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경률이상(經律異相) 8권 11편
양 사문 승민ㆍ보창 등 편집
“만약 도로 가져가 주시지 않으실 것이면, 원컨대 저의 뉘우침을 받아 주셔서 뒷날 부처님이 되셨을 적에 구제하여 주셔야 하옵니다.”
낙법 왕자는 바로 지금의 사리불이요, 그 때 게송을 말한 이는 바로 예가리(禮伽利)이다.『유수무상청정분위경(濡首無上淸淨分衛經)』 상분(上分)에 나오는데, 거듭 조사하여도 서로 맞지 않는다.
(12) 게송 반 구절을 듣기 위하여 몸을 버리다
“선남자야, 옛날 지나간 세상에 부처의 해[佛日]가 아직 나오지 않았을 적에 나는 그 때 바라문으로서 보살행을 닦고 있었다. 외도의 경론을 모두 잘 통달하고 적멸(寂滅)한 행을 닦아 위엄스런 자태를 완전하게 갖추었으며, 그 마음은 청정하여 바깥 욕심에 의해 파괴되지 않을 수 있었다. 성냄의 불이 꺼졌으며, 상락아정(常樂我淨)9)의 법을 받아 지니어 두루 대승 경전을 찾고 구하였다. 그리고 방등(方等)의 이름을 듣지 못한 동안까지는 설산(雪山)에 머무르면서 마음을 좌선(坐禪)에 매어 한량없는 세월을 보냈으며 행하기 어려운 고행을 닦았다.
그 때 석제환인(釋提桓因)은 스스로 그 몸을 변화하여 나찰(羅刹)의 형상이 되었다. 나찰로 변한 모습이 심히 두려웠는데, 설산(雪山)으로 내려와 바라문이 있는 곳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데에 서 있었다. 이때 나찰은 마음에 두려울 바가 없고 씩씩하여 당하기 어려웠으며, 그 소리도 청아하게 과거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게송 반 구절을 차례대로 말하였다.
모든 행(行)이 무상(無常)하나니
이것이 곧 생멸(生滅)의 법이라네.
말을 마치고서 서서 나타내는 모양을 심히 두렵게 하면서 곁눈으로 치켜 뜨며 사방을 돌아보았다. 이 고행하는 이가 반 구절의 게송을 듣고는
마음에 기뻐하면서 이내 자리에서 일어나 손으로 머리카락을 쓸어 올리고 사방을 둘러보면서 말을 하였다.
‘아까 들린 게송은 누가 말씀하신 것입니까?’
아무리 사방을 돌아보아도 다른 사람은 보이지 않고 오직 나찰만이 보이는지라 그에게 말하였다.
‘누가 이러한 해탈의 문을 여시었소? 누가 능히 부처님의 음성을 천둥처럼 떨치셨소? 누가 이 삶과 죽음의 잠 속에서 홀로 깨달음을 얻으시어 이런 말씀을 읊어 주시는 것이오? 누가 여기 굶주린 중생에게 위없는 도[無上道]의 맛을 보여 인도하십니까? 한량없는 중생이 생사 바다에 잠겼는데 누가 그 안에서 큰 뱃사공이 되셨습니까? 이 모든 중생은 언제나 번뇌로 중병에 걸려 있는데, 누가 그 안에서 어진 의사가 되셨습니까? 이 반 구절의 게송을 말씀하시니, 나의 마음이 열려지는 것이 마치 반달 같고, 연꽃이 점점 피는 것과 같습니다.’
나는 그 때 다시 생각하였다.
‘이 나찰이 이 게송을 말한 것이 아닐까?’
그러나 다시 의혹이 일어났다.
‘저 사람이 말한 것은 아닐 것이다. 왜냐 하면 이 사람의 생김새가 너무 두렵게 생겼기 때문이다. 만약 이 게송의 글귀를 들은 사람이라면 온갖 두려움과 더러움이 그 자리에서 없어졌을 것이다. 이런 모습을 한 사람이 어떻게 이 게송을 말할 수 있었겠는가?’
남자여, 나는 그 때에 다시 이런 생각을 하였다.
‘그런데 이 나찰이 혹시 과거의 모든 부처님을 뵈온 적이 있어서 그 부처님으로부터 이 반 구절의 게송을 들었을는지도 모르는 일이다.’
이런 생각에 곧 나찰에게로 가서 말하였다.
‘장하십니다, 대사(大士)여. 그대는 어디서 이 과거 두려움을 벗어나신 부처님[離怖畏者]께서 말씀하신 반 게송을 얻으셨습니까?’
그가 나에게 대답하였다.
‘큰 바라문이여, 그대는 지금 나에게 이 이치를 물어서는 안 됩니다. 왜냐 하면 나는 먹지 않은 지가 이미 여러 날이 되었지만, 여기저기 찾아다니며 구걸하였어도 끝내 얻어먹을 수가 없었습니다. 굶주림과 괴로움으로 마음이 어지러워 헛나온 말이지, 나의 본심으로 알고 한 말이 아닙니다.’
나는 그 때 다시 나찰에게 말하였다.
'매일 하나씩 > 적어보자 불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적어보자] #761 불교(경률이상 8권 13편 / 經律異相) (0) | 2021.10.31 |
---|---|
[적어보자] #760 불교(경률이상 8권 12편 / 經律異相) (0) | 2021.10.30 |
[적어보자] #758 불교(경률이상 8권 10편 / 經律異相) (0) | 2021.10.30 |
[적어보자] #757 불교(경률이상 8권 9편 / 經律異相) (0) | 2021.10.30 |
[적어보자] #756 불교(경률이상 8권 8편 / 經律異相) (0) | 2021.10.3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