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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3119 불교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 20권

by Kay/케이 2023.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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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대반열반경(大般涅槃經) 20

 

대반열반경 제20권

북량 천축삼장 담무참 한역

8. 범행품 ⑥

그때 세존께서 사라쌍수 사이에서 아사세가 기절하여 땅에 쓰러진 것을 보고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 임금을 위하여 한량없는 겁 동안 세상에 있으면서 열반에 들지 않을 것이다.”
가섭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마땅히 한량없는 중생을 위하여 열반에 들지 않으실 것인데, 어찌하여 아사세(阿闍世)왕만을 위한다고 하십니까?”
“선남자야, 이 대중에는 한 사람도 내가 끝까지 열반에 들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가 없지만, 오직 아사세왕만이 내가 끝까지 열반에 들 것이라고 하여 기절하고 땅에 쓰러졌다. 선남자야, 내가 말한바 아사세를 위하여 열반에 들지 않는다는 것은 비밀한 뜻이어서 너희들은 알지 못할 것이다. 왜냐하면 나의 말에 위한다고 하는 것은 온갖 범부이며, 아사세라고 하는 것은 5역죄를 지은 모든 사람들이다.
또 위한다는 것은 모든 함이 있는[有爲] 중생이니, 나는 언제나 함이 없는[無爲] 중생을 위해서는 세상에 머물지 않았다. 왜냐하면 함이 없는 이는 중생이 아니며, 아사세라고 하는 것은 번뇌를 구족한 것이기 때문이다. 또 위한다고 하는 것은 불성을 보지 못하는 중생이다. 만일 불성을 보았다면 나는 오래도록 세상에 머물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불성을 본 이는 중생이 아니며, 아사세라고 함은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지 못한 온갖 중생들이기 때문이다.
또 위한다고 함은 아난과 가섭 두
대중이며, 아사세라고 함은 아사세왕의 후궁에 있는 후비들과 왕사성의 모든 여인들이다. 또 위한다고 함은 이름이 불성이며, 아사는 나지 않음이고, 세는 원수이다. 불성이 나지 않았으므로 번뇌인 원수가 생겼고, 번뇌인 원수가 생겼으므로 불성을 보지 못한다. 번뇌가 생기지 않으면 불성을 볼 것이며, 불성을 보았으므로 대반열반에 편안하게 머물 것이다. 그러므로 나지 않았다고 이름하며, 그러므로 아사세라고 이름한다.
선남자야, 아사는 나지 않았다는 것이며, 나지 않은 것은 열반이며, 세는 세상법이고, 위한다 함은 더럽히지 않는 것이다. 세상의 여덟 가지 법으로는 더럽힐 수 없는 것이므로 한량없고 그지없는 아승기겁에 열반에 들지 않는다. 그러므로 내가 말하기를 ‘아사세를 위하여 한량없는 억겁을 열반에 들지 않는다’고 한 것이다.
선남자야, 여래의 비밀한 말이 불가사의이며, 부처님ㆍ교법ㆍ승가도 불가사의이며, 보살마하살도 불가사의이며, 대반열반경도 불가사의이다.”
그때에 자비하신 세존 도사(導師)께서 아사세왕을 위하여 월애(月愛) 삼매에 드시고, 삼매에 들고는 큰 광명을 놓으셨다. 그 광명이 청량하여 왕의 몸에 비치니 대풍창병이 즉시 나았고, 답답하고 뜨거운 증세가 스러지고 말았다.
왕은 병이 나았고 몸이 시원함을 느끼면서 기바에게 말하였다.
“내가 들으니 겁말(劫末)에는 달이 세 개가 한꺼번에 나타나고, 그때에는 모든 중생의 근심과 고통이 없어진다고 하였다. 아직 그때가 되지 않았는데, 이 광명이 어디서 와서 나의 몸에 비치며, 창병의 고통이 나아져서 몸이 편안하여지는가?”
기바는 대답하였다.
“이것은 겁이 다하여 세 개의 달이 한꺼번에 비친 것도 아니고, 불의 해[火日]나 별이나 약초나 보배 구슬이나 하늘빛도 아닙니다.”
왕이 물었다.

“이 광명이 세 개의 달이 한꺼번에 비치는 것도, 보배 구슬의 광명도 아니라면 누구의 광명인가?”
“대왕이시여, 이것은 하늘 중의 하늘이 놓는 광명이니, 이 광명은 근본이 없고 가가 없어서, 더운 것도 아니고 찬 것도 아니며, 항상함도 아니고 없어짐도 아니며, 색도 아니고 색 없는 것도 아니며, 모양도 아니고 모양 없는 것도 아니며, 푸른 것도 아니고 누른 것도 아니며, 붉은 것도 아니고 흰 것도 아닙니다. 그러나 중생을 구제하기 위하여 모양이 있어 볼 수 있으며, 근본이 있고 가가 있고, 덥고 차고 푸르고 누르고 붉고 희어서 말할 수 있습니다. 대왕이시여, 이 광명이 비록 그러하나, 진실로 말할 수 없고 볼 수 없으며, 나아가 푸르고 누르고 붉음이 없습니다.”
“기바여, 그 하늘 중의 하늘이 무슨 인연으로 이 광명을 놓으시는가?”
“이 상서로움은 대왕을 위한 것이니, 대왕이 먼저 말씀하시기를 ‘이 세상에는 몸과 마음을 치료할 용한 의원이 없다’ 하셨으므로 이 광명을 놓아서 먼저 왕의 몸을 다스리고, 그런 뒤에 마음을 다스리는 것입니다.”
“기바여, 여래 세존께서 나를 생각하시는가?”
기바가 대답하였다.
“비유하자면 어떤 사람이 아들 일곱을 두었는데, 그 가운데 한 아들이 병이 났다고 한다면, 부모의 마음은 평등하지만 병난 아들에게 마음이 치우치게 되는 것입니다. 대왕이시여, 여래도 그와 같아서 여러 중생에게 평등하지 않음이 없지만 죄 있는 이에게 마음이 치우치게 되는 것이니, 방일한 이는 부처님께서 자비로 염려하시고 방일하지 않는 이는 마음을 놓는 것입니다. 방일하지 않은 이는 누구입니까? 이는 바로 6주(住) 보살입니다.
대왕이시여, 부처님 세존께서는 중생들에 대하여 문벌[種姓]이나 늙고 젊음이나 빈부나 시절(時節)이나 해나 달이나 별이나 공교롭거나[工巧] 미천하거나 하인이거나 종이거나를 보는 것이 아니고, 선심(善心) 있는 중생만을 보시며 선심이 있으면 문득 자비하게 생각하십니다. 대왕이시여, 이 상서는 여래께서 월애삼매에 들어가셔서 놓으시는
삼매인 줄로 아십시오.”
왕이 곧 물었다.
“어떠한 것을 월애삼매라고 하는가?”
기바가 대답하였다.
“마치 달빛이 모든 우발라꽃을 곱게 피게 하듯이, 월애삼매도 그와 같아서 중생들로 하여금 선한 마음을 피게 하므로 월애삼매라고 합니다. 대왕이시여, 마치 달빛이 모든 길가는 사람들의 마음을 기쁘게 하듯이, 월애삼매도 그와 같아서 열반의 길을 닦아 익히는 이의 마음을 기쁘게 하므로 월애삼매라 고 합니다. 대왕이시여, 마치 달빛이 초하루부터 보름까지 형상과 빛이 점점 늘어나듯이, 월애삼매도 그와 같아서 처음 마음을 낸 이로 하여금 선한 근본이 점점 늘게 하며 나아가 대반열반을 구족하게 하므로 월애삼매라고 합니다.
대왕이시여, 마치 달빛이 16일부터 그믐까지 형상과 빛이 점점 줄어들듯이 월애삼매도 그와 같아서 빛이 비치는 곳마다 모든 번뇌를 점점 줄어들게 합니다. 그러므로 월애삼매라고 합니다. 대왕이시여, 한창 무더울 때에 모든 중생이 항상 달빛을 생각하고 달빛이 비치면 찌는듯하던 더위가 덜하듯이 월애삼매도 그와 같아서 중생들의 탐욕과 번뇌의 더위를 덜게 합니다. 대왕이시여, 마치 보름달이 여러 별들 중에 왕이며 감로 맛이 되어 모든 중생의 사랑을 받듯이, 월애삼매도 그와 같아서 여러 선한 일 중의 왕이며, 감로 맛이 되어 모든 중생의 즐거움이 됩니다. 그러므로 월애삼매라고 합니다.”
왕이 말했다.

“기바여, 내가 들으니, 여래께서는 나쁜 사람과 함께 앉지도 서있지도 일어나지도 말하지도 의논하지도 않는 것이, 마치 바다가 송장을 묵히지 않고, 원앙이 뒷간에 머물지 않고, 제석천왕이 귀신과 함께 있지 않고, 구시라새가 죽은 나무에 깃들이지 않는 것 같다. 여래께서도 그러하시다 하는데, 내가 어떻게 가서 뵈며, 설사 뵌들 내 몸이 장차 땅속으로 들어가지 않겠는가? 내가 보건대 여래께서 차라리 술 취한 코끼리ㆍ사자ㆍ호랑이나 맹렬한 불꽃을 가까이할지언정 막중한 죄업을 지은 사람과는 가까이하지 않으실 것 같다. 그러므로 나는 이런 생각을 하였으니 무슨 마음으로 여래를 가서 뵙겠는가?”
기바가 대답하였다.
“대왕이시여, 마치 목마른 사람은 샘으로 가고, 굶주린 이는 밥을 찾고, 두려워하는 이는 구원을 청하고, 병난 이는 약을 구하고, 더위에 지친 이는 서늘한 그늘을 구하고, 추워 떠는 이는 불을 구하는 것처럼, 대왕이 지금 부처님을 찾으심도 그와 같이 하여야 합니다. 대왕이시여, 여래는 일천제 따위를 위하여서도 법을 연설하십니다. 더구나 대왕은 일천제가 아니니 마땅히 자비로 구제받을 것입니다.”
왕이 말했다.
“기바여, 예전에 내가 들으니 일천제는 믿지도 않고 듣지도 못하고 관찰하지도 못하고 이치도 얻지 못한다고 하던데, 어찌하여 여래께서 그에게 법을 말씀하시는가?”
기바가 대답했다.
“대왕이시여, 어떤 사람이 중병이 걸렸는데, 밤에 꿈을 꾸었습니다. 꿈에 기둥이 하나만 세워진 전당에 올라가서 생소와 기름을 먹기도 하고 몸에 바르기도 하였으며, 재에 눕고 재를 먹기도 하고 마른 나무에 오르기도 하였습니다. 혹은 원숭이와 함께 다니고 앉고 눕기도 하고, 물에 잠기고 진흙에 빠지기도 하며, 누각과 높은 산과 나무와 코끼리와 말과 소와 양 따위에서 떨어지기도 하였습니다.
혹은 몸에 푸르고 누르고 붉고 검은 옷을 입고 웃으며 노래하고 춤추기도 하며, 혹은 까마귀ㆍ독수리ㆍ여우ㆍ살쾡이 따위를 보기도 하고, 이가 빠지고 머리카락이 떨어지며, 벗은 몸에 개[狗]를 베고 더러운 가운데 누워 보기도 하며, 또 죽은 사람과 함께 가고 서고 앉고 일어나면서 손을 잡고
음식을 먹기도 하였습니다.
혹은 독사가 가득한 길로 걸어가기도 하며, 또 혹은 머리를 풀어헤친 여인과 서로 껴안기도 하고, 다라나무 잎으로 옷을 만들기도 하며, 부서진 나귀 수레를 타고 남방으로 가기도 하였습니다.
이 사람이 이런 꿈을 꾸고는 마음으로 수심하며, 수심한 까닭으로 병이 더하였고, 병이 더한 까닭으로 집안 친속들이 사람을 보내어 의원을 청하였습니다. 그런데 심부름 간 사람이 키가 작고 불구자로서 머리에는 먼지를 쓰고, 헌옷을 입고 낡고 깨어진 수레를 타고 가서 의원을 보고 빨리 수레를 타라고 청하였습니다.
그때에 의원이 생각하기를 ‘심부름 온 사람의 모양이 불길하니 환자의 병을 고치기 어렵겠구나’ 하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생각하기를 ‘심부름꾼은 비록 불길하지만, 다시 날짜를 점쳐서 병을 다스릴 수 있는지 봐야겠다. 곧 4일ㆍ6일ㆍ8일ㆍ12일ㆍ14일과 같은 이런 날에는 병을 치료하기가 어렵겠구나’라고 하였습니다.
또 생각하기를 ‘날짜는 비록 불길하나, 다시 별로 점을 쳐서 치료할 수 있는지 봐야겠다. 만일 화성ㆍ금성ㆍ묘성(昴星)ㆍ염라왕성ㆍ습성(濕星)ㆍ만성(滿星) 이런 별들을 본다면 병을 고치기 어렵겠구나’라고 하였습니다.
또 생각하기를 ‘별점은 비록 불길하나 다시 때를 살펴봐야겠다. 만일 가을이나 겨울이나 해가 질 때나 한밤중이나 달이 질 때면 이 병을 고치기 어려울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또 생각하기를 ‘이렇게 여러 가지가 모두 불길하지만 혹 그럴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을 것이니 마땅히 병자를 보아야 할 것이다. 병자가 만일 복덕이 있으면 다스릴 수 있을 것이며, 복덕이 없다면 비록 길한들 무슨 이익이 있을 것인가?’라고 하였습니다.
이렇게 생각하고는 심부름꾼과 함께 길을 떠났습니다. 길에서 다시 생각하기를 ‘저 병인이 장수할 상이라면 치료할 수 있을 것이며, 단명할 상이라면 치료할 수 없을 것이다’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앞길에서 두 아이가 서로 붙들고 싸우면서 머리를 쥐어뜯고 머리카락을 뽑고 기왓장과 돌과 칼과
작대기로 때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또 어떤 사람이 불을 들고 가던 것이 저절로 꺼지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나무를 찍고, 어떤 사람은 가죽을 끌고 길을 따라 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혹은 길에 떨어진 물건을 보며, 어떤 사람은 빈 그릇을 들었고, 혹은 사문이 혼자 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혹은 범ㆍ이리ㆍ까마귀ㆍ독수리ㆍ여우를 보기도 하였습니다. 이런 것들을 보고는 또 생각하기를 ‘심부름꾼이나 길에서 보는 것이 모두 상서롭지 못하니 이 병자는 반드시 치료하기 어려울 것이다’ 라고 하였습니다.
다시 생각하기를 ‘내가 만일 가지 않으면 용한 의원이 아니며, 만일 가더라도 치료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고, 또 생각하길 ‘이렇게 여러 가지가 상서롭지 못하지만 우선 그냥 두고 병자에게 가보아야겠다’ 하였습니다.
이러한 생각을 하는 때에 앞에서 이런 소리가 들렸습니다.
‘없어졌다ㆍ죽었다ㆍ무너졌다ㆍ꺾어졌다ㆍ깎아버렸다ㆍ떨어졌다ㆍ타버렸다ㆍ오지 마라ㆍ치료할 수 없다ㆍ구제할 수 없다.’
또 남쪽에서 짐승의 소리가 들리니, 까마귀ㆍ독수리ㆍ사리새[舍利鳥]의 소리와 개ㆍ쥐ㆍ여우ㆍ멧돼지ㆍ토끼의 소리였습니다.
이런 소리를 듣고 ‘이 병자는 진실로 치료하기 어렵겠구나’ 하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리고 병자가 있는 집에 들어가서 병자를 관찰하니, 찼다가 더웠다가 하고, 골절이 아프고 눈이 붉고 눈물이 흐르고 귀 우는 소리[耳聲]가 밖에까지 들리며, 목구멍이 아프고 혓바닥이 터져 그 빛이 검고, 머리를 바로 들지 못하고 몸은 말라서 땀이 나지 않고, 대소변이 막혀서 통하지 못하며, 몸이 갑자기 비대하여 뻘겋고 이상하며, 말이 고르지 못하여 컸다 작았다 하고, 온몸이 얼룩덜룩하여 푸르고 붉고 하며 배가 부었고, 말이 분명치 못하였습니다.
의원은 병세를 살피고는 간병하는 이에게 ‘병자의 정신상태가 요사이에 어떠하냐?’고 물었습니다. 그랬더니 그의 대답은
‘이 사람이 본래는 삼보와 하늘을 믿고 존경하였는데, 지금은 변하여 공경하고 믿는 마음이 없습니다. 또 본래는 보시하기를 좋아하였는데 지금은 인색하며, 본래는 밥을 적게 먹더니 지금은 많이 먹으며, 본래는 성품이 폐악(敝惡)하더니 지금은 온화하고 선하며, 본래는 성품이 인자하여 부모에게 공경하더니 지금은 부모에게 공경하는 마음이 없습니다’라고 하였습니다.
의원이 이 말을 듣고는 병자에게 가까이 가서 맡아보니, 우발라향(優鉢羅香)ㆍ침수향(沈水香)ㆍ필가다향(畢迦多香)ㆍ다가라향(多伽羅香)ㆍ다마라발향(多摩羅跋香)ㆍ울금향(鬱金香)ㆍ전단향(栴檀香)과 고기 굽는 냄새ㆍ포도주 냄새ㆍ뼈 타는 냄새ㆍ생선 냄새ㆍ똥 냄새가 났습니다.
향내와 구린내를 알고는 또 몸을 만져보았더니 보드랍기는 비단이나 목화와 같았고, 굳기는 돌과 같고, 얼음처럼 차기도 하고, 불처럼 뜨겁기도 하고, 모래처럼 깔깔하기도 하였습니다. 의원은 이러한 가지가지 형편을 보고 병자가 반드시 죽을 것을 알았지만, 꼭 죽는다는 말을 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간병하는 사람에게 말하기를 ‘오늘은 바쁜 일이 있어서 갔다가 내일 다시 올 것이니, 병자가 찾는 대로 무엇이나 주라’고 하고는 집으로 돌아갔다.
이튿날 심부름꾼이 또 의사에게 갔으나, 의사의 말은 ‘나의 볼일이 아직 끝나지 못하였고 약도 마련하지 못하였다’ 하였습니다. 이만하면 지혜 있는 이는 병자가 반드시 죽을 줄을 알 것입니다.
대왕이시여, 세존께서도 그러하여 일천제들의 근성을 잘 알아서 법을 말씀하십니다. 왜냐하면 만일 그를 위하여 말하지 않으면 범부들은 말하기를 ‘여래가 자비한 마음이 없구나. 자비한 마음이 있으면 온갖 지혜를 가진 이라고 하겠지만, 자비한 마음이 없다면 무엇으로 온갖 지혜를 가진 이라고 말하겠는가?’라고 할 것이다. 그러므로 여래께서는 일천제를 위하여서 법을 연설하십니다. 대왕이시여, 여래 세존께서는 병자를 보는 대로 늘 법약을 주시지만 병자가 먹지 않는 것은 여래의 허물이 아닙니다.
대왕이시여,
일천제를 분별하면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현재의 선근을 얻을 자이며, 둘째는 후세의 선근을 얻을 자입니다. 여래께서는 일천제들을 잘 아시고 현재에 선근을 얻을 자에게는 법을 말씀하시고, 후세에 얻을 자에게도 법을 말씀하십니다. 또 지금 이익이 없어도 후세의 인을 짓기 위하여 여래께서는 일천제에게도 법을 말씀하십니다.
일천제는 또 두 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영리한 자이며 둘째는 중품 근성입니다. 영리한 사람은 현재에 선근을 얻을 것이며, 중품인 사람은 후세에 얻을 것이므로 부처님의 설법이 헛되지 않습니다.
대왕이시여, 비유하면 어떤 깨끗한 사람이 뒷간에 빠진 것을 선지식이 보고는 딱하게 여겨 나아가 머리카락을 붙들고 끌어냅니다. 부처님 여래께서도 그와 같아서, 중생들이 3악도에 떨어진 것을 보고는 방편으로 구제하여 벗어나게 합니다. 그러므로 여래는 일천제를 위하여서도 법을 연설합니다.”
왕이 말했다.
“기바여, 여래가 참으로 그러하시다면 길한 날을 택하여 가서 뵐 것이다.”
기바가 왕에게 말했다.
“대왕이시여, 여래의 법에는 길한 날을 택하는 일이 없습니다. 대왕이시여, 중병에 걸린 사람은 날을 보고 길흉을 가리지 못하고 용한 의원을 구할 뿐인 것처럼, 대왕은 지금 병이 중하시니 부처님 의원을 구하셔야 할 뿐, 좋은 날을 택하실 것이 아닌가 합니다. 대왕이시여, 전단나무에 타는 불이나 이란(芛蘭)에 타는 불이 타기는 마찬가지이니, 길한 날 흉한 날도 그와 같아서 부처님께 가시기만 하면 죄를 멸할 것입니다. 바라건대 대왕께서는 오늘 곧 가십시오.”
그때에 대왕은 길상이란 신하에게 말하였다.
“경은 내가 지금 부처님 계신 데 가고자 하니
공양하기에 필요한 물건들을 마련하라.”
길상은 여쭈었다.
“대왕이시여, 좋습니다. 필요한 공양거리가 모두 준비되었습니다.”
아사세왕은 부인과 함께 갔는데, 타고 가는 수레가 1만 2천이며 살지고 건장한 코끼리가 5만이었다. 코끼리마다 세 사람씩 타고, 가지고 가는 깃발ㆍ일산ㆍ꽃ㆍ향ㆍ풍류 여러 가지 공양거리가 모두 구족하였고, 따라가는 말 탄 군사들이 18만이며, 마가다국 백성들로 왕을 따라가는 이가 58만이었다. 그때에 구시나성에 있는 대중이 12유순에 가득하여, 아사세왕과 그 권속들이 길을 찾아오는 것을 멀리서 보고 있었다.
그때에 부처님께서는 대중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모든 중생에게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 가까운 인연이 될 것은 착한 벗이 제일이다. 왜냐하면 아사세왕이 만일 기바의 말을 따르지 않았더라면 내달 7일에는 목숨을 마치고 아비지옥에 떨어질 뻔하였다. 그러므로 가까운 인연은 착한 벗이 제일이다.”
아사세왕은 앞으로 나아가면서 다음과 같은 말을 들었다.
“사바제(舍婆提)의 비유리왕(毘流離王)은 배를 타고 바다에 들어갔다가 화재를 만나 죽었고, 구가리(瞿伽離) 비구는 산 채로 땅에 들어가 아비지옥에 갔고, 수나찰다(須那刹多)는 가지가지 나쁜 짓을 하고 부처님 계신 데 가서 모든 죄가 소멸되었다.”
왕은 이 말을 듣고 기바에게 말하였다.
“내가 지금 이런 두 가지 이야기를 들었으나 결정할 수 없으니 경은 와서 나와 함께 한 코끼리를 탑시다. 내가 만일 아비지옥에 들어가게 되거든, 경이 나를 붙들어 떨어지지 않게 하라. 왜냐하면 내가 들으니 도를 얻은 사람은 지옥에 들어가지 않는다고 한다.”

그때에 부처님께서는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아사세왕이 지금 의심이 있으니 내가 이제 그를 위하여 결정한 마음을 가지게 할 것이다.”
그때 모인 가운데 지일체(持一切)라는 한 보살이 있었는데, 부처님께 이렇게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먼저 말씀하시기를 모든 법이 일정한 모습이 없으니, 빛도 일정한 모습이 없고 나아가 열반도 일정한 모습이 없다고 하셨습니다. 지금 여래께서 어찌하여 아사세왕을 위하여 결정한 마음을 가지게 한다고 하십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좋은 말이다. 선남자야, 내가 이제 반드시 아사세왕에게 결정한 마음을 가지게 할 것이다. 왜냐하면 만일 왕의 의심을 깨뜨린다면 모든 법이 일정한 모습이 없는 줄을 알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내가 아사세왕을 위하여 결정한 마음을 가지게 할 것이니, 이 마음이란 일정함이 없는 줄을 알아야 한다.
선남자야, 만일 저 왕의 마음이 일정하다면 왕의 역죄를 어떻게 벗게 하겠느냐만, 일정한 모습이 없으므로 그 죄를 파괴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내가 아사세왕을 위하여 결정한 마음을 가지게 한다는 것이다.”
그때에 대왕은 사라쌍수 사이에 이르러 부처님 계신 데 나아가 여래를 뵈니 32상과 80종호가 마치 미묘한 황금산 같았다.
그때에 세존께서 여덟 가지 음성으로 ‘대왕이여’ 하셨다. 아사세왕은 좌우로 돌아보면서 이 대중 가운데에 누가 대왕인가? 나는 이미 역적죄를 지었고, 또 복덕도 없으니 여래께서 나를 대왕이라고 부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때에 여래께서는 ‘아사세대왕’ 하고 다시 불렀다.
이 말을 왕이 듣고는 마음이 즐거워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여래께서 지금 인자하게 돌아보아 말씀하시니, 여래께서 중생에 대하여 큰 자비로 가엾이 여기심이 차별이 없음을 알겠구나.’
그리고는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 의심이 아주
없어졌으니 여래는 참으로 중생의 위없는 대사(大師)이심을 알겠습니다.”
그때에 가섭보살은 지일체보살(持一切菩薩)에게 말하였다.
“여래께서는 벌써 아사세왕을 위하여 결정한 마음을 가지게 하셨습니다.”
아사세왕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가령 내가 범천왕이나 제석천왕과 함께 앉고 일어나고 먹고 하더라도 오히려 기쁠 것이 아니지만 여래께서 한 말씀으로 인자하게 말씀하신 것을 들으니 매우 기쁘고 경사스럽습니다.”
그리고 아사세왕은 가지고 왔던 깃발ㆍ일산ㆍ향ㆍ꽃ㆍ풍류로 공양하고, 부처님 앞에 나아가 발에 예배하고 오른쪽으로 세 번을 돌고는 한쪽에 물러나 앉았다.
부처님께서는 아사세왕에게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이제 대왕을 위하여 바른 법을 말할 것이니 일심으로 자세히 들으시오. 범부들이 마땅히 마음을 가다듬고 몸을 살펴보는 데 스무 가지가 있다. 첫 번째는 나의 이 몸에는 공하여 무루(無漏)가 없고, 두 번째는 선근의 근본이 없고, 세 번째는 나의 생사는 아직 조복되지 못하였고, 네 번째는 깊은 구렁에 빠져서 간 데마다 두렵고, 다섯 번째는 무슨 방편으로 불성을 보게 되겠는가 이며, 여섯 번째는 어떻게 선정을 닦아야 불성을 볼 수 있을까 하는 것이다.
일곱 번째는 생사가 늘 괴로워서 항상함과 나와 깨끗함이 없고, 여덟 번째는 8난(難)의 액난은 여의기 어렵고, 아홉 번째는 항상 원수가 따라다니고, 열 번째는 한 가지 법도 유(有)를 막을 수 없고, 열한 번째는 3악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열두 번째는 가지가지 나쁜 소견을 구족하고, 열세 번째는 5역죄의 나루를 건너갈 일을 마련하지 못하였고, 열네 번째는 나고 죽는 일이 그지없는데 그 끝을 얻지 못하였고, 열다섯 번째는 업을 짓지 않고는 과보를 얻을 수 없는 것이다.
열여섯 번째는 내가 짓고 다른 이가 과보를 받을 수 없고, 열일곱 번째는 즐거운 인을 짓지 못하였으니
즐거운 과보가 없고, 열여덟 번째는 업을 지었으면 과보가 없어지지 않고, 열아홉 번째는 무명으로 인하여 났으니 무명으로 인하여 죽을 것이며, 스무 번째는 과거와 미래와 현재에 항상 방일을 행하는 것이다.
대왕이여, 범부들은 이 몸에 대하여 항상 이렇게 스무 가지 관찰을 하여야 하오. 이러한 관찰을 하게 되면 생사를 좋아하지 않을 것이며, 생사를 좋아하지 않으면 정관(正觀)을 얻을 것이오. 그때는 차례차례 마음의 나는 모양ㆍ머무는 모양ㆍ없어지는 모양을 관찰하며, 차례차례 마음의 나고 머물고 없어지는 모양을 관찰하면 선정ㆍ지혜ㆍ정진ㆍ계율도 그와 같다. 나고 머물고 없어지는 모양을 관찰하면, 마음의 모양과 나아가 계율의 모양을 알아서 마침내 나쁜 짓을 하지 않으며, 죽는 두려움과 3악도의 두려움이 없을 것이다. 만일 마음을 가다듬어 이 스무 가지를 관찰하지 않으면 마음이 방일하여 온갖 나쁜 짓을 하게 될 것이오.”
아사세왕이 여쭈었다.
“제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이치를 이해하기로는, 저는 애초부터 이런 스무 가지 일을 관찰하지 못하여서 여러 가지 나쁜 짓을 지었으며, 나쁜 짓을 많이 지었으므로 죽음의 두려움과 3악도의 두려움이 있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재앙을 받으려고 중대한 죄악을 지어 아무 허물없는 부왕을 배반하여 살해하였으니 이런 스무 가지를 관찰하거나 않거나 간에 반드시 아비지옥에 떨어질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온갖 법의 성품과 모양이 항상하지 않아 결정한 것이 없는 것인데, 왕은 어찌하여 반드시 아비지옥에 떨어질 것이라 하는가?”
“세존이시여, 만일 모든 법이 일정한 모양이 없다면 저의 살생한 죄도 결정적이 아닐 것이고, 만일 살생한 죄가 결정적이라면 모든 법도 결정이 아니라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좋은 말이오. 여러 부처님 세존께서는 ‘모든 법이 일정한 모양이 없다’ 하셨는데, 왕도 살생이 결정적이 아니라고 아니, 그러므로 살생이 일정한 모양이 없음을 알 것이오. 대왕이여, 왕의 말이
허물이 없는 부왕을 억울하게 역해하였다 하는데 무엇을 아버지라 하는가? 이름만 빌린 중생의 5음에 대하여 허망하게 아버지란 생각을 내는 것이오. 12입이나 18계 가운데서 무엇을 아버지라 하겠는가? 만일 색음이 아버지라면 다른 4음은 아버지가 아닐 것이고, 만일 4음이 아버지라면 색음은 아버지가 아닐 것이며, 만일 색음과 색음 아닌 것이 화합하여 아버지가 되었다 하여도 그럴 이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색음과 색음 아닌 것은 성질이 화합할 수 없는 까닭이오.
대왕이여, 범부 중생들이 색음에 대하여 아버지란 생각을 낸다 하여도 이러한 색음을 해할 수도 없다. 왜냐하면 색에는 열 가지가 있는데, 이 열 가지 중에서 색진(色塵) 한 가지만을 볼 수 있고 잡고 저울질하고 헤아리고 끌고 속박할 수 있는 것이오. 비록 보고 속박할 수 있더라도 그 성품이 머물지 않으니, 머물지 않으므로 볼 수 없고 잡을 수 없고 측량할 수 없고 끌고 속박할 수 없는 것이오. 색의 모양이 이러한데 어떻게 살해할 수 있겠는가? 만일 색진인 아버지를 살해하여서 죄보를 얻는다면, 다른 아홉 가지는 아버지가 아닐 것이오. 그 아홉 가지가 아버지가 아니라면, 살해하더라도 죄가 없을 것 아니겠는가?
대왕이여, 색에 세 가지가 있으니 과거와 미래와 현재이며 과거와 현재는 살해할 수 없는 것이오. 왜냐하면 과거는 지나갔기 때문이며 현재는 찰나찰나 멸하기 때문이오. 미래의 색은 계속하지 못하게 하므로 죽인다고 하는 것인데, 같은 색에도 어떤 것은 죽일 수 있고 어떤 것은 죽일 수 없소. 죽일 수 있는 것과 죽일 수 없는 것이 있다면 색이 일정하지 않은 것이고, 색이 만일 일정하지 않다면 죽이는 것도 일정하지 않을 것이니, 죽이는 일이 일정하지 않으면 과보 받는 것도 일정하지 않을 것인데, 어찌하여 반드시 지옥에 들어가리라 말하는가?
대왕이여, 모든 중생이 짓는 죄업에 두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가벼운 죄이고, 둘째는 중대한 죄요. 만일 마음과 입으로만 지었다면 가벼운 죄이며, 몸과 입과 마음으로 지은 것은 중대한 죄라고 하는 것이오. 대왕이여, 마음으로 생각하고 입으로 말을 하였으나 몸으로 짓지 않았으면 받는 보가 가벼운 것이오. 대왕은 예전에
입으로 죽이라고 말하지 않고, 발을 끊으라 하였을 뿐이오. 대왕이 만일 신하에게 명령하여 ‘섰을 적에 부왕의 머리를 베라’ 한 것을 앉았을 적에 베었더라도 죄가 되지 않을 것인데, 하물며 왕은 베라고 말하지 않았으니 무슨 죄를 얻겠소? 왕이 만일 죄를 얻는다면 부처님 세존께서도 죄를 얻어야 할 것이오. 왜냐하면 왕의 부왕인 빈바사라왕이 일찍부터 여러 부처님께 선근을 심은 까닭으로 금생에 임금이 되었는데. 부처님들이 만일 그의 공양을 받지 않았더라면 임금이 되지 못하였을 것이오. 만일 임금이 되지 않았으면 대왕이 나라를 위하여 살해하지 않았을 것이오. 그러니까 왕이 아버지를 살해하여 죄가 있다면 우리 부처님들도 죄가 있을 것이고, 만일 여러 부처님 세존께서 죄가 없다면 어찌하여 대왕만이 죄를 얻게 된다는 말이오?
대왕이여, 빈바사라왕도 과거에 나쁜 마음이 있었소. 비부라산에서 사냥할 때에 넓은 들을 두루 다녔으나 짐승을 잡지 못하였고, 오직 5신통을 얻은 신선이 있는 것을 보았소. 보고나서 나쁜 마음으로 성을 내어 ‘내가 사냥하는데 한 마리도 잡지 못한 것은 이 사람이 모두 쫓아 보낸 탓이다’ 하고, 시중들에게 명령하여 죽이라 하였소. 그 사람이 죽을 때에 원망하는 마음을 내었으므로 신통을 잃어버리고 맹서하기를 ‘나는 아무 죄도 없지만 네가 마음과 입으로 억울하게 나를 죽이니, 나도 오는 세상에 그와 같이 마음과 입으로 너를 죽일 것이다’라고 하였소.
그때 빈바사라왕은 그 말을 듣고 뉘우치는 마음을 내어 죽은 송장에게 공양하였소. 그 왕은 그러하여 과보를 가볍게 받고 지옥에는 떨어지지 않았는데, 더구나 대왕은 죽이라고도 하지 않았으니 어찌 지옥에서 과보를 받겠는가? 선왕은 자기가 지은 업으로 자기가 받은 것인데 대왕이 어찌하여 살생죄를 받게 되겠소? 대왕은 부왕이 허물이 없다 하지만 어찌 허물이 없다고 하겠는가? 죄가 있으면 죄의 갚음이 있고, 나쁜 업이 없으면
죄의 갚음이 없는 법이오. 왕의 부왕이 만일 허물이 없었으면, 왜 죄의 갚음이 있었겠는가? 빈바사라왕은 현세에도 선한 과보를 얻고 나쁜 과보도 얻었소. 그러므로 선왕도 일정하지 않았으니, 일정하지 않았으므로 살해함도 일정하지 않았으며, 살해함이 일정하지 않았는데, 어찌하여 반드시 지옥에 들어간다고 말하겠소?
대왕이여, 중생이 미치는 데는 네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탐심으로 미치는 것이고, 둘째는 약으로 미치는 것이며, 셋째는 주문으로 미치는 것이며, 넷째는 본래 지은 업의 인연으로 미치는 것이오. 대왕이여, 나의 제자 중에 이 네 가지 미친 이가 있어 나쁜 짓을 많이 하지만 나는 이 사람이 계율을 범한다고 치지 않는다. 또 이 사람이 짓는 것이 3악도에 이르지 않으며, 도로 본마음을 얻어도 범하였다 말하지 않는다.
대왕은 본래 나라를 탐하여서 부왕을 배반하고 살해하였다. 탐심으로 미쳐서 지은 것인데, 어찌 죄를 얻으리오. 대왕이여, 어떤 사람이 술이 취하여 어머니를 거슬러 살해하고 깨어서는 후회하는 마음을 낸다면, 이런 업으로는 죄보를 받지 않는 것이오. 왕은 지금 탐욕에 취하였고 본마음으로 지은 것이 아니니, 만일 본마음이 아니라면 무슨 죄를 얻겠는가?
대왕이여, 비유하면 환술하는 사람이 네거리에서 환술로 갖가지 남자와 여자ㆍ코끼리ㆍ말ㆍ영락ㆍ의복을 만든다면 어리석은 사람은 참인 줄 알지만, 지혜 있는 사람이면 참이 아닌 줄을 알 것이다. 살해하는 일도 그와 같아서 범부들은 참이라 하지만 여러 부처님 세존께서는 참이 아닌 줄을 아는 것이오.
비유하면 대왕이여, 산골짜기에 울리는 메아리를 어리석은 사람은 진짜 소리인 줄 알지만 지혜 있는 사람은 참이 아닌 줄을 아는 것처럼 죽이는 일도 그와 같아서 범부들은 참이라 하지만, 여러 부처님 세존께서는 참이 아닌 줄을 아는 것이오.
대왕이여, 원수 맺힌 사람이 와서 친한 척하는 것을 어리석은 사람은 참으로 친근히 하는 줄 알지만 지혜 있는 이는 거짓인 줄을 아는 것처럼, 죽이는 것도 그와 같아서 범부는 참이라 하지만
여러 부처님 세존께서는 참이 아닌 줄을 아는 것이오. 대왕이여, 사람이 거울을 들고 얼굴을 볼 때에 어리석은 사람은 진짜 얼굴이라 하지만 지혜로운 이는 진짜 얼굴이 아닌 줄을 아는 것처럼, 죽이는 것도 그와 같아서 범부는 참이라 하지만 여러 부처님 세존께서는 참이 아닌 줄을 아는 것이오.
대왕이여, 더울 때의 아지랑이를 어리석은 사람은 물이라 하지만 지혜로운 이는 물이 아닌 줄을 아는 것처럼, 죽이는 일도 그와 같아서 범부들은 참이라 하지만 여러 부처님 세존께서는 참이 아닌 줄을 아는 것이오. 대왕이여, 마치 건달바성을 어리석은 사람은 참인 줄 알지만 지혜로운 이는 참이 아닌 줄을 아는 것처럼, 죽이는 일도 그와 같아서 범부들은 참이라 하지만 부처님 세존께서는 참이 아닌 줄을 아는 것이오.
대왕이여, 어떤 사람이 꿈속에서 5욕락을 누렸는데, 어리석은 사람은 참인 줄 알지만 지혜 있는 이는 참이 아닌 줄을 아는 것처럼, 죽이는 일도 그와 같아서 범부들은 참이라 하지만 여러 부처님 세존께서는 참이 아닌 줄을 아는 것이오.
대왕이여, 죽이는 방법ㆍ죽이는 업ㆍ죽이는 사람ㆍ죽이는 과보와 해탈을 내가 다 아는데, 죄가 없는 것이다. 왕이 비록 죽임을 안다 한들 어찌 죄가 있겠는가? 대왕이여,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술 붓는 책임을 맡았더라도 마시지 않으면 취하지 않듯이, 비록 불인 줄 알아도 타지 않는 것이다. 대왕도 그와 같아서 비록 죽임을 안다 한들 어찌 죄가 있겠는가?
대왕이여, 중생들이 해가 났을 때에 갖가지 죄를 짓고, 달이 떴을 때에 도둑질을 하다가도 해와 달이 뜨지 않으면 도둑질을 하지 않는다면, 비록 해와 달을 인하여 죄를 지었더라도 해와 달은 죄를 받지 않는다. 죽이는 일도 그와 같아서 비록 왕을 인하였다 하나 왕은 실로 죄가 없는 것이오.
대왕이여, 대왕이 궁중에서 항상 양을 잡으라 하면서도 두려운 마음이 없는데, 어찌하여 부왕에 대하여서만 두려운 마음을 내는가? 비록 사람과 짐승이 높고
낮은 차별은 있지만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고 죽기를 싫어하는 것은 일반인데, 무슨 까닭으로 양에게는 가볍게 여겨 두려움이 없고 부왕은 소중히 여겨 근심을 하는가?
대왕이여, 세상 사람들이 애정의 종이 되어 자재하지 못하며, 애정의 시킴을 받아 살해하는 일을 한 것인즉, 설사 과보가 있더라도 이는 애정의 죄일 것이니 자재하지 못한 왕이 무슨 허물이 있겠는가?
대왕이여, 비유하면 열반이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면서도 있는 것처럼, 죽이는 일도 있는 것도 아니고 없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있는 것이니, 부끄러움이 있는 사람에게는 있는 것이 아니고, 부끄러움이 없는 사람에게는 없는 것이 아니다. 그러나 과보를 받는 이는 있다고 하며, 공하다는 소견을 가진 이에게는 있는 것이 아니고, 있다는 소견을 가진 이에게는 없는 것이 아니나, 있다는 소견이 있는 이는 있다고 한다. 왜냐하면 있다는 소견이 있는 이는 과보를 얻기 때문이나, 있다는 소견이 없는 이는 과보가 없는 것이오.
항상하다는 소견을 가진 이에게는 없는 것이 아니고, 항상하다는 소견이 없는 이에게는 있는 것이 아니나, 늘 항상하다는 소견을 가진 이에게는 없을 수가 없다. 왜냐하면 늘 항상하다는 소견을 가진 이는 나쁜 업의 과보가 있는 까닭이며, 그러므로 늘 항상하다는 소견을 가진 이에게는 없을 수가 없기 때문이오. 이런 이치로 있는 것도 없는 것도 아니지만 그래도 있는 것이오.
대왕이여, 중생이라고 함은 숨을 쉬는 이라 이름하고, 숨 쉬는 것을 끊으므로 죽었다 이름하는데, 부처님도 세상을 따라서 죽었다고 이름하는 것이오. 대왕이여, 색은 무상한 것이고 색의 인연도 무상한 것이니, 무상한 인으로 좇아 난 색이 어떻게 항상하며, 나아가 식(識)은 무상한 것이고 식의 인연도 무상한 것이니, 무상한 인으로 좇아난 식이 어떻게 항상하겠는가?
무상하기 때문에 괴롭고 괴롭기 때문에 공하고 공하기 때문에 내가 없다. 만일 무상하고 괴롭고 공하고 내가 없다면 무엇이 죽일 바가 되겠는가? 무상함을 죽이면 항상한 열반을
얻고, 괴로움을 죽이면 즐거움을 얻고, 공함을 죽이면 참됨을 얻고, 내가 없음을 죽이면 참나를 얻을 것이다. 대왕이여, 만일 무상과 괴로움과 공함과 나 없음을 죽인 이라면 나와 같을 것이오. 나도 무상과 괴로움과 공함과 나 없음을 죽였으나 지옥에 들어가지 않았는데, 대왕인들 어찌 지옥에 들어가리오.
그때에 아사세왕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대로 색을 관하며, 나아가 식을 관하고 나서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색이 무상하며 나아가 식이 무상하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제가 본래부터 이런 줄을 알았으면 죄를 짓지 않았을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일찍이 들은즉 여러 부처님 세존께서는 항상 중생에게 부모가 된다고 하였습니다. 비록 이런 말을 들었으나 분명하게 알지 못하였더니 이제야 확실히 알았습니다. 세존이시여, 저는 또 수미산이 네 가지 보배로 되었다고 들었으니 이른바 금과 은과 유리와 파리(頗梨)이며, 모든 새들이 모이는 곳을 따라 빛이 같다 하였습니다. 비록 이런 말을 들었으나 역시 분명하게 알지 못하였는데, 이제 부처님께서 수미산에 오르자 곧 빛이 같으니, 빛이 같다는 것은 모든 법이 무상하고 괴롭고 공하고 내가 없음을 아는 것입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이 세간에서는 이란의 씨에서 이란나무가 나는 것만 보고, 이란의 씨에서 전단나무가 나는 것을 보지 못하였는데, 지금에야 비로소 이란의 씨에서 전단나무가 나는 것을 보았습니다. 이란의 씨는 곧 나의 몸이고 전단나무는 곧 믿음의 뿌리가 없는 나의 마음입니다. 뿌리가 없다고 하는 것은, 나는 애초에 여래를 공경할 줄도 모르고 교법과 승가를 믿지 않았으니, 이것을 뿌리가 없다고 합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만일 부처님을 만나지 못하였더라면 마땅히 한량없는 아승기겁 동안에 큰 지옥에서 끝없는 고통을 받을 것인데, 저는 지금 부처님을 뵈었으니 이 부처님을 뵌 공덕으로써 중생들의
온갖 번뇌와 나쁜 마음을 파괴하게 되는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대왕이여, 대단히 좋은 일이오. 나는 이제 대왕이 반드시 중생의 나쁜 마음을 파괴할 줄을 압니다.”
“세존이시여, 제가 만일 중생의 나쁜 마음을 파괴할 수 있다면, 설사 제가 아비지옥에 항상 있어서 한량없는 세월에 중생들을 위하여 크나큰 고통을 받더라도 괴롭다고 하지 않겠습니다.”
그때에 마가다국의 한량없는 사람들이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으며, 이렇게 한량없는 사람이 큰마음을 내었으므로 아사세왕의 모든 중죄가 곧 소멸되었고, 왕과 부인과 후궁의 채녀들이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다.
그때에 아사세왕은 기바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기바여, 나는 지금 죽기도 전에 하늘의 몸을 얻었고, 단명한 것을 버리고 장수함을 얻었고, 무상한 몸을 버리고 항상한 몸을 얻었으며, 중생들로 하여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게 하였으니, 이것이 곧 하늘의 몸이며 장수함이며 항상한 몸이며, 곧 여러 부처님의 제자라 하겠소.”
이렇게 말하고는 가지각색 보배 당과 번과 일산과 향과 꽃과 영락과 아름다운 풍류로 부처님께 공양하고 다시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진실하고 현미하고 묘한 말씀
구절이나 이치에도 공교하시니
오묘하고 깊고 깊은 비밀한 법장
중생들을 위하여서 나타내시네.

법장 속에 들어 있는 넓으신 말씀
중생들을 위하여서 말씀하시니
이와 같은 참된 말씀 구족하셔서
중생들의 번뇌 병을 치료하시네.

삼계에서 헤매던 여러 중생들
이와 같은 좋은 말씀 얻어들으면
믿거나 안 믿거나 물을 것 없이
부처님의 말씀인 줄 알게 될 것이네.

어느 때나 여래 말씀 부드럽다가도
중생들을 위하여서 억세거니와
부드러운 말씀이나 억센 말씀이

모두가 제일의로 돌아가나니.

그러므로 내가 지금
세존께 귀의합니다.
여래 말씀 한맛으로
큰 바닷물 같네

그러므로 제일의라 이름하나니
이치 아닌 말씀이란 조금도 없네.

여래께서 오늘날에 말씀하시는
가지가지 한량없는 미묘한 법문
남녀노소 누구라도 듣기만 하면
한 가지로 제일의를 얻게 될 것이네.

인도 없고 결과도 없는 것이며
나지도 않고 멸하지도 않는 일
이를 일러 열반이라 하나니
듣는 이는 모든 결박 벗어나리라.

부처님께서는 어디서나 우리들에게
자비하신 부모님이 항상 되시니
알아야 하리, 한량없는 우리 중생들
모두 다 부처님의 아들딸임을.

자비하고 자상하신 부처님께서
중생들을 위하여서 고행하심
허깨비에 들린 이가 정신없어서
이것저것 되는 대로 하는 것같이.

내가 지금 부처님을 뵙고 나서
몸과 입과 뜻으로 지은 선근들
바라건대 이 공덕을 회향하여서
위없는 도(道)로 돌리길 원하네.

부처님과 법보와 승가에게
내가 지금 공경하여 공양한 일
바라건대 이러한 공덕으로써
삼보가 이 세상에 항상 있길 원하네.

내가 지금 부처님께 예경하고
얻게 되는 가지가지 공덕으로써
중생들의 네 가지 마군들을
여지없이 깨뜨려 없애길 원하네.

이내 몸이 나쁜 동무 만날 때마다
지난 세상 오는 세상 많은 죄업을
지성으로 부처님께 참회하오니
이 뒤에는 다시 짓지 말기를 원하네.

원하건대 생사고해 모든 중생들
아뇩다라 보리심을 모두 내어서
한결같이 정성스런 참된 맘으로
시방의 모든 부처님을 생각하며

원하건대 여섯 갈래 모든 중생들
영원히 모든 번뇌 없애 버리고
부처님의 참 성품을 분명히 보고
문수사리보살들과 같아지이다.

그때에 세존께서는 아사세왕을 찬탄하셨다.
“대왕이여, 잘하는 일이오. 만일 어떤 사람이 보리심을 낸다면 이 사람은 부처님의 대중을 장엄하는 것이오. 대왕은 지나간 옛적 비바시(毘婆尸)부처님에게서 처음으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 마음을 내었고, 그때부터 내가 출세할 때까지 한 번도 지옥에 떨어져서 고통을 받은 일이 없었소. 대왕이여, 보리의 마음은 이렇게 한량없는 공덕이 있는 줄을 알아야 하오. 대왕은 이제부터는 항상
보리의 마음을 닦을 것이오. 왜냐하면 이 인연으로 말미암아 한량없는 죄악을 소멸할 수 있는 까닭이오.”
그때 아사세왕과 마가다(摩伽陀)나라의 온 백성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세 번 부처님을 돌고는 하직하고 궁중으로 돌아갔다.
[ 「천행품」은 잡화(雜花)에서 말한 것과 같다]1)

9. 영아행품(嬰兒行品)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어찌하여 어린 아기의 행이라 하는가? 선남자야, 일어나거나 머물거나 오거나 가거나 말하거나 하지 못하는 것을 어린 아기라 하는데, 여래도 그러하다. 일어나지 못한다고 하는 것은 여래가 마침내 모든 법의 모양을 일으키지 않는 것이며, 머물지 못한다고 하는 것은 여래가 모든 법에 집착하지 않는 것이다. 오지 못한다고 하는 것은 여래의 몸과 행동이 동요하지 않는 것이며, 가지 못한다고 하는 것은 여래가 이미 대반열반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말하지 못한다고 하는 것은 여래가 모든 중생을 위하여 법을 연설하거니와 실로 말하는 것이 없는 것이다. 왜냐하면 말할 바 있는 것은 함이 있는 법이라고 하는데, 여래 세존께서는 함이 있는 법이 아니므로 말하는 것이 없다. 또 말하는 것이 없다고 하는 것은 마치 어린 아기의 말이 분명치 못하므로 비록 말을 하더라도 실로는 말이 없는 것이다. 여래도 그와 같아서 말이 분명치 않은 것은 부처님의 비밀한 말씀이니, 비록 말씀을 하더라도 중생들이 알지 못하므로 말이 없다고 한다.
또 어린 아기는 이름과 물건이 한결같지 않은데 바른 말을 알지 못한다. 비록 이름과 물건이 한결같지 않은데 바른 말을 알지 못하나, 이것으로 인하여 물건을 알지 못하는 것이 아니다. 여래도 그와 같아서 모든 중생의 종류가 각각 다르고 말이 같지 않지만 여래는 방편으로 그들을 따라 말하며 중생들로 하여금 말로 인하여 알게 하신다.
또 어린 아기는 큰 자[大字]를 말하는데, 여래께서도
그러하시어 큰 글자를 말씀하시니, 이른바 바(婆)와 화()이다. 화는 함이 있는 것이며 바는 함이 없는 것이니, 이것을 어린 아기라 한다. 화는 무상이라 하고 바는 항상하다고 하니, 여래가 항상함을 말할 때 중생들이 듣고는 항상한 법을 위하여서 무상을 끊는데, 이것을 어린 아기의 행이라고 한다.
또 어린 아기는 괴로움과 즐거움과 낮과 밤과 부모를 알지 못한다.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중생을 위하므로 괴로움과 즐거움을 보지 않고 낮과 밤이 없으며 중생에게 마음이 평등하므로 아버지 어머니라, 친하다, 소원하다라는 생각이 없다.
또 어린 아기는 크고 작은 여러 가지 일을 짓지 못하는데, 보살마하살도 그와 같아서 나고 죽는 업을 짓지 않는다. 이것은 큰일을 짓지 않는 것이며, 큰일은 5역죄이다. 보살마하살은 5역죄를 짓지 않고 작은 일은 2승의 마음이니, 보살은 끝내 보리심에서 물러나지 않아 성문ㆍ벽지불승을 짓지 않는다.
또 어린 아기의 행이라고 하는 것은 어린 아기가 울 때에 그 부모가 누런 버들잎을 주면서 달래기를 ‘너에게 돈을 줄 터이니 울지 말라’ 하는데, 아기가 보고는 진짜 돈인 줄 생각하고 울지 않는 것처럼 그것은 진짜 돈이 아니다. 나무로 만든 소와 나무 말과 나무 남자와 나무 여자를 어린아이가 보고는 참으로 남자나 여자인 줄 생각하고 울지 않는데, 참으로 남자와 여자가 아닌 것을 남자와 여자라고 생각하므로 어린 아기라고 하는 것이다.
여래도 그와 같아서 만일 중생들이 나쁜 업을 지으려 하면, 여래는 그들을 위하여 삼십삼천이 항상하고 즐겁고 나이고 깨끗한 것과, 단정하고 자재하여 훌륭한 궁전에서 5욕락을 받는 일과, 6근으로 상대하는 것이 모두 즐거운 일이라고 말씀하신다. 중생들은
이러한 즐거움을 들었기 때문에 부러워하는 마음을 가지고 나쁜 업을 짓지 않고 삼십삼천에 태어날 선한 업을 짓는데, 실제로는 나고 죽는 것이며 무상하고 낙이 없고 내가 없고 깨끗하지 않건만 중생을 제도하기 위하여 항상하고 즐겁고 나이고 깨끗하다고 방편으로 말하는 것이다.
또 어린 아기라고 하는 것은 어떤 중생이 나고 죽음을 싫어할 때에는 여래가 2승의 도를 말씀하신다. 그러나 실제로는 2승의 실상이 없는 것이며, 2승의 법으로 인하여서 나고 죽는 허물을 알고 열반의 낙을 보는 것이다. 이런 소견으로 말미암아 끊을 것과 끊지 못할 것이 있으며, 참된 것과 참되지 않은 것이 있으며, 닦을 것과 닦지 않을 것이 있으며, 얻을 것과 얻지 못할 것이 있음을 아는 것이다.
선남자야, 저 어린 아기가 돈이 아닌데 돈이란 생각을 내듯이, 여래도 그러하여 깨끗하지 않은 것을 깨끗하다고 말씀하시는 것이다. 곧 여래는 제일의를 얻으셨으므로 허망함이 없는 것이다. 어린 아기가 소와 말이 아닌데 소와 말이라 생각하듯이 어떤 중생이 도가 아닌데 도라는 생각을 하고, 여래도 도가 아닌 것을 도라고 말씀하신다. 도가 아닌 데에는 실로 도가 없지만 능히 도를 내는 작은 인연이 되는 것이므로 도가 아닌 것을 말하여 도라고 한다.
어린 아기가 나무로 된 남자와 여자에게 참말 남자와 여자라는 생각을 내듯이 여래도 그와 같아서 중생이 아닌 줄을 알면서도 중생이라 말하지만 실로는 중생이란 모양이 없다. 만일 부처님 여래가 중생이 없다고 말하면 모든 중생이 잘못된 소견에 떨어질 것이므로 여래가 중생이 있다고 말하는 것이다. 중생에 대하여 중생이란 모양을 지으면 곧 중생의 모양을 깨뜨리지 못하니 중생에 대하여 중생의 모양을 깨뜨리는 이라야 능히 대반열반을 얻을 수 있다. 이렇게 대반열반을 얻으므로 울음을 그치는 것을 어린 아기의 행이라 고 한다.
선남자야, 남자나 여인이 이 다섯 가지 행을 받아 지니고 읽고 외우고 쓰고 해설하는 이가 있으면, 이 사람은 반드시 이와 같은
다섯 가지 행을 얻은 것임을 알아야 한다.”
가섭보살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뜻을 알기로 저도 반드시 이 다섯 가지 행을 얻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선남자야, 너만 홀로 이 다섯 가지 행을 얻을 것이 아니라, 이 회중에 있는 93만 사람이 너와 같이 이 다섯 가지 행을 얻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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