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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2126 불교(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 4권 / 根本說一切有部毗奈耶)

by Kay/케이 2023. 3.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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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根本說一切有部毗奈耶) 4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 제4권


의정 한역
주호찬 외 번역


2) 불여취학처 ③
이때 박가범(薄伽梵)께서 실라벌성 서다림의 급고독원에 계시었다. 여러 필추들을 위하여 공양법문을 설하시고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만약 사람이 복을 짓지 아니하면
항상 고통의 과보를 받네.
만약 능히 복을 닦는다면
금세와 후세에 다 즐거우리.

그때에 여러 필추들이 이 말씀을 듣고 나서 많이 구걸을 해서 불ㆍ법ㆍ승에게 널리 공양을 일으켰다. 때에 부처님의 교법은 점점 더해가고 넓어졌다. 이 성안의 어떤 한 장자가 아내에게 장가든 지 오래가지 아니해서 아들 하나를 낳았는데 점점 장대해지자 드디어 출가를 했다.
때에 여러 필추들은 ‘지금 이 성안에는 필추가 많아서 구걸하기 어려우니 우리가 지금 마땅히 다른 곳으로 가서 불ㆍ법ㆍ승을 위해 공양을 일으키리라’고 생각하고는 곧 다른 곳에 가서 마음대로 구걸하여 갖가지 비단을 많이 얻어서 옷 짐 속에 가득 채우고 실라벌로 돌아오던 길에서 세관에 닿자 세관인이 물었다.
“성자여, 세금을 물어야 할 물건이 있는가?”
대답하였다.
“우리들에게는 세금을 물어야 할 물건이 없습니다.”
다시 말하였다.
“잠깐 멈추시오. 짐을 가지고 오시오. 살펴봐야 하겠소.”
옷 짐을 풀자 잡색의 물품이 짐 속에 가득 채워져 있는 것을 보았다.
세관이 말하였다.
“이 짐 속에 담겨 있는 것이 세금에 합당하지 않다면 어찌 낙타에 싣고 짐꾼에게 지워야만 세금을 내야 한다고 하겠소?”
필추가 말하였다.
“어르신, 이것은 내 물건이 아니오.”
“누구의 물건이오?”
“첫째는
부처님의 것이고, 둘째는 법의 것이고, 셋째는 승가[僧]의 것입니다.”
“내 어찌 불ㆍ법ㆍ승의 일을 알 수 있겠소? 다만 세금을 물어야만 앞으로 갈 수 있습니다.”
오랫동안 잡아 두었다가 그 세금을 받고서 놓아주어 가게 했다. 드디어 실라벌성에 이르니, 마음에 후회가 생겨서 여러 필추들에게 알렸고, 필추들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사람은 범한 것이 없다. 다만 ‘이것은 삼보의 것이다’라는 이러한 말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세관에게 응대할 때 이와 같이 불ㆍ법ㆍ승을 찬양할지니, 무엇이 부처님을 찬양하는 것이냐 하면, 이른바 박가범ㆍ여래ㆍ응공[應]ㆍ정등각(正等覺)ㆍ명행족(明行足)ㆍ선서(善逝)ㆍ세간해(世間解)ㆍ무상사(無上士)ㆍ조어장부(調御丈夫)ㆍ천인사(天人師)ㆍ불세존(佛世尊)이니, 이것이 부처님을 찬양하는 것이니라. 무엇이 법을 찬양하는 것이냐 하면, 이른바 세존께서 선설하신 법요로 현세의 법 중에 번뇌[熱惱]를 없애고, 듣는 이의 근기에 따라 연설하여 열반에 나가게 하며, 안으로 3명(明)을 증득하여 지혜가 원만하게 하는 것이니, 이것을 법을 찬양하는 것이라고 하느니라. 무엇이 승가를 찬양하는 것이냐 하면, 세존께서 데리고 계시는 성문 제자들은 바른 이치에 안주하여 곧은 마음으로 수승한 법을 공경하고 따른다. 승가 중에는 예류향(預流向)ㆍ예류과(豫流果)를 얻은 사람도 있고, 일래향(一來向)ㆍ일래과(一來果)를 얻은 사람도 있으며, 불환향(不還向)ㆍ불환과(不還果)를 얻은 사람도 있고, 아라한향(阿羅漢向)ㆍ아라한과(阿羅漢果)를 얻은 사람도 있는데, 이 여덟 대인(大人)은 모두 시라(尸羅)1)가 원만하고, 삼마지(三摩地)가 원만하며, 반야(般若)2)가 원만하며, 해탈이 원만하며, 해탈지견(解脫知見)이 원만하니 귀의하기에 합당하며, 바로 마땅히 공경해야 하므로 이들은 모든 세간의 수승한 복전(福田)이라고 하며, 이것을 승가를 찬양한다고 하느니라. 이와 같이 삼보를 찬탄할 때에 보내 주면 잘된 일이고, 만약 보내 주지 아니하면 마땅히 세금을 물고 가야 한다. 만일 주지 아니하면 솔토라죄가 된다.”
때에 필추가 삼보를 공양하기 위한
여러 잡물을 가지고 세관처를 지나다가 비록 세관인에게 삼보를 찬탄하였지만 이 세관은 기꺼이 보내 주지 아니하고 수색하여 세금을 받았다.
이때 필추가 가지고 있는 일부를 주었는데,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고루 나누어야 하고, 치우치게 주어서는 안 된다.”
필추가 물품을 고루 나누어 주느라고 시간이 걸려서 드디어 상려를 잃고 곧 도둑을 만났으며, 범과 표범 등 짐승에게 상해를 입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길에서 나누는 것[分判]을 해서는 안 된다. 가지고 있는 일부를 저 세관에게 주고 머무르는 곳으로 가서 그 물품을 고루 나누도록 하라. 만약 이와 다르게 하는 자는 월법죄가 된다.”
부처님께서 실라벌성의 급고독원에 계시었다. 이 성안에는 한 필추가 있었는데, 삼장을 밝게 해석하여 대중에게 알려졌고, 설법을 잘하여 변재가 거침이 없었다. 대중 가운데 유행하고 왕사성에 이르러 3개월 안거를 마치고 상인들을 찾아 실라벌성으로 가서 세존의 발에 예배하고자 하였다.
때에 어떤 상주(商主)가 재물과 보화를 가지고 실라벌로 가려고 한다는 것을 필추가 듣고 나서 상주가 있는 곳에 찾아가 그를 위하여 세 가지의 수승한 복을 짓는 일, 이른바 보시와 지계와 수선(修禪)에 대하여 말하였다. 이 법을 설하자 저 상주는 마음에 공경과 믿음이 생겨서 드디어 필추를 청해서 집에서 공양하고 아울러 훌륭한 모직 옷감을 가져다가 받치며, 곧 두 발에 절하고 나서 이와 같은 말을 했다.
“성자시여, 나에게 어떤 일을 시키고자 하십니까?”
필추가 말하였다.
“어진이여, 내가 지금 실라벌성에 가서 세존의 발에 절하고자 하니, 나에게 애처롭게 여기는 마음[悲愍心]을 일으켜 호념해 주시오.”
대답하였다.
“매우 좋습니다.”
곧 상주와 더불어 길을 따라가는데, 상주가 말하였다.
“그대는 걸식하고 나는 복을 닦고 있으니, 왕사성에서 실라벌에 이를 때까지 이 중간에 의복과 음식과 와구와 의약 등
가지고 있는 재물을 걱정하지 않으시면 다행이겠습니다.”
필추도 허락하였는데, 길이 세관에 이르자 상주가 가지고 있던 재물과 보화와 세금을 내고 나서 곧 이런 생각을 했다.
‘나는 재물과 세금을 냈는데 성자의 흰 모직 옷감은 아직 세금을 내지 아니했으니, 만일 세금을 수색하면 물건이 나로부터 나올 것이니, 마땅히 저 모직 옷감을 가져다가 내 짐 속에 넣어 두어야 한다.’
필추에게 말하였다.
“성자여, 흰 모직 옷감을 나에게 보여 주실 수 있습니까?”
“그대가 보시한 물건인데 마음에 후회가 생깁니까?”
“나에게는 후회하는 마음이 없습니다. 그러나 내 물건은 이미 세금을 냈는데 그대의 모직 옷감은 아직 내지 아니했으니, 만약 세금을 수색하면 물건이 나로부터 나올 것입니다.”
“어진이여, 세존께서 이미 학처를 제정하시었는데, ‘필추가 물건을 가지고 세관을 통과할 때 세금을 내지 아니하면 바로 근본죄를 범한 것이다’고 하셨습니다.”
이때 상주는 곧 생각해 보았다.
‘이렇게 의향을 살폈으나 기꺼이 주지 아니하니 내 스스로 알아서 처리할 것이다.’
“성자여, 나는 오늘 아침에 정신이 어지러워 밥을 할 수가 없으니, 그대는 마을에 들어가서 인연에 따라 찾아보시오.”
필추가 말을 듣고 마을로 가자 상주는 모직 옷감을 가져다가 자기 짐 속에 넣었다. 곧 세관에 이르니, 세관인이 물었다.
“성자여, 그대의 옷짐 가운데 세금을 물어야 할 물건이 있습니까?”
필추가 말하였다.
“나에게는 모직 옷감이 한 벌 있습니다.”
대답하였다.
“짐을 가져다가 살펴보게 해 주십시오.”
필추가 옷짐을 풀어 보았으나 그 모직 옷감이 보이지 않으니 갑자기 얼굴에 근심스러운 빛을 나타내면서 손을 뒤집고 탄식했다. 이때 세관인이 필추에게 물었다.
“무슨 까닭으로 근심스러운 얼굴을 하고 손을 뒤집으며 한탄합니까?”
필추가 말하였다.
“나에게 모직 옷감이 한 벌 있었는데 도둑을 맞았습니다.”
세관이 말하였다.
“어찌 다만 당신만이 도둑을 맞았겠소. 나도 또한 도둑을 맞은 것이오. 이 물건을 잃어버림으로 해서 나도 소득이 없어졌습니다.”
이때 필추가 세관을 통과하자 상주가 말하였다.
“무슨 까닭으로 근심스러우면서 마음이 즐겁지 아니합니까?”
“그대는 복을 줄 수는 있어도 복을 받을 수는 없는 사람이구려.”
“어떤 뜻으로 이와 같이 말하십니까?”

필추가 말하였다.
“그대가 보시한 모직 옷감을 도둑이 가져갔으니 말입니다.”
“도둑이 가져간 것이 아닙니다. 내가 세금을 물릴까 두려워 세관에서 찾아내서 방편으로 이 물건을 내 짐 속에 두었을 뿐입니다. 만약 필요하다면 내 지금 드리겠습니다.”
“어진이여, 차라리 도둑을 맞았으면 맞았지 이 때문에 나로 하여금 죄를 범하게 하지 마십시오.”
“성자여, 그대는 이 물건으로 3업(業)을 일으키지 아니했는데 어찌 죄가 있다고 합니까?”
필추가 듣고 나서 마음에 회한이 생겼다. 점차 실라벌성에 이르니, 여러 필추들이 말하였다.
“잘 오셨소, 구수여. 행리는 편안하셨습니까?”
필추는 이러한 사연을 모두 여러 필추들에게 알렸고, 여러 필추들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저 필추는 범한 것이 없다. 그러나 길을 가는 데는 궤식(軌式)이 있으니, 내 지금 설명하리라. 길가는 필추가 마을에 들어가 걸식할 때 가지고 있는 물품과 옷을 마땅히 검사해 두었다가 돌아올 때 잘 관찰해야 한다. 만약 이대로 하지 아니하면 월법죄가 된다.”
부처님께서 급고독원에 계시었다. 두 필추가 있었는데, 한 사람은 늙고 한 사람은 젊었다. 함께 반려가 되어서 대중 가운데 유행하였는데 늙은 사람은 옷과 물품과 생활에 필요한 기구가 많았지만, 젊은 사람은 필요한 기구가 적었다.
이때 늙은 사람이 세관에 이르고자 하니 물품이 모두 세금에 합당하였으므로 이런 생각을 했다.
‘나에게 세금을 내어야 할 물품이 있으니, 만약 저 세관인이 물을 때 내가 없다고 말한다면 짐짓 망어죄(妄語罪)를 얻게 되고, 만약 내가 있다고 말한다면 반드시 세금을 물어야 한다. 어떠한 방편을 써야만 이 두 가지 일을 면할 수 있을까?’
곧 다시 생각하였다.
‘내가 가진 물건을 저 소년 필추에게 주어서 세관을 통과한 뒤에 내 스스로 가지는 것이 합당하다.’
저 소년 필추에게 말하였다.
“잠깐만 나를 도와서 물건을 들어주오.”
소년 필추가 곧 생각하기를, ‘노인이 몸이 피곤해서 나에게 물건을 가져가게 하는 것이 아니겠는가?’라고 하고, 드디어 받아 가지고 앞서 갔다. 세관인이 물었다.
“성자여, 세금 낼 물건이 있습니까?”
대답하였다.
“나는
세금 낼 물건이 없습니다.”
그리하여 세관인이 통과시켰다. 늙은이가 빈손으로 뒤따라오니 세관인이 묻지 아니했으므로 세관을 통과하고 나서 말하였다.
“구수여, 나의 옷과 발우를 돌려주오.”
소년이 물었다.
“상좌께서는 지금 피로가 이미 풀렸습니까?”
대답하였다.
“나는 피로한 것이 아니었다. 너에게 물건을 지니게 한 것은 다만 나에게 세금을 물어야 할 물건이 있어서 이런 생각을 했던 것이다. 만약 저 세관이 나에게 ‘세금을 물어야 할 물건이 있느냐?’고 묻는데, 내가 만약 ‘없다’고 하면 고의로 망어를 하게 되고, 만약 ‘있다’고 하면 지정된 세금을 내어야 하기 때문에 이러한 방편을 써서 너로 하여금 물건을 가지고 세관을 통과하게 한 것인데, 이제 이미 통과했으니, 당연히 돌려주어야 하리라.”
“만약 이와 같다면 상좌 자신은 세금을 면했지만 저로 하여금 죄를 짓게 하였습니다.”
대답하였다.
“그대는 알지도 못했는데 어떤 연유로 죄가 된단 말인가?”
때에 어린 필추는 마음에 회한이 생겼다. 실라벌성에 이르러 비하라(毘訶羅:精舍)에 가니, 여러 필추들이 보고 말하였다.
“어서 오시오, 구수여. 행로는 안락했는가?”
대답하였다.
“어찌 안락했겠습니까?”
물었다.
“무슨 뜻인가?”
앞에 있었던 사연을 낱낱이 여러 필추들에게 알리니, 여러 필추들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저 필추는 범한 것이 없다. 그러나 필추들이 길 다닐 때 만약 물어서 알지 못하는 것이라면 다른 사람을 위해 물건을 날라서는 안 된다. 만약 다른 사람을 위해서 가져갈 때는 반드시 낱낱이 ‘이 중에 세금을 물어야 할 물건으로 내야 할 것은 없는가?’라고 물어야 한다. 이같이 물으면 잘한 일이고, 만약 묻지 아니하였으면 월법죄를 얻는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세금을 물어야 할 물건을 가지고 세관을 통과하지 말아야 한다. 만약 가지고 지나가면 월법죄를 얻는다.”
때에 60명의 필추가 대중 가운데 유행하다가 한 마을에 이르렀다. 그 마을에는 한 장자가 있었는데, 크게 부유하여 재물이 많아서 모든 것을 수용하고 깊은 공경과 신앙을 가지고 있어 여러 필추들을 보면 청해서 집에서 밥을 먹게 했다. 밥을 먹고 나서 사람마다 각각 한 쌍의 흰 모직 옷감을 주었다. 필추가 말하였다.

“장자여, 부처님께서는 저희들에게 세금을 물어야 할 물건을 가지고 세관을 통과하는 것을 막으셨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우리들이 지금 이 물건을 가질 수 있겠습니까?”
그러자 장자는 말이 없더니 다시 주지 아니했다.
그때에 여러 필추들이 주원(呪願)3)을 마치고 나서 길을 따라 가다가 실라벌에 이르니, 여러 필추들이 말하였다.
“잘 오셨소, 구수여. 여행은 즐거웠습니까?”
대답하였다.
“여행은 즐거웠습니다. 더군다나 시주가 있어서 우리들을 청해 집에 가서 밥을 먹게 했습니다. 밥을 먹고 난 뒤에 사람마다 각각 한 쌍의 흰 모직 옷감을 주고자 했으나 우리들은 받지 아니했습니다. 부처님께서 제정하신 계율에 ‘필추들은 세금을 물어야 할 물건을 가지고 세관을 통과해서는 안 된다’는 것 때문이었습니다. 그로 인해 이익을 잃었습니다.”
여러 필추들이 듣고 나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받아야 하고, 받은 뒤에는 물감을 들여야 한다.”
때에 필추가 물건을 얻어서 물감을 들이고자 해서 염즙(染汁)과 나무[柴]와 항아리[盆]와 가마솥을 구하느라고 지연되어서 상인의 무리를 놓치고 호랑이 등의 습격을 받아 상해를 입자, 여러 필추들이 이러한 사연을 가지고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물에 씻고 비틀어 찢어서 마음대로 가지고 가라.”
세관에 이르렀는데 면세가 되지 아니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물로 씻거나 혹은 쇠똥을 발라서 빛깔을 없애라.”
그래도 세금을 면제받지 못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리고 실오리[縷]를 잘라버려라. 만약 어려운 사연이 있으면 내 말대로 하고, 어려움이 없을 때는 곧 응용하지 말아라. 만약 상용하면 월법죄를 얻는다.”
부처님께서 실라벌성의 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어떤 필추가 왕사성에서 여름 석 달의 안거를 마쳤지만 아직 옷을 분배 받지 못했다. 실라벌성에 가서 세존의 발에 예배하고자 하니, 여러 필추들이 말하였다.
“무엇 때문에 황급하게 옷의 분배를 기다리는가. 좋은 곳으로 유행하려 하는가.”
그래도 필추는 마음에 머무르고 싶지 않았다. 한 필추가 곧 한 장의 모직 옷감을 가져다주어서 가게 했다. 저 필추가 모직 옷감을 받고 나서 곧 생각하기를, ‘내가 만일 색깔을 없애려 한다면
같이 범행하던 자와 고별할 여가가 없다. 아는 필추를 시켜서 색을 없애도록 해야겠다’고 하고는, 곧 이 모직 옷감을 가지고 아는 필추에게 주어서 염색하게 하면서 말하였다.
“나를 위해 염색을 해서 내 옷짐 속에 넣어 주시오. 나는 잠시 방을 돌면서 필추들과 작별을 해야겠습니다.”
때에 저 아는 필추는 게으른 생각에 능히 염색하지 아니하고 오히려 원래 색깔대로 옷짐 속에 넣어 두었다. 때에 저 필추는 옷을 가지고 가다가 세관이 있는 곳에 이르자, 저 세관이 필추에게 물었다.
“성자여, 다소라도 세금 낼 물건이 있습니까?”
필추가 대답하였다.
“어진이여, 나에게는 세금 낼 물건이 없습니다.”
세관이 말하였다.
“다만 가져와 보시오. 살펴보겠습니다.”
저 필추가 곧 옷짐을 풀고 열어 보이니, 하나의 큰 모직 옷감이 나왔다. 물었다.
“성자여, 그대는 법률을 잘 설하는 무리에 믿음을 가지고 출가했는데, 어찌 한 장의 모직 옷감을 용납하고자 일부러 망어를 하십니까?”
대답하였다.
“어진이여, 나는 참으로 몰랐습니다. 이것은 내가 길을 떠나려고 할 때 다른 사람이 나에게 준 모직 옷감으로, 나는 이 모직 옷감을 가지고 아는 사람을 시켜서 내가 다른 사람과 작별하고자 대신에 색을 파괴하고 옷짐 속에 넣어 줄 것을 부탁했는데, 저 사람의 마음이 게을러서 색을 파괴하지 아니하고 짐 속에 넣어둔 것입니다.”
세관인이 말하였다.
“그는 그대가 아는 사람이지 내가 아는 사람이 아닙니다. 이러한 사연 때문에 나는 물품을 얻게 되었으니, 세금만 내고 마음대로 앞으로 가시오.”
때에 저 필추가 세금을 내고 갔으나 마음에 회한을 가지면서 길을 따라갔다. 실라벌성의 필추가 머무르는 곳에 이르자, 여러 필추들이 보고 말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구수여. 여행은 즐거웠습니까?”
대답하였다.
“어찌 즐겁겠습니까?”
여러 필추들이 말하였다.
“어찌 즐겁지 아니했습니까?”
앞에 있었던 사연을 모두 여러 필추들에게 알리니, 여러 필추들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필추는 범한 것이 없다. 그러나 이 필추도 저 필추에게 마땅히 물어서 확인한 뒤에
가져갔어야 한다. 저 필추에게 ‘내가 준 것을 염색했는가?’라고 물어보아야 했으며, 만약 묻지 아니하고 가져간다면 월법죄가 된다.”
부처님께서 실라벌성의 급고독원에 계실 때에 육중(六衆) 필추인 난타(難陀)가 오바난타(鄔波難陀)에게 가서 이와 같은 말을 했다.
“저 모든 흑색 발우[黑鉢]를 쓰는 무리들은 모두 원숭이 기름을 가지고 그 발에 바르는데, 갈 때는 많은 이양을 얻고, 돌아올 때도 또한 나그네 필추의 이익[客利]을 받아도 많은 사람들은 사랑스러운 생각을 가지고 모두 다 공경하면서 중하게 여깁니다. 우리들의 일이란 우물 안의 개구리와 같아서 일찍이 출입도 못하니, 무엇으로 능히 이양을 얻을 수 있으며, 많은 사람들에게 함께 흠앙(欽仰)함을 얻을 수 있겠습니까? 나는 지금 마땅히 가서 여러 필추와 함께할 것입니다.”
오바난타가 물었다.
“어디로 가고자 하는가?”
난타가 답하였다.
“나는 지금 우선 가서 상인들을 찾아볼 것입니다.”
그리고는 드디어 북방으로 가려고 하는 상인들을 만나서 물었다.
“그대들은 어느 곳으로 가고자 합니까?”
대답하였다.
“우리들은 북쪽으로 가고자 합니다.”
난타가 말하였다.
“나도 같이 가고자 합니다.”
상인이 말하였다.
“북방의 거처는 그 땅이 울퉁불퉁하고 사나운 개가 많으며 사람들의 성질도 거치니, 그대들은 거기에서 애락하지 못할 것입니다.”
난타가 말하였다.
“토지는 비록 사납다고 하더라도 마음으로 즐거이 그곳을 보겠소.”
그러자 상인이 말하였다.
“만약 즐거이 가겠다면 함께 동행할 수 있습니다.”
난타와 오바난타가 드디어 상인들과 함께 북방에 이르렀다. 처음 이르렀을 때부터 마음이 바로 즐겁지 아니했다. 드디어 맑은 새벽이 되어서 상점에 나가니, 때에 저 상인들이 모두 와서 발에 예배하였다. 그리고 물었다.
“성자여, 북방에는 무엇 때문에 애락이 생기지 아니합니까?”
대답하였다.
“그대들이여, 내가 처음 왔을 때 마음이 즐겁지 아니하였소.”
상인이 말하였다.
“어찌 오기 전에 이러한 일, ‘북방의 거처는 그 땅이 울퉁불퉁하고 사나운 개가 많으며 사람의 성품이 거치니, 그대들은 그곳에서
애락할 수 없을 것입니다’라고 알려드리지 아니했습니까? 성자는 지금 벌써 즐겁지 아니해서 본국으로 돌아가고자 합니까?”
상인에게 대답하였다.
“우리는 지금 돌아가고자 합니다.”
상인이 말하였다.
“우리는 근래에 여기 와서 교역을 하지 못했으니 곧 돌아갈 수가 없습니다. 다른 아는 사람들이 있어 교역을 이미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가고자 하니, 그대들은 따라갈 수 있습니다. 우리가 지금 그대들을 데리고 가서 아는 사람들에게 부탁드리리다.”
난타가 말하였다.
“좋습니다.”
곧 상인들에 끼여서 길을 따라갔다. 육중 필추들은 속으로 풍진(風塵)을 두려워하며, 혹 앞서기도 하고 혹 뒤서기도 하였다. 상인들은 앞에서 가다가 따로 본국에서 오는 상인을 만나면 서로 위문하고 물었다.
“그대는 어디서 오는가?”
대답하였다.
“우리는 본국에서 온다.”
또 물었다.
“본국에서 교역해서 이익을 얼마나 남겼는가? 세관에서 시달리지는 않았는가?”
대답하였다.
“본국에서 교역으로 비록 이익은 많이 얻었으나 세관에서 세금 내는 것이 너무 많아서 벌어도 도둑맞은 일과 같다. 실지로 말해 보고해도 끝내 들어주지 아니하여 가지고 있던 재화와 물건을 다 빼앗아 가버렸다네.”
때에 북방 상인이 이 말을 듣고 나서 각각 근심과 번뇌를 품게 되어 손으로 턱을 받치고 길가에서 근심에 잠겨 신음하고 있었다. 이때 육중이 얼마 뒤에 찾아와서 상인들에게 물었다.
“제군들은 무엇 때문에 손으로 턱을 받치고 근심을 하고 있습니까?”
상인들이 말하였다.
“성자여, 저희들은 항상 추위와 더위와 굶주림과 목마름으로 고통을 겪고, 모기와 등에와 바람과 비와 독사에게 해를 입으면서 부지런히 일하고 모질게 고생하여 잠시도 쉴 여가 없이 재물을 구하고 안락을 수용하고자 이로 말미암아 저희들이 멀리 본국까지 가려고 하는데, 지금 상인들이 전하는 소식을 들으니, 본국에서 무역으로 얻은 이익이 비록 많았으나 관세처에서 다 빼앗겨 도둑맞은 일과 같이 가지고 있던 재물을 다 약탈당했다고 합니다. 우리들이 이러한 말을 듣고도 어찌 근심하지 않겠습니까?”
육중이 말하였다.
“그대들은 우리와 잘 알고 지내는 사람들인데 무엇을 근심합니까?”
상인들이 말하였다.
“성자여, 능히
우리를 위해 어찌 왕에게 아뢰어 억울하게 세금을 받는 일을 알리지 않겠습니까?”
육중이 말하였다.
“나 또한 그대들을 위해 왕에게 알릴 수는 없지만, 그러나 실라벌성에는 왕이 제정한 ‘그것을 알지 못하는 자는 그로부터 세금을 수색하지 말라’고 하는 명령이 있습니다. 열여덟 개의 대문과 서른여섯 개의 작은 문이 있는데, 저 작은 문으로 우리들과 함께 들어가면 됩니다.”
상인들이 듣고 나서 기뻐하면서 갔다. 성에서 멀리 떨어지지 아니한 곳에 한 마을이 있었는데, 그들은 그곳에서 머물렀다. 육중이 말하였다.
“사람들은 우선 마땅히 낙타와 말에게 휴식을 취하게 하고, 날이 저물 때를 기다려서 성에 들어갑시다.”
이때에 실라벌에서 세금을 걷는 여러 사람들은 북방의 상민들이 성문이 있는 곳에 이르고자 한다는 말을 듣고 야차[若叉]에 제사하고 문을 지키고 있었다.
육중이 말하였다.
“지금 이미 날이 저물었으니 작은 문에 모여서 함께 성안으로 들어갑시다.”
이때 상인들이 다투어 가면서 짐 실은 말을 몰아 함께 성안으로 들어갔다. 이미 날이 밝자 상점에 북방의 재화와 물건을 벌여 놓았다.
때에 한 사람이 앞의 무리를 따라가지 못하고 뒤에 쳐졌다가 큰 문으로 들어갔다. 세관이 보고 나서 물었다.
“너는 어디서 오는가?”
대답하였다.
“나는 저 마을에서 옵니다.”
물었다.
“내가 들으니 북방의 상인들이 저곳에 머물러 있다고 하던데 사실인가, 거짓인가?”
대답하였다.
“저들은 곧 나와 동반한 장사치들입니다. 나 홀로 뒤에 처졌고, 저들은 이미 성으로 들어갔습니다.”
세관이 듣고 나서 마음에 분노가 생겨 이와 같이 말을 하였다.
“내가 성문에 서서 기다리고 있었으나 일찍이 지나가는 것을 보지 못했는데 어디로 들어갔단 말이냐?”
저 사람이 말하였다.
“만일 믿지 못하겠으면 나와 함께 같이 가서 상점[廛肆]에 이르러 눈으로 진실인지 거짓인지 알아봅시다.”
이때 세관인이 곧 그 사람과 함께 상가에 이르러 모든 상인들이 북방의 재화와 물건을 풀어 나열해 놓고 교역하는 것을 보았다.
세관인이 보고 나서 물었다.
“누가 너희들을 데리고 이 성안으로 들어왔느냐?”

“내 발로 왔습니다.”
“나도 그대들이 발로 걸어서 들어온 것을 안다. 내가 지금 묻는 것은 ‘누가 그대들을 거느리고 어떤 문으로 들어왔느냐는 것이다.”
“우리들은 사사로운 문을 따라 들어왔습니다.”
“나는 지금 그대와 더불어 의리가 친구 같으니 진실을 말해야 한다. 누가 인도했는가?”
“성자인 육중입니다.”
세관이 듣고 나서 곧 헐뜯고 싫어함이 생겨 꾸짖었다.
“이 석가의 제자들은 매우 악한 도둑이지 참다운 사문이 아니다. 이것이 남의 재물임을 알고도 방편으로 도둑질을 했구나.”
여러 필추들이 듣고 나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필추는 다른 사람들에게 사사로운 길을 가르쳐 주어서 세금을 받지 못하게 해서는 안 된다. 만약 다른 사람들에게 가르쳐 주면 월법죄가 된다.”
이때 세관인이 곧 이런 생각을 했다.
‘이 육중은 모두 호탕하고 의협심이 있는 사문이니, 함께 친지(親知)를 맺어서 그들의 마음을 기쁘게 해야 한다.’
오바난타는 첫 새벽에 옷과 발우를 가지고 성에 들어가서 걸식하고 있었다. 이때 세관인이 보고 앞에 나가서 이와 같은 말을 했다.
“내 성자께 반제(畔睇)4)합니다.”
오바난타가 대답하였다.
“어진이여, 원하건대 그대는 무병장수하시오.”
세관인이 물었다.
“발우 속에 먹을 것이 있습니까? 내 잠시 보고자 합니다.”
“어진이여, 그대는 내 발우 속에서도 세금을 내야 할 물건을 찾고자 하십니까?”
“성자여, 저는 맹세코 그러한 마음이 없습니다. 만약 맛 좋은 음식이 있으면 조금만 은혜를 베풀어 주십시오. 제가 먹고자 합니다.”
“어찌 개울물을 보고 거슬러 흘러가게 하겠습니까? 그대가 마땅히 나에게 주어야지 내가 그대에게 주는 것이 아닙니다.”
“성자여, 저는 우스개를 했을 뿐입니다. 바라건대 저의 집에 들려주십시오.”
그리하여 오바난타는 곧 그 집에 갔다. 그는 훌륭하고 귀한 음식을 발우에 가득 담아 주면서 이마를 조아려 두 발에 절하고 이와 같이 말하였다.
“성자여, 나는 대덕을 급시(級侍)하는 사람이니, 일이 있거든 알려 주십시오. 제가 모두 봉행하겠습니다.”
“어진이여, 바라건대 무병장수하시오.”
그리고는 가버렸다.

이때 육중 필추는 주처에 있으면서 평상시에는 문 앞에 많이 있었다. 의도는 오고 가는 사문과 바라문을 위해서 법요를 잘 설하고 논의하려는 사람이 있으면 그 뜻을 꺾고 항복시켜서 우리들 육중의 이름이 널리 드날려 이양도 크고 넓어지길 원했기 때문이다.
때에 오바난타가 거처하는 방은 길에서 가까웠다. 높은 누각 위에서 초저녁에서 새벽녘까지 항상 깨어 있었다.
때에 세금을 도둑질하는 사람들이 절에서 멀지 않는 곳에서 밤을 보냈다. 때에 오바난타는 소리와 모양을 분명하게 알고 있었는데, 전에 듣던 상려들의 지나는 소리와는 전혀 같지 아니했다. 그래서 멀리서 물었다.
“지나가는 사람은 누구냐?”
그 사람들은 묵묵히 대답이 없었다. 드디어 재빨리 높은 누각에서 내려와 행인이 있는 곳에 가서 물었다.
“그대들은 누구길래 밤에 이곳을 지나가는가?”
대답하였다.
“성자여, 우리들은 세금을 안 내려는 상인들입니다.”
오바난타가 말하였다.
“어리석은 이들이여, 승광대왕께서는 항상 이 절에서 승가를 공양하여 항상 충족하게 한다. 상좌이신 교진여(憍陳如)는 친히 스스로 왕을 위하여 기원하기를, ‘원하옵건대 대왕께서 가지고 계신 생활에 필요한 용품과 진기한 보물을 없는 자에게는 있게 하시고, 이미 가진 자에게는 항상 증광시켜 주소서’라고 하신다. 너희들에게 재화와 물건이 있으면 큰길로 성에 들어가는 것이 합당한데, 지금 밤길을 걸어서 세금을 내지 아니하려고 하니, 내 지금 어찌 버려두고 말하지 아니하겠느냐. 내 마땅히 너희들에게 이익이 없도록 하겠다.”
때에 저 상인들이 두려워하면서 말하였다.
“성자여, 그대는 큰 자비를 가지셨으니, 바라건대 용서해 주십시오. 저희들은 감히 성자의 은혜를 잊지 아니하겠습니다.”
말하였다.
“너희들은 어떻게 하겠다는 것이냐?”
대답하였다.
“조금씩 먹을 것을 가져다가 바치겠습니다.”
말하였다.
“너희들이 만약 주려 한다면 너희들 마음대로 가거라.”
저들의 행렬이 점차 멀어지자 서로 상의하였다.
“승관대왕이 가져야 할 세금도 우리들은 아직 주지 아니했는데 하물며
이 머리털 없는 대머리에게 우리들이 음식 값을 줄 수 있겠는가?”
그리고는 곧 밤에 실라벌성으로 들어가서 아침에 장터로 나가서 재화를 교역해서 가 버렸다.
때에 오바난타는 재빠르게 밥을 먹고 나서 문 앞에서 발우를 씻고서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바라보았다. 때에 소년 필추가 오바난타가 사방을 돌아보고 있는 것을 보고 물었다.
“상좌시여, 무엇 때문에 사방을 두리번거리며 찾고 있습니까?”
대답하였다.
“구수여, 내가 잘 아는 상인이 여러 가지 재화와 물건을 가지고 실라벌성에 들어갔기 때문에 내가 지금 그곳을 바라보고 있소.”
소년 필추가 대답하였다.
“상좌께서 식사하실 때 저들은 이미 지나갔습니다.”
때에 오바난타는 마음에 분노가 생겨 이와 같은 생각을 했다.
‘내가 또한 저 무지한 사람들에게 속았구나. 주먹으로 칼을 막고 바늘로 돌을 찌르는 격이다. 내가 저들에게 해야 할 바를 마땅히 스스로 안다.”
때에 저 상인들은 오래지 않아 돌아왔다. 그러므로 전과 같이 잡아놓고 말하였다.
“나 또한 너희들에게 속임을 당했다.”
아뢰었다.
“성자여, 우리는 일전에 조금 급한 일이 있어서 예절을 차릴 겨를이 없어서 그랬으니, 바라건대 거듭 용서해 주십시오. 앞서와 뒤의 은혜를 모두 다 사례하겠습니다.”
말하였다.
“어진이여, 만약 진실로 주겠다면 그대들 뜻대로 가거라.”
출발해서 점차 멀어지자 앞서와 같이 상의하였다.
“승광대왕에게도 우리가 세금을 주지 아니했는데, 어찌 머리 벗겨진 사문에게 줄 수 있겠는가?”
오바난타도 이와 같은 생각을 했다.
‘먼저 이미 나에게 허락은 하고서도 은혜를 갚지 아니했으니, 다시 이제 또 속일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생각을 하고 나서 일찍 일어나 발우를 가지고 시전(市廛)에 나갔다. 그 상인들이 재화를 교역하는 것을 보고 그가 얼굴을 보이자 상인이 말하였다.
“성자여, 물건이 아직 손에서 나가지 아니해서 그러하니, 교역을 마칠 때까지 기다려 주십시오. 감히 명령을 어기지 아니할 것이니, 원컨대 용납하여 주십시오.”
상인들이 교역을 마치고 재화를 가지고 갈 때 절문 앞을 지나가지 아니했다.
오바난타는 빨리 머물던 곳으로 돌아와서 밥을 먹고
발우를 씻었다.……(이하 자세한 내용은 앞에서와 같으므로 생략함)……상인은 이미 가 버렸다. 오바난타가 이 말을 듣고 나서 분함과 한(恨)이 점차 증가되어 팔을 걷어붙이고 성내어 말하였다.
“무식한 소인 놈들이 또 나를 조롱하였구나. 만약 다시 보게 되면 내가 잡아서 묶을 것이다. 그래서 그가 죽을 때까지 장사꾼이 되지 못하게 할 것이다.”
때가 지난 지 오래되지 아니해서 다시 상인들이 왔다. 오바난타가 전과 같이 잡아놓고 말하였다.
“너희들은 여러 번 나를 속였구나. 지금 내가 하려는 것을 너희들에게 알리겠다.”
그러자 그들이 아뢰었다.
“대덕이시여, 바라건대 용서하십시오. 우리들 상인들이 일이 너무 요란해서 또 기회를 잃었습니다만 다시 감히 그렇게 하지 않겠습니다. 앞에 입은 두 번의 은혜를 아울러서 이번에 갚아드리겠습니다. 재화를 교역해서 마칠 때까지 기다려 주시면 한꺼번에 모두 보내드리겠습니다.”
오바난타가 드디어, ‘내가 만일 심한 말을 하면 저들도 곧 알아차리리라’는 생각을 하고 나서 말하였다.
“어진이들이여, 참말로 주겠는가?”
대답하였다.
“틀림없이 드리겠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너희들은 잠시 기다려라. 내가 먼저 너희들을 위해 길을 살펴보아서 너희들은 죄책을 초래하지 아니하고 나는 악명을 얻지 않게 할 것이다. 절에서 멀지 아니한 곳에서 상인들이 도둑을 만났느니라.”
여러 상인들은 그 말에 따라 머물렀다. 오바난타는 빨리 달려서 그 세관이 있는 곳으로 가서 몰래 그들이 하는 말을 엿들었다. 그때 세관인은 정신을 바짝 차리고 앉아서 서로 상의하였다.
“우리들이 어찌 근심이 없겠는가. 많은 장사꾼들이 자주 탈세를 하고 작은 문으로 들어가서 그 이익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아니하니, 회계할 때가 되면 왕의 성질이 폭렬(暴烈)해서 반드시 용서하지 아니할 것이다. 우리들의 처자와 다른 친속들까지 옥사(獄死)하게 될 것이다.”
때에 오바난타가 그들이 있는 곳에 가서 말하였다.
“그대들은 무엇을 근심하는가?”
대답하였다.
“성자여, 저희들이 어찌 근심이 없겠습니까? 많은 상인들이 자주 탈세를 하고 작은 문으로 들어가서 이익에 대한 세금을 내지 아니하니, 회계할 때가 되면
時왕의 성질이 폭렬해서 변명을 해도 용서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리고는 앞에서와 같이 자세히 진술하였다.
오바난타가 말하였다.
“어리석은 사람들아, 누가 너희에게 세금을 걷는 관리가 되라고 시켰느냐. 다만 많은 나무 지팡이를 주어 항상 흙짐이나 지게 하고 혹은 땔나무나 지고 다니게 하는 것이 합당한데, 어찌 세금을 내지 않는 자들에게서 능히 재물을 빼앗는 일을 할 수 있겠느냐 말이다.”
그들이 곧 아뢰었다.
“성자여, 실라벌성에는 왕이 예부터 명령하여 ‘아는 것은 세금을 받고 모르는 것은 세금을 받지 않는다’고 하여 매우 무거운 세금이 없으니, 어찌 다 뺏겠습니까?”
오바난타가 말하였다.
“그대 무지한 사람들아, 실라벌성에는 매우 무거운 세금이 있다. 방법을 알려줄 테니 세금을 받아라.”
그들이 곧 말하였다.
“우리들이 오랫동안 세관이 되어 항상 세금을 받았지만 다만 들어서 알고 세금을 받을 뿐 매우 무거운 세금이 있다는 말을 듣지 못했습니다. 우리들이 지금 어떻게 해야 매우 무거운 세금을 만듭니까?”
오바난타가 말하였다.
“너희들은 잠시 여기 있거라. 내가 또한 돌아가서 세금 도둑을 놓아줄 것이니, 너희들은 잡아서 모든 재물을 빼앗아라. 상인들이 만약 ‘실라벌성에는 아는 것만 세금을 내기 때문에 매우 무거운 세금은 없다’고 하거든, 너희들은 말하기를 ‘매우 무거운 세금이 있다. 알게 되면 바로 받는다’고 하여라. 만약 ‘오랫동안 상객(商客)이 되었지만 일찍이 매우 무거운 세금이 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지금 매우 무거운 세금이 생겼다면 그대들과 함께 시장에 가서 평단처(平斷處)5)에 가 보자고 할 것이다. 만약 이와 같은 말을 하거든 반드시 그들의 말에 따르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왕궁으로 가자’고 하라. 만약 왕이 ‘내가 오랫동안 왕이 되었으나 실라벌성에 매우 무거운 세금이 있다는 말을 듣지 못했다. 무엇 때문에 지금 매우 무거운 세금이 생겼다고 하는가?’라고 이와 같이 말하거든, 왕에게 아뢰기를 ‘옛 대왕 범마달다(梵摩達多)께서 모두 상인과 취락인을 위하여 함께 지켜야 하는 명령을 만들었는데, 만약 아무개 동산이나 아무개 하늘에 제사하는 곳[某天祠處]이나 혹은 여러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서 성으로 들어오는 사람에게는 아는 것은 세금을 받고 모르는 것은 세금을 받지 말라.
만약 이 동산이나 하늘에 제사하는 곳이나 여러 사람들이 모이는 곳을 따르지 않고 성에 들어오는 사람은 매우 무거운 세금으로 그 재물과 보화를 모두 몰수하는 것이 합당하다’고 하라. 만약 ‘이렇게 제정한 명령이 지금 어디에 있느냐?’고 말하거든, 왕에게 대답하기를 ‘아무개 창고 안에 있는 아무개 상자 속의 붉은 동섭(銅鍱) 위에 분명하게 기록되어 있으니, 왕께서는 마땅히 사람을 보내서 가져다가 친히 점검해 보십시오’라고 하라.”
이때 세관은 오바난타의 말에 의거해서 곧 저 상인들이 가지고 있는 재화를 다 빼앗아 버렸다. 상인들이 말하였다.
“그대들은 무엇 때문에 우리 재물을 강탈하는가. 실라벌성에는 아는 것만 세금을 받고 매우 무거운 세금은 없다. 분수에 의거해서 받고 난 뒤 우리에게 돌려주는 것이 마땅하다.”
세관이 말하였다.
“실라벌성에 길을 피해 다니는 상인에게는 매우 무거운 세금이 해당된다. 우리는 너희들을 놓아줄 수가 없다.”
상인들이 말하였다.
“우리들이 오랫동안 장사를 해 왔지만 다만 이 성에는 아는 것은 세금을 받고 매우 무거운 세금은 없다고 들었다. 어찌해서 오늘에 매우 무거운 세금이 생겼는가. 지금 같이 평단처(平斷處)에 가 보자.”
세관인이 말하였다.
“우리들이 항상 평단처에는 갈 수가 없다. 너희들을 데리고 왕이 계신 곳으로 바로 갈 것이다.”
때에 모든 상인들이 큰 소리로 크게 외치면서 평단처로 가서 여러 사람들에게 알렸다.
“제군들은 아는가. 우리가 가지고 있는 재물과 보화를 모두 빼앗아 갔으니, 원하건대 구제함을 보여 달라.”
때에 평단하는 사람들이 함께 왕이 있는 곳으로 가서 왕에게 아뢰었다.
“지금 객상들이 성안에 와 있는데 가지고 있던 재물을 모두 세관에게 수탈(收奪) 당했다고 합니다. 바라옵건대 왕께서는 법에 따라 구제해 주십시오.”
이때 대왕이 가까운 신하에게 명하여 세관을 불러오라고 하였다.
세관들이 명령을 받고 도착하니, 왕이 말하였다.
“너희들은 무슨 뜻으로 저 상인들에게서 재물을 다 빼앗았느냐?”
모두 왕에게 아뢰었다.
“이들 모든 사람들은 세금을 도둑질한 자들입니다. 실라벌성에는 매우 무거운 벌이 있습니다. 이러한 까닭으로 저희들 세관인들은
그들의 재물을 다 빼앗았습니다.”
왕이 말하였다.
“내 오랫동안 왕이 되었으나 이 성에 매우 무거운 벌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무슨 뜻으로 지금 와서 매우 무거운 벌이 있다고 하느냐? 마땅히 실상에 의해서 세금을 받고 상인들을 놓아주어라.”
세관인이 아뢰었다.
“옛 대왕이신 범마달다께서 상인과 취락인과 함께 여러 법령을 만들었습니다.”
그리고는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이 갖추어서 말하였다. 왕이 세관인에게 말하였다.
“만일 이것이 내 아버지가 만드신 교령이라면 이것은 제석(帝釋)의 교령이요, 이것은 범왕(梵王)의 교령이요, 정량(定量)이 된다.”
그리고는 곧 창고를 맡은 사람에게 말하였다.
“동섭(銅鍱)을 가져오너라.”
교령을 받들고 가져와서 왕에게 읽어 주니, 왕이 아버지의 교령을 듣고 슬픔을 이기지 못하여 울면서 말하였다.
“만일 내 선왕께서 만드신 교령이라면 이것은 제석의 교령이고, 이것은 범왕의 교령이다. 재물과 보화를 다 뺏은 것은 잘한 일이다.”
때에 모든 상인들이 곧 절망하여 울면서 곧 세관인에게 물었다.
“누가 그대들을 인도하여 우리에게 왔는가?”
세관인이 일러 주었다.
“사람이 보고 말해 준 것이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듣고 알고 있었다. 나는 예부터 그 법이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 것이 아니라 불쌍히 여기는 마음 때문에 다 빼앗지 아니했는데 너희가 지금 분수에 지나쳤기 때문에 우리들이 능히 참을 수가 없었다.”
상인이 물었다.
“그대들은 어디서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생기는가. 지금 우리는 그대들과 더불어 잘 아는 벗과 같은데 누가 보고 그대들에게 먼저 알려 주었는가.”
그들이 괴로워하는 말을 듣고 곧 알려 주었다.
“성자 육중이 일러 준 것이다.”
때에 상인들이 다 함께 모든 악언을 다해서 꾸짖었다.
“이 석가의 제자는 매우 악한 도둑이지 참 사문은 아니다. 이와 같이 다른 사람을 시켜서 우리 재물을 빼앗게 했구나.”
여러 필추들이 듣고 나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필추는 다른 사람을 시켜서 상인의 재물을 빼앗게 해서는 안 된다. 만약 뺏도록 시키는 자는 월법죄가 된다.”
게송으로 거두어 말하였다.


발이 없는 것과 두 발인 것과
네 발인 것과 아울러 발이 많은 것이 있는데
만일 이와 같은 종류를 도둑질한다면
무겁고 가벼움에 준함을 알아야 한다.

‘발이 없는 것이’라는 것은 뱀과 거머리와 드렁허리[鱓:민물고기 이름]를 말한다. 이 세 종류는 바로 뱀을 희롱하는 사람[弄蛇人]이나 왕가의 의원이나 산과 들의 사람들이 모으는 것이다. 무엇을 뱀을 희롱하는 사람이라 하는가 하면, 그 뱀을 가지고 희롱하는 것으로써 생활하는 사람을 말한다. 무엇을 왕가의 의원이라 하는가 하면, 여러 의원으로서 거머리를 가지고 병을 치료하면서 생활하는 사람을 말한다. 무엇을 산과 들의 사람이라 하는가 하면, 산 중에서 사는 사람으로 발 없는 벌레를 잡아서 약을 먹여 토하게 하여 항아리 속에서 찌거나 태운 뒤에 술과 함께 마시게 하는 사람을 말한다.
만약 필추가 이러한 벌레를 도둑질한다면 그 값에 준하여 5마쇄가 되면 근본죄가 되고, 되지 아니하면 방편죄가 된다.
‘두 발인 것’이라는 것은 사람과 새를 말한다. 만약 사람을 도둑질했을 때에는 세 가지 방편이 있다. 기약한 곳[期處]과 정시(定時)와 현상(現相)이다. 무엇을 기약한 곳이라 하는가 하면, 저 사람에게 이르기를 “네가 만약 나를 보려거든 나는 아무개 동산에 있든지, 혹은 여러 사람들이 모이는 곳, 혹은 천사(天祠)에 있을 것이다”고 해서 그때에 일이 성취됨을 알게 하는 이것을 기약한 곳이라 한다.
무엇을 정시(定時)라 하는가 하면, “네가 만약 새벽이나 혹은 오시(午時), 혹은 저무는 시간에 멀리서 나를 보면 일의 성취를 알 수 있다” 하는 이것을 정시라고 한다.
무엇을 현상(現相)이라고 하는가 하면, “네가, 만일 내가 새로 수염과 머리를 깎고 붉은 옷을 입으며 발우를 가지고 석장을 짚었으며, 소유(蘇油)와 사탕[沙糖]과 석밀(石蜜)을 가득 담고 있는 이 모양을 보면 때에 일의 성취되었음을 알 것이다” 하는 이것을 현상이라고 한다. 이와 같이 도둑질했을 때는 마땅히 그 값에 준하여 죄를 얻는 것은 앞에서 설한 것과 같다.
또한 새를 도둑질하는 때에도 두 가지 방편이 있다. 땅에서 잡아 올리는 것과 공중에서 떨어뜨리는 것을 말한다.
무엇을 잡아 올린다[擎擧]고 하는가 하면, 새가 땅 위에 있을 때 잡아서 도둑질해 가는 것을 말하는데, 5마쇄가 되고 안 되는 것에 관한 것은 위에서 설한 것과 같다.
무엇을 공중에서 떨어뜨린다[空墮]고 하는가 하면, 새를 잡는 사람이
불을 질러 못을 태워서 새를 잡고자 하면 새가 연기와 불에 핍박을 받아 때로 필추가 경행하는 곳이나 혹은 문이나 혹은 집 앞에 떨어졌을 때 필추가 도둑질할 마음으로 가지는 것을 말하는데, 때에 5마쇄가 되고 안 되는 것에 관한 것은 앞에서 설한 것과 같다.
무엇을 ‘네 발인 것’이라고 하는가 하면, 코끼리와 말과 낙타와 나귀와 소와 양과 사슴과 노루와 멧돼지와 토끼 같은 것을 말한다. 만일 도둑질하고자 한다면 이때 두 가지의 방편이 있다. 무리를 따라 사는 곳[徒群處]과 혹은 매어 둔 곳[繫處]을 말한다. 필추가 코끼리 떼 속에 들어가서 코끼리를 도둑질해 갈 때 눈으로 볼 수 있는 곳까지 가게 되면 솔토라저야가 되고, 보지 못하는 곳으로 가게 되면 근본죄가 된다.
무엇을 매어 둔 곳이라 하는가 하면, 만약 코끼리를 기둥이나 나무나 장책(牆柵) 안에 매어 두었는데, 필추가 풀어 놓으면 죄를 얻는 것은 앞에서 설한 코끼리를 도둑질한 것과 이미 그러하다. 그 밖에 말 같은 것을 필추가 도둑질했을 때도 앞에서 설명한 것과 같음을 알아야 한다.
무엇을 ‘발이 많은 것’이라고 하는가 하면, 이른바 굼벵이[蠐螬蝗蛾]ㆍ누리[蝗]ㆍ누에나방이[蛾]와 벌ㆍ개미ㆍ전갈 등이다. 이 가운데 필요한 것이 세 가지가 있다. 단사관(斷事官)과 성을 지키는 사람[守城者]과 바다의 장사꾼이다.
무엇을 단사관이라 하는가 하면, 단사인(斷事人)이 발이 많은 것들을 기르는데 벌과 전갈 같은 것을 말하며, 항아리 속에 넣어 두고 벌을 받은 사람이 신하로서 복종하지 아니함을 볼 때 손과 발을 그 항아리 속에 집어넣게 해서 그것이 쏘아서 아플 때 빨리 그 일을 실토시키거나 혹은 돈이나 재물을 많이 내 놓게 하는 것이다.
무엇을 성을 지키는 사람이라고 하는가 하면, 성을 맡은 사람으로 항아리 속에 벌을 많이 숨겨 놓고, 만약 원적이 와서 함께 싸우다가 물러가지 아니하면 성의 꼭대기에서 그 벌을 풀어 놓아서 적이 벌에 쏘여 사방으로 흩어져 달아나게 하는 사람이다.
무엇을 바다의 장사꾼이라고 하는가 하면, 사람이 바다에 들어가서 진귀한 보물을 구하기 위하여 항아리[坯瓦]에다 모든 벌을 많이 길러서 급난을 방비하는 사람을 말한다. 적이 와서 같이 싸워서 만약 이기면 잘된 일이지만, 만약 그렇지 못하게 되면 곧 벌 항아리를 가지고 멀리 적의 배에 던져서 다시 싸우지 못하고 사방으로 흩어져 가게 한다.

게송으로 거두어 말하였다.

전다라(旃荼羅)와 소다이(蘇陀夷),
옷을 가져다 몸에 대보았지만 도둑질할 생각이 없었네.
사모(師牟)는 바소다(婆蘇多)에게 말하지 아니하고
자기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작은 발우[小鉢]를 가졌네.

월호(月護)는 남이 옷을 뺏고자 함을 알았고
난승(難勝)은 가져서 추죄(麤罪)를 얻었네.
남국의 사투리가 서로 통하지 아니하니
남의 물건 주우면 마땅히 빨리 돌려주어야 하리.

부처님께서 실라벌성의 서다림 급고독원에 계셨다. 어떤 두 필추가 친구가 되었는데, 뜻이 맞아 서로 친해져서 한 곳에 머무르니, 한 사람의 이름은 전다라(旃荼羅)요, 또 한 사람의 이름은 소다이(蘇陀夷)였다. 그 전다라는 여러 사람들에게 알려진 사람으로 큰 복덕이 있어서 몸이 비록 작았지만 옷과 발우와 망락(網絡:발우 등을 담는 그물로 된 것)과 요조(腰條:허리를 두르는 대) 등이 많았고, 그 소다이는 아는 사람이 적었으며, 그 몸이 장대했는데도 다만 삼의만 있을 뿐이요, 또한 낡고 떨어져서 몸이 드러날 때가 많았다.
여러 필추들이 말하였다.
“구수여, 너는 지금 욕심이 적어 옷은 찢어지고 몸이 드러나니, 이양이 있는가, 이양이 없는가?”
대답하였다.
“이양이 없습니다.”
그가 곧 말하였다.
“왜 구걸하지 않는가?”
대답하였다.
“누가 저 불ㆍ법ㆍ승의 복전(福田)을 버리고 나에게 보시하겠습니까?”
그가 곧 말하였다.
“그 전다라 필추는 바로 그대의 친구이다. 아는 사람도 많고 긴 옷과 발우와 망락과 요조도 많은데, 무엇 때문에 구하지 아니하는가?”
대답하였다.
“그가 기꺼이 주려 하지 않습니다.”
다시 물었다.
“너는 그에게 가서 구걸했는가?”
“구걸하지 아니했습니다.”
“어찌 물소리만 듣고 곧 신을 벗으려고 하는가. 네가 구걸하면 그는 은혜를 베풀 것이다.”
소다이는 권유를 받고 나서 곧 전다라가 있는 곳으로 갔다. 그는 어디 가고 없었다. 소다이는 곧 이런 생각을 했다.
‘저 전다라는 그 몸이 작으니, 그의 승가지(僧伽胝)를 가져다가 내가 헤아려 보아야겠다. 만약 나의 몸 크기와 비슷하면 내 마땅히 구걸할 것이지만
만약 적당하지 아니하면 무엇 때문에 거슬리는 일을 하겠는가?’
그리고는 곧 그의 방에 들어가서 그의 옷을 살펴보았다. 횃대 위에는 승가지가 걸려 있었으므로 곧 가져다가 입고 길고 짧은 것을 보았다.
때에 전다라가 밖에서부터 갑자기 와서 보고 말하였다.
“너는 도둑질할 마음을 가지고 내 옷을 취하여 입었으니 바라시가를 얻는다.”
대답하였다.
“구수여, 나는 도둑질할 생각으로 이 옷을 가진 것이 아니고 다만 생각하기를 ‘전다라는 그 몸이 작으니, 저 승가지를 가지고 헤아려 보겠다. 만약 나와 몸 크기가 비슷하면 내가 구걸할 것이고, 만약 그렇지 아니하면 어찌 이러한 번뇌스런 방편을 쓰겠느냐?’라고 했을 뿐이다.”
그가 곧 말하였다.
“구수여, 억지로 숨기고 거짓 변명을 하지 마라. 네가 훔칠 마음을 가지고 내 옷을 취하여 입었으니 바라시가를 얻을 것이다.”
이 말을 듣고 나자 곧 후회하는 마음이 생겼다.
‘어찌 내가 중죄를 범한 것이 아니겠는가.’
그래서 여러 필추들에게 알리니, 여러 필추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필추야, 너는 어떤 마음으로 그랬느냐?”
그가 곧 사실대로 세존께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이 필추가 만약 헤아려 보려는 마음으로 했다면 범한 것이 없다. 그러나 모든 필추들은 벗이 아닌 사람에 대해서 함부로 벗이라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세 종류의 벗이 있는데 하와 중과 상을 말한다. 하의 벗에게는 하심(下心)의 위탁을 짓고, 만약 중의 벗이라면 중하의 마음의 위탁을 지으며, 만약 상의 친한 벗이라면 상ㆍ중ㆍ하의 마음의 위탁을 지어라. 만약 필추가 벗이 아닌데 벗이라는 마음을 지어서 서로 위탁하면 월법죄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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