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고승전(高僧傳) 13권 19편
5) 석담광(釋曇光)
담광은 회계(會稽) 사람이다. 스승을 따라 강릉의 장사사(長沙寺)에 머물렀다. 성품과 생각이 5경(經)과 시부(詩賦)를 좋아하였다. 아울러 산수(算數)와 복서(卜筮)도 꿰뚫어, 해득하지 못하는 것이 없었다.
나이가 곧 30세가 되려 하자, 한숨을 쉬며 탄식하여 말하였다.
“내가 종래에 익힌 것은 모두가 세속의 일이다. 불법의 깊은 진리에는 아직 털끝만치도 물들지 못하였다. 이것이 어찌 머리를 깎은 사람으로서 마땅한 일이겠는가?”
곧 예전에 일삼은 것과는 담을 쌓고, 여러 경론의 강의를 들었다. 식견과 깨달음이 보통 사람을 넘어서서, 한 번 들으면 곧 통달하였다.
전송[宋]형양(衡陽)의 문왕(文王) 유의계(劉義季)가 형주(荊州)에 주둔하였다. 그러자 뜻과 논리에 뛰어난 사문을 찾아 함께 불법을 이야기하려 하였다. 경계 내에 알리니, 모두가 담광을 추천하여, 큰 임무를 맡을 만하다고 하였다. 담광이 굳게 사양하였다. 왕이 몸소 그의 방을 찾아가 돈독하게 청하자, 마침내 명에 따랐다. 수레와 의복ㆍ인력을 공급하고 한 달에 1만 냥의 돈을 제공하였다.
당시 재의 모임이 있을 때마다, 불경을 먼저 읽어주는 승려가 없었다. 왕이 담광에게 말하였다.
“중생들을 인도하려면
오직 덕이 근본이 되어야 하거늘, 상인께서 어찌 이 일을 사양하여서야 되겠는가? 반드시 스스로의 힘으로 하시기 바라네.”
담광은 마침내 마음을 돌려 소리를 익히고, 「예참문(禮懺文)」을 지었다. 향로를 손에 잡고 대중 앞에 설 때마다, 곧 도인과 속인들이 마음을 기울여 우러러보았다.
그 후 서울로 돌아와 영미사(靈味寺)에 머물렀다. 의양왕(義陽王) 유욱(劉旭)이 외지로 나가 북쪽 서주(徐州)에 주둔하자, 담광과 손잡고 동행하였다.
그 후 유경화(劉景和)가 덕을 잃자, 의양왕이 거사를 일으키려 하였다. 담광이 앞일을 예견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하여, 곧 7요(曜: 日ㆍ月과 水火金木土의 다섯 별)로써 담광에게 결택을 하게 하였다. 담광은 입을 다물고 말이 없었다. 그런 까닭에 일이 편안해져서 재난을 면하였다.
전송의 명제(明帝)는 상궁사(湘宮寺)에서 모임을 마련하였다. 담광이 창도하는 소리를 듣고는 칭송하였다. 곧 칙명으로 옷 세 벌과 물병ㆍ발우를 하사하였다. 그 후 절 안에서 세상을 마쳤다. 그때 나이는 65세이다.
6) 석혜분(釋慧芬)
혜분의 성은 이(李)씨며, 예주(豫州) 사람이다. 어릴 때부터 특별한 지조가 있었다. 나이 열두 살 때 출가하여, 곡숙현(穀熟縣)의 상산사(常山寺)에 머물렀다. 학업이 넉넉하고 깊었으며, 고행이 정밀하고 뛰어났다. 재 모임에 갈 때마다, 항상 대중들을 위하여 설법하였다. 양(梁)ㆍ초(楚) 사이에서는 모두가 그의 교화를 받들었다.
북위(北魏)가 불법을 훼멸하자, 곧 남쪽 서울로 돌아왔다. 오강(烏江)에 이르자, 추격하는 말이 곧 그에게 미쳤다. 강기슭에는 건네주는 배가 없었다. 혜분이 일심으로 염불하니, 갑자기 배 한 척이 문득 흘러와 이르렀다. 그것을 타고 재난을 면하였다. 서울에 이르러서는 백마사(白馬寺)에 머물렀다.
당시 어사중승(御史中丞)이었던 원민손(袁愍孫)이 항상 생각하였다.
‘도인은 편벽하고 고집이 있어, 더불어 논의할 만한 대상이 못된다.’
마침내 측근에게 명하여 승려들을 찾기를 기다려, 한 번 이야기해 보고자 하였다.
때마침 혜분이 그곳에 이르렀기에, 원민손이 먼저 삼승사제(三乘四諦)의 논리를 물었다. 문득 노자ㆍ장자와 공자ㆍ묵자의 요점을 말하였다. 혜분은 평소에 이미 경서에 빼어났다. 또한 토해내는 음성이 물 흐르듯 편하여서, 아침에서 저녁에 이르도록 원민손이 그를 궁지에 몰 수 없었다. 이에 그를 공경하여 스승으로 모시고, 자제들 모두가 그에게서 계를 받게 하였다.
혜분은 또 신령한 주문에 뛰어나, 그가 다스리는 병은 반드시 효험이 있었다. 그 후 병이 위독하여 환약을 복용할 적에, 어떤 사람이 술을 마셔보라고 권하였다. 혜분이 말하였다.
“오랜 세월 계율을 지켜왔거늘, 차라리 죽을지언정 어찌 절개를 허물겠느냐?”
그리고는 곧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나는 떠난다.”
북제의 영명(永明) 3년(485) 흥복사(興福寺)에서 세상을 마쳤다. 그때 나이는 79세이다. 임종 때, 훈계를 내린 유언장이 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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