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가야산정경(伽耶山頂經) 1편
원위(元魏) 천축 보리류지(菩提流支) 한역
김달진 번역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세존[婆伽婆]께서 가야성(伽耶城)의 가야산 꼭대기에서 처음으로 보리(菩提)를 얻고, 족히 천여 명이 되는 큰 비구 대중들과 함께 계셨다. 그들은 과거에 모두 나계 선인(螺髻仙人)으로서 해야 할 일을 이미 했고, 하는 일을 이미 끝내어 무거운 짐을 버리고서 자기의 이익을 얻어 모든 번뇌를 다했으며, 바른 지혜의 마음으로 해탈을 얻어 일체 마음이 자재로워서 이미 피안(彼岸)에 도달했으며, 모두 아라한(阿羅漢)들이었다.
모든 한량없고 가없는 보살마하살(菩薩摩訶薩)들이 다 시방세계로부터 모였는데 큰 위덕(威德)이 있었으며, 다 모든 지혜[忍]와 모든 다라니(陀羅尼)와 모든 깊은 삼매를 얻었고, 모든 신통을 갖추었다.
그들의 이름은, 문수사리(文殊師利)보살ㆍ관세음(觀世音)보살ㆍ득대세(得大勢)보살ㆍ향상(香象)보살ㆍ용시(勇施)보살ㆍ용수행지(勇修行智)보살 등이 우두머리였다. 이러한 모든 보살마하살들은 그 수가 한량이 없는 데다가 아울러 모든 하늘ㆍ용ㆍ야차(夜叉)ㆍ건달바(乾闥婆)ㆍ아수라(阿修羅)ㆍ가루라(迦樓羅)ㆍ긴나라(緊那羅)ㆍ마후라가(摩睺羅伽)와 인비인(人非人) 등 대중들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그때 세존께서 홀로 고요히 사람이 없는 곳에서 모든 부처님들의 깊고 깊은 삼매[諸佛甚深三昧]에 드시어 법계를 관찰하고 이렇게 생각하셨다.
‘내가 아뇩다라삼먁보리를 얻고 일체 지혜를 얻어서 할 일을 이미 끝냈으며, 모든 무거운 짐을 벗고 모든 험한 길을 건넜으며, 무명을 없애고서 참된 밝음을 얻었으며, 모든 화살을 뽑아 갈애를 끊었으며, 법의 배[船]를 이룩하고 법의 북[鼓]를 두드리고 법의 소라를 불고 법의 당기를 세워서 생사의 씨앗을 돌려
열반(涅槃)의 성품을 보이며, 삿된 길을 막아 바른 길을 열고, 모든 죄의 밭[罪田]을 여의어 복 밭[福田]을 보이리라.
이제 내가 저 법을 관찰하건대 누가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耨多羅三藐三菩提)를 얻음에 있어서 무슨 지혜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을 것이며, 또 무엇으로써 이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법을 증득하는 데에 몸으로써 얻는다 하고 마음으로써 얻는다 하겠는가.
만약에 몸으로써 몸을 얻는다면 몸은 곧 앎[知]이 없고 깨달음이 없어서 풀과 같기도 하고, 나무와 같기도 하고, 흙덩이와 같기도 하고, 그림자와 같기도 하여 알음알이가 없는 것이고, 사대(四大)로 만들어졌고, 부모로부터 태어났기 때문에 그 성질이 무상(無常)한 것이니, 설령 의복ㆍ음식ㆍ와구(臥具)ㆍ목욕[藻浴]으로써 유지할 수 있다 하더라도 이 법은 언젠가는 반드시 허물어지고 사라지게 되기 마련이다.
만약 마음으로써 마음을 얻는다면 마음은 곧 환(幻)과 같이 뭇 인연을 따라 나는 것이어서 처소도 없고 형상도 없고 물체도 없어 아무것도 없기 마련이다. 보리란 다만 명자(名字)가 있어서 세속 때문에 말하는 것일 뿐 소리도 없고 빛깔도 없고 이루어짐도 없고 지어감도 없고 들어감도 없고 볼 수도 없고 의지할 수도 없어서 오고가는 길이 끊기며, 모든 언설(言說)을 뛰어넘고 삼계(三界)에 벗어나서 보는 것도 없고 듣는 것도 없고 깨닫는 것도 없고 집착하는 것도 없고 관(觀)하는 것도 없으며, 희론(戱論)을 여의어 다투는 것도 없고 보이는 것도 없고 관할 수도 없고 볼 수도 없으며, 음향(音響)이 없고 문자(文字)가 없어서 언어의 길을 여의었나니, 이와 같이 보리를 증득해야 하거늘 무슨 지혜로써 보리를 증득하고 보리의 법을 증득하는 것이겠는가.
이러한 모든 법은 다만 명자(名字)가 있을 뿐이어서 단지 거짓 이름으로 말하고 화합된 이름으로 말하고 세속의 이름에 의지해 말할 뿐, 분별하거나 분별하여 말할 것이 없으며, 거짓으로 이루어졌기에 이루어짐이 없고, 물체가 없기에 물체를 여의고, 취할 것[取]이 없기에 말할 수 없고, 저 곳에 집착함이 없기에 증득할 사람도 없고, 무엇으로써 증득할 수도 없고 증득할 만한 법도 없는지라. 이와 같이 통달한다면 이는 곧 아뇩다라삼먁보리를 증득함이라 하리니, 다름이 없고 다름을 여의니만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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