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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4824 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 20권

by Kay/케이 2024. 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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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 20

 

불본행집경 제20권

수 천축삼장 사나굴다 한역

23.차닉등환품 ③
그때 정반왕은 또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지금 마음으로 원하노니 사방의 모든 호세천왕(護世神王)들이여, 이제 내 아들이 이익을 이루도록 항상 도와주소서. 천상의 제석이며, 천안천주(天眼天主)인 사지(舍脂)의 부군[夫] 대력천왕과 모든 하늘 대중들이여, 좌우에 호위하였으니 부디 내 아들이 마음에 구하는 대로 모든 것을 도와주소서. 또 세상의 모든 신(神)인 풍신(風神)ㆍ수신(水神)ㆍ화신(火神)ㆍ지신(地神)이며 사방 4유의 모든 신이여, 다 도와주소서.
너는 가장 뛰어나고 위없는 장부인데 무엇 때문에 이 4천하를 버렸는가?
그런 내 아들이 이제 집을 버리고 출가하여 위없는 극히 묘한 성과(聖果)를 사모하니 그가 구하고자 하는 대로 속히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루어 빨리 증명하도록 해주시기 바라나이다.”
정반왕은 땅 위에 누운 채 갖가지 말로써 건척을 꾸짖었다.
“너 착하지 못한 말아, 본래 여러 가지로 나를 위해 즐거운 일을 해왔는데 오늘은 무슨 인연으로 갑자기 이익을 주지 않고 이렇게 우리 석가족 집에 손해를 끼치느냐. 나의 태자는 항상 너를 사랑했고 내 마음에 맞게 항상 기쁨을 주었는데, 너는 지금 이렇게 모두 없애버렸구나. 너는 나를 데리고 태자가 있는 곳으로 가자. 나도 사랑하는 아들과 같이 고행을 하리라.
나는 지금 사랑하는 아들을 이별했기 때문에 목숨이 경각에 달려 오래 살 수 없구나.”
게송을 읊었다.
건척아 너는 말이니 빨리 달려가자.
나를 데리고 그리로 되돌아 가자.
나는 자식이 없어 살 수 없나니
중환자가 의사를 만나지 못한 격이네.
정반왕은 이런 말을 하고 나서 아들을 사랑하는 탓으로 괴로움이 몹시 핍박하여 땅 위에 누워서 이렇게 괴로워하며 소리를 내어 통곡하고 쓰러졌다 일어났다 하며 목메어 흐느꼈다그때 한 지혜로운 대신이 국사 바라문들과 같이 정반왕이 땅에 뒹굴며 이리저리 넘어졌다 일어나며 근심과 슬픔 때문에 괴로움에 얽혀서 잠시도 즐겁지 못하며 몸과 마음이 일시에 크게 열뇌(熱惱)를 내는 것을 보았다. 그들은 왕의 뜻을 풀어주고자 짐짓 스스로 걱정과 근심이 없는 척 얼굴빛을 지어 함께 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여, 이제 모든 걱정 근심과 고뇌를 버리시고 마음을 안정하시어 생각을 굳게 하소서. 이렇게 범인(凡人)들처럼 기절하고 스스로 넘어져 눈물을 흘리지 마소서.
왜냐 하면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지난 옛날에도 많은 왕들이 시든 꽃다발을 보듯 왕위를 버리고 입산하였습니다.
또 대왕이시여, 태자 실달께서는 지난 인연으로 마침내 이런 업과(業果)를 받았습니다. 대왕이여, 이제 지난날 아사타 선인이 했던 수기를 기억하소서. 그가 대왕께 아뢰지 않았습니까?
‘이 동자는 인간이나 천상의 과보나 전륜성왕의 지위로 구속할 수 없을 뿐더러 그가 잠깐이라도 세상에 머물까 기대하지 못하리라.’
대왕이시여, 이제 태자님을 불러 돌아오게 하시려거든 다만 저희 두 사람에게 칙명을 내려가게 하시면 어김없이 왕명을 따르겠나이다.”그러자 정반왕이 대답했다.
“경들 두 사람이 만약 내 마음을 안다면 속히 태자에게 가라. 그래주지 않는다면 내 이제 신명(身命)에는 길상이 없으며 온갖 고뇌로 얽혀 핍박되리라.”
이때 대신과 국사 바라문들은 정반왕의 이런 명령을 듣고 곧 출발하여 태자의 처소로 나아갔다.
이런 게송을 읊었다.
태자는 마땅히 이런 업과를 받으리라.
왕은 지난날 아사타의 말을 생각하소서.
그는 천상이나 전륜성왕도 탐내지 않거니
어찌 인간의 5욕락을 즐기리오 하던 수기를.
대신과 국사들은 이런 말을 하고 나서 함께 떠났다.
말 건척은 곳곳에서 쓰라린 꾸짖음을 듣고 근심과 걱정으로 큰 번뇌를 내고, 번뇌를 내는 까닭에 잠시도 기쁨이 없으며, 마음이 기쁘지 않은 까닭에 곧 숨을 거두었다. 목숨을 거둔 뒤 바로 위의 33천에 났으며 이미 그 하늘에 났다가 뒤에 여래께서 성도한 것을 알고 곧 하늘에서 중천축(中天竺) 나파성에 인간으로 하생(下生)하였다.
그 성에 한 바라문이 있어 6법을 구족히 행하였는데 그 집 아들이 되었다가 점점 장성하여 여래 곁에 이르렀다.
여래께서는 그가 지난날 말(馬)의 몸이 되었다가 목숨을 마친 뒤에 천상에 났던 것을 아시고 그 말의 인연을 말씀하셨다. 그는 법을 듣고 나자 누(漏)가 다하고, 해탈을 얻어 열반에 들었다.
24.관제이도품(觀諸異道品)
그때 태자는 자기 손에 칼을 들고 머리의 상투를 베고 머리털과 수염을 깎고 몸에 가사를 입었다. 한량없는 백천의 모든 하늘 사람들은 온몸에 가득 기쁨을 이기지 못하다가 함께 소리를 내어 크게 노래하고 크게 휘파람을 불며 모든 의상을 희롱하면서 크게 외쳤다.
“실달태자께서 이미 출가하셨다. 실달태자께서 이미 출가하셨다. 그는 반드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룰 것이요, 이루고 나면 태어나는 법이 있는 모든 중생은 남[生]에서 해탈을 얻을 것이요, 나아가 고뇌와 이별을 겪는 중생들도 모두 이 얽매임에서 해탈하리라.”그때 보살이 상투를 베던 곳에는 그 뒤 탑을 세워 ‘상투를 벤 탑’이라 이름했고, 보살이 몸에 가사를 입던 곳에는 그 뒤 탑을 세워 ‘가사를 받던 탑’이라 일컬었으며, 차닉과 건척이 이별을 고하고 궁으로 돌아가던 곳에는 뒤에 탑을 세워 ‘차닉과 건척이 되돌아간 탑’이라고 불렀다.
보살이 길을 가면서 자세히 보고 조용히 걷는데, 어떤 사람이 물었으나 묵묵히 아무 대답이 없었다. 그러자 그들 인민은 각각 서로 말하였다. ‘이 선인은 반드시 석가족일 것이다.’
그래서 ‘석가모니’라는 이름을 얻게 되었다.그때 보살은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했다.
‘나는 지금 이미 왕위를 버리고 권속과 나라, 성을 버리고도 후회를 하지 않노라. 이 일이 이루어졌으니 이것은 상(相)을 멸하는 법이로다.’
이렇게 생각하자 더욱 용맹심이 났다.그때 보살은 그 아니미가 마을에서 점점 비야리 쪽으로 향하였다. 그 길에 한 선인의 거처가 있었으니 그는 발가파수나라 말로는 와사(瓦師)라는 옛 선인이었다.
보살이 그 선인의 처소에 들어갈 때 광명이 빛나 그 산숲을 비추었다. 보살은 이미 모든 영락과 모든 가시가옷을 버렸으나 자기 몸의 위덕으로 오히려 광명이 솟아 그 산숲과 모든 선인들의 눈을 비추었다.
이런 게송이 있었다.
보살의 상왕(象王)은 사자 걸음으로
가시가옷과 모든 영락을 버리고
거친 법복 가사를 입었으나
몸의 위엄은 여러 선인에게 비추네.
그때 수풀 안에서 수행하는 바라문 선인들은 행(行)ㆍ주(住)ㆍ좌(坐)ㆍ와(臥)에 혹은 손을 잡고 위의를 따라 머물렀다. 그들은 모두 보살의 얼굴을 향하여 공경하는 마음을 일으키고 애락하고 존중했으며 혹은 의심을 내어 보살을 우러러보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 가운데 원로 바라문인 선인들이 있었는데 꽃ㆍ과일ㆍ약 나무ㆍ풀 뿌리를 캐러 가고 나머지는 다른 행을 하느라고 모이지 않았다. 그들은 보지 않고 의심도 없었으나 다만 멀리서 보살의 소리만 들었다. 소리를 듣고는 놀라서 빨리 숲 속에 있는 처소로 왔다. 일을 하던 자는 다시 일하지 않았으며 채취하던 자 역시 그 밖의 꽃 열매와 약뿌리를 채취하지 않고 채취했던 것도 다 버리고 다만 보살 앞에 빨리 오려는 마음뿐이었다.그때 그 숲 안에 있던 온갖 기러기ㆍ학ㆍ거위ㆍ오리ㆍ앵무ㆍ구욕ㆍ원앙ㆍ명명조ㆍ공작과 가릉빈가ㆍ구시라 등 모든 새들은 보살이 숲으로 들어오는 것을 보자 저마다 화아(和雅)한 소리를 내고 미묘한 소리를 지었다. 그 숲 속의 벌레와 짐승들도 모두 물과 풀을 버리고, 먹지도 않고 마시지도 않으며 크게 기뻐 보살 앞으로 왔다.그때 숲에 있던 바라문들은 제사를 지내려고 젖짜는 암소에게서 젖을 짜고자 했다. 그 암소들은 젖을 다 짜고도 오히려 처음과 같이 저절로 흘러내렸다.그때 모든 바라문들은 자기들끼리 말했다.
“8바사바천이 있다더니 이 사람이 그 하나가 아닌가?”
혹은 이렇게 말했다.
“많은 누수천이 있다더니 이 분이 바로 그 하나이다. 왜냐하면, 그가 이 숲 속에 들어오자 마치 해가 떠올라 세간을 비추듯 숲이 빛을 놓아 다 밝게 비추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게송을 읊었다.
이 분은 혹시 8바사바천(天)의 하나인가,
아니면 두 누수천 가운데 하나인가?
그렇지 않고야 이 숲이 어찌 광명을 놓아
세간에 해가 처음 솟음과 같으랴.
그때 그 모든 바라문들은 선법(仙法)을 닦아 익혔는데 그 숲에 있던 자들이 숲에서 나는 대로 모든 공양물을 가지고 보살에게 청하면서 각각 한 마음으로 가지런히 발에 정례하고 함께 아뢰었다.
“잘 오셨습니다. 거룩한 이여, 저희들 모든 선인은 성자께서 이곳에 머무르시기를 청하나이다. 이곳에는 모든 꽃 과일과 숲 나무며 약초의 뿌리와 잎이며 흐르는 샘과 찬물 등 수시로 충당할 만합니다. 이곳은 옛 신선이 살던 곳으로 해탈을 구하고자 하면, 안심을 얻기 쉬우며 한가하여 경행(經行)하기에 고요합니다.그때 보살은 말과 말씨와 소리 구절이 미묘하고 미려(美麗)하여 볼 만하였다. 은은하고 깊은 것이 마치 우레와 북소리 같은 음성이어서 알아들을 수 있는 대로 문답을 주고받았다.
이때 그 선인들 가운데 한 바라문 선인이 숲에 살면서 고행하는 법을 잘 알았다. 그는 보살의 좋은 용모를 보고 다른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아는가? 이 하늘 동자는 사람의 마음을 환히 알고 방편을 잘 아네. 왜냐 하면, 무릇 세간 사람은 서로들 이렇게 말한다네.‘내가 자식을 낳았으면 마땅히 양육할 것이요 그들이 장성하면 나를 위해 집안을 일으켜 세우고 장사하여 재물을 구하고 생활을 마련할 것이요. 나는 그때 가서 지혜를 구하고 도를 구할 것이며 만약 남에게 부채를 졌으면 다 갚게 할 것이다.’
이렇게 모든 은애를 생각하므로 자식을 양육하지만, 이 사람은 그렇지 않아서 남을 위해 도를 구하고 자기의 죽음도 헤아리지 않고 자기의 이익도 구하지 않기 때문이라네.”그때 대중 가운데 또 다른 바라문이 먼저 말하던 바라문에게 일렀다.
“인자여, 그렇다. 그렇다. 그대의 말과 같이 세간 사람들은 스스로 깨닫지 못하고 스스로 판단하지 못하여 항상 족한 줄을 모르고 다만 ‘나는 오늘은 이렇게 하고 내일은 또 이렇게 할 것이다. 내가 법을 행할 때가 아직 이르지 않았다’고 한다. 모든 세간 사람들은 이렇게 미혹하기 때문에 이미 이 세상에서 자기의 이익도 판단하지 못하며 미래세에도 모든 이익을 성취하지 못하는 것이다.”그때 보살이 도솔천에서 내려와 석가족 모태에 들었다가 탄생하려 하던 날 이 발가바 선인의 숲 속 거처에 저절로 두 개의 금빛 나무가 솟아났다. 그 두 나무는 높고 장대하였는데 보살이 출가하던 날 밤에 문득 땅에 들어가 갑자기 나타나지 않았다.
발가바 선인은 그 두 나무가 같은 날 밤에 없어져 나타나지 않는 것을 보고, 근심 걱정으로 쓸쓸하게 머리를 숙이고 생각하였다.
“필시 내가 쇠잔할 때의 모습이 온 것인가. 혹은 악한 상(相)이 나타난 것인가?”
보살은 그 발가바 선인이 이렇게 근심 걱정하며 머리를 숙이고 슬퍼하여 즐겁지 않은 것을 보고 점차 선인 곁에 이르러 말하였다.
“존자여, 무슨 까닭에 얼굴빛이 근심스러우며 머리를 숙이고 앉았습니까?”그 선인은 보살에게 대답하였다.
“하늘의 착한 동자여, 지난날 여기 내 거처에 금나무 두 그루가 땅에서 솟아나 높고 장엄하고 화려하였으나, 이제 갑자기 없어져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나는 지금 근심하고 걱정하고 즐겁지 아니하여 이렇게 머리를 숙이고 생각하며 앉았나이다.”
보살은 다시 물었다.
“존자여, 그 두 그루 나무가 언제쯤 나왔습니까?”
“지금으로부터 29년 됩니다.”
“그 나무가 없어진 것은 언제쯤입니까?”
선인은 대답했다.
“지난 밤중에 없어져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보살은 그 선인에게 말했다.
“그 두 나무는 모두 나의 복력 과보 때문에 생긴 것입니다. 만약 내가 전륜성왕이 되었다면 나는 여기에 좋은 동산 숲을 하나 만들었을 것이나, 나는 이미 그것을 버리고 출가하였습니다. 이 때문에 그 나무는 지난 밤에 없어져 나타나지 않는 것입니다. 존자는 더이상 걱정 근심을 하지 마소서.”그때 보살은 그들 모든 선인에게 좌우로 에워싸여 앞으로 걸어 그들 처소에 이르렀다. 마음대로 유행(遊行)하면서 여러 가지로 앉고 일어나고 편안히 선(禪)에 들고 고행하고 정진하여 도를 구하는 곳을 구경하였다. 그때 그 숲 안에 항상 고행하는 선인이 하나 있었으니 보살 뒤에서 쫓아갔다.그때 보살은 그 숲에 들어가 선인의 거처에 이르러 동서남북으로 그들이 여러 가지로 고행하는 처소를 돌아보고 그들에게서 가장 뛰어난 점을 구하고자하여 그들 모든 선인들에게 물었다.
“나는 이제 처음 들어와 도를 구한 지가 오래지 않으므로 내 여러분들에게 묻노니 법답게 나를 위해 그대들의 법행(法行)을 해설하라. 내가 아직 알지 못하는 것을 그대들이 보여주고 나를 위해 말해 준다면 내가 듣고 법답게 받들어 행하며 이곳에서 이익을 구하는 참다운 행자로서 그대들의 모든 고행을 나도 따라 행하겠노라.”
그들 선인은 보살에게 대답하였다.
“어진 이여, 우리들에게 일체 고행과 도를 구하는 법을 물으니 우리들은 어진 이를 위하여 차례로 해석하리다. 무릇 고행을 하는 무리들 가운데는 나물을 먹거나, 어떤 이는 어린 싹[荑]을 먹으며, 니구다나무 가지를 먹거나 두구라나무 가지를 먹습니다. 혹은 나무 가지 하나만 먹고 혹은 쇠똥을 먹으며, 깻묵과 여러 가지 과실과 연뿌리를 먹으며, 혹은 여러 가지 나무의 부드러운 가지를 먹습니다. 혹은 물만 마시고 살며 혹은 말똥구리 벌레같이 살며, 혹은 노루나 사슴과 같이 풀을 먹고 살며, 혹은 땅에 서서 마음에 맞도록 하며 혹은 땅에 앉아 소요하고 노닐며 혹은 4구식(口食)을 먹고 삽니다. 혹은 삼으로 옷을 만들어 입거나 검은 양털로 옷을 만들어 입으며 풀로 옷을 만들어 입거나 사슴의 가죽으로 만들고, 혹은 낡고 찢어진 가죽으로 옷을 만들고 혹은 흩어진 머리털로 만들며 혹은 털담요로 만들고 혹은 죽은 사람의 명정으로 옷을 만들며 혹은 걸레 옷을 입습니다. 혹은 발가벗고 가시 위에 누우며 혹은 판자 위에 누우며 혹은 절구공이 위에 누우며 등걸 나무 위에 누우며 혹은 공동 묘지 가운데 머물며, 어떤 이는 개미집에 머물러 마치 뱀과 같이 삽니다. 혹은 맨 땅에서 살며 물에 들어가기도 하고 혹은 불을 섬기며 혹은 해를 따라 다니며 혹은 두 손을 들고 편안히 서 있으며 혹은 땅에 쭈그리고 앉았으며 혹은 세수를 않고 몸에 먼지와 흙을 끼얹으며 혹은 소라상투를 틀며 혹은 머리털을 뽑으며 혹은 수염을 뽑습니다.
우리들은 이렇게 행하고 머물러 있으며, 혹은 때를 관하여 생각하고 행하며 혹은 천상에 태어나기를 원하며 혹은 인간에 나고자 하여 고행하는 것이며, 그런 다음 그 몸이 안락을 얻나이다. 왜냐 하면 법을 구하기 매우 어려우므로 고행을 닦아 근본을 삼고자 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게송을 읊었다.
이렇게 고행을 닦을 때
저절로 33천의 과보가 있다.
고행으로 정진한 뒤라야 낙을 얻나니
그러므로 고행은 낙의 근본이 되네.
그때 보살은 여러 선인들의 이런 고행을 들었으나 눈으로 그 법의 지극한 곳을 보지 못해 마음이 기쁘지 않았다. 그들의 말이 최선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도 느긋한 소리로 그 선인에게 말했다.
“내가 지금 그대들의 법을 보니 그럴듯하나 고(苦)가 멸한 뒤에 과보가 더 갈 데가 없다. 천상에 난다고는 하나 모든 하늘 궁전에 나는 과보 역시 무상한 법이다. 그렇게 작은 과보를 받기 위해 이런 고행을 하고 이미 사랑하는 친족들을 버리고 세간의 모든 낙을 떠나 고행을 하며 낙을 떠나는 것으로 낙을 추구하기 때문에 결국은 다시 큰 지옥에 들어가리라.”
그리고 게송을 읊었다.
그대들은 사랑하는 친족과 세상 낙을 버리고
고행을 하여 천상에 나고자 하니
이렇게 해서 승천한다고 하나
미래에 도로 지옥에 들어가는 줄 모르네.
그때 보살은 이 게송을 읊고 나서 또 이렇게 말했다.
“만약 어떤 사람이 괴로움에 시달리다가 좋은 곳을 찾아 천상에 나고자 한다면 천상에서 받는 5욕락을 싫어하고 떠날 줄 모르다가, 미래세에 번뇌의 근심과 해(害)를 면치 못하리라. 저들 선인은 고행을 통해 도로 큰 괴로움을 구한다. 이 모든 중생들은 목숨을 마칠 때 큰 공포를 보기 때문에 뒷세상에 좋은 데 나기를 구한다. 그러나 나기를 구하므로 다시 그 무상함을 떠나지 못한다. 왜냐 하면 어느 세간이라도 공포가 있다면 또 다시 그곳에 물들고 집착하기 때문이다. 이 세상은 괴로움에 시달리기 때문에 하늘에 나기를 구한다. 낙을 받기 위하여 목마르게 그곳에 나기를 원하지만 할 일을 못다 하고 다시 이익이 없는 곳에 떨어진다. 그래도 고행이 싫어 떠나려 하지 않고 또 몸을 괴롭히는 법을 떠나려 하지 않으면서 천상락보다도 더 좋은 곳을 찾고자 하는 것이다. 지혜로운 사람이라면 이 5욕을 여의고 발로 걸어 앞으로 나가듯 점점 좋은 곳을 찾아가리라. 좋은 곳을 증득하고 거기보다 더욱 좋은 곳을 찾으리라. 만약 자기 몸을 괴롭힘으로써 법을 얻으려 한다면 몸을 괴롭히는 이 법을 비법(非法)이라 할 것이다. 만약 몸을 괴롭혀 천상의 낙을 얻으려 한다면 이런 인행(因行)으로는 비법을 얻을 것이다. 다만 이 몸은 마음으로 말미암아 움직이는 것이니 그러므로 먼저 마음을 조복하고 몸을 괴롭히지 말라.”
그리고 게송을 읊었다.
이 몸이 움직일 때는 마음을 따라 움직이니
먼저 마음을 조복하고 몸을 괴롭히지 말라.
몸은 목석과 같아서 아는 것이 없나니
무엇 때문에 마음을 따르면서 몸을 괴롭히느냐.
그때 보살은 또 이런 말을 하였다.
“만약 먼저 말한 대로 음식을 끊어서 복을 얻는다면 저 들짐승들도 큰복을 얻어야 할 것이다. 또 가난한 사람은 그 선업(先業)과보가 미천하여 깊이 심지 못했기 때문에 재물이 모자라고 적을 것이다. 마치 세간에 공덕 없는 사람이 항상 땅 위에 일체 귀신들에게 공덕수를 구하여 몸을 씻고 소원대로 되기를 희망하는 격이나 그 일은 그렇지 못하다.”그때 고행하는 선인들은 보살에게 물었다.
“매우 지혜로운 어진 이여, 당신께서는 여기서 무슨 허물을 보았습니까?” 보살은 그들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지금 하고 있는 이 고행으로 뒷날 도로 이 유처(有處)에 들어오게 되리라.”
고행하는 사람들은 다시 보살에게 물었다.
“우리 여기에는 이런 법행(法行)이 있지 않습니까?”
보살은 대답하였다.
“이런 고행으로 도로 유처(有處)에 들어갈 것을 어떻게 아느냐 하면 그대들의 이런 행은 궁극적인 깨달음[究竟入]이 아니요, 두려움 없는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그때 그들은 다시 보살에게 아뢰었다.
“대덕 어진 이여, 당신은 부디 그렇게 말하지 마소서. 지금 우리들이 행하는 길은 두려움이 없는 곳이며 큰 공덕이 있는 곳이니, 누군가 이 길을 따라 행하면 이 악한 형상을 버리고 가장 묘한 몸을 얻나이다.”보살은 대답하였다.
“비록 악한 형상을 버린 뒤에 묘한 몸을 얻는다고 하나 참으로 유(有)를 떠나는 법이 아니다. 이제 몸을 괴롭혀서 뒤에 몸을 얻는다 하더라도 그 뒤의 몸 또한 괴로움을 여의지 못한다. 무슨 까닭이냐. 비록 여러 가지 고행을 행하여 낙을 구하고자 하나 괴로움을 여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때 고행하는 선인들은 다시 자기들의 이치를 고집하여 보살에게 아뢰었다.
“어진 이여, 그렇지 않사옵니다. 고행을 한 뒤에는 다시 괴로움을 얻지 않습니다. 다만 우리들은 이 몸을 괴롭히는 까닭에 후세에는 결정코 쾌락을 얻나이다.”
보살은 또 대답하였다.
“그런 말도 지혜가 없기는 마찬가지다. 왜냐 하면 이익을 구하는 사람의 그 속에 큰 손실이 있음을 알지 못하는 격이니 손실을 알면서 이익을 구하려는 이는 지혜로운 사람이 아니다.”그때 한 바라문이 대중 가운데서 큰소리로 외쳤다.
“희유하고 희유하나이다. 이 왕자는 진실로 지혜로운 사람입니다. 어떤 사람이 맛있는 음식을 얻었으나 독이 섞였다면 누가 즐겨먹으려 하겠습니까? 이와 같이 뒤에 비록 낙을 얻는다 하더라도 생ㆍ노ㆍ병ㆍ사 하는 유위를 여의지 못하나니, 이 어찌 도로 후생(後生)을 구함이 아니겠습니까?”그때 보살은 또 이런 말을 하였다.
“괴롭고 괴로운 세간에서 죽음의 귀신을 미워하면서 또 후생을 구하는 것은 큰 어리석음이다.”
고행사는 또 말하였다.
“착하신 왕자시여, 당신께서는 부디 이 행을 그렇게만 보지 마시오. 이 행은 과거 한량없는 대덕들께서 모두 행하신 것이며 이곳에는 지난 옛날 한량없는 모든 왕선(王仙)들 백천만억이 이 고행을 하여 함께 후세의 낙을 구하였나이다.”
보살은 또 말하였다.
“그대들이 말하듯 천만세(千萬歲)라는 것은 세상에 드물게 매우 어리석다. 아, 망령된 말이로다. 이곳에서 대덕들이 고행했다는 것은 경계를 분별하여 후세의 낙을 구한 것이다. 미래세에 생사의 유(有)를 받아도 족함을 알지 못하고 번뇌 가운데서 할 것을 하지 못하고 전전했으니 세간에서 낙을 구했기 때문에 도리어 괴로움을 많이 얻은 것이다.”그때 고행사는 또 이렇게 말했다.
“어진 왕자시여, 이 땅의 주인인 매이라성의 왕은 무차회를 열어 모든 하늘에 제사지내기 위해 적지 않은 중생을 죽였고, 그것으로 후세에 낙을 받고자 하나이다.”
보살은 또 말하였다.
“살해함으로써 법을 얻는다면 그것을 행이라 이름할 수 있는가?”
그 고행사는 또 말했다.
“우리들은 대대로 모든 하늘에 제사하는데 이런 법을 쓰나이다.”
보살은 대답하였다.
“어찌 남을 괴롭히는 것을 법이라 할 수 있겠는가. 티끌이 몸에 묻었는데 도로 티끌로 닦는다고 어찌 청정해질 수 있으며, 피가 몸에 묻었는데 도로 피로 씻는다고 어찌 청정해질 수 있는가. 비법을 행하여 법을 얻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고행사는 말하였다.
“참으로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
보살은 또 말하였다.
“무슨 인연이 있느냐?”
고행사는 말했다.
“위타론에 지난날 선인들이 말한 대로 따른 것입니다.”
보살은 또 말했다.
“그것은 무슨 뜻인가?”
고행사는 말했다.
“누구든 모든 하늘에 제사한다면 그것을 법이라 이름하나이다.”보살은 또 말했다.
“내 또 그대들에게 가까운 세간법을 가지고 묻겠다. 어떤 사람이 양(羊)을 죽여 하늘에 제사지내고 법을 얻는다면 어찌하여 사랑하는 친족을 죽여서 하늘에 제사하지 않는가? 이런 까닭에 나는 양을 죽여 제사하는 일에 공덕이 없음을 안다. 그대들이 잡된 법을 행하는 욕심도 이러하다.”그때 보살이 멀리 보니 거기서 멀지 않은 곳에 나무숲이 하나 있었는데 공동묘지와 같았다. 보살은 그것을 보고 그들에게 물었다.
“존자여, 저기 보이는 곳이 무어라 하는 고행처이기에 그 숲 아래 어떤 시체는 모든 새들에게 쪼아 먹히며 어떤 시체는 백골만 모여 나타나 보이며 어떤 시체는 불에 타 한 무더기 뼈가 되었으며 어떤 시체는 나무 위에 걸렸으며, 어떤 시체는 그 권속들에게 살해되었는데 그 자리를 장엄하여 법에 따라 장례하고 뒤에 부끄러움을 내며, 혹 어떤 시체는 권속들이 에워싸고 시다림에 호송하여 땅에 두고 도로 집으로 돌아가는가?”
그 고행사는 다시 말했다.
“어진 왕자시여, 그 시다림은 네 가지 무리들이 가림없이 평등하게 몸을 베푸는 복덕의 땅이요, 쓸쓸한 들판이라 이름하나이다. 이곳에 몸을 보시하는 사람은 괴로운 힘을 들이지 않고 빨리 천상에 나서, 세상의 좋은 곳을 찾아 속히 낙을 받게 되나이다. 어떤 어진 이는 벼랑에서 몸을 던지거나 몸을 태우거나 보시하여 천상에 나게 됩니다.”보살은 또 말하였다.
“이렇게 수행하는 이가 뒤에 부귀를 구한다면, 아아, 크게 어리석다. 아아, 무상하다. 뒷세상에 원수 지을 짓만 많이 하면서 후세에 부귀를 바라니 아, 큰 괴로움으로 도리어 큰 괴로움을 찾는구나. 어리석고 미련하고 지혜 없는 그들은 큰 불무더기에 뛰어들고 큰 뱀의 입에 들어가는 격이다.”
보살이 이런 말솜씨로 모든 선인들에게 해탈에 대해 이야기하고 미묘한 말을 할 무렵에 해가 장차 저물려고 하였다.이때 보살은 그 선인들 거처에서 하룻밤을 쉬고 다음날 새벽에 다른 곳으로 가는데, 모든 선인들은 차례로 보살의 뒤를 따랐다.보살이 조금 걷다가 그 선인들이 따라 오는 것을 보고 나서 나무 밑에 앉으니 그들은 보살을 에워싸서 앉기도 하고 서 있기도 했다.이때 그 모든 선인들 가운데 가장 늙은 선인이 보살에게 희유한 마음을 내어 아뢰었다.
“어진 왕자시여, 당신께서 우리 거처에서 오시면서 저 곳이 저절로 장엄 되었습니다. 당신께서 나가신다면 저기는 빈 들판이 될 것입니다. 그러므로 부디 당신은 우리가 앉았던 곳을 버리지 마소서. 무슨 까닭이냐 하면 빨리 천상에 나고자 하여 이 복된 땅에서 수행하는 이는 오래지 않아 곧 천상에 태어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당신은 이렇듯 미묘한 선성(先聖)들이 수행하던 청정한 곳을 버리고 다른 곳으로 가지 마소서.” 그리고 게송을 읊었다.
당신이 오시자 이 숲은 위덕이 드높았으니
이제 가신다면 여기는 빈 들판이 되리라.
그러니까 이곳을 등져 버리지 마시라.
사람이 목숨을 아껴 몸을 버리지 않듯 하소서.
그때 모든 선인은 이렇게 게송을 읊고 나서 다시 아뢰었다.
“어진 왕자시여, 당신께서는 지금 여기서 은혜와 의리를 모르는 더럽고 악한 사람을 보시거나 혹은 잡된 행에 떨어진 사람을 보셨거나 혹은 청정하지 못한 사람을 본 것은 아닙니까? 만약 그렇지 않으시다면 당신은 어째서 우리가 사는 곳을 즐겨하지 않으십니까? 우리 모든 선인들은 당신을 따라 착한 벗이 되어 거스르지 않고 따를 것이며, 가르침을 따라 행하며 당신과 함께 가장 미묘한 곳을 구하고자 하나이다. 가령 세성(歲星)을 당신과 함께 있게 하여도 뛰어난 곳을 얻을 것인데, 하물며 우리들 고행하는 선인들이겠나이까?”선인들의 상수(上首)가 함께 해탈을 구하고자 하는 청을 받고 그의 마음을 보고서 자기 마음에 세웠던 서원을 말하고 겸하여 고행하는 선인들을 찬탄하였다.
“그대들 모든 선인은 이제 걸림없는 변재를 얻었고 몸으로 오래도록 법답게 익혀 마음이 깨끗한 까닭에, 알지도 못하는 사람에게 크게 은중히 공경하는 마음을 내어 이제 떠나려 하니, 마치 친애하는 이와 같이 크게 근심을 하는구나. 그러나 당신들이 구하는 법은 단지 하늘에 나는 과보이지만 나는 그렇지 않다. 내 뜻은 해탈을 구하는 것이지, 있음을 취하고자 함이 아니다. 내가 원하는 것이 결정코 이러한데, 내 마음에 이미 이런 상을 보았으므로 그대들이 거처하는 데를 보니 마음이 기쁘지 않다. 하나[仙人]는 도로 있어 주기를 원하고, 하나[菩薩]는 가려고 하니 이 두 가지는 매우 먼 것이다. 그러나 나도 이곳을 즐기지 않는 것이 아니요, 다른 이를 미워하거나 다른 이의 허물을 보았기 때문에 여기 머물지 않고 버리고 가는 것도 아니다. 어쨌거나 그대들은 다 법에 머물러 옛날 선성(仙聖)들이 말한 대로 따르니 그대들은 모두 대선(大仙)의 법을 얻었도다.”
이때 그들 모든 선인은 보살이 뛰어나고 높은 해탈을 구하는 것을 보고 다시 보살에게 은중히 애경하는 마음을 내었다.그때 그 대중들 가운데 바라문 선인이 하나 있었는데, 그는 항상 재 가운데 눕거나 서까래 위에 누우며 몸에 송장의 분소의(糞掃衣)를 입고 있었다. 귀와 눈이 푸르고 누르며, 코가 길고 몸이 희며 손에 물병을 쥐고 있었는데 보살의 이런 말을 듣고서 보살을 향하여 기쁜 마음으로 찬탄하였다.
“당신의 말은 매우 미묘하고, 가장 위대한 서원입니다. 당신은 지금 젊은 나이에도 5욕락을 받지 않고 모든 허물과 근심을 봅니다. 천상에 나기를 목마르게 바라지 않는 자라면 천상에 난 뒤의 후환을 어찌 알리오. 이렇게 관하고 해탈을 구하면 저 사람은 오래지 않아서 곧 해탈을 얻을 것입니다. 만약 당신께서 이런 뜻이 있어 결정코 해탈을 구하고자 한다면 당신은 지금 빨리 가소서.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한 선인의 거처가 있으니 일천장(日穿藏)이라 부르고 그 선인을 아라라라고 이름하나이다. 그 선인은 이미 확고히 바른 지혜와 청정한 눈을 얻었습니다.
당신이 그에게 가서 묻는다면 지극히 참된 방편의 길을 듣게 될 것입니다. 당신께서 이런 방편을 들으면 반드시 그 진리에 이를 것입니다. 내 생각 같아서는 당신의 소견이 반드시 그보다 나을 것입니다. 지금 당신의 마음과 몸과 모든 모양은 결정코 모든 지혜의 피안(彼岸)에 건너가 지난날 모든 선인들보다 뛰어나 아무도 증득하지 못한 것을 이제 얻을 것입니다.”그때 보살은 그 바라문 선인에게 일렀다.
“원하건대 그대의 말과 같이 되리라.”그때 보살은 그 선인을 버리고 은근히 만류함을 등지고 마음은 아라라 처소로 향하고 있었다.
이런 게송이 있었다.
마하 석가족 성(聖) 왕자께서
교묘하고 아름다운 말로 선인을 위안하고
아라라 곁으로 가려고 결심하니
모든 선인들은 다 도로 머무네.
25.왕사왕환품(王使往還品) ①
그때 국사(國師) 바라문과 대신, 두 사람은 함께 정반왕이 슬픈 눈물을 흘리면서 내린 칙명을 받고 좋은 수레와 멍에를 갖추고는 대왕의 위덕과 세력을 받들어 가비라성에서 나와 보살의 발자취를 따라 빨리 갔다. 점점 발가바 선인의 처소에 이르자 발가바는 멀리서 사신이 점점 가까이 오는 것을 보고 일어나 나가서 맞으며 말하였다.
“잘 오셨소. 어찌하여 몸을 굽혀 여기까지 오셨습니까? 우선 쉬십시오. 잠깐 이 풀자리 위에 앉아 쉬십시오. 내가 과일과 찬물을 준비해 오겠으니 마음대로 드소서.”
그때 두 사신은 발가바 선인의 발에 정례하고 물러나 한 쪽에 편히 앉았고 발가바 선인은 갖가지로 왕의 두 사신들을 위로하였다.그때 대신이 발가바의 말을 가로 막고 물었다.
“대선 존자여, 우리들은 지금 감자종(苷蔗種) 대정반왕의 칙명을 받고 왔으며 나는 그 왕의 대신이오.
(국사를 가리키며) 이분은 왕의 국사 바라문이올시다. 그 감자왕에게 실달이라는 태자가 있는데 생ㆍ노ㆍ병ㆍ사를 두려워해서 해탈을 구하고자 궁을 버리고 산에 들어왔습니다. 전해 들은즉 이곳에 왔다기에 우리들이 그를 찾아 여기 왔습니다.”
이 말을 듣고 나서 발가바 선인은 그 두 사자에게 일렀다.
“사실 그런 일이 있습니다. 팔이 길고 공덕이 구족한 훌륭한 장부가 여기 왔었습니다. 여기 와서 우리들에게 수행하는 법을 묻기에 실제대로 말했더니 그는 이미 알고 나서 ‘이것은 비록 인간보다는 수승하나 그 뒤에 도로 생사 가운데 들어갈 것이요, 마지막 해탈처가 아니다’라고 하면서 싫다고 버리고 가서 생사의 해탈을 구하고자 지금 아라라 선인의 처소에 갔습니다.”
그리고 게송을 읊었다.
팔이 긴 대장부 공덕이 구족하신 이
우리 법을 듣고 진실하지 않다고
지극한 큰 열반을 구하고자 하여
나를 버리고 아라라 처소에 갔다오.
그때 두 사신은 발가바선인의 말을 듣고, 정반왕에게 충성이 지극한 탓으로 피로한 것도 잊고 게으름도 없이 과일도 먹지 않고 물도 마시지 않고 발가바 선인의 말에 따라 보살의 처소를 찾아 점점 보살 곁에 이르러 멀리서 보살이 숲 가운데 있는 것을 보았다.
나무 아래서 풀을 깔고 모든 보배 영락을 버리고 앉았으나, 몸에서는 드높이 빛을 놓아 스스로 장엄했으니 마치 두꺼운 구름 가운데 문득 해가 나와 천하를 비추듯 온 숲 사이에 가득했다.
그것을 본 그들은 수레에서 내려 조용히 보살 곁으로 걸어가 보살의 발에 정례하고 입을 모아 말하였다.
“부디 성자께서는 모든 것이 항상 뛰어나시옵소서.”
다시 보살 곁에 가까이 가서 섰다.그때 보살은 그들을 위로하며 그들에게 알맞도록 수고에 대한 위로의 말을 한 뒤 서로 가까이 앉으라 하였다.
두 사신은 앉고 나서 보살에게 아뢰었다.
“크게 지혜로운 태자시여, 성자의 아버지이신 정반대왕은 성자를 사랑하기 때문에 크게 괴로워하십니다. 어찌된 일이냐 하면, 성자께서 궁에서 나가신 날 대왕께서 듣고 그 자리에서 쓰러져 기절하셨습니다. 깨어날 기색이 없어 물을 뿌리고 뿜자 한참만에 겨우 깨어나셨으며, 또 본심에 돌아오자 온 얼굴에 눈물을 흘리셨으니 성자를 생각하는 형상이 이러하옵니다.
이제 저희들을 성자의 곁에 보내셨으니 부디 마음을 가다듬고 이 칙명을 들으소서.
‘나는 네가 바른 뜻으로 법을 즐기는 줄 알며, 내 궁전에 머물지 않고 반드시 출가하여 위 없는 도를 찾을 줄 아노라. 이치는 그러하나 다만 지금은 네가 입산할 때가 아니다. 나는 이미 네가 입산할 때가 아님을 보았으므로 이제 사나운 불에 큰 숲이 타듯 걱정과 근심과 독한 괴로움에 온몸이 불탄다. 너는 이제 다시 뜻을 끊고 나의 궁으로 돌아와, 잠시 법을 사랑하는 네 마음을 버리고 나의 사랑을 받으라. 이렇게 하는 것이 너의 법행이니라. 만약 네가 내 눈앞에 돌아오지 않는다면 나는 더욱 괴로울 것이다. 마치 큰 강물이 길게 흐르다가 일시에 두 언덕이 무너져 그 물이 막혀 끊어진 것과 같다. 또 사나운 바람이 큰 구름덩이를 부는 것 같고, 뜨거운 여름에 불이 마른 풀을 태우는 것 같고, 큰 가뭄에 모든 샘물이 쪼여 마르는 것 같으며, 우박이 봄의 모종을 꺾어버리는 것과 같으리라.
착한 아들아, 지금 내 마음도 이러하노라. 너를 생각하고 사랑하기 때문에 마음이 크게 번뇌로우며 타고 부서지니 너는 궁에 돌아와서 왕위를 받아 천하를 다스리라. 그런 뒤에는 선한 일이나 악한 일을 보거든 네 마음대로 입산하여 법을 찾도록 하라’고 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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