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 42권
불본행집경 제42권
수 천축삼장 사나굴다 한역
44. 가섭삼형제품 ③
이때 부처님께서는 공양이 끝나신 뒤에 그 숲으로 돌아가셔서 경행하셨다.
우루빈라 가섭은 그날 밤이 지난 뒤에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가 아뢰었다.
“대덕 사문이시여, 만약 때를 아신다면 공양 준비가 다 되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가섭에게 말씀하셨다.
“그대는 먼저 가라. 내 뒤따라가리라.”
부처님께서는 가섭을 먼저 보낸 뒤에 곧 삼십삼천으로 가셨다. 그 하늘에 도착하시자 파리사다가(波梨闍多迦)수나라 말로는 도피생(彼岸生)이라 함라는 꽃 한 송이를 얻어 가지고 먼저 불의 신을 제사하는 암자에 오셨다.
가섭은 뒤에 와서 부처님께서 먼저 와 앉아 계시는 모습을 보고 여쭈었다.
“대덕 사문이시여, 어느 길로 오셨기에 저보다 먼저 암자에 도착하셨습니까?”부처님께서는 가섭에게 이르셨다.
“내 그대를 먼저 보낸 뒤에 도리천궁으로 가서 이 파리사다가꽃을 가지고 이 신에게 제사하는 암자에 왔다. 그런데 이 파리사다가꽃은 모양도 예쁘거니와 향기도 매우 좋으니 그대 마음에 들면 이 꽃을 가져다 냄새를 맡아라.”
가섭은 아뢰었다.
“대덕 사문이시여, 이 꽃의 향기는 미묘하고 매우 좋습니다. 사문께서 맡으셔야 하며 저는 향내를 맡기에 합당하지 않습니다.”
이때 가섭은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 큰 사문은 크게 위력이 있고 크게 신통이 있어 나를 먼저 보낸 뒤에 천상에 가서 이 파리사다가꽃을 가지고 나보다 먼저 이 암자에 와서 앉았다. 하지만 비록 그렇다 해도 여전히 지금의 나처럼 아라한이 되어 몸과 마음이 고요해진 경지를 얻지는 못하였을 것이다.’
이때 가섭의 거처에 있던 소라 상투 범지[螺髻梵志]1)들이 장작을 쪼개려 하였으나 할 수가 없었다. 서 있는 사람은 몸을 굽히지 못하였고, 허리를 굽힌 사람은 바로 펴지 못하였으며, 도끼를 나무에 찍은 사람은 빼내지 못하였던 것이다.
그러자 소라 상투 바라문들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신통은 분명 의심할 바 없이 저 큰 사문이 지었을 것이다. 그 때문에 우리는 지금 장작을 쪼개지도 못하고 힘만 드는 것이다.’이때 부처님께서는 그 우루빈라 가섭들에게 이르셨다.
“소라 상투 가섭이시여, 그대들은 지금 장작을 쪼개려 하는가?”
가섭은 아뢰었다.
“대덕 사문이여, 정말 쪼개고 싶은데 그러지 못하고 있습니다.”
이때 부처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시고 나자 바라문들은 곧 그 나무를 마음대로 쪼갤 수 있게 되었다.
그러자 우루빈라 가섭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큰 사문은 곧 위력이 있고 큰 신통이 있다. 하지만 비록 그렇다 하더라도 여전히 지금의 나처럼 아라한을 얻지는 못하였으리라.’
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공양을 마치고 그 숲으로 가서 경행하셨다.
그때 우루빈라 가섭이 살고 있는 처소에서는 촛불을 켜려 하였으나 불이 붙지 않았다. 그러자 그 소라 상투 범지들은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 신통은 의심할 바 없이 분명히 저 큰 사문이 한 짓이다. 우리가 이토록 고생하지만 불을 붙이지 못하고 있다.’부처님께서는 그 우루빈라 가섭들에게 이르셨다.
“가섭이여, 그대들은 불을 켜려 하는가?”
가섭들은 대답하였다.
“대덕 사문이시여, 저희들은 불을 켜려 합니다.”
부처님께서 이렇게 물으시자 곧 5백 개의 촛불이 켜졌다.
그때 우루빈라 가섭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큰 사문은 큰 위력이 있고 큰 신통이 있어 저들이 촛불을 붙이려 해도 불이 붙지 않게 하고, 만약 붙이려고 생각하면 이내 불이 붙게 된다. 비록 그렇다 하더라도 여전히 지금의 나처럼 아라한을 얻지는 못하였으리라.’어느 때 세존께서는 공양이 끝난 뒤에 숲으로 돌아가서 경행하셨다.
그때 저 소라 상투 범지들은 불을 끄려고 하였는데 끄지 못하였다. 그래서 그들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것은 사문의 신통력 때문에 우리들이 불을 끄려고 해도 끄지 못하는 것이다.’
이때 세존께서 가섭에게 이르셨다.
“그대들은 지금 이 불을 끄려고 하는가?”
가섭은 아뢰었다.
“대덕 사문이시여, 저희들은 지금 이 불을 끄려고 하였지만 끄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부처님께서 이렇게 물으셨을 때 5백 개의 불은 곧 꺼졌다.
그때 가섭은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 큰 사문은 큰 위력이 있고 큰 신통이 있어 그 힘으로 불을 끄려고 하면 곧 꺼지고 불을 붙이려고 하면 곧 붙여진다. 하지만 여전히 지금의 나처럼 아라한을 얻지는 못하였으리라.’어느 때 세존께서는 공양을 마치신 뒤 그 숲으로 돌아가 경행하며 머무셨다.
그런데 저 소라 상투 범지들은 몹시 추운 한겨울에, 한밤중이나 혹은 새벽에 혹한이 닥치고 눈바람이 심하게 부는데도 니련선하(尼連禪河)에 들어가서 물 속에 잠겼다가 나왔다가 하면서 목욕을 하였다.그때 세존께서는 신통력으로 벌겋게 달아오른 5백 개의 숯불더미를 만들어서 그 강가에 놓아두었다. 그 소라 상투 범지들은 물에서 나와 추위에 떨면서 강가에 있다가 제각각 불을 쪼였다. 그러면서 그들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것은 틀림없이 저 큰 사문이 신통변화를 일으켜 문득 이런 5백 개의 연기가 나지 않는 화로를 만들어 우리들이 물에서 나와 쪼이도록 한 것이로구나.’
그때 우루빈라 가섭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큰 사문은 큰 위력이 있고 큰 신통이 있어 이에 5백 개의 화로를 만들어 연기도 나지 않게 하였으며, 또 5백 명의 내 제자들이 찬물에서 나와 그 불을 쪼이게 하였구나. 하지만 여전히 지금의 나처럼 아라한을 얻지는 못하였으리라.’어느 때 세존께서는 공양을 마친 후에 그 숲으로 돌아가 경행하며 머무셨다.
그때 저 소라상투 범지들은 물을 뜨려고 각기 병을 들거나 혹은 군지(軍持)2)를 들고 물을 뜨려 하였으나 잡을 수 없었다.
그러자 저 소라 상투 범지들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것은 틀림없이 저 큰 사문이 우리들에게 병과 군지를 들지 못하게 한 것이다.’이때 세존께서는 우루빈라 가섭과 그의 5백 명의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가섭이여, 그대들은 각각 병과 군지를 들고 물을 떠오려고 하는가?”
가섭이 부처님께 답하였다.
“어지신 사문이시여, 이들 5백 명의 바라문들은 병과 군지를 들고 물을 떠오려고 합니다.”
그런데 부처님께서 이렇게 질문하셨을 때 그 5백 명의 소라 상투 범지들은 모두 병과 군지를 가지고 물을 떠올 수 있게 되었다.그때 우루빈라 가섭은 또 이런 생각을 하였다.
‘참으로 신기하구나. 이 큰 사문은 큰 위력이 있고 큰 신통이 있어 그가 허락하면 곧 이 5백 명의 소라 상투 범지들이 물을 풀 수 있고 그가 허락하지 않으면 물을 풀 수가 없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의 나처럼 아라한을 얻지는 못하였으리라.’어느 때 세존께서는 공양을 끝내신 뒤에 다시 그 숲으로 돌아가 경행하며 머무셨다.
그때 우루빈라 가섭은 예전에 불의 신에게 제사할 때 항상 7다라수(多羅樹) 높이만큼 위로 올라 앉아서 제사를 지냈다. 그런데 뒤에 그가 제사할 때에 일곱 그루 다라수 높이만큼 올라가려 하였으나 올라갈 수 없었다.그때 우루빈라 가섭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틀림없이 이것은 저 큰 사문이 신통을 부리는 것이다. 그가 나를 이 다라수 높이만큼 올라가 불의 신에게 제사지내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가섭은 또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 큰 사문은 크게 위력이 있고 크게 신통이 있어서 이렇게 우리를 나무 높이만큼 올라가지 못하게 하기 때문에 우리가 오르지 못하기는 하지만 그러나 여전히 지금의 나처럼 아라한을 얻지는 못하였으리라.’
어느 때 세존께서는 공양을 끝내신 뒤에 다시 그 숲으로 가셔서 경행하며 머무셨다. 이때 우루빈라 가섭은 7다라수 높이만큼 위로 올라가 제사를 지내는데 올라가서는 편안하게 머물지 못하였다. 그러자 우루빈라 가섭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틀림없이 이것은 저 큰 사문이 신통을 부린 것이다. 그가 나를 7다라수 높이에 올라가 편히 앉아 있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그는 다시 올라가려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장하십니다, 사문이시여. 제발 저희들을 예전처럼 7다라수 높이만큼 올라가서 불의 신에게 제사를 지낼 수 있게 해주십시오.”
이때 부처님께서 말씀하시자 그 가섭들은 예전처럼 일곱 그루의 다라수 높이만큼 올라가 편안히 머물 수 있게 되었다.이때 우루빈라 가섭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큰 사문은 큰 위력이 있고 큰 신통이 있어 그가 나를 나무에 오르도록 허락하면 나는 오를 수 있고, 그가 허락하지 않으면 오를 수 없다. 그러나 여전히 지금의 나처럼 아라한을 얻지는 못하였으리라.’어느 때 세존께서는 공양을 끝내신 뒤에 그 숲으로 돌아가 경행하며 머무셨다.
그때 우루빈라 가섭은 불의 신에게 제사를 지내고 난 뒤에 불을 덮어두려 하였으나 덮을 수가 없었다. 그러자 그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틀림없이 이것은 저 큰 사문 구담이 신통을 지어서 우리들로 하여금 불을 덮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그리하여 가섭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어지신 사문이시여, 제발 저희들에게 이 불을 덮도록 하여 주소서.”
이렇게 말을 하자 곧 불을 덮을 수 있었다.그때 가섭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큰 사문이 큰 위력이 있고 큰 신통이 있어 이렇게 덮기를 허락하면 덮고 허락하지 않으면 덮지 못한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의 나처럼 아라한은 얻지 못하였을 것이다.’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공양을 드신 뒤에 그 숲으로 돌아가 경행하며 머무셨다.
그때 가섭은 불의 신에게 제사를 지내려 하자 불과 나무들이 이리저리 달아나고 한 곳에 머무르지 않았다.
그러자 가섭은 이런 생각을 하였다.
‘틀림없이 이것은 저 사문 구담이 신통을 지어서 내가 불의 신에게 제사지내는 기구들을 이리저리 달아나게 하여 마치 사람이 몰아서 달아나듯, 한곳에 있지 않게 하는 것이다.’
그리고 부처님께 아뢰었다.
“장하십니다, 사문이시여. 제발 이 불을 제사하는 기구들이 한곳에 가만히 머물게 하여 주소서.”그때 부처님께서는 가섭에게 이르셨다.
“너희들의 뜻과 같이 그 불을 제사하는 기구는 곧 가만히 머물러 있어라.”
이런 인연으로 가섭은 또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 큰 사문은 큰 위력이 있고 큰 신통이 있어 나의 제사 기구들을 가만히 있게 하기도 하고 움직이게도 한다.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지금의 나처럼 아라한을 얻지는 못하였을 것이다.’어느 때 부처님께서는 공양을 마친 뒤에 그 숲으로 돌아가셔서 경행하며 머무셨다.
그때 느닷없이 허공에서 거대한 먹장구름이 일어나더니 거센 비가 쏟아졌다. 하지만 부처님께서 머물러 계시는 곳은 빗물이 없었다.그러자 세존께서는 이렇게 생각하셨다.
‘나는 이 물을 두루 펴면서도 물 가운데 마른 땅이 드러나 먼지가 일게 하고 경행처를 나타내어 그곳을 오가야겠다.’
이런 생각을 하시자 문득 먼지가 이는 마른 땅이 나타났고, 부처님께서는 그곳을 오가시며 경행하셨다.이때 가섭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무슨 일로 이렇게 느닷없이 허공에서 구름이 일어나고 큰비가 쏟아지는가? 아마 저 큰 사문이 계신 곳도 이곳처럼 큰물이 가득 넘칠 것이다. 혹시라도 그 사문이 물에 빠지면 그를 보지 못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는 이런 생각을 하고 여러 범지들과 배에 올라타 이곳저곳을 찾아다니다가 차츰 부처님 계신 곳에 이르게 되었다. 그들이 부처님 계신 곳에 도착하고 보니, 부처님께서는 그와 같이 머물러 계셨다.가섭은, 부처님 양옆으로는 물이 있으나 중간에만 먼지가 이는 마른 땅이 드러나 그곳을 오가며 경행하는 모습을 보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대덕 사문이시여, 지금 이 큰물 가운데 계십니까?”
부처님께서는 ‘여기에 있다’고 대답하시고 말을 마치자 허공으로 날아올라 곧 가섭의 배 위에 내리셨다.그러자 가섭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큰 사문은 큰 신통이 있고 큰 위력이 있어 물 가운데서 이런 도행(道行)을 짓지만 그래도 여전히 지금의 나처럼 아라한을 얻지는 못하였을 것이다.’마하승기(摩訶僧祇)의 논사는 이렇게 말하였다.
“여래께서 저 우루빈라 가섭의 무리들에게 이와 같은 5백 가지 신통을 나타내 보였으나 그 우루빈라 가섭은 그럴 때마다 ‘이 큰 사문은 큰 위력이 있고 큰 신통이 있어 비록 신통 술법을 이렇게 나타내지만 그는 지금의 나처럼 아라한을 얻지 못하였을 것이다’고 생각한 것이다.”그러자 그때 부처님께서는 이런 생각을 하셨다.
‘이 어리석은 사람은 매번 <이 사문은 큰 위력이 있고 큰 신통이 있으나 지금의 나처럼 아라한을 얻지는 못하였을 것이다>고 생각하는구나. 그러면 나는 이제 이 가섭과 그 제자들에게 지혜의 눈을 뜨게 하여 세간이 싫어서 떠나려는 마음[厭離心]을 내게 해야겠다.’그리하여 세존께서는 가섭에게 이르셨다.
“가섭아, 그대는 지금 아라한이 아니고, 또 아직 아라한도에 들지 못하였다. 너에게는 실로 아라한의 특징[相]도 없거늘 하물며 아라한과를 얻었겠는가?”
이 말을 듣자 우루빈라 가섭은 부끄러운 마음이 일어나 온몸의 털이 쭈뼛 일어섰다. 그리하여 부처님 발에 이마를 대고 절을 하며 부처님께 아뢰었다.
“장하십니다, 세존이시여. 저에게 출가를 허락하시고 구족계를 받게 하여 주시옵소서.”그러자 부처님께서는 우루빈라 가섭에게 이르셨다.
“그대 큰 가섭아, 이 5백 명의 소라 상투 범지들은 모두 그대에게 의지해 살아가고 있으며 그대의 법을 따라 행하였다. 그대는 그들과 함께 좋고 나쁜 것을 의논하여 알려서 그들의 마음에 드는 일을 하는 것이 옳을 것이다.”우루빈라 가섭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곧 5백 명의 소라 상투 범지들에게 가서 이렇게 말하였다.
“너희 범지 동자들이여, 나의 이 거처와 불의 신을 모시는 집과 제사 기구들을 받아서 각각 너희들 마음대로 사용하여라. 나는 이제 큰 사문에게 나아가 범행을 닦을 것이다.”그러자 제자인 5백 명의 소라 상투 범지들은 일제히 우루빈라 가섭에게 아뢰었다.
“화상(和上)이여, 저희들은 저 구담 큰 사문이 오시는 것을 볼 때부터 오래도록 마음이 즐거워 큰 사문에게 나아가 범행을 닦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화상을 공경하고 아끼는 마음 때문에 입 밖으로 그런 말을 내지 않았던 것입니다. 화상께서 지금 저 큰 사문에게서 범행을 닦고자 하신다면 저희도 따라가 그 교법에 의지하고자 합니다.”그리하여 우루빈라 가섭과 그 모든 제자들은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갔다. 부처님의 처소에 도착하자 한쪽에 물러섰다.
이때 부처님께서는 가섭들에게 이르셨다.
“너희 범지들이여, 그대들의 사슴가죽 옷과 물병과 온갖 머리의 상투와 불의 신을 제사하던 모든 그릇들을 저 니련선하 물 속에 던져 버려라.”
그러자 그들은 곧 부처님께 아뢰었다.
“오로지 대덕 사문의 가르침과 같이 저희들은 어기지 않겠습니다.”
모든 범지들은 자신들이 입었던 사슴가죽 옷을 비롯한 온갖 그릇과 도구들을 강물 속에 던져 버렸다. 그들이 물건들을 물 속에 던져 버리자 서로 부딪쳐 덜거덕 소리를 내며 물을 따라 흘러갔다.
저들 소라 상투 범지들은 이런 이상한 일을 보자 마음에 더욱 큰 기쁨이 나서 부처님 발에 이마를 대고 절을 하며 아뢰었다.
“오직 원하옵건대 세존이시여, 저희들에게 출가 수계를 주소서.”그러자 부처님께서는 그 모든 범지들에게 이렇게 이르셨다.
“너희들 비구는 내가 설하는 법 가운데 들어와 모든 괴로움을 다하기 위해 범행을 행하라.”
이때 5백 명의 장로들은 소리를 따라 출가하여 구족계를 이루었다.바로 그때 나제(那提) 가섭은 니련선하 하류에서 수도하고 있다가 사슴가죽 옷을 비롯하여 불의 신에게 제사하는 그릇과 기구들이 물을 따라 흘러 내려오는 것을 보자 마음이 슬퍼지고 두려워져 이렇게 말하였다.
“아아 이 무슨 변괴인가? 우리 형님이 도둑에게 피해를 입었단 말인가? 그렇지 않으면 거처에서 남에게 살해당한 것은 아닌가? 내가 그곳으로 가서 무슨 재앙이나 변괴로 인하여 갑자기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살펴보아야겠다.”
그 동생 나제 가섭은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먼저 많은 소라 상투 범지들을 그곳으로 보내어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를 고하게 하였다.
“너희들은 그곳에 무슨 변고가 벌어졌는지 잘 살펴보아라. 이 일이 어찌된 것인지 알아보아라.”
제자들은 가르침을 받들고 그곳으로 가서 살펴본 뒤에 돌아와 보고하였다.
“모두들 다 편안하게 구담씨를 섬기고 있습니다.”
이 말을 들은 나제 가섭은 직접 3백 명의 제자들을 거느리고 그들에게 좌우로 에워싸여 장로 우루빈라 가섭이 사는 곳으로 갔다.
그곳에 도착하여 우루빈라 가섭과 그의 제자들이 머리를 깎고 가사를 입은 것을 보자, 마음이 매우 언짢아져서 형인 가섭에게 게송으로 말하였다.
당신은 헛되게 불의 신에게 제사했고
부질없이 고행만 닦으셨구려.
오늘 이렇게 고행을 버리니
마치 뱀이 허물 벗은 것 같소.
그리고 나제 가섭은 형인 장로 우루빈라 가섭에게 말하였다.
“이것이 더 훌륭합니까?”
우루빈라 가섭은 대답하였다.
“이것이 참으로 훌륭하다. 차라리 이 행을 하라. 이 행이 가장 미묘하다.”그러자 소라 상투 나제 가섭은 그 3백 명의 소라 상투 범지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너희들 소라 상투 동자들은 나의 그 거처와 샘과 동산과 여러 가지 기구들을 마음대로 알아서 처분하여라. 나는 이제 큰 사문 곁에서 범행을 닦을 것이다.”그 3백 명의 소라 상투 범지 제자들은 스승인 나제 소라 상투 가섭에게 이렇게 아뢰었다.
“화상께서 이제 저 큰 사문 곁에서 범행을 닦으신다면 저희도 화상을 따라 함께 그 곁에서 범행을 닦겠습니다.”
그리하여 나제 소라 상투 가섭과 그 제자들은 부처님 처소에 나아가 한 쪽에 머물러 섰다.그때 부처님께서는 그 모든 범지들에게 이렇게 이르셨다.
“그대들은 지금 입고 있는 사슴가죽과 불의 신에게 제사하는 그릇을 니련선하에 내던져 버릴 수 있겠는가?”
범지들은 다 같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사문의 가르침대로 하여 저희는 감히 어기지 않겠습니다.”
그리하여 저들이 앞에서 말한 모든 도구들을 물 속에 던져 버리자 즈르륵 즈르륵 소리를 내며 물을 따라 흘러갔다.
그 모든 소라 상투 범지들은 이런 희유한 일을 보고 더욱 크게 기뻐하였으며 그 장로 비구들은 즉시 출가하여 곧 구족계를 이루었다.이때 가야 소라 상투 가섭도 강 하류에 있다가 문득 사슴가죽 옷과 불의 신에게 제사하는 그릇과 도구들이 물을 따라 내려오는 것을 보고 마음에 더욱 큰 두려움을 일으키며 이렇게 말하였다.
“아아, 괴이한 일이다. 우리 형들이 그 살던 곳에서 도둑을 만나 해를 입거나 아니면 살해당하지나 않았을까? 나는 이제 그곳에 가서 무슨 재난을 당하였는지 살펴보아야겠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먼저 여러 소라 상투 범지들을 보내며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 살펴본 뒤에 보고하라고 일렀다.
“너희들은 그곳에 무슨 변고가 벌어졌는지 잘 살펴보아라. 이 무슨 일인지 알아보아라.”
제자들이 돌아와서 앞에서와 같이 보고하였다.
그러자 가야 소라 상투 가섭은 직접 2백 명의 제자들을 거느리고 그들에게 좌우로 에워싸여 장로 우루빈라와 나제 가섭이 있는 곳으로 나아갔다. 도착하고 보니 두 가섭이 머리와 수염을 깎고 가사를 입고 있었다. 그런 모습을 보자 마음이 크게 언짢아져서 두 형에게 게송으로 말하였다.
형들은 옛날 헛되게 불의 신에게 제사하고
또한 부질없이 고행을 닦았구려.
오늘 이미 이런 것을 버리니
마치 뱀이 허물을 벗은 것과 같구려.
그러자 우루빈라 가섭과 장로 나제 가섭은 함께 동생인 가야 소라 상투 범지에게 게송으로 대답하였다.
우리는 옛날 헛되게 불의 신에게 제사했고
우리는 또한 부질없이 고행을 하였다.
우리 이제 이 법을 버렸으니
참으로 뱀이 허물 벗은 것과 같다.
가야 소라 상투 가섭이 다시 우루빈라 가섭과 나제 가섭에게 물었다.
“형님들의 지금 이 일은 정말 훌륭한 것입니까?”
장로인 두 가섭이 대답하였다.
“이것은 정말 훌륭하니 차라리 이 행을 닦아라. 이 행이 가장 미묘하다.”그러자 가야 소라 상투 가섭은 그 2백 명의 소라 상투 범지 제자들에게 말하였다.
“그대 범지 동자들이여, 나의 그 거처와 샘과 모든 도구들은 너희들 마음대로 알아서 처분하여라. 나는 큰 사문 곁에서 범행을 닦고자 한다.”
그 2백 명의 소라 상투 범지 제자들은 가야 소라 상투 가섭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화상께서 만약 저 큰 사문에게서 범행을 수행하신다면 저희도 화상을 따라 다 함께 큰 사문에게 나아가 범행을 닦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가야 소라 상투 가섭과 그 제자들은 부처님 처소에 나아가 한쪽에 머물러 서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대덕 사문이시여, 저와 저희 제자들은 사문의 법 가운데 들어가서 모든 일을 그렇게 가지고자 합니다.”
세존께서 곧 저들 소라 상투 범지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그대들이 만약 그렇게 하려 한다면 너희들의 사슴가죽 옷과 불의 신에게 제사하는 기구들을 모두 니련선하에 내어 버려라.”
그들은 대답하였다.
“사문의 가르침대로 하여 저희들은 감히 어기지 않겠습니다.”
그 범지들은 곧 사슴가죽 옷과 불의 신에게 제사하는 기구들을 물 속에 던져 버렸다. 그러자 가죽옷들과 물병들은 즈르륵 즈르륵 온갖 소리를 내면서 물을 따라 흘러 내려갔다.저 모든 소라 상투 범지들은 이런 희유한 일을 보고 기쁨이 더욱 커져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장하십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에게 출가와 구족계를 주소서.”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너희 비구들아, 내가 말하는 법 가운데 들어와 범행을 수행하고 모든 괴로움을 다하여라.”
그 모든 장로들은 소리를 따라 출가하여 구족계를 이루었다.이때 세존께서 우루빈라 가섭의 마을 안에서 얼마쯤 즐거이 계시다가 차츰 가야성 근처로 향해 나아가셨다.
여래께서는 그 상두산(象頭山) 정상에서 1천 명의 비구 무리들을 거느리고 머무시며 곧 세 가지 신통으로 그들을 교화하셨으니, 이른바 몸의 신통ㆍ입의 신통ㆍ뜻의 신통이었다.이것으로 비구들을 가르치고 익히게 하셨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몸의 신통을 나타내셨으니, 곧 한 몸으로 많은 몸이 되고 많은 몸이 다시 한 몸이 되며, 위에서 없어져 아래에 나타나고 아래에서 없어져 위에 나타나며, 동쪽에서 없어져 서쪽에서 나타나고 서쪽에서 없어져 동쪽에서 나타나며, 남쪽에서 없어져 북쪽에서 나타나고 북쪽에서 없어져 남쪽에서 나타나며, 산 벼랑과 석벽도 걸림없이 지나가며, 땅에도 물과 같이 들어가며, 물 밟기를 땅과 같이 하며, 땅에서 가부를 맺고 허공에 솟아오르되 마치 나는 새와 같으며, 몸에서 연기와 불꽃을 내되 큰 불덩이와 같으며, 물을 나타내어 불을 끄고 불을 놓아서 물을 없앴다. 이런 위엄 있는 덕으로 해와 달도 손으로 만지고 잡으며, 내지 범천의 자재로운 행동을 하시는 등 이와 같이 여래는 몸의 신통을 나타내었다.입의 신통을 나타내는 것은, “너희 비구들아, 이렇게 분별해야 하며 이렇게 분별해서는 안 된다. 이렇게 관찰하고 생각해야 하며 이렇게 관찰하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너희 비구들아, 이렇게 증득해야 하며 이렇게 증득해서는 안 된다. 너희 비구들아, 이렇게 행해야 하며 이렇게 행해서는 안 된다 하지 말라”고 하는 것이니, 이와 같이 여래께서는 입의 신통을 나타내셨다.뜻의 신통을 나타내는 것은 다음과 같다.
“너희 비구들아, 이제 꼭 알아야 한다. 이 일체법은 모두가 타오르는 것이다. 타오른다는 것은 무엇인가? 눈도 타오르고 색(色)도 타오르며, 눈의 식별[眼識]도 타오르고, 눈의 접촉[眼觸]도 타오르고 눈의 접촉으로 생겨난 즐겁거나 괴롭거나 즐겁지도 괴롭지도 않은 느낌들이 있는데, 그러한 것들도 또한 타오른다. 무엇으로 타오르는가? 탐욕의 불길로 인하여 번뇌가 타오르고, 성냄의 불길로 인하여 번뇌가 타오르고, 어리석음의 불길로 인하여 번뇌가 타오르는 것이다. 나는 이와 같이 눈의 허물을 말한다.
이와 같이 귀도 타오르고 소리도 타오른다. 나아가 코와 냄새도 타오르고, 혀와 맛도 타오르고, 몸과 촉감도 타오른다. 뜻과 법도 타오르며, 뜻의 접촉을 인연하여 생겨난 괴롭거나 즐겁거나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느낌도 역시 타오른다. 무엇으로써 타오르는가? 탐욕의 불길로 인하여 번뇌가 타오르고, 성냄의 불길로 인하여 번뇌가 타오르고, 어리석음의 불길로 인하여 번뇌가 타오르는 것이다. 나는 이와 같이 귀ㆍ코ㆍ혀ㆍ몸의 감각기관의 티끌과 허물과 우환을 말한다.또다시 어떤 많이 들은 사람으로서 이렇게 깊이 관찰하게 되면, 그는 눈[眼]을 싫어하여 떠나고, 눈의 식별을 싫어하여 떠나게 된다. 눈의 접촉을 싫어하여 떠나며, 안촉으로 인연하여 생긴 괴롭거나 즐겁거나 괴롭지도 즐겁지도 않은 느낌들도 또한 이렇게 싫어하여 떠나니, 이것을 가리켜 눈을 싫어하여 떠나는 것이라 한다.또 이와 같이 귀를 싫어하여 떠나고 소리를 싫어하여 떠나고, 내지 코와 냄새를 싫어하여 떠나고, 혀와 맛을 싫어하여 떠나고, 몸과 촉감을 싫어하여 떠나고, 뜻과 법을 싫어하여 떠나며, 뜻의 접촉을 인연하여 생긴 즐겁거나 괴롭거나 즐겁지도 괴롭지도 않은 느낌까지도 싫어하여 떠난다. 이미 싫어하여 떠나고 곧 물들거나 집착하지 않으며, 이미 물들거나 집착하지 않으므로 곧 해탈을 얻으며, 이미 해탈을 얻으면 곧 이렇게 안으로 청정한 지혜가 나타나서 ‘나는 이제 이미 생과 사가 끊어졌고 범행이 섰으며 할 것을 이미 다하여 후유(後有)를 받지 않는다’고 스스로 한다.”
이것이 바로 여래가 뜻으로 신통을 짓는 것이다.이때 세존께서 이렇게 말씀하시고 세 가지 신통으로 가르쳐 보이시자 그 모든 1천 명의 비구들은 함이 없고[無爲] 번뇌가 다하여[漏盡] 모든 법 가운데 마음의 해탈을 얻었다. 이런 게송을 말하였다.
이미 생사의 온갖 애욕의 흐름을 끊고
이미 범행을 세워 자기 이익을 얻었네.
할 것을 모두 다 이루었으며
다시 후세에 태어남을 받지 않노라.
그때 그 모든 1천 명의 비구들은 불세존께서 이와 같이 설하시는 것을 듣고 모든 번뇌[漏] 가운데 다시 함이 있지[有爲] 않게 되었으며, 마음의 착하고 좋은 해탈을 얻어 범지의 법을 버리니, 성문승(聲聞僧)이라 이름하게 되었다.
45. 우바사나품(優波斯那品) ①
이때 그 가섭 삼형제에게는 소라 상투를 한 범지 조카가 한 사람 있었는데, 그의 이름은 우바사나(優波斯那)수나라 말로는 최상정장(最上征將)이라 함였다. 그는 아수라산에서 항상 250명의 소라 상투 범지 제자들과 선도(仙道)를 닦고 있었다. 그러다 그는 외삼촌인 가섭 삼형제가 모든 제자들과 함께 큰 사문 곁에 나아가 머리와 수염을 깎고 출가하였다는 말을 듣고 마음이 놀랍고 크게 언짢아져서 이렇게 말하였다.
“외삼촌들이 참으로 희한하구나. 몇몇 해를 불의 신에게 제사하다가 오늘에 와서 갑자기 사문 가운데 들어가 제자가 되었다니, 나는 그들에게 가서 꾸짖어야겠다. 무엇 때문에 이렇게 착하지 않은 일을 하였단 말인가?”
그는 입 속으로 중얼중얼하며 그 세 외삼촌이 있는 곳으로 갔다. 그곳에 도착하여 세 명의 삼촌들이 모두 머리와 수염을 깎고 가사를 입은 것을 보고 그들에게 게송을 읊었다.
외삼촌들은 헛되게 1백 년 동안 불의 신을 제사하고
또한 부질없이 그 고행을 닦으셨네.
오늘 다 함께 이 법을 버리셨다니
마치 뱀이 허물을 벗은 듯합니다.
그러자 그 외삼촌인 세 명의 가섭들은 한 목소리로 조카 우바사나에게 이렇게 게송으로 답하였다.
우리는 옛날 쓸데없이 불의 신을 모셨고
우리는 부질없는 고행을 닦았네.
우리는 오늘 이 법을 버리니
참으로 뱀이 허물 벗은 것 같네.
우바사나 바라문은 이 게송을 듣고 다시 세 외삼촌에게 물었다.
“이것이 그렇게 훌륭한 일입니까?”
세 가섭은 대답하였다.
“이것은 참으로 훌륭하다. 차라리 이 행을 닦아라. 이 행이 가장 미묘하다.”
그러자 우바사나 소라 상투 범지는 자신의 제자인 250명의 소라 상투 범지들에게 말하였다.
“너희 모든 범지 동자들은 나의 거처와 동산과 또 모든 기구들을 너희 마음대로 알아서 처분하라. 나는 지금 큰 사문 곁에서 범행을 닦을 것이다.”그때 그 250명의 소라 상투 범지들은 곧 우바사나 소라 상투 범지에게 아뢰었다.
“화상께서 이제 만약 그 큰 사문 곁에 나아가 범행을 행하신다면 저희도 화상을 따라 그 곁에 나아가 함께 청정행을 닦고 싶습니다.”
그리하여 병장(兵將:우바사나) 소라 상투 범지와 모든 제자들은 함께 부처님 처소에 나아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대덕 사문이시여, 저는 이제 모든 제자들을 데리고 사문 법 가운데 들어와 내지 이런 일을 다 지니겠습니다.”그러자 세존께서 그 소라 상투 범지들에게 이르셨다.
“그대들이 만약 그렇게 하겠다면 직접 사슴가죽 옷과 불의 신에게 제사하는 기구를 한쪽에 버려라.”
모든 범지들은 말하였다.
“큰 사문의 가르침대로 하여 저희는 어기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나서 그 옷과 기구들을 한쪽에 버렸다.다시 부처님 처소에 이르러 부처님 발에 이마를 대고 절을 한 뒤에 아뢰었다.
“장하십니다, 세존이시여. 저희들에게 출가와 구족계를 주십시오.”
부처님께서는 그들에게 이르셨다.
“너희 비구들은 내가 스스로 설하는 법 가운데 들어와 범행을 닦아라. 모든 괴로움을 다하기 위하여.”
그리하여 저 250명의 장로들은 소리에 따라서 출가하여 곧 구족계를 이루었다.이때 세존께서 저 장로들을 위하여 더욱 법을 설하셨고 앞에서와 같이 세 가지 신통으로 가르쳐 보이고 이롭고 기쁘게 하였다. 그러자 그들은 무위법에서 모든 번뇌[漏]를 다하고 마음이 해탈을 얻었다.
이때 세존께서 최초로 모든 비구 무리들을 모았으니, 이른바 이들 1,250명이 함께한 것이다. 그들은 모두가 범지의 신분에서 출가하여 다 아라한을 성취하고 자신의 이익을 얻었으며 부처님을 모시고 따르며 설법을 증명하였다.그 후에 비구들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장하십니다, 세존이시여. 저 소라 상투 범지였던 스승과 제자들은 지난 옛날에 어떤 선근을 심었기에 오늘날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고 모두가 나한(羅漢)을 증득하였습니까? 옛날에 무슨 업을 지었기에 이런 과보를 얻었습니까? 또 무슨 업을 지었기에 저 장로 우루빈라 가섭은 한 사람이 5백 명의 소라 상투 범지들 중에서 으뜸가고 가장 미묘하고 가장 훌륭하고 가장 위이며 가장 존귀하게 되었습니까? 또 어떻게 해서 나제 가섭은 3백 명의 제자 중에서 으뜸가고 가장 미묘하고 가장 훌륭하며 가장 존귀하게 되었고, 가야 가섭은 2백 명의 제자들 가운데서 으뜸이 되었고 훌륭하며 미묘하고 존귀한 사람이 되었습니까? 또 장로 우루빈라 가섭은 지난 옛날에 무슨 업을 지었기에 오늘날 세존께서 갖가지로 가르쳐 보이셨으나 이렇게 교화하기 어려우셨고, 그 밖의 모든 범지들은 교화시키기 쉬우셨습니까?”
이런 말을 하고 나서 묵묵히 머물렀다.그때 부처님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너희 모든 비구들아, 지극한 마음으로 자세히 들어라. 내 생각하건대 지난 옛날에 이 염부제 안에 1천 명의 상인(商人)들이 있었다.
그 상인 중에서 삼형제가 각각 상인의 우두머리가[商主] 되었으니, 그 첫째는 역시 우루빈라 가섭이라 이름하였으며 5백 명의 상인을 거느렸고, 둘째는 역시 나제 가섭이라 이름하며 3백 명의 상인을 거느렸고, 셋째는 역시 가야 가섭이라 이름하며 또한 2백 명의 상인들을 거느렸다.이때 저 세 명의 큰 상인의 우두머리들과 모든 상인들은 함께 바다로 나아가 장사를 하고자 하여 바다에 들어가기 위해 필요한 물건들을 모두 준비하였는데, 그 물품 값은 족히 3백천만 금은 되었다. 그래서 1백천만 금은 양식을 장만하고, 1백천만 금은 모든 상인들의 용도로 쓰고, 1백천만 금의 돈으로는 잡다하게 쓸 비용과 선박을 준비하였다. 그들은 이렇게 다 준비한 뒤에 점차 나아가 해안에 도착하였다.
해안에 도착한 뒤에 대해의 신(神)에게 제사하고 공양을 올린 뒤에 선박을 준비하고, 그 밖에도 다시 갑절로 품삯을 쳐서 다섯 사람을 고용하였으니, 배를 잘 다스리는 사람과 사방을 살펴보는 사람과 물에 들어가는 사람, 물에 잘 뜨는 사람, 돛을 잘 다는 사람들이 그들이었다.
이렇게 다섯 사람을 얻고 나서 그 세 명의 상인의 우두머리는 큰 소리로 외쳤다.
‘누가 바다에 들어가겠느냐?’세 번 외쳤다.
이렇게 세 번 큰 소리로 외치고 나서 재물을 구하기 위해 곧 배에 올라 함께 바다로 나아갔다. 그런데 그들이 바다 한가운데에 이르렀을 때 느닷없이 폭풍을 만나고 말았다. 그 바람은 배를 모래톱으로 밀어냈으며, 배는 그 위에 얹혀 꼼짝 않고 머물게 되었다.”
'매일 하나씩 > 적어보자 불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적어보자] #4848 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 44권 (10) | 2024.09.22 |
---|---|
[적어보자] #4847 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 43권 (8) | 2024.09.22 |
[적어보자] #4845 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 41권 (2) | 2024.09.21 |
[적어보자] #4844 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 40권 (0) | 2024.09.21 |
[적어보자] #4843 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 39권 (0) | 2024.09.21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