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경률이상(經律異相) 5권 11편
양 사문 승민ㆍ보창 등 편집
변화로 된 사람이 평상에 앉으니 잠깐 사이에 여인이 앞에 가까이 다가와서 말하였다.
‘저의 뜻을 이루어 주소서.’
변화로 된 사람이 여인의 뜻을 거스르지 않고 응하였다. 여인은 하루 낮 하룻밤이 지날 동안은 고달프거나 싫은 마음이 없었다. 그러나 이틀이 되었을 때에는 사랑하는 마음이 점점 식어갔고, 마침내 사흘이 되었을 때에는 이렇게 말하였다.
‘장부여, 일어나서 음식이나 드십시오.’
변화로 된 사람은 이내 일어나긴 하였지만 다시 여인을 얼싸안고 엉겨서 떨어지지 않았다. 여인은 싫증이 나고 후회스러워서 말하였다.
‘장부는 참 별난 사람입니다.’
변화로 된 사람은 말하였다.
‘우리 선세(先世)의 법에는 한번 여인과 정을 했다 하면 열이틀을 지나서야 비로소 쉬도록 되어 있습니다.’
여인이 이 말을 들으니 마치 음식이 목구멍에 막힌 채 토할 수도 없고 삼킬 수도 없는 지경 같았다. 몸이 괴롭고 아파서 마치 절굿공이로 짓찧어 놓은 것과 같았다.
나흘이 되었을 때에는 수레에 갈리는 것 같았고, 닷새가 되었을 때에는 쇠구슬이 몸 속에 들어온 것 같았다. 엿새가 되었을 때에는 뼈마디가 모두 아픈 것이 마치 화살이 심장으로 들어온 것과 같았으므로 여인은 생각하였다.
‘듣자 하니 정반왕의 아드님이 고통 받는 사람을 구제한다 하던데, 오늘은 어째서 나를 구하러 오시지 아니하실까?’
이렇게 생각한 뒤에는 한탄하고 괴로워하면서 자신을 책망하였다.
‘나는 오늘부터 죽기까지 색욕을 탐내지 않겠다. 차라리 호랑이나 사자, 나쁜 짐승과 같이 한 방에 있을지언정, 이런 고통은 받지 않으리라.’
이런 말을 하고서 다시 일어나 밥을 먹으려 했으나 가고 앉고 하는 것이 온통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변화로 된 사람이 눈을 부릅뜨고 침을 뱉으며 말하였다.
‘폐나 끼치는 나쁜 여인아,
나의 일을 망치는구나. 나는 이제 너와 함께 몸을 한데 합쳐서 일찌감치 죽는 것이 낫겠다. 부모와 종친이 만약 나를 찾으면 어디에 숨겠나. 내 차라리 스스로 목을 매어 죽을지언정 치욕을 받을 수는 없다.’
여인은 말하였다.
‘이 귀찮은 물건아, 나는 싫다. 죽고 싶거든 너나 네 맘대로 해라.’
변화로 된 사람이 칼을 가져다 제 목을 찌르니 피가 여인의 몸을 더럽히고 땅에도 여기저기 흥건하였다. 여인은 어찌할 바를 몰랐지만 그렇다고 죽음을 면할 수도 없었다.
이틀이 지나자 푸른 어혈이 생기면서 냄새가 나고 검어졌고, 사흘째에는 퉁퉁 부어 올랐다. 나흘 만에 문드러져 터지니, 대소변과 모든 나쁜 벌레와, 고름에서 솟아 나온 피가 여인의 몸을 더럽혔다. 여인은 나무나 짜증이 났지만 벗어날 수가 없었다. 닷새가 되었을 때에는 가죽과 살이 점차로 문들어졌으며, 엿새가 되었을 때에는 살이 떨어져서 온통 다 없어졌고, 이레가 되었을 때에는 냄새나는 뼈만이 앙상하여 아교와 칠과 같은 것이 여인의 몸에 착 달라붙어 있었다.
여인은 서원을 세웠다.
‘여러 천신과 신선이시여, 정반왕의 아드님이시여, 저의 고통을 면하게 하시오면 제가 가진 이 집과 온갖 값진 보배를 다 드리겠습니다.’
이 때에 내가 아난과 난타를 데리고 가서 서자, 제석은 내 앞에서 보배 향로를 치켜들었고, 값을 칠 수 없는 좋은 향을 지폈다. 범왕은 뒤에서 큰 보배 일산을 들었으며, 한량없는 천인들이 풍악을 잡히고 있었다. 나는 항상 비치곤 하는 그 광명을 놓아 천지를 비추었으니, 여러 대중들은 모두 여래를 보았다. 이 여인의 집으로 갔더니 그 때서야 여인은 나를 알아보고 부끄러워하면서 뼈를 숨기려 하였다. 그러나 숨길 곳이 없자 여러 가지 흰 무명천과 한량없는 갖가지 향을 가져다 그 냄새나는 뼈를 감쌌다. 그렇지만 냄새는 여전하여 도저히 감출 수가 없었다.
여인은 세존을 보며 바로 예배를 드리는데, 부끄러움 때문에 몸이 뼈 위에 반사되었다. 냄새나는 뼈가 갑자기 여인의 등 위에 올라 있자 여인은 눈물을 흘리면서 말하였다.
‘여래의 공덕과 자비는 한량이 없으시옵니다. 만약 저로 하여금 이 고통을 여의게 하시오면, 제자가 되어서 끝까지 물러나지 않겠사옵니다.’
나의 신력으로 인하여 여인의 냄새나는 뼈는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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