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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2154 불교(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 32권 / 根本說一切有部毗奈耶)

by Kay/케이 2023. 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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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根本說一切有部毗奈耶) 32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 제32권


의정 한역


21) 중불차첩교수필추니학처 ③
그때 여러 필추들은 위와 같은 일을 보고는 모두가 다시 의심하는 마음을 내면서 거듭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찌하여 우로(愚路)필추는 가르침을 적게 받았는데도 스스로 정근(正勤)을 발해서 생사를 빨리 벗어나 여읠 수 있었사오며 구경(究竟)의 안온한 열반을 증득하였나이까?”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마땅히 알아야 한다. 우로 필추는 오늘날에만 적은 가르침으로도 능히 증오(證悟)한 것이 아니라, 과거 시기에도 적은 가르침으로도 스스로 정근(正勤)을 발하여 큰 부귀를 얻어서 안락하게 머물렀느니라.
너희들은 자세히 들어라. 지나간 과거 어느 마을에 한 장자가 있었는데, 재물이 많아서 살림의 씀씀이가 풍족하였다. 아내를 얻은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들 하나를 낳았는데, 용모가 단정하고……(자세한 것은 앞에서 설한 것과 같다.) 그가 아내에게 말하였다.
‘현수여, 내가 이제 아들을 두어서 돈을 쓸 곳이 많을 터이니, 바다로 나아가서 갖가지 보배들을 구해야겠소.’
아내가 말하였다.
‘뜻대로 하십시오.’
장자는 곧 생각하였다.
≺내가 만약 많은 재물을 아내에게 남겨주고 떠난다면, 이 사람은 반드시 교만하고 사치스러워져서 법답지 못한 일을 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장자는 아내에게는 재물을 조금만 주었다. 그는 자기와 잘 아는 사이인 마을의 한 상인에게 나머지 재화를 갖고 가서 모두 맡기며 말했다.
‘이제 길을 떠나서 돈을 벌려고 하니 언제 돌아올지 기약할 수 없습니다. 나의 아내가 얻고 입을 것이 부족해지면 마땅히 공급해주길 바랍니다.’
이렇게 말하고는 곧 재화를 가지고 큰 바다로 나갔다가 바람을 만나 배가 부서져서 돌아오지 못했다. 그 재물을 기탁 받은 상인은 장자의 말을 따르지 아니하였다. 그때 장자의 아내는 친족들의 힘을 빌려서 스스로 생활을 꾸려나가고 아들을 양육하였다.
아들이 자라면서 나이가 들자 어머니에게 물었다.
‘저의 조상들께서는 무슨 일로 생업을 삼아서 생계를 꾸렸습니까?’
어머니가 생각하였다.
≺내가 이 아이에게 바다에서 무역을 했다고 말해준다면, 혹시 이 아이까지도 바다로 나갔다가 조난을 당해 돌아오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럼 내가 외로움과 고통을 받을 것이다.≻
마침내 그 아이에게 말하였다.
‘너의 조상님들은 이곳에서 무역을 하면서 생계를 꾸렸단다.’
아들이 어머니께 말씀드렸다.
‘돈을 좀 주시면 제가 장사하는 것을 배우겠습니다.’
어머니가 아들에게 말하였다.
‘내가 어디에서 돈을 얻을 수 있겠느냐? 그저 종친들의 힘을 빌려서 가난하나마 힘써 너를 길렀는데, 다시 네가 달라는 재물이 남아 있겠느냐? 그러나 아무개 상인은 너의 아버지와 오랜 친구 사이이니 얼마간 재물을 구해서 너의 생각대로 경영해 볼 수 있을 것이다.’
아들은 그 말을 듣고 나서 그 상인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때 어떤 사람이 상인의 집에서 돈을 빌려갔는데 세 번이나 이자를 주지 아니하였다. 그는 아주 화를 내고 꾸짖으면서 갚을 것을 요구하였으나 방법이 없었다. 마침 그 집의 하인이 똥을 치우고 있다가 그 속에 죽은 쥐가 있어서 함께 내다버렸다. 장자는 원망하는 생각을 내면서 돈 빌려간 사람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지금 세간에 영리를 아주 잘 추구하는 자가 이 하인이 버린 쥐로 인해서 산업이 풍요롭다는 것을 알지 못하는가?’
그 장자의 아들이 멀리서 이 말을 듣고는 곧 이렇게 생각했다.
≺이 큰 상인이 헛된 말을 않는다면, 어찌 이 죽은 쥐가 부귀와 즐거움을 가져다주지 않겠는가?≻
그는 곧 하인을 따라서 쥐가 버려진 곳을 살펴보았다. 그리고 하인이 똥과 쥐를 버린 구덩이 안에서 쥐를 꺼내 가지고 큰 시장으로 갔다. 마침 굶주린 고양이가 기둥에 목이 묶여 있었는데, 쥐를 본 고양이는 곧 펄쩍 펄쩍 뛰어 올랐다.
이때 고양이의 주인이 아이에게 말하였다.
‘그 죽은 쥐를 주면 좋겠구나.’
그 아이가 말하였다.
‘어찌 빈 말로 다른 사람의 물건을 얻으려고 합니까? 만약 저에게 대가를 지불하신다면 고양이이게 쥐를 주도록 하겠습니다.’
고양이의 주인은 곧 완두콩 한 웅쿰을 가져다가 그 값을 치렀다.

이때 아이는 쥐를 그곳에 두고 콩을 가져다가 기왓장 위에서 볶으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다 먹어버리면 본전이 하나도 없게 된다.’
그래서 옷자락에다 콩을 넣고 병에 찬물을 담아서 마을 밖으로 나아갔다. 그리고 땔나무를 파는 사람이 쉬는 곳에 머물면서 그들이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그때 땔나무를 파는 사람들은 날이 저물자 다들 쉬는 곳에 이르렀다.
아이는 그들이 오는 것을 보고서 그들에게 말하였다.
‘대형(大兄)이여, 날이 매우 더우니 쉬어 가시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때 땔나무를 파는 사람들이 잠시 머무르자, 아이는 드디어 익힌 콩을 여러 사람들에게 나누어 주고 찬 물도 주었다. 그들이 물었다.
‘얘야, 너는 어디를 가려고 하느냐?’
‘저는 땔나무를 하려고 합니다.’
아이에게 말했다.
‘우리는 아침에 성을 나섰다가 이제야 돌아온 거란다. 네가 지금 떠난다면 해가 져도 돌아오지 못할 거라서 헛되이 고생만 하고 얻는 것도 없을 것이다.’
이때 그들은 각자 땔나무 하나씩을 덜어서 아이에게 베풀어 주었다. 아이가 땔나무를 얻어서 모으니 한 짐이 되었다. 그것을 시장에 가지고 가서 판 돈으로 모두 완두를 샀다. 그리고 완두를 다 볶고 병에 찬물을 담은 뒤에 지난번에 갔던 곳으로 가서 나무꾼들을 기다렸다. 그들이 도착하자 앞에서와 같이 나누어 주었다. 나무꾼들이 그를 보고 기뻐하면서 ‘때마침 그것을 먹으니 숨을 돌리겠구나’라고 하면서 아이에게 말하였다.
‘매일 이곳에서 너와 만나도록 하자. 우리들이 각각 땔나무를 조금씩 덜어서 수고의 대가로 지불하겠다.’
아이는 이 일로 인해 마침내 많은 이익을 얻었다.
이때 아이가 나무꾼들에게 말하였다.
‘형님들께서는 땔나무를 집에 갖고 가서 팔지 마시고 모두 저희 집에다 쌓아두시면, 제가 그것을 팔아서 짐을 계산하여 값을 치러 드리겠습니다.’
나무꾼들은 아이의 제안을 허락해서 땔나무를 주고 값을 받았다. 그 후 어느 때에 날이 흐리고 비가 오면서 7일 동안 장마가 지는 바람에 땔나무의 가격이 더욱 올라서 많은 이익을 얻었다.
아이는 스스로 생각하였다.
≺내가 비록 이익을 얻지만 끝내 오래 가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땔나무를 팔아서 생계를 꾸려 나가는 것은 남들에게 업신여김을 당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여러 잡물들을 사서 스스로 작은 가게를 열자 그 이익이
갈수록 많아졌다.
그래서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런 잡물을 파는 것은 상인으로서는 수치스럽게 여길 일이다.≻
그는 곧 향을 파는 가게를 차려서 제값대로 팔았어도 배나 되는 많은 돈을 벌었다.
그리고는 다시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것은 큰 쓸모가 없다.≻
그는 즉시 금을 파는 가게를 차려서 이익을 더욱 많이 얻었다. 다른 가게보다 장사가 아주 잘 되자, 상인들이 그를 질투해서 이름을 쥐금방 주인이라고 붙여주었다.
상인들 여럿이 상의하였다.
‘여러분께서는 마땅히 아셔야 합니다. 이 쥐금방 주인의 가게가 너무 잘 되는 까닭에 우리들은 장사가 되질 않습니다. 우리들은 함께 그에게 가서 바다로 배를 타고가면 많은 보물을 얻는다고 부추깁시다. 그리하여 배를 타고 나가서 죽게 만들어서 돌아오지 못하게 합시다.’
그리고는 즉시 함께 금을 파는 가게로 다가가서 말소리가 들릴만한 곳에서 서로가 수군거렸다.
‘당신들은 아시오? 세상에 조상의 일을 이어가지 않는 사람을 보면, 그가 하는 일이 날마다 쇠퇴하는 것이 마치 어떤 사람이 처음에는 코끼리를 타다가 뒤에는 말을 타게 되고, 그 다음 말을 버리고 수레를 타다가 다시 수레를 버리고 걸어서 물을 건너는 것과 같습니다. 이 쥐금방 주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조상 대대로 모두 큰 바다로 배를 타고 가서 좋은 보배들을 구해다가 스스로를 구제하고 남들까지도 구제하는 바람에 멀고 가까운 곳에서 칭찬이 자자하였는데, 이 아이는 오늘 자립도 못하고 겨우 작은 금방으로 돈을 벌면서 고생스럽게 살아가니, 참으로 생각해볼 일입니다.’
그는 이 말을 듣고 그들에게 물었다.
‘여러분께서는 지금 무슨 일을 이야기하시는 건가요?’
그들이 일을 갖추어서 대답해주었다. 아이는 이 말을 듣자 아무 말 없이 잠자코 집으로 돌아가서 어머니에게 여쭈었다.
‘저의 조상님들께서는 일찍이 배를 타고 바다로 가서 보배들을 구하여 부유한 상인이 되셨습니까?’
그 어머니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어쩌다 이 아이가 다른 곳에서 들어서 알았구나. 이제 나는 거짓으로 속여서는 안 되겠다. 마땅히 사실대로 알려주어야겠구나.≻
어머니가 말했다.
‘너의 할아버지와 아버지께서는 모두 배를 타고 바다로 가서 큰 상인이 되셨으니, 사람들이 다들 칭찬을 하였느니라.’
어머니께 아뢰었다.
‘저도 이제 마찬가지로 바다로 가서 보배를 찾아보겠습니다.’

어머니가 말하였다.
‘너는 가서는 안 된다.’
오래지 않아서 다시 아뢰니, 어머니는 자식의 뜻이 정해져서 막을 수 없음을 알았다. 어머니의 허락을 받고 나자 곧 성읍에 널리 알렸다.
‘여러분, 바다로 배를 타고 가서 보배를 구하고자 하시는 분이 계시면 마땅히 쥐금방 주인을 따라 나섭시오. 세금을 물지도 아니하고 편안하게 떠나갔다가 돌아올 것이며, 바다로 들어가는데 드는 비용은 이미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때 오백 명의 상인들이 이 소식을 듣자 각자 물건을 준비하여 떠나갈 날을 기다렸다. 쥐금방 주인은 일진이 좋은 날을 점쳐서 상서로운 일을 행한 뒤에 드디어 여러 사람들과 함께 재물들을 수레와 말에 실어서 바닷가로 나아갔다. 바닷가에 도착한 장사꾼들은 바다를 보자 두려운 마음을 내면서 물러날 뜻을 품고 배에 타려 하지 않았다.
그때 쥐금방 주인은 사람들이 모두 돌아갈까 걱정해서 배의 키를 잡는 키잡이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바다의 보배로운 물건들에 대해 사실대로 말해서 알게 하시오.’
키잡이는 곧 여러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당신들 섬부주(贍部洲)의 사람들은 모두 잘 들으십시오. 이 큰 바다 가운데에는 많은 기이한 재물과 보배로운 물건이 있습니다. 이른바 말니(末尼)ㆍ진주(眞珠)ㆍ폐유리보(吠琉璃寶)ㆍ산호(珊瑚)ㆍ패옥(貝玉)ㆍ금(金)ㆍ은(銀)ㆍ적주(赤珠)ㆍ우선묘라(右旋妙螺)와 같은 많은 보배들이 하나 둘이 아닙니다. 여러분께서 만약 큰 바다 가운데에 들어가서 이 보배를 얻는다면 일생 동안 즐겁게 지내면서 부모ㆍ처자ㆍ친족, 아는 사람과 여러 하인들에게 어려움이 없을 것이며, 모두가 능히 사문(沙門)ㆍ바라문(婆羅門)들에게 보시를 할 수 있어서 금생에는 많은 쾌락을 누릴 수 있게 되고 점차로 뛰어난 복을 닦아서 열반의 길에 오르게 될 것입니다. 만약 이런 일을 즐거워한다면 마땅히 함께 배를 타고 바다로 가도록 합시다.’
사람들은 부자가 될 수 있다는 말을 듣자 모두 마음으로 기뻐하면서 다 함께 배에 올라탔다.
사람이 너무 많아 배가 무거워지자 상인은 생각하였다.
≺이미 올라타도록 권했는데,
이번엔 어떻게 해야 다시 배에서 내리게 할 수 있을까?≻
곧 키잡이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지금 마땅히 바다 가운데에서 만나게 될 우환을 말해주는 것이 좋겠소.’
이때 키잡이는 상인의 말을 듣고 즉시 사실대로 여러 사람들에게 말하였다.
‘섬부주의 사람들인 당신들은 마땅히 들으십시오. 이 바다 가운데에는 아주 무서운 것이 있습니다. 이른바 마갈대어(摩竭大魚)1)는 배를 삼키고 물결을 토해내며, 넓고 끝없는 파도가 소용돌이치며, 악어와 돌고래가 곳곳에 있어서 위험합니다. 또 거센 바람이 갑자기 일어나 산모퉁이에서 배를 표류하게 하고 돛을 찢고 돛대를 부러뜨리지만 어디다 알릴 수도 없습니다. 게다가 푸른 깃발을 단 해적들이 홀연히 나타나 큰 배를 부수고 당신들의 목숨을 빼앗음으로서 마침내 당신들의 사랑하는 몸뚱이를 버리게 하여 부모ㆍ종친들을 다시는 보지 못하게 합니다. 당신들은 마땅히 스스로 생각하고 살펴서 여기서 떠나지 않는 것이 좋겠습니다.’
그때 겁이 나고 용기가 적은 사람들은 이 말을 듣자 배에서 내렸는데 그 숫자가 많았다. 그 배가 마침내 가벼워지면서 무게가 알맞게 되자, 세 번을 알린 다음에 배를 정박시키는 닻을 뽑아 올렸다. 그러자 먼데서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큰 배가 파도를 넘어가는 것이 마치 한조각 구름이 떠나가는 것과 같아서 모두가 편안하게 보주(寶洲)2)에 도달할 수 있었다.
키잡이가 알렸다.
‘섬부주에 있는 상인들은 모두가 알아야만 합니다. 이 보주에는 가짜 유리가 많은데 진짜 보배와 아주 비슷합니다. 여러분께서는 마땅히 잘 시험해보고서 가져야만 고향에 돌아가서도 후회하지 않게 됩니다. 또 이 보주는 명학라찰(鳴鶴羅刹)이 의지하여 머물러 살고 있습니다. 만약 사람을 보게 되면 갖가지 방편을 짓고 부드러운 말로 홀려서 끝내 여러분을 죽게 만듭니다. 또한 이 보주 안에는 사람을 취하게 만드는 과일이 많은데, 만약 사람이 그것을 먹게 되면 7일 동안 깨어나지 못합니다. 여러분께서는 반드시 잘 알아서 조심하고 삼가야만 합니다. 또 이 보주의 곳곳에는 비인(非人)이 머물러 살고 있어서
7일 동안은 함께 용납을 하지만 7일이 지나면 큰 바람을 놓아서 상인들의 배를 바람으로 부수어 놓습니다.’
여러 상인들은 이 말을 듣자 각자 스스로 굳게 방비하면서 많은 보배들을 거두어 들여 볏 짚단이나 콩깍지 동이처럼 배 안에다가 쌓아 놓았다. 이때 키잡이는 바람을 잘 살펴서 곧 섬부주로 되돌아왔다. 이와 같이 일곱 번을 편안히 돌아왔다.
그 어머니가 말하였다.
‘너는 장가를 들어서 가업을 편안하게 하는 것이 좋겠다.’
아들이 어머니에게 아뢰었다.
‘제가 빚을 갚고 나면 어머님의 명을 따르겠습니다.’
어머니가 아들에게 말하였다.
‘너의 할아버지와 아버지께서 일찍이 빚을 진 일이 없는데, 무엇 때문에 오늘에 와서 빚을 갚는다는 말을 한단 말이냐?’
‘제가 스스로 있는 것을 압니다.’
그는 즉시 네 가지 보배로 네 마리의 쥐를 만들고, 다시 은쟁반에다 금과 곡식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 쟁반 위에 네 마리 쥐를 얹어서 아버지의 친구였던 상인의 집으로 갔다. 이때에 그 상인은 여러 사람들과 함께 이야기하다가 쥐금방 주인에게도 이야기가 미쳤다.
‘여러분께서는 쥐금방 주인에게 큰 복덕이 있는 줄 알지 못하십니까? 만약 기왓장이나 돌을 손에 쥐게 되면 그것이 모두 금ㆍ은 보배가 됩니다.’
이렇게 말을 하였을 때 문지기가 상인에게 아뢰었다.
‘쥐금방 주인이 문 밖에 와 있습니다.’
상인이 문지기에게 말했다.
‘불러서 들어오게 하여라. 막아서는 안된다.’
문지기가 안내하여 들어오자, 그는 곧 보배로 만든 쥐와 금이 담긴 쟁반을 받들어 상인에게 주면서 아뢰었다.
‘이것은 본래의 쥐이옵고, 이것은 그 이자입니다.’
상인이 말했다.
‘내가 일찍이 그대에게 돈이나 재물을 준 일이 없는데, 무슨 연고로 이제 와서 본전과 이자를 갚는다는 말을 하는가?’
‘저는 기억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는 지난날에 쥐를 버린 인연을 갖추어 상인에게 말하였다,
상인이 물었다.
‘당신은 누구의 아들인가?’
‘저는 아무개 장자의 아들입니다.’
상인이 말했다.
‘당신은 바로 내 친구의 아들이로구나. 내가 마땅히 그대에게 주어야 옳은데, 어찌하여 그대가 내게 돌려준단 말인가? 그대의 선친께서는 지난날에 약간의 재물을 나에게 맡겨 두었는데 아직도 되돌려주지 않았다네.’
상인은 곧 자신의 큰 딸을 그의 아내로 삼고
영랑(瓔珞)으로 몸을 치장하여 그의 집으로 보냈다.”
그리고 세존께서는 다시 말씀하셨다.
“너희들 필추여, 이상하다는 생각을 내가 말아라. 지나간 때의 상인이 바로 나이고, ‘쥐금방 주인’은 바로 우로(愚路)였느니라. 내가 지난날에 약간의 인연을 설하면서 죽은 쥐를 언급하였는데, 마침내 이로 인해 커다란 부를 얻게 했느니라. 이제 내가 약간의 가르침을 설하노니, 곧 스스로 힘써서 온갖 번뇌를 끊고 생사의 언덕을 벗어나서 뛰어난 묘과(妙果)를 이루어 영원히 열반을 증득하여라.’
그때 구수 우로는 법과 계율을 훌륭히 설하는 곳으로 출가를 하여 과(果)를 얻었다. 이때 왕사성에서는 대의왕(大醫王)이 있었는데 이름을 시박가(時縛迦)라 하였다. 그는 구수 우로(愚路)가 지극히 우둔한데도 불세존께서 출가를 허락하셨다는 말을 듣자 바로 이렇게 생각했다.
‘만약 불세존께서 이곳에 오신다면 나는 마땅히 부처님과 필추 승가를 청하되 오직 우로만을 제외하고 청해야겠다.’
그때 세존께서는 여러 유정(有情)들을 교화해 제도하시려고 실라벌성을 떠나 유행(流行)하시다가 왕사성에 도착하여 갈란탁가(羯闌鐸迦)의 죽림원(竹林園)에 머무르셨다. 시박가는 부처님이 죽림원에 와계시다는 소식을 듣자 부처님 계신 곳에 나아가서 부처님의 발에 예배드리고는 한쪽에 앉았다. 부처님께서는 법요(法要)를 설하셔서 법을 보여주고 이익 되고 기쁘게 하셨다. 그는 설법을 듣고 나자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내놓고 왼쪽 어깨만 덮어서 경의를 표한 뒤에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왼쪽 무릎을 세워 예배드리고 합장하면서 공경스럽게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원하옵건대 세존과 필추 스님들께서는 내일 저희 집에 오시어서 저의 보잘 것 없는 공양을 받으소서.”
세존께서는 잠자코 청을 받아들이셨다. 그때 시박가는 직접 세존을 뵈옵자 세존의 위의와 덕이 엄중해서 감히 세존 앞에서는 우로를 빼놓고 공양을 청한다는 말을 드리지 못했다. 그래서 부처님께 예배드리고 물러나서는 아난다의 처소에 가서 공경을 다하여 아뢰었다.
“대덕이시여,
제가 내일 부처님과 스님들에게 보잘 것 없으나 공양을 베풀고자 청하였는데, 부처님의 덕이 존귀하고 엄중하여 감히 우로를 빼놓고 청한다는 말씀을 드리지 못하였습니다.”
아난타는 시박가에게 말하였다.
“왕자(王子)의 마음에 따라 복을 늘어나게 하리라.”
그러자 저 왕자는 아난타의 발에 예배드리고서 떠나갔다.
이때 아난타는 왕자가 떠난 후에 우로 필추의 처소로 찾아가 고하였다.
“구수께서는 알아두십시오. 시박가 왕자가 내일 부처님과 스님들에게 집에 오셔서 공양을 하시라고 청하였으나 오직 구수 한 분만 제외하였나이다.”
이때 우로가 그 말을 듣고는 아난타에게 대답하였다.
“왕자의 마음에 따라 복을 늘어나게 하리라.”
그 왕자는 그날 밤 갖가지 훌륭한 음식을 마련했다. 아침이 되자 그 음식을 베풀고 물그릇을 갖다 놓고는 사람을 보내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제 음식이 준비되었나이다. 원하옵건대 끼니의 때를 알리소서.”
그때 세존께서 하루의 초분(初分)에 옷을 입고 발우를 챙기시자, 대중들이 세존을 수행하였는데 오직 우로만을 제외하고 왕자의 집으로 나아갔다. 집에 도착하자 물에 벌레가 없는 것을 보시고는 발을 씻으시고 자리에 나아가 앉으셨다.
부처님께서 아난타에게 말씀하셨다.
“우로의 자리를 남겨두도록 하라.”
아난타는 부처님의 명을 받들어 우로의 자리를 남겨두었다. 이때 왕자는 손에 금으로 만든 물병을 잡고서 맑은 물을 가득 채워 윗자리부터 물을 부어나가려고 하였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받으려 하지 않으셨다.
시박가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찌하여 물을 받지 않으시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왕자여, 필추 승가가 아직 다 모이지 아니하였느니라.”
왕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누가 아직 오지 않았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우로 필추가 아직 도착하지 아니하였느니라.”
왕자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제가 그를 청하지 않았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왕자여, 어찌하여 그대는 부처와 모든 스님들을 다 같이 청하지 아니하였는가?”
“세존이시여, 대중들을 두루 청하였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왕자여, 일찍이 저 우로가 대중 스님네 가운데 있지 않았는가?”
왕자가 말씀드렸다.
“대중 스님네 가운데 계셨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만약 그러하다면 마땅히 가서 불러와야 하리라.”
시박가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부처님을 공경하는 까닭에 사람을 시켜서 불러야겠다. 그를 존중할 수는 없지만 음식은 베풀어야겠구나.’
곧 심부름꾼에게 명하여 말하였다.
“너는 지금 죽림에 가서 구수 우로를 불러오너라.”
이때 우로는 죽림에서 왕자의 뜻을 알고는 드디어 천 이백 오십 명의 필추를 만들었는데 그 형상이 우로와 똑같았다.
심부름꾼은 절에 이르러서 구수 우로를 불렀다. 여러 필추들이 일시에 모두 심부름꾼에게 응답하게 하니, 심부름꾼은 누가 우로인 줄을 알지 못하였다.
심부름꾼이 돌아와서 왕자에게 말하였다.
“죽림에는 필추가 가득 차 있는데, 저는 참으로 누가 우로인 줄을 알지 못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 심부름꾼에게 말했다.
“당신은 절에 가서 ‘진짜 우로는 마땅히 나오시오’라고 말하여라.”
심부름꾼이 죽림으로 가서 불렀다.
“진짜 우로는 마땅히 나오시오.”
이때 우로는 신통력으로 왕자가 머무는 곳에 가서 자리에 앉았다. 그때 시박가는 우로가 온 것을 보고 나서 부처님과 스님네들에게 차례로 음식을 드렸다. 그러나 우로가 있는 곳에 이르러서는 정중하지 않았는데, 비록 거듭 음식은 주었지만 믿고 공경하는 마음이 없었다.
세존께서는 곧 생각하셨다.
‘나의 제자는 덕이 무겁고 높은데, 이 시박가는 우매하고 어리석어서 스스로를 손상시키는구나. 내가 이제 마땅히 우로의 뛰어난 덕을 드러내 보여야겠구나.’
그때 세존께서는 공양을 마치셨다. 아난타가 부처님의 발우를 가져가려고 하자, 세존께서 주지 않으셨다.
그런데 세존의 일상적인 법도에서 세존이 발우를 거두지 않으시면 모든 필추들도 다 발우를 거두지 않았다. 우로는 여러 필추들이 공양을 마쳤는데도 발우를 거두지 않는 까닭을 생각하다가, 그것이 자신의 덕을 드러내기 위함이란 걸 관해서 알았다. 그는 즉시 자리를 옮겨서 손을 마치 코끼리의 코처럼 길게 펴서
세존이 계신 곳까지 늘어뜨려 세존의 발우를 거두었다. 이때 왕자는 부처님 곁에 서 있다가 그 손을 보고는 ‘어떤 대덕(大德)이 이런 신통을 나타내는가?’ 하면서 발우를 따라가다가 그 형상이 우로임을 알았다. 그는 신통을 나타낸 사람이 우로임을 알자 크게 두려워하다가 땅에 쓰러져 기절했는데, 여러 친족들이 얼굴에 물을 뿌리고 나서야 비로소 소생하였다. 그는 즉시 우로에게 나아가 우로의 발을 잡고는 머리가 닿도록 절을 하였다. 그리고는 슬피 참회하면서 사죄를 했는데 가타(伽他)로 말하였다.

전단(栴檀)3)의 성품은 항상 시원하오며
올발라화(嗢鉢羅花)4)는 향기를 머금고 있나이다.
금으로 된 쟁반은 항상 묘한 광명을 발하며
폐유리(吠琉璃)5) 보석은 항상 맑은 빛을 띠고 있나이다.

죄악이 있는 사람은 언제나 성을 내고 해치나니
마치 돌에 새겨진 무늬를 끝내 지우지 못하는 것 같나이다.
성인께서는 묘하고 훌륭함을 갖추셨으니
원하옵건대 불쌍히 여기사 저를 용서하소서.

그때 우로가 왕자에게 말하였다.
“나는 언제나 참는 마음을 품고 있나니 어찌 원망하는 마음을 두겠소?”
이때 왕자는 부처님이 계신 곳으로 나아가 부처님 발에 예배드리고는 공경스럽게 인사하고 물러갔다. 이때 여러 필추들은 절에 도착하고 나서도 모두가 의심하는 마음을 가졌으므로 세존께 말씀드렸다.
“대덕이시여, 시박가 왕자가 구수 우로의 진실한 덕을 알지 못하였을 때는 공경스럽지 못하다가 알고 나서는 발에 예배드리고 슬피 참회하고 사죄를 구했는데, 어떤 인연이 있기 때문입니까?”
부처님께서 여러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다만 오늘에만 이런 일을 하였을 뿐만 아니라 지나간 과거에도 또한 이와 같았느니라. 너희들은 잘 들어라. 과거세(過去世)에 한 대왕이 있었으니 이름을 범마달다(梵摩達多)라 하였다. 당시 북방에는 말을 판매하는 어떤 상인이 오백 필의 말을 몰고 그 나라의 수도로 가고 있었다. 그 상인에게는 한 마리 암말이 있었는데 문득 새끼를 배었다. 이 말은 지혜로운 종자라서 새끼를 밴 뒤로부터는 여러 말들이 다시는 울어대지 아니하였다.
상인이 곧 생각하였다.
‘나의 말들이 병이 났기 때문인가? 어찌하여 여러 날 동안
울어대지도 아니하고 뛰지도 아니할까?’
뒤에 그 말이 망아지를 낳자 오백 마리의 말들은 귀를 늘어뜨리고 있으면서 감히 재채기를 하거나 먹고 마시는 소리도 내지 아니하였다.
이때 상인은 그 일을 보고서 다시 생각하였다.
‘어찌하여 이 박복한 유정(有情)이 말로 태어났을까? 이 허물 때문에 나의 여러 말들이 모두가 병이 생겼구나.’
그리고는 늘 이 암말을 타고 다니면서 풀과 곡식을 그 암말에게 주지 않았다. 점차 남쪽으로 가서 중국의 경계에 이르러 한 마을에 도착하였는데, 그 마을의 이름은 공시(供恃)라 하였다. 그런데 그곳에 도착하자마자 여름 장마를 마났다. 상인은 곧 생각하였다.
‘내가 만약 이 마을을 떠난다면 말들이 모두 발굽이 젖을 것이고, 그로 인해 병이 생겨서 많은 손실이 있을 것이다. 나는 이제 이곳에서 머무르는 것이 좋겠다.’
그곳에 머무르자 근방에 있는 마을의 여러 사람들이 자기 솜씨대로 기이한 물건들을 가져다가 상인에게 바쳤다. 여름이 다 지나자 상인의 무리들은 길을 떠나려고 하였다. 그때에 여러 공인(工人)이 모여서 떠나는 것을 전송하였는데, 상인은 먼저 자기가 받은 물건에 맞추어서 대가를 지불하였다. 그때에 어떤 도공(陶工)이 기와 그릇을 상인에게 바쳤는데, 상인이 떠나려 한다는 소식을 듣자 그 아내가 남편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이제 가서 상인과 이별하는 것이 좋겠군요. 혹시라도 당신이 그릇을 준 것을 기억한다면 그에 맞는 물건으로 대가를 지불할지도 모르니까요.’
도공은 아내의 말을 듣자 곧 진흙덩어리로 상서로운 모양을 새긴 도장을 만들어서 그것을 갖고 상인을 뵈었다.
상인은 그것을 보고 나서 그에게 말하였다.
‘남자여, 당신은 너무 늦게 왔습니다. 나에게 있는 재물들은 이미 다 나누어 주고 가진 것이 없습니다. 어떤 물건으로 사례를 하면 좋겠습니까?’
그런데 상인은 작은 망아지에게 애정이 없어서 늘 길상(吉相)이 아니라고 여겼었다. 그래서 도공에게 말하였다.
‘나에게는 이제 이 작은 망아지밖에 가진 것이 없습니다. 당신이 필요하다면 마음대로 가지고 가십시오.’
도공이 말했다.
‘나는 많은 힘을 들여서 여러 가지 그릇을 만들어 놓았습니다. 이 망아지를 가지고 가면 그것들을 밟아서 깨뜨릴 겁니다. 이 쓸데없는 것을
제가 어디에 필요로 하겠습니까?’
그때 망아지는 그 말을 듣자 발을 구부리고 도공에게 나아가서 그의 두 다리를 핥았다. 그 모습을 본 도공은 이내 사랑스러운 마음이 생겨서 드디어 망아지를 받아 집으로 끌고 갔다.
아내가 보고서 물었다.
‘상인이 있는 곳에 가시더니 무엇을 얻었나요?’
남편이 말했다.
‘이 망아지를 얻었다오.’
아내가 말했다.
‘고약하게 되었군요. 이 녀석은 내가 힘들여 만든 그릇을 모조리 밟아서 깨뜨릴 거예요.’
망아지는 이 말을 듣자 즉시 그의 아내에게 가서 그의 두 다리를 핥았다. 그의 아내도 그 모습을 보자 마찬가지로 사랑스러운 마음이 생겼다. 그 망아지는 여러 도공들이 그릇을 만들어 놓은 것을 이리저리 돌아보면서 다녔으나 하나도 깨뜨리는 것이 없었다.
아내가 남편에게 말했다.
‘이 어린 망아지가 사랑스럽기도 하군요. 어찌나 조심스러운지 그릇 사이를 돌아다니면서도 끝내 손상시키는 것이 없어요.’
그때 도공은 먼 곳에 가서 흙을 가져오게 되었다. 망아지는 그의 뒤를 따라 갔다. 도공이 흙을 자루에 가득 담자, 작은 망아지는 즉시 흙 자루가 있는 곳으로 가서 등을 낮추었다. 도공은 흙 자루를 등에 얹고는 천천히 집으로 돌아왔다.
남편이 아내에게 말했다.
‘이 망아지는 참으로 사랑스럽군. 나를 대신해서 수고를 하다니. 내가 밭에서 흙 자루를 망아지에게 실릴 테니, 당신은 집안에서 자루를 들어서 내려놓기만 하시오.’
그리고 늘 곡식과 지게미와 기름을 짠 찌꺼기로 먹을 것을 충분히 주었다.
그때 바라날사(婆羅痆斯)6)의 범마달다왕(梵摩達多王)에게는 슬기로운 말한 마리가 있었는데 병으로 죽었다. 주변과 멀리 떨어져 있는 나라에서는 왕의 말이 죽었다는 소식을 듣자 각각 사신을 보내서 왕에게 말했다.
‘왕께서는 이제 마땅히 우리나라에 세금을 보내셔야겠습니다. 만약 주지 않으신다면 성문을 나가지 마십시오. 만약 다시 나가는 자가 있으면 포승줄로 묶어서 데려오겠습니다.’
왕은 그런 말을 듣고도 물건을 주지 않았지만 두려워서 성 밖으로 나가지 아니하였다. 그때 말을 파는 상인이 바라니사국에 이르렀다. 왕은 북쪽에서 말이 왔는데 그 수가 매우 많다는 것을 듣자 대신에게 말하였다.
‘내가 근래에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지혜로운 말 때문이었는데, 이제 말이 없자 업신여김을 당하게 되었소. 내가 때를 보아 성안으로 잠복하고자 하니, 경들은 마땅히 지혜로운 말을 구하도록 하시오.’
여러 신하들은 명을 받고 말을 볼 줄 아는 사람과 함께 말을 파는 상인의 무리에 들어가서 오백 필의 말을 살펴보았다. 여러 마리의 말들이 모두 지혜로운 말로 조련을 받은 것임을 알았지만, 그러나 두루 살펴보아도 지혜로운 말은 볼 수가 없었다. 이때에 말을 볼 줄 아는 사람이 그 암말을 보고 말을 먹이는 사람에게 말했다.
‘당신은 지금 아십니까, 모르십니까? 이 암말이 반드시 지혜로운 망아지를 낳았는데, 어찌하여 보이지 않는 것입니까?’
그들이 함께 상인에게 물었다.
‘당신은 말들 중에서 말을 팔거나 남에게 준 일이 있습니까?’
‘말을 판 일은 없습니다. 그러나 한 마리 망아지가 있었는데, 장차 불길할까 염려해서 어느 성읍에서 그릇 굽는 사람에게 내주었습니다.’
말을 볼 줄 아는 사람은 여러 신하들에게 말했다.
‘여러분께서는 마땅히 아셔야 합니다. 그것이 지혜로운 말입니다. 상인은 고집스럽고 우매하여 훌륭한 말을 구별하지 못해서 제호(醍醐)의 훌륭한 맛을 버리고 쓸데없는 찌꺼기를 가지고 있는 것입니다.’
신하들은 왕에게 아뢰고 나서 함께 공시성(恭侍城)으로 가서 도공의 처소에 이르러 물었다.
‘당신은 지금 이 말을 어디에 쓰고 있습니까?’
‘나는 흙을 지고 나르게 하고 있습니다.’
말을 보는 사람이 말했다.
‘내가 당신에게 당나귀를 줄 테니 서로 바꿉시다.’
‘안 됩니다.’
대신이 그에게 말했다.
‘네 마리의 말과 수레를 줄 테니 바꿉시다.’
‘나는 이 망아지를 사랑합니다. 소와 수레는 쓸 데가 없습니다.’
여러 신하들이 말했다.
‘당신은 잘 생각해 보십시오. 내일 다시 오겠습니다.’
이렇게 말하고는 떠나갔다. 망아지는 비록 축생이었지만 지혜와 식견이 사람보다 뛰어나고 때를 살펴서 움직였으므로 문득 사람의 말을 하게 되었다. 여러 신하들이 떠나간 후에 망아지가 도공에게 말했다.
‘조금 전에 사람들이 와서 무엇을 찾으려고 하였습니까?’
‘너를 찾았다.’
‘서로가 바꾸고자 하는데 어찌하여 주지 않았습니까? 당신은 이제 ≺나에게 죽을 때까지 당신을 위하여 흙을 지도록 하고 곡식이나 지게미 찌꺼기로 먹여야겠다≻고 생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만약 찰리대왕(刹利大王)이
제왕의 자리에 오르게 되면 갖가지 금으로 만든 덮개를 가지고 몸을 덮어줄 것이며, 나는 이와 같이 훌륭한 사람을 등에 태울 겁니다. 만약 내가 먹을 때에는 금으로 된 그릇에 꿀과 잘게 부순 쌀을 마음껏 먹을 겁니다. 만약 그 사람들이 내일 와서 망아지를 묻거든, 당신은 마땅히 ≺당신들은 어찌하여 소홀히 생각하십니까? 만약 지혜로운 말을 일컫는다면 속이더라도 알아채지 못하고 망아지라고 부르는 것입니다. 만약 값을 논하자면 일억(一億)의 금을 세던지, 아니면 금을 자루에 가득 채우되 망아지의 오른쪽 다리의 힘으로 끌 수 있도록 하십시오. 만약 그렇게 할 수 있다면 드리겠습니다≻라고 대답을 하십시오.’
여러 신하들이 이튿날 와서 도공에게 물었다.
‘남자여, 당신은 생각해 보았습니까? 아직 생각하지 않았습니까?’
‘나는 이미 생각을 결정하였습니다.’
‘말을 주겠습니까?’
도공은 곧 지혜로운 말[馬]이 말한 대로 자세히 대답했다. 말을 보는 사람은 이 말을 듣고 스스로에게 말하였다.
‘이 도공은 고집 세고 어리석으며 아는 것이 적은데, 어떻게 이 말이 지혜로운지 지혜롭지 않은지를 알겠는가? 아마도 이 말이 은혜를 갚으려고 생각해서 지난밤에 꾀를 가르쳐준 모양이로구나.’
대신이 그에게 말했다.
‘도공이여, 말이 지혜로운가, 지혜롭지 않은가에 따라서 값을 논하는 것이 좋겠소.’
도공이 말했다.
‘진짜 금 일억을 주신다면 마음대로 하셔도 좋고, 아니면 자루에 금을 가득 채워서 말의 오른쪽 다리로 끌 수 있는 양으로 따져도 좋습니다.’
여러 신하들이 상의했다.
‘망아지에게 큰 힘이 있어서 갑절로 금을 끌 수 있을지도 모르니, 차라리 일억의 금을 주는 것으로 값을 정하자.’
여러 신하들은 사람을 대왕께 보내서 아뢰게 하였다.
‘이제 지혜로운 말을 얻었으니 금 일억이 필요합니다.’
왕은 그 말을 믿고 심부름꾼에게 말하였다.
‘달라는 대로 값을 치르고 데려오도록 하여라.’
곧 일억의 금을 주고 말을 데려오게 하였다. 심부름꾼은 그곳에 가서 금을 주고 난 뒤 지혜로운 말을 데리고 바라날사에 이르렀다. 말을 마구간에 끌어넣고 제일 먼저 구유를 설치한 뒤 보리와 풀을 주는데 말이 먹으려 하지 않았다.

왕이 친히 가서 말이 먹지 않는 모습을 보자 말을 관리하는 사람에게 말했다.
‘이 지혜로운 말이 이전에 병이 있었느냐?’
‘대왕이시여, 말은 참으로 병이 없습니다. 제가 이제 물어보겠습니다.’
가타(伽他)로 말하였다.

네가 어찌 기억하지 못하느냐? 도공의 집에서는
곡식과 물과 풀이 항상 부족하여
몸이 야위어 피골이 상접하였고
굶주림에 못 이겨 들풀을 뜯었으며

밤낮으로 도공의 뜻에 따라서
몸은 언제나 흙을 져서 곤욕스러웠던 것을,
이제 나라의 임금님을 위하여 수레를 매게 되었는데
어찌하여 먹지 아니하고 근심이 있는 것 같으냐?

그때 지혜로운 말은 참을 수 없는 마음이라서 성을 내며 대답하였다.

나는 빠른 다리를 가졌고 힘이 세고 용감한데다.
자세히 살피는 지혜로운 계책은 나보다 나은 말이 없으니,
나의 뛰어난 덕을 당신이 모두 아는데
어찌하여 남들처럼 업신여기는가?

당신은 선악을 능히 알 수 있는데도
옛날의 법도에 따라서 받들지 아니하니
나는 입을 다물고 죽을지언정
남들에게 업신여김을 받으며 살고 싶지 않네.

어리석은 사람에게는 오랫동안 기만을 당하여도
근심스러워하지 않을 것이나
나를 알아주는 사람에게는 잠시 동안 업신여김을 당해도
나는 근심이 일어나 살고 싶지 않다네.

말을 관리하는 사람은 이 말을 듣고 대왕에게 말하였다.
‘왕께서는 이 지혜로운 말에게는 옛날의 선법(仙法)에서 하던 순서에 따라 공급해 주셔야겠습니다. 만약 차례대로 하지 않는다면 반드시 먹으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왕이 말했다.
‘어떤 것이 그 차례이냐?’
‘마땅히 성으로부터 3유순(由旬) 떨어져 있는 거리를 평탄하게 길을 닦아서 깃대와 덮개로 장엄하십시오. 그리고 임금님께서는 사병(四兵)을 거느리시고 몸소 영접하셔야 합니다. 안치한 곳에서는 붉은 구리로 만든 쇠붙이 조각으로 그 땅을 찍으시고, 동궁 태자께서는 몸소 천 갈래로 된 금 덮개를 높이 들어 그 땅을 덮으시고, 나라의 대부인(大夫人)은 꿀을 쌀에 발라서 황금 쟁반에 가득 채워서 몸소 손에 쥐고
먹여야 하며, 제일대신(第一大臣)은 친히 금으로 된 삼태기를 잡고 그 똥을 받아내야 합니다.’
왕이 말했다.
‘그렇게 공급하는 것은 왕이 쓰는 것과 같으니, 나는 다시 무엇을 쓴단 말이냐?’
말을 관리하는 사람이 말했다.
‘이는 항상 그렇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7일 동안을 법식에 맞게 하는 것이오니 이치가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하는 겁니다.’
왕이 말했다.
‘이미 지나간 일은 거듭해서 할 수 없으니, 나머지 앞으로의 일은 마땅히 법에 맞게 시행하라.’
즉시 마구간 안에 말이 머무르는 곳을 붉은 구리 조각으로 바르고, 태자는 몸소 천 갈래가 난 금 덮개로 그 땅을 덮고, 왕의 큰 딸은 털이개를 쥐고 파리를 쫓아주며, 나라의 대부인은 금으로 된 쟁반에다 먹을 것을 갖다 주고, 대신은 삼태기를 잡고 말을 위해 똥을 치웠다. 말은 이렇게 미묘한 공급을 보자 곧 먹이를 먹었다.
그때에 말을 관리하는 사람이 게송으로 말하였다.

대왕께서는 이제 너를 허락하시고
가장 훌륭한 공급을 해주셨도다.
필요한 것들은 모두 마음에 맞게 되었으니
임금님께 마땅히 마음을 다할지어다.

말이 그에게 말했다.
‘나는 당신의 말대로 마땅히 해야 할 일은 게을리 하지 않겠습니다.’
그때 대왕은 동산에 가고자 하였다. 신하들은 갖가지 훌륭한 보물로 안장과 고삐를 만들어서 지혜로운 말을 치장한 뒤에 대왕의 처소에 이르렀다. 이때 지혜로운 말은 왕이 말을 타려고 하는 것을 보자 곧 허리를 낮췄다. 왕이 말했다.
‘말이 등에 병이 났느냐?’
말을 모는 사람이 대답했다.
‘이것은 등이 아픈 것이 아니오라 대왕께서 오르시기 어려울까봐 허리를 낮춘 것입니다.’
왕이 곧 말을 몰아서 강가에 이르렀는데 말이 나아가려 하지 않았다. 왕이 말을 모는 사람에게 물었다.
‘말이 두려워하는 마음이 있어서 물에 들어가려 하지 않는 것이냐?’
‘이는 물이 두려워서가 아니오라 물기를 임금의 몸에 뿌리게 될까 싶어 들어가지 않는 것입니다.’
즉시 그 꼬리를 묶어서 금으로 된 주머니에 넣고 물을 건너갔다. 왕은 동산에서 마음대로 여러 날을 머물렀다. 이때 사방에 있는 여러 나라들이 왕이 동산에 머물러 있다는 소식을 듣자
군대를 일으켜서 성문에까지 이르렀다. 왕은 변방의 나라들이 군대를 끌고 함께 온다는 소식을 듣자 즉시 지혜로운 말을 타고 뒷문으로 성 안에 들어가려 하였다. 그 중간 길에는 묘범(妙梵)이라 부르는 하나의 큰 연못이 있었는데, 많은 연꽃들과 올발라(嗢鉢羅) 등이 그 위를 덮고 있었다. 이때 지혜로운 말은 그 연못가에 이르자 연꽃을 밟고 천천히 지나서 성 안에 들어가 주변의 적들을 흩뜨릴 수가 있었다.
왕은 크게 기뻐하면서 여러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경들은 아는가? 만약 제왕의 목숨을 구해주었다면 어떻게 그 은덕을 갚아야 하는가?’
여러 신하들이 말하였다.
‘기꺼이 나라의 반을 주어야 할 것입니다.’
왕이 말했다.
‘저것은 축생이니 어떻게 나라의 반을 상으로 줄 수 있겠느냐? 마땅히 그 말을 위하여 7일 동안 널리 무차회(無遮會)7)를 베풀고 때 아닌 때에 물건을 베푸는 모임을 벌여서 필요한대로 모두 공급해주도록 하라.’
여러 신하들이 명을 받들어서 그것을 다하였다. 이때 말을 파는 상인은 큰 모임이 열리는 것을 보고 사람들에게 물었다.
‘무슨 까닭에 정해진 때도 아닌데 이 큰 모임을 여는 것입니까?’
사람들이 그에게 말해주었다.
‘당신은 공시성(恭侍城)에서 한 마리의 망아지를 도공에게 주었던 것을 어찌하여 기억하지 못하는 것입니까? 그 지혜로운 말은 온 세상 사람들이 보배라고 칭하는데, 왕은 일 억의 금으로 그에게 샀습니다. 이제 임금의 목숨을 구했으니, 그 기쁨과 경사로 인해서 무차회(無遮會)를 여는 것입니다.’
상인은 그 말을 듣고 나서 곧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게 있던 그 말이 어찌 지혜로운 말이겠는가? 내가 이제 마땅히 가서 그 생김새를 보아야겠다.≻
마구간이 있는 곳에 가자 지혜로운 말이 상인을 보고 물었다.
‘상인께서 여러 마리의 말을 팔아 얼마를 얻었습니까? 나는 이 한 몸으로도 일억의 금으로 도공에게 보답하였습니다.’
상인은 이 말을 듣자 땅에 쓰러져 기절하였다. 물을 뿌리고서야 소생했는데, 그는 두 손으로 말의 발을 받들면서 사죄하고 떠나갔느니라.”

또 부처님께서는 여러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이상하다는 생각을 내지 말라. 지나간 과거의 상인이 바로 시박가(恃縛迦) 태자이고, 과거의 지혜로운 말은 곧 우로 필추니라. 지나간 과거에 그 상인은 지혜로운 말에게 훌륭한 덕이 있음을 알지 못했을 때에는 업신여기고 멸시하다가 훌륭한 덕을 알자 참회하고 사죄하며 떠나갔는데, 이제 시박가도 우로에게 뛰어난 덕이 있음을 알지 못했을 때에는 함부로 하는 마음을 내다가 덕을 갖추고 있음을 알자 발에 예배하고 거듭 사죄하였느니라. 이런 까닭에 여러 필추들이 범부로서 지혜의 안목이 없으면 다른 사람을 업신여기고 함부로 하는 마음을 내게 되나니, 마땅히 지혜로써 처소에 따라 관찰하여야 하느니라. 이와 같이 마땅히 배워야 하느니라.”

22) 교수필추니지일모학처(敎綬苾蒭尼至日暮學處)
부처님께서는 실라벌성의 서다림 급고독원에 계셨다. 부처님께서는 난탁가(難鐸迦)에게 명해서 필추니들을 가르치고 마땅히 설법을 하게 하였다. 그때 연화색(蓮華色)필추니는 오백 명의 필추니들과 함께 구수 난탁가가 있는 처소에 와서 함께 발에 예배드린 후에 한쪽에 앉아서 가르쳐 주기를 청하고 묘법(妙法)을 널리 드날리기를 구하였다. 난탁가는 곧 원만한 구의(句義)로써 아름답고 묘한 말로 그들을 위하여 법을 설하니 듣는 사람들은 피곤함을 잊었다. 드디어 해가 저물자 여러 필추들은 자리를 떠나 문 있는 곳으로 갔지만 성문은 이미 닫혀 있었다. 여러 필추니들은 큰 소리로 문을 열어달라고 하였다.
문지기가 말하였다.
“성문이 이미 잠겼습니다.”
비구니가 다시 말했다.
“당신의 부친은 공경하고 믿는데 어찌하여 우리를 막는 것입니까? 마땅히 우리를 위하여 열어주십시오.”
“문의 열쇠가 이미 관가에 넘어갔으니 어떻게 해볼 수가 없습니다.”
여러 필추니들은 이미 들어갈 수 없자 서로 말하였다.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빈 원림(園林)이 있으니 다 같이 밤을 지내도록 합시다.”

세존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비록 나무 아래에 머물더라도 차례에 따라 나누어 앉았다. 그들은 곧 차례에 의해서 ‘이것은 성자 아무개의 나무이고, 이것은 아무개의 땅이다’고 하며 시끄러운 소리를 내어서 숲 밖에까지 들리게 되었다. 그때 오백 명의 도적들이 성의 주변에 이르러서 도둑질을 하려고 하다가 필추니들의 목소리를 듣고는 서로가 말했다.
“아직 성이 가깝지 않은 것 같으니, 마땅히 이 여러 늙은 궁인(宮人)들에게서 빼앗아야겠다.”
연화색(蓮華色) 필추니는 도적들이 다가오고 있는 것을 관해서 알고는 즉시 이렇게 생각했다.
‘도둑의 무리들로 하여금 범행(梵行)을 함께 닦는 사람들을 겁탈하지 못하게 하려면 추악한 모습을 나투어야겠구나. 내가 관찰하여 보니, 이 시끄러운 소리로 인해 그들의 불신을 낳게 해서는 안 되겠구나.’
그녀는 오백 명의 도둑들이 도둑질을 하려고 오는 것을 관하고는 드디어 비로택가(毘盧宅家) 왕의 군사와 북소리를 사방에서 나게 하였다.
도둑들이 서로 말했다.
“이것은 왕의 군대가 우리를 사방에서 에워싸고 있는 것이니, 반드시 우리를 죽일 것이다. 목숨이 경각에 달려 있으니 우리들은 사방으로 달아나야겠다.”
도둑들이 이미 흩어지고 나자 연화색 필추니는 여러 필추들에게 알렸다.
“자매여, 오백 명의 떼도둑들이 밤에 말소리를 듣고 와서 겁탈하려고 했지만, 내가 신통력으로 그들을 달아나게 하였습니다. 당신들은 마땅히 소리를 작게 하고 앉아 있어야 합니다.”
그곳에서 밤을 새우고 아침이 되자 성에 들어갔다. 그때 바라문ㆍ거사들은 필추니들이 밖에서 들어오는 것을 보자 곧 헐뜯고 나무라는 생각을 내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사문석자(沙門釋子)들은 얼마나 묘한 법이 있기에 남자와 여자가 섞여서 머무르면서도 깨끗한 행(行)을 닦는가.”
욕심이 적은 필추들이 이를 듣고는 미워하고 부끄러워하는 생각을 내었다. 그래서 즉시 이 인연을 가지고 세존께 자세히 아뢰니, 세존께서는 여러 필추들을 모으시고 난탁가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참으로 필추니들을 가르칠 때에 해가 저물게 되었었느냐?’
“참으로 그러하였나이다.”
세존께서는 갖가지로 시절인연의 마땅함을 알지 못해서
적정(寂靜)을 수행하지 못하는 자를 꾸짖으신 뒤에 때를 알아서 능히 적정을 닦는 자를 찬탄하시면서 여러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이제 마땅한 계율[學處]을 제정하여 이와 같이 설하노라. 만약 다시 필추가 비록 대중의 명을 받아서 필추니들을 가르치더라도 해가 질 때까지 가르치는 자는 바일저가(波逸底迦)이니라.
‘만약에 다시 필추’라는 것은 난탁가를 이르는 말이다. 나머지 뜻은 위에서와 같다. ‘대중의 명을 받았다’는 것은 백이갈마(百二羯磨)로써 한 것을 말한다. ‘가르친다’는 것은 삼학(三學)의 법으로 가르치고 훈계하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죄를 범하는 모양은 그 인연이 어떠한가? 만약 날이 저물자 날이 저물었다는 생각을 내거나 의심을 한다면 모두 타죄(墮罪)를 얻는다. 만약 아직 해가 저물지 않았는데도 해가 저물었다는 생각을 내거나 의심을 하는 것은 악작죄(惡作罪)를 얻는다.
만약에 해가 저물지 않았는데 해가 저물지 않았다는 생각을 내거나, 만약 비록 해가 저물었다 하더라도 해가 저물지 않았다는 생각을 하는 경우는 범하는 것이 없다. 만약 밤을 새워 설법을 한다면, 절의 문에서 가깝거나 성문이 닫히지 않았더라도 모두가 범하는 것이 없다. 또 범함이 없다는 것은 최초로 범한 사람이거나 혹은 미쳐서 그 마음이 어지럽거나 고통 받는 경우를 말한다.”
여러 필추니들은 세존께 청하여 말씀드렸다.
“대덕이시여, 어떤 인연으로 연화색 필추니는 오백 명의 필추니들을 보호하여 도적들로부터 어려움을 벗어나게 하였나이까?”
부처님께서 여러 필추니들에게 말씀하셨다.
“다만 오늘에만 구제하고 벗어나게 해주었을 뿐만 아니라 과거에도 또한 도와서 구제하였느니라. 너희들은 마땅히 들으라. 지나간 과거 어떤 마을에 한 상인이 있었다. 장가든지 얼마 되지 않아서 아내에게 말하였다.
‘나는 이제 다른 지방으로 가서 장사를 하여 집안을 다스리고자 하오.’
아내가 말했다.
‘아주 좋습니다. 자식이 없으니 저도 또한 따라가겠습니다.’
남편이 말했다.
‘가는 길이 멀고 험난하니 누가 공급해 주겠소? 이곳에 머물고 나를 따라오지 마시오.’
아내는 남편이 오지 못하게 막자 마침내 울어버렸다.
길을 같이 가던 사람이 말했다.
‘어찌하여 우는 것입니까?’

‘내가 따라가려고 하는데 나를 데려가지 않겠답니다.’
길을 같이 가는 사람이 상인에게 말했다.
‘따라가도 좋습니다.’
상인이 말했다.
‘누가 공급을 해주겠습니까?’
길을 같이 가는 사람이 말했다.
‘내가 대드리겠습니다.’
이렇게 해서 아내를 데리고 가게 되었다. 먼 길을 오다가 험한 산속에서 잠을 자게 되었는데, 모두 잠이 들고 오직 상인의 아내 한 사람만이 깨어 있었다. 사자가 상인들이 잠든 곳으로 들어왔다. 이때 부인은 손으로 불을 돌려서 사자를 내쫓았다. 공중에서 천신이 보고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아직 여러 가지 일들을
남자들이 다 끝내지 못하였는데
비록 이 사람은 여인일지라도
지혜가 있어서 사자를 내쫓았네.’
라고 하였느니라.”
부처님께서는 다시 여러 필추들에게 말하였다.
“지나간 과거에 상인의 아내가 곧 연화색 필추니이니라. 옛날, 밤에 여러 상인들을 구하였는데, 이제 다시 능히 오백 명의 필추니들을 보호하여 도적들을 내쫓았느니라.”

23) 방타위음식고교수필추니학처(謗他爲飮食故敎授苾蒭尼學處)
부처님께서 실라벌성의 서다림 급고독원에 계셨다. 부처님께서는 난탁가(難託迦)에게 명하시어 필추니들을 가르치고 아울러 설법을 하게 하셨다. 대세주(大世主) 필추니들은 오백 명의 필추니들과 함께 난탁가의 처소에 나아가서 함께 발에 예배드리고 나서 설법하여 주실 것을 청하고는 한 쪽에 앉았다. 그때 난탁가는 깊고 미묘한 음성으로 구(句)의 뜻을 알기 쉽게 설명하였으나, 여인들은 지혜가 적어서 끝내 알아듣지 못하였고 두려워하는 마음을 품어서 감히 물어보지도 못하였다. 그때 대세주(大世主)와 여러 필추니 대중들은 법을 듣고 나서 곧장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가 부처님 발에 예배드리고는 한 쪽에 앉았다.
대세주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성자 난탁가의 처소에 가서 설법하여 줄 것을 청하였나이다. 그 성자께서는 깊고 미묘한 음성으로 구(句)의 뜻을 알기 쉽게 설명하셨으나, 여인들이 지혜가 적어서 끝내 알아듣지 못하였고
두려운 마음을 품어서 감히 여쭈어보지도 못하였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처럼 ‘보시를 하는 까닭에 능히 두려움 없음[無畏]을 얻는다’고 하셨으니, 만약 불세존(佛世尊)께서 여러 필추니들이 필추의 주변에서 공양을 베풀 것을 허락하신다면 제가 마땅히 힘에 맞게 공양을 하겠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뜻에 따라 하도록 하여라.”
그때 필추니들은 무엇을 가지고 공양을 해야 할지 몰랐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다섯 가지 바른 음식[正食]8) 이나 혹은 오작식[五嚼食]9)이나 허리띠 등으로 하여라.”
그때 어떤 필추니가 몸소 우유죽과 맛있는 경단을 가지고 서다림에 들어가 구수 난탁가의 처소에 갔다. 이때 육중필추는 매양 한 사람으로 하여금 절 문 앞에서 경행을 하며 머무르게 하였다. 오파난타가 절의 문 앞에서 필추니를 보고 물었다.
“자매여, 가지고 있는 것이 무슨 물건인가?”
“이것은 우유죽과 맛있는 경단입니다.”
“누구에게 주어서 먹게 하려고 하는가?”
“존자 난탁가에게 바치려고 합니다.”
오파난타가 말했다
“자매여, 만약 이 오파난타가 늘 우유죽과 맛있는 경단을 얻을 수 있다면, 나는 또한 언제나 필추니들을 가르칠 수 있을 것이오.”
다음에 다시 어떤 필추니가 타락죽을 가지고 가기도 하였고, 혹은 여러 가지 떡을 가지고 가기도 하였다.
오파난타는 그것을 보고는 그들에게 말하였다.
“나는 난탁가가 여법(如法)한 마음으로 필추니를 위하여 법을 설한다고 생각하였는데, 그저 얼마 안 되는 음식물 때문에 가르쳐 주는 줄이야 어찌 알았으랴?”
욕심이 적은 필추들은 이 말을 듣자 곧 미워하고 부끄러이 여기는 마음을 내었다.
“어찌하여 필추가 이런 말을 할 수 있는가? ‘음식물 때문에 여러 필추니들을 가르친다’고 하다니.”
이 인연을 자세히 세존께 아뢰니, 세존께서는 필추들을 모으시고 오파난타에게 물으셨다.
“네가 참으로 ‘음식물 때문에 여러 필추니들을 가르친다’고 말하였느냐?”
오파난타가 말씀드렸다.
“참으로 그러하나이다. 대덕이시여.”
세존께서는 여러 가지로 꾸짖으시고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나아가 내가 이제 학처(學處)를 제정하노니, 마땅히 이와 같이 설하노라. 만약 다시 필추가 여러 필추들에게 말하기를 ‘당신에게 음식물을 공양 받는 것 때문에 필추니들을 가르친다’고 말을 한다면 바일저가(波逸底迦)이니라.
‘만약 다시 필추’란 오파난타를 말하는 것이다. 나머지의 뜻은 위에서와 같다.
‘음식’이란 오담(五噉)과 오작(五嚼)을 말한다. 나머지는 앞에서와 같다.
여기서 죄를 범하는 모양은 그 인연이 어떠한가? 만약 필추가 다른 필추에게 말하기를 ‘음식물 때문에 필추니를 가르친다’고 한다면 모두 바일저가를 얻는다.
만약 실제로 음식물 때문에 필추니를 가르치는 것을 보았다면 그렇게 말을 하더라도 범하는 것이 없다. 또 범함이 없다는 것은 맨 처음으로 범한 사람이거나 혹은 미쳐서 그 마음이 어지럽고 고통 받는 경우를 말한다.“

24) 여비친필추니의학처(與非親苾蒭尼衣學處)
부처님께서는 실라벌성의 서다림 급고독원에 계셨다. 이 성 안에는 한 장자가 있었는데, 부부가 함께 살면서도 자식이 없었다. 나이가 들어 노쇠해지자 친구와 아는 사람도 없고 살아갈 재산도 다 없어졌다.
남편이 아내에게 말하였다.
“현수여, 내가 이제 나이가 많아 능히 집안을 다스릴 수가 없으니 출가를 하여야겠소.”
아내가 말했다.
“저도 출가를 하렵니다.”
“생각대로 하구려.”
곧 서로 함께 대세주(大世主)의 처소에 가서 발에 이마를 대고 예배한 뒤에 아뢰었다.
“성자여, 저의 아내가 훌륭하게 법과 계율을 설하는 곳에 출가를 하려고 하오니, 바라옵건대 성자께서는 이 사람이 출가하여 구족계(具足戒)를 받는 것을 허락하여 주십시오.”
이때 대세주는 물어보고 나서 구족계를 받는데 적합지 못한 것이 없음을 알고는 이내 출가를 허락하고 아울러 구족계를 주었다. 대세주가 그 남편에게 말했다.
“현수여, 여인의 법체(法體)에는 애착이 많습니다. 당신이 때때로 와서 보살펴 주는 것이 좋겠습니다.”

“매우 좋습니다.”
그 남편은 곧 서다림 안에 있는 한 필추의 처소에 가서 애절하게 출가하기를 구하였다. 필추는 물어보고 나서 이내 출가를 허락하고 아울러 구족계를 주었다.
성안의 사람들은 장자가 출가하였다는 소식을 듣고는 희유한 일이라고 찬탄했다. 그리고 여러 사람들이 음식과 의복과 이부자리와 약물을 가지고 그에게 공양을 하면서 뛰어난 복을 받기를 기원하였다. 그가 다른 때에 윗옷을 드러나게 입고 필추니의 절에 가서 예전에 아내였던 필추니를 만났다. 필추니는 발에 예배드리고 나서 한 쪽으로 앉아 있었는데 자주 눈을 들어 승가지(僧伽脂)를 살펴보았다.
이때 필추가 그에게 말했다.
“자매여, 당신의 생각에 이 대의(大衣)를 얻고자 합니까?”
“남는 것이 있어서 저에게 주신다면 좋겠습니다.”
필추가 생각했다.
‘이 뜻은 어기기가 어려우니, 나는 이 옷을 주고 다시 다른 옷을 만들어야겠다.’
곧 옷을 주고 떠나갔다.
그때 세존께서는 아난타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여러 필추들에게 ‘세존께서 세상에 나가서 널리 돌아다니려고 하시니, 만약 즐거이 부처님을 따라가려는 자가 있으면 마땅히 의복을 챙기도록 하라’고 알리도록 하여라.”
아난타는 명을 받고 대중들에게 알리니, 세존께서는 곧 대중들과 함께 적정(寂靜)에 둘러싸이셨다……이하 자세한 내용은 위에서 설명한 것과 같다.
세존께서는 마갈타국(摩揭陀國)에 가시려고 하였다. 세존의 평상시 법에서 장차 행차하실 때에는 곧 온몸을 오른쪽으로 돌려서 돌아보셨으니, 마치 큰 코끼리 왕이 그 무리들을 살펴보는 것처럼 여러 필추의 의복이 다른 두 옷을 입고 유행하러 나가는 것을 보셨다.
세존께서는 그것을 보시고 아난타에게 말씀하셨다.
“필추는 어찌하여 안거하는 곳에서 여름옷을 얻지 못하느냐?”
“얻을 수 있습니다.”
“어찌하여 이 필추는 승가지(僧伽脂)가 없이 다만 두 가지 옷만을 입고 나를 따라서 유행하려 하느냐?”
아난타는 일을 갖추어 아뢰었다. 세존께서는 말씀하셨다.
“필추가 옷을 가지고 친척이 아닌 필추니에게 주었느냐?”

“주었나이다.”
“만약 친척이 아닌 필추니라면 옷이 있는지 없는지를 헤아리지 못하고 주는 대로 받겠지만, 친척인 필추니라면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세존께서는 이 인연을 가지고 그 필추에게 물으셨다.
“네가 참으로 옷을 친척이 아닌 필추니에게 주었느냐?”
“참으로 그러하였나이다.”
세존께서는 여러 가지로 꾸짖으셨다……(자세히 말한 것은 앞에서와 같다).
“…그 마땅한 계율[學處]을 제정하나니 마땅히 이와 같이 설하노라. 만약 다시 필추가 친척이 아닌 필추니에게 옷을 준다면 바꾸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바일저가(波逸底迦)이니라.
‘만약에 다시 필추’라는 것은 이 법 안에 있는 사람을 말한다. 나머지의 뜻은 위에서와 같다. 옷에는 일곱 가지 종류가 있으니 위에서 설명한 것과 같다.
여기서 범죄를 범하는 모양은 그 인연이 어떠한가? 만약 친하지 않은 이에게 친하지 않다는 생각과 의심을 일으켜서 옷을 준다면 타죄(墮罪)를 얻는다. 만약 친척에게 친척이 아니라는 생각과 의심을 일으켜서 옷을 준다면 악작죄(惡作罪)를 얻는다.
만약 친척에게 친척이라는 생각을 일으키거나 친척이 아닌 이에게 친척이라는 생각을 일으켜서 옷을 준다면 범하는 것은 없다. 만약 어려운 일을 당하여 옷이 없는 사람이라면, 그에게 옷을 주어도 범하는 것이 없다. 혹은 설법으로 인하여 아름다운 말[美言]을 사랑하고 좋아하거나, 큰 담요를 가지고 보시하거나, 혹은 계를 받는 것으로 인하여 보시를 하거나, 혹은 다시 팔아서 주거나, 혹은 바꾸어서 주는 것은 범하는 것이 없다. 또 범함이 없는 것은 최초로 범한 사람이거나 혹은 미쳐서 그 마음이 어지럽고 고통 받는 경우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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