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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3115 불교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 16권

by Kay/케이 2023.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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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 16

 

 

대반열반경 제16권

북량 천축삼장 담무참 한역

8.범행품②

가섭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보살마하살이 가진 생각은 모두 진실하지만 성문이나 연각은 진실한 것이 아닙니다. 그런데 모든 중생들이 어찌하여 보살의 위신력으로 평등하게 쾌락을 받지 않습니까? 만일 중생들이 참으로 쾌락을 얻지 못한다면 보살이 닦는 인자한 마음은 이익이 없겠습니다.”
“선남자야, 보살의 인자함은 이익이 없지 않다. 선남자야, 어떤 중생들은 괴로움을 받기도 하고 받지 않기도 한다. 어떤 중생이 괴로움을 받는다면, 보살의 인자함이 이익이 없는 것이니 그것은 일천제이다. 만일 괴로움을 받더라도 반드시 결정함이 아닌 것은 보살의 인자함이 이익이 있는 것이니, 저 중생으로 하여금 모두 쾌락을 받게 할 것이다.
선남자야, 마치 사람이 멀리서 사자ㆍ범ㆍ표범ㆍ늑대ㆍ이리ㆍ나찰ㆍ귀신 따위를 보면 저절로 공포가 생기고, 밤에 길을 가다가 말뚝을 보고도 공포가 생기는 것과 같다. 선남자야, 이런 사람들이 저절로 두려워하는 것처럼 중생들도 그러하여, 인자함을 닦는 이를 보면 자연히 쾌락을 받는다. 선남자야, 이런 뜻으로 보살이 인자함을 닦는 것은 진실한 생각이며 이익이 없지 않은 것이다.
선남자야, 내가 인자함을 말하는 데 한량없는 문이 있으니, 그것은 신통이이다. 선남자야, 저 제바달(提婆達)이 아사세(阿闍世)를 시켜서 여래를 해치려고 할 때에 내가 왕사성에 들어가서 차례로 걸식을 하였다.
아사세왕이 재물을 지키는 취한 코끼리를 놓아서 나와 제자들을 해치게 하였다. 그 코끼리가 그때 한량없는 중생을 밟아 죽였으며 중생들이 죽어서 피가 많이 흐르니 코끼리가 그 냄새를 맡고 취한 증세가 갑절이나 더하였다. 그리고 나를 따르는 이들이 붉은 옷 입은 것을 보고는 피인 줄 알고 다시 나의 제자들 속에 들어왔다. 그때 아직 탐욕을 여의지 못한 이는 사방으로 흩어지고 아난만이 남아 있었다.
그때 왕사성에 있는 백성들이 한꺼번에 큰 소리로 통곡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괴상한 일이구나. 여래께서 오늘 돌아가실지 모르겠다. 어찌하여 바르게 깨달으신 분이 하루아침에 산산조각이 나시는가?’
그때에 조달은 마음이 기뻐서 ‘구담 사문이 죽는 것은 좋은 일이다. 이제부터는 다시 나타나지 못할 것이다. 통쾌하구나, 이 계책은 나의 소원이 이루어진 것이다’라고 하였다. 선남자야, 나는 그때 재물 지키는 코끼리를 항복시키기 위하여 인자한 선정에 들어서 손을 펴 보였더니, 다섯 손가락에서 다섯 마리 사자가 튀어나왔다. 코끼리가 보고는 무서워서 똥을 흘리면서 땅에 엎드려 내 발에 절하였다. 선남자야, 그때 나의 손가락에는 사자가 없었지만 인자함을 닦은 선근의 힘으로 코끼리를 조복한 것이다.
또 선남자야, 내가 열반에 들려고 처음 발을 옮겨 구시나성을 향할 때에 500명의 역사가 길을 닦고 쓸었다. 그때 길 가운데 큰 돌이 있는 것을 여러 역사들이 굴려 버리려고 하였지만 어찌하지 못하는 것을 내가 가엾이 여겨 인자한 마음을 내었다.
저 여러 역사들이 보기에는 내가 엄지발가락으로 그 돌을 들어서 공중에 던졌다가 다시 손으로 받아서 오른 손바닥에 놓고, 입으로 불어서 가루가 되도록 부수었다가 도로 한데 합하였다. 그래서 그 역사들로 하여금
뽐내는 마음이 없어지게 하고, 가지가지로 법을 말하여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가지게 하였다. 선남자야, 여래가 그때 참으로 발가락으로 돌을 들어서 공중에 던졌다가 다시 손바닥에 놓고 불어서 가루를 만들거나 인자한 선근의 힘으로써 역사들로 하여금 그렇게 보게 한 것이다.
또 선남자야, 이 남천축에 수파라(首波羅)성이 있고 성중에 노지(盧至) 장자가 있어서 여러 사람의 지도자가 되었다. 그는 지난 세상에 한량없는 부처님 계신 데서 여러 가지 선근을 심었다. 선남자야, 그 성중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삿된 도를 믿으면서 니건의 도를 섬겼다. 나는 그때 그 장자를 제도하기 위하여 65유순이나 먼 데를 걸어서 왕사성에서 수파라성으로 갔다. 그 사람들을 교화하고자 함이었다. 그 니건들은 내가 수파라성으로 간다는 말을 듣고 생각하기를 ‘사문 구담이 이곳에 오면 백성들이 나를 버리고 다시 공양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면 우리는 어떻게 살아가겠는가?’라고 하였다.
니건들이 각각 여러 곳으로 가서 성중 사람에게 말하기를 ‘사문 구담이 이리로 온다는데, 그 사문은 부모를 버리고 사방으로 다닌다. 간 데마다 그곳에는 흉년이 들고 백성들이 굶주려서 죽는 이가 많고 병이 돌아서 구제할 도리가 없다. 구담은 무뢰한 사람으로서 악독한 나찰이나 귀신들을 시종(侍從)으로 삼았으며, 부모도 없고 떠돌아다니는 건달들을 오는 대로 모아서
제자를 삼았다. 가르치는 학설은 모두 허공이란 말뿐이며 간 데마다 편안하지 않다’고 선전하였다.
듣는 사람들은 겁이 나서 니건의 무리들에게 예배하면서 물었다.
‘선생이여, 그러면 우리들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니건들은 대답하였다.
‘구담은 숲 속이나 맑은 샘이나 흐르는 물을 좋아하므로 그런 데가 있으면 파괴해 버려야 한다. 너희들은 성 밖으로 나가서 숲이 있으면 베어버려 하나도 남아 있지 못하게 하고, 샘이나 강에는 똥이나 송장 따위를 넣어 두어라. 그리고 성문을 꼭꼭 닫고 병장기를 준비하여 가지고 잘 방비하여, 저들이 오더라도 성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게 하면 너희들은 편안할 것이다. 우리들은 여러 가지 술법으로 구담이 도로 돌아가게 할 것이다.’
백성들은 이 말을 듣고 그대로 시행하여 나무숲은 베어 버리고 샘과 물은 더럽게 만들고 병장기를 준비하여 물샐틈없이 방비하고 기다렸다.
선남자야, 내가 그때 그 성에 이르니 나무숲은 볼 수가 없었고, 여러 사람들이 무기를 있는 대로 가지고 지키고 있었다. 그런 광경을 보니 가엾은 생각이 나서 인자한 마음으로 대하였더니, 나무숲은 예전대로 도로 살아서 다시 무성하여지고, 냇물이나 못들도 깨끗하기가 유리 같아서 가득가득 찼으며, 가지각색 꽃이 위에 덮였다. 그리고 성벽들은 변하여 붉은 유리가 되어서 성안에 있던 사람들이 나와 대중들을 환하게 보았으며, 성문은 저절로 열려 막는 이가 없고 준비하였던 무기는 아름다운 꽃으로 변하였다.
노지 장자가 두목이 되어 여러 사람들이 모여왔기에, 내가 그들에게 가지가지
법을 말하여 그들로 하여금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게 하였다. 선남자야, 내가 그때 여러 가지 나무숲을 변화하여 만들지도 않았고, 맑은 물이 못에 차게 하거나 성벽이 유리로 변하게 하거나 그 사람들로 하여금 나를 보고 성문을 열고 무기를 꽃으로 변하게 한 일이 없었지만 선남자야, 그것은 인자한 선근의 힘으로써 그 사람들이 그런 일을 보게 된 것이다.
또 선남자야, 사위성에 바라문 여인이 있었으니, 성이 바사타(婆私吒)였다. 외아들이 있어서 애지중지하였는데 병으로 일찍 죽었다. 그 여인은 슬퍼하다 못해 미쳐서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옷을 벗고 네거리로 돌아다니며 통곡하면서 ‘아들아, 아들아, 너는 어디로 갔느냐?’ 하고, 온 성안을 헤매면서 고달픈 줄도 몰랐다. 그러나 이 여인은 지난 세상에 부처님께 선근을 많이 심은 일이 있었다. 선남자야, 내가 그 여인에게 가엾은 생각을 냈더니 그 여인이 나를 보고 아들인 줄 알고, 곧 제정신을 차리고 뛰어와서 나를 붙들고 아들을 사랑하듯 하였다.
내가 곧 시자 아난에게 말하여 옷을 가져다가 여인에게 입히게 하고, 갖가지로 법문을 말하였더니, 여인이 법을 듣고 기뻐서 뛰면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다. 선남자야, 나는 그때 그의 아들도 아니고 그도 나의 어머니가 아니며, 또 서로 붙든 일도 없었지만 선남자야, 모두 인자한 선근의 힘으로 그 여인이 이런 일을 본 것이다.
또 선남자야, 바라내 성에 한 우바이가 있었으니
이름이 마하사나달다(摩訶斯那達多)였으며, 지나간 세상에 많은 부처님께 여러 가지 선근을 심은 일이 있었다. 이 우바이가 여름 90일 동안에 승단을 받들고 의약을 보시하였다. 그 대중 가운데 어떤 비구가 중병이 걸려 의원에게 물으니 고기를 먹어야 한다고 하였다. 만약 고기를 먹으면 병이 나을 수 있지만 고기를 얻지 못하면 죽을 것이라고 말하였다.
그때 우바이는 의원의 말을 듣고는 황금을 가지고 온 거리로 두루 다니면서 ‘고기를 팔 사람이 없는가? 금을 주고 고기를 사겠다. 고기를 가진 사람이 있으면 그만큼 금을 주겠다’ 하면서 성안을 두루 돌아다녔지만 고기를 얻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우바이는 칼을 들고 자기의 넓적다리 살을 베어내어 썰어서 국을 끓이고 가지가지 고명을 넣어 병든 비구에게 보냈다.
비구는 고기를 먹고 병이 나았으나, 우바이는 상처를 앓느라고 고통을 견딜 수 없어서 ‘나무불타(南無佛陀), 나무불타’ 하고 소리를 내었다. 나는 그때 사위성에서 그 소리를 듣고 그 여인에게 크게 인자한 마음[大慈心]을 내었다. 그리고 그 여인은 내가 좋은 약으로 상처 위에 발라주는 것을 보고 그 상처가 곧 아물었다. 내가 그 여인에게 가지가지 법을 말하였더니 그는 법문을 듣고 환희하여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다.
선남자야, 나는 실제로 바라내 성에 가서 우바이의 상처에 약을 발라준 일이 없었지만 선남자야, 이것은 모두 인자한 선근의 힘으로써 그 여인으로 하여금 그런 일을 보게 한 것이다.
또 선남자야, 조달은 나쁜 사람으로서 탐욕스러워 만족함을 모르는 까닭에 생소를 많이 먹고 배가 부르고 머리가 아프며, 고통을 참을 수가 없어서 ‘나무불타, 나무불타’ 하고 소리를 질렀다. 나는
우선니성(優禪尼城)에 있다가 그 소리를 듣고 인자한 마음을 내었다. 그때 조달은 내가 자기에게 가서 손으로 머리와 배를 만지고 소금물을 주어서 먹게 한 것을 보고는 병이 나았다고 하였다. 나는 실제로 조달에게 가거나 머리와 배를 만지거나 약을 주어 먹게 한 일이 없었지만 선남자야, 이것은 모두 인자한 선근의 힘으로써 조달이 그런 것을 보게 된 것이다.
또 선남자야, 교살라국(憍薩羅國)에 도적 떼가 있었는데, 그 무리가 500이며 떼를 지어 다니면서 노략질을 하여 피해가 막심하였다. 바사닉왕(婆斯匿王)이 그들의 행패를 염려하여 군대를 보내 체포하고 그 눈들을 뽑아 버리고 컴컴한 수풀 속에 버려두었다. 이 도적들이 지난 세상에 부처님께 많은 공덕을 심었기에, 눈을 뽑히고 큰 고통을 받으면서 ‘나무불타, 나무불타, 우리를 구원해 줄 사람이 없구나’ 하면서 통곡하고 있었다.
나는 그때 기원정사에 있다가 그 소리를 듣고 인자한 마음을 내었다. 그때 서늘한 바람이 향산에 있는 가지각색 향기로운 약을 실어 그들의 눈에 넣어 주었으므로 눈이 전과 같이 회복되었다. 도적들이 눈을 뜨고 보니 여래가 앞에 서서 법을 말하여 주었고, 도적들은 법을 듣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었다. 선남자야, 나는 그때 바람을 일으켜서 향산에 있는 향기 약을 실려 보낸 일도 없었고 그 사람들 앞에서 법을 말하지도 않았지만 선남자야, 이것은 모두 인자한 선근의 힘으로써 그 도적들로 하여금 그런 일을 보게 한 것이다.
또 선남자야, 유리(琉璃) 태자가 어리석어서 부왕을 폐하고 자기가 임금이 되었다. 예전의 불만으로 석가의 종족을 많이 살해하고 석가
종족의 여자 1만 2천 명을 잡아다가 귀와 코를 베고 손과 발을 잘라서 구덩이에 쓸어 넣었다. 그 여자들은 고통을 못 이기고 ‘나무불타, 나무불타, 우리들을 구해 줄 이가 없구나’하면서 통곡하였다. 이 여자들은 지난 세상 부처님께 여러 가지 선근을 지은 일이 있었다.
나는 그때 대숲 속에 있다가 그 소리를 듣고 인자한 마음을 내었다. 그 여자들은 내가 가비라성에 이르러 물로 상처를 씻어 주고 약을 발라 주어서 고통이 없어지고, 귀와 코와 손과 발이 모두 예전대로 되었으며, 내가 법을 말하여서 그들이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고, 즉시 대애도(大愛道) 비구니에게 가서 출가하고 구족계를 받았다고 하였다.
선남자야, 여래는 그때 가비라성에 가지도 않았고 물로 씻고 약을 발라서 고통을 멎게 한 일도 없었지만 선남자야, 이것은 모두 인자한 선근의 힘으로써 그 여자들로 하여금 그런 일을 보게 한 것이다.
가엾이 여기고[悲] 기뻐하는[喜] 마음도 그와 같다. 선남자야, 이런 이치로 보살마하살이 인자한 생각을 닦는 것은 진실한 일이며 허망하지 않은 일이다. 선남자야, 한량없는 마음은 헤아릴 수 없으며 보살의 행하는 일도 헤아릴 수 없으며 대승경전인『대반열반경』도 헤아릴 수 없는 것이다.”
부처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또 선남자야, 보살마하살이 인자함과 가엾이 여김과 기뻐함을 닦고는 외아들을 가장 사랑하는 지위에 머무는 것이다. 선남자야, 어찌하여 이 지위를 가장 사랑함이라 하며 또 외아들이라 하는가? 선남자야, 마치 부모가 아들이 편안함을 보면 마음이 매우 즐겁고 기쁘듯이, 보살마
하살이 이 지위에 머무는 것도 그와 같아서 중생을 보기를 외아들과 같이 하며, 선한 일 닦음을 보고는 크게 즐거워한다. 그러므로 이 지위를 가장 사랑한다고 하는 것이다.
선남자야, 부모가 아들이 우환에 걸린 것을 보면 괴로운 마음을 내고 딱하게 여겨 걱정을 버리지 못한다. 보살마하살이 이 지위에 머문 이도 그와 같아서 중생들이 번뇌의 병에 얽매임을 보면 마음으로 걱정하고 수심하기를 아들과 같이 하며, 온몸의 털구멍에서 피가 흐르므로 이 지위를 외아들이라 하는 것이다.
선남자야, 마치 사람이 어렸을 때에는 흙덩이나 똥 묻은 돌이나 마른 뼈나 나뭇가지 따위를 입에 넣으면, 부모가 보고 걱정이 되어서 왼손으로 머리를 붙들고 오른손으로 끄집어내는 것과 같다. 보살마하살이 이 지위에 머문 이도 그러하여 중생들의 법신이 더 나아가지 못하고 혹 몸이나 입이나 마음으로 하는 짓이 옳지 못하면, 보살이 보고 지혜의 손으로 뽑아내고, 그로 하여금 생사에 헤매면서 고통을 받지 않도록 한다. 그러므로 이 지위를 외아들이라고 하는 것이다.
선남자야, 비유하면 사랑하던 아들이 세상을 버리고 죽으면 부모는 애통하여 함께 목숨을 버리려고 하듯이, 보살도 그와 같아서 일천제(一闡提)가 지옥에 떨어지는 것을 보고 함께 지옥에 가서 나기를 원한다. 왜냐하면 이 일천제가 고통을 받을 때에 잠깐이라도 뉘우치는 마음을 내면, 내가 곧 그를 위하여 갖가지 법을 말하여 잠깐 동안이라도 선근을 내도록 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 지위를 외아들이라고 한다.
선남자야, 비유하여 부모에게 외아들이 있다면, 그 아들이 자나 깨나 가거나 머물거나 앉거나 눕거나 항상 염려한다. 만일 허물이 있으면 좋은 말로
달래어 나쁜 일이 더하지 않게 하듯이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중생들이 지옥ㆍ축생ㆍ아귀 갈래에 떨어지거나, 혹은 인간이나 천상에 나서 선한 일 악한 일을 짓는 것을 마음에 항상 생각하면서 놓아 버리지 못하며, 만일 나쁜 짓을 하더라도 성을 내어 나쁜 일이 더하지 않게 한다. 그러므로 이 지위를 외아들이라고 하는 것이다.”
가섭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의 말씀과 같아서 그 말씀은 비밀하고 지금 저의 지혜는 옅은데 어떻게 알겠습니까? 만일 보살이 외아들 자리에 머물러서 능히 이와 같다면, 어찌하여 여래는 옛적에 국왕이 되어 보살의 도를 행할 때에 저러한 바라문의 목숨을 끊었습니까? 만일 이 지위를 얻었다면 마땅히 보호하고 염려할 것이며, 만일 얻지 못하였다면 무슨 인연으로 지옥에 떨어지지 않았습니까?
만일 모든 중생들을 평등하게 보기를 아들처럼 생각하여 라후라와 같이 한다면, 무슨 까닭으로 제바달다에게 말씀하시기를 ‘어리석은 사람은 부끄러운 줄을 모르니 남의 침이나 먹어라’고 하셔서, 그가 이 말을 듣고 성을 내어서 나쁜 마음으로 부처님의 몸에 피를 내게 하셨습니까? 그리고 제바달다가 이런 나쁜 짓을 한 뒤에 부처님께서 또 수기(授記)하시기를 ‘지옥에 떨어져서 한 겁 동안 죄를 받을 것이다’라고 하셨습니까? 세존이시여, 이런 말이 어찌하여 이치에 어긋나지 않습니까?
세존이시여, 수보리는 허공 자리에 머물러 있으면서도 성안에 들어가 음식을 빌 때에는 먼저 사람을 관찰하여 자기에게 미워하는 마음이 있는 이에게는 가지 않았고, 나아가 아무리 굶주려도 걸식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수보리는 항상 생각하기를 ‘나는 지나간 옛적에 어떤 복의 밭이 되는 이에게 한 번 나쁜 생각을 한 인연으로 지옥에 떨어져서 갖가지 고통을 받았다. 그러므로 내가 지금 차라리 굶고 종일토록 먹지 않을지언정, 그들이
나를 싫어하는 마음을 일으켜 지옥에 떨어져서 고통을 받게 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또 생각하기를 ‘만일 중생들이 내가 서있는 것을 싫어하면, 나는 종일토록 단정히 앉아 일어나지 않을 것이며, 만일 중생이 내가 앉아 있는 것을 싫어하면 나는 종일토록 서서 자리를 옮기지 않을 것이다. 다니고 눕는 일도 역시 그렇게 할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이 수보리는 중생을 보호하기 위하여 이런 마음을 내었는데 하물며 보살이겠습니까? 보살이 만일 외아들의 지위를 얻었다면 무슨 인연으로 여래께서 이런 거친 말을 하여 중생으로 하여금 대단히 나쁜 마음을 일으키게 하였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그대는 지금 이렇게 힐난하는 말로 부처님이 중생들을 위하여 번뇌의 인연을 지었다고 하지 마라. 선남자야, 설사 모기의 입으로 바닷물을 말리더라도 여래는 중생을 위하여 번뇌의 인연을 짓지 않으실 것이다. 선남자야, 가령 땅덩이가 모두 색(色) 아닌 것이며, 물의 모양이 딱딱하며, 불의 모양이 싸늘하며, 바람의 모양이 머물러 있으며, 3보(寶)와 불성(佛性)과 허공이 무상(無相)하여지더라도 여래는 중생을 위하여 번뇌의 인연을 짓지 않으실 것이다.
선남자야, 가령 4중금을 범하였거나 바른 법을 비방한 일천제들이 지금 가진 몸으로 10력과 4무소외와 32상과 80종호를 이루더라도 여래는 중생을 위하여 번뇌의 인연을 짓지 않으실 것이다. 선남자야, 가령 성문ㆍ벽지불들이 항상 머물러 변하지 않더라도 여래는 중생을 위하여 번뇌의 인연을 짓지 않으실 것이다. 선남자야, 가령 10주(住) 보살들이 4중금을 범하며 일천제가 되어 바른 법을 비방하더라도 여래는 중생을 위하여 번뇌의 인연을 짓지 않으실 것이다.
선남자야, 가령 한량없는 중생의 불성이 없어지고 여래가 끝끝내
반열반에 든다 하여도 여래는 중생을 위하여 번뇌의 인연을 짓지 않으실 것이다. 선남자야, 가령 그물을 던져 바람을 얽어매고, 이빨로 쇠를 깨물고, 손톱으로 수미산을 헐더라도 여래는 중생을 위하여 번뇌의 인연을 짓지 않으실 것이다. 차라리 독사와 한곳에 있고 두 손을 굶은 사자의 입에 넣고 거다라(佉陀羅) 숯으로 몸을 씻더라도 여래 세존께서 중생을 위하여 번뇌의 인연을 지었다고 말하지 않아야 한다. 선남자야, 여래는 진실로 중생을 위하여 번뇌를 끊을지언정 끝내 번뇌의 인연을 짓지 않으실 것이다.
선남자야, 그대의 말이 여래가 옛적에 바라문을 죽였다고 하는데, 선남자야, 보살마하살은 나아가 개미 한 마리도 일부러 죽이지 않았는데 하물며 바라문이겠느냐? 보살은 항상 갖가지 방편으로 중생들에게 한량없는 수명을 보시 한다. 선남자야, 밥을 보시하는 것은 곧 목숨을 보시하는 것이니 보살마하살이 보시[檀]바라밀을 행할 때에 항상 중생들에게 한량없는 수명을 보시하는 것이다.
선남자야, 죽이지 않는 계율을 닦으면 수명이 길어진다. 보살마하살이 지계[尸]바라밀을 행할 때에 항상 모든 중생들에게 한량없는 수명을 보시하는 것이다. 선남자야, 입을 조심하여 허물이 없으면 수명이 길어지는 것이다. 그러므로 보살마하살이 인욕[羼提]바라밀을 행할 때에 항상 중생들에게 권하여 원망하는 생각을 내지 말도록 권한다. 또 옳은 일은 남에게 미루고 그른 일은 자기에게 향하여 다투지 않으면 수명이 길어진다. 그러므로 보살이 인욕바라밀을 행할 때에 이미 중생들에게 한량없는 수명을 보시하였다.
선남자야, 부지런히 착한 일을 닦으면 수명이 길어진다. 보살마하살이 정진[毘梨耶]바라밀을 행할 때에 항상 중생에게
권하여 부지런히 선한 법을 닦게 한다. 중생들이 그대로 행하고 한량없는 수명을 얻는 것이다. 그러므로 보살이 정진바라밀을 행할 때에 이미 중생들에게 한량없는 수명을 보시하였다.
선남자야, 마음을 다잡는[攝心] 수행을 하면 목숨이 길어진다. 보살마하살이 선정[禪]바라밀을 행할 때에 중생들에게 권하여 평등한 마음을 닦게 한다. 중생들이 그대로 행하고 수명이 길어진다. 그러므로 보살이 선정바라밀을 행할 때에 이미 중생들에게 한량없는 수명을 보시하였다. 선남자야, 모든 선한 법에 방일하지 않으면 수명이 길어진다. 보살마하살이 반야바라밀을 행할 때에 중생들에게 권하여 선한 법에 방일하지 않도록 권한다. 중생들이 그대로 행하고 그 인연으로 수명이 길어진다. 그러므로 보살이 반야바라밀을 행할 때에 이미 중생에게 한량없는 수명을 보시하였다. 선남자야, 이런 뜻으로 보살마하살이 여러 중생들의 목숨을 빼앗는 일이 없는 것이다.
선남자야, 그대가 묻기를 ‘바라문을 죽일 때에 이 자리를 얻었는가?’라고 하였다. 선남자야, 나는 이미 얻었지만 사랑하는 생각으로 그 목숨을 끊은 것이고 나쁜 마음이 아니었다. 선남자야, 비유하면 부모가 외아들을 두고 애지중지하다가 아들이 나라의 법을 범했을 때 부모가 두려운 마음으로 쫓아내거나 죽이거나 하는데, 비록 내쫓고 죽이고 하더라도 나쁜 마음이 아닌 것처럼, 보살마하살이 바른 법을 보호하는 것도 그와 같다.
만약 어떤 중생이 대승을 비방하면 이를 매질하여 호되게 다스리거나 혹 목숨을 빼앗아서 지나간 잘못을 고치고 선한 법을 닦게 하고자 한다. 보살은 항상 생각하기를 ‘무슨 인연으로 중생들로 하여금 믿는 마음을 내게 하고 방편을 따라서 잘하도록 할 것인가?’라고 한다.

바라문들이 목숨을 마친 뒤에 아비지옥에 태어나서 세 가지 생각을 한다. 첫째 ‘내가 어디로부터 여기에 와서 태어났는가?’하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곧 인간의 갈래에서 온 줄을 알았다. 둘째 ‘내가 지금 태어난 곳은 어디인가?’하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곧 아비지옥에 태어난 것을 알았다. 셋째는 ‘무슨 죄업으로 여기에 와서 났는가?’ 하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곧 자신이 방등 대승경전을 비방하고 인연을 믿지 않은 죄로 임금에게 죽임을 받고 여기 태어난 것을 알았다.
이런 일을 생각하고 나서 즉시 대승의 방등경전을 존경하고 믿는 마음을 낼 것이며, 목숨을 마치면서 감로 북 여래의 세계에 태어나서 그 세계의 수명으로 10겁을 구족할 것이다. 선남자야, 이런 뜻으로 보면 내가 지난 옛적에 이 사람들에게 10겁의 수명을 준 것인데 어찌하여 죽였다 하겠는가?
선남자야, 만일 어떤 사람이 땅을 파고 풀을 베고 나무를 찍으며 송장을 자르고 욕설하고 매질했다면 이러한 업의 인연으로 지옥에 떨어지겠는가?”
가섭보살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제가 부처님께서 말씀한 뜻을 해석하기로는 마땅히 지옥에 떨어질 것입니다. 왜냐하면 부처님께서 예전에 성문들에게 말씀하시기를 ‘너희 비구들은 초목에 대하여도 나쁜 마음을 내지 마라. 왜냐하면 모든 중생들이 나쁜 마음으로 인하여 지옥에 떨어진다’고 하셨기 때문입니다.”
그때에 부처님께서는 가섭보살을 찬탄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그대의 말과 같다. 그러므로 잘 받아 지녀라. 선남자야, 만일 나쁜 마음으로 지옥에 떨어진다면 보살은 그때 진실로 나쁜 마음이 없었다. 왜냐하면 보살마하살은 모든 중생들 나아가 개미 같은 것이라도 가엾이 여기고 이롭게 하려는 마음을 내는 까닭이다. 그 까닭은 무엇인가? 인연과 모든 방편을 잘 알기 때문이며 그 방편으로써
중생들로 하여금 선근을 심게 하기 때문이다. 선남자야, 이런 뜻으로 나는 그때 좋은 방편으로 그 목숨을 빼앗은 것이지 나쁜 마음으로 한 것이 아니다.
선남자야, 바라문 법에는 가령 개미를 열 수레에 차도록 죽여도 죄가 없다 하고, 모기ㆍ등에ㆍ벼룩ㆍ이ㆍ고양이ㆍ살쾡이ㆍ사자ㆍ범ㆍ이리ㆍ곰 따위의 나쁜 벌레와 사나운 짐승이거나 그 밖에라도 중생에게 해가 되는 것은 열 수레를 죽이거나, 귀신(鬼神)ㆍ나찰(羅刹)ㆍ구반다(拘槃茶)ㆍ가라부단나(迦羅富單那)ㆍ전광귀(顚狂鬼)ㆍ간고귀(幹枯鬼) 따위로서 중생을 시끄럽게 하는 것들은 그 목숨을 빼앗아도 죄보가 없다고 한다.
만일 나쁜 사람을 죽이면 죄보가 있으며, 만일 죽이고 참회하지 않으면 아귀에 떨어지겠지만 만일 참회하고 3일 동안 먹지 않으면 그 죄가 소멸되고 남지 않으며, 만일 화상을 죽이거나 부모나 여인이나 소를 살해하면 여러 천년을 지옥 속에 있게 된다 고 한다.
선남자야, 부처님과 보살들은 살생하는 것에 세 가지가 있음을 아신다. 그것은 곧 하품ㆍ중품ㆍ상품이다. 하품 살생은 개미나 나아가 모든 축생을 죽이는 것이며 오직 보살이 일부러 태어난 것은 제외한다. 선남자야, 보살마하살이 원력으로 축생이 되는 일이 있는데, 그것은 제외한다는 것이다. 이런 것을 하품 살생이라 하며 하품 살생한 인연으로는 지옥이나 축생이나 아귀에 떨어져서 하품 고통을 받는다. 왜냐하면 이 축생들도 작은 선근이 있으므로 죽이면 죄보를 받기 때문이며, 이것을 하품 살생이라 한다. 중품 살생은 범부들로부터 아나함까지 죽이는 것을 중품 살생이라 하는데, 그 업인으로는 지옥ㆍ축생ㆍ아귀에 떨어져서 중품 고통을 받는 것이다. 이것을 중품 살생이라 고 한다.
상품은 부모 또는 나아가 아라한ㆍ벽지불ㆍ결정된 보살을 죽이는 것을 상품 살생이라 한다. 이 업인으로는
아비지옥에 떨어져서 상품 고통을 받는 것이므로 이것을 상품 살생이라고 한다. 선남자야, 만일 일천제를 죽인다면 이 세 가지 살생에 들지 않는다. 선남자야, 저 바라문들은 모두가 일천제이다.
비유하면 땅을 파고 풀을 베고 나무를 찍거나 송장을 자르고 욕설하고 매질하는 것이 죄보가 없는 것처럼, 일천제를 죽이는 것도 그와 같아서 죄보가 없다. 왜냐하면 저 바라문들은 믿음 따위의 다섯 가지 법[根]이 없으므로 죽여도 지옥에 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선남자야, 네가 전에 말하기를 ‘〈여래께서는 무슨 까닭으로 제바달다를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꾸짖으면서 침이나 먹어라〉고 하시며 꾸짖었다’고 하였다. 너도 그런 질문을 하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여러 부처님 세존께서 하시는 말씀은 헤아릴 수 없기 때문이다. 선남자야, 혹은 진실한 말로서 세상의 사랑을 받는다 하더라도, 때도 아니고 법도 아니어서 이익이 되지 못하는 그런 말은 나는 말하지 않는다.
선남자야, 또 어떤 말은 거칠고 허망하며 때도 아니고 법도 아니어서 듣는 이가 사랑하지 않으며 이익 되지도 않으며 그런 것은 나도 말하지 않는다. 선남자야, 만일 어떤 말이 거칠기는 하나 진실하고 허망하지 않으며, 때도 알맞고 법답기도 하여 모든 중생의 이익이 될 만한 것은, 듣는 이가 기뻐하지 않더라도 내가 말한다. 왜냐하면 여러 부처님 세존ㆍ응공ㆍ정변지께서 방편을 아시기 때문이다.
선남자야, 어느 때에 나는 넓은 벌판에 있는 어떤 마을의 숲 속에 갔다. 그 수풀 밑에 광야(壙野)라는 귀신이 있었는데, 고기와 피만 먹으면서 중생들을 많이 죽였고, 또 그 마을에서 하루에 한 사람씩을 잡아먹었다. 선남자야, 나는 그 귀신에게 법을 말하였지만 그는 포악하고
어리석고 지혜가 없어서 가르침을 받지 않았다. 나는 기운 센 귀신으로 변화하여 그 궁전을 흔들어서 편안하게 있지 못하도록 하였더니 그 귀신은 권속들을 데리고 궁전에서 나와 나를 거역하려 하였다. 그러나 귀신은 나를 보고나서는 곧 제정신을 잃고 두려워하며 땅에 엎드려서 기절하여 죽은 것 같았다. 내가 인자한 손길로 그 몸을 만졌더니 도로 일어나 앉아서 이렇게 말하였다.
‘시원하다, 이제 다시 살아났습니다. 큰 신왕께서 위덕이 구족하시고 자비한 마음으로 저의 허물을 용서하셨습니다.’
그는 나에게 착한 믿음을 냈으므로 나는 여래의 몸을 회복하고 다시 갖가지 법문을 말하여 그 귀신으로 하여금 살생하지 않는 계를 받게 하였다. 이 날 그 마을에서 죽을 차례가 된 장자가 있었는데, 마을 사람들은 그를 귀신에게 데리고 갔고 귀신은 그 장자를 나에게 보냈다. 그래서 나는 그를 받고 다시 이름을 지어서 수장자(手長者)라 하였다.
그때 그 귀신이 나에게 물었다.
‘세존이시여, 나와 권속들은 피와 고기를 먹고 살았는데, 이제는 계를 받았으니 어떻게 살아가야 하겠습니까?’
나는 이렇게 대답하였다.
‘이제부터는 성문 제자들에게 말하여, 그들이 부처의 법을 수행하는 곳마다 너에게 음식을 주게 하리라.’
선남자야, 이 인연으로 비구들에게 이런 계율을 마련하였으니, ‘너희들은 지금부터 광야 귀신에게 먹을 것을 주라. 만일 거처가 있으면서도 주지 않는다면 그는 천마(天魔)의 무리와 권속이다’라고 하였다.
선남자야, 여래는 중생들을 조복하기 위하여 이렇게 갖가지 방편을 보인 것이지 그들을 두렵게 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선남자야, 나 또한 나무로
호법하는 귀신을 때리기도 하였으며, 또 어떤 때에는 산 위에서 양 머리 귀신을 밀어서 산 밑으로 떨어지게 하였고, 또 나무 끝에서 원숭이를 수호하는 귀신을 때려잡았으며, 재물을 보호하는 코끼리에게 다섯 마리 사자를 보게 하였고, 금강신으로 하여금 살차니건(薩遮尼犍)을 놀라게 하고, 또 침으로 살털 귀신[箭毛鬼]을 찔렀다. 비록 그런 일을 하였으나 그 귀신들을 죽게 하지는 않았고, 다만 그들로 하여금 바른 법에 머물게 하기 위하여 이런 여러 가지 방편을 보인 것이다.
선남자야, 나는 그때 참으로 제바달다를 욕하지 않았으며, 제바달다도 남의 침을 먹을 만큼 어리석지 않았다. 또 나쁜 갈래인 아비지옥에 나서 한 겁 동안 죄를 받지 않았으며, 승가를 파괴하거나 부처의 몸에 피를 내지도 않았으며, 4중금을 범하였거나 바른 법과 대승경전을 비방하지도 않았으며, 일천제도 아니고, 성문이나 벽지불도 아니었다. 선남자야, 제바달다는 실로 성문ㆍ연각의 경계가 아니고 부처님만이 알고 보는 것이다. 선남자야, 그러므로 그대는 지금 ‘여래는 어찌하여 제바달다를 꾸짖고 욕하셨습니까?’하고 힐난할 것이 아니며, 부처님의 경계에 대하여 이러한 의심을 내지도 말아야 한다.”
가섭보살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마치 사탕무를 오래 달이면 갖가지 맛을 얻듯이, 저도 그와 같아서 부처님을 따라서 자주 듣고 많은 법의 맛을 얻었습니다. 이른바 출가한 맛ㆍ탐욕을 여읜 맛ㆍ고요한 맛ㆍ도의 맛입니다. 세존이시여, 비유하면 진금을 자주자주 달구고 두들기고 녹이고 단련하면, 점점 더 깨끗하고 조화되고 부드럽고 광채가 아름답고 값도 한량이 없으니, 그런 뒤에야 인간ㆍ천상의 보배가 되는 것과 같습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도 그러하셔서 정중하게 물으면 깊은 이치를 듣고 보게 하며 실행하는 이로 하여금 받아 지니고 닦아 행하게 합니다. 또 한량없는 중생으로 하여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심을 내게 한 뒤에야 인간ㆍ천상에서 받들어 섬기고 공경하고 공양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때에 부처님께서는 가섭보살을 칭찬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보살마하살이 중생들을 이익되게 하기 위하여 여래에게 이렇게 깊은 뜻을 묻는구나. 선남자야, 이러한 이치로 나는 그대의 뜻을 따라 대승 방등의 깊고 비밀한 법을 말할 것이니, 가장 사랑하는 외아들 같은 지위이다.”
가섭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만일 보살이 인자함과 가엾이 여김과 기뻐함을 닦아서 외아들의 지위를 얻는다면, 버리는 마음을 닦을 때에는 무슨 지위를 얻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선남자야, 너는 때를 잘 알아서 내가 말하려는 것을 알고 묻는구나. 보살마하살이 버리는 마음을 닦을 때에는 공하고 평등한 자리에 머물기를 수보리와 같이 한다. 선남자야, 보살마하살이 공하고 평등한 자리에 머물면, 부모ㆍ형제ㆍ자매ㆍ아이들ㆍ친척ㆍ동무ㆍ원수ㆍ보통 사람을 보지 않으며 나아가 5음ㆍ18계ㆍ6입ㆍ중생ㆍ오래 사는 이를 보지 않는다. 선남자야, 마치 허공에는 부모ㆍ형제ㆍ처자도 없고 나아가 중생ㆍ오래 사는 이도 없는 것처럼, 모든 법도 그와 같아서 부모 나아가 오래 사는 이가 없다. 보살마하살이 모든 법을 보는 일도 그와 같아서 마음이 평등하기가 허공과 같다. 왜냐하면 모든 공한 법을 잘 닦아 익힌 까닭이다.”
가섭보살이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어떤 것을 공이라고 합니까?”
“선남자야, 공이라는 것은 안이 공한 것ㆍ밖이 공한 것ㆍ안팎이 공한 것ㆍ 함이 있는 공[有爲空]ㆍ함이 없는 공[無爲空]ㆍ비롯함이 없다는 공[無始空]ㆍ성품이 공한 것[性空]ㆍ있는 바 없는 공[無所有空]ㆍ제일의 공[第一義空]ㆍ공한 공[空空]ㆍ큰 공[大空]이다.
보살마하살은 어떻게 안이 공함[內空]을 관찰하는가? 보살마하살은 안의 법이 공[內法空]하다고 관찰한다. 안의 법이 공하다고 함은 부모와 원수와 친한 이와 보통 사람과 중생과 오래 사는 것과 항상함과 즐거움과 나와 깨끗함과 여래와 법과 승가와 재물이 없다는 것을 말한다. 이 안의 법 가운데 불성이 있지만 불성은 안도 아니고 밖도 아니다. 왜냐하면 불성은 항상 있어서 변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을 이름하여 보살마하살이 안이 공함을 관찰한다 고 한다.
밖이 공하다는 것[外空]도 그와 같아서 안의 법이 없는 것이며, 안팎이 공하다는 것[內外空]도 그와 같다. 선남자야, 다만 여래와 법과 승가와 불성은 두 가지 공에 속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네 가지 법은 항상하고 즐겁고 나이고 깨끗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네 가지 법을 공하다고 하지 않으며 이것을 이름하여 안과 밖이 함께 공하다고 한다.
선남자야, 함이 있는 공[有爲空]이라 함은 함이 있는 법이 모두 공하다는 것이니, 안의 법이 공하고 밖의 법이 공하고 안팎 법이 공하며 항상하고 즐겁고 나이고 깨끗함이 공하고, 중생과 오래 삶과 여래와 법과 승가와 제일의 공 가운데 불성은 함이 있는 법이 아니므로 불성은 함이 있는 법의 공한 것이 아니다. 이것을 이름하여 함이 있는 공이라고 한다.
선남자야, 어떤 것을 보살마하살이 함이 없는 공[無爲空]을 관찰한다고 하는가? 이는 함이 없는 법이 모두 공하다는 것이니, 이른바 무상함과 괴로움과 부정함과 내가 없음과 5음ㆍ18계ㆍ12입과 중생이란 고집ㆍ오래 산다는 고집ㆍ함이 있는 것[空空]ㆍ유루(有漏)ㆍ안의 법ㆍ밖의 법이 없다는 것이다. 함이 없는 법 가운데 부처님 등의 네 가지 법은 함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함이 없는 것도 아니다. 성품이 선한 것이므로 함이 없는 것이 아니고 성품이 항상
있는 것이므로 함이 있는 것이 아니다. 이것을 이름하여 보살이 함이 없는 공을 관찰한다고 하는 것이다.
어떤 것을 보살이 비롯함이 없다는 공[無始空]을 관한다 하는가? 이 보살마하살이 나고 죽음이 비롯함이 없어 모두 공한 것을 관찰하는 것이다. 이른바 공하다고 함은 항상함과 즐거움과 나와 깨끗함이 모두 공적하여 바뀜이 없으며, 중생ㆍ오래 사는 것ㆍ3보ㆍ불성ㆍ함이 없는 법도 마찬가지다. 이것을 이름하여 보살이 비롯함이 없다는 공을 관찰한다고 하는 것이다.
어떤 것을 보살이 성품이 공함[性空]을 관찰한다 하는가? 이 보살마하살이 온갖 법의 본 성품이 모두 공한 것을 관찰하는 것이니, 5음ㆍ18계ㆍ12입과, 항상함과 무상함, 괴로움과 즐거움, 깨끗함과 부정함, 나와 나 없음 등이다. 이러한 온갖 법을 관찰하여도 본 성품을 보지 못한다. 이것을 이름하여 보살마하살이 성품이 공함을 관찰하는 것이라고 한다.
어떤 것을 보살마하살이 있는 바 없는 공[無所有空]을 관찰한다고 하는가? 마치 어떤 사람이 자식 없는 것을 집안이 비었다고 말하는 것처럼, 필경에 공함을 관찰하면 친하고 사랑할 이가 없다. 어리석은 사람은 모든 장소가 공하다고 말하며, 빈궁한 사람은 온갖 것이 공하다고 말하므로 이렇게 생각하여 혹은 공하고 혹은 공한 것이 아니라고 한다. 보살이 관찰할 때에 빈궁한 사람이 온갖 것이 비었다고 하는 것과 같다. 이것을 이름하여 보살마하살이 있는 바 없는 공을 관찰한다고 하는 것이다.
어떤 것을 보살마하살이 제일의공(第一義空)을 관찰한다 하는가? 보살마하살이 제일의를 관찰할 때에 ‘이 눈이 생길 때에도 온 곳이 없었고, 없어질 때에도 가는 데가 없으니, 본래 없던 것이 지금 있었고, 이미 있던 것이 도로 없어지는 것이다. 그 실제의 성품을 추구하면 눈도 없고 주재도 없으며 눈과 같아서 온갖 법도 그러하다’고 하는 것이다. 어떤 것을 제일의공이라 하는가? 업이 있고 과보가 있으나 지은 이를 보지 못하는 것이다. 이렇게 공한 법을 제일의공이라 하며 이것을 이름하여 보살마하살이 제일의공을 관찰한다고 하는 것이다.
어떤 것을 보살
마하살이 공한 공[空空]을 관찰한다고 하는가? 이 공한 공 가운데는 성문과 벽지불들도 아득하여 빠지는 곳이다. 선남자야, 이것이 있지만 이것은 없다. 이것을 공한 공이라 이름한다. 이것이 그것이요 이것이 아님을 공한 공이라 이름한다. 선남자야, 10주(住) 보살도 이 가운데서는 조금의 통달함이 티끌과 같거늘 하물며 다른 사람이겠느냐? 선남자야, 이러한 공한 공은 성문들이 얻는 공공삼매와는 같지 않다. 이것을 이름하여 보살이 공한 공을 관찰한다고 하는 것이다.
선남자야, 어떤 것을 보살마하살이 큰 공[大空]을 관찰한다고 하는가? 선남자야, 큰 공이라 함은 반야바라밀이니 이것을 큰 공이라고 하는 것이다. 선남자야, 보살마하살이 이러한 공한 문을 얻으면 허공과 같은 자리에 머물게 되는 것이다.
선남자야, 내가 이 대중 가운데서 이러한 공한 이치를 말할 때 10항하의 모래와 같은 보살마하살이 허공과 같은 지위에 머물게 된다. 선남자야, 보살마하살이 이 자리에 머물게 되면 온갖 법 가운데 걸리거나 속박되거나 집착이 없으며 마음에 답답함이 없다. 이런 이치로 허공 같은 자리라고 한다.
선남자야, 마치 허공은 사랑스러운 빛에 탐심을 내지도 않고, 사랑스럽지 않은 빛에 성을 내지도 않는다. 보살마하살이 이 자리에 머무는 것도 그와 같아서, 좋거나 나쁜 빛에 대하여 탐심을 내거나 성내는 마음이 없다. 선남자야, 마치 허공은 넓고 크기가 짝이 없어서 온갖 법을 수용하는 것처럼, 보살마하살이 이 자리에 머무는 것도 그와 같아서 넓고 크기가 짝이 없어서 온갖 법을 모두 용납한다. 이런 이치로 허공 같은 자리라고 하는 것이다.

선남자야, 보살마하살이 이 자리에 머무르면 온갖 법을 보기도 하고 알기도 한다. 행ㆍ반연[緣]ㆍ성품ㆍ모양ㆍ인(因)ㆍ연[緣]ㆍ중생의 마음ㆍ근성ㆍ선정ㆍ승(乘)ㆍ선지식ㆍ계행을 지님ㆍ보시 따위의 법을 모두 알고 본다.
또 선남자야, 보살마하살이 이 자리에 머무르면 알기만 하고 보지는 못하는데 무엇을 안다고 하는가? 스스로 굶는 일ㆍ못에 빠지고ㆍ불에 뛰어들고ㆍ높은 바위에서 떨어지고ㆍ한 다리를 늘 뻗는 일ㆍ다섯 가지 뜨거운 방법으로 몸을 지지는 일ㆍ재와 먼지와 가시덤불ㆍ엮은 서까래ㆍ나뭇잎ㆍ나쁜 풀ㆍ소똥 따위의 위에 눕는 것이다.
또 굵은 베옷ㆍ무덤 곁에 버린 더러운 옷이나 담요ㆍ흠바라(欽婆羅) 옷ㆍ노루 가죽이나 풀로 만든 옷을 입고, 나물 밥ㆍ연근ㆍ깻묵ㆍ쇠똥ㆍ근과(根果)를 먹는다. 걸식할 때에는 한 집만 하는데, 주인이 밥이 없다고 말하면 곧 떠나가고 다시 부르더라도 돌아보지 않는다. 절인 고기나 다섯 가지 우유로 만든 것을 먹지 않는다.
또 항상 뜨물과 즙비탕(汁沸湯)을 마시며 우계(牛戒)ㆍ구계(狗戒)ㆍ계계(雞戒)ㆍ치계(雉戒) 등 외도의 계율을 가지고 재를 몸에 바르고 머리를 기른다. 양을 잡아 제사할 때에는 먼저 주문을 읽은 뒤에 죽이며, 넉 달 동안 불을 섬기고 7일 동안 바람을 섬기며 백천억의 꽃으로 하늘에 공양하면, 모든 소원이 이것을 말미암아 성취된다고 한다. 이런 법이 위없는 해탈의 원인이 된다는 것은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이것을 이름하여 아는 것이라고 한다.
무엇을 보지 못한다고 하는가? 보살마하살이 한 사람도 이런 법을 행하여 바른 해탈을 얻는 것을 보지 못하였으니, 이것을 보지 못한다고 한다.
또 선남자야, 보살마하살이 보기도 하고 알기도 하는 것이 있다. 어떤 것을 본다고 하는가? 중생들이 삿된 법을 행하면 반드시 지옥에 떨어질 것을 보는 것을
본다고 한다. 어떤 것을 안다고 하는가? 중생들이 지옥에서 나와서 인간에 태어나 보시바라밀을 행하고 나아가 모든 바라밀을 구족한다면 이 사람이 반드시 바른 해탈을 얻을 줄 아는 것을 안다고 하는 것이다.
또 선남자야, 보살마하살이 보기도 하고 알기도 하는 것이 있다. 어떤 것을 본다고 하는가? 항상하고 무상한 것과 괴롭고 즐거운 것과 깨끗하고 부정한 것과 나와 나 없음을 보는 것을 본다고 하는 것이다. 어떤 것을 안다고 하는가? 여래는 반드시 끝끝내 열반에 들지 않음을 알며, 여래의 몸은 금강과 같아서 무너지지 않으며 번뇌로 된 몸이 아니고 또 더럽고 부패하는 몸이 아니라는 것을 알며, 또 모든 중생이 모두 불성이 있다는 것을 안다. 이것을 안다고 하는 것이다.
또 선남자야, 보살마하살이 다시 알기도 하고 보기도 하는 것이 있으니 어떤 것을 안다고 하는가? 이 중생은 신심이 성취된 줄을 알며 이 중생은 대승을 구하고 이 사람은 흐름을 따르고 이 사람은 흐름을 거스르고 이 사람은 바르게 머물고 이 중생은 저 언덕에 이른 것을 안다. 흐름을 따르는 이는 범부이며, 흐름을 거스르는 이는 수다원이나 나아가 연각이고, 바르게 머문 이는 보살들이며, 저 언덕에 이른 이는 여래ㆍ응공ㆍ정변지이다. 이것을 일러 안다고 하는 것이다.
어떤 것을 본다고 하는가? 보살마하살이 대승의 대반열반에 머물러서 범행할 마음을 닦으면서 깨끗한 천안통으로 중생들이 몸과 입과 뜻으로 세 가지 나쁜 업을 짓고 지옥ㆍ축생ㆍ아귀 갈래에 떨어지는 것을 보며, 중생들이 선한 업을 닦는 이는 목숨을 마치면 천상이나 인간에 태어나는 것을 보며, 어떤 중생은 어둔 데로부터 어둔 데 들어가고, 어떤 중생은 어둔 데로부터 밝은 데 들어가고, 어떤 중생은 밝은 데로부터 어둔 데 들어가고, 어떤 중생
은 밝은 데로부터 밝은 데 들어감을 본다. 이것을 본다고 하는 것이다.
또 선남자야, 보살마하살이 또 알기도 하고 보기도 하는 것이 있다. 보살마하살은 여러 중생이 몸을 닦고 계행을 닦고 마음을 닦고 지혜를 닦으면, 이 사람이 이 세상에서 나쁜 업이 성취되었거나 혹은 탐욕과 성내는 일과 어리석음으로 인하여 마땅히 지옥에 떨어져서 과보를 받을 것이지만, 몸을 닦고 계행을 닦고 마음을 닦고 지혜를 닦음으로써 이 세상에서 가볍게 받고 지옥에 떨어지지 않을 것을 안다.
어떻게 이 업으로 이 세상에서 과보를 받는가? 여러 가지 나쁜 짓을 참회하고 털어놓으며 참회한 뒤에는 다시 짓지 않아서 참회가 성취되고 3보에 공양하고 항상 스스로 책망했기 때문이다. 이 사람이 이런 인연으로 지옥에 떨어지지 않고 이 세상에서 과보를 받되, 머리가 아프고 눈이 아프고 배가 아프고 등이 아프며 죽을 횡액을 만난다. 또 꾸중과 욕을 당하고 매를 맞고 얽어 매이고 굶주리고 곤궁하다. 이런 고통이 이 세상에서 가볍게 받는 것임을 안다. 이것을 이름하여 안다고 하는 것이다.
어떤 것을 본다고 하는가? 보살마하살이 이런 사람은 몸과 계행과 마음과 지혜를 닦지 못하고, 나쁜 업을 조금 지었으면 이 인연으로 이 세상에서 죄보를 받을 것인데, 이 사람이 조금 지은 나쁜 짓을 참회 하지 않고 스스로 책망도 하지 않고 부끄러운 마음도 내지 않고 두려운 생각도 없으면, 이 업이 점점 커져서 지옥의 과보를 받게 되는 것을 본다. 이것을 이름하여 본다고 하는 것이다.
또 알기만 하고 보지 못하는 것이 있다. 어떤 것을 알기만 하고 보지 못한다고 하는가? 모든 중생들이 모두 불성이 있는 것을 알지만 번뇌에 덮여서 보지 못한다. 이것을 이름하여 알기만 하고 보지는 못한다고 한다. 또 알고 조금 보는 것이 있다. 10주보살마하살 등이 중생들에게 불성이 있음을 알고 보기도 하지만 분명하지 못한 것이 마치 어두운 데서는 보는 것이 분명치 못한 것과 같다.
또 보기도 하고 알기도 하는 것이 있다. 이른바
여래는 보기도 하고 알기도 한다. 또 보기도 하고 알기도 하며, 보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는 것이 있다. 보기도 하고 알기도 한다는 것은 세간의 문자와 말과 남녀ㆍ수레ㆍ옹기ㆍ집ㆍ도시ㆍ의복ㆍ음식ㆍ산ㆍ강ㆍ동산ㆍ숲과 중생과 오래 사는 것들이다. 이것은 알기도 하고 보기도 하는 것이다. 어떤 것을 보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한다고 하는가? 성인께서 하신 비밀한 말씀은 남자와 여자 나아가 동산과 수풀이 없다. 이것이 보지도 못하고 알지도 못하는 것이다.
또 알기는 하나 보지 못하는 것이 있다. 보시할 것과 공양할 곳과 받을 이를 알며 원인과 과보를 아는 것을 안다고 한다. 어떤 것을 보지 못한다 하는가? 보시할 것과 공양할 곳과 받을 이와 과보를 보지 못하는 것을 보지 못한다고 하는 것이다. 보살마하살이 아는 것이 여덟 가지가 있는 것은 곧 여래의 다섯 가지 눈으로 아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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