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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2157 불교(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 35권 / 根本說一切有部毗奈耶)

by Kay/케이 2023. 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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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根本說一切有部毗奈耶) 35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 제35권


의정 한역


32) 시일식처과수학처(詩一食處過受學處)
그때 박가범께서는 실라벌성의 서다림에 있는 급고독원에 계셨다.
변방의 큰 마을 안에 한 장자가 있었다. 그는 신심이 대단히 두터워서 사방의 여러 사문ㆍ바라문 등을 위하여 절을 하나 짓고는 그곳에서 머무르는 자가 있으면 음식을 보시하였다.
그때 세존께서는 실라벌성에서 큰 신통변화를 나타내셨다. 여러 외도들은 모두 쫓겨나고, 인천(人天)은 모두 마음속으로 매우 기뻐하면서 세존을 존경하고 우러렀다. 그러나 외도의 무리들은 변방으로 달아났지만 맨몸의 외도[祼形外道] 60명이 이 마을에 이르렀다.
그들은 장자의 집에 가서 이렇게 말하였다.
“당신은 법의 공덕과 이익을 얻게 되리라. 당신은 법의 공덕과 이익을 얻게 되리라.”
장자가 물었다.
“당신들은 누구시기에 지금 이곳에 오셨습니까?”
“우리는 출가한 사람입니다.”
장자가 그들에게 말했다.
“잘 오셨습니다. 저는 사방의 사문ㆍ바라문 등을 위하여 이 절을 지어 놓았습니다. 여러분께서는 이곳에서 마음대로 머무르셔도 좋습니다. 필요한 음식은 제가 공급하여 올리겠습니다.”
여러 외도들은 그곳에 머물면서 장자가 공급해주는 것을 받았다. 그때 실라벌성에는 믿음이 깨끗한 거사가 있었다. 갖가지 값나가는 물건들을 갖고 이 마을에 이르렀다가 장자의 점포에 머물렀는데, 장자와의 정이 돈독해지자 면직물과 견직물을 주었다. 그때 장자는 몸소 맨몸의 외도에게 떡과 과일과 음식을 주었는데, 장자는 심부름꾼에게 명하여 거사에게 말하도록 하였다.
“당신은 잠시 오셔서 나와 함께 훌륭하고 뛰어난 복전(福田)에게 공양을 하도록 합시다.”
거사는 듣고 나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말이 대단히 은근하니 반드시 부처님의 제자일 것이다. 내가 이제 마땅히 가서 그 발에 예배드려야겠다.’
그가 가서 보니 부끄러운 줄 모르고 몸을 드러낸 외도들이었다. 그러나 면전에서 비난하고 헐뜯지는 못하고 아무 말 없이 머물러 있었다. 그 외도들은 먹기를 마치고 떠나갔다.
장자가 거사에게 말하였다.
“좋은 밭에 좋은 씨앗을 뿌리니 어찌 좋지 않겠습니까?”
“씨앗은 참으로 뛰어나게 좋습니다만 밭이 아주 나쁘군요. 소금기가 많고 메말라서 끝내 아무 것도 거둘 수가 없습니다. 알몸을 드러내고도 부끄러워하지 아니하고 항상 나쁜 견해만 품고 있습니다.”
장자가 말했다.
“이들 외에 훌륭한 밭이 있습니까?”
“있습니다. 말하자면 여래대사(如來大師)와 성문제자(聲聞弟子)들이십니다.”
장자가 말했다.
“그분들이 만약 오신다면 제가 마땅히 일상생활에 필요한 네 가지 물건을 공급해드리겠습니다.”
그 거사는 이 말을 듣자 아무 말 없이 마음속에 기억했다. 그리고 가지고온 재물이 다 없어지자 곧 새로운 물건을 사들여가지고 돌아갔다. 실라벌성에 이르러 시장의 점포에다가 재물을 쌓아두고 나서 서다림으로 가서 필추의 발에 예배드렸다. 그런데 육중필추들은 항상 문 앞에서 경행하는 것을 규칙으로 삼고 있었다. 당시 오파난타(鄔波難陀)가 문 밖에 서 있다가 거사가 먼 곳에서 오는 것을 보자 그를 영접하면서 말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거사여, 막 떠오른 초승달처럼 오래도록 보이지 않다가 이제 막 나타났으니, 요즈음에는 어느 곳에서 장사를 하였습니까?”
거사가 대답했다.
“아차리야(阿遮利耶)께 공경하여 예배를 드립니다. 저는 요즈음 아무 마을에 있었는데, 그곳의 어떤 장자가 절을 하나 지어놓고 사방의 사문들을 모셔다가 좋은 음식을 항상 공양하고 있습니다. 마치 목마른 사람이 마음으로 물을 생각하듯이 부처님의 제자를 공경하고 사모하면서 우러러 받들고 있습니다.”
오파난타는 듣고 나서 생각하였다.
‘만약 다른 흑발(黑髮)의 무리들이 이 말을 들으면 나보다 앞서 그 집에 가게 될 것이니, 내가 이제 이 거사를 꾸짖어서
다른 사람에게는 말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겠다.’
거사에게 말했다.
“당신은 어째서 늘 나에게 선정도 익히지 말고 독송도 부지런히 하지 말면서 먹고 입을 것이나 생각하며 살아라가고 하는가?”
거사는 곧 생각하였다.
‘세상에는 탐욕으로 만족할 줄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이 오파난타도 그런 사람 중의 한 사람이다. 이 사람이 나의 말을 듣고 오히려 꾸짖고 미워하니, 하물며 다른 대덕스님들이야 나의 이 말을 들으면 더욱 심하게 꾸짖을 것을 어찌 의심할 것이랴?’
그래서 아무 말 없이 다른 사람에게 말하지 아니하였다. 오파난타는 장자가 가는 것을 보고 나서 육중필추들에게 가서 말했다.
“구수여, 우리들이 어찌 오랫동안 고생을 하면서 이곳에서 머무를 수 있겠습니까?”
육중필추 가운데 다른 사람들이 그에게 말했다.
“대덕께서는 좋은 소식이 있으십니까?”
“구수여, 약간의 소식이 있습니다.”
오타이가 말했다.
“소식이란 무엇입니까?”
오파난타가 말했다.
“아무 마을에 가면 믿음과 보시의 마음을 갖고 있는 장자가 있습니다. 그가 절을 하나 짓고서 사방의 사문ㆍ바라문에게 음식을 공양하여 걸림 없이 수용하게 해 준다고 하니 마땅히 함께 가서 그 공양을 받는 것이 좋겠습니다.”
여럿이 물었다.
“어떻게 여섯 사람이 모두 그곳에 갈 수 있겠습니까?”
“다 같이 간들 이치에 손상될 것이 있겠습니까?”
그리하여 여섯 사람이 함께 길을 떠나서 그 마을에 이르렀다. 맨몸을 드러낸 외도들이 서로 말하였다.
“우리들이 잠시 나가서 세상을 다녀보면 반드시 좋은 곳이 있을 터이니, 그곳으로 거처를 옮기도록 합시다.”
그리고는 한 사람만을 남겨서 지키도록 하고 나머지는 모두 길을 떠났다. 이때 육중필추는 점차 유행을 해서 그 마을에 이르렀다. 장자의 집에 도착해서 서로 만나보고 나서 장자에게 말하였다.
“원컨대 무병장수하시기를 바랍니다.”
장자가 물었다.
“당신들은 누구인가요?”
“불세존(佛世尊)의 성문제자(聲聞弟子)입니다.”
장자가 말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성자여,
저는 오래 전부터 절을 짓고 음식을 베풀어서 사방의 사문ㆍ바라문들을 위하여 머무를 곳을 만들고자 마음을 먹었으니, 여러분께서 이제 머무르도록 하십시오.”
육중필추가 그에게 말했다.
“그곳에는 앉을 평상과 잠을 자는 침상과 이부자리와 베개가 있습니까?”
“지금까지는 없었습니다.”
육중필추가 말했다.
“그것들이 없다면 어떻게 땅 위에 앉는단 말입니까?”
장자는 곧 여러 개의 평상과 이부자리 등을 보냈다. 이때 여섯 사람은 그 절 안으로 갔다.
한 외도가 보고서 물었다.
“당신들 사문석자(沙門釋子)는 어찌하여 함부로 들어오는가? 이 절은 당신들이 머물 곳이 아니다.”
그들에게 말했다.
“외도여, 우리들이 머물 곳이 아니라니 이 무슨 말인가? 당신이 잠자코 있으면 이곳에 머무를 수도 있겠지만, 다시 무어라고 지껄인다면 반드시 벌을 받을 것이오.”
외도는 곧 생각했다.
‘이들은 여섯 사람이고 나는 혼자뿐이니 어떻게 저들을 상대하여 막을 수 있겠는가? 욕을 당할 것이 아니라 도망가는 것이 좋겠다.’
여섯 사람은 매일같이 장자의 집에서 항상 식사를 하였다. 뒷날 장자가 일이 있어서 다른 곳에 가게 되었다.
장자가 육중필추에게 말하였다.
“저에게 일이 좀 있어서 아무 마을에 가야겠습니다. 여러분께서는 제가 돌아올 때까지 지금껏 하던 대로 저의 집에 오셔서 공양을 받으십시오.”
장자는 즉시 집안사람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은 여느 때와 같이 성자들께 공양하여 내가 돌아올 때까지 빠뜨리지 않도록 하여라.”
장자는 곧 떠나갔고 육중필추는 평상시와 같이 공양을 받았다. 이때에 오타이가 오파난타에게 말하였다.
“과연 누가 잠자코 아무 말 없이 오랫동안 다른 궤범에 의지할 수 있겠습니까? 마땅히 분명하게 자신만의 위의(威儀)를 지어보도록 합시다.”
오파난타가 말했다.
“그 또한 좋다.”
이때 여러 여인들이 와서 음식을 주었다.
오타이가 난타와 오파난타에게 말했다.
“당신들은 이 아름다운 여인을 보시오. 눈ㆍ귀ㆍ입ㆍ코ㆍ허리ㆍ넓적다리ㆍ손ㆍ발이 모두 단정하니 참으로
받아들일 만하군요.”
여인들이 이 말을 듣자 저마다 부끄러워하면서 거실 안으로 숨었다가 식사가 끝나기를 기다려서 그릇을 가지고 물러났다. 장자는 일을 마치자 집으로 돌아와서 집안사람들에게 물었다.
“너희들은 내가 떠나간 이후로 복전(福田)께 공양하는 일을 빠뜨리지는 않았느냐?”
집안사람들이 대답했다.
“어떻게 이와 같이 못된 복전이 있습니까?”
장자가 물었다.
“어찌하여 거친 말을 하는가?”
여인이 대답했다.
“요즈음에 발광하고 조롱하며 노래하고 춤추는 야비한 무리들이 내뱉는 거친 말도 당신 집의 복전들이 하는 말보다는 낫습니다.”
장자가 말했다.
“그들이 무슨 일을 저질렀는가?”
“그들이 하는 야비한 말은 농지거리를 하는 광대들에게서도 들어본 일이 없습니다. 우리들은 듣고서 부끄럽고 창피하였습니다.”
장자는 곧 생각하였다.
‘무릇 여자들이란 남자의 벗은 몸을 보기를 좋아하니, 마침내 그 물든 마음이 이 인연을 말미암아 사랑하고 즐거워하는 정(情)이 생겼구나. 하지만 사문석자들은 규범이 단정하고 엄숙해서 의복으로 몸을 가렸으니 여인들이 즐거워하지 않는가 보구나.’
이렇게 생각하고는 곧 말하였다.
“외도들이 맨몸을 드러냈을 때는 너희들이 즐겨서 보더니, 사문들이 몸을 가리자 보고 싶어 하지 않는구나.”
장자의 아내가 말했다.
“믿지 못하겠거든 직접 시험해 보도록 하세요.”
장자가 생각하였다.
‘내가 시험 삼아 거짓과 참을 직접 살펴보아야겠다.’
여러 날을 머문 후에 여섯 필추에게 알렸다.
“성자여, 제가 일이 좀 있어서 잠시 나가 보아야겠습니다. 여러분께서는 평상시와 같이 공급을 받으시도록 하십시오.”
그리고는 밀실에 몸을 숨겨서 남모르게 가만히 엿보았다. 육중필추는 때가 되자 식사를 하는 곳으로 나왔고, 장자의 아내는 직접 음식을 주었다. 육중필추는 전과 같이 희롱하는 말을 하였다.
“이 여자는 얼굴과 머리카락이 단정하고 눈썹과 눈이 가늘고 길 뿐 아니라 용모와 태도가 정도에 맞으니, 참으로 사랑받을 만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장자는 듣고 나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아내의 말과 같이 복전(福田)이 아니로구나. 그러나 이제 갑자기 공급하던 것을 끊지는 말고 마땅히 방편을 써서 그들이
스스로 떠나가게 해야겠다.’
이튿날이 되자 떡을 하나 줄여서 주었다.
천타(賤陀)가 난타와 오파난타에게 말했다.
“오늘 아침에는 떡과 과일이 어쩐지 줄었군요.”
난타가 말했다.
“구수여, 나는 매일같이 남는 떡을 가지고 가난한 아이들에게 나누어 주었는데 오늘부터는 나누어줄 수가 없겠소.”
그 다음날이 되자 다시 떡을 하나 줄였다.
아설가(阿說迦)가 말했다.
“구수여, 오늘 아침에는 떡과 과일이 전혀 보이지 않는군요.”
오파난타가 말했다.
“나는 매번 다 먹고 난 후에도 발우에 남은 떡이 있었는데, 이제부터는 남은 것이 없다.”
이와 같이 점차로 줄여 나가서 다만 붉은 떡과 초장만으로 먹을 것을 충당하기에 이르렀다.
보나벌소(補㮈伐素)가 말했다.
“구수여, 음식이 다 떨어졌으니 우리는 떠나는 것이 좋겠습니다.”
오타이가 말했다.
“구수여, 이미 우러르는 마음이 없어졌으니 이제는 마땅히 떠나야겠다.”
그리고 떠나기 전에 남아서 지키던 외도에게 말하였다.
“우리가 좋은 음식을 먹지 못하게 된 것은 너 때문이다. 너는 여기서 떠나라.”
외도는 곧 밖으로 나가서 길을 떠났다. 그러다가 멀리 길을 떠났던 여러 외도들을 만나자 물었다.
“여러분께서는 요즘 사방으로 찾아 나섰는데 다소나마 좋은 문도(門徒)들을 얻었습니까?”
그들이 말했다.
“너에게 남아서 지키도록 했는데 어찌하여 밖으로 나왔는가?”
“그들이 나를 내쫓았습니다.”
“그가 누구인가?”
“사문석자(沙門釋子)입니다.”
“지금 몇 사람이나 있는가?”
“여섯 사람 뿐입니다.”
외도들이 의논하여 말했다.
“우리들은 예순 명인데 어찌 여섯 사람을 제지하지 못하겠는가? 실컷 때려서 내쫓아버리자.”
그때 그 상좌(上座)가 여럿에게 말하였다.
“우리가 함께 그 절 안에 도착하게 되면 내가 소리를 내어 일을 할 때가 되었다고 말하겠다. 그러면 여러분은 열 사람이 한 사람을 붙잡고 손이 아프도록 실컷 두들겨 팬 뒤에 마을 모퉁이로 끌고 가서 내쫓읍시다.”
이렇게 모의를 하고는 함께 마을 안으로 들어갔다.
상좌가 말했다.
“우리는 먼저 그 장자를 만나보도록 합시다.”

장자 집에 이르자 안부를 묻고는 이윽고 다시 물었다.
“장자여, 당신이 지은 절은 본래 누구를 위한 것입니까?”
“제가 절을 지은 것은 특별히 누구를 위하여 마음을 먹은 것이 아니라, 그곳에 머무는 사람에게 음식을 공양하려고 한 것입니다.”
외도가 말했다.
“장자께서는 마음이 공평하여 누구를 편들거나 치우치지 않는군요.”
그리고는 함께 머무는 곳에 가서 물었다.
“너희들 사문석자야, 이곳은 너희의 절이 아니니 마땅히 빨리 나가서 다시 이곳에 머물지 말라. 만약 나가지 않는다면 너희들을 해치는 악랄한 수단을 쓰겠다.”
오파타가 듣고서는 그들에게 말했다.
“머리 깎은 외도가 이치에 맞지 않는 말을 하는구나. ‘사문석자야, 이곳은 너희의 절이 아니라’ 하니, 우리 것이 아니라면 어찌 너희들 것이겠느냐?”
그 맨몸의 외도는 성을 내면서 같은 무리에게 알렸다.
“너희들은 일을 시작하라.”
그러자 외도들은 열 사람이 한 사람씩을 붙잡고 치고 때렸다.
난타가 육중필추에게 말했다.
“구수여, 각자가 스스로 자기의 눈과 귀를 보호하시오. 다치거나 애꾸눈이 되어서 같은 범행자(梵行者)들에게 웃음거리가 되지 않게 하시오.”
그리고는 외도들에게 말했다.
“행자(行者)야, 어깨와 머리와 사타구니는 때려도 좋다.”
여러 외도들은 때리다가 지쳐서 손과 발이 모두 노곤해지자 때리기를 그쳤다.
천타가 말했다.
“여러 구수여, 이제 우리가 일을 할 차례입니다.”
여섯 사람은 모두가 큰 힘을 갖고 있어서 오른손을 벌리면 다섯 명의 외도를 치고 왼손을 펼칠 때엔 다섯 명을 넘어뜨렸다. 혹은 석장(錫杖)으로, 혹은 손과 발로 치고 때리고 발길질을 하면서 마음껏 두들겼다.
오타이가 말했다.
“여러 구수여, 마땅히 본래의 죄만을 다스리고 목숨을 끊지는 맙시다. 우리로 하여금 바라시가(波羅市迦)를 얻게 하지는 말아야 하오.”
여섯 사람은 실컷 때려주고 나서 모두 끌어냈다. 바라문들이 보고나서 서로 말하였다.
“당신은 석자(釋子)가 외도들과 함께 싸우는 것을 보았는가? 반드시 천신(天神)이 큰 비를 내리게 할 것이다.”
아설가(阿說迦)가 말했다.
“여러 구수여, 우리는 지금 싸움에 이겨서
승도(僧徒)들을 욕되게 하지 아니하였으니 마땅히 함께 실라벌성으로 가도록 합시다.”
그때 남방에 이름을 오타이(鄔陀夷)라고 하는 외도의 논사(論師)가 있었는데, 이 노가유다(盧迦臾多)1)는 후세(後世)가 없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논의를 하기 위해 실라벌성의 서다림에 들어가서 존자 요교교진여(了敎憍陳如)의 처소에 나아가 이렇게 말했다.
“필추여, 나는 일찍이 스승의 곁에서 약간의 수업을 받았습니다. 당신의 처소에서 함께 논의의 실마리를 세워보려고 합니다.”
그러자 존자 교진여가 그에게 말하였다.
“바라문 중에 논의를 즐겨하는 사람들이 많으니 그들과 함께 논의하시오. 나는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때 바라문은 그곳에 있는 대덕들의 처소를 다 찾아다녔으니, 존자(尊者) 마승(馬勝)ㆍ존자 현선(賢善)ㆍ존자 대명(大名)ㆍ존자 명칭(名稱)ㆍ존자 원만(圓滿)ㆍ존자 무구(無垢)ㆍ존자 우왕(牛王)ㆍ존자 묘비(妙臂) 등이었다. 그들의 처소에 이르러 논의를 펼 것을 구하였으나, 모두가 존자 교진여처럼 논의를 펴지 아니하였다. 다음으로는 구수 사리자(舍利子)의 처소에 이르러서 말했다.
“필추여, 나는 일찍이 약간의 학업을 익혔습니다. 당신의 처소에서 함께 논의의 실마리를 세워보고자 합니다.”
사리자는 그 말을 듣고 나서 이렇게 생각했다.
‘이 사람에게 선근(善根)이 있는지를 시험 삼아 살펴보아야겠다.’
즉시 관(觀)하여 보니 그에게 선근이 조금 있었다. 비록 선근이 있기는 하지만, 인연은 누구의 처소에 있는지 다시 관하여 보았다.
‘이 사람은 나와 인연이 있구나.’
다시 생각하였다.

‘이와 같은 유정(有情)의 무리가 논의를 관찰하는 것으로 인해 교화를 받을 수 있는가?’
이렇게 관하여 보고는 다시 그런 무리가 있어서 교화를 받을 수 있음을 알았다.
‘어느 때에 모일 것인가?’
일곱째 날이 되어야 모두 집회에 올 것임을 알았다. 그래서 그 날에는 논의의 종지(宗旨)를 조금만 세워서 그 뜻을 미진하게 남겨 놓았다. 엿새 동안을 계속해서 이와 같이 하자, 이레째가 되니 사방의 먼 곳까지 모두 소문이 났다.
‘남방의 논사는
후세(後世)가 없다고 주장하는 외도인데, 이곳에 와서 사리자와 함께 격론을 벌였으나 끝내 승부가 나지 않았다.’
백천만 억의 유정(有情)들이 모두 기뻐하는 마음을 내거나 혹은 전생의 선근에 의해 깨우침을 받아서 모두가 집회에 왔다. 사리자는 대중들이 이미 모였음을 알자 때가 이르렀음을 관하여 보고는 즉시 깊은 법으로 그 외도를 항복시켜서 아무 말도 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그 외도는 이미 굴복을 당하자 공경하고 믿는 마음이 생겨서 합장하고 공경한 채 아뢰었다.
“대덕이시여, 저는 법률(法律)을 잘 설하는 곳에서 출가를 하고 아울러 구족계를 원만히 받아 필추의 성품을 이루어서 세존이 계신 곳에서 범행(梵行)을 닦고자 하나이다.”
사리자는 곧 출가를 허락하고 아울러 구족계를 주면서 그에게 법식(法式)을 가르쳐 주었다. 그는 온 마음을 다하여 스스로 힘써서 모든 번뇌를 끊고 아라한(阿羅漢)을 증득하니, 삼명육통(三明六通)과 팔해탈(八解脫)을 갖추어서 ‘나의 생(生)은 이미 다 하였고, 범행(梵行)은 이미 섰으며, 해야 할 바를 이미 다 하였기에 후유(後有)를 받지 않는다’고 하는 여실지(如實智)를 얻었다. 그리하여 마음에 장애가 없는 것이 마치 손으로 허공을 잡는 것과 같았고, 칼로 자기의 몸을 가르든 향을 발라서 낫게 해주든 사랑하고 미워하는 마음이 일어나지 않았으며, 금을 보더라도 흙을 보는 것과 다름이 없었고, 명예와 이익을 버리지 않음이 없어서 제석(帝釋)과 범천(梵天)의 여러 천신(天神)들이 모두 다 공경하게 되었다.
이때 대중들은 다 같이 희유하다는 생각을 내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여러분께서는 마땅히 아셔야 합니다. 이 대논사(大論師)는 아무도 당할 자가 없었는데, 이제 사리자께서 걸림 없는 변재로 그를 조복시키고 학처를 주어서 아라한과를 증득하게 하였습니다.”
그곳에 온 여러 대중들은 평상시보다 공경하고 믿는 것이 배나 되었다. 그때 사리자는 여러 대중들의 의요(意樂)ㆍ수면혹(隨眠惑)ㆍ욕계ㆍ색계ㆍ무색계의 차별이 있음을 알고 그 근기에 맞게 설법을 함으로서 드디어 십이억(十二億)의 유정들로 하여금 난법(煖法)ㆍ정법(頂法)ㆍ인법(忍法)과 세제일법(世第一法)을 증득하게 하거나 혹은 예류과(預流果)를 얻게 하고 나아가 출가하여 아라한과를 얻게 하였다.

여러 대중들은 성문심(聲聞心)을 발하기도 하고, 독각심(獨覺心)을 발하기도 하고, 무상대보리심(無上大菩提心)을 발하기도 해서 모두가 삼보(三寶)에 대하여 깊이 공경하고 믿는 마음을 내게 되었다.
사리자는 하루의 초분(初分)에 그 외도를 굴복시켰는데, 식후시(食後時)에는 육중필추들이 그 마을에서 급고독원에 이르렀다. 여러 필추들은 서로 보고 말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구수여, 요즘 한동안 안 보이시더니 어느 곳에서 오시는 것입니까?”
“아무 곳의 큰 마을에서 오는 길입니다.”
필추들이 말했다.
“당신들은 박복하여 대인연사(大因緣事)를 보지 못하였습니다. 얼마 전에 사리자께서 남방의 외도 논사를 굴복시켜서 그로 하여금 속세를 버리고 아라한과를 얻게 하였는데, 막대한 수의 대중들이 과(果)를 이루거나 발심하였습니다.”
그때 육중필추들은 이 말을 듣고 나서 말했다.
“여러 구수여, 그것은 희유한 일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사리자가 제이(第二)의 대법장(大法將)으로서 부처님의 전법륜(轉法輪)을 도와 한 사람의 외도를 굴복시켰을 뿐이기 때문이니, 어찌 족히 칭찬할 만한 것이겠습니까? 가령 사리자가 그 외도에게 굴복을 당했더라도 부처님께서 구제하셨을 터이니 기특할 것이 없습니다. 우리가 한 일이야말로 참으로 희유한 일입니다. 우리 여섯 사람은 육십 명의 외도를 굴복시켰습니다.”
필추가 물었다.
“어떤 신통한 방법을 썼습니까?”
난타가 대답했다.
“순전히 몽둥이의 방법을 썼습니다.”
“어떠한 법의(法義)를 설하였나요?”
“몸을 써서 법을 설했습니다.”
“죽게 만들었나요? 목숨은 살려 두었나요?”
“당시에는 목숨이 붙어 있었지만, 지금은 죽었는지 살았는지 어찌 알겠소?”
여러 필추들은 자세히 물어보고서 사건을 알게 되자 모두 비루하게 여기는 생각을 내었다.
‘어찌하여 필추로서 극악한 일을 하였으면 마땅히 부끄러워해야 할 터인데, 그것으로 인하여 도리어 교만하고 방일한 생각을 한단 말인가?’
여러 필추들이 이 인연을 가지고 세존께 자세히 아뢰었다.
그때 세존께서는
여러 필추들을 모으시고는 육중필추에게 물으셨다.
“너희들은 참으로 이와 같이 단정하고 엄숙하지 못한 일을 하여 나의 법을 손상시켰느냐?”
“참으로 그러하나이다. 대덕이시여.”
세존께서는 갖가지로 꾸짖으시고…자세히 설한 것은 앞에서와 같다. 또한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학처(學處)를 제정하노니, 마땅히 이와 같이 설하노라. 만약 어떤 필추가 외도들이 머무는 곳에서 하루 밤을 묵고 한 때의 끼니를 먹거나 받아들이는 자는 바일저가(波逸底迦)이니라.”
이와 같이 세존께서 여러 필추들을 위하여 학처를 제정하셨다. 그때에 그 신심 있는 거사는 재물을 가지고 돌아와서 앞서의 마을에 이르자 예전의 장자에게 가서 가게에 물건을 갖다 놓았다. 장자는 아직도 맨몸의 외도들을 공양하고 있었는데, 심부름꾼을 보내 그 거사를 불러서 함께 복전이 되는 음식을 기쁘게 베풀고자 하였다.
거사는 그 말을 듣고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시험 삼아 세존의 성문제자들이 많이 있는지 내가 한 번 가보자.’
그곳에서 여전히 외도들이 맨몸을 드러내고도 부끄러워할 줄 모르는 것을 보았다. 거사는 보는 앞에서는 뭐라 하지 못하고 잠자코 있었다. 맨몸의 외도들이 먹기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서 떠나가자, 그 장자가 거사에게 말하였다.
“좋은 밭에 좋은 씨앗을 뿌리니…… 자세히 말한 것은 앞에서와 같다.……뛰어난 복전(福田)은 세존의 성문제자들이십니다.”
장자가 듣고서 말하였다.
“친구여, 그 사람들 말은 하지도 마시오. 나는 듣고 싶지도 않은데 하물며 보는 것이겠습니까?”
“그들이 왔었습니까?”
“이미 왔었습니다.”
“어떤 사람들이던가요?”
“육중필추였습니다.”
거사가 말했다.
“그들이 이곳에 와서 무슨 일을 저질렀습니까?”
장자가 그 일을 소상하게 말해 주었다.
거사가 말했다.
“당신은 큰 바다에 가서 가짜 유리를 거두어들였군요.”
장자가 말했다.
“어찌 다시 세존께 좋은 제자들이 있겠습니까?”
거사가 말했다.
“있습니다.”
장자가 말했다.
“그 분들의 이름은 어떻게 됩니까?”
“말씀드리자면 사리자ㆍ목건련 등입니다.
당신이 만나본다면 반드시 수승한 믿고 공경하는 마음이 일어나서 희유한 일을 얻게 될 것입니다.”
장자가 말했다.
“그 분들이 만약 오신다면 내가 마땅히 공양을 해드리겠습니다.”
거사는 곧 생각했다.
‘내가 만약 그곳에 돌아가게 되면 마땅히 세존께 말씀드려야겠다.’
그 거사는 장사를 마치자 남은 물건을 갖고서 실라벌성으로 되돌아왔다. 그리고 물건을 놓아두고는 부처님 계신 곳에 나아가 부처님 발에 머리 숙여 예배드리면서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아무 마을에 한 장자가 있나이다. 그는 사방의 사문ㆍ바라문 등을 위하여 절을 하나 지어 놓고서 그곳에 오는 자가 있으면 음식을 보시해드리고 있으며, 부처님의 제자를 마음으로 흠모하고 있나이다. 세존께서 그를 불쌍히 여겨서 필추들을 그곳에 가게 하시어 그의 신심을 이루어주시면 좋겠나이다.”
세존께서는 잠자코 그것을 허락하셨다. 이때 거사는 부처님께서 허락한 것을 알고 예배드리고 물러갔다. 그때 세존께서 생각하셨다.
‘누가 장자와 그 권속들과 여러 사람들에게 숙세(宿世)의 인연이 있는가?’ 곧 사리자만이 그와 인연이 있어서 능히 교화를 받아들이게 할 수 있음을 관하여 아시고는 사리자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아무 마을에 가서 그 장자와 권속들과 여러 사람들을 제도하도록 하여라.”
사리자는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나자 바로 부처님의 명을 받들어 오백 명의 필추들을 데리고 그들에게 둘러싸인 채 그 마을로 갔다. 그곳에 도착하자 장자가 공양을 베푸는 곳에 머물러 쉬었다. 장자는 존자 사리자가 오백 명의 필추들을 데리고 절에 있다는 소식을 듣자 즉시 사리자가 있는 곳으로 가서 두 발에 머리 숙여 예배드리고 한 쪽에 앉았다. 사리자는 그 장자를 위하여 묘법(妙法)을 널리 설해서 이롭고 기쁜 가르침을 보이시고는 잠잠히 머물렀다. 그때 그 장자는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가지런히 하여 왼쪽 어깨에 올리고는 합장하여
머리를 조아리면서 아뢰었다.
“대덕이시여, 그리고 여러 대중이시여, 내일은 저희 집에 오셔서 보잘 것 없는 공양이나마 기쁘게 받아주소서.”
사리자는 잠자코 그것을 받아들였다. 장자는 사리자가 공양 요청을 받아들이는 것을 보고는 발에 예배드리고 물러났다. 그날 밤 갖가지 훌륭한 음식들을 장만하고는 아침이 되자 좌석을 배정하고 큰 물병을 갖다 놓았다. 그리고는 심부름꾼에게 명하여 사리자와 여러 대중스님들께 아뢰게 하였다.
“음식이 이미 다 마련되었사오니 바라옵건대 끼니 때를 기억해 주십시오.”
사리자는 하루의 초분(初分)에 옷을 입고 발우를 챙겨서 여러 대중들과 함께 장자의 집으로 가서 자리에 나아가 앉았다. 그 장자는 대중들이 자리를 정하여 앉는 것을 보고는 스스로 음식을 날라다가 모두 배불리 먹게 하였다. 그때 사리자는 대중들이 식사를 마친 것을 알자 씻고 양치를 한 뒤에 바로 발우와 그릇을 거두어들였다. 이때 장자는 스스로 작은 의자를 가져다가 상좌 앞에서 합장을 하고 앉아서 사리자에게 아뢰었다.
“대덕이시여, 마땅히 설법을 하여 주소서.”
사리자가 장자에게 말하였다.
“만약 즐거이 법을 듣고자 하거든 넓고 드러난 곳에다가 많은 좌석을 갖다 놓고 북을 치고 크게 외쳐서 여러 사람들에게 알리도록 하시오. ‘여러분께서 즐겁게 묘법을 듣고 싶다면 내일 모두 모여서 들으시오. 대덕 사리자께서 법의(法義)를 널리 드날리실 것입니다’ 라고.”
이와 같은 말로 장자를 가르치고 나서 그 장자를 위해 때에 맞게 축원을 하고 가타(伽他)를 설하였다.

보시(布施)를 하는 자는
반드시 옳은 이익을 얻으리니
안락함을 위하여 보시를 하면
뒤에 반드시 안락함을 얻으리라.

이와 같은 송(頌)은 복과 이익의 바탕과 존망(存亡)을 가르쳐서 널리 유정(有情)을 위해 장애를 여의고 해탈케 하는 것이었다. 사리자는 축원을 마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 이 장자는 큰 마을 안에서 가장 윗사람으로 칭해졌는데,
존자의 가르침대로 빈 터에다가 많은 좌석을 갖다 놓고 북을 쳐서 널리 모두에게 알렸다.
“내일은 존자법장(尊者法將) 사리자께서 묘법을 설하시니, 여러분께서 즐거이 듣고자 하신다면 모두 함께 모여서 마땅히 도리를 깨달아서 생사에 빠져 윤회하지 않도록 하시오.”
이튿날 존자 사리자는 아침에 죽을 먹고 나서 대중들과 함께 설법할 곳에 나아가 자리에 올라가 앉자 무량백천(無量百千)의 대중들이 모여들었다. 여러 유정(有情)들은 모두 즐거워하는 마음을 내었거나, 혹은 전생의 선근으로 인하여 깨우쳐서 즐거이 법을 듣게 되기도 하였다. 사리자는 모든 대중들의 의요(意樂)와 수면(隨眠)과 계성(界性)의 차별을 알아 근기에 맞게 설법을 함으로서 그 장자와 권속들과 백천(百千)의 유정들로 하여금 사선근(四善根)2)을 얻게 하고, 사승과(四勝果)3)를 얻게 하고, 삼보리(三菩提)4)의 수행을 시작하게 하고, 삼보처(三寶處)에서 공경하고 믿는 마음이 더욱 융성하게 하였다.
사리자는 오랫동안 설법을 하느라 등에 풍기(風氣)가 들어 피곤하였지만, 부처님께서 먼저 제정하신 계율 때문에 끼니 때가 지났어도 먹지를 않았다. 그때 장자는 사리불과 여러 대중들에게 청하였다.
“원컨대 저의 집에서 머물러서 오래도록 계시기를 바랍니다. 마땅히 의복ㆍ음식ㆍ침구ㆍ의약품의 사사(四事)를 공급하여 드리겠습니다.”
사리자가 장자에게 말하였다.
“당신으로 인하여 부처님께서는 필추들을 위하여 학처(學處)를 제정하셨던 것이니, 나는 이제 떠나고자 합니다.”
그때 사리자는 몸에 풍기가 일어나서 공양을 못하고 굶주린 채로 대중들을 데리고 실라벌성으로 갔다. 그곳에 도착하고 나자, 여러 필추들이 사리자의 제자에게 물었다.
“잘 오셨습니다. 구수여, 다녀오시는 길이 편안하였습니까?”
“편안하기도 하였고 편안치 못하기도 하였습니다.”
“무슨 까닭인가요?”
“저의 스승께서 널리 제도를 하였으니 이것은 안락함을 이룬 것입니다. 그러나
설법이 길어지면서 등에 풍기가 일어나 하루 동안 먹지 못한 채 먼 길을 오셨으니, 이것은 안락하지 못한 일입니다.”
여러 필추들은 이 일을 듣고 나서 이 인연을 부처님께 아뢰었더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여러 필추들은 마땅히 누워서 쉬는 언대(偃帶)를 가지고 있다가 그것으로 편히 쉬도록 하여라. 또한 음식을 베푸는 곳에서는 마땅히 병으로 인한 경우는 제외된다.”
그때 세존께서는 계율을 지키는 것을 찬탄하시고……앞에서 자세히 설한 바와 같다……여러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앞의 것은 처음으로 제정된 것이고, 이번 것은 인연에 따라 다시 제정하는 것이니, 마땅히 이와 같이 말하노라. 만약 다시 필추가 외도들이 머무는 곳에서 하룻밤을 지내거나 한 때의 끼니를 먹을 경우 병으로 인한 경우를 제외하고 그 이상을 넘으면 바일저가(波逸底迦)이니라.
‘만약 다시 필추’란 육중필추를 이르는 말이다. 나머지의 뜻은 위에서와 같다. ‘외도가 머무르는 곳에서’란 그 시주(施主)가 자신의 절을 외도에게 준 것이니, 이곳에서는 마땅히 한 때의 식사만 받아들여야 한다.
‘병으로 인한 경우는 제외한다’는 것은 만약 병으로 인한 일이 있을 경우에는 한 때보다 많이 먹는 것을 받아들여도 범하는 것이 없다. 만약 병이 없는데 한 때 이상을 먹게 되면 타죄(墮罪)를 얻는다. 나머지는 앞에서와 같다.
여기서 죄를 범하는 모양은 그 인연이 어떠한가? 만약 필추가 별도의 다른 절에서 이미 한 때의 식사를 받고서 다시 하룻밤을 지내게 되면 악작죄(惡作罪)를 얻는다. 만약 먹을 것을 받아들이게 되면 타죄(墮罪)를 얻는다.
만약 이곳에서 잠을 자고 다른 곳에서 먹을 것을 받으면, 잠을 자는 경우에는 악작죄를 얻으나 먹는 경우에는 범하는 것이 없다. 만약 다른 곳에서 잠을 자고 이곳에서 식사를 하면, 잠을 자는 경우에는 허물이 없으나 먹는 경우에는 타죄를 얻는다. 만약 다른 곳에서 잠을 자고 다른 곳에서 식사를 하고서 잠시 이곳에 오는 경우에는 범하는 것이 없다.
만약 이 처소가 여러 사람이 함께 만든 것이거나, 혹은 시주(施主)가 머무는 것을 보았거나, 혹은 친족들이 이 절을 지었다면, 한 때 이상을 먹어도 범하는 것은 없다. 또 범함이 없는 것은 최초로 범한 사람이거나 혹은 미쳐서 그 마음에 고통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

33) 과삼발수식학처(過三鉢受食學處)

부처님께서 실라벌성의 서다림에 있는 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북방에 있던 큰 상인의 우두머리가 이 성에 이르러서 성곽 밖에 머물렀다.
육중필추들은 그 소식을 듣고 서로 말하였다.
“난타 오파타야여, 우리가 들으니 북방의 대상주(大商主)가 이 성에 이르러 성곽 밖에서 머물러 쉬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가 잠시 가서 그를 만나보면 많건 적건 보시를 하라고 권할 여지가 있을 겁니다.”
난타가 말했다.
“그 또한 좋겠습니다.”
그들은 함께 그곳으로 가면서 서로 말하였다.
“그 상인들이 우리를 불러서 음식을 준다고 하면 마땅히 ‘우리에게 음식이 있고 또 충분히 얻을 수 있다’고 대답하고, 만약 옷을 보시하겠다고 하면 ‘그것은 필요하다’고 대답을 하도록 하자.”
그곳에 도착해서 상인들에게 물었다.
“상주(商主)여, 먼 곳에서 오느라 피로하지는 않았습니까?”
“성자께서 수고스럽게 그런 것을 물어주시는군요.”
육중필추가 말했다.
“시간이 있다면 잠시 설법을 듣도록 하십시오.”
그 상주(商主)는 공경히 합장한 채 설법을 들었다. 법을 다 듣고 나자 상인이 청하였다.
“성자여, 이곳에서 음식을 좀 드시지요.”
“현수여, 우리는 스스로 충분히 음식을 마련하고 있으니 고생스럽게 수고하지 마십시오.”
그리고는 다른 날에 다시 만나서 그들을 위하여 설법을 하였다. 상주는 은근하게 음식을 받을 것을 청하였다.
다시 대답하였다.
“저희는 음식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나중에 다른 때에 상인들이 의논하였다.
“이곳은 풀이 부족하니 마땅히 아무 마을에 가서 풀 있는 곳에다가 방목을 하자.”
즉시 소와 말을 데리고 그 지방으로 갔다. 이때 여섯 필추는 이튿날 다시 그 상인들에게 가서 설법을 하려고 하였다. 그곳에 가보니 이미 상인들은 보이지 않았다. 걱정을 하면서 머물러 있는데 어떤 사람들이 와서 물었다.
“대덕이시여, 어찌하여 근심을 하고 계십니까?”
오파난타가 말했다.
“이곳에 있던 상인들이 우리와 함께 알고 지내면서 재물을 충분히 대주고 있었소. 그런데 떠난다는 인사도 하지 않고 우리를 버리고 떠나가 버렸습니다.”
“성자여, 그들은 아주 간 것이 아닙니다.
이곳에 풀이 부족하기 때문에 잠시 아무 마을로 가서 풀이 있는 곳에 방목도 하고 장사도 할 겸해서 갔으니 오래지 않아 되돌아올 것입니다.”
“원컨대 당신께서 무병장수하시기를 바랍니다.”
이렇게 말을 하고는 곧 그 마을로 가서 멀리 상인들을 보고는 가타(伽他)로 말하였다.

변방의 험한 길에는 가지 말지니
설사 간다 해도 머물지는 말아야 하네.
변방의 처소는 갈 곳이 못될 뿐 아니라
그곳 사람들과는 사귀지도 말라.

험한 산에 사는 사람들은 처음에는 좋아하지만
마치 금을 돌에 문질러서 처음으로 선명해지는 것과 같고
나라 가운데에 사는 사람은 그렇지 아니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변하지 않음이 산과 같다네.

여러 상인들은 이 말을 듣고 나서 성자에게 대답하였다.
“무슨 이유로 고생하시고 조롱을 받습니까?”
육중필추가 말했다.
“현수여, 이미 당신들과 함께 약소하나마 친분을 가졌기에 우리가 선품(善品)을 닦는 것조차 그만두고 자주 설법을 하였던 것인데, 어찌 이별의 말도 하지 않고 곧바로 몰래 왔습니까?”
“장자여, 저희들은 이곳에 오래 있으려고 온 것이 아니라 풀이 있는 곳에 오느라고 그렇게 된 겁니다. 돌아가는 날이 되면 실라벌성에 가서 작별을 알리겠습니다.”
천타가 말했다.
“현수여, 다시 잠깐 동안 우리의 설법을 들으십시오.”
그 사람들은 다 함께 공경히 예를 갖추고 각각 낮은 의자를 가져다가 법을 들었다.
설법을 마치자 상주(商主)가 말했다.
“장자여, 이곳에서 공양을 드십시오.”
“필요하지 않습니다.”
그 상주가 상인들에게 말하였다.
“여러분들이 몇 번이나 공양을 청해도 그때마다 필요하지 않다고 말씀을 하시지만, 어찌 성자들께서 의복이 부족하지 않겠습니까? 여러분들께서는 마땅히 자기가 가지고 있는 만큼 옷으로써 보시를 해드리는 것이 좋겠습니다.”
상인들이 대답했다.
“그것이 좋겠습니다.”
그리하여 상인마다 각자 한 벌의 좋은 모직물을 보시하였다. 천타가 곧 축원을 해주었다.
“이같이 물건을 보시하니 그 복덕과 이익이 끝이 없으리라.”
오타이는 물건을 얻고서 말하였다.
“현수여, 당신들은 요즈음
자주 우리에게 공양받기를 청하였는데, 이제 음식을 가지고 올 만합니다. 무엇으로 공양을 하겠습니까?”
상인들은 곧 떡과 과일을 눈앞에 벌려 놓았다.
오타이가 즉시 큰 발우를 펼치면서 말하였다.
“현수여, 이 안에다 담아 주십시오.”
상주(商主)는 생각하였다.
‘이 발우는 다른 것보다 월등히 크다. 만약 이 발우에다가 가득 채워 드린다면 여섯 명이 충분히 점심 공양을 하겠구나.’
그는 곧 발우에 가득 채워서 오타이에게 바쳤다. 그때 마승(馬勝) 필추가 다시 발우를 펴자 발우에 가득 채워서 주었다. 이렇게 여섯 사람이 모두 발우를 펴자, 상인들은 열심히 가득 채워드렸다. 결국 가지고 있던 양식이 모두 떨어지게 되었고 솥 안에 있는 음식까지도 모두 바쳤다.
여러 상인들이 필추에게 말하였다.
“성자여, 저희는 가지고 있는 양식이 다 떨어졌습니다.”
여러 상인들이 필추에게 말하였다.
“저희가 사람을 시켜서 성 안에까지 따라가서 양식을 찾아보겠으니, 여러분께서는 물건을 사서 낮 동안에 돌아오도록 보살펴주시고 보호자를 붙여주시어 도중에 도적을 만나지 않도록 해주십시오.”
난타가 대답했다.
“마땅히 당신들을 돌보겠습니다.”
그 상인은 사람을 보내서 따라가게 하였다. 절에 도착하자 마승(馬勝)이 말했다.
“현수여, 우리들을 위하여 이러이러한 일을 해주십시오.”
그가 말한 대로 일을 해주자 얼마 있다가 다시 말하였다.
“이 일을 해 주시오.”
이렇게 자주 일을 시켜서 날이 저물자 다시 말하였다.
“남자여, 당신은 돌아가도 좋습니다.”
심부름하는 사람은 성을 나서서 길을 떠났는데, 도중에 험난한 곳을 지나다가 도적들에게 가지고 있던 것을 빼앗겼다.
상인들이 머무는 곳에 이르자 사람들이 물었다.
“양식은 어떻게 되었는가?”
“거의 죽을 뻔했는데 어찌 양식이 있겠습니까?”
“어찌하여 성자께서 당신의 보호자를 보내주지 아니하였는가?”
“이치대로라면 그들이 나를 도둑맞게 만든 것입니다.”
“그건 무슨 까닭인가?”
“그들은 절 안에 도착하자마자 내게 갖가지 일을 시킬 뿐 시장 보는 일에 대해서는 한 마디 말도 하지 않다가
날이 저물어서야 비로소 성 밖으로 내보내주었습니다. 그 때문에 밤길을 가다가 마침내 도둑을 만나서 빼앗겼습니다.”
상인들은 이 말을 듣자 모두가 비난하였다.
“이 석자(釋子)들은 사문(沙門)의 행실을 망각하고 있구나. 어찌하여 부탁한 것과 반대로 해서 속이고 있는가?”
이 연기(緣起)는 아직 계율로 제정되지 아니하였다.
부처님께서 실라벌성의 서다림 급고독원에 계셨다.
이 성 안에 있는 한 장자는 아내를 얻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딸 하나를 낳았는데, 그녀의 오른쪽 눈이 애꾸눈이었다. 나중에 점차 자라나서 같은 나이의 친구들은 모두 시집을 갔다. 그러나 오직 이 딸만은 애꾸눈인지라 나이는 비록 많았어도 아무도 그를 아내로 데려가지 않았다. 이 성 안에는 다시 어떤 거사가 있었다. 같은 종성(種姓)의 여인에게 장가를 들어 아내로 삼았지만 얼마 되지 않아 아내가 죽었다. 그래서 두 번째로 아내를 얻었는데 또 다시 죽었다. 이와 같이 일곱 번이나 장가를 들었지만 그때마다 모두 아내가 죽었다.
사람들이 모두 그를 방부(妨婦:아내를 못살게 하는 사람이라는 뜻)라고 불렀는데, 이 일로 인하여 방부는 그의 이름이 되었다. 방부(妨婦)장자는 다시 아내를 얻으려고 하였지만, 사람들이 모두가 딸을 주지 않고 이렇게 말하였다.
“내가 이제 어찌 딸을 죽게 만들 수 있겠는가? 나는 줄 수 없다.”
다시 과부를 얻어서 아내로 삼으려고 하였는데, 그녀가 말하였다.
“내가 어찌 나의 목숨을 아끼지 아니하고 당신 집에 들어가겠습니까?”
그 장자는 아내를 구할 수가 없어서 자신이 직접 집안일을 살폈다. 그 뒤 다른 때에 오래 전부터 아는 사람이 장자의 집에 왔다가 그가 일하는 것을 보고 말했다.
“자네는 하는 일이 무엇인가?”
“나는 집안일을 한다네.”
그가 다시 물었다.
“어찌하여 지금 스스로 집안일을 알아서 하는가?”
“이미 일곱 번이나 아내를 얻었지만 모두가 죽어서 집안일을 맡을 사람이 없다네.”
친구가 말했다.
“왜 다른 사람을 구하지 않는가?”
“이제껏 구해보았지만 아무도 딸을 주려고 하지 않았네. 모두가 말하기를 ‘내가
어찌 딸을 아끼지 않겠는가, 자네에게 시집을 간 사람들은 모두 죽지 않았는가?’라고 하더군.”
“만약 그러하다면 어찌하여 다른 과부들을 구해보지 않는가?”
장자가 그 인연의 일을 자세하게 말했다.
“비록 과부를 구해보았지만 또한 잘 오려고 하지 않는다네.”
친구가 말했다.
“아무개 집의 딸이 오른쪽 눈이 애꾸눈인데 구할 생각이 없는가?”
“그 사람도 마찬가지로 주지 않을 걸세.”
“시험 삼아 가서 구해보게. 혹시 받아들이면서 허락할지도 모르네.”
장자는 곧 그녀의 집으로 갔다. 집에 도착하자 그 집의 가장에게 물었다.
“요즈음 안녕하십니까?”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당신의 딸을 아내로 맞이하고 싶어서 왔습니다.”
“어느 딸을 말하는 것입니까?”
“오른쪽 눈이 먼 따님입니다.”
아버지가 말했다.
“마음대로 혼인을 하게.”
“어느 날에 데러갈까요?”
“아무 날이 일진이 좋으니 예를 올리면 좋겠네.”
이렇게 허락을 받자 기뻐하면서 돌아갔다. 집에 돌아와서 길일(吉日)을 기다리고 있는 동안 결혼을 권유한 친구는 이렇게 생각했다.
‘내가 친구로 하여금 애꾸눈 여자와 결혼을 하게 했지만, 이는 마땅히 할 바가 아니다. 그녀에게는 악상(惡相)이 있으니 시집와서 내 친구에게 장애가 되도록 해서는 안 되겠다.’
이렇게 생각한 친구는 장자가 있는 곳으로 가서 물었다.
“애꾸눈인 그 딸을 얻었는가?”
“얻었네.”
이때 친구는 가타(伽他)로 설하여 말하였다.

바라사(波羅舍)5)나뭇가지로 이를 닦는 것은
사람이 머리를 서쪽에 두고 잠자는 것과 같나니
오른쪽 눈이 먼 여인을 아내로 삼는다면
천제석(天帝釋)6)을 이지러지게 할 수 있다네.

악상(惡相)이 서로 만나면 손해가 있으리니
비유하자면 칼과 돌이 서로 부딪치는 것과 같네.
아내와 남편이 모두 남을 해치니
만약 아내로 맞는다면 죽는 일을 만나리라.

이렇게 설하고 나서 장자에게 말하였다.
“여자가 오른쪽 눈이 먼 것은 틀림없이 안 좋은 걸세. 자네가 그 여자를 아내로 맞아들인다면 일찍 죽게 될까 걱정이 되니, 마땅히 그녀를 버리는 것이 좋겠네. 나에게 하나 있는 여동생이 얼마 전에 과부가 되었으니, 서로 좋다면 함께 배필이 되어 보게.”

장자가 말했다.
“이미 말이 오갔으니 이대로 버릴 수는 없네. 마땅히 방편을 써서 그쪽 마음을 상하지 않게 하는 것이 좋겠네.”
친구가 대답했다.
“좋네.”
애꾸눈의 부모는 길일이 가까워지자 준비를 해서 갖가지로 베풀어 놓았다. 육중필추들은 모두가 그 장자와 전부터 알고 있었다. 육중필추들은 아침 먹을 시간에 옷을 입고 발우를 든 채 성에 들어와 걸식을 하다가 장자의 집에 이르렀을 때 그들이 훌륭한 떡과 음식을 준비하는 것을 보았다.
난타가 물었다.
“자매여, 무슨 잔치를 합니까?”
그 어머니가 대답했다.
“성자여, 우리 딸이 시집을 가려고 하는데 길일이 가까워져서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난타가 말했다.
“자매여, 우리가 오늘 먼저 약간의 음식을 맛볼 수 있는지요?”
어머니가 말했다.
“성자여, 이것은 당신들 것입니다. 어찌 다른 사람에게 주기를 기다리겠습니까?”
난타가 말했다.
“다른 때에 베푸는 것은 늘 하는 일이니, 오늘 맛있는 음식을 좀 주십시오.”
그 부인은 품성이 너그러워서 드디어 떡과 음식을 여섯 사람 모두에게 주었다.
음식을 받자 무병장수하기를 축원하고 집에서 나갔다.
그 장자가 와서 떡이 없는 것을 보고 물었다.
“어찌된 까닭이오.”
아내가 말했다.
“스님들이 오셔서 제가 모두 베풀어 드렸습니다. 당신은 지금 그 집에 가서 ‘다시 다른 날을 기다리라’고 하시면 따로 준비를 하겠습니다.”
장자가 대답했다.
“그는 다른 날로 연기하는 것을 결코 하려하지 않을 것이니, 우선 딸아이를 시집보내고 다음에 종친들에게 잔치를 벌이도록 합시다.”
아내가 말했다.
“그는 이미 아내를 죽게 한 사람이라고 알려졌는데, 누가 갑자기 그에게 딸을 주겠어요? 다른 날을 기다려서 일시에 돈을 주도록 하세요.”
장자는 아내의 권유를 받아들여서 곧장 남자의 집으로 가서 알렸다.
“현수여, 우리 집에서 종친들의 몫까지 준비를 했지만, 육중필추들이 와서 다 가지고 갔습니다. 그래서 아직 준비가 덜 되었으니 준비될 때까지 기다려 주었으면 합니다.”
그 사람이 말했다.
“이미 길일을 택하였으니 옮길 수가 없습니다. 전에 정한 날 그대로 한다면
제가 장가를 들어서 아내로 삼겠지만, 만약 다시 뒷날로 미룬다면 반드시 버림을 받을 것입니다.”
장자는 집으로 돌아와 그 말을 아내에게 알렸다.
아내가 말하였다.
“그는 여러 번 아내를 죽게 했는데 누가 갑자기 딸을 주겠어요? 그냥 머물러 있다가 다른 날이 되면 그때 혼인을 시키도록 하세요.”
아내는 점차 떡과 음식을 장만하다가 그만 먼저 기약한 날을 넘겼다. 남자는 그 말을 듣고 나서 드디어 과부로 있다는 친구의 누이에게 장가를 들어서 아내로 삼았다. 장자의 아내는 떡과 음식이 마련되자 다시 장자로 하여금 그 집에 가서 혼례를 치룰 것을 알리도록 하였다.
그 남자의 집에 가서 말했다.
“우리의 떡과 음식이 다 마련되었으니 혼례를 올리도록 하게.”
그 사람이 대답했다.
“전에 기약한 날짜가 이미 지났으니 나는 따님이 필요하지 않습니다.”
장자가 성을 내면서 그를 끌고 관가로 갔으나, 재판관은 이치에 따라서 장자의 뜻과는 다르게 판결했다. 장자가 돌아가서 아내에게 알리니, 아내는 크게 소리 내어 울었다.
“우리 딸이 오래도록 혼자이다가 이제야 시집을 보내려 했더니, 일이 육중필추들과 관련되어 혼인을 시키지 못하게 되었구나.”
이웃 사람들이 듣고는 함께 비루하게 여기는 생각을 내었다.
“육중필추가 사문의 법도를 망각하고 청정한 대중을 훼손시키는구나. 결혼할 딸아이를 남편에게 버림받도록 만들다니.”
여러 필추들이 이 인연을 갖고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대중들을 모으신 뒤 여섯 사람에게 물어보시고는 앞에서와 같이 갖가지로 꾸짖으셨다.
“……또한 학처(學處)를 제정하노니, 마땅히 이와 같이 말하노라. 만약 다시 필추가 속가(俗家)에 가서 청정하고 신심 있는 바라문ㆍ거사가 은근히 떡과 보릿가루를 공양할 것을 청하거든 필추는 필요한 것만 두, 세 개 발우에 받아야 한다. 만약 그 이상으로 받는다면 바일저가(波逸底迦)이니라. 이미 받았다면 절에 돌아와서 필추가 있을 경우 함께 나누어 먹되, 이것은 끼니 때 뿐이니라.” ‘만약 다시 필추’란 육중필추를 이르는 말이다. 둘 이상을 이름하여 증다(增多)라고 한다. ‘속가’란 흰 옷을 입은 재가인(在家人)으로 바라문 등을 말한다. ‘간다’는 것은 그곳에 도달한다는 뜻이다. ‘청정하고 믿음이 있다’는 삼보(三寶)를 믿어 깊은 마음으로
귀의하여 공경하는 것을 말한다. ‘은근하다’는 마음이 지극한 것을 말한다. ‘청한다’는 말을 하여 요청하는 것을 말한다. ‘보릿가루와 떡’이란 보시된 음식을 말한다. ‘필요하다’는 마음에 즐거운 것을 말한다. ‘두, 세 개의 발우’에서 발우에는 세 가지 종류가 있으니, 상ㆍ중ㆍ하(上中下)를 말한다. 상(上)이란 마갈타국(摩竭陀國)의 도량형으로 두 되의 쌀이 들어가는 것이고, 중(中)이란 한 되 반이 들어가는 것이며, 하(下)는 한 되의 쌀이 들어가는 것이다. ‘마땅히 두세 개의 발우에 받는다’는 그 한계를 가리키는 것이다. ‘절에 돌아온다’는 절 안에 도착하는 것을 말한다. 만약 필추가 있거든 ‘마땅히 함께 나누어 먹어야 한다’는 같은 범행자(梵行者)와 함께 서로 나누어 갖는 것을 말한다. ‘만약 그 이상으로 받으면 바일저가(波逸底迦)를 얻는다’는 그 죄목을 해석한 것이니 앞에서와 같다.
여기서 죄를 범한 모양은 그 인연이 어떠한가?
만약 필추가 세 개의 큰 발우를 가지고 다른 이의 음식을 받는다면 악작죄(惡作罪)를 얻는다. 그것을 먹는다면 바일저가를 얻는다.
만약 두 개의 큰 발우와 하나의 중간 발우를 가지고 다른 이의 음식을 받는다면 앞에서와 같이 악작죄를 얻는다. 그것을 먹는다면 바일저가를 얻는다.
만약 두 개의 큰 발우와 하나의 작은 발우로 다른 이의 음식을 받는다면 악작죄를 얻는다. 그것을 먹는다면 바일저가를 얻는다.
만약 두 개의 중간 발우와 하나의 큰 발우로 다른 이의 음식을 받는다면 얻는 죄의 가볍고 무거움은 앞에서와 같다.
요약하여 말을 한다면, 만약 필추가 다른 이의 음식을 취할 때에 네 되 반이 넘는 분량을 받는다면 모두 바일저가를 얻는다.
만약 하나의 큰 발우와 하나의 중간 발우와 하나의 작은 발우로 취하거나 혹은 두 개의 큰 발우만으로 취하거나, 혹은 두 개의 중간 발우와 하나의 작은 발우, 혹은 두 개의 작은 발우와 하나의 큰 발우, 혹은 두 개의 작은 발우와 하나의 중간 발우, 혹은 세 개의 중간 발우, 혹은 세 개의 작은 발우 등으로 취한다면 모두 범하는 것은 없다.
또 만약 시주(施主)가 더 가져가게 할 경우에 취하는 것은 범함이 없다.
또 범함이 없다는 것은 최초로 범한 사람이거나 미쳐서 그 마음에 고통이 있는 경우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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