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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4860 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 56권

by Kay/케이 2024.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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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 56

 

불본행집경 제56권


수 천축삼장 사나굴다 한역


56. 라후라인연품 ②

그때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내가 생각하건대 과거 구원겁(久遠劫) 때에 가시국(迦尸國) 어느 촌락 가까운 곳에 울증가(鬱蒸伽)라는 이름의 산이 하나 있었다.
그 산 남쪽에 동산 숲이 하나 있었는데, 그 동산에는 10만 그루 이상의 온갖 나무들이 심어져 있었으며, 꽃과 열매가 무성하고 가지와 잎이 아름답게 드리워져 있어서 멀리서 바라보면 마치 푸른 구름덩이와 같았다. 또 그 동산 안에는 곳곳마다 연꽃이 피어난 못과 늪이 많이 있어 동산 숲을 수놓았다. 그 숲은 높고 커서 고요하고 한가로웠다. 혹 어떤 논사는 울증가산은 바라나성에서 가깝다고 말하였다.
그때 그 산에는 코끼리떼가 살고 있었는데 그 코끼리 무리 가운데 있던 어미 코끼리 한 마리가 새끼 한 마리를 낳았다. 새끼 코끼리는 생김새가 단정하여 보는 이는 누구나 좋아하였다. 이 코끼리는 몸이 희고 어금니 여섯 개를 완전하게 갖추었는데, 그 머리는 새카만 것이 마치 인타라구파(因陀羅瞿波) 새의 머리와 똑같았다. 그리고 몸의 일곱 군데로 땅을 버티었다. 그 새끼 코끼리는 태어나 얼마 되지 않아서 위대한 코끼리왕이 되었다. 그는 법답게 수행하였는데 특히 부모에게 극진하게 효도하였으며 공양을 올릴 때에는 온갖 먹을 것과 과일, 풀뿌리를 공경하는 마음으로 부모에게 먼저 받들어 올려서 배부르게 먹게 한 뒤에야 자기가 먹었다.
어느 날 그 코끼리왕은 풀뿌리와 과일 등 먹을 것을 구하느라 이곳저곳을 두루 돌아다녔는데 그로 인하여 사냥꾼 한 사람에게 모습을 들켰다. 사냥꾼은 이 코끼리를 보고 생각하였다.
‘이 큰 코끼리는 보통 사람이 함부로 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틀림없이
범덕왕(梵德王)만이 탈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서 사냥꾼은 범덕왕의 궁전으로 가서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어느 숲 속에 커다란 코끼리 한 마리가 있는데 생김새가 아름답고 반듯하며 그 몸통은 희고 어금니 여섯 개를 완전하게 갖추었고, 머리는 새카만 것이 마치 인타라구파 새의 머리와 같으며 몸의 일곱 군데로 땅을 버티고 섭니다. 제가 생각해 보니 그 코끼리는 바로 대왕께서 타실 만한 것입니다. 대왕께서 마음에 있으시면 사람을 보내어 그 코끼리를 잡아서 대왕님께 보이도록 하소서.’
그러자 범덕왕은 코끼리를 잘 잡는 사람을 불러 명령하였다.
‘내 누구에게 들으니 큰 코끼리 한 마리가 있는데, 그 코끼리는 어금니가 여섯 개요 생김새가 아름답고 반듯하여 보는 이는 누구나 좋아하며 내지 몸의 일곱 군데로 땅을 버틴다고 한다. 그대들은 어서 그곳으로 가서 그 코끼리를 잡아 나에게 데려오너라. 늑장을 부려서 놓치는 일이 없도록 하여라.’
코끼리 잡는 사람들은 범덕왕의 명령을 듣고 대답하였다.
‘대왕의 명을 받들어 거행하겠습니다.’
그들은 질긴 가죽끈과 동아줄을 가지고 코끼리 있는 곳으로 가서 주문을 외웠다. 그러자 그 코끼리는 사람들이 있는 곳으로 제 발로 걸어나왔고 사람들은 그런 코끼리를 붙잡아서 가죽끈으로 잘 묶어서 범덕왕에게로 끌고 왔다.
범덕왕은 멀리서 사람들이 그 커다란 코끼리왕을 몰고 오는 것을 보고 맞이하러 자리에서 일어나 나갔다. 왕은 매우 기뻐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이처럼 묘하고 좋은 대승(大乘)을 멋지게 얻었다. 이렇게 묘하고 좋은 대승을 멋지게 얻었다.’

그리하여 범덕왕은 친히 코끼리를 사육하였다. 그 코끼리가 먹을 만한 먹이가 있으면 무엇이든 가져다 주었으며 코끼리의 먹이는 왕이 몸소 살피고 몸소 주었다.
그런데 이렇게 보살폈지만 코끼리왕은 오히려 야위어갔으며 언제나 크게 신음하고 울부짖었으며 잠시도 쉬지 않고 눈물을 흘리며 구슬피 울어댔다.
범덕왕은 코끼리왕이 여위고 초췌해지며 눈물을 흘리면서 구슬프게 우는 것을 보고 그 코끼리 앞에 가서 합장하고 이렇게 말하였다.
‘내가 온갖 좋은 먹이를 너에게 주고 있는데 너는 야위어가며 살이 찌지 않고 기력이 줄어들고 몸이 수척해 가기만 하는구나. 내가 너를 바라보자니 너의 마음은 기쁘지 않고 즐거워하지 않는구나. 나는 너를 사랑하여 잠시도 쉬지 않고 먹이를 주며 보살피건만 너는 무슨 일로 그러는 것이냐? 내 이제 무슨 일이든 들어주어서 너를 기쁘게 해주겠다. 너는 무슨 연고로 기뻐하지도 즐거워하지도 않는 것이냐?’
코끼리왕은 범덕왕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제가 이제 대왕에게 한 마디 말씀을 올려서 왕을 기쁘게 해드리겠습니다’
범덕왕은 코끼리왕의 이런 말을 듣자 크게 신기해하고 기뻐하는 마음을 일으키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참으로 신기하구나. 이 코끼리왕은 사람의 말을 할 줄 아는구나.’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코끼리왕에게 답하였다.
‘너 코끼리왕이여, 어서 말을 하여 나를 기쁘게 하라.’
그러자 코끼리왕은 범덕왕에게 말하였다.
‘대왕은 굽어살피소서. 저 숲 속에는 나의 부모가 있는데 나이가 많고 쇠약합니다. 제가 생각하건대 왕에게 잡히기 이전에도 단 한번도 제가 먼저 음식을 먹은 기억이 없습니다. 먼저 부모에게 드린 뒤에야 먹었으며,
물과 음료도 역시 부모님이 먼저 마신 뒤에 제가 먹었습니다. 내 이제 생각하건대 왕께서 내리시는 온갖 물자를 받으니 저는 조금도 모자라는 것 없이 보살핌을 받고 있습니다. 그러나 저의 부모는 저 숲 속에서 외롭게 지내면서 커다란 괴로움을 받고 있습니다. 제가 지금 부모를 보지 못하니 그 때문에 근심에 싸여 즐거워하지 않는 것입니다.’
범덕왕은 이 말을 듣자, 신기하면서도 기특한 마음이 생겨 이렇게 생각하였다.
‘참으로 신기하고 불가사의하구나. 사람 가운데도 이와 같기가 어려운데 하물며 코끼리가 이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구나.’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그 코끼리왕에게 말하였다.
‘위대한 코끼리왕이여, 내가 지금 이 목숨이 다하도록 감옥에 갇히더라도 이와 같은 법다운 행을 갖지 못하거늘, 계를 갖는 묘행으로 부모를 효도로 봉양하는 이런 일을 어찌 방해하겠는가.’
그리고 나서 범덕왕은 다시 코끼리왕에게 말하였다.
‘코끼리왕이여, 내 이제 너를 놓아줄 테니 부모에게 가서 함께 공양을 올리고 마음껏 즐거움을 누리거라.’
그리고 범덕왕은 코끼리를 풀어주면서 게송을 읊었다.

코끼리왕이여, 잘 가거라.
부모에게 효순하고 공양을 올려라.
내 차라리 내 목숨을 버릴지언정
너를 다시는 방해하지 않으리라.

범덕왕이 코끼리왕을 놓아주자 코끼리왕은 천천히 숲을 향해 나아갔다.
한편 그 즈음 코끼리왕의 어미는 자식이 보이지 않자 근심하고 걱정하고 괴로워하면서 눈물을 흘리며 구슬프게 울부짖다가 결국 두 눈을 잃고 말았다. 앞을 보지 못하자 사방을 헤매면서 뛰어다녔기 때문에 어미 코끼리는 자기가 살고 있던 곳에서 다른 곳으로 가 있게 되었다.
코끼리왕이 다시 그 숲에 돌아와
어미 코끼리를 찾았으나 어디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어미가 보이지 않자 코끼리왕은 소리내어 크게 울부짖었고, 그때 어미 코끼리는 그 부르짖는 소리가 자기 자식의 소리인 줄 알고서 또한 소리내어 구슬피 울부짖었다.
코끼리왕은 그 어미 코끼리가 부르는 소리를 듣고 소리나는 곳을 찾아 따라갔다. 그리하여 마침내 어미 코끼리가 있는 곳에 이르렀다.
그 코끼리왕은 어미 코끼리가 물가 가까운 곳에서 머물고 있는 모습을 보고 그 어미를 물가 위로 모셔 놓았다.
그리고 자신은 물가로 들어가서 코에 가득히 물을 담아서 나왔다. 코끼리왕은 기쁨이 온몸에 가득 차 올라 이길 수 없어서 어머니 곁으로 가서 어머니에게 물을 뿌리며 목욕시켜 드렸다.
어미 코끼리는 아들이 물을 가져와 몸을 씻기자 순간 시력을 되찾았는데 예전보다 눈이 더 밝아졌다. 어미 코끼리는 아들을 보자 물었다.
‘너는 어디 갔다가 오늘에야 돌아왔느냐? 나는 오랫동안 너를 보지 못하였구나.’
그러자 코끼리왕은 어미 코끼리에게 범덕왕이 보낸 사람들에게 잡혀서 왕궁으로 끌려갔던 일과 왕의 공양을 받은 일, 그리고 다시 풀려나 집으로 돌아오게 된 일 등 모든 일을 자세히 들려주었다.
어미 코끼리는 아들의 말을 듣고 나서 크게 기뻐하였으며 벅차 오르는 기쁨을 이기지 못하여 이렇게 외쳤다.
‘아들아, 내 오늘 너를 다시 만나 살 수 있게 되었고 기쁨과 즐거움이 이토록 크니 부디 범덕왕도 그 부모 처자와 남녀 권속들과 친척과 대신과 백관, 옆에서 보좌하는 모든 사람들과 함께 잘 살아가며, 내가 지금 이렇게 기쁨을 받는 것과 같이 그들도 기쁘게 살아갔으면 좋겠구나.’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
비구들아, 그 코끼리왕이 누구였는지 속으로 의심하는가? 그는 바로 나의 몸이었다. 그리고 그 때의 어미 코끼리가 누구였는지 의심하지 말아라. 그는 다름 아닌 마하파사파제 교담미였으니 과거세에도 나 때문에 슬피 눈물을 흘리며 울면서 괴로워하다가 두 눈이 멀었으나 다시 나로 인하여 더 깨끗한 눈을 얻었으며, 지금도 그러하여 마하파사파제는 나를 보지 못하여 슬피 울고 근심하며 괴로워하다가 두 눈이 멀었으나, 다시 나 때문에 청정함을 얻었다.
너희 비구들아, 여래는 과거에 수행할 때 아직 성불하지 못했으면서도 이처럼 중생을 이익 되게 하였는데, 하물며 오늘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성취한 뒤에 있어서이겠느냐. 그러므로 비구들이여, 만약 지혜가 있는 사람이라면 항상 부처님께 공경하는 마음과 희유한 마음을 내고, 법과 승가에도 또한 공경하는 마음을 내야하나니, 너희 비구들은 이렇게 배워야 한다.”

57. 난타출가인연품(難陀出家因緣品) ①

그때 세존께서는 난타를 교화하여 출가시키고자 자주 출가 인연을 말씀하시고, 또 출가 인연을 찬탄하시며 이런 말씀을 하셨다.
“그대 난타여, 어서 오너라. 어서 출가하여라.”
그러나 난타는 이렇게 답하였다.
“세존이시여, 저는 출가하지 않겠습니다. 저는 의복ㆍ와구ㆍ음식ㆍ탕약의 네 가지로 세존과 비구승들에게 이 몸이 다하도록 공양 올리겠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두 번
세 번 난타를 교화하시면서 집을 버리고 출가하는 공덕 인연을 찬탄하고 자주 출가 인연을 말씀하시면서 거듭 그의 출가를 권하고 찬탄하였으나, 난타는 기꺼이 출가하려 하지 않고 목숨이 다하는 날까지 의복ㆍ와구ㆍ음식ㆍ탕약을 부처님과 비구들에게 공양하겠다는 말만 되풀이하였다.
그러던 어느 날 부처님께서는 공양을 끝내시고 시자 한 사람을 데리고 천천히 난타 동자의 집으로 가셨다.
그때 난타는 아내 손타리(孫陀利)와 함께 누각에 올라 경치를 즐기며 앉아 있다가 멀리서 세존께서 오시는 것을 보고 깜짝 놀라 황급히 일어나서 누각 아래로 내려왔다. 그리고 그는 부처님께 나아가서 발에 머리를 대고 절을 한 뒤에 한쪽에 물러나 서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잘 오셨습니다. 세존이시여. 어떻게 이렇게 멀리 나오셨습니까? 제발 자비를 드리우셔서 제 방으로 들어오시어 자리에 오르소서.”
부처님께서는 그의 방에 들어가 자리에 오르신 뒤 난타를 위로하고 나서 묵묵히 앉아 계셨다.
그러자 난타는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부디 이 공양을 받아 주십시오. 제가 맛좋은 음식들을 마련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난타에게 이르셨다.
“내 이미 공양을 끝냈으니 준비할 필요가 없다.”
그러자 난타가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지금 꿀물이 있는데 때 아닌 때[非時]에라도 마시겠습니까?”
부처님께서 답하셨다.
“하고 싶은 대로 하여라.”
“그렇게 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난타는 부처님 발우를 받아들고서 때 아닌 때의 꿀물을 가득 담아 가지고 세존께 받들어 올렸다.
그런데 세존께서는 받지 않으셨다.
그러자 난타는 시자(侍者)에게 발우를 주었으나 시자 또한 받지 않았다.
이때 부처님께서는 본래 처소로 돌아가시고자 자리에서 일어나 시자를 데리고 나가셨다. 난타 또한 꿀물이 든 발우를 들고 누각에서 부처님을 따라 나왔다.
석가족의 여인인 손타리는 남편 난타가 꿀물을 가득 담은 발우를 들고 부처님을 따라 가는 것을 보았다. 그녀는 머리 빗질을 채 끝내지 못하였는데 문득 큰 소리로 난타를 부르며 물었다.
“난타님, 지금 어디로 가시는 것입니까?”
난타는 발우를 가리키며 대답하였다.
“이 발우를 받들어 가지고 부처님을 전송하고 곧 돌아오겠소.”
손타리는 말하였다.
“난타님, 빨리 돌아오세요. 그곳에 오래 머물지 마세요.”
세존께서는 난타의 집에서 나오시자 난타를 위하여 길거리를 이리저리 걸어가시면서 성안의 사람들에게 난타가 꿀물이 담긴 발우를 들고 부처님을 따라가는 것을 보이셨다. 이 광경을 본 사람들은 저마다 이렇게 말하였다.
“지금 세존께서는 틀림없이 난타에게 집을 버리고 출가하게 하신다.”
이때 부처님께서는 가람에 도착하시자 한 비구를 불러 손으로 가만히 그 모양를 지어 난타가 들고 있는 꿀물 발우를 받으라고 지시하였다. 그 비구는 부처님의 뜻을 알고 난타한테서 그 발우를 받았다.
그러자 난타는 부처님 발에 정례하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제 부처님께 인사를 드리고 집으로 돌아가겠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난타에게 말씀하셨다.
“돌아가지 말아라.”

난타가 다시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저는 출가를 하고 싶지 않습니다. 왜냐 하면 저는 이 몸이 다하는 날까지 네 가지 물건으로 여래와 비구승들을 공양하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그러자 세존께서 난타에게 다시 말씀하셨다.
“이 염부제 세계는 가로 세로가 7천 유순이고 북쪽은 넓고 남쪽은 좁으니 마치 수레 상자와 같으며, 이 세계 안에 아라한들이 가득 차 있는 것은 마치 감자나 대나무ㆍ갈대ㆍ삼과 벼가 빽빽하게 자라있는 것과 같다. 만약 어떤 선남자ㆍ선여인이 목숨이 다할 때까지 네 가지 물건들을 가지고 그 모든 아라한들을 공양하되 거르지 않으며, 그 아라한들이 열반에 든 뒤에는 다시 사리탑을 세우고, 그 탑 위에 여러 가지 당번과 일산과 보배 깃대들을 베풀어 공양하고, 또 향과 꽃과 온갖 등불들을 공양한다면 너는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 선남자ㆍ선여인들의 공덕이 많겠느냐, 적겠느냐?”
“복덕이 매우 클 것입니다.”
세존께서 다시 난타에게 말씀하셨다.
“만약 이 염부제에 가득 차 있는 아라한에게 어떤 사람이 그 수명이 다하도록 네 가지 물건과 향과 꽃과 등불을 사루어 공양한다고 하면, 이 사람은 어떤 사람이 부처님 한 분을 공양하는 공덕의 과보보다는 못하다.
그러나 난타야, 만약 어떤 사람이 부처님의 법의 가르침 속에 들어와 출가하여 단 하루만이라도 청정한 범행의 법을 수행한다면, 이 과보는 그보다 배나 더할 것이다. 그러므로 난타야, 너는 꼭 출가해야 하며, 다시는 5욕락(欲樂)을 누리는 것에 탐낙해서는 안 될 것이다.
난타야, 모든 탐욕은 맛이 적고 고통과 근심은 크며, 항상됨이 없어 싫어하고 버려야 하는 것이다. 이것은 큰 괴로움의 근본이요 큰 종기와 혹이며,
매우 날카로운 가시며, 큰 액난의 얽매임이며, 이것은 큰 고뇌요, 줄어드는 특징을 띠며, 파괴되는 특징을 띠고 있으며, 덧없어서 머물지 못하고, 잠시라도 정지해 있지 않는 것이다. 또 이것은 굳건하지 못하여 위태롭고 깨어지기 쉬우며, 두려움이 큰 것이고, 괴로움[苦]이요 텅 빈[空] 것이며, 내가 아닌 것[無我]이니, 너는 이제 마땅히 모든 욕심은 이토록 허물이 있고 근심거리임을 자세히 관찰해야 한다. 난타야, 너는 이제 오욕(五欲)의 허물과 근심을 잘 생각하여서 탐내거나 애착하지 말아야 한다.”
이렇게 세존께서는 난타에게 이와 같은 허물과 근심을 설명해 주었지만 난타는 마음으로 출가하기를 원하지 않았다. 다만 부처님을 공경하는 까닭에 머리를 숙이고 마지못해 부처님께 아뢰었다.
“저는 출가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다시 경행하실 때 손가락으로 모습을 지어서 한 비구를 부르셨다. 그가 오자 이렇게 이르셨다.
“너는 이발사를 불러오너라.”
그 비구는 곧 대중 가운데 이발사를 불러 난타 앞으로 데려왔다. 그런데 이발사가 손에 삭도를 들고 난타의 머리털을 깎으려 하자 난타는 이발사에게 주먹을 쥐어 보이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네가 지금 무슨 힘으로 감히 내 머리를 깎으려 하느냐?”
이때 세존께서는 바른 생각과 바른 뜻으로 난타에게 말씀하셨다.
“어서 오너라, 그대 비구여, 내 법 가운데 들어와 범행을 행하고 모든 괴로움을 다하라.”
여래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난타의 머리털과 수염이 저절로 떨어지니 마치 머리를 깎은 지 7일쯤 지난 비구와도 같아졌다. 또한 그의 몸에는 저절로 가사가 입혀지고 손에는 그릇이 쥐어졌다. 그리하여 그 장로는 곧 출가를 이루고 구족계(具足戒)를 받았다.
이때 난타는 매우 단정하고 훌륭하여 모든 사람이 그를 보면 한결같이 좋아하였고, 서른두 가지 특징을 모두 갖추어 조금도 모자람이 없었으며, 몸은 황금색을 띠었고 키는 부처님보다 손가락 네 마디쯤 작았으며
그가 지어 입은 가사는 부처님의 것과 아주 똑같이 맞춘 것이었다.
그리하여 어떤 비구들은 난타가 멀리서 오는 것을 보고는 세존인가 하여 일어나 맞으려 하다가 아닌 것을 알고 도로 앉는 일도 있었다. 이런 일로 해서 비구들은 언짢게 생각하며 이렇게 말하였다.
“장로 난타는 어찌하여 부처님 의복과 똑같이 입는가?”
비구들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이런 인연으로 모든 비구들을 모이게 하고 난타에게 물으셨다.
“너는 승가리와 그 밖의 옷들을 부처님 것과 똑같이 만들어서 입거나 가지고 있느냐?”
“세존이시여, 그렇습니다.”
“이것은 법답지 못하다. 너는 어찌하여 불ㆍ세존과 똑같은 승가리를 지니느냐?”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난타를 꾸짖고 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오늘부터 세존과 같이 의복을 만들어 지녀서는 안 된다. 만약 어기는 자가 있으면 법답게 죄를 다스리리라.”
이때 난타는 이런 생각을 하였다.
‘세존께서 부처님과 똑같은 옷을 만들어 지니는 것을 금지하셨으니, 이제 옷을 만들면 두드려 광택을 내어서 입어야겠다.’
그리고 나서 난타는 옷을 두드려 광택을 내어 입고, 발우를 들고 눈에는 눈썹약을 바르고 몸을 치장하고 가죽신을 신고 왼손에 일산을 들고 오른손에 발우를 들고서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가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성안에 들어가 걸식하고자 합니다.”
“너는 지금 선남자로서 믿는 마음으로 집을 버리고 출가한 사람이 아니더냐?”
“그렇습니다. 세존이시여, 정말 그렇습니다.”
“너는 신심 있는 선남자로서 집을 버리고 출가한 사람인데 어쩌자고 입는 의복을 두드려 광택을 냈으며, 또 무슨 까닭에 눈에는 눈썹약을 발라 몸을 장엄하였고, 가죽신을 신었으며, 한 손에는 일산을 들고 다른 손에 발우를 들고서 걸식하려 하느냐?
난타야, 만약 아란야처에 있으면서 걸식하여 목숨을 보전하려거든 누더기를 입는 것이 좋을 것이다.”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이런 인연으로 게송을 읊으셨다.

어느 때나 난타가 조용한 곳에
머무르며 항상 걸식함을 볼 것인가.
언제나 욕심이 적고 족함을 알아 모두 버리고
또 기꺼이 모든 탐욕의 생각 멀리 버릴 것인가.

이때 세존께서는 이런 일 때문에 비구들을 모으고 말씀하셨다.
“비구들이여, 오늘부터 옷을 두드려 광택을 내거나 또 광택이 나는 옷을 입으면 법으로 죄를 다스릴 것이다.
또 눈에 눈썹약을 바르거나 멋진 가죽신도 신어서는 안 되며, 또 가볍고 좋은 발우를 지녀서도 안 된다.
또 일산을 들고 성안에 들어가 걸식해서도 안 되니, 만약 이렇게 하는 사람은 모두 법으로 죄를 다스릴 것이다.”
이때 난타는 부처님께서 옷에 광택을 금하고,
또 눈에 눈썹약을 바르지 못하게 하고, 좋은 가죽신과 가벼운 발우, 일산 등을 금하기는 하였지만 여전히 왕의 세력과 쾌락을 마음에서 지우지 못하였으므로 기꺼이 그것을 끊으려고 하지 않았다. 게다가 아내인 손타리를 떠올리면서 색욕(色欲)에 사로잡혀 청정한 행을 행하지 않았고 계를 버리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였다. 이런 인연으로 언제나 아내 손타리의 모습을 그리며 지냈다. 나중에는 아란야 고요한 곳에 가서 기왓장이나 나무판자에 손타리의 얼굴을 그려 가지고 온종일 이것을 들여다보면서 하루를 지냈다.
그러자 비구들은 그것을 보고 마음에 꺼리는 생각이 나서 서로 말하였다.
“장로 난타는 어찌하여 아란야에서 기왓장이나 나무 판자에 여자의 모습을 그려 가지고 하루 종일 보고 있는가?”
그리고 이것을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께서는 이런 인연으로 모든 비구들을 모아 놓고 대중 가운데서 난타에게 물으셨다.
“네가 정말 아란야에서 기왓장이나 나무판자에 여자의 모습을 그려 가지고 하루 종일 보고 있었느냐?”
“그랬습니다. 세존이시여.”
“너의 그런 짓은 옳지 않다. 출가한 비구가 어찌 여자의 모습을 그려서 들여다보고 있다는 말인가.”
이렇게 난타를 꾸짖고 나서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 비구들아, 지금부터 여자의 모습을 그림으로 그려서는 안 된다. 실제로든 거짓으로든 탐욕심에 사로잡혀서 그림을 그린 뒤에 그것을 바라본다면 이와 같이 들여다보는 자는 계를 어기는 죄를 얻게 될 것이다.”

훗날 어느 때 장로 난타가 당직을 서는 차례가 되어 가람을 지킬 때의 일이다. 그때 난타는 이런 생각을 하였다.
‘여래께서 조금만 있으면 걸식하러 성안으로 들어가실 것이다. 그때 나는 집으로 돌아가야겠다.’
그러나 세존께서는 난타의 이와 같은 생각을 아셨다. 난타의 생각을 알고 나서 곧 장로 난타에게 말씀하셨다.
“네가 만약 가려고 한다면 모든 방문을 닫은 뒤에 가도록 하여라.”
세존께서는 이런 말씀을 남기시고 걸식하러 성안으로 들어가셨다. 그러자 장로 난타는 이런 생각을 하였다.
‘세존께서 이미 걸식하러 성안에 들어가셨으니 이제 나는 집으로 돌아갈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그때 난타는 세존의 방문이 닫히지 않은 것을 발견하였다. 난타는 그것을 보고 생각하였다.
‘이 문을 닫은 뒤에 돌아가야겠다.’
곧 그 문을 닫고 보니 사리불의 방문이 다시 열리는 것을 보았다. 그는 곧 가서 사리불의 방문을 닫았다.
그 문을 닫고 보니 또 목건련의 방문이 다시 열렸다. 그것을 보고 어서 가서 목건련의 방문을 닫았다.
그런데 목건련의 방문을 닫고 보니 대가섭의 방문이 다시 열리는 것이었다. 그는 서둘러 가서 대가섭의 방문을 닫았다.
그 문을 닫고 보니 마하가전연의 방문이 열리는 것이었다. 그는 어서 가서 마하가전연의 방문을 닫았다.
그 문을 닫자 우루빈라가섭의 방문이 다시 열렸고, 그 문을 닫자 나제가섭의 방문이 다시 열렸다. 그는
가서 나제가섭의 방문을 닫았다.
이번에는 가야가섭의 방문이 다시 열렸다. 그는 가야가섭의 방문을 닫았다.
그 문을 닫고 나니 우파사나의 방문이 열렸다. 그 문을 닫자 구치라의 방문이 다시 열렸다.
그 문을 닫자 마하전타의 방문이 열렸다. 그 문을 닫자 리파다의 방문이 다시 열렸다. 그 문을 닫고자 우파리파다의 방문이 열렸다.
이런 식으로 해서 하나의 문을 닫으면 둘째 문이 열렸고, 셋째 문을 닫으면 넷째 문이 열렸다. 그는 하나가 열리면 하나를 닫다가 마침내 이런 생각을 하였다.
‘저 비구들은 어떻게든 나를 붙잡아서 무슨 허물이라도 씌울 것이다. 그러니 문이 열리든 닫히든 내버려두고 가야겠다. 머지않아 세존께서 돌아오실지도 모른다.’
그는 이런 생각을 하고 나서 니구타 동산에서 나오려 하였다.
한편 세존께서는 천안(天眼)으로 그 난타를 살펴보셨는데 난타가 그 니구타 동산에서 나가려 하는 것을 보셨다. 이것을 본 여래께서는 가비라 성에서 몸을 숨겨 문득 니구타 숲에 이르러 그 앞에 나타나셨다. 난타는 부처님이 그 숲 가운데 나타나신 것을 보고 마침내 니구타 나무 한 그루에 몸을 숨기고 앉았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신통력으로 그 큰 나무를 들어 허공 중에 놓고, 그 난타가 몸을 숨기고 앉은 것을 보시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난타야, 너는 지금 어디로 가려고 하느냐?”
난타는 사실대로 대답하였다.
“세존이여, 저는 지금 다시 저 왕위의 쾌락과
자유로움을 잊을 수 없습니다. 또 손타리를 지을 수 없습니다. 그래서 청정한 수행을 하는 것이 즐겁지 않았기에 계행을 버리고 본가로 돌아가고자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이런 인연으로 게송을 읊으셨다.

우거진 숲을 떠나고자 하여 이미 벗어났어도
숲에서 나갔다 해도 그 숲으로 다시 돌아오리라.
너 중생이여, 이런 일을 관찰하여라.
얽힘에서 벗어나도 다시 얽매이게 된다.

그리고 세존께서는 난타를 위하여 법구(法句)를 설하고 다시 권하여 말씀하셨다.
“장로 난타여, 너는 세밀한 마음으로 나의 자재로운 법의 가르침 속에서 모든 괴로움을 다하고 부지런히 범행을 행하라.”
부처님께서 법으로써 난타를 교화하였으나, 난타는 여전히 옛날의 오욕락과 왕위에 머물면서 누렸던 자유로운 쾌락을 잊지 못하였고, 또 여전히 손타리를 그리워하였다. 그는 기꺼이 바른 법으로 청정한 수행을 하려 들지 않았으며 마음은 언제나 계행을 버리고 집으로 돌아가려고 하였다.
이때 어느 부유한 장자가 세존을 청하여 공양올리고자 하였다. 그때 난타가 또 당직이 되었으므로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제 세존께서는 그 장자의 공양을 받으러 마을로 들어가실 터이니 그때 나는 집으로 돌아가야겠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난타의 이런 생각을 이미 아시고 난타에게 말씀하셨다.
“난타야, 너는 이제 반드시 때를 알아서 절 마당을 청소하고 모든 물통에 물을 가득 채워라.”
이렇게 이르시고 장자의 청을 받아서 마을로 들어가셨다.
그러자 장로 난타는 생각하였다.
‘세존께서 이미 다른 이의 초대를 받아 마을로 들어가셨으니 나는 이제 집으로 돌아가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고 돌아보니 부처님께서 거처하는 방 밖에
쓰레기가 많이 쌓여 있었다. 그것을 보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먼저 저 쓰레기를 치우고 나서 집으로 가야겠다.’
비를 들고 그 방 앞에 가서 한쪽을 쓸자 바람이 불어와 흙과 풀을 가득 날렸다. 이것들을 다시 또 쓸고자 하다가 난타는 생각을 바꾸었다.
‘청소는 일단 중지하고 먼저 모든 대중들의 물 그릇에 물을 채워야겠다. 그리고 나서 집으로 돌아가리라.’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그는 대야며 물그릇을 들고 물가에 가서 모두 물을 가득 채웠다. 그런데 물이 가득 찬 그릇들은 물이 채워지기만 하면 넘어졌다. 그러자 난타는 생각하였다.
‘내가 지금 어느 틈에 청소를 다 하고 물을 다 채우겠는가? 조금 있으면 여래께서 돌아오실 것이니 지금 서둘러 집으로 돌아가야겠다.’
이렇게 생각하고 곧 집으로 돌아가고자 니구타 동산을 나가려 하였다.
이때 세존께서는 그 초대받은 장자의 집에 계시다가 사람의 눈을 뛰어넘는 청정한 천안(天眼)으로 난타가 니구타 숲을 나와 집으로 가려고 하는 것을 보셨다.
이것을 보시자 화신(化身)을 나타내시어 장자의 집에서 몸을 숨겨 한 생각 사이에 니구타 동산에 이르러 장로 난타 앞에 나타나셨다.
난타는 세존께서 오시는 것을 멀리서 보고 곧 한 길 높이의 험준한 벼랑 아래의 구석진 곳으로 가서 몸을 숨기고 앉았다.
부처님께서는 신통력으로 그 험준한 벼랑을 손바닥처럼 평평한 땅으로 만드신 뒤에 숨어서 앉아 있는 그를 발견하시고 물으셨다.
“너는 지금 여기서 무엇을 하고 있느냐?”
그러자 난타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는 이미 손타리에게 집에 돌아가겠다고 약속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지금 제 자신을 거짓말하는 사람으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였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지금 그곳에 가고자 합니다.”
부처님께서는 장로 난타에게 말씀하셨다.
“너는 지금 어찌하여 꼭 손타리를 보려고 하느냐? 그녀의 몸은 이렇게 가죽으로 뼈를 쌌으며, 속에는 뇌수와 피고름과 대소변이 가득 차 있어 너무나도 더럽고 추해서 마치 뒷간과 같다. 난타야, 이와 같이 내가 이제 간단하게 말하리니, 중생들 하나하나가 아내와 함께 관계를 하여 쏟아내는 부정(不淨)은 큰 바다같이 많지만 그래도 그들은 만족할 줄을 모른다.”
그리고 부처님께서는 이 인연으로 게송을 읊으셨다.

숲에서 떠나려 하여 이미 떠났어도
숲을 벗어나면 다시 숲으로 돌아오나니
너 중생이여, 이렇게 관찰하여라.
얽힘에서 벗어나도 다시 얽매이게 된다.

이렇게 부처님께서 난타를 교화하고 법을 설해 가르쳐 말씀하셨다.
“난타야, 너는 이제 나의 자재로운 법의 가르침 속에서 즐겁게 청정한 범행을 행하여 일체 괴로움을 없애라.”
하지만 난타는 비록 부처님의 이러한 방편 교화를 받았지만 여전히 청정한 행을 닦기를 좋아하지 않았으며, 육군 비구들과 어울려서 자주 그들이 있는 곳을 드나들었으며 그들과 함께 온갖 이야기를 나누었고 아침부터 저녁까지 그릇되고 사악한 이야기만을 나누었다.
그러자 세존께서는 그 행을 아시고 이렇게 생각하셨다.
‘이 난타는 지금 저 육군 비구들을 본받고 있으니 이러다 그의 공덕 업행을 다칠까 두렵구나. 난타가 저들과 어울리는 것을 막아야겠다.’
그리하여 곧 장로 난타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난타야, 이리 오너라. 너는 나와 함께 가비라 성안에 들어가자.”
난타는 답하였다.
“세존의 가르침대로 거행하겠습니다.”
부처님께서는 난타를 데리고 가비라성에 들어가셨다. 그리하여 걸어 나아가다 차츰 생선가게 앞에까지 이르게 되셨다.
이때 세존께서는 그 가게 안에 지푸라기 위에서 썩은 냄새를 풍기며 죽어 있는 물고기 백여 마리를 보셨다. 그리고 장로 난타에게 이르셨다.
“난타야, 이리 와서 이 고기를 쌌던 짚을 한 줌 쥐어보아라.”
그러자 난타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그 가게의 고기 밑에 깔아 놓은 냄새나는 짚을 한줌 쥐었다.
부처님께서는 또 장로 난타에게 이르셨다.
“잠깐 쥐고 있다가 땅에 버려라.”
“그리하겠습니다. 세존이시여.”
그리고 난타는 그 짚을 쥐고 잠시 있다가 땅에 도로 놓았다.
부처님께서는 또 난타에게 말씀하셨다.
“네 손의 냄새를 맡아보아라.”
난타는 그 손의 냄새를 맡았다.
부처님께서는 다시 물으셨다.
“네 손에서 어떤 향기가 나느냐?”
장로 난타가 대답하였다.
“세존이시여, 깨끗하지 못한 비린내만이 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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