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경률이상(經律異相) 5권 4편
양 사문 승민ㆍ보창 등 편집
(4) 5백 명의 스님들과 함께 말 먹이는 보리를 잡수신 인연
아주 오랜 과거 세상에 비바섭(比婆葉)부처님께서 반두마발성(槃頭摩跋城)에 계실 때였다. 왕의 이름은 반두(槃頭)였으며, 그곳엔 인제기리(因提耆利)라는 바라문이 있었는데, 4위(韋)와 모든 산술, 그리고 바라문의 계율에까지 널리 통달하여 5백 명의 동자를 가르치고 있었다.
왕이 모임을 베풀고서 부처님을 청하여 맛있는 음식을 공양하였다.
그 무리 가운데에 미륵(彌勒)이라고 하는 한 비구가 있었는데, 병이 들어 직접 가서 먹을 수가 없었다. 병든 사람을 위하여 밥을 주기를 청하였더니, 범지(梵誌)가 주지도 않으면서 꾸짖었다.
“까까머리 중은 말이 먹는 보리나 먹어야 한다. 이렇게 달고 맛난 공양을 먹어서는 안 된다.”
이 때에 동자들도 말하였다.
“정말 그렇습니다.”
“사리불아, 그 때 그 바라문이 바로 지금의 나의 몸이 되었다. 5백 명의 동자들은 지금의 5백 나한이며, 병든 비구는 바로 지금의 미륵이니라.”『흥기행경(興起行經)』 하권에 나온다.
(5) 철창(鐵槍)의 과보를 나타내다
사위성(舍衛城) 안에는 어떤 20명의 사람들이 다른 20명과 적이 되어 살고 있었다. 이때 이들 40명은 저마다 상대를 해치려고 방법만을 엿보고 있었는데, 부처님의 위신력을 입어 부처님께 나아가게 되었다. 부처님께서 이들 40명을 교화하셨다.
마침 어떤 철창혹은 가달라(佉達羅) 나무의 가시라고도 한다.이 저절로 나와서 부처님의 오른발의 엄지발가락을 뚫었다. 잠깐 사이에 창이 부처님 앞에 와 섰으므로 목련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이제 철창을 뽑아서 다른 세계에 놓아두겠습니다.”
“정진의 힘으로 철창을 뽑으려 하면 삼천대천세계가 크게 진동할 뿐이요, 머리털만큼도 창을 흔들 수가 없으리라.”
부처님께서 범천으로 가시자 창도 따라갔고, 사위성으로 돌아오시니 창 또한 그 앞에 와 있었다.
여래께서 창을 잡고 발로 그 위를 밟고 올라서자 목련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여래는 무슨 죄가 있으시기에 창의 재앙을 만나십니까?”
“옛날 5백 명의 장사꾼이 어쩌다 나쁜 마음을 품기에 대가 그들을 해쳤었다. 이것이 그 일의 남은 재앙이니라.”
40명이 이 말을 듣고는 서로가 말하였다.
“법왕께서도 오히려 그러하시거든, 하물며 우리들이 죄를 받지 아니하겠는가?”
허물을 뉘우치면서 자수(自首)하니 평등의 지혜[平等慧]에 들었다.『혜상보살경(慧上菩薩經)』 하권에 나온다.
(6) 네 명의 범지(梵志)들이 귀를 막고 말을 듣지 않았으나 저마다 한 글귀 씩만을 얻어 듣고도 도를 얻다
옛날에 바라문 네 사람이 있었다. 모두가 신통을 얻어서 몸은 날아다니고
정신이 걸림이 없었다. 이 네 범지가 서로 말하였다.
“그 어떤 백성이라도 좋은 음식으로써 구담(瞿曇) 사문에게 보시하면 하늘에 나게 된다. 복당(福堂)을 여의지 않으며 법을 듣는 이는 해탈의 문에 들어간다. 우리들은 오늘날 하늘의 복은 탐내거니와, 해탈은 원하지 않으니 법을 들을 필요가 없다.”
이때 네 사람은 저마다 네 개의 병에 달고 맛있는 사탕[石蜜]을 가지고 갔다. 한 사람이 먼저 세존께 가서 받들어 올리니, 부처님께서 범지에게 말씀하셨다.
“행하는 바는 항상한 것이 아니니라[所行非常].”
범지는 말을 듣자 이내 귀를 막았다.
다음 두 번째 사람에게 다시 말씀하셨다.
“법이란 흥했다가 쇠망하는 것이니라[謂法興衰].”
이 범지도 역시 귀를 막았다.
다음 세 번째 사람에게 다시 또 말씀하셨다.
“대저 났다가도 문득 죽느니라[夫生輒死].”
범지는 역시 손으로 귀를 막았다.
다음 네 번째 사람에게 다시 말씀하셨다.
“이 사라짐이 바로 즐거움이니라[此滅爲樂].”
네 번째 범지도 역시 귀를 막았다.
네 사람이 저마다 떠나가서는 서로 말을 나누었다.
“구담 사문께서 어떠한 가르침이 있었는가?”
앞에 갔던 사람이 대답하였다.
“나는 ‘행하는 바는 항상한 것이 아니라’고 하는 한마디를 들었다.”
그 다음의 둘째, 셋째, 넷째 번 사람이 다시 자세히 말하고, 함께 이 게송을 말하여 마무리하였다. 마음이 열리고 뜻이 풀려 아나함(阿那含)의 도를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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