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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2182 불교(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약사 3권 / 根本說一切有部毗奈耶藥事)

by Kay/케이 2023. 4.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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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약사(根本說一切有部毗奈耶藥事) 3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약사 제3권


대당 의정 한역
주호찬 번역


그때 수파륵가국(輸波勒迦國)의 왕이 열병을 앓았는데 병세가 지극히 위중해서 정신이 혼미하였다. 어느 의사가 우두전단향의 가루를 몸에 바르면 반드시 병이 낫는다고 처방하였다. 왕은 대신들에게 명하여 빨리 우두전단(牛頭栴檀)을 구하게 하였다.
그 대신들이 원만의 처소에 이르러 물었다.
“지금 우두전단이 필요한데 당신은 지금 가지고 있는가?”
“내가 지금 약간 가지고 있습니다.”
“돈이 얼마나 있으면 되겠는가?”
“천 전(錢)은 있어야 되겠습니다.”
그 대신은 곧 돈을 주고 약간의 전단향 가루를 샀다. 그것을 가지고 왕이 있는 곳으로 가서 갈아서 왕의 몸에 바르니, 얼마 안 되어 곧 병이 나았다.
왕은 이렇게 생각했다.
‘왕의 창고 가운데에 우두전단이 없다면 어떻게 왕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원만이 곧 대신에게 물었다.
“네가 가지고 온 전단향나무는 어느 곳에서 얻은 것인가?”
“원만의 처소에서 얻었습니다.”
왕은 곧 사람을 보내어 원만을 불러오게 하였다. 사자는 그곳으로 가서 그에게 말했다.
“임금님께서 지금 당신을 부르십니다.”
원만은 생각했다.
‘무슨 까닭에 나를 부르는 것일까? 이 전단향나무 때문에 나를 부르는 것이 아닐까?’
그리고는 곧 세 토막의 전단나무를 싸서 품에 넣고, 한 토막은 손에 쥐고 갔다.
왕은 그를 보고 나서 그에게 물었다.
“그대는 지금도 그 전단나무를 가지고 있느냐?”
원만은 곧 나무를 보여 주었다.
왕이 물었다.
“이 나무의 가격이 얼마나 되느냐?”
“이 나무는 가격이 1억 냥(兩)에 해당됩니다.”
“너는 그것 말고 또 가지고 있느냐?”
“저는 지금 더 가지고 있습니다.”
곧 세 토막의 나무틀 꺼내어 왕에게 보여 주었다.

이때 왕은 곧 대신에게 말했다.
“원만에게 4억 냥의 금을 주도록 하여라.”
원만이 왕에게 말했다.
“이 세 토막을 임금님께서 값을 치러 주신다면, 이 한 토막은 임금님께 바치겠습니다.”
왕은 곧 3억 냥의 금을 주고 그에게 말했다.
“나는 지금 너로 인하여 매우 기쁘구나. 네가 지금 나에게 구하고자 하는 것이 무엇이냐? 원하는 것을 모두 주겠노라.”
“임금님께서 기쁘셔서 저에게 원하는 것을 주시려거든 임금님의 나라에 살면서 속거나 업신여김을 당하지 않게 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왕은 곧 대신에게 말했다.
“지금 이후로는 차라리 여러 왕자들을 제약할지언정 이 원만이라는 사람은 제약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원만은 왕에게 인사를 드리고 물러났다. 그때 그 성 안에는 여러 상인들이 있었는데, 5백 명의 상객(商客)들이 바다를 통해 와서 수파륵가성에 도착하였다는 소식을 들었다.
여러 상인들은 함께 상의하였다.
“이 상객들이 왔으니 우리들은 반드시 함께 공동으로 교역을 할 것이로되, 그 가운데에 혼자서만 사고파는 일이 없도록 합시다.”
그 중의 어느 상인이 말했다.
“원만도 불러서 함께 상의하도록 합시다.”
또 어떤 사람이 말했다.
“원만은 지금 빈털터리로 가진 재산이 없는데, 무엇 하러 굳이 부르겠습니까?”
그때 원만은 성 밖으로 나와서 돌아다니다가 5백 명의 상객들이 바다에서 돌아와 무사히 이곳에 도착하였다는 소식을 들었다.
원만은 그 소식을 듣자 곧 상객들의 처소로 가서 물었다.
“당신들은 이번에 무슨 물건을 가지고 왔습니까?”
그 상객들이 대답했다.
“우리가 지금 가지고 온 것은 이러이러한 것들이고, 지금 모두 이곳에 있습니다.”
원만이 그들에게 말했다.
“그러한 물건들은 가격이 얼마나 됩니까?”
“상주(商主)여, 당신은 어찌하여 굳이 이 물건들의 가격을 거듭 묻는 것입니까? 스스로 가격을 알아야 합니다.”
원만이 말하였다.
“비록 그와 같은 줄은 알지만 지금 나 혼자 물건들을 살 것이기 때문에 내가 그 가격을 정할 수 없습니다. 당신들 마음대로 값을 매기면
내가 마땅히 그것을 사겠습니다.”
여러 상인들이 가지고 있는 물건들은 모두 18억 냥의 돈에 해당하는 것으로 스스로 판단하였다.
“당신들은 지금 우선 3억 냥을 받고 물건을 모두 나에게 주십시오. 나머지 돈은 물건을 모두 팔고 난 뒤에 드리겠습니다.”
상객이 그것을 허락하자 원만은 곧 왕의 처소에서 얻은 3억 냥의 돈을 가져다가 그들에게 주고, 그들이 가지고 있던 물건에 곧바로 봉인(封印)을 하고 그곳을 떠났다.
그때 그 성 안에 있는 여러 상인들은 사람을 보내 무슨 물건이 있는지를 물었다.
그 상객들이 대답했다.
“우리가 지금 가지고 있던 것은 이러이러한 것들이었습니다.
그 심부름을 간 사람이 상객에게 말했다.
“그러한 물건이라면 우리들의 창고에도 있는데 모두 원만의 것입니다.”
상객들이 대답하였다.
“당신들의 창고에 있는 물건이 많든지 적든지 간에 우리는 지금 그 물건들을 이미 다 팔았습니다.”
심부름 간 사람이 물었다.
“누구에게 먼저 팔았습니까?”
상객들이 대답하였다.
“원만에게 팔았습니다.”
심부름 간 사람이 말했다.
“당신들이 원만에게 팔았다면 마땅히 많은 값을 받았겠군요.”
“원만에 의해서 유보되었고, 값을 정한 물건은 지금 우리에게 있습니다. 우리가 설사 그가 정한 물건을 값으로 매겨서 모든 것을 당신에게 팔려고 해도, 우리가 보아하니 당신은 그 돈을 다 감당하지 못할 것 같군요.”
심부름 간 사람이 물었다.
“원만에게서는 먼저 얼마를 받았습니까?”

“3억 냥의 금을 받았습니다.”
“원만이 형제들의 물건을 모두 훔쳤군요.”
그는 이렇게 말을 하고 나서 성에 돌아와 상주(商主)들에게 말했다.
“그 물건들은 이미 다 팔렸습니다.”
상주들이 물었다.
“그들이 누구에게 팔았는가?”
심부름 간 사람이 말했다.
“원만에게 팔렸습니다.”
상주들이 말했다.
“그들이 원만에게 팔았다면 마땅히 많은 돈을 받았겠구나.”
심부름 간 사람이 말했다.
“원만에게 보류되어 값이 정해져서, 그가 정한 값대로 모두를 우리에게 판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그 돈을 준비하지 못할 것이라고 합니다.”
“원만에게 유보된 것은 모두 얼마라고 하더냐?”
“3억 냥의 금을 주었다고 합니다.”
“그가 반드시 형제들의 물건을 있는 대로 훔친 것일 것이다.”
그때 여러 상주들은 사람을 시켜서 원만을 부르게 하고, 원만이 오자 그에게 말했다
“우리가 이미 함께 제정하기를 혼자 가서 물건을 사지 않고 다 같이 가격을 정한 후에 그것을 나누도록 하였는데, 무엇 때문에 당신은 지금 멋대로 대중들의 규약을 어기고서 단독으로 그것을 샀는가?”
“당신들이 함께 규약을 정하였다면 무슨 이유로 우리 형제들에게는 알리지 않았는가? 당신들은 마땅히 그 규약을 굳게 지킬 것이지 나의 일에 관여하지 마시오.”
이때 상주는 그 이치를 살피지 않고서 원만을 책망하여 그에게 벌금으로 60가리사파나(迦利沙波拏)를 물렸다. 그러나 원만이 벌금으로 그 돈을 내지 않자 마침내 원만에게 뜨거운 햇볕에 쪼이는 벌을 받게 하였다.
이때 국왕은 사람을 보내어 민심을 염탐하게 하였는데, 우연히 원만이 햇볕 가운데서 볕에 쪼이는 벌을 받고 있는 것을 보고 그 일을 왕에게 말하였다.
왕은 신하에게 명을 내려 그 상주를 부르게 하고, 아울러 원만도 오게 하여 그에게 물었다.
“당신은 지금 어찌하여 원만을 햇볕에 쪼이게 하는 것인가?”
“대왕께서는 아셔야 합니다. 상주들이 규약을 정하여 다 같이 교역을 하도록 하고 함부로 물건을 사는 것을 금하였는데, 이번에 원만이 대중들의 규약을 어긴 까닭에 그를 벌한 것입니다.”
원만이 왕에게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그 규약을 정하는 날에 저에게 알렸는지와 저의 형들을 불렀는지를 물어보소서?”
상주가 대답했다.
“알리지 않았습니다.”
왕은 사람들에게 원만이 옳다고 하고는 마침내 풀어 주게 하였다.
그때 수파륵가의 왕은 여러 가지의 물건이 필요하여 상주들을 불러서 그들에게 말했다.
“내가 지금 이러이러한 물건들이 필요하니, 당신들은 지금 나에게 주도록 하시오.”
“대왕께서 필요로 하시는 것들은 원만의 처소에 있습니다.”
“원만에게는 내가 전에 명을 내려서 그에게 안락함을 주도록 하였으므로 이번의 일로 해서 그를 번거롭게 하지 않을 것이니,
당신들이 이번에 원만의 처소에서 물건 팔기를 요구하여 가지고 오도록 하시오.”
그 상주는 사람을 시켜서 원만을 불러오게 하였다.
원만이 그에게 말했다.
“나는 갈 수 없소.”
심부름을 갔던 사람이 돌아와서 상주에게 알리니, 여러 상주들은 원만의 처소에 모여서 그의 문밖에 이르렀다.
이때 문지기가 원만에게 알렸다.
“여러 상주들이 다 같이 문밖에 모여서 잠시 뵙고자 합니다.”
원만은 자세를 매우 교만하게 하여 여러 날이 지나서야 비로소 밖으로 나왔다.
상주들은 그를 보자 그에게 말했다.
“대상주(大商主)여, 우리는 지금 이러이러한 물건들을 구하고자 하니, 본래의 가격으로 우리에게 주시기를 바랍니다.”
“나는 상주로서 본래 이윤을 얻고자 하는데, 만약 본전대로 물건을 판다면 어떻게 상주라고 할 수 있겠습니까?”
“대상주여, 우리가 이제 마땅히 한 배의 이익을 드리도록 할 터이니 우리에게 그 값으로 주십시오.”
원만은 생각했다.
‘여러 상객들이 다 같이 이곳에 왔으니 마땅히 공경해야 할 것이며, 이미 갑절의 값을 받았으니, 마땅히 주는 것이 좋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을 하고 나서 물건을 곧 그들에게 주되, 물건 가운데에서 15억 냥 어치만을 팔아서 그것으로 나머지의 빚을 갚고 그 밖의 물건들은 창고 안에 남겨 두었다.
원만은 이렇게 생각했다.
‘창고가 새벽과 같이 훤하게 드러났으니 어떻게 항아리를 채울 수 있겠는가? 마땅히 큰 바다에 가서 보배를 구해야겠다.’
그때 상주인 원만은 곧 사람을 시켜서 수파륵가성으로 가서 북을 쳐서 사람들을 모아 큰소리로 말하도록 하였다.
“여러분, 이 성 안에 있는 여러 상인들께서는 이제 마땅히 아십시오. 원만 상주가 큰 바다에 가서 보배를 구하고자 합니다. 누구든지 가려고 하는 사람은 원만과 동행하도록 하십시오. 가는 곳에서는 길을 사지 않아도 되며, 건너는 곳에서는 가격을 묻지 않고서도 큰 바다를 건널 수 있습니다. 기꺼이 떠나고자 하는 여러분께서는 마땅히 바다에 들어갈 때 필요한 물건들을 가지고 이곳에 오도록 하십시오.”
이렇게 큰소리로 알리고 나자 여러 상인들이 바다에 들어갈 때 필요한 물건을 가지고 다 같이 모여들었다.
원만 상주는 상인들과 함께 길상원(吉祥願)을 발하고 나서, 5백 명의 상인들에 둘러싸여 큰 바다로 갔다. 그들은 많은 재보를 획득하고 안온하게 돌아왔다. 이와 같이 여섯 번을 큰 바다에 들어갔는데 매번 안온하게 돌아오니 명성이 먼 곳에까지 들렸다.
그 후에 실라벌성에 있는 여러 상인들이 많은 재물을 가지고 수파륵가성으로 왔는데, 성에 도착하여 원만의 처소에 가서 그에게 말하였다.
“상주여, 저희들도 큰 바다에 들어가고자 합니다.”
“당신들은 일찍이 우리가 여섯 번을 바다에 들어갔다가 편안하게 돌아왔다는 것에 대해 들었을 것이나 다시 들어갈 수는 없소.”
“저희들은 먼 곳에서 와서 당신을 믿고 의탁하여 편안히 바다에 들어가고자 합니다. 당신께서 가지 않으신다면 저희가 어찌 감히 함부로 결정하겠습니까?”
원만은 이 말을 듣고 나서 이렇게 생각했다.
‘나는 지금 비록 물건을 구하지는 않지만 저 사람들을 이롭게 하기 위해서 마땅히 바다에 들어가도록 해야겠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곧 상인들에게 함께 바다에 들어가는 것을 허락하였다.
그 여러 상인들은 밤낮으로 항상 올타남송(嗢拖南頌)과 제상좌송(諸上座頌)과 세라니송(世羅尼頌)과 모니지송(牟尼之頌)과 중의경(衆義經) 등을 묘한 음성으로 맑고 낭랑하게 외웠다.
원만은 그것을 듣고 나서 그들에게 물었다.
“당신들은 노래를 아주 잘하는군요.”
상인들이 말하였다.
“상주여, 이것은 노래를 하는 것이 아닙니다.”
원만이 물었다.
“그렇다면 그것은 무슨 말이오?”
상인이 말했다.
“이것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입니다.”
원만은 전에 불법(佛法)이라는 이름을 들어 본 적이 없다가 오늘에서야 듣고 나서 몸의 털이 모두 곤두서고 마음 깊이 믿는 마음이 생겨서 곧 상인에게 물었다.
“어떤 사람이 부처님이십니까?”
상인이 대답했다.
“사문이신 교답마(喬答摩)이신데, 석가종(釋迦種)으로서 수염과 머리를 깎으시고 가사를 입으시며 바른 신심으로 출가를 하셔서 나라를 버리시고 산림에 계시면서 무상정등보리(無上正等菩提)를 이루셨으니, 이분을 부처님이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원만은 다시 그에게 물었다.

“부처님께서는 지금 어느 곳에 머무르고 계십니까?”
상인이 대답했다.
“지금은 실라벌성의 서다림(逝多林)에 있는 급고독원(給孤獨園)에 계십니다.”
원만은 이 말을 듣고 나서 마음속에 잘 간직하고 여러 상인들과 더불어 편안하게 되돌아왔다.
이때 원만의 형인 안락(安樂)은 이렇게 생각했다.
‘나의 동생인 원만이 바다를 건너다니느라 고생이 많았으니 아내를 얻는 것이 좋겠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원만에게 말했다.
“너는 지금 큰 부자인 장자와 상주(商主)의 집안 중에서 어느 집안의 딸이 좋겠느냐? 이제 내가 너를 장가보내겠다.”
원만이 대답했다.
“저는 지금 아내를 취하는 것이 싫습니다. 형님께서는 제가 출가하는 것을 허락해 주시기 바랍니다.”
형이 말했다.
“너는 옛날에 가난하고 궁핍할 때에는 어찌하여 출가하지 않고, 지금은 재산과 보배가 충분한데 무엇 때문에 출가하려고 하느냐?”
원만이 대답하였다.
“가난하고 궁핍할 때에는 출가할 수 없었고, 지금은 재물이 있으니 마땅히 출가할 만합니다.”
그의 형은 그가 발심하여 마음을 결정한 것을 알자 곧 허락하여 말하였다.
“네가 출가하는 것을 들어주겠다.”
원만은 형에게 대답했다.
“바다에 들어가는 것은 험난한 일이 많으며 여러 걱정스러운 것이 많아서, 바다에 들어가는 사람은 지극히 많으나 되돌아오는 사람은 극히 적으니 반드시 다시는 큰 바다에 들어가지 않도록 하셔야 합니다. 제가 얻은 재물이 많은 것은 모두 복력(福力)으로 말미암은 것이고, 또한 남을 속여서 얻은 것이 아니지만, 둘째 형님과 셋째 형님께서 얻은 재물은 모두 청정하지 못한 것입니다. 제가 출가하고 나거든 형님의 두 아우들이 형님과 함께 살려고 할 것입니다. 그러나 반드시 허락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이렇게 말하고 나서 한 명의 시자만을 데리고 곧바로 실라벌성으로 가서 한 숲 속에 이르러 그곳에 머무르면서 시자로 하여금 급고독장자(給孤獨長者)에게 가서 원만 상주(商主)가 지금 숲 속에 있으면서 뵙고자 한다고 알리게 하였다.
장자는 이 말을 듣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원만 상주는 바다를 건너오느라 피곤할 텐데, 지금 벌써 육로로 이곳에 왔구나.’
그리고 심부름하는 사람에게 물었다.
“원만은 이번에 어떠한 물건을 가지고 왔는가?”
심부름하는 사람이 대답했다.
“다만 저 한 사람만 시자로 삼았을 뿐 아무 것도 가지고 온 것이 없습니다.”

이때 그 장자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사람은 대복덕(大福德)을 갖춘 사람이니, 걸어서 성에 들어오게 해서는 안 될 것이다. 코끼리와 말로써 시중을 들어서 맞아들여야겠다.’
이렇게 생각하고 곧 코끼리와 말을 가지고 영접하여 집 안에 맞아들여 향내 나는 술에 목욕을 하게 하였다. 여러 음식과 떡과 밥을 다 차려 놓고 장자는 물었다.
“상주여, 무엇 때문에 오시게 되었습니까?”
“장자여, 저는 이제 여래께서 훌륭한 법(法)과 율(律)을 말씀하시는 곳으로 출가하여 계를 받고 비구가 되고자 합니다.”
장자는 몸가짐을 단정히 하고 손을 펴서 기뻐하며 말했다.
“참으로 기이하고 희유한 일입니다. 불(佛)ㆍ법(法)ㆍ승(僧)의 삼보께서 세간에 출현하셨고, 당신께서 능히 출가를 할 수 있는 것은 다시 희유한 일입니다. 많은 재물이 있고 권속들이 많은데도 그것을 버리고 출가를 하다니 더욱 희유한 일입니다.”
그리하여 장자는 곧바로 상주와 함께 친히 부처님 계신 곳으로 갔다.
그 때 세존께서는 무량 백천(百千)의 비구 대중들에게 설법을 하고 계셨는데, 급고독장자가 원만 상주를 데리고서 부처님 계신 곳으로 오는 것을 보시고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저 급고독장자가 값을 헤아릴 수 없는 귀한 보배를 나에게 바치려고 하는구나. 불법(佛法) 가운데에서 중생을 제도하는 보배로서는 이보다 귀한 것이 없을 것이다.”
급고독장자는 원만 상주와 함께 세존의 발에 이마를 대어 예배 올리고 나서 물러나 한쪽에 앉아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이 사람은 원만 상주로서 법을 훌륭하게 말씀하시는 곳에 출가하여 구족계[近圓]를 받아서 비구가 되고자 합니다. 세존께서는 그로 하여금 출가하여 계율을 받게 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세존께서는 그때 말없이 그것을 허락하셨다.
이때 세존께서 원만 상주에게 말씀하셨다.
“잘 왔다. 비구여, 너는 마땅히 범행(梵行)을 수행하도록 하여라.”
세존께서 말씀하시자 원만은 즉시에 수염과 머리카락이 저절로 떨어져서 마치 7일 전에 먼저 삭발을 한 사람과 같아졌으며, 승가리[憎伽依]가
저절로 몸에 입혀지고 병과 발우가 손에 들려져서 위의가 구족되었으니, 마치 백 살이 된 비구와 같아서 아무 차이가 없었다.
그때 세존께서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세존이 명하여 선래(善來)라고 하니
머리카락은 저절로 떨어지고 가사와 발우는 저절로 갖추어졌도다.
모든 근(根)이 다 적정(寂定)하니
마음 먹은 대로 모든 것이 이루어졌도다.

그때 구수 원만은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예배 올리고 물러나 한쪽에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저를 위하여 법요(法要)를 말씀해 주셔서 저로 하여금 부처님을 따르게 하고, 그 법요를 듣고서 저로 하여금 홀로 적정(寂靜)한 곳에 머물러서 다시는 방일하지 않고 한마음으로 부지런히 수행하여 안온하게 머무를 수 있게 해 주십시오. 이러한 까닭에 저는 이제 저의 모든 재산을 버리고 바른 신심으로 출가하여 수염과 머리카락을 자르고 가사를 입고서 범행(梵行)을 수행하여 현법(現法) 가운데에서 신통과 지혜를 증득해서 저의 생(生)은 이미 다하고, 범행은 이미 수립되며, 해야 할 바를 이미 다하여 후유(後有)를 받지 않게 해 주십시오.”
이와 같이 말씀드리고 나자,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네가 청한 바와 같이 법요를 듣고 더 나아가 후유(後有)를 받지 않을 수 있게 될 것이다. 그러한 까닭에 원만아, 너는 마땅히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여라. 내가 너에게 말하노니 이미 안식(眼識)이 갖추어져 있는지라 색(色)을 분명하게 알고 광채(光彩)를 사랑할 만하니, 이 뜻을 기쁘게 하는 일이 욕망과 상응하여 사람으로 하여금 애착하게 한다. 이와 같은 여러 욕망들을 비구가 보고 나서 곧 욕망을 즐거워하는 마음을 일으켜 찬탄하여 애착하게 되니, 이로 말미암아 곧 기뻐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생겨나고 기뻐하고 사랑하는 마음이 있게 되면, 곧 탐내는 마음이 일어나며 탐내는 마음을 말미암는 까닭에 욕망과 서로 화합하게 되며, 기뻐하는 마음과 탐내는 마음이 상응하는 까닭에 열반을 멀리 여의게 된다.
원만아, 이미 이식(耳識)을 갖추고 있는지라 소리를 분명하게 알며, 비식(鼻識)을 갖추고 있는지라 냄새를 분명하게 알며, 설식(舌識)을 갖추고 있는지라 맛을 분명하게 알며, 신식(身識)을 갖추고 있는지라 접촉되는 대상을 분명하게 알며, 심식(心識)을 갖추고 있는지라 법(法)을 알고 광채를 사랑할 수 있는 것이니……(자세한 것은 앞에서 말씀하신 것과 같음)……그리고 열반을 멀리 떠난다.
원만아, 눈이 있는지라 색을 분명히 알고
광채를 사랑할 수 있는 것이니, 이 뜻을 기쁘게 하는 일이 앞에서 말한 것처럼 능히 대상에 물들지 않고 집착하지 않으며 곧 열반에 가까워진다.
이 법의 중요한 것만을 간략하게 너에게 말하였으니, 너는 이제 어느 곳에 가서 머무르겠느냐?”
“저는 이제 부처님께서 법의(法義)의 중요한 것만을 추려서 줄인 것을 들었으니, 저 수나발라득가국(輸那鉢羅得伽國)으로 가서 머물고자 합니다.”
부처님께서 원만에게 말씀하셨다.
“그 나라에는 성질이 포악하고, 흉악하고 거칠며 사납고 모질며 성을 내고 욕설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 만약에 그 사람들이 너에게 사납게 욕설을 하고 성을 내며 흉악하고 거칠게 굴며 많은 사람 가운데에서 능욕하고 비방한다면 이와 같은 일에 대하여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만약 저들이 욕설을 하거나 더 나아가 비방을 할 때에는 저는 마땅히 이와 같이 생각하겠습니다.
‘이 사람들은 모두가 어질고 착하여 막대기나 나무나 기왓장이나 돌이나 주먹이나 다리 등으로 나를 때리지 않는구나.’”
부처님께서 원만에게 말씀하셨다.
“그 나라의 사람들이 지극히 포악하고 흉악하고 거칠며 악독하게 성을 내어 만약 나무나 돌로 너를 때린다면 너는 어떻게 생각하겠느냐?”
“세존이시여, 만약에 그 나라 사람들이 나무나 돌이나 손으로 저를 때리는 경우에는 마땅히 이렇게 생각하겠습니다.
‘이 나라 사람들은 지극히 어질고 착하여 칼로 나를 해치지 않는구나.’”
부처님께서는 거듭해서 원만에게 말씀하셨다.
“그 나라 사람들이 성품이 지극히 악독하며 흉포하고 사나워 만약 칼이나 나무나 돌로써 너를 해친다면 너는 어떻게 생각하겠느냐?”
“저는 마땅히 이와 같이 생각하겠습니다.
‘이 사람들은 지극히 어질고 착해서 비록 칼을 가지고 나를 해치기는 하였지만 나의 목숨을 끊지는 않는구나.’”
부처님께서는 거듭해서 원만하게 말씀하셨다.
“그 나라 사람들의 성품이 매우 악독하고 흉악하고 거칠며 사납게 굴어서 만약 너의 목숨을 다하게 한다면 너는 어떻게 생각하겠느냐?”
“그 사람들이 만약 저의 목숨을 끊을 경우에는
마땅히 이와 같이 생각하겠습니다.
‘부처님의 성문제자(聲聞弟子)라면 보신(報身)으로서 여러 고뇌를 받는 것이라고 하더라도 오히려 싫어하여 마음에 부끄러움을 품고 칼이나 독약과 방편으로써 스스로 목숨을 끊을 것인데, 이 나라 사람들이 지극히 어질고 착하여 능히 내 목숨을 끊어 주었으니 나로 하여금 이 더러운 몸을 여의게 하여 스스로 수고롭지 않게 해 주는구나.’”
그때 부처님께서는 원만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부드럽게 화합하며 참고 따르는 것을 성취할 수 있으니 그 나라에 갈 수 있겠구나. 너는 마땅히 그곳으로 가도록 하라. 너는 스스로의 고통을 건너고, 또한 다른 사람의 고통을 구제하도록 하라. 너는 스스로의 해탈을 속히 얻을 것이며, 또한 다른 사람을 해탈하게 해야 한다. 너는 스스로의 안온함을 얻을 것이며, 또한 다른 사람을 안온하게 할 것이다. 너는 스스로 열반을 얻을 것이며, 또한 다른 사람으로 하여금 열반을 얻게 해야 한다.”
구수 원만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나서 매우 기뻐하여 부처님께 예배드리고 떠나갔다.
그때 구수 원만은 서다림에 있는 급고독원에서 묵고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 성으로 들어가 걸식을 하여 식사를 마치고는 와구(臥具)를 거두어서 그곳에다 두고 가서 가사와 발우를 챙겨 수나발라득가국으로 갔다.
그는 세상을 두루 다니다가 성 밖에 이르자 곧 머물러 묵고 이른 아침에 가사를 입고 발우를 들고서 성에 들어가 걸식을 하였다. 걸식을 하는 도중에 한 사람의 사냥꾼을 만났는데, 그는 손에 활과 화살을 쥐고서 성 밖으로 나가 거리낌 없이 사냥을 하려고 하였다.
사냥꾼은 원만을 보고 나서 이렇게 말했다.
“내가 이제 사냥을 나가려고 하는데 대머리 사문을 보았으니, 매우 상서롭지 못하다.”
이렇게 말을 하고 나서 곧바로 활을 당겨 원만이 있는 곳을 향해서 갑자기 쏘려고 하였다. 원만은 그것을 보자 곧 옷을 걷어 올려 자신의 배를 드러내 보이고는 그에게 말했다.
“현수여, 나의 배를 쏘도록 하시오.”
이렇게 말하고는 곧 게송으로 말했다.
허공을 나는 새와 숲을 달리는 사슴은
먹고 마시는 것을 구하려다가 그물에 걸려서 잡히고

칼을 쥐고 싸움을 하는 사람들은
서로 베고 쳐서 멸망에 이르게 되며

아귀(餓鬼)는 굶주림과 목마름의 고통에 핍박 되어
불에 달군 쇳덩어리와 끓는 구리물을 먹게 되니
나는 오랜 옛날로부터 이 배[腹]로 말미암아
윤회하여 갖은 고통을 받아왔도다.

그때 사냥꾼은 이와 같이 생각하였다.
‘이 출가인은 인욕(忍辱)을 닦아 익혀서 이제 이미 그것을 성취하였는데 내가 어떻게 이와 같은 사람을 해칠 것인가?’
그리고는 곧 신심을 내었다. 이때에 구수 원만은 묘법(妙法)을 말하여 드디어 그로 하여금 삼보에 귀의하여 5계[五學處]를 받게 하였다.
이때에 별도로 5백 명의 남자가 우바새[鄔波索迦]가 되고 5백 명의 여자가 우바이[鄔波斯迦]가 되어 그 성 안에 5백 개의 절을 짓고 많은 승상(繩床)과 나무로 만든 평상과 크고 작은 와구(臥具)들을 공급하였다.
원만은 곧 그곳에 머무르며 석 달 동안 여름 안거를 하여 석 달을 채우고 금생의 몸 가운데에서 모든 번뇌를 단절하고 아라한과(阿羅漢果)를 증득하였다. 3명(明)ㆍ6통(通)을 얻었으며 8해탈(解脫)을 갖추었고, 여실지(如實知)를 얻으니 아생(我生)은 이미 다하였고 범행(梵行)은 이미 섰으며 해야 할 바는 이미 다 갖추어져서 후유(後有)를 받지 않게 되었다. 마음에는 아무 장애가 없어서 마치 손으로 허공을 가르는 것과 같게 되었으며, 칼로 몸을 베거나 그곳에 향을 바르거나 사랑하거나 미워하거나 간에 마음이 평등하였으며, 금을 보더라도 흙을 보는 것과 같아서 마음에 차이가 없었으며, 모든 명예와 이익에 대해서 그것을 버리지 않음이 없게 되니 제석과 범천이 모두 공경하게 되었다.
한편 다른 때에 원만의 큰형인 목이당(木耳璫) 바라문의 두 아우가 집의 재산을 받아 써서 모든 것이 흩어지게 되었다.
이때 그 두 아우는 형에게로 가서 말했다.
“저 무상(無相)한 녀석은 참으로 비천하고 곤궁하게 되어 이미 우리의 집에서 나갔으니 우리 형제들은 마땅히 다시 함께 살면서 화합하여 사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때 목이당이 그의 아우에게 물었다.
“누가 무상이냐?”
둘째 아우가 대답했다.
“저 원만이가 바로 그입니다.”
형이 다시 아우에게 말했다.

“원만은 훌륭한 덕을 갖춘 사람인데 어떻게 무상이라고 하느냐?
이제 우리 집에서 나갔으니 비천하고 곤궁한 것도 아니며 무상한 것도 아니다.”
이때 두 아우는 다시 형에게 말했다.
“그 원만이가 유상(有相)이든지 무상(無相)이든지 간에 이제 이미 떠나갔으니, 우리는 다만 화합하여 한곳에서 살 일입니다.”
형은 다시 아우들에게 말했다.
“너희가 획득한 재물은 모두가 법답지 못한 것이고 내가 얻은 재물은 모두가 법답게 얻은 것이니, 나는 너희들과 함께 살지 않겠다.”
두 아우는 다시 말했다.
“그 비천한 계집종의 자식이 큰 바다에 들어가서 오고 가며 구하여 얻은 재물과 보화를 모두 가져다가 형에게 주니 형은 그의 재물을 얻고서 마침내 그를 찬탄하고 우리들을 헐뜯고 욕하는군요. 형이 무슨 힘이 있어서 바다에 들어가 보배와 재물을 구할 수 있겠습니까?”
형은 아우가 하는 말을 듣자 곧 성을 내고 오만해져서 다시 이렇게 생각했다.
‘내가 이제 다시 큰 바다로 가야겠다.’
그리하여 곧 배를 타고 보배가 있는 곳으로 갔는데, 갑자기 폭풍이 불어 그의 배는 표류하다가 한 섬이 있는 곳에 도착하였다. 그 섬의 산꼭대기는 모두가 우두전단(牛頭栴檀)나무로 되어 있었다.
이때 여러 상인들은 곧 서로 말했다.
“우리가 전에 우두전단나무에 대해서 들었는데, 이제야 비로소 볼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묘수정대자재(妙水精大自在) 약차(藥叉)가 수호하는 곳인데, 마침 약차가 없으니 우리는 마음을 깨끗이 하고 빨리 베어내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리하여 5백의 도끼를 갖추어 일시에 찍고 베었다. 이때 어느 약차가 있어서 이름을 작희(作喜)라고 하였는데, 그 약차가 여러 상인들이 도끼를 가지고서 그 숲을 베어내는 것을 보았다. 그 약차는 그것을 보자 곧 대자재 약차의 처소로 가서 알렸다.
“신주(神主)여, 전단나무 숲 가운데에서 어떤 5백 명의 사람들이 전단나무를 베어내고 있습니다. 그것을 아셔야 합니다.”
그때 대약차(大藥叉)는 여러 가지의 일을 마치고 나서 마침내 분노하는 마음을 품고 자신의 신통력으로 매우 사나운 바람을 불어 몸을 그것에 싣고 그 섬이 있는 곳에 이르렀다.
이때 배를 인도하는 사람이 그 바람이 오는 것을 보고 뱃사람[船人]들에게 말했다.

“여러분께서는 아셔야 합니다. 내가 전에 흑풍(黑風)에 대해서 들었는데 지금 이 바람이 그것입니다. 이것은 참으로 만나기 어려운 것인데 반드시 잘 생각하여 방편을 잘 써야만 할 것입니다.”
그 상인들은 이 말을 듣고 나자 두려워서 몸에 있는 털이 모두 곤두섰다. 그들은 각자 본래 자신들이 섬기는 천(天)을 생각하면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자재(自在)하신 물과 바람의 신과
제석천의 선인(仙人)들과
응왕과 약차중(蘖梁衆)과
아소락(阿素洛) 등의 신이시여

저희가 지금 이 액난을 만났사오니
제존(諸尊)께서는
지극히 두려워하고 있는
저희들을 이 액난으로부터 구해 주소서.

혹은 별도로 제석천께 구하오며
혹은 대범천(大梵天)께 예배드리오니
자재하신 지신(地神)과 수신(樹神)과
능히 구호해 주실 수 있는 모든 분이시여,
저희가 지금 귀풍(鬼風)을 만났사오니
구호(救護)되기를 바라나이다.

그때 목당(木璫)은 아무 말 없이 잠자코 있으면서 천신을 염하지 않고 있었다.
이때 상주 등이 그에게 물었다.
“우리가 지극히 어려운 액난을 만나서 고통이 밀어닥치려고 하는데 무슨 까닭에 잠자코 있습니까?”
“나의 동생이 예전에 말하기를, ‘큰 바다에 들어가는 자는 모두가 지극히 고생을 하고 여러 가지 환난을 많이 겪게 됩니다. 그들은 탐욕에 취했기 때문에 바다에 들어가는 사람은 많지만 되돌아오는 사람은 적으니 반드시 바다에 들어가지 마십시오’라고 하였는데, 내가 아우의 말을 어기고 큰 바다에 들어왔다가 지금 이러한 액난을 만난 것이니 마땅히 무엇을 해야 되겠습니까?”
상인들이 말했다.
“당신의 아우는 누구입니까?”
“원만이 바로 나의 동생입니다.”
상인이 말했다.
“그 원만 성자(聖者)는 큰 복덕(福德)을 갖춘 분입니다. 당신들은 마땅히 그분께 귀의해야 할 것입니다.”
상인들은 모두가 한마음이 되어 같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무성자원만(南無聖者圓滿), 나무성자원만.”
이때 한 천녀(天女)가 있었는데 그 천녀는 전에 구수 원만의 처소에서 믿고 공경하는 마음을 일으킨 천녀였다. 그 상인들이 공경히 귀의하는 것을 보고 원만의 처소로 가서 말하였다.
“성자여, 당신의 큰 형님께서 지극히 곤란한 일을 겪고 있으니 불쌍히 여기셔야 합니다.”
원만은 이 말을 듣고 나서 곧 가엾은 마음이 들어
여시정(如是定)에 들어 선정(禪定)의 힘으로 사람의 형상을 감추고 수나발라득가(輸那鉢羅得伽)로부터 바다 가운데에 이르러 큰형의 배에 있는 돛대 위에 앉았다. 이때에 흑풍(黑風)은 곧 돌아가 버리니 마치 수미산[蘇迷盧]에 의해 가려진 것과 같았다.
그때 대자재 약차는 곧 이렇게 생각했다.
‘예전에 왔던 배들은 모두 흑풍에 의해 표류되어 파괴되고 가라앉았는데 지금의 이 흑풍은 무슨 까닭에 밀려나서 마치 수미산에 의해 가려진 것처럼 배를 무너뜨릴 수 없는 것일까?’
이때 그 약차는 곳곳을 관찰하다가 마침내 구수 원만이 배의 돛대 위에 결
가부좌(結跏趺坐)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약차는 그를 보자, 곧 그에게 말하였다.
“성자 원만이시여, 무슨 까닭에 저를 괴롭게 하십니까?”
“상수(上首)여, 내가 어찌하여 당신을 괴롭히겠습니까? 만약 내가 여러 가지 공덕을 얻지 않았더라면 반드시 나의 형이 죽어서 헛되이 그 이름만 남게 되었을 것이오.”
대자재 약차가 말했다.
“성자여, 이 우두전단나무는 제가 금륜성왕(金輪聖王)을 위하여 지키고 보호하는 것입니다.”
원만이 약차에게 말했다.
“상수여, 당신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부처님과 금륜왕 중 누가 더 존귀하십니까?”
약차가 물었다.
“성자여, 세존께서 지금 세상에 출현하셨습니까?”
원만이 답하였다.
“지금 이미 세상에 출현하셨습니다.”
약차가 말했다.
“만약 그러하시다면 배에 아직 가득 차지 않았으니 무게에 맞게 싣도록 하십시오.”
그때 그 상인은 먼저는 공포에 의해 거의 죽어가다가 이제 이 말을 듣고는 흘연히 다시 살아났다. 그 상인들은 편안해지고 나자 마침내 원만 성자를 존경하는 마음을 일으켰다. 그 상인들은 곧 우두전단나무를 가져다가 배에 가득 싣고 떠나가서 수나발라득가성에 이르렀다.
성에 도착하고 나자 원만이 형에게 말했다.
“만약 바다에서 어려운 일을 당하였는데 그 명호(名號)를 불러서 그 염력(念力)으로 말미암아 안온하게 되돌아왔다면 그 얻은 물건은 모두 그에게 소속되는 것입니다.
형님께서는 이제 여러 상인들과 함께 나머지의 여러 가지 보물들을 갖도록 하십시오. 저는 이제 이 우두전단으로 부처님을 위하여 전단정사(栴檀精舍)를 짓겠습니다.”
그 형은 곧 그 보물들을 가져다가 상인들에게 나누어 주었다. 그 우두전단나무는, 원만이 부처님을 위하여 정사(精舍)를 건립하고자 하여 곧 목수들을 불러 모으고 그들에게 지급할 임금에 대해서 논의하였다.
“그대 목수들은 매일같이 5백 전(錢)을 갖겠습니까, 우두전단의 가루 한
줌을 갖겠습니까?”
목수들이 대답했다.
“우리들은 하루에 우두전단향의 가루 한 줌씩을 받고자 합니다.”
임금에 대한 논의가 결정되어 곧 공사를 시작하니, 여러 날이 걸리지 않아서 정사가 완공되었다. 목수들에게 전단나무를 주고 난 뒤에 전단나무의 나머지 조각들과 잘게 부순 가루를 가지고 서로 섞고 갈아서 그것으로 정사에 발랐다.
원만은 형제들이 전에 서로 미워하고 원망하던 것을 모두 화합하여 따르게 하고는 곧 이렇게 말했다.
“이제 여래와 모든 제자들을 받들어 청해야 되겠습니다.”
제자들과 형제들이 물었다.
“원만 성자여, 여래 세존께서는 지금 어느 곳에 계십니까?”
원만 성자가 답했다.
“실라벌성에 계십니다.”
“그 성은 이곳에서 가까운가요, 먼가요?”
“백여 리는 될 것입니다.”
“우리들은 우선 본국의 왕을 뵙고자 합니다. 들어주시겠습니까?”
“뜻대로 하십시오.”
그때 그 형들은 왕의 처소로 가서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저희들은 이제 부처님과 스님들을 청하여 공양을 베풀어 드리고자 합니다. 원하건대 대왕께서는 저희를 도와서 준비하는 것을 허락하여 주십시오.”
왕이 말하였다.
“뜻대로 하라. 그대들을 도와서 공양을 마련하겠다.”
이때 원만은 높은 누각 위에 올라가 두 무릎을 땅에 대고 멀리 서다림을 바라보면서 향을 사르고 꽃을 흩날리며 금으로 된 병에 담은 물로 청결하게 하고는 멀리 부처님께서 강림하시기를 청하는 의식을 하고 게송으로 말하였다.

청정한 계율과 묘한 지혜를 갖추신 분께서는
능히 귀명(歸命)하는 자를 아시며
의탁하여 보호 받을 곳이 없는 자를 잘 살피시나니

저의 미미한 청을 받아주소서.

이렇게 게송을 말하고 나니 부처님의 신이한 힘으로 말미암아 그가 흩뿌렸던 꽃이 모여서 한 개의 일산(日傘)이 되어 곧장 서다림이 있는 곳에 이르러 허공 가운데에 있으면서 부처님의 정수리 위에 머물렀으며, 그가 사르던 향은 부처님의 신이한 힘으로 말미암아 허공 가운데에 있으면서 구름이 겹겹이 합쳐진 것 같이 되었으며, 금으로 만든 병에서 뿌린 물은 부처님의 신이한 힘으로 말미암아 폐유리(吠琉璃)로 된 막대기와 같이 되었다.
구수 아난타가 이 상서로움을 보고 합장을 하고 공경하게 부처님께 아뢰었다.
“지금의 이 상서로움은 반드시 부처님과 비구 스님들을 청하려는 것인데 저는 지금 이것이 어느 곳으로부터 오는 것인지 알지 못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난타야, 이것은 수파륵가성으로부터 오는 것이다.”
또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 성은 이곳에서 멀리 떨어져 있습니까, 가까이에 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백여 리(里) 정도 된다. 너는 가서 산가지[籌]를 가지고서 모든 비구에게 알리되, ‘내일 저 수파륵가성에 있는 원만의 청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이 산가지를 받아야 한다’고 하여라.”
아난타가 대답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아난타는 곧 산가지를 가져다가 부처님 앞에 서서 차례로 그것을 나누어 주었다. 부처님께서는 몸소 산가지를 가지셨고 모든 장로 비구들도 그것을 받았다.
그때 구수 분침원만(盆枕圓滿) 장로도 그 가운데에 있다가 그 산가지를
가지려고 하였는데, 이때 아난타가 원만에게 게송으로 말했다.

구수여, 당신은 알아야 합니다.
지금은 살라국(薩羅國)의 왕이 청하는 것도 아니며
또한 소달가(蘇達家)에서 청하는 것도 아니며
그리고 녹모(鹿母) 부인이 청하여
음식을 베풀어 놓은 것도 아닙니다.

이곳으로부터 백여 리 떨어진 곳에
수파륵가성이 있어서
신통을 얻은 자라야 마땅히 갈 수 있나니
당신께서는 잠자코 머물러 있어야 합니다.

그때 그 장로 원만은 큰 지혜는 있었으나 신통을 닦지 않았기에 이렇게 생각했다.
‘내가 비록 모든 번뇌는 끊었으나 신통을 닦지 않았으니, 여러 외도들이 가지고 있는 신통과 마찬가지로구나.’
이렇게 생각을 하고 나서 곧
대정진(大精進)을 발하여 신통을 얻었다.
이때 아난타는 산가지를 나누어 주다가 세 번째의 장로에게 이르렀는데 그가 아직 산가지를 받지 않은 잠깐 사이에 분침원만은 신통력으로써 손으로 산가지를 끌어당겨 취하고는 게송으로 말하였다.

얼굴의 모양으로써 신통을 얻는 것이 아니고
또한 많이 들은 것이나 사변(詞辯)으로 얻는 것도 아니니
다만 적정(寂靜)한 계(戒)와 혜(慧)의 힘이라야
몸은 비록 늙고 병들었으나 신통을 얻을 수 있다네.

이때 세존께서는 모든 비구에게 말씀하셨다.
“이 분침원만은 나의 비구 성문(聲聞) 대중 가운데에서 가장 상수(上首)이다. 능히 신통력으로써 산가지를 받는 데 있어서는 이 사람보다 뛰어난 자가 없으니, 마땅히 먼저 주도록 하여라.”
상좌(上坐) 분침원만은 산가지를 나누어 주는 차례로 인하여 곧 6통(通)을 증득한 것이었다.
이때 부처님께서는 구수 아난타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마땅히 비구들에게 알려라. 내가 전에 말하기를, ‘너희들 비구들이 착한 일을 한 것은 숨겨야 하며, 악한 일을 한 것은 드러내어야 한다’고 하였다. 이제 저 성 가운데에는 여러 외도의 무리들이 많이 있으니, 이런 까닭에 너희들은 신통을 나투어 그 성으로 가서 원만에게서 음식을 받도록 하라.”
아난타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아난타는 부처님의 명을 받고 나서 비구들에게 알렸다.
“세존께서 가르침을 주셨으니, ‘내가 전에 비구들로 하여금 착한 일을 한 것은 숨겨야 하고, 악한 일을 한 것은 드러내어야 한다고 하였다. 지금 저 성 가운데에는 여러 외도들이 많이 있으니 그런 까닭에 너희들은 저 성 안으로 가되 신통을 나투도록 해야 한다’라고 하셨습니다.”
그때 그 나라의 왕은 그 성 안에서 더러운 것을 소제하고 전단향수를 땅에 뿌리고 보배 향로에 여러 가지의 묘한 향을 사르며 여러 가지의 깃발을 내걸고 여러 색깔의 꽃을 흩뿌려서 주위를 장엄하고 그 성의 주변을 꾸며 장식하였다. 그 성 안에는 열여덟 개의 문이 있었고 그 왕에게는 열일곱 명의 아들이 있었는데, 왕자 한 사람 한 사람이 문 밖에서
공양구(供養具)들을 장엄하였다. 왕과 신하들은 큰 문에 있으면서 기마병들을 도열시키고서 세존을 기다리고 다른 열일곱 명의 왕자들은 나머지 작은 문에서 세존을 기다렸다. 이 때 그 원만과 목당(木璫)과 연당(鉛璫) 또한 문밖에 있었다.
부처님께서는 다섯 명의 수사(授事)에게 차이를 두어 신통력으로써 먼저 그 집에 도착하게 하셨다. 무엇을 하는 다섯 사람인가? 한 사람은 채소에 관한 일을 맡아보고, 다른 한 사람은 기물(器物)들을 맡아보며, 다른 한 사람은 먹는 풀을 맡아보며, 다른 한 사람은 물을 청정하게 하는 일을 맡아보며, 다른 한 사람은 음식을 익히는 일을 맡아보는 것이었다.
왕은 그 다섯 사람이 허공으로 오는 것을 보고 원만에게 물었다.
“이분이 세존이십니까?”
원만이 대답하였다.
“이 사람들은 다섯 명의 수사인(授事人)들로서 이곳에 와서 살펴보는 사람들이니, 나물을 맡아보는 것에서부터 음식을 익히는 데 이르기까지 일을 맡아보는 사람들입니다. 세존께서는 아직 오시지 않고 먼저 갖가지의 한량없는 신통을 나투시는 것입니다. 여러 장로들도 아직 오지 않았습니다.”
“성자 원만이시여, 세존께서는 무슨 까닭에 아직 오지 않으시는 것입니까?”
원만이 대답하였다.
“우선 살펴서 조사하는 사람으로 하여금 먼저 오게 하시고 세존께서는 뒤 에 오실 것입니다.”
그때 다른 우바새가 게송으로 말하였다.

사자와 호랑이와 코끼리, 그리고 용과 소가
여러 가지의 보물을 가지고 그 자리를 장엄하니
혹은 보배 장막도 있으며 보배 산과
보배 나무와 묘한 수레가 모두 여러 가지 색으로 되어 있구나.

혹은 구름을 타고 허공 속에 있으면서
밝은 광채를 내어 장엄하기도 하며
신통력으로 허공에 떠서
환희하면서 이 성읍(城邑)에 오기도 하며

흑은 땅으로부터 솟아나오기도 하고
혹은 허공으로부터 땅으로 들어가기도 하며
흑은 허공에서 솟아나서 묵묵히 앉아 있기도 하니
이 신통변화를 보건대 참으로 부사의(不思議)하구나.

그때 세존께서는 그 지게문 밖에서 두 발을 씻으시고 나서 다시 본방(本房)에 들어가셔서 평상과 자리를 펴시고 몸과 마음을 단정하게 하여 가부좌로 앉으셨다가 발을 들어서 땅을 내리누르셨다. 이때에 대지에는 여섯 가지의 진동이 일어났으니, 동편(動遍)ㆍ동등(動等)ㆍ편동(遍動)
더 나아가 격편(擊遍)ㆍ격등(擊等)ㆍ편격(遍擊)으로써 동쪽이 솟아오르면 서쪽이 가라앉고, 서쪽이 솟아오르면 동쪽이 가라앉으며, 남쪽이 솟아오르면 북쪽이 가라앉고, 북쪽이 솟아오르면 남쪽이 가라앉으며, 가운데가 솟아오르면 가장자리가 가라앉고, 가장자리가 솟아오르면 가운데가 가라앉는 것이었다.
그때 국왕이 원만에게 물었다.
“성자여, 이것은 어떠한 상(相)입니까?”
원만이 대답했다.
“이것은 세존께서 본방(本房) 가운데에서 발로 땅을 내리누르시면 이로 인하여 대지가 여섯 가지로 진동을 하는 것입니다.”
이때에 여래께서 금색(金色)의 광명을 놓으시니, 이 광명이 대지를 비추자 모든 것이 녹인 금과 같았다.
왕은 다시 이 희유한 상을 보고 기쁨을 내어 원만에게 물었다.
“성자여, 이것은 무슨 일입니까?”
원만이 왕에게 말했다.
“이것은 여래께서 금빛 광명을 놓음으로 말미암아 대지가 모두 금빛이 된 것입니다.”
그때 세존께서는 이미 스스로를 조복받으셔서 조복에 둘러싸이고, 이미 스스로 적정(寂靜)하셔서 적정에 둘러싸이는 등……(이하 자세한 내용은 생략함)……5백 명의 아라한과 더불어 수파륵가성에 도착하셨다.
이때 저 서다림 가운데의 천녀(天女)는 손에 박구라수(薄拘羅樹) 가지를 지니고 세존을 따르며 등 뒤에서 그것으로 햇빛을 가려서 부처님 위를 그늘지게 하였다.
그때 세존께서는 그 천녀의 번뇌의 종자와 근성(根性)과 원하는 바를 아시고 그가 좋아하는 바에 따라서 성제법(聖諦法)을 말씀하셔서 그 천녀로 하여금 법을 듣게 하시고서, 금강지저(金剛智杵)로써 20가지의 살가야견(薩迦耶見)으로 된 번뇌의 산봉우리를 꺾어 무너뜨리고 곧바로 예류과(預流果)를 증득하게 하셨다.
더 나아가 때맞추어 다른 곳에서는 5백 명의 우바이들이 세존께서 32상(相)과 80종의 수형호(隨形好)로써 위광(威光)이 빛나며 그로써 몸을 장엄하셨으며, 또한 천 개의 해가 함께 비추는 것과 같으시며, 단정하시고 뛰어나게 묘하셔서 마치 보배 산과도 같으심을 멀리서 뵈었다. 이때에
그 우바이는 세존을 뵙고 나자 매우 크게 기뻐하여 비유하면 어떤 사람이 12년 동안 부지런히 선정(禪定)을 수행하여 마음에 희열이 생겨서 마땅히 중생을 제도하다가 부처님 세존을 뵙고 환희심이 생긴 것과 같았으며, 그보다 배나 더하여 또한 마치 자식이 없던 사람이 아들을 얻은 것과 같았으며, 가난한 사람이 보배를 얻은 것과 같았으며, 평범하던 사람이 왕이 된 것과 같이 몸과 마음이 기뻤다. 선근(善根)을 좋아하는 사람은 처음으로 부처님을 뵙게 되면 마음에 환희심이 생기는 것이 또한 그보다 배나 더한 것이었다.
그때 세존께서는 저 우바이들이 조복될 때가 되었음을 아셨다. 세존께서는 곧 비구 대중 가운데에서 자리를 펴고 앉으셨다. 이때 우바이는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가 두 발에 이마를 대어 예배 올리고 물러나서 한쪽에 앉았다.
세존께서는 그의 번뇌의 종자와 근성과 원하는 바를 아시고 그를 위하여 4성제법(聖諦法)을 말씀하시니, 그 우바이로 하여금 법을 얻어 듣게 하시고서 금강지저(金剛智杵)로써 20가지의 살가야견(薩迦耶見)으로 된 번뇌의 산봉우리를 꺾어 무너뜨려서 곧바로 예류과를 증득하게 하시고 4제(諦)의 이치를 깨닫게 하셨다.
그때 우바이들은 과(果)를 얻고 나서 다 같이 이렇게 말했다.
“이것은 모두 우리 세존의 위력(威力)으로서 우리로 하여금 무상(無上)의 도과(道果)를 증득하게 하시고 성제(聖諦)의 이치를 깨닫게 하셨으니, 이 인연은 우리의 부모와 권속들과 국왕과 대신과 인천(人天)의 사문과 바라문 등이 할 수 있는 바가 아니다. 또한 능히 우리로 하여금 혈해(血海)를 고갈시킬 수 있게 하시며, 뼈의 산[骨山]을 꺾어 무너뜨릴 수 있게 하시며, 악취(惡趣)에 나아가지 않게 하시며, 선취(善趣)와 열반(涅槃)의 문을 열 수 있게 하시며, 천인(天人)이 될 수 있게 하시며, 생사를 초월할 수 있게 하셨으니 우리들은 이제 불ㆍ법ㆍ승에 귀의하여 5계를 받아서 우바이가 되겠습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께 합장을 하고서 부처님의 발에 이마를 대어 예배 올리고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이제 어떤 사업(事業)을 닦아서
공양해야 합니까?”
그때 세존께서는 신통력으로써 부처님의 머리카락과 손톱을 우바이에게 주셨다. 그들은 머리카락과 손톱을 얻자 곧 탑을 세웠다. 이때에 그 서다림의 천신(天神)은 곧 백 개의 살로 된 일산을 탑의 가운데에 세우고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항상 이 탑에 공양을 올리겠습니다.”
이렇게 말을 하고 곧 탑에 의지하여 머물렀다. 이때에 여러 사람들은 이 탑을 이름하여 택신탑(宅神塔)이라고 하였고, 혹은 박구라수중심주(薄拘羅樹中心柱)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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