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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설대승조상공덕경(佛說大乘造像功德經) 상권
불설대승조상공덕경(佛說大乘造像功德經) 상권
대당(大唐) 제운반야(提雲般若) 한역
김성구 번역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삼십삼천(三十三天)의 파리질다라(波利質多羅)나무 밑에 계실 적에 한량없이 많은 큰 비구들과 큰 보살들과 함께 하셨으니, 미륵보살마하살이 우두머리가 되었다.
그때 세존께서 그 하늘에서 석 달 동안 안거(安居)하시면서 어머니를 위하여 설법하시고 모든 하늘의 무리에게 많은 이익을 주시니, 무량한 하늘들로 하여금 괴로움을 떠나 해탈하게 하고, 모두 법의 이익을 얻고, 큰 복의 결과를 얻게 하셨다.
이때 그 무리 안에서 한 천자가 있었으니, 수명을 마칠 때가 되어 다섯 가지 쇠퇴하는 모양이 나타나더니, 법을 들은 힘으로 목숨을 마친 후에 이 하늘에 다시 태어나서 영원히 악도(惡道)를 여의었다.
그때 염부제(閻浮提)에는 여래가 안 계시니, 마치 어두운 밤 별 가운데 달이 없는 것 같았으며, 나라에는 임금이 없고 집에는 주장이 없는 것 같아서, 일체 즐거움과 웃음과 오락은 하나도 없었다.
이때 중생들은 고독하고 의지할 곳이 없어서 모두 마음으로 여래를 생각하면서 큰 근심을 내니, 부모를 잃은 듯하였으며, 화살이 가슴에 박힌 듯하였다. 그들은 모두 세존께서 계시던 곳에 갔으나, 동산이나 숲이나 뜰이나 집안이 모두 비고, 부처님이 안 계셔서 슬픈 생각이 더욱 그칠 줄을 몰랐다.
그때 우타연왕(優陀延王)이 궁중에 있었으니, 항상 슬픈 생각을 품고 부처님을 목마르듯 우러러 왕후와 채녀 등과 온갖 즐거운 일을 모두 마음에 두지 않고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내가 지금 근심하고 슬퍼하니 머지않아 죽을 것이다.
어찌하여야 내가 목숨을 버리기 전에 부처님을 뵐 수 있을까?’
이어 다시 생각하였다.
‘비유하자면, 어떤 사람이 마음에 사랑하는 이가 있으나 볼 수 없을 때, 그가 머물던 곳이나 비슷한 사람만 보더라도 근심과 걱정이 없어지는 것과 같을 것이다.’
그가 또 생각하였다.
‘나도 이제 만일 부처님께서 먼저 머무시던 곳에 나아갔다가 부처님을 뵙지 못하면 슬피 울고 마음이 애절하여 행여 죽을지도 모를 일이다. 내가 세간을 보건대 한 사람도 능히 여래의 색상과 복덕과 지혜가 같을 이가 없으니, 어찌하여야 내가 이러한 분을 보고 근심과 번뇌를 제거할 것인가?’
그리고 또 생각하였다.
‘내가 지금 부처님의 형상을 조성하여 공양하고 예배하리라.’
그는 다시 생각하였다.
‘만일 내가 부처님의 모습을 조성하여도 부처님과 같지 않으면 반드시 내가 무량한 죄를 얻을까 두렵구나. 가령 세간에 지혜 있는 이들이 모두 함께 여래의 공덕을 칭송하여도 다하지 못할 것이다. 만일 어떤 사람이 분수에 따라 찬미할지라도 얻는 복이 무량하니, 나도 분수에 따라 조성하리라.’
그리고는 즉시 나라 안에 있는 모든 조각하는 사람들을 모이게 한 뒤, 그들에게 말하였다.
“누가 나를 위하여 능히 부처님의 형상을 조성하겠는가? 값진 보배로 보수를 후히 주리라.”
조각가들은 다 같이 왕에게 말하였다.
“왕께서 이제 칙명하신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여래의 상호는 세간에 짝할 이 없으니, 저희들이 어떻게 부처님의 형상을 조성할 수 있겠습니까?
가령 비수갈마천(毘首羯摩天)이 만들지라도 여래와 같게 하지는 못할 것인데, 저희들이 분부를 받고 부처님의 형상을 조성한다면 겨우 나계(螺髻)와 옥호(玉毫)의 일부분 밖에 그 모습을 흉내 낼 수 없을 것이니, 나머지 모든 상호와 광명과 위덕을 어떻게 만들 수 있겠습니까?
세존께서 머지않아 하늘에서 내려오실 터인데, 조성한 형상이 만일 이지러지거나 잘못되었다면 저희들의 명예는
모두 잃게 됩니다. 아무리 헤아려 보아도 감히 지을 능력이 없습니다.”
왕은 다시 말하였다.
“내 뜻은 이미 결정되었으니 사양하지 말라. 어떤 사람이 목이 말라서 강물을 마시려 할 때에 다 마시지 못할까 봐 염려되어 마시지 않는 경우가 있겠는가?”
이때 모인 사람들은 왕의 이러한 말을 듣고 모두 왕의 앞에 나아가 꿇어앉아 말하였다.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그러나 대왕께 청하니 대왕께서는 허락하여 주십시오. 저희들이 오늘 밤에는 잘 생각하고 내일 아침부터 일을 시작하겠습니다. 왕께서 이제 불상을 조성하려면 순수한 자줏빛 전단(栴檀)나무로 결과 바탕이 굳고 조밀한 것을 사용하심이 마땅할 것입니다. 그 형상은 앉은 모습으로 해야 합니까, 서 계시는 모습으로 해야 합니까? 그리고 높고 낮음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왕이 이 의견을 여러 신하들에게 물으니, 한 슬기로운 신하가 왕에게 나와 물었다.
“대왕이시여, 마땅히 여래의 앉으신 형상을 지으십시오. 왜냐하면 모든 부처님들께서 큰 깨달음을 얻으시고는 바른 법바퀴를 굴리시거나, 큰 신통을 나타내시거나, 외도를 항복 받으시거나, 큰 불사를 이룩하실 적에는 모두 앉으셨습니다. 그러므로 반드시 사자좌 위에 가부좌를 하신 형상을 조성하심이 옳을 것입니다.”
그때 비수갈마천(毘首羯摩天)이 멀리서 이러한 일을 보고 왕의 뜻이 불상을 조성하려는 것을 알았다. 그는 그날 밤에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내 솜씨는 가장 공교로워서 세간에 나와 같은 이가 없을 것이니, 만일 내가 만들기만 하면 반드시 조금쯤은 부처님을 닮게 하리라.’
그는 즉시 몸을 변하여 장인(匠人)이 되어서 모든 날카로운 기구들을 가지고 이튿날 이른 아침에 왕궁 앞에 나타나서 문지기에게 말하였다.
“나는 지금 대왕을 위하여 불상을 조성하려 한다. 내 솜씨는 세상에 견줄 이가 없으니, 바라건대 대왕께서 다른 사람에게 시키지 못하게 하라.”
왕은 이 말을 전해 듣고 마음속으로 대단히 기뻐하여 들어오도록 명령했다. 그의 용모를 관찰하니, 틀림없이 공교로운 장인임을 알고 문득 생각하였다.
‘세간의 어디에 이러한 사람이 있었을까? 행여 비수갈마천이나 혹 그의 제자가 온 것은 아닐까?’
왕은 그때 몸에 걸쳤던 영락(瓔珞)을 자기 손으로 받들고 와서 그의 목에다 걸어주고, 이어 다시 무량한 갖가지 보물을 주기로 하였다. 그리고 왕은 곧 창고를 주관하는 대신과 함께 궁내의 창고 안에서 향나무를 선택하여 몸소 어깨에 메어다가 천장(天匠)에게 주면서 말하였다.
“훌륭한 그대여, 이 나무를 사용하여 나에게 불상을 조성하여 주되, 여래의 형상과 똑같게 해주시오.”
그때 천장이 대왕에게 여쭈었다.
“나의 솜씨가 비록 제일이라고는 하나, 부처님의 형상을 조성하기에는 아무래도 능하지 못할 것입니다. 비유하자면, 어떤 사람이 숯검정으로 해를 그려 놓고 비슷하다고 한다면, 이치에 맞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설사 진짜 금으로 불상을 만든다 하여도 또한 그러합니다.
외도들이 말하기를, ‘범왕은 능히 일체 세간을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부처님의 형상을 만들지 못할 것이고, 모든 상호를 다하지도 못할 것입니다. 다만 나의 솜씨가 세상에서 최상이 될 뿐이므로 내가 지금 왕을 위하여 만들 뿐입니다.
오늘 아침은 마침 이 달의 초파일이며, 비바하지(毘婆訶底)가 나타나 불사수(弗沙宿)1)와 겹쳐질 때이니, 부처님께서 처음으로 탄생할 적에도 이러한 상서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날에 상서로운 경사가 마땅히 일어나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말하고 도끼를 들어 나무를 찍으니, 그 소리가 위로 삼십삼천을 뚫고 부처님 계신 곳에 이르렀다. 부처님의 위신력으로 그 소리가 미치는 곳에 있던 중생으로서 이 소리를 들은 이는 죄의 허물과 번뇌가 모두 소멸하여 제거됐다.
그때 여래께서 미소를 지으시며 여러 가지로 그 왕의 공덕을 찬탄하였으며, 내지 멀리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를 주셨다.
그때 삼십삼천의 주인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지금
인간 세상에도 누군가 지난 생(生)에 부처님의 형상을 만들었던 이가 있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천주(天主)여, 일찍이 부처님의 형상을 만든 일이 있는 그들은 모두 과거에 이미 해탈을 얻었다. 하늘 대중 가운데도 오히려 있지 않는데 하물며 다른 곳에 있겠는가?
오직 북방 비사문(毘沙門)의 아들인 나리사파(那履沙婆)가 일찍이 옛날에 보살상을 조성하였는데, 이 복으로 후에 왕이 되어 빈바사라(頻婆沙羅)라 하였고, 다시 나를 본 인연으로 이제 천상에 태어나서 큰 세력이 있고, 영원히 악도를 여의었다.
우루빈라가섭(優樓頻螺迦葉)과 가야가섭(伽耶迦葉)과 나제가섭(那提迦葉)은 모두 지난 세상에 오래된 불당(佛堂)을 수리하고 이 인연으로 해서 영원히 해탈을 얻었으며, 교범바제(憍梵波提)는 옛날에 소의 몸을 받고서 물과 풀을 찾아 정사(精舍)를 오른편으로 돌면서 풀과 댓잎을 먹다가 부처님의 얼굴 모습[尊容]을 보고 환희심(歡喜心)을 내었으니, 이러한 복 때문에 이제 해탈을 얻었다.
시비라(尸毘羅)는 일찍이 보배 일산[寶蓋]을 불상(佛像)에 공양하였으며, 아누루타(阿㝹樓馱)는 등불 하나를 가지고 공양하였으며, 수비나(輸鞞那)는 불당을 쓸었으며, 아바마나(阿婆摩那)는 불상 앞에 등을 켜서 밝음을 보시하였으며, 난타(難陀) 비구는 부처님의 동상에 소중한 생각을 내어 향수로 씻어 목욕시켰다.
이렇듯 무량한 아라한들이 모두 일찍이 불상 앞에서 간략한 공양을 드리고 내지 적어도 나가파라(那伽波羅)2)와 같게 하거나, 불상의 좌대 앞에서 조그마한 황단(黃丹)으로 하나의 동상을 그려 공양하면, 이러한 복을 말미암아 모두 영원히 괴로움을 여의고 해탈을 얻으리라.
천주여, 만일 다시 어떤 사람이 능히 나의 법이 멸해 없어지기 전에 불상을 조성하는 이는 미륵(彌勒)의 첫째 모임에서 모두 해탈을 얻으리라. 만일 어떤 중생이 다만 자기의 출리(出離)만을 위할 뿐 아니라, 위없는 보리를 얻고자 하여
불상을 조성하는 이가 있다면, 마땅히 알라. 이는 32상(相)의 원인이 되어서 능히 그 사람으로 하여금 속히 부처를 이루게 하리라.”
그때 우타연왕(優陀延王)은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어찌하여야 내가 불상 조성을 속히 성취할 수 있을까?’
이렇게 생각한 왕은 장인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부지런한 마음으로 서둘러서 공사를 속히 마치도록 하라. 그리하여 나로 하여금 빨리 뵙고 예경하게 하라.”
이때 천장(天匠)은 그의 솜씨를 다하고 정성을 기울여 게을리 하지 않으니, 날이 저물기 전에 이루어졌다. 그 모양은 가부좌를 하였는데, 높이가 일곱 자[尺]이며, 얼굴과 손발이 모두 붉은 금빛이었다.
그때 우타연왕은 불상이 이루어져 상호(相好)가 원만함을 보고 마음에 청정한 믿음을 내어 유순인(柔順忍)을 얻었다. 이미 유순인을 얻고 더욱 기뻐하며 경사롭게 여기니, 업장(業障)과 모든 번뇌가 소멸되었다.
마치 해가 돋자 안개와 이슬이 스러지는 것 같았으나, 오직 한 가지 현재의 몸으로 받은 것만은 포함되지 않았다. 그 까닭은 일찍이 성인에게 나쁜 말을 한 때문이었다.
그때 왕은 곧 여러 가지 수승하고 진기하고 기이한 물건으로 그 천장에게 상을 주니, 천장은 왕에게 말하였다.
“왕께서는 지금 불상을 만드시고 나는 마음으로 좋아하였소. 원컨대 대왕과 함께 이 복을 닦기를 원합니다. 이제 왕께서 주시는 것은 내가 감히 받을 수 없으니, 만일 주시려면 다른 좋은 날을 기다려주십시오.”
이렇게 말하고 그날 밤에 본래의 하늘로 올라갔다.
그때 여러 큰 나라의 왕인 아사세(阿闍世)가 전부터 부처님을 마음속으로 목마르듯 사모하였는데, 왕이 불상을 조성하여 마쳤음을 듣고 모두 기쁘고 경사스러운 생각을 내어 함께 왕에게 이르러,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꽃과 향과 음악으로 불상에 공양하였다. 또 갖가지 진기한 보물을 왕에게 주면서 말하였다.
“대왕께서 하신 일은 매우 희유하여서
능히 우리들의 근심과 걱정의 독화살을 뽑았습니다.”
그때 여래께서는 저 하늘에 계시면서 어머니를 위하여 설법하시고, 모든 하늘의 무리들이 두루 이익과 기쁨을 얻자, 하실 일을 마치시고는 다시 무리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천자여, 여러 부처님 세존은 상주(常住)하는 참다운 몸이나, 중생 중에 제도할 이가 있으면 곧 출현하여 교화하고 설법하며, 만일 지을 일을 마치고 다시 법의 교화[法化]를 받을 수 있는 이가 없으면 여래는 이에 나타나지 않는다. 지혜가 없는 이는 부처님이 실제로 없어진다 하지만, 여래의 몸이란 법신(法身)이니, 상주하는 몸[常身]이어서 실제로 멸도하지 않는다. 모든 천자여, 모든 부처님의 법은 모두 이러하여서 중생을 교화하기 위하여 나타나거나 나타나지 않거나 한다.”
그때 여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마땅히 알아라. 이 하늘의 모든 무리에서 응당히 제도할 것은 모두 제도하였으니, 나는 이제 곧 염부제로 내려가려 한다. 그대들 모든 하늘이 만일 나를 생각하는 이가 있으면 반드시 부지런히 정진하고 다시 방일(放逸)하지 말아야 한다.
무슨 까닭인가? 방일의 허물 때문이니, 그대들로 하여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耨多羅三藐三菩提)를 얻지 못하게 한다. 그러나 그대들은 이미 지난날에 선근을 심은 까닭에 이제 여기에서 하늘의 쾌락을 받고 있으니, 만일 방일에 집착하여 복되는 행을 닦지 않으면, 이들 쾌락은 무상함이 따르는 것이어서 한번 떨어지면 길이 악도(惡道)에 빠지게 되리라.
또 그대들 모든 하늘은 번뇌가 더욱 무거우니 자기보다 수승한 것을 보면 문득 질투를 내고, 한 번도 그들의 수승한 즐거움이 많은 복업을 말미암아 이루어진 것임을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만일 부지런히 닦으면 반드시 얻을 것이다.
또 이제 그대들의 몸에서 나는 광채는 해가 처음 돋을 때와 같으나, 만일 질투심을 품으면 어둡기가 검은 숯과 같이 될 것이며, 또 대흑암(大黑闇) 속에
떨어져서 자기의 손과 손바닥을 보지 못하게 될 것이며, 뒤에는 다시 먹은 것을 토하는 귀신이 되리라.
또 그대들 모든 하늘 무리는 몸매가 장엄하고 청결하며 위세가 용맹하나, 질투를 하는 까닭에 반드시 여자의 몸을 받고 영원히 장부의 용맹한 힘을 잃으리라.
모든 천자여, 내가 생각하니 옛날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왕들이 있었는데, 모두 그대들의 질투하는 마음에 까닭 없이 해침을 당하였다.
모든 천자여, 옛날에 이름이 오라(鄔羅)인 아수라왕(阿修羅王)이 고행(苦行)을 닦고 계품(戒品)이 청결하였는데, 그대들 모든 하늘이 오바시(鄔婆尸)라는 한 천녀(天女)를 보내, 그 왕의 마음을 홀려 맑은 행을 깨뜨리게 하였다.
그 왕은 물들어 집착하여 위덕을 잃어버리고 나라연천(那羅延天)에게 살해되었으며,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아수라의 무리도 함께 패망하였다. 그 나라연천은 이 아수라왕을 죽이고 또 그 무리를 전멸시켰으며, 마침내는 오바시를 데리고 천궁으로 돌아갔다.
또 한 왕이 있었으니, 이름이 나하수(那訶受)였는데, 그대들 모든 하늘이 거짓말로 모든 하늘 무리를 도와서 아수라를 토벌하게 하고, 아수라가 멸한 뒤에 그대들은 도리어 그에게 해를 입혔다.
또 그대들 모든 하늘의 무리는 사지(舍支) 부인 때문에 마음에 질투를 내어 거짓으로 참소(讒訴)와 훼방(毁謗)을 일으키되, 아가사(阿伽娑) 선인(仙人)으로 하여금 까닭 없이 혐의를 받게 하여 악한 원을 일으키게 하였다.
또 그대들 모든 하늘은 일찍이 거짓말을 하였다. 에다왕(曀多王)에게 말하기를, ‘선인들의 처소에 진금이 많습니다’라고 하니, 왕이 이 말을 믿고 그들을 구박하고 내쫓았다. 선인이 이를 말미암아 마음에 분한 생각을 내니, 즉시에 맹렬한 불길이 일어나 그 왕을 태워 죽였다.
또 옛날에 왕이 있었으니, 이름이 제바(提婆)였다. 일찍이 큰 모임을 베풀어 공양을 한 이러한 복업으로 위력이 자재하여, 이 하늘에 태어나서 하늘의 쾌락을 받았는데, 그대들 모든 하늘이
마음에 질투를 품고 도리천(忉利天)에서 물러나 염부제로 떨어지게 하니, 있던 위세는 모두 없어지고 달의 빛이 없는 것 같으며, 강에 물이 없는 것같이 되었다.
모든 천자여, 세상에 어떤 사람이 위덕이 자재하며, 혹 모든 선정을 얻거나, 혹 신통을 얻거나, 혹 4신족(神足)을 성취하였을지라도, 만일 한 생각이나 질투하는 마음을 일으키면 이러한 공덕은 일시에 없어지니, 마치 제바달다(提婆達多)가 어리석음이 두텁고 무거워서 나에게 질투하는 마음을 내었다가 즉시에 5신통을 잃은 것과 같다.”
그때 천제석(天帝釋)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이제 의심이 있어 묻고자 합니다. 질투란 무엇입니까? 세존이시여, 만일 어떤 중생이 남이 자기보다 수승한 것을 보고 생각하기를, ‘어찌하면 나도 저이가 얻은 것을 얻을 수 있을까?’라고 하면, 이러한 마음도 질투라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니다. 이는 탐내는 마음이며, 질투는 아니다. 천주여, 질투란 자신이 구하는 명리(名利)를 남이 갖는 것을 싫어하며, 이것을 가진 사람에게 미운 생각을 내는 것을 질투라고 한다.”
그때 모든 하늘의 무리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합장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께서 가르쳐 주신 대로 저희들 모든 하늘 무리는 모두 받들어 수행하겠습니다.
여래이신 세존께서는 아버지이시며 임금이시며 높으시며 귀중하시며 가장 수승하셔서 능히 대비심을 내시고, 이곳에 오셔서 모든 하늘 무리로 하여금 모두 이익을 얻게 하셨으나, 저희들의 소원이 아직 원만하지 못하여 거듭 여래께 한 가지 청하고자 합니다.
세존이시여, 세상 사람들은 흔히 저희들에게 업신여기는 마음을 냅니다. 왜냐하면 모든 부처님 여래께서 인간 가운데에 태어나시는 까닭입니다. 다시 인간 가운데서 정각(正覺)을 이루시는 까닭이며, 인간 가운데서 많은 아라한이
도를 얻는 까닭이며, 모든 큰 위덕이 있는 벽지불(辟支佛)들이 인간에서 출현하는 까닭입니다.
여래께서 이제 여기에 머무르시지 않고 염부제에 내려가시면, 세간 사람들은 저희들 모든 하늘 무리를 이르되, ‘여래께서 큰 위덕이 있으셔서 능히 모든 하늘의 법다운 공양을 받으실 수 있음을 모르는구나’라고 할 것입니다.
그리고는 다시 우리들이 모든 부처님 세존께 공양하지 못하리라 할 것이니, 바라건대 여래께서는 조금만이라도 여기에 머물러 저희들의 공양을 받으셔서 저 인간 세상으로 하여금 저희들 모든 하늘들도 부처님께 공양하였음을 알게 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는 묵묵히 허락하셨다.
그때 부처님께서 대목건련(大目揵連)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먼저 염부제에 가서 사부 대중에게 안부하고 다시 말을 전하되, ‘일체 중생이 나를 보고자 하는 이는 모두 승가시국(僧伽尸國)으로 모여라. 7일 이후에 모두 나를 보게 되리라’고 하라.”
그때 대목건련은 부처님의 발에 절하였다. 절을 하고 나서 눈 깜짝할 사이에 염부제에 이르러 부처님의 말씀을 사부 대중에게 전달하였다.
이때 우타연왕 등과 일체 중생이 부처님의 이 말씀을 전해 듣고, 몸과 마음이 즐겁고 들뜨고, 모두 근심 걱정을 제거하였으며 두루 청량함을 얻었다.
그때 사부 대중인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가 함께 승가시국에 나아가고자 모두 왕사성에 먼저 모여서 서로서로 의논하였다.
“여래 세존께서 염부제에 내려오시면 누가 먼저 공경 예배하여 법이 다할 때까지 항상 우두머리가 될 것인가?”
그때 마하가전연(摩訶迦旃延)이 이 말을 듣고 비구니가 상수가 되지나 않을까 하여 마음속으로 좋아하지 않고 걱정하였다. 왜냐하면
그들의 무리에는 우바난타(優婆難陀)와 연화색(蓮花色) 두 비구니가 있어 모든 부처님의 법장(法藏)을 잘 통달하였으며, 얻은 신통도 목건련을 제외하고는 같은 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생각하고는 갖가지로 비구니의 무리를 꾸짖었다.
이때 연화색 비구니가 모든 비구니에게 말하였다.
“우리들 여인네는 속가(俗家)에서 존귀하더라도, 종족이 낮고 천한 장부에게조차도 공경하고 예배하며 존중하고 공양하여야 했으며, 불법 안에서도 비구니들은 부모와 권속이 많은 왕종(王種)이거나, 정진하고 계를 지녀 위의를 범하지 않고 모든 덕업(德業)을 갖추었을지라도 처음 계를 받은 비구에게 예경해야 했다.
또 존자 가전연께서는 지금 이렇듯 갖가지로 꾸짖으니, 내가 그대들을 위하여 모든 방편을 베풀어서 비구니로 하여금 그들보다 뛰어나게 하리라.”
그는 모든 사부 대중을 거느리고 곧장 승가시성으로 향하였다.
그때 바사닉왕(波斯匿王)과 아세세왕(阿闍世王)과 비사리국(毘舍離國)의 엄치왕(嚴熾王)들이 각각 4병(兵)을 앞뒤로 거느리고 큰 세력을 떨쳤는데, 타고 있는 코끼리와 말들은 모두 갖가지 보물로 장엄하였고, 번ㆍ일산ㆍ향ㆍ꽃과 여러 가지 기악(伎樂)은 위의와 용모가 엄숙하고 정연하며, 형상은 모든 하늘과 같이하여 모두 승가시성으로 가는 길이었다.
그때 우타연왕은 엄숙하게 4병을 정돈하여 시종으로 삼아 진기한 보배로 찬란하게 꾸민 크고 흰 코끼리를 타고는 자기가 조성한 불상을 몸소 어깨에 메었으니, 꽃과 번과 음악이 뒤를 따라 공양하면서 본국에서 승가시성으로 향하였다.
그때 비수갈마천과 모든 하늘 무리가 부처님께서
장차 염부제에 내려가고자 하심을 알고, 승가시성에서 도리천까지 세 갈래의 보배로 된 층계의 길을 만드니, 그 층계의 가운데 길은 유리로 이루어졌고, 양쪽 가의 층계는 모두 황금으로 되었으며, 발이 닿을 곳에는 백은(白銀)을 깔고, 모든 하늘의 7보로 사이사이 꾸몄다.
그때 제석이 야마천(夜摩天)ㆍ도솔천(兜率天)ㆍ화락천(化樂天)ㆍ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과 내지 범세(梵世)에 사자를 보내 말하였다.
“여래께서 오래지 않아 염부제로 내려가실 것이니, 공양하고자 하는 이가 있으면 이곳으로 오기 바랍니다.”
다시 사천왕천(四天王天)ㆍ대해용왕(大海龍王)ㆍ건달바(揵闥婆)ㆍ긴나라(緊那羅)ㆍ야차(夜叉) 들에게 사자를 보내어 말하였다.
“세존께서 이제 염부제로 내려가고자 하시니, 있는 것을 가지고 와서 공양함이 좋겠다.”
이때 모든 하늘들과 용신(龍神)들이 이 말을 듣고 모두 도리천으로 모이지 않는 이가 없었다.
그때 세존께서 수미산 꼭대기에서 장차 내려오시려 할 적에 모든 하늘들이 앞뒤에서 따라 모시니, 위덕이 치성하고 광명이 혁혁하여 마치 둥근 달이 허공에 있으면 별이 둘러싼 것 같았으며, 해가 처음 돋을 적에 채색 노을이 아름다운 것처럼 그때 부처님과 무리의 모임이 이와 같았다.
그때 염부제 안에는 부처님의 위력으로 다섯 가지 희유한 일이 생겼으니, 첫째는 저들 하늘 사람으로 하여금 인간의 부정한 물건을 보지 못하게 함이요, 둘째는 모든 여인으로 하여금 하늘의 남자들을 보아도 욕정이 나지 않게 함이요,
셋째는 장부들로 하여금 천녀들을 보아도 딴 생각이 나지 않게 함이요, 넷째는 인간들로 하여금 모든 하늘이 갖가지로 공양하는 것을 멀리서 보게 함이요, 다섯째는 모든 하늘의 몸이 빛나고 맑고 미세하여
사람은 볼 수 없는 것이 부처님의 신력으로 버젓이 밝게 드러나서 모두 보게 함이었다.
그때 세존이 하늘에서 처음으로 발을 내리시고 보배의 층계를 밟으시니, 범왕은 오른편에서 흰 일산을 잡고, 제석은 왼편에서 흰 불자(拂子)를 잡았다.
그 밖의 모든 하늘은 모두 허공을 타고 부처님을 따라 내려오되 일시에 갖가지 음악을 연주하고, 제각기 당(幢)과 번(幡)과 보배 일산을 갖거나 꽃을 흩으면서 공양하였고, 정거천(淨居天)의 무리는 허공에 가득하였으며, 무량한 모든 하늘의 채녀들은 보배 구슬과 영락을 가지고 부처님의 공덕을 노래로 찬탄하였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하늘이 허공에서 갖가지의 향과 갖가지 꽃을 뿌리고 모든 용은 미세한 향의 비를 뿌렸다. 그때 하늘에는 맑아서 구름이 없었는데, 우렛소리가 미묘하여 듣는 이는 모두 기뻐하였으며, 건달바신과 긴나라신들은 제바나가(提婆那伽)의 미묘한 곡을 연주하여 여래의 본생(本生)의 일을 노래하고 찬송하였다.
그때 염부제에서는 왕들과 백성들과 사부 대중이 승가시성을 겹겹으로 두루 둘러싸고 가득하여 혹은 향기로운 꽃을 흩으며, 혹은 깃발과 일산을 받들어, 소라를 불고 북을 쳐서 갖가지 음악으로 허공을 향하여 공양하며, 손을 들어 합장하여 부처님을 우러러보았다.
인간과 하늘의 이름난 꽃이 아래위로 엇갈리며 어지러이 쏟아져서 무릎까지 쌓이니, 모든 외도들도 이 일을 보는 이는 모두 발심하여 귀의하고 예경하였다.
그때 세존께서 보배 층계를 밟으시고 차츰차츰 내려오셔서 반쯤에 이르시자, 사천왕천이 그곳에다 크게 공양을 베푸니, 이 공양은 수승하고 미묘하여 겁초(劫初)로부터 일찍이 없던 것이었다.
그때 세존께서 하늘의 공양을 다 받으시고 다시 대중과 함께 층계를 따라 내려와서, 가장 밑의 층계에 이르셔서 땅을 밟으시려 할 때 연화색
비구니가 그 몸을 변화하여 전륜왕(轉輪王)이 되어 4병(兵)을 거느리고, 7보를 앞세우고, 하늘에서 내려와 재빨리 부처님 앞에 이르렀다.
모든 국왕들은 제각기 생각하였다.
‘이 전륜왕은 어디서 왔을까?’
그때 존자 수보리(須菩提)가 자기 방안에 있으면서 부처님께서 내려오시는 것을 보고 옷깃을 바로 하고 멀리 예경을 드렸다. 그때 연화색 비구니는 전륜왕의 몸을 버리고 본래 형상으로 돌아가서 황급히 부처님 발에 정례하였다.
그때 세존께서는 갖가지로 그 비구니를 나무라셨다.
“너는 알겠느냐? 수보리가 이미 먼저 나에게 예경하였다. 그대는 누구의 가르침을 받고 전륜왕으로 변화하였는가? 그대들은 출가하는 것이 허락되고, 구족계(具足戒)를 받은 것이 이미 분수에 지났는데, 지혜가 적은 탓으로 외람되고 거짓됨이 끝이 없구나. 자비와 은혜를 갚으려는 생각이 이슬 한 방울과 같은데, 어찌 나의 법에서 상수가 되겠는가?”
이때 연화색 비구니는 부처님의 타이르심을 듣고 깊이 뉘우치고 부끄러운 생각을 내어 곧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지금 허물됨이 적지 않음을 알았습니다. 이로부터는 감히 다시 신통을 나타내지 않겠습니다.”
그때 염부제의 모든 국왕들과 대신들과 사부 대중들은 가지고 온 갖가지 공양거리로 부처님께 공양하였고, 우타연왕은 불상과 여러 가지 최상의 공양거리와 진기하고 기이한 물건을 머리에 이고 부처님의 앞에 이르러 받들어 올렸다.
부처님의 몸매와 상호는 단정하고 장엄함이 구족하여 모든 하늘 가운데서 뚜렷하고 밝게 드러나서, 마치 만월이 구름과 안개를 벗어난 듯하였고, 조성한 불상은 마치 작은 언덕을 수미산(須彌山)에 견주는 것 같아서 비유할 수도 없었다. 다만 나계(螺髻)와 옥호(玉毫)만이 조금 부처님을 닮아서 사부 대중이 모두 그것이
불상임을 알 수 있었다.
그때 우타연왕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과거에 나고 죽는 가운데서 보리를 구하시기 위하여 한량없고 끝없는 난행(難行)과 고행(苦行)을 하시고, 이러한 최상의 미묘한 몸매를 얻으시니, 아무도 같을 이가 없을 것입니다. 제가 조성한 동상이 부처님 같을 수 없으니, 깊이 사유하건대 허물이 될 것 같습니다.”
그때 세존께서 그 왕에게 말씀하셨다.
“허물될 것이 없다. 그대는 이미 무량한 이익을 지었으니, 다시 어떤 사람도 그대와 같을 수 없을 것이다. 그대는 지금 나의 불법 안에 처음으로 본보기[軌則]가 되었으니, 이 인연으로써 무량한 중생들이 큰 믿음과 이익을 얻을 것이며, 그대도 지금 이미 한량없는 복덕과 광대한 선근(善根)을 얻었다.”
그때 천제석이 다시 왕에게 말하였다.
“대왕께서는 이에 대하여 근심과 걱정을 마시오. 여래께서는 먼저 하늘에 계실 때나 지금 인간에 계시면서도 모두 그대가 조성하는 불상의 공덕을 칭찬하셨으며, 무릇 모든 하늘들도 모두 좋아하였소. 미래 세상에 신심이 있는 이는 모두 왕으로 인하여 불상을 조성하고 수승한 복을 받을 것이니, 왕께서는 지금 마땅히 기뻐하며 스스로 경사롭게 생각하셔야 합니다.”
대당(大唐) 제운반야(提雲般若) 한역
김성구 번역
이와 같이 나는 들었다.
어느 때 부처님께서 삼십삼천(三十三天)의 파리질다라(波利質多羅)나무 밑에 계실 적에 한량없이 많은 큰 비구들과 큰 보살들과 함께 하셨으니, 미륵보살마하살이 우두머리가 되었다.
그때 세존께서 그 하늘에서 석 달 동안 안거(安居)하시면서 어머니를 위하여 설법하시고 모든 하늘의 무리에게 많은 이익을 주시니, 무량한 하늘들로 하여금 괴로움을 떠나 해탈하게 하고, 모두 법의 이익을 얻고, 큰 복의 결과를 얻게 하셨다.
이때 그 무리 안에서 한 천자가 있었으니, 수명을 마칠 때가 되어 다섯 가지 쇠퇴하는 모양이 나타나더니, 법을 들은 힘으로 목숨을 마친 후에 이 하늘에 다시 태어나서 영원히 악도(惡道)를 여의었다.
그때 염부제(閻浮提)에는 여래가 안 계시니, 마치 어두운 밤 별 가운데 달이 없는 것 같았으며, 나라에는 임금이 없고 집에는 주장이 없는 것 같아서, 일체 즐거움과 웃음과 오락은 하나도 없었다.
이때 중생들은 고독하고 의지할 곳이 없어서 모두 마음으로 여래를 생각하면서 큰 근심을 내니, 부모를 잃은 듯하였으며, 화살이 가슴에 박힌 듯하였다. 그들은 모두 세존께서 계시던 곳에 갔으나, 동산이나 숲이나 뜰이나 집안이 모두 비고, 부처님이 안 계셔서 슬픈 생각이 더욱 그칠 줄을 몰랐다.
그때 우타연왕(優陀延王)이 궁중에 있었으니, 항상 슬픈 생각을 품고 부처님을 목마르듯 우러러 왕후와 채녀 등과 온갖 즐거운 일을 모두 마음에 두지 않고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내가 지금 근심하고 슬퍼하니 머지않아 죽을 것이다.
어찌하여야 내가 목숨을 버리기 전에 부처님을 뵐 수 있을까?’
이어 다시 생각하였다.
‘비유하자면, 어떤 사람이 마음에 사랑하는 이가 있으나 볼 수 없을 때, 그가 머물던 곳이나 비슷한 사람만 보더라도 근심과 걱정이 없어지는 것과 같을 것이다.’
그가 또 생각하였다.
‘나도 이제 만일 부처님께서 먼저 머무시던 곳에 나아갔다가 부처님을 뵙지 못하면 슬피 울고 마음이 애절하여 행여 죽을지도 모를 일이다. 내가 세간을 보건대 한 사람도 능히 여래의 색상과 복덕과 지혜가 같을 이가 없으니, 어찌하여야 내가 이러한 분을 보고 근심과 번뇌를 제거할 것인가?’
그리고 또 생각하였다.
‘내가 지금 부처님의 형상을 조성하여 공양하고 예배하리라.’
그는 다시 생각하였다.
‘만일 내가 부처님의 모습을 조성하여도 부처님과 같지 않으면 반드시 내가 무량한 죄를 얻을까 두렵구나. 가령 세간에 지혜 있는 이들이 모두 함께 여래의 공덕을 칭송하여도 다하지 못할 것이다. 만일 어떤 사람이 분수에 따라 찬미할지라도 얻는 복이 무량하니, 나도 분수에 따라 조성하리라.’
그리고는 즉시 나라 안에 있는 모든 조각하는 사람들을 모이게 한 뒤, 그들에게 말하였다.
“누가 나를 위하여 능히 부처님의 형상을 조성하겠는가? 값진 보배로 보수를 후히 주리라.”
조각가들은 다 같이 왕에게 말하였다.
“왕께서 이제 칙명하신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여래의 상호는 세간에 짝할 이 없으니, 저희들이 어떻게 부처님의 형상을 조성할 수 있겠습니까?
가령 비수갈마천(毘首羯摩天)이 만들지라도 여래와 같게 하지는 못할 것인데, 저희들이 분부를 받고 부처님의 형상을 조성한다면 겨우 나계(螺髻)와 옥호(玉毫)의 일부분 밖에 그 모습을 흉내 낼 수 없을 것이니, 나머지 모든 상호와 광명과 위덕을 어떻게 만들 수 있겠습니까?
세존께서 머지않아 하늘에서 내려오실 터인데, 조성한 형상이 만일 이지러지거나 잘못되었다면 저희들의 명예는
모두 잃게 됩니다. 아무리 헤아려 보아도 감히 지을 능력이 없습니다.”
왕은 다시 말하였다.
“내 뜻은 이미 결정되었으니 사양하지 말라. 어떤 사람이 목이 말라서 강물을 마시려 할 때에 다 마시지 못할까 봐 염려되어 마시지 않는 경우가 있겠는가?”
이때 모인 사람들은 왕의 이러한 말을 듣고 모두 왕의 앞에 나아가 꿇어앉아 말하였다.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그러나 대왕께 청하니 대왕께서는 허락하여 주십시오. 저희들이 오늘 밤에는 잘 생각하고 내일 아침부터 일을 시작하겠습니다. 왕께서 이제 불상을 조성하려면 순수한 자줏빛 전단(栴檀)나무로 결과 바탕이 굳고 조밀한 것을 사용하심이 마땅할 것입니다. 그 형상은 앉은 모습으로 해야 합니까, 서 계시는 모습으로 해야 합니까? 그리고 높고 낮음은 어떻게 해야 합니까?”
왕이 이 의견을 여러 신하들에게 물으니, 한 슬기로운 신하가 왕에게 나와 물었다.
“대왕이시여, 마땅히 여래의 앉으신 형상을 지으십시오. 왜냐하면 모든 부처님들께서 큰 깨달음을 얻으시고는 바른 법바퀴를 굴리시거나, 큰 신통을 나타내시거나, 외도를 항복 받으시거나, 큰 불사를 이룩하실 적에는 모두 앉으셨습니다. 그러므로 반드시 사자좌 위에 가부좌를 하신 형상을 조성하심이 옳을 것입니다.”
그때 비수갈마천(毘首羯摩天)이 멀리서 이러한 일을 보고 왕의 뜻이 불상을 조성하려는 것을 알았다. 그는 그날 밤에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내 솜씨는 가장 공교로워서 세간에 나와 같은 이가 없을 것이니, 만일 내가 만들기만 하면 반드시 조금쯤은 부처님을 닮게 하리라.’
그는 즉시 몸을 변하여 장인(匠人)이 되어서 모든 날카로운 기구들을 가지고 이튿날 이른 아침에 왕궁 앞에 나타나서 문지기에게 말하였다.
“나는 지금 대왕을 위하여 불상을 조성하려 한다. 내 솜씨는 세상에 견줄 이가 없으니, 바라건대 대왕께서 다른 사람에게 시키지 못하게 하라.”
왕은 이 말을 전해 듣고 마음속으로 대단히 기뻐하여 들어오도록 명령했다. 그의 용모를 관찰하니, 틀림없이 공교로운 장인임을 알고 문득 생각하였다.
‘세간의 어디에 이러한 사람이 있었을까? 행여 비수갈마천이나 혹 그의 제자가 온 것은 아닐까?’
왕은 그때 몸에 걸쳤던 영락(瓔珞)을 자기 손으로 받들고 와서 그의 목에다 걸어주고, 이어 다시 무량한 갖가지 보물을 주기로 하였다. 그리고 왕은 곧 창고를 주관하는 대신과 함께 궁내의 창고 안에서 향나무를 선택하여 몸소 어깨에 메어다가 천장(天匠)에게 주면서 말하였다.
“훌륭한 그대여, 이 나무를 사용하여 나에게 불상을 조성하여 주되, 여래의 형상과 똑같게 해주시오.”
그때 천장이 대왕에게 여쭈었다.
“나의 솜씨가 비록 제일이라고는 하나, 부처님의 형상을 조성하기에는 아무래도 능하지 못할 것입니다. 비유하자면, 어떤 사람이 숯검정으로 해를 그려 놓고 비슷하다고 한다면, 이치에 맞지 않는 것과 같습니다. 설사 진짜 금으로 불상을 만든다 하여도 또한 그러합니다.
외도들이 말하기를, ‘범왕은 능히 일체 세간을 만들었다’고는 하지만, 부처님의 형상을 만들지 못할 것이고, 모든 상호를 다하지도 못할 것입니다. 다만 나의 솜씨가 세상에서 최상이 될 뿐이므로 내가 지금 왕을 위하여 만들 뿐입니다.
오늘 아침은 마침 이 달의 초파일이며, 비바하지(毘婆訶底)가 나타나 불사수(弗沙宿)1)와 겹쳐질 때이니, 부처님께서 처음으로 탄생할 적에도 이러한 상서가 있었습니다. 이러한 날에 상서로운 경사가 마땅히 일어나야 할 것입니다.”
이렇게 말하고 도끼를 들어 나무를 찍으니, 그 소리가 위로 삼십삼천을 뚫고 부처님 계신 곳에 이르렀다. 부처님의 위신력으로 그 소리가 미치는 곳에 있던 중생으로서 이 소리를 들은 이는 죄의 허물과 번뇌가 모두 소멸하여 제거됐다.
그때 여래께서 미소를 지으시며 여러 가지로 그 왕의 공덕을 찬탄하였으며, 내지 멀리서 아뇩다라삼먁삼보리의 수기를 주셨다.
그때 삼십삼천의 주인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지금
인간 세상에도 누군가 지난 생(生)에 부처님의 형상을 만들었던 이가 있었습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천주(天主)여, 일찍이 부처님의 형상을 만든 일이 있는 그들은 모두 과거에 이미 해탈을 얻었다. 하늘 대중 가운데도 오히려 있지 않는데 하물며 다른 곳에 있겠는가?
오직 북방 비사문(毘沙門)의 아들인 나리사파(那履沙婆)가 일찍이 옛날에 보살상을 조성하였는데, 이 복으로 후에 왕이 되어 빈바사라(頻婆沙羅)라 하였고, 다시 나를 본 인연으로 이제 천상에 태어나서 큰 세력이 있고, 영원히 악도를 여의었다.
우루빈라가섭(優樓頻螺迦葉)과 가야가섭(伽耶迦葉)과 나제가섭(那提迦葉)은 모두 지난 세상에 오래된 불당(佛堂)을 수리하고 이 인연으로 해서 영원히 해탈을 얻었으며, 교범바제(憍梵波提)는 옛날에 소의 몸을 받고서 물과 풀을 찾아 정사(精舍)를 오른편으로 돌면서 풀과 댓잎을 먹다가 부처님의 얼굴 모습[尊容]을 보고 환희심(歡喜心)을 내었으니, 이러한 복 때문에 이제 해탈을 얻었다.
시비라(尸毘羅)는 일찍이 보배 일산[寶蓋]을 불상(佛像)에 공양하였으며, 아누루타(阿㝹樓馱)는 등불 하나를 가지고 공양하였으며, 수비나(輸鞞那)는 불당을 쓸었으며, 아바마나(阿婆摩那)는 불상 앞에 등을 켜서 밝음을 보시하였으며, 난타(難陀) 비구는 부처님의 동상에 소중한 생각을 내어 향수로 씻어 목욕시켰다.
이렇듯 무량한 아라한들이 모두 일찍이 불상 앞에서 간략한 공양을 드리고 내지 적어도 나가파라(那伽波羅)2)와 같게 하거나, 불상의 좌대 앞에서 조그마한 황단(黃丹)으로 하나의 동상을 그려 공양하면, 이러한 복을 말미암아 모두 영원히 괴로움을 여의고 해탈을 얻으리라.
천주여, 만일 다시 어떤 사람이 능히 나의 법이 멸해 없어지기 전에 불상을 조성하는 이는 미륵(彌勒)의 첫째 모임에서 모두 해탈을 얻으리라. 만일 어떤 중생이 다만 자기의 출리(出離)만을 위할 뿐 아니라, 위없는 보리를 얻고자 하여
불상을 조성하는 이가 있다면, 마땅히 알라. 이는 32상(相)의 원인이 되어서 능히 그 사람으로 하여금 속히 부처를 이루게 하리라.”
그때 우타연왕(優陀延王)은 마음속으로 생각하였다.
‘어찌하여야 내가 불상 조성을 속히 성취할 수 있을까?’
이렇게 생각한 왕은 장인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부지런한 마음으로 서둘러서 공사를 속히 마치도록 하라. 그리하여 나로 하여금 빨리 뵙고 예경하게 하라.”
이때 천장(天匠)은 그의 솜씨를 다하고 정성을 기울여 게을리 하지 않으니, 날이 저물기 전에 이루어졌다. 그 모양은 가부좌를 하였는데, 높이가 일곱 자[尺]이며, 얼굴과 손발이 모두 붉은 금빛이었다.
그때 우타연왕은 불상이 이루어져 상호(相好)가 원만함을 보고 마음에 청정한 믿음을 내어 유순인(柔順忍)을 얻었다. 이미 유순인을 얻고 더욱 기뻐하며 경사롭게 여기니, 업장(業障)과 모든 번뇌가 소멸되었다.
마치 해가 돋자 안개와 이슬이 스러지는 것 같았으나, 오직 한 가지 현재의 몸으로 받은 것만은 포함되지 않았다. 그 까닭은 일찍이 성인에게 나쁜 말을 한 때문이었다.
그때 왕은 곧 여러 가지 수승하고 진기하고 기이한 물건으로 그 천장에게 상을 주니, 천장은 왕에게 말하였다.
“왕께서는 지금 불상을 만드시고 나는 마음으로 좋아하였소. 원컨대 대왕과 함께 이 복을 닦기를 원합니다. 이제 왕께서 주시는 것은 내가 감히 받을 수 없으니, 만일 주시려면 다른 좋은 날을 기다려주십시오.”
이렇게 말하고 그날 밤에 본래의 하늘로 올라갔다.
그때 여러 큰 나라의 왕인 아사세(阿闍世)가 전부터 부처님을 마음속으로 목마르듯 사모하였는데, 왕이 불상을 조성하여 마쳤음을 듣고 모두 기쁘고 경사스러운 생각을 내어 함께 왕에게 이르러, 헤아릴 수 없이 많은 꽃과 향과 음악으로 불상에 공양하였다. 또 갖가지 진기한 보물을 왕에게 주면서 말하였다.
“대왕께서 하신 일은 매우 희유하여서
능히 우리들의 근심과 걱정의 독화살을 뽑았습니다.”
그때 여래께서는 저 하늘에 계시면서 어머니를 위하여 설법하시고, 모든 하늘의 무리들이 두루 이익과 기쁨을 얻자, 하실 일을 마치시고는 다시 무리에게 말씀하셨다.
“모든 천자여, 여러 부처님 세존은 상주(常住)하는 참다운 몸이나, 중생 중에 제도할 이가 있으면 곧 출현하여 교화하고 설법하며, 만일 지을 일을 마치고 다시 법의 교화[法化]를 받을 수 있는 이가 없으면 여래는 이에 나타나지 않는다. 지혜가 없는 이는 부처님이 실제로 없어진다 하지만, 여래의 몸이란 법신(法身)이니, 상주하는 몸[常身]이어서 실제로 멸도하지 않는다. 모든 천자여, 모든 부처님의 법은 모두 이러하여서 중생을 교화하기 위하여 나타나거나 나타나지 않거나 한다.”
그때 여래께서 다시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마땅히 알아라. 이 하늘의 모든 무리에서 응당히 제도할 것은 모두 제도하였으니, 나는 이제 곧 염부제로 내려가려 한다. 그대들 모든 하늘이 만일 나를 생각하는 이가 있으면 반드시 부지런히 정진하고 다시 방일(放逸)하지 말아야 한다.
무슨 까닭인가? 방일의 허물 때문이니, 그대들로 하여금 아뇩다라삼먁삼보리(阿耨多羅三藐三菩提)를 얻지 못하게 한다. 그러나 그대들은 이미 지난날에 선근을 심은 까닭에 이제 여기에서 하늘의 쾌락을 받고 있으니, 만일 방일에 집착하여 복되는 행을 닦지 않으면, 이들 쾌락은 무상함이 따르는 것이어서 한번 떨어지면 길이 악도(惡道)에 빠지게 되리라.
또 그대들 모든 하늘은 번뇌가 더욱 무거우니 자기보다 수승한 것을 보면 문득 질투를 내고, 한 번도 그들의 수승한 즐거움이 많은 복업을 말미암아 이루어진 것임을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가 만일 부지런히 닦으면 반드시 얻을 것이다.
또 이제 그대들의 몸에서 나는 광채는 해가 처음 돋을 때와 같으나, 만일 질투심을 품으면 어둡기가 검은 숯과 같이 될 것이며, 또 대흑암(大黑闇) 속에
떨어져서 자기의 손과 손바닥을 보지 못하게 될 것이며, 뒤에는 다시 먹은 것을 토하는 귀신이 되리라.
또 그대들 모든 하늘 무리는 몸매가 장엄하고 청결하며 위세가 용맹하나, 질투를 하는 까닭에 반드시 여자의 몸을 받고 영원히 장부의 용맹한 힘을 잃으리라.
모든 천자여, 내가 생각하니 옛날에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왕들이 있었는데, 모두 그대들의 질투하는 마음에 까닭 없이 해침을 당하였다.
모든 천자여, 옛날에 이름이 오라(鄔羅)인 아수라왕(阿修羅王)이 고행(苦行)을 닦고 계품(戒品)이 청결하였는데, 그대들 모든 하늘이 오바시(鄔婆尸)라는 한 천녀(天女)를 보내, 그 왕의 마음을 홀려 맑은 행을 깨뜨리게 하였다.
그 왕은 물들어 집착하여 위덕을 잃어버리고 나라연천(那羅延天)에게 살해되었으며,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아수라의 무리도 함께 패망하였다. 그 나라연천은 이 아수라왕을 죽이고 또 그 무리를 전멸시켰으며, 마침내는 오바시를 데리고 천궁으로 돌아갔다.
또 한 왕이 있었으니, 이름이 나하수(那訶受)였는데, 그대들 모든 하늘이 거짓말로 모든 하늘 무리를 도와서 아수라를 토벌하게 하고, 아수라가 멸한 뒤에 그대들은 도리어 그에게 해를 입혔다.
또 그대들 모든 하늘의 무리는 사지(舍支) 부인 때문에 마음에 질투를 내어 거짓으로 참소(讒訴)와 훼방(毁謗)을 일으키되, 아가사(阿伽娑) 선인(仙人)으로 하여금 까닭 없이 혐의를 받게 하여 악한 원을 일으키게 하였다.
또 그대들 모든 하늘은 일찍이 거짓말을 하였다. 에다왕(曀多王)에게 말하기를, ‘선인들의 처소에 진금이 많습니다’라고 하니, 왕이 이 말을 믿고 그들을 구박하고 내쫓았다. 선인이 이를 말미암아 마음에 분한 생각을 내니, 즉시에 맹렬한 불길이 일어나 그 왕을 태워 죽였다.
또 옛날에 왕이 있었으니, 이름이 제바(提婆)였다. 일찍이 큰 모임을 베풀어 공양을 한 이러한 복업으로 위력이 자재하여, 이 하늘에 태어나서 하늘의 쾌락을 받았는데, 그대들 모든 하늘이
마음에 질투를 품고 도리천(忉利天)에서 물러나 염부제로 떨어지게 하니, 있던 위세는 모두 없어지고 달의 빛이 없는 것 같으며, 강에 물이 없는 것같이 되었다.
모든 천자여, 세상에 어떤 사람이 위덕이 자재하며, 혹 모든 선정을 얻거나, 혹 신통을 얻거나, 혹 4신족(神足)을 성취하였을지라도, 만일 한 생각이나 질투하는 마음을 일으키면 이러한 공덕은 일시에 없어지니, 마치 제바달다(提婆達多)가 어리석음이 두텁고 무거워서 나에게 질투하는 마음을 내었다가 즉시에 5신통을 잃은 것과 같다.”
그때 천제석(天帝釋)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이제 의심이 있어 묻고자 합니다. 질투란 무엇입니까? 세존이시여, 만일 어떤 중생이 남이 자기보다 수승한 것을 보고 생각하기를, ‘어찌하면 나도 저이가 얻은 것을 얻을 수 있을까?’라고 하면, 이러한 마음도 질투라 합니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아니다. 이는 탐내는 마음이며, 질투는 아니다. 천주여, 질투란 자신이 구하는 명리(名利)를 남이 갖는 것을 싫어하며, 이것을 가진 사람에게 미운 생각을 내는 것을 질투라고 한다.”
그때 모든 하늘의 무리가 모두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합장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부처님께서 가르쳐 주신 대로 저희들 모든 하늘 무리는 모두 받들어 수행하겠습니다.
여래이신 세존께서는 아버지이시며 임금이시며 높으시며 귀중하시며 가장 수승하셔서 능히 대비심을 내시고, 이곳에 오셔서 모든 하늘 무리로 하여금 모두 이익을 얻게 하셨으나, 저희들의 소원이 아직 원만하지 못하여 거듭 여래께 한 가지 청하고자 합니다.
세존이시여, 세상 사람들은 흔히 저희들에게 업신여기는 마음을 냅니다. 왜냐하면 모든 부처님 여래께서 인간 가운데에 태어나시는 까닭입니다. 다시 인간 가운데서 정각(正覺)을 이루시는 까닭이며, 인간 가운데서 많은 아라한이
도를 얻는 까닭이며, 모든 큰 위덕이 있는 벽지불(辟支佛)들이 인간에서 출현하는 까닭입니다.
여래께서 이제 여기에 머무르시지 않고 염부제에 내려가시면, 세간 사람들은 저희들 모든 하늘 무리를 이르되, ‘여래께서 큰 위덕이 있으셔서 능히 모든 하늘의 법다운 공양을 받으실 수 있음을 모르는구나’라고 할 것입니다.
그리고는 다시 우리들이 모든 부처님 세존께 공양하지 못하리라 할 것이니, 바라건대 여래께서는 조금만이라도 여기에 머물러 저희들의 공양을 받으셔서 저 인간 세상으로 하여금 저희들 모든 하늘들도 부처님께 공양하였음을 알게 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는 묵묵히 허락하셨다.
그때 부처님께서 대목건련(大目揵連)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먼저 염부제에 가서 사부 대중에게 안부하고 다시 말을 전하되, ‘일체 중생이 나를 보고자 하는 이는 모두 승가시국(僧伽尸國)으로 모여라. 7일 이후에 모두 나를 보게 되리라’고 하라.”
그때 대목건련은 부처님의 발에 절하였다. 절을 하고 나서 눈 깜짝할 사이에 염부제에 이르러 부처님의 말씀을 사부 대중에게 전달하였다.
이때 우타연왕 등과 일체 중생이 부처님의 이 말씀을 전해 듣고, 몸과 마음이 즐겁고 들뜨고, 모두 근심 걱정을 제거하였으며 두루 청량함을 얻었다.
그때 사부 대중인 비구ㆍ비구니ㆍ우바새ㆍ우바이가 함께 승가시국에 나아가고자 모두 왕사성에 먼저 모여서 서로서로 의논하였다.
“여래 세존께서 염부제에 내려오시면 누가 먼저 공경 예배하여 법이 다할 때까지 항상 우두머리가 될 것인가?”
그때 마하가전연(摩訶迦旃延)이 이 말을 듣고 비구니가 상수가 되지나 않을까 하여 마음속으로 좋아하지 않고 걱정하였다. 왜냐하면
그들의 무리에는 우바난타(優婆難陀)와 연화색(蓮花色) 두 비구니가 있어 모든 부처님의 법장(法藏)을 잘 통달하였으며, 얻은 신통도 목건련을 제외하고는 같은 이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이렇게 생각하고는 갖가지로 비구니의 무리를 꾸짖었다.
이때 연화색 비구니가 모든 비구니에게 말하였다.
“우리들 여인네는 속가(俗家)에서 존귀하더라도, 종족이 낮고 천한 장부에게조차도 공경하고 예배하며 존중하고 공양하여야 했으며, 불법 안에서도 비구니들은 부모와 권속이 많은 왕종(王種)이거나, 정진하고 계를 지녀 위의를 범하지 않고 모든 덕업(德業)을 갖추었을지라도 처음 계를 받은 비구에게 예경해야 했다.
또 존자 가전연께서는 지금 이렇듯 갖가지로 꾸짖으니, 내가 그대들을 위하여 모든 방편을 베풀어서 비구니로 하여금 그들보다 뛰어나게 하리라.”
그는 모든 사부 대중을 거느리고 곧장 승가시성으로 향하였다.
그때 바사닉왕(波斯匿王)과 아세세왕(阿闍世王)과 비사리국(毘舍離國)의 엄치왕(嚴熾王)들이 각각 4병(兵)을 앞뒤로 거느리고 큰 세력을 떨쳤는데, 타고 있는 코끼리와 말들은 모두 갖가지 보물로 장엄하였고, 번ㆍ일산ㆍ향ㆍ꽃과 여러 가지 기악(伎樂)은 위의와 용모가 엄숙하고 정연하며, 형상은 모든 하늘과 같이하여 모두 승가시성으로 가는 길이었다.
그때 우타연왕은 엄숙하게 4병을 정돈하여 시종으로 삼아 진기한 보배로 찬란하게 꾸민 크고 흰 코끼리를 타고는 자기가 조성한 불상을 몸소 어깨에 메었으니, 꽃과 번과 음악이 뒤를 따라 공양하면서 본국에서 승가시성으로 향하였다.
그때 비수갈마천과 모든 하늘 무리가 부처님께서
장차 염부제에 내려가고자 하심을 알고, 승가시성에서 도리천까지 세 갈래의 보배로 된 층계의 길을 만드니, 그 층계의 가운데 길은 유리로 이루어졌고, 양쪽 가의 층계는 모두 황금으로 되었으며, 발이 닿을 곳에는 백은(白銀)을 깔고, 모든 하늘의 7보로 사이사이 꾸몄다.
그때 제석이 야마천(夜摩天)ㆍ도솔천(兜率天)ㆍ화락천(化樂天)ㆍ타화자재천(他化自在天)과 내지 범세(梵世)에 사자를 보내 말하였다.
“여래께서 오래지 않아 염부제로 내려가실 것이니, 공양하고자 하는 이가 있으면 이곳으로 오기 바랍니다.”
다시 사천왕천(四天王天)ㆍ대해용왕(大海龍王)ㆍ건달바(揵闥婆)ㆍ긴나라(緊那羅)ㆍ야차(夜叉) 들에게 사자를 보내어 말하였다.
“세존께서 이제 염부제로 내려가고자 하시니, 있는 것을 가지고 와서 공양함이 좋겠다.”
이때 모든 하늘들과 용신(龍神)들이 이 말을 듣고 모두 도리천으로 모이지 않는 이가 없었다.
그때 세존께서 수미산 꼭대기에서 장차 내려오시려 할 적에 모든 하늘들이 앞뒤에서 따라 모시니, 위덕이 치성하고 광명이 혁혁하여 마치 둥근 달이 허공에 있으면 별이 둘러싼 것 같았으며, 해가 처음 돋을 적에 채색 노을이 아름다운 것처럼 그때 부처님과 무리의 모임이 이와 같았다.
그때 염부제 안에는 부처님의 위력으로 다섯 가지 희유한 일이 생겼으니, 첫째는 저들 하늘 사람으로 하여금 인간의 부정한 물건을 보지 못하게 함이요, 둘째는 모든 여인으로 하여금 하늘의 남자들을 보아도 욕정이 나지 않게 함이요,
셋째는 장부들로 하여금 천녀들을 보아도 딴 생각이 나지 않게 함이요, 넷째는 인간들로 하여금 모든 하늘이 갖가지로 공양하는 것을 멀리서 보게 함이요, 다섯째는 모든 하늘의 몸이 빛나고 맑고 미세하여
사람은 볼 수 없는 것이 부처님의 신력으로 버젓이 밝게 드러나서 모두 보게 함이었다.
그때 세존이 하늘에서 처음으로 발을 내리시고 보배의 층계를 밟으시니, 범왕은 오른편에서 흰 일산을 잡고, 제석은 왼편에서 흰 불자(拂子)를 잡았다.
그 밖의 모든 하늘은 모두 허공을 타고 부처님을 따라 내려오되 일시에 갖가지 음악을 연주하고, 제각기 당(幢)과 번(幡)과 보배 일산을 갖거나 꽃을 흩으면서 공양하였고, 정거천(淨居天)의 무리는 허공에 가득하였으며, 무량한 모든 하늘의 채녀들은 보배 구슬과 영락을 가지고 부처님의 공덕을 노래로 찬탄하였다.
헤아릴 수 없이 많은 하늘이 허공에서 갖가지의 향과 갖가지 꽃을 뿌리고 모든 용은 미세한 향의 비를 뿌렸다. 그때 하늘에는 맑아서 구름이 없었는데, 우렛소리가 미묘하여 듣는 이는 모두 기뻐하였으며, 건달바신과 긴나라신들은 제바나가(提婆那伽)의 미묘한 곡을 연주하여 여래의 본생(本生)의 일을 노래하고 찬송하였다.
그때 염부제에서는 왕들과 백성들과 사부 대중이 승가시성을 겹겹으로 두루 둘러싸고 가득하여 혹은 향기로운 꽃을 흩으며, 혹은 깃발과 일산을 받들어, 소라를 불고 북을 쳐서 갖가지 음악으로 허공을 향하여 공양하며, 손을 들어 합장하여 부처님을 우러러보았다.
인간과 하늘의 이름난 꽃이 아래위로 엇갈리며 어지러이 쏟아져서 무릎까지 쌓이니, 모든 외도들도 이 일을 보는 이는 모두 발심하여 귀의하고 예경하였다.
그때 세존께서 보배 층계를 밟으시고 차츰차츰 내려오셔서 반쯤에 이르시자, 사천왕천이 그곳에다 크게 공양을 베푸니, 이 공양은 수승하고 미묘하여 겁초(劫初)로부터 일찍이 없던 것이었다.
그때 세존께서 하늘의 공양을 다 받으시고 다시 대중과 함께 층계를 따라 내려와서, 가장 밑의 층계에 이르셔서 땅을 밟으시려 할 때 연화색
비구니가 그 몸을 변화하여 전륜왕(轉輪王)이 되어 4병(兵)을 거느리고, 7보를 앞세우고, 하늘에서 내려와 재빨리 부처님 앞에 이르렀다.
모든 국왕들은 제각기 생각하였다.
‘이 전륜왕은 어디서 왔을까?’
그때 존자 수보리(須菩提)가 자기 방안에 있으면서 부처님께서 내려오시는 것을 보고 옷깃을 바로 하고 멀리 예경을 드렸다. 그때 연화색 비구니는 전륜왕의 몸을 버리고 본래 형상으로 돌아가서 황급히 부처님 발에 정례하였다.
그때 세존께서는 갖가지로 그 비구니를 나무라셨다.
“너는 알겠느냐? 수보리가 이미 먼저 나에게 예경하였다. 그대는 누구의 가르침을 받고 전륜왕으로 변화하였는가? 그대들은 출가하는 것이 허락되고, 구족계(具足戒)를 받은 것이 이미 분수에 지났는데, 지혜가 적은 탓으로 외람되고 거짓됨이 끝이 없구나. 자비와 은혜를 갚으려는 생각이 이슬 한 방울과 같은데, 어찌 나의 법에서 상수가 되겠는가?”
이때 연화색 비구니는 부처님의 타이르심을 듣고 깊이 뉘우치고 부끄러운 생각을 내어 곧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지금 허물됨이 적지 않음을 알았습니다. 이로부터는 감히 다시 신통을 나타내지 않겠습니다.”
그때 염부제의 모든 국왕들과 대신들과 사부 대중들은 가지고 온 갖가지 공양거리로 부처님께 공양하였고, 우타연왕은 불상과 여러 가지 최상의 공양거리와 진기하고 기이한 물건을 머리에 이고 부처님의 앞에 이르러 받들어 올렸다.
부처님의 몸매와 상호는 단정하고 장엄함이 구족하여 모든 하늘 가운데서 뚜렷하고 밝게 드러나서, 마치 만월이 구름과 안개를 벗어난 듯하였고, 조성한 불상은 마치 작은 언덕을 수미산(須彌山)에 견주는 것 같아서 비유할 수도 없었다. 다만 나계(螺髻)와 옥호(玉毫)만이 조금 부처님을 닮아서 사부 대중이 모두 그것이
불상임을 알 수 있었다.
그때 우타연왕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여래께서는 과거에 나고 죽는 가운데서 보리를 구하시기 위하여 한량없고 끝없는 난행(難行)과 고행(苦行)을 하시고, 이러한 최상의 미묘한 몸매를 얻으시니, 아무도 같을 이가 없을 것입니다. 제가 조성한 동상이 부처님 같을 수 없으니, 깊이 사유하건대 허물이 될 것 같습니다.”
그때 세존께서 그 왕에게 말씀하셨다.
“허물될 것이 없다. 그대는 이미 무량한 이익을 지었으니, 다시 어떤 사람도 그대와 같을 수 없을 것이다. 그대는 지금 나의 불법 안에 처음으로 본보기[軌則]가 되었으니, 이 인연으로써 무량한 중생들이 큰 믿음과 이익을 얻을 것이며, 그대도 지금 이미 한량없는 복덕과 광대한 선근(善根)을 얻었다.”
그때 천제석이 다시 왕에게 말하였다.
“대왕께서는 이에 대하여 근심과 걱정을 마시오. 여래께서는 먼저 하늘에 계실 때나 지금 인간에 계시면서도 모두 그대가 조성하는 불상의 공덕을 칭찬하셨으며, 무릇 모든 하늘들도 모두 좋아하였소. 미래 세상에 신심이 있는 이는 모두 왕으로 인하여 불상을 조성하고 수승한 복을 받을 것이니, 왕께서는 지금 마땅히 기뻐하며 스스로 경사롭게 생각하셔야 합니다.”
ⓒ 동국대학교 불교학술원 | 제운반야(提雲般若, Devaprajñā)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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