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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1988 불교(고승전 13권 23편/ 高僧傳)

by Kay/케이 2023. 2.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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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고승전(高僧傳) 1323

 

그 후 여산(廬山)의 혜원(慧遠)이 도업이 곧고 빛나며 재주 있는 풍모가 우뚝 빼어났다. ()모임에 이를 때마다, 스스로 높은 자리에 올라 몸소 도수(導首唱導의 우두머리)가 되었다. 먼저 3세의 인과를 밝히고, 문득 재 모임의 큰 뜻을 말하였다. 후대가 전수받아 마침내 영원한 법칙을 이루었다. 그런 까닭에 도조(道照)와 담영(曇穎) 10여 명이 모두 나란히 차례대로 스승이 되어, 각기 당세에 명성을 독차지하였다.

무릇 창도에서 귀중히 여기는 일이 네 가지가 있다. 즉 목소리와 말솜씨와 재능과 박식함이다[聲辯才博]. 목소리가 아니면 대중을 깨우칠 길이 없고, 말솜씨가 아니면 시절에 맞게 할 길이 없으며, 재능이 아니면 채택할 만한 말이 없고, 박식하지 않으면 말에 근거가 없다.

만약 울리는 운율이 종이나 북과 같은 경지에 이르러 사부대중의 마음을 놀라게 한다면, 이것은 목소리의 작용이다. 토해낸 말이 나가서 시절에 적합하여 차질이 없다면,

 

말솜씨의 작용이다. 아름답게 만들고 빛나게 아로새겨 문장이 자유자재로 빼어나다면, 재능의 작용이다. 경론을 정확히 헤아리고 역사에서 요점을 채택한다면, 박식함의 작용이다. 만약 이 네 가지 일을 훌륭히 해낼 수 있다면, 사람과 시대에 적절히 부합시킬 수 있다.

가령 출가한 오부대중을 위해서는, 모름지기 절실하게 덧없음을 말해 주어서, 간곡하게 참회를 베풀어야 한다. 만약 군왕과 장자(長者)들을 위하는 경우라면, 모름지기 세속의 고전까지 아울러 인용하여, 아름답게 말을 모아 문장을 이루어야 한다. 만약 아득히 먼 범부와 서민을 위하는 경우라면, 모름지기 사물을 지적하고 형태를 만들어서, 직접 보고 들은 것을 이야기하여야 한다. 만약 산중의 백성과 들판에 처한 농민을 위하는 경우라면, 모름지기 그에 해당하는 말로써 피부에 닿게 설하여, 죄를 배척하게 하여야 한다.

무릇 이러한 변화는 일과 더불어 일으켜야만, 시절을 알고 대중을 알아, 더욱더 훌륭하게 설법을 하는 사람이라 말할 수 있다. 비록 그렇다고 하더라도, 짐짓 말이 간절함으로써 사람들을 감동시키고, 정성을 기울여서 사람들을 움직이게 하는 것이, 가장 상등급에 속한다.

예전 초창기의 고승들은 본래 여덟 개로 나누어 전기를 이루었다. 그러다가 이내 경사(經師)와 창도의 두 기능을 더 경영하였다. 비록 이것이 도에 있어서는 끝자리에 속하지만, 속인을 깨닫게 하는 데서는 숭상할 만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 까닭에 이 두 조항을 더하여 열 가지로 전기를 충족시킨 것이다.

왜 그런가가령 팔관재(八關齋)의 첫날 저녁에 이르러, 선요(旋繞부처님의 주위를 도는 일)하여 두루 도는 것이 끝나고, 안개가 덮이며 분위기가 가라앉아 등불만이 홀로 고요히 빛나면, 사부대중이 마음을 한 곳에 모아 두 손을 모으고 입을 다물어 말이 없어진다.

그때 창도하는 이는 향로를 받쳐 들고, 강개한 목소리로 머금고 토하며 누르고 드러낸다. 말솜씨가 궁하지 않아야, 말이 마땅히 끝없이 나아간다. 그리하여 덧없음을 이야기하면, 듣는 사람의 몸과 마음을 전율케 한다. 지옥을 말하면, 공포와 눈물이 바꾸어가며 떨어진다. 전생의 인연을 따지면, 마치 지난날의 일을 보듯 한다. 다가올 과보를 파헤치면, 이미 미래의 과보가 보인다. 느긋하고 즐거운 일을 이야기하면, 정과 포부가 화창하고 흐뭇해진다. 애처롭고 슬픈 일을 서술하면, 눈물을 뿌리며 시린 감정을 머금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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