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 58권
불본행집경 제58권
수 천축삼장 사나굴다 한역
58. 바제리가등인연품 ②
이때 장로 우파리파다는 생각하였다.
‘세존께서 이미 그 사람의 출가를 허락하지 않았거늘 내가 만약 출가시킨다면 이것은 옳은 일이 아닐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곧 제바달다에게 말하였다.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그대는 반드시 그렇게 해야 한다.”
제바달다는 이런 차례로 대덕 상좌 등 모든 비구들 처소를 다 찾아갔지만 그 모든 대덕 상좌 비구들은 제바달다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세존께서 이미 그렇게 말씀하였으니, 그대는 반드시 그렇게 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제바달다는 가는 곳마다 어디서도 허락을 받지 못하자 도로 흰 코끼리를 타고 가비라성 자기 집으로 돌아오고 말았다.
그때 석가족 청년 아난도 5백 명의 석가족 청년들이 모두 출가한 것을 보고 문득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나도 오늘 집을 떠나 부처님 곁에 가서 출가하리라.’
이런 생각을 하고 나서 양친에게 말씀드렸다.
“저는 지금 집을 떠나 부처님 곁에 나아가 출가하고 싶습니다. 제발 저를 보내주셔서 출가하게 해주십시오.”
그러나 아난의 어머니는 본래 부처님에게
청정한 마음을 지니고 있지 않았다. 왜냐 하면 세존께서 출가하기 전 보살이었을 때에 아난의 어머니는 보살의 공덕이 드높고 위력이 빛나는 것을 본 뒤 보살에게 애착심을 내어 온갖 그릇된 말을 던졌다.
하지만 보살은 다만 그녀를 친 이모로만 대했을 뿐 그런 말에 아예 대답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인연으로 보살에게 청정한 마음을 갖고 있지 않았기 때문에 자기 아들 아난이 집을 버리고 출가하겠다는 청을 허락하지 않았다.
그때 제바달다는 다른 사람들로부터 소문을 들었다. 즉 아난이 출가하고싶어하는데 그 부모들이 허락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제바달다는 아난을 찾아가 물었다.
“아난이여, 그대는 참으로 집을 버리고 출가하고자 하는데 부모님께서 허락하지 않으시는가?”
아난은 대답하였다.
“제바달다여, 그렇소. 나는 지금 내가 어떻게 해야만 부모님의 허락을 얻어서 출가하여 비구가 되고, 구족계를 받을 수 있을지 모르겠소.”
제바달다는 아난에게 말하였디.
“나중에라도 그대의 부모님께서 출가를 허락하거든 꼭 나에게 알려다오. 나와 함께 같은 때에 출가하도록 하자.”
아난도 제바달다에게 대답하였다.
“그대의 말대로 할 것을 약속하겠소.”
그리고 난 뒤에 아난은 생각하였다.
‘우리 양친께서는 결코 내가 집을 버리고 출가하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나서 곧 집안에서 5백 장의 파리사반(波利沙般)을 꺼내 들고서 아무도 몰래 비제야국(毘提耶國)으로 갔다. 그 나라에는 아난의 부왕과
예전부터 잘 알고 지내는 장자 한 사람이 살고 있었다. 아난은 그에게 가서 5백 장의 파리사반을 주면서 이렇게 부탁하였다.
“지금 이 돈을 당신에게 맡기겠으니 나를 위하여 음식을 마련하여 주십시오. 내가 만약 음식이 필요하여 여기 오거든 이 돈으로 음식을 마련해 주십시오. 하지만 그때 당신은 내가 어디서 오는지는 묻지 말아 주십시오. 그저 내가 음식이 필요하여 온 줄로만 알고 계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말하고 나서 고요한 아란야처에 가서 말을 하지 않는 계행을 지니고서 걷거나 앉거나 눕는 모든 시간에 고요히 말을 하지 않았으며, 음식이 필요할 때는 돈을 맡긴 집으로 가서 묵묵히 음식을 먹고, 식사가 끝나면 또 묵묵히 돌아갔다.
그러자 그 나라의 사람들은 석가족 청년 아난이 걷거나 앉거나 눕는 모든 시간에 고요히 침묵하며 지내는 것을 보고 물었다.
“당신은 누구십니까?”
그러나 아난은 그 사람들에게 대답하지 않고 묵묵히 갔다. 그러자 사람들은 한결같이 말하였다.
“이 선인은 비제야국에서 나왔다.”
이렇게 말하고 그에게 ‘비제야국 선인’이라고 이름을 지어서 불렀다.
이때 아난의 부모는 ‘아난은 여기서 도망쳐 비제야국 성읍 시골에 가서 침묵하는 계행을 닦고 선인의 수행을 하여 선인이 되었다’는 소문을 들었다. 그들은 이런 소문을 듣고 곧 사람을 보내어 일렀다.
“아난아, 네가 꼭 집에 있지 않고 출가하려거든 이곳으로 돌아와서 우리 석가족 청년 곁에서 출가하여라.”
마침내 아난은 돌아왔으며 그는 제바달다에게
가서 소식을 전하였다.
“제바달다여, 그대는 아셔야 하오. 나의 부모님께서 이제 나의 출가를 허락하셨소.”
그러자 제바달다가 아난에게 물었다.
“그대는 지금 누구에게 출가하려는가?”
“나는 지금 부처님께 가서 출가할 생각이오.”
제바달다가 말하였다.
“지난날 내가 부처님께 출가하기를 원했으나, 부처님께서는 나의 출가를 허락하지 않았소.”
아난이 말하였다.
“그러면 성자 사리불에게 가서 출가하기를 청하기로 합시다.”
“그 사람도 나의 출가를 허락하지 않았소. 뿐만 아니라 마하목건련, 마하가섭, 대가전연, 우루빈라가섭, 나제가섭, 가야가섭, 우파사나, 마하구치라, 마하전타, 우바리파다 등 이런 모든 대덕 상좌 비구들도 한결같이 나의 출가를 허락하지 않았소.”
그러자 아난이 제바달다에게 말하였다.
“그렇다면 그대는 어느 곳으로 가고 싶소?”
제바달다가 말하였다.
“아난이여, 내가 가려는 곳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서는 안 되오.”
아난이 답하였다.
“나 또한 제바달다의 그런 뜻을 따르겠소.”
이때 큰 세도가 있는 석가족의 청년들은 한 집에서 한 사람씩 부처님께 출가하게 되어 있었다.
바로 그때 가비라 성안에 두 형제가 있었으니, 동생은 마니루타(摩尼樓陀)구역(舊譯)에서 아니루타(阿尼婁陀)라고 되어 있음라 하고, 형은 마하나마(摩訶那摩)라 하였다. 동생 마니루타는 오래도록 선근(善根)을 심고 해탈장(解脫藏)을 닦았으며, 번뇌를 등지고 열반을 향하였으며,
그 어떤 존재[有] 가운데 나고자 하지 않고, 이 삼계 속에 있으면서 모든 번뇌를 완전히 없애고자 하였다. 그는 이미 일찍이 큰 공덕을 쌓았기 때문에 석가족 안에 태어났는데 그가 태어난 이래로 그 집의 생업(生業)은 더욱더 불어났다. 즉 돈과 재물, 모든 곡식들은 물론이요, 진주, 유리, 호박 등의 온갖 보석과 금과 은 그리고 가축들과 하인들이 모두 갖추어졌다. 땅에서도 5백 개의 보물창고가 저절로 솟아났고, 그가 침상에서 잠잘 때면 모든 하늘들이 5백 가지 값진 보석을 침상 위에 놓기도 했다.
그 모든 권속들은 이렇게 희유한 일을 보고 서로 말하였다.
“이 동자가 잠잘 때 모든 하늘들이 값진 보석을 가져다 그 위를 덮으니 우리는 이 사람을 ‘마니루타’라고 부르자.”
그리고 마니루타는 매우 훌륭하고 단정하여 그를 보는 사람이면 누구나 즐거워하였고, 몸은 황백색을 띠었는데 황금빛과 같았고, 그 머리의 모양은 일산과 같고 앵무새 부리처럼 코가 높았다. 두 팔을 곧게 드리우면 무릎 아래까지 닿았으며 몸이 반듯하고 위아래가 가지런하였으며, 모든 감각기관을 다 갖추어 모자라거나 부족한 곳이 없었다.
그의 부모는 유모 네 사람을 두어 보살피게 하였으니, 이른바 안아 주는 사람, 목욕시키는 사람, 젖을 먹이는 사람, 함께 놀아주는 사람이었다. 이렇게 네 명의 유모가 보살피며 기르는 사이 마니루타는 차츰 자라나 지혜를 다 갖추었고 또 이리저리 걸어다니고 뜀박질을 할 수 있게 되었으며 일을 감당할 나이가 되자 가업(家業)의 여러 기술들을 가르쳤다.
그 여러 기술이란, 곧 글씨 쓰는 일, 셈하는 일, 도장 만드는 것, 음악과 춤, 만담, 재담, 뜀박질, 마니보배 다루기, 염색하기, 옷 만들기,
여러 향을 화합하기, 꽃잎과 여러 모양 그리기, 바둑, 장기, 쌍륙 등의 잡기와 문장 짓기, 코끼리와 말 다루기, 수레 몰기, 활쏘기, 위의 갖추기, 씨름, 안마 등의 기술과, 뛰어 달아나기, 코끼리 조련하기, 공 던지기, 농장 관리, 가고 오고 드나듦의 길흉 알아 맞추기, 정탐하기, 군진(軍陣) 잘 부수기, 주먹을 쥐면 남이 펴지 못하게 하고, 땅에 버티고 서면 사람이 아무리 밀어도 움직이지 못하게 하는 기술, 이발하고 머리 빗는 것, 칼을 잘 쓰기, 손으로 나무와 돌 깨기, 조금도 어긋나지 않게 쏘고 겨누기 내지 머리털이나 사람의 사지 맞추기, 화살을 쏘고 소리를 찾기, 억센 활 당기기 등 이런 모든 기술을 완전하게 다 통달하고 빠짐없이 익혀서 모르는 것이 없게 되었으며, 뜻과 지혜가 폭넓고 깊어졌고, 예민해졌으며 마음으로 생각함이 교묘하고 지혜롭고 총명해졌다.
어린 마니루타가 어느 때 아버지를 따라서 농장을 감독하고 생업을 보살피러 나갔다. 그곳에 이르자 갈증이 일어나 마니루타는 목마름을 달래려고 물가로 가서 물을 떠 마셨다. 그때 그 물은 하늘의 달콤한 감로수로 변하였다.
그러나 아버지는 물을 마시지 못하게 하였다.
“얘야, 이 물을 마시지 말아라. 자칫 네 몸에 탈이라도 날까 겁나는구나.”
어린 마니루타는 그 물을 맛보고 나서 아버지에게 답하였다.
“이 물은 아주 감미롭습니다.”
그 아버지는 믿지 않았다. 그러자 소년은 손으로 물을 떠서 아버지에게 올리며 말하였다.
“아버님, 만약 믿어지지 않으시면 이 물을 한번 맛보세요.”
아버지는 물맛을 보고 나서 아들에게 대답하였다.
“마니루타야, 나는 비록 왕궁에 살고 있지만
지금까지 이렇게 묘하고 감미로운 물을 마셔 본 적이 없구나.”
아버지는 이렇게 말하고 나서 더할 수 없는 신기한 일에 마음에 큰 기쁨이 일어나 이렇게 외쳤다.
“참으로 신기하구나. 내 아들은 커다란 복업을 지니고 있어 태어난 이후 어떤 음식을 먹어도 그 음식은 빛깔과 향기와 맛을 완전하게 갖추었으며 다른 사람의 것보다 배나 뛰어나구나.”
그런데 그의 형인 마하나마는 동생의 음식을 보거나 맛보고 나면 곧 질투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어째서 동생에게만 이렇게 향기롭고 깨끗하고 맛좋은 음식을 주고 나에게는 주지 않습니까?”
그러자 어머니는 이 말을 듣고 아들에게 말하였다.
“마하나마야, 너도 알고 있지 않느냐? 그전부터 이 마니루타의 음식은 항상 다른 사람의 것보다 저절로 열 배나 맛이 좋았단다.”
그러나 마하나마는 여전히 믿으려 하지 않았다.
또 어느 날인가 마니루타는 동산에서 놀고 있다가 사람을 보내어 어머니에게 음식을 받아오라고 시키며 말하였다.
“우리 어머니에게 가서 음식을 보내 달라고 여쭈어라.”
그러자 그 어머니는 소반에 음식을 올려놓고서 뚜껑을 열고 먼저 큰 아들 마하나마에게 보인 뒤에 마니루타 처소에 보냈다. 그런데 음식이 도착하자 마니루타 또한 음식을 보았는데 그 맛과 빛깔과 향기가 갑절이나 나아졌고 또한 그릇에 넘치도록 담겨져 있었다. 그러나 마하나마는 여전히 믿지 않고 이렇게 투덜댔다.
“비록 집에서 가지고 간 줄을 알지만 좋고 나쁜 것을 누가 알겠는가? 여러 권속들 집에서 장만해 보냈을지도 모른다.”
또 어느 날은 마니루타가 동산에서 구경하고 놀다가 역시 사람을 보내어 어머니에게 청하였다.
“사람을 보내니
음식을 보내 주세요.”
그 어머니는 빈 그릇 여러 개를 소반 위에 놓고 수건을 덮은 뒤에 먼저 큰아들 마하나마에게 보여주고 하인에게 들려 보내면서 큰아들에게 일렀다.
“네가 직접 따라가서 거짓인지 정말인지를 보아라.”
마하나마는 이 말을 듣고 나서 그 소반을 따라갔다. 그리하여 마니루타 있는 곳에 이르러 소반을 본 순간 빈 그릇에는 빛깔과 향기와 감미로운 맛을 갖춘 온갖 음식이 수북하게 담겨 있었다.
이런 광경을 본 마하나마는 마침내 크게 기뻐하며 말하였다.
“정말 신기하다. 이런 적은 일찍이 없었다. 내 동생은 이렇게 큰 복덕을 지니고 있구나.”
마니루타가 차츰 성장하자, 부모는 그를 위하여 집을 세 채 지었는데 첫 번째 집은 겨울에 기거하는 집이고 두 번째 집은 봄ㆍ가을에 기거하는 집이며, 세 번째 집은 여름에 기거하는 집이었다. 겨울 집은 오로지 따뜻하도록 설비되어 있었고, 여름 집은 서늘하게 그리고 봄가을의 집은 덥거나 차지 않고 알맞도록 설비되었으며, 그 집에는 남자라고는 아무도 없고 오직 마니루타 혼자만이 오욕락을 맘껏 누리며 지내게끔 하였다.
이때 청년 마하나마는 이런 생각을 하였다.
‘지금 큰 세도를 지닌 석가족의 모든 청년들의 집안에서는 한 집에서 한 사람씩 출가하고 있다. 우리 집안에서는 출가한 사람이 없으니 반드시 내가 집을 버리고 출가해야겠다. 만약 그렇지 않으면 꼭 내 동생 마니루타를 출가시키리라.’
마하나마는 이런 생각을 하고 나서 곧 마니루타에게 가서 말하였다.
“마니루타여, 우리 석가족의 세도가 있는 사람들은 각각 한 집에서 한 사람씩 출가하였으나, 우리 집안에서는
아직 출가하지 않았구나. 그러니 이제 내가 출가하든지 아니면 네가 출가하든지 해야겠구나.”
그러자 마니루타는 형 마하나마에게 말하였다.
“형님, 원하시면 형님이나 출가하십시오. 나는 출가하지 않겠습니다.”
마하나마는 또 그에게 말하였다.
“마니루타야, 그럼 이제 네가 가업을 잘 경영하기를 부탁한다. 생활하는 법이란 먼저 그 땅을 갈고 고른 뒤에, 또 기왓장이나 돌, 나무 뿌리나 가시 같은 것을 추려 낸 다음에 씨앗을 뿌려야 한다. 씨앗을 뿌린 뒤에 만약 비가 오지 않거든 적당하게 때를 맞추어 물을 대어 주고, 적절한 방법으로 매어 주어라. 그리고 곡식이 익기를 기다렸다가 베어서 낟알을 털어 창고에 저장해 두어라. 이렇게 하고 나서 다음해가 되면 또다시 이런 차례로 일을 해야 하며 해마다 거르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그러자 청년 마니루타는 형 마하나마에게 말하였다.
“만약 그렇다면 나의 집안 일은 끝이 없을 것이고 끝날 날이 없을 텐데 한없이 이런 일을 해야 한다면 언제나 저 세 채의 집에서 오욕락을 누리겠습니까?”
마하나마는 동생 마니루타에게 다시 말하였다.
“마니루타야, 가업을 잇는다는 것은 다함이 없고 또 끝날 기약이 없다. 우리 부모님들도 조상이 하던 일을 인색하게 하여 또한 이렇게 다 끝내지도 못하고 목숨을 마치게 될 것이다.”
마니루타는 형 마하나마에게 말하였다.
“만약 하는 일이 끝이 없고
언제나 그 일이 끝날지 모르며, 우리 부모들 또한 조상들의 가업에 인색하여 다 끝내지도 못한 채 목숨을 마치게 된다면, 정말 그렇다면 형님이 집에서 가업을 잇고 일을 하십시오. 내가 집을 떠나 출가수도하겠습니다.”
그리고 나서 청년 마니루타는 양친에게 나아가 여쭈었다.
“어진 부모님이시여, 저는 집을 떠나 부처님 곁에서 출가하고자 합니다. 저의 출가를 허락하여 주십시오.”
그러나 그 부모는 마니루타에게 말하였다.
“우리에게는 오직 너희 두 아들뿐이다. 너희 둘을 너무나도 사랑하고 어여쁘게 여기며 마음에서 놓지 않아 잠시라도 보지 못하면 마음에 걱정과 근심이 생겨난다. 설령 우리들이 죽더라도 너희들과는 헤어지고 싶지 않거늘 지금 이렇게 살아있으면서 너의 출가를 허락하란 말이냐?”
하지만 마니루타는 두 번 세 번 거듭 청하였다.
“저는 여래의 법 가운데 출가하고자 합니다. 제발 저의 출가를 허락해 주십시오.”
한편 지난 옛적 보살께서 출가하여 범행을 닦을 때, 수두단왕은 보살을 사랑하기 때문에 근심하고 고민하던 끝에 모든 석가족 권속들을 모으고 이렇게 말하였다.
“여러 권속들이여, 그대들에게 고하노라. 나의 아들 실달이 이미 출가하였으니, 나 또한 이 왕위에 있고 싶지 않고 또 이 천관(天冠)을 쓸 필요도 없어졌다. 그대들 중에 누가 왕위를 받겠느냐? 나는 그 사람에게 왕위를 맡기고 관정(灌頂)을 하며 천관(天冠)을 주겠다.”
그때 대중 가운데 바제리가(婆提唎迦)란 이름의 석가족 청년이 있었는데 그 어머니의 이름은 흑구다미(黑瞿多彌)였다. 그 청년이 왕에게 아뢰었다.
“제가 이 왕위와 천관을 받고자 합니다.”
그러자 수두단왕과 모든 석가족 권속들은 곧 왕위와 천관을 석가족 청년 바제리가에게 넘기고 관정을 시켰다. 그리하여 청년 바제리가는 곧 석가족 왕이 되었으며, 그 모든 권속들은 그를 석가족의 왕 바제리가라고 불렀다.
그 바제리가왕은 왕위를 물려받고 12년 동안 나라를 법에 맞게 다스렸다. 석가족의 모든 권속들에게는 예로부터 내려오는 전통이 있었는데 그것은 만약 누구든지 머리에 천관을 쓰고 왕위를 얻게 되면, 그 사람은 일체 석가족 권속들에게 온갖 훌륭한 음식들을 장만하여 대접하는 것이었다.
바제리가왕은 어려서부터 마니루타와는 흙장난하던 벗이었기 때문에 큰 잔치를 베풀 때 마니루타를 불러 이렇게 말하였다.
“마니루타여, 그대는 나를 도와 먼저 모든 권속들에게 음식을 베풀고 나서 나중에 나와 함께 식사를 하자.”
마니루타는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의 명을 받들어 거행하겠습니다.”
그리하여 두 사람은 함께 모든 석가족 권속들에게 음식을 베풀고 나서 자신들도 먹었으며 그 날 마니루타는 궁중에 머물러 하룻밤을 묵게 되었다. 바제리가왕은 그 날 밤이 지난 뒤 날이 밝아올 때에 친히 마니루타에게 이렇게 물었다.
“마니루타여, 편안히 쉬었는가?”
마니루타가 왕에게 답하였다.
“저는 밤에 편안히 잠들지 못하였습니다.”
왕이 물었다.
“무슨 까닭에 그러하였는가?”
“밤에 배가 아팠고 또 감기가 들었습니다.”
“어째서 그런 일이 벌어졌는가?”
마니루타가 왕에게 답하였다.
“음식의 맛이 적당하게 어우러지지 못하였기 때문에 저는 복통을 일으켰고, 제가 깔고 잤던 그 이부자리는 감기에 걸린 직공들이 베를 짜서 만들었기 때문에 저 또한 감기에 걸린 것입니다.”
이 말을 듣고 바제리가왕은 음식 만드는 사람들을 불러서 물었다.
“너희들은 여러 가지 맛있는 음식을 마련할 때 그 음식의 모든 맛이 적절하게 어우러졌느냐, 아니면 고르지 못하였느냐?”
음식 만드는 사람들은 왕에게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대왕이시여, 그 맛이 어떤 것은 강하기도 하고 어떤 것은 약하기도 하였습니다. 저희들은 그때 일이 너무나도 바빠서 뜻대로 일일이 살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를 돕던 사람들이 주의를 기울이지 못하여 여러 맛이 마구 섞이고 말았습니다.”
바제리가왕은 다시 베 짜는 사람을 불러서 물었다.
“너희들은 이불을 짤 때에 어찌하여 세심하게 정성을 들이지 못하였느냐?”
면직사는 대답하였다.
“그렇습니다. 대왕이시여, 저희들이 베를 짤 때 감기에 걸렸습니다. 그리고 대왕께서 사람을 보내어 재촉하셨기 때문에 저희들은 감기를 채 다스리지도 못한 채 대왕께서 노하실까 두려워 서둘러 짜서 보내드린 것입니다. 그런 까닭에 저희들이 짠 것이 촘촘하지 못하였습니다.”
그러자 바제리가왕은 일찍이 보지 못한 일에 대해 한없이 신기한 생각이 일어났다. 이런 일은 불가사의한 일이라 그는 다시 이런 생각을 하였다.
‘참으로 신기하고도 신기하구나. 마니루타에게는 이렇게 가장 묘한 지혜가 있구나.’
그리고 나서 바제리가왕은 청년 마니루타에게 말하였다.
“마니루타여, 오늘부터
그대는 나에게서 무엇이든지 갖고 싶은 것이 있으면 사람을 보내어라. 그대가 몸소 오지 않아도 나는 저버리지 않겠다.”
한편 그때 청년 마니루타의 어머니는 생각하였다.
‘지금의 이 석가왕은 내 아들과 어려서부터 마음이 잘 맞는 좋은 친구였다. 그 사람은 결코 출가하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곧 마니루타를 불러 말하였다.
“마니루타야, 만약 바제리가왕이 집을 버리고 출가한다면 너도 그때에 출가하여라.”
그러자 청년 마니루타는 이 말을 듣고 나서 곧 바제리가왕에게로 갔다. 바로 그때 왕은 궁에서 나와 나타가(那吒迦)수나라에서는 노래로 옛 일들을 말하는 모임이라고 함 축제를 구경하며 앉아 있었다.
그때 석가족 청년 마니루타는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내가 지금 바제리가왕의 잔치에 들어간다면 틀림없이 다른 사람들의 놀이와 구경을 방해할 것이다.’
이런 생각을 하고 나서 문 옆에 앉아서 나타가 축제가 끝난 뒤에 들어가고려고 축제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그때 바제리가왕이 그 축제를 구경하며 한참 즐기고 있을 때, 그 모임에서 악기를 연주하던 여자가 손으로 공후(箜篌)를 타고 있었는데 마침 줄이 하나 끊어졌다. 그 여자는 곧 줄을 이었으나 나타가 축제를 즐기는 대중 가운데에서는 그것을 눈치챈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오직 왕만이 홀로 그 사실을 알았고, 마니루타가 문 옆에 있다가 또한 이것을 알았을 뿐이었다.
이때 석가족 청년 마니루타는
나타가 축제가 막 끝나가는 것을 보고 바제리가왕이 있는 곳으로 나아갔다. 그리하여 왕의 목을 안은 뒤에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그러자 왕은 마니루타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마니루타여, 나는 앞서 그대에게 말하지 않았던가? 만약 필요한 것이 있으면 몸소 오지 말고 심부름꾼을 시켜서 달라고 하면 내가 저버리지 않겠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런데 오늘 무슨 일로 몸소 이곳까지 찾아온 것인가?”
마니루타는 대답하였다.
“왕이시여, 이 일은 그와 같이 사람을 보내어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왕이 다시 물었다.
“마니루타여, 해결해야 하는 일이란 대체 어떤 일인가? 그대와 관련된 일인가, 나와 관련된 일인가?”
“이 일은 저에게도 필요하고 또한 대왕과도 관련되어 있습니다.”
바제리가가 다시 말하였다.
“만약 나와 관련된 것이라면 그대가 마땅히 해결해야 할 것이다.”
마니루타가 다시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저는 곧 집을 떠나 출가하고자 합니다. 이 일은 반드시 대왕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바제리가가 석가족 청년 마니루타에게 말하였다.
“마니루타여, 그대가 지금 집을 버리고 출가하는 것이 반드시 나와 관련되어 있다면 나는 그대를 놓아줄 터이니 나에게서 걱정이나 의심을 하지 말아라. 만약 출가하고 싶다면 원하는 대로 하여라.”
이때 마니루타는 다시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께서는 지금 나와 함께 출가해야 합니다. 왜냐 하면 제 부모님은 저에게
바제리가왕이 집을 버리고 출가한다면 저도 왕을 따라 출가해도 좋다고 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마니루타는 또 왕이 대중들 앞에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보았다.
“마니루타여, 그대가 지금 집을 버리고 출가하는 일이 나와 관련되어 있다면 나는 그대를 거스르지 않겠다. 너를 따라서 하겠다.”
그때 모든 석가족들은 모두가 진실한 말을 하였기 때문에 왕에게 함께 출가하기를 청하였다.
그러자 바제리가왕은 마니루타에게 말하였다.
“만약 꼭 출가하겠다면 7년 동안 기다려다오. 집안의 일을 다 마친 뒤에 그대와 함께 반드시 집을 떠나 출가하겠다.”
마니루타는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그런 말씀을 하지 마십시오. 저는 지금 7년을 기다릴 수 없습니다. 왜냐 하면 7년은 너무 오랜 세월입니다. 그러다 우리 사이에 무슨 일인가가 생겨 출가에 방해를 받게 될지 누가 알겠습니까?”
바제리가왕이 다시 청년 마니루타에게 말하였다.
“마니루타여, 내가 6년 안에 집안 일을 끝낼 테니 그대는 그 때까지 기다려라. 그런 뒤에 그대와 함께 집을 버리고 출가하겠다.”
마니루타는 다시 왕에게 말하였다.
“대왕이여, 지금 그런 말을 하지 마십시오. 저는 6년도 기다릴 수 없습니다. 왜냐 하면 6년은 너무 오랜 세월입니다. 그러다 우리 사이에 무슨 일인가가 생겨 출가에 방해를 받게 될지 누가 알겠습니까?”
“마니루타여,
만약 정 그렇다면 내가 5년 안에 가업을 마칠 테니 그때까지 기다려라.”
이렇게 하여 바제리가왕은 4년, 3년, 2년을 기다리라고 말하였지만 마니루타는 모두 다 듣지 않았다. 그러자 왕은 다시 말하였다.
“만약 정 그렇다면 내가 1년 안에 가업을 마칠 테니 그때까지 기다려라. 그때 너와 함께 출가하겠다.”
그러나 마니루타는 대답하였다.
“대왕이시여, 저는 1년도 기다릴 수 없습니다. 왜냐 하면 1년도 역시 오랜 세월입니다. 그러다 우리 사이에 무슨 일인가가 생겨 출가에 방해를 받게 될지 누가 알겠습니까?”
그러자 바제리가왕은 다시 마니루타에게 말하였다.
“마니루타여, 만약 정 그렇다면 내가 6개월 안에 가업을 마칠 테니 그때까지 기다려라.”
이렇게 하여 내지 3개월, 2개월, 한 달을 기다리라고 말하였지만 마니루타는 모두 다 듣지 않았다. 그러자 바제리가왕은 또 마니루타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마니루타여, 만약 정 그렇다면 내가 7일 안에 가업을 마칠 테니 그때까지 기다려라. 그때 너와 함께 집을 버리고 출가하겠다.”
그제야 마니루타는 왕에게 말하였다.
“어질고 어지십니다. 바제리가왕이시여. 대왕의 생각대로 하십시오. 나는 7일 동안 대왕을 기다리겠습니다.”
이때 세존께서는 아노미가야(阿奴彌迦耶) 촌락에 머물고 계셨다.
바제리가왕은 그 7일 동안에 집안 일을 처리하였으니, 이른바 온갖 보배장식품으로 제 몸을 화려하게 꾸미고 동산에 들어가 오욕락을 누렸으니 비유하자면 마치 어떤 사람이 남의 집에 가거나 큰 잔치에 가려고 하면 목욕하고 머리에 빗질을 하며, 보배 장식품과 화려한 옷으로 그 몸을 꾸민 뒤에야 남의 집에 가듯이 그 바제리가왕도 동산
안에서 노닐고 즐긴 것 또한 그와 같았다.
이때 또 석가족 청년이 또 한 사람 있었으니 그 이름은 발부파(跋涪婆)수나라 말로는 다미(多眉)라고 함였다. 또한 석가족 청년으로 궁비라(宮毘羅)와 난제가(難提迦)와 아난(阿難)이 있었으며, 또한 석가족 청년 제바달다(提婆達多)도 또한 앞에서와 같은 자들도 그 몸을 화려하게 치장하였으니 모두가 위에서 말한 것과 같다.
그 모든 석가족 청년들은 모두 함께 보배 장식품과 화려한 옷으로 치장한 뒤에 이발사 한 사람을 데리고 네 종류의 병사들의 호위를 받으면서 가비라 성을 나와 아노미가야 마을을 향하여 앞으로 나아갔다.
그 즈음 바제리가왕에게는 값어치가 금전 3백 냥에 해당하는 물건이 있었으니 금전 1백 냥은 옷의 값이고, 또 금전 1백 냥은 보배 장식품 값이며, 나머지 금전 1백 냥은 말 안장의 값이었다. 청년 마니루타도 그와 같았고, 그 밖의 모든 석가족 청년인 발부파, 궁비라, 난제가, 아난, 제바달다들도 모두 이렇게 각각 금전 3백 냥 어치의 보물을 지니고 있었으며 내지 말과 안장들의 값이었다.
그 모든 청년들이 지니고 있는 보물의 값을 합하면 금전 2,100냥이나 되었다. 그런데 청년들은 가비라성을 벗어나자 모두 말에서 내리더니 보배 장식품들을 풀어 이발사에게 던져주고 이렇게 말하였다.
“이 모든 보석과 장식품들을 전부 그대에게 주리니 생업의 밑천을 삼아라. 그대는 이것을 받아서 목숨을 이어가는 터전을 마련하고 다시 다른 일을 구하지 말아라.”
청년들은 보배 장식품들을 주고 나서 아노미가야 마을을 향하여 나아갔다.
그러자 이발사는 생각하였다.
‘석가족 사람들은 매우 위엄 있고 용감한 자들이다.
그들은 내가 여러 청년들을 데리고 이리저리 도망치게 만들었다고 말할 것이며, 이런 인연으로 나에게 와서 위협할지도 모른다. 이 청년들은 이미 이런 물건들을 버렸지만 내가 어찌 받을 수 있겠는가. 나는 이제 이 보석들을 받을 수는 없다. 저들은 이처럼 부유하고 호사스럽기 그지없으며 크나큰 위세를 지닌 사람들인데도 그처럼 한량없는 재산과 보석들과 왕위까지도 버리고 집을 떠나 출가하고 있다. 그런데 하물며 내가 지금 무엇 때문에 그들을 따르지 않겠는가.’
이발사는 이런 생각을 하고 나서 그 보석들과 장식품들을 나뭇가지에 걸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만약 이것을 보는 사람이면 누구든지 마음대로 가져가고 끝내 도적을 만나지 말았으면……’
그는 혼자서 이렇게 생각한 뒤에 석가족 청년들이 있는 곳으로 나아갔다. 그 석가족 청년들은 멀리서 이발사가 오는 것을 보고 물었다.
“그대는 어찌하여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는가?”
이발사는 여러 청년들에게 대답하였다.
“여러 성자(聖子)들이여, 석가족 사람들은 모두가 강성하고 큰 위덕이 있으며 큰 세도가 있어, 나에게 여러 동자들을 데리고 이리저리 달아나게 하였다고 말할 것이며, 그런 까닭에 나의 목숨을 위협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였습니다. 당신들이 이미 버린 물건을 내가 이제 무엇 하러 욕심을 내겠습니까? 이제 나는 그 물건들을 받지 않으리니 석가족 사람들은 강성하여 큰 세력이 있으면서도 출가하거늘 하물며 내가 지금 출가하지 않을 이유가 어디 있겠습니까? 바로 이런 인연으로 저는 돌아가지 않은 것입니다.”
그러자 여러 석가족 청년들은 그의 말을 듣고 나서 말하였다.
“그대는 지금 장하게도 그런 생각을 하고 집으로 돌아가지 않았구나. 왜냐 하면 그대가 말한 것과 같이 우리 석가족들은
그 위세가 대단하기 때문에 그대가 자기 종족의 청년들을 데리고 도주한 것임에 틀림없다고 의심할 것이다. 그리고 이런 말이 나오면 그들은 분명 그대의 목숨을 위협하러 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석가족 청년들은 이발사와 함께 부처님 처소에 나아가 부처님 발에 머리를 대고 절을 한 뒤에 물러나 한쪽에 앉아 이렇게 말하였다.
“세존이시여, 지금 저희들에게 집을 버리고 출가하기를 허락해 주십시오. 그리고 구족계를 주십시오.”
그리고 또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에게 출가를 허락하신다면 이 이발사를 가장 먼저 제도하여 우리보다 앞서 출가시켜 주십시오. 왜냐 하면 이 이발사는 오랜 세월동안 힘써 고생스럽게 저희를 받들어 모셨으나 한번도 잘못을 한 적이 없습니다. 그러므로 저희보다 앞서 그에게 출가를 허락해 주시고 구족계를 주십시오. 그가 출가한 뒤에 저희들의 출가를 허락해 주시고 구족계를 주십시오. 그래서 저희들로 하여금 먼저 이 이발사에게 절을 하게 하시고 일어나 맞이하며 합장 공경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나타내 보이게 해주십시오. 왜냐 하면 저희들 석가족은 매우 교만하고 자존심이 강하기 때문입니다. 이제 이 사람으로 인하여 저희 석가족들로 하여금 그런 마음을 돌리고 교만한 마음을 버리게 해주십시오.”
그러자 세존께서는 먼저 이발사를 제도하여 구족계를 받게 한 뒤에 바제리가왕을 출가시켜 구족계를 주고, 그밖에 각 청년들을 차례로 출가시켜 구족계를 주셨다. 그러나 아난과 제바달다 두 사람은 여전히 출가하지 못하였으므로 세존 계신 곳에서 다시 설산 아래로 내려갔다.
그 설산 아래에는 장로 한 사람이 살고 있었으니 성은 발야슬타(跋耶瑟吒)이고 이름은 승가(僧伽)라 하였다. 그 사람은 수행하여 이미 3과(果)에 머물렀고
4선(禪)을 성취하였으며 언제나 설산 밑에서 살고 있었다.
발야슬타 승가는 아난 등 두 사람이 오는 것을 보고 맞으며 위로하여 말하였다.
“석가족 청년들이 무슨 인연으로 여기 왔는가?”
그들은 대답하였다.
“우리들은 지금 출가하고 싶어 이곳에 왔습니다. 어진 성자시여, 제발 저희들을 제도하여 출가할 수 있게 해주십시오.”
그때 발야슬타 승가는 제바달다 청년의 행실이 지혜로 단련되지 않은 것을 관찰하지도 않은 채 곧 두 사람을 출가시키고 구족계를 주었다.
장로 아난은 출가한 지 오래지 않아서 고요한 곳에서 좌선하고 있다가 드디어 이런 생각을 하였다.
‘만약 발야슬타 승가께서 지금 부처님 계신 곳에 가기를 허락해 주신다면 나는 이제 부처님을 뵈러 가야겠다.’
아난은 이런 생각을 하고 나서 이른 아침에 방에서 나와 그 발야슬타 승가의 처소에 나아가 그 발에 머리 대고 절을 하고서 한쪽에 물러 앉아 아뢰었다.
“파단다우파타(婆檀多優波陀)시여, 저는 지금 부처님을 뵈러 가고 싶습니다. 허락하여 주시겠습니까?”
그러자 발야슬타 승가가 아난에게 대답하였다.
“아난아, 네가 이제 때를 안다면 부처님 계신 곳으로 가거라. 그리고 너는 부처님 발에 머리를 대고 절을 한 뒤에 나를 대신하여 ‘세존이시여, 무병하시고 몸은 편안하십니까? 기거하시기 편안하여 교화를 행하심에 어려움은 없으십니까? 몸의 기력이 항상 좋으십니까?’라고 문안을 여쭈어라.”
발야슬타 승가가 이렇게 허락하자 아난은 대답하였다.
“우파타시여, 가르침을 어기지 않고 행하겠습니다.”
그리하여 발야슬타 승가의 발에 머리를 대고 절을 한 뒤에 세 번 에워싸고 돌고 나서 작별인사를 하고 떠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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