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가섭결경(迦葉結經)
안세고(安世高) 한역
최윤옥 번역
이와 같이 들었다.
한 때 세존께서 멸도(滅度)하신 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는데, 나한(羅漢)들이 모두 함께 논의하고 있었다. 그때는 경장(經藏)ㆍ법률(法律)ㆍ여러 의론(議論)이 아직 결집되어 있지 않았다. 그들은 각기 마음속으로 다음과 같이 생각했다.
‘우리들은 이미 해야 할 일을 다했고 진로(塵勞)의 산을 넘었으며 갈애(渴愛)의 강을 마르게 했다. 일체지(一切智)이신 태양과 같은 부처님ㆍ천중천(天中天)께서 갑자기 눈에 보이지 않으시니 우리들을 이 몸을 움직이고 보양(保養)하는 일이 싫어져서 지금 반니원(般泥洹:반열반)에 들고 싶구나.’
곧 게송을 설하였다.
어리석은 사람의 연못과
건너기 어려운 은애(恩愛)의 바다를 넘어서
속세의 병들고 늙고
나고 죽는 수레바퀴를 파괴했네.
모든 종류의 온갖 집착을 보면
몸은 마치 독사가 담긴 광주리와 같으니
우리들은 반드시 멸도(滅度)하여
등불이 꺼지듯 마음[意]을 청정하게 하려네.
이때 무수천(無數千)의 아라한들이 각자 마음속으로 기뻐하며 바위산이나 강가ㆍ샘가ㆍ해안의 절벽 등에서 멸도하여 그 은애(恩愛)를 다하였으니, 마치 등불이 홀연히 멸하는 것과 같았다. 이때 무수천의 아라한들은 모두 반니원에 들었다.
천인(天人)이 허공에 머물며 대가섭(大迦葉)에게 아뢰었다.
“지금 진인(眞人)들께서는 멸도하여 편안함에 이르렀습니다.”
이어서 천인(天人)이 게송으로 말하였다.
세존의 음성을 들어
오랫동안 마음에 장애가 없더니
지금 이미 떠나시어
부처님께서는 번뇌[垢]를 없애시고 편안함에 드셨네.
대중을 이끄시는 우두머리로서
선정[定]과 지혜를 여의면
홀연히 어리석음의 깊은 어둠에 빠져
법덕(法德)의 광명이 보이지 않게 되네.
존자 가섭은 이 말을 듣고 나서 마음속으로 생각했다.
‘상쾌하구나, 천인의 말씀이여. 이 세간은 오래지 않아 다시 깊은 어둠에 빠질 것이다. 그 때를 당해서는 어떻게 할 것인가?’
이윽고 다시 스스로 생각했다.
‘이제야 알겠구나. 지금 뜻을 모아 꼭 경률(經律)을 결집해야겠다. 모든 법의 교화[法化]는 가엾게 여기기 때문에 세간을 편안하고 안온하게 하는 것이다. 무엇 때문인가? 세존께서는 헤아릴 수 없는 겁 동안 행을 지으시어 공덕을 쌓으셨고 힘들게 애쓰심이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였는데, 이는 모두 세간을 편안하게 하시고자 했기 때문이다. 법률(法律)을 결집하여 율(律)로써 세간을 구하고 섭수하며 이로부터 불법(佛法)을 받들어 보호하고 멸도에 이르기 전까지는 세간을 교화할 수 있을 것이다. 마땅히 모두 함께 모여 법을 섭수하여 보호하고 교화하리라.’
이때 현자 대가섭 등은 비구승들을 모아 놓고 말했다.
“아나율(阿那律) 등이여, 능인(能仁:부처님의 별호)께서도 무상하시어 금강(金剛)의 산이 무너지고 부처님이라는 훌륭한 해[日]가 어두워지고 있습니다. 무상[非常]의 어둠이 능인의 광명을 가리고, 무상의 태양이 부처님의 바다를 고갈시켜 공허하게 하며, 무상의 불길이 일체지(一切智)를 태우고 있으니, 지금 바로 이때 항상 세간을 보호하려고 하셨던 부처님[父]의 공덕을 생각하고, 마땅히 부처님의 일[父事]을 바로 세워 부처님의 가르침[父敎]을 기려 행하신 바가 성취되도록 합시다.”
이에 게송으로 말했다.
아직 위없으신 분[無上]의 뜻을 결집하지 못하였으니
마땅히 몸을 버리고 멸도(滅度)할 수 없으며
또한 부처님의 자식된 도리로서
어찌 많은 경권(經卷)을 모으지 않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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