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 9권
대반열반경 제9권
북량 천축삼장 담무참 한역
4. 여래성품⑥
부처님께서 가섭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비유하면 다음과 같다. 사람들이 달이 뜨지 않는 것을 보고 달이 없어졌다고 말하면서 없어졌다는 생각을 하지만, 달의 성품은 참으로 없어진 것이 아다. 다른 지방에 달이 뜰 때 그 지방 중생들이 달이 떴다고 하지만 달의 성품은 참으로 나는 일이 없는 것과 같다. 왜냐하면 수미산이 가려서 나타나지 못할 뿐 달은 항상 있는 것이어서 났다 없어졌다 하는 것이 아니다.
여래ㆍ응공ㆍ정변지도 그와 같아서 여래가 삼천대천세계에 나타나 혹 염부제에서 부모를 가지게 되면 중생들은 말하기를 ‘염부제에 나셨다’ 하고, 혹 염부제에서 일부러 열반을 나타내면 여래의 성품은 진실로 열반이 없지만 중생들은 모두 ‘여래가 참으로 열반에 드셨다’ 하는 것이 비유자면 달이 없어졌다고 하는 것과 같다. 선남자야, 여래의 성품은 나고 없어짐이 없지만 중생을 교화하기 위하여 났다 없어졌다 하는 듯이 보이는 것이다.
선남자야, 비유하면 다음과 같다. 여기서 보름달일 때에는 다른 곳에서는 반달로 보이고, 여기서 반달일 때에는 다른 곳에서는 보름달로 보인다. 염부제 사람들은 처음의 달을 보고는 모두 초하루라고 하여 초승달이란 생각을 한다. 달이 둥글어진 것을 보고는 보름이라 하여 보름달이란 생각을 하는 것과 같다. 달의 성품은 이지러지거나 둥글어지는 일이 없고 수미산으로 말미암아 늘었다 줄었다 하는 것이다.
선남자야, 여래도 그와 같아서 염부제에서 혹 처음 나는 것을 보이기도 하고 혹 열반에 드는 것을 보이기도 한다. 처음 나는 것은 초하루 달과 같아서, 모든 사람들이 아기가 처음 났다 하고, 일곱 걸음을 걷는 것은 초이틀 달과 같고, 혹 글방에
들어가는 것은 초사흘 달과 같고, 출가함을 나타내는 것은 여드레 달과 같고, 미묘한 지혜의 광명을 놓아 한량없는 중생의 마군을 깨뜨리는 것은 보름달과 같으며, 혹 32상과 80종호를 나타내어 스스로 장엄하다가 열반을 나타내는 것은 월식하는 것과 같다.
그와 같이 중생들이 보는 것이 한결같지 않아 혹은 반달로 보고 혹은 보름달로 보고 혹은 월식으로 보지만, 달의 성품은 진실로 늘고 줄고 월식되는 일이 없고, 언제나 둥근 달인 것같이, 여래의 몸도 그와 같으므로 항상 머물러 있고 변하지 않는다고 이름한다.
또 선남자야, 비유하면 다음과 같다. 보름달이 모든 곳에 비칠 때에 간 데마다 도시나 시골에나 산ㆍ구렁[澤]ㆍ강물ㆍ우물ㆍ못[池]ㆍ물그릇ㆍ솥에 모두 나타난다. 모든 중생이 백 유순이나 백천 유순 길을 갈 때에도 달이 항상 따라오는 것을 보고는 어리석은 범부들은 허망한 억측을 내어 이렇게 말한다.
‘내가 본래 어떤 도시의 집에서 이 달을 보았는데, 이제 이 못에서도 보니 이것이 본래 보던 달인가, 그 달과 다른 달인가?’
제각기 생각을 달리하여 말하되, 달의 형상이 크고 작은 것을 혹은 ‘소줏고리와 같다’ 하고 혹은 ‘수레바퀴와 같다’ 하고 혹은 ‘49유순과 같다’고 한다. 모든 사람이 달의 광명을 보지만, 혹은 둥글기가 쟁반과 같다 하여, 달은 본래 하나이건만 여러 중생들이 제각기 달리 보는 것과 같다.
선남자야, 여래도 그러하여 세상에 나타나면 어떤 하늘 사람이나 세상 사람은 ‘여래가 지금 내 앞에 있다’고 생각하고, 다시 어떤 중생들도 여래가 지금 자기의 앞에 있는 줄로 생각한다. 어떤 귀머거리나 벙어리는 여래를 볼 때에 귀머거리나 벙어리 같다고 한다. 여러 중생들의
말과 음성이 제각기 다른데, 모두 생각하기를 ‘여래가 자기네 말과 같은 말을 한다’고 하며 또 각각 ‘자기의 집에 와서 자기네의 공양을 받는다’고 한다.
어떤 중생은 여래의 몸이 엄청나게 크다고 보기도 하고 대단히 작다고 보기도 한다. 또 어떤 이는 여래가 성문의 모양이라 보고 혹은 연각의 모양이라 본다. 또 외도들은 여래가 지금 자기네의 도에 들어와서 도를 배운다고 생각하고,
어떤 중생은 여래가 자기를 위하여 세상에 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여래의 참 성품은 달과 같아서 곧 법신이며 나고 없어짐이 없는 몸이지만, 방편으로 나타내는 몸이 세상을 따르느라고 한량없는 본래 업의 인연을 보이는 것이어서 간 데마다 태어나는 줄로 보이는 것이 저 달과 같다. 그러므로 여래는 항상 머물러서 변함이 없다고 하는 것이다.
또 선남자야, 라후라 아수라왕이 손으로 달을 가리면 세상 사람들은 모두 월식을 한다고 하지만 아수라왕은 실제로 월식을 할 수가 없다. 아수라가 달의 광명을 장애하는 까닭일 뿐이다. 달은 둥글어서 이지러지는 것이 아니지만 손으로 가려서 나타나지 못하는 것이다. 만일 손을 떼면 세상 사람들은 달이 도로 소생하였다 하면서 달이 많은 괴로움을 받았다고 말하지만 가령 백천 명의 아수라왕이라도 괴롭게 할 수가 없다.
여래도 그러하여 어떤 중생이 여래께서 계시는 곳에서 나쁜 마음을 내어 부처님 몸에 피를 내며 5역죄를 짓거나, 일천제(一闡提)가 되는 것을 보이는 것은 오는 세상의 중생들을 위해서 이와 같이 승가를 깨뜨리며 법을 끊기게 하여 난처한 일을 보인 것이다. 가령 한량없는 백천 마군이라도 여래의 몸에 피를 낼 수가 없다.
왜냐하면 여래의 몸은 피나 살이나 힘줄이나 골수가 없으며, 여래는
진실하여 괴롭거나 파괴됨이 없기 때문이다. 중생들은 모두 말하기를 교법과 승가가 파괴되고 여래가 없어진다 하지만 여래의 성품은 진실하여 변함이 없고 파괴됨도 없지만 세상을 따르느라고 이렇게 나타내는 것이다.
또 선남자야, 마치 두 사람이 싸울 때에 칼이나 몽둥이로 쳐서 피를 내며 죽게까지 하였더라도 죽이려는 생각을 내지 않았으면 이런 죄업은 그리 중대하지 않은 것과 같이, 여래에 대하여 본래 죽이려는 마음이 없었으면 비록 몸에 피를 내었더라도 그런 죄업은 가볍고 중대하지 않다. 여래도 그와 같아서 오는 세상에서 중생을 교화하기 위하여 업의 과보를 보이는 것이다.
또 선남자야, 비유하면 다음과 같다. 어떤 훌륭한 의사가 아들에게 의술과 처방의 근본을 부지런히 가르치면서 ‘이것은 뿌리 약이고 이것은 줄기 약이며 이것은 빛깔 약이니, 가지각색 모양새를 네가 자세히 알아라’ 하였다. 그 아들이 아버지의 가르침을 공경하고 받들어서 부지런히 배워 익혀 여러 가지 약을 잘 알았다. 그 뒤에 의사가 죽자 아들이 부르짖어 울며 말하였다.
‘아버지가 가르치기를 뿌리 약은 이렇고, 줄기 약은 저렇고, 꽃 약은 어떻고 빛깔과 모양은 이렇다고 하셨다.’
여래도 그와 같다. 중생들을 교화하기 위하여 계율을 제정하면서 마땅히 이렇게 지니고 범하지 말며, 5역죄를 짓거나 정법을 비방하거나 일천제가 되지 말라 하는 것은, 오는 세상에 이런 일을 저지를 사람을 위하여 규모를 보이신 것이다. 비구들로 하여금 부처님 열반하신 뒤에, 이것은 경전의 깊은 이치며, 이것은 계율의 가볍고 중대한 것이며, 이것은 아비담의 분별하는 글귀인 줄을 알게 한 것이니, 마치 의사의 아들과 같다.
또 선남자야, 인간에서 달을 보면 여섯 달 만에 한 번 월식하지만, 위에 있는 하늘에서는 잠깐 동안에 여러 번 월식하는 것을 본다. 왜냐하면
하늘의 세월은 길고 인간의 세월은 짧기 때문이다. 선남자야, 여래도 그러하여 천상이나 인간들이 여래의 수명이 짧다고 하는 것은 천상에서 잠깐 동안에 여러 번 월식을 보는 것과 같다. 여래는 또 잠깐 동안에 백천만억 번 열반하는 것을 보여 번뇌의 마군ㆍ5음의 마군ㆍ죽는 마군을 끊는다.
그러므로 백천만억 하늘의 마군들은 모두 여래가 열반에 드는 줄로 알며 또 한량없는 백천 가지 지나간 업의 인연을 나타내니 세간의 가지가지 성품을 따르기 때문이다. 이렇게 한량이 없고 가없이 헤아릴 수 없는 일을 나타내므로 여래는 항상 머물러서 변하지 않는다.
또 선남자야, 비유하면 다음과 같다. 밝은 달은 중생들이 보기를 좋아한다. 그러므로 달을 요견(樂見)이라 일컫는다. 그러나 중생이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음이 있으면 요견이라 일컫지 못한다. 여래도 그와 같아서 성품이 순일하고 착하고 깨끗하고 때가 없으니 최상의 요견이라 하겠지만, 법을 좋아하는 중생은 보기에 싫어함이 없다. 마음이 나쁜 사람은 우러러 보기를 좋아하지 않는다. 이런 이치로 여래는 밝은 달과 같다고 말한다.
또 선남자야, 해가 뜨는 것은 세 철이 각각 다르니 봄과 여름과 겨울이다. 겨울 해는 짧고 봄철 해는 중간이며 여름 해는 가장 길다. 여래도 그와 같아서 이 삼천대천세계에서 수명이 짧은 이와 성문들을 위하여서 짧은 목숨을 나타내면 그들이 보고 모두 말하기를 ‘여래의 수명이 짧다’ 하니, 이것은 겨울 해와 같고, 보살을 위하여서 중간 목숨을 보이되 한 겁도 되고 좀 모자라는 한 겁을 나타내는 것은 봄철 해와 같고, 부처님만이 부처님의 수명이 한량없음을 보시니 이것은 여름 해와 같다.
선남자야, 여래가 말씀한 대승 방등경전의 비밀한 교법으로 세간에 시현하여 큰
법의 비를 내리신다. 오는 세상에서 어떤 사람이 이 경전을 보호하여 가지고 열어 보이며 분별하여 중생들을 이익 되게 하면, 이런 이는 참된 보살이다. 마치 여름날 무척 더울 때에 단비가 내리는 것과 같다.
성문이나 연각들이 부처님 여래의 비밀한 교법을 듣는 것은 마치 겨울철에 추위 걱정을 만나는 듯하다. 보살들이 이렇게 비밀하게 가르치는 여래는 항상 머물러 변역(變易)하지 않는다는 말을 듣는다면 마치 봄철에 온갖 움이 트는 것과 같다. 여래의 성품은 길고 짧음이 없으면서도 세상을 위하여서 이렇게 나타내는 것이다. 이것이 부처님들의 진실한 법의 성품이다.
또 선남자야, 비유하면 다음과 같다. 모든 별들이 낮에는 나타나지 않는데, 사람들이 말하기를 ‘낮에는 별이 없어진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나타나지 않는 것은 햇빛이 비치기 때문이다. 여래도 그와 같아서 성문이나 연각들이 보지 못하는 것은, 세상 사람들이 낮에는 별을 보지 못하는 것과 같다.
또 선남자야, 캄캄하게 흐릴 때에 해와 달이 나타나지 못하는 것을 어리석은 사람들은 해와 달이 없어졌다고 하는 것과 같으니, 해와 달은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여래의 바른 법이 없어질 때에 삼보가 나타나지 않음도 그와 같아서 아주 영원히 없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여래는 항상 머물러 있고 변함이 없는 줄을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삼보의 참 성품은 모든 때[垢]로 물들일 수 없는 까닭이다.
또 선남자야, 비유하면 다음과 같다. 그믐밤에 혜성(彗星)이 나타나면 그 빛이 찬란한 것이 얼마 동안 떴다가 도로 없어진다. 중생들은 이것을 보고는 상서롭지 못하다는 생각을 하는데, 벽지불들도 그와 같아서 부처님 없는 세상[無佛世]에 출현하신다. 중생들이 이를 보고는 모두 말하기를, ‘여래가 참으로 열반하였다’고 하며 근심과 걱정을 한다. 그러나 여래의 법신은 열반하는 것이 아니니 저 해와 달이
없어지지 않는 것과 같다.
또 선남자야, 마치 해가 뜨면 안개가 모두 걷히는 것과 같으니, 이 대반열반의 미묘한 경전도 그와 같아서, 세상에 일어나 중생들의 귀에 한 번만 지나가도 모든 나쁜 짓과 무간지옥의 죄업이 모두 소멸된다. 이 『대반열반경』의 깊고 묘한 경계는 헤아릴 수 없으며, 여래의 미묘한 성품을 잘 말한 것이다.
이런 이치로 선남자ㆍ선여인들은 여래에 대하여 항상 머물고 변함이 없다는 생각을 일으켜야 한다. 바른 법은 끊어지지 않으며 승보는 없어지지 않는다. 그러므로 마땅히 방편을 닦으며 이 경전을 부지런히 배우면 이 사람은 오래지 않아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경의 이름이 한량없는 공덕으로 이룬 것이라 하며, 보리는 끝날 수 없는 것이라고도 하니 다하지 않는 까닭이다. 그래서 『대열반경』이라고도 하는 것이다. 훌륭한 빛이 여름 해와 같으며, 몸이 가없으므로 대열반이라 이름하는 것이다.
또 선남자야, 마치 해와 달의 광명이 모든 밝은 것 중에 제일이어서, 온갖 광명이 미칠 수 없음같이 『대열반경』의 광명도 그와 같다. 모든 경전의 삼매 광명 중에 가장 훌륭하며, 다른 경전의 삼매 광명으로는 미칠 수 없다. 왜냐하면 『대열반경』의 광명은 중생들의 털구멍까지 들어가는 까닭이며, 중생들이 보리심이 없더라도 그들을 위하여 보리의 인연을 짓게 한다. 그러므로 대반열반이라고 이름한다.”
가섭보살이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대열반경』의 광명이 모든 중생들의 털구멍에 들어가서 중생이 비록 보리심이 없더라도 그들을
위하여 보리의 인연을 짓게 한다’고 말씀하셨지만 그 뜻은 옳지 않겠습니다. 왜냐하면, 세존이시여, 네 가지 중대한 금기(四重禁:4바라이죄)를 범한 이와 5역죄(逆罪)를 지은 이와 일천제들이라도 광명이 그의 몸에 들어가서 보리의 인을 짓는다고 하면, 그런 무리들과 계행을 깨끗이 가지며 선한 일을 닦은 이와는 무슨 차별이 있습니까? 만일 차별이 없다면 여래께서 어찌하여 네 가지 의지할 것을 말씀하셨습니까?
세존이시여, 또 부처님의 말씀에 만일 중생이 『대반열반경』을 들어서 한 번만 귀에 지나가더라도 모든 번뇌를 끊는다고 하셨습니다. 그런데 어찌하여 여래께서 먼저 말씀하시기를 ‘어떤 사람이 항하 모래 수 부처님 계신 데서 보리심을 내었더라도, 『대열반경』을 듣고 뜻을 이해하지 못한다’고 하셨습니까? 만일 뜻을 이해하지 못한다면 어떻게 온갖 번뇌를 끊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일천제를 제외하고는 다른 중생들이 이 경을 들으면 모두 보리의 인연을 지을 것이며, 법문 소리의 광명이 털구멍에 들어가면 결정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다. 왜냐하면 어떤 사람이라도 한량없는 부처님들을 공경하고서야 『대열반경』을 듣게 될 것이며, 박복한 사람은 들을 수 없다. 그 까닭은 큰 공덕을 쌓은 사람이라야 이렇게 큰 법을 들을 수 있을 것이며 용렬한 범부들은 듣지 못한다. 무엇을 크다 하는가? 모든 부처님의 깊고 비밀한 여래의 성품을 말하는 것이니 이런 뜻으로 큰일이라고 하는 것이다.”
가섭보살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어찌하여 보리심을 내지 못한 이가 보리의 인(因)을 얻는다 하십니까?”
“가섭아, 어떤 이가 이 『대열반경』을 듣고 ‘나는 보리심을 낼 필요가 없다’고 말하면서 바른 법을 비방하면 이 사람은 꿈에 나찰의 형상을 보고 마음으로 공포를 일으킨다. 그러면 나찰이 ‘애달프다, 선남자야, 네가
만일 보리심을 내지 않으면 너의 목숨을 끊어버리겠다’고 말한다. 그러면 그 사람이 황망히 두려워하여 깨고 나서는 곧 보리심을 낼 것이다.
그 사람은 죽은 뒤에 3악취[三趣]에 있거나 인간ㆍ천상에 있거나 계속하여 다시 보리심을 생각할 것이니, 이 사람은 대보살마하살인 줄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이런 이치로 『대반열반경』의 거룩하고 신기한 힘이 능히 보리심을 내지 못한 이로 하여금 보리의 인을 짓게 한다고 하는 것이다. 선남자야, 이것을 ‘보살의 마음을 내는 인연’이라 하니, 인연이 없는 것이 아니다. 이런 이치로 대승의 미묘한 경전이 진실로 부처님께서 말씀한 것이라고 한다.
또 선남자야, 비유하면 다음과 같다. 허공에서 큰 구름이 일어나 비가 대지에 쏟아져 내릴 때 죽은 나무나 돌로 된 산에나 높은 둔덕과 두드러진 언덕에는 물이 고여 있지 않고 흘러 내려가서 논과 봇도랑에 가득 차 많은 중생들을 이익 되게 하는 것과 같다. 이 대열반의 미묘한 경전도 그와 같아서 큰 법의 비를 내려 중생들을 윤택하게 하는데, 일천제만은 보리심을 내지 못한다.
또 선남자야, 비유하면 다음과 같다. 볶은 씨앗은 아무리 단비를 맞으며 백천만 년을 지내도 싹이 나지 못한다. 만일 싹이 난다면 그런 경우는 있을 수가 없다. 일천제들도 그와 같아서 비록 대열반의 미묘한 경전을 듣더라도 보리심의 싹을 내지 못한다. 만일 보리심을 낸다면 그런 경우는 있을 수가 없다. 왜냐하면 이 사람은 온갖 선근을 끊어 버렸으므로 저 볶은 씨앗과 같아서 다시는 보리의 싹을 내지 못하는 것이다.
또 선남자야, 물 맑히는 구슬을 흐린 물속에 넣으면 구슬의 위력으로 흐린 물이 맑아지지만 진창 속에 넣으면 맑히지 못한다. 이 대열반의 미묘한 경전도 그와 같아서, 다른 중생의 5무간죄나 4중금을
범한 흐린 물속에 두면 그것을 맑혀서 보리심을 내게 하겠지만, 일천제의 진창 속에 두면 백천만 년이 되어도 그것을 맑히고 보리심을 내게 하지 못한다. 왜냐하면 이 일천제는 선근을 소멸하여서 그릇이 되지 못하기 때문이다. 설사 이 사람이 백천만 년 동안 『대열반경』을 듣더라도 마침내 보리심을 내지 못할 것이니, 선한 마음이 없는 까닭이다.
또 선남자야, 약왕이라는 약 나무가 있으니, 모든 약 가운데 가장 훌륭하다. 이것을 젖이나 타락이나 꿀이나 생소(生酥)나 물이나 즙에 개거나, 가루를 만들거나 환을 지어서 헌 데에 붙이거나 몸에 쏘이거나 눈에 바르거나 눈으로 보거나 코로 맡으면 중생들의 모든 병을 소멸한다. 그런데 이 약 나무는 이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모든 중생들이 나의 뿌리를 취했으면 잎은 취하지 말아야 하고, 잎을 취했으면 뿌리는 취하지 말아야 한다. 나의 속을 취했으면 거죽은 취하지 말아야 하고, 거죽을 취했으면 속은 취하지 말아야 한다.’
이 약 나무는 비록 이런 생각을 내지 않지만 모든 병을 소멸시킨다. 선남자야, 대열반의 미묘한 경전도 그와 같아서 모든 중생들의 나쁜 짓과 4바라이(波羅夷)죄와 5무간죄(無間罪)와 속에 있고 밖에 있는 모든 나쁜 것을 소멸하니, 보리심을 내지 못한 이도 이것으로 말미암아 보리심을 내게 된다. 왜냐하면 이 미묘한 경전은 모든 경전 중의 왕인 것이, 마치 저 약 나무가 모든 약 나무 중의 왕인 것과 같기 때문이다. 누구든 이 대열반을 배워 익혔거나 익히지 않았거나 간에 이 경전의 이름을 듣고 공경하여 믿으면 온갖 번뇌의 중병이 모두 소멸되지만, 일천제만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머물게 할 수가 없다. 저 신기한 약이 가지가지 중병을 잘 치료하면서도 죽을 사람은 치료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또 선남자야, 손에 부스럼 난 사람이 독약을 잡으면 독이 따라 들어가지만, 부스럼이 없는 이는 독이 들어가지 않는다. 일천제들도 그와 같아서, 보리의 인이 없는 것이 마치 부스럼이 없는 이에게 독이 들어가지 않는 것과 같다. 여기에서 부스럼이라는 것은 위없는 보리의 인연이고, 독이라 하는 것은 제일로 묘한 약이며, 부스럼이 전혀 없는 이는 일천제를 이르는 것이다.
또 선남자야, 비유하면 다음과 같다. 금강은 깨뜨릴 물건이 없으나 금강으로는 모든 물건을 깨뜨릴 수 있다. 다만 거북의 껍데기와 백양의 뿔은 제외한다. 대열반의 미묘한 경전도 그와 같아서 한량없는 중생들을 보리의 도에 이르게 하지만, 다만 일천제만은 보리의 인에 서게 하지 못한다.
또 선남자야, 마치초(馬齒草)와 사라시(娑羅翅)나무와 니가라(尼迦羅)나무는 줄기나 가지를 끊으면 다시 전과 같이 나지만 다라(多羅)나무는 한번 끊으면 다시 나지 못한다. 중생들도 그와 같아서, 이 『대열반경』을 듣기만 하면 비록 4중금(重禁)과 5무간죄를 범하였더라도 다시 보리의 인이 나지만 일천제만은 그렇지 않아서 아무리 이 경전을 듣고 지니더라도 보리도의 인을 내지 못한다.
또 선남자야, 거다라(佉陁羅)나무와 진두가(鎭頭迦)나무 및 여러 파초의 종류는 한번 끊으면 다시 나지 못하니, 일천제들도 그와 같아서 비록 『대열반경』을 듣더라도 보리의 인연을 내지 못한다.
또 선남자야, 마치 큰 비는 공중에 머물러 있지 못하니,
대반열반의 미묘한 경전도 그와 같아서 법의 비를 널리 내리지만 일천제에게는 머물러 있지 못한다. 일천제는 온몸이 촘촘하고 굳은 것이 마치 금강이 다른 물건을 용납하지 못하는 것과 같다.”
가섭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이러한 게송을 말씀하셨습니다.
선한 일은 보지도 짓지도 않고
나쁜 짓만 보고 또 짓기도 하면
이런 곳이 대단히 무서운 데라
마치 험악한 길과 같나니.
세존이시여, 이 말씀이 무슨 뜻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보지 않는다’는 것은 불성을 보지 못한다는 것이며, ‘선한 일’은 곧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이다. ‘짓지 않는다’는 것은 선지식을 가까이하지 않는 다는 것이며, ‘오직 본다’는 것은 인과가 없다고 보는 것이다. ‘나쁜 짓’은 방등 대승경전을 비방하는 것이며, ‘짓기도 한다’는 것은 일천제들은 방등이 없다고 말하는 것이다. 이런 뜻에서 일천제들에게는 청정하고 선한 법에 나아갈 마음이 없다.
무엇이 선한 법인가? 곧 열반이다. 열반에 나아가는 이는 선한 행을 닦아 익히는데, 일천제는 선한 행이 없으므로 열반에 나아가지 못한다. ‘이런 곳이 무섭다’는 것은 바른 법을 비방하는 것이다. 누가 무서운가? 이른바 지혜 있는 사람이다. 왜냐하면 법을 비방하는 이는 선한 마음과 방편이 없기 때문이다. 험악한 길이란 모든 행(行)을 말한다.”
가섭이 다시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어떻게 하면 지을 일을 보는 것이며
어떻게 하면 선한 법을 얻는 것인가?
어느 곳이 무섭고 두렵지 않아
임금님의 평탄한 길과 같은가?
이 뜻이 무엇입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지을 일을 본다’고 하는 것은 나쁜 짓을 털어 내어 놓는 것이니, 나고 죽는 즈음으로부터 지은 나쁜 짓을 모두 털어놓고
이를 수 없는 곳에 이르는 것이다. 그런 이치로 그곳은 무섭지 않음이 마치 임금님이 다니는 길과 같아서 그 가운데는 도둑들이 모두 도망간다. 이렇게 온갖 나쁜 짓을 털어놓아서 모두 소멸하고 남은 것이 없다.
또 ‘지을 일을 보지 못한다’는 것은 일천제가 지은 나쁜 짓을 스스로 보지 못하는 것이다. 이 일천제는 마음이 교만한 까닭에 아무리 나쁜 짓을 많이 지었어도 그 일에는 애초부터 무서움이 없다. 그러므로 열반을 얻지 못하는 것이 마치 원숭이가 물속의 달을 잡으려는 것과 같다.
선남자야, 가령 한량없는 중생들이 한꺼번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더라도, 이 부처님들은 일천제가 보리를 성취하는 것을 보지 못한다. 그러므로 ‘지을 일을 보지 못한다’ 하고, 또 누가 짓는지를 보지 못하니 그것은 여래께서 짓는 바를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부처님이 중생을 위하여 불성이 있다고 말하여도 일천제는 생사에서 헤매느라고 보지 못하니, 이런 뜻으로 여래의 짓는 바를 보지 못한다고 한다.
또 일천제는 여래가 필경에 열반하는 것을 보고 ‘참으로 무상함이 마치 등불이 꺼지니 기름이 다한 것과 같다’고 한다. 왜냐하면 이 사람은 나쁜 업이 조금도 줄지 않았으므로, 어떤 보살이 지은 선한 업으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회향할 때에 일천제들은 훼방하고 파괴하며 믿지 않는다. 그렇지만 보살들은 여전하게 베풀어 주면서 위없는 도를 함께 이루려고 한다. 왜냐하면 부처님 법은 으레 그러하기 때문이다.
나쁜 짓을 하고도 바로 보를 받아서
우유가 타락[酪]되듯 하진 않으나
숯불 위에 마른 재 덮은 것과 같아서
어리석은 사람들 경솔하게 밟는다.
일천제는 ‘눈 없는 이’라고 하니, 그렇기 때문에 아라한의 도를 보지 못하는 것이다. 마치 아라한이 나고 죽는 험악한 길을 다니지 않는 것처럼 눈이 없으므로 방등경을 비방하고 닦으려 하지 않는다. 아라한이 자비한 마음을 부지런히 닦는 것처럼 일천제들이 방등경을 닦지 않는 것도 그와 같다. 어떤 사람이 이렇게 말한다.
‘나는 지금 성문의 경전을 믿지 않고 대승을 믿어 읽고 외우고 해설하므로 내가 곧 보살이다. 모든 중생에게 모두 불성이 있으니, 불성이 있으므로 중생의 몸속에 10력과 32상(相)과 80종호(種好)가 있다. 내가 하는 말이 부처님 말씀과 다르지 않으니 그대들과 내가 지금에 한량없는 나쁜 번뇌를 깨뜨리기를 물병 깨듯 할 것이며, 번뇌를 깨뜨리므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볼 수 있게 된다.’
비록 이 사람이 이런 말을 하더라도, 그 마음은 불성이 있음을 참으로 믿는 것이 아니고, 이익을 위하여 경문대로 말하는 것뿐이다. 이렇게 말하는 이를 나쁜 사람이라고 하며 이런 나쁜 사람은 마치 우유가 타락이 되듯이 바로 나쁜 과보를 받지는 않는다.
비유하면 다음과 같다. 어떤 사신(使臣)이 말을 잘하고 방편이 좋아서 다른 나라에 심부름 갔다. 그가 몸이 죽게 되어도 임금의 명령을 숨기지 않듯이, 지혜 있는 이도 그와 같아서 범부들 속에서 목숨을 아끼지 않고 반드시 대승 방등경전과 여래의 비밀한 법장을 말하여, 모든 중생이 모두 불성이 있다고 한다.
선남자야, 어떤 일천제가 아라한처럼 꾸미고 고요한 곳에 있으면서, 방등 대승경전을 비방하는 것을 범부들이 보고는 모두들 ‘참된 아라한이다’ ‘대보살마하살이다’라고 말한다. 이것은 일천제인 나쁜 비구가 아란야(阿蘭若)에 있으면서 아란야의 법을 파괴하는 것이다.
다른 이가 이양 받는 것을 보고 질투하는 마음으로 말하기를 ‘방등 대승경전이란 것은 모두 천마(天魔) 파순(波旬)이 말한 것이며 여래도 무상한 법이다’라고 한다.
바른 법을 비방하고 승가를 깨뜨리며 또 말하기를 ‘파순이 말한 것은 좋은 법이 아니다’라고 하며 이렇게 삿되고 나쁜 법을 선전하는 사람이다. 그 사람은 나쁜 짓을 하고도 우유가 타락이 되듯이 바로 과보를 받지는 않는다. 그것은 재로 불을 덮은 것과 같아서 어리석은 이는 경솔하게 밟는다. 이런 사람을 일천제라 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미묘한 방등경전은 반드시 깨끗한 것이어서 마치 마니구슬을 흐린 물속에 넣으면 물이 곧 맑아짐과 같은 줄을 알아야 하니 대승경전도 그와 같다.
또 선남자야, 연꽃에 햇볕이 비추면 피지 않는 것이 없듯이 모든 중생도 그와 같아서 대열반의 해를 보거나 들으면, 마음을 내지 못한 사람들도 좋은 마음을 내어 보리의 인이 된다. 그러므로 내가 말하기를, 대열반의 빛이 털구멍에 들어가면 반드시 묘한 원인이 된다고 하는 것이다. 일천제들은 아무리 불성이 있더라도 한량없는 죄업에 얽혀서 벗어나지 못함이 마치 누에가 고치 속에 들어 있는 것 같다. 이런 업으로 말미암아 보리의 묘한 인연을 내지 못하고 나고 죽는 데 헤매면서 그칠 날이 없다.
또 선남자야, 마치 저 청련화ㆍ홍련화ㆍ황련화ㆍ백련화 등이 진흙 속에 나더라도 진흙에 물들지 않듯이, 중생들이 대열반의 미묘한 경전을 익히는 것도 그와 같아서 비록 번뇌가 있더라도 번뇌에 물들지 않으니, 여래의 성품의 모양과 힘을 알기 때문이다.
선남자야, 비유컨대 어떤 나라에 서늘한 바람이 많이 불어서
중생들의 털구멍에 스치면 모든 답답한 번뇌가 소멸되니, 이 대열반의 대승경전도 그와 같아서 모든 중생의 털구멍에 들어가면 보리의 미묘한 인연이 된다. 그러나 일천제만은 제외하니 법의 그릇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선남자야, 마치 용한 의사가 여덟 가지 약방문을 알아서 온갖 병을 고치지만 반드시 죽을병은 고치지 못하는 것처럼, 모든 경전의 선정 삼매도 그와 같아서 모든 탐욕ㆍ성내는 마음ㆍ어리석음 등 번뇌의 병을 다스리고, 번뇌라는 지독한 화살도 뽑는다. 그러나 4중금과 5무간죄를 지은 것은 다스리지 못한다.
선남자야, 어떤 용한 의사가 여덟 가지 묘한 의술을 가지고 중생들의 모든 병을 치료하더라도 꼭 죽을병은 고치지 못한다. 이 대열반의 대승경전도 그와 같아서 중생들의 모든 번뇌를 소멸하여 여래의 청정한 인에 머물게 하며 발심하지 못한 이를 발심하게 하지만 반드시 죽을 일천제의 무리들만은 제외된다.
또 선남자야, 비유하면 다음과 같다. 용한 의사가 기묘한 약으로 소경을 치료하여 해와 달과 별 따위의 밝은 빛을 보게 하나 배냇소경은 고치지 못한다. 대승경전인 『대열반경』도 그와 같아서 성문이나 연각들의 지혜 눈을 뜨게 하여 한량없고 끝없는 대승경전에 머물게 하며, 발심하지 못한 이와 4중금과 5무간죄를 범한 이라도 모두 발심하게 하지만 배냇소경인 일천제들만은 제외된다.
또 선남자야, 비유하면 다음과 같다. 용한 의사가 여덟 가지 의술을 잘 알아서 중생들의 모든 병을 치료할 때에 가지가지 처방으로 병을 따라 약을 쓸 때 혹은
토하게 하고 몸에 바르고 코에 넣기도 하며, 쐬고[薰] 씻기도 하고, 환약ㆍ가루약을 쓴다. 혹 가난하거나 어리석은 사람이 먹지 않은 이가 있으면 이 의사가 딱하게 여겨 그 사람을 데리고 집에 가서 억지로 먹게 하면 약의 효력으로 병이 곧 낫는다.
여인이 난산으로 태가 나오지 못할 때에 이 약을 쓰면 태가 곧 나오고 아기도 걱정이 없게 된다. 이 대승경전도 그와 같아서 가는 곳마다 집에서도 중생들의 한량없는 번뇌와 4중금을 범하거나 5무간죄를 지은 것도 모두 소멸하게 하며, 발심하지 못한 이를 발심하게 하나 일천제는 제외된다.”
가섭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4중금을 범하거나 5무간죄를 짓는 것은 지극히 나쁜 짓이어서 마치 다라나무를 베면 다시 돋아나지 못하는 것과 같은데, 저렇게 보리심을 내지 못한 사람에게 어떻게 보리의 인을 짓게 할 수 있습니까?”
“선남자야, 그 중생들이 만일 꿈속에서 지옥에 떨어져 지독한 고통을 받는 것을 보고 뉘우치는 마음을 내어서 이와 같이 생각한다.
‘내가 내 허물로 이런 죄를 받게 되는 것이니 이 죄를 벗어날 수만 있으면 반드시 보리심을 내리라. 지금 내가 당하는 이 고통은 지극히 혹독하다.’
그리고 깨어난 뒤에 부처님 법이 훌륭한 과보가 있는 줄을 알 것이니, 마치 저 갓난아이가 점점 자라나서 항상 이렇게 생각하는 것과 같다.
‘저 용한 의원이 처방과 약을 잘 알아서 내가 태속에 있을 때에 어머니에게 훌륭한 약을 주어서 어머니도 평안하고 나도 생명을 보전하였다. 기이하구나. 나의 어머니는 무한한 고통을 받으면서도 열 달이 차도록 나를 배에 품어 길렀다. 내가 난 뒤에는 젖은 데를 피하고 마른자리에 누이며, 더러운 똥과 오줌을 받아내고 젖을 먹여 키워 내 몸을 보호하였다.
나는 마땅히 어머니의 은혜를 갚기 위하여 효순한 정성으로 어머니를 모시며, 말씀과 뜻을 순종하여 공양하여야 할 것이다.’
이와 같이 4중금과 5무간죄를 범한 이가 죽으려할 때에 이 대승의 『대열반경』을 읽으면 비록 지옥ㆍ아귀ㆍ축생ㆍ천상ㆍ인간에 나더라도 이 경전이 그 중생들에게 보리의 인을 짓게 하겠지만 일천제만은 제외된다.
또 선남자야, 비유하면 다음과 같다. 용한 의원이나 의원의 아들이 아는 것이 매우 깊어서 다른 의원보다 훨씬 뛰어났다. 모든 독을 소멸하는 훌륭한 주문과 술법을 잘 알아서 나쁜 뱀이나 용이나 독사 따위가 있으면 주문과 약으로 좋게 변하게 만들었다. 그 약을 가죽신에 발라서 독한 벌레들을 건드리면 독이 소멸되었지만 다만 큰 용의 독은 제외되었다.
대승경전인 『대열반경』도 그와 같아서 어떤 중생이 4중금이나 5무간죄를 범하였더라도 그 죄가 소멸되고 보리에 머물게 하였다. 마치 약을 바른 가죽신이 모든 독을 소멸하듯이 발심하지 못한 이를 발심하게 하여 보리의 도에 머물게 하였다. 대승경전인 『대열반경』의 신기한 약도 중생들로 하여금 편안한 마음이 나게 하지만 큰 용인 일천제들은 제외된다.
또 선남자야, 비유하면 다음과 같다. 어떤 사람이 여러 가지 독약을 북에 발라서 여러 사람 속에서 쳐서 소리를 내면 비록 무심하게 듣더라도 듣고 나면 모두 죽는데, 다만 횡사하지 않을 사람은 제외된다. 이 대열반의 대승경전도 그와 같아서 간 데마다 여러 종류 중생들이 이 소리를 들으면 모두 탐욕과 성냄과 어리석음이 소멸된다. 그 중에는 마음으로 생각하지 않는 이라도 『대열반경』의 번뇌를 없애는 힘으로 번뇌가
저절로 소멸되며, 4중금(重禁)과 5무간죄를 범한 이들도 이 경을 듣기만 하면 위없는 보리의 인이 되어서 번뇌를 끊지만 횡사하지 않을 일천제들만은 제외된다.
또 선남자야, 비유하면 어두운 밤에는 모든 일을 쉬게 되며, 마치지 못한 일은 다음날 해가 뜨기를 기다리듯이, 대승을 배우는 이가 경전의 모든 삼매를 닦더라도 『대열반경』의 대승인 해가 뜨기를 기다려서 여래의 비밀한 교법을 들은 뒤에야, 보리의 업을 지어 바른 법에 머문다. 마치 하늘에서 내리는 비가 여러 가지 곡식을 축여주고 자라게 하여 열매를 성숙하게 하면, 흉년을 없애고 풍년의 즐거움을 받게 하는 것과 같이 여래의 비밀한 법장인 법의 비도 그와 같아서 여덟 가지 열병을 모두 소멸한다.
이 경전이 세상에 나오는 것은 저 열매가 이익 됨이 많아서 모든 중생을 편안하게 하는 것 같으며 중생들로 하여금 불성을 보게 함은 『법화경』에서 8천 성문의 수기를 받은 것 같다. 그 과실이 성숙하여 가을에 거두고 겨울에 간직하면 다시 지을 것이 없듯이, 일천제들도 그와 같아서 선한 법에 대하여 지을 것이 없다.
또 선남자야, 비유하면 다음과 같다. 용한 의원이 남의 아들이 사람 아닌 것[非人]에게 홀린 줄을 알고 심부름꾼에게 묘한 약을 주어 보내면서 말하였다.
‘너는 이 약을 가지고 가서 그 사람에게 주어라. 그 사람이 나쁜 귀신에게 홀렸더라도 이 약의 효력으로 그 귀신이 멀리 도망갈 것이다. 네가 만일 더딜 것 같으면 내가 가서 마침내 저 사람을 횡사하지 않게 해야겠다. 저 귀신에게 홀린 사람이 심부름꾼과 나의 위덕을 보면 모든 고통이 없어지고 안락하게 될 것이다.’
이와 같이 대승경전인 『대열반경』도 그와 같다. 비구나 비구니나 우바새나 우바이나
외도들이 이 경을 배워 가지거나 읽고 외워 통달하고 다시 사람에게 분별하여 일러 주거나 자기가 쓰거나 사람을 시켜 쓰거나 하면 그런 일이 모두 보리의 인이 될 것이다. 4중금을 범하였거나 5역죄를 지었거나 나쁜 귀신이나 독에 걸렸더라도 이 경을 듣기만 하면 모든 나쁜 귀신이 도망하듯 할 것이다. 이런 사람은 참된 보살마하살임을 알아야 한다. 왜냐하면 이 『대열반경』을 잠시라도 들었기 때문이며 여래가 항상한 줄을 생각했기 때문이다. 잠시 들은 이도 그러한데, 더구나 배워 지니고 쓰고 읽고 외운 사람이겠는가? 일천제를 제외하고는 모두 보살마하살이다.
또 선남자야, 마치 귀먹은 사람은 소리를 듣지 못하듯이, 일천제들도 그러하여 아무리 이 경전을 들으려 하여도 듣지 못한다. 왜냐하면 인연이 없는 까닭이다.
또 선남자야, 비유하면 다음과 같다. 어떤 용한 의원이 모든 의술과 처방을 모두 통달하고 다시 한량없는 주문까지 잘 알았다. 이 의원이 임금을 보고 말하였다.
‘대왕께서는 지금 돌아가실 병환이 드셨습니다.’
임금이 대답하였다.
‘그대가 나의 뱃속을 보지 못하였는데, 어떻게 반드시 죽을병이 들었다고 말하는가?’
의원이 말하였다.
‘만일 믿지 않으시면 설사약을 잡수시고 설사한 뒤에 대왕께서 보시면 아실 것입니다.’
그러나 임금은 믿지 않았다. 그때 의원이 주문을 외워서 임금의 항문에 부스럼이 나게 하고 설사가 나면서 벌레와 피가 섞여 나오게 하였다. 임금이 그것을 보고 무서운 생각이 들어서 그 의원을 칭찬하여 말하였다.
‘용하다, 용하다. 그대의 말을 내가 믿지 않았는데, 이제야 나에게 크게
이로운 말을 했다는 것을 알겠다.’
그러면서 그 의원을 부모처럼 공경하였다. 이 대승경전인 『대열반경』도 그와 같아서 모든 중생에 대하여 욕심이 있건 없건 간에 모두 그들의 번뇌가 무너지게 하면 그 중생들이 꿈에라도 이 경전을 보고 공경하고 공양하기를 저 임금이 의원을 공경하듯 할 것이다. 그런데 그 용한 의원이 반드시 죽을 사람에게는 치료를 하지 않는 것과 같이 이 대승경전인 『대열반경』도 그와 같아서 일천제들을 다스리지 못한다.
또 선남자야, 마치 용한 의원이 여덟 가지 의술을 잘 알고 모든 병을 치료하면서도 반드시 죽을 사람은 치료하지 못하듯이 ,부처님과 보살들도 그와 같아서 모든 죄를 치료하면서도 반드시 죽을 사람인 일천제들은 치료하지 못한다.
또 선남자야, 비유하면 다음과 같다. 용한 의원이 여덟 가지 훌륭한 의술을 잘 알고, 또 여덟 가지보다 더 훌륭한 술법까지 통달하였다. 그는 자기가 아는 기술을 아들에게 가르치면서 물에나 뭍에나 산골짜기에 있는 약초들을 모두 알게 하였다. 이리하여 점점 여덟 가지를 가르치고는 다시 다른 훌륭한 기술을 가르치듯이 여래ㆍ응공ㆍ정변지도 그와 같아서 그 아들인 비구들을 먼저 가르쳐서 방편으로 모든 번뇌를 없애고 ‘깨끗한 몸이지만 견고하지 못하다’는 생각을 닦게 한다.
물과 육지와 산골짜기에서, 물은 몸으로 괴로움을 받는 것이 물거품 같은데 비유하고, 뭍은 몸이 견고하지 못한 것이 파초 같은 데 비유하고, 산골짜기는 번뇌 속에서 내가 없음을 닦는 데 비유하였다. 그런 뜻으로 몸은 내가 없다고 이름한 것이다. 여래는 이렇게 제자들에게 9부 경전을 가르쳐서 통달하게 한 뒤에 여래의 비밀한 법장을 가르치고 그 아들을
위하여 여래가 항상하다고 말하였다. 여래가 이와 같이 대승의 『대열반경』을 말하여 중생들로서 발심한 이나 발심하지 못한 이를 위하여 보리의 인을 짓게 하지만 일천제는 제외한다.
선남자야, 이 대승경전인 『대열반경』은 한량없고 수가 없고 헤아릴 수 없고 일찍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므로 이것이야말로 곧 제일가는 용한 의원이며, 가장 높고 가장 훌륭한 모든 경전 중의 왕임을 알아야 한다.
또 선남자야, 비유하면 큰 배가 바다에 떠서 이 언덕에서 저 언덕까지 갔다가 다시 저 언덕으로부터 이 언덕에 오듯이, 여래 응공 정변지도 그와 같아서 대열반이란 대승의 배를 타고 왔다 갔다 하면서 중생들을 제도할 때에 간 데마다 제도할 이가 있으면 모두 여래의 몸을 보게 한다. 이런 뜻으로 여래를 훌륭한 뱃사공이라 한다. 마치 배가 있으면 사공이 있고 사공이 있으므로 중생들이 큰 바다를 건너가는 것같이, 여래가 항상 머물면서 중생을 제도하는 것도 그와 같다.
또 선남자야, 비유하면 다음과 같다. 어떤 사람이 바다 가운데서 배를 타고 건너갈 때에 만일 순풍을 만나면 잠깐 동안에 수많은 유순을 지나갈 수 있지만 순풍을 만나지 못하면 아무리 오래 있으면서 한량없는 세월을 경과하여도 있던 곳을 떠나지 못하다가 혹 파선이 되면 물에 빠져 죽게 되는 것과 같다. 중생도 그와 같아서 어리석은 생사 바다에서 무상한 배를 타고 있으면서 다행히 대열반의 좋은 바람을 만나면 위없는 보리의 언덕에 빨리 다다를 수 있지만, 만일 만나지 못하면 한량없는 생사에서 오래오래 헤매다가 혹시 파괴되면 지옥ㆍ축생ㆍ아귀에 떨어진다.
또 선남자야, 비유하면 다음과 같다. 어떤 사람이
바람을 만나지 못하고 오랫동안 바다에 있으면서 생각하기를 ‘우리가 이번에는 여기서 죽으려나 보다’ 하였다. 그러다가 문득 순풍을 만나서 순조롭게 바다를 건너고 나서 말하기를 ‘통쾌한 바람이여, 처음 있는 일이구나. 우리들로 하여금 편안히 바다를 건너게 하였구나’ 하였다.
중생들도 그와 같아서 어리석은 생사 바다에 오래오래 있으면서 곤궁하고 지쳐서 대열반의 바람을 만나지 못하면 ‘우리들은 아무래도 지옥이나 축생이나 아귀 갈래에 떨어지겠구나’라고 한다. 그러다가 뜻밖에 대승의 대열반의 바람을 만나서 순풍으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들어가고 비로소 참인 줄을 알며 기특한 생각으로 찬탄하기를 ‘통쾌하다. 나는 예전부터 여래의 이렇게 비밀한 법장을 보고 듣지 못하였다내꺼’ 하면서 그제야 『대열반경』에 대하여 청정한 믿음을 낸다.”
“또 선남자야, 뱀이 허물을 벗으면 죽어 없어지는가?”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선남자야, 여래도 그러하니 방편으로 독한 몸을 버리는 것을 나타내는데, 여래가 무상하여 멸도(滅度)한다 말하겠는가?”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여래가 이 염부제에서 방편으로 몸을 버리는 것이 저 독사가 낡은 허물을 벗는 것과 같다. 그러므로 여래는 항상 머문다고 한다. 또 선남자야, 마치 금세공사가 좋은 진금을 얻으면 마음대로 가지가지 기구를 만들듯이 여래도 그와 같아서 25유에서 일부러 여러 가지 몸을 나타내는 것은 중생을 교화하여 생사에서 벗어나게 하려는 것이다. 그러므로 여래는 끝없는 몸이라 하여 비록 여러 가지 몸을 나타내더라도 항상 머물러서 변역하지 않는다고 한다.
또 선남자야, 암라(菴羅)나무나 염부(閻浮)나무가 한 해에 세 번씩 변하여 어떤 때는 꽃이 피어 빛이 찬란하고, 어떤 때는 잎이 피어 대단히 울창하고, 어떤 때는 낙엽이 되어 말라죽은 듯하다. 선남자야,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 나무가 참으로 말라죽은 것이냐?”
“아닙니다, 세존이시여.”
“선남자야, 여래도 그러하여 삼계에서 세 가지 몸을 나타내니, 어떤 때는 처음으로 태어나고 어떤 때는 장성하고 어떤 때는 열반한다. 그러나 여래의 몸은 실로 무상한 것이 아니다.”
가섭보살이 찬탄하여 여쭈었다.
“훌륭합니다. 진실로 세존의 말씀과 같으니 여래께서는 항상 머물러서 변하지 않습니다.”
“선남자야, 여래의 비밀한 말은 깊고 깊어 알기 어렵다ㆍ 비유하면 다음과 같다. 어떤 임금이 신하들에게 선타바(先陀婆)를 가져 오라 하였다. 선타바란 이름은 같으나 실물은 넷으로, 소금과 그릇과 물과 말[馬]이다. 이런 네 가지 물건을 모두 선타바라고 하였다. 지혜 있는 신하는 이런 이름을 잘 이해하여 임금이 손발을 씻으려 하면서 선타바를 찾으면 물을 받들고, 음식을 들면서 선타바를 찾으면 소금을 받들고, 식사를 마치고 물을 마시려 하면서 선타다바를 찾으면 그릇을 받들고, 거동을 하려 하면서 선타바를 찾으면 말을 받든다. 이 지혜 있는 신하가 임금의 네 가지 비밀한 말을 잘 알듯이 이 대승경전도 그와 같아서 네 가지 무상이 있으니 대승의 지혜 있는 신하는 잘 알아야 할 것이다.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셔서 중생을 위하여 여래가 열반한다고 말하면, 지혜 있는 신하는 ‘이것은 여래가 항상한 줄로 생각하는 중생을 위하여 무상한 모양을 말하여 비구들로 하여금 무상하다는 생각을 닦게 하시려는 것이다’라고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이다. 혹은 정법이 장차 없어진다고 말하면, 지혜 있는 신하는 ‘이것은 여래가 즐거운 줄로 생각하는 중생을 위하여 괴로운 모양을 말하여, 비구들로 하여금
괴롭다는 생각을 닦게 하시려는 것이다’라고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이다.
또 혹은 내가 병이 들어서 대중이 파괴된다고 말하면 지혜 있는 신하는 ‘이것은 여래가 내가 있다고 생각하는 중생을 위하여 내가 없는 모양을 말하여, 비구들로 하여금 내가 없다는 생각을 닦게 하시려는 것이다’라고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이다. 혹은 또 공한 것이 바른 해탈이라고 말하면, 지혜 있는 신하는 ‘이것은 여래가 바른 해탈에는 25유가 없음을 말하여, 비구들로 하여금 공한 생각을 닦게 하시려는 것이다’라고 마땅히 알아야 할 것이다.
이런 이치로 바른 해탈을 ‘공’이라 이름하고 또 ‘부동(不動)’이라 이름한다.부동이라고 함은 해탈 가운데는 괴로움이 없기 때문에 부동이라는 것이다. 바른 해탈은 모양이 없다고 하니 모양이 없다는 것은 빛ㆍ소리ㆍ냄새ㆍ맛ㆍ감촉 따위가 없는 것이므로 모양이 없다는 것이다. 바른 해탈은 항상하여 변하지 않으니 해탈에는 무상한 시달림과 바뀜이 없으므로 해탈은 항상 머물고 변하지 않으며 서늘하다고 이름하는 것이다.
혹은 모든 중생에게 여래의 성품이 있다고 말하면 지혜 있는 신하는 이것은 여래가 항상한 법을 말하여 비구들로 하여금 항상한 법을 바르게 닦게 하기 위한 것인 줄을 마땅히 알아야 한다. 모든 비구들이 이렇게 따라 배우는 이는 참으로 나의 제자로서 여래의 비밀한 법장을 잘 이해하는 것이니, 저 임금의 지혜 있는 신하가 임금의 뜻을 잘 아는 것과 같은 줄을 알아야 한다.
선남자야, 저 임금도 이렇게 비밀한 말이 있는데 여래가 어찌 없겠느냐? 선남자야, 그러므로 여래의 비밀한 말은 알기 어려운 것이니, 오직 지혜가 있는 이라야 나의 깊고 깊은 불법을 이해할 수 있는 것이고 세간의 범부들은 믿지 못한다.
또 선남자야, 마치 파라사(波羅奢)나무ㆍ가니가(迦尼迦)나무ㆍ
아숙가(阿叔迦)나무들이 대단히 가물 때에는 꽃이 피거나 열매가 맺지 못하며, 그 밖에 물에나 육지에 나는 물건들도 모두 말라 시들고 윤기가 없어 자라지 못하며, 온갖 약풀들도 약기운이 없는 것처럼 선남자야, 이 대승의 『대열반경』도 그와 같아서, 내가 열반한 뒤에는 중생들이 공경하지 않고 위덕이 없을 것이다. 왜냐하면 이 중생들이 여래의 비밀한 법장을 알지 못하기 때문이다. 무슨 까닭인가? 중생들이 박복한 탓이다.
또 선남자야, 여래의 바른 법이 없어지려 할 때에는 나쁜 짓 하는 비구가 많아서 여래의 비밀한 법장을 알지 못하고, 게으르고 태만하여 읽지도 외우지도 않으며 여래의 바른 법을 선전하고 분별하지 못한다. 마치 어리석은 도둑이 참 보배는 버리고 나무토막을 지고 가는 것같이 여래의 비밀한 법장을 알지 못하기 때문에 이 경에 대하여 게으르고 부지런하지 않을 것이다.
애달프다. 크게 위험한 다음 세상이 매우 두렵다. 중생들은 이 대승경전인 『대열반경』을 듣고 지니지 않는다. 그러나 보살마하살들은 이 경에 대하여 진실한 이치를 이해하고 글자에만 집착하지도 않으며, 이치를 따라서 거역하지 않으며 중생들을 위해서 연설한다.
또 선남자야, 비유하면 다음과 같다. 어떤 젖소 치는 여인이 우유를 팔 때에 이익을 많이 얻으려고 2분쯤 물을 타서 다른 소치는 여인에게 팔았다. 그 여인이 우유를 사서 또 2분쯤 물을 타서 도성 가까이 사는 여인에게 팔았고, 그 여인이 또 2분쯤 물을 타서 성중에 사는 여인에게 팔았으며, 또 그 여인이 2분쯤 물을 타서 저자에 가서 팔았다.
그때 어떤 사람이 며느리를 맞으면서 좋은 우유를 구하여 손님들에게 이바지하려고 하였다. 그가 저자에서 우유를 사려고 하였는데,
우유 파는 사람이 값을 많이 불렀다. 사려는 사람이 말하기를 ‘이 우유는 물을 많이 탄 것이어서 그만한 값어치가 없지만, 나는 오늘 손님을 대접할 일이 있어서 사는 것이다’ 하였다. 사가지고 그 집에 가서 우유죽을 끓였으나 우유 맛은 별로 없었다. 우유 맛이 별로 없지만 쓴맛보다는 천 배나 훌륭하였다. 왜냐하면 우유의 맛이 모든 맛 중에는 가장 훌륭한 까닭이다.
선남자야, 내가 열반한 뒤 바른 법이 없어지기 80년쯤 남은 때에 이 경이 염부제에 널리 유포될 것이다. 나쁜 비구들이 이 경에서 한 부분 한 부분씩 뽑아내어서 여러 부분으로 갈라 만들어 바른 법의 빛깔과 향기와 아름다운 맛을 없앨 것이다. 나쁜 사람들이 그런 경전을 외우더라도 여래의 깊고 중요하며 비밀한 뜻을 없애 버리고 세상에 있는 어줍은 문장치레나 하며 무의미한 문구를 섞어, 앞에 것은 뽑아 뒤에 두고 뒤에 것은 뽑아 앞에 두며, 앞뒤 것을 가운데 넣고 가운데 것을 앞뒤에 둘 것이다.
이런 나쁜 비구들은 마군의 동무로서 온갖 부정한 물건을 받아 두면서 ‘여래께서 우리에게 이런 물건을 받도록 허락하였다’고 말할 것이다. 마치 젖소 치는 여인이 우유에 물을 많이 타는 것같이 나쁜 비구들도 그러하여 세간의 문장을 섞어 이 경을 잘못 만들어서 여러 중생들로 하여금 바른 말과 바르게 쓴 것을 얻지 못하게 하며, 정당하게 존중하고 찬탄하며 공양하고 공경하지도 못하게 할 것이다.
이 나쁜 비구들은 이익만을 위하기 때문에 그런 경전이라도 널리 선전 유포하지 못할 것이며, 조금씩 유포한다는 것도 너무 적어서 말할 만한 것도 없을 것이다. 마치 저 젖소 치는 가난한 여인이 여러 번 돌려 판 우유로 끓인 우유죽이 우유 맛이 별로 없는 것과 같다. 이 대승경전인 『대열반경』도 그와 같아서 차츰차츰 싱거워져서 참맛이 없을 것이나, 비록 참맛은 없더라도 다른 경전보다는 천 갑절이나 훌륭한 것이니, 마치 저 우유가 쓴맛보다는
천 배나 훌륭한 것과 같다. 왜냐하면 이 대승의 『대열반경』은 성문의 경전보다는 가장 으뜸인 것이, 우유가 여러 맛 중에서 가장 훌륭함과 같으니, 이런 이치로 대반열반이라 이름하는 것이다.
또 선남자야, 여러 선남자ㆍ선여인들이, 남자 되기를 구하지 않는 이가 없으니 무슨 까닭인가? 모든 여인들은 모두 온갖 나쁜 것만이 모여 있는 까닭이다. 또 선남자야, 모기의 오줌으로는 이 큰 땅을 적실 수 없는 것과 같이 여인의 음욕을 채울 수 없는 것도 그와 같다. 가령 이 땅으로 겨자만큼씩 환을 만들어 그 수효처럼 많은 남자가 한 여인과 더불어 음욕을 행하여도 만족하지 못하며, 가령 항하의 모래 수처럼 많은 남자가 한 여인과 음욕을 행하여도 역시 만족하지 못한다.
선남자야, 마치 큰 바다에는 온갖 빗물과 여러 강물들이 모두 흘러 들어가도 바다는 채울 수 없는 것과 같이, 여인의 법도 그와 같아서 모든 중생이 모두 남자가 되어서 한 여인과 음욕을 행하여도 오히려 부족하다.
또 선남자야, 저 아숙가(阿叔迦)나무ㆍ파타라(波吒羅)나무ㆍ가니가(迦尼迦)나무들이 봄에 꽃이 피면 모든 벌들이 빛과 향기와 맛을 빨아먹으면서도 싫은 줄을 모르듯이, 여인이 남자를 요구하는 것도 그와 같아서 만족함을 모른다.
선남자야, 이런 이치로 모든 선남자ㆍ선여인이 이 대승의 『대열반경』을 듣고 항상 여인의 모양을 꾸짖고 남자 되기를 구해야 하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 대승경전에는 사내다운 기상이 있으니 곧 불성(佛性)이다. 만일 사람으로서 불성을 알지 못하는 이는 남자의 기상이 없으니,
무슨 까닭인가?
스스로 불성이 있는 줄을 모르는 까닭이다. 불성을 알지 못하는 이는 내가 그들을 이름하여 여인이라 말하고 스스로 불성 있음을 아는 이는 대장부라고 말한다. 만일 여인이 자기의 몸에 반드시 불성이 있는 줄을 알면 그런 이는 곧 남자가 된다.
선남자야, 이 대승경전인 『대열반경』은 한량없고 그지없고 헤아릴 수 없는 공덕 덩어리이다. 왜냐하면 여래의 비밀한 법장을 말했기 때문이니 그러므로 선남자ㆍ선여인이 빨리 여래의 비밀한 법장을 알려거든 모든 방편으로 이 경을 부지런히 닦아야 한다.”
가섭보살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참으로 그러합니다. 부처님의 말씀과 같이 저는 지금 장부의 기상이 있으니 여래의 비밀한 법장에 들어간 까닭이며, 여래께서 오늘에야 저를 깨닫게 하였으니 그로 말미암아 결정적으로 통달할 수 있었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선남자야, 너는 지금 세간의 법을 따라서 이런 말을 하는 구나.”
가섭이 다시 말씀드렸다.
“저는 세간의 법을 따르지 않습니다.”
부처님께서 가섭보살을 칭찬하셨다.
“네가 지금 알았다는 위없는 법의 맛은 깊고 깊어서 알기 어려운 것인데, 능히 알았으니 마치 벌이 꿀을 빨듯이 그대도 그와 같다.
또 선남자야, 모기의 오줌으로는 큰 땅을 적실 수 없듯이, 오는 세상에 이 경을 유포하는 것도 그와 같아서 모기의 오줌과 같을 것이다. 바른 법이 없어지려 할 때에는 이 경이 먼저 이 땅에서 매몰될 것이니, 그것이 곧 바른 법이 쇠퇴하는 모양임을 알아야 한다.
또 선남자야, 여름을 지낸 뒤의 첫 달이 가을이며, 가을에는 비가 자꾸 오듯이 이 대승의 『대열반경』도 그와 같아서, 남방의 보살들을 위하여
널리 유포하면서 법의 비를 내려 그곳에 가득 채울 것이며, 법이 없어지려 할 때에는 계빈국에 이르러서 구족하고 모자람이 없다가 땅 속에 매몰될 것이다. 어떤 이는 믿고 어떤 이는 믿지 않겠지만 이와 같은 대승 방등경전인 감로의 법의 맛이 모두 땅에 묻힐 것이며,
이 경이 묻힌 뒤에는 모든 대승경전이 함께 없어질 것이다. 만일 이 경을 얻어 구족하여 모자람이 없으면 사람 중의 코끼리왕처럼 될 것이다. 보살들은 여래의 위없이 바른 법이 오래지 않아 없어질 것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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