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경률이상(經律異相) 15권 8편
양 사문 승민ㆍ보창 등 편집
부처님께서는 5백의 사문을 거느리고 나아가 왕국에 드셨으니, 그 나라의 왕의 이름은 지유(脂維)였다. 왕이 몸소 부처님을 영접하는데, 왕은 수레에서 내려 뒤로 물러나서는 다섯 가지 위엄 있는 예의대로 예배하고 문안드렸다. 그리고 자리에 앉아 경을 다 듣고 난 뒤에 말하였다.
‘원하옵건대 하늘 안의 하늘이시여, 여러 사문과 함께 하찮은 이 음식이나마 받아 주시옵소서.’
부처님께서 잠자코 허락하시자 공양을 모두 갖추고는 심부름하는 사람을 보내어 받들어 영접하도록 하였다. 그리고 왕이 직접 물을 따라서 손을 씻고 공양을 받들었다. 예(禮)가 끝나고 부처님 앞에 앉으니, 부처님께서는 왕에게 말씀하셨다.
‘왕은 전생에 3존(尊)을 받들었기에 지금 전생의 복을 받아 사람의 세상[人道]13)에 태어나게 되었습니다. 게다가 여인의 몸을 버리고 남자가 되어서 세간에서 으뜸가는 지위까지 얻게 된 것입니다. 대저 왕이 된 사람의 법도는 마땅히 성인의 가르침으로 하여야 하는 것입니다. 그 마음을 제어하여 제 몸 용서하듯 백성을 길러야 합니다. 요사한 말은 나라를 태우는 불이니, 왕은 그것을 삼가하여야 합니다.’
그러자 왕은 머리를 조아려 가르침을 받았다. 왕은 또 부처님을 더 머무르시도록 붙잡았는데, 그 때 석 달 동안을 7보의 평상과 장막과 자리와 의약으로 부처님을 공양하느라고 나라의 값진 물건이 다 떨어질 정도였다.
부처님께서 아직 떠나가시기 전에 왕은 생각하였다.
‘공양을 잘하기로 하면 누가 나보다 더 훌륭하게 하였겠는가?’
부처님께서는 왕의 마음에 스스로 잘했다고 생각하는 뜻이 있음을 아시고 이내 왕에게 말씀하셨다.
‘왕보다 훌륭한 이가 있었으니, 그의 보시는 한량이 없었습니다.’
왕은 말하였다.
‘원하옵나니 그의 이름을 들려주십시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유릉현(維綾縣)에 지극히 효성스런 아들이 있었는데 그의 이름은 환예였습니다.
부처님의 3보(寶)를 받들고 나의 밝은 법을 받았습니다. 제 몸 용서하듯 남들을 대하였으며 평등하게 중생을 기르고, 맑고 곧게 참된 가르침을 지키며 손에 보물을 갖지 않았습니다. 그릇을 팔아 노친을 봉양하되 값을 흥정하지 않았으며, 욕됨을 참아내는 자애롭고도 지혜로운 사람이었습니다. 바른 도로써 마음을 삼고 성인의 경전으로 낙을 삼으면서 그 노친에게 오만하게 불효를 하게 될까 하여 감히 장가도 들지 않았습니다. 매양 부처님께 와서는 마음을 기울여 법을 들었습니다. 노친이 눈이 멀어 버린 고통을 말할 제는 부처님을 쳐다보지도 못하면서 말끝마다 눈물을 흘렸습니다. 부처님께서 그의 밥을 가져다 잡수시거나 그의 집 지붕의 기와를 걷어 가 버려도 온 집안에 원망이 없었고, 오히려 기뻐하면서 15일 동안을 배고픔조차 잊었습니다. 그의 지극한 어짊과 지극한 효와 덕은 이루 다 말하기도 어렵습니다.
나는 장차 돌아다니면서 천하를 교화할 것이로되, 왕의 청하심에는 나아갈 수가 없겠습니다. 왜냐 하면 왕에게는 노여운 마음을 일으킴이 있기 때문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또 말씀하셨다.
‘공을 논하고 덕을 설명하자면 그의 어질고 청백함과 곧고 신의 있음과 효성스런 행이야말로 견줄 사람이 없을 것입니다. 서거나 앉거나 돌아다니는 중에 일찍이 불효스런 일이라고는 없었습니다. 어질고 덕스럽게 어버이 생각하는 행이야말로 그만한 사람이 없을 것이요, 누구도 능히 미칠 수가 없는 것입니다.’
왕은 말하였다.
‘정말 아름답습니다. 환예의 지극한 효성은 부처님의 칭찬을 받을 만합니다. 덕망과 칭찬의 아름다움이 이 정도에 이르렀으니, 저는 공물을 바쳐 그의 봉양을 돕겠습니다.’
가섭불은 경을 말씀하시길 마치시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교화하셨다. 왕은 심부름꾼을 시켜 5백 대의 수레에다 멥쌀과 참기름, 제호(醍醐), 굴 등 여러 물건과 값진 보물을 무겁도록 실어 보내며 겸손한 말로 공경하여 드리게 하였다. 심부름꾼은 가서 말하였다.
‘하늘 안의 하늘께서 당신의 지극한 효성과 넓은 자애를 거듭 찬탄하셨으므로, 대왕께서 기뻐하시며 저로 하여금 공경을 드리게 하였습니다. 원컨대 이 공물을 받아들이어 노친을 봉양하고 아울러 부처님께 공양하여 주소서.’
환예가 대답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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