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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3109 불교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 10권

by Kay/케이 2023. 10.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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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 10

 

대반열반경 제10권

북량 천축삼장 담무참 한역

4.여래성품⑦

그때 문수사리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지금 순타(純陁)는 아직도 의심이 있는 것 같으니, 바라건대 여래께서 거듭 분별하셔서 의심을 끊도록 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어떤 의심인지 네가 말해 보아라. 의심을 끊어 주겠다.”
문수보살이 여쭈었다.
“순타가 마음으로 여래가 항상 머문다는 것을 의심하니 불성을 보게 된 힘을 얻었기 때문입니다. 불성이 항상하다고 본다면 본래 보지 못하였을 때에는 무상한 것이며, 본래가 무상이라면 뒤에도 그러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세상의 사물들은 본래 없던 것이 지금은 있고 있은 뒤에는 도로 없어지니, 이러한 사물들은 모두 무상한 것입니다. 이런 이치로 부처님ㆍ보살ㆍ성문ㆍ연각이 모두 차별이 없습니다.”
그때에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본래는 있으나 지금은 없으며
본래는 없으나 지금은 있으니
이 세상ㆍ앞 세상ㆍ지난 세상에
있다는 모든 법 옳지 않다네.

“선남자야, 이런 이치로 부처님ㆍ보살ㆍ성문ㆍ연각이 차별이 있기도 하고 차별이 없기도 하다.”
문수사리가 찬탄하였다.
“참으로 부처님 말씀과 같으니, 제가 지금에야 부처님ㆍ보살ㆍ성문ㆍ연각이 차별이 있기도 하고 차별이 없기도 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가섭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부처님ㆍ보살ㆍ성문ㆍ연각의 성품이 차별이 없다는 데 대하여 바라건대 여래께서 널리 분별하셔서 모든 중생을 이익 되고 안락하게 해주십시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자세히 들어라. 너를 위해 말하겠다. 선남자야, 비유하면 다음과 같다. 어떤 장자가 젖소를 많이 길렀는데 여러 가지 빛깔이 있었다. 한 사람을 시켜 맡아 기르게 하였는데, 이 사람이 어느 때에 제사를 지내기 위하여 여러 소의 젖을 짜서 한 그릇에 담았다. 그랬는데 여러 소의 젖빛이 똑같이 흰 것을 보고 문득 깜짝 놀랐다. 그리하여 ‘소의 색깔이 제각기 다른데, 우유 색깔은 어찌하여 모두 같을까?’ 하고 생각하였다. 그러다가 모든 것이 중생들의 업보의 인연이어서 우유 색깔이 같은 줄을 알았다.
선남자야, 성문ㆍ연각ㆍ보살도 그러하여 불성이 마찬가지인 것이 우유 색깔과 같다. 왜냐하면 번뇌가 없어짐이 같은 까닭이다. 그런데 중생들은 ‘부처님ㆍ보살ㆍ성문ㆍ연각이 차별이 있다’ 하고 어떤 성문과 범부들은 ‘3승이 어찌하여 차별이 없는가?’하고 의심하다가 이 사람들이 오랜 뒤에야 모든 3승의 불성이 마찬가지임을 스스로 이해하였다. 마치 저 사람이 우유의 색깔이 업보의 인연 때문임을 깨달은 것과 같다.
또 선남자야, 마치 금광의 쇳돌이 불리고 단련되어 쇠똥과 찌꺼기를 없애고 순금이 된 뒤에야 값이 한량없이 되듯이 선남자야, 성문ㆍ연각ㆍ보살도 그와 같아서 마찬가지 불성을 이루는 것이다. 왜냐하면 번뇌를 제거한 까닭이니 금광에서 찌꺼기를 제거하는 것과 같다. 이런 이치로 모든 중생의 불성이 마찬가지로 차별이 없다는 것이다. 먼저 여래의 비밀한 법장을 듣고 뒤에 성불할 때에 자연히 알게 되는 것이니 저 장자가 우유의 모양이 같은 것을 아는 것과 같다. 왜냐하면 한량없는 억의 번뇌를 끊은 까닭이다.”
가섭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만일 모든 중생에게 불성이 있다고 하면 부처님과 중생이 무슨 차별이 있겠습니까? 이렇게
말하는 이는 허물이 클 것입니다만, 또 중생들이 모두 불성이 있으면 무슨 인연으로 사리불들은 소열반(小涅槃)에 들고 연각은 중(中)열반에 들고 보살들은 대(大)열반에 듭니까? 이 사람들의 불성이 같다면 어찌하여 다 함께 여래의 열반으로 열반하지 않습니까?”
“선남자야, 여러 부처님들이 얻는 열반은 성문이나 연각이 얻을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대열반을 선유(善有)라고 하는 것이며, 세상에 부처님이 없다 면 2승(乘)이 두 가지 열반을 얻는 일이 없지 않을 것이다.”
가섭이 다시 여쭈었다.
“그 이치가 무엇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한량없고 끝없는 아승기겁 전에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셔서 3승(乘)을 열어 보이셨다. 선남자야, 너의 말과 같이 보살과 2승의 차별이 없다는 것은, 내가 먼저 여래의 비밀한 법장인 대열반에서 그 뜻을 말하였다. 아라한은 선유(善有)가 없다. 왜냐하면 아라한들도 마땅히 대열반을 얻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뜻으로 대열반에는 끝까지 즐거움이 있는 것이며, 그래서 대반열반(大般涅槃)이라고 말하는 것이다.”
가섭이 말하였다.
“부처님의 말씀과 같으니 제가 이제야 차별의 뜻과 차별이 없는 뜻을 알았습니다. 왜냐하면 모든 보살ㆍ성문ㆍ연각이 다음 세상에서 마땅히 대반열반으로 나아갈 것이 마치 모든 강물이 바다로 가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므로 성문이나 연각들을 모두 항상하다 이름하며 무상이 아닌 것이다. 이런 뜻으로 차별이 있기도 하고 차별이 없기도 한 것이다.”
가섭이 여쭈었다.
“어찌하여 성품이 차별하다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성문은 우유와 같고, 연각은 타락과 같고, 보살은
생소ㆍ숙소와 같고, 부처님 세존은 제호와 같다. 그러므로 대열반 중에 네 가지 성품이 차별이 있다고 말하였다.”
가섭이 다시 여쭈었다.
“모든 중생의 성품 모양[性相]은 어떠합니까?”
“선남자야, 소가 처음 났을 때에는 젖과 피가 나뉘지 않은 것과 같으니, 범부의 성품에 모든 번뇌가 섞인 것도 그와 같다.”
가섭이 다시 여쭈었다.
“구시나성(拘尸那城)에 환희(歡喜)라는 전타라가 있는데 부처님께서 그에게 수기하시기를 ‘이 사람이 한 번 발심함으로 말미암아 오는 세상에 이 세계에서 천 부처님 중에 한 사람으로서 위없이 진정한 도를 이룰 것이다’라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존자 사리불이나 목건련 등에게는 빨리 부처님 도를 이루리라고 수기하지 않으십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어떤 성문ㆍ연각ㆍ보살들이 서원하기를 ‘나는 오래오래 바른 법을 보호하다가 나중에 위없는 부처님 도를 이루겠다’고 하였는데, 빨리 이루려는 원을 내었으므로 빨리 수기하시는 것이다. 또 선남자야, 어떤 장사치가 훌륭한 보배를 가지고 시장에 가서 팔려고 할 때에, 어리석은 사람이 보고 보배인 줄을 알지 못하고 우습게 생각하고 말았다. 그러자 보배의 주인이 소리 높여 ‘이 보배는 값이 한이 없다’고 말하였다. 그러나 그 말을 듣고도 웃으면서 서로 말하기를 ‘이것은 참 보배가 아니고 파리 구슬이다’라고 하였다.
선남자야, 성문ㆍ연각도 그와 같다. 빨리 성취한다는 수기를 들으면 게으르고 우습게 여기며 천박하게 생각하니 마치 어리석은 사람이 참된 보배를 모르는 것과 같다. 오는 세상에 여러 비구들이 선한 법을 부지런히 닦지 못하여, 가난하고 곤궁하며 굶주림에 쪼들리다가 그런 까닭으로 출가하여 몸을 부지하여 가면서도 마음이 경조(輕躁)하고 옳지 못하였다. 그런데 만일 여래가 성문들에게 빠르게 수기를 주었다는 말을 들으면 크게 웃으면서 업신여기고 훼방할 것이다. 이런 이는 곧 계율을 파한 자이며,
과인법(過人法)을 얻었다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빠르게 원을 세우면 빠른 수기를 주고, 바른 법을 보호하는 이는 멀게 수기를 주는 것이다.”
가섭보살이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보살마하살이 어떻게 하면 파괴되지 않는 권속을 얻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가섭아, 만일 보살이 부지런히 정진하고 바른 법을 보호하려고 하면, 이런 인연으로 얻은 권속은 막고 파괴할 수 없다.”
가섭보살이 다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무슨 인연으로 중생들의 입술이 마르고 타는 일이 생깁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가섭아, 삼보가 항상 있는 줄을 알지 못하면 이 인연으로 입술에 마르고 타는 일이 생기는 것이다. 마치 사람이 입맛이 나빠지면 달고 쓰고 맵고 시고 짜고 싱거운 여섯 가지 맛의 차별을 알지 못하듯이, 모든 중생들이 어리석고 지혜가 없어 삼보가 항상 머무는 법인 줄을 알지 못하면 그것을 일러 입술에 마르고 타는 일이 생긴다고 한다.
또 선남자야, 만일 중생으로서 여래가 항상 머무는 줄을 알지 못하면 이런 사람은 배냇소경이 되고, 여래가 항상 머무는 줄을 알면 이 사람은 육안(肉眼)을 가졌더라도 나는 천안(天眼)이라고 말한다.
또 선남자야, 여래가 항상한 줄을 아는 이가 있으면, 이 사람은 오래전부터 이런 경전을 닦은 사람이므로 나는 그런 이를 천안이라 하고, 비록 천안을 가졌더라도 여래가 항상한 줄을 알지 못하면 이 사람은 육안이라고 한다. 이런 사람은 자기의 팔다리와 수족까지도 알지 못하고 다른 이로 하여금 알게 하지도 못하는 것이므로 육안이라고 하는 것이다.
또 선남자야, 여래는 항상 모든 중생에게 부모가 되니 무슨 까닭인가? 모든 중생이 가지각색 형상을 가져서
두 발도 있고 네 발도 있고, 발이 열 개이기도 하고 발이 없기도 하다. 그런데 부처님께서는 한 가지 음성으로 법문을 말씀하시니 저 여러 종류들이 제각기 이해하며 찬탄하기를, ‘여래가 지금 나를 위하여 법을 말씀하신다’고 말할 것이다. 그런 뜻으로 부모라고 하는 것이다.
또 선남자야, 사람이 아기를 낳아 16개월이 되면 비로소 말을 하면서도 음성이 분명하지 못하여 알아듣기 어렵다. 그래서 그 부모가 아기에게 말을 가르치려고 일부러 아기의 말을 본떠서 차츰차츰 가르친다면, 그 부모의 말을 바르지 못하다고 하겠는가?”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선남자야, 부처님들도 그와 같아서 중생들의 가지가지 음성을 따라서 법을 말하여 부처님의 바른 법에 머무르게 하느라고, 그들이 볼 수 있는 대로 가지가지 형상을 나타낸다. 이렇게 여래가 저들의 말을 본뜨는 것을 바르지 못하다 하겠는가?”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왜냐하면 여래의 말씀은 사자후와 같아서, 세상의 여러 가지 음성을 따라서 중생들에게 미묘한 법문을 찬탄하며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5. 일체대중소문품[一切大衆所問品]

그때 부처님께서 입으로 푸른빛ㆍ누른빛ㆍ붉은빛ㆍ흰빛ㆍ분홍빛ㆍ자줏빛 등 가지각색 광명을 놓아서 순타의 몸을 비추었다. 순타는 광명을 받고 권속과 여러 가지 음식을 가지고 부처님 계신 곳으로 빨리 나아갔다. 여래와 비구들에게 마지막 공양을 올리고자, 가지가지 그릇에 가득하게 담아 가지고 부처님 계신 곳에 이르렀다.
그때 대위덕(大威德) 천인이 앞을 막고 두루 돌면서 순타에게 ‘아직은 받들어 올리지 말고 멈추어라’고 말하였다.
그때 여래께서 다시 한량없고 그지없는 가지가지 광명을 놓으니, 하늘 대중들이
이 광명을 보고 순타가 앞으로 가서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도록 허락하였다.
그때에 하늘 사람과 중생들이 자기들이 가지고 왔던 공양거리를 가지고 부처님 앞에 나아가 꿇어앉아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바라건대 여래시여, 비구들에게 이 공양을 받도록 허락하십시오.’
비구들이 때가 이른 줄 알고 가사와 발우를 가지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망설이고 있었다.
그때 순타가 부처님과 스님들을 위하여 가지각색 사자보좌(師子寶座)를 베풀고, 법과 일산을 달고, 꽃과 향과 영락을 차려 놓으니 삼천대천세계가 아름답고 미묘하게 장엄되어 마치 서방의 극락세계와 같았다.
그때 순타가 부처님 앞에 서서 근심하고 슬퍼하면서 다시 여쭈었다.
“바라건대 여래시여, 저희들을 가엾이 여기셔서 한 겁이나, 한 겁이 조금 모자라게라도 세상에 머물러 계셔주십시오.”
부처님께서 순타에게 말씀하셨다.
“순타여, 네가 나로 하여금 오래 이 세상에 있게 하려거든 마지막 보시바라밀을 구족하게 빨리 받들어라.”
그때 여러 보살마하살과 하늘 사람ㆍ세간 사람과 여러 무리들이 입은 다르나 같은 음성으로 이렇게 말하였다.
“기특하다. 순타는 큰 복덕을 성취하여 여래로 하여금 훌륭한 마지막 공양을 받으시게 하였지만, 우리들은 복이 없어 마련한 공양거리도 부질없게 되었다.”
그때 부처님께서 모든 대중의 소망을 만족하게 하려고 당신의 몸에 있는 털구멍마다 한량없는 부처님들을 변화로 내셨다. 그 한분 한분의 부처님들께는 각각 무량한 비구승단이 있었고, 부처님들과 모든 대중들이 다 같이 공양을 받는 것을 보이셨다. 그리고 석가여래께서는 순타가 받들어 올린 공양을 받으셨다. 순타가 가지고 온 여러 가지 음식은 마가다국의 용량으로 8곡(斛)이나 되었는데 부처님의 신통으로 모든 대중들이 만족하게 먹었다.

순타는 그것을 보고 뛸 듯이 기쁜 마음이 헤아릴 수 없었고 모든 대중들도 그러하였다. 그때 대중들이 부처님의 뜻을 받들어 제각기 생각하였다.
‘여래께서는 지금 우리의 공양을 받으셨으니 오래지 않아 열반에 드실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니 마음이 기쁘고도 슬펐다.
그때 숲이 들어선 땅이 좁았으나 부처님의 신력으로 바늘 끝 같은 곳에서 한량없는 부처님과 권속들이 모여 앉아 먹었으며 먹는 음식도 차별이 없었다. 그때 천신과 인간과 아수라 등이 울고 슬퍼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여래께서 오늘 우리의 마지막 공양을 받으시니, 공양을 받으신 뒤에는 열반에 드실 것이다. 우리들은 다시 누구에게 공양할 것인가? 우리가 이제 무상사(無上師)이며 조어장부(調御丈夫)이신 부처님을 여의면 아주 눈이 없는 소경이 되고 말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때 세존께서 모든 대중을 위로하시려고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슬프게 탄식 말아라.
부처님의 법이란 으레 그런 것
나는 이미 열반에 들어간 지가
한량없는 세월을 지났으며

나는 항상 훌륭한 낙을 받으며
영원히 편안한 데 있게 되었다.
너희들 마음을 다하여 이 말 들어라.
내가 이제 열반을 말하겠다.

나는 이미 밥 먹을 생각을 떠났으며
어느 때나 기갈을 걱정 않는다.
오늘 마땅히 너희들을 위하여
원하는 것을 따라 말한다.

모든 대중들로 하여금
모두 다 편안한 낙 얻게 하리니
너희들 듣고서 정성 다하여
항상 있는 불법을 닦아 행하라.

까마귀와 올빼미 두 마리 새가
한 나무에 의좋게 깃들여 살며
형제처럼 정답게 지내다가도
필경에는 영원히 열반하지만

여래는 모든 중생 굽어보기를
외아들 라후라와 같이 여기어
항상 중생들의 존경받는 이가 되니
어찌 영원히 열반하리오.

뱀과 쥐와 이리들 여러 짐승이
한 구멍에 의좋게 깃들여 살며
형제처럼 서로들 사랑하다가도
필경에는 영원히 열반하지만

여래는 모든 중생 굽어보기를
외아들 라후라와 같이 여겨
항상 중생들의 존경받는 이가 되니
어찌 영원히 열반하리오.

칠엽(七葉)나무 구린내 꽃이 변하여

바리사가 향기로운 꽃이 되거나
가류가(迦留迦) 나무 변하여
진두(鎭頭) 나무 되어도

여래는 모든 중생 굽어보기를
외아들 라후라와 같이 하는데
어찌 자비한 맘 아주 버리고
영원히 열반에 들어가리오.

만일에 어리석은 일천제가
현재의 몸으로 부처님 도를 이루어
영원히 즐거움에 있다 하여도
필경에는 열반에 들어가지만

여래는 모든 중생 굽어보기를
모두 다 라후라와 같이 하는데
어찌 자비한 맘 아주 버리고
영원히 열반에 들어가리오.

가령 저 많은 모든 중생들
한꺼번에 부처님 도를 이루어
수없는 근심 걱정 여의더라도
필경에는 열반에 들어가지만

여래는 모든 중생 굽어보기를
모두 다 라후라와 같이 하는데
어째서 자비한 맘 아주 버리고
영원히 열반에 들어가리오.

가령 모기의 오줌이
온 땅을 적셔서 무너뜨리고
모든 산과 하천과
바다에 가득 찬대도

이와 같은 일들은
이내 열반에 들어가지만
자비로 모든 중생 굽어보기를
모두 다 라후라와 같이 하여
항상 중생들의 존경 받는 이 되니
어찌 영원히 열반하리오.

그러므로 너희는
바른 법 깊이 즐겨
부질없이 근심과 걱정을 내어
부르짖어 울거나 통곡 말아라.

만일에 바른 행을 배우려거든
여래의 항상함을 닦을 것이며
이러한 묘한 법이 항상 있어서
변하지 않는 줄 살펴보고

삼보가 어느 때나 항상 있음을
마음속 간절하게 늘 생각하
이것으로 큰 보호 얻게 되리니
죽은 나무 꽃피고 열매 맺듯 하는구나.

이런 것을 삼보라 이름하니
사부대중은 이 말을 잘 들어 두라.
듣고 환희하는 마음을 내어
위없는 보리심을 일으켜라.

삼보가 이 세상에 항상 머물러
참 이치와 같은 줄 확실히 알면
이것이 시방 삼세 모든 부처님
가장 높아 위없는 서원이라네.

어떤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들이 여래의 가장 높은 서원으로 원을 세우면 이 사람은 어리석은 생각이 없고 공양을 받을 만하다고 알아야 한다. 그리고 이 원력과 공덕의 과보는 세상에 가장 훌륭하기가 아라한과 같다. 만일 삼보가 항상한 줄을 알아보지 못하면 그는 곧 전타라이며,
삼보가 항상 머무는 줄을 아는 이가 있으면 이 진실한 법의 인연으로 괴로움을 여의고 안락할 것이며, 시끄럽게 하거나 해를 끼치며 방해할 이가 없을 것이다.”
그때 인간과 천신 대중과 아수라들은 이 법문을 듣고 뛸 듯이 즐거운 마음이 한량없었다. 마음이 부드럽고 번뇌가 소멸되어 높고 낮은 생각이 없어지고 거동이 깨끗하며, 얼굴이 화평하여 부처님께서 항상 머무시는 줄을 안다. 그런 까닭에 여러 가지 천상의 공양거리를 베풀고 가지각색 꽃과 가루향ㆍ바르는 향을 흩으며 하늘의 풍악을 울려 부처님께 공양하였다.
그때 부처님께서 가섭보살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너는 이 무리들의 희유한 일을 보느냐?”
가섭보살이 대답하였다.
“보았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한량없고 그지없고 헤아릴 수 없는 천신과 인간의 여러 대중이 받드는 공양을 받으시는 것을 보았습니다. 또한 여러 부처님의 장엄하신 큰 몸으로 앉으신 곳이 바늘 끝 같은데, 많은 대중이 둘러앉아도 조금도 비좁지 않음을 보았습니다. 또 대중이 모두 서원을 세워 13게송을 말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또 대중이 각각 생각하기를 ‘여래께서 지금 나의 공양만을 받으신다’고 함을 알았습니다. 가령 순타가 받든 음식을 모두 부수어 티끌을 만들어 한 부처님께 한 티끌씩 드려도 오히려 부족할 것을, 부처님의 신통력으로 모든 대중에게 만족하게 하시는 것을 오직 모든 보살마하살 및 문수사리 법왕자 등만이 그런 매우 드문 일을 알았습니다. 이는 모두 여래께서 방편으로 나타내시는 것이니 성문 대중과 아수라들도 여래가 항상 머무는 법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때 세존께서 순타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지금 본 것이 매우 드물고 기특한 일인 것을 아느냐?”
“참으로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먼저 보았던 것은 한량없는
부처님들의 32상(相)와 80종호(種好)로 몸을 장엄한 것이었는데, 지금은 모두가 보살마하살이 되어 그 신체와 용모가 우뚝하고 특이하며 뛰어난 것을 봅니다. 그리고 오직 부처님만이 그 몸이 마치 약 나무[藥樹] 같고 여러 보살마하살 등에게 호위되는 것을 봅니다.”
“순타여, 네가 먼저 보았다는 한량없는 부처님께서는 모두 나의 화신으로서 모든 중생들을 이익 되게 하여 즐거움을 얻게 하려는 것이다. 그러한 보살마하살들이 행하는 일은 헤아릴 수 없어서 많은 부처님의 일을 하는 것이다. 순타여, 너도 지금 보살마하살의 행을 성취하여 10지에 머물렀으며 보살의 행할 바를 구족하게 성취하였다.”
가섭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진실로 그렇습니다. 부처님의 말씀과 같이 순타가 닦아 이룬 보살의 행을 저도 따라서 기뻐하며 지금 여래께서 오는 세상의 한량없는 중생들에게 크게 밝음을 지으시려고 이 대승 『대열반경』을 말씀하시는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온갖 경전의 말씀에는 남긴 뜻이 있습니까, 남긴 뜻이 없습니까?”
“선남자야, 내가 말한 것은 남긴 뜻이 있기도 하고, 남긴 뜻이 없기도 하다.”
순타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이런 게송을 말씀하셨습니다.

내게 있는 모든 것을
여러 곳에 보시하면
찬탄은 할지언정
손해될 건 하나 없네.

세존이시여, 이 게송의 뜻은 무엇이며, 계율을 지키는 것과 계율을 파하는 것이 무슨 차별이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한 사람만 제외하고는 다른 사람들에게 보시하는 것은 모두 찬탄할 만하다.”
“한 사람만 제외한다고 하셨는데 누구입니까?”
“이 경에서 말하는, 계율을 파괴한 자이다.”
“저는 지금 알지 못하니 말씀하여 주십시오.”
“순타여, 계율을 파한 것은
일천제이다. 그 외에는 누구에게 보시하여도 모두 찬탄할 일이며 큰 과보를 얻을 것이다.”
“일천제라는 것은 그 뜻이 무엇입니까?”
“순타여,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로서 추악한 말로 바른 법을 비방하거나, 이런 죄업을 짓고도 참회하지 않으며 부끄러운 생각이 없으면 이런 사람을 일천제로 나아간다고 한다. 그리고 4중금을 범하거나 5역죄를 짓거나 하고, 이러한 중대한 일을 저지른 줄을 알면서도 애초부터 두렵거나 부끄러운 마음이 없어 털어놓고 참회하지 않으며, 부처님의 법을 보호하고 건설할 마음이 조금도 없으며, 훼방하고 천대하며 말에 허물이 크면 이런 사람도 일천제로 나아간다고 한다. 또 만일 불ㆍ법ㆍ승 삼보가 없다고 말하면 이런 사람도 일천제로 나아간다고 하니 이런 일천제를 제외하고는 다른 이에게 보시하는 것은 모두 찬탄할 일이다.”
그때 순타가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파계라고 말씀하신 것은 무슨 뜻입니까?”
“만일 4중금을 범하거나 5역죄를 지으며 바른 법을 비방하면, 이런 사람을 계율을 파괴했다고 한다.”
순타가 다시 여쭈었다.
“이렇게 파계한 자도 제도할 수 있습니까?”
“순타여, 인연이 있으면 제도할 수 있다. 만일 법복(法服)을 입고 있으면 아직 멀리 버려지지 않았으며, 마음에 부끄러움과 두려움을 항상 품고 스스로 책망하기를 ‘애달프다, 어찌하여 이런 중한 죄를 범하였으며, 괴로워라, 어찌하여 이런 고통의 법을 지었는가?’ 하여 스스로 깊이 뉘우치거나 법을 보호할 마음을 내어 바른 법을 세우려 하거나 ‘법을 보호하는 이는 내가 공양할 것이며, 대승경전을 읽는 이가 있으면 내가 뜻을 묻고 받아 지녀 읽고 외우고
통달하고 나서 다른 이에게 분별하여 해설하겠다’고 하면, 나는 이런 사람은 파계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선남자야, 왜냐하면 마치 해가 뜨면 모든 어둠과 가렸던 티끌을 없앨 수 있듯이, 이 대열반의 미묘한 경전이 세상에 나타나면 중생들이 한량없는 세월에 지은 죄업을 소멸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경에서는 ‘바른 법을 보호하면 큰 과보를 얻으며 파계한 이를 제도한다’고 하였다.
만일 바른 법을 비방한 이가 스스로 뉘우치고 법으로 다시 돌아와서 자기가 지은 나쁜 짓들이 저 자신을 해롭게 하는 것과 같은 줄을 알고, 두려운 마음을 내어 놀라고 부끄러워하더라도 바른 법이 아니고는 구제할 수 없다. 그러므로 마땅히 바른 법으로 돌아와야 한다. 이렇게 말한 것처럼 귀의하는 이에게 보시하면 한량없는 복을 얻을 것이며, 세상에서 마땅히 공양을 받을 만하다고 이르게 된다.
만일 그러한 죄를 범하고도 한 달이나 보름이 되도록 귀의하여 털어놓고 참회할 생각을 내지 않는 이에게 보시하면 얻는 과보가 매우 적을 것이다. 5역죄를 지은 것도 그와 같아서 뉘우치는 생각을 내고 속으로 부끄러워하며, ‘내가 저지른 나쁜 짓은 대단히 괴로움을 받을 것이니, 내가 마땅히 바른 법을 세우고 보호할 것이다’라고 하면 이런 이는 5역죄라 하지 않는다. 이런 사람에게 보시하면 한량없는 복을 얻을 것이며, 역죄를 짓고도 법을 보호하고 귀의할 마음을 내지 않으면 그런 사람에게 보시하는 것은 복이라고 말하기에는 부족하다.
또 선남자야, 무거운 죄를 범한 자를 분별하여 말할 것이니 너는 자세히 들어라. 죄를 범한 자가 마음을 내어 ‘바른 법은 여래의 비밀한 법장이니 내가 보호하고 세울 것이다’라고 한다면, 그 사람에게 보시하면 좋은 과보를 얻을 것이다.
비유하면 다음과 같다. 어떤 여인이 아기를 배어
해산할 달이 임박하였을 때에, 나라에 흉년이 들고 혼란하여서 다른 지방으로 도망을 갔다가 어느 당집에서 아기를 순산하여 길렀다. 그 뒤에 고국이 안정되고 풍년까지 들었다는 말을 듣고 아기를 데리고 고향으로 오던 길에 항하에 이르렀다. 그런데 물이 불어서 넘치고 물살이 급하여 아기를 업고 건널 수 없었다.
이에 여인이 생각하기를 ‘내가 아기와 함께 빠져 죽을지언정, 아기를 버리고 혼자서만 건널 수는 없다’ 하였다. 그리하여 아기와 함께 죽어서 마침내 천상에 태어났으니, 아기를 사랑하여 함께 건너려 했기 때문이다. 그 여인의 성품은 본래 나빴지만 아기를 사랑한 인연으로 천상에 난 것이니, 4중금과 5역죄를 범하고도 법을 보호하려는 마음을 내는 것도 그와 같다. 먼저는 비록 나쁜 업을 지었더라도 법을 보호하는 인연으로 세간의 위없는 복밭이 되는 것이니 법을 보호하면 이렇게 한량없는 과보가 있는 것이다.”
순타가 다시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만약 어떤 일천제가 스스로 뉘우치고 삼보를 공경하고 공양하고 찬탄하는 이에게 보시하면 큰 과보를 얻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너는 그런 말을 하지 마라. 선남자야, 비유하면 다음과 같다. 어떤 사람이 암마라 열매를 먹고 씨를 뱉어서 버렸다가 다시 생각하기를 ‘그 씨 속에 단 것이 있을 것이다’ 하고, 버렸던 씨를 가져다가 깨물어 먹으니 매우 쓰기만 하였다. 그는 마음으로 후회하였으나 종자를 잃을까 염려하여 도로 주워서 땅에 심고 부지런히 보호하며 거름을 주고 물을 준다면 그 씨가 싹이 나겠느냐?”
“그렇지 않습니다. 세존이시여,
설사 하늘이 감로 비를 내린다고 해도 싹이 날 수 없습니다.”
“선남자야, 저 일천제도 그와 같아서, 선근을 불살라 버렸으니
어떻게 죄를 없앨 수 있겠느냐? 선남자야, 만일 선한 마음을 낼 수 있으면 일천제라 하지 않는다. 선남자야, 이러한 뜻으로 모든 보시한 공덕으로 얻는 과보가 차별이 없지 않다. 왜냐하면 성문에게 보시한 과보가 다르고, 벽지불에게 보시한 과보가 다르다. 오직 여래께 보시한 인연으로 위없는 과보를 얻는다. 그러므로 모든 보시에 차별이 없지 않다고 말하는 것이다.”
순타가 다시 말씀드렸다.
“무슨 까닭에 여래께서 이 게송을 말씀하셨습니까?”
“순타여, 인연이 있어서 나는 이 게송을 말하였다. 왕사성에 있는 어떤 우바새가 깨끗한 신심도 없이 니건자 외도를 믿어 섬기면서 나에게 와서 보시하는 뜻을 물었다. 그 인연으로 이러한 게송을 말하였던 것이다.
또 보살마하살을 위하여 비밀한 법장의 이치를 말한 것이다. 그러면 이 게송의 뜻은 어떠한가? 여럿이라 함은 일부분을 말한 것이니, 보살마하살은 사람 중에 영특한 이라 계행을 지키는 이에게는 필요한 것을 보시하고, 파계한 이는 돌피[稊]나 피[稗]같이 버릴 것이다.
또 선남자야, 나는 옛날에 이런 게송을 말하였다.”

온갖 강은 반드시
굽이쳐서 흐르고
온갖 숲은 반드시
나무라고 말하고

모든 여인은 반드시
아첨하는 마음 품었고
모든 자재는 반드시
안락함을 받는다.

그때 문수사리보살마하살이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벗어 메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온갖 강이 반드시
굽이치는 것은 아니고
온갖 숲을 반드시
나무라고 하지는 않으며

모든 여인이 반드시
아첨하는 것은 아니고

온갖 자재가 반드시
안락한 것이 아닙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게송은 그 뜻이 미진한 것이 있으니, 바라건대 불쌍히 여기셔서 그 인연을 말씀해주십시오. 왜냐하면 세존이시여, 이 삼천대천세계에 구야니(拘耶尼)라고 하는 대륙이 있고 그곳에는 곧게 흐르고 굽이치지 않는 강이 있습니다. 그 이름을 사바야(娑婆耶)라고 하는데, 이 강은 마치 활줄같이 서해로 들어갑니다. 이런 강의 모습을, 다른 경전에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지 않으셨으니, 바라건대 여래께서 이 방등 아함경에서 미진한 뜻이 있음을 말씀하시고 보살들로 하여금 깊이 이해하게 하십시오.
세존이시여, 어떤 사람이 먼저 금광을 알고도 뒤에 순금을 알지 못하듯이 여래도 그러하여 법을 모두 아시고도 연설하심에는 미진함이 있습니다. 여래께서 비록 이렇게 미진한 말씀을 하시나, 마땅히 방편으로 그 뜻을 해설하셔야 할 것입니다.
온갖 숲이 반드시 나무라 하지만 그것도 미진한 것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갖가지 금과 은과 유리로 만든 보배 나무도 숲이라 이름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온갖 여인은 반드시 아첨하는 맘을 품는다는 말도 미진한 것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여인들 중에도 계율을 잘 지니고 공덕이 성취되어 대자비심을 가진 이가 있기 때문입니다.
온갖 자재한 이는 반드시 안락을 받는다는 것도 역시 미진한 것입니다. 왜냐하면 자재한 이는 전륜왕인데, 여래인 법왕은 죽는 마군에 속하지 않아 아주 멸도하지 않으며, 범천왕과 제석천왕이 비록 자재하나 모두 무상합니다. 항상 있고 변하지 않아야 자재하다 할 것이니 그것은 대승의 대반열반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너는 지금 참으로 말 잘하는 변재[樂說之辯]를 얻었지만, 아직 잠자코 들어라. 문수사리야, 비유하면 다음과 같다. 어떤 장자가 몸에 병이 생겨서 의원에게 진찰하였더니 의원이 살찌는 약을 지어 주었다. 그때 환자가 많이 먹으려고 하니 의원이
말하였다.
‘만일 소화할 수 있으면 많이 먹어도 되지만 그대는 지금 몸이 쇠약하여 많이 먹을 수 없다. 이 약은 감로라고도 하고 독약이라고도 하나, 많이 먹고 소화하지 못하면 독약이 된다.’
선남자야, 너는 이 의원의 말이 이치를 어기고 잃은 것이어서 약의 효력을 상실한다고 말하지 마라. 선남자야, 여래도 그와 같아서 여러 국왕ㆍ후비ㆍ태자ㆍ왕자ㆍ대신들을 위한 것이니, 바사닉왕의 왕자와 후비가 교만한 마음이 있으므로 그것을 조복하기 위하여 공포를 나타내고자 하였음이 저 의원과 같으니 게송으로 말하겠다.

온갖 강은 반드시
굽이쳐서 흐르고
온갖 숲은 반드시
나무라고 말하고

온갖 여인은 반드시
아첨하는 맘 품었고
온갖 자재는 반드시
안락함을 받는다.

문수사리야, 그대는 여래의 말이 새거나 잃어버리는 것이 없다고 알아야 한다. 이 땅덩이는 설사 뒤집힐 수 있을지라도 여래의 말은 끝까지 새거나 잃어버리는 것이 없다. 이런 이치로 여래의 말은 모두 미진함이 없는 것이다.”
그때 부처님께서 문수사리를 칭찬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선남자야, 그대는 오래전부터 이런 이치를 알건만 여러 사람을 딱하게 여기며 중생들로 하여금 지혜를 얻게 하려고 나에게 그런 게송의 뜻을 묻는구나.”
그때 문수사리 법왕자가 또 부처님 앞에서 게송을 읊었다.

다른 이가 하는 말은
어기지 말고 따르며
다른 이의 하고 안함
꼬치꼬치 보지 말고

자기 몸의 잘잘못만
자세하게 살펴라.

“세존께서 이렇게 이 법의 약을 말씀하시는 것은 바른 말씀이 아닙니다. 다른 이의
하는 말은 어기지 말고 따르라는 것에 대해 바라건대 바르게 말씀해주십시오. 왜냐하면 세존께서는 항상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96종의 모든 외도들은 나쁜 길로 가고, 성문 제자들은 바른 길로 나아간다.’
만일 금기와 계율을 잘 지니고 위의를 갖추어 모든 행동을 조심하면, 이런 사람은 바른 법을 좋아하고 좋은 길로 향할 것인데, 어찌하여 여래께서 아홉 종류 경전 중에서 다른 이를 헐뜯는 것을 보시면 문득 꾸중하셨습니까? 이 게송은 어떠한 뜻입니까?”
부처님께서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내가 이 게송을 말한 것은 온갖 중생을 모두 두고 한 말이 아니고, 그때 다만 아사세왕을 위한 말이다. 모든 부처님 세존께서는 인연이 없으면 끝내 어기는 말씀을 하지 않지만, 인연이 있으면 곧 말씀하신다. 선남자야, 아사세왕이 그 아버지를 해치고 나에게 와서 나를 꺾어보려고 물었다.
‘세존께서는 온갖 지혜가 있습니까, 온갖 지혜가 없습니까? 만일 온갖 지혜가 있다면 조달이 한량없이 오래전부터 나쁜 마음을 품고 여래를 해치려 하였는데, 어찌하여 여래는 그의 출가를 허락하셨습니까?’
선남자야, 이런 인연으로 내가 이 임금을 위하여 이 게송을 말하였던 것이다.

다른 이의 하는 말은
따라가며 어기지 말고
다른 이의 하고 안함
꼬치꼬치 보지 말고

자기 몸의 잘잘못만
자세하게 살펴라.

그리고 왕에게 이렇게 말했다.
‘그대는 지금 아버지를 살해하여 가장 무거운 무간(無間) 지옥의 역죄를 지었으니 마땅히 털어놓고 참회하여 깨끗하게 되기를 구해야 할 것인데, 어찌하여 남의 허물만 보려고 하느냐?’
선남자야, 이런 뜻으로 내가 그 임금을 위하여 그런 게송을 말하였다.
또 선남자야, 계율을 보호하여 깨뜨리지 않고 위의를 잘 성취하면서 다른 이의 허물을 보는 이를 위하여서
그런 게송을 말하였다. 만일 어떤 사람이 다른 이의 가르침을 받아 여러 가지 나쁜 짓을 떠나고, 또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나쁜 짓을 떠나게 하면 이런 사람은 곧 나의 제자이다.”
그때 세존께서는 문수사리에게 다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중생마다 칼과 몽둥이 너도나도 무서워라.
제 목숨을 사랑하지 않는 이가 없으련만
내 마음 생각하여 남의 마음 아우를 수 있으니
살생도 하지 말고 때리지도 말아라.

그때 문수사리가 다시 부처님 앞에서 게송으로 말씀드렸다.

중생마다 칼과 몽둥이 무서워하지 않으며
사람마다 제 목숨을 사랑하는 것도 아닙니다.
제 마음을 생각하여 남의 마음 아우를 수 있으니
착한 방편 부지런히 닦아야 하리.

“그런데 여래께서 이런 법문을 말씀하신 뜻에도 미진함이 있습니다. 왜냐 하면 아라한과 전륜왕과 옥녀(玉女)와 보배 코끼리[象寶]ㆍ보배 말[馬寶]ㆍ주장대신(主藏大臣) 들은 천신이나 인간 및 아수라 등이 칼을 들고 해치려 하여도 결코 해칠 수 없습니다. 용사와 열녀와 큰 말의 왕이나 짐승의 왕이나 계율 지키는 비구들은 비록 대적해 오더라도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그런 뜻으로 보아서 여래의 말씀하신 게송은 미진함이 있다고 말씀드린 것입니다.
만일 제 마음을 생각하여 남의 마음 안다는 것도 미진함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아라한으로서 제 마음으로 남의 마음을 짐작한다면, 나라는 생각[我想]과 목숨이란 생각[命想]이 있는 것입니다. 만일 나란 생각과 목숨이란 생각이 있다면 마땅히 옹호하여야 할 것이며, 범부들도 아라한을 수행하는 사람이라고 볼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것은 잘못된 소견이며, 잘못된 소견이 있으면 죽어서 아비지옥에 날 것입니다. 또한 아라한으로서 중생에 대하여 해칠 마음을 낸다는 것은 옳지 않으며, 한량없는 중생들도 아라한을 해칠 수가 없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나라는 생각이라 말함은 중생에게 자비한 마음을 내어 살해할 생각이 없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아라한의 평등한 마음이다. 세존께서 인연이 없는데 거스르는 말을 하였다고 말하지 마라.
예전에 왕사성에 큰 사냥꾼이 있었는데, 사슴을 많이 잡아 놓고 나를 청하여 고기를 먹으라고 하였다. 내가 그때 그 청을 받기는 하였으나 중생들에게 자비한 마음 내기를 라후라처럼 하면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너희들도 장수하는 법을 알아서
오래오래 이 세상에 있게 하리니
살해하지 않는 법을 받아 지니면
부처님의 수명같이 오래 살리라.

그리고 나는 또 게송을 말하였다.

중생마다 칼과 몽둥이 너도나도 무서워라.
제 목숨을 사랑하지 않는 이 뉘 있으리.
제 마음을 생각하여 남의 마음 아우를지니
살생도 하지 말고 때리지도 말아라.

훌륭하고 훌륭하다. 문수사리야, 보살마하살들을 위하여 여래의 이와 같은 비밀한 교법을 믿는구나.”
그때 문수사리가 또 이런 게송을 말하였다.

어찌하여 부모를 공경하며
말과 뜻을 따라 존중하여도
어떻게 이런 법 닦아 익히면
무간지옥에 떨어지는 것입니까?

부처님께서 또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탐심과 애욕으로 어머니 삼고
무명과 번뇌로써 아버지 삼아
말과 뜻을 따라서 존중한다면
무간지옥에 떨어져 버린다.

그때 여래가 다시 문수사리를 위하여 거듭 게송을 말하였다.

온갖 일이 남에게 매였을 때엔
그것을 이름하여 괴롭다 하고
온갖 일을 내 맘대로 하게 될 때엔
자재하고 안락하다 말한다.

온갖 것에 교만한 마음을 내면
그 형세가 지극히 포악하니

착하고 어진 이는 어디서라도
온갖 것을 사랑하고 염려한다.

그때 문수사리보살마하살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말씀하신 것이 역시 미진하다 생각되니, 바라건대 여래께서 다시 가엾이 여기셔서 그 인연을 말씀해주십시오. 어떤 장자의 아들이 스승을 따라서 공부할 때 스승에게 매였습니까? 만일 스승에게 매였다 하면 뜻이 성취되지 못하고, 매이지 않았다 해도 성취되지 못하며, 마음대로 자재한다 하여도 성취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므로 여래께서 말씀하시는 것이 미진하다고 하는 것입니다.
다시 또 세존이시여, 비유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왕자가 한 가지를 주장하여 익히지 않아 아무 일도 성취하지 못하면 이것이 자재하고도 어리석어 항상 괴로운 것입니다. 이런 왕자는 자재하다 하여도 뜻이 성립되지 못하고 다른 이에게 매였다 하여도 뜻이 성립되지 않습니다. 이런 이치로 부처님의 말씀하신 뜻은 미진하다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온갖 일이 다른 이에게 매였을 때에도 반드시 괴로움을 받는 것이 아니고, 온갖 일을 마음대로 하여도 반드시 낙을 받는 것이 아니다’라고 하였습니다.
온갖 것에 교만한 마음을 내면 그 형세가 지극히 포악하다는 것도 미진한 말입니다. 세존이시여, 여자들이 교만한 마음으로 출가하여 도를 닦으며 계율을 잘 지키고 위의를 성취하고 6근을 조심하여 산란하게 하지 않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므로 온갖 것에 교만한 마음도 반드시 포악한 것이 아닙니다.
착하고 어진 이는 온갖 사람이 사랑하고 염려한다는 것도 미진한 말입니다. 어떤 이가 속으로 4중금을 범한 뒤에 법복을 버리지 않고 위의를 굳게 지킵니다. 이것을 법을 보호하고 지키는 이가 보고 사랑하지 않으면 이 사람은 죽어서 지옥에 떨어질 것입니다. 만일 어진 사람이라도 중대한 계율을 범하였으면 법을 보호하는 이가 그를 보고는 몰아내어 도복을 벗겨 환속시켜버립니다. 이런 뜻으로 모든 어질고 착한 이를 어찌 반드시 모두 사랑하는 것이라고 하겠습니까?”
그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문수사리야, 인연이 있으므로 여래가 미진한 뜻을 말하는 것이며, 또
인연이 있어서 모든 부처님 여래께서 이 법을 말씀하신 것이다. 어느 때 왕사성에 선현(善賢)이라는 한 여인이 있었다. 친정에 왔다가 나에게 와서 나와 법과 스님들에게 귀의하고 말하기를 ‘온갖 여인은 자재하지 못하고, 온갖 남자는 자재하여 걸리는 데가 없다’고 하였다. 그래서 내가 그때 그 여인의 마음을 알고 그런 게송을 말하였던 것이다. 문수사리야, 착하고 착하다. 네가 지금 모든 중생을 위하여 여래의 이렇게 비밀한 말을 묻는구나.”
문수사리보살이 다시 게송으로 말하였다.

온갖 중생은
음식으로 살아가고
온갖 기운 센 이는
마음속에 질투가 없고

온갖 음식들로 인해서
많은 사람들은 병이 들고
청정을 닦는 모든 수행자는
안락함을 받는다.

“이러한데 세존이시여, 지금 순타가 공양하는 음식을 받으니 장차 여래께서는 공포가 없겠습니까?”
그때 세존께서 다시 문수사리를 위하여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중생들이 모두가
먹어야만 사는 것 아니고
기운 센 이 모두가
질투심 없는 것 아니고

모두 음식으로 인해서
모든 사람이 병든 것 아니고
수행자가 모두 청정행 닦아
안락한 것 아니다.

“문수사리야, 네가 병을 얻으면 나도 역시 그렇게 병을 얻게 된다. 왜냐하면 모든 아라한ㆍ벽지불ㆍ보살ㆍ여래는 실제로는 먹는 것이 아니지만 중생들을 교화하기 위하여 일부러 중생들의 한량없는 보시를 받고 그들의 보시바라밀을 구족하게 하여 지옥ㆍ아귀ㆍ축생을 제도하는 것이다. 여래가 6년 동안 고행하느라고 몸이 수척해졌다는 말은 옳지 않다.

부처님 세존께서는 모든 유(有:再生의 조건)를 뽑아내서 범부들과 같지 않은데 어찌하여 몸이 수척해질 수 있겠는가? 부처님 세존께서는 부지런히 몸과 마음을 닦아서 금강 같은 몸을 얻었으므로 세상 사람의 위험스러운 몸과는 같지 않다. 나의 제자들도 그와 같아서 불가사의 하며 음식을 의지하지 않는다.
기운 센 모든 이들이 질투가 없다는 말도 미진한 말이다. 저 세간 사람들 중에는 일평생에 질투하는 마음이 없으면서도 기운이 없는 이가 있다. 온갖 병이 음식으로 생긴다는 말도 미진한 말이다. 어떤 사람은 객지에서 병을 얻는데, 이른바 칼과 창에 찔리는 이가 있는 것이다. 온갖 깨끗한 행을 닦는 이는 안락을 받는다는 것도 미진한 말이다. 이 세상의 외도들은 범행을 닦으면서도 괴로움을 받는 이가 많다.
그러므로 여래께서 말씀하신 것이 모두 미진하다고 하는 것이다. 그것은 여래가 인연이 없이 이런 게송을 말한 것이 아니고 인연이 있어서 말씀하신 것이라고 한다. 예전에 우선니국(優禪尼國)에 있는 고저덕(羖羝德)이란 바라문이 나에게 와서, 네 번째의 8계재(戒齋)를 받으려 하기에 그때 내가 그 게송을 말하였던 것이다.”
그때 가섭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것을 미진함이 없는 뜻이라 하며 어떤 것을 온갖 이치라 고 하는 것입니까?”
“선남자야, 온갖이라고 하는 것은 도를 돕는 것[助道]만을 제외하고 항상 선한 법을 좋아하는 것을 온갖이라 하며, 또한 미진함이 없다고도 한다. 그 밖에 법들은 미진하다고도 하고 미진함이 없다고도 하니, 법을 좋아하는 선남자들로 하여금 이 미진한 뜻과 미진하지 않은 뜻을 알게 하려는 것이다.”
가섭보살은 마음이 뛸 듯이 즐거워서 한량없었다. 그리하여 부처님께 여쭈었다.
“신기합니다. 세존이시여, 중생들을 평등하게 보시기를 라후라와 같이 하십니다.”
그때 부처님께서 가섭보살을 칭찬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너의 지금 소견이 매우 미묘하고 깊구나.”
가섭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바라건대 여래께서 이 대승의 『대열반경』으로 얻는 공덕을 말씀해 주십시오.”
“선남자야, 이 경의 이름을 듣고 얻는 공덕은 성문이나 벽지불들은 말하지 못하는 것이고 부처만이 아는 것이다. 왜냐하면 헤아릴 수 없는 것이 부처의 경계인데 하물며 경전을 받아 지니고 외워서 통달하고 쓰고 하는 것이겠느냐?”
그때 천신과 인간들과 아수라들이 부처님 앞에서 같은 소리로 게송을 읊었다.

헤아릴 수가 없는 부처님 경계
교법과 승가도 그러합니다.
그러므로 지금 청하오니
바라건대 잠깐만이라도 머물러주십시오.

대가섭과
아난과
다른 권속들이
잠시 머무르길 기다립니다.

마가타국 임금
아사세왕이
지성으로 부처님 사모하면서도
아직도 이 자리에 못 오셨으니

바라건대 부처님 잠깐 동안만
가엾이 여기시고 머물러 계셔서
대중이 많이 모인 이 자리에서
저희의 의심 그물 끊어 주십시오.

그때 부처님께서 여러 대중에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내 법의 맏아들로는
마하가섭으로 하고
부지런히 정진하는 아난 등이
대중의 모든 의심 결단하리니

너희들은 자세히 들어라.
다문제일 아난이 너희들에게
자연히 알려주겠다.
그것이 항상한지 무상한지를

자연히 해석하여 말할 것이니
큰 걱정은 마음에 품지 마라.

그때 대중이 갖가지 물품으로 여래에게 공양하였고, 부처님을 공양한 뒤에는 곧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고, 한량없고 그지없는 항하사 보살들이
초지(初地)에 머물렀다.
그때 세존께서 문수사리보살과 가섭보살과 순타에게 수기하시고 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여러 선남자들아, 자기의 마음을 스스로 닦고 조금도 방일하지 마라. 내가 지금 등에 난 부스럼으로 온몸이 모두 아파서 저 아이들이나 보통 환자들처럼 누워야겠다. 문수사리야, 너희들은 사부대중을 위하여, 대승법을 널리 말하라. 이제 이 법으로 그대들에게 부촉하는 것이며, 가섭과 아난이 오더라도 다시 이런 정법을 부촉할 것이다.”
그때 부처님께서 이 말씀을 하시고 모든 중생들을 조복하려고 몸에 병이 있음을 나타내어 오른쪽 옆구리로 누우시니 마치 병든 사람과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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