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설대승조상공덕경(佛說大乘造像功德經) 하권
불설대승조상공덕경 하권
대당 제운반야 한역
김성구 번역
그때 세존께서 승가시 도량 사자좌 위에 앉으시자, 모든 사부 대중은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저희들은 여래께서 불상을 조성하는 공덕을 연설하여 주심을 듣고자 합니다. 만일 어떤 중생이 부처님의 형상을 조성하되 설사 서로 닮지가 않았더라도 얼마나 되는 복을 받겠습니까?’
그때 미륵보살마하살이 그들의 생각을 알고,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벗고, 장궤(長跪)하여 합장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이제 우타연왕이 부처님의 형상을 조성하였으니, 만일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나 또는 부처님께서 이미 열반에 드신 후에나, 어떤 이가 신심(信心)으로 힘껏 조성한다면, 얻게 되는 공덕을 세존께서 널리 말씀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부처님께서 미륵에게 말씀하셨다.
“미륵아,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여라. 너에게 말하리라.
만일 어떤 청정하게 믿는 선남자와 선여인이 이 부처님의 공덕에 정성을 오로지 하고 생각을 모아서 항상 여래를 관찰하되, ‘위덕이 자재하시며 10력(力)과 4무소외(無所畏)와 18불공법(不共法)과 대자대비(大慈大悲)와 일체지지(一切智智)를 구족하시고, 32종의 대인(大人)의 상(相)과 80수형호(隨形好)를 갖추셨으며, 낱낱 털구멍에 모두 한량없는 다른 빛깔의 광명이 있으며, 백ㆍ천ㆍ억의 수승한 복덕과 장엄을 성취하시며, 한량없는 지혜를 밝게 통달하시며, 무량한 삼매와 한량없는 법인(法忍), 한량없는 다라니와 한량없는 신통과 이러한 모든 공덕이 모두 한량없으며, 여러 가지 과실을 모두 떠나 같을 이가 없을 것이다’라고 한다고 하자.
이 사람이 이렇게
자세히 생각하고 깊이 믿고 즐거운 마음을 내어, 모든 상호에 의하여 불상을 만들면 공덕이 광대하며, 한량없고 끝없어 헤아리고 일컬을 수 없다.
미륵아, 만일 어떤 사람이 여러 가지 비단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혹은 금ㆍ은ㆍ동ㆍ철ㆍ납ㆍ주석 따위 물건을 녹여 붓거나, 혹은 전단향 따위를 조각하거나, 혹은 진주ㆍ소라 껍데기ㆍ비단 따위를 섞어서 수놓고 얽어서 이루거나, 혹 붉은 흙ㆍ백회 또는 진흙 아니면 나무 따위의 물건으로 그 힘과 분수에 따라 불상을 조성하되 너무 작아서 하나의 손가락 크기와 같을지라도, 보는 이로 하여금 능히 이것이 부처님의 상호임을 알게만 하면, 그 사람의 복의 과보를 내가 지금 말하여 주리라.
미륵아, 이러한 사람은 비록 나고 죽는 갈래에서 유전할지라도 마침내 빈궁한 집에 태어나지 않으며, 또한 변두리 작은 나라의 낮고 못생긴 종족과 고독한 집에 태어나지 않으며, 또한 미려차(迷戾車)3) 따위와 상인이 되어 물건을 팔거나 도살하는 집들에 태어나지 않으며, 내지 천한 재주와 부정한 종족과 외도(外道)의 고행(苦行)을 하는 삿된 견해를 가진 집에는 태어나지 않을 것이다. 원력으로 인한 이를 제외하고는 결코 그러한 곳에 태어나지 않을 것이다.
이 사람은 항상 전륜성왕(轉輪聖王)이나 큰 세력이 있는 종족의 집에 태어나며, 혹은 청정히 수행하는 바라문이나 부귀가 자재하며 과실(過失)이 없는 집에 태어나고, 나는 곳마다 항상 모든 부처님을 만나 받들어 섬기고 공양하며, 혹은 왕이 되어 바른 법을 지니고 법으로써 교화하여 그릇된 도를 행하지 않는다.
혹은 전륜성왕이 되어서 7보(寶)를 성취하고 천 명의 아들이 구족하며, 허공으로 날아다니면서 4천하를 다스리고, 목숨이 다하도록 자재하고 풍요하며 혹은 제석(帝釋)ㆍ야마천왕(夜摩天王)ㆍ도솔천왕(兜率天王)ㆍ화락천왕(化樂天王)ㆍ타화자재천왕(他化自在天王)이 되어서 인간과 천상의 쾌락을 받지 않음이 없을 것이다.
이러한 복된 과보는
상속하여 끊임이 없으니, 태어나는 곳마다 항상 장부가 되고 여자의 몸을 받지 않을 것이며, 또한 내시나 두 가지 모양[二形:兩性] 따위의 비천한 몸을 받지 않으며, 받는 몸에는 모든 추악한 꼴이 없을 것이며, 눈은 어둡거나 멀지 않을 것이고, 귀는 귀머거리가 안 될 것이며, 코는 굽거나 어그러지지 않고, 입은 삐뚤어지지 않을 것이며, 입술은 아래로 처지지 않을 것이다.
또한 우그러지거나 껄끄럽지 않을 것이고, 치아는 빠진 것 없고 검거나 누렇지 않을 것이고, 혀는 짧거나 오그라들지 않을 것이며, 목덜미에는 부스럼이 나지 않을 것이며, 외양은 웅크리거나 꼽추가 되지 않을 것이며, 빛깔은 얼룩지지 않을 것이고, 팔은 짧지 않을 것이며, 발은 절지 않을 것이고, 너무 살찌지도 않고 너무 크지도 않고 또한 너무 작지도 않아서, 이러한 온갖 보기 싫은 모양은 모두 없을 것이다.
그 몸이 단정하고 얼굴이 원만하며, 머리털은 검푸른 빛이 나고 부드럽게 윤택하여 광채가 맑으며, 입술은 붉은 과일과 같고, 눈은 푸른 연꽃 같고, 혀는 길고 넓으며, 이는 희고 고르고 조밀하며, 말을 하면 교묘하여 능히 듣는 이로 하여금 모두 즐겁게 하고, 팔은 살찌고 길며, 손바닥은 편편하고 두터우며, 허리는 충실하며, 가슴은 광대하며, 손발은 부드러워서 도라솜[兜羅綿]과 같으며, 모든 상호를 구족하여 이지러짐이 없어서 나라연천(那羅延天)이 큰 근력(筋力)이 있는 것과 같으리라.
미륵아, 어떤 사람이 뒷간에 빠졌다가 나와서 똥과 더러운 것을 떨어버리고 맑은 물로 씻은 다음 향수를 몸에 바르고 새 옷으로 깨끗하게 갈아입으면, 이 사람이 아까 뒷간에서 나오지 못할 때와 비교하여, 맑고 더러운 것과 냄새나고 향기로움에 얼마의 차이가 있겠는가? 이 일은 매우 현격하여 대등하다거나 몇 배로 따질 수가 없다.
미륵아, 만일 어떤 사람이 나고 죽는 가운데서 능히 신심을 내어 부처님의 형상을 조성하는 것과 조성하지 않을 때와 비교하면, 그 차이의 현격함 또한 이와 같다.
마땅히 알라. 이 사람은 태어나는 곳마다 맑게 업장을 제거하고, 갖가지 기술을 배우지 않고도 깨치며, 비록 인간의 갈래에 태어나도 하늘의 6근(根)을 성취하며, 만일 하늘에 태어나면
모든 하늘의 무리를 초월하리라.
태어나는 곳마다 모든 병의 고통이 없으며, 가려운 옴이 없으며, 헌 데가 없으며, 귀신이나 마귀에게 홀리지 않으며, 미친 병ㆍ지랄병ㆍ목마른 병 따위의 병과 황달과 학질과 맹장과 버짐과 임질과 병도 없이 토하고 설사하는 것과 음식을 소화시키지 못하는 것과 온몸이 저리고 쑤시는 것과 반신불수 등의 이와 같은 404종의 병이 모두 없을 것이다.
또한 독약과 군인의 형벌과 호랑이와 사자와 물ㆍ불과 원수진 이와 도적 등의 이와 같은 여러 가지의 사나운 인연[橫緣]에 상해되지 않을 것이며, 항상 두려움이 없음을 얻어 모든 죄를 짓지 않을 것이다.
미륵아, 만일 어떤 중생이 지난 세상에 악업(惡業)을 지어서 마땅히 갖가지 괴로운 일, 즉 칼ㆍ고랑ㆍ큰칼ㆍ족쇄ㆍ구타ㆍ욕설ㆍ불에 사르고 굽기[燒炙]와 껍질을 벗기기, 터럭을 뽑기 따위의 일들을 받게 되었을지라도 도리어 허공에 매달려 있을 것이며, 내지는 사지(四支)를 찢기게 되었을지라도 만일 신심을 내어 부처님의 형상을 만들면, 이러한 괴로운 과보는 모두 받지 않을 것이다. 만일 도적이 침노하여 성읍(城邑)이 파괴되고 악한 별이 변괴를 부려 흉년과 질병이 돌지라도, 이러한 곳에는 태어나지 않을 것이니, 만일 태어났다고 하면, 이는 허망한 말일 것이다.”
그때 미륵보살마하살이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항상 말씀하시기를 ‘선한 업과 불선한 업은 모두 없어지지 않으니, 만일 어떠한 중생이 모든 중한 죄를 지으면 반드시 낮고 천한 종성의 집에 태어나고, 빈궁하고 병들고 괴롭고 수명은 짧을 것이다’라고 하셨습니다. 뒤에 신심을 내어 부처님의 형상을 조성하면 이러한 여러 가지 죄보를 다시 받습니까, 받지 않습니까?”
부처님께서 미륵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미륵아, 너는 지금 자세히 들으라. 너에게 말해 주리라. 만일 그들 중생이 여러 가지 죄를 지었으나, 발심하여 불상을 조성하고, 슬퍼하며 참회를 구하되 반드시 스스로 끊어 다시는 범하지 않기로 맹세하면, 먼저 지은 것은 모두 소멸할 것이다. 내가 이제 너를 위하여 이 일을 널리 밝히리라.
미륵아, 비유컨대 어떤 사람이 지난 세상에서 인색한 까닭에 빈궁한 과보를 받고, 모든 재물과 보배가 없으며 먹고 쓸 것도 모자랐는데, 홀연히 어떤 비구가 멸진정[滅定]에 들었다가 선정에서 처음 일어설 때를 뜻밖에 만나자, 곧 음식으로써 공경하며 받들어 이바지하였다. 이 사람이 보시한 후에는 영원히 빈궁을 버리고 무릇 구하는 것은 모두 뜻대로 되었으니, 미륵아, 저 빈궁한 사람의 전생의 악업과 얻을 과보가 이제 어디에 있는가?”
미륵보살이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밥을 보시한 까닭에 전생의 악업이 모두 없어지고 영원히 빈궁을 떠났으며, 큰 부귀가 구족하였습니다.”
부처님께서 미륵에게 말씀하셨다.
“네 말과 같다. 마땅히 알라. 이 사람도 그러하여 불상을 조성한 까닭에 저 모든 악업이 영원히 다하여 남지 않고, 받아야 할 과보는 모두 받지 않는다.
미륵아, 업에는 세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현수(現受)이며, 둘째는 생수(生受)이며, 셋째는 후수(後受)이다. 이 세 가지 업 가운데 낱낱이 모두 정(定)과 부정(不定)이 있으니, 만일 어떤 사람이 신심으로 부처님의 형상을 지으면, 오직 현수인 정업(定業)을 소분(小分)만 받고 나머지는 모두 받지 않는다.”
그때 미륵보살마하살이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항상 말씀하시기를, ‘다섯 가지 업은 가장 무거워서 반드시 무간지옥에 떨어지니, 이른바 부친을 죽이고, 모친을 해치며, 아라한을 죽이고, 악한 마음으로 부처님의 몸에서 피를 내고, 화합한 승단을 깨뜨리는 것이다’라고 하셨습니다. 만일 어떤 중생이 먼저 이러한 죄를 짓고, 뒤에 부처님께 청정한 신심을 내어 부처님의 형상을 조성하면, 이 사람은 지옥에 떨어집니까, 떨어지지 않습니까?”
부처님께서 미륵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미륵아, 내가 이제 너에게 다시 비유를 말하리라. 만일 어떤 사람이 손에 억센 활을 잡고 숲속에서
위를 보고 허공을 쏜다면, 그 화살이 꿰뚫고 지나가되 조금도 걸림이 없을 것이다.
만일 어떤 중생이 이러한 죄를 범하고, 후에 불상을 만들어 정성껏 참회하여 뿌리 없는 신심을 얻고 아상(我想)이 엷어지면, 비록 지옥에 떨어질지라도 곧 나오게 되는 것이 마치 화살이 머물지 않는 것과 같을 것이다.
또 어떤 비구가 신족통(神足通)을 얻으면 바다의 이쪽에서 저쪽 언덕에 이르며, 4대주(大洲)를 두루 돌되 걸릴 것이 없을 것이니, 이 사람도 그와 같아서 전생에 범했던 것을 말미암아 잠시 지옥에 떨어졌으나, 저 지난 세상의 업이 능히 장애하지 못할 것이다.”
그때 미륵보살마하살이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모든 부처님 여래는 법성신(法性身)이지 색상신(色相身)이 아닙니다. 만일 색상으로써 불신(佛身)이라 한다면, 난타 비구와 전륜성왕도 모두 부처일 것이니, 그것은 모든 상호를 구족했기 때문입니다.
혹 어떤 중생이 부처님의 법신을 무너뜨리되, 법인 것을 법이 아니라 말하고, 법 아닌 것은 법이라 말하다가, 후에 발심하여 불상을 조성하면, 이러한 중대한 죄도 소멸합니까, 소멸하지 않습니까?”
부처님께서 미륵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미륵아, 만일 그 중생들이 법인 것을 법이 아니라 말하고 법이 아닌 것은 법이라 말하되, 입으로 말하고 아직 소견이 무너지지 않은 이가 후에 신심과 즐기는 마음을 내어 부처님의 형상을 만들면, 이러한 전세의 악업은 다만 현재의 몸에서만 가볍게 받고 악도에 떨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생사(生死)는 벗어나지 못할 것이다.”
그때 미륵보살마하살이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만일 어떤 사람이 불탑의 물건을 훔치거나 승가의 물건, 사방승(四方僧)의 물건이나 현전승(現前僧)의 물건을 훔쳐서, 자기도 쓰고 남에게도 주어, 자기 물건과 같이 생각을 하면, 세존께서는 항상 말씀하시기를 ‘불탑의 물건이나 스님들의 물건을 훔치면 그 죄가
매우 무겁다’고 하셨습니다. 그러나 그 중생이 이러한 죄를 짓고 깊이 스스로 뉘우쳐서 청정한 신심을 내어 불상을 조성하면 이런 죄의 과보들이 소멸합니까, 소멸하지 않습니까?”
부처님께서 미륵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미륵아, 만일 저 중생들이 일찍이 이러한 물건을 썼는데, 후에 스스로 마음을 살피고는 깊이 부끄러운 마음을 가져 참회를 한다면, 수효에 따라 곱을 변상하고, 다시는 범하지 않기로 맹세해야 한다.
내가 이제 너에게 한 가지 비유를 말하리라. 마치 어떤 사람이 먼저는 많은 빚을 지고 있다가 홀연히 노다지를 만나 무량한 보배를 얻으면, 그 진 빚을 갚은 뒤에도 많은 재물이 영구히 남는 것과 같으니, 이 사람도 그러하여서 그 물건을 배상하고 또 불상을 조성하면 모든 괴로움과 근심을 면하고 영원히 안락을 얻을 것이다.”
그때 미륵보살이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과 같이 불법 가운데 바라이(婆羅夷)를 범하면 살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혹 어떤 사람이 이러한 죄를 짓고 발심하여, 모든 부처님의 공덕을 생각하며 불상을 조성하면 불법 가운데서 다시 살 수 있겠습니까? 또 금생이나 제2생이나, 제3생, 제4생에 불법을 증득할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미륵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미륵아, 비유컨대 어떤 사람이 몸이 다섯 가지 번뇌[五縛]가 있다가 만일 해탈을 얻으면 새가 그물에서 벗어나 걸림 없는 곳에 이르는 것과 같다. 이 사람도 또한 그와 같아서 만일 발심하여 부처님의 공덕을 생각하고 불상을 조성하면 일체 업장이 모두 녹고, 생사(生死) 가운데서 속히 벗어나서 걸림이 없을 것이다.
미륵아, 마땅히 알라. 승(乘)은 세 가지가 있으니, 이른바 성문승(聲聞乘)과 독각승(獨覺乘)과 그리고 불승(佛乘)이니, 이 사람이 어떤 승(乘)을 원하더라도 그 승에서 곧 해탈을 얻게 되리라.
만일 단지 성불만을 위하고 다른 보(報)를 구하지 않으면, 비록 무거운 업장이 있을지라도 속히 소멸될 것이며, 내지 위없는 보리를 증득하고 청정한 국토를 얻어 모든 상호를 구족하게 할 것이며, 그가 얻는 수명은 항상 다함이 없을 것이다.”
그때 모임 가운데 대승의 마음을 내지 않은 이들은 모두 의심을 내었다.
‘여래께서는 과거에 불상을 만드셨는가, 만들지 않으셨는가? 만일 만드셨다면 어찌하여 수명이 한정이 있으며, 병환과 괴로움이 있으며, 사시는 국토는 더럽고 혼탁함이 많아서 청정하지 못한가?’
이때 바사닉왕이 부처님이 위신력을 받아 곧 자리에서 일어나 장궤하고 합장하여 부처님께 여쭈었다.
“제가 보니 여래께서는 모든 근(根)과 상호(相好)와 그리고 종족(種族)이 모두 제일이시니, 그 마음은 결정되어 의심할 것이 없습니다.
그러나 부처님께서는 언젠가 한때 거타라(佉陀羅)나무 가시에 발을 다치셨고, 또 한때는 제바달다(提婆達多)가 산 위에서 돌을 굴려서 발에 피가 났고, 예전에 어느 때는 병환이 났다고 말씀하시면서 기바(耆婆)에게 설사약을 조제해 보내라 하셨고, 또 어느 때는 등이 아프셔서 마하가섭으로 하여금 7보리분(菩提分)을 외우게 하여 괴로움을 없애셨습니다.
다시 어느 때에는 병환이 나서 아난을 시켜 어느 바라문의 집에 가서 우유를 빌어 오게 하시고, 지난날 또 어느 때에는 사라(沙羅) 마을에서 석 달을 안거하실 적에 말먹이 보리[馬麥]만을 잡수셨고, 또 어느 때에는 걸식을 하다가 얻지 못하여 빈 발우로 돌아오셨습니다.
부처님의 말씀과 같이 만일 어떤 사람이 불상을 지으면 있는 업장이 모두 소멸되고, 여러 가지 괴로움을 떠나며, 모든 질병이 없어진다면, 세존께서는 지난 옛날에 일찍이 불상을 만드셨습니까, 만들지 않으셨습니까?
만일 옛날에 불상을 만드셨다면, 무슨 까닭으로 이러한 일들이 있었습니까?”
부처님께서 바사닉왕에게 말씀하셨다.
“자세히 듣고 잘 생각하라. 내가 마땅히 대왕을 위하여 분별하고 해설하리라. 대왕이여, 내가 지나간 옛날에 보리심을 구하기 위하여 여러 가지 보배와 전단과 채색 그림 따위로 불상을 조성하기를, 이 회중의 사람과 하늘의 수효보다 더 많이 하였다. 이러한 복 때문에 비록 생사에 있어서 모든 미혹[惑]을 다하지 못하였더라도, 받는 몸은 금강과 같이 굳어서 무너뜨릴 수 없었다.
대왕이여, 내가 생각하니 과거 무량한 겁에 나고 죽으면서 부처님의 형상을 조성하였으나, 그때도 탐욕과 성냄 따위의 무량한 번뇌가 있어 상응하였었다. 그러나 일찍이 한 생각 동안이라도 죄업 때문에 4대(大)가 고르지 못하거나, 악한 귀신에 끌리거나, 모든 잔병 따위의 고통이 없었고, 구하는 바는 충분하지 않음이 없었다. 하물며 나는 지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미 얻었는데, 어찌 뜻과 같지 않은[不如意] 그러한 일이 있겠는가.
대왕이여, 만일 내가 옛날에 이미 불상을 조성하고도 이에 남은 업이 있어서 이러한 보를 받는다면, 내가 어떻게 두려움 없이, ‘불상을 조성하면 반드시 모든 악업을 다할 것이다’라고 설하겠는가?
대왕이여, 내가 과거에 무량한 음식과 보배를 보시하고 어찌하여 지금 걸식하여 얻지 못하고 말먹이 보리를 먹었겠는가? 혹 이제의 이 일이 실다움이 있다면 어찌하여 내가 무량한 경전에서 갖가지로 단(檀)바라밀을 찬탄하되, ‘그 복업이 마침내 허망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하겠느냐?
대왕이여, 나는 진실을 말하며 거짓말을 하지 않으니, 내가 만일 속인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대왕이여, 나는 이미 오랫동안 모든 악을 끊었고 버리기 어려운 것을 버렸으며, 행하기 어려운 것을 행하였으며, 버린 몸과 목숨은 백천억이 넘을 것이고,
이미 무량한 모든 부처님의 형상을 조성하였고, 이미 무량한 모든 죄악의 업을 참회하였는데, 어찌 이러한 상처를 입고, 병으로 괴로워하고, 말먹이 보리를 먹고, 주리고 목마른 일이 있겠는가?
만일 일찍이 수승한 과보를 얻었다가 이제 도리어 잃었다면 어느 겨를에 이러한 복과 선을 닦아 권하겠는가?
대왕이여, 모든 부처님 여래는 상주하는 몸인 법신(法身)이시니, 중생을 제도하기 위하여 짐짓 그러한 일을 나타내셨을 뿐, 실제가 아니다. 발을 다치고 등이 아프고 우유를 빌고 약을 마시고 내지 열반에 들고 그 사리로써 나누어 탑을 세우지만, 모두가 여래의 방편선교(方便善巧)로 중생들이 이러한 모습을 보게 하는 것이다.
대왕이여, 내가 세간에 이러한 여러 가지 근심스러운 일을 나타내는 것은 중생들에게 업보(業報)가 없어지지 않음을 보여, 그들로 하여금 두려운 생각을 내어 일체의 죄를 끊고, 모든 선행을 닦은 연후에 상주하는 몸인 법신의 수명이 한량없고, 국토가 청정함을 알게 하고자 함이다.
대왕이여, 모든 부처님은 허망함이 없고 순일한 대비(大悲)와 지혜로 선교하시니, 그러므로 능히 이와 같이 갖가지로 시현(示現)한다.”
이때 바사닉왕이 말씀을 듣고 기뻐 뛰며, 무량한 백천 중생과 함께 모두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었다.
그때 미륵보살마하살이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모든 여인들은 의지가 협소(狹小)하여 흔히 질투와 진에(瞋恚)와 경박한 생각과 아첨하는[諂曲] 생각을 품으며, 안 되는 일이 있어도 풀지 않고 은혜를 알아도 갚지 않으며, 설사 보리를 구하여도 능히 굳게 지니지 못하며, 항상 일체 중생을 속이고자 하며, 또한 남에게 속기도 합니다. 세존이시여, 만일 이러한 여인도 불상을 조성하면 이러한 죄업이 소멸됩니까? 오는 세상에는 용맹하고 건강한 장부가 되어서 불과를 구하겠습니까? 은혜를 알고 은혜를 갚는 사람이 되겠습니까? 지혜와 대자비(大慈悲)를 구족하겠습니까? 나고 죽는 법을 능히 멀리 여의겠습니까?
원력으로 인한 이를 제외하고, 다시는 여인의 몸을 받지 않되, 교담미(憍曇彌)나 부처님의 어머니이신 마야부인과 같이 되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미륵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미륵아, 만일 어떤 여인이 불상을 만들면 영원히 다시는 여인의 몸을 받지 않을 것이며, 설사 그 몸을 받을지라도 여자 보배[女寶]4)가 되어서 높고 수승함이 제일일 것이다. 그리고 모든 여인들에게는 다섯 가지 덕이 있는데, 이 여자가 얻는 것은 모든 여자를 뛰어넘을 것이다.
어떤 것이 다섯 가지인가? 첫째는 자식(子息)을 잉태하고 낳는 것이요, 둘째는 종족이 존귀한 것이요, 셋째는 성품이 곧고 어짊이요, 넷째는 자질이 수승하고 뛰어남이요, 다섯째는 자태와 용모가 아름답고 바름이다.
미륵아, 일체 여인은 여덟 가지 인연이 있어서 항상 여자의 몸을 받는다. 어떤 것이 여덟인가? 첫째는 여자의 몸을 사랑함이요, 둘째는 여자의 욕정을 탐내는 것이요, 셋째는 입으로 항상 여인의 용모와 몸매를 찬미함이요, 넷째는 마음이 정직하지 못하고 지은 일을 숨김이요, 다섯째는 자기의 남편을 싫어하고 괄시함이요,
여섯째는 다른 이를 소중히 생각함이요, 일곱째는 남에게 은혜가 있음을 알고 자기는 배반하고 거스름이요, 여덟째는 간사하고 거짓되게 꾸며서 남들을 홀려 사모하게 하려는 것이니, 만일 이러한 여덟 가지 일을 끊고 불상을 만들면, 성불할 때까지 항상 장부가 될 것이며, 다시 여자의 몸을 받지 않을 것이다.
미륵아, 네 가지 인연이 있어서 모든 남자들로 하여금 여자의 몸을 받게 한다.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첫째는 여인의 음성으로 업신여겨 웃으면서 부처님과 모든 보살과 일체의 성인을 부르는 것이요, 둘째는 청정하게 계를 지니는 사람에게 비방하려는 마음으로 계를 범하였다고 말함이요, 셋째는 사람에게 아첨하고 속여 미혹하게 하는 것을 좋아함이요, 넷째는 남이 나보다 나은 것을 보면 마음에 질투를 내는 것이다.
만일 어떤 장부가 이러한 네 가지 일을 행하면 목숨을 마친
후에 반드시 여인의 몸을 받을 것이요, 다시 한량없는 모든 악도(惡道)의 괴로움을 겪게 되리라. 만일 깊이 신심을 내어 먼저 지은 것을 뉘우치고 부처님의 형상을 만들면 그 죄가 모두 소멸하고, 반드시 다시는 여인의 보를 받지 않을 것이다.
미륵아, 네 가지 인연이 있어서 모든 남자들이 내시[黃門]의 몸이 된다.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첫째는 다른 이의 형상[形]을 잔인하게 해치거나 내지 축생까지 해치는 것이요, 둘째는 계율을 지키는 사문에게 성내고 비웃고 비방함이요, 셋째는 마음에 탐욕이 많아서 고의로 계를 범하는 것이요, 넷째는 계를 범한 이를 가까이하고 다시 그에게 범하도록 권하는 것이다.
만일 어떤 선남자가 먼저 이러한 일을 지었을지라도 후에 신심을 내어 부처님의 형상을 만들면, 성불할 때까지 이러한 과보를 받지 않고 항상 장부가 되어서 모든 근(根)이 구족할 것이다.
미륵아, 네 가지 업이 있어서 능히 장부로 하여금 두 가지 형상[形]을 지닌 몸을 받게 하니, 일체의 인간 가운데 가장 하천한 것이다.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첫째는 존경해야 할 곳을 더럽게 한 것이요, 둘째는 남자 몸의 비처(非處)에다 음행을 하는 것[染著]이요, 셋째는 자기에게 음욕을 행하는 것이요, 넷째는 여색을 꾀어 팔아 다른 사람에게 주는 것이다.
만일 어떤 중생이 일찍이 이러한 일을 행하였을지라도, 깊이 스스로를 꾸짖고 이미 지은 것을 뉘우쳐서 청정한 신심을 일으키고, 부처님의 형상을 만들면 성불할 때까지 이러한 몸을 받지 않을 것이다.
미륵아, 다시 네 가지 연(緣)이 있어서 모든 남자가 그 마음에 항상 여인의 애욕(愛欲)을 내게 하여 다른 이가 자기에게 장부의 음행[事]을 해 주기를 즐긴다.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첫째는 혐의하거나 희롱하노라 사람을 비방함이요, 둘째는 여인의 의복으로 장식하기를 즐겨함이요, 셋째는 친척 되는 여자에게 음란하고 더러운 짓을 함이요, 넷째는 실제는 수승한 덕이 없으면서 허망하게 그 예를 받음이니, 이러한 인연으로써 모든 장부들이 이러한 별다른 번뇌를 일으키게 함이다.
만일 먼저 범한 것을 뉘우치고 다시
새로 짓지 않으며, 마음으로 믿고 즐거움을 내어 부처님의 형상을 만들면, 그 죄도 없어지고 그 마음도 쉬어질 것이다.
미륵아, 다섯 가지 아낌이 있어 능히 중생을 무너뜨린다. 어떤 것이 다섯 가지인가?
첫째는 살고 있는 이웃과 고을[邑]을 아끼는 것이니, 이 까닭에 장차 넓은 들 가운데 태어나는 것이요, 둘째는 살고 있는 집을 아끼는 것이니, 마땅히 벌레가 되어서 항상 똥 속에 사는 것이요, 셋째는 단정하고 좋은 색을 아끼는 것이니, 마땅히 추악하고 여의치 못한 형상[形]을 받는 것이요, 넷째는 갖고 있는 재물과 보배를 아끼는 것이니, 마땅히 빈궁하고 의식이 부족함을 느끼는 것이요, 다섯째는 아는 법을 아끼는 것이니, 마땅히 무디고 둔한 축생의 과보가 있는 것이다.
만일 먼저 지은 업을 뉘우치고, 부처님의 거룩한 위의를 만들고 영원히 아끼는 마음을 떠나면 앞에 받을 것이 없어질 것이다.
미륵아, 다시 다섯 가지 연이 있어서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변두리 지방이나 불법이 없는 시대에 태어나게 되니, 어떤 것이 다섯 가지인가?
첫째는 3보(寶)의 복전(福田)에 청정한 신심을 내지 않는 것이요, 둘째는 실제를 등지고 이치를 이지러뜨리면서 망령되이 가르침과 경계를 실행함이요, 셋째는 실제의 이치대로 교수하지 않는 것이요, 넷째는 화합승을 깨뜨려 두 조각이 나게 함이요, 다섯째는 극히 적은 승가 내지 단 두 사람의 비구라도 이간하여 화합하지 못하게 함이다.
영원히 이러한 업을 끊고 부처님의 형상을 만들면 항상 부처님을 만나고 언제나 법의 요체를 들을 것이다.
미륵아, 중생들이 또 다섯 가지 인연이 있어서, 항상 남에게 미워함과 축출함을 당하며 내지 지극히 친근한 이에게도 기쁘게 보이지 못한다. 무엇이 다섯인가?
첫째는 두 말을 함이요, 둘째는 욕을 함이요, 셋째는 많이 다툼이요, 넷째는 많이 성냄이요, 다섯째는 교묘하게 비슷한 말을 하여 비방을 일삼는 것이니, 만일 후에 발심하여 부처님의 형상을 만들고 앞의 악업을 뉘우쳐 다시 범하지 않기로 맹세하면, 그가 지은 죄가 모두 없어지고 모든 사람에게 사랑과 공경을 받을 것이다. 무슨 까닭인가?
모든 부처님께는 한량없고 끝없는 수승한 복덕이 있기 때문이며, 한량없고 끝없는 큰 지혜가 있기 때문이며, 한량없고 끝없는 삼매와 해탈 따위의 갖가지 희유한 공덕법이 있기 때문이다.
선남자야, 가령 어떤 사람이 삼천대천세계의 국토로써 작은 티끌을 만들고, 다시 그들을 쪼개되 낱낱 티끌을 저 삼천대천세계 국토의 미진수와 같이 하여, 이렇듯 미진을 쪼갠 수효의 삼천대천세계의 국토가 있다고 하자.
다시 어떤 사람이 하나의 미진을 취하고, 신통력으로써 동방으로 가되 한 찰나 동안에 저러한 미진을 쪼갠 수효의 삼천대천국토를 지나가며 제2, 3의 뒤 찰나들도 모두 그러하여, 내지 미진을 쪼갠 수효의 겁이 다하도록 그렇게 하며, 저 모든 겁 가운데 있는 찰나들도 낱낱 찰나를 한 겁으로 하고, 그러한 겁을 경과함에도 찰나찰나에 모두 앞의 미진을 쪼갠 수효의 삼천대천국토를 지난다.
이렇게 하여 마치고는 이내 이 티끌로 내려오며, 이 사람이 돌아와서는 다시 하나의 티끌을 취하여 다시 동방으로 가되, 앞의 것보다 한 곱을 지나고 이 티끌로 내려오며, 내지 제3의 티끌은 제2의 곱이 되게 하여 동방ㆍ남방ㆍ서방ㆍ북방을 두루 이렇게 한다.
이 사람이 사방으로 지낸 곳인 일체의 국토를 모두 쪼개서 미진을 만들어 이 미진들을 일체 중생이 함께 헤아리고 사량하면 혹시 수효를 알 수가 있을지 모르나, 여래의 몸의 한 털구멍[毛孔]에 지니는 공덕은 알지 못할 것이다.
무슨 까닭인가? 모든 부처님 여래께서 가지신 공덕은 한량이 없으며 불가사의하기 때문이다.
선남자야, 가령 앞의 미진과 같은 수효가
사리불이 가진 지혜일지라도 여래의 한 생각의 지혜에 미치지 못하니, 무슨 까닭인가? 여래는 항상 생각마다 출현하여 항상 앞의 미진수를 지나니, 삼매(三昧)와 해탈(解脫)과 다라니(陀羅尼) 등이 한량없고 수승한 공덕을 나타내기 때문이다.
모든 부처님의 공덕을 일체 성문과 벽지불은 그 이름조차 다 알지 못하므로 만일 어떤 이가 청정한 신심으로 부처님의 형상을 만들면 일체 업장이 소멸되지 않음이 없고, 얻는 공덕이 한량없고 끝없으며 내지 반드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하여 영원히 일체 중생의 온갖 괴로움과 번뇌를 제거할 것이다.”
부처님께서 이 경을 말씀하시니, 미륵보살과 삼십삼천과 우타연왕과 일체 세간과 천인과 아수라와 건달바들이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모두 기뻐하여 믿고 받들어 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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