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고승전(高僧傳) 13권 10편
그 후 모형을 열어 측량하니, 예상보다 뛰어올라 1장 9척의 상이 되었다. 그러나 빛나는 광배의 모습에는 차이가 없었다. 또 거기에는 큰 엽전(葉錢) 두 개가 아직도 옷주름에 남아 있는 것이 보였다. 끝가지 불에 녹지 않은 그 연유를 아무도 헤아리지 못하였다.
이어 예전에 헤아린 구리 4만 근은 쓰임에 기준해 볼 때 남음이 있었다.
그러나 그 후 3천 근을 더하여도, 계산이 빠져 가득하지 못하였다. 그래서 상서로운 기적은 눈에 보이지 않는 가운데, 비밀히 저절로 꾀하는 마음에서 나오는 것이다. 그런 까닭에 신의 이치로 그윽이 통하는 일은, 거의가 사람이 하는 일이 아님을 알아야 한다.
처음 불상의 바탕이 이룩되자, 비구 도소(道昭)는 항상 밤중에 예참을 하였다. 문득 불상이 있는 곳을 보니 환하게 밝았다. 이 상서로움을 오래 보다가, 곧 그것이 신령스런 빛의 기이함임을 알았다.
주조한 지 사흘이 지나, 이직 미처 모형을 열지 않았다. 도도(道度) 선사는 자신의 칠조 가사를 희사하여, 비용에 보탰던 고결한 승려였다. 그런데 불상의 정수리 부분을 열자, 갑자기 멀리 두 승려가 무릎 꿇고는 불상의 육계를 여는 것이 보였다. 다가가서 보려 하니 문득 보이지 않았다.
당시 법열과 지정 두 승려가 차례로 세상을 떠났다. 그러자 칙명으로 불상 조성의 일을 정림사(定林寺)의 승우(僧祐)에게 맡겼다. 그 해 9월 26일에 불상을 광택사(光宅寺)로 옮겼다.
이 달에는 비가 내리지 않아 자못 먼지가 일었다. 내일이면 불상을 옮길 때의 밤에, 가벼운 구름이 생겨 위에 두루 퍼지더니, 가랑비가 촉촉이 적셨다. 승우는 불상이 있는 곳을 경행하면서, 날씨를 염두에 두었다.
멀리 불상 언저리에 빛나는 불꽃이 오르락내리락 하는 것이 보였다. 등불과 같고 촛불과도 같았다. 아울러 추참(搥懺: 망치 따위를 치며 참회하는 것)하고 예배하는 소리가 들렸다. 문 안에 들어가 자세히 보니, 가려진 듯 모두 없어졌다. 절을 방비하는 장효손(藏孝孫)도 역시 같은 것을 보았다.
이 날 밤 회하(淮河) 가운데서 장사꾼들이, 큰 배가 내려오면서 ‘다리를 고치라’고 독촉하는 소리를 들었다. 그 배 안에는 몇 백 명의 사람이 있는 듯하였다. 곧 신령한 법기의 무거움을 알게 하니, 이것이 어찌 사람의 소치겠는가?
그 후 다시 빛나는 받침대를 주조하였다. 모두 꽃향기가 나는 상서로움이 있었다. 총하(葱河)의 왼편 지역에서, 금불상으로 가장 뛰어난 것은 오직 이 한 구가 있을 따름이다.
【論】예전에 우전국(優塡國)이 처음으로 전단(栴檀)으로 조각하거나, 파사(波斯: 페르시아)에서 처음으로 금으로 불상을 주조하거나 할 때에는, 모두 현실적으로 부처의 얼굴을 묘사하였다. 솜씨 있게 미묘한 모습을 그림으로 그렸다. 그런 까닭에 광명이 흘러 상서로움이 일어나서, 자리를 피하여 경건함을 펼 수 있었다. 여기에 머리카락과 손톱을 봉안한 두 탑과, 옷과 그림자를 안치한 두 대(臺)에 이르러서는, 모두가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에 이미 그 법도가 이루어진 것이다.
부처님께서 강가에서 자취를 거두어들이시어 숲 밖에서 화장하자, 여덟 임금이 청해서 사리를 나누어 각기 본국으로 돌아가 탑을 세우고,
물병과 재의 두 곳에 탑을 세웠다. 이에 열 곳에서 사찰이 일어났다. 태어난 곳, 득도한 곳, 설법한 곳, 열반한 곳과 육계(肉髻)ㆍ이마뼈ㆍ네 어금니ㆍ발자국ㆍ발우와 지팡이ㆍ타호(唾壺)ㆍ니원승(泥洹僧) 등을 모신 곳에도, 모두 탑을 세우고 새김글을 새겨, 그 신령하고 기이함을 드러내었다.
그 후 백여 년이 지나서 아육왕(阿育王)이 사신을 파견하여 바다에 띄웠다. 모든 탑을 허물고 철거하여 사리를 나누어 가지고 돌아오다가, 바다에서 바람과 조수를 만나 자못 잃고 떨어뜨린 것이 있었다. 그런 까닭에 오늘날 바닷물로 살아나가는 종족 가운데는 이를 건지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 후 8만 4천의 탑을 이로부터 인연하여 세웠다. 아육왕의 딸들도 차례로 청정한 마음이 일어났다. 나란히 돌에 새기고 금을 녹여 신비한 모습을 그리고 묘사하여, 강에 띄우고 바다에 띄우니, 그 그림자가 동쪽 중국을 교화할 수 있기에 이르렀다. 비록 신령한 자취는 몰래 통하나, 아직도 보고 들을 만큼 뚜렷이 나타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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