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경률이상(經律異相) 8권 10편
양 사문 승민ㆍ보창 등 편집
“나라가 풍요하고 백성이 편안하였던 것이 모두 두 어른의 덕이시온데, 지금 두 분께서 화목하지 않으시니 온 천하가 어찌 할 바를 잃고 있사옵니다. 그 허물은 저에게 있사오며 백성이야 허물이 없사오니, 가엾이 여기시어 부디 용서하여 주소서.”
나뢰제가 말하였다.
“왕께서 전하여 그의 뜻을 달래 보십시오. 그의 마음이 풀린다면 나도 해를 놓아 뜨게 하겠습니다.”
왕이 제기라에게 가서 나뢰제의 뜻을 말할 적에 그 날의 일을 생각하여 진흙으로 머리를 만들어 놓고 해를 놓아 뜨게 하였다. 제기라는 진흙의 머리를 이내 깨뜨려 일곱 토막으로 만들어 버렸다. 나뢰제는 아무 탈이 없었고 왕과 신하, 백성들은 모두 기뻐하였다.
두 도사는 왕을 위하여 자세히 치국(治國)의 방법을 설명하면서 마땅히 4등(等)의 그지없는 자비로써 백성을 권면하고 5계(戒)를 받들며 10선(善)을 받들도록 하라고 일렀다. 왕과 신민들이 모두 다 계율을 받았다.
왕은 나라로 돌아와서 조서를 내렸다.
“인민들은 존비(尊卑)의 구별 없이 5계 10선의 경을 지녀야 한다. 그것으로써 나라의 정도를 삼으리라.”
이로부터는 왕의 덕이 초목에까지 미치고 신하는 충성하고 청렴하여졌다.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뢰제는 바로 지금의 나의 몸이요, 제기라는 바로 미륵(彌勒)이니라.”『도무극집(度無極集)』 제7권에 나온다.
(11) 낙법(樂法) 보살이 보배 장식을 게송 하나와 바꾸다
과거 세상에 한 보살이 있었는데, 이름이 낙법(樂法)이었다. 왕가에서 태어나서 자라면서 듣게 되는 착한 말은 모두 베껴 읽고 외웠으며, 법을 구하기 위하여 오래도록 여러 나라와 여러 마을을 돌아다녔다. 그 때에 어느 한 사람이 깊은 구덩이 곁에 서서 낙법에게 말하였다.
“이리 오시오. 내가 그대에게 부처님께서 설하신 게송을 말해 주겠소.”
보살은 대답하였다.
“그대가 나에게 가져다 주시오.”
이 사람이 또 말하였다.
“나에게 보배 옷과 마니 구슬을 주면 드리겠소.”
보살이 그렇게 하기로 허락하자 이 사람은 욕심이 더욱 나서 또 말하였다.
“만약 나에게 부처님 게송을 듣고 나서 이 깊은 구덩이에 몸을 던질 수 있다면, 그렇게 하겠다고 먼저 맹세를 한 다음에 그대를 위하여 말해 주겠습니다.”
왕자는 대답하였다.
“딱하도다, 인자(仁者)여. 그대는 나를 이 깊은 구덩이에 던지게 하려 하는데, 그대에게 무슨 이익이 됩니까?”
이 사람은 대답하였다.
“나에게는 아무 소득이 없습니다. 다만 왕자께서 지금 이 보물을 내게 준 다음에 게송을 다 듣고 나면 바로 후회가 생길까 두려워 그러는 것입니다. 왕께서는 큰 세력을 믿고 나에게서 이 보물을 도로 빼앗아 갈 것입니다.”
왕자는 대답하였다.
“그대는 말씀만 해 주시오. 나는 끝내 후회하지 않을 것이며, 그대에게 보물도 주고 또 깊은 구덩이에 몸도 던지겠습니다.”
이 사람은 그 맹세를 듣고서야 그를 위하여 부처님 게송을 말하였다.
보살은 곧 보배 옷과 마니와 옥구슬을 주면서 다시 서원을 하였다.
“만약 제가 성실한 마음으로 ‘이것을 내주어도 후회가 없습니다’ 하는 이것이 진실한 말이라면, 제가 이제 높은 데서 아래로 떨어질 때에 안온하게 서게 하시어 다치는 곳이 없게 하여 주십시오.”
이렇게 맹세한 뒤에 스스로 몸을 던지니, 왕자의 몸이 아직 땅에 닿기도 전에 사천왕이 와서 천천히 붙잡아 땅에다 놓으며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설하신 게송이야말로 심히 깊고 미묘하여 큰 이득이 있으므로, 이 사람 역시 높은 곳에서 내려와 보살에게로 이르렀습니다.”
게송을 말했던 사람이 말하였다.
“왕자는 참 대단히 드물고 어려운 일을 하셨습니다. 무슨 법을 구하려고 하시는 것입니까?”
보살은 대답하였다.
“나는 이 일로 하여 부처님의 도를 얻어야겠습니다.”
왕자가 네 가지 큰 서원[四弘誓]을 세우자, 이 사람은 듣고 문득 신심을 내면서 보살에게 말하였다.
“왕의 보배 옷과 구슬과 옥을 돌려 드리겠습니다. 이런 것은 왕에게나 어울리는 물건입니다.”
왕자가 대답하였다.
“이미 토해 버린 것과 마찬가지이니, 어찌 도로 먹을 수 있겠습니까?”
이 사람은 아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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