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 38권
불본행집경 제38권
수 천축삼장 사나굴다 한역
41. 나라타출가품 ②
그때 이라발용왕은 이런 생각을 하였다.
‘세존께서 이미 나의 이름을 알고 계시는구나.’
다시 세존께 환희심이 더하여 청정한 마음을 얻고 사랑하고 공경하는 마음이 우러났다.
이라발용왕은 곧 본래의 모습을 감추고 다시 동자의 몸으로 변화한 뒤에 세존의 앞으로 다가와서 부처님 발에 이마를 대고 절을 한 뒤에 물러나 한쪽에 서서 직접 그 두 편의 게송을 읊어 다시 부처님께 여쭈었다.
어떤 자재로운 왕이
염착함을 물든다고 합니까?
어떤 것을 깨끗하다고 하고
어떤 것을 어리석다고 합니까?
어리석은 사람은 왜 미혹하고
어떤 사람을 지혜로운 이라 하는가.
어찌하여 만나면 이별하며
인연을 다했다고 이름합니까?
그러자 세존께서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제6식이 자재로운 까닭에
심왕(心王)이 물든 것을 물들었다 하네.
물들 것이 없는데 물드니
이것을 어리석다 이름한다.
번뇌의 큰 물에 빠진 까닭에
방편을 다한다고 이름하나니
모든 방편을 다하게 되면
이것을 지혜로운 이라 이름한다.
이라발용왕은 또다시 게송으로 여쭈었다.
어떤 계행을 갖고 어떻게 행하며
다시 또 어떤 업인(業因)을 지어야
인간과 천상의 가장 뛰어난 몸을 받아
최상의 끝없는 이익을 닦겠습니까?
그때 세존께서는 또 게송으로 대답하셨다.
늙은이를 공양하고 남을 헐뜯지 말라.
때를 따라 어른을 찾아뵙고
항상 선행과 법어(法語)를 사랑하고
바르고 참된 이로운 말을 자주 들으라.
법을 즐겨 바른 보리 깊이 생각하고
지혜의 분별로 이치를 생각하며
참된 말을 하고 부지런히 범행(梵行)을 닦아
남에게 항상 보시를 행하라.
질직하고 자세히 살피고 뜻이 부지런하며
웃고 울고 말하는 모든 곳에서 악을 피하라.
아첨하고 교만함을 멀리 떠나서
다른 사람과 원수를 맺지 말라.
착한 말은 바른 생각 속에 있으니
듣거나 아는 데 마음 뜻을 안정하라.
만약 사람이 항상 게으르면
그들은 들음 없고 바른 생각 없다.
만약 성도(聖道)의 인(因)을 행하면
행에 의지해서 입의 업을 깨끗이 한다고 이름하네.
그들은 인욕으로 생각을 바로 하여
많이 듣고 지혜 넓은 가운데 머문다.
세존께서 이 게송을 읊으시자 나라타 동자 선인은 곧 애욕(愛欲)의 법을 떠났다. 그때 이라발용왕은 부처님을 만나 법을 듣고 부처님의 얼굴을 우러러보자니, 슬픔과 기쁨이 뒤섞여 눈물이 비오듯 흘러내렸다.
세존께서는 이라발용왕에게 물으셨다.
“그대 용왕은 어찌하여 문득 내 얼굴을 보고 웃다가 다시 슬퍼하며 이렇듯 눈물을 흘리는가?”
그러자 이라발용왕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여래 세존이시여, 제가 지난 옛날을 생각하자니 과거세에 가섭 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라는 이름의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셨을 때 그 부처님 법 가운데서 저는 범행(梵行)을 닦고 출가자가 되었습니다.세존이시여, 저는 그때 이라(伊羅)라는 풀을 하나 발견하고는 그 풀을 꺾어 들고 가섭부처님 처소로 나아가서 그 분께 여쭈었습니다.
‘세존이시여, 만약 비구가 이런 풀을 꺾으면 어떤 과보를 얻게 됩니까?’
그때 그 세존께서는 저에게 대답하셨습니다.
‘그대 비구는 알아라. 만약 사람이 고의로 이 풀을 꺾으면 그 사람은 장차 뇌고지옥(牢固地獄)에 떨어질 것이다.’세존이시여, 저는 그때 가섭 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의 말씀을 듣고도 마음으로 믿지 않고 희유하다거나 기특하다는 생각을 내지 않았습니다. 저는 그 부처님의 말씀을 받아 지니지 않았기 때문에 그 여래의 가르침을 받아들이지 않았던 것입니다. 또한 속으로는 ‘나는 단지 이 이라풀을 꺾었을 뿐인데 무슨 과보가 있을 것인가?’라고 생각하였습니다.세존이시여, 저는 당시에 이미 그 바야제죄(波夜提罪)를 짓고서도 바야제의 과보를 믿지 않았고, 또 이 그릇된 견해를 버리지도 못하였으므로 죽은 뒤에 드디어 수명이 긴 용으로 태어난 것입니다. 이런 까닭에 그때 저는 이라발이라 불리게 되었습니다. 저는 그때 그 가섭부처님께 돌아가서 이렇게 여쭈었습니다.
‘대성 세존이시여, 저는 언제 이 악룡(惡龍)의 모습을 벗어나겠습니까? 어느 때에나 다시 사람의 몸을 얻게 되겠습니까?’
이렇게 말을 마친 뒤에 묵묵히 서 있었습니다.그때 그 가섭 여래ㆍ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께서 곧 저에게 말씀하셨습니다.
‘너 큰 용왕은 알아야 한다. 수 년, 수백 년, 수천 년을 지나고 수천만억 년이 지난 뒤에 부처님께서 출현하실 것인데 석가모니ㆍ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라 이름할 것이다. 그 석가모니불께서 네가 다시 사람의 몸을 얻을 것을 수기(授記)하실 것이다.’세존이시여, 저는 아까 이런 생각을 하였습니다.
‘나는 지금 가섭불께서 말씀하신 법과 계를 어기고 믿지 않았으므로 이 용의 몸을 받았다. 아주 작은 착한 인연으로 이제 세존을 만나 뵙게 되었지만 도리어 계를 갖지 못하는구나.’
세존이시여, 저는 이렇게 제 자신의 허물을 보고 스스로를 가책하였기에 눈물을 비처럼 쏟으며 울었던 것이고, 또 세존을 뵙자 기뻐서 미소를 지었던 것입니다. 이런 인연으로 저는 이렇게 생각하였습니다.
‘이런 법은 참으로 드물고 일찍이 없었던 일이다. 모든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두 가지 말씀이 없으시니, 그 가섭여래께서 나에게 <너 용왕아, 수 년 내지 수억 년을 지나서 부처님께서 세상에 나오실 것이다>고 수기하셨는데, 과연 그 부처님 말씀과 같아서 틀림이 없구나.’
세존이시여, 저는 이 인연으로 이제 또 부처님께 여쭙겠습니다. 저는 언제 이 용의 몸을 벗어날 수 있고, 다시 또 어느 때에 사람의 몸을 도로 얻을 수 있겠습니까?”그때 세존께서는 이라발 큰 용왕에게 말씀하셨다.
“그대 큰 용왕은 지금부터 수 년 내지 수억 년을 지난 뒤에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시리니, 이름을 미륵ㆍ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라 할 것이다. 그대는 그때 사람의 몸을 얻을 것이고, 그 세존께서 그대를 출가시켜 범행을 닦고 모든 괴로움을 다하게 될 것이다.”그때 세존께서는 이라발용왕을 위하여 다시 법을 설하여 그를 크게 기쁘게 하고 권하고 가르쳐 보이셨다.
“그대 용왕은 오라. 부처님께 귀의하고 법에 귀의하고 승가에 귀의하고 5계를 받아라. 그대는 영원히 이익을 얻고 크게 안락을 얻을 것이다.”
이라발용왕은 부처님에게서 이런 말을 듣고 나서 곧 부처님께 아뢰었다.
“부처님의 가르침대로 저는 지금 부처님께 귀의하고 법에 귀의하고 승가에게 귀의하며 5계를 받아 가지겠습니다.”그때 세존께서는 거듭 이라발용왕을 일깨우고 말씀하셨다.
“용왕이여, 이제 때가 되었음을 알아라.”
그러자 이라발용왕은 나라타 동자에게 말하였다.
“나라타 동자여, 얼마든지 금이나 은, 진귀한 보배를 필요한 대로 나에게 요구하시오. 나는 얼마든지 당신에게 주겠습니다. 하지만 이 용왕의 딸은 당신에게 소용이 없습니다. 왜냐 하면 이 용왕의 딸이 입으로 한 번만 숨을 내쉰다면 세상 사람을 잿더미로 만들기 때문입니다.”
나라타는 용왕에게 대답하였다.
“용왕이여, 나는 금이나 은도, 진귀한 보배도 필요 없으며 용왕의 딸도 필요하지 않습니다. 왜냐 하면 나는 지금 부처님께 게송을 듣고 곧 모든 애욕과 즐거움이 싫어져서 떠나려 생각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리하여 이라발용왕은 부처님 발에 이마를 대고 절을 한 뒤에 부처님을 세 번 돌고 하직하고 물러갔다.이때 부처님께서는 나라타가 이끌고 온 그 8만 4천의 중생들에게 차례로 법을 설하셨는데, 이른바 보시와 지계를 행하면 위로 올라가 천상에 나게 된다는 것과, 또 애욕과 즐거움 속에는 온갖 근심이 많다는 것을 말씀하시어 싫어하고 거기에서 떠나도록 하며, 번뇌가 다하는 경지를 얻게 하고, 또 출가의 공덕을 찬탄하여 해탈을 이루도록 가르치셨다.
세존께서는 나라타를 비롯한 그 모든 대중들이 한결같이 기쁜 마음을 일으키고 뛰놀고 마음이 부드러워지며 걸림없는 마음을 얻은 것을 아셨다.그때 세존께서는 모든 법을 가르쳐 그들을 크게 기쁘게 하고 참되고 바른 길을 걷게 하셨으니, 4성제의 고(苦)ㆍ집(集)ㆍ멸(滅)ㆍ도(道)들이었다.
부처님께서는 이렇게 4성제를 가지고 온갖 방편으로 해설하여 나타내 보이시고 가르침을 세우고 분별하여 널리 펼치셨으니 이런 것이 괴로움[苦]이 생기는 것이고, 이런 것이 괴로움의 집(集)이고, 이런 것이 괴로움의 멸함[滅]이고, 이런 것이 도를 얻음[得道]이라고 하여 가르쳐 행하고 배워 익히게 하셨다. 세존께서 4성제의 갖가지 인연을 나타내 보이고 베풀어 말씀하시며 가르쳐서 행하게 하시자, 그 대중들은 곧 그 자리에서 모든 먼지와 때[垢]를 여의고 번뇌를 다하여 모든 법 가운데서 깨끗한 지혜의 눈을 얻고 온갖 집기된 법[集法]을 완전히 없애고 진실하게 알고 보았다. 마치 기름때가 끼지 않고 검은색 털이 끼여 있지 않는 깨끗한 흰 옷에 물을 들이면 모든 색깔을 잘 받아들이듯이, 이렇게 그 모든 대중들과 나라타는 그 자리에서 번뇌를 멀리 여의고 모든 집기된 법을 다 없앴고, 모든 법을 증득하여 알고 두려움 없음을 세워 모든 의심의 그물을 벗었으며, 다른 이의 말을 따르지 않고 부처님의 가르침에서 알게 되었다. 그리하여 모두가 불법승보에 귀의하고 5계를 받아 가졌다.
이때 그들 8만 4천의 대중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이마를 대고 절을 하고서 세 번 돈 뒤에 작별 인사를 올리고서 본래 처소로 돌아갔다.
그러나 나라타 동자 선인은 이미 모든 법을 보고 모든 법을 얻고 이미 모든 법을 증득하고 모든 법에 들어가 모든 의심을 건너고 모든 미혹을 초월하고 다시는 의심의 그물에 걸리지 않았으며 이미 두려움 없음을 얻었다. 다른 사람의 말을 따르지 않고 이미 세존의 법의 비밀한 가르침을 알게 되자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이마를 대고 절을 하며 이렇게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제발 저에게 출가를 허락하시고 구족계를 주소서.”부처님께서는 그 동자에게 말씀하셨다.
“어서 오너라, 비구여. 내 법 가운데 들어와 범행을 행하라. 그리하면 바로 모든 괴로움을 다하고 그 끝에 이르게 될 것이다.”
그때 그 장로는 이내 출가를 이루었고 계행을 저절로 갖추게 되었다.
장로 나라타 비구는 출가하고 나서 구족계를 성취한 뒤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에 홀로 다니고 홀로 앉아 대중들의 소란스러움을 버리고 몸과 입을 삼가하여 한번도 게으른 적이 없었으며 용맹 정진하여 태만하지 않았다. 그 까닭에 오래지 않아 그 선남자는 출가자로서 위없는 범행을 이루어 저 언덕으로 나아가서 현재에 모든 법을 보고 스스로 모든 신통을 증득하였으며, 증득하고는 스스로 알고 스스로 보고 스스로 깨달아 이렇게 외쳤다.
“생사는 이미 다하였고, 범행은 이미 섰으며, 할 일을 이미 마쳐서 다시는 후유(後有)를 받지 않을 것을 알았노라.”
이렇게 알고 나서 그 장로는 곧 아라한을 이루어 마음이 잘 해탈하고 지혜가 잘 해탈하였다.
그리하여 나라타 장로 비구는 이미 나한의 집착 없는 과위를 얻게 된 뒤에 조용한 곳에 홀로 거처하다가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 이제 불세존께 나아가 게송으로 부처님께 여쭈어 보아야겠다.’
그때 장로 나라타 비구는 이른 아침에 방에서 나와 부처님 계신 곳으로 갔다. 그곳에 이르자 부처님 발에 이마를 대고 절을 한 뒤에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한쪽에 앉은 뒤에 나라타는 게송을 읊어 부처님께 뜻을 여쭈었다.
저는 지금에야 옛날 아사타를 증험하여
그의 말에 거짓이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제 다시 세존의 가르침을 듣고
모든 법의 저 언덕으로 건너갔습니다.
이미 집을 버리고 출가하여
걸식으로 목숨을 잇고 있는데
이런 행을 하면 무슨 과보를 얻을 것인지
이제 불세존께 여쭙습니다.
그때 세존께서는 게송으로 장로 나라타에게 대답하셨다.
행을 행하는 과보가 무어냐고 너는 묻는구나.
이것은 덧없어서 증험하여 알기 어렵지만
내 이제 너에게 분별해 주리니
마땅히 정진하여 견고하게 하라.
모든 행자(行者)는 마을에 들거든
칭찬하건 욕하건 평등한 마음으로
뜻을 어지럽힐 곳을 방지하며
고요하고 위없는 과(果)를 취하여라.
행자는 항상 소리 높여 외치는 음성을
이글거리며 타오르는 사나운 불길처럼 생각하고
부녀자의 단정한 얼굴을 보게 되면
버리고 떠나서 물들지 말라.
모든 애욕의 대상에 물들지 않음으로써
피차 각각 서로 물들 인연이 없나니
물듦이 없으면 곧 다툴 인연도 없다.
세간의 일체 중생들
내 몸과 그의 몸이 다르지 않고
내 목숨과 그의 목숨 꼭 같나니
이렇듯 자세히 살펴 생각해 보고
성날 때에 살생 말고 해치지 말며
탐욕이나 아만(我慢)도 모두 버려라.
일체 범부들은 몸에 물들어 집착하지만
모든 눈이 있는 이는 능히 원수를 떠난다.
독약을 먹으면 누구나 죽듯
마을에 들어가 걸식할 때는
어떤 일을 보아도 마음 산란치 말라.
모든 탐내고 물듦을 버린다면
집착하지 않으므로 해탈하게 된다.
밤에 홀로 앉을 때는 여러 일을 생각 말고
마을을 멀리 떠나서도 역시 생각지 말라.
다만 날이 밝아 걸식할 때는
바른 마음 바른 생각으로 마을에 들라.
마을 가운데 이르면 말없이 서서
차례로 집들을 거치며 걸식해 가되
마을에 노닐 때는 웃지 말고
남에게는 사납고 거친 말을 하지 말라.
손에 발우 들고 걸식할 때에
비록 말솜씨 있어도 침묵하라.
혹 밥을 조금 얻어도 마음으로 미워 말고
밥을 보시하는 사람 헐뜯지 말라.
밥을 얻은 곳이야 가장 좋지만
못 얻는 곳에도 성내지 말라.
그 두 곳에 평등한 마음을 내고
나무 아래 가서 맘대로 먹으라.
먹고 나서 다시 숲 속에 돌아가
나무 아래 고요히 가부좌 하고
자리 위에 앉기를 선인처럼 하되
몸과 마음과 입을 모두 단속하라.
두려움을 버리고 마음 가다듬어
다른 일 생각 말고 숲만 생각하되
나무 아래에서 마땅히 잘 관(觀)하며
혀로 입천장 받치고 차츰 숨을 내어라.
그 밖의 모든 근(根)을 다 조복해
마음으로 모든 인연 집착치 않고
경계를 다 버려 마음에 두지 말며
더럽고 탁한 곳을 모두 버려라.
청정하고 참된 마음으로 범행을 닦되
좋은 말 부지런히 구하기 힘써
널리 듣고 지혜 많은 이에게 배워야 한다.
고요하며 애욕을 떠난 사람 있거든
그러한 사람들과 가까이하여
그에게 나아가 마음으로 믿고 따르며
믿고 나서 세존처럼 공경하라.
남의 집 잘못을 말하지 말라.
남을 비방하고 자기를 높이지 말며
말할 때도 큰 소리를 내지 말라.
마치 사나운 불길이 먼 데까지 들리듯
이렇게 생각하여 모든 미혹 끊으면
이것을 비구의 출가법이라 하네.
하거나 하지 않을 일 모두 몸을 떠나서
평등하게 보면 간 곳마다 편안하리.
성인의 행을 행함은 이와 같거니
업(業)이란 수레바퀴 구르는 것 같음을 알라.
한 사람을 대하여 성스러운 법을 말할 때
한 사람이 생각하면 곧 증득하나니
모든 근을 조복하여 홀로 앉아서
모든 근을 조복하여 마음을 성취하네.
그런 뒤에 이름은 시방에 두루하리.
이 행은 오직 고요한 숲에 있고
혹은 산 속이나 나무 아래 앉을 때나
강 언덕과 샘 못가에 있으니
이런 처소에서 앉아 생각하되
지혜가 모자라면 항상 졸지만
고요함을 채우면 항상 깨어 있으리라.
샘 같고 못 같고 바다와 같이
고요한 사람도 또한 그러하리.
어리석은 사람은 병에 반쯤 찬 뜨물과 같고
지혜로운 사람은 가득 찬 못물 같네.
지혜 있는 사람 말이 많더라도
말이 많아도 적절한 때를 잃지 않고
혹 말솜씨가 있어 말이 많거나
또는 말이 적어도 잘 살피네.
이렇게 말이 적음도 역시 지혜라 하고
그 이름을 선인이나 성인이라 하네.
이것을 진실한 중도의 행[中道行]이라 하며
이것을 고요하여 해탈을 얻었다 부르네.
세존께서 이 게송을 읊으시자 나라타는 마음과 뜻이 열려 크게 기뻐 뛰놀았다.어떤 논사는 말하였다.
“이 장로 나라타는 본래의 종성(種姓)이 가전연(迦旃延)이므로 본래의 성을 따라서 사람들이 대가전연(大迦旃延)이라 부른다.”
또 부처님께서 장로 대가전연에게 일찍이 수기하여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 비구들은 이제 알아야 한다. 나의 이 성문(聲聞) 대중 가운데 매우 영리하게 뜻을 취하고 자세하게 설한 가르침을 들으면 총명하고 명민하여 모두 다 완전히 깨달으며, 만약 조금 듣더라도 남을 위하여 자세하게 분별하여 말하는 데 가장 으뜸가는 사람이 바로 이 대가전연 비구이다.”그러자 그 모든 비구들은 이 말을 듣고 희유한 마음을 내어 서로 이렇게 말하였다.
“이제 존자 대가전연은 매우 희유하다. 그런데 우리들 마음에 궁금한 점이 생겼으나 이 의심을 풀어 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모든 경의 뜻을 아는 사람은 오직 불세존뿐이시다.”
그리고 나서 부처님 처소로 갔다. 그곳에 도착한 뒤에 함께 부처님께 여쭈었다.
“훌륭하십니다, 세존이시여. 지금 이 장로 대가전연은 지난 옛적에 일찍이 어떤 선근을 심었기에 금세에 부처님께 와서 곧 출가할 수 있었으며, 구족계를 받아 아라한과를 증득하였습니까? 또 세존께서 그에게 기별을 주실 때에 성문 대중 가운데 가장 영리하고 지혜가 날카로워 조금 말하여도 많이 알고 자세하게 말한 것을 간략하게 요약할 수 있는 자로서 가장 으뜸가는 사람은 이 대가전연 비구라 하셨는데, 저희들은 그 인연을 듣고 싶습니다.”그때 부처님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너희 모든 비구들은 지극한 마음으로 자세히 들으라. 내가 생각하건대 지난 옛날 이 현겁 가운데 중생의 수명이 2만 살이었을 때 여래 한 분이 세상에 나왔으니, 이름은 가섭ㆍ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였다. 그때 가섭여래께서 법 바퀴를 굴리고 법의 깃대를 세웠으니, 옛적 서원이 원만하게 갖추어졌으며 대장부가 해야 할 일들을 자재하게 모두 마쳤고, 중생을 교화하여 모든 중생 연꽃 무리 등 8천억의 무리를 건져 천상에 나게 하였다. 이때 그 부처님께서 열반하신 뒤에 모두들 해탈법문을 세웠는데, 모두다 이 바라나성 녹야원 가운데 모든 선인이 거처하던 곳에 살면서 법을 설하며 머물렀다.이때 바라나성에 신심이 돈독한 우바새가 한 사람 있었는데, 5계를 받아 가졌으며, 그 우바새는 5명(明)을 잘 알고 세상의 논(論)을 분별하여 그 뜻을 잘 풀었다. 그 우바새는 녹야원에 이르러 모든 비구들에게 간략히 뜻을 묻자 모든 비구들은 곧 자세하게 설명해 주었다. 그 우바새는 모든 비구들에게 자신을 위하여 자세하게 이치를 설명하는 것을 듣고서 마음으로 부러워하고 이런 원을 세웠다.
‘훌륭하고 희유하도다. 원하건대 나는 내세에 다시 이보다 나은 법을 얻고, 또 이 비구들과 똑같이 이렇게 분별하여 남을 위해 차례로 설하게 하여 주소서.’”그리고 부처님께서는 모든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너희들은 알아라. 그때 5계를 받은 우바새는 곧 이 마하가전연의 전신이니라. 그 부처님 곁에서 5계를 받아 지니고 우바새가 되었는데, 그는 5명의 미세한 뜻을 잘 알고 또 남에게 분별하여 해설하였고, 그때 이런 서원을 내어 ‘나는 내세에 이렇게 모든 법을 성취하고 남을 위하여 여러 가지로 해설하기를 원합니다’고 한 것이다.
또 비구들아, 너희들은 알아 두라. 이 가전연 비구는 지난 옛날 기쁜 마음으로 이런 선근을 심었으며, 이런 인연으로 내 곁에서 출가하여 아라한과를 성취하였다. 나는 이제 수기하니 나의 성문 제자들 가운데 간략한 뜻을 자세하게, 자세한 뜻을 간략히 말하는 사람으로 으뜸가는 이는 바로 이 마하가전연 비구이다.”그리하여 세간에는 92명의 아라한이 있었으니, 첫째는 세존이요 뒤의 다섯 비구와 장로 야수타, 그리고 야수타의 벗인 훌륭하디 훌륭한 장자 무구ㆍ선비ㆍ만족ㆍ우주와, 또 야수타의 벗인 상인들의 우두머리이며 여러 지방에서 온 선남자들인 50명의 장자들과 또 장로 부루나미다라니자와 그의 벗 29명과 장로 가전연 등이었다.
42. 사비야출가품(娑毘耶出家品) ①
이때 북천축(北天竺)에 특차시라(特叉尸羅)수나라 말로는 삭석(削石)이라 함라는 성이 있었다. 그 성 안의 어떤 집에서 부인이 아들딸 쌍둥이를 낳았다.
아이의 부모는 관상 보는 이를 불러 상을 보게 하였는데, 그가 점을 치고 나서 이렇게 말하였다.
“딸은 박복한 상이오. 좋은 일이 없을 것이오.”
부모는 그 말을 듣고서 생각하였다.
‘우리 딸이 좋은 상이 없고 길상하지 않은데 이 다음에 장성하면 누가 며느리로 맞을 것인가?’
그들은 이렇게 서로 의논한 뒤에 학문하는 어떤 외도의 부인에게 딸을 맡겼다. 그 외도의 이름은 파리파사(波梨婆闍)수나라 말로는 행행(行行)이라 함라 하였는데, 딸의 부모는 그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내 이제 당신에게 부탁합니다. 이 딸아이를 키워 주시고 도법(道法)을 가르쳐 길러 주시면 모든 필요한 물건들을 당신에게 보내 드리겠습니다.”그리하여 외도 파리파사는 곧 그 딸을 데려다 길렀다.
이렇게 보살피는 가운데 그 딸은 차츰 자라났고, 마침내 결혼하기에 적당한 나이가 되었으며, 여자로서의 뜻과 지혜도 이루었다.
그때 그 외도 파리파사의 부인은 딸이 다 큰 것을 보고 곧 그 딸에게 여러 가지 주술과 온갖 기예를 다 가르쳐 주었다. 지혜가 총명하여 여러 가지 모든 논을 밝게 알고 나이가 들어가면서 더욱 단정하여 비길 데가 없게 되자 많은 사람들이 그녀를 보면 좋아하게 되었다. 그녀의 몸은 부드럽고 생김새는 남보다 뛰어나며 뼈마디가 성숙하고 신체가 반듯하여 결점은 한 군데도 없었다.어느 날 그녀는 사치의(奢絺衣) 한 벌을 입어 허리 아래 걸치고, 또 한 벌의 사치의는 어깨 위에 걸치고는 세수할 때에 물병을 올려 두는 곳인 삼발이[三奇立拒]를 손에 들고서 온 마을과 성, 그리고 온갖 읍과 왕문(王門) 등을 다녔으니, 모든 외도를 찾아가 논쟁을 벌여서 외도들을 꺾으려 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차츰 걸어 나가다가 문득 최묘자재승타(最妙自在勝他)라는 이름의 파리파사 도인과 마주쳤다. 그는 여러 곳을 돌아다니던 중에 남천축에서 북천축으로 오는 길이었다. 그 도인도 역시 생김새가 반듯하고 단정하기가 견줄 데가 없었으며 나이도 꽉 차 그를 보는 사람들은 저마다 마음에 호감을 가졌다. 또한 얼굴 생김도 남보다 나았으며 신체도 균형이 잘 잡혔고 팔다리가 보기 좋아 논사(論師)들 중에서 가장 유명하였다.
때에 그 도인은 이토록 사랑스럽고 단정하며 용모가 뛰어나 사람들이 호감을 갖게 생긴 이 파리파사의 여인을 보자 이 여인에게 애착하는 마음이 생겼다. 또한 이 파리파사 여인도 파리파사 도인에게 애욕의 마음이 생겼으며 서로가 탐하고 사랑해 마지않게 되었다.
그러자 그 파리파사 도인은 곧 파리파사 여인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훌륭하신 당신이여, 나는 이제부터 당신과 함께 세상일을 즐기고 싶습니다.”
그 여인도 대답하였다.
“내 마음도 당신과 한 곳에서 지내며 즐기고 싶습니다.”그때 파리파사 도인은 말하였다.
“우리 두 사람은 출가하여 수도하는 몸입니다. 만약 이렇게 법을 수행하는 몸으로 세상일을 즐긴다면 모든 사람들이 우리들의 이런 모습을 보고 곧 우리들을 비난하고 욕할 것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이제 모든 사람들 앞에서 함께 서로 논쟁을 벌이되, 논쟁에서 진 사람이 이긴 사람을 받들어 섬기자는 약속을 합시다.”그러자 여인은 곧 이렇게 말하였다.
“만약 내가 이기고 당신이 이기지 못한다면 이 일은 옳지 못합니다.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어찌 남자가 여인을 섬기겠습니까? 만약 여자가 져서 남자를 섬기면 이 일은 옳은 일이요 순리일 것입니다.”
그 도인은 여인에게 대답하였다.
“훌륭하십니다, 덕스러운 여인이여. 당신의 말은 이치에 잘 맞습니다. 당신의 말이 맞습니다.그리하여 파리파사 도인은 곧 대중들 가운데서 논쟁을 벌이겠다며 북을 치면서 이렇게 고하였다.
“이 자리에 모인 사람들 중에 누가 나와 논쟁을 벌이겠는가? 파리파사 도인이나 파리파사 여인 중에 누구든 나와 토론할 수 있는 자가 있는가? 만약 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이 될 것이다.”
이렇게 세 번 외치자 그 파리파사 여인이 대중 가운데서 그 말을 듣고서 곧 소리쳐 말하였다.
“내가 당신과 토론을 하며 묻고 답해 보겠습니다.”그때 그 여자는 조용한 행동거지로 대중 속에 있으면서 도인에게 문제를 내었다. 그러자 그 파리파사 도인은 이내 풀이하여 맞추었다. 다시 그 파리파사 도인이 그녀에게 반문하자 역시 잘 풀이하여 맞추었다.
이렇게 각자 두 번씩 서로 문제를 내었고 각자 잘 맞추었다. 마침내 세 번째에 이르러 그 파리파사 도인이 여인에게 이치를 물었다. 그런데 그녀는 충분히 알고 있었고 답을 맞출 수도 있었지만 그 도인을 보호하기 위하여, 그리고 마음으로 서로 사랑하는 까닭에 문제를 풀지 못한 척 묵묵히 대답하지 않았다. 그러자 그 파리파사 도인은 대중들 한가운데서 그 여자를 항복받았다.이렇게 여인이 파리파사 도인에게 항복하였으므로 곧 대중 앞에서 그 파리파사 도인의 손에서 가죽신과 삼차거(三叉拒)를 받아 들고 갔다. 그 두 사람은 이미 이런 더럽고 음란한 일을 서로 피하지 않고 함께 한 곳으로 갔다. 그들이 서로 어울리자 여인은 이내 임신한 몸이 되었다. 그런데 여인이 임신을 하자 본래의 행을 어긴 까닭에 용모가 미워지고 다시는 단정해지지 않게 되었다. 그러자 그 파리파사 도인은 그 여인의 몸이 본래의 안색을 잃은 것을 보고 이내 싫증을 내고 미워하게 되었다. 그리하여 그에게 말하였다.
“나는 다시 당신과 한 곳에서 같이 살 수 없습니다.”그러자 여인이 그 도인에게 말하였다.
“우리 두 사람은 함께 도를 닦다가 함께 뜻을 잃었습니다. 지금 나는 당신 때문에 임신하게 되었는데, 당신은 그런 나에게 꽃다운 빛이 없다고 하여 홀연히 나를 버리려 하니, 나는 선 자리에서 죽을 것이요, 만약 죽지 못하더라도 반드시 큰 고통을 받을 것이오.”그러나 그 도인은 이미 떠날 마음이 정해졌으므로 그 여인에게 금가락지를 한 개 주어 그것으로 약속을 하면서 다시 이렇게 말하였다.
“당신이 만약 딸을 낳으면 이 가락지로 물건을 바꾸어 아이를 기르는 데에 쓰고, 만약 사내아이를 낳거든 이 가락지를 주어 징표로 삼아서 나를 찾게 하시오.”
이렇게 가락지를 맡긴 뒤에 그 여인을 버리고 뒤도 돌아보지 않고 남천축을 향하여 떠나가 버렸다.그 파리파사 여인은 임신한 몸을 이끌고 온갖 곳을 두루 흘러 다니며 걸어 다니다가 차츰 마두(摩頭) 마을에 이르렀다. 그 마을 변두리에 백운(白雲)이라는 곳이 있었는데, 그곳의 한 현(縣)에 머물다가 마침내 사내아이를 낳았다.
아이를 낳자 그 현에 사는 사람들은 모두 측은하게 여겨서 우유를 주기도 하고 혹 기름을 주기도 하며 그 밖에 필요한 것을 모두 보시해 주었다.
한편 그 파리파사 여인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이 아이를 이 마을에서 낳았으니 이제 마을 이름을 따라서 아이의 이름을 사비야(娑毘耶)수나라 말로는 현관(縣官)이라 함라 지어야겠다.’그 파리파사 여인이 아들 사비야를 법답게 기르고 거두어 젖을 먹이니 사비야 동자는 무럭무럭 자라났다. 아들이 점점 자라면서 뜻도 커져 가자 그 여인은 아들에게 글과 그림, 산수, 결인(結印)하는 법과 주술들을 가르쳤고, 그 밖의 모든 논도 다 가르쳐 주었다. 그 동자는 매우 영리하고 총명해서 배우는 것을 다 통달하여 모르는 것이 없었다.어느 날 사비야는 어머니에게 물었다.
“어머니, 제 아버지는 누구입니까? 지금 어느 곳에 계십니까?”
그 어머니는 아들에게 대답하였다.
“사비야야, 네 아버지는 지금 남천축에 있다. 너는 이제 그곳으로 가서 네 아버지를 찾아야 한다.”
그리고 나서 어머니는 남편이 주고 간 금가락지를 내어 주었다.
“너는 이것을 증표로 삼아 네 아버지를 찾아라.”
사비야는 그 어머니에게 대답하였다.
“어머니 말씀을 받들어 떠나겠습니다.”사비야는 그 증표를 받아 들고서 남천축을 향하여 길을 떠났다.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이 동네에서 저 동네로, 이 성에서 저 성을 거치면서 점점 남천축 지방으로 다가갔는데, 이르는 곳마다 논쟁할 사람을 만나면 모두 항복시키면서 차츰 아버지가 사는 곳에 이르렀다.
그런데 그는 아버지를 몰랐으며 또 누구에게도 물어보지도 않았으므로 논쟁을 알리는 북을 치며 이렇게 말하였다.
“이곳에 혹시 파리파사 도인이나 파리파사 여인이 있다면 누가 능히 나와 함께 논쟁하고 문답해 보겠는가?”그때 사비야 동자의 부친이 동자를 보자 문득 저절로 아들을 사랑하는 마음이 생겨났다. 그리하여 파리파사 도인은 동자에게 물었다.
“너 착한 동자야, 너는 누구며 어디서 왔느냐?”
그러자 동자는 곧 파리파사 도인에게 자기가 찾아온 내력을 자세하게 말하며 가락지를 내어 보였다.
파리파사 도인은 그 가락지를 보자 동자에게 말하였다.
“너는 바로 내 아들이다.”도인은 아들을 만나고 나서 곧 여러 가지 주술과 기예를 더 가르쳐 주었다. 또한 그 도인은 이미 오래전에 모든 선정을 닦았으므로 차례로 아들에게 선정(禪定)의 법을 가르쳐 주었다. 그후 오래지 않아 파리파사 도인은 목숨이 다하여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사비야는 부친이 세상을 떠나자 그곳을 떠나 바닷가로 가서 그곳에 초가 암자를 짓고 살았다. 그곳에 살면서 고요히 생각하고 앉아서 오래지 않아 4선과 5신통을 두루 증득하였다. 그는 이미 증득하고 나서 마음으로 이렇게 생각하였다.
‘세간의 모든 아라한들은 제 스스로 자기는 나한이요 아라한도를 얻었다고 말한다. 나도 그들에 비하면 나한이라고 이름하여도 그들과 조금도 다름이 없을 것이다.’이때 사비야 동자의 모친은 목숨을 마치고 이내 삼십삼천에 났다.
당시 세존께서는 이미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고 녹야원에서 위없는 법륜을 굴린 뒤였다. 그때 모든 지거천(地居天)들이 차례로 서로 소리 높여 이 소식을 전하였는데 이런 소리가 서로서로 전해져서 위로 삼십삼천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때 동자의 모친인 도리천신은 이 소리를 듣고 생각하였다.
‘내 아들은 지금 어느 곳에 있을까?’
그는 바른 생각으로 관찰하여 곧 그 아들이 바닷가에 살고 있음을 보았다.이때 그 천신의 몸의 빛은 다른 하늘들보다 뛰어났는데 한밤중이 되자 하늘의 광명을 놓아 아들이 있는 곳을 비추면서 자신의 아들 사비야 파리파사가 수행하는 곳으로 가서 말하였다.
“사비야는 나한이 아니요, 아직 아라한 도나 나한 법에 들어가지 않았다. 너는 나한의 경지를 구하는 법의 차례에 아직 들지도 않았다.”
사비야가 그 하늘에게 물었다.
“천신은 누구십니까? 천신께서는 아라한이십니까? 아라한 도와 법에 들어가셨습니까? 만약 아라한 법의 가르침을 알고 계시다면 저를 가르쳐서 아라한을 얻게 해 주십시오.”그러자 그 천신이 사비야에게 대답하였다.
“사비야야, 지금 세존ㆍ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가 현재 바라나국 녹야원의 선인이 살던 곳에 머물러 계신다. 그 세존이 바로 아라한이요 아라한 도에 들어갔음을 스스로 알고 또 사람들로 하여금 아라한 법을 얻도록 가르칠 수 있다.”
사비야는 또 물었다.
“그대 큰 천신이여, 나는 지금 잘 모르겠습니다. 어떤 방편으로 그가 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임을 알 수 있습니까?”그러자 그 천신은 사비야에게 말하였다.
“파리파사야, 너는 이렇게 법의 뜻을 물어라.
‘당신은 이와 같이 비구의 이름을 받았는데 무엇을 조복하였으며 어떤 선을 행하였습니까? 무엇을 이름하여 부처라 하고 무엇을 비구라 하며 무엇이 사문이요 또 바라문입니까? 어떻게 청정해집니까, 어떤 것이 지혜이며 또 지혜의 복전(福田)입니까? 어떤 것을 방편을 잘 안다고 하며, 무엇을 이름하여 선인(仙人)이라 하며, 무엇을 듣는다[聞]고 하며, 무엇을 수순한다고 합니까? 어떤 것이 용(龍)이며, 어떤 것을 받음[受]이라 하며, 어떤 것을 성인[聖]이라 하며, 어떤 것을 행을 행한다고 하고, 어떤 것이 도를 구하는 것입니까?’
사비야야, 만약 어떤 사람이 너의 이런 질문을 받고서 하나하나 너에게 풀이해 주어서 너를 크게 기쁘게 해 준다면 너는 그 사람에게서 범행을 행하라.”사비야 파리파사는 그 천신에게서 이런 말을 듣고는 마음속에 기억해 둔 뒤에 곧 여러 성ㆍ읍ㆍ촌락이며 나라들을 돌아다니면서 가는 곳마다 북을 쳐서 토론하기를 청하며 이렇게 크게 외쳤다.
“사문이나 바라문 가운데 나의 물음에 답해 줄 사람 없습니까?”
하지만 어느 곳에서도 함께 논의할 사람은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사비야가 가는 곳마다 그 때까지 그곳에 오래도록 앉아서 법을 사유하고 있거나 혹은 논의를 하고 있던 사람들도 그가 다가온다는 소문을 들으면 모두가 달아나서 끝내 그와 함께 토론하고 대화를 나눌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때 사비야 파리파사는 차츰 나아가다 점차 바라나성에 이르렀다. 마침 그 성에는 여섯 명의 유명한 스승이 있어 각각 자기가 이 세상에서 가장 으뜸이라고 자처하고 있었으니, 이른바 부란나와 내지 세 가섭과 니건자 등이었다. 그리하여 사비야는 곧 부란나 가섭 등을 찾아갔다. 그리하여 부란나와 서로 만나 위로하고 문안을 하며 인사를 주고받은 뒤에 물러나 한쪽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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