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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2181 불교(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약사 2권 / 根本說一切有部毗奈耶藥事)

by Kay/케이 2023.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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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약사(根本說一切有部毗奈耶藥事) 2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약사 제2권


대당 의정 한역
주호찬 번역


부처님께서 마갈타국(摩揭陀國)에 계실 때, 세상을 두루 다니시면서 교화를 하시다가 왕사성(王舍城)에 이르러 갈란탁가(羯闌鐸迦)의 죽림원(竹林園)에 머무르셨다.
그때 영승왕(影勝王)은 부처님께서 유행(遊行)하시다가 국경에 이르셨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전에도 여러 번 부처님께 공양드리기를 원하였으나, 아직 석 달 동안의 여름 안거에 가지고 있는 재산을 모두 공양할 것을 부탁드리지는 못하였구나.’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가지고 있는 모든 것으로 부처님과 스님들을 청하여 석 달의 안거 동안에 공양하시도록 해 드리고, 아울러 시박가(侍縛迦:耆婆) 의왕(醫王)을 보내어 병들고 야윈 데 필요한 의약품을 공급해 드리기로 하였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영승왕은 모든 신하들에게 둘러싸여 왕궁으로부터 나아가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갔다. 가서 머리를 조아려 예배를 드리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그때 세존께서는 왕을 위하여 갖가지의 방편으로 미묘한 법을 말씀하시고 보이시며 가르치시고 이익되고 기쁘게 하시고는 묵묵히 계셨다.
이때 대왕은 앉았던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왼쪽 어깨만 덮은 채로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합장하여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여름 안거 석 달 동안 공양을 드리고자 청하오니, 받아주십시오. 저의 궁중에 있는 재물과 몸에 필요한 물건 모두를 공양하고자 합니다. 아울러 의사인 시박가로 하여금 병든 분들의 고통을 치료할 수 있도록 허락하여 주십시오.”
세존께서는 말없이 허락하셨다. 왕은 진심으로 존경하는 마음을 가지고 세존께 청하고 나서 예배를 드리고 물러나 궁으로 돌아와, 모든 공양구(供養具)를 갖추어 놓고 여름 석 달 동안 공양을 올렸다.
그때 교살라국(憍薩羅國)의 승광 대왕(勝光大王)은 영승왕이 부처님과 스님들을 청하여 석 달의 안거 동안에
갖가지로 공양하시도록 해 드리고 아울러 훌륭한 의사인 시박가가 탕약을 공급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승광 대왕은 이 소식을 듣고 나서 이렇게 생각했다.
‘저 대국의 왕은 능히 왕실의 재물과 의사인 시박가 등으로 공양을 하고 있으니, 나 또한 대국의 주인으로서 세존께서 우리나라에 오신다면 마땅히 모든 재물과 의사인 아제야(阿帝耶)로써 공양을 하리라.’
세존께서는 왕사성에 계시면서 석 달의 안거를 하시고, 옷 짓기를 마치시고 가사와 발우를 갖추시어 대중에게 둘러싸인 채로 실라벌성으로 가고자 하셨다. 세존께서는 점차로 유행하시어 마침내 그 나라의 급고독원(給孤獨園)에 도착하셨다.
그때 승광왕은 부처님께서 오셔서 급고독원에 머물러 계신다는 소식을 듣고 급고독원으로 갔다. 급고독원에 도착하여 세존을 뵙고는 머리를 조아려 예배를 드리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세존께서는 왕을 위하여 갖가지의 방편으로 미묘법을 말씀하시고 보이시고 가르치시어 이익되고 기쁘게 하시고는 말없이 계셨다. 승광왕은 앉았던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두 무릎을 땅에 대어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하여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세존과 비구 승가께서 석 달의 안거 동안 필요한 모든 물품과 의사인 아제야로 공양드릴 것을 청하오니 받아 주십시오.”
세존께서는 말없이 청을 받아들이셨다. 이때 교살라국의 군주인 승광대왕은 부처님께서 허락하시는 것을 보고 나서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예배하고 인사를 올리고서 물러났다. 승광 대왕은 궁으로 돌아와 모든 공양구(供養具)를 준비하고 아울러 의사를 보내어 3개월 동안 필요한 것을 공급하여 부처님과 비구 승가에 공양드렸다. 이때에 승광왕은 성품이 자애로워서 매일같이 이른 아침에 절에 이르러 친히 부처님의 발에 예배드리고 안부를 여쭙고 대중들을 두루 살펴서 그들이 편안한지를 알아보았는데,
한 비구가 치질을 앓아서 몸이 파리해지고 힘이 없어 하는 것을 보았다.
왕은 그를 보자 곧 그에게 물었다.
“성자여, 무슨 병으로 몸이 여위고 파리해져 힘이 없습니까?”
“대왕이시여, 치질을 앓고 있는 까닭에 몸이 수척해졌습니다.”
그때 왕은 돌아와서 의사인 아제야에게 명하여 그를 위하여 병을 치료해 주도록 하였다. 이때 의사는 왕의 명령을 받들어 가기는 하였지만, 그 의사는 삼보를 믿지 않아서 그 환자를 기꺼이 치료해 주려고 하지 않았다.
왕은 뒤에 다시 병을 앓고 있는 그 비구를 보고 이상하게 여겨 물었다.
“성자여, 의사가 치료해 드리지 않았던가요? 몸이 여전히 수척하게 상하셨군요.”
병든 비구가 말했다.
“대왕께서 의사를 보내 주시기는 하였으나 그는 와서 치료를 해 주지 않았습니다.”
이에 왕은 그 말을 듣고 나서 곧 성을 내어 책망을 하고는 사자를 보내어 그 의사를 쫓아가서 잡아오게 하고 그에게 말했다.
“내가 전에 너로 하여금 병이 난 비구를 간병하게 하였는데, 너는 무슨 까닭으로 지금까지 끝내 치료해 드리지 않았느냐? 만약에 치료를 하지 않는다면 나는 마땅히 너의 관직을 박탈할 것이다.”
그러나 그 의사는 평소에 믿는 마음이 없었기에 왕에게 책망을 받은 것으로 인하여 더욱 성내는 마음이 더하여 병든 비구에게 욕하며 헐뜯었다.
“어찌 너 같은 무리 때문에 나의 관직을 빼앗기겠느냐?”
병이 난 비구를 붙잡고 절의 문밖으로 가서 마침내 손발을 결박하고는 치질이 난 곳을 칼로 도려냈다. 그 비구는 그런 핍박을 당하고 고통에 시달려서 곧 큰소리로 울부짖으며 이렇게 생각했다.
‘내가 이렇게 극한 고통을 당하는데, 대자대비하신 세존께서는 어찌하여 불쌍히 여기지 않으실까?’
여래(如來)의 상법(常法)은 일체의 때를 알고 보시지 못하는 것이 없으니, 대비력(大悲力)으로 각성시키기 위하여 비구의 처소에 이르셨다.
그때 그 의사는 멀리서 부처님께서 오시는 것을 보고 아직도 성내는 마음으로 이렇게 말했다.
“이 여자 하인의 자식아,
당신 제자의 항문이 어떠한지를 보는 것이 어떻겠는가?”
세존께서는 이 말을 들으시고는 잠자코 떠나가 본래의 처소로 돌아오셔서 자리를 펴고 앉아 환하게 미소를 지으셨다. 입에서는 오색의 광명이 나와 아래를 비추기도 하였고, 혹은 위로 올라가기도 하였다. 그 광명이 아래로 비춘 것은 무간지옥(無間地獄)에까지 이르러, 매우 뜨거운 곳에서는 모두가 시원함을 얻고, 매우 추운 곳에서는 문득 따뜻함을 얻으니, 그곳의 모든 중생들은 각자 안락함을 얻고서 모두가 이렇게 생각했다.
‘나와 너희들은 지옥에서 죽어 다른 곳에 태어났는가 보다.’
그때 세존께서는 그 중생들로 하여금 신심을 내게 하시려고 다시 다른 모양으로 나투시니, 그들은 그 모양을 보고 나서 모두 이렇게 생각하였다.
‘우리들은 이곳에서 죽어서 다른 곳에 태어난 것이 아니다. 반드시 무상대성(無上大聖)의 위덕력(威德力)으로 말미암아 우리의 몸과 마음이 안락을 받게 된 것이다.’
이미 공경하여 믿는 마음이 생기자 능히 모든 고통을 소멸시킬 수 있게 되어 인간과 천상에 훌륭한 몸을 받아서, 마땅히 법기(法器)가 되어 진제(眞諦)의 이치를 보게 되었다.
그 광명 중에서 위로 올라간 것은 색구경천(色究竟天)에 이르러 빛 가운데에서 고통의 공(空)함과 무상(無常)과 무아(無我) 등의 법을 자세히 말하고 아울러 두 게송으로 말하였다.

너희들이 벗어나기를 구한다면
부처님의 가르침을 부지런히 수행하여
생사(生死)의 군대를 항복시키기를
코끼리가 초막집을 부수듯 할 것이니

이 법률(法律) 가운데에서
부지런히 구하고 방일(放逸)하지 않으면
능히 번뇌의 바다를 마르게 할 수 있나니
마땅히 괴로움의 변제(邊際)를 다하게 되리라.

이때 그 광명은 삼천대천세계를 두루 비추고 다시 부처님 계신 곳으로 돌아왔는데, 만약 부처님 세존께서 과거의 일에 대하여 말씀하시는 경우에는 광명은 등으로 들어가고, 미래의 일에 대하여 말씀하시는 경우에는 가슴으로 들어가며, 지옥의 일에 대하여 말씀하시는 경우에는 발 아래로 들어가며, 축생[謗生]의 일에 대하여 말씀하시는 경우에는 발뒤꿈치로 들어가며,
아귀의 일에 대하여 말씀하시는 경우에는 발가락으로 들어가며, 사람의 일에 대하여 말씀하시는 경우에는 무릎으로 들어가며, 역륜왕(力輪王)의 일에 대하여 말씀하시는 경우에는 왼쪽 손바닥으로 들어가며, 전륜왕(轉輪王)의 일에 대하여 말씀하시는 경우에는 오른쪽 손바닥으로 들어가며, 하늘의 일에 대하여 말씀하시는 경우에는 배꼽으로 들어가며, 성문(聲聞)의 일에 대하여 말씀하시는 경우에는 입으로 들어가며, 독각(獨覺)의 일에 대하여 말씀하시는 경우에는 어깨로 들어가며,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耨多羅三藐三菩提)의 일에 대해서 말씀하시는 경우에는 광명은 정수리로 들어갔다.
이때 광명은 부처님 주위를 세 번 돌고 입으로 들어갔다. 그때 구수 아난타(阿難陀)는 합장을 하고 공경히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여래(如來)ㆍ응공[應]ㆍ정등각(正等覺)께서 환하게 미소를 지으시는 것은 인연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곧 게송으로 말하여 부처님께 청하였다.

입에서 나온 갖가지의 묘한 광명은
대천(大千)세계에 흘러 가득하니 한 모습[一相]이 아니고
시방(十方)의 모든 찰토(刹土)에 두루하시니
마치 햇빛이 모든 허공을 비추는 것과 같으십니다.

부처님께서는 중생의 가장 뛰어난 인(因)이시니
능히 교만과 근심을 제거할 수 있으시며
인연 없이는 부처님의 금구(金口)는 열리지 않는데
미소를 지으심은 반드시 희유한 일을 말씀하시려 함입니다.

자세히 살피건대 석가모니부처님께서는
즐거이 듣고자 하는 자에게는 능히 그를 위하여 말씀하여 주시기를
마치 사자왕이 미묘한 사자후(師子吼)를 하듯 하시니
저희들을 위하여 의심을 끊어 없애 주소서.

마치 큰 바다 안에 있는 묘고산왕(妙高山王)이
아무런 인연 없이는 요동치지 않는 것처럼
자재(自在)하신 자비로 미소를 나타내시니
애타게 우러르는 자를 위하여 인연을 말씀하여 주소서.

그때 세존께서는 아난타에게 말씀하셨다.
“그러하다. 아난타야, 인연이 없이는 여래ㆍ응공ㆍ정등각은 함부로 미소를 나타내지 않는다. 아난타야, 의왕인 아제야는 자신을 해쳤으니, 부처님이 계신 곳에서 욕을 하기를 ‘여자 하인의 자식’이라고 하였기 때문이다.
내가 생각하건대,
옛날에 대삼미다왕(大三末多王)이었을 때부터 지금의 몸에 이르기까지 비천한 사람에게라도 욕을 한 일이 없는데, 이 아제야는 나쁜 말로 욕을 하였으니, 이 악업으로 인하여 7일 뒤에는 반드시 피를 토하고 죽게 될 것이며, 지옥 가운데에 떨어져 오랫동안 고통을 받을 것이다.
이런 까닭에 비구여, 아제야와 같이 신심이 없는 의사는 마땅히 그로 하여금 병을 앓는 비구를 간호하게 해서는 안 된다.
치질에는 두 가지의 치료법이 있으니, 첫째는 주문(呪文)으로 치료하는 것이고, 둘째는 약으로 치료하는 것이다. 만약 비구가 병을 앓거든 마땅히 아제야와 같이 신심이 없는 무리에게 보내어 치료하게 하지 말아야 한다. 만약 그런 사람에게 치료하게 한다면 월법죄(越法罪)를 짓게 된다.”
이때 치질을 앓고 있는 비구를 아제야로 하여금 치료하게 하였더니, 그는 방편을 써서 비구를 죽게 만들었다. 그때 어느 대신이 이 일을 왕에게 말하였다.
“아제야가 세존을 비방하여 ‘천한 여자 하인의 자식’이라 하고, 자신이 치료하던 치질을 앓던 비구를 일부러 죽게 하였습니다.”
왕은 크게 노하여 대신으로 하여금 악인의 머리를 베게 하였다.
대신이 대답했다.
“대왕이시여, 아제야는 이미 죽은 목숨인데, 무엇하러 굳이 다시 죽이겠습니까? 세존께서 이미 말씀하시기를 7일 뒤에 마땅히 뜨거운 피를 토하고 그 자리에서 죽을 것이며, 죽은 뒤에는 마땅히 지옥에 떨어진다고 하셨습니다.”
왕이 말했다.
“만약 그러하다면 그를 우리나라에서 쫓아내어라.”
대신은 곧바로 왕의 명을 받들어 그를 국경 밖으로 쫓아냈다. 아제야는 사계다성(娑雞多城)에 이르렀는데, 그 성에 도착하자 선신(善神)이 그를 꾸짖었다. 선신은 매우 심하게 꾸짖고 나서 다시 그를 경계 밖으로 쫓아내면서 그에게 말했다.
“어리석은 사람아, 네가 이미 삼계의 대존(大尊)을 욕하여 비천한 여자 하인의 자식이라고 하였는데, 어찌 이곳에 머무르기를 용납하겠느냐? 이곳에서 떠나거라.”
그곳에서 떠나 바라닐사성으로 가니, 그곳에서 다시 선신에게 내쫓김을 당하였다. 그곳으로부터 벽사리성(薜舍離城)에 갔다가 다시 내쫓기고, 또다시 왕사성으로 갔으나 마찬가지로 쫓겨났다. 다시 첨파성(瞻波城)으로 갔다가 쫓겨나 한 나무 아래에 이르러 잠시 쉬다가
나무의 신에게도 쫓겨났다. 이로부터 흐르는 물이나 샘이나 연못이 있는 곳에 이르기까지 모든 곳에서 내쫓김을 당하고 쉬는 것을 용납 받지 못했다.
그는 쫓겨나자 이렇게 생각했다.
‘여우[野干]의 무리라고 하더라도 섬부주(贍部洲)에서 머물러 쉴 수가 있는데, 나는 사람으로서 나무 아래에 이르기까지 받아들여지지 못하는구나.’ 그는 생각을 하고 나자 마음속에서 애가 타서 피를 토하고 죽었으며, 죽고 나서는 아비대지옥(阿毘大地獄)에 떨어졌다.
그때 세존께서 이 일로 말미암아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만약 사람이 세간에 태어나
입으로 나쁜 말을 한다면
언제나 날카로운 칼과 도끼로
자신의 몸을 베고 쪼개는 것과 같다.

나쁜 사람을 칭찬하고
착한 사람을 미워하고 헐뜯어
입으로 여러 가지 허물을 낸다면
끝내 즐거움의 과보를 초래하지는 못하리라.

노름을 하는 것은 비록 재산을 잃게 하지만
그 허물은 그래도 오히려 가벼운 것이니
부처님 세존을 비난하고 욕되게 하는 것은
그 죄가 지극히 깊고 무거운 것이니라.

사람이 나쁜 마음과 나쁜 말로
성현들을 헐뜯어 비난하게 되면
알부타[頞部]지옥 가운데에서
백천 세(歲)를 지내게 되며

또한 이 나쁜 말로
모든 성현을 비방하여 헐뜯은 까닭에
청포(靑疱)지옥에 떨어져서
4만 2천 겁(劫)을 지내게 되느니라.
그때 세존께서는 적묘국에 계시면서 세상을 두루 다니시며 교화하시다가 한 마을에 이르셨다. 그곳은 예전에 머물던 곳이 있었는데, 전에 결계(結界)1)를 맺은 적이 없는 곳이었다. 세존께서는 그곳에 머물러 하룻밤을 묵으셨는데, 그때 세존께서 이 인연으로 풍병(風病)을 앓게 되셨다.

이때 구수 아난타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늘 세존께 공양을 드려왔지만, 일찍이 의사에게 물어본 일은 없었다. 이제 풍질(風疾)을 앓고 계시니 의사에게 가서 물어보아야겠다.’
그리고는 의사에게 가서 물었다.
“현수여, 세존께서 지금 풍병을 앓고 계십니다. 저에게 처방을 하여 주십시오.”
의사가 말했다.
“성자여, 마땅히 소(酥)로 세 가지의 삽약(澀藥)을 다려서 복용하시게 하면 곧 나으실 것입니다.”
이때 구수 아난타는 그것을 섞어서 달인 뒤에 그것을 가지고 세존께 올렸다. 세존께서는 아시면서 일부러 아난타에게 물으셨다.
“이것이 무엇이냐?”
“저는 ‘항상 세존께 공양을 올리면서도 의사에게 묻지 않았으니 이번에는 마땅히 의사에게 가서 물어보아야겠다’라고 생각하여 의사에게 물었더니, 의사가 ‘소를 써서 세 가지의 삽약을 달여서 드시게 하면 곧 낫게 되시리라’고 말하기에 제가 세 가지를 섞어서 세존께 바치는 것입니다.”
“아난타야, 어느 곳에서 끊였느냐?”
“결계 맺은 곳 안에서 끓였습니다.”
“이것은 누가 달인 것이냐?”
“이것은 제가 직접 달였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타야, 만약에 결계 안에서 달이고, 결계 안에서 저장하여 묵힌 것이라면 이것은 마땅히 먹어서는 안 된다. 만약에 결계 안에서 달이고 결계 밖에서 묵힌 것이라면 이것도 마땅히 먹어서는 안 된다. 만약에 결계 밖에서 끓이고 결계 안에서 묵힌 것이라면 마땅히 먹어서는 안 된다. 만약에 결계 밖에서 달이고 결계 밖에서 묵힌 것이라면 먹어서는 안 된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타야, 비구가 약이 되는 모두를 스스로 손에 쥐거나 스스로 달인다면 두 가지는 모두 먹어서는 안 된다. 만약 비구가 약이 되는 일체 물건을 스스로 손에 쥐거나 스스로 달인다면 이 두 가지는 모두 먹어서는 안 된다. 만약에 결계를 맺은 곳 밖에서 사미나 속인이 달였다면 비구가 먹어도 된다.”
실라벌성에서 있었던 일이다.
어느 장자가 부처님께서 계신 곳으로 가서 부처님의 발에 머리를 조아리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이때 세존께서는 그 장자를 위하여 미묘한 법을 말씀하여 보이시고 가르치시며 이익되고 기쁘게 하시고, 갖가지의 방편으로 법을 말씀하시어 마치시고 묵묵히 계셨다. 이때 그 장자는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어 머리를 조아린 채 합장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과 비구 대중께서는 내일 저희 집에 오시어 보잘것없지만 저의 공양 청을 받아주십시오.”
그때 세존께서는 묵묵히 청을 받아들이셨다. 장자는 이튿날 아침이 되자 곧 집 안에 평상과 앉을 자리를 설치하고, 큰 항아리에 깨끗한 물을 가득 채워 뜰 가운데 놓고는 심부름하는 사람을 보내어 부처님께 아뢰게 하였다.

“이제 때가 되었고 공양은 이미 다 갖추어졌으니, 원하건대 성자께서는 때를 아십시오.”
그때 비구 대중은 부처님의 명을 받고 나서 가사를 입고 발우를 챙겨서 장자의 집에 가서 차례대로 앉아 음식을 받았는데, 오직 부처님께서만은 장자의 집에 가지 않으셨다.
부처님께서는 다섯 가지의 인연이 있으면 청을 받은 곳에 나아가지 않으시고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음식을 가져오게 하셨다.
무엇이 다섯 가지인가? 첫째는 간병을 하시기 위함이며, 둘째는 와구(臥具)를 살펴보시기 위함이며, 셋째는 선정(禪定)에 드시기 위함이며, 넷째는 여러 하늘 사람들에게 설법하시기 위함이며, 다섯째는 계율을 제정하시기 위함이었다.
세존께서는 그때 계율을 제정하시려고 청한 곳에 나아가지 않으시고,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음식을 받아오게 하셨던 것이니, 여래의 상법(常法)에서는 만약 공양 청을 한 곳에 나아가지 않으시는 경우에는 아난타에게 명하여 음식을 가져오게 하셨던 것이다.
이때 그 장자는 집에 이르러 음식을 엄정하게 차려서 모든 비구에게 보시를 하였는데 그 밥이 약간 설어 있었다. 구수 아난타는 그 밥을 받고는 생각했다.
‘이 밥이 약간 설었으니 어찌 드실 수 있을 것인가? 세존께서는 얼마 전에 풍기(風氣)가 있으셨으니 만약 이 밥을 드신다면 더욱 병이 도질까 걱정이구나.’
그리고는 다시 이렇게 생각했다.
‘내가 만약 받지 않는다면 이것은 세존께서 허락하지 않으신 것이니, 지금 어떻게 갖추어 받아서 취할 수 있을 것인가? 본래의 처소에 돌아가면 밥을 다시 끓이고 익혀서 그것을 세존께 받들어 올려야겠다. 세존께서는 이로 인하여 반드시 계율을 제정하실 것이다.’
마침내 본래의 처소에 되돌아오자 밥을 끓여서 익혀가지고 곧 그것을 발우에 담아서 세존께 받들어 올렸다.
그때 세존께서는 아시면서도 일부러 구수 아난타에게 물으셨다.
“이 밥은 여러 비구들이 먹은 것과 다르냐, 다르지 않으냐?”
“차이가 있습니다. 여러 비구들이 먹은 저 밥은 조금 설은 밥이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다시 물으셨다.
“이 밥은 어느 곳에서 얻었느냐?”
이때 아난타는 일을 갖추어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착하고 착하구나. 아난타여, 내가 아직 말을 하지 않았는데, 네가 때를 잘 알았구나. 지금 이후로는 비구들이 설익은 밥을 얻었을 경우에는 마땅히
끓여서 익혀 먹도록 하는 것을 허락하노라.”
그때 육군비구는 이 일로 인하여 스스로 생쌀을 얻어다가 그것을 익혀 먹었다. 이때 여러 비구들이 이 일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약 밥의 쌀알 가운데에서 2분(分)이 익고 1분(分)이 익지 않은 것이라면 스스로 끓여서 먹는 것을 허락하노라. 만약에 채소와 꽃과 과일과 물고기와 고기를 먼저 익혀서 색깔을 변하게 한 것을 받았다면, 스스로 끓여서 먹는 것을 허락하노라. 만약 우유와 같이 즙으로 된 것이고 마땅히 익혀 세 번 끓여야 할 것이라면, 받아서 취하여 스스로 익혀 먹는 것을 허락하노라. 이러한 것들은 모두가 범하는 것이 아니다.
만약 쌀이나 생채(生菜), 꽃과 과일, 물고기 등의 색깔이 아직 변하지 않은 것, 그리고 우유 같은 것들도 아직 세 번 끓이지 않은 것을 스스로 익혀서 먹는다면 월법죄를 짓게 된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실라벌성의 급고독원에 계셨다.
이때 수파라가성(輸波羅迦城)에 자재(自在)라고 하는 한 장자가 있었는데, 세력이 있는 집안으로 부자여서 재화와 보물을 많이 가지고 있고 재산이 풍족하였다. 많은 권속들이 있었으며 거두어들이는 것이 많아서 마치 벽실라말나천왕(薜室羅末挐天王)과도 같았다.
그 성 안에는 그 사람 말고도 같은 무리의, 세력이 있는 집안인 장자가 있었는데, 그에게는 오직 한 명의 딸이 있었고 그 딸은 단정하고 매우 예뻤다.
그때 자재 장자는 마침내 그녀를 아내로 맞아들여서 즐겁게 지냈는데, 그로부터 오래지 않아 부인은 곧 임신을 하였다. 이로 말미암아 유정(有情)이 태(胎)에 머무르게 되어 아홉 달이 차자 아들을 낳았다. 아들을 낳고 나서는 삼칠일 동안 기뻐하며 즐거움을 누리다가, 삼칠일이 지나자 곧 친족들이 모여 아들의 이름을 지어 주게 되었다.
그 장자는 여러 친족들에게 물었다.
“이 아이에게 어떠한 이름을 지어 줄까요?”
여러 친족들이 장자에게 말했다.
“이미 자재(自在)의 아들이 되었으니, 안락(安樂)이라고 부르도록 합시다.”
뒤에 장자는 자신의 집 안에서 아내와 잠자리를 같이 하여 또 한 아들을 낳아서 이름을 수호(守護)라고 하였고, 뒤에 다시 한 아들을 낳아
이름을 환회(歡喜)라고 지어 주었다.
후에 자재 장자는 병을 앓아서 자리에 눕게 되었는데, 병의 고통으로 말미암아 성질이 매우 포악하고 급해져서 권속들에게 나쁜 말로 욕을 하게 되었다. 이 때문에 아내와 자식들이 모두 그를 버리고 나가 버려 마침내는 아무것도 공급해 주지 않았다.
이때 그 장자에게는 한 여자 하인이 있었는데, 마음씨가 매우 자비로워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장자는 나의 주인으로서 항상 재물로써 나를 길러 주었는데, 이제 병환이 위중하니 돌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아내와 자식들이 비록 먹을 것을 공급해 주지 않지만 내가 마땅히 목숨이 다할 때까지 그에게 공양해야겠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의사가 있는 곳으로 가서 그에게 물었다.
“현수여, 저 자재 장자를 아십니까?”
“나는 전부터 알고 있었다. 무슨 일로 묻느냐?”
여자 하인이 의사에게 말했다.
“지금 병으로 고생을 심하게 하고 계시는데, 아내와 자식들이 그를 버렸습니다. 처방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여인이여, 처자식이 이미 그를 버렸는데 어떤 사람이 돌보아 주겠는가?”
여자 하인이 곧 그에게 말했다.
“현수여, 제가 혼자서 그를 돌봐 드리겠습니다. 이미 친척들도 없고 재물도 부족하니 쉽게 얻을 수 있는 약을 구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 의사는 곧 처방을 해 주었다. 여자 하인은 장자의 처자식이 있는 곳에서 약간의 물건을 몰래 가져오고 자신의 급료를 보태어 약을 사서 장자를 간호했다. 뒤에 오래지 않아 병이 곧 낫게 되었다.
이 장자는 병이 낫게 되자,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의 아내와 자식들도 나를 버리고 돌보지 않았는데, 오직 이 여자 하인만이 나의 목숨을 보존시켜 살려 주어 이제 병이 다 낫게 되었으니, 이 은덕을 내가 마땅히 보답해야겠다.’
이렇게 생각을 하고 나서 그 여자 하인에게 말했다.
“나의 아내와 자식들도 모두 나를 버렸는데, 오직 너만이 나를 간호해 주었다. 너의 은혜로 인하여 나의 목숨이 온전해질 수 있었다. 네가 지금 원하는 것이 무엇이냐?”
“주인께서는 마땅히 아소서. 저는 아무 것도 바라는 것이 없습니다. 만약에 허락한다면 저를 부인으로 맞아주시기 바랍니다.”
“아내가 되어 무엇을 하겠느냐? 이제 너에게
5억(億)의 돈을 주고 성(姓)을 하사하겠다.”
여자 하인이 말하였다.
“성자여, 비록 저에게 돈을 주시고 성을 하사하신다고 하더라도 다른 곳에 가게 되면 여자 하인이라는 명칭을 면치 못할 것이나, 만약에 저를 아내로 삼아 주신다면 이 천한 명칭을 끊어버리게 됩니다.”
그때 장자는 여자 하인의 결연한 의지를 알고 마침내 허락하고 다시 여자 하인에게 말했다.
“너는 배란기가 되거든 마땅히 스스로 목욕을 하고 나를 찾아오도록 하여라.”
여자 하인은 그때가 이르렀음을 알고 목욕을 하고 장자에게로 갔다. 장자는 그녀를 보자 함께 잠자리를 같이 하여 곧 임신이 되었다. 이미 잉태를 하고 나자 가지고 있던 창고의 재물이 모두 가득 차서 넘쳤다. 달이 차자 사내아이를 낳았는데 용모가 단정하고 제근(諸根)이 구족하였으며, 아들이 태어나자 가지고 있던 재물이 자연히 불어났다.
모든 친족들을 모아서 함께 이름을 지어 주려고 상의를 하니, 모두가 원만(圓滿)이라고 부르는 것이 좋겠다고 하였다. 여덟 명의 유모로 하여금 시중을 들게 하여 두 사람은 안아 주고, 두 사람은 젖을 먹이며, 두 사람은 세탁을 해 주고, 두 사람은 데리고 놀아 주게 하였다. 이 여덟 명의 유모가 밤낮으로 공급하고, 아울러 우유와 타락[酪]과 생연유[生酥]와 익힌 연유[熟酥]와 그리고 제호(醍醐)로써 먹이며 온갖 것으로 몸을 치장해 주며, 탕약(湯藥) 먹이기를 나날이 더욱 좋게 하여 주었다. 이렇게 하여 나날이 성장하여 자라나는 것이 마치 깨끗한 연못에 연꽃이 피어나는 것과 같았다. 글자를 쓰고 계산하며 도장을 쓰는 방법[印法]과 어음을 기록하는 것[券記]과 재물을 분별하는 것과 여러 가지의 의복을 살피는 방법과 보배의 좋고 나쁨을 분별하고 목재의 좋고 나쁨과 코끼리와 말의 훌륭하고 훌륭하지 못한 것을 구별하는 것과 동남(童男)과 동녀(童女)의 귀하고 천한 관상 보는 법 등을 배워 익혔다. 이 여덟 가지의 것을 모두 외워서 익혀 통달하였고, 이미 그것들을 통달하여 마치자 다시 그것을 다른 사람들에게 가르칠 수 있게 되었다.
그때 그 장자의 세 명의 아들은 모두 장가들어 아내를 얻었는데, 이들은 하나같이 즐기고 놀며 욕락(欲樂)에 깊이 빠져서 가지고 있던 재산을 모두 잃게 되었다. 어느 때 그 장자는 손으로 뺨을 괴고 근심스러워하고 있었다.

세 아들이 그 모습을 보고 아버지에게 물었다.
“무슨 까닭에 근심을 하시며 뺨을 괴고 계십니까?”
장자는 아들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지금 아느냐, 모르느냐? 나는 옛날에 십만 금(金)을 벌어서 채우고 나서야 아내를 얻어 오늘에 이르도록 스스로 생계를 꾸려오고 있는데, 너희들은 지금 각자가 이미 아내를 얻고 욕락에 탐착하여 가진 재산을 모두 날려 버렸으니 내가 죽은 뒤에는 어떻게 해서 살아가겠느냐? 이와 같은 일을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느냐?”
이때 그 장자의 첫째 아들은 그의 귀에서 보배구슬로 된 귀고리를 곧 빼고, 나무로 만든 귀고리를 하고는 스스로 맹세하여 말했다.
“만약에 제가 능히 십만 냥의 금을 벌지 못한다면 끝내 이 보배구슬로 만든 귀고리를 착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 둘째 아들도 마찬가지로 자신의 귀고리에서 보배구슬을 빼고 곧 적동(赤銅)을 가져다가 장식하여 그것으로 귀고리 구슬을 삼았다. 그 셋째 아들도 마찬가지로 귀고리 구슬을 빼고 연석(鉛錫)을 가져다가 장식하여 그것으로 귀고리 구슬을 삼았다. 이와 같이 세 아들이 귀고리 구슬을 버리고 나자 이 인연으로 말미암아 세상 사람들은 첫째 아들의 이름을 안락(安樂)이라고 하던 것을 목당(木璫)이라고 불렀으며, 그 둘째 아들은 전에 수호(守護)라고 하던 이름을 동당(銅璫)이라고 불렀으며, 셋째 아들은 전에 환회(歡喜)라고 하던 이름을 연당(鉛璫)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이들은 각자 화물(貨物)를 가져다가 바다를 건너가서 교역을 하였다.
이때 장자의 넷째 어린 아들은 이름을 원만(圓滿)이라고 하였는데, 부친에게 말했다.
“저도 이제 바다를 건너서 교역을 하고 싶습니다.”
장자는 아들에게 말했다.
“너는 어려서 바다를 건널 수가 없으니, 시장의 가게 안에서 가게를 잘
보고 있는 것이 좋겠다.”
어린 아들은 곧 아버지의 명에 따라서 점포에 머물렀다. 뒤에 아들들이 바다에서 돌아왔는데 재물과 보화를 많이 획득하여 편안하게 도착하였다.
집에 돌아와서 피로가 풀리자, 아들들은 아버지께 말씀드렸다.
“저희의 재물을 아버님께서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그때 그 부친이 세 아들이 얻은 재물을 거두어 보니, 한 사람 한 사람이 각각 십만 금에 해당하는 것을 갖고 있었다. 막내아들이 부친의 처소에 와서 부친의 발에 이마를 대어 예배 올리고는 부친에게 말했다.
“제가 시장의 가게 안에서 얻은 재물도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말했다.
“너는 멀리 가서 사방으로 구하지도 않았는데, 어찌 볼 만한 재물이 있겠느냐?”
아들은 다시 말씀드렸다.
“제가 비록 가까운 곳에 있었으나 아버님께서는 불쌍히 여기시고 살펴보시기 바랍니다.”
아버지는 아들의 뜻에 따라서 마침내 어린 아들이 가지고 있는 재화를 살펴보았는데, 경영을 하는 데 일찍이 속이는 일도 없었지만 그 본래의 이익을 계산하더라도 여러 아들의 것보다 배나 되었다. 자재 장자는 그것을 보고 나서 크게 기뻐하였고, 자신의 본래 마음에 맞는지라 기쁨을 이기지 못하고 이렇게 중얼거렸다.
“지금 나의 어린 아들에게는 큰 복덕이 있어서 먼 곳에 나가지 않고도 능히 이만한 재물과 보배를 얻을 수가 있는 것이다.”
훗날 자재 장자는 갑자기 질병에 걸렸다. 장자는 이 일로 하여 생각하였다.
‘내가 만약 죽게 되면 아들들은 반드시 따로따로 나뉘게 될 것이니, 내가
지금 미리 방편을 써 두어야겠다.’
장자는 아들들에게 말했다.
“너희 형제들은 땔나무를 가져오도록 하여라.”
아들들은 아버지의 명을 듣고 각자 땔나무를 가져오니, 마침내 큰 더미가 되었다.
아버지가 곧 말했다.
“함께 그것을 태우도록 하여라.”
그 불이 치성해지고 나자 아버지는 아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함께 이 불타는 나무를 나누어서 불이 서로 떨어지게 하여라.”
아들들이 곧 아버지의 명을 따라서 다투어 불을 나누니 곧 꺼져 버렸다.
아버지가 아들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이것을 보지 못하였느냐?”
다들 그것을 보았노라고 말하자, 장자는 이에 게송으로 말했다.

모인 불은 서로를 인하여 빛나게 타오르지만
만약에 그것이 흩어지면 불빛은 곧 소멸되나니
형제들이 함께 사는 것 또한 그와 같아서
만약 문득 나뉘어 쪼개지면 멸망하고 말리라.


장자는 이 게송을 말하고 나서 다시 아들들에게 일렀다.
“너희들은 알아야 할 것이니, 내가 죽은 뒤에 너희 처자식의 말을 듣지 말아야 한다.”
게송으로 말했다.

만약 아내의 말을 듣는다면 집안이 곧 망하게 되리니
도리에 밝은 사람이 울부짖는 소리를 들으면 반드시 마음이 꺾이리.
나라가 망하는 것도 모두 못된 신하가
탐욕으로 말미암아 은애(恩愛)를 끊어버리는 것과 같다.

장자는 이렇게 말하고 나서 세 아들을 모두 문밖으로 나가게 하고 큰 아들만 머무르게 하여 그에게 말했다.
“내가 죽은 뒤에 막내 아이와 항상 같이 살도록 하고 떨어져 살지 않도록 하여라. 가지고 있는 재물들을 다 버리더라도 그 막내 아이는 재산을 잃어버리지 않게 될 것이다. 그 아이는 큰 복덕이 있는 인물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말을 하고 게송으로 말했다.

모아서 쌓아 놓은 것은 모두가 흩어져 없어지며
높은 것은 반드시 무너져 내리는 것이니
모이고 만난 것은 끝내 헤어지게 되며
목숨이 있는 것은 모두가 죽음으로 돌아가느니라.

이 게송을 말하고 드디어 목숨을 마쳤다. 장자의 여러 아들들은 장례도구를 엄숙히 장식하여 다섯 가지 색깔의 그림과 비단으로 상여를 꾸미고 갖가지의 향과 꽃으로 공양을 하였다. 그리고 시림(尸林)에 도착하여 화장(火葬)을 하고 집으로 돌아와 집 안에서 효행을 닦았다.
아들들은 함께 상의하였다.
“아버지께서 계실 때에는 옷과 음식, 모두가 아버지의 힘으로 하여 살아갈 수가 있었다. 이제 아버지께서 돌아가셨으니 다 같이 힘을 합쳐서 각자가 구해서 얻은 재물로 집의 재산으로 삼아 그것으로 이윤을 늘려야 한다.”
막내 동생이 말했다.
“형님들께서 만약 밖에 나가서 재물을 구하려 하신다면 저 또한 떠나겠습니다.”
큰형이 말했다.
“네가 떠나고자 한다면 굳이 멀리 가지 말고, 이곳에서 물건을 팔면서 있어라. 우리들이 먼 곳에 가서 교역을 하겠다.”
이렇게 말하고 나서는
각기 흩어져 나가 각자 재물을 가지고 먼 지방에서 교역을 하였고, 막내 동생은 집에 있으면서 가지고 있는 가업(家業) 일체를 맡아보았다.
형들이 길을 떠나자 그들의 부인과 자식들은 모두 집에 있으면서 하인을 시켜서 시동생이 있는 곳에서 필요한 음식물을 구해 오게 하였다. 어떤 때에는 많은 상인들이 시동생이 있는 곳을 둘러싸고 있어서 그에게로 나아갈 수가 없어, 상인들이 흩어진 뒤에야 비로소 그를 만날 수가 있었다. 이로 인하여 시간이 지체되니, 그 형수들은 매우 이상히 여겨서 그 하인들을 꾸짖었다.
그 여자 하인이 말했다.
“많은 상인들이 서방님을 에워싸고 있었기 때문에 시간이 지체되어 빨리 만날 수가 없었습니다.”
그때 큰 형수는 그 시동생에게 성을 내어 말했다.
“계집종의 자식이 집안의 주인이 되었으니 우리들이 어찌 편안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여자 하인에게 말했다.
“너는 살펴서 상인들이 흩어진 뒤에 다시 그곳에서 물건을 구해 오도록 하여라.”
그 여자 하인은 곧 가서 때맞춰 물건을 구하니, 얼마 안 되어 금방 얻어가지고 와서 기뻐하였다. 다른 여자 하인들도 또한 가서 물건을 구하였는데, 모두가 상인들이 모여 있는 때를 만나서 물건을 때에 맞게 얻지 못하니, 이 때문에 늦게 돌아오게 되었고 주인은 이상하게 여겨서 꾸짖었다.
이 여러 여자 하인들은 앞서 다녀온 여자 하인에게 물었다.
“너는 무엇 때문에 빨리 물건을 가져올 수 있었고, 우리는 무엇 때문에 이렇게 늦게 물건을 가져오게 되는 것이냐?”
그 여자 하인이 대답했다.
“내가 물건을 가져오는 것은 모두가 그 마땅한 때와 맞아서 빨리 가져오는 것이다. 너희들이 그곳에 가는 것은 모두가 때에 맞지 않아서 늦어지는 것이다.”
여자 하인들이 마침내 앞의 그 여자 하인과 함께 물건을 가지러 갔는데, 제 때에 맞으니 곧 얻게 되었다.
둘째 형수 등이 함께 여자 하인에게 물었다.
“네가 전에 물건을 가져오는 것은 모두가 매우 늦더니, 무슨 까닭에 이번에는 그렇게 빨리 오는 것이냐?”
그 여자 하인이 대답했다.
“지금 저는 마땅히 주인님의 큰 형수님께서 장수무병하시기를 기원하여야 되겠습니다. 주인님의 큰 형수님의 여자 하인을 따라서 물건을 가지러 갔기 때문에 제 때에 곧바로 얻은 것입니다.”
그 둘째 형수 등은 이 말을 듣고 나자,
싫고 원망스런 마음이 생겨서 곧 이렇게 생각했다.
‘지금 이 계집종의 자식이 가업을 맡아보고 있으니 어찌 좋은 수가 있겠는가?’
뒷날 삼형제가 모두 집에 돌아왔는데, 그들은 멀리 다른 나라들을 거쳐 바다를 건너서 돌아왔다.
집에 도착하고 나서 큰형이 그 아내에게 물었다.
“막내아우가 뒤에서 가업을 보살폈는데, 필요한 것을 공급해 주는 것이 모두 마음에 맞았소?”
그 아내가 대답했다.
“막내 서방님은 저에게 지극히 잘해 주어서 마치 친형과 자식에게 하는 것과 같았습니다.”
그 둘째와 셋째 아우도 각각 자신의 아내에게 물었다.
“나의 막내아우가 당신에게 어떻게 공급을 해 주었소?”
그 부인들은 각각 남편에게 말했다.
“비천한 계집종의 자식이 가장(家長)의 책임을 맡았는데, 어찌 즐거울 수 있었겠습니까?”
그 남편들은 이렇게 생각했다.
‘이 아내는 모두를 싸우고 어지럽게 하는 마음이 있으니, 능히 우애 있는 형제들로 하여금 헤어지게 만들 수가 있겠구나.’
후에 그 막내아우가 가시증채(迦尸繒婇)의 창고를 열었는데, 열자마자 큰형의 아들이 창고 있는 곳으로 왔다. 삼촌인 막내 동생은 마침 좋은 옷을 가지고 있어서 그에게 그것을 주었다. 그 둘째와 셋째 형수는 그가 물건을 얻는 것을 보고 각각 그의 아들을 보내어 물건을 얻게 하였다. 아이들이 뒤에 도착하여 보니 그 창고는 이미 닫혔고, 다시 다른 창고에서 따로 거친 옷을 꺼내고 있었다. 삼촌은 조카들이 온 것을 보자 곧 그 거친 옷을 조카들에게 주었고 조카들은 각각 그 옷을 입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그 어머니가 보고 나서 남편에게 말했다.
“당신은 지금 보지 못하십니까? 큰집 아이들은 좋은 옷을 얻어 입었는데 우리 아이들은 옷을 얻으러 갔다가 겨우 이 거친 옷을 얻었습니다.”
이때 그 남편은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큰형님의 아이들은 반드시 가시의(迦尸衣)를 넣어 둔 창고를 열었을 때 거기에 갔을 것이고, 우리 아이들은 다른 창고를 열었을 때 거기에 갔을 것이다.”
다시 다른 때에 그 막내아우가 석밀(石蜜)을 보관에 두는 창고를 열었는데 그 큰형의 아들이 곳간 있는 곳으로 왔다. 삼촌은 조카를 보자 한 꾸러미의 석밀을 가져다가 그에게 주었다.
둘째와 셋째 형수들은 그것을 보자 곧 아이들을 보내어 가서 석밀을 가져오게 하였다. 그런데 그 아이들이 그곳에 갔을 때에 이미 그 창고는 닫혀 있었고, 업력(業力)으로 말미암아 먹을 것을 얻지 못하고 사탕 창고를 열고 있을 때 도착하게 되었다. 그 삼촌은 조카들을 보자 사탕을 주어서 보냈다.
여러 형수들은 이 일을 보고 나서 자신의 남편들에게 말했다.
“당신은 지금 보지 못하셨습니까? 큰집의 아이는 석밀을 얻었는데, 우리의 사랑하는 아들은 사탕을 얻었을 뿐입니다.”
그 아내가 이와 같이 두 번 세 번 헐뜯어 참소하기를 마치지 않자, 그 둘째와 셋째 아우는 곧 헤어지고자 함께 의논하였다.
한 아우가 말했다.
“우리가 만약 당장 재물을 나누어 갖지 않는다면, 가지고 있는 재산은 반드시 흩어져 잃게 될 것이니 나누어 갖도록 해야 합니다.”
다른 아우가 말했다.
“그것 또한 옳지 못하니, 큰형님을 부르도록 합시다.”
다시 말했다.
“그것도 옳지 못하니 공평하게 구별을 하여 그것을 나누되, 집 안에 있는 재물과 집 밖의 논과 밭을 한 부분으로 하고, 창고에 저장된 물건과 장사할 물건을 한 부분으로 하여, 원만하게 한 부분으로 하도록 합시다. 만약 큰형님께서 논밭과 집 안의 재물을 갖는다면, 우리들은 마땅히 창고에 저장된 물건과 장사에 쓸 재물을 가지면 생활하는 데 족할 것입니다. 만약 큰형님이 창고의 재물과 장사에 쓸 재물을 갖는다면, 우리는 논밭과 집 안의 재물을 갖도록 할 것이니 또한 처자식을 부양할 수 있을 것입니다. 넷째인 원만 한 사람은 우리가 나누어 가진 뒤에 스스로 고통스럽게 벌을 받게 하면 됩니다.”
함께 의논을 끝내자, 형의 처소로 가서 형에게 말했다.
“우리가 지금 서로 나누어 따로 떨어지지 않는다면 모두 살아남을 수 없습니다.”
형이 그들에게 말했다.
“가업(家業)이 파괴되어 흩어지는 것은 모두 아녀자 때문이다. 너희들은 지금 잘 생각해 보는 것이 좋을 것이다.”
아우들이 대답했다.
“우리 두 사람은 이미 깊이 살펴 자세히 잘 알아보았습니다. 반드시 따로 떨어져 나가야 됨을 아셔야 합니다.”
형이 말했다.
“만약 그러하다면
일을 잘 판단하는 사람을 모으도록 해야 할 것이다.”
아우들이 대답했다.
“우리는 이미 헤아려 나눌 물건의 수를 정하였습니다. 무엇하러 굳이 일을 판단하는 사람을 다시 부르겠습니까?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나누어 세 몫으로 하되, 집에 있는 재물과 논밭을 한 몫으로 하고, 창고에 저장되어 있는 물건과 장사에 쓰는 물건을 두 번째의 몫으로 하며, 원만을 세 번째의 몫으로 하면 됩니다.”
그 형이 아우들에게 말했다.
“무슨 까닭에 단지 세 몫으로만 하는 것이냐? 막내인 원만 아우에게는 어찌하여 몫이 없느냐f”
둘째 아우가 대답했다.
“원만은 계집종의 자식인데 어떻게 몫이 있겠습니까? 우리는 이미 집안의 재산의 수에 한 몫으로 하였으니, 형님께서 만약에 그를 좋아하신다면 형님 마음대로 가지십시오.”
이때 형은 생각하였다.
‘부친께서 돌아가실 때에 말씀하시기를, 넷째 동생을 지켜주고 보호하여 버리지 말아야 하니, 오히려 재산을 버릴지언정 넷째는 내가 마땅히 거두어야 한다고 하셨다.’
이렇게 생각을 하고 나서 곧 아우들에게 말했다.
“너희 말대로 나는 지금 원만을 거두어 받아들이겠다.”
재산을 나누고 나서 그 집을 몫으로 가진 자는 곧 집으로 가서 그 형수를 내몰았다.
“형수님은 지금 빨리 떠나십시오. 나의 집에 들어오지 마십시오.”
그 형수가 물었다.
“무슨 이유로 이렇게 하는 겁니까?”
시동생이 말했다.
“제가 이 집을 분배 받았습니다.”
창고의 물건과 장사에 쓰는 물건을 갖기로 한 사람은 급히 그 창고에 가서 이렇게 말했다.
“원만아, 너는 당장 나가서 다시는 오지 말아라.”
원만이 물었다.
“무슨 까닭으로 그렇게 하였습니까?”
그 형이 대답했다.
“내가 이미 분배 받았다.”
그리하여 그 큰 형수는 원만과 함께 밖으로 나가 친척집으로 갔다. 이때 그 여러 자식들이 굶주림에 시달려서 소리 내어 울었다.
그 형수가 원만에게 말했다.
“아이들이 배가 고파서 울고 있으니 먹을 것을 좀 주는 게 좋겠군요.”
원만이 형수에게 말했다.
“저에게 돈을 좀 주십시오.”
형수가 말했다.
“서방님은 억만 금을 가지고 때에 따라서 교역을 하였는데, 어찌 아이에게 먹을 것을 사 줄 약간의 돈도 없습니까?”
원만이 대답했다.

“제가 어찌 이렇게 흩어지고 가업이 파산될 줄을 미리 알았겠습니까? 만약 제가 미리 알았더라면 수많은 돈을 다른 곳에 간직해 두었을 텐데요.”
여인들의 성품이란 옷 끝에다가 몰래 챙긴 돈을 많이 숨겨두는 법이어서 이때 큰 형수는 곧 주머니에 몰래 챙겨 두었던 돈을 풀어서 시동생에게 주고 음식을 사오게 하였다. 시동생은 돈을 얻자 곧 시장으로 가서 그 돈으로 먹을 것을 구하다가 어떤 사람이 땔나무를 지어다가 팔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곳에서 팔고 있는 나무는 바다에서 떠다니던 우두전단(牛頭栴檀)이라는 향나무였는데, 그 나무를 팔고 있던 사람은 매서운 추위 속에서 굶주리며 떨고 있었다.
원만은 그것을 보고 나서 그에게 물었다.
“당신은 지금 무슨 까닭에 이와 같이 떨고 있습니까?”
그 사람이 대답했다.
“나도 지금 그 까닭을 알지 못하겠습니다. 이 땔나무를 지고 왔더니 춥고 떨리는군요.”
원만은 여러 가지의 나무에 대해서 잘 알고 있어서 그것을 보고 나무더미 속에 우두전단향나무가 있는 것을 알았고 곧 그에게 물었다.
“당신이 지금 이 나무를 판다면 얼마를 받으시겠습니까?”
그 사람이 대답했다.
“5백 전(錢)은 받아야 됩니다.”
원만이 그에게 말했다.
“내가 당신에게 5백 전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이렇게 말을 하고 나서 마침내 땔나무 다발 속에서 전단향나무를 추려 가지고 시장으로 가서 넷으로 나누어 절단하여, 나무를 톱으로 켠 가루를 팔아 천 전(錢)을 얻었다. 그 중에서 5백 금전을 가지고 와서 땔나무의 주인에게 주고 그로 하여금 땔나무를 가지고 형수가 있는 곳에 가서 ‘원만이 보냈습니다’라고 말하게 하였다.
그 사람은 땔나무를 가지고 그 형수의 처소로 가서 형수에게 말했다.
“원만이라는 사람이 저에게 시켜서 이 땔나무를 보냈습니다.”
그 형수는 그것을 보자 곧 가슴을 치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놈의 원만은 한결같이 어찌 그리도 멍청한가? 재물이 이미 다 흩어졌는데 지혜조차도 없구나. 익혀서 먹을 수 있는 음식을 구하라고 보냈더니, 생나무를 보내왔으니, 또한 익혀 먹을 음식도 없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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