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경률이상(經律異相) 8권 17편
양 사문 승민ㆍ보창 등 편집
“가운데 아이가 바로 지금이 나요, 오른편의 아이는 바로 사리불이며, 왼편의 아이가 바로 목련이니라. 사리불아, 너희들은 본래 생사를 두려워하였기 때문에 보살 마음을 내지 않고 빨리 열반을 하려 하였나니, 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낸 한 아이를 자세히 살필지니라.”『아사세왕경(阿闍世王經)』 상권에 나온다.
(20) 어린 나이에 귀신의 욕심에 홀리다
옛날 보살이 범인(凡人)이었을 적이다. 나이 비로소 열여섯이 되어 배움에 뜻을 두었고 여러 경전을 깊이 통달하였으니, 이렇게 감탄을 하였다.
“오직 부처님의 경전만이 가장 참되고 또 묘하도다. 나는 그 참된 생각만을 품어서 스스로 편안한 그곳에 처하리라.”
그 부모가 아들을 장가를 들이려 하므로 슬퍼하며 말하였다.
“기괴한 재앙이 왕성해지는 데는 색(色)보다 더 큰 것이 없다. 만약 이 요사스러운 독에 한 번 나아가게 되면 도덕은 그만 상실되고 말 것이다. 내가 지금 도망가지 않으면 장차 이리에게 먹히고 말 것이다.”
보살은 드디어 다른 나라로 가서 품팔이를 하여 먹고 살았다. 이때 후사가 없는 농촌의 한 늙은이가 어느 날 풀을 베러 갔다가 한 여자를 얻었다. 얼굴 생김이 꽃처럼 예뻐서 나라에서는 견줄 이가 없을 만큼 뛰어났으므로 기뻐하면서 양육하여 후사로 삼았다. 남자를 구해 짝을 삼으려 하나 한 나라에는 그럴 만한 이가 없었으므로 그 늙은이는 말하였다.
“동자여, 나는 사는 것도 넉넉하오. 내 딸을 그대에게 시집보낼 터이니, 나의 뒤를 이어주시오.”
여인도 신비로운 덕이 있어서 보살의 마음을 미혹시킨지라 장가를 들었는데, 얼마 되지 않아서 곧 스스로가 깨닫고서 말하였다.
“내가 모든 부처님의 밝으신 교화를 보건대 ‘색(色)은 불[火]이요 사람은 부나방이므로, 부나방이 불빛[火色]을 탐하여 몸을 태우고 만다’고 하셨다. 이 늙은이가 색이라는 불로써 나의 몸을 태우고 재물이라는 미끼로 나의 입을 낚으며 집이라는 잡초로 나의 덕을 잃게 하였구나.”
밤에 잠자코 도망하여 백 리쯤 가서 빈 주막에 묵었더니 주막 주인이 물었다.
“당신은 누구요?”
보살이 말하였다.
“나는 여기서 잠을 좀 자려고 합니다.”
보살이 방으로 들어가 평상과 이부자리를 보았더니 어느새 한 여인이 와 있었다. 여인의 얼굴이 자기 아내와 같아 보살의 마음을 미혹시켰으므로, 그와 또 함께 살게 되었다.
보살은 또 5년을 지내고서야 마음을 밝혀 깨달으며 말하였다.
“음욕이 독한 벌레가 되어서 내 몸과 목숨을 위태롭게 하는구나.”
조용히 재빨리 도망을 치는데 또 부인을 만나게 되어 그와 함께 다시 10년을 더 살았다.
또 환히 깨닫고서 말하였다.
“나의 앙화가 정말 무거운 모양이다. 달아나려 해도 영 벗어나지를 못하는구나.”
보살은 깊이 스스로 서원하였다.
“끝내는 여기에 붙어 살지 않으리라.”
또다시 도망가다가 멀리 커다란 집이 보이기에 그것을 피하여 풀 있는 데로 가는데 문지기가 말하였다.
“당신은 누구시기에 이 밤에 길을 갑니까?”
보살은 대답하였다.
“앞마을에 갑니다.”
또 말하였다.
“대궐 안에 어떤 사람이 있습니다.”
문지기가 앞에 보이는 사람을 불렀더니,
위에서 아내가 나와 말하였다.
“수없는 겁 이전부터 당신의 아내 되기를 서원하였는데, 그대는 어디로 달아나시는 것입니까?”
보살은 생각하였다.
‘음욕의 뿌리를 뽑기 어려움이 이러하구나. 나는 네 가지 무상하다는 생각[非常之念]을 일으켜 삼계(三界)의 모든 더러움을 없앴는데, 어찌 때[垢]는 남아 끊어지지 않는가?’
그러자 귀신 아내는 이내 사라지고 여러 부처님들이 그 앞에 서 계시는 것이 보였다. 부처님께서 생각 없는 선정[無想定]을 말씀하시며 사문의 계율을 주셨으므로, 보살은 더 이상 훌륭할 수 없는 큰 스승이 되어 도무극(度無極)의 경지를 널리 펼쳤다.『도무극집(度無極集)』 제8권에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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