서 물러나 길을 떠났다.
선재는 곧 천궁(天宮)으로 가서 그 동녀를 뵈옵고는， 그 발에 예배하고 그를 돈 뒤에 합장하고， 그 앞에 서서 아뢰었다.
“성자(聖者)님，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습니다. 그러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고 보살도를 닦아야 하는지 알지 못합니다. 성자님은 그것을 잘 아신다 하옵는데 저를 위해 해설해주시기 바라옵니다.”
천녀는 답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해탈을 얻었는데， 그 이름은 무애념청정장엄(無碍念淸淨莊嚴)이라 한다. 선남자여， 나는 생각하나니 과거에 청련화(靑蓮華)라는 가장 훌륭한 겁이 있었다. 나는 그 겁에서 항하 모래 수 같은 부처님을 공양하였다. 그 여래가 처음으로 출가하신 때부터 나는 다 우러러 받들어 수호하고 공양하면서 절을 짓고 온갖 도구를 다 마련하였다.
또 그 부처님이 보살로서 어머니의 태 안에 머물 때와 탄생할 때와 일곱 걸음을 걸을 때와 크게 사자후할 때와 동자로서 궁중에 계실 때와 보리수 밑에서 정각을 이루실 때와 바른 법륜을 굴리고 신변을 나타내어 중생들을 교화하여 다스리실 때 등 이런 모든 일과 처음으로 발심하신 때부터 법이 다하기에 이를 때까지를 나는 빠짐없이 다 밝게 기억하고， 언제나 눈앞에 나타내어 잊지 않고 기억한다.
또 나는 기억한다. 과거 선지(善地)라는 겁에서는 나는 열 항하 모래 수 같은 부처님 여래를 공양하였고
또 과거 묘덕(妙德)이라는 겁에서는 나는 한 부처 티끌 수 같은 여래를 공양하였으며， 또 무소득(無所得)이라는 겁에서는 나는 84억 백천 나유타 부처님 여래를 공양하였고 또 선광(善光)이라는 겁에서는 나는 염부제의 티끌 수같은 부처님을 공양하였으며， 또 무량광(無量光)이라는 겁에서는 나는 20항하의 모래 수 같은 여래를 공양하였다.
또 정진덕(精進德)이라는 겁에서는 나는 한 항하의 모래 수 같은 부처님 여래를 공양하였고 또 선비(善悲)라는 겁에서는 나는 80항하의 모래 수 같은 부처님 여래를 공양하였으며， 또 승유(勝遊)라는 겁에서는 나는 60항하의 모래 수 같은 부처님 여래를 공양하였고 또 묘월(妙月)이라는 겁에서는 나는 70항하의 모래 수 같은 부처님 여래를 공양하였다.
선남자여， 이렇게 항하의 모래 수 같은 겁을 기억할 때 나는 언제고 그 모든 부처ㆍ여래ㆍ응공ㆍ등정각을 버리지 않았고， 그 모든 부처님으로부터 이 무애념청정장엄이라는 보살의 해탈을 듣고는 그것을 받들어 지니고 수행하되 언제나 끊이지 않고 따라 나아가 들어갔다. 그리고 이 광겁(光劫)에 계시는 여래가 처음 보살로 계실 때부터 법이 다할 때 이르기까지의 일체신변(神變)을， 나는 청정장엄해탈의 힘으로， 다 그대로 분명히 기억하고 그대로 지녀 수행하되 폐지한 일이 없었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오직 이 무애념청정해탈밖에 모른다. 그러나 저 보살마하살은 생사의 밤을 뛰어나서는 환히 밝게 트이어， 우치의 어둠을 길이 떠나 혼몽한 일이 없으며， 마음에는 번뇌가 없고 몸은 가뿐하며 모든 법의 성품을 분명히 깨달아 알고 열 가지 힘을 성취하여 중생을 깨우친다. 그런데 내가 어떻게 그 공덕의 행을 다 알고 또 말할 수 있겠는가.
선남자여， 저 가비라성에 변우(遍友)라는 동자 스승이 있으니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고 보살도를 닦아야 하는가를 물어보라.”
그때 선재동자는 법을 들었기 때문에 몸과 마음이 모두 흐뭇해지고 불가사의한 선근이 더욱 흘러 퍼졌다. 그리하여 땅에 엎드려 천중광의 발에 예배하고 무수히 돈 뒤에 우러러 하직하고 물러갔다.

선재는 천궁에서 내려와 차츰 그 성으로 나아가 변우에게 이르러서는， 그 발에 예배하고 오른쪽으로 돈 뒤에 합장 공경하고 한쪽에 서서 아뢰었다.
“성자님，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습니다. 그러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고 보살도를 닦아야 하는지 모릅니다. 제가 듣건대 성자님은 잘 지도하신다 하옵는데 저를 위해 말씀해 주시기 바라옵니다.”
“선남자여， 여기 선지중예(善知衆藝)라는 동자가 있는데， 그는 보살의 글자에 대한 지혜를 배운 사람이다. 그대는 그에게 물어 보라. 그대를 위해 말해 주리라.”
그때 선재동자는 곧 그에게 가서 땅에 엎드려 예배하고 한쪽에 서서 아뢰었다.
“성자님，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습니다. 그러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고 보살도를 닦아야 하는지 모릅니다. 제가 듣건대 성자님은 잘 지도하신다 하옵는데 저를 위해 말씀해주시기 바라옵니다.”
그때 동자는 말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보살의 해탈을 얻었는데 그 이름을 선지중예(善知衆藝)라 한다. 나는 항상 그 해탈에 들어가 그 근본되는 글자를 부른다. 이른바 아(阿)자를 부를 때에는 보살위덕각별경계(菩薩威德各別境界)라는 반야바라밀의 문에 들어가고， 라(羅)자를 부를 때에는 평등일미최상무변(平等一味最上無邊)이라는 반야바라밀의 문에 들어가며， 파(波)자를 부를 때에는 법계무이상(法界無異相)이라는 반야바라밀의 문에 들어간다.
또 자(者)자를 부를 때에는 보륜단차별(普輪斷差別)이라는 반야바라밀의 문에 들어가고 다(多)자를 부를 때에는 득무의무상(得無依無上)이라는 반야바라밀의 문에 들어가며， 라(邏)자를 부를 때에는 이의지무구(離依止無垢)라는 반야바라밀의 문에 들어가고 다(茶)[도(徒)와 가(假)의 반절이다]자를 부를 때에는 불퇴전지행(不退轉之行)이라는 반야바라밀의 문에 들어가며， 바(婆)자를 부를 때에는 금강장(金剛場)이라는 반야바라밀의 문에 들어가고 도(茶)자를 부를 때에는 보륜(普輪)이라는 반야바라밀의 문에 들어간다.
또 사(沙)자를 부를 때에는 해장(海藏)이라는 반야바라밀의 문에 들어가고 타(他)를 부를 때에는 보생안주(普生安住)라는 반야바라밀의 문에 들어가며， 나(那)자를 부를 때에는 원만광(圓滿光)이라는 반야바라밀의 문에 들어가고 나(那)1)자를 부를 때에는
차별적취(差別寂聚)라는 반야바라밀의 문에 들어가며， 사타(史吒)자를 부를 때에는 보광명식제번뇌(普光明息諸煩惱)라는 반야바라밀의 문에 들어가고 가(迦)자를 부를 때에는 차별일미(差別一味)라는 반야바라밀의 문에 들어간다.
또 사(娑)자를 부를 때에는 패연법우(霈然法雨)라는 반야바라밀의 문에 들어가고 마(摩)자를 부를 때에는 대류단격중봉제치(大流湍激衆峰齊峙)라는 반야바라밀의 문에 들어가며， 가(伽)자를 부를 때에는 보상안립(普上安立)이라는 반야바라밀의 문에 들어가고 사타(娑他)자를 부를 때에는 진여장변평등(眞如藏遍平等)이라는 반야바라밀의 문에 들어가며， 사(社)자를 부를 때에는 입세간해청정(入世間海淸淨)이라는 반야바라밀의 문에 들어간다.
또 실(室)자를 부를 때에는 일체제불정념장엄(一切諸佛正念莊嚴)이라는 반야바라밀의 문에 들어가고 타(拕)자를 부를 때에는 관찰원만법취(觀察圓滿法聚)라는 반야바라밀의 문에 들어가며， 사(奢)자를 부를 때에는 일체제불교수륜광(一切諸佛敎授輪光)이라는 반야바라밀의 문에 들어가고 카(佉)자를 부를 때에는 정수인지현전지장(淨修因地現前智藏)이라는 반야바라밀의 문에 들어가며 차(叉)자를 부를 때에는 식제업해장온(息諸業海藏蘊)이라는 반야바라밀의 문에 들어간다.
또 사다(娑多)자를 부를 때에는 견제혹장개정광명(蠲諸惑障開淨光明)이라는 반야바라밀의 문에 들어가고 양(壤)자를 부를 때에는 작세간요오인(作世間了悟因)이라는 반야바라밀의 문에 들어가며， 파(頗)자를 부를 때에는 지혜륜단생사(智慧輪斷生死)라는 반야바라밀의 문에 들어가고 바(婆)자를 부를 때에는 일체궁전구족장엄(一切宮殿具足莊嚴)이라는 반야바라밀의 문에 들어가며， 거(車)자를 부를 때에는 수행계장각별원만(修行戒藏各別圓滿)이라는 반야바라밀의 문에 들어간다.
또 사마(娑摩)자를 부를 때에는 수시방현견제불(隨十方現見諸佛)이라는 반야바라밀의 문에 들어가고 하사(訶娑)자를 부를 때에는 관찰일체무연중생방편섭수령생해장(觀察一切無緣衆生方便攝受令生海藏)이라는 반야바라밀의 문에 들어가며， 하(訶)자를 부를 때에는 수행취입일체공덕해(修行趣入一切功德海)라는 반야바라밀의 문에 들어가고 가(伽)자를 부를 때에는
지일체법운견고해장(持一切法雲堅固海藏)이라는 반야바라밀의 문에 들어간다.
또 타(吒)자를 부를 때에는 시방제불수순현전(十方諸佛隨順現前)이라는 반야바라밀의 문에 들어가고 나(拏)자를 부를 때에는 부동자륜취집제억자(不動字輪聚集諸億字)라는 반야바라밀의 문에 들어가며， 사파(娑頗)자를 부를 때에는 화중생구경처(化衆生究竟處)라는 반야바라밀의 문에 들어가고， 사가(娑迦)자를 부를 때에는 제지만족무착무애해탈광명륜변조(諸地滿足無着無碍解脫光明輪遍照)라는 반야바라밀의 문에 들어간다.
또 사(闍)자를 부를 때에는 선설일체불법경계(宣說一切佛法境界)라는 반야바라밀의 문에 들어가고 다사(多娑)자를 부를 때에는 일체허공법뢰변후(一切虛空法雷遍吼)라는 반야바라밀의 문에 들어가며， 차(侘)[치(恥)와 가(加)의 반절이다]자를 부를 때에는 효제미식무아명등(曉諸迷識無我明燈)이라는 반야바라밀의 문데 들어가고 타(陀)자를 부를 때에는 일체법륜출생지장(一切法輪出生之藏)이라는 반야바라밀의 문에 들어간다.
선남자여， 내가 이렇게 모든 해탈에 들어가는 근본 되는 글자를 부를 때에는 이 마흔두 가지의 반야바라밀의 문을 으뜸으로 하여 무량 무수한 반야바라밀의 문에 들어가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오직 이 선지중예보살해탈 밖에 모른다. 그러나 저 보살마하살은 모든 세간과 출세간의 법을 지혜로 통달하여 저 언덕에 이른 사람들이다. 그리하여 특별한 방술(方術)과 신기한 기예를 빠짐없이 모두 알고 문자와 산수의 깊은 뜻을 다 알며， 의약과 주술로 온갖 병을 잘 고치고 마귀에 붙들리거나 원수의 저주를 받거나 나쁜 별의 변괴로 송장이 달리거나 간질이나 담종 등 갖가지 병에 걸린 중생이 있으면 그들을 다 구제해 고쳐준다.
또 그 분들은 금ㆍ은ㆍ진주ㆍ조개ㆍ산호ㆍ유리ㆍ마니ㆍ자거ㆍ계살라 등 모든 보배 창고의 나는 곳과 그 갖가지 다른 종류와 값의 다소(多少)를 다 알며， 촌락과 고을과 크고 작은 도성(都城)과 궁전ㆍ동산ㆍ수풀ㆍ샘ㆍ늪 등 이런 일체 사람들이 사는 곳을 다 그 방위를 따라 보호해 준다. 또 천문ㆍ지리와 사람 상(相)의 좋고 나쁨과 새와 짐승들의 음성과 구름ㆍ놀[霞] 등의
기후와 풍년ㆍ흉년과 국토의 안위(安危) 등 이런 세간의 모든 기예를 다 통달해 그 근원을 모두 환히 안다.
또 세간을 뛰어난 법을 잘 분별하여 이름을 바루고 뜻을 분별하며 본체와 현상을 관찰하고는 그에 따라 수행하여， 지혜가 그 속에 들어가 의심도 없고 걸림도 없으며 어리석음도 없고 완고함도 없으며 고뇌도 없고 가라앉음도 없어 무엇이나 증득하였다. 그런데 내가 어떻게 그 공덕의 행을 다 알고 또 말할 수 있겠는가.
선남자여， 이 마갈타국에 한 촌락이 있고 거기 바달나(婆呾那)라는 성(城)이 있으며 거기 현승(賢勝)이라는 우바이가 있으니，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고 보살도를 닦아야 하는가 물어 보라.”
그때 선재동자는 땅에 엎드려 중예의 발에 예배하고 무수히 돌고는 우러 사모하면서 하직하고 떠났다.
그리하여 그 촌락의 성에 이르러 현승에게 나아가 그 발에 예배하고 오른쪽으로 돌고는 합장 공경하고 한쪽에 서서 아뢰었다.
“성자님，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습니다. 그러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고 보살도를 닦아야 하는지 모릅니다. 제가 듣건대 성자님은 잘 지도하신다 하옵는데 저를 위해 말씀해 주시기 바라옵니다.”
현승은 답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무의처도량(無依處道場)이라는 보살의 법문을 얻었으니， 그것은 나 스스로 알 뿐 아니라 또 남을 위해 말할 수도 있다.
또 나는 다함이 없는 삼매를 얻었는데 그것은 다함이 있거나 다함이 없거나 한 것이 아니다. 왜냐하면 그것이 내는 일체지의 성품의 눈은 다함이 없기 때문이요， 그것이 내는 일체지의 성품의 귀는 다함이 없기 때문이요， 그것이 내는 일체지의 성품의 코는 다함이 없기 때문이요， 그것이 내는 일체지의 성품의 혀는 다함이 없기 때문이며， 그것이 내는 일체지의 성품의 몸은 다함이 없기 때문이요 그것이 내는 일체지의 성품의 뜻은 다함이 없기 때문이다.
또 그것이 내는 일체지의 성품의 갖가지 슬기의 밝음은 다함이 없기 때문이요， 그것이 내는 일체지의 성품의 두루한 신통은 다함이 없기 때문이며， 그것이 내는 일체지의 성품의 바다의 물결과 같은 무량한 공덕은 다함이 없기 때문이요， 그것이 내는 일체지의 성품의 세간을 두루한 빛은 다함이 없기 때문이니라.
선남자여， 나는 이 무의처도량법문밖에 모른다.
그런데 저 보살마하살의 일체 집착 없는 공덕의 행을 내가 어떻게 다 알고 또 말할 수 있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남방에 옥전(沃田)이라는 성(城)이 있고 거기 견고해탈(堅固解脫)이라는 장자가 있으니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고 보살도를 닦아야 하는가를 물어 보라.”
그리하여 선재는 현승의 발에 예배하고 무수히 돈 뒤에 우러러 사모하면서 하직하고 물러나 남방으로 떠났다.
선재는 그 성에 이르러 장자에게 나아가 그 발에 예배하고 오른쪽으로 돌고는 합장 공경하고 한쪽에 서서 아뢰었다.
“성자님，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습니다. 그러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고 보살도를 닦아야 하는지 모릅니다. 제가 듣건대 성자님은 잘 지도하신다 하오니 저를 위해 말씀해 주시기 바라옵니다.”
장자는 답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무착청정념(無着淸淨念)이라는 보살의 해탈을 얻었다. 나는 이 해탈을 얻은 뒤로는 법원(法願)이 충만하여 시방 부처님에 대해 아무것도 구할 것이 없다. 선남자여， 나는 오직 이 정념해탈밖에 모른다. 그러나 저 보살마하살은 두려움이 없는 큰 사자후를 얻어 높고 넓은 복혜(福慧)무더기에 편히 머물러 있다. 그런데 내가 어떻게 그 공덕의 행을 다 알고 또 말할 수 있겠는가.
선남자여， 이 성 안에 묘월(妙月)이라는 장자가 있는데 그 장자 집에는 언제나 광명이 있다.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고 보살도를 닦아야 하는가를 물어 보라.”
그때 선재동자는 견고의 발에 예배하고 무수히 돈 뒤에 하직하고 물러나 길을 떠났다.
그는 묘월에게 나아가 그 발에 예배하고 오른쪽으로 돌고는 합장 공경하고 한쪽에 서서 아뢰었다.
“성자님，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습니다. 그러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고 보살도를 닦아야 하는지 모릅니다. 제가 듣건대 성자님은 잘 지도하신다 하오니 저를 위해 말씀해 주시기 바라옵니다.”
묘월은 답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정지광명(淨智光明)이라는 보살의 해탈을 얻었다. 선남자여， 나는 오직 이 정지광명해탈을 알 뿐이다. 그러나 저 보살마하살은
무량한 해탈 법문을 다 얻었다. 그런데 내가 어떻게 그 공덕의 행을 다 알고 또 말할 수 있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남방에 출생(出生)이라는 성이 있고 거기 무승군(無勝軍)이라는 장자가 있다.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고 보살도를 닦아야 하는가 물어 보라.”
그때 선재는 묘월의 발에 예배하고 무수히 돈 뒤에 우러러 사모하면서 하직하고 물러갔다.
그는 그 성에 이르러 장자에게 나아가 그 발에 예배하고 오른쪽으로 돌고는， 합장 공경하고 한쪽에 서서 아뢰었다.
“성자님，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습니다 그러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고 보살도를 닦아야 하는지는 모릅니다. 제가 듣건대 성자님은 잘 지도하신다 하오니 저를 위해 말씀해 주시기 바라옵니다.”
장자는 답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무진상(無盡相)이라는 보살의 해탈을 얻었다. 이 보살의 해탈을 얻음으로써 무량한 부처님을 뵈옵고 무진한 창고를 얻었다.
선남자여， 나는 오직 이 무진상해탈만을 알 뿐이다. 그러나 저 보살마하살은 무한한 지혜와 걸림없는 변재를 얻었다. 그런데 내가 어떻게 그 공덕의 행을 다 알고 또 말할 수 있겠는가.
선남자여， 이 성 남쪽에 위법(爲法)이라는 촌락이 있고 그 촌락에 시비최승(尸毘最勝)이라는 바라문이 있다. 그대는 그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고 보살도를 닦아야 하는가 물어 보라.”
그때 선재동자는 무승군의 발에 예배하고 무수히 돈 뒤에 우러러 사모하면서 하직하고 물러나 계속 남방으로 갔다.
선재는 그 촌락에 이르러 시비최승을 뵈옵고는 그 발에 예배하고 오른쪽으로 돈 뒤에 합장 공경하고 한쪽에 서서 아뢰었다.
“성자님，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습니다. 그러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고 보살도를 닦아야 하는지 모릅니다. 제가 듣건대 성자님은 잘 가르치신다 하오니 저를 위해 말씀해 주시기 바라옵니다.”
바라문은 답하였다.
“선남자여， 나는 성원어(誠願語)라는 보살의 법문을 얻었다. 과거ㆍ현재ㆍ미래의 모든 보살은 다 이 말로써 내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는데， 이미 물러나지 않았고 현재 물러나지 않으며 장차도 물러나지 않을 것이다. 선남자여， 나는 이 성원어에 머물기 때문에 하는 일마다
모두 성취할 수 있느니라.
선남자여， 나는 오직 이 성원어 법문밖에 모른다. 그러나 저 보살마하살은 이 성원어와 함께 행지(行止)가 어긋나지 않고 말은 반드시 참되어 허망하지 않아서 무량한 공덕이 그것으로 인해 생기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어떻게 그것을 다 알고 또 말할 수 있겠는가.
선남자여， 여기서 남방에 묘의화문(妙意華門)이라는 성(城)이 있고 거기 덕생(德生)이라는 동자가 있으며 또 유덕(有德)이라는 동녀가 있다. 그대는 그들에게 가서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고 보살도를 닦아야 하는가 물어 보라.”
그리하여 선재동자는 법을 존중하고 바라문의 발에 예배하고는 무수히 돈 뒤에 우러러보면서 거기서 떠났다.
선재는 계속 남으로 나아가 그 성에 이르러 그 동자와 동녀를 보았다. 그리하여 그 발에 예배하고 돌기를 마친 뒤에 그 앞에 나아가 합장하고 이렇게 말하였다.
“성자님， 저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습니다. 그러나 보살이 어떻게 보살행을 배우고 보살도를 닦아야 하는지는 모릅니다. 저를 사랑하고 가엾이 여겨 말씀해 주십시오.
동자와 동녀는 말하였다.
“선남자여， 우리는 환주(幻住)라는 보살의 해탈을 증득하였다. 그래서 이 깨끗한 지혜로 관찰할 때， 이 모든 세간은 다 환주이니 인연으로 생겼기 때문이요， 일체 중생이 다 환주이니 업의 번뇌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며， 일체법이 다 환주이니 무명과 유애(有愛) 등이 계속하는 인연으로 생겼기 때문이요 일체 삼계가 다 환주이니 뒤바뀐 지혜에서 생겼기 때문이며， 일체 중생의 생멸과 생ㆍ노ㆍ병ㆍ사와 근심ㆍ걱정ㆍ고뇌가 다 환주이니 허망한 분별에서 생겼기 때문이다.
일체 국토가 다 환주이니 뒤바뀐 생각ㆍ뒤바뀐 마음ㆍ뒤바뀐 소견과 무명에서 나타난 것이기 때문이요， 일체의 성문ㆍ벽지불이 다 환주이니 지혜가 끊어진 분별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이며， 일체 보살이 다 환주이니 스스로를 억제하고 중생을 교화하는 뛰어난 지혜로운 마음 및 모든 행원으로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이요， 모든 시설이 다 환주이니 원과 지혜가 거두어 이루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선남자여， 환경(幻境)의 제 성품은 불가사의한 것입니다.
선남자여，
우리 두 사람은 다만 이 보살의 해탈밖에 모른다. 그러나 저 보살마하살은 끝없는 모든 일의 요술 그물에 잘 들어가 있다. 그런데 내가 어떻게 그것을 잘 알고 또 말할 수 있겠는가.”
그때 그 동자와 동녀는 자기네의 해탈을 말했는데， 그 모든 선근의 힘이 불가사의하기 때문에， 선재로 하여금 그 몸이 부드럽고 빛나면서 스스로 본래의 원을 말하게 하였다.


영심(瑩心) ： 앞글자는 오(烏)와 정(定)의 반절이다.
견제(蠲除) ： 앞글자는 고(古)와 현(玄)의 반절이다.
박책(迫迮) ： 앞글자는 음이 백(百)이고， 뒷글자는 측(側)와 백(伯)의 반절이다.
첨위(諂僞) ： 앞글자는 축(丑)과 염(焰)의 반절이다.
영변(營辨) ： 앞글자는 여(余)와 경(傾)의 반절이다.
십물(什物) ： 앞글자는 시(是)와 집(執)의 반절이다.
혼매(惛寐) ： 뒷글자는 미(彌)와 이(二)의 반절이다.
중예(衆藝) ： 뒷글자는 어(魚)와 제(祭)의 반절이다.
함종(咸綜) ： 뒷글자는 자(子)와 송(宋)의 반절이다.
온기(薀其) ： 앞글자는 어(於)와 문(問)의 반절이다.
주술(呪術) ： 앞글자는 직(職)과 구(救)의 반절이고， 뒷글자는 식(食)과 율(聿)의 반절이다.
선료(善療) ： 뒷글자는 력(力)과 조(照)의 반절이다.
귀매(鬼魅) ： 뒷글자는 명(明)와 비(祕)의 반절이다.
변괴(變怪) ： 뒷글자는 고(古)와 괴(壞)의 반절이다.
분축(奔逐) ： 앞글자는 박(博)과 곤(昆)의 반절이고， 뒷글자는 직(直)과 륙(六)의 반절이다.
전간(癲癇) ： 앞글자는 도(都)와 년(年)의 반절이고， 뒷글자는 음이 한(閑)이다.
리수(羸瘦) ： 앞글자는 력(力)과 위(爲)의 반절이고， 뒷글자는 소(所)와 우(右)의 반절이다.
전유(痊愈) ： 앞글자는 차(此)와 연(緣)의 반절이고， 뒷글자는 양(羊)과 주(朱)의 반절이다.
수택(藪澤) ： 앞글자는 소(蘇)와 후(后)의 반절이다.
해련(該練) ： 앞글자는 고(古)와 애(哀)의 반절이고， 뒷글자는 랑(郞)과 전(殿)의 반절이다.
완둔(頑鈍) ： 앞글자는 오(五)와 환(還)의 반절이고， 뒷글자는 도(徒)와 곤(困)의 반절이다.
침몰(沈沒) ： 앞글자는 직(直)과 심(深)의 반절이다.
파도(波濤) ： 뒷글자는 도(徒)와 도(刀)의 반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