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경률이상(經律異相) 6권 5편
양 사문 승민 ㆍ 보창 등 편집
이 생각이 아직 다 끝나기도 전에 코끼리가 이내 땅에 엎드리고 흰 일산이 저절로 내려오며 함이 정수리로 올라갔다. 왕은 온몸이 기쁨으로 넘쳐 올라 마치 감로(甘露)를 얻은 것 같았고, 가랑비가 내리며 대지가 진동하였다. 왕이 대덕에게 물었다.
“이제 이것을 어디다 두는 것이 좋겠습니까?”
대답하였다.
“코끼리 머리 위에 내려놓으십시오.”
코끼리는 소리를 내며 사리에게 공양하였고, 천룡(天龍)과 귀신들이 모두 크게 기뻐하였다. 바로 성안으로 들어가자 인민들이 공양하였으며, 남문으로부터 나와서 탑을 에워쌌다. 옛날의 세 부처님의 사리 또한 이 탑 동산 안에 있었다. 이내 가시나무를 찍고 베어내어 먼저 탑의 터[塔基]를 세우니, 코끼리의 정수리와 똑같았다.
대덕에게 말하였다.
“탑 형상은 어떻게 만들어야 합니까?”
마신타가 대답하였다.
“마치 볏짚 더미와 같이 만드십시오”.
왕이 응하여 말하였다.
“좋습니다.”
그리고 나서 곧 작은 탑을 일으키고 사리를 내려놓으려 하자 온 나라 인민들이 모두 다 모여들었다. 사리가 코끼리의 정수리로부터 7다라수(多羅樹) 높이의 허공으로 올라가 여러 가지 신통 변화를 나타내었다. 5색으로 검고 누르스름하며 때로는 물을 뿜어내기도 하고 때로는 불을 뿜기도 하였다. 사리를 가져다 탑 안에 안치하매 천지가 진동하였다. 대왕부인(大王夫人) 아도라(阿菟羅)가 마신타를 따라 출가를 하려 하자 마신타가 말하였다.
“나는 여인을 제도할 수 없습니다. 저의 누이 승가밀다(僧伽蜜多)가 파타리불국(波吒利弗國)에 있으니, 왕께서 가셔서 보리수를 맞이하여야 하오리다.”
왕이 외조카[外甥] 아표차(阿摽叉)를 보내었는데, 마신타는
신통력으로써 배를 띄우게 하여 하루 만에 닿도록 하였다. 아육왕에게 말하였다.
“마신타가 저를 보냈습니다.”
이상의 뜻을 자세하게 설명하니 왕이 말하였다.
“나의 아들 마신타와 손자 수마나를 이별한 후에는 걱정 근심으로 마음이 기쁠 날이 없었다. 낮이나 밤이나 번뇌로 마치 손발이 끊어진 것 같았다. 이제 이 여승을 보니 나의 마음이 풀리는구나. 이제 다시 나를 떠난다면 나는 반드시 죽고 말리라.”
여승을 가지 못하게 잡으니, 여승이 왕에게 말하였다.
“뜻을 보아 하니 어기기 어렵사오나 찰리(刹利) 부인이 출가를 기다리고 있나이다. 왕께서는 보리수를 허락하시되 칼과 도끼로 나누시면 안 되나이다. 목건련자제수(目揵連子帝須)가 말하기를 ‘여래께서 세상에 계실 적에 이미 다섯 가지 칙명이 계셨습니다. 첫째, 아육왕은 보리수를 취하여 사자국에 주되 칼과 도끼를 쓰지 말라. 남쪽에 달린 가지가 저절로 끊어지거든 금 항아리에 넣도록 하여라. 둘째, 허공에 올라가 구름을 지려 밟고 서 있어라. 셋째, 7일 후에 저절로 내려와 금 항아리 속으로 돌아오면, 잎이 무성하게 덮이고 주렁주렁 열매를 맺으며, 그 잎은 검으면서도 누른빛이 될 것이다. 넷째, 사자국(師子國)이 처음에 나의 사리를 얻고자 할 때에는 갖가지 신통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다섯째, 만약 모든 상호로 사자국에 이르면 내가 세상에 있는 것과 같다고 하셨습니다’고 하였나이다.”
왕은 듣고 기뻐하면서 그대로 서서 서원하였다.
“만약 가지를 취해 가는 것을 허락한다면 나무가 모든 남쪽으로 난 가지를 다 드러내 보이도록 하시오며, 만약 사자국에 가는 것을 허락한다면 원컨대 저절로 금 항아리로 들어가고 나무는 본래대로 회복되게 하소서.”
곧바로 향을 이겨 금 항아리 안에 가득 채웠다. 8월 15일 저녁 때[哺時]쯤 붓으로 나뭇가지의 굽은 곳을 그렸다. 무릇 열 획을 그었는데, 앞에 그린 한 획에서는 뿌리가 나고 뒤의 한 획은 문득 끊어졌다. 뿌리 길이 4치[寸]에 다시 또 가는 뿌리가 나서 엇걸려 기대고 싹이 나와 끼는 것이 마치 그물과 같았다. 큰 가지 길이는 10주(肘)였고, 다시 다섯 가지가 있었으니 각각의 길이는 4주였다. 다섯 가지는 또 저마다 새끼를 치고, 거기에서 다시 천 개씩의 작은 가지가 나왔다. 왕은 신기한 변화[神變]를 보고 마음으로 크게 기뻐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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