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 59권
불본행집경 제59권
수 천축삼장 사나굴다 한역
58. 발제리가등인연품 ③
이때 장로 제바달다는 아난이 부처님 계신 곳을 향하여 떠나는 것을 보고 물었다.
“장로 아난이여, 어디로 가려 하는가?”
“나는 지금 부처님을 뵈러 가려 하오.”
그러자 장로 제바달다는 아난에게 말하였다.
“아난이여, 그대가 지금 그렇다면 잠깐만 기다려라. 나도 발야슬타 승가에게 아뢰고, 그대와 함께 부처님 처소로 가겠다.”
제바달다는 이렇게 말하고 나서 곧 발야슬타 승가의 처소로 가서 그 발에 머리를 대고 절을 한 뒤에 한쪽에 물러나 앉아 여쭈었다.
“저는 지금 부처님을 뵈러 가고 싶습니다. 제발 존자께서는 가엾게 여기셔서 허락해 주십시오.”
그러자 장로 발야슬타 승가는 제바달다에게 대답하였다.
“네가 이제 때를 안다면 부처님 계신 곳으로 가거라. 그리고 너는 부처님 발에 머리를 대고 절을 한 뒤에 나를 대신하여 ‘세존이시여, 무병하시고 몸은 편안하십니까? 기거하시기 편안하여 교화를 행하심에 어려움은 없으십니까? 몸의 기력이 항상 좋으십니까?’라고 문안을 여쭈어라.”
제바달다는 대답하였다.
“존자의 가르침대로 행하겠습니다.”
그는 곧 정례하고 세 번 돈 뒤에 작별 인사를 하고 길을 떠났다.
그리하여 아난과 제바달다 두 사람은
함께 설산 아래에서 출발하여 부처님 계신 곳으로 향하였다. 그리하여 부처님 계신 곳에 도착하자 머리를 대고 절을 한 뒤에 한쪽에 물러나 섰다.
장로 제바달다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전날 여래께 출가하기를 청하였지만 여래께서는 저의 출가를 허락하지 않으셨습니다. 여래께서는 오늘 저의 출가한 모습을 보고 계십니까?”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제바달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제바달다야, 너는 어찌하려고 출가하였느냐? 이제 너의 소원대로 되었으니 어기지 말아라.”
이때 비구들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희유합니다. 세존이시여, 세존께서는 지난날 항상 저 제바달다에게 이익되는 일을 하라고 가르치셨는데, 제바달다는 지금 오히려 부처님께 의탁한 채 원수가 되려고 하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 비구들아, 내가 저 제바달다에게 이익된 일을 가르쳐도 그 사람은 오히려 나의 원수가 된 것은 오늘만의 일이 아니다. 과거에도 또한 그렇게 내가 이익됨을 가르쳤으나 도리어 나의 원수가 되었다.”
비구들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것은 무슨 일인지 설명해 주십시오.”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생각하건대, 지난 옛날 구원겁(久遠劫) 전에 설산 아래에 몸통은 하나인데 머리가 둘 달린 새가 한 마리 살고 있었다. 한쪽 머리는 가루다(迦嘍嗏)새라 하고 한쪽 머리는 우파가루다(優波迦嘍嗏)새라 불렀다. 그 두 머리의 새는 한쪽 머리가 잠들면 다른 한쪽 머리는 곧 깨어나곤 하였다.
어느 날 가루다새가 잠들어 있을 때의 일이다. 깨어나 있던 우파가루다 머리 가까이에 마두가(摩頭迦)라는 과일 나무가 있었는데 그 나무에 바람이 불어
깨어나 있는 머리 근처로 꽃이 떨어졌다.
그러자 그 깨어나 있는 머리는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내가 지금 비록 혼자서 이 꽃을 먹는다 하더라도 뱃속에 들어가면 두 머리가 함께 기운을 얻게 되고 또 목마름을 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마침내 잠들어 있는 머리에게는 알리지 않고 묵묵히 그 꽃을 먹었다.
그 잠자던 머리가 잠에서 깨어난 뒤에 배가 부르고 입에서 트림이 나오자 그 머리는 이렇게 물었다.
‘너는 어디서 이런 향기롭고 아름답고 미묘한 음식을 얻어먹었기에 내 몸이 편안하고 배가 부르며, 내 목소리도 아름답게 나는 것인가?’
깨어나 있던 머리는 대답하였다.
‘네가 잠들어 있을 때 여기 내 머리 근처에 마두가 꽃나무가 있었는데, 그 꽃 한 송이가 내 머리 근처에 떨어졌었다. 그때 나는 나 혼자 이 꽃을 먹더라도 뱃속에 들어가면 함께 기운을 얻고 목마르거나 배고픔을 면할 수 있으리라 생각하였다. 그래서 나는 너를 깨우지 않고 곧 그 꽃을 먹었다.’
이때 그 잠들어 있던 머리는 이 말을 듣고 크게 화를 내고 원한을 품으면서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음식을 얻어도 나에게 알리거나 나를 불러 깨우지도 않고 자기만 먹었구나. 그렇다면 나도 지금부터 음식을 얻게 되면 이 자를 부르거나 깨워 알리지 않으리라.’
그리고 나서 그 두 머리는 여러 곳을 지나다니며 놀다가 문득 독이 들어 있는 꽃 한 송이를 발견하게 되었다. 그러자 우파가루다는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내 이 꽃을 먹고 두 머리가 함께 죽게 하리라.’
그리고 그 가루다에게 말하였다.
‘이제 너는 잠을 자거라. 내가 깨어 있겠다.’
가루다는 그 우파가루다의 말을 듣고 곧
잠들었으며 우파가루다는 때를 기다렸다가 독이 든 꽃을 찾아 먹고 말았다.
가루다가 잠에서 깨어나자 입에서 트림이 나오는데 독기(毒氣)를 느꼈으므로 우파가루다에게 물었다.
‘너는 깨어 있을 때 어떤 나쁜 음식을 먹었기에 내 몸이 편안하지 않고 죽을 것만 같으며, 내 말도 거칠고 소리를 내려 하여도 마음대로 쉽게 내지 못하는 것인가?’
우파가루다가 말하였다.
‘네가 잠들어 있을 때 나는 독 있는 꽃을 먹었다. 두 머리가 함께 죽기를 바랐기 때문이다.’
그러자 한 머리가 다른 머리에게 말하였다.
‘네가 하는 짓이 어쩌면 그리도 성급하냐. 어쩌자고 이런 일을 하였단 말이냐?’
그리고 나서 곧 게송을 읊었다.
전날 네가 잠들어 있을 때는
미묘하고 감미로운 꽃이 내 근처로
바람에 불려 왔기에 먹었던 것인데
너는 도리어 크게 성을 내는구나.
무릇 어리석은 사람은 보기도 싫고
또한 함께 있고 싶지도 않다.
어리석은 이와 함께 있으면 이롭지 않고
스스로도 해롭고 남도 해를 끼치네.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그때 아름다운 꽃을 먹은 가루다새가 누구인지 의심할 것이다. 다른 생각을 내지 말아라. 그는 다름 아닌 곧 나의 몸이었다. 또한 너희들은 그때 독이 든 꽃을 먹은 우파가루다새가 누구인지 의심할 것이다. 다른 생각을 내지 말아라. 그가 바로 지금의 제바달다였다. 나는 그 때에도 이익을 지었으나 그는 도리어 성을 내었으며, 지금도 또 그렇게 내가 이익을 가르쳤으나 그는 도리어 나에게 원수를 맺고 있는 것이다.”
이때 장로 바제리가는 출가하고 난 뒤 곧 여름 안거 3개월 동안에 세 가지 신통을 성취하였고, 마니루타는 천안통(天眼通)을 얻었으며, 장로 발부파와 장로 인기(因耆)ㆍ
장로 난제가(難提迦) 등과 같은 사람들은 나한과를 증득하였고, 아난도 수다함과를 증득하였으나, 제바달다는 세간 범부들의 신통을 성취하였다.
장로 바제리가는 아라한과를 증득하고 난 뒤에 숲에 머물거나 고요한 방에 머물기도 하였으며 또는 맨땅이나 기타림 동산에 있으면서 낮과 밤 세 때에 항상 이렇게 외쳤다.
“아아, 기쁘구나.”이와 같이 세 번 외쳤다.
어느 때 여러 대중 비구들은 부처님 처소에 나아가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 장로 바제리가 교구미(喬瞿彌)의 아들은 세존의 법 가운데 있는 것을 즐거워하지 않고 기뻐하지 않으며, 언제나 옛날 왕위에 있을 때 부귀의 쾌락을 누리던 일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그는 항상 그 때의 일을 생각하기 때문에 나무 아래 있거나 빈방에 있거나 혹 맨땅에 있으면서 밤낮 세 때에 ‘아아, 기쁘구나’라고 외치고 있습니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비구 한 사람을 불러 말씀하셨다.
“너는 바제리가 비구한테 가서 세존께서 부른다고 전하라.”
그 비구는 대답하였다.
“가르침을 받들어 거행하겠습니다.”
그리고 곧 바제리가 장로가 있는 곳으로 가서 말하였다.
“바제리가여, 세존께서 그대를 부르신다.”
장로 바제리가는 그의 말을 듣고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가 정례하고 한쪽에 물러섰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바제리가여, 너는 참으로 나의 법 가운데서 청정한 행을 닦는 것을 즐겨 하지 않느냐?
항상 옛날 왕위에 있을 때의 쾌락을 떠올렸느냐? 그 때의 즐거움을 떠올렸기 때문에 나무 아래 있거나 한가로운 방에 있거나, 맨땅에 있으면서 세 때에 ‘아아, 기쁘구나. 아아, 기쁘구나’라고 이렇게 외쳤느냐?”
장로 바제리가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러하옵니다, 세존이시여. 그러하옵니다, 발단다(跋檀多)여.”
부처님께서는 다시 그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어떤 이로운 것을 보았기에 나무 아래에 있으면서 세 때에 ‘아아, 기쁘구나. 아아, 기쁘구나’라고 외쳤느냐?”
장로 바제리가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가 옛날 집에 머물면서 왕위에서 다스리고 찰제리의 관정(灌頂)을 받았으며 일곱 겹 담장이 저의 궁전을 에워싸고 저를 수호하였습니다. 또 일곱 겹으로 코끼리 군대가 저를 수호하였고 말 군대와 수레 군대와 보병의 군대들도 각각 일곱 겹으로 저를 수호하였습니다. 또 그들은 모두 몸에 갑옷을 입고 손에는 활ㆍ칼ㆍ창ㆍ금강저ㆍ철봉ㆍ방패ㆍ쇠바퀴ㆍ삼차(三叉)ㆍ도끼 등의 여러 가지 무기를 들고 저를 에워쌌었습니다. 또 담장 밖에는 다시 일곱 겹의 해자 참호가 있어 이렇게 수호하였습니다. 이렇게 막고 가리고 있었지만 오히려 밤중에 어떤 소리라도 들리면 겁이 나서 편안하지 못하였으며, 온몸의 털이 곤두서고 언제나 부끄러운 마음이 들었고 온몸이 위축되었습니다.
그러나 세존이시여, 저는 지금 나무 아래 있거나 한가로운 방에 있거나, 혹은 맨땅에 있으면서 밤에는 온갖 맹수들의 소리를 듣고 있는데도 공포가 일어나지 않고 온몸의 털이 곤두서지 않고 부끄러운 마음도 없고 온몸이 태연합니다.
그러므로 저는 항상 홀로 앉아 마음으로 ‘나는 이제 크게 이익되는 일을 얻었구나. 지금 세존께서 나의 위대한 스승이 되어주셨으며, 스스로 깨치신 법
가운데 출가할 수 있게 되었고, 청정한 행을 닦으며, 많은 금계(禁戒)가 있어 나를 잘 거두며, 미묘한 행을 하는 사람이 되었구나. 이제 나는 잘 살다가 목숨을 잘 마쳐야겠다’라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이런 까닭에 세존이시여, 저는 지난날 왕위에서 즐겁게 지내고 부귀를 누릴 때의 즐거움을 오늘날 출가한 즐거움과 고요한 곳에 앉아 즐겁게 사유하는 즐거움과 선정에 드는 즐거움과 사문의 즐거움과 비교하였습니다. 이렇게 기억을 떠올리며 생각하였기 때문에, 나무 아래 있거나 한가로운 방에 있거나 혹 맨땅에 있으면서 족함을 알고 욕심이 적으며 남에게 밥을 빌어도 몸의 털이 곤두서지 않고, 마치 산록처럼 마음의 자재로움을 얻어, 앉고 눕거나 가고 서거나 걸림이 없어 세 때에 ‘아아, 기쁘구나. 아아, 기쁘구나’라고 세 번 외쳤던 것입니다.”
그리고 장로 바제리가는 부처님 앞에서 대중을 향하여 게송을 읊었다.
내 옛날 깊은 궁전 속에 있을 때
일곱 겹 담장이 매우 높고 험해서
망루와 성가퀴로 적을 물리쳤고
또 일곱 겹의 참호도 있었다네.
군사들이 온갖 무기를 들고 지켜
밤낮 없이 나를 수호하였건만
이렇게 가지가지로 방위해 지켜도
몸과 뜻이 아직 편안치 않았네.
나는 지금 세존 앞에 있는데
나를 수호하는 이 한 사람도 없고
또 고요하고 한가로운 곳에 있거나
혹은 산 숲 나무 아래에 머물기도 하네.
나 부처의 아들 바제리가처럼
모든 사람들은 저마다 수호해
행주좌와에 항상 안락하여
이러므로 마음에 연연함이 없어라.
나는 옛날 궁 안에서 큰 코끼리를 타고
몸에는 아름다운 비단 옷을 입었으며
향긋하고 달콤하고 맛난 음식과
고기 맛으로 조화된 국도 먹었네.
지금 앉고 누울 때면 마음대로 깔고
고요한 곳에서 분소의를 입고 있어
사랑을 버리고 괴로움의 근본을 뽑아버림이
내가 행하고자 하는 모든 생각이네.
부처님께서는 이 일로 인연하여 또 게송을 읊으셨다.
사람이 명(命)을 알면 번뇌롭지 않고
또한 근심 없이 그 목숨을 마치리라.
만약 용맹스럽게 진제(眞諦)를 보면
고해에 떨어져도 두려워하지 않으리라.
이미 존재[有]와 갈애[愛]를 끊은 비구는
일체 것을 고루 다 끊은 자이다.
나고 죽는 번뇌가 다 없어지면
이렇게 다시는 훗날의 존재[後有]가 있지 않으리.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 비구들아, 만약 나의 성문 제자들 가운데 호사스럽고 귀한 가운데서 집을 버리고 출가한 사람으로 으뜸인 자는 바로 바제리가 비구임을 알아야 한다.”
그러자 비구들은 부처님께 여쭈었다.
“세존이시여, 지금 이 장로 바제리가는 지나간 옛 세상에 어떤 선근을 지었기에 금세에 석가족의 매우 부귀한 집안에 태어났으며 내지 재물이 많아 조금도 부족한 것이 없었으며, 또 어떤 업을 지었기에 석가족의 왕위를 계승하였고, 또 어떤 업을 지었기에 문득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고 아라한과를 증득하였으며, 또 부처님으로부터 ‘너희 비구들아, 만약 성문 제자 가운데서 호사스러움과 귀함을 버리고 출가한 사람으로는 바제리가가 으뜸이다’라는 수기를 받게 된 것입니까?”
부처님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 비구들아, 내가 생각하건대 지나간 옛 세상에 가난한 사람 하나가 걸식을 하며 살아가고 있었다. 그는 어떤 성을 떠나서 바라나성에 이르렀는데 그가 성에 도착하자 그 성에 살고 있던 모든 걸인들이 이 사람을 보더니 꾸짖으며 말하였다.
‘너는 어디 살다가 이곳까지 왔느냐?’
그러면서 그들은 이 사람이 돌아다니며 걸식하는 것을 막고 허락하지
않았다.
이 사람은 자신의 걸식이 방해를 받자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이들에게 아무런 잘못도 저지르지 않았는데 어째서 내가 걸식하는 것을 막는단 말인가?’
그때 바라나성에 살고 있는 장자 한 사람이 구리 발우를 잃어버렸다. 그 장자는 구리 발우를 찾아 이곳저곳을 헤맸지만 끝내 찾지 못하자 발우를 찾으러 다른 마을로까지 갔다.
마침 그 걸인이 거름더미 속에서 그 구리 발우를 주웠다. 그는 발우를 막대기에 걸고 바라나성으로 들어와서 주인을 찾으러 이 거리 저 거리 이 골목 저 골목을 돌아다니며 외쳤다.
‘이 구리 발우는 누구의 물건이요? 아는 사람은 찾아가시오.’
주인을 찾아 여러 곳을 헤매고 다녔지만 만날 수 없었다. 걸인은 발우의 주인을 찾지 못하자 그 나라 범덕왕에게 바쳤다.
그런 뒤에 장자는 훗날 어떤 사람이 거름더미 속에서 구리 발우 한 개를 주어 막대기에 걸고 다니며 바라나성에 들어와 온 거리와 골목마다 다니면서 주인을 찾아 다녔지만 끝내 주인을 찾지 못하여 범덕왕에게 바쳤다는 소문을 들었다. 장자는 범덕왕을 찾아가 아뢰었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예전에 걸인이 가져다 바친 구리 발우는 저의 물건입니다.’
그러자 범덕왕은 사람을 보내어 그 걸인을 불러와 물었다.
‘네가 먼저 보내온 구리 발우는 지금 이 장자의 것이라는데, 어찌된 사연이냐?’
그 걸인은 범덕왕에게 아뢰었다.
‘그렇습니다. 대왕이시여, 저는 본래 그 구리
발우가 누구의 것인지 몰랐습니다. 거름더미 속에 있는 것을 제가 주웠는데 저는 곧 그 발우를 막대기에 걸고 바라나성에 들어와, 동서남북을 헤매며 주인을 찾았습니다. 하지만 끝내 주인을 찾지 못하였기 때문에 곧 대왕에게 바치어 마음대로 쓰시도록 하였던 것입니다.’
그러자 범덕왕은 그 말을 듣고 크게 기뻐하여 그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지금 나에게 원하는 것이 무엇이든지 청하라. 내 그대에게 주겠다.’
그리고 그 구리 발우는 장자에게 돌려주었다.
그런데 그 걸인은 범덕왕에게 이렇게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지금 만약 기쁜 마음으로 저에게 무엇이든 주고자 하신다면 부디 저를 이 바라나성의 모든 걸인들의 왕이 되게 해주십시오.’
그러자 범덕왕은 그에게 말하였다.
‘지금 무엇 하러 그 거지의 왕이 되겠다고 하는가? 그런 것 말고 더 좋은 것을 청하여라. 금이나 은, 또는 이 나라에서 가장 좋은 고을을 찾아 봉읍(封邑)해주기를 바란다면 나는 곧 그대에게 주겠다.’
하지만 그 걸인은 다시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께서 만약 기꺼이 저의 소원을 들어주시겠다면 제가 먼저 소원한 대로 이루어지게 해주소서.’
왕은 할 수 없이 대답하였다.
‘그대 원하는 대로 하라. 그대의 뜻을 따르겠다.’
이때 그 바라나성에는 모두 5백 명의 걸인이 살고 있었는데 왕이 되기를 소원한 걸인은 모든 걸인들을 다 불러모으고 말하였다.
‘내가 이제 너희들의 왕이 되었으니, 너희들은 반드시 내가 하라는 대로 해야 할 것이다.’
걸인들이 자기들의 왕에게 물었다.
‘당신은 지금 우리에게 어떤 처분을 내리실 것이며, 무슨 일을 하게 하실 것입니까?’
그 왕이 말하였다.
‘너희들은 함께 나를 어깨에 메거나 업기도 하고, 그 밖의 사람들은 모두 좌우에서 나를 호위하고 가도록 하여라.’
그 5백 명의 걸인들은 그의 말을 듣고 곧 지시를 따라서 어깨에 메거나 업기도 하고 곳곳을 돌아다녔다. 그리하여 음식이 마련된 자리에 가면 음식을 빌어 가져와서 한 곳에서 함께 나누어 먹었다. 이런 방편으로 오래도록 살아갔다.
그때 어떤 사람이 아무도 없는 곳에서 마호다가(摩呼茶迦)수나라 말로는 환희환(歡喜丸)이라 함를 먹고 있었는데 걸인왕은 그 사람에게서 그 과자를 빼앗아 가지고 도망쳐 달아났다. 왕을 따르던 5백 명의 거지들은 왕을 따라 먼 곳까지 뛰어갔지만 모두들 힘이 부쳐서 각각 되돌아갔다. 그러나 그 거지왕은 힘이 장사여서 아무리 멀리 달아나도 피로한 줄을 몰랐다. 왕이 더 멀리 달아난 뒤 뒤를 돌아보았을 때 5백 명의 걸인들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들이 보이지 않자 어느 동산 속에 들어가 손을 씻고 한쪽에 앉아 그 과자를 먹으려 하였다. 그런데 채 먹기도 전에 그에게는 문득 뉘우침이 일어났다.
‘나는 지금 착하지 않은 짓을 하였구나. 지금 나는 어쩌자고 그 사람에게서 이 음식을 빼앗았던가. 또 이 음식은 너무 많아서 내가 다 먹을 수도 없는데 미친 듯이 나를 뒤쫓아온 사람들도 떼어 버렸다. 만약 이 세상에 살고 있는 여러 성인들이 부디 나의 생각을 알고서 이곳으로 온다면 나는 그 분에게 나누어 주리라.’
그가 이런 마음을 내었을 때 선현(善賢)이라는 이름의 벽지불이 한 분 있다가 허공을 날아 그 사람 앞에서 멀지 않은 곳에 내려섰다.
그 사람은 벽지불의 행동거지가 조용하고 걸음걸이가 가지런하며 거동이 점잖아서 조급하거나 느리지 않은 것을 보게 되었다. 이것을 보고 나자 그는 벽지불에게 깨끗한 신심을 일으키면서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나는 과거에도
가난하였고 또 현재에도 가난한 것은 모두 이런 복전(福田)을 만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이런 사람에게 보시를 행하거나 공경히 공양하지 못하였기 때문이다. 내가 과거에 이런 복전을 만났다면 오늘에 결코 이런 곤궁함을 당하지 않았을 것이요, 또 남에게 핍박을 받고 살지 않았을 것이다. 이제 나는 지금 이 마호다가 과자를 이 선인(仙人)에게 바치고 싶은데 과연 이 선인이 받을지 모르겠구나. 만약 받아 준다면 나는 미래에는 이와 같은 빈천하고 괴로운 신세를 면하게 될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서는 곧 마호다가 과자를 그 선인에게 바쳤다. 모든 벽지불에게는 다음과 같은 법이 있으니, 오직 신통을 나타내어 중생을 교화할 뿐 다른 법으로 교화하지는 않는 것이었다.
그 벽지불은 그에게서 마호다가를 받아들고서 그 사람을 가엾게 여긴 까닭에 그곳에서 허공을 날아올라 떠나갔다.
그 사람은 벽지불이 허공을 타고 날아오르는 모습을 보고 크게 기뻐하였다. 그는 벅차오르는 기쁨을 참지 못하여 아주 기쁜 마음으로 합장하고, 멀리 그 벽지불의 발에 정례하면서 마음으로 이런 원력을 세웠다.
‘원하옵건대 나의 이 몸은 미래세에 항상 이런 세존이나 혹은 더 나은 분을 만나서 그 세존의 말씀하신 법을 어서 듣고 알기 바랍니다. 그리고 또 원하건대 나는 미래세에는 큰 위세가 있고 덕이 있는 찰제리종에 나서 왕이 되어 세상을 다스리고, 다시는 걸인들 속에서 살아가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는 또 ‘세세생생에 악도에 떨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라는 원력도 세웠다.”
부처님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 비구들아, 너희들은 그때 바라나성 걸인의 왕으로서 벽지불에게 마호다가를 공양한 사람이 누구인지 의심할 것이다. 그러나 다른 생각을 하지 말아라.
바로 바제리가 비구가 그 사람이었다. 그때 걸인왕으로서 벽지불에게 마호다가를 보시한 그 업보로 인연하여 지금 석가족 큰 부호의 집에 태어나서 조금도 아쉬울 것이 없으며, 또 그때 ‘나는 내세에 큰 위덕 있는 부호 종성에 태어나 왕이 되어 교화하기를 원합니다’라고 원력을 세운 그 업보로 인연하여 지금 석가족의 왕위를 받은 것이다. 그리고 또한 ‘나는 세세생생토록 악도에 떨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라고 서원한 그 업보로 인연하여, 한번도 악도에 떨어지지 않고 항상 인간과 천상에 태어났으며, 두 세계를 오가며 윤회하면서 많은 쾌락을 누렸던 것이다.
또 그는 ‘나는 내세에 항상 이런 벽지불이나 혹 더 나은 분을 만나며, 그 세존께서 설하시는 법을 듣는 대로 내가 속히 알기를 원합니다’라고 원하였던 그 업보로 인연하여, 지금 나를 만나 출가하고 구족계를 받고 아라한과를 증득한 것이다. 또한 나에게서 ‘나의 성문 제자 가운데 호족(豪族)으로 출가한 사람 가운데 가장 으뜸인 사람은 바제리가 비구이다’라는 수기를 받게 된 것이다.
너희 비구들아, 바제리가는 과거에 이런 선근 인연을 지었으며, 이런 선근을 지은 인연 때문에 지금 호성(豪姓) 석가족의 집안에 태어나 크게 부하고 크게 귀하여 재물이 많아서 조금도 아쉬운 것이 없었다. 석가족 가운데서 왕위를 계승하였다가, 그 왕위를 버리고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고 아라한과를 증득하였으며, ‘나의 성문 제자 가운데 호성으로 출가한 사람으로는 바제리가 비구가 제일이다’라는 수기를 받았던 것이다.”
그 장로 바제리가는 이렇게
아라한과를 증득하고 나서 항상 아란야에 살면서 걸식으로 생활하고 분소의를 입었으며, 항상 앉았으며 눕지 않았고 뜻하는 대로 자리를 깔았으며 오직 세 가지 옷[三衣]만 지녔을 뿐 다시 다른 것을 간직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사바제성(舍婆提城)에서 걸식하며 지내고 있던 중 아란야의 나무 아래서 풀과 나뭇잎을 찾았으나 결국 구하지 못하였다. 그래서 장로는 곧 흰 코끼리 똥을 모아 깔고 그 위에 가부좌를 맺고 앉아, 몸을 곧게 하고 생각을 바로 하여 하룻밤을 지냈다.
그 장로 바제리가는 이른 아침에 옷을 입고 발우를 들고, 걸식하려고 그 사바제성을 향하여 걸어갔다.
때마침 성에서는 여러 걸인들이 밥을 얻어 가지고 나와서 성에서 멀지 않은 곳에서 각각 따로 앉아 밥을 먹으려 하였다.
장로 바제리가는 멀리서 여러 걸인들이 성에서 밥을 빌어 가지고 나와 성에서 멀지 않은 곳에 따로 앉아 먹으려 하는 모습을 보고, 그들의 곁으로 가서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섰다.
그때 모든 걸인들은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 비구는 틀림없이 우리를 불쌍히 여긴 까닭에 이곳에 와서 밥을 비는구나.’
이런 생각을 하고 각각 자기 밥에서 조금씩 덜어 그 장로 바제리가에게 주었다.
바로 그때 파사나 교살라국의 왕이 분타리(分陀利)라는 이름의 커다란 흰 코끼리 위에 올라타고 대신
시리발타(尸利跋陀)수나라 말로는 피현(彼賢)이라 함를 거느리고 성에서 나왔다.
그 파사나 교살라국왕은 걸인들에게 밥을 얻어먹고 있는 바제리가를 멀리서 보고, 시리발타 대신에게 물었다.
“시리발타여, 어떤 비구이기에 걸인들에게 밥을 얻어 먹느냐?”
그 대신은 자세히 살피더니 그가 틀림없이 바제리가임을 알고서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이 분은 바로 석가왕 바제리가입니다.”
왕은 곧 그 대신에게 말하였다.
“그렇다면 그대는 흰 코끼리를 저 바제리가 옆으로 몰고 가도록 하라.”
시리발타는 왕의 명령을 듣고 대답하였다.
“대왕의 명을 받들어 거행하겠습니다.”
그는 왕의 명령대로 왕이 올라탄 흰 코끼리를 몰고 장로 바제리가 곁으로 갔다.
파사나 교살라국왕은 바제리가 장로로부터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코끼리에서 내려 바제리가의 발에 머리 대고 절을 한 뒤에 한쪽에 물러나 서서 물었다.
“아라야(阿梨耶)여, 지금 무슨 까닭에 이렇게 빈천한 생각을 내시고, 이토록 가난한 사람들에게 밥을 얻어먹습니까?”
그러자 장로 바제리가는 파사나 교살라국왕에게 말하였다.
“대왕이여, 나는 지금 가난하기 때문에 저들에게 밥을 빈 것이 아닙니다. 나는 지금 일곱 가지 보배와 재물이 있으며 오직 내가 원해서 가난한 사람들에게서 밥을 빈 것이고 또 저 걸인들로 하여금 빈궁함을 끊어버리게 하기 위하여 걸식을 한 것입니다. 대왕께서는
아셔야 합니다. 나는 이미 눈을 가지고 있으며 다만 저 무명(無明)의 앞못보는 중생들을 위해서 그들에게 와서 걸식한 것입니다.
또 대왕이여, 나는 지금 모든 번뇌에서 해탈하였으므로 오직 저 탐욕과 성냄에 얽매인 중생들을 해탈시키게 하려고 그들에게 걸식하였던 것입니다. 대왕이여, 지금 나는 이미 저 언덕에 이르렀으며 오직 번뇌의 늪에 빠진 중생을 구제해 주기 위해서 그들에게 와서 걸식하였던 것입니다.
그리고 대왕이여, 나는 이미 병이 없는 곳을 얻었으며 오직 번뇌에 병든 모든 중생들을 치료하려고 그들에게 걸식하였던 것입니다.”
이때 파사나 교살라국왕은 다시 바제리가에게 말하였다.
“아리야여, 저 또한 가난하여 일곱 가지 재보가 없고, 저 또한 무지하여 깊은 어둠에 머물러 있으며, 저는 또 번뇌의 늪에 빠져 있습니다. 지금 저에게도 탐욕의 병이 있습니다. 그러니 아리야시여, 제발 저를 불쌍하게 여기셔서 자주 저의 집에 와 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장로 바제리가는 파사나 교살라왕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어진 대왕이시여,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하고 나서 왕을 버려 둔 채 떠나갔다.
59. 마니루타품(摩尼婁陀品) ①
어느 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을 위하여 법을 설하시는데, 그때 장로 마니루타는 잠이 들고 말았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마니루타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마니루타야, 너는 어찌하여 이 법의(法義) 가운데에서 그토록 잠들어 있는 것이냐?
너의 그런 행동은 참으로 착하지 않은 일이니, 너는 일어나라. 잠들지 말아라.”
그 이후부터 마니루타는 다시는 잠자지 않았다. 그는 너무나 오래도록 잠을 자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육안(肉眼)을 잃게 되었으며 오직 천안(天眼)으로써 세간의 모습들을 보았다.
이때 세존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 비구들아, 나의 성문 제자 가운데 청정한 수행이 으뜸가는 사람은 바로 마니루타 비구이다.”
또 어느 때 마니루타는 자주 모든 의상을 꿰맸는데 어느 때에는 다섯 손가락마다 바늘을 하나씩 들고 꿰맸다.
그때 장로 대목건련이 그의 처소에 나아가 말하였다.
“마니루타여, 그대는 지금 나와 함께 유행(遊行)하며 다닙시다.”
그러자 장로 마니루타가 목련에게 대답하였다.
“장로 목련이여, 잠깐만 기다려 주십시오. 내 옷이 다 지어질 때까지 기다려 주십시오.”
목건련은 다시 마니루타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지금 만약 신통력으로 바느질한다면 빨리 지을 수 있을 것입니다. 만약 지금 하려고 생각하는 것이 있으면 또한 빨리 완성하기를 바랍니다.”
그런데 마니루타가 옷을 꿰매는데 바늘에서 실이 빠졌다. 그러자 장로 마니루타는 홀로 외쳤다.
“이 세상에 누가 기꺼이 내 바늘구멍에 실을 끼어 주는 공덕을 짓겠습니까?”
이때 세존께서 홀로 방안에서 마음을 거두어 좌선하시다가 청정한 천이(天耳)로 마니루타의 이 말을 들으시고, 마치 힘센 장사가 팔을 굽혔다 펴는 것처럼 짧은 시간에 이내 본래 자리에서 몸을 숨기고 마니루타
앞에 나타나 바늘에 실을 꿰어 주었다.
그러자 장로 마니루타는 물었다.
“어느 분이 저의 바늘을 꿰었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마니루타여, 내가 너를 위하여 바늘귀를 꿰었다.”
이때 비구들은 이 말을 듣고 서로 전하였다.
“부처님이 장로 마니루타를 위하여 그 바늘귀를 꿰어 주셨다.”
그들은 이런 말을 듣고 저마다 생각하였다.
‘부처님께서도 깨끗하게 수행하는 사람을 높이 기려서 그가 미처 하지 못하는 일을 도우시는데 하물며 우리들이 어찌 서로 모르는 체하며 돕지 않겠는가.”
이로 인하여 모든 비구들은 저마다 서로의 일을 도와주게 되었다.
이때 비구들은 이런 인연으로 부처님 처소에 나아가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 장로 마니루타는 지나간 옛 세상에 어떤 선업(善業)을 심었기에 지금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고 아라한과를 얻었으며, 세존으로부터 ‘나의 성문 제자 가운데서 청정한 천안을 얻은 이로 가장 으뜸인 사람은 바로 장로 마니루타 비구이다’라는 수기를 받게 되었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 비구들아, 내가 생각하건대 지난 옛날 한량없는 아승기겁 이전에 부처님 한 분이 세상에 출현하셨으니, 이름을 연등(然燈) 여래ㆍ응공ㆍ정변지ㆍ명행족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조어장부ㆍ천인사ㆍ불세존이라 하였다. 그 부처님은 비구들에게 법을 설하실 때에 여러 가지 천안(天眼)의 일을 찬탄하였다.
그때 한 거사에게는 대재(大財)라는 이름의 아들이 있었는데 그가 그 집회 대중 안에서 법을 들었다. 거사의 아들은 법을 듣고 나서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비록 부모가 집을 버리고 출가함을 허락하지 않지만, 미래세에 천안을 얻기 위해 여러 가지 선근을 지으리라.’
이런 생각을 하고 나서 백 곡(斛)이나 되는 기름을 구하여, 연등불 무상정진 등정각(無上正眞等正覺)의 처소에 가지고 가서 등을 밝혀 공양하고, 마음속으로 이런 원력을 세웠다.
‘부디 나는 내세에 이런 부처님을 만나 그 부처님의 설법을 듣고 속히 증득하여 알며, 그 세존의 성문 제자로서 천안이 가장 으뜸가기를 바라며, 또 부디 세세생생에 악도에 떨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연등 여래ㆍ응공ㆍ정변지ㆍ명행족ㆍ선서ㆍ세간해ㆍ무상사ㆍ조어장부 ㆍ천인사ㆍ불세존께서는 거사의 아들 대재에게 말씀하셨다.
‘미래세에 부처님이 계시리니, 이름을 석가모니 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라 하며, 십호를 모두 갖춘 분이 나실 것이다. 너는 그 세존의 성문 제자 가운데 천안을 얻은 사람으로는 으뜸이 되리라’고 수기하셨다.”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여러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너희 비구들은 아마 그 연등불 때의 대부호 거사의 아들이었던 대재가 누구인지 의심할 것이다. 그가 바로 마니루타 비구였다.”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여러 비구들에게 또 이렇게 말씀하셨다.
“내가 생각하건대 지난 아주 오래 전 과거세에 도둑 한 사람이 도둑질을 하려고 어두운 밤중에 좁은 길을 가다가 중도에 그 신발끈이 끊어졌다.
그런데 마침 그곳에는 벽지불의 사리탑이 하나 있었는데 그 탑 있는 곳에서 어떤 사람이 등을 밝히고 복을 빌면서 탑을 공양하며 받들었다. 그런데 그 등불이 꺼지려 하였으므로 그 도둑은 그것을 보고 등불을 계속 피우려고 신발끈을 끊어서 기름을 더 치고, 또 화살촉으로 심지를 돋웠다. 그러자 등불은 더욱 밝게 빛났다.
이때 그 도둑은 등불이 밝게 빛나는 것을 보고 나서 멀지 않은 곳에서 신의 끈을 이었다. 그는 그 빛을 인연하여 그 탑을 발견하였다. 탑을 발견한 순간 문득 마음이 깨끗해지면서 그는 원을 세웠다.
‘이 탑은 어느 분의 것인지 모르나 부디 내세에 이 탑의 본존(本尊)이나 혹은 더 나은 분을 만나서 그 세존의 설법을 듣고 속히 증득하여 알며, 그 세존의 성문 제자 가운데 천안을 얻은 사람으로 으뜸이 되며, 또 원하건대 세세생생 악도에 떨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라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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