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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3118 불교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 19권

by Kay/케이 2023.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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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 19

 

대반열반경 제19권

북량 천축 삼장 담무참 한역

8. 범행품 ⑤

그때에 왕사성의 아사세왕은 성질이 모질고 살육하기를 좋아하며, 입으로 짓는 네 가지 나쁜 짓을 하고 탐내고 성내는 일과 어리석은 마음이 불길처럼 거셌다. 눈앞의 일만 보고 장래 일을 보지 못하였으며, 나쁜 사람들로 권속을 삼았고 현세의 5욕락만을 탐하였기 때문에 허물없는 부왕을 돌아가시게 하기까지에 이르렀다.
그러나 부왕을 돌아가시게 하고 나자 마음으로 뉘우치는 열기를 내고 몸에는 영락을 벗고 풍류를 가까이하지 않았다. 마음으로 뉘우치는 열기로 온몸에 독창이 생겨 지독한 냄새가 나서 가까이할 수가 없었다. 왕이 드디어 생각하기를 ‘내 몸이 지금 화보(花報)를 받았으니 지옥의 과보도 멀지 않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때 그의 어머니 위제희(韋提希)가 가지가지 약을 발라 주었지만, 독창은 더욱 성하고 나아지지 않았다. 왕은 어머니에게 말하였다.
“이 독창은 마음에서 생긴 것이지 4대(大)로 생긴 것이 아닙니다. 중생으로서는 다스릴 도리가 없습니다.”
그때에 한 대신이 있었으니 이름이 월칭(月稱)이었다. 그는 왕에게 나아가 한쪽에 서서 여쭈었다.
“대왕이시여, 무슨 근심을 하시는지 안색이 화평하지 못하십니다. 몸이 아프십니까? 마음이 불편하십니까?”
왕은 대답하였다.
“나의 몸과 마음이 어찌 아프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나는 허물이 없는 부왕을 배반하고 돌아가시게 하였다. 나는 일찍이 지혜 있는 이에게 들었는데, 이 세상에서 다섯 종류의 사람이 지옥에서 벗어날 수 없으니, 5역죄를 지은 사람이라는 것이었다. 나는 이미 한량없고 그지없는 아승기 죄를 지었는데, 어떻게 몸과 마음이 아프지 않겠는가? 더구나 나의 몸과 마음을
치료하여 줄 의원이 없구나.”
대신이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너무 근심하지 마십시오.”
그리고는 곧 게송을 말하였다.

항상 근심하는 이는
근심 더욱 느는 것이
잠 잘 자는 잠꾸러기
잠이 점점 많아지듯 합니다.
탐욕과 음욕과 술 먹는 일
역시 그와 같은 것입니다.

“대왕의 말씀대로 세상에서 다섯 종류의 사람이 지옥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고 하시니, 이것을 누가 와서 보고 대왕께 말씀드렸습니까? 지옥을 말함은 이 세상에서 잔꾀 있는 사람의 말입니다. 대왕의 말씀이 세상에는 몸과 마음을 치료할 의원이 없다 하시나, 지금 큰 의원이 있으니 이름은 부란나(富蘭那)라고 합니다. 온갖 것을 알고 보며 자재한 선정을 얻었고 깨끗한 범행을 끝까지 닦았고 한량없고 그지없는 중생들에게 위없는 열반의 길을 연설합니다. 또 제자들에게는 이런 법을 말합니다.
‘검은 업[黑業]도 없고 검은 업의 과보도 없으며, 흰 업[白業]도 없고 흰 업의 과보도 없으며, 검고 흰 업도 없고 검고 흰 업의 과보도 없으며, 상품(上品)의 업도 없고 하품(下品)의 업도 없다.’
이런 사람이 지금 왕사성 안에 있으니 원컨대 대왕이시여, 그 사람에게 가셔서 그로 하여금 몸과 마음을 치료하게 하십시오.”
왕이 대답하였다.
“참으로 나의 죄를 없애줄 수 있다면 내가 마땅히 귀의하리라.”
또 한 신하가 있었으니 이름이 장덕(藏德)이었다. 왕에게 나아가서 이렇게 여쭈었다.
“대왕께서 용안이 여위시고 입술이 마르시고 음성이 작으심이 마치 겁약한 사람이 큰 적을 만난 듯, 얼굴이 초췌하시니 무슨 괴로움이 계십니까? 몸이 아프십니까, 마음이 불편하십니까?”
왕은 대답하였다.
“나의 몸과 마음이 어찌 아프지 않겠는가? 내가 어리석고 지혜가 없어 나쁜 사람을 가까이하여 친구를 삼았으며, 제바달다란 악한 사람의 말을 듣고 바른 법으로 나라를 다스리시는 부왕을
배반하여 돌아가시게 하였다. 나는 일찍이 지혜 있는 사람의 게송을 들은 적이 있다.

아버지나 어머니나
부처님과 제자에게
좋지 못한 마음으로
나쁜 짓을 한다면
이와 같은 과보로는
아비지옥에 떨어진다.

이런 일로 말미암아 마음이 두렵고 큰 괴로움이 생겼다. 더구나 치료하여 줄 의원도 없구나.”
대신이 말씀드렸다.
“대왕이시여, 근심하지 마십시오. 법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출가의 법이며 둘째는 임금의 법입니다. 임금의 법에는 부왕을 해하였으면 나라의 왕이 되는 것이며, 비록 이것이 배반이라 하더라도 죄가 없는 것입니다. 저 가라라(迦羅羅) 벌레는 어미의 배를 뚫고 나오지만, 나오는 법이 그러하므로 비록 어미를 죽이지만 죄가 없는 것입니다. 노새가 새끼를 배는 것도 그와 같습니다.
또한 나라를 다스리는 법도 그런 것입니다. 비록 아버지나 형을 살해하였더라도 죄가 없는 것입니다. 출가한 법에는 모기나 개미를 살해하여도 죄가 있는 것입니다. 원컨대 대왕은 마음을 너그럽게 하시고 걱정하지 마십시오. 왜냐하면 게송과 같기 때문입니다.

항상 근심하는 이는
근심 더욱 느는 것이
잠 잘 자는 잠꾸러기
잠이 점점 많아지듯 합니다.
탐욕과 음욕과 술 먹는 일
역시 그와 같은 것입니다.

대왕의 말씀이 이 세상에 몸과 마음을 치료할 훌륭한 의원이 없다고 하시는데, 지금 큰 스승이 있으니 이름을 말가리구사리자(末伽梨拘舍離子)라고 합니다. 그는 온갖 것을 알고 보며 중생들을 갓난아기처럼 불쌍히 여깁니다. 또한 번뇌를 이미 여의었으며 중생들의 세 가지 독한 살을 뽑아 줍니다.
중생들은 온갖 법을 알고 보고 깨닫지 못하지만 이 사람만이 홀로 알고 보고 깨달았으며, 이 스승은 항상 제자들에게 이런 법을 말합니다.
‘모든 중생들의 몸에 일곱 가지 부분이 있으니, 지대[地]ㆍ수대[水]ㆍ화대[火]ㆍ풍대[風]ㆍ괴로움ㆍ즐거움ㆍ목숨이다. 이 일곱 가지 법은 변화하지도 않고 짓는 것도 아니어서 깨뜨릴 수 없기는
이사가(伊師迦) 풀과 같다. 머물러 있어 흔들리지 않기는 수미산과 같고, 버릴 수 없고 지을 수 없기는 우유와 타락과 같아서 각각 서로 다투지 않는다.
또 괴롭거나 즐겁거나 선하거나 선하지 않거나, 마치 잘 드는 칼에 던져져도 상하지 않는 것과 같다. 왜냐하면 일곱 부분이 공한 가운데에서 서로 장애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목숨도 해칠 수 없다. 왜냐하면 해칠 이와 죽을 이가 없는 까닭이며, 짓는 이도 없고 받을 이도 없고, 말할 이도 없고 들을 이도 없으며, 생각하는 이도 가르칠 이도 없는 까닭이다.’
항상 이런 법을 말하여 중생들로 하여금 한량없는 중대한 죄를 멸하도록 합니다. 그 사람이 지금 왕사성에 있으니, 바라건대 대왕께서 그곳에 가셔서 보기만 하여도 모든 죄가 소멸될 것입니다.”
그때 왕이 말했다.
“참으로 나의 죄를 멸할 수 있으면 내가 마땅히 귀의할 것이다.”
또 한 신하가 있으니 이름이 실득(實得)이었다. 왕에게 이르러 이런 게송을 말하였다.

대왕께서는 무슨 일로
몸에 영락을 벗으시며
머리카락 덥수룩해
이런 모양이 되셨습니까?

대왕의 몸이 무슨 일로
불안해하고 벌벌 떨어
꽃가지에 바람 불어
흔들리듯 하십니까?

“대왕의 용안에 수심이 가득하심이 마치 농부들이 씨를 심은 뒤에 비가 오지 않아 걱정하는 듯합니다. 마음이 불안하십니까? 몸이 아프십니까?”
왕은 대답하였다.
“나의 몸과 마음이 어찌 아프지 않겠는가? 선대왕께서는 인자하시며 나를 특별히 사랑하셔서 조그만 허물도 없었다. 또 부왕께서 관상쟁이에게 물었더니, 관상쟁이의 말이 ‘아이가 나기만 하면 반드시 아버지를 죽일 것이다’라고 하였으나 이런 말을 들으시고도 나를 사랑하여 기르셨다.
일찍이 지혜 있는 이의 말을 들으니, 만일 사람이 어미나 비구니와 간통하거나, 승가의 물건을 훔치거나, 위없는 보리심 낸 이를 죽이거나,
아버지를 살해하면, 이런 사람은 반드시 아비지옥에 떨어진다고 하였다. 나의 몸과 마음이 어찌 아프지 않겠는가?”
대신이 말하였다.
“원컨대 대왕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부왕께서 해탈을 닦으셨다면 돌아가시게 한 것이 죄가 되겠지만 나라를 다스렸으므로 돌아가시게 하여도 죄 될 것이 없습니다. 대왕이시여, 법이 아닌 것은 비법(非法)이라 하며, 법이 없는 것을 무법(無法)이라고 합니다. 비유하면 아들이 없는 것을 무자(無子)라 하고 나쁜 아들도 무자라 하지만 무자라 하더라도 참으로 아들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또한 음식에 소금이 안 든 것도 간이 안 되었다 하고 소금이 덜 든 것도 간이 안 되었다 하며, 강에 물이 아주 마른 것도 물이 없다 하고 물이 적은 것도 물이 없다 하며, 찰나찰나 없어지는 것도 무상하다 하고 한 겁 동안을 살아도 무상하다 하며, 사람이 괴로움을 받는 것도 낙이 없다 하고 즐거움이 적어도 낙이 없다 하며, 자재하지 못함을 내가 없다 하고 조금 자재하는 것도 내가 없다고 하며, 캄캄한 밤을 해가 없다 하고 안개가 자욱할 때에도 해가 없다 하는 것과 같습니다.
대왕이시여, 법이 부실하다고 무법이라 하나 실로 법이 없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원컨대 대왕은 유의하시고 신의 말을 들으십시오. 모든 중생들이 모두 남은 업[餘業]이 있고 업의 인연으로 자주자주 생사를 받는 것인데, 만일 선왕께서 남은 업이 있으면 지금 대왕께서 돌아가시게 하였기로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마음을 너그럽게 가지시고 걱정하지 마십시오. 왜냐하면 게송과 같기 때문입니다.

항상 근심하는 이는
근심 더욱 느는 것이
잠 잘 자는 잠꾸러기
잠이 점점 많아지듯 합니다.
탐욕과 음욕과 술 먹는 일
역시 그와 같은 것입니다.

대왕의 말씀이 이 세상에 몸과 마음을 치료할 의원이 없다고 하시나, 지금 큰 스승이 있으니 이름을 산사야비라지자(刪闍耶毗羅胝子)라고 합니다. 온갖 것을 알고 보며
지혜가 깊어 바다와 같고, 큰 위덕이 있고 큰 신통을 갖추었으며, 중생들로 하여금 의심을 끊게 합니다. 모든 중생들은 알고 보고 깨닫지 못하나 이 사람만이 홀로 알고 보고 깨달았으며, 지금 왕사성 가까운 데 있어 제자들에게 이런 법을 말합니다.
‘모든 중생 중에 임금 된 이는 자재하게 마음대로 선한 일과 악한 일을 한다. 그러나 비록 여러 가지 악한 일을 하더라도 죄가 있는 것이 아니다. 마치 불이 물건을 태울 때에 깨끗하고 부정한 것이 없는 것처럼, 임금도 그러하여 불의 성품과 같다. 마치 땅덩이가 깨끗한 것과 더러운 것을 모두 받아들일 때에 기뻐하거나 성내지 않는 것처럼, 임금도 그러하여 땅의 성품과 같다. 마치 물이 깨끗한 것과 더러운 것을 모두 씻으면서도 기뻐하고 근심하는 것이 없는 것처럼, 임금도 그러하여 물의 성품과 같다.
또 마치 바람이 깨끗하고 더러운 것을 모두 불어 날리면서도 기뻐하고 근심하는 것이 없는 것처럼, 임금도 그러하여 바람의 성품과 같다. 마치 가을에 나뭇잎이 떨어졌다가 봄이 되면 다시 나고, 비록 잎을 떨어뜨려도 진실로 죄가 없는 것처럼, 모든 중생들도 그와 같다.
이 세간에서 목숨을 마치고 다시 여기에 태어나는 것이다. 다시 태어나는 것이니 무슨 죄가 있겠는가? 또 모든 중생의 괴롭고 즐거운 과보는 모두 현재의 업으로 말미암는 것이 아니고, 지난 세상에 지은 인(因)으로부터 지금 세상에서 과보를 받는 것이다. 또 현재의 인이 없고 다음 세상에 과보가 없지만 현재의 과보를 위하여 중생들이 계율을 가지며, 부지런히 정진하여 현재의 나쁜 과보를 막는 것이다. 계율을 가지므로 무루(無漏)를 얻고 무루를 얻으므로 번뇌의 업이 다하고, 업이 다하므로 모든 고통이 끝나고, 모든 고통이 끝나므로 해탈을 얻는다.’
원컨대 대왕은 그에게 가셔서 몸과 마음의 고통을 치료하십시오. 대왕이 그를 보기만 하여도 모든 죄가 소멸될 것입니다.”
왕이 곧 대답하였다.
“참으로 그 사람이
나의 죄를 없앨 수 있다면 내가 마땅히 귀의할 것이다.”
또 한 신하가 있었으니 이름이 실지의(悉知義)였다. 그가 왕에게 나아가 이렇게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무슨 일로 용안이 단정하지 못하십니까? 나라를 잃은 이 같으시며 우물이 마른 것 같으시며 못에 연꽃이 없는 것 같으시며 나무에 꽃과 잎이 없는 것 같으시며 파계한 비구의 위덕이 없는 것 같으십니다. 몸이 편치 않으십니까? 마음이 괴로우십니까?”
왕은 이렇게 대답하였다.
“나의 몸과 마음이 어찌 아프지 않겠는가? 부왕께서는 인자하신 마음으로 나를 사랑하셨지만 내가 불효하여 은혜 갚을 줄을 몰랐으며, 항상 나를 즐겁게 하셨지만 내가 배은망덕하여 즐거움을 끊었으며, 선왕께서는 허물이 없으신데 내가 배반하여 돌아가시게 하였다. 일찍이 지혜 있는 이의 말을 들으니, 만일 아버지를 살해하면 한량없는 아승기겁 동안 큰 고통을 받는다고 하였다. 나는 이제 오래지 않아 지옥에 떨어질 것인데, 어느 의원 한 사람 나의 죄를 구하여 줄 이가 없구나.”
대신이 말하였다.
“원컨대 대왕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옛날에 라마(羅摩) 임금은 부왕을 살해하고 왕위에 올랐고, 발제대왕(跋提大王)ㆍ비루진왕(毘樓眞王)ㆍ나후사왕(那睺沙王)ㆍ가제가왕(迦帝迦王)ㆍ비사거왕(毘舍佉王)ㆍ월광명왕(月光明王)ㆍ일광명왕(日光明王)ㆍ애왕(愛王)ㆍ지다인왕(持多人王), 이런 임금들이 모두 부모를 살해하고 왕이 되었지만 한 임금도 지옥에 들어간 이가 없었습니다. 지금 계시는 비유리왕(毘琉璃王)ㆍ우타나왕(優陀那王)ㆍ악성왕(惡性王)ㆍ서왕(鼠王)ㆍ연화왕(蓮花王), 이런 임금이 모두 그 부왕을 살해하였지만 한 임금도 걱정 근심하는 이가 없습니다. 비록 말로는 지옥이니 아귀의 갈래니 천상이니 하지만 누가 보았습니까?
대왕이여, 오직 두 가지 존재[有]가 있을 뿐이니 인간과 축생입니다. 오직 두 가지가 있지만 인연으로 태어나는 것도 아니고 인연으로 죽는 것도 아닙니다.
만일 인연이 아니라면 무슨 선과 악이 있겠습니까? 원컨대 대왕은 걱정하지 마시고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왜냐하면 게송과 같기 때문입니다.

항상 근심하는 이는
근심 더욱 느는 것이
잠 잘 자는 잠꾸러기
잠이 점점 많아지듯 합니다.
탐욕과 음욕과 술 먹는 일
역시 그와 같은 것입니다.

대왕의 말씀이 이 세상에 몸과 마음을 치료할 의원이 없다 하시나, 지금 큰 스승이 있으니 이름을 아기다시사흠바라(阿耆多翅舍欽婆羅)라고 합니다. 온갖 지견을 가진 이로서 금과 흙을 평등하게 둘이 아니라고 봅니다. 그는 오른쪽 옆구리를 칼로 찌르거나, 왼쪽 옆구리를 전단으로 바르더라도 이 두 사람에게 차별하는 마음이 없으며, 원수와 친한 이를 평등하게 대하고 다르게 생각하지 않으니 이 사람은 진실로 이 세상의 용한 의원입니다. 가거나 섰거나 앉거나 누웠거나 항상 삼매에 있어 마음이 산란하지 않으며 제자들에게는 이렇게 말합니다.
‘제가 짓거나 남을 시켜 지었거나, 제가 찍었거나[斫] 남을 시켜 찍었거나, 제가 구웠거나 남을 시켜 구웠거나, 제가 해쳤거나 남을 시켜 해쳤거나, 제가 훔쳤거나 남을 시켜 훔쳤거나, 제가 음행하였거나 남을 시켜 음행하였거나, 제가 거짓말하였거나 남을 시켜 거짓말하였거나, 제가 술을 먹었거나 남을 시켜 술을 먹었거나, 한 마을ㆍ한 도시ㆍ한 나라 사람들을 살해하였거나, 칼로써 모든 중생을 죽였거나, 항하의 남쪽에서는 중생에게 보시하고 항하의 북쪽에서는 중생들을 살해하였어도 죄도 복도 모두 없으며, 보시하고 계행 가지고 선정 닦는 일이 없다.’
그가 지금 왕사성 가까이 있으니 대왕은 속히 가십시오. 대왕이 보기만 하여도 모든 죄가 소멸될 것입니다.”
왕이 말했다.
“대신아, 참으로 나의 죄를 소멸할 수 있다면 나는 마땅히 귀의할 것이다.”
또 한 대신이 있었으니 이름이 길덕(吉德)이었다. 또 왕에게 나아가서 이렇게 말하였다.
“대왕께서는 무슨 일로 용안에 윤기가 없습니까? 낮에 켠 등불 같고
낮에 보는 달 같고, 나라 잃은 임금 같고 장사에 실패한 사람 같습니다. 대왕이시여, 지금 사방이 태평하여 원수나 적이 없는데, 무슨 까닭으로 이다지 걱정하십니까? 몸이 괴로우십니까, 마음이 아프십니까?
여러 왕자들은 항상 생각하기를 ‘나는 언제나 자재함을 얻을까?’라고 합니다. 대왕은 이제 소원을 이루었고 자재하신 왕으로서 마가타국을 차지하셨으며 선왕의 보물을 모두 다 얻으셨습니다. 마땅히 만족한 마음으로 복을 즐겨야 할 것인데, 어찌하여 이렇게 근심하시는 것입니까?”
왕은 대답하였다.
“내가 지금 어떻게 근심하지 않겠는가? 대신이여, 어리석은 사람이 단맛만 탐하고 칼날을 보지 못하듯, 독한 음식을 먹으면서도 걱정을 생각하지 못하듯 나도 그와 같다. 사슴이 먹을 풀만 보고 함정을 보지 못하듯, 쥐가 먹을 것만 보고 고양이를 보지 못하듯 나도 그와 같아서 현재의 쾌락만 보고 오는 세상에서 고통의 나쁜 과보 받을 줄을 보지 못한다.
일찍이 지혜 있는 이가 이런 말을 하였다.
‘차라리 하루 동안에 3백 자루 창에 찔릴지언정 부모에 대하여 잠깐 동안 이라도 나쁜 생각을 내지 말라’
나는 지금 지옥의 맹렬한 불에 타게 되었는데 어떻게 걱정하지 않겠는가?”
대신이 말하였다.
“누가 지옥이 있다고 말하였습니까? 가시 끝이 뾰족한 것은 누가 만들었으며, 나는 새의 빛이 제각기 다른 것은 누가 하였으며, 물의 성질은 축축하고 돌의 성질은 단단하고 바람은 흔들리고 불은 뜨거우며, 온갖 만물이 저절로 났다가 저절로 죽는 것은 누구의 짓입니까? 지옥이란 말은 잔꾀 있는 이의 문자로 조작한 말입니다. 지옥이 무슨 뜻인지를 신이 말하겠습니다. 지는 땅이며 옥은 깨뜨린다는 것입니다. 지옥을 깨뜨려도 죄보가 없기 때문에 지옥이라고 하는 것입니다.
또 지(地)는 인간이며 옥(獄)은 천상입니다. 아버지를 살해한 까닭으로
인간ㆍ천상에 이릅니다. 바수 선인(婆藪仙人) 이 말하기를 ‘양을 죽이고 인간ㆍ천상의 낙을 얻는다’고 하였습니다. 이것을 이름하여 지옥이라 하는 것입니다. 또 지는 목숨이며 옥은 길다는 것입니다. 생명 있는 것을 죽이면 목숨이 길어지므로 지옥이라고 합니다. 대왕이시여, 그러므로 실로 지옥이 없다는 것을 알겠습니다. 대왕이여, 밀을 심으면 밀을 거두고 벼를 심으면 벼를 거두듯이 지옥을 죽이면 지옥에 나게 되고 인간을 살해하면 인간에 날 것입니다.
대왕이시여, 지금 신이 말하는 살해가 없는 이치를 들으십시오. 만일 내가 있다고 해도 진실로 살해함이 없고, 만일 내가 없다고 해도 살해할 것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내가 있다면 항상하여 변하지 않을 것이며, 항상 머물러 살해하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또 깨뜨리지 못하고 부수지 못하고 얽매지 못하고 속박하지 못합니다. 성내지 않고 기뻐하지 않음이 허공과 같을 것이니 어찌 살해하는 죄가 있겠습니까?
만일 내가 없다면 모든 법이 무상할 것이며, 무상한 것이므로 찰나찰나 멸할 것입니다. 찰나찰나 멸하는 까닭에 죽인 이 죽은 이가 모두 찰나찰나 멸할 것이며, 만일 찰나찰나 멸한다면 누가 죄가 있겠습니까? 대왕이시여, 불이 나무를 태워도 불은 죄가 없으며, 도끼로 나무를 찍어도 도끼는 죄가 없으며, 낫으로 풀을 베도 낫은 죄가 없습니다. 마치 칼로 사람을 죽였을 때에 칼은 실로 사람이 아닌 것처럼, 칼이 이미 죄가 없는데 사람이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독약으로 사람을 죽였을 때에 독약은 실로 사람이 아닌 것처럼, 독약이 죄가 없는데 사람이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온갖 만물도 그와 같아서 진실로 살해함이 없는데 어찌 죄가 있겠습니까? 원컨대 대왕은 근심하지 마십시오. 왜냐하면 게송과 같기 때문입니다.

항상 근심하는 이는
근심 더욱 느는 것이
잠 잘 자는 잠꾸러기
잠이 점점 많아지듯 합니다.
탐욕과 음욕과 술 먹는 일
역시 그와 같은 것입니다.

대왕의 말씀이 이 세상에 몸과 마음을 치료할 의원이 없다고 하시는데, 여기
큰 스승이 있으니 이름이 가라구타가전연(迦羅鳩馱迦旃延)입니다. 그는 온갖 지견을 가진 이로서 3세를 분명히 알고, 잠깐 동안에 한량없고 그지없는 세계를 보며, 소리를 듣는 것도 그와 같습니다. 중생들로 하여금 모든 허물을 떠나게 하는 것이, 마치 항하의 안과 밖에 있는 모든 허물이 모두 깨끗한 것처럼, 이 사람도 그와 같아서 중생들의 안팎의 죄를 멸하게 하며 제자들에게 이런 법을 말합니다.
‘만일 사람이 모든 중생을 살해하고도 마음에 부끄러움이 없으면 나쁜 갈래에 떨어지지 않는다. 마치 허공이 티끌과 물을 받지 않는 것과 같다. 부끄러움이 있으면 지옥에 떨어지는데, 마치 큰물이 땅을 적시는 것과 같다.
또한 모든 중생은 모두 자재천이 지은 것이므로 자재천이 기뻐하면 중생들이 안락하고 자재천이 분노하면 중생들이 고통을 받는다. 모든 중생의 죄와 복은 모두 자재천이 하는 것인데, 어찌 사람에게 죄와 복이 있다고 말하겠는가? 비유하면 공장(工匠)이 허깨비 사람[機關木人]을 만들면 가고 서고 앉고 눕지만 말은 하지 못한다. 중생도 그와 같아서 자재천은 공장과 같고 허깨비 사람은 중생의 몸과 같다. 이와 같이 만드는 것인데, 누구에게 죄가 있겠느냐?’
이 사람이 지금 왕사성에 있습니다. 원컨대 빨리 가시면 보기만 하여도 모든 죄가 소멸할 것입니다.”
왕이 곧 말하였다.
“진실로 이런 사람이 있어 나의 죄를 없앤다면 내가 마땅히 귀의할 것이다.”
또 한 신하가 있었으니 이름이 무소외(無所畏)였다. 그는 왕에게 나아가 이렇게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세상에 어떤 어리석은 사람은 하루 동안에 백 번 기뻐하고 백 번 근심하며, 백 번 자고 백 번 깨며, 백 번 놀라고 백 번 통곡합니다. 그러나 지혜 있는 사람은 그런 일이 없는데, 대왕은 무슨 일로 그렇게 근심하십니까? 동무를 잃은 나그네 같으며, 수렁에 빠졌을 때에
구원할 이가 없는 것 같으며, 목마른 사람이 물을 만나지 못한 것 같으며, 길을 잃은 사람이 길잡이를 만나지 못한 것 같으며, 병든 사람에게 치료할 의원이 없는 것 같으며, 바다에서 파선하였을 때에 건질 이가 없는 것 같습니다. 대왕께서는 지금 몸이 아프십니까, 마음이 불안하십니까?”
왕은 대답하였다.
“내가 지금 몸과 마음이 어찌 아프지 않겠는가? 나는 나쁜 사람을 가까이하고 거짓말을 알아차리지 못하여 허물없는 부왕을 배반하고 돌아가시게 하였다. 그러므로 마땅히 지옥에 들어갈 줄 알지만 구제하여 줄 의원이 없구나.”
대신이 곧 말하였다.
“원컨대 대왕은 근심하지 마십시오. 찰리는 왕족이라고 하는데, 국왕이 되거나 사문이 되거나 바라문이 되어서 백성을 편안하게 하기 위해서라면 비록 살해하더라도 죄가 없습니다. 또 선왕은 사문을 공경하였으나 바라문은 섬기지 않았으니 마음이 평등하지 못하였고, 평등하지 못했기 때문에 찰리가 아닙니다. 대왕께서 바라문들을 공양하시려고 선왕을 살해한 것이 무슨 죄가 있겠습니까? 대왕이여, 진실로 살해라는 것은 없는 것입니다. 곧 살해란 말은 목숨을 죽인다는 것인데, 목숨은 바람 같은 기운이며 기운의 성품은 살해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어찌하여 목숨을 살해하였다고 죄가 있겠습니까? 원컨대 대왕은 근심하지 마십시오. 왜냐하면 게송과 같기 때문입니다.

항상 근심하는 이는
근심 더욱 느는 것이
잠 잘 자는 잠꾸러기
잠이 점점 많아지듯 합니다.
탐욕과 음욕과 술 먹는 일
역시 그와 같은 것입니다.

또 대왕의 말씀이 이 세상에 치료할 의원이 없다고 하시니, 여기 큰 스승이 있으니 이름이 니건타야제자(尼乾陀若提子)입니다. 온갖 지견을 가진 이로서 중생들을 가엾이 여기며, 중생들의 근성이 영리하고 둔함을 잘 알고 모든 방편을 통달하여 세간의 여덟 가지 법이 더럽히지 못합니다.
또 고요하게 깨끗한 범행을 닦았으며 제자들에게는 이런 말을 합니다.
‘보시도 없고 선한 일도 없고, 아비도 없고 어미도 없고, 지금 세상도 없고 뒤의 세상도 없고, 아라한도 없고, 닦을 것도 없고 닦을 도도 없다. 또 모든 중생들이 8만 겁을 지나면 생사의 윤회에서 자연히 해탈하며, 죄가 있거나 죄가 없거나 간에 모두 그러한 것이다. 마치 신두ㆍ항하ㆍ박차ㆍ사타 등 네 강이 모두 바다에 들어가서 아무 차별도 없듯이, 모든 중생들도 그와 같아서 해탈을 얻을 때에는 모두 차별이 없다.’
이 사람이 지금 왕사성에 있으니 원컨대 대왕은 빨리 가십시오. 그 사람을 만나면 모든 죄가 소멸할 것입니다.”
왕이 곧 말하였다.
“진실로 그 사람이 나의 죄를 없애준다면 나는 마땅히 귀의하겠다.”
그때에 기바(耆婆)라는 큰 의원이 임금 계신 데 나아가서 여쭈었다.
“대왕이여, 안녕히 주무셨습니까?”
왕은 게송으로 이렇게 대답하였다.

누구든지 모든 번뇌
깨끗하게 끊는다면
삼계에 물들지 않아서
편안하게 잠을 자네.

큰 열반을 얻고 나서
깊은 뜻을 연설하면
참된 바라문 된 뒤에
편안하게 잠을 자네.

몸으로 여러 업이 없고
입으로 네 가지 허물 떠나면
마음에 의심 그물 없어져
편안하게 잠을 자네.

몸과 맘에 번뇌 없고
고요한 곳에 안주한다면
위없는 즐거움 얻고
편안하게 잠을 자네.

마음속에 고집 없고
원수들을 멀리 떠나
다툼 없이 화평하면
편안하게 잠을 자네.

나쁜 업을 짓지 않고
부끄러움 항상 품어
악의 과보 믿고 나서
편안하게 잠을 자네.

부모를 공경히 공양하고
한 목숨도 죽이지 않고
남의 재물 안 훔치면
편안하게 잠을 자네.

모든 감관 조복 받고
선지식을 친근히 하며
네 마군들을 깨뜨리면
편안하게 잠을 자네.

길흉(吉凶) 보지 않고

고락(苦樂)도 보지 않고
중생들을 위하여서
나고 죽고 애를 쓰는
이와 같은 이라면
편안하게 잠을 자네.

편안한 잠 얻은 이는
시방세계 부처님들
공한 삼매 깊이 관하여
심신이 편안하고 움직이지 않는다네.

편안한 잠 얻은 이는
자비하신 보살들
불방일(不放逸)을 항상 닦고
중생 보길 아들처럼 한다네.

무명에 가린 중생들이
번뇌 과보 못 보면서
나쁜 업만 짓는 이는
편안한 잠 못 잔다네.

자기 몸을 위하여
다른 이를 시켜서
10악업을 짓는 이는
편안한 잠 못 잔다네.

아버지를 죽인 죄란 없으니
쾌락을 누리자고 말하는
나쁜 동무 사귄 이는
편안한 잠 못 잔다네.

절도 없이 밥을 먹고
지나치게 찬 것을 먹어서
병이 난 이는
편안한 잠 못 잔다네.

임금에게 죄를 짓고
유부녀에 정을 두고
쓸쓸한 길 다니는 이는
편안한 잠 못 잔다네.

계행이 아직 미숙한 이
등극하지 못한 태자
돈을 못 뺏은 도둑들은
편안한 잠 못 잔다네.

기바여, 나는 지금 병이 중하다. 바른 법으로 나라를 다스리는 부왕을 배반하여 살해를 하였으니, 모든 의원이나 약이나 주문이나 좋은 방편으로 구원하더라도 나을 수가 없다. 그 까닭을 말하면 부왕께서 바른 법으로 나라를 다스렸고 실로 허물이 없는데 나쁜 마음으로 역해를 하였는지라, 뭍에 나온 물고기 같으니 무슨 낙이 있겠는가? 그물에 걸린 사람과 같으니 애초부터 즐거운 생각이 없으며, 목숨이 경각에 달린 것을 아는 사람과 같으며, 나라를 잃고 다른 나라로 도망하는 임금과 같으며, 자기의 병은 고칠 수 없다는 진단을 받은 환자 같으며, 파계한 이가 죄의 설명을 들은 것 같다.
나는 예전에 지혜 있는 이의 말을 들으니, 몸과 입과 뜻으로 지은 업이 깨끗하지 못하면 그 사람은 지옥에 떨어진다고 하였다. 나의 신세가 그와 같거니 어찌 편안하게 잠을 자겠는가? 그리고 나에게는 법의 약을 말하여 병을 치료하여 줄 만한 훌륭한
의원이 없다.”
기바가 대답하였다.
“좋은 말씀입니다. 대왕께서는 비록 죄를 저질렀으나 마음으로 깊이 뉘우치고 부끄러운 생각을 품으셨습니다. 대왕이시여, 여러 부처님 세존께서는 항상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두 가지 선한 법[白法]이 중생을 구제할 수 있으니 첫째는 제 부끄러움[慚]이며, 둘째는 남부끄러움[愧]이다. 제 부끄러워하는 이는 스스로 죄를 짓지 않고, 남부끄러워 하는 이는 다른 이를 시켜 죄를 짓지 않는다. 제 부끄러워하는 이는 속으로 수치한 줄 알고, 남부끄러워 하는 이는 남을 향하여 죄를 털어놓는다. 제 부끄러운 이는 사람에게 부끄럽고, 남부끄러운 이는 하늘께 부끄러워한다. 이것을 참괴라고 한다. 참괴가 없는 이는 사람이라고 할 수 없고 짐승이라고 하며, 참괴가 있으므로 부모와 스승과 윗사람을 공경하고, 참괴가 있으므로 부모 형제자매가 있다고 말한다.’
훌륭하십니다. 대왕께서는 지금 참과 괴를 갖추었습니다. 대왕이시여, 신이 부처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는 것을 들었습니다.
‘지혜로운 이가 둘이니 첫째는 나쁜 짓을 짓지 않는 이며, 둘째는 지은 뒤에 곧 참회하는 이다. 어리석은 이도 둘이니 하나는 죄를 짓는 이며, 둘째는 짓고는 감추려는 이다. 비록 나쁜 짓을 지었지만 이내 드러내어 참회하며, 참회하고는 부끄러워서 다시 짓지 않으면, 마치 흐린 물에 맑은 구슬을 넣으면 구슬의 위력으로 물이 곧 맑아지며, 구름이 걷히면 달이 청명하여지듯이 죄를 짓고 참회하는 것도 그와 같다.’
왕께서 만일 참회하시고 참괴한 생각을 품으시면 죄가 곧 소멸되어 본래와 같이 깨끗해질 것입니다.
대왕이시여, 부자(富者)에 두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코끼리와 말과 가지가지 짐승이며, 다른 하나는 금과 은과 가지가지 보배인데, 코끼리와 말이 아무리 많아도 여의주 하나를 대적할 수 없습니다. 중생도 그러하여 하나는 악이 부자이며 하나는 선이 부자이니 모든 악을 많이 지어도 한 가지 선함만 같지 못합니다. 신이 부처님 말씀을 들으니 ‘한 가지 선을 닦는 마음이 백 가지 악을 깨뜨린다’고 하셨습니다.
대왕이시여, 작은 금강이 능히 수미산을 깨뜨리며, 작은 불이 능히 온갖 것을 태우며, 적은 독약이 능히 중생을 해롭게 합니다. 작은
선도 그와 같아서 큰 악을 깨뜨리며, 비록 작은 선이라 하나 실제로는 큰 것입니다. 왜냐하면 큰 악을 깨뜨리는 까닭입니다.
대왕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덮어 감추는 것은 새고, 감추지 않으면 새지 않는다. 털어놓고 허물을 참회하므로 새지 않는 것이다. 여러 가지 죄를 지었더라도 덮어 두지 말고 감추지 마라. 덮어 두지 않으므로 죄가 경미해지고 부끄러운 생각을 품으면 죄가 소멸한다’고 하였습니다.
대왕이시여, 마치 물방울이 비록 작으나 점점 모이면 큰 그릇에 차는 것처럼 선한 마음도 그러하여 하나하나의 선한 마음이 큰 악을 깨뜨리는 것입니다. 만일 죄를 덮어 두면 죄가 점점 더하지만 털어놓고 참회하면 죄가 소멸될 것이므로 부처님 말씀이 ‘지혜 있는 이는 죄를 덮어 두지 않는다 ’라고 하셨습니다. 좋은 일입니다. 대왕이시여, 능히 인과를 믿으며 업을 믿고 과보를 믿으니, 원컨대 대왕은 근심하고 두려워하지 마십시오.
만일 어떤 중생이 모든 죄를 짓고는 덮어 두고 참회하지 않고 부끄러운 마음이 없으며, 인과와 업보를 보지 못하면서 지혜 있는 사람에게 묻지도 않으며 선지식을 친근하지 않으면, 이런 사람은 모든 훌륭한 의원이나 병구원을 잘하는 이라도 다스릴 수 없습니다. 마치 대풍창병은 세간의 의원들이 손을 댈 수 없는 것처럼 죄를 감추는 사람도 그와 같습니다.
어떤 것을 죄인이라 합니까? 일천제를 말하는 것입니다. 일천제는 인과(因果)를 믿지 않고 부끄러운 마음이 없고 업보를 믿지 않고, 지금 세상과 오는 세상을 보지 못하며, 선지식을 친근하지 않고 부처님의 가르침을 따르지 않습니다. 이런 사람을 일천제라 하며 부처님들도 다스릴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마치 세간의 죽은 송장은 의원도 고칠 수 없는 것처럼, 일천제도 그와 같아서 여러 부처님 세존께서도 다스릴 수 없습니다. 그러나 대왕은 일천제가 아닌데, 어찌 치료할 수 없다고 말씀하십니까?

왕의 말씀에 치료할 이가 없다 하시나, 가비라성 정반왕의 아드님은 성은 구담(瞿曇)이시며 이름이 실달다(悉達多)입니다. 스승이 없이 혼자 깨달아서 저절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으며, 32상과 80종호로 몸을 장엄하고, 10력과 4무소외(無所畏)와 온갖 지견과 대자비를 구족하셨습니다. 모든 중생을 가엾이 여김을 라후라와 같이 하시며, 선한 중생을 따르기를 송아지가 어미 따르듯 하시며, 때를 알아서 말씀하시고 때가 아니면 말씀하지 않으십니다.
진실한 말ㆍ깨끗한 말ㆍ미묘한 말ㆍ이치 있는 말ㆍ법다운 말ㆍ한결같은 말을 하시며, 중생들로 하여금 번뇌를 영원히 여의게 하시며, 중생들의 근성과 심리를 잘 알고 마땅한 방편을 모두 통달하셨습니다. 지혜의 높고 크기는 수미산 같고, 깊고 넓기는 바다와 같으며, 이 부처님 세존께서는 금강 같은 지혜가 있어 중생들의 모든 죄악을 깨뜨립니다. 만일 깨뜨리지 못한다고 한다면 그런 말은 있을 수 없습니다.
여기서 12유순 되는 구시나성의 사라쌍수 사이에 계시며, 한량없는 아승기 보살들을 위하여 가지가지 법을 연설하십니다. 있는 법ㆍ없는 법ㆍ함이 있는 법ㆍ함이 없는 법ㆍ샘[漏]이 있는 법ㆍ샘이 없는 법ㆍ번뇌의 과보ㆍ선한 법의 과보ㆍ색이 있는 법[色法]ㆍ색이 아닌 법ㆍ색도 아니고 색 아님도 아닌 법ㆍ나라는 법ㆍ나가 아닌 법ㆍ나도 아니고 나 아님도 아닌 법ㆍ항상한 법ㆍ항상하지 않은 법ㆍ항상함도 아니고 항상하지 않음도 아닌 법ㆍ즐거운 법ㆍ즐겁지 않은 법ㆍ즐겁지도 않고 즐겁지 않음도 아닌 법ㆍ모양 있는 법ㆍ모양 아닌 법ㆍ모양도 아니고 모양 아님도 아닌 법ㆍ아주 없는 법[斷法]ㆍ아주 없지 않은 법ㆍ아주 없지도 않고 아주 없지 않음도 아닌 법ㆍ세간법ㆍ출세간법ㆍ세간도 아니고 출세간도 아니 법ㆍ승(乘)인 법ㆍ승 아닌 법ㆍ승도 아니고 승 아님도 아닌 법ㆍ
제가 짓고 제가 받는 법[自作自受]ㆍ제가 짓고 남이 받는 법[自作他受]ㆍ지음도 없고 받음도 없는 법[無作無受]들입니다. 대왕이 만일 부처님 계신 데서 지음도 없고 받음도 없음을 들으시면 있는바 중대한 죄가 곧 소멸할 것입니다.
대왕은 또 들으십시오. 제석환인이 목숨을 마치려 할 때에 다섯 가지 쇠하는 모양이 생깁니다. 첫째는 옷에 때가 묻고, 둘째는 머리 위에 꽃이 시들고, 셋째는 몸에서 냄새가 나고, 넷째는 겨드랑이에 땀이 나고, 다섯째는 앉은 자리가 편안하지 못한 것입니다. 그때에 제석이 고요한 곳에서 사문이나 바라문을 보고는 그곳에 나아가 부처님인 줄 생각하였습니다.
그때 사문과 바라문은 제석이 오는 것을 보고는 매우 기뻐하면서 ‘천왕이여, 나는 지금 당신에게 귀의하겠습니다’라고 말하였습니다. 제석이 듣고는 부처님이 아닌 줄 알고 다시 생각하기를 ‘저들이 부처님이 아니면 나의 다섯 가지 쇠퇴하는 모양을 다스릴 수 없을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때에 왕을 모시고 있던 신하 반차시(般遮尸)가 제석에게 말하였습니다.
‘교시가여, 건달바왕의 이름이 돈부루(敦浮樓)이며, 왕의 딸은 수발타(須跋陀)라 합니다. 왕이 이 아가씨를 신에게 주시면 신이 그 쇠퇴하는 모양을 없앨 방도를 보여드리겠습니다.’
제석이 대답하였습니다.
‘선남자야, 비마질다 아수라왕의 딸은 이름이 사지(舍脂)이다. 내가 공경하고 있지만, 경이 만일 나의 쇠퇴함을 소멸할 방도를 보여준다면 경에게 줄 것이다. 하물며 수발타이겠는가?’
‘교시가여, 부처님 세존께서 계시니 호를 석가모니라 하며 지금 왕사성에 계시니 그분에게 가서 물으면 쇠퇴하는 모양을 없앨 수 있을 것입니다.’
‘선남자야, 부처님이면 쇠퇴하는 모양을 없앨 수 있을 것이니 수레를 돌려 그리로 가자.’
신하는 왕의 명을 받들어 수레를 몰아 왕사성의 기사굴산에 이르렀습니다. 제석은 부처님 앞에 나아가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물러가 앉아서 부처님께 여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천상 인간에서 무엇이 속박합니까?’
‘교시가여, 간탐(慳貪)과 질투이다.’
또 여쭈었습니다.
‘간탐과 질투는 어찌하여 생깁니까?’
‘무명을 인하여 생긴다.’
‘무명은 무엇을 인하여 생깁니까?’
‘방일을 인하여 생긴다.’
‘방일은 또 무엇을 인하여 생깁니까?’
‘뒤바뀜을 인하여 생긴다.’
‘뒤바뀜은 또 무엇을 인하여 생깁니까?’
‘의심을 인하여 생긴다.’
‘세존이시여, 뒤바뀐 법이 의심을 인하여 생긴다고 하심은 실로 말씀하신 것과 같습니다. 왜냐하면 나는 의심이 있었고 의심 때문에 뒤바뀜이 생겨서 세존이 아닌데 세존이란 생각을 내었습니다. 지금 부처님을 뵙고 의심이 없어졌으며, 의심이 없으므로 뒤바뀐 생각도 다하였고, 뒤바뀜이 다하였으므로 간탐심과 질투심이 없어졌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그대의 말대로 간탐과 질투가 없어졌으면 아나함과를 얻었는가? 아나함은 탐하는 마음이 없으니, 만일 탐심이 없다면 어찌 목숨을 구하려고 여기 왔는가? 참으로 아나함이면 진실로 목숨을 구하지 않는다.’
‘세존이시여, 뒤바뀐 마음이 있는 이는 목숨을 구하고 뒤바뀜이 없는 이는 목숨을 구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저는 목숨을 구하는 것이 아니고 구하는 것은 부처님의 법신과 부처님의 지혜입니다.’
‘교시가여, 부처님의 법신과 부처님의 지혜를 구한다면 오는 세상에 반드시 얻을 것이다.’
그때에 제석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다섯 가지 쇠하는 모양이 즉시 소멸하게 되어서 일어나 예배하고 세 바퀴를 돌고 공경하고 합장하고 이렇게 말씀드렸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 죽었다가 살았고 목숨을 잃었다가 목숨을 얻었습니다. 또 부처님께서 수기하시기를 〈마땅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다〉라고 하시니, 이것이 다시 산 것이며 다시 목숨을 얻은 것입니다. 세존
이시여, 온갖 세간 사람과 천상 사람이 어찌하면 많아지며, 무슨 인연으로 줄어듭니까?’
‘교시가여, 싸우는 인연으로 사람과 하늘이 줄어들고 화합과 공경을 닦으면 늘어난다.’
‘세존이시여, 만일 싸우기 때문에 줄어든다고 하면 저는 오늘부터 다시는 아수라와 싸우지 않겠습니다.’
부처님께 말씀하셨습니다.
‘잘하는 일이다. 교시가여, 여러 부처님 세존께서 욕되는 일을 참는 법을 말씀하시는데, 이것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일이 되는 것이다.’
그때에 제석환인은 앞으로 나아가 부처님께 예배하고 물러갔습니다. 대왕이여, 여래께서 나쁜 모양을 없앴기 때문에 부처님을 불가사의라 합니다. 왕이 만일 가시기만 하면 무거운 죄악이 반드시 없어질 것입니다.
대왕은 또 들으십시오. 한 바라문의 아들이 있으니 이름은 불해(不害)라 합니다. 한량없는 중생을 죽였으므로 앙굴마(鴦崛魔)라고도합니다. 다시 어머니를 죽이려고 나쁜 마음이 일어날 때에 마음이 따라 동하였고 몸과 마음이 동하였으므로 5역죄의 인(因)이 되고, 역죄의 인연으로 반드시 지옥에 떨어지게 되었습니다. 또 뒤에 부처님을 뵈올 때에 몸과 마음이 동하여 해하려 하였으니, 몸과 마음이 동함은 5역죄의 일이요, 역죄의 인연으로 지옥에 들어갈 것인데, 이 사람이 여래를 만나서 지옥의 인연이 소멸되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마음을 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부처님을 일컬어 위없는 의원이라 하며 외도의 6사(師)와는 다릅니다.
대왕이시여, 또 수비라(須毘羅) 왕자는 그 아버지가 성을 내어 손발을 끊어서 우물 속에 넣었습니다. 그 어머니가 가엾게 생각하고 사람을 시켜 건져내어 데리고 부처님 계신 데로 갔습니다. 그가 부처님을 뵐 때에 손과 발이 도로 구족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습니다. 대왕이여, 부처님을 뵌 인연으로
현세의 과보를 얻었으므로 부처님을 일컬어 위없는 의원이라 하며, 외도의 6사와는 다릅니다.
대왕이여, 항하의 가에 500명의 아귀가 있었습니다. 한량없는 옛적부터 물은 보지 못하고 비록 강가에 이르러도 흐르는 불만 보며, 기갈이 막심하여 부르짖어 통곡하였습니다. 그때 여래께서 그 강 곁에 있는 우담바라 숲속에 앉아계셨는데, 아귀들이 부처님 계신 데 와서 이렇게 여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기갈이 심하여 죽을 날이 멀지 않았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항하의 흐르는 물을 어찌하여 먹지 않느냐?’
아귀가 대답하였습니다.
‘여래는 물로 보시나 우리는 불로 보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항하의 맑은 물은 불이 아니지만, 나쁜 업 때문에 마음이 뒤바뀌어 불이라 고 하는 것이다. 나는 너희들로 하여금 뒤바뀐 마음을 없애고 물을 보게 할 것이다.’
그때에 세존께서 아귀들을 위하여 간탐의 허물을 말씀하시니, 아귀들이 말하였습니다.
‘우리는 갈증이 심하여 아무리 법문을 들어도 마음에 들어가지 않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습니다.
‘너희들이 목이 마르면 먼저 강에 들어가서 양껏 물을 마셔라.’
아귀들은 부처님 법력으로 물을 먹게 되었고, 물을 먹은 뒤에 여래는 다시 가지가지 법문을 말씀하셨습니다. 아귀들이 법문을 듣고는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어 아귀의 형상을 벗고 하늘의 몸을 얻었습니다. 대왕이시여, 그러므로 부처님을 일컬어 위없는 의원이라 하며, 외도의 6사와는 다릅니다.
대왕이시여, 사위성[舍婆提國]에 강도 500명이 있었습니다. 파사닉왕(波斯匿王)이 그들의 눈을 뽑았더니, 눈이 없고 길잡이도 없어서 부처님 계신 데로 나아갈 수가 없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불쌍히 여기시고 도적들이 있는 데로 가셔서 이렇게 위로하셨습니다.
‘선남자들이여, 몸과 입을 잘 수호하고 다시 나쁜 짓을 하지 마라.’
그러자 도적들은 여래의 음성이 미묘하고 청아함을 듣고 곧 눈을 회복하여, 부처님
앞에 합장 예배하고 이렇게 여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이 이제야 부처님의 자비하신 마음이 모든 중생들에게 널리 덮였고 인간 천상만이 아닌 줄을 알았습니다.’
그때 여래께서 법문을 말씀하시니, 그 법문을 듣고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래께서는 참으로 세간의 훌륭한 의원이시고, 외도의 6사와는 다릅니다.
대왕이시여, 또 사위성에 전타라(旃陀羅)가 있으니, 이름은 기허(氣噓)입니다. 한량없는 사람을 죽였는데, 부처님의 제자 목건련을 보고는 즉시 지옥의 인연을 깨뜨리고 삼십삼천에 태어났습니다. 이러한 성스러운 제자가 있으므로 부처님을 일컬어 위없는 의원이라 하며, 외도의 6사와는 다릅니다.
대왕이시여, 바라내성(波羅捺城)에 한 장자의 아들이 있으니 이름은 아일다(阿逸多)입니다. 그 어미와 간통하고, 이 인연으로 아비를 죽였는데, 어미가 또 다른 사람과 정을 통하므로 아들이 알고 또 어미를 죽였습니다. 한 아라한이 있어 모든 일을 잘 알므로 그 아라한에게 부끄러운 마음을 내어 또 죽였습니다. 그리고 기원정사에 가서 출가하기를 원하였으나, 비구들은 이 사람이 세 가지 역죄 지은 줄을 알았으므로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허락하지 않기 때문에 다시 성을 내어 그날 밤에 불을 놓아서 절을 불사르고 죄 없는 사람들을 많이 죽였습니다.
그런 뒤에 다시 왕사성으로 갔다가 부처님 계신 데 이르러 출가하기를 애걸하였습니다. 여래가 허락하시고 그에게 법을 말씀하여 그의 죄를 가볍게 해주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습니다. 그러므로 부처님을 일컬어 세상의 훌륭한 의원이라 하며, 외도의 6사와는 다릅니다.
대왕이시여, 왕의 성품이 포악하여 나쁜 제바달다를 믿고 술 취한 코끼리를 놓아서 부처님을 밟게 하였습니다. 그러나 코끼리가
부처님을 보고 곧 술이 깨었고, 부처님께서는 손을 내밀어 머리를 만지면서 법문을 말씀하셔서 그로 하여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게 하였습니다. 대왕이시여, 축생도 부처님을 보고 축생의 업보를 벗어버렸는데 하물며 사람이겠습니까? 대왕이 만일 부처님을 뵈면 무거운 죄악이 반드시 소멸될 것입니다.
대왕이시여, 세존께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지 못하였을 때에 마군이 한량없고 그지없는 권속들과 함께 보살께서 계신 데 이르렀습니다. 보살이 그때 인욕하는 힘으로 마군의 나쁜 마음을 깨뜨리고 마군으로 하여금 법을 받게 하였습니다. 그랬더니 마침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큰 공덕이 있습니다.
대왕이시여, 들판에 귀신이 있어 중생들을 많이 해치는데, 여래께서는 그때 선현장자를 위하여 광야촌에 가서 법을 말씀하셨습니다. 들판에 귀신이 법을 듣고 환희하여 장자를 부처님께 드리고 문득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습니다.
대왕이시여, 바라내국(波羅奈國)에 백정이 있으니 이름 광액(廣額)입니다. 날마다 한량없는 양을 죽였는데 사리불을 만나서 8계를 받았습니다. 그리고는 하루 낮 하룻밤을 지나고 그 인연으로 목숨을 마치고 북방천왕(北方天王) 비사문(毘沙門)의 아들이 되었습니다. 여래의 제자도 이런 공덕의 과보가 있는데, 하물며 부처님이겠습니까?
대왕이시여, 북천축에 한 성(城)이 있으니 이름이 세석(細石)이며, 그 성에 임금이 있으니 이름은 용인(龍印)이었습니다. 나라와 왕위를 탐내어 부왕을 살해하였고, 살해한 뒤에는 뉘우치는 마음을 내어 나라를 다스리는 일을 버리고 부처님 계신 데 와서 출가하기를 애걸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잘 왔구나’ 하시니, 곧 비구를 이루어 중죄가 소멸되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습니다. 대왕이시여,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한량없고 그지없는 공덕의 과보를 가지셨습니다.
대왕이시여, 여래의 동생 제바달다가 승가를 파괴하고 부처님 몸에 피를 내고 연화 비구니를 해하여 세 가지 역적죄를 지었습니다. 그러나 여래가 가지가지 법을 말씀하셔서 그 무거운 죄가 마침내 가벼워졌습니다. 그러므로 여래를 용한 의원이라 하며, 6사와는 다릅니다.
대왕이시여, 만일 신의 말을 믿는다면 원컨대 빨리 여래께 가시고, 만일 믿지 않으시면 잘 생각하십시오.
대왕이시여, 여러 부처님 세존께서는 크게 가엾이 여김이 널리 덮여 한 사람에 국한되지 않고, 바른 법이 크고 넓어 포섭하지 않는 것이 없습니다. 또 원수나 친한 이나 평등하여 미워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시며, 한 사람에게만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게 하시고 다른 이는 얻지 못하게 하지 않으십니다. 여래는 사부대중의 스승이 되는 것만이 아니라, 온갖 천상ㆍ인간ㆍ용ㆍ귀신ㆍ지옥ㆍ축생ㆍ아귀들의 스승이 됩니다. 따라서 모든 중생들도 부처님 뵙기를 부모처럼 하여야 합니다.
대왕께서는 이런 줄을 아셔야 합니다. 여래는 호화롭고 부귀한 발제가왕(跋提迦王)만을 위하여 법을 말씀하시는 것이 아니라, 미천한 우파리(憂波離) 등에게도 법을 말씀하시며, 수달다아나빈지(須達多阿那邠坻)가 받드는 공양만 받으시는 것이 아니라, 가난한 수달다의 음식도 받으시며, 사리불 같은 영리한 근기를 위하여서만 법을 말씀하시는 것이 아니라, 근성이 둔한 주리반특(周梨槃特)에게도 법을 말씀하십니다.
대가섭(大迦葉)같이 탐심이 없는 사람이 출가하여 도를 구하는 것만을 허락하시는 것이 아니라, 탐심이 많은 난타의 출가도 허락하시며, 번뇌가 엷은 우루빈라가섭(優樓頻螺迦葉) 등이 출가하여 도를 구하는 것만을 허락하시는 것이 아니라, 번뇌가 무겁고 중죄를 지은 바사닉왕의 동생 우타야(優陀耶)의 출가도
허락하셨습니다.
풀[草]로 공경하고 공양함으로써 그의 성내는 근성을 뽑으시고, 앙굴마라가 나쁜 마음으로 해하려는 것을 버려두고 구원하지 않으신 것이 아니며, 지혜 있는 남자만을 위하여 법을 연설하시는 것이 아니라, 아주 어리석은 이의 짝이 된 지혜 있는 여인을 위하여서도 법을 말씀하십니다.
출가한 사람으로 하여금 네 가지 도과(道果)를 얻게 하시는 것만이 아니라, 집에 있는 이로 하여금 세 가지 도과를 얻게 하시며, 부다라(富多羅) 등 바쁜 일을 버리고 한적하게 생각하는 이만을 위하여 법을 말씀하시는 것이 아니라, 빈바사라왕(頻婆娑羅王) 등의 나라를 통치하고 정사를 살피는 이를 위하여서도 법을 말씀하십니다.
또 다만 술을 끊은 사람만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술을 즐기는 욱가(郁伽) 장자처럼 만취한 이에게도 말씀하시며, 선정에 들어 있는 리바다(離婆多)만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아들이 죽어 상심하는 바라문의 딸인 바사타(婆私吒)를 위하여서도 말씀하시며, 자기의 제자들만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외도인 니건자(尼乾子)를 위하여서도 말씀하십니다.
다만 25세의 장년만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80세의 늙은이들을 위하여서도 말씀하시며, 선근(善根)이 성숙한 이들만 위하는 것이 아니라, 선근이 성숙하지 못한 이에게도 말씀하시며, 말리(末利) 부인만을 위하는 것이 아니라, 음녀인 연화녀(蓮花女)를 위하여서도 말씀하시며, 바사닉왕의 훌륭한 음식만을 받는 것이 아니라, 시리국다 장자의 나쁜 음식도 받으십니다.
대왕이시여, 시리국다도 옛적에 역죄를 지었지만, 부처님을 만나 뵙고 법을 들었으므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습니다.
대왕이시여, 가령 한 달 동안을 의복과 음식으로 온갖 중생에게 항상 공양하고 공경하더라도, 어떤 사람이 잠깐 동안 염불하여 얻는 공덕의 16분의 1도 미치지 못합니다. 대왕이시여, 가령 황금을 녹여 사람을 만들고
수레와 말에 각각 백 개의 보배를 실어 보시하더라도, 어떤 사람이 발심하고 부처님을 향하여 한 걸음을 옮긴 것만 같지 못합니다. 대왕이시여, 가령 또 코끼리 수레 100채에 대진국(大秦國)의 가지가지 보물을 싣고, 여인의 몸에 차는 영락을 각각 100가지로 보시하더라도, 오히려 발심하고 부처님을 향하여 한 걸음을 옮긴 것만 못합니다.
그것은 그만두고, 만일 네 가지 것[四事]으로 삼천대천세계에 있는 중생들에게 공양하더라도, 오히려 발심하고 부처님을 향하여 한 걸음을 걸은 것만 못합니다. 또 그것은 그만두고, 만일 대왕이 항하의 모래처럼 한량없는 중생에게 공양하고 공경하더라도, 사라쌍수 사이에 가서 부처님 계신 데서 정성으로 법문을 듣는 것만 못합니다.”
그때에 임금은 기바(耆婆)에게 말하였다.
“여래 세존께서는 성품이 조화되셨으므로 조화된 이로 권속을 삼으신다. 마치 전단 숲에는 전단만으로 둘려 있는 것과 같이 여래께서 청정하시므로 그 권속들도 청정한 것이다. 또 용왕은 용으로만 권속을 삼은 것과 같이 여래께서 고요하시므로 권속들도 고요한 것이다. 또 여래께서 탐욕이 없으시므로 권속들도 탐욕이 없으며, 부처님께서 번뇌가 없으시므로 권속들도 번뇌가 없는 것이다. 나는 지금 가장 나쁜 사람이어서 나쁜 업에 얽히고 몸이 더러워 지옥에 매였으니, 어떻게 부처님 계신 곳에 갈 수 있겠는가? 내가 설사 가더라도 돌아보지도 않으시며, 상대하여 말씀도 하시지 않을까 싶다. 그대는 비록 나를 권하여 부처님 계신 곳에 가라고 하지만 나는 지금 몸이 더럽고 황송하여 갈 마음이 조금도 없다.”
그때 허공에서 이런 말이 들렸다.
“위없는 부처님 법이 장차 쇠하려 하며, 깊고 깊은 법의 강물이 장차 마르려 하며 법의 등불이
오래잖아 꺼지려 하며, 법의 산이 무너지려 하며, 법의 배가 잠기려 하며, 법의 다리가 끊어지려 하며, 법의 궁전이 파괴되려 하며, 법의 깃발이 넘어지려 하며, 법의 나무가 꺾어지려 하며, 선지식이 가시려 하십니다.
큰 공포가 장차 이를 것이며, 법에 굶주린 중생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며, 번뇌의 괴질이 장차 유행할 것이며, 암흑시대가 닥칠 것이며, 법에 목마른 시기가 이를 것이며, 마왕은 기뻐하며 부처님의 갑옷을 벗기고 부처님의 해는 열반의 산으로 넘어가려 합니다.
대왕이여, 부처님이 만일 세상을 떠나시면 왕의 중죄를 다스릴 이가 다시없을 것입니다. 대왕이 이미 아비지옥(阿鼻地獄)에 떨어질 극악한 죄업을 지었으니 그 죄업의 인연으로 지옥의 고통을 받을 것이 의심이 없을 것입니다.
대왕이여, 아(阿)는 없다는 말이며 비(鼻)는 사이라는 말이니, 잠깐도 즐거울 사이가 없으므로 무간지옥(無間地獄)이라고 합니다. 대왕이여, 가령 한 사람이 혼자서 이 옥에 들어가도 몸이 8만 유순으로 커져서 그 속에 가득하여 빈틈이 없고 몸으로는 두루두루 가지각색 고통을 받으며, 설사 여러 사람이라도 몸이 가득 차서 서로 방해하지 않습니다.
대왕이여, 추운 지옥에서는 잠깐 동안 더운 바람을 만나서 즐거울 수도 있고, 더운 지옥에서는 잠깐 동안 찬바람을 만나서 즐거울 수가 있으며, 어떤 지옥에서는 설사 목숨이 끊어졌다가도 ‘살아라’ 하는 소리를 들으면 문득 살아나지만, 아비지옥에는 그런 일이 아주 없습니다.
대왕이여, 아비지옥에는 사방에 문이 있고, 문 밖마다 맹렬한 불이 있어 동서남북으로 서로 통하였으며, 8만 유순 되는 무쇠 담이 둘려 있고 철망이 덮였고 땅도 철로 되었으며, 위의 불이 아래로 사무치고 아래의 불이 위로 통합니다. 대왕이여, 번철 위에 놓인 물고기가 기름이 끓듯이, 지옥 속의 죄인도 그와 같습니다.
대왕이여, 한 가지 역죄를 지었으면 한 가지 죄를 이렇게 받고, 두 가지 역죄를 지었으면 갑절 죄를 받고, 5역죄를 모두 지었으면
다섯 곱절 죄를 받습니다. 대왕이여, 내가 알기에는 왕이 지은 악업은 반드시 면할 수 없을 것이니, 원컨대 대왕은 빨리 부처님 계신 데로 가십시오. 부처님 말고는 구원할 이가 없을 것입니다. 나는 왕을 딱하게 여겨서 이렇게 권하는 것입니다.”
그때에 대왕은 이 말을 듣고 두려운 마음을 품고 온몸이 떨리고 사지가 파초나무같이 흔들리면서 우러러 대답하였다.
“당신은 누구인데 형상은 드러내지 않고 소리만 들리는가?”
“대왕이여, 나는 왕의 아비인 빈바사라(頻婆娑羅)이다. 왕은 마땅히 기바의 말을 따르고 여섯 신하의 잘못된 소견을 따르지 마라.”
왕은 이 말을 듣고는 기절하여 땅에 쓰러지니 창병은 더욱 성하여 역한 냄새가 곱절이나 더하였으며, 냉한 약을 바르며 치료하였으나 창이 성하며 뜨거운 독이 더하기만 하고 덜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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