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 37권
불본행집경 제37권
수 천축삼장 사나굴다 한역
40. 부루나출가품(富樓那出家品)
어느 때 교살라(憍薩羅) 마을에 가비라성(迦毘羅城)의 파소도(婆蘇都) 성읍으로부터 그리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마을이 하나 있었는데, 그 마을에 큰 바라문 한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는 정반왕의 국사(國師)였는데, 아주 큰 부자여서 재물과 보화가 많았고, 그의 집은 마치 북방 비사문천왕의 궁전과 조금도 다르지 않았다.
그 바라문에게는 부루나미다라니자(富樓那彌多羅尼子)수나라 말로는 만족자자(滿足慈者)라고 함라는 이름의 아들이 하나 있었는데, 생김새가 매우 반듯하고 잘 생겨서 견줄 데가 없었으며, 그를 보는 사람이면 누구나 사랑하였다. 또한 슬기롭고 총명하고 마음과 뜻이 세밀해서 능히 모든 위타론(韋陀論:베다론)을 외우고 통달하였고 스스로 해득하고 있었다. 또한 남도 잘 가르쳤고 세 가지 위타의 옛 해석인 니건타론(尼乾陀論)ㆍ기주파론(祁輈婆論)ㆍ해파자론(解破字論) 등을 잘 이해하였고, 또 지난 옛날의 모든 일과 오명론(五明論)도 자세하게 말할 수 있었는데, 한 구절이나 반 구절, 하나의 게송이나 반 토막의 게송까지 모두 다 분별하였고, 또한 수기론(受記論)도 환히 이해하여 세상의 변론 중에서 60가지 일을 모조리 다 알았으며, 대인(大人)의 특징을 지니고 있었다.부루나미다라니자는 정반대왕의 실달(悉達) 태자가 탄생하던 바로 그날 동시에 태어났다. 이 사람의 본래 성품은 세간을 싫어하고 해탈을 구하였으며, 번뇌 속에 있는 것을 항상 두려워하였으며 마음이 언제나 고요하였다. 이미 과거세부터 모든 부처님을 보았고 그 모든 부처님 곁에서 여러 가지 선근(善根)을 심고 많은 복업을 지었으며, 마음을 닦아 열반문(涅槃門)을 원하였고, 번뇌를 즐기지 않고 모든 생사(生死)를 멀리 여의는 행을 지었으며, 모든 얽매임이 파괴되었으니, 이런 인(因)으로 힘을 삼아 성숙한 경지에 이르렀으니 성법(聖法)에 이른 까닭이었다.
어느 날 부루나는 홀로 앉아 생각하였다.
‘내 아버지는 이미 수두단왕(輸頭檀王:정반왕)의 국사가 되어 경영하는 일이 많고 여러 가지 기예를 갖추었으며 왕법 가운데서 왕을 대신하여 일을 처리한다. 또 그 아들 실달 태자도 결정코 그 정반왕과 같아 다름이 없으니 틀림없이 전륜성왕이 될 것이다. 나의 아버지가 계시지 않다면 내가 분명 저 실달 전륜성왕을 도와 국사가 될 것이다. 작은 세력을 지닌 왕의 국사인 내 아버지도 지금 저렇게 잠시도 한가한 틈이 없거늘 하물며 전륜성왕의 국사가 되어 널리 국내의 일을 살핀다면 한가할 틈이 없는 것은 자명한 일이다. 지금 나는 어떤 일을 미리 하고 어떤 계획을 미리 세워야 할 것인가? 그렇다면 나는 이제 오직 집을 버리고 출가함이 옳을 것이다.’부루나는 이런 생각을 하고서 보살이 밤에 출가하던 그날 한밤중에 부모에게는 여쭙지도 않고 조용히 30명의 친구들과 함께 집을 나왔다. 그리하여 파리파차가법(波梨婆遮迦法)을 따르는 이들에게 가서 출가하여 설산에 살면서 고행하며 도를 구하였다. 함께 간 모든 사람들은 용맹 정진하여 잠시도 쉬지 않아서 마침내 30명이 동시에 4선(禪)과 5신통(神通)을 성취하였다.어느 날 부루나 고행 선인(仙人)은 혼자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실달 태자가 전륜성왕의 자리에 오를 시절이 되었는지를 살펴보아야겠다.’
그리고 부루나는 천안(天眼)으로 두루 살펴보았다. 그런데 세존께서는 바라나 녹야원에서 위없는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증득하고 위없는 미묘한 법륜을 굴리며 모든 천상과 인간을 위하여 분별하고 설법하고 계셨다. 그는 이런 세존의 모습을 보고 나서 곧 벗들에게 말하였다.
“그대들은 이제 크게 기뻐하라. 지금 저 위대하고 성스러운 실달 태자께서 출가하여 이미 위없는 보리를 증득하셨는데, 증득하신 뒤 벌써 위없는 청정한 법륜을 굴리고 계신다. 지금 현재 세존께서는 저 바라나성 녹야원 안에서 모든 천상과 인간을 위하여 설법하고 열어 보이고 계신다. 그대들은 이제 가히 나와 함께 그 분의 곁으로 가서 범행을 행하자.”
그러자 벗들은 매우 기뻐하며 대답하였다.
“당신의 말씀이 옳습니다. 우리들은 따라가겠습니다.”그리고 부루나 고행 선인은 몸을 일으켜 30명의 벗과 같이 설산에서 내려와 마치 기러기 왕이 허공을 날듯 허공을 날아올라 바라나 녹야원까지 날아가 부처님 곁으로 나아갔다. 그리하여 부처님 계신 곳에 도착한 뒤에 부처님 발에 이마를 대고 두 손으로 부처님의 발을 잡고 어루만져 받들고 머리를 들어 부처님 발에 입맞춘 뒤에 자리에서 일어나 무릎을 꿇고 게송으로 부처님을 찬탄하였다.
지난날 도솔타 천상에 계실 때
바른 생각으로 흰 코끼리의 모습을 지어서
그 몸을 마야부인 태중에 의탁하시고
석가족 왕궁의 아들이 되셨네.
마치 미묘한 연꽃이 물에 젖지 않듯이
모태에 있어서도 몸이 더럽혀지지 않고
그 모친은 한없는 즐거움을 누리셨지만
5욕락은 탐하지 않고 법을 즐기셨네.
선행만 행하고 온갖 악을 버렸으며
태 속에 계신 당신을 보니 황금 코끼리와 같아
기쁨에 겨워 지칠 줄 모르고 마음이 뛰놀았으며
아무리 보고 또 보아도 족한 줄을 몰랐네.
당신은 태 속에서도 항상 설법하셔서
모든 천상과 인간에게 자비심 일으키시니
모두 다 기뻐하며 법고(法膏)를 마셨네.
세존께서 막 나셨을 때 묘한 말씀 하시기를
“나는 중생들의 생사고(生死苦)를 벗겨 주리라” 하셨고
오른쪽 옆구리로 나오신 뒤 일곱 걸음 걸으며
사자 왕과도 같이 두려움이 없으신 채
“내가 바로 여래이니 괴로움을 완전히 없앴다”고 하셨네.
세존께서 막 태어나 못 물에 목욕하시니
차지도 덥지도 않은 물이 언덕까지 가득 찼고
목욕을 마치고 향을 발라 몸을 장엄할 때
공중에서 저절로 일산과 불자(拂子)가 나타나니
세간에서는 이런 일이 처음 있는 일인지라
우리들은 세존께 이마를 대고 절을 하네.
이런 게송을 읊고 나서 부루나를 비롯한 모든 사람들은 큰 소리로 부처님께 출가하기를 청하며 이렇게 아뢰었다.
“부디 세존이시여, 저희들을 불쌍히 여기소서. 저희는 마음으로 출가하기를 원하오니 자비로써 저희들을 건져 주시옵소서.”그때 부처님께서는 부루나에게 이르셨다.
“너 부루나야, 빨리 일어나거라. 마땅히 네 뜻대로 하리라. 나는 너희들이 원하는 대로 해 주겠다.”
부루나는 부처님께 출가를 허락받고 구족계를 받았으며 또 그의 벗 29명의 장로들도 함께 출가의 허락을 얻고 구족계를 받았다.
그 후 오래지 않아서 각각 마음을 기울여 홀로 눕고 홀로 가고 홀로 앉고 홀로 서며 용맹 정진하였다. 텅 비고 한가한 아란야에서 걷거나 앉을 때에 각기 따로 마음을 써서 삼가며 게으름을 핀 적이 없고 항상 텅 비고 한가한 곳에 머물렀다. 그리하여 그리 오랜 시간이 흐르지 않았을 때 그 선남자들은 큰 이익을 구하는 까닭에 바른 마음으로 바로 믿어 집을 버리고 출가하여 위없는 범행을 구하였으며, 이미 모든 애욕을 끊고 모든 법상(法相)을 보고 모든 신통을 닦아 그 법을 증득하였으며, 이미 모든 생(生)을 끊고 범행의 과보를 얻어 할 일을 다 마치고 후세의 존재[後有]를 받지 않게 되었다.
그 모든 장로들은 증득하고 난 뒤에 모두가 아라한을 성취하였고, 마음으로 모든 해탈을 잘 얻어서 모두 대덕을 이루었고, 모두가 큰 일을 지어 중생을 이익되게 하였다.이때 세존께서 모든 비구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은 알아 두어라. 법을 설하는 사람 가운데서 가장 으뜸가는 사람은 바로 부루나미다라니자이다.”
이런 게송이 있었다.
세존께서 바라나에 계시면서
미묘한 말로 대중들에게 이르시되
이 사람이 바로 참다운 만족(滿足) 비구요,
설법하는 사람 중에 가장 으뜸가는 자로다.
이리하여 세간에는 모두 91명의 아라한이 있었으니, 부처님과 그 다섯 비구와 장로 야수타와 바라나국에서 야수타와 동시에 출생한 네 벗으로 가장 우수한 장자 선남자인 비마라ㆍ선비ㆍ만족ㆍ우주와 또 야수타의 재가 시절 벗이었던 50명의 상인 장자와 선남자 부루나미다라니자와 그의 친구 29명이었다.
41. 나라타출가품(那羅陀出家品) ①
어느 때 염부주 남천축에 아반제(阿槃提)라는 이름의 나라가 하나 있었다. 그 나라 중에 미후식(獼猴食)이라는 마을이 있었고, 그 마을 안에 매우 부유한 바라문 한 사람이 살고 있었으니, 그의 이름은 대가전연(大迦旃延)이었다.
그 집에는 많은 재물과 진기한 보배가 아주 많이 있었고, 노비와 가축, 그리고 곡식ㆍ보리ㆍ콩ㆍ깨 등이 넘쳐났으며, 집의 건물과 동산 등 온갖 것이 풍족하였으니, 비사문의 궁전과 다름이 없었다.
또한 그 바라문은 지혜롭고 총명하여 3위타론(韋陀論:베다론)을 독송하고 늘 지녔으며, 모든 사물의 이치에 널리 통하고 일사십명(一事十名)ㆍ기주파(祁輈婆) 등과 문구자론(文句字論) 등에도 통하였다.
그는 지난 과거에 있었던 모든 일과 5명(明)에 관한 논은 한 구절이나 반 구절까지도 잘 분별하였고, 세간의 수기론(受記論)과 60종의 대장부의 특징을 모두 다 알고 외우고 환히 통달하여 엄치왕(嚴熾王)의 국사(國師)가 되었다.
그때 국사 바라문의 큰아들이 집을 떠나 다른 나라에 노닐면서 학문을 익힘에 만족함을 모르고 스승을 찾아 여러 곳을 다니면서 모든 논(論)을 자세히 알고 기술을 이룬 뒤에 집으로 돌아와 부친을 뵙고 아뢰었다.
“어지신 아버님이여, 저는 이제 여러 가지 학문에 통달하였습니다. 그러니 저를 위하여 대중들을 모아 주십시오. 저는 위타론을 비롯한 모든 기예를 외워 보이겠습니다.”
그 아버지는 크게 기뻐하며 곧 대중을 모았다. 아들은 사람들이 모인 것을 보고 대중 앞에서 자기가 외우는 모든 위타론들과 모든 기예를 숨기거나 감추지 않고 모두 다 외워 내었다. 그러자 그 대중들은 국사의 아들을 추대하여 윗자리에 모셨고, 그 부친은 온갖 진기한 보배를 가지고 그를 공양하였다.이때 그 국사 바라문에게는 둘째 아들이 있었으니, 나라타(那羅陀)수나라 말로는 불규(不叫)라고 함라고 하였다. 그 부친은 나라타에게 일렀다.
“나라타야, 너는 이제 집을 떠나 다른 나라에 가서 너의 형처럼 위타의 모든 논을 배워 익히도록 해라.”
하지만 그 나라타 동자는 형이 모든 위타론을 외울 때 한 번 듣고는 그 자리에서 전부 외워 버렸다. 그는 아버지에게 이렇게 답하였다.
“어지신 아버님이여, 저는 이미 모든 주술(呪術)들을 다 알았습니다. 그러니 이제 저를 위하여 모든 대중들을 모아 주십시오. 저는 대중들 앞에서 모든 위타론과 기예를 외우겠습니다.”
그 아버지는 이 말을 듣자 마음에 희유함을 내어 곧 대중을 모았다. 대중들을 모은 뒤에 여러 가지를 마련해 주었다. 그러자 나라타는 대중들 앞에서 일체 위타론들을 외웠고 대중들은 이것을 듣고 한결같이 크게 기뻐하면서 그를 찬탄하여 말하였다.
“훌륭하고 훌륭하도다. 크게 지혜로운 동자여, 모든 위타론을 막힘없이 다 외우는구나.”
그 아버지는 또 온갖 재물과 보배로 그를 공양하였다.그런데 맏아들인 나라타의 형은 동생이 모든 논을 환히 외우는 것을 듣자 마음이 크게 괴로워져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한없는 세월을 여러 나라에 노닐면서 온갖 논과 주술(呪術)을 배워 익히고 노심초사한 끝에 겨우 모든 주술을 외울 수 있었는데, 이 나라다는 어떻게 한 번 듣기만 하고는 잠깐 동안에 모조리 다 외워 지닐 수 있을까? 아직 소년인데도 이러한데 만약 성장한다면 반드시 왕의 국사가 될 것이다. 그러니 나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를 없애 버려야 한다. 그래야만 나는 이익을 이룰 것이요, 그렇지 못하면 동생은 결국 내 자리를 빼앗고 말 것이다.’이때 그 부친은 큰아들이 마음속으로 몰래 나라타에게 나쁜 마음을 품는 것을 알아채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의 이 지혜롭고 총명하고 사랑스러운 둘째 아들을 제 형에게서 목숨을 빼앗기지 않게 하리라. 무슨 수를 써서라도 동생의 소재를 알지 못하게 해야겠다.’그때 남쪽에 우선야니(優禪耶尼)라는 성이 있었는데, 그 성에서 멀지 않은 곳에 빈타산(頻陀山)이 있었고, 그 산 속에 늙은 선인(仙人)이 살고 있었으니 이름이 아사타(阿私陀)였다. 그는 모든 위타론을 비롯한 일체의 논을 환히 꿰뚫고 있었으며, 4선과 5신통도 갖추고 있었다. 그런데 이 사람은 나라타 동자의 외숙이었다.
그리하여 국사 바라문과 그 부인은 아들 나라타를 데리고 그 산 속으로 가서 아사타 선인에게 맡겨 제자로 삼게 하였다. 아사타 선인은 나라타를 맡아서 잘 가르치고 이끌어 오래지 않아 나라타는 4선과 5신통을 완전히 성취하게 되었다.어느 때 범지(梵志) 아사타 선인은 제자 나라타를 데리고 산에서 나와 바라나성에 이르러 그 성 밖에 초가 암자를 지어서 기거하였다.
그는 낮과 밤 여섯 번씩 이렇게 큰 소리로 외쳐 가르쳤다.
“훌륭하고 훌륭하다, 너 나라타여. 부처님께서 이제 세상에 나셨다.이렇게 세 번 외쳤다. 너는 그 분에게 가서 머리를 깎고 출가하여 범행을 수행하라. 반드시 영원토록 큰 이익을 얻고 큰 쾌락을 얻으며 자기도 이롭고 남도 이롭게 할 것이다.”그 늙은 아사타 선인은 이런 말로 제자 나라타를 가르치다가 얼마 되지 않아 목숨을 마쳤다. 아사타 선인이 죽자 그가 지녔던 세간의 이양(利養)과 명예와 소문은 모두 제자 나라타가 얻게 되었다. 그러나 나라타는 세간의 이양이나 명예를 탐착하는 마음이 있었기 때문에 바른 생각이 없었으며, 다시 더 진전해서 구하려는 생각도 내지 않았다. 또한 부처님이 있고 법이 있고 승가가 있음을 믿지 않았다.한편 바다 속에는 이라발(伊羅鉢)수나라 말로는 곽향엽(藿香葉)이라 함이란 용왕이 있었는데, 그는 용의 몸을 받자 마음에 싫은 생각이 나고 해탈을 구하여 더럽고 악한 생각을 즐기지 않고 이런 생각을 하였다.
‘지난 옛날 세존이셨던 가섭 여래ㆍ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께서 친히 나에게 <너 큰 용왕은 지금으로부터 수십 년, 수백 년, 수천 년, 수백천 년, 또 수백천만억 년을 지나서 한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리니, 이름을 석가모니ㆍ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라 하실 것이다>고 수기를 주셨다. 그런데 지금 이미 이렇게 한없고 가없는 수백천만 년이 지났는데, 이제 그 석가여래께서 세상에 나셨을까?’이때 용왕이 또 하나 있었으니, 이름을 상거(商佉)수나라 말로는 나(蠡)라고 함라 하였다. 그 용왕의 궁전에는 항상 수없이 많은 용들의 모임이 있었는데, 그 모임에는 용왕들 백천 명이 운집하였고, 이라발용왕 또한 그 궁에 있었다.
또한 금제(金齊)라는 야차왕이 이라발용왕과 좋은 친구로 지내었는데, 그도 용들의 모임에 참석해 있었다.그때 이라발용왕은 대중 가운데서 야차왕을 보고 이렇게 물었다.
“그대는 지금 혹시 세간에 석가 여래ㆍ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께서 출현하셨는지 알고 있는가?”
야차왕이 용왕에게 대답하였다.
“크게 훌륭하신 용왕이여, 저는 석가여래께서 출현하셨는지 하지 않으셨는지에 관해서는 잘 모릅니다. 그러나 용왕이여, 저 광야 한가운데 성이 하나 있는데, 그 성은 본래 아라가반타(阿羅迦槃陀)수나라 말로는 광야궁전(曠野宮殿)이라 함라 불리는 야차의 궁전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성에는 예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두 편의 게송이 있는데, 그 게송에 이르기를 ‘만약 부처님께서 세간에 나지 않으신다면 이 게송을 읽을 수 있는 사람은 영원히 없을 것이다. 설령 읽는 자가 있다 하더라도 게송의 뜻을 풀이할 수는 없을 것이다. 만약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하신다면 그 때는 읽을 수는 있겠으나 뜻을 해석할 사람은 없을 것이요, 오직 여래ㆍ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만이 이 뜻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어쩌면 부처님에게서 가르침을 듣고 풀이하는 자도 있을 것이다’고 전해지고 있는 것만은 제가 알고 있습니다.”그러자 이라발용왕이 그 야차왕에게 이렇게 물었다.
“그대는 지금 그곳에 가서 그 게송을 읽어 올 수 있는가?”
금제 야차왕은 이라발용왕에게서 이 말을 듣자 곧 아라가반타 궁전에 가서 그 게송을 읽어 가지고 서둘러 이라발용왕에게 돌아와 말하였다.
“크게 훌륭하신 용왕이여, 오늘은 크게 기뻐해야 할 날입니다. 왜냐 하면 석가모니ㆍ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ㆍ대성 여래께서 지금 이미 세상에 출현하셨습니다. 그 사실을 어떻게 알았는가 하면, 제가 그 게송을 읽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미 그 게송을 가지고 왔으니, 만약 누구든지 이 게송의 뜻을 풀이해서 널리 설명할 수 있다면 그 사람이야말로 진짜 부처님임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이라발용왕은 마음이 크게 기뻐 온몸으로 환희가 넘쳐나 주체할 수 없는 가운데 곧 금제 야차왕으로부터 게송을 받았다.
이때 상거용왕에게는 상분(常分)이란 이름의 딸이 있었는데, 생김새가 매우 단정하여 사랑스러웠고 가장 아름다운 꽃 같은 미모를 지녀서 모든 이들의 사랑을 받았으며, 세상에는 그녀의 미모를 짝할 자가 없었다.그때 그 모임에 있던 여러 용왕들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매달 8일, 14일, 15일이나 혹은 23일 및 29일과 30일에 값비싼 금 그릇에 은 조[粟]를 가득 담고, 은 그릇에는 금 조를 가득 담아 용녀의 몸을 아름답고 화려하게 꾸미고 온갖 장신구로 치장시켜서 이 용궁에서 나가 저 항하(恒河) 언덕 위의 육지에 세워 두고서 이 두 편의 게송을 설하여 모든 사람들에게 보여 주리라.’
무엇에 자재하기에
물들어 집착하는 것을 물든다 하는가.
어떤 것을 깨끗하다고 하고
어떤 것을 어리석다고 하는가.
어리석은 사람은 왜 미혹하고
어떤 사람을 지혜로운 이라 하는가.
어찌하여 만나면 이별하며
인연을 다했다고 이름하는가.
때에 그 용왕은 이 게송을 읊고 나서 널리 온 세상에 고하였다.
“만약 이 게송을 잘 해설하는 사람이 있으면 우리들은 이 금과 은 그릇에 가득 담긴 조와 용왕의 딸을 보시하고, 곧 그 사람을 부처로 여길 것이다. 만약 누구든지 그 분에게 듣고 와서 우리들에게 설명해 주어도 또한 그렇게 보시할 것이다.”
이때 상거용왕과 이라발용왕을 비롯한 여러 용왕들은 세존을 보고자 세존을 우러르고 기다리며 항상 초승과 그믐의 8일과 14, 15일에 아주 좋은 금 그릇에 은 조를 가득 담고, 은 그릇에는 금 조를 가득 담은 뒤에 화려하게 치장한 용왕의 딸에게 들려서 항하 언덕 위 육지에 내놓았다. 그리고 그 두 용왕은 함께 “무엇에 자재하기에…… 인연을 다했다고 이름하는가”라는 게송을 읊었고, 또다시 이렇게 말하였다.
“만약 누구든지 이 게송의 뜻을 풀이할 수 있다면 우리는 이 금은 그릇과 아름답고 예쁜 용왕의 딸을 보시할 것이다.”
용왕들이 이렇게 말하자, 그 소리는 사방팔방에 널리 퍼져 모든 산이나 숲, 물 속이나 육지 그리고 바라문ㆍ장자들에게까지 들렸다.
그들은 서로에게 이렇게 일러 주었다.
“초승과 그믐의 6일 동안 항상 저 두 용왕이 물에서 나와 두 그릇에 금은의 조를 가득 담아서 화려하게 장식한 용왕의 딸에게 들린 뒤에 항하 언덕 위에서 ‘무엇에 자재하기에…… 인연을 다했다고 이름하는가’라는 두 편의 게송을 읊고 있다.또 그들은 ‘만약 누구든 이 게송을 풀이한다면 우리는 이 두 그릇과 용녀를 보시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이때 바라문과 장자들은 두 용왕의 이런 말을 듣고 사방팔방에서 앞다투어 몰려와 그 용왕의 처소에 모여 서로 자기가 그 게송의 뜻을 풀이해 보겠다고 큰소리를 쳤다. 그러나 용에게 가서는 게송을 읽지도 못하고 또 뜻을 해석하지도 못하였다. 어떤 사람은 이 게송을 읽고 나서 도리어 두 용왕에게 이 게송이 뭐냐고 묻거나 또는 게송의 뜻이 뭐냐고 묻기까지 하였다.한편 나라타 동자 선인은 마가다국에 있으면서 그 나라의 모든 백성들의 스승이 되었고, 그 나라의 백성들은 한결같이 나라타 선인을 존중하여 섬기고 찬탄하며 이렇게 찬양하였다.
“이 동자는 스스로 알고 또 남에게 가르쳐 알게 하며, 스스로 보고 또 남에게 보게 한다.”
그때 그 마가다국의 모든 백성들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나라타 선성(仙聖) 동자는 이미 스스로 알고 보며 남을 가르쳐 알고 보게 한다. 우리는 저 두 용왕에게 이 두 게송을 들었지만 아무도 외우거나 풀이하는 이가 없었다. 그러니 나라타 선인에게 가서 이 일을 말해 보아야겠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마가다국의 모든 바라문과 장자들은 곧 나라타 선인 동자가 살고 있는 곳으로 가서 자세히 말하였다.
“만약 적당한 때라고 생각한다면 항하 언덕 위에 두 용왕이 있으니, 하나는 상거이고, 다른 하나는 이라발인데, 항상 초승과 그믐의 엿새에 금과 은 그릇에 조[粟]를 담고 딸을 데리고 항하 언덕으로 올라와서 누구든지 이 게송의 뜻을 해석한다면 곧 그에게 보시하겠다고 합니다. 그 두 게송이란 ‘무엇에 자재하기에…… 인연을 다했다고 이름하는가’라고 하는 것입니다.”그러자 나라타 선인 동자는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마가다국 백성들의 존귀한 스승이고 저 백성들은 하나같이 나를 공양하며 존중히 받들어 섬기고 우러르면서 내가 스스로 알고 보고 또 남을 가르친다고 찬양하고 있다. 그런데 내가 만약 저 백성들 앞에서 게송의 뜻을 모르겠다고 하면 이 백성들은 나를 비웃고 모욕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모든 이익과 이양(利養)과 명예가 줄어들 것이고 나는 끝내 이것을 다 잃고 말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곧 그 마가다국 모든 바라문 장자들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당신들과 함께 두 용왕에게 가서 두 게송을 듣고 그 뜻을 알아보기로 하겠소.”그리하여 나라타 선인 동자는 마가다의 장자와 백성들과 바라문들이 그를 앞뒤로 에워싸는 가운데 나라타 동자 선인이 우두머리가 되어 두 용왕에게 나아갔다. 그곳에 도착해서 이렇게 말하였다.
“두 큰 용왕이여, 부디 우리들에게 두 게송을 말해 주시오. 나는 게송을 듣고 그 뜻을 생각해 보겠소.”
그러자 상거 등의 두 용왕은 그 선인을 위하여 게송을 읊었다.
“무엇에 자재하기에…… 인연을 다했다고 하는가.”나라타 동자는 그 두 용왕에게 말하였다.
“내가 이제 당신들 두 용왕에게 이 두 게송을 받았으니, 앞으로 7일 후에 다시 와서 당신들에게 이 게송의 뜻을 대답하겠소.”
두 용왕은 말하였다.
“그대의 말대로 하겠습니다.”그리하여 나라타가 두 용왕에게서 게송을 받아 가지고 자기 처소로 돌아가자, 마가다국의 모든 백성들과 또 교살라국의 모든 백성들, 나아가 구류국ㆍ박차라국의 모든 백성들은 나라타 동자 선인이 상거 용왕과 이라발 용왕에게서 두 게송을 받았는데, 앞으로 7일 뒤에 다시 그곳으로 가서 게송의 뜻을 대답한다는 말을 서로 전하여 듣고, 코끼리가 끄는 수레며, 말이 끄는 수레, 소가 끄는 수레 등 온갖 수레를 타고 혹은 걸어서 구름처럼 모여들었다.그때 항하의 양쪽 언덕에는 8만 4천의 무리들이 삽시간에 모여들어 모두 나라타 선인과 두 용왕이 게송을 해설하는 것을 듣고자 삽시간에 모여들었다.
이때 바라나성에는 여섯 스승[六師]이 있었는데 각기 자기가 제일이라며 자처하고 있었다. 그 여섯 스승이란, 부란나 가섭(富蘭那迦葉)ㆍ마살가리 구사리가(摩薩迦梨瞿奢梨迦)ㆍ아기다 기사가마라(阿耆多祁奢迦摩羅) ㆍ파라부다 가차야나(波羅浮多迦遮耶那)ㆍ산사이비 라사수부다라(刪闍夷毘羅師誰富多羅)ㆍ니건타 약기부다라(尼乾他若祁富多羅)였다.나라타 동자 선인은 곧 그 여섯 스승들에게 가서 이 두 게송의 뜻을 물었다. 하지만 그 여섯 스승들은 이 게송의 뜻을 몰랐을 뿐만 아니라 나라타에게 더욱 분노심을 일으키면서 오히려 그에게 이렇게 물었다.
“이 두 게송에 무슨 뜻이 있느냐?”이 때는 세존께서 막 정각(正覺)을 이루시고 저 바라나성 녹야원 옛 선인들이 머물던 곳에 계셨다. 때마침 나라타 동자 선인은 이렇게 생각하였다.
‘이 사문이 바라나성 녹야원 옛 선인들이 살던 숲 안에 있으니, 나는 이제 그에게 가서 이 두 게송의 뜻을 물어 보아야겠다.’
그러다 생각을 고쳤다.
‘나이가 많이 들고 덕이 높으며 일체 국왕의 스승이 되기에 족하고 출가한 지도 이미 오래된 이른바 부란나 가섭이나 니건타 약기부다라 등과 같은 다른 사문 바라문들도 내가 이 두 게송을 물었지만 알지 못하였다. 그런데 하물며 이런 나이 어린 사문이 어떻게 대답하겠는가. 나이도 어린 데다가 출가한 지도 얼마 되지 않으니, 내가 이 두 게송의 뜻을 물어도 그는 대답하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또다시 생각하였다.
‘그러나 나이 어린 사문이나 바라문도 함부로 가볍게 여겨서는 안 된다. 왜냐 하면 어쩌면 저 나이 어린 사문이나 바라문들도 총명하고 지혜가 훌륭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는 그 큰 사문에게 가서 이 게송의 뜻을 물어 보기나 해야겠다.’그리하여 나라타 동자 선인은 곧 부처님 계신 곳으로 갔다. 그는 부처님 처소에 도착하자 부처님과 함께 서로 인사를 하고 위로하며 여러 좋은 말과 능숙한 대화들을 주고받은 뒤에 곧 한쪽에 물러앉았다. 그는 한쪽에 앉고 나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대덕 존자이신 사문 구담이시여, 제가 존자에게 한 가지 뜻을 묻고 싶은데 존자께서 허락해 주시겠습니까?”
부처님께서는 동자에게 이르셨다.
“그대 동자여, 그대가 무엇을 묻든지 내가 풀이해 주겠다.”
나라타 동자는 부처님의 허락을 얻고 곧 게송을 읊어 부처님께 물었다.
무엇에 자재하기에
물들어 집착하는 것을 물든다 하는가.
어떤 것을 깨끗하다고 하고
어떤 것을 어리석다고 하는가.
어리석은 사람은 왜 미혹하고
어떤 사람을 지혜로운 이라 하는가.
어찌하여 만나면 이별하며
인연을 다했다고 이름하는가.
세존께서는 그 말을 듣자 곧 나라타 마나파에게 게송으로 답하셨다.
제6식이 자재로운 까닭이니
심왕(心王)이 물든 것을 물들었다 하네.
물들 것이 없는데 물드니
이것을 어리석다 이름하네.
큰 물에 빠진 까닭에
방편을 다한다고 이름하나니
모든 방편을 다하게 되면
이것을 지혜로운 이라 이름하네.
나라타 동자는 부처님에게서 이런 게송을 듣자 마음과 뜻이 열리고 이해하게 되어 커다란 기쁨이 일었다. 온몸에 기쁨이 차올라 자기도 모르게 뛰어올랐다. 그리하여 곧 상거와 이라발 두 용왕에게 달려가서 말했다.
“당신들 용왕은 나에게 게송을 읊고 물어 보시오.”
용왕들은 두 편의 게송을 나라타 동자에게 물었다.
“무엇에 자재하기에…… 인연을 다했다고 이름하는가?”그러자 나라타 동자는 두 편의 게송으로 용왕들에게 대답하였다.
“제6식이 자재로운 까닭이니…… 지혜로운 이라 이름하네.”이때 이라발용왕은 이 게송을 듣고 생각하였다.
‘나는 이제 위없는 세존을 만났다. 가장 훌륭한 수가타(修伽陀)를 만났다. 나는 이제 세존께서 출현하신 것을 알았다. 수가타 대성 세존께서 우리들을 위하여 나시고 우리들을 위하여 세상에 출현하셨으며 우리들을 위하여 깨달음을 얻으셨다.’이렇게 두 번 말하였다.이라발용왕들은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나라타 동자에게 물었다.
“동자여, 우리에게 진실하게 말해 주시오. 이것은 동자 당신의 말솜씨의 힘이요, 그렇지 않으면 다른 이에게 듣고 이 뜻을 풀이한 것이오? 선인 동자여, 우리는 진실로 인간 세상이나 천상에 살고 있는 그 어떤 사문이나 바라문들, 혹은 그 어떤 하늘의 존재나 인간 중에서도 제 스스로의 말솜씨로 이 두 게송을 알고 말할 사람이 있는 것을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럴 리가 없습니다. 그러나 오직 여래 위없는 세존이나 부처님의 사문에게서 듣는다면 그 때에야 비로소 말할 수 있을 것입니다.”그러자 나라타 동자는 곧 게송으로 두 용왕에게 대답하였다.
용왕의 말처럼 이것은 내 말이 아니오.
대성 세존께서 이미 세상에 출현하셨소.
모든 상호를 갖추어 온몸을 장엄하신
그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소.
그러자 이라발용왕은 곧 선인 동자 나라타에게 게송으로 물었다.
대선께서는 지금 부처님 말씀이라 하셨는데
잠자다가 꿈결에 들었소?
만약 분명히 대면해서 말씀을 받았다면
부디 다시 한 번 찬탄하여 말해 주시오.
나라타 동자는 자기가 본 대로 다시 게송으로 용왕에게 대답하였다.
천상과 인간 세상에서 자재로운 대장부께서
지금 바라나 녹야원에 계시는데
이미 위없는 법륜을 굴리시니
마치 사자처럼 제타 숲에서 법을 설하고 계시오.
이라발용왕이 다시 나라타 동자에게 말하였다.
당신이 지금 불세존이라 하신 말
내 오래도록 듣지 못하다 이제야 들었소.
이미 들었으니 당신과 함께 나아가
그 희유하고 불가사의함을 봅시다.
옛날에 보았는데 이제 거듭 보게 되네.
정각 여래의 모든 상호가
오늘에야 비로소 세상에 나셨으니
우담발화처럼 만나기가 어렵네.
많은 세월 지나서 한 번 나시네.
청정하기 마치 하늘의 달과 같고
모든 상호를 구족하여 몸을 장엄하시고
가장 높은 보리를 바로 깨쳤네.
오래도록 끊어져 못 듣던 그 소리
낭랑하게 울리니 범천의 메아리 같네.
모든 중생 이 음성 들을 수 있다면
부처님을 따라 해탈문에 들리라.
그때 이라발용왕은 게송으로 불세존을 찬탄하고 나서 거듭 나라타 선인 동자에게 말하였다.
“나라타 선인이여, 당신은 부처님이라 말하였소.”
나라타 동자는 대답하였다.
“나는 부처님이라 말하였소.”범본(梵本)에서는 두 번 묻고 두 번 대답하였다.용왕은 또 말하였다.
“나라타 선인이여, 이러한 사자후가 세상에 나기란 매우 어렵습니다. 이른바 그 부처님이신 불세존이십니다. 나라타 선인이여, 그 아라하ㆍ삼먁삼불타께서는 지금 어느 곳에 계십니까?”그러자 나라타 선인은 곧 옷을 바로 하고 오른 소매를 벗어 메고 합장한 뒤에 부처님 계신 곳을 향하여 용왕에게 가르쳐주며 말하였다.
“당신들 용왕께서 만약 알고자 하면, 그 불ㆍ여래ㆍ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께서는 지금 저곳에 계십니다.”이라발용왕은 부처님의 처소를 알고 곧 옷을 정돈하여 오른 소매를 벗어 메고 오른 무릎을 땅에 대고 부처님 계신 곳을 향하여 합장하고 세 번 이렇게 불렀다.
“나무 세존ㆍ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이렇게 세 번 말하였다.그리고 나서 이라발용왕은 나라타 동자 선인에게 말하였다.
“동자 선인이여, 우리 함께 세존ㆍ다타아가도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님의 처소에 가서 예배 공양합시다.”
나라타는 용왕들에게 말하였다.
“훌륭하십니다, 용왕이여. 우리 함께 갑시다.”그리하여 이라발과 상거 두 용왕과 그 밖의 한량없는 모든 용의 권속들과 나라타 마나파 선인을 비롯하여 8만 4천의 모든 중생들이 다 부처님 처소로 향하였다.그때 이라발용왕은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내가 지금 변화한 몸으로 부처님을 뵙는다면 그것은 옳은 일이 아니다. 마땅히 내 업보의 몸으로 가서 세존을 뵈어야겠다.’그리하여 이라발용왕은 자기 용궁에 이르러 자기의 업보의 모습으로 부처님을 뵙고자 하였다. 그런데 북천축(北天竺) 특차시라성(特叉尸羅城)에서 바라나국까지는 360유순이나 되었다. 그 용왕이 궁전을 나와 부처님을 보려 할 때 머리는 이미 불세존 처소에 이르렀지만 꼬리는 아직도 자기 궁전에 있었다. 그 용의 머리는 모양이 마치 통나무 배[船] 같고, 그 목은 마치 코끼리 코에서 물을 내는 듯하였고, 귀와 눈은 마치 교살라국의 동발(銅鉢) 그릇과 같았으며, 입에서는 불길이 내뿜는데 마치 두터운 구름에서 번개가 치듯 하였고, 숨쉬는 소리는 구름 속에서 울리는 우렛소리처럼 우르릉 우르릉 소리가 났다. 그리하여 그 8만 4천의 중생들도 모두 다 이라발용왕을 따라갔다.
그런데 이라발용왕이 멀리서 여래를 보니 그 모습이 매우 단정하고 빛나는 상호가 예사롭지 않았으므로 마음에 커다란 기쁨이 일어났다. 그리고 나아가 허공 중의 별들처럼 화려하고 찬란하게 빛나고 있었다. 용왕이 부처님을 뵙자, 청정한 마음, 바로 믿는 마음이 일어났고, 한없는 기쁨이 마음속에 솟구쳐 오르는 채 부처님 처소로 나아갔다.세존께서는 멀리서 이라발용왕이 다가오는 모습을 이미 보시고 말씀하셨다.
“어서 오너라, 어서 오너라. 이라발용왕이여, 오래도록 만나지 못하였구나. 왕의 몸은 편안한가? 병은 없고 괴롭지는 않은가? 모든 권속들도 병이 없고 건강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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