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4864 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 60권

by Kay/케이 2024. 9. 25.
728x90
반응형

 

 

통합대장경 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 60

 

불본행집경 제60권


수 천축삼장 사나굴다 한역


59. 마니루타품 ②

그때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 비구들아, 그때 벽지불의 탑 앞에서 등불을 더욱 밝힌 그 도둑이 누구인지 달리 생각하지 말아라. 마니루타 비구가 바로 그 사람이었다. 마니루타는 지나간 옛 세상에 대재(大財)라는 이름의 거사의 아들이었다. 또 나중에는 다시 도둑이 되어 벽지불 사리탑 등잔에 기름을 붓고 깨끗한 마음으로 ‘부디 나는 내세에 악도에 나지 않기를 바랍니다’라고 서원을 빌었던 업보 인연 때문에 세세생생에 악도 가운데 떨어지지 않고, 항상 천상과 인간을 오가면서 즐거움을 누렸던 것이다. 그리고 그때 또다시 ‘나는 내세에 항상 이런 세존이나 혹은 더 나은 분을 만나며, 그 분께서 설법하는 대로 속히 증득해 알기를 바랍니다’라고 원을 빌었던 그 업보로 말미암아 지금 나와 같은 세존을 만나 나에게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게 된 것이다. 그리고 그때 또 ‘나는 그 세존의 모든 제자 가운데 천안을 얻은 사람으로는 내가 으뜸가기를 바랍니다’라고 원을 빌었던 그 업보로 인연하여 지금 나의 성문 제자 중에서 천안(天眼)을 얻은 사람 가운데 그가 제일이 되었다.
너희 비구들아, 마니루타는 과거세에 이런 선근을 심은 업보 인연으로 지금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고 아라한과를 증득하였으며, 또한 내가 ‘나의
성문 제자 가운데 천안이 제일인 사람은 마니루타이다’라고 수기를 하게 된 것이다.”
또 다른 어느 때 세존께서는 바라나성 옛 선인(仙人)들이 살던 녹야원에 계셨다.
그때 비가 많이 내렸으므로 장로 아난은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가서 부처님 발에 머리를 대고 절을 한 뒤에 한쪽에 물러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오늘은 비가 내리는데 먹을 것은 없습니다. 어떻게 해야만 비구들이 하루 낮과 하룻밤을 지낼 수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걱정하지 말아라. 마니루타 비구의 현재 복력(福力)이 매우 뛰어나기 때문에 그 비구가 오늘 하루 낮과 하룻밤을 지내게 해줄 것이다.”
그때 장로 마니루타가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가 절을 하고 한쪽에 물러나서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이제 저의 미미한 공양을 받아 주십시오. 만약 저의 음식을 잡수시면 모든 비구들이 하루 낮과 하룻밤을 지낼 수 있을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묵묵히 받기를 허락하셨다.
그러자 장로 마니루타는 이른 아침에 옷을 입고 발우를 들고 바라나성으로 들어갔다. 성안에 들어서자 아직 걸식을 시작하지도 않았고 게다가 친구나 아는 사람도 없었는데, 바로 그때 문득 5백 가마의 밥이 그의 앞에 나타났다.
장로 마니루타는 그 5백 가마의 밥을 녹야원으로 가져와서 곧 자리를 깔고 난 뒤에 부처님께 가서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때가 되었습니다. 음식이 이미 다 갖추어졌으니 오셔서 공양을 드시기 바랍니다.”
이때 세존께서는 해가 솟을 무렵 옷을 입고 발우를 들고서 모든 비구들과 함께 식당으로 가셔서 깔아 놓은 자리에 차례로 앉으셨다.

장로 마니루타는 부처님과 모든 대중들이 차례로 앉은 것을 보고 나서, 그 5백 가마의 밥을 받들어 부처님과 대중들이 배부르게 먹도록 한 뒤에 자기도 밥을 먹었다. 공양을 마치자 모든 비구들은 강당에 나아가 자리를 깔고 앉았다.
그때 장로 마니루타는 자리에 앉고 나서 비구들에게 말하였다.
“장로들이여, 참으로 희유합니다. 지금까지 이런 일은 본 적이 없습니다. 이와 같이 과보가 크고 공덕이 크고 위세가 크게 있음을 보지 못하였습니다. 무슨 까닭인가 하면 여러 장로들이여, 내가 생각하건대 지난 세상에 바라나성에 매우 가난한 사람이 하나 살고 있었는데, 그는 재산이 없어 창고도 세우지 못하였습니다. 바로 그때 바라나성에는 파사타(婆斯吒)라는 벽지불 한 분이 있어 그 성을 의지하고 살았습니다. 그런데 그 성은 곡식이 귀하여 굶주리고 헐벗은 사람이 많았으며, 성 안팎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서 보이는 것이라고는 오직 백골뿐이었고 곳곳에 시체가 널브러져 있었습니다. 그 당시에는 출가한 사람이 걸식하기가 매우 어려워서 배가 고파 수도를 할 수 없었습니다.
그때 그 벽지불은 이른 아침 해가 솟을 무렵 옷을 입고 발우를 들고서 바라나성에 들어가 차례로 걸식하며 그 성을 두루 돌았습니다. 하지만 아무 것도 얻지 못하여 처음에 씻어서 가지고 나온 발우 그대로 들고 성을 나오게 되었습니다.
가난한 사람이었던 나는 파사타 벽지불을 보고 그 곁으로 나아가 여쭈었습니다.
‘착하신 대선(大仙)이여, 여기서 걸식하여 뭔가 얻은 것이 있습니까?’
그 벽지불은 나에게 이렇게 대답하였습니다.
‘나는 지금 걸식하였지만 아무 것도 얻지 못하였소.’
나는 다시 그 분에게 말하였습니다.
‘존자여, 그럼 저의 집에 오십시오.’
그때
나의 집에서는 오직 한 되 가량의 피밥만이 지어져 있었는데 나는 그 벽지불을 모시고 가서 그 피밥을 보시하였습니다. 그러자 그 벽지불은 나의 공양을 받고 나서 자유로이 가셨습니다.
나는 그때 땔나무를 마련하려고 성밖으로 나와 시다림(尸陀林:공동묘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나무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숲에 있던 백골의 시체 하나가 문득 일어나서 제게 오더니 저의 목을 껴안았습니다. 나는 그때 그 시체를 떼어내려고 있는 힘을 다하였으나 시체에게서 벗어날 수가 없었고 그러는 사이 해는 서산으로 기울기 시작했습니다. 나는 할 수 없이 그 백골의 시체를 안은 채 성안으로 들어왔습니다.
내가 성으로 들어오자 나를 본 사람들은 말하였습니다.
‘아니, 이 사람아, 어쩌자고 그런 백골의 시체를 가지고 성안으로 들어오는가?’
나는 그들에게 대답하였습니다.
‘여러분, 나는 지금 온 힘을 다하여 이 시체에서 벗어나려 하였지만 그러지 못하였습니다. 만일 당신들이 벗겨내 줄 수 있다면 나를 위하여 시체를 떼어내 주십시오.’
그러자 그 사람들은 함께 힘을 합쳐 그 백골의 시체를 떼어내려 하였으나 역시 그들도 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리하여 나는 차츰 집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내가 그 백골의 시체를 떼어내려 하는 순간 그 백골은 삽시간에 황금으로 변하여 저절로 땅에 떨어졌습니다.
나는 그때 이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나 혼자 이 황금을 다 쓰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곧 범덕왕에게 가서 아뢰었습니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제가 지금 땅에서 보배창고를 얻었으니 대왕께서 받으셔서 나라의 보배로 쓰시옵소서.’
그러자 범덕왕은 좌우 신하들을 불러 말하였습니다.
‘그대들은 이 사람을 따라가서 이 사람이 시키는 대로 모두 받아 오도록 하여라.’
그 신하들이 왕의 칙명을 듣고 나와 함께
집으로 왔을 때 나는 사람들에게 금을 가리켜 보여주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신들이 내가 가리키는 것을 보니 그것은 예전과 같은 시체의 백골이었을 뿐이었습니다. 그들은 나에게 말하였습니다.
‘아아, 어리석은 사람아, 너는 미치지 않았느냐? 어찌하여 이 백골의 시체를 가지고 금이라고 하느냐?’
그들은 왕궁에 돌아가 사실대로 아뢰었습니다.
나는 훗날에 다시 왕에게 가서 또 아뢰었습니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저는 보배창고를 얻었습니다. 결코 거짓말이 아닙니다. 부디 대왕께서는 어서 받으소서.’
그러자 범덕왕이 몸소 나의 집에 와서 그 금덩이를 보았으나, 다시 처음의 백골처럼 보이자 왕은 또 나에게 말하였습니다.
‘아아, 어리석은 사람아, 너는 미치지 않았느냐? 어찌하여 이 백골의 시체를 가지고 황금이라고 생각하느냐.?’
나는 다시 왕에게 말하였습니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이것은 정말 황금입니다. 시체나 백골이 아닙니다.’
이렇게 두 번 세 번 말하고 나서 나는 손에 그 금을 쥐고 이런 서원을 세웠습니다.
‘만약 이 금이 내가 지은 선업(善業)의 과보로 된 것이라면 부디 범덕왕도 또한 금으로 보게 하소서.’
이런 맹세를 하고 나자, 범덕왕에게도 내가 본 것과 같이 시체가 아닌 금으로 보이게 되었습니다. 그러자 왕은 나에게 말하였습니다.
‘착하구나. 그대여, 그대는 어떤 선업의 인연을 지었으며, 어떤 신(神)을 섬기고 어떤 하늘에 공양하고, 어떤 선인(仙人)에게 공양하였기에 그대에게 이러한 소원을 들어주었는가?’
나는 범덕왕에게 이렇게 말하였습니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어떤 선인 한 분이 계셨는데 제가 이 선인에게 음식을 공양한 적이 있습니다. 이 일은 틀림없이 그 신력(神力)의 소치로 오늘 제가 이런 과보를 얻은 것일 것입니다.’
범덕왕은 나에게 말하였습니다.
‘그대는 이러한 선업을 지었으므로 오늘
이런 과보를 얻은 것이다. 그대의 이 과보는 다른 사람이 빼앗을 수 없는 것이니, 오늘부터 의심하거나 염려하지 말고 마음대로 쓰도록 하라.’
여러 장로들이여, 나는 그때 바로 그 벽지불에게 한 끼니의 식사를 보시한 업보로 그러한 과보를 얻었으며 필요한 재물을 마음대로 쓸 수 있었던 것입니다. 한 끼니의 식사를 공양한 까닭에 일곱 번이나 삼십삼천에 태어나 그런 복보(福報)를 받았고, 그 삼십삼천에서 제석천왕이 되었습니다. 또 인간계에서는 국왕도 되고 전륜성왕도 되어 사천하를 다스리고, 세계의 주인이 되어 세간을 보호하였으며 칠보를 모두 갖추었고 내지 항복을 받았으며 법답게 교화하였습니다.
그 한 끼니의 음식을 베푼 과보 때문에 목숨이 다하자 천상에 나게 되었고 천상에서 아래로 내려가 인간 세상에 태어났으며, 인간 세상에서 목숨을 다한 뒤에는 다시 천상에 태어났습니다. 이렇게 유전하였으나 결코 하천한 곳에 나지 않았으며 내가 난 곳은 언제나 가장 좋고 묘한 궁전이었습니다. 인간 세상에 태어날 때면 부귀한 집에 태어나 재산이 풍족하였고, 아쉬운 것은 전혀 없었으며 하늘의 몸으로 있을 때와 같이 커다란 즐거움을 누렸으니 인간 세상에 내려와 태어났을 때에도 또한 그와 같았습니다.
한 끼니의 음식을 보시한 그 과보로 인연하여 금세에도 석가족에 태어났으며, 내가 태어나던 날 모든 천왕들이 5백 벌의 보배옷을 가지고 와서 내 몸을 덮었으며, 땅 밑에서 또 5백 개의 보석창고가 저절로 나타났으니, 이 모든 일은 한 번 음식을 보시한 과보 때문이었습니다.
나의 부모는 나를 위하여 세 채의 궁전을 지었으니, 첫째는 여름에 지내는 궁전이고, 둘째는 겨울에 지내는 궁전이며, 셋째는 봄과 가을철에 지내는 궁전이었습니다. 그 음식을 보시한 과보의 인연으로 나는 석가족의 집안에 태어났으며, 우리 집은 그 때부터 날로 더욱 재산이 늘었으니, 이른바
쌀과 곡식이 창고에 넘치고, 진주ㆍ유리ㆍ산호ㆍ호박ㆍ금ㆍ은ㆍ옥 등 한량없이 진기한 보배와 하인이나 가축 등 조금도 아쉬운 것이 없게 되었습니다.
또 그때 음식을 보시한 과보로써 내가 동산에 있을 때 나의 모친이 시험삼아 빈 그릇을 갖추어 보자기를 덮어 나에게 보냈는데, 그 도중에 여러 하늘들이 갖가지 음식을 그 그릇에 가득 채웠으니, 그 음식은 향기롭고 맛있었으며 먹으면 몸에 큰 힘이 생겨났습니다. 또 음식을 보시한 과보의 힘 때문에, 부친과 함께 농장을 감독할 때 목이 말라 물을 떠 마시려 하자 그 물은 하늘의 묘한 감로수로 변하였습니다. 또 한 끼니 음식을 베푼 과보가 성숙하여 지금 이 바라나성에 들어가자, 서로 잘 알고 지내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으나 저절로 5백 가마의 밥이 내 앞에 오게 되었습니다. 나는 그 밥을 받아 가지고 녹야원으로 보내어 부처님과 대중들을 청하여 이 밥을 공양하게 하여 부처님과 대중들을 다 배부르게 하였습니다.
그 업보로 인연하여 나는 네 가지가 모자란 적이 없었고, 내가 그 음식을 베푼 과보로 세속의 즐거움에도 또한 부족한 것이 없었으며, 지금 출가하여서도 출가의 즐거움을 모두 다 완전하게 갖추었습니다.
그 음식을 베푼 과보가 성숙한 까닭에 이제 생사를 끊고 청정한 행의 힘을 얻었으며, 모든 할 일을 이미 다하여, 후세의 존재[有]를 받지 않고, 두려움이 없는 곳에 이르렀으며, 앞으로 나아가 열반을 얻을 것이며 열반을 얻은 뒤에는 즐거움도 괴로움도 없이 저절로 증득해 알게 될 것입니다.
여러 장로들이여, 내가 그 때에는 그 벽지불을 알지 못하였으나 만일 내가 그 벽지불을 분명하게 알았더라면 나는 틀림없이 그때 더 좋은 과보와 큰 위덕을 구하고, 위없는
넓고 큰 과보를 구하였을 것입니다.”
장로 마니루타는 이렇게 말하고 나서 거듭 게송을 읊었다.

내 스스로 지나간 일을 생각하건대
그 때에도 이 바라나성에 있으면서
땔나무를 베어 파는 업을 삼았는데
존자 파사타 벽지불을 만났다네.

그를 보고 한 끼니의 음식을 보시하여
호귀한 석가족에 태어났다오.
이름하여 마니루타라 하고
모든 음성과 춤도 잘 알았으며

손뼉 치고 노래하고 게송을 읊조리는 등
또 모든 기예에도 다 능통했다오.
나는 지금 이미 숙명(宿命)을 알고
또 과거세에 태어난 곳도 알았나니

지난날 삼십삼천 천상으로 가서
그렇게 일곱 번 오가며 났으니
그곳에서 혹 제석천왕도 되었고
또 어느 때는 자재천궁 안에서

모두가 나를 따라 일을 했으며
이렇게 모든 하늘을 다스렸다오.
또 일곱 번 인간의 임금이 되어
관정을 성취하여 찰제리왕이 되었나니

자재로운 큰 힘으로 무리들을 항복시키되
군사와 무기를 함부로 쓰지 않고
법답게 세간을 다스린 그 때에
온갖 진귀한 보배가 한량없었고
나의 경계 안도 풍족하기 끝이 없었다네.

태어나는 집안은 큰 부자로서
재산도 더욱 늘어 헤아릴 수 없고
모든 사람 가운데 우두머리가 되어
세간의 오욕락을 모두 다 갖추어
칠보와 온갖 보배 모자람이 없었나니

모두가 내 이런 업보로 이룬 것이요,
악도에 떨어진 적이 없었네.
지금 석가족으로 출가를 얻어
삼해탈과 감로처를 증득하였네.

내 어떻게 출가할 수 있었으며
가업을 버리고 여기 왔는가.
바로 나는 그 이익을 얻어서
불세존의 은혜를 갚으러 온 것이네.

세존께서 내 근기 익은 줄 아시고
나를 위해 덧없는 이치를 설하셨네.

만약 몸이 허깨비 같다고 생각하면
신통으로 나의 처소에 오셨네.

만약 내 마음에 의심이 생기면
이렇게 모든 것 나를 위해 풀어주시네.
부처님 설법에는 분별이 없고
나에게 설법함도 다름이 없으시네.

나는 지금 그 참다운 말을 들어
법답게 즐기고 받들어 행한다네.
이렇게 곧 삼해탈을 증득하였으니
이것은 곧 모든 부처님 은혜 갚는 일이네.

나는 이제 이 목숨 다함도 즐겁지 않고
또한 이 목숨도 즐기지 않네.
다만 내가 지은 업보가 이를 때
바른 기억으로 생각해 목숨을 버리리.

나는 미래에 나고 죽는 곳을 알며
중생들의 왕래하는 곳도 또한 아나니
이미 여기서 목숨이 끝남을 알고
또한 저 곳에 태어남도 아네.

비사리 경계 대나무숲 마을에서
나는 세상을 마치리라.
그 숲 푸르게 우거진 곳에
번뇌 다한 그 아래에서 열반하리라.

이때 세존께서는 사람들의 귀보다 뛰어난 청정한 천이(天耳)로서 장로 마니루타가 이렇게 과거에 지은 인연과 지금 이런 과보를 받는 내용을 이야기하고, 또 묘한 게송을 베풀어 말하는 것을 들으시고, 찬탄하고 기뻐하셨다.

60. 아난인연품(阿難因緣品)

어느 때 장로 아난은 여러 범행 대덕들의 권청을 받고 세존을 받드는 시자(侍者)가 되었다. 그로부터 온 마음과 힘을 다하여, 마음과 행동을 조화롭게 하여 여래께서 말씀하시는 것은 무엇이든 다 받아 가졌다. 여래의 입에서 흘러나온 일은 세간의 일이든 출세간의 일이든 모두 다 받아 가지고 절대로 잊어버리지 않았다. 그리고 만약 어떤 사람이 와서 의심된 것을 물으면 또한 낱낱이 다 가르쳐 주어 그의 마음을 크게 기쁘게 해주었다. 이런 인연으로 부처님께서는 대중을 모으시고 여러 비구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 비구들아, 나의 성문 제자 가운데 많이 듣고 총명한 지혜를 가진 이로는 아난 비구가 으뜸이다.”
그러자 비구들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장로 아난은 지나간 옛 세상에 어떤 선근(善根)을 지었기에, 그 선근으로 인연하여 금세에 석가족의 큰 가문에 태어나 재산이 많고 큰 세도가 있으며 어떤 것이든 부족한 것이 없었으며, 어떤 인연으로 지금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고 모든 성현의 법을 증득하고, 세간이나 출세간의 일을 들으면 절대로 잊지 않으며, 어떤 사람이 와서 궁금한 것을 물으면 어떤 것이든 그의 마음을 기쁘게 해주는 것입니까? 그리고 또 세존으로부터 ‘나의 성문 제자로서 많이 듣고 지혜로워 잘 기억하고 잊지 않는 것으로 으뜸인 사람은 곧 이 아난 비구인 줄 알아야 한다’라는 수기를 받게 된 것입니까?”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생각하건대, 지나간 옛 세상에 이 바라나성에 왕이 있어 세상을 다스렸는데 그의 이름은 범덕(梵德)이라 하였다. 그 범덕왕에게 아들이 둘 있었으니, 첫째 아들은 희근(喜根)이요, 둘째 아들은 파노(婆奴)수나라 말로는 달(月)이라 함라 이름하였다.
그 두 아들 중에 큰 아들인 희근 왕자는 본성이 착하고 어질고 온화하였으며 자비로운 마음이 크고 모든 죄를 두려워하며 갈애의 존재[愛有]를 싫어하였다.
그 왕자는 그 성안에서 왕이 다스리는 일이 사람들을 핍박하고 관리들은 괴로움을 당하며 살해당하는 이가 헤아릴 수 없이 많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큰칼을 쓰고 족쇄를 찼으며 견고한 감옥에 갇히고 나아가 손과 발이 잘리고 귀와 코가 베이며 눈이 도려내어지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는 이런 일을 보고 나서 마침내 결심하였다.
‘백 년이 지난 뒤에는 나의 부왕으로부터 왕위를 이어받을 것인데 내가 어떻게 왕위에 올라 나라를 다스릴 수 있겠는가? 내 이제
이런 왕위에 있으면 무슨 일을 할 것이며, 나의 목숨도 또한 어떻게 될 것인가? 지금 모든 중생들을 보자니 온갖 괴로움이 그 몸을 핍박하지 않는가. 차라리 나는 지금 집을 버리고 출가하여 수도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부모에게 나아가 아뢰었다.
‘아버님 어머님, 저는 집을 버리고 출가하여 수도하고자 합니다.’
그러나 그 부모는 아들에게 대답하였다.
‘너는 우리가 사랑하는 아들이라 항상 마음과 생각에서 너를 잊은 적이 없으며 아무리 보아도 지겹지가 않았다. 설령 우리가 죽더라도 너와 이별할 수 없는데 이런 우리가 어찌 살아 있으면서 너와 헤어질 수 있겠느냐?’
희근 왕자는 이렇게 거듭 청하였다.
‘굽어살피소서. 저는 지금 무슨 일이 있어도 집을 버리고 출가하고자 합니다. 아버님, 어머님, 제발 저를 불쌍하게 여기셔서 허락해 주십시오.’
이렇게 거듭거듭 부모에게 간청하자 마침내 부모는 그의 출가를 허락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내 아들아,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해도 좋다.’
그리하여 범덕왕의 아들 희근 왕자는 부모의 허락을 받았으며 며칠이 지난 뒤에 집을 버리고 머리를 깎고, 차례로 수도하여 연각(緣覺)의 경지를 깨달았다. 그는 자유롭게 신통 변화를 일으켰는데 곧 빛을 내고 물을 내고, 하늘을 돌리고 땅을 움직이며, 구름을 일으켜 비가 오게 하는 등 이런 일에 두루 통달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그 희근 벽지불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무슨 일을 위하여 출가하였는가. 이런 일을 내가 다 이루었으니 내 자신의 이익을 이미 얻었고 해야 할 일은 다하였다. 그러니 이제는 고향으로 돌아가서 부모와 모든 권속과 그 밖의 중생들을 불쌍하게 여겨서 그들을 위하여 복전(福田)을 지어야겠다.’
그리하여 희근 벽지불은 차례로 유행하여
바라나성에 이르렀다. 그 나라에 도착한 뒤에는 그 성에 있는 부왕의 암라숲에 의지하여 머물렀다.
범덕왕은 희근 동자가 이미 큰 선인이 되어 이곳에 돌아와서 자신의 경계 안에 머물고 있다는 말을 전해들었다.
‘나는 이제 희근에게 가서 그와 만나 안부를 묻고 위로해야겠다.’
그리하여 범덕왕은 큰 세력으로 위풍과 위엄이 넘치는 덕을 크게 떨치면서 네 가지 병사들이 앞뒤에서 호위하는 가운데 성을 나섰다.
이때 희근 벽지불은 멀리서 부왕이 오는 것을 보고 생각하였다.
‘이 모든 사람들과 범덕왕들은 큰 위력이 있고 매우 교만하다. 만약 내가 편하게 그들 앞에 있으면 범덕왕들은 필시 나를 공경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허공으로 날아올라 여러 가지 신통을 나타내었으니 허공에서 앉거나 눕고 거닐었고, 몸의 반쪽에서는 연기를 내고 나머지 반쪽으로는 불을 내며, 몸 위로는 불을 내고 몸 아래로는 물을 내는 등의 이러한 온갖 신통을 나타내어 보였다.
범덕왕과 문무 백관들은 그 벽지불이 허공에 날아올라 여러 가지 신통변화를 나타내는 것을 보고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내 아들이 비록 왕위를 버리고 출가하였으나, 이미 큰 선인이 되었고 큰 위덕이 있으며 큰 신통이 있구나.’
그들은 크게 기뻐하였다. 벅차오르는 기쁨을 이기지 못한 채 그들은 희근 벽지불 처소에 이르렀다.
왕이 점점 앞으로 나오자, 벽지불도 또 허공에서 내려와 마련해 놓은 자리에 앉았다.

범덕왕은 벽지불 곁에 이르러 그 발에 정례하고 한쪽에 물러나 앉았다.
그때 벽지불은 여러 가지 법을 조금 설하여 좋은 일을 나타내 보여서 왕을 기쁘게 하고 한량없이 뛰놀게 하였다.
그러자 범덕왕은 법을 듣고 나서 크게 기뻐하며 벽지불에게 말하였다.
‘장하십니다. 대선이여, 이제 나의 청을 받아 항상 나의 집에 머물러 주십시오. 나는 존자를 위하여 가람과 경행(經行)하는 방사(房舍)를 짓고 네 가지를 공양하며, 마음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대어드리겠습니다. 만일 모든 중생을 불쌍하게 여겨서 촌락이나 성읍으로 나아가 걸식을 행하고자 한다면 마음대로 하십시오. 나는 막지 않겠습니다.’
벽지불은 묵묵히 부왕의 청을 받았다.
범덕왕은 그 희근 벽지불이 묵묵히 청을 받아들인 것을 알고서 곧 온갖 공양거리와 경행할 수 있는 방사와 네 가지를 공양올림은 물론이요, 그밖에 필요한 것은 무엇이든 공양하였다.
그리하여 희근 벽지불은 모든 중생들을 불쌍하게 여기는 까닭에 성에 들어가 걸식하고자 하면 그와 같은 때에는 곧 성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동생이었던 월왕자는 매일 희근 벽지불이 머물고 있는 곳으로 와서 섬기고 공양을 올렸다. 그는 모든 법 가운데 의심나는 부분이 있으면 때때로 그 벽지불에게 물었는데 벽지불은 파노 왕자의 물음에 묵묵히 대답하지 않고, 다만 여러 손가락에서 불빛만을 내었다.
그러자 파노 왕자는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 벽지불은 커다란 신통은 있지만 말솜씨가 없구나.’
어느 때 희근 벽지불이 파노 왕자에게 말하였다.
‘파노 왕자여, 너는 와서 출가하여라. 네가 지금 출가하지 않는다면
너는 목숨이 다한 뒤에 반드시 악도에 떨어질 것이며, 출가한다면 너는 위대한 선인의 경지를 이룰 것이고 큰 신통을 갖게 될 것이다.’
파노 왕자는 부모에게 나아가 아뢰었다.
‘어진 부모님이시여, 희근 선인이 이미 출가하였는데 저도 지금 그를 따라 출가하고 싶습니다. 바라옵건대 불쌍히 여기셔서 출가를 허락하여 주십시오.’
그러나 그 부모는 결코 허락하지 않았다. 파노 왕자는 그 뒤에도 여전히 희근 벽지불 처소에 자주 나아가 섬기고 공양하였는데 그 때마다 벽지불은 파노 왕자에게 거듭 이렇게 말하였다.
‘너는 출가해야 한다.’
그러자 파노 왕자도 형에게 대답하였다.
‘지금 부모님께서 나의 출가를 허락하지 않으니 어찌해야 합니까?’
이때 파노 왕자의 얼굴에는 7일 안에 목숨을 마칠 조짐이 나타났다. 희근 벽지불은 그것을 보고 파노 왕자에게 일렀다.
‘파노야, 어서 오너라. 너는 반드시 집을 버리고 출가하야 한다. 왜냐 하면 너의 상을 자세히 보니, 7일 안에 틀림없이 목숨을 마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자 파노 왕자는 부모에게 가서 아뢰었다.
‘부모님, 제발 저를 놓아주십시오. 집을 버리고 출가하는 것을 허락해 주십시오.’
이때 희근 벽지불도 부모에게 가서 말하였다.
‘두 분은 파노를 출가시키셔야 합니다. 왜냐 하면 그에게서 7일 안에 목숨을 마칠 조짐이 나타났기 때문입니다. 이런 인연으로 부모님은 반드시 그와 이별하게 될 것이니, 그를 출가시켜 집안에서 숨을 거두는 일이 없이 목숨이 다하기 전에 법 안에 살다가 숨을 거두게 하십시오.’
그 부모들은 대답하였다.
‘파노가 정말 7일 안에 죽어 우리와 이별한다면
우리들은 지금 출가하기를 허락하겠다.’
파노 왕자는 그제야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고 출가하여, 7일 동안 희근 벽지불을 공양하고 공경하며 섬겼고 벽지불은 위의를 가르쳤다. 6일이 지나고 7일이 되자, 그의 목숨이 다할 것을 알고서 그를 가엾게 여겨서 자리에서 일어나 허공으로 날아올라 허공에서 거닐고 앉고 눕기도 하며, 연기도 내고 불도 내며, 몸을 숨기고 나타나지 않는 등 갖가지 신통을 나타내 보였다.
파노 선인은 희근 벽지불이 허공에서 나타내 보이는 갖가지 신통을 보자 크게 기뻐하였다. 그는 솟아오르는 기쁨을 이기지 못하여 합장하고 벽지불에게 절을 하고서 이런 원력을 세웠다.
‘제발 나는 내세에 항상 이런 벽지불이나 혹은 더 나은 분을 만나 그 분이 설하는 법은 모두 다 듣고 통달하기를 원합니다. 또 부디 내 자신이 그 성인의 시자가 되어 그 성인을 공양하기를 원합니다. 또 내세에는 온갖 신통을 얻어 위력이 이러한 분과 같아지기를 원합니다. 만약 누구든 나에게 와서 이치를 물으면 내가 모두 해석해 주어 그를 크게 기쁘게 해주기를 원합니다. 또 세세생생 악도에 떨어지지 않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 비구들아, 너희들은 7일 동안 그 벽지불을 공양하고 벽지불이 가르치는 법을 받은 파노 왕자가 누구였는지 의심하는가? 다른 생각을 내지 말아라. 바로 아난 비구가 그 사람이었다. 그때 파노 왕자는 기쁜 마음으로 희근 벽지불을
공양한 까닭에 그 업보로써 금생에 석가족에 났으며, 그때에 ‘제발 저는 세세생생에 악도에 떨어지지 않기를 원합니다’라고 원을 세웠던 그 업보로써 태어나는 곳마다 악도에 떨어진 적이 한 번도 없었고, 인간과 천상에 태어나 윤회하면서 커다란 즐거움을 누렸던 것이다.
또 그때 ‘제발 나는 내세에 이런 스승이나 더 훌륭한 분을 만나 그의 설법을 한 번 들으면 곧 알게 되기를 원합니다’라고 원을 세운 업보로 인하여 지금 나와 같은 스승을 만나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고, 모든 성현의 법을 증득하게 된 것이다. 또한 그때 ‘제발 나는 내세에 이런 스승을 만나면 시자가 되어 그 성인을 공양하기를 원합니다’라고 서원하였던 그 업보로 인연하여 지금 나의 시자가 되어 나를 공양하고 있는 것이다.
또 그때 ‘나는 내세에 곧 신통을 얻고 큰 위력을 얻기를 원합니다’라고 원을 세웠던 그 업보에 힘입어 지금 이런 큰 성현의 법과 큰 위력을 얻은 것이다. 또한 그때 ‘만약 어떤 사람이 와서 의심나는 부분을 물으면 내가 다 분별하고 해설해 주어서 그의 마음을 기쁘게 해주기를 원합니다’라고 원을 세웠던 업보의 인연으로 오늘의 아난은 어떤 사람이라도 와서 의심나는 점을 물으면, 모두 다 깨우쳐주고 그의 마음을 기쁘게 해주게 된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다시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 비구들아, 내가 생각하건대 지나간 과거세에 바라나성에 큰 부호인 장자가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승살타나(僧薩陀那)수나라 말로는 왕안(王安)이라 함라 하였다.
그 장자는 매우 부유하고 재물이 넉넉하였으며 커다란 수확을 거두어들여서
비사문천왕과 다름이 없었다. 그의 집안에는 매일 5백 명의 벽지불이 늘 찾아와서 공양을 하였다.
그런데 그때 어떤 벽지불 한 사람이 가지고 있던 발우는 그 생김새가 밑이 좁고 뾰족하여 마치 소젖 모양과 같았다. 그래서 그 발우를 풀 위에나 발[簾箔] 위에 올려두면 곧 쓰러져 똑바로 서지 않았다.
그때 장자 승살타나에게 딸이 하나 있었는데, 매우 단정하고 아름다웠으며 여자로서의 특징을 모두 갖추었다. 그 딸은 그 벽지불의 발우가 자꾸 넘어지고 바로 서지 않는 것을 보고, 곧 자기 팔찌를 빼어 그 벽지불에게 올리면서 말하였다.
‘대선이여, 부디 이 팔찌를 발우 밑에 놓으시기 바랍니다.’
그 벽지불이 팔찌를 받아서 밑에 놓자 발우는 마침내 쓰러지지 않고 설 수 있었다. 그녀는 자신이 바친 팔찌로 인하여 그 발우가 쓰러지지 않게 되자 이 광경을 보고 크게 기뻐하였다. 그녀는 기쁨이 벅차올라 이기지 못하여 이런 서원을 세웠다.
‘이렇게 선인에게 팔찌를 받쳐서 발우가 기울지 않게 되었듯이 나는 내세에 듣는 것이 이러하여 만약 세간의 일이나 출세간의 일을 모두 다 기억하여 가지기를 바랍니다.’”
부처님께서는 다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 비구들아, 그때 장자의 딸이 지금 누구인지 의심이 생길 것이다. 다른 생각을 하지 말아라. 그가 바로 아난 비구였다. 그때에 크게 기뻐하는 마음으로 스스로 팔찌를 빼어 벽지불에게 받들고 발우를 편히 놓게 하고 ‘이 선인이 발우를 팔찌에 올려놓아서 기울지 않은 것 같이, 저는 내세에 무엇이든 듣는 것이 있으면 그것이 세간의 일이나 출세간의 일이든 모두 다 기억하여 가지며, 길이 잊지 않게 되기를 바랍니다’라고 서원한 그 업의 인연으로 말미암아 지금 그가 듣는 일은
완전하게 잊지 않고 기억할 수 있게 되었다.”
장로 아난이 어느 날 해가 돋을 무렵, 옷을 입고 발우를 들고서 걸식하러 사파제성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기수 급고독원을 떠나 사파제성에 아직 이르지 않은 도중에 큰 나무 한 그루가 있었는데 나무 이름은 시사파(尸奢波)라 하였다. 마침 그 나무 그늘 아래에서 수많은 바라문들이 쉬고 있다가 멀리서 아난이 다가오는 것을 보고 서로 말하였다.
“그대들은 알아야 한다. 이 사람은 사문 구담의 제자로서 총명하고 들은 것이 많은 사람으로는 여러 제자 가운데 으뜸이 되는 사람이다.”
이런 말을 마쳤을 때 아난이 곧 그곳에 당도하자, 그들은 아난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이제 이 시사파 나무를 보시오. 이 나무에는 몇 개의 잎이 달려 있습니까?”
아난은 그 나무를 관찰한 뒤에 대답하였다.
“동쪽 가지는 합하여 몇천 몇백 개의 잎이 있고, 그와 같이 남쪽 가지와 서쪽ㆍ북쪽 가지도 얼마가 있으니 모두 합하면 몇천 몇백 개의 잎이 되겠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나서 아난은 떠나갔다.
그 바라문들은 아난이 떠나가자 그 나무에서 몇백 장의 잎을 따서 한쪽에 숨겨 두었다. 아난이 돌아오자 바라문들은 다시 물었다.
“아난이여, 그대는 또 오시는군요. 다시 한번 묻겠습니다. 이 시사파 나무의 잎은 모두 몇 개나 됩니까?”
그러자 아난은 그 나무를 올려다보고 난 뒤에, 곧 바라문들이 몇백 장의 잎을 따서 숨긴 것을 알고 대답하였다.
“동쪽 가지는 몇천 몇백 몇 잎이고, 이렇게 남쪽 가지, 서쪽 가지, 북쪽 가지는 얼마이니, 모두 합해서
몇천 몇백 몇 잎입니다.”
이렇게 말하고 나서 곧 그곳을 지나쳐 갔다.
이때 바라문들은 한번도 본 적이 없는 일에 크게 신기해하며 서로 이렇게 말하였다.
“이 사문은 매우 총명하고 큰 지혜가 있구나.”
여러 바라문들은 이 일을 인연하여 마음에 바른 믿음을 얻어 그 뒤에 오래지 않아 출가하여 아라한과를 이루었다.
그때 또한 장로 분나파소(分那婆素)수나라 말로는 정숙(井宿)이라 함ㆍ장로 궁비라(宮毘羅)수나라 말로는 교룡(蛟龍)이라 함ㆍ장로 난제가(難提迦) 등도 있었는데 이 세 사람은 그 출가의 사연은 알 수 있지만, 태어나게 된 인연에 대한 일은 알지 못하며, 또한 그들이 지난 세상에 어떤 업을 지었는지도 알 수가 없었다.
어떤 이들이 이 경의 이름을 무엇이라 하겠느냐고 물으니 대답하기를, 마하승기사(摩訶僧祇師)는 대사(大事)라 이름하였다. 살바다사(薩婆多師)는 대장엄(大莊嚴)이라 이름하고, 가섭유사(迦葉維師)는 불생인연(佛生因緣)이라 이름하고, 담무덕사(曇無德師)는 석가모니불본행(釋迦牟尼佛本行)이라 이름하고, 니사색사(尼沙塞師)는 비니장근본(毘尼藏根本)이라 이름하였다.

728x90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