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경률이상(經律異相) 6권 15편
양 사문 승민 ㆍ 보창 등 편집
기녀(妓女)들을 내려 주도록 칙명을 내려 함께 재미있게 놀게 하고서는, 왕은 몸소 아우에게 말하였다.
“네가 어째서 방자하게 이 형의 기첩(妓妾)을 마음대로 가지고 즐기느냐?”
바로 그를 죽이려 하자
대신이 간하였다.
“왕에게는 아우라곤 오직 하나가 있을 뿐이며, 또 자손도 적습니다. 원컨대 7일 동안 왕명을 받들어 의지하기를 허락하소서.”
왕은 비로소 잠자코 있다가 여러 신하들에게 말하였다.
“아우가 나의 의관을 쓰고 나의 궁전 속에 들어가 풍악을 잡히며 마음껏 재미있게 즐기기를 허락하노라.”
7일 만에 왕은 사신을 보내어 물었다.
“마음이 자유롭고 유쾌하며 즐겁더냐?”
선용이 말하였다.
“보이지도 않고 들리지도 않았거늘, 무엇이 유쾌하고 즐거웠겠습니까?”
왕은 말하였다.
“접하는 모든 일이 나와 같았을 터인데, 어째서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았다고 하느냐?”
아우가 말하였다.
“머잖아 곧 죽게 될 사람 목숨이 비록 아직은 죽지 않았다손 쳐도 죽은 것과 다름이 없었으니, 무슨 심정으로 5욕(慾)에 집착하겠습니까?”
왕은 말하였다.
“지금 이 한 몸뚱이에도 근심이 백 가지 만 가지이거늘, 그 한 몸뚱이 사라지려 한다는 이유 때문에 5욕에 있으면서도 즐겁지 않았다 하는구나. 사문이 3세(世)를 근심한다 말할 것도 없다. 하나의 몸이 죽어 스러지면 다시 또 하나의 몸을 받아 억백천 세상 동안 받는 몸마다 고통을 받아 한량없는 괴로움을 당하게 되느니라. 비록 사람이 되어 나더라도 다른 이와 더불어 달리고 부리고 해야 하며 옷과 밥은 궁핍할 것이다. 이런 고됨을 생각하여서 짐짓 출가하여 도를 닦으며, 함이 없이[無爲] 세상을 건너는[度世] 긴요한 법[法要]을 구하는 것이니라. 만일 힘써 부지런히 하지 않는다면, 다시 또 겁(劫)을 세는 고통을 겪어야만 할 것이다.”
선용은 비로소 마음이 열리고 뜻이 풀리어 왕에게 말하였다.
“지금 왕의 교시를 듣고서야 비로소 깨달았사옵니다. 나고 늙고 병들고 죽음[生老病死]은 실로 싫고도 근심스러운 일입니다. 근심과 고뇌가 끝이 없으니, 원컨대 대왕이시여, 제가 도를 닦도록 허락하옵소서.”
왕은 말하였다.
“마땅히 지금이 바로 가장 좋은 때인 줄 알지니라.”
아우는 이내 출가하여 금계(禁戒)를 받들어 지니고 밤낮 부지런히 힘을 써서 아라한의 도를 얻었다.『구리뇌옥경(求離牢獄經)』에 나온다.
『아육왕전(阿育王傳)』에서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아육왕이, 아우가 득도하였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속 깊이 기뻐하였다. 머리 조아려 예배 공경하고, 오래도록 아우를 공양하기를 청하였다. 아우는 ‘맹세코 임야에 의지해 살면서 남은 생명을 보내겠다’고 하였다. 아육왕은 즉시 귀신을 시켜 성안에다 높이 수십 길[丈] 되는 산을 만들게 하였다. 바깥의 사람과 물건[物]을 끊어 내왕을 끊게 하였더니, 아우 선용은 비로소 왕의 명에 응하였다. 선용은 옷과 살림을 모두 버리고
높이 한 길 여섯 자 되는 석상(石像) 한 분을 만들어서 가지고 산으로 가서 감실(龕室)을 만들었다고 한다.”
⑥ 부처님의 그림자
어느 용왕이 부처님께 항상 그의 처소에 머무시기를 청하였다.
“만약 부처님께서 여기에 머무르시지 않으신다면 저는 나쁜 마음이 나서 도를 얻을 수가 없을 것입니다.”
여러 범천왕은 또 간절히 청하였다.
“원하옵건대 온갖 중생들을 위해서라도 이곳 한 곳에만 머무시지는 마옵소서.”
용이 칠보전(七寶殿)을 여래에게 받들어 올리므로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필요 없다. 다만 나찰(羅刹)의 석굴을 나에게 베풀도록 하라.”
부처님께서는 신족(神足)을 거두고 혼자 석실로 들어가 몸소 깔개를 갖추고 가부를 하고 앉으셨다. 이때 나찰녀와 용은 또 4대 제자와 아난을 위하여 다섯 개의 석실을 새로 만들었다. 부처님께서는 나선가성왕(那先訶城王) 및 여러 나라의 청을 받으시어 곳곳마다 부처님께서 허공에 떠 있는 꽃자리[華座]에 화신불(化身佛)이 가득함을 보이셨다. 용왕이 기뻐하며 큰 서원을 세웠다.
“원컨대 저도 오는 세상에서는 이와 같이 부처님이 되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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