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개원석교록(開元釋敎錄) 9권 6편
지승 지음
사문 불타바리는 당나라 말로는 각호(覺護)라고 부르며, 북인도 계빈국(罽賓國) 사람이다. 자기 몸을 잊고 도(道)에 몸을 바쳐 신령한 자취[靈跡]를 두루 찾았다. 문수사리보살이 청량산(淸凉山)에 계신다는 말을 듣고 멀리 유사(流沙)를 건너 몸소 찾아와 예배[禮謁]하였다.
천황(天皇) 의봉(儀鳳) 원년 병자(內子, 676)에 석장(錫杖)을 짚고 오대산(五臺山:淸涼山)으로 와서 정성을 다하여 예배하며 눈물을 비 오듯 흘리면서 성인의 모습 뵙기를 간절히 바랐다. 그런데 홀연히 한 노인이 산중에서 나와 바라문의 말로 불타바리에게 말하였다.
“스님은 간절히 바라는 것 같은데 구하는 것이 무엇이오?”
불타바리가 대답하였다.
“문수보살께서 이 산에서 자취를 감추었다는 말을 듣고 인도로부터 와서 우러러 예배하려 합니다.”
노인이 말하였다.
“스님은 그 나라에서 『불정존승다라니경(佛頂尊勝陁羅尼經)』을 가져 오셨습니까? 이 나라의 중생들은 온갖 죄를 많이 짓고 있고 출가한 스님들도 역시 율법을 범한 바가 많습니다. ‘불정신주(佛頂神呪)’는 죄를 없애주는 비방(秘方)입니다. 만일 경을 가져오지 않았다면 여기에 오셨다 한들 무슨 이익이 있겠으며, 비록 문수보살을 뵙는다 해도 어찌 알 수 있겠습니까? 스님은 서역으로 돌아가서 그 경을 가져와 이 나라에 널리 전하십시오. 그것이 바로 뭇 성인을 두루 받들고 중생을 널리 이롭게 하여 눈에 보이지 않는 구원으로 모든 부처님의 은혜에 보답하는 길입니다. 스님이 그 경을 가지고 이 나라에 오시면 제자가 곧 문수사리보살이 계신 곳을 알려드리겠습니다.”
불타바리는 이 말을 듣고 기뻐 어쩔 줄 모르면서 마침내 흐르는 눈물을 겨우 참고 산을 향하여 예배하고는 머리를 드는 순간 그 노인은 갑자기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불타바라는 깜짝 놀라며 경건한 공경심이 배로 일어나 본국으로 돌아가 그 경을 얻어서 다시 왔다.
그리하여 서울[帝城]에 도착한 뒤 곧 황제를 친견[進見]할 방도를 구하였다.
이에 담당관에서 장계(狀啓)를 갖추어 상주(上奏)하였다. 천황(天皇)은 그의 정성을 칭찬하고 이 비전(秘典)을 숭앙하였다. 마침내 홍려사(鴻臚寺) 전객령(典客令) 두행의(杜行顗)와 일조(日照)삼장에게 명하여 내전(內殿)에서 그와 함께 번역하게 하였다. 번역이 끝나자 비단 30필을 내리고 경은 궁내에 남겨 두게 하였다. 이에 불타바리는 눈물을 흘리며 황제에게 상주하였다.
“몸과 목숨을 버리고 사람들을 이롭게 하려 한 것이니 청컨대 유포하여 세상에 유행하게 하는 것이 저의 바람입니다.”
황제는 그의 지극한 정성에 감회하여 마침내 번역한 경만 남겨 두고, 그 범본(梵本)은 돌려주면서 마음대로 가져가 널리 유포하도록 하였다. 불타바리는 경을 얻고 기쁨을 이기지 못하여 서명사(西明寺)로 가지고 가서 범어를 잘 아는 스님 순정(順貞)을 만나 그와 함께 번역하겠다고 상주하였다. 황제가 그의 청을 윤허하여 마침내 순정과 여러 대덕들과 함께 번역하여 내었으니, 그의 이름이 『불정존승다라니경』이었다. 먼저 두행의가 번역한 것과 주운(呪韻)이나 경문(經文)이 대동소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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