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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根本說一切有部毗奈耶) 33권
근본설일체유부비나야 제33권
의정 한역
25) 여비친필추니작의학처(與非親苾蒭尼作衣學處)
그때 박가범께서는 실라벌성의 서다림 급고독원에 계셨다. 이때 급다(笈多)필추니는 오의(五衣)1)가 헐고 떨어졌지만 다른 옷은 많이 있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누가 마땅히 나를 위하여 대의(大衣)를 바느질해 줄 것인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에 여러 명의 필추니들이 그녀의 처소에 와서 그녀에게 말했다.
“급다여, 무슨 까닭이신가요? 얼굴빛이 우울한 것 같군요.”
“자매여, 나의 오의가 다 헐었기 때문이랍니다. 승가지(僧伽胝)가 심하게 헐어서 떨어졌는데, 지금 나에게는 모직물이 많이 있지만 어느 분에게 맡겨서 만들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여러 필추니들이 말했다.
“당신은 어찌하여 황금 발우가 있으면서도 다른 것을 가지고 걸식을 합니까? 당신에게 성자 오타이가 있는 것은 사람들이 다 아는데, 어찌하여 옷을 바느질해 줄 사람이 없는 것을 근심한단 말입니까?”
“그 분은 덕망 높은 존자이신데, 어찌 저를 위해주시겠습니까.”
그녀에게 말했다.
“아마도 당신을 위해서 해줄 것입니다.”
그들에게 말했다.
“결코 해주지 않을 것입니다.”
대답했다.
“어찌 물을 건너려는 사람으로서 물이 흐르는 소리를 듣고서 신발을 벗을 수 있겠습니까? 모직물을 가지고 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혹시라도 바느질을 해 줄지도 모르니까요.”
이때 급다는 곧 흰 모직물을 갖고 오타이의 처소로 가서 발에 예배드리고 앉았다. 오타이는 그 큰 모직물을 보고 말했다.
“급다여, 만약 다른 사람이 이 새롭고 좋은 흰 모직물로 대의(大衣)를 만들어서 수시로 수용(受用)해서 여러 선품(善品)을 닦는다면, 날마다 이익이 늘어날 것이다.”
급다가 말했다.
“대덕이시여, 만약 필요로 하신다면 이치에 맞게 드려야 하겠지만, 저의 대의(大衣)가 심하게 헐고 떨어졌습니다. 이제 이 모직물을 갖고 옷을 만드는 것을 의뢰할까 합니다.”
오타이는 곧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내가 바느질할 것을 허락한다면, 열두 필추니들이 바느질할 옷을 모두 갖고 와서 내게 부탁할 것이니, 내가 다시 어떻게 남을 위하여 수고를 할 것인가? 만약 바느질을 해주지 않는다면 급다가 원망할 터이니, 내가 이제 마땅히 법칙을 만들어서 바느질을 해주되 마치 나무로 만든 솥이 한 번 불을 때면 이내 못쓰게 되는 것처럼 해서 다시는 내게 와서 바느질을 시키지 못하게 해야겠다.’
그가 급다에게 말했다.
“모직물을 두고 가도 좋다.”
이때 육중필추가 와서 큰 모직물을 보고 물었다.
“대덕이여, 이것은 누구의 모직물입니까?”
“이것은 내가 사랑했던 사람의 물건입니다.”
“누가 사랑했던 사람입니까?”
“급다입니다.”
“만약 그러하시다면 우리가 함께 옷감을 잘라 재봉하겠습니다.”
곧 그 모직물을 재단해서 얼마 후에 바느질을 끝마쳤다. 오타이는 이 대의를 가지고 경행을 하는 곳에 가서 다섯 가지 색으로 된 실로 자신과 급다 필추니가 서로 껴안고 있는 모양을 수놓아서는 곧 대의를 가지고 방안의 횃대 위에 올려놓았다.
급다가 와서 옷이 다 되었는지 묻자 그녀에게 말했다.
“옷이 이제 다 되었으니 당신은 곧 오시오.”
드디어 옷을 그녀의 어깨 위에 얹어 주고 나서 말했다.
“염색을 할 때까지는 함부로 열어 보지 마시오. 열어보면 곧 죄를 얻게 될 것이오.”
이때 급다는 옷을 가지고 떠나갔다. 그와 같이 왔던 필추니들이 그녀에게 말했다.
“급다가 옷을 가지고 왔으니 시험 삼아 살펴보자. 존자께서 어떻게 바느질을 해서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급다가 그녀들에게 말했다.
“당신들은 듣지 못하였군요. 성자 오타이께서는 ‘염색을 할 때까지는 함부로 열어 보지 말라. 만약 열어보면 죄를 얻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절 안에 도착하자 여러 필추니들이 말했다.
“우리가 시험 삼아 옷을 좀 보도록 하자. 바느질이 어떻게 되었는지.”
“성자 오타이께서는 ‘염색을 할 때까지는 마땅히 함부로 열어보지 말라. 만약 열어보면 죄를 얻는다’고 하셨습니다.”
이때 뜻을 아는 필추니가 있어서 억지로 어깨 위에서 대의(大衣)를 빼앗아다가 마침내 넓게 폈다. 여러 필추니들이 그것을 보고는
모두 비웃으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성자 오타이가 오랫동안 급다를 보지 못하였더니 오늘에야 비로소 목을 서로 끼고 동거하게 되었구나.”
이때 교답미(憍答彌) 대세주(大世主)가 여러 필추니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머리 위에는 머리카락이 없고 겨드랑이 아래로는 털이 긴데, 어떤 즐거운 생각이 나서 시끄럽게 웃느냐?”
여러 필추들이 말하였다.
“성자 오타이가 법답지 못한 일을 했기 때문에 웃는 겁니다.”
마침내 그 까닭을 물으니, 필추니들이 그 일을 고하였다.
대세주(大世主)가 여러 필추니들에게 말하였다.
“그는 항상 악행을 저지르고 성인의 가르침을 훼손시켜서 법의 강과 언덕을 나날이 무너지게 하는구나.”
여러 필추니들은 이 인연을 가지고 여러 필추들에게 말하였다. 여러 필추들은 듣고서 미워하고 부끄럽게 여기는 마음을 내며 부처님께 자세히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오타이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참으로 친척이 아닌 필추니에게 옷을 만들어 주었느냐?”
“참으로 그러하였나이다. 대덕이시여.”
세존께서는 여러 필추들을 모으시고 갖가지로 오타이를 꾸짖으시고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아가, 그 계율[學處]을 제정하노니, 마땅히 이와 같이 말하노라. 만약 다시 필추가 친척이 아닌 필추니에게 옷을 만들어 준다면 바일저가(波逸底迦)이니라.
‘만약에 다시 필추’란 오타이를 말하는 것이다. 나머지 뜻은 위에서와 같다.
여기서 범한 모양은 그 일이 어떠한가? 죄의 경중에 관한 육구(六句)는 앞에서와 같다.”
범죄가 아닌 것도 위에서와 같다.
26) 여필추니동도행학처(與苾蒭尼同道行學處)
부처님께서는 실라벌성의 서다림 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육중필추인 난타(難陀)와 오파난타(鄔波難陀)는 이렇게 생각을 하며 서로에게 말하였다.
“이 여러 흑발(黑髮)들은 원숭이 기름을 발에 바르고서 항상 사방으로 유행(遊行)하는구나. 장차 길을 떠나려고 할 때는 다른 사람의 이양(利養)을 받고 되돌아오는 날에도 다시 공급을 받아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공경을 받는데, 우리들은 마치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일찍이 널리 돌아다녀 본 일이 없다. 이런 까닭에 다른 사람의 이양(利養)을 받을 길이 없으니,
우리가 이제 마땅히 자매들에게 알려야겠다.”
하루의 초분(初分)에 옷을 입고 발우를 챙겨들고는 열두 필추니가 있는 처소에 가서 알렸다.
“자매여, 당신들은 잘 들으시오. 우리는 사방에 유행을 하면서 곳곳마다 교화를 하고자 하오.”
여러 필추니들은 그 말을 듣자 모두가 눈물을 흘리며 소리 내어 울었다.
오타이가 물었다.
“자매여, 어찌하여 소리 내어 우는 것이오?”
“대덕께서 떠나신다니 급고독원이 텅 비어 허전하겠군요.”
그녀에게 말했다.
“자매여, 대사(大師)께서 세상에 계시고 백천의 성중(聖衆)이 있는데, 당신들은 어찌하여 함부로 공허하다고 말하는 것이오.”
“여러 흑발(黑髮)들은 우리의 이름을 듣기만 하여도 오히려 기뻐하지 아니하는데, 어찌 그곳에 이르러서 우리가 편안히 앉아 있을 것을 허락하고 묘법(妙法)을 말씀해 주겠습니까?”
오파난타가 말했다.
“만약 그러하다면 함께 떠나가도 좋겠소.”
토라난타(吐羅難陀) 필추니가 말했다.
“필추가 필추니와 함께 길을 가는 것은 사리에 합당합니까?”
오파난타가 말했다.
“이치에 맞게 떠나가는데 누가 막겠느냐. 필요한 양식을 많이 준비하여 같이 떠라가도록 하자.”
필추니들은 그 말에 따라 길 떠날 양식을 준비하여 마쳤다. 육중필추는 옷을 입고 발우를 가지고 성에 들어가 걸식을 하였다. 음식을 얻고 나서 필추니의 절에 가니, 열두 필추니들이 보고서 말하였다.
“성자여, 조금씩은 먹을 만합니다.”
육중필추는 그것을 받았는데, 길에서 먹을 양식이 떨어지자 여러 필추니들에게 말하였다.
“자매여, 당신들이 길에서 먹을 양식을 가지고 오도록 하시오. 그것이 좋은지 나쁜지를 보아야겠소.”
필추니들이 곧 대답했다.
“지난번에 드린 얼마 안 되는 양식은 모두 길에서 먹을 양식이었는데, 이제 다 먹어서 떨어졌습니다.”
육중필추는 말했다.
“만약 그러하다면 어떻게 먼 길을 함께 먹을 양이 되겠는가. 다시 많이 만드는 것이 좋겠다. 만약 적어서 부족하다면 마땅히 굶주림의 고통을 받아야 할 것이다.”
그들은 다시 먹을 것을 구하고자 행상의 무리 속에 끼어들었다. 그때 어떤 걸식을 하는 필추가 또한 육중필추와 함께 떠나가려고 하였다.
여러 사람이 그에게 말하였다.
“그들 여섯 사람은 모두가 못된 소행을 저지르는 사람들이니, 만약 함께 떠난다면
고통을 받게 될 것이 분명하다.”
걸식하는 필추가 말했다.
“내가 그들에게 수업을 받지도 않고 그들을 의지해 스승으로 삼는 것도 아닌데, 그들이 무슨 인연으로 고통스럽게 할 것인가?”
그는 권유하는 말을 받아들이지 않고 드디어 함께 길을 떠났다.
이때 육중필추는 경계 밖에 도달하자 서로에게 말하였다.
“우리들이 어찌 오랫동안 규범에 매이는 일을 할 수 있겠는가? 마땅히 각자가 마음대로 스스로의 위의(威儀)를 갖추는 것이 좋겠다.”
이때 난타(難陀)는 난타 필추니와 난타의 제자와 난타 필추니의 제자와 구적(求寂)과 구적녀(求寂女)와 함께 한 곳에 있다가 길을 따라 갔다. 그 오파난타(鄔波難陀) 등도 또한 그와 마찬가지로 하고 있었는데, 어떤 바라문ㆍ거사 등이 그들이 섞여 있는 것을 보자 이렇게 말하였다.
“이 사람은 사문의 아내이며, 이 사람은 사문의 아들이고, 이 사람은 사문의 딸이며, 이 사람은 며느리이고 이 사람은 손자이니, 세속과 다를 것이 없다. 어찌 바른 법이 있겠는가?”
오파난타가 듣고서는 그에게 말했다.
“모질고 사나운 바라문아, 가령 내가 이제 발로 너의 목구멍을 차고 많은 처자식을 양육한다고 하더라도 법답고 법답지 못한 것이 너의 일과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이냐?”
걸식하는 필추니들이 이 말을 듣자 생각하였다.
‘내가 차라리 죽을지언정 이런 못된 사람과 함께 유행(遊行)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드디어 발길을 돌려서 서다림에 되돌아왔다. 여러 필추들이 보고 물었다.
“잘 오셨습니다. 다니는 길은 편안하였습니까?”
“구수여, 어찌 편안함이 있었겠습니까? 내가 육중필추와 길을 함께 다녔으니……. 그는 못된 일을 저질러서 부처님의 법을 어그러뜨리고 손상시켰습니다.”
“그가 어떤 일을 저질렀습니까?”
그는 그 인연의 일을 자세히 대답하였다. 욕심이 적은 필추들은 이 말을 듣고는 미워하고 천하게 여기는 마음을 내었다.
“어찌하여 필추가 필추니와 함께 길을 함께 하면서 세상을 돌아다닐 수 있단 말인가?”
이 인연을 가지고 세존께 자세히 아뢰니, 세존께서는 아시면서도 짐짓 육중필추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가 대중들을 모으고 물으셨다.
“너희들 여섯 사람은 참으로 이와 같이 단정하고 엄숙하지 못한 일을 저질렀느냐?”
“참으로 그러하나이다.”
세존께서는 갖가지로 꾸짖으시고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나아가, 그 계율[學處]을 제정하노니, 마땅히 이와 같이 말하노라. 만약 다시 필추가 필추니와 함께 같은 길로 길을 간다면 바일저가(波逸底迦)이니라.”
이와 같이 세존께서는 여러 필추들을 위하여 계율을 제정하셨다.
부처님께서는 급고독원에 계셨다. 많은 필추니들이 왕사성의 왕원사(王園寺)에서 3개월 동안 안거를 하였다. 여름 안거가 다 끝나자 급고독원에 가서 세존의 발에 예배드리기 위해 왕원사를 나와 길을 같이 갈 상인들을 찾았는데, 상인의 무리 가운데서 필추가 있음을 보고서는 서로에게 말하였다.
“자매여, 이 가운데에는 필추가 있으니 함께 가는 것은 합당치 않다. 다시 다른데서 찾아보자.”
그러나 상인들의 무리에는 모두가 필추가 있었다. 다시 서로 의논하였다.
“우리가 오랫동안 찾아보았지만 모두 필추들이 끼어 있으니 함께 갈 수가 없다. 다만 멀리서 상인들의 무리를 바라보며 뒤따라가도록 하자.”
필추니들은 행렬 뒤에서 따라가다가 어느 때에는 무리들을 따라잡지 못해서 도적들에게 옷가지를 강탈당하기도 했다. 점차로 유행(遊行)하여 실라벌성에 이르러서 필추니의 절에 가니, 필추니들이 보고는 물었다.
“자매여, 먼 길에 편안하셨습니까?”
“어찌 편안함이 있었겠습니까? 길에서 도둑을 만나서 옷가지를 빼앗겼습니다.”
여러 필추니들이 말하였다.
“어찌 상인들의 무리도 없이 길을 나섰습니까?”
“상인들의 무리는 있었습니다.”
“만약 그러하였다면 어떤 이유로 도둑을 만났습니까?”
“상인의 무리 안에는 필추가 있어서 함께 가지 못했습니다. 이 때문에 뒤에 떨어져서 오다가 드디어 도둑들에게 빼앗기는 일을 당하였습니다.”
여러 필추니들이 말했다.
“아흔 여섯 종류의 외도들은 모두가 자애롭고 불쌍히 여겨서 여인들을 버리지 아니하는데, 오직 불세존(佛世尊)께서만은 유독 우리를 버려서 믿고 의지할 데가 없게 하신 탓에 도둑을 만나 빼앗기게 되었다.”
여러 필추니들이 이 말을 듣고 필추들에게 말하자, 여러 필추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때에 맞는 인연은 제외한다.”
다시 다른 때에 여러 필추들이 상인들을 따라서 세상을 널리 돌아다녔는데 음식이 부족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길에서 먹을 양식을 가지고 다니도록 하여라.”
부처님께서 가르치신 것처럼 길에서 먹을 양식을 가지고 다녔는데, 여러 필추들은 누구를 시켜서 가지고 가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남자 정인(淨人)을 시키거나 여자 정인(淨人)을 시키도록 하여라. 만약 정인이 없을 경우에는 사미(沙彌)나 사미니(沙彌尼)를 시키도록 하여라. 만약 이들이 없을 경우에는 필추나 필추니끼리 서로 교대로 가지고 가서 음식을 주도록 하여라.”
또 다른 여러 필추들이 세상을 널리 돌아다니다가 병든 사람이 생기게 되자 그를 버리고 떠나갔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버리고 떠나가서는 안 되느니라. 마땅히 여럿이 메고 가야 한다.”
필추가 머리 가까이에 있고 필추니는 발에서 가까운 데에 있었는데, 곧 깨끗지 못한 마음이 생겼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필추가 다리에서 가깝게 있고 필추니는 머리 주변에 있도록 하여라.”
그들이 가다가 마을에 이르렀는데, 모두가 병든 사람을 간호하다가 걸식을 하지 못해서 마침내 먹을 것이 부족하게 되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한 사람만 남아서 병자를 간호하도록 하고 나머지는 모두 걸식을 하도록 하여라. 만약 필추니가 병이 났거든 또한 마땅히 이에 준하도록 하여라.”
그때 세존께서는 여러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앞의 것은 처음으로 제정한 것이고, 이번에는 인연에 따라 다시 제정하는 것이니라. 나아가 마땅히 이와 같이 말하노니, 만약 다시 필추가 필추니와 더불어 상인과 함께 길을 가게 되면 나머지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바일저가(波逸底迦 )이니라. 나머지의 경우라 함은 무섭고 두려운 곳이 있음을 말하는 바로 그 시기이니라.
‘만약에 다시 필추’라는 것은 육중필추를 이르는 말이다. ‘필추니’란 열두 필추니를 말한다. ‘기약한다’는 것은 함께 길동무가 되는 것을 말한다. ‘길을 간다’는 길을 지나가는 것을 말한다. ‘때의 인연을 제외한다’는 어려운 인연이 있어서 상인들과 함께 길을 갈 수 있고 만약 상인들이 없으면 길을 떠날 수 없는 경우를 말한다. 무섭고 두려운 것과 또한 죄를 짓는 것은 위에서 말한 것과 같다.
여기서 죄를 범한 모양은 그 인연이 어떠한가? 만약 필추가 필추니와 함께 상인의 무리와 길을 같이 갈 때에 가령 4분의 1의 구로사(拘盧舍)를 넘어서면 모두 악작죄(惡作罪)를 얻는다.
1구로사를 넘어서면 모두가 타죄(墮罪)를 얻는다.
혹은 마을에서 들로 나아가거나 혹은 들에서 마을로 나아가거나, 그 거리[里數]에 따라 죄를 짓는 것은 모두 이에 따른다.
또 범함이 없다는 것은 최초로 범한 사람이거나 혹은 미쳐서 그 마음이 어지럽고 고통 받는 경우이니라.”
27) 여필추니동승일선학처(與苾蒭尼同作乘衣一學船處)
부처님께서는 실라벌성의 서다림 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에 육중필추인 난타(難陀)와 오파난타(鄔波難陀)가 서로 말하였다.
“이 여러 흑발(黑髮)들은 원숭이 기름으로 발을 바르고…자세한 것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다.”
열두 필추니에게 말하니 그들은 곧 슬피 울었다. 그들에게 길에서 먹을 양식을 준비하게 하여 드디어 함께 같은 배를 타면서 남녀가 섞였다. 여러 사람들이 나무라고 비웃자 필추들이 듣고서 그 인연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는 곧 꾸짖으시며 말씀하셨다.
“마땅한 계율[學處]을 제정하노니, 마땅히 이와 같이 말하노라. 만약 다시 필추가 필추니와 함께 한 배를 탄다면 바일저가(波逸底迦)이니라.”
이와 같이 세존께서는 여러 필추들을 위하여 계율을 제정하시고는 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로부터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이름을 난도(難渡)라고 하는 강이 있었고, 강 밖에는 이름을 백합(白鴿)이라고 하는 마을이 있었다. 그 마을의 어떤 장자가 큰 절을 지었는데, 절을 다 짓고는 승가에 보시하고자 하였다. 그래서 두 무리의 필추니들을 청해서 그곳으로 나아가 공양을 차렸는데, 그때 한 필추니가 부지런히 선품(善品)을 닦고 있으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오늘은 걸식을 하지 아니하고 마땅히 선업을 닦다가 정오가 되면 공양을 맞이하러 가야겠다.’
선(禪)과 송(誦)을 부지런히 닦다가 정오가 다가오자 드디어 강가에 이르렀는데, 여러 필추들이 먼저 배 위에 올라가 있는 것을 보았다.
이때 배의 주인이 그녀에게 말하였다.
“성자여, 어서 배에 타십시오.”
필추니가 말했다.
“현수여, 나는 지금 가지 않고 다음 배를 기다리겠습니다.”
배가 다시 되돌아왔다가 사람을 싣고 떠나려고 할 때에 다시 필추니를 불러서 배에 타라고 하였다.
필추니는 필추가 배에 타고 있는 것을 보고는 다시 말했다.
“다음번에 타겠습니다.”
배가 저쪽 강가에 이르자 뱃사공은 배를 닻줄로 매고 가버렸다. 필추니는 마침내 큰 소리로 뱃사공을 불렀다.
“사공이여, 다시 와서 나를 태워주시오.”
뱃사공은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하였다. 필추니는 강가에 우두커니 서 있다가 해가 정오를 지나자 곧 절에 돌아왔다. 곡기가 아직 남아 있을 때까지는 송(誦)을 할 수 있었으나, 너무 굶주려서 기운이 허해지자 한쪽에 쓰러져 누웠다. 이때 여러 필추니들이 공양하는 곳에 갔다가 돌아와서 이 필추니에게 물었다.
“성자여, 다른 음식을 먹었다고 해서 배[腹]야 어찌 다르겠습니까? 너무 게걸스럽게 먹고서는 배가 불러 누워있군요.”
“나는 공양하러 가지도 아니했는데, 어찌 배부른 근심이 있겠습니까?”
“무슨 이유로 먹지 않았습니까?”
그 일을 여러 필추니들에게 자세히 말해주었다. 필추니들이 필추에게 말하자, 필추들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곧바로 강을 건너기만 하는 경우는 제외한다.”
세존께서는 이 인연으로 여러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앞의 것은 처음으로 제정한 것이고 이번의 것은 인연에 따라 다시 제정하는 것이다. 학처(學處)를 제정하노니, 지금 이와 같이 말하노라. 만약 다시 필추가 필추니와 함께 한 배에 타게 되었을 경우에는 물을 따라 내려가는 경우이거나 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경우이거나 곧바로 물을 건너기만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바일저가(波逸底迦)이니라.
‘만약 다시 필추’란 이 육중필추를 이르는 말이다. 나머지의 뜻은 위에서와 같다. ‘한배를 타게 되었다’는 것은 함께 배를 타고 나루터를 지나가는 것을 말한다.
‘물결을 따라 내려간다’는 물의 흐름을 따라 내려가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물을 거슬러 올라간다’는 물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간다는 것을 말한다. ‘곧바로 건넌다’는 바로 건너편 강둑에 나아가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죄를 범한 모양은 그 인연이 어떠한가? 만약 필추가 필추니와 함께 배에 타고서 그 멀고 가까움을 헤아리면, 얻는 죄의 무겁고 가벼움은 앞의 길을 가는 경우와 같다. 만약 젓대나 노가 부러져서 물결을 따라 내려가거나, 혹은 키가 부러지거나, 혹은 여울을 피하거나, 혹은 키잡이가 그 말을 듣지 않는 경우에는 모두 범한 것이 없다.
또한 범함이 없다는 것은 최초로 범한 사람이거나 혹은 미쳐서
그 마음이 어지럽고 고통 받는 경우를 말한다.“
28) 독여여인재병처좌학처(獨與女人在屛處坐學處)
부처님께서는 실라벌성의 서다림 급고독원에 계셨다. 구수 오타이(鄔陀夷)는 하루의 초분(初分)에 옷을 입고 발우를 챙겨서 성에 들어가 걸식을 했다. 그리고 나서 일부러 급다(笈多)의 집에 이르렀는데, 이때 급다는 멀리서 오타이가 오는 것을 보자 곧 자리를 펴고서 그에게 말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성자여, 이 자리에 앉으십시오.”
오타이는 급다와 함께 서로 마주보고 앉았다. 오타이는 그녀를 위하여 설법을 하고 예전에 함께 즐거웠던 일을 생각하고는 급다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지난날 그 동산이나 하늘의 사당이 있는 곳에서 자리를 펴되 지금처럼 이부자리를 펴고, 불을 밝히되 지금처럼 등불을 밝히고, 밥을 먹되 지금처럼 음식을 먹었는데, 그토록 즐거웠던 일을 기억하느냐?”
“저는 기억합니다.”
그때 어떤 걸식을 하는 필추가 또한 급다의 집에 이르자, 급다는 그를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이제 일어나서 저 필추에게 먹을 것을 준다면 이야기가 끊어질지도 모른다.’
그래서 곧장 손을 내저어서 그를 떠나가게 하였다. 오타이는 그녀가 손을 내젓는 것을 보자 그녀에게 말하였다.
“급다여, 당신은 나의 면전에서 부끄러워하는 마음도 없이 바깥의 사람을 손을 내저어 보내는구나.”
그에게 말했다.
“성자여, 저는 참으로 바깥사람에게 함부로 손을 내저어 보내는 것이 아닙니다. 걸식하는 필추가 들어와서 음식을 구하려고 하기에 만약 일어나서 먹을 것을 주다가 혹시라도 이야기가 끊어질까 걱정되어서 손을 내저었던 것이지 다른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오타이가 말했다
“내가 그대를 위하여 사성제법(四聖諦法)을 설하는데, 그대는 어찌 끊어질까 두려워하는가? 나는 예전에 늘 손을 내저었다가 다른 걸인들로부터 이런 산업(産業)을 얻고서 마침내 속가를 버리고 출가하였느니라. 당신은 지금도 걸인에게 보시해서 복 짓는 일을 하지 못하는구나.”
급다는 곧 걸식하는 필추를 다시 불러다가
아주 좋은 음식을 발우 가득히 채워 주었다. 걸식하는 필추는 먹을 것을 얻자 곧 떠나갔다. 오타이는 그곳에서 공양하기를 마치고 서다림으로 돌아왔다. 그 걸식하였던 필추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이제 마땅히 대덕 오타이의 처소에 가서 그를 위로해야겠다.’
그리고는 그에게 가서 말하였다.
“대덕이시여, 기뻐하십시오. 제가 오늘 아주 훌륭한 공양을 받았습니다.”
오타이가 말했다.
“네가 처음에 막 집으로 들어가려 할 때 어떤 일을 보았느냐?”
“손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는 것을 보았습니다.”
“다음에는 무슨 일을 하더냐?”
“그녀가 나오더니 좋은 음식으로 베풀어 주었습니다.”
“바로 그때 내가 그 집안에 있다가 너에게 먹을 것을 베풀도록 시켰느니라.”
“대덕께서는 바로 그때 여인과 함께 한곳에 앉아 계셨습니까?”
“그러하였느니라.”
“이 일은 합당한 것입니까?”
“일이 합당하거나 합당치 않거나 간에 내가 이미 그렇게 하였거늘, 너의 일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 만약 네가 그 일을 용납하여 참을 수 없거든 응당 필추들에게 알려서 그 마땅한 학처를 정하도록 하여라.”
“제가 어찌 사양하겠습니까?”
그가 이 일을 여러 필추들에게 아뢰니, 욕심이 적은 필추들은 이 말을 듣고는 각자 미워하고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내었다.
“어찌하여 필추가 여인과 함께 가려진 곳에서 홀로 앉아 있을 수 있는가?”
여러 필추들은 이 인연을 세존께 자세히 아뢰었다. 세존께서는…또한, 오타이에게 물으셨다.…자세히 말한 것은 앞에서와 같다.
“그 마땅한 계율[學處]을 제정하노니, 마땅히 이와 같이 말하노라. 만약 다시 필추가 혼자서 한 여인과 함께 가려진 곳에 앉는다면 바일저가이니라.
‘만약에 다시 필추’라는 것은 오타이를 말한다. 나머지 뜻은 위에서와 같다. ‘여인’이란 음행을 감당할 수 있는 여인을 말한다. ‘홀로’라는 것은 제삼의 다른 사람이 없는 것을 말한다. ‘가려진 곳’에는 세 가지가 있으니, 담장과 울타리와 장막을 말한다. ‘앉았다’는 것은 사방 여덟 자[尺]안에 그 신체를 앉히는 것을 말한다. 죄의 성립은 앞에서와 같다.
여기서 죄를 범한 모양은 그 인연이 어떠한가? 만약 필추가 여인과 함께 가려진 곳에서 몸을 함부로 하여 앉고 제삼의 다른 사람이 없다면
바일저가를 얻는다.
만약 방문 아래 있거나, 혹은 방문 앞에 있거나, 혹은 여인으로 하여금 혼자 그곳에 있게 하고 갖가지 약을 문질러 태우거나, 그 문을 크게 열어 놓고 여러 사람을 오가게 하는 것은 모두가 범하는 것이 없다. 또한 범함이 없다는 것은 최초로 범한 사람이거나 혹은 미쳐서 그 마음이 어지럽고 고통 받는 경우를 말한다.”
29) 여필추니병처좌학처(與苾蒭尼屛處坐學處)
부처님께서는 실라벌성의 서다림 급고독원에 계셨다. 이때 급다는 이미 출가를 하고 나서 차례대로 수사(授事)를 맡게 되었다, 여러 필추니들은 하루의 초분(初分)에 옷을 입고 발우를 챙겨서 모두 걸식을 하러 다녔는데, 오직 급다만은 홀로 절 안에 머물렀다. 그때 오타이는 성에 들어가 걸식을 하고 필추니의 절에 이르렀다. 이때 급다는 자신이 직접 물을 뿌리고 청소를 하고 있다가 절 문 앞에서 멀리 오타이가 오는 것을 보고는 그에게 말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성자여.”
그리고는 빗자루를 놓고서 그의 발에 예배드리고 한 쪽에 서 있었다. 오타이는 곧 그녀에게 법을 설하였는데, 설법이 오래 계속되자 예전에 함께 즐거웠던 일을 생각하였다.
오타이가 급다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생각이 납니까? 예전에 그 동산에서…자세히 말한 것은 앞에서와 같다.”
“나는 기억합니다.”
그때 어떤 늙고 병든 필추니가 문 아래에 앉아 있다가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두 사람은 여인이 시집 갈 때의 일까지도 함께 이야기 하고 있구나.’
이야기가 자꾸 길어지자, 급다가 그에게 말했다.
“성자여, 마땅히 가셔야겠습니다. 여러 필추니들이 절에 돌아올 터인데, 청소가 안 된 것을 보면 미워할까 걱정이니 저는 마땅히 소제를 하여야겠습니다.”
오타이는 드디어 떠나갔다. 급다가 청소를 하고 있는데 여러 필추니들이 보고서 물었다.
“청소를 어찌 조금 밖에 하지 않았나요?”
“당신들이 떠난 후로 저는 앉아보질 못하였습니다.”
늙은 필추니가 듣고서 그들에게 말했다.
“당신들이 떠난 후에 급다는 앉지를 못했습니다.
그 일은 참으로 그러합니다. 그러나 대덕 오타이가 이곳에 와서 선 채로 급다와 함께 거리낌 없이 멋대로 이야기를 했는데 여자가 시집을 가서 하는 일까지도 모두 이야기를 했습니다.”
여러 필추니들이 급다에게 물었다.
“참으로 그렇게 단정치 못하고 엄숙하지 못한 일을 하였나요?”
“참으로 그러하였습니다.”
여러 필추니들은 이 말을 듣고 나서 모두가 미워하고 부끄러워하는 생각을 하였다.
“어찌하여 필추가 필추니와 함께 혼자서 가려진 곳에 서 있는단 말인가?”
이 인연을 가지고 여러 필추들에게 말하니, 여러 필추들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이 인연으로 필추들을 모으셨다. …물으시고 대답한 것과 꾸짖으신 것은 앞에서 자세히 설명한 것과 같다. 나아가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학처(學處)를 제정하노니, 마땅히 이와 같이 말하노라. 만약 다시 필추가 혼자서 한 필추니와 함께 가려진 곳에서 앉아 있으면 바일저가이니라.
‘만약에 다시필추’라는 것은 오타이를 이르는 말이다. 나머지 뜻은 위에서와 같다. ‘혼자’들의 뜻을 해석한 것은 앞에서 자세히 말한 것과 같다.
여기서 범죄의 상태는 서거나 누운 것이 모두가 범한 것이고, 나머지는 앞에서 말한 것과 같다.”
30) 지필추니찬탄득식학처(知苾蒭尼讚灘得食學處)
부처님께서는 실라벌성의 서다림 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구수 대가섭파(大迦攝波)는 성의 동쪽에 있는 녹자모사(鹿子母舍)2)에 있었다. 가섭파는 포후시(哺後時)에 정려(靜慮)로부터 일어나 세존이 계신 곳으로 가서 부처님의 발에 예배드리고 물러나 한 쪽에 앉았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가섭파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제 나이도 많고 쇠약해서 입고 있는 헌 가사를 여기 저기 너무 많이 기웠구나. 이제 그만 버리도록 하고 마땅히 나의 가르침을 따라서 대중에게 의지해 머물 것이며, 따로 들어오는 공양과 시주한 옷을 받아서 마땅히 칼로 재단하여 옷에 물을 들여서 갖도록 하여라.”
가섭파는 명을 받고 기뻐하면서 부처님께 예배드리고 떠나갔다.
그 성 안에 있는 한 장자는 긴 밤 동안에 이렇게 생각하였다.
‘훌륭하시다.
대가섭파께서는 인천(人天)의 공양을 받아 마땅하시니, 내가 언젠가는 보잘 것 없으나마 우리 집 안에 공양을 차려 놓고 오셔서 드시도록 청해야겠다.’
장자는 부처님께서 가섭파로 하여금 대중과 함께 머무는 한편 공양의 초청을 받아들이게 하셨다는 소식을 듣자 가섭파의 처소에 가서 발에 예배드리고 한쪽에 앉았다. 가섭파는 그 장자를 위하여 미묘한 법을 설해서 법을 보여주고, 가르쳐 깨우치고, 이롭게 하고 기쁘게 하였다.
장자는 곧 생각하였다.
‘내가 대덕 혼자만 집에 오셔서 공양 드시기를 청한다면 혹시라도 청을 받아 주시지 않을지도 모르니, 나는 이제 마땅히 모두 네 분을 청하여야겠다.’
장자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내놓고 예법으로 경의를 표하고는 합장한 채 아뢰었다.
“성자여, 원하옵건대 대덕을 포함한 네 분께서는 내일 저의 집에 오시어서 공양을 받아주시기 바라나이다.”
이때 존자는 잠자코 청을 받아들였다. 그 장자는 청을 받아들이는 것을 보고는 발에 예배드리고 물러갔다. 그는 집에 오자 아내에게 말하였다.
“현수여, 내가 지난 밤에 이렇게 생각을 하였소.
‘훌륭하시도다, 대가섭파께서는 인간과 천상의 공경을 받으실만하니, 나는 언젠가 나의 집에서 보잘 것 없으나마 공양을 베풀어 드시도록 청해야겠다’ 그리고 얼마 전에 대덕께 청하여 모두 네 분께서 내일 우리 집에 오시어 공양을 받으시라고 했더니, 그 분께서 자비로우신 마음으로 나의 청을 받아주셨소. 당신은 마땅히 깨끗하고 훌륭한 음식을 많이 장만하도록 하시오.”
아내는 그 말을 듣고는 얼마 되지 않아 모두 준비했는데, 차가운 음식은 오늘 마련하고 뜨겁게 익힐 것은 내일 아침에 만들기로 하였다.
이튿날 아침이 되자 장자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이제 삼층으로 된 집의 아래층에다 앉을 자리를 마련한다면, 걸식하는 사람들이 함께 섞여서 시끄러워질 것이다. 그러나 삼층에다 마련해도 새들이 어지럽게 날아서 음식을 더럽힐지도 모르니, 중간층에다 자리를 마련하도록 해야겠다.’
자리를 설치하고 나자
곧 심부름꾼에게 가서 말하도록 명하였다.
“존자 가섭파 대덕이시여, 음식이 이미 준비되었습니다. 원하옵건대 시간을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부처님께서 설하셨듯이 ‘만약 먼저 남의 청을 받아들였으면 마땅히 앞서서 가야한다’고 하셨다. 대가섭파는 하루의 초분(初分)에 모두 네 사람과 함께 장자의 집으로 갔다. 그곳에 도착하자 곧장 이층으로 올라가 자리에 가서 앉았다. 이때 장자는 대가섭파 존자의 발에 예배드리고서 한 쪽에 앉았다. 그때 대가섭파는 그를 위하여 법을 설해 보여주고, 가르쳐서 깨우치고, 이익이 되게 하고, 기쁘게 하였다. 이때 토라난타(吐羅難陀) 필추니도 걸식을 하러 이보다 앞서 장자의 집에 들어와서 장자의 아내에게 말하였다.
“묘상(妙相)이여, 무병장수하소서. 좋은 음식을 베풀어 주십시오.”
장자의 아내가 그녀에게 말했다.
“성자여, 오늘은 매우 바빠서 베풀어 드릴 틈이 없습니다.”
“무엇 때문인가요?”
“존자 대가섭파께는 일체의 인간과 천상이 모두 공경하면서 공양을 드립니다. 지금 우리 집안에서는 거친 공양이나마 마련해서 네 분이 이곳에 오시어 음식을 받으시도록 청하였습니다. 이제 막 오실 시간이 되었으니 당신께서는 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필추니가 그녀에게 말했다.
“그 사람은 외도로써 출가하여 지극히 어리석고도 둔합니다. 다른 석가족의 귀족들도 출가해 계를 갖추고 대법사가 되어 삼장(三藏)에 두루 밝고 사변(詞辯)에 걸림이 없는데, 어찌하여 그러한 사람에게는 공양을 올리고 다른 사람에게는 베풀지 않는 것이오?”
대가섭파는 이 말소리를 듣고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필추니로 하여금 악업을 더 짓지 않도록 해야겠다.’
그래서 일부러 인기척을 내기 위해 기침 소리를 내자 우아하고 맑은 소리가 집 안에 두루 들렸다. 필추니는 미묘한 소리를 듣고 가섭파인 줄을 알고는 이렇게 말하였다.
“그 대용상(大龍象)께서 이미 집 안에 도착하셨군요.”
장자는 이 말을 듣고는 드디어 이렇게 생각하였다. ‘앞에서는 외도로 출가하여 지극히 어리석고 미련하다고 하더니 나중에는 다시 대용상이라고 하다니.’
그는 성내는 마음을 일으켜서 누각에서 내려갔다. 그가 누각을 내려갈 때에
급히 가느라고 벼락이 치는 소리를 내었다. 필추니는 그 소리를 듣고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걷는 소리를 들으니 심상치 않다. 반드시 나에게 이롭지 않은 일이 일어나겠구나. 빨리 밖으로 나가서 나를 보지 못하게 해야겠다.’
그녀는 곧 치마를 걷어 부치고 급히 걸어서 빠르게 집 밖으로 나갔다.
장자가 말했다.
“대머리 여자 사문아, 어찌하여 도망가느냐. 다시 집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겠느냐?”
필추니가 멀리서 그에게 말했다.
“너의 집은 변소 같고 감옥 같으며 전다라(旃陀羅)들이 사는 곳이다. 나는 국왕의 은혜를 입어서 동궁(東宮) 안에 들어가더라도 장애될 것이 없다. 네가 만약 나에게 손을 댄다면 마땅히 너의 두 팔을 자를 것이다.”
장자가 말했다.
“대머리 여자 사문아, 여러 노숙한 필추니들은 국왕의 은택을 입을 것이지만, 너같이 탐욕스럽고 성을 내는 무식한 사람은 그렇지 못할 것이다. 어서 가거라.”
장자는 손수 여러 가지 훌륭한 음식을 가지고 정성을 다하여 공양을 올렸다. 먹기를 마치고 발우를 걷고 손을 씻으며 양치를 하고 나자, 장자와 그의 아내는 자리를 낮게 낮추고 앉아서 묘법(妙法)을 설할 것을 청하였다. 대가섭파는 요법(療法)을 설하여 법을 보여주고, 가르쳐서 깨우쳐 주며, 이익이 되게 하고, 기쁘게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 절에 도착하자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가 부처님 발에 배 드리고 한 쪽에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부처님의 명을 받들고 대중들에게 의지해 머물면서 공양 요청을 받아들였더니, 이로 말미암아 외도로 출가하여 지극히 어리석고 미련한 사람으로 불렸다가 다시 부처님 제자로서 대용상(大龍象)으로 불렸나이다. 제가 오늘 이 헐뜯음과 칭찬을 얻었으니, 대덕이시여, 저는 긴 밤 동안에 스스로 절에 머물면서는 절에 거처함을 찬탄하고, 스스로 항상 걸식을 하면서는 항상 걸식하는 것을 찬탄하며, 스스로 나무 아래에서 헌 가사를 입고 거하면서는 나무 아래에서 헌 가사를 입고 거하는 것을 찬탄하였나이다.”
부처님께서는 대가섭파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어떤 이로운 것을 보았기에 절에 거하면서는 절에 거하는 것을 찬탄하고, 스스로 항상 걸식을 하면서는 걸식하는 것을 찬탄하고, 스스로 나무 아래에 거하면서는 나무 아래에 거하는 것을 찬탄하고,
스스로 헌 가사를 입으면서는 헌 가사를 입는 것을 찬탄하느냐?”
대가섭파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두 가지 이로운 점을 보았나이다. 무엇이 두 가지인가 하면, 하나는 현세(現世) 가운데에 안락하게 머물 수 있음이고, 둘은 미래세에 능히 여러 사람에게 큰 등불이 되어 바른 길을 보여 줄 수 있음입니다. 그 여러 사람들은 다 같이 들어서 알고는 이렇게 말할 겁니다.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에 어떤 대덕 필추가 속세를 버리고 출가해서 범행(梵行)을 깨끗이 수행하여 부처님께서 찬탄을 받고 지혜로운 이들에게 칭찬을 받아서 스스로 절에 거하며…나아가 그 바른 길을 보여 주었다.’
여러 필추들은 이 일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나서 각자 스스로 힘쓰면서 설한대로 수행하여 출가의 도를 부지런히 구하였으니, 그들은 긴 밤 동안에 편안하게 머무를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말씀드리고 나자 부처님께서는 대가섭파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도다. 너는 능히 그렇게 할지어다. 긴 밤 동안에 미래세의 범행을 함께 하는 자들과 더불어 크게 이익이 되는 일을 짓고, 세간과 인(人)ㆍ천(天) 등의 중생을 불쌍히 여겨서 일체 중생에게 이익을 베풀어 해탈케 할지니라. 가섭파여, 만약 두타행(頭陀行)을 헐뜯는 사람이 있으면 내가 그 사람을 헐뜯을 것이며, 만약 두타행을 찬탄하는 자가 있으면 내가 그 사람을 찬탄할 것이니, 어찌하여 그러하냐. 가섭파여, 내가 긴 밤 동안에 두타행을 행하는 공덕을 찬탄하고 여러 행위 중에 최고의 행위로 칭찬하면서 드러내어 설하느니라. 가섭파여, 너는 오늘부터 항상 절에 머무르면서 다른 사람이 절에 머무는 것을 찬탄하여라(자세한 것은 생략함.) 너희들은 마땅히 부지런히 마음으로 닦고 배워야 한다.”
가섭파는 명을 받들어 닦고 익혔다. 이 연기는 아직 학처(學處)로 제정되지 아니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실라벌성의 서다림 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에 흉년이 들어서 걸식하기가 어려워지자 청정한 믿음을 가진 바라문ㆍ
장자ㆍ거사 등이 여러 대덕 존숙(大德尊宿) 필추들에게 항상 공양을 하였다. 육중필추는 성에 들어가 걸식을 하고 열두 필추니의 처소에 갔다. 그 필추니들은 육중필추가 오는 것을 보고 말하였다.
“성자여, 자리에 나아가십시오. 약간의 먹을 것을 드실 수 있습니다.”
오파난타가 말했다.
“누가 마땅히 나에게 주겠느냐?”
“저희들입니다.”
그녀들에게 말했다.
“오늘은 비록 그러하겠지만 내일 아침에는 누가 가져다주겠느냐?”
“저희들이 갖다 드리겠습니다.”
그녀들에게 말했다.
“자매여, 설사 이 음식을 얻는다고 하더라도 오래 구제할 수 없는 것이다. 너희들이 만약 우리의 뜻을 따라서 먹을 것을 넉넉하게 하려고 한다면, 여러 바라문 등이 먼저 대필추들에게 갖가지 공양을 공급하는 곳에서 너희들이 마땅히 그들을 권해 우리에게 베풀도록 해야 한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좋은 공급을 얻어서 우리들도 마땅히 구제될 것이다.”
이때에 토라난타 필추니가 말하였다.
“성자여, 우리 필추니가 이런 일을 하는 것이 합당합니까?”
오파난타가 말했다.
“매우 합당하니, 어느 누가 막고 나서면서 우리로 하여금 굶주려 죽게 하겠느냐?”
필추니들이 말했다.
“저희들이 명을 받들겠습니다.”
그때 토라난타 필추니가 성에 들어가 걸식을 하고는 존자 교진여(憍陳如)에게 보시하는 시주의 집에 갔다. 그의 집 안에 이르자 이렇게 말했다.
“그대는 요즈음 누구에게 먹을 것을 공양해 드리고 있습니까?”
“성자 교진여께 제가 항상 공양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당신이 석가의 종족으로서 출가를 하여 삼장(三藏)에 익숙하고 걸림 없는 변재를 가진 대법사(大法使)께 능히 공양을 해드린다면, 그대들은 반드시 뛰어난 복을 얻게 될 것입니다.”
그가 물었다.
“누가 석가의 종족으로서 그런 갖가지 덕을 갖추신 분입니까?”
그에게 말했다.
“성자 난타(難陀)가 바로 그 분이십니다.”
“제가 가르침대로 하겠습니다.”
장자는 드디어 교진여에게 공양할 것을 돌려서 난타에게 주었다. 이와 같이 다른 여러 기숙존덕(耆宿尊德)들에게 가던
공양을 모두가 돌려서 육중필추에게 주게 되었다.
그때 육중필추는 하루의 초분(初分)에 옷을 입고 발우를 챙겨서 성에 들어가 걸식을 하면서 먹을 것을 베풀어 주는 이의 집으로 가서 여러 가지 음식을 받았다. 떡과 과일 같은 것을 자루에 가득 담아서 밥을 담는 발우와 함께 가지고 절에 들어왔다.
여러 필추들이 보고 물었다.
“자루 안에 가득 찬 것들은 어디에서 가지고 오는 것입니까?”
“나의 자매들이 무병장수하길 원하나니, 그들을 교화한 인연으로 우리가 맛있는 음식을 얻었습니다.”
여러 필추니들이 말했다.
“구수여, 여러 필추니들을 보내 교화케 해서 음식을 받는 것이 합당합니까?”
“무엇에 근거하여 합당치 않다고 하는가? 매우 이치에 맞다. 어찌하여 우리가 먹지 못하고 스스로 굶어서 죽겠는가?”
욕심이 적은 필추들은 이 말을 듣고 미워하고 천하게 여기는 마음을 내었다.
“어찌하여 필추가 필추니를 시켜서 교화하여 음식을 수용하는가?”
이 인연을 자세히 세존께 아뢰자, 세존께서는 자세히 문답을 하시고는 이렇게 말하였다.
“학처(學處)를 제정하노니, 마땅히 이와 같이 말하노라. 만약 다시 필추가 필추니가 찬탄한 인연으로 음식을 얻은 것임을 알면서도 먹는다면 바일저가이니라.”
이와 같이 세존께서는 여러 필추들을 위하여 학처를 제정하여 마치셨다.
실라벌성에 사는 한 장자가 두 가지 직업을 갖고 있었다. 하나는 장사를 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농사를 짓는 일이었다. 넓은 들에서 땅을 갈고 보리씨를 뿌린 다음 밭 가운데 지붕을 이어서 작은 농막을 지었다. 그리고 다시 돈과 재물을 가지고 다른 곳에서 장사를 하였다. 그때에 걸식하는 필추가 세상을 두루 돌아다니다가 실라벌성에 이르렀다. 그는 성 밖으로 나가 바라보다가 그 작은 농막을 보고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곳이 한가롭고 고요하니 머물러 살만하구나.’
그래서 매일 같이 성에 들어가 걸식을 하고는 임시방편으로 작은 농막에 머물게 되었다. 사람의 기척이 있고부터는 다른 갖가지 새나 사슴이 와서 집을 손상시키지 않게 되었다. 다시 때맞추어 비가 내리자 싹과 열매가 아주 무성해졌다. 이때 그 장자는 다른 곳에서 지내다가
편안하게 되자 재물을 다 간직하여 두고 몸을 씻고 식사를 마친 후에 아내에게 말하였다.
“내가 먼저 번에 어느 밭에다 보리씨를 뿌렸는데, 밖으로 돌아다닌 지가 오래된 탓에 지금쯤 보리를 수확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소.”
드디어 밭에 가서 보리가 잘 익은 것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씨앗을 뿌리고는 울타리도 만들지 않고 또한 사람을 시켜서 보살피게 하지도 않았는데, 어떤 연유로 지금처럼 뜻하지 않게 잘 자랐을까?’
그는 세세히 살펴보다가 사람 자취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자취를 따라가다가 예전의 움막집에 이르렀다. 문구멍으로 안을 살펴보니 걸식하는 필추가 가부좌를 하고 단정히 앉아서 고요히 선정(禪定)에 잠겨 있었다.
장자는 곧 생각하였다.
‘나의 밭이 잘 된 것은 이 사람의 힘 때문이구나.’
그리고는 곧장 앞으로 가서 물었다.
“성자께서는 이곳에 머무르고 계십니까?”
“그러합니다.”
장자가 그에게 말했다.
“성자여, 이곳은 저의 밭이니 머무실 수 있으시다면 다행이겠습니다. 만약 꽃과 잎과 양치하는 나무가 필요하시다면 마음대로 갖도록 하십시오. 내일은 저의 집에 가서 약소하나마 공양을 받으십시오.”
필추가 그에게 말했다.
“나는 걸식하는 사람이라 다른 이가 공양하는 청을 받지 않습니다.”
필추는 허락하지 아니하였다. 그 장자는 발에 예배드리고 물러나서 집에 도착하자 아내에게 말하였다.
“현수여, 창고를 수리하여야겠소. 밭에 보리가 아주 잘 되었구려.”
부인이 말했다.
“당신은 나를 속이는군요?”
남편이 말했다.
“내가 먼저 번에 씨앗을 뿌리고는 울타리도 치지 아니하였고 사람을 시켜서 돌보게 하지도 않았는데, 지금 보리가 아주 잘 되었소. 무슨 일로 거짓말을 하겠소? 당신은 의심하지 마시오.”
아내가 그 까닭을 물으니 대답했다.
“내가 그 밭 가장자리에다가 초막을 하나 지었었는데, 걸식하는 이가 그곳에서 머물러 살았소. 그 분의 힘으로 곡식이 잘 익었다오.”
아내가 말했다.
“만약 그러하다면 어찌하여 집에 오셔서 공양을 받으시도록 청하지 아니하셨어요?”
“내가 이미 말씀을 드려 청하였지만 그 분이 받아들이지 않았소. 스스로 말씀하시기를, ‘나는 걸식하는 사람이라 다른 사람의 청을 받지 않습니다’라고 하시더군.”
아내가 말했다.
“그 걸식하는 분은 하루에도
여러 군데의 집을 돌아다니면서 고생 끝에야 비로소 배를 채울 수 있으니, 당신이 간절하게 청하지 않은 까닭에 받아들이지 않은 거예요. 마땅히 다시 가서 간절하게 초대한다면 반드시 받아들이실 거예요.”
그때 장자는 아내가 권유하는 것을 듣고서 다시 갔다. 그곳에 이르자 필추의 발에 예배드리고 아뢰었다.
“성자여, 자비로우신 마음으로 내일 저희 집에 오셔서 저의 보잘 것 없는 공양을 받아주시기 바랍니다.”
필추가 대답했다.
“장자여, 나는 걸식하는 사람입니다. 다른 사람이 청하는 공양은 받지 않습니다.”
장자가 말했다.
“원하옵건대 뜻을 굽히시고 내일 저희 집에 오셔서 약소하나마 공양을 받으십시오. 저의 청을 멀리하지 마시기 바라나이다.”
걸식하는 필추는 그 장자가 은근하게 청하면서 그만두지 않자 드디어 잠자코 청을 받아들였다. 장자는 청을 받아들이는 것을 보고는 발에 예배드리고 물러났다.
집에 도착하자 아내에게 말하였다.
“현수여, 걸식하는 필추께서 나의 청을 받아들여서 내일 오실 것을 허락하였소. 마땅히 훌륭한 음식을 장만하여야겠소.”
아내는 이 말을 듣고 곧 준비를 하면서 차게 먹어야 할 것은 오늘 미리 만들고, 뜨겁게 먹어야 할 것은 내일 만들기로 하였다.
이때 걸식하는 다른 필추가 밭 가운데의 초막 안에 와서 먼저 와 있던 걸식하는 필추를 불러 말하였다.
“나와 함께 가도록 합시다.”
걸식하는 필추가 그에게 대답했다.
“특별히 장자가 와서 나에게 공양하기를 청했기 때문에 때가 되면 가보아야겠으니 같이 가지 못하겠습니다.”
다른 걸식하는 필추가 말했다.
“당신은 큰 복전(福田)이라서 능히 이익을 받을만하니 공양물 때문이라도 그 청을 받으십시오. 끼니 때가 되었으니 마땅히 가보십시오.”
그때 토라난타(吐羅難陀) 필추니는 하루의 초분(初分)에 옷을 입고 발우를 챙겨서 성에 들어가 걸식을 하며 차례로 돌아다니다가 그 공양을 베풀기로 한 집에 이르렀다.
그 집에 들어가 장자의 아내를 보고 말하였다.
“묘상(妙相)이여, 원컨대 당신이 무병장수하기를 바랍니다. 마땅히 나에게 먹을 것을 베풀어 주십시오.”
부인이 대답했다.
“성자여, 그냥 가십시오. 저에게는 근심이 있어서 먹을 것을 드릴 여유가 없습니다.”
“어떤 근심인가요?”
“걸식하는 필추를 청하여
집에 오시기로 했는데, 아직 도착하지 아니해서 그가 먹지 못할까 걱정입니다. 이런 까닭에 근심을 하고 있습니다.”
필추니가 곧 말했다.
“내가 만약 불러오면 나에게 음식을 주겠습니까?”
“드리겠습니다.”
필추니가 말했다.
“나는 음식을 받겠지만 나의 도반들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역시 드리겠습니다.”
“절을 지키는 필추니들에게는 누가 마땅히 음식을 주겠습니까?”
“그분들에게도 드리겠습니다.”
토라난타는 곧 생각했다.
‘성에 들어온 걸식자들은 지금은 모두 나갈 때가 되었으니, 지금 막 성 안에 들어오는 자가 바로 그 사람일 것이다.’
필추니는 성문으로 가서 멀리 바라보면서 머물렀다.
그 걸식하는 필추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이미 공양 요청을 받아들였으니, 걸식을 말고 선품(善品)을 닦다가 끼니 때가 되면 가도록 해야겠다.’
끼니 때가 가까워지자 옷을 입고 발우를 챙겨서 성 안으로 들어갔다. 이때 토라난타가 보고는 생각하였다.
‘저기 오는 사람이 공양 요청을 받은 사람이구나.’
그리고는 그 앞에 나아가서 물었다.
“성자여, 아무개의 집에서 공양 요청을 받으실 겁니까?”
“그렇습니다.”
필추니가 말했다.
“제가 이미 그 집에서 찬탄하였습니다.”
필추가 그녀에게 말했다.
“자매여, 내가 당신에게 먼저 찬탄하도록 하였던가요?”
그러고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세존께서 말씀하시기를 만약 필추니가 음식을 얻은 것을 찬탄하였거든 마땅히 먹지 말아야 한다고 하셨으니, 나는 이제 차라리 배고픔을 참고 굶을지언정 이로 인해 그 죄를 범하지는 말아야겠다.’
그리고는 곧 되돌아가려고 하였다.
토라난타는 그가 돌아가려고 하자 그에게 말하였다.
“성자여, 제가 당신의 이름과 씨족도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함부로 찬탄을 하였겠습니까?”
걸식하는 필추가 그녀에게 말했다.
“자매여, 먼저 말을 한 것이 사실이라면 나중에 말한 것은 거짓말이 되는 것이며, 나중에 말한 것이 사실이라면 앞에서 말한 것은 거짓이 되는 것이요.”
이렇게 말하고는 드디어 본래의 처소로 되돌아갔다.
필추니는 매우 부끄러워서 곧 걸식을 하러 갔다.
그 필추는 초막에 되돌아와서 곡기가 아직 다하지 않았을 때까지는 여러 선품(善品)을 닦았지만 곡기가 다 떨어지자 드디어 바닥에 누웠다.
다른 걸식하는 필추가 와서 물었다.
“먹은 것이 달라졌다고 어찌 뱃속까지 달라졌겠소?”
“내가 무얼 했다고요.”
“탐욕스럽게 배불리 먹어서 드디어 온갖 선품을 닦을 수 없게 되었군요.”
“누가 탐욕스럽게 배불리 먹었다는 겁니까?”
그리고는 그 필추에게 말했다.
“나는 먹은 적이 없습니다.”
“어떤 인연이 있었습니까?”
걸식하는 필추는 그 일을 다른 필추들에게 자세히 말하였다. 여러 필추들이 이 인연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시주가 먼저 뜻을 둔 것을 제외하고는 음식을 받아도 죄를 범하는 것은 없다.”
그때 세존께서는 계율을 지키는 자를 찬탄하시고 계율을 깨뜨리는 자를 꾸짖으신 후에 여러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앞의 것은 처음으로 제정한 것이고, 이것은 인연에 따라 다시 제정하는 것이다. 여러 필추들을 위하여 거기에 알맞은 학처(學處)를 제정하노니, 마땅히 이와 같이 말하노라. 만약 필추로서 필추니가 인연을 찬탄하여 음식을 얻은 것을 알고도 먹는다면, 시주가 원래 공양할 의사가 있었던 것을 제외하고는 바일저가이니라.
‘만약 다시 필추’라는 것은 육중필추를 이르는 말이다. 나머지 뜻은 위에서와 같다. ‘필추니’란 토라난타를 이르는 말이다. ‘찬탄한다’는 것은 두 가지가 있으니, 첫째, 계율을 지님을 찬탄하는 것이고, 둘째, 배운 것이 많음을 찬탄하는 것이다. ‘먹는 것’에도 두 가지가 있으니, 이미 위에서 설한 바와 같다. ‘먹는다’는 목구멍으로 삼키는 것을 말한다. ‘시주가 원래 공양할 의사가 있었던 것은 제외한다’는 만약 시주가 먼저 마음에 이 필추를 청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설령 필추니가 찬탄한 것이라 해도 그것을 먹는 것은 범하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죄를 범하는 모양은 그 인연이 어떠한가? 만약 여러 명의 필추가 속가에서의 공양 요청을 받아들였는데, 만일 필추니가 먼저 그 집에 간다면 다음과 같이 말해야 한다.
‘당신들은 공양을 베풀면서 어느 필추를 청하였습니까?’
‘아무개입니다.’
그러면 필추니가 ‘어떤 보릿가루를 드리려고 합니까?’ 라고 말할 때 ‘거친 보릿가루를 드리려고 합니다’ 라고 한다면, 필추니는 다음과 같이 말해야 한다.
‘마땅히 고운 보릿가루를 드려야 합니다. 그 필추 중에는 예류과(預流果)를 증득한 이도 있을 것이며, 일래과(一來果)를 얻은 이도 있을 것이며, 불환과(不還果)를 얻은 이도 있을 것이며 아라한과(阿羅漢果)를 얻은 이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필추니가 ‘어떤 젖으로 만든 죽을 드리려고 합니까?’ 라고 말할 때 ‘양젖으로 만든 죽입니다’ 라고 한다면, 필추니는 다음과 같이 말해야 한다.
‘마땅히 소젖으로 만든 우유를 드려야 합니다. 그 필추는 사과(四果)를 얻었기 때문입니다.’
다시 필추니가 ‘어떤 소금을 드리려고 합니까?’라고 말할 때 ‘바닷소금을 드리려고 합니다.’라고 대답하면, 필추니는 다음과 같이 말해야 한다.
‘마땅히 돌같이 굳은 천연 소금을 드려야 합니다. 그 필추는 사과(四果)를 얻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식초를 드리려고 한다면 마땅히 과실을 익혀 만든 과즙을 드리게 해야 하며, 나아가 여러 나물과 떡과 과일을 모두 가장 좋은 것으로 드리도록 권해야 합니다. 때 아닌 때에 먹는 것으로 사탕으로 만든 과즙을 드리려고 하면, 필추니는 말하기를 ‘마땅히 꿀[石蜜]로 만든 과즙을 드려야 합니다’라고 해야 하며, 쌀로 만든 밥을 드리려고 하면, ‘마땅히 멥쌀로 만든 밥을 드려야 합니다’라고 해야 하며, 나물로 끓인 국을 드리려고 하면 ‘마땅히 고깃국을 드려야 합니다. 그 필추는 사과(四果)를 얻었기 때문입니다’라고 해야 한다.
만약 그 시주가 필추에게 거친 음식을 드리려 할 때 필추니가 보고서 좋은 음식을 드리도록 권하며 그 필추가 뛰어난 과보를 얻었노라고 찬탄한 것을 안다면, 그리하여 필추가 이렇게 거짓으로 찬탄한 것을 알면서도 그 음식을 먹는다면 모두가 바일저가를 얻는다.
만약 필추니가 필추를 찬탄하기를 ‘삼장(三藏)을 지니고 있으니 마땅히 좋은 음식을 드려야 한다’고 한다면 악작죄(惡作罪)를 얻는다.
만약 필추가 실제로 여러 과(果)를 얻었고 실제로 삼장(三藏)을 잘 안다면, 필추니가 비록 찬탄하였더라도 그 음식을 먹는 것은 범함이 없다. 또한 범함이 없다는 것은 최초로 범한 사람이거나 혹은 미쳐서 그 마음이 어지럽고 고통 받는 경우를 말한다.”
의정 한역
25) 여비친필추니작의학처(與非親苾蒭尼作衣學處)
그때 박가범께서는 실라벌성의 서다림 급고독원에 계셨다. 이때 급다(笈多)필추니는 오의(五衣)1)가 헐고 떨어졌지만 다른 옷은 많이 있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누가 마땅히 나를 위하여 대의(大衣)를 바느질해 줄 것인가?’
이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에 여러 명의 필추니들이 그녀의 처소에 와서 그녀에게 말했다.
“급다여, 무슨 까닭이신가요? 얼굴빛이 우울한 것 같군요.”
“자매여, 나의 오의가 다 헐었기 때문이랍니다. 승가지(僧伽胝)가 심하게 헐어서 떨어졌는데, 지금 나에게는 모직물이 많이 있지만 어느 분에게 맡겨서 만들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여러 필추니들이 말했다.
“당신은 어찌하여 황금 발우가 있으면서도 다른 것을 가지고 걸식을 합니까? 당신에게 성자 오타이가 있는 것은 사람들이 다 아는데, 어찌하여 옷을 바느질해 줄 사람이 없는 것을 근심한단 말입니까?”
“그 분은 덕망 높은 존자이신데, 어찌 저를 위해주시겠습니까.”
그녀에게 말했다.
“아마도 당신을 위해서 해줄 것입니다.”
그들에게 말했다.
“결코 해주지 않을 것입니다.”
대답했다.
“어찌 물을 건너려는 사람으로서 물이 흐르는 소리를 듣고서 신발을 벗을 수 있겠습니까? 모직물을 가지고 가는 것이 좋겠습니다. 혹시라도 바느질을 해 줄지도 모르니까요.”
이때 급다는 곧 흰 모직물을 갖고 오타이의 처소로 가서 발에 예배드리고 앉았다. 오타이는 그 큰 모직물을 보고 말했다.
“급다여, 만약 다른 사람이 이 새롭고 좋은 흰 모직물로 대의(大衣)를 만들어서 수시로 수용(受用)해서 여러 선품(善品)을 닦는다면, 날마다 이익이 늘어날 것이다.”
급다가 말했다.
“대덕이시여, 만약 필요로 하신다면 이치에 맞게 드려야 하겠지만, 저의 대의(大衣)가 심하게 헐고 떨어졌습니다. 이제 이 모직물을 갖고 옷을 만드는 것을 의뢰할까 합니다.”
오타이는 곧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내가 바느질할 것을 허락한다면, 열두 필추니들이 바느질할 옷을 모두 갖고 와서 내게 부탁할 것이니, 내가 다시 어떻게 남을 위하여 수고를 할 것인가? 만약 바느질을 해주지 않는다면 급다가 원망할 터이니, 내가 이제 마땅히 법칙을 만들어서 바느질을 해주되 마치 나무로 만든 솥이 한 번 불을 때면 이내 못쓰게 되는 것처럼 해서 다시는 내게 와서 바느질을 시키지 못하게 해야겠다.’
그가 급다에게 말했다.
“모직물을 두고 가도 좋다.”
이때 육중필추가 와서 큰 모직물을 보고 물었다.
“대덕이여, 이것은 누구의 모직물입니까?”
“이것은 내가 사랑했던 사람의 물건입니다.”
“누가 사랑했던 사람입니까?”
“급다입니다.”
“만약 그러하시다면 우리가 함께 옷감을 잘라 재봉하겠습니다.”
곧 그 모직물을 재단해서 얼마 후에 바느질을 끝마쳤다. 오타이는 이 대의를 가지고 경행을 하는 곳에 가서 다섯 가지 색으로 된 실로 자신과 급다 필추니가 서로 껴안고 있는 모양을 수놓아서는 곧 대의를 가지고 방안의 횃대 위에 올려놓았다.
급다가 와서 옷이 다 되었는지 묻자 그녀에게 말했다.
“옷이 이제 다 되었으니 당신은 곧 오시오.”
드디어 옷을 그녀의 어깨 위에 얹어 주고 나서 말했다.
“염색을 할 때까지는 함부로 열어 보지 마시오. 열어보면 곧 죄를 얻게 될 것이오.”
이때 급다는 옷을 가지고 떠나갔다. 그와 같이 왔던 필추니들이 그녀에게 말했다.
“급다가 옷을 가지고 왔으니 시험 삼아 살펴보자. 존자께서 어떻게 바느질을 해서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급다가 그녀들에게 말했다.
“당신들은 듣지 못하였군요. 성자 오타이께서는 ‘염색을 할 때까지는 함부로 열어 보지 말라. 만약 열어보면 죄를 얻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절 안에 도착하자 여러 필추니들이 말했다.
“우리가 시험 삼아 옷을 좀 보도록 하자. 바느질이 어떻게 되었는지.”
“성자 오타이께서는 ‘염색을 할 때까지는 마땅히 함부로 열어보지 말라. 만약 열어보면 죄를 얻는다’고 하셨습니다.”
이때 뜻을 아는 필추니가 있어서 억지로 어깨 위에서 대의(大衣)를 빼앗아다가 마침내 넓게 폈다. 여러 필추니들이 그것을 보고는
모두 비웃으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성자 오타이가 오랫동안 급다를 보지 못하였더니 오늘에야 비로소 목을 서로 끼고 동거하게 되었구나.”
이때 교답미(憍答彌) 대세주(大世主)가 여러 필추니들에게 말했다.
“너희들은 머리 위에는 머리카락이 없고 겨드랑이 아래로는 털이 긴데, 어떤 즐거운 생각이 나서 시끄럽게 웃느냐?”
여러 필추들이 말하였다.
“성자 오타이가 법답지 못한 일을 했기 때문에 웃는 겁니다.”
마침내 그 까닭을 물으니, 필추니들이 그 일을 고하였다.
대세주(大世主)가 여러 필추니들에게 말하였다.
“그는 항상 악행을 저지르고 성인의 가르침을 훼손시켜서 법의 강과 언덕을 나날이 무너지게 하는구나.”
여러 필추니들은 이 인연을 가지고 여러 필추들에게 말하였다. 여러 필추들은 듣고서 미워하고 부끄럽게 여기는 마음을 내며 부처님께 자세히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오타이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참으로 친척이 아닌 필추니에게 옷을 만들어 주었느냐?”
“참으로 그러하였나이다. 대덕이시여.”
세존께서는 여러 필추들을 모으시고 갖가지로 오타이를 꾸짖으시고는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아가, 그 계율[學處]을 제정하노니, 마땅히 이와 같이 말하노라. 만약 다시 필추가 친척이 아닌 필추니에게 옷을 만들어 준다면 바일저가(波逸底迦)이니라.
‘만약에 다시 필추’란 오타이를 말하는 것이다. 나머지 뜻은 위에서와 같다.
여기서 범한 모양은 그 일이 어떠한가? 죄의 경중에 관한 육구(六句)는 앞에서와 같다.”
범죄가 아닌 것도 위에서와 같다.
26) 여필추니동도행학처(與苾蒭尼同道行學處)
부처님께서는 실라벌성의 서다림 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육중필추인 난타(難陀)와 오파난타(鄔波難陀)는 이렇게 생각을 하며 서로에게 말하였다.
“이 여러 흑발(黑髮)들은 원숭이 기름을 발에 바르고서 항상 사방으로 유행(遊行)하는구나. 장차 길을 떠나려고 할 때는 다른 사람의 이양(利養)을 받고 되돌아오는 날에도 다시 공급을 받아서 많은 사람들의 사랑과 공경을 받는데, 우리들은 마치 우물 안의 개구리처럼 일찍이 널리 돌아다녀 본 일이 없다. 이런 까닭에 다른 사람의 이양(利養)을 받을 길이 없으니,
우리가 이제 마땅히 자매들에게 알려야겠다.”
하루의 초분(初分)에 옷을 입고 발우를 챙겨들고는 열두 필추니가 있는 처소에 가서 알렸다.
“자매여, 당신들은 잘 들으시오. 우리는 사방에 유행을 하면서 곳곳마다 교화를 하고자 하오.”
여러 필추니들은 그 말을 듣자 모두가 눈물을 흘리며 소리 내어 울었다.
오타이가 물었다.
“자매여, 어찌하여 소리 내어 우는 것이오?”
“대덕께서 떠나신다니 급고독원이 텅 비어 허전하겠군요.”
그녀에게 말했다.
“자매여, 대사(大師)께서 세상에 계시고 백천의 성중(聖衆)이 있는데, 당신들은 어찌하여 함부로 공허하다고 말하는 것이오.”
“여러 흑발(黑髮)들은 우리의 이름을 듣기만 하여도 오히려 기뻐하지 아니하는데, 어찌 그곳에 이르러서 우리가 편안히 앉아 있을 것을 허락하고 묘법(妙法)을 말씀해 주겠습니까?”
오파난타가 말했다.
“만약 그러하다면 함께 떠나가도 좋겠소.”
토라난타(吐羅難陀) 필추니가 말했다.
“필추가 필추니와 함께 길을 가는 것은 사리에 합당합니까?”
오파난타가 말했다.
“이치에 맞게 떠나가는데 누가 막겠느냐. 필요한 양식을 많이 준비하여 같이 떠라가도록 하자.”
필추니들은 그 말에 따라 길 떠날 양식을 준비하여 마쳤다. 육중필추는 옷을 입고 발우를 가지고 성에 들어가 걸식을 하였다. 음식을 얻고 나서 필추니의 절에 가니, 열두 필추니들이 보고서 말하였다.
“성자여, 조금씩은 먹을 만합니다.”
육중필추는 그것을 받았는데, 길에서 먹을 양식이 떨어지자 여러 필추니들에게 말하였다.
“자매여, 당신들이 길에서 먹을 양식을 가지고 오도록 하시오. 그것이 좋은지 나쁜지를 보아야겠소.”
필추니들이 곧 대답했다.
“지난번에 드린 얼마 안 되는 양식은 모두 길에서 먹을 양식이었는데, 이제 다 먹어서 떨어졌습니다.”
육중필추는 말했다.
“만약 그러하다면 어떻게 먼 길을 함께 먹을 양이 되겠는가. 다시 많이 만드는 것이 좋겠다. 만약 적어서 부족하다면 마땅히 굶주림의 고통을 받아야 할 것이다.”
그들은 다시 먹을 것을 구하고자 행상의 무리 속에 끼어들었다. 그때 어떤 걸식을 하는 필추가 또한 육중필추와 함께 떠나가려고 하였다.
여러 사람이 그에게 말하였다.
“그들 여섯 사람은 모두가 못된 소행을 저지르는 사람들이니, 만약 함께 떠난다면
고통을 받게 될 것이 분명하다.”
걸식하는 필추가 말했다.
“내가 그들에게 수업을 받지도 않고 그들을 의지해 스승으로 삼는 것도 아닌데, 그들이 무슨 인연으로 고통스럽게 할 것인가?”
그는 권유하는 말을 받아들이지 않고 드디어 함께 길을 떠났다.
이때 육중필추는 경계 밖에 도달하자 서로에게 말하였다.
“우리들이 어찌 오랫동안 규범에 매이는 일을 할 수 있겠는가? 마땅히 각자가 마음대로 스스로의 위의(威儀)를 갖추는 것이 좋겠다.”
이때 난타(難陀)는 난타 필추니와 난타의 제자와 난타 필추니의 제자와 구적(求寂)과 구적녀(求寂女)와 함께 한 곳에 있다가 길을 따라 갔다. 그 오파난타(鄔波難陀) 등도 또한 그와 마찬가지로 하고 있었는데, 어떤 바라문ㆍ거사 등이 그들이 섞여 있는 것을 보자 이렇게 말하였다.
“이 사람은 사문의 아내이며, 이 사람은 사문의 아들이고, 이 사람은 사문의 딸이며, 이 사람은 며느리이고 이 사람은 손자이니, 세속과 다를 것이 없다. 어찌 바른 법이 있겠는가?”
오파난타가 듣고서는 그에게 말했다.
“모질고 사나운 바라문아, 가령 내가 이제 발로 너의 목구멍을 차고 많은 처자식을 양육한다고 하더라도 법답고 법답지 못한 것이 너의 일과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이냐?”
걸식하는 필추니들이 이 말을 듣자 생각하였다.
‘내가 차라리 죽을지언정 이런 못된 사람과 함께 유행(遊行)을 할 수 있단 말인가?’
드디어 발길을 돌려서 서다림에 되돌아왔다. 여러 필추들이 보고 물었다.
“잘 오셨습니다. 다니는 길은 편안하였습니까?”
“구수여, 어찌 편안함이 있었겠습니까? 내가 육중필추와 길을 함께 다녔으니……. 그는 못된 일을 저질러서 부처님의 법을 어그러뜨리고 손상시켰습니다.”
“그가 어떤 일을 저질렀습니까?”
그는 그 인연의 일을 자세히 대답하였다. 욕심이 적은 필추들은 이 말을 듣고는 미워하고 천하게 여기는 마음을 내었다.
“어찌하여 필추가 필추니와 함께 길을 함께 하면서 세상을 돌아다닐 수 있단 말인가?”
이 인연을 가지고 세존께 자세히 아뢰니, 세존께서는 아시면서도 짐짓 육중필추가 돌아오기를 기다렸다가 대중들을 모으고 물으셨다.
“너희들 여섯 사람은 참으로 이와 같이 단정하고 엄숙하지 못한 일을 저질렀느냐?”
“참으로 그러하나이다.”
세존께서는 갖가지로 꾸짖으시고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나아가, 그 계율[學處]을 제정하노니, 마땅히 이와 같이 말하노라. 만약 다시 필추가 필추니와 함께 같은 길로 길을 간다면 바일저가(波逸底迦)이니라.”
이와 같이 세존께서는 여러 필추들을 위하여 계율을 제정하셨다.
부처님께서는 급고독원에 계셨다. 많은 필추니들이 왕사성의 왕원사(王園寺)에서 3개월 동안 안거를 하였다. 여름 안거가 다 끝나자 급고독원에 가서 세존의 발에 예배드리기 위해 왕원사를 나와 길을 같이 갈 상인들을 찾았는데, 상인의 무리 가운데서 필추가 있음을 보고서는 서로에게 말하였다.
“자매여, 이 가운데에는 필추가 있으니 함께 가는 것은 합당치 않다. 다시 다른데서 찾아보자.”
그러나 상인들의 무리에는 모두가 필추가 있었다. 다시 서로 의논하였다.
“우리가 오랫동안 찾아보았지만 모두 필추들이 끼어 있으니 함께 갈 수가 없다. 다만 멀리서 상인들의 무리를 바라보며 뒤따라가도록 하자.”
필추니들은 행렬 뒤에서 따라가다가 어느 때에는 무리들을 따라잡지 못해서 도적들에게 옷가지를 강탈당하기도 했다. 점차로 유행(遊行)하여 실라벌성에 이르러서 필추니의 절에 가니, 필추니들이 보고는 물었다.
“자매여, 먼 길에 편안하셨습니까?”
“어찌 편안함이 있었겠습니까? 길에서 도둑을 만나서 옷가지를 빼앗겼습니다.”
여러 필추니들이 말하였다.
“어찌 상인들의 무리도 없이 길을 나섰습니까?”
“상인들의 무리는 있었습니다.”
“만약 그러하였다면 어떤 이유로 도둑을 만났습니까?”
“상인의 무리 안에는 필추가 있어서 함께 가지 못했습니다. 이 때문에 뒤에 떨어져서 오다가 드디어 도둑들에게 빼앗기는 일을 당하였습니다.”
여러 필추니들이 말했다.
“아흔 여섯 종류의 외도들은 모두가 자애롭고 불쌍히 여겨서 여인들을 버리지 아니하는데, 오직 불세존(佛世尊)께서만은 유독 우리를 버려서 믿고 의지할 데가 없게 하신 탓에 도둑을 만나 빼앗기게 되었다.”
여러 필추니들이 이 말을 듣고 필추들에게 말하자, 여러 필추들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때에 맞는 인연은 제외한다.”
다시 다른 때에 여러 필추들이 상인들을 따라서 세상을 널리 돌아다녔는데 음식이 부족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길에서 먹을 양식을 가지고 다니도록 하여라.”
부처님께서 가르치신 것처럼 길에서 먹을 양식을 가지고 다녔는데, 여러 필추들은 누구를 시켜서 가지고 가게 해야 할지를 몰랐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남자 정인(淨人)을 시키거나 여자 정인(淨人)을 시키도록 하여라. 만약 정인이 없을 경우에는 사미(沙彌)나 사미니(沙彌尼)를 시키도록 하여라. 만약 이들이 없을 경우에는 필추나 필추니끼리 서로 교대로 가지고 가서 음식을 주도록 하여라.”
또 다른 여러 필추들이 세상을 널리 돌아다니다가 병든 사람이 생기게 되자 그를 버리고 떠나갔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버리고 떠나가서는 안 되느니라. 마땅히 여럿이 메고 가야 한다.”
필추가 머리 가까이에 있고 필추니는 발에서 가까운 데에 있었는데, 곧 깨끗지 못한 마음이 생겼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필추가 다리에서 가깝게 있고 필추니는 머리 주변에 있도록 하여라.”
그들이 가다가 마을에 이르렀는데, 모두가 병든 사람을 간호하다가 걸식을 하지 못해서 마침내 먹을 것이 부족하게 되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마땅히 한 사람만 남아서 병자를 간호하도록 하고 나머지는 모두 걸식을 하도록 하여라. 만약 필추니가 병이 났거든 또한 마땅히 이에 준하도록 하여라.”
그때 세존께서는 여러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앞의 것은 처음으로 제정한 것이고, 이번에는 인연에 따라 다시 제정하는 것이니라. 나아가 마땅히 이와 같이 말하노니, 만약 다시 필추가 필추니와 더불어 상인과 함께 길을 가게 되면 나머지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바일저가(波逸底迦 )이니라. 나머지의 경우라 함은 무섭고 두려운 곳이 있음을 말하는 바로 그 시기이니라.
‘만약에 다시 필추’라는 것은 육중필추를 이르는 말이다. ‘필추니’란 열두 필추니를 말한다. ‘기약한다’는 것은 함께 길동무가 되는 것을 말한다. ‘길을 간다’는 길을 지나가는 것을 말한다. ‘때의 인연을 제외한다’는 어려운 인연이 있어서 상인들과 함께 길을 갈 수 있고 만약 상인들이 없으면 길을 떠날 수 없는 경우를 말한다. 무섭고 두려운 것과 또한 죄를 짓는 것은 위에서 말한 것과 같다.
여기서 죄를 범한 모양은 그 인연이 어떠한가? 만약 필추가 필추니와 함께 상인의 무리와 길을 같이 갈 때에 가령 4분의 1의 구로사(拘盧舍)를 넘어서면 모두 악작죄(惡作罪)를 얻는다.
1구로사를 넘어서면 모두가 타죄(墮罪)를 얻는다.
혹은 마을에서 들로 나아가거나 혹은 들에서 마을로 나아가거나, 그 거리[里數]에 따라 죄를 짓는 것은 모두 이에 따른다.
또 범함이 없다는 것은 최초로 범한 사람이거나 혹은 미쳐서 그 마음이 어지럽고 고통 받는 경우이니라.”
27) 여필추니동승일선학처(與苾蒭尼同作乘衣一學船處)
부처님께서는 실라벌성의 서다림 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에 육중필추인 난타(難陀)와 오파난타(鄔波難陀)가 서로 말하였다.
“이 여러 흑발(黑髮)들은 원숭이 기름으로 발을 바르고…자세한 것은 앞에서 말한 것과 같다.”
열두 필추니에게 말하니 그들은 곧 슬피 울었다. 그들에게 길에서 먹을 양식을 준비하게 하여 드디어 함께 같은 배를 타면서 남녀가 섞였다. 여러 사람들이 나무라고 비웃자 필추들이 듣고서 그 인연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는 곧 꾸짖으시며 말씀하셨다.
“마땅한 계율[學處]을 제정하노니, 마땅히 이와 같이 말하노라. 만약 다시 필추가 필추니와 함께 한 배를 탄다면 바일저가(波逸底迦)이니라.”
이와 같이 세존께서는 여러 필추들을 위하여 계율을 제정하시고는 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로부터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이름을 난도(難渡)라고 하는 강이 있었고, 강 밖에는 이름을 백합(白鴿)이라고 하는 마을이 있었다. 그 마을의 어떤 장자가 큰 절을 지었는데, 절을 다 짓고는 승가에 보시하고자 하였다. 그래서 두 무리의 필추니들을 청해서 그곳으로 나아가 공양을 차렸는데, 그때 한 필추니가 부지런히 선품(善品)을 닦고 있으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오늘은 걸식을 하지 아니하고 마땅히 선업을 닦다가 정오가 되면 공양을 맞이하러 가야겠다.’
선(禪)과 송(誦)을 부지런히 닦다가 정오가 다가오자 드디어 강가에 이르렀는데, 여러 필추들이 먼저 배 위에 올라가 있는 것을 보았다.
이때 배의 주인이 그녀에게 말하였다.
“성자여, 어서 배에 타십시오.”
필추니가 말했다.
“현수여, 나는 지금 가지 않고 다음 배를 기다리겠습니다.”
배가 다시 되돌아왔다가 사람을 싣고 떠나려고 할 때에 다시 필추니를 불러서 배에 타라고 하였다.
필추니는 필추가 배에 타고 있는 것을 보고는 다시 말했다.
“다음번에 타겠습니다.”
배가 저쪽 강가에 이르자 뱃사공은 배를 닻줄로 매고 가버렸다. 필추니는 마침내 큰 소리로 뱃사공을 불렀다.
“사공이여, 다시 와서 나를 태워주시오.”
뱃사공은 그렇게 하지 않으려고 하였다. 필추니는 강가에 우두커니 서 있다가 해가 정오를 지나자 곧 절에 돌아왔다. 곡기가 아직 남아 있을 때까지는 송(誦)을 할 수 있었으나, 너무 굶주려서 기운이 허해지자 한쪽에 쓰러져 누웠다. 이때 여러 필추니들이 공양하는 곳에 갔다가 돌아와서 이 필추니에게 물었다.
“성자여, 다른 음식을 먹었다고 해서 배[腹]야 어찌 다르겠습니까? 너무 게걸스럽게 먹고서는 배가 불러 누워있군요.”
“나는 공양하러 가지도 아니했는데, 어찌 배부른 근심이 있겠습니까?”
“무슨 이유로 먹지 않았습니까?”
그 일을 여러 필추니들에게 자세히 말해주었다. 필추니들이 필추에게 말하자, 필추들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곧바로 강을 건너기만 하는 경우는 제외한다.”
세존께서는 이 인연으로 여러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앞의 것은 처음으로 제정한 것이고 이번의 것은 인연에 따라 다시 제정하는 것이다. 학처(學處)를 제정하노니, 지금 이와 같이 말하노라. 만약 다시 필추가 필추니와 함께 한 배에 타게 되었을 경우에는 물을 따라 내려가는 경우이거나 물을 거슬러 올라가는 경우이거나 곧바로 물을 건너기만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바일저가(波逸底迦)이니라.
‘만약 다시 필추’란 이 육중필추를 이르는 말이다. 나머지의 뜻은 위에서와 같다. ‘한배를 타게 되었다’는 것은 함께 배를 타고 나루터를 지나가는 것을 말한다.
‘물결을 따라 내려간다’는 물의 흐름을 따라 내려가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물을 거슬러 올라간다’는 물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간다는 것을 말한다. ‘곧바로 건넌다’는 바로 건너편 강둑에 나아가는 것을 말한다.
여기서 죄를 범한 모양은 그 인연이 어떠한가? 만약 필추가 필추니와 함께 배에 타고서 그 멀고 가까움을 헤아리면, 얻는 죄의 무겁고 가벼움은 앞의 길을 가는 경우와 같다. 만약 젓대나 노가 부러져서 물결을 따라 내려가거나, 혹은 키가 부러지거나, 혹은 여울을 피하거나, 혹은 키잡이가 그 말을 듣지 않는 경우에는 모두 범한 것이 없다.
또한 범함이 없다는 것은 최초로 범한 사람이거나 혹은 미쳐서
그 마음이 어지럽고 고통 받는 경우를 말한다.“
28) 독여여인재병처좌학처(獨與女人在屛處坐學處)
부처님께서는 실라벌성의 서다림 급고독원에 계셨다. 구수 오타이(鄔陀夷)는 하루의 초분(初分)에 옷을 입고 발우를 챙겨서 성에 들어가 걸식을 했다. 그리고 나서 일부러 급다(笈多)의 집에 이르렀는데, 이때 급다는 멀리서 오타이가 오는 것을 보자 곧 자리를 펴고서 그에게 말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성자여, 이 자리에 앉으십시오.”
오타이는 급다와 함께 서로 마주보고 앉았다. 오타이는 그녀를 위하여 설법을 하고 예전에 함께 즐거웠던 일을 생각하고는 급다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지난날 그 동산이나 하늘의 사당이 있는 곳에서 자리를 펴되 지금처럼 이부자리를 펴고, 불을 밝히되 지금처럼 등불을 밝히고, 밥을 먹되 지금처럼 음식을 먹었는데, 그토록 즐거웠던 일을 기억하느냐?”
“저는 기억합니다.”
그때 어떤 걸식을 하는 필추가 또한 급다의 집에 이르자, 급다는 그를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이제 일어나서 저 필추에게 먹을 것을 준다면 이야기가 끊어질지도 모른다.’
그래서 곧장 손을 내저어서 그를 떠나가게 하였다. 오타이는 그녀가 손을 내젓는 것을 보자 그녀에게 말하였다.
“급다여, 당신은 나의 면전에서 부끄러워하는 마음도 없이 바깥의 사람을 손을 내저어 보내는구나.”
그에게 말했다.
“성자여, 저는 참으로 바깥사람에게 함부로 손을 내저어 보내는 것이 아닙니다. 걸식하는 필추가 들어와서 음식을 구하려고 하기에 만약 일어나서 먹을 것을 주다가 혹시라도 이야기가 끊어질까 걱정되어서 손을 내저었던 것이지 다른 뜻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오타이가 말했다
“내가 그대를 위하여 사성제법(四聖諦法)을 설하는데, 그대는 어찌 끊어질까 두려워하는가? 나는 예전에 늘 손을 내저었다가 다른 걸인들로부터 이런 산업(産業)을 얻고서 마침내 속가를 버리고 출가하였느니라. 당신은 지금도 걸인에게 보시해서 복 짓는 일을 하지 못하는구나.”
급다는 곧 걸식하는 필추를 다시 불러다가
아주 좋은 음식을 발우 가득히 채워 주었다. 걸식하는 필추는 먹을 것을 얻자 곧 떠나갔다. 오타이는 그곳에서 공양하기를 마치고 서다림으로 돌아왔다. 그 걸식하였던 필추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이제 마땅히 대덕 오타이의 처소에 가서 그를 위로해야겠다.’
그리고는 그에게 가서 말하였다.
“대덕이시여, 기뻐하십시오. 제가 오늘 아주 훌륭한 공양을 받았습니다.”
오타이가 말했다.
“네가 처음에 막 집으로 들어가려 할 때 어떤 일을 보았느냐?”
“손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는 것을 보았습니다.”
“다음에는 무슨 일을 하더냐?”
“그녀가 나오더니 좋은 음식으로 베풀어 주었습니다.”
“바로 그때 내가 그 집안에 있다가 너에게 먹을 것을 베풀도록 시켰느니라.”
“대덕께서는 바로 그때 여인과 함께 한곳에 앉아 계셨습니까?”
“그러하였느니라.”
“이 일은 합당한 것입니까?”
“일이 합당하거나 합당치 않거나 간에 내가 이미 그렇게 하였거늘, 너의 일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 만약 네가 그 일을 용납하여 참을 수 없거든 응당 필추들에게 알려서 그 마땅한 학처를 정하도록 하여라.”
“제가 어찌 사양하겠습니까?”
그가 이 일을 여러 필추들에게 아뢰니, 욕심이 적은 필추들은 이 말을 듣고는 각자 미워하고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내었다.
“어찌하여 필추가 여인과 함께 가려진 곳에서 홀로 앉아 있을 수 있는가?”
여러 필추들은 이 인연을 세존께 자세히 아뢰었다. 세존께서는…또한, 오타이에게 물으셨다.…자세히 말한 것은 앞에서와 같다.
“그 마땅한 계율[學處]을 제정하노니, 마땅히 이와 같이 말하노라. 만약 다시 필추가 혼자서 한 여인과 함께 가려진 곳에 앉는다면 바일저가이니라.
‘만약에 다시 필추’라는 것은 오타이를 말한다. 나머지 뜻은 위에서와 같다. ‘여인’이란 음행을 감당할 수 있는 여인을 말한다. ‘홀로’라는 것은 제삼의 다른 사람이 없는 것을 말한다. ‘가려진 곳’에는 세 가지가 있으니, 담장과 울타리와 장막을 말한다. ‘앉았다’는 것은 사방 여덟 자[尺]안에 그 신체를 앉히는 것을 말한다. 죄의 성립은 앞에서와 같다.
여기서 죄를 범한 모양은 그 인연이 어떠한가? 만약 필추가 여인과 함께 가려진 곳에서 몸을 함부로 하여 앉고 제삼의 다른 사람이 없다면
바일저가를 얻는다.
만약 방문 아래 있거나, 혹은 방문 앞에 있거나, 혹은 여인으로 하여금 혼자 그곳에 있게 하고 갖가지 약을 문질러 태우거나, 그 문을 크게 열어 놓고 여러 사람을 오가게 하는 것은 모두가 범하는 것이 없다. 또한 범함이 없다는 것은 최초로 범한 사람이거나 혹은 미쳐서 그 마음이 어지럽고 고통 받는 경우를 말한다.”
29) 여필추니병처좌학처(與苾蒭尼屛處坐學處)
부처님께서는 실라벌성의 서다림 급고독원에 계셨다. 이때 급다는 이미 출가를 하고 나서 차례대로 수사(授事)를 맡게 되었다, 여러 필추니들은 하루의 초분(初分)에 옷을 입고 발우를 챙겨서 모두 걸식을 하러 다녔는데, 오직 급다만은 홀로 절 안에 머물렀다. 그때 오타이는 성에 들어가 걸식을 하고 필추니의 절에 이르렀다. 이때 급다는 자신이 직접 물을 뿌리고 청소를 하고 있다가 절 문 앞에서 멀리 오타이가 오는 것을 보고는 그에게 말하였다.
“잘 오셨습니다. 성자여.”
그리고는 빗자루를 놓고서 그의 발에 예배드리고 한 쪽에 서 있었다. 오타이는 곧 그녀에게 법을 설하였는데, 설법이 오래 계속되자 예전에 함께 즐거웠던 일을 생각하였다.
오타이가 급다에게 말하였다.
“당신은 생각이 납니까? 예전에 그 동산에서…자세히 말한 것은 앞에서와 같다.”
“나는 기억합니다.”
그때 어떤 늙고 병든 필추니가 문 아래에 앉아 있다가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두 사람은 여인이 시집 갈 때의 일까지도 함께 이야기 하고 있구나.’
이야기가 자꾸 길어지자, 급다가 그에게 말했다.
“성자여, 마땅히 가셔야겠습니다. 여러 필추니들이 절에 돌아올 터인데, 청소가 안 된 것을 보면 미워할까 걱정이니 저는 마땅히 소제를 하여야겠습니다.”
오타이는 드디어 떠나갔다. 급다가 청소를 하고 있는데 여러 필추니들이 보고서 물었다.
“청소를 어찌 조금 밖에 하지 않았나요?”
“당신들이 떠난 후로 저는 앉아보질 못하였습니다.”
늙은 필추니가 듣고서 그들에게 말했다.
“당신들이 떠난 후에 급다는 앉지를 못했습니다.
그 일은 참으로 그러합니다. 그러나 대덕 오타이가 이곳에 와서 선 채로 급다와 함께 거리낌 없이 멋대로 이야기를 했는데 여자가 시집을 가서 하는 일까지도 모두 이야기를 했습니다.”
여러 필추니들이 급다에게 물었다.
“참으로 그렇게 단정치 못하고 엄숙하지 못한 일을 하였나요?”
“참으로 그러하였습니다.”
여러 필추니들은 이 말을 듣고 나서 모두가 미워하고 부끄러워하는 생각을 하였다.
“어찌하여 필추가 필추니와 함께 혼자서 가려진 곳에 서 있는단 말인가?”
이 인연을 가지고 여러 필추들에게 말하니, 여러 필추들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이 인연으로 필추들을 모으셨다. …물으시고 대답한 것과 꾸짖으신 것은 앞에서 자세히 설명한 것과 같다. 나아가 다음과 같이 말씀하셨다.
“학처(學處)를 제정하노니, 마땅히 이와 같이 말하노라. 만약 다시 필추가 혼자서 한 필추니와 함께 가려진 곳에서 앉아 있으면 바일저가이니라.
‘만약에 다시필추’라는 것은 오타이를 이르는 말이다. 나머지 뜻은 위에서와 같다. ‘혼자’들의 뜻을 해석한 것은 앞에서 자세히 말한 것과 같다.
여기서 범죄의 상태는 서거나 누운 것이 모두가 범한 것이고, 나머지는 앞에서 말한 것과 같다.”
30) 지필추니찬탄득식학처(知苾蒭尼讚灘得食學處)
부처님께서는 실라벌성의 서다림 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 구수 대가섭파(大迦攝波)는 성의 동쪽에 있는 녹자모사(鹿子母舍)2)에 있었다. 가섭파는 포후시(哺後時)에 정려(靜慮)로부터 일어나 세존이 계신 곳으로 가서 부처님의 발에 예배드리고 물러나 한 쪽에 앉았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가섭파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이제 나이도 많고 쇠약해서 입고 있는 헌 가사를 여기 저기 너무 많이 기웠구나. 이제 그만 버리도록 하고 마땅히 나의 가르침을 따라서 대중에게 의지해 머물 것이며, 따로 들어오는 공양과 시주한 옷을 받아서 마땅히 칼로 재단하여 옷에 물을 들여서 갖도록 하여라.”
가섭파는 명을 받고 기뻐하면서 부처님께 예배드리고 떠나갔다.
그 성 안에 있는 한 장자는 긴 밤 동안에 이렇게 생각하였다.
‘훌륭하시다.
대가섭파께서는 인천(人天)의 공양을 받아 마땅하시니, 내가 언젠가는 보잘 것 없으나마 우리 집 안에 공양을 차려 놓고 오셔서 드시도록 청해야겠다.’
장자는 부처님께서 가섭파로 하여금 대중과 함께 머무는 한편 공양의 초청을 받아들이게 하셨다는 소식을 듣자 가섭파의 처소에 가서 발에 예배드리고 한쪽에 앉았다. 가섭파는 그 장자를 위하여 미묘한 법을 설해서 법을 보여주고, 가르쳐 깨우치고, 이롭게 하고 기쁘게 하였다.
장자는 곧 생각하였다.
‘내가 대덕 혼자만 집에 오셔서 공양 드시기를 청한다면 혹시라도 청을 받아 주시지 않을지도 모르니, 나는 이제 마땅히 모두 네 분을 청하여야겠다.’
장자는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내놓고 예법으로 경의를 표하고는 합장한 채 아뢰었다.
“성자여, 원하옵건대 대덕을 포함한 네 분께서는 내일 저의 집에 오시어서 공양을 받아주시기 바라나이다.”
이때 존자는 잠자코 청을 받아들였다. 그 장자는 청을 받아들이는 것을 보고는 발에 예배드리고 물러갔다. 그는 집에 오자 아내에게 말하였다.
“현수여, 내가 지난 밤에 이렇게 생각을 하였소.
‘훌륭하시도다, 대가섭파께서는 인간과 천상의 공경을 받으실만하니, 나는 언젠가 나의 집에서 보잘 것 없으나마 공양을 베풀어 드시도록 청해야겠다’ 그리고 얼마 전에 대덕께 청하여 모두 네 분께서 내일 우리 집에 오시어 공양을 받으시라고 했더니, 그 분께서 자비로우신 마음으로 나의 청을 받아주셨소. 당신은 마땅히 깨끗하고 훌륭한 음식을 많이 장만하도록 하시오.”
아내는 그 말을 듣고는 얼마 되지 않아 모두 준비했는데, 차가운 음식은 오늘 마련하고 뜨겁게 익힐 것은 내일 아침에 만들기로 하였다.
이튿날 아침이 되자 장자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이제 삼층으로 된 집의 아래층에다 앉을 자리를 마련한다면, 걸식하는 사람들이 함께 섞여서 시끄러워질 것이다. 그러나 삼층에다 마련해도 새들이 어지럽게 날아서 음식을 더럽힐지도 모르니, 중간층에다 자리를 마련하도록 해야겠다.’
자리를 설치하고 나자
곧 심부름꾼에게 가서 말하도록 명하였다.
“존자 가섭파 대덕이시여, 음식이 이미 준비되었습니다. 원하옵건대 시간을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부처님께서 설하셨듯이 ‘만약 먼저 남의 청을 받아들였으면 마땅히 앞서서 가야한다’고 하셨다. 대가섭파는 하루의 초분(初分)에 모두 네 사람과 함께 장자의 집으로 갔다. 그곳에 도착하자 곧장 이층으로 올라가 자리에 가서 앉았다. 이때 장자는 대가섭파 존자의 발에 예배드리고서 한 쪽에 앉았다. 그때 대가섭파는 그를 위하여 법을 설해 보여주고, 가르쳐서 깨우치고, 이익이 되게 하고, 기쁘게 하였다. 이때 토라난타(吐羅難陀) 필추니도 걸식을 하러 이보다 앞서 장자의 집에 들어와서 장자의 아내에게 말하였다.
“묘상(妙相)이여, 무병장수하소서. 좋은 음식을 베풀어 주십시오.”
장자의 아내가 그녀에게 말했다.
“성자여, 오늘은 매우 바빠서 베풀어 드릴 틈이 없습니다.”
“무엇 때문인가요?”
“존자 대가섭파께는 일체의 인간과 천상이 모두 공경하면서 공양을 드립니다. 지금 우리 집안에서는 거친 공양이나마 마련해서 네 분이 이곳에 오시어 음식을 받으시도록 청하였습니다. 이제 막 오실 시간이 되었으니 당신께서는 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필추니가 그녀에게 말했다.
“그 사람은 외도로써 출가하여 지극히 어리석고도 둔합니다. 다른 석가족의 귀족들도 출가해 계를 갖추고 대법사가 되어 삼장(三藏)에 두루 밝고 사변(詞辯)에 걸림이 없는데, 어찌하여 그러한 사람에게는 공양을 올리고 다른 사람에게는 베풀지 않는 것이오?”
대가섭파는 이 말소리를 듣고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필추니로 하여금 악업을 더 짓지 않도록 해야겠다.’
그래서 일부러 인기척을 내기 위해 기침 소리를 내자 우아하고 맑은 소리가 집 안에 두루 들렸다. 필추니는 미묘한 소리를 듣고 가섭파인 줄을 알고는 이렇게 말하였다.
“그 대용상(大龍象)께서 이미 집 안에 도착하셨군요.”
장자는 이 말을 듣고는 드디어 이렇게 생각하였다. ‘앞에서는 외도로 출가하여 지극히 어리석고 미련하다고 하더니 나중에는 다시 대용상이라고 하다니.’
그는 성내는 마음을 일으켜서 누각에서 내려갔다. 그가 누각을 내려갈 때에
급히 가느라고 벼락이 치는 소리를 내었다. 필추니는 그 소리를 듣고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걷는 소리를 들으니 심상치 않다. 반드시 나에게 이롭지 않은 일이 일어나겠구나. 빨리 밖으로 나가서 나를 보지 못하게 해야겠다.’
그녀는 곧 치마를 걷어 부치고 급히 걸어서 빠르게 집 밖으로 나갔다.
장자가 말했다.
“대머리 여자 사문아, 어찌하여 도망가느냐. 다시 집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겠느냐?”
필추니가 멀리서 그에게 말했다.
“너의 집은 변소 같고 감옥 같으며 전다라(旃陀羅)들이 사는 곳이다. 나는 국왕의 은혜를 입어서 동궁(東宮) 안에 들어가더라도 장애될 것이 없다. 네가 만약 나에게 손을 댄다면 마땅히 너의 두 팔을 자를 것이다.”
장자가 말했다.
“대머리 여자 사문아, 여러 노숙한 필추니들은 국왕의 은택을 입을 것이지만, 너같이 탐욕스럽고 성을 내는 무식한 사람은 그렇지 못할 것이다. 어서 가거라.”
장자는 손수 여러 가지 훌륭한 음식을 가지고 정성을 다하여 공양을 올렸다. 먹기를 마치고 발우를 걷고 손을 씻으며 양치를 하고 나자, 장자와 그의 아내는 자리를 낮게 낮추고 앉아서 묘법(妙法)을 설할 것을 청하였다. 대가섭파는 요법(療法)을 설하여 법을 보여주고, 가르쳐서 깨우쳐 주며, 이익이 되게 하고, 기쁘게 하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떠나갔다. 절에 도착하자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가 부처님 발에 배 드리고 한 쪽에 앉아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부처님의 명을 받들고 대중들에게 의지해 머물면서 공양 요청을 받아들였더니, 이로 말미암아 외도로 출가하여 지극히 어리석고 미련한 사람으로 불렸다가 다시 부처님 제자로서 대용상(大龍象)으로 불렸나이다. 제가 오늘 이 헐뜯음과 칭찬을 얻었으니, 대덕이시여, 저는 긴 밤 동안에 스스로 절에 머물면서는 절에 거처함을 찬탄하고, 스스로 항상 걸식을 하면서는 항상 걸식하는 것을 찬탄하며, 스스로 나무 아래에서 헌 가사를 입고 거하면서는 나무 아래에서 헌 가사를 입고 거하는 것을 찬탄하였나이다.”
부처님께서는 대가섭파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어떤 이로운 것을 보았기에 절에 거하면서는 절에 거하는 것을 찬탄하고, 스스로 항상 걸식을 하면서는 걸식하는 것을 찬탄하고, 스스로 나무 아래에 거하면서는 나무 아래에 거하는 것을 찬탄하고,
스스로 헌 가사를 입으면서는 헌 가사를 입는 것을 찬탄하느냐?”
대가섭파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두 가지 이로운 점을 보았나이다. 무엇이 두 가지인가 하면, 하나는 현세(現世) 가운데에 안락하게 머물 수 있음이고, 둘은 미래세에 능히 여러 사람에게 큰 등불이 되어 바른 길을 보여 줄 수 있음입니다. 그 여러 사람들은 다 같이 들어서 알고는 이렇게 말할 겁니다.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에 어떤 대덕 필추가 속세를 버리고 출가해서 범행(梵行)을 깨끗이 수행하여 부처님께서 찬탄을 받고 지혜로운 이들에게 칭찬을 받아서 스스로 절에 거하며…나아가 그 바른 길을 보여 주었다.’
여러 필추들은 이 일에 관한 이야기를 듣고 나서 각자 스스로 힘쓰면서 설한대로 수행하여 출가의 도를 부지런히 구하였으니, 그들은 긴 밤 동안에 편안하게 머무를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말씀드리고 나자 부처님께서는 대가섭파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도다. 너는 능히 그렇게 할지어다. 긴 밤 동안에 미래세의 범행을 함께 하는 자들과 더불어 크게 이익이 되는 일을 짓고, 세간과 인(人)ㆍ천(天) 등의 중생을 불쌍히 여겨서 일체 중생에게 이익을 베풀어 해탈케 할지니라. 가섭파여, 만약 두타행(頭陀行)을 헐뜯는 사람이 있으면 내가 그 사람을 헐뜯을 것이며, 만약 두타행을 찬탄하는 자가 있으면 내가 그 사람을 찬탄할 것이니, 어찌하여 그러하냐. 가섭파여, 내가 긴 밤 동안에 두타행을 행하는 공덕을 찬탄하고 여러 행위 중에 최고의 행위로 칭찬하면서 드러내어 설하느니라. 가섭파여, 너는 오늘부터 항상 절에 머무르면서 다른 사람이 절에 머무는 것을 찬탄하여라(자세한 것은 생략함.) 너희들은 마땅히 부지런히 마음으로 닦고 배워야 한다.”
가섭파는 명을 받들어 닦고 익혔다. 이 연기는 아직 학처(學處)로 제정되지 아니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실라벌성의 서다림 급고독원에 계셨다. 그때에 흉년이 들어서 걸식하기가 어려워지자 청정한 믿음을 가진 바라문ㆍ
장자ㆍ거사 등이 여러 대덕 존숙(大德尊宿) 필추들에게 항상 공양을 하였다. 육중필추는 성에 들어가 걸식을 하고 열두 필추니의 처소에 갔다. 그 필추니들은 육중필추가 오는 것을 보고 말하였다.
“성자여, 자리에 나아가십시오. 약간의 먹을 것을 드실 수 있습니다.”
오파난타가 말했다.
“누가 마땅히 나에게 주겠느냐?”
“저희들입니다.”
그녀들에게 말했다.
“오늘은 비록 그러하겠지만 내일 아침에는 누가 가져다주겠느냐?”
“저희들이 갖다 드리겠습니다.”
그녀들에게 말했다.
“자매여, 설사 이 음식을 얻는다고 하더라도 오래 구제할 수 없는 것이다. 너희들이 만약 우리의 뜻을 따라서 먹을 것을 넉넉하게 하려고 한다면, 여러 바라문 등이 먼저 대필추들에게 갖가지 공양을 공급하는 곳에서 너희들이 마땅히 그들을 권해 우리에게 베풀도록 해야 한다. 만약 이렇게 된다면 좋은 공급을 얻어서 우리들도 마땅히 구제될 것이다.”
이때에 토라난타 필추니가 말하였다.
“성자여, 우리 필추니가 이런 일을 하는 것이 합당합니까?”
오파난타가 말했다.
“매우 합당하니, 어느 누가 막고 나서면서 우리로 하여금 굶주려 죽게 하겠느냐?”
필추니들이 말했다.
“저희들이 명을 받들겠습니다.”
그때 토라난타 필추니가 성에 들어가 걸식을 하고는 존자 교진여(憍陳如)에게 보시하는 시주의 집에 갔다. 그의 집 안에 이르자 이렇게 말했다.
“그대는 요즈음 누구에게 먹을 것을 공양해 드리고 있습니까?”
“성자 교진여께 제가 항상 공양을 해드리고 있습니다.”
“당신이 석가의 종족으로서 출가를 하여 삼장(三藏)에 익숙하고 걸림 없는 변재를 가진 대법사(大法使)께 능히 공양을 해드린다면, 그대들은 반드시 뛰어난 복을 얻게 될 것입니다.”
그가 물었다.
“누가 석가의 종족으로서 그런 갖가지 덕을 갖추신 분입니까?”
그에게 말했다.
“성자 난타(難陀)가 바로 그 분이십니다.”
“제가 가르침대로 하겠습니다.”
장자는 드디어 교진여에게 공양할 것을 돌려서 난타에게 주었다. 이와 같이 다른 여러 기숙존덕(耆宿尊德)들에게 가던
공양을 모두가 돌려서 육중필추에게 주게 되었다.
그때 육중필추는 하루의 초분(初分)에 옷을 입고 발우를 챙겨서 성에 들어가 걸식을 하면서 먹을 것을 베풀어 주는 이의 집으로 가서 여러 가지 음식을 받았다. 떡과 과일 같은 것을 자루에 가득 담아서 밥을 담는 발우와 함께 가지고 절에 들어왔다.
여러 필추들이 보고 물었다.
“자루 안에 가득 찬 것들은 어디에서 가지고 오는 것입니까?”
“나의 자매들이 무병장수하길 원하나니, 그들을 교화한 인연으로 우리가 맛있는 음식을 얻었습니다.”
여러 필추니들이 말했다.
“구수여, 여러 필추니들을 보내 교화케 해서 음식을 받는 것이 합당합니까?”
“무엇에 근거하여 합당치 않다고 하는가? 매우 이치에 맞다. 어찌하여 우리가 먹지 못하고 스스로 굶어서 죽겠는가?”
욕심이 적은 필추들은 이 말을 듣고 미워하고 천하게 여기는 마음을 내었다.
“어찌하여 필추가 필추니를 시켜서 교화하여 음식을 수용하는가?”
이 인연을 자세히 세존께 아뢰자, 세존께서는 자세히 문답을 하시고는 이렇게 말하였다.
“학처(學處)를 제정하노니, 마땅히 이와 같이 말하노라. 만약 다시 필추가 필추니가 찬탄한 인연으로 음식을 얻은 것임을 알면서도 먹는다면 바일저가이니라.”
이와 같이 세존께서는 여러 필추들을 위하여 학처를 제정하여 마치셨다.
실라벌성에 사는 한 장자가 두 가지 직업을 갖고 있었다. 하나는 장사를 하는 것이었고, 다른 하나는 농사를 짓는 일이었다. 넓은 들에서 땅을 갈고 보리씨를 뿌린 다음 밭 가운데 지붕을 이어서 작은 농막을 지었다. 그리고 다시 돈과 재물을 가지고 다른 곳에서 장사를 하였다. 그때에 걸식하는 필추가 세상을 두루 돌아다니다가 실라벌성에 이르렀다. 그는 성 밖으로 나가 바라보다가 그 작은 농막을 보고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곳이 한가롭고 고요하니 머물러 살만하구나.’
그래서 매일 같이 성에 들어가 걸식을 하고는 임시방편으로 작은 농막에 머물게 되었다. 사람의 기척이 있고부터는 다른 갖가지 새나 사슴이 와서 집을 손상시키지 않게 되었다. 다시 때맞추어 비가 내리자 싹과 열매가 아주 무성해졌다. 이때 그 장자는 다른 곳에서 지내다가
편안하게 되자 재물을 다 간직하여 두고 몸을 씻고 식사를 마친 후에 아내에게 말하였다.
“내가 먼저 번에 어느 밭에다 보리씨를 뿌렸는데, 밖으로 돌아다닌 지가 오래된 탓에 지금쯤 보리를 수확할 수 있는지도 모르겠소.”
드디어 밭에 가서 보리가 잘 익은 것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씨앗을 뿌리고는 울타리도 만들지 않고 또한 사람을 시켜서 보살피게 하지도 않았는데, 어떤 연유로 지금처럼 뜻하지 않게 잘 자랐을까?’
그는 세세히 살펴보다가 사람 자취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 자취를 따라가다가 예전의 움막집에 이르렀다. 문구멍으로 안을 살펴보니 걸식하는 필추가 가부좌를 하고 단정히 앉아서 고요히 선정(禪定)에 잠겨 있었다.
장자는 곧 생각하였다.
‘나의 밭이 잘 된 것은 이 사람의 힘 때문이구나.’
그리고는 곧장 앞으로 가서 물었다.
“성자께서는 이곳에 머무르고 계십니까?”
“그러합니다.”
장자가 그에게 말했다.
“성자여, 이곳은 저의 밭이니 머무실 수 있으시다면 다행이겠습니다. 만약 꽃과 잎과 양치하는 나무가 필요하시다면 마음대로 갖도록 하십시오. 내일은 저의 집에 가서 약소하나마 공양을 받으십시오.”
필추가 그에게 말했다.
“나는 걸식하는 사람이라 다른 이가 공양하는 청을 받지 않습니다.”
필추는 허락하지 아니하였다. 그 장자는 발에 예배드리고 물러나서 집에 도착하자 아내에게 말하였다.
“현수여, 창고를 수리하여야겠소. 밭에 보리가 아주 잘 되었구려.”
부인이 말했다.
“당신은 나를 속이는군요?”
남편이 말했다.
“내가 먼저 번에 씨앗을 뿌리고는 울타리도 치지 아니하였고 사람을 시켜서 돌보게 하지도 않았는데, 지금 보리가 아주 잘 되었소. 무슨 일로 거짓말을 하겠소? 당신은 의심하지 마시오.”
아내가 그 까닭을 물으니 대답했다.
“내가 그 밭 가장자리에다가 초막을 하나 지었었는데, 걸식하는 이가 그곳에서 머물러 살았소. 그 분의 힘으로 곡식이 잘 익었다오.”
아내가 말했다.
“만약 그러하다면 어찌하여 집에 오셔서 공양을 받으시도록 청하지 아니하셨어요?”
“내가 이미 말씀을 드려 청하였지만 그 분이 받아들이지 않았소. 스스로 말씀하시기를, ‘나는 걸식하는 사람이라 다른 사람의 청을 받지 않습니다’라고 하시더군.”
아내가 말했다.
“그 걸식하는 분은 하루에도
여러 군데의 집을 돌아다니면서 고생 끝에야 비로소 배를 채울 수 있으니, 당신이 간절하게 청하지 않은 까닭에 받아들이지 않은 거예요. 마땅히 다시 가서 간절하게 초대한다면 반드시 받아들이실 거예요.”
그때 장자는 아내가 권유하는 것을 듣고서 다시 갔다. 그곳에 이르자 필추의 발에 예배드리고 아뢰었다.
“성자여, 자비로우신 마음으로 내일 저희 집에 오셔서 저의 보잘 것 없는 공양을 받아주시기 바랍니다.”
필추가 대답했다.
“장자여, 나는 걸식하는 사람입니다. 다른 사람이 청하는 공양은 받지 않습니다.”
장자가 말했다.
“원하옵건대 뜻을 굽히시고 내일 저희 집에 오셔서 약소하나마 공양을 받으십시오. 저의 청을 멀리하지 마시기 바라나이다.”
걸식하는 필추는 그 장자가 은근하게 청하면서 그만두지 않자 드디어 잠자코 청을 받아들였다. 장자는 청을 받아들이는 것을 보고는 발에 예배드리고 물러났다.
집에 도착하자 아내에게 말하였다.
“현수여, 걸식하는 필추께서 나의 청을 받아들여서 내일 오실 것을 허락하였소. 마땅히 훌륭한 음식을 장만하여야겠소.”
아내는 이 말을 듣고 곧 준비를 하면서 차게 먹어야 할 것은 오늘 미리 만들고, 뜨겁게 먹어야 할 것은 내일 만들기로 하였다.
이때 걸식하는 다른 필추가 밭 가운데의 초막 안에 와서 먼저 와 있던 걸식하는 필추를 불러 말하였다.
“나와 함께 가도록 합시다.”
걸식하는 필추가 그에게 대답했다.
“특별히 장자가 와서 나에게 공양하기를 청했기 때문에 때가 되면 가보아야겠으니 같이 가지 못하겠습니다.”
다른 걸식하는 필추가 말했다.
“당신은 큰 복전(福田)이라서 능히 이익을 받을만하니 공양물 때문이라도 그 청을 받으십시오. 끼니 때가 되었으니 마땅히 가보십시오.”
그때 토라난타(吐羅難陀) 필추니는 하루의 초분(初分)에 옷을 입고 발우를 챙겨서 성에 들어가 걸식을 하며 차례로 돌아다니다가 그 공양을 베풀기로 한 집에 이르렀다.
그 집에 들어가 장자의 아내를 보고 말하였다.
“묘상(妙相)이여, 원컨대 당신이 무병장수하기를 바랍니다. 마땅히 나에게 먹을 것을 베풀어 주십시오.”
부인이 대답했다.
“성자여, 그냥 가십시오. 저에게는 근심이 있어서 먹을 것을 드릴 여유가 없습니다.”
“어떤 근심인가요?”
“걸식하는 필추를 청하여
집에 오시기로 했는데, 아직 도착하지 아니해서 그가 먹지 못할까 걱정입니다. 이런 까닭에 근심을 하고 있습니다.”
필추니가 곧 말했다.
“내가 만약 불러오면 나에게 음식을 주겠습니까?”
“드리겠습니다.”
필추니가 말했다.
“나는 음식을 받겠지만 나의 도반들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역시 드리겠습니다.”
“절을 지키는 필추니들에게는 누가 마땅히 음식을 주겠습니까?”
“그분들에게도 드리겠습니다.”
토라난타는 곧 생각했다.
‘성에 들어온 걸식자들은 지금은 모두 나갈 때가 되었으니, 지금 막 성 안에 들어오는 자가 바로 그 사람일 것이다.’
필추니는 성문으로 가서 멀리 바라보면서 머물렀다.
그 걸식하는 필추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이미 공양 요청을 받아들였으니, 걸식을 말고 선품(善品)을 닦다가 끼니 때가 되면 가도록 해야겠다.’
끼니 때가 가까워지자 옷을 입고 발우를 챙겨서 성 안으로 들어갔다. 이때 토라난타가 보고는 생각하였다.
‘저기 오는 사람이 공양 요청을 받은 사람이구나.’
그리고는 그 앞에 나아가서 물었다.
“성자여, 아무개의 집에서 공양 요청을 받으실 겁니까?”
“그렇습니다.”
필추니가 말했다.
“제가 이미 그 집에서 찬탄하였습니다.”
필추가 그녀에게 말했다.
“자매여, 내가 당신에게 먼저 찬탄하도록 하였던가요?”
그러고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세존께서 말씀하시기를 만약 필추니가 음식을 얻은 것을 찬탄하였거든 마땅히 먹지 말아야 한다고 하셨으니, 나는 이제 차라리 배고픔을 참고 굶을지언정 이로 인해 그 죄를 범하지는 말아야겠다.’
그리고는 곧 되돌아가려고 하였다.
토라난타는 그가 돌아가려고 하자 그에게 말하였다.
“성자여, 제가 당신의 이름과 씨족도 알지 못하는데 어떻게 함부로 찬탄을 하였겠습니까?”
걸식하는 필추가 그녀에게 말했다.
“자매여, 먼저 말을 한 것이 사실이라면 나중에 말한 것은 거짓말이 되는 것이며, 나중에 말한 것이 사실이라면 앞에서 말한 것은 거짓이 되는 것이요.”
이렇게 말하고는 드디어 본래의 처소로 되돌아갔다.
필추니는 매우 부끄러워서 곧 걸식을 하러 갔다.
그 필추는 초막에 되돌아와서 곡기가 아직 다하지 않았을 때까지는 여러 선품(善品)을 닦았지만 곡기가 다 떨어지자 드디어 바닥에 누웠다.
다른 걸식하는 필추가 와서 물었다.
“먹은 것이 달라졌다고 어찌 뱃속까지 달라졌겠소?”
“내가 무얼 했다고요.”
“탐욕스럽게 배불리 먹어서 드디어 온갖 선품을 닦을 수 없게 되었군요.”
“누가 탐욕스럽게 배불리 먹었다는 겁니까?”
그리고는 그 필추에게 말했다.
“나는 먹은 적이 없습니다.”
“어떤 인연이 있었습니까?”
걸식하는 필추는 그 일을 다른 필추들에게 자세히 말하였다. 여러 필추들이 이 인연을 부처님께 아뢰니,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시주가 먼저 뜻을 둔 것을 제외하고는 음식을 받아도 죄를 범하는 것은 없다.”
그때 세존께서는 계율을 지키는 자를 찬탄하시고 계율을 깨뜨리는 자를 꾸짖으신 후에 여러 필추들에게 말씀하셨다.
“앞의 것은 처음으로 제정한 것이고, 이것은 인연에 따라 다시 제정하는 것이다. 여러 필추들을 위하여 거기에 알맞은 학처(學處)를 제정하노니, 마땅히 이와 같이 말하노라. 만약 필추로서 필추니가 인연을 찬탄하여 음식을 얻은 것을 알고도 먹는다면, 시주가 원래 공양할 의사가 있었던 것을 제외하고는 바일저가이니라.
‘만약 다시 필추’라는 것은 육중필추를 이르는 말이다. 나머지 뜻은 위에서와 같다. ‘필추니’란 토라난타를 이르는 말이다. ‘찬탄한다’는 것은 두 가지가 있으니, 첫째, 계율을 지님을 찬탄하는 것이고, 둘째, 배운 것이 많음을 찬탄하는 것이다. ‘먹는 것’에도 두 가지가 있으니, 이미 위에서 설한 바와 같다. ‘먹는다’는 목구멍으로 삼키는 것을 말한다. ‘시주가 원래 공양할 의사가 있었던 것은 제외한다’는 만약 시주가 먼저 마음에 이 필추를 청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설령 필추니가 찬탄한 것이라 해도 그것을 먹는 것은 범하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죄를 범하는 모양은 그 인연이 어떠한가? 만약 여러 명의 필추가 속가에서의 공양 요청을 받아들였는데, 만일 필추니가 먼저 그 집에 간다면 다음과 같이 말해야 한다.
‘당신들은 공양을 베풀면서 어느 필추를 청하였습니까?’
‘아무개입니다.’
그러면 필추니가 ‘어떤 보릿가루를 드리려고 합니까?’ 라고 말할 때 ‘거친 보릿가루를 드리려고 합니다’ 라고 한다면, 필추니는 다음과 같이 말해야 한다.
‘마땅히 고운 보릿가루를 드려야 합니다. 그 필추 중에는 예류과(預流果)를 증득한 이도 있을 것이며, 일래과(一來果)를 얻은 이도 있을 것이며, 불환과(不還果)를 얻은 이도 있을 것이며 아라한과(阿羅漢果)를 얻은 이도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필추니가 ‘어떤 젖으로 만든 죽을 드리려고 합니까?’ 라고 말할 때 ‘양젖으로 만든 죽입니다’ 라고 한다면, 필추니는 다음과 같이 말해야 한다.
‘마땅히 소젖으로 만든 우유를 드려야 합니다. 그 필추는 사과(四果)를 얻었기 때문입니다.’
다시 필추니가 ‘어떤 소금을 드리려고 합니까?’라고 말할 때 ‘바닷소금을 드리려고 합니다.’라고 대답하면, 필추니는 다음과 같이 말해야 한다.
‘마땅히 돌같이 굳은 천연 소금을 드려야 합니다. 그 필추는 사과(四果)를 얻었기 때문입니다.’
만약 식초를 드리려고 한다면 마땅히 과실을 익혀 만든 과즙을 드리게 해야 하며, 나아가 여러 나물과 떡과 과일을 모두 가장 좋은 것으로 드리도록 권해야 합니다. 때 아닌 때에 먹는 것으로 사탕으로 만든 과즙을 드리려고 하면, 필추니는 말하기를 ‘마땅히 꿀[石蜜]로 만든 과즙을 드려야 합니다’라고 해야 하며, 쌀로 만든 밥을 드리려고 하면, ‘마땅히 멥쌀로 만든 밥을 드려야 합니다’라고 해야 하며, 나물로 끓인 국을 드리려고 하면 ‘마땅히 고깃국을 드려야 합니다. 그 필추는 사과(四果)를 얻었기 때문입니다’라고 해야 한다.
만약 그 시주가 필추에게 거친 음식을 드리려 할 때 필추니가 보고서 좋은 음식을 드리도록 권하며 그 필추가 뛰어난 과보를 얻었노라고 찬탄한 것을 안다면, 그리하여 필추가 이렇게 거짓으로 찬탄한 것을 알면서도 그 음식을 먹는다면 모두가 바일저가를 얻는다.
만약 필추니가 필추를 찬탄하기를 ‘삼장(三藏)을 지니고 있으니 마땅히 좋은 음식을 드려야 한다’고 한다면 악작죄(惡作罪)를 얻는다.
만약 필추가 실제로 여러 과(果)를 얻었고 실제로 삼장(三藏)을 잘 안다면, 필추니가 비록 찬탄하였더라도 그 음식을 먹는 것은 범함이 없다. 또한 범함이 없다는 것은 최초로 범한 사람이거나 혹은 미쳐서 그 마음이 어지럽고 고통 받는 경우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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