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결정장론(決定藏論) 상권 1편
진제(眞諦) 한역
김철수 번역
심지품(心地品)
지혜가 통하지 않음이 없으시고
깨끗함에 대하여 더 이상 닦아 다스릴 필요도 없으시며
세간을 구제하시고 세간에 대하여 다 논의해 마치신
가장 수승하고 존귀하신 분께 머리 숙여 예경하옵니다.
말씀하신 법은
정지도(靜地道)를 도(道)로 삼으셨으니
이 세 가지 법을 이해하지 못하면
세간을 따라 윤회함이 마치 수레바퀴가 구르는 것과 같네.
성스러운 승중(僧衆)은 법에 머물러
번뇌의 결박 벗어나고 다른 나머지 범부 대중을 초월했으니
십분(十分) 가운데 팔분인(八分人)의
과도(果道)는 도과(道果)이기 때문이네.
가령 모든 대사(大士:보살)들이 논(論)을 짓고자 하는 것은 무지한 사람들이나 전도된 견해와 의혹을 가진 사람들에게 이익을 주고자 함이다. 이른바 그 이익은 바른 지혜[正智]로부터 생겨난다. 바른 지혜란 『출결정장론(出決定藏論)』에 이르기를 “본래 이미 지(地)에 관해 말한 바 있으나 이제 이 지(地)의 뜻을 자세히 분별하고 풀이하여 문난(問難)에 잘 답하려 한다”고 하였다. 『오식지심지경(五識地心地經)』에서는 “아라야식(阿羅耶識)은 널리 모든 것의 근본 바탕[種本]이니 어떻게 그것이 존재함을 알 수 있는가? 이에 대해서는 여래장에서 설하고 있다”라고 하였다. 『해절경(解節經)』의 게송에서는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성대한 식(識)은 널리 모든 것의 근본 바탕이며
깊고 미세한 흐름은 물이 넘쳐흐르는 것과 같다.
범부들에게는 설하지 않나니
아견(我見)을 생할까 염려해서이다.
울타남(鬱陀南)양나라 말로는 설할 내용을 간추려 밝히는 게으로 아라야식의 성질을 표현하면 다음과 같다.
집지(執持)ㆍ본(本)ㆍ분명(分明)과
종본(種本)ㆍ비시사(非是事)와
신수(身受)ㆍ무식정(無識定)과
또한 기절하지 않은 자이라.
이 여덟 가지 인연이 있기 때문에 아라야식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만약 이 식을 떠나서 근(根)이 집지(執持)하는 게 있다고 한다면 진실로 이러한 이치는 없다. 집지에는 다섯 가지가 있으니 첫째, 아라야식은 선세(先世)의 업을 간직하고, 또한 현세의 인(因)으로부터 나중에 모든 식(識)이 생긴다. 부처님께서는 아비담에서 근(根)ㆍ진(塵)ㆍ심(心)의 업(業)으로 인해
모든 식이 생길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둘째, 선과 불선 등의 6식(識)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셋째, 6식 가운데서 만일 하나의 무기식(無記識)이 존재하여 홀로 이것이 집착하여 섭지(攝持)한다고 말한다면 이는 이치에 맞지 않는다. 넷째, 모든 식은 각기 근을 의지하여 생겨나니, 따라 생겨난 어느 한 식의 근이 집지하는 것이 있다면 나머지 근들은 마땅히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 다섯째, 근들이 자주자주 여러 번 집지한다는 뜻은 옳지 않다. 이상 다섯 가지 의미가 있기 때문에 아라야식으로 인한다고 한 것이다. 그러므로 모든 근에 집지한다는 명칭이 존재하게 된다. 본(本)이란 처음부터 모든 식이 함께 생겨날 수 없다고 한다면 이 또한 이치에 맞지 않는다. 만약 어떤 사람이 “아라야식이 존재하면 모든 식이 함께 생겨날 수 있는가?”라고 묻는다면, “그렇다”라고 대답해야 한다. 그대가 그런 일이 없다고 말한다면 과실이 된다. 왜냐하면 진실한 뜻이 있기 때문이고 아함과 같기 때문이다. 두 가지 식은 함께 생길 수 있다. 어떻게 그것을 알 수 있는가? 예컨대 어떤 사람이 듣거나 보려고 하면 식들에는 각각 자신의 근과 진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마음이 욕구하는 것이 다르지 않으면 근ㆍ진도 다르지 않나니, 하나의 식이 생겨날 경우 나머지 식도 함께 생긴다고 한들 어떠하랴. 이는 진실한 뜻이니, 아함의 뒷부분에서 설하고 있다. 분명(分明)이란 모든 식을 함께 취(取)하지 않으면 그 경계를 훤히 알 수가 없다는 것이다. 만약 심식(心識)과 안식(眼識) 등이 동반하여 경계를 취한다면 이는 곧 분명히 그 경계를 알 수 있을 것이다. 무슨 까닭인가? 일찍이 여러 진(塵)을 취하는 행을 한 다음에 추억하고 사념하여도 대부분 분명하게 알지 못하니, 모든 식이 함께하지 않고 의식만이 물로 경계를 반연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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