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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4821 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 17권

by Kay/케이 2024. 9.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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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 17

 

불본행집경 제17권

수 천축삼장 사나굴다 한역

21.사궁출가품 ②
그때 차닉은 태자에게 이런 말을 듣고서 스스로 생각하였다.
‘성자께서는 이제 꼭 출가하려 하시고, 머물고자 하시지 않는구나.’
이렇게 생각하자 짐짓 큰 목소리로 태자에게 물었다. 궁인들이 깨어나 알기를 바란 까닭이었다.
“태자 성자여, 항상 모든 시절과 할 바를 아시고 항상 때를 따르시는데 지금이 어느 때라고 말을 찾으십니까? 성자여, 동산 숲에 나가 경치를 구경하시고자 하여도 그 때가 아니오니 말을 무엇에 쓰려 하십니까?
성자여, 오늘은 원수도 없고 어기거나 반역하는 사람도 없어 사방이 편안하고 고요합니다. 또 야료나 분란을 일으키는 사람도 없고 국경 어디에도 도망하는 자 하나 없으며 외방이나 이웃 나라도 침략하거나 성자와 싸우고자 하는 자도 없습니다. 성자께서는 온누리를 다해서 오직 하나뿐 둘도 없는 분인데 이제 무엇 때문에 말 건척이 필요하시나이까?
성자여, 오늘 이 궁전 안에는 마치 천주(天主)의 환희동산에서 석제환인이 모든 천녀들에게 에워싸여 있는 것과 같이 성자도 모든 채녀들에게 에워싸여 즐겁게 놀며 쾌락을 누리시는데 이 궁전 안 보배 상 위에서 무슨 말이 필요하시나이까? 부디 안심하시고 여기 백천의 채녀들 가운데서 음악을 들으시고 즐거이 계시옵소서.”
차닉은 이렇게 말하면서 손으로 모든 채녀들의 머리털을 잡아당겨 잠을 깨우고자 했으며 다시 발로 모든 채녀들의 몸을 밟았으나 채녀들은 알아차리지 못했으니 이것은 모든 하늘들의 신통력 때문이었다.
그때 태자는 마음속으로 여러 사람들이 깨어날까봐 가만히 작은 목소리로 게송을 읊어 차닉에게 일렀다.
동갑내기 차닉아, 너는 알아라.
내가 보니 궁 안은 무덤과 같고
구더기 구멍과 다름이 없고
나찰과 함께 사는 것 같다.
동서남북에 어지러이 자는 꼴이
처음 태(胎)를 받을 때의 거품물 같다.
차닉아, 나는 5욕의 괴로움을 보았기에
이 궁 안에 있길 원치 않는다.
내가 여러 곳 유람해도 즐겁지 않음은
늙고 병들고 죽은 시체를 보았음이라.
차닉아, 빨리 가 건척을 몰고 오라.
나는 이제 꼭 출가하리라.
그때 차닉은 태자의 이런 말을 듣자 마치 사나운 짐승이 독화살에 맞은 듯 고통스러워 큰소리로 통곡하며 태자에게 아뢰었다.
“성자여, 이제 모든 높은 자리를 버리려 하십니까?”
태자는 대답하였다.
“착한 차닉아, 나는 이제 가장 높은 자리를 구하고자 한다. 차라리 눈앞의 모든 높은 이와 친족을 버릴지언정 미래세에 나와 권속들이 사람 죽이는 귀신의 입 속에 들지 않도록 하리라.”
다시 차닉을 위하여 게송을 읊었다.
나는 열반을 구하고자 하는 까닭에
차라리 친족을 버리고 출가하려 하노라.
미래에, 죽이는 귀신이 사람을 겁탈할 적에
숨이 한번 그 입에 들어가면 다 먹히느니라.
차닉은 거듭 태자의 이런 말을 듣고 나서 다시 태자에게 간곡히 아뢰었다.
“대성 태자여, 세상 사람들 모두가 태자께서는 결정코 큰 전륜성왕이 되신다고 하였는데 왜 태자는 이를 버리시려 하십니까.”
태자는 차닉의 말을 가로 막고 일렀다.
“애닯다. 너 차닉아, 그렇게 말하지 말라. 내가 옛날 도솔천 위에 있을 때는 이곳 보다 뛰어났다. 일찍 천왕이 되어 저 33천을 거느렸으나 나는 그 때도 오히려 그곳의 낙을 즐기지 않았으니 왜냐 하면 생사에는 항상하지 않음[無常]이라는 우환이 있음을 보았기 때문이다. 하물며 오늘 이 인간에 있어서랴.
잠깐만 이 인간의 경계에 있어도 환란이 많으며 이 왕위에 처하여 비록 세상을 다스려 잠시 자재하더라도 병들고 죽는 두려움을 벗어나지 못하니 다만 세간에는 살귀[死命鬼]가 다스리는 곳만 있을 뿐이다. 저 모든 왕들도 곧 자재 안락을 얻지 못할 것이다.”
차닉은 또 태자에게 아뢰었다.
“대성 태자여, 비록 태자께서는 세상의 왕위를 필요로 하지 않지만 다만 정반왕께서 이제 나이 많으며, 태자께서는 한창이신데 대왕의 마음에 고뇌가 생기지 않게 하소서.”
태자는 대답하였다.
“착한 차닉아, 나는 마음속으로 부왕을 사랑하고 공경한다. 아버지가 나를 사랑하는 것같이 나도 몇배나 아버지를 사랑하며, 대왕께서 특별히 친족들을 경애하듯 나도 모든 친족을 버리고자 하지 않으며, 나도 친족이나 권속에게 다른 마음을 내지 않는다. 나는 다만 모든 생사 가운데서 나고 죽는 괴로움을 받는다는 사실이 매우 놀랍고 두려울 뿐이다. 오늘 해탈하는 법을 구하고자 사랑하고 소중히 여기는 친족을 잠깐 버리고 떠나려 하니, 다음 세상에 모든 권속을 불쌍히 여겨 구하기 위해서이며 또 미래세에 서로 떠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이다.”그때 차닉은 태자에게 아뢰었다.
“대성 태자여, 마음을 결정하셨나이까? 꼭 세속을 버리고 출가하시렵니까?”
태자는 대답했다.
“착한 차닉아, 나는 이미 결심했노라.”
차닉은 또 말했다.
“어찌된 까닭입니까.”
태자는 대답했다.
“나는 세상의 무상한 허물을 보았기 때문에 저 훌륭한 곳을 찾는데 전념하고자 하노라.”
차닉은 또 물었다.
“어떤 연유로 저 훌륭한 곳을 찾으려 하십니까?”
태자는 대답하였다.
“만약 세상에 생노병사가 없고 사랑하는 이를 이별하는 일과 원수를 만나는 일도 없으며, 왕위를 얻고 나서 모든 공덕을 받고 무상함이 없이 경계가 진실하며, 한번 사람으로 태어나면 탁하고 더러움이 없다면, 만약 이러할 수 있다면 나도 이곳에서 마음을 즐겁게 할 수 있으리라. 너 착한 차닉아, 내 마음을 어기지 말라. 내 너에게 명령하노니 급히 나와 같은 달에 난 큰 말 건척에 안장을 차려라.”
차닉은 아뢰었다.
“태자의 명령대로 감히 어김이 없겠나이다.”
차닉은 태자의 이런 명령을 듣고 나서 태자의 깊은 뜻을 알았다. 엄중히 경계하라는 정반왕의 칙명도 알고는 있었으나 다만 모든 천신(天神)들의 가호를 입었기 때문에 마음을 내어 태자 앞에 건척을 몰고 오고자 하면서 게송으로 말했다.
차닉은 천신들의 신력을 입어
대왕의 칙명을 차마 어기려 하네.
보살의 지난 원력 원만해지기에
드디어 건척을 치장할 마음을 내려 하네.
그때 차닉은 즉시 마구간에 가서 마판 위에서 건척을 끌어 냈다. 순금으로 가비차를 만들고 7보로 장엄하여 자갈을 물리고 말구유에서 끌어내어 다른 말뚝 맨 뒤에서 솔로 등을 쓸고 먼저 부드럽고 가는 천을 등 위에 깔고 금과 7보로 장식한 안장을 얹고 그 위에 금 그물을 덮었다. 이렇게 구족히 말을 단장하고 나서 곧 태자 앞에 끌고 왔다.
그때 함께 태어난 말 건척은 멀리서 태자의 신력(身力)이 장한 것을 보고 온몸으로 매우 기뻐하며 크게 울부짖었는데 건척이 울부짖는 소리는 반유순까지 들렸다.
그때 수타회의 모든 천왕들은 신통력으로 말 소리를 숨겨 들리지 않게 했으니, 사람들의 방해로 태자가 출가하지 못할까 두려워해서이다.이때 태자는 온몸 가득 기쁨에 차 뛰었다. 부드러운 그물 무늬의 손가락은 마치 연꽃잎 같았고 자광(紫礦)과 같은 오른손으로 말 등을 쓸면서 말하였다.
“너, 같은 날에 난 건척아, 내 이제 감로법을 구하고자 하노니 너는 반드시 노력하라. 잘 달려서 다른 사람이 나를 막지 못하게 하라. 너 착한 건척아, 싸울 때도 오히려 죽을 힘을 내어 남을 이기려 하였으니 오늘은 나를 잘 도와 출세간의 낙을 구하게 하라. 세간의 낙은 잠시의 기쁨이라 오래지 않아 모두 잃어버리고 큰 근심과 고뇌를 내지만 법을 위해 힘을 내는 일은 매우 어렵다.
나는 이제 일체 세간을 위하여 해탈을 구하고자 하기 때문에 출가 수도하리니 너는 잘 노력하고 용맹한 힘을 내어 민첩하게 빨리 가자. 나는 이제 모든 세간과 너희들 무리를 위하여 큰 이익이 되고자 출가를 하련다.”그리고 태자는 땅에 서서 생각을 바로 하여 크게 서원을 내어 이런 말을 했다.
“이것은 내가 마지막으로 집에서 타는 것이며 나는 지금부터 다시는 이런 것을 타지 않을 것이다.”
서원을 세우고 나서 고삐를 당겨 말 위에 올랐다. 오르고 나서 거듭 건척에게 일렀다.
“너 건척아, 힘써 나를 태우라. 마지막으로 태우는 것이다. 나는 이제 모든 천상과 인간을 위하여 이익을 짓고자 마음을 내어 출가하노라.”
태자가 말 건척의 안장 위에 앉을 때 일체 한량없는 아수라ㆍ가루라ㆍ긴나라ㆍ마후라가ㆍ나찰 등과 비사차와 땅에 사는 모든 천인들과 또 수타회와 내지 아가니타 하늘 사람들이 건척의 뒤를 쫓아 갔다.
이때 모든 하늘 사람들은 손에 흰 일산을 들었는데 갖가지 모든 보배로 일산 자루를 두루 장엄하였고 모든 보배와 진주 그물을 그 위에 달았으며 그물코 사이에 금방울을 달아 공손히 떠받들어 태자의 위를 덮었다.
이때 태자는 건척을 타고 점점 궁문을 향해 갔다. 건척이 걸어갈 때 말굽 소리가 1구로사에 들렸으나 수타회천왕이 신통력으로 그 말굽 소리를 숨겨 멀리 들리지 않게 하였으니 태자의 출가에 장애가 있을까 두려워 함이었다.태자가 출가할 때 그 허공 가운데 발족이라는 야차가 있었다. 그 발족 등 모든 야차들이 허공 가운데서 각각 손으로 말의 네 발을 받들고 조용히 걸었다.
태자가 처음 출가하고자 할 때 한 천자가 이렇게 외쳤다.
“원컨대 선하고 길하고 이로우소서. 법을 나르는 큰 뱃사공께서 이제 한량없는 중생을 번뇌의 바다에서 건지고자 하신다.”
또 한 천자가 이렇게 부르짖었다.
“대성세존께서 이제 출가하여 생사의 바다를 건너는데 장애가 없기를 원하옵니다.”이때 태자는 차닉에게 일렀다.
“착한 차닉아, 너는 이제 내 앞에서 길을 인도하여 궁문을 나가도록 하라.”
자물쇠를 열고 문을 열려 하자 그 소리가 1구로사에 들렸다. 비인(非人)이 문에 이르러 열쇠를 열고 문을 열어제칠 적에 수타회천왕이 신통력으로 소리를 감추어 사람들에게 들리지 않게 하였으니 태자가 출가할 때 모든 장애가 있을까 두려워함이었다. 이때 차닉은 태자에게 아뢰었다.
“대성태자여, 궁문이 열렸습니다.”
태자는 대답했다.
“문이 열렸구나. 결정코 내 마음에 원하는 대로 이익을 구하여 틀림없이 이루어질 것이다.”그때 차닉은 태자에게 아뢰었다.
“대성태자여, 희유하고 매우 기특하나이다. 이 궁문은 전에 열 때는 크게 기운을 써야 겨우 열렸는데 성자께서 이르자마자 열렸습니다. 대성태자께서 문 가에 이르자 마치 사나운 바람이 불어 구름덩이를 두 쪽으로 연 것과 같사옵니다.”
이때 태자는 궁문에서 밖으로 나와서 이런 말을 하였다.
“이것은 내가 최후로 궁문에서 나온 것이며 이제부터 다시는 나오지 않으리라.”그리고 태자는 궁에서 나와 조용히 비야라문에 이르렀다.
그 문 곁에 선입(善入)이라는 야차 대장이 있었는데 그는 5백의 야차들과 함께 이미 태자가 조용히 문을 향해 오는 것을 보고 자기들끼리 말했다.
“이제 이 실달 대성태자께서 때아닌 밤중에 문을 향해 오시니 우리들은 이제 그를 위할 것인가.”
그때 여러 야차들이 말했다.
“우리들은 태자를 위해 문을 열어서 그의 뜻에 맞게 가고 싶은 대로 가게하자. 만일 그가 원하는 대로 성취하면 감로의 길을 얻고 스스로 증득한 뒤에는 천상 세간을 위하여 큰 이익을 짓게 되리라.”
그리고 야차 대장 선입은 급히 비야라 문을 열었다.
그 문도 전에는 여닫을 때 그 소리가 울려 반 유순까지 들렸으나, 이 때는 정거천왕이 신통력으로 문소리를 가려 모든 사람들이 그 울림을 듣지 못하게 하였으니 태자의 출가에 장애가 될까 두려워해서였다.태자가 가비라성 비야라문에서 처음 나올 때 혹 자물쇠를 잡은 수문장도 있었으나 그들은 모두 깊은 잠에 빠져 태자가 궁에서 나가는 때를 알지 못했다. 모든 야차신들에게 홀리기도 하고 혹은 모든 하늘사람들의 신통력 때문에 가장 조심스럽게 파수를 보는 이들조차 다 깊은 잠에 빠져 사람이 나가는 줄을 몰랐다.그때 욕계의 마왕 파순은 태자가 처음 출가할 때를 보고서 태자에게 공포를 주려고 신통력으로 모든 소리를 만들어냈다. 허공에 큰 우렛소리와 벽력소리를 내고 또 큰 강물을 만들고 큰 돌을 급류에 구르게 하였다. 또 태자 앞에 높고 험한 큰 벼랑이 있는 큰 산을 지어냈으며 또 사납게 타는 불덩이를 만들어냈다.그러나 정거천왕들이 신통력으로 그 큰 구름과 뇌성벽력의 모든 소리를 감추고 또 그 큰 산과 강물ㆍ돌ㆍ높고 험한 언덕이며 사나운 불을 다 나타나지 않게 하였다. 그 마왕 파순을 한량없는 백천 유순 밖에 내던져 태자의 출가에 장애가 되지 못하게 하였다.그때 태자는 성문에서 나와 바깥에 이르자 몸을 돌려 가비라성을 바라보면서 사자후를 내어 이렇게 외쳤다.
“나는 이제 차라리 스스로 이 몸을 던져 큰 바위 벼랑에 떨어지거나, 모든 독약을 마시고 목숨을 마치거나, 먹고 마시지 못할지언정, 만약 내 마음에 원하는 대로 중생들을 생사의 바다에서 해탈시키지 못하면 나는 마침내 가비라성에 들어가지 않으리라.”
그 모든 하늘 사람들은 태자의 이런 사자후를 듣고 모두 따라 기뻐했다.태자가 이 사자후를 낼 때 모든 가비라성을 수호하는 귀신들과 성문을 지키고 담을 지키고 혹 망루를 지키는 이들이 모두 다 큰소리로 이렇게 외쳤다.
“그렇고 그렇습니다. 태자께서 두려움 없는 사자후를 내신 대로 만족히 성취하시기를 빕니다.”
그들은 기쁜 마음으로 각각 두 손을 들고 태자에게 아뢰었다.
“크게 용감하고 건장한 이가 나가서 가비라성을 돌아보시나이다.”태자는 이 말을 듣고 놀라거나 두려워하지도 않고 매우 기쁜 마음에 몸의 털이 곤두서며 다시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이 성에 결코 다시 들어가지 않으리라. 내가 감로의 글귀를 모든 성인들이 찬탄한 대로 얻고 이미 생사와 번뇌의 흐름을 끊어 열반의 길을 증득한 뒤라면 들어가리라.”
태자가 성 밖에서 이 사자후를 내어 맹세코 그 진실한 진여 보리를 증득한 뒤에야 도로 성에 들어가 교화하겠다고 사자후를 하던 곳에, 나중에 사람들이 탑을 세우고 ‘태자가 사자후를 낸 곳’이라고 이름했다.
그리고 그곳에 있는 니구다수 큰 나무에 신(神)이 있었는데 그 신은 태자에게 게송을 읊어 주었다.
누군가 나무를 베려 한다면
반드시 뿌리를 벨 것이요,
물건을 찍으려거든 끊어버려야 하고
물을 건너려거든 저 언덕에 닿아야 함과 같네.
말이 한번 끝나면 헛됨이 없고
원한을 지었거든 다시 기뻐하지 마소서.
그때 태자는 그 나무신에게 게송으로 대답했다.
설산이 제 자리를 옮기더라도
바다 물이 혹 마를지라도
허공이 땅에 떨어지더라도
내가 한 말은 마침내 헛되지 않네.
그때 모든 정거천인들도 게송을 읊었다.
여기 지금 큰 약왕(藥王)이 나오셨으니
중생들의 번뇌독을 낫게 하리라.
애착의 화살에 맞은 이 있으면
이 의사는 다 빼어 주리라.
여기 이제 큰 의왕이 나오셨으니
일체 중생의 병환을 잘 낫게 하리라.
늙고 병들고 죽는 증세가 있다면
이를 치료해 다 낫게 하리라.
여기 이제 큰 지혜의 횃불이 나오셨으니
저 뒤바뀐 어리석은 중생을 비춰 주겠네.
어리석은 암흑속에 있는 이는
밝게 비치는 큰 빛을 보리라.
여기 이제 크게 빛나는 이 나오셨으니
세간을 위해 큰 광명이 되시리라.
원만한 지혜 눈빛으로써
널리 시방의 모든 경계를 비추리.
여기 이제 큰 뱃사공이 나오셨으니
건너지 못한 중생을 건네 주시리라.
굳게 차린 방편 지혜의 돛대로
한량없는 천상과 인간을 건지시리라.
여기 이제 큰 장사꾼이 나오셨으니
모두에게 큰 사막을 건너게 하리.
한량없는 미혹한 중생들 모두를
바른 길로 인도해 가게 하리라.
여기 이제 큰 왕이 나오셨으니
세간의 법왕이요, 위없는 왕이네.
법의 깃대 큰 법상(法相)을 세우고
바른 법과 아닌 법을 알게 하시네.
여기 이제 큰 도사가 나오셨으니
일체 모든 세간을 조복하시네.
조복하지 못한 모든 하늘과 인간
일체를 다 잘 조복하시네.
여기 이제 큰 왕이 나오셨으니
세간을 벗어난 법주(法主)요, 위없는 왕이시네.
미묘한 큰 법바퀴를 굴려서
일체 모든 외도를 꺾어 항복받으리.
여기 이제 크게 깨친 이 나오셨으니
세간에 깨치지 못한 이를 깨치게 하리.
그 모든 번뇌에 얽혀 있으면
일체 얽힘을 끊어 벗게 하시네.
여기 이제 큰 제석의 깃대가 나셨으니.
끝없는 큰 법비를 내리시리.
10력이 구족해 세상에 둘도 없고
모든 외도를 항복 받으시네.
여기서 이제 크고 흰 코끼리를 타고
무명의 넓은 사막을 건너
예리한 지혜 금강저를 가지고
외도의 모든 사견을 타파하시리.
여기 이제 큰 범왕(梵王)이 나오셨으니
세간의 일체 중생들을 가련히 여기시리.
어리석은 중생들을 이롭게 하고자
큰 법의 쇠북과 소라와 북을 울리시네.
여기 이제 큰 용이 나오셨으니
세간에 큰 법비를 내리시리.
3계의 모든 중생들을 적셔 이롭게 하고
뜨거운 괴로움과 삿된 병을 덜어 주시네.
그때 모든 정거천들은 이 게송을 읊고 나서 태자에게 예배하고 태자를 따라가며 말하였다.
“존자 대장부의 몸에 귀의합니다.”
정거천들은 먼저 지은 업의 과보에 따라서 미묘한 몸을 얻어 위엄과 덕성을 갖추고 용맹하며 의지력으로 정진하여 하기 어려운 것을 해냈다. 이들은 태자를 위하여 몸에서 광명을 놓아 어둠을 없애고 길을 나타내 보였다. 마치 두꺼운 구름 속에서 햇빛이 나와 광명을 놓는 듯, 정거천들도 몸에서 모든 광명을 놓아 태자를 위하여 길을 나타내 보였다.그때 욕계(欲界)의 모든 하늘들은 다 각각 단정하고 어여쁜 학동(學童)의 몸을 지어 내어 태자 앞에서 태자를 평탄한 길로 인도했다.대범천왕은 모든 범천들의 권속과 함께 태자의 오른편을 에워싸고 갔다.도리천왕은 모든 제석천들과 33천의 권속들과 함께 태자의 왼편에서 에워싸고 갔다.4대천왕은 각각 갖가지 미묘한 영락으로 몸을 장엄하고 미묘한 하늘관으로 머리를 장엄하여 모든 영락을 드리우고, 한량없는 건달바ㆍ구반다ㆍ모든 용ㆍ야차 등 한량없는 무리들과 좌우에서 에워싸고 몸에 갖가지 투구 갑옷을 입고 손에 활과 살을 쥐거나 날카로운 칼이나 긴 칼ㆍ철봉ㆍ창ㆍ삼지창ㆍ갈고리를 들거나 방패를 받쳐 들고서 태자 앞에서 인도하고 가며 태자에게 아뢰었다.
“대성태자여, 머물지 말고 이 길을 따라 빨리 가소서.”
허공에 한량없는 백천억의 하늘 무리들은 온몸 가득 기쁨에 겨워 날뛰면서 하늘의 물과, 뭍에서 나는 꽃을 가지고 태자 위에 뿌렸다. 또 전단이며 묘한 침수향 다가라 등 모든 가루향과 그 밖에 갖가지 온갖 향을 가지고 태자 위에 뿌렸으며 또 바르는 향과 가루향과 태우는 향을 가지고 태자가 갈 때 각각 손으로 태자 위에 뿌렸는데, 이는 태자에게 공양하기 위해서였다.그때 태자의 궁안에 있는 모든 채녀들은 잠을 깨고 나서 문득 소리쳤다.
“태자님이 보이지 않는다. 태자님이 보이지 않는다.”
야수다라 태자비도 누운 자리를 보았으나 자기 한 몸뿐 태자는 보이지 않자 큰소리로 이렇게 외쳤다.
“아아, 아아, 우리들은 성자에게 속고 말았구나…….”
그리고는 대성통곡을 하며 몸을 땅에 던졌다. 먼지와 흙을 쥐어 머리 위에 뿌리며 두 손을 들어 자기 머리털을 뽑으며, 몸에 있던 영락을 뜯어내 땅에 내던지고, 손톱으로 사지와 살가죽을 할퀴며 입고 있던 옷을 다 찢었다. 소리내어 크게 울며 갖가지 신산하고 괴로운 말을 쏟아놓으니 여러 가지 고통이 자신의 몸뚱이를 핍박하고 휘감겼다.그때 궁내의 채녀와 시녀들은 정반왕에게 이렇게 아뢰었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오늘 밤 잠을 깨어보니 태자님이 보이지 않사옵니다.”
그때 마구간지기도 이미 건척을 잃었는지라 역시 정반왕에게 아뢰었다.
“대왕이여, 굽어살피소서. 오늘 밤 마구간에 큰 말 건척이 보이지 않사옵니다.”
정반왕은 이 말을 듣고 나서 큰소리로 부르짖었다.
“아아, 사랑하는 내 아들아.”
이렇게 부르짖고 기절하여 땅에 쓰러졌다. 마침 곁에 있던 시신(侍臣)이 전단향 찬물을 그의 위에 뿌리니, 조금 지나서 깨어나 본 정신에 돌아오자 곧 성을 지키는 대장들을 불러서 칙명을 내렸다.
“경들은 속히 4병(兵)을 장엄하여 갑옷을 갖추고 빨리 태자를 찾아서 있는 곳을 알아 오라.”
그 대장들은 왕의 이런 엄중한 칙명을 듣고 궁에서 나와 널리 여러 대장들에게 일렀다.
“그대들 모든 장수들은 각각 잘 들으라. 정반대왕께서 이런 칙명을 내리셨다. ‘나라 경계 안의 백관 대신들과 나의 봉록을 받는 이나 혹은 나를 의지해 사는 사람들은 다 모여 속히 패를 나누어서 태자를 찾으러 가라. 만약 만나게 되거든 잘 위로하고 달래어 그 산숲 골짜기에 머물지 않도록 도로 모셔 오라.”그때 백관과 모든 신하들은 그 성 지키는 장군의 말을 듣고 즉시 각각 가비라성 안팎 네거리에서 요령을 흔들고 외쳤다.
“정반대왕의 봉록을 먹는 그대들 모든 신민(臣民)들과 또 대왕을 의지해 사는 모든 신하들과 백관들은 다 가비라성에서 나와 태자를 찾으라. 만약 만나게 되면 위로하고 달래어 도로 궁중으로 돌아오게 하라.”석가족 모든 대신과 백관들은 물론, 가비라성에 살고 있는 국민들로서 그 녹을 먹는 이나 먹지 않는 이나 다 성에서 나와 태자를 찾았다.그때 성을 지키던 대신은 널리 모든 사람에게 이렇게 이르고 나서 점점 태자의 말을 맡은 대신의 집에 이르러 그에게 일렀다.
“정반대왕께서 칙명을 내려 속히 태자를 찾으러 성에서 나가라 하십니다.”
그러자 대신은 말했다.
“나는 태자 있는 곳에 갈 수 없습니다.”
성지기 대신은 거듭 이렇게 말했다.
“정반대왕께서 태자 곁에서 시위하는 사람들을 다 잡아 가두라고 엄명을 내리셨습니다.”
말을 맡은 대신은 이렇게 대답했다.
“인자(仁者)여, 만약 나를 잡아 가두고자 하거든 먼저 그대의 모든 처자ㆍ형제ㆍ자매ㆍ친척 권속을 다 잡아 가두어야 할 것입니다.”그때 성안 국민 대중들이 다 나와서 태자를 찾아 나섰으나 모든 천신들이 위력으로 막은 까닭에 태자를 찾을 수 없었다.
22.체발염의품(剃髮染衣品) ①
그때 태자는 가비라성 문에서 나오자 차닉에게 이렇게 일렀다.
“너 차닉아, 내 이제 너에게 말하노니 너는 내 앞에서 인도하여 바로 라마촌으로 향해 가라.”
이때 차닉은 태자에게 아뢰었다.
“태자님, 명령대로 감히 어김이 없겠나이다.”
앞에서 인도하여 바로 라마촌으로 향했다. 말 건척도 가볍고 빠르게 갔는데, 발걸음이 편안하여 밤중부터 아침 샛별이 뜰 때까지 12유순을 갔다.마하승기사(摩訶僧祇師)는 말이 반야(半夜)에 12유순을 갔다 하였고, 여러 사(師)들은 밤중에서 아침 샛별이 돋을 때까지 백 유순을 갔다고 하였다.3)
한 마을에 이르니 미니가(彌尼迦)라 이름하는 곳이었다. 해가 돋을 때 발가바(跋伽婆) 선인이 사는 곳에 이르렀으며 그곳에 이르고 나서 차닉에게 물었다.
“너 차닉아, 여기가 어디냐?”
그때 차닉은 태자에게 대답했다.
“대성 태자여, 여기는 라마촌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입니다.”그때 태자는 이 숲이 과거 선인이 살던 곳임을 알았다. 또 모든 새 짐승이며 흐르는 물ㆍ우물ㆍ샘ㆍ못ㆍ도랑ㆍ냇물을 보았다. 그리고 차닉과 말 건척이 걸어와서 피로함을 알고 차닉에게 일렀다.
“너 착한 차닉아, 이제 때를 알거든 여기 머물러 쉬도록 하라.”
태자는 말에서 내려서 이렇게 큰 서원을 세웠다.
‘이것이 이제 내가 마지막으로 탈 것에서 내린 곳이 되어지이다. 이것이 이제 내가 마지막으로 탈 것에서 내린 곳이 되어지이다.’
태자는 건척에서 내려 아름다운 말로 차닉을 위로하고 달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차닉아, 세상에 어떤 종은 마음이 비록 주인에게 효순하더라도 자유가 없고, 어떤 종은 마음은 자유로우나 효순하지 않고, 어떤 종은 마음에 효순함도 없고 능력도 없으며, 어떤 종은 마음도 효순하고 큰 능력도 있느니라. 착하다 차닉아, 너는 오늘 희유하게도 공경 효순하여 좋은 마음으로 나를 향하고 능력도 있구나. 차닉아, 나는 지금 너 때문에 매우 기쁘다. 이런 업으로 너는 내 곁에서 마음이 크게 효순하여 나를 크게 애경하며 이렇게 나를 사랑하고 나를 섬기되 이익을 구하고자 하지 않았도다. 무릇 세상일이란, 부귀한 사람일수록 애착이 심해 남을 섬기지만, 네가 나를 섬기는 뜻은 그렇지 않도다. 세상에 또 어떤 사람은 물건을 구하기 위해 부귀한 자를 섬기고, 빈천한 사람을 보면 등져버리지만 너는 이제 그렇지 않구나.”
그리고 게송을 읊었다.
자식을 길러 살림을 마련해 주고
부모를 섬겨 양육에 보답하네.
이익을 위해 농사를 짓는 것도
다 대가를 바라기 때문이라네.
차닉은 이 게송을 듣고서 태자에게 물었다.
“대성태자여, 종이란, 부귀한 사람이 마음을 내어 일을 하고자 할 때 낱낱이 그 까닭을 묻지 못하는 법입니다만 저는 오늘 이미 성자께서 이 산에 들어오신 것을 보았기에 성자께서 무슨 인연으로 이런 마음을 내어 여기까지 왔는지 감히 묻고자 하나이다.”
태자는 이 말을 듣고 차닉에게 대답하였다.
“너 착한 차닉아, 내 너에게 말하고자 한다. 너는 이제 무엇 때문에 알려하느냐.”
차닉은 또 말하였다.
“대성태자여, 저는 비록 이렇게 천하오나 성자님과 같은 날 태어났으며 성자님의 종으로서 성자님께 따르고 뜻을 거역하지 않았습니다.”
태자는 차닉에게 일렀다.
“너 착한 차닉아, 내 이제 너에게 말하리니 네가 할 수 있겠느냐.”
“대성 태자여, 저는 이미 성자님의 종이며 친히 성자를 섬기는데 어찌 감히 하지 않겠습니까?”태자가 다시 말하였다.
“너 착한 차닉아, 내 이제 성왕의 지위를 버린 것은 그 밖에 다른 것이 두려워서가 아니라 오직 얽매임에서 해탈하고자 하기 때문이다. 차닉아, 나는 이제 이런 왕위를 취하지 않으니 마음이 크게 기쁘다. 차닉아, 모든 왕위란 크게 두려운 것이니 나는 이제 속마음으로 이렇게 분명히 보았다. 차닉아, 나는 출가에 이런 이익이 있음을 보았기 때문에 그것을 끊어버리고 산 숲에 들어왔으며 다시는 생사에 매이지 않는다. 나는 이제 생사에서 해탈하고자 하노라. 너 착한 차닉아, 이제 도로 건척을 돌려 왕궁으로 돌아가라. 나는 이제 출가할 것이다. 이미 마음을 정했노라.”
그리고 게송을 읊었다.
더이상 많은 말이 필요치 않다.
내 뜻을 알아주는 네 마음을 사랑하노라.
나는 사랑하는 이와 친척을 끊고 왔으니
너는 빨리 건척을 데리고 가거라.
그때 차닉은 태자에게 아뢰었다.
“대성 태자여, 출가하려는 사람은 누구나 네 가지 일을 본 후에 버리고 떠납니다. 무엇이 네 가지냐 하면, 몸이 늙거나 병이 나거나 혹은 고독하거나 재산이 없는 것입니다. 그러나 성자께서는 이 네 가지 가운데 한 가지도 해당하는 게 없습니다. 또 성자께서 처음 나셨을 때 관상 잘 보는 바라문들과 재주 있고 지혜로운 점장이와 경서를 많이 읽고 온갖 논(論)을 잘 아는 이들이 모두 ‘이런 동자는 반드시 전륜성왕이 되어 4천하를 통치하여 큰 지주(地主)가 되어 7보가 구족하리라’고 수기를 했습니다. 7보란 바퀴의 보배ㆍ구슬의 보배ㆍ코끼리 보배ㆍ말 보배ㆍ여자의 보배ㆍ창고를 주관하는 신하의 보배ㆍ군사를 주관하는 신하의 보배입니다. 또 천 명의 성자(聖子)를 낳으시되 다 용맹하여 다른 원적을 물리치며 그 전륜왕은 이 대지와 모든 바다들을 통솔하고 법답게 항복받고 다스리리라 하였습니다. 성자여, 만약 금 바퀴의 보배를 얻게 되면 그것은 천연적인 것이지 사람이 만든 것이 아니라 예쁠 것입니다. 공중에서 앞으로 가면 왕은 허공을 타고 그 보배 바퀴를 따르고 모든 친척들은 좌우에서 에워싸고 허공에서 날아가니 이것은 전륜성왕의 지위에 올라 큰 공덕을 받는 것입니다. 이때 성자께서는 명월주 마니보배로 어두운 밤에 7유순이나 되는 땅을 빠짐없이 비출 것이며 이때 성자께서는 이렇게 한량없는 왕위의 낙을 받을 것입니다.
대성태자여, 당신께서 만약 흰 코끼리를 타실 때면 그 코끼리의 7지(支)가 다 땅에 버티고, 흰 여섯 어금니는 다 금으로 장식하고 금 안장이며 고삐들을 얹고 금 영락으로 그 위를 장엄하고 그물로 덮으며 신통이 구족하여 자유롭게 날아갈 것이니, 이 코끼리를 타면 온누리를 두루 다닐 수 있습니다. 성자께서는 이때 그 왕위에서 매우 큰 쾌락을 받을 것입니다.또 성자께서 때가 되어 큰 말을 타신다면, 그 말은 온몸이 짙푸르고 머리는 검고 꼬리가 매우 길며, 금 안장을 씌우고 보배로 새긴 멍에와 순금 영락으로 몸을 장엄하고 금 그물을 그 위에 가득 덮을 것입니다. 그 말도 신통이 자재하고 걸림이 없어 허공을 잘 날 것입니다. 가고자 할 때는 성자께서 위에 타고 이 대지를 두루 다닐 것이며 성자께서는 그때 왕위를 받고 매우 큰 쾌락을 얻을 것입니다.또 성자께서 만약 때가 되어 여보(女寶)를 얻는다면 안목이 단정하고 얼굴과 목이 어여쁘며 걸음이 조용하고 가장 묘하여 마치 하늘의 옥녀(玉女)들이 모습을 드러낸 것 같을 것입니다. 그 때는 다 받아들여 5욕을 맘껏 누릴 것이며 전륜왕위로서 쾌락이 풍족할 것입니다.또 성자께서 때가 되어 창고를 주관하는 보배를 얻는다면, 그 주장신(主藏臣)은 하늘눈을 얻었기 때문에 금과 은이 묻힌 땅에서 모든 보배를 찾아내어 성자에게 바칠 것이니, 그때 5욕이 구족한 공덕을 받을 것입니다.또 성자께서 때가 되어 군사를 주관하는 보배를 얻는다면, 그 주병신(主兵臣)은 기술이 좋고 지혜가 많으며 총명하고 영리하여 4병의 무리들을 잘 거느릴 줄 알아서, 한 생각 동안에 성자의 마음을 알고 다 갑옷을 입혀서 빠짐없이 다 갖추어 부대를 정비하여 성자 앞에 나와 마음대로 쓰게 하리니, 성자는 그때 왕위에서 매우 큰 쾌락을 받을 것입니다.이렇게 성자께서 때가 되어 일곱 가지 보배가 구족해지면 그 때는 이 대지와 모든 4해와 일체 산하와 숲과 샘들이 성자께 소속될 것입니다. 모든 원적과 천하가 두루 다 돌아와 항복하므로 두려울 것도 없고 의심할 것도 없습니다. 일체 국민들이 다 각각 풍족하여 가난하고 험난과 어려움이 없으며 칼과 창의 병기를 쓰지 않고 법답게 행할 것입니다. 이미 법답게 행하여 천하를 다스리게 되면 그때 성자께서는 성왕의 자리에 올라 한없는 쾌락을 누릴 것입니다.”그때 태자는 이런 여러 가지 말을 듣고나서 도로 차닉에게 물었다.
“너 착한 차닉아, 관상 보는 바라문들은 나에게 이런 수기만 하였느냐, 아니면 다른 수기도 있었느냐?”
“그 밖에 다른 수기도 있었습니다.”
“무슨 수기냐?”
“그 관상 보는 바라문들은 또 이렇게 수기했습니다. ‘이 동자가 만약 왕위를 버리고 출가하게 되면 반드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룰 것이요, 보리를 이루고 나서는 위없이 미묘한 법바퀴를 굴릴 것이다’라고 했습니다.”그러자 태자는 차닉에게 일렀다.
“너 차닉아, 망녕된 말을 삼가고 진실만을 말해라. 그때 아사타 선인은 ‘이 동자는 반드시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룰 것이다’ 했으며 내가 마침내 위없는 법바퀴를 굴릴 것이라고 한결같이 수기하지 않았더냐.”
차닉은 이 말을 듣고 나서 놀랍고 두려워 몸의 털이 곤두서며 태자에게 아뢰었다.
“대성 태자여, 어찌 수기를 기억하십니까. 이 수기는 석가족 모든 권속들이 사사로이 가만히 들었을 뿐 성자에게는 알리지 못하게 하였습니다. 성자께서 보리심을 낼까 두려워해서였습니다.”
이때 태자는 차닉에게 일렀다.
“차닉아, 나는 옛적 저 도솔천에서 내려와 모태에 들고 또 태중에 있을 때의 일도 잊지 않고 기억하고 있는데, 하물며 난 뒤에 나에게 내린 수기를 잊을 리가 있느냐. 차닉아, 모든 하늘 사람들은 또 나에게 이렇게 말했다. ‘어진 태자여, 빨리 출가하소서. 반드시 곧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할 것이며 보리를 이루고 나서 결정코 위없는 법바퀴를 굴릴 것입니다’라고.
차닉아, 이런 까닭에 나는 결정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이룰 것이며 결정코 위없는 법바퀴를 굴릴 것을 아노라. 나는 이제 실다운 말로 너에게 이르노라. 차닉아, 나는 이제 차라리 칼로 몸과 살을 도려내고 차라리 독약을 먹고 죽을 지라도, 차라리 큰 불에 들어갈지라도, 차라리 큰 벼랑에서 떨어질지라도, 차라리 스스로 목을 찔러 죽을지라도 나는 이제 생사를 여의는 법을 얻지 못하고는 집으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왜냐 하면 이러한 세간의 5욕 경계는 모두 다 무상하여 오래 머물지 못하며 파괴되는 법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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