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결정장론(決定藏論) 중권 12편
진제 한역
김철수 번역
첫째는 계를 버리는 것이고, 둘째는 중죄(重罪)를 범하는 경우이며, 셋째는 근(根)을 잃거나 두 가지 근이 생기는 경우이고, 넷째는 선근이 끊어진 경우이며, 다섯째는 목숨이 다하는 경우이다. 이미 모든 비구계를 잘 받았더라도 이상의 다섯 가지 인연이 있으면 곧 불법을 잃어 불법이 멸하여 없어지게 된다. 아직 받지 못한 계는 닫으려 해도 얻지 못하지만 이미 받은 것은 잃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때에는 말세가 이미 이르러 어떤 사람이라도 마음이 파괴되지 않고 계를 구하여 받을 수 있는 사람이 한 사람도 없을 터인데 하물며 어찌 네 가지의 도과(道果)6)를 증득할 수 있겠는가?
우바새의 계는 후회스런 마음을 낳는 경우에, 선근(善根)이 멸한 경우에, 수명이 다한 경우에, 불법이 멸한 경우에 비구계와 마찬가지로 계를 잃는다. 5계도 역시 그러하다. 또한 8계의 경우는 다음 날 아침에 이르러 또 마음이 파괴되거나 이 날
목숨을 마치면 8계를 잃는다.
무상정(無想定)이란 무엇인가? 변정천(遍淨天)의 탐욕은 떠났으나 그 위치 탐욕은 떠나지 않아 마음속으로 생각하기를 이것이 해탈이라고 여기지만 이는 단지 심(心)과 심수(心數)의 법을 끊었을 뿐이다. 이와 같은 적정(寂靜)을 무상정이라 하며, 이는 가명(假名)이지 별도로 실유(實有)하는 법은 아니다.
간략히 말해서 세 가지 경우가 있는데, 하품(下品)의 닦음, 중품(中品)의 닦음, 상품(上品)의 닦음이다. 하품의 닦음인 경우에는 현세에서 퇴전하면 빨리 되돌아 올 수 없으며, 더욱 닦아 익혀 무상천(無想天)에 태어나더라도 몸에서 나는 광명이 보잘것없어 여러 천(天)과는 같지 않고 수면도 원만하지 못하여 중간에 퇴실(退失)한다. 중품의 닦음이란 만약 퇴실할 때 다시 익히면 신속히 무상천에 태어날 수 있으며 광명이 점차적으로 훌륭해지지만 수명이 아직 다하지 않았는데도 중간에서 퇴실한다. 상품의 닦음이란 부지런히 닦아 익히기 때문에 퇴실하지 않으며, 만일 태어나게 되면 그 광명과 수명이 다 원만하게 갖추어져 중간에 죽는 일이 없다. 왜냐하면 나면서 얻게 되는 심법(心法)이 멸하고 심수법(心數法)도 멸하기 때문이다. 이를 무상천에서 태어남[無想生]이라 한다.
무엇이 다 멸하여 불용처(不用處)7)의 탐욕을 떠났으나 아직 비상비비상처의 탐욕은 떠나지 못했다고 하는 것인가? 마음으로 적정(寂靜)의 처소인 감수함이 없고[無受], 생각함도 없는[無想] 곳을 구하려 생각한다. 감수하고 생각하는 가운데서는 허물을 보게 되므로 싫어하여 떠난다. 감수[受]의 체(體)는 사선(四禪)이고 생각[想]의 체는 4공(空)이다. 8선정(禪定)에 대해 모두 다 싫어하여 떠나 심법 및 심수법을 바로 멸하면 멸정에 들어간다. 6식(識)을 멸하기 때문에 이를 멸정이라 하는데, 여기서 아라야식을 멸하는 것은 아니니, 이 또한 가명이지 진실로 존재하는 법은 아니다.
이 멸정에도 세 가지 경우가 있으니, 하품의 닦음과 중품의 닦음과 상품의 닦음이다. 이는 전에 설명한 방식과 같으나 오로지 태어남에 관해서는 말하지 않는다. 모든 학인(學人)이 멸정에 들어가면 아나함이라 일컬으며 신증자(身證者)라 한다. 무학인(無學人)이 멸정에 들면 두 가지 지분의 해탈이 있으니, 무상정(無想定)에서는 학, 무학인들은 모두 이를 닦을 수 없다. 왜냐하면 성인들에게 태어나는 곳이 있다면 해탈을 볼 수가 없기 때문이다.
성인은 이 곳[無想定]에서 태어나지 않아야 한다는 것과 이곳을 떠나 별도의 뛰어난 곳[滅盡定]이 있다는 것을 잘 안다. 왜냐하면 이곳에 태어나면 영원히 선법을 닦아 익힐 수 없으니 이는 장애처인 셈이다. 허공이란 무엇인가? 오직 무색처(無色處)만이 허공을 드러낸다. 왜 공처(空處)인가? 일체의 색(色)이 없는 곳을 허공이라 한다. 따라서 가명으로 허공이라 말한 것일 뿐 실유하는 범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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