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불본행집경(佛本行集經) 36권
불본행집경 제36권
수 천축삼장 사나굴다 한역
39. 야수타숙연품(耶輸陀宿緣品)
그때 천축국 바라나성에는 매우 부유한 장자인 거사(居士)가 네 사람 있었는데, 그들은 가장 훌륭한 사람들이었다. 그 네 사람의 이름은, 첫째는 비마라(毘摩羅)수나라 말로는 무구(無垢)라고 함요, 둘째는 수파후(修婆睺)수나라 말로는 선비(善臂)라고 함요, 셋째는 부란나가(富蘭那迦)수나라 말로는 만족(滿足)이라 함요, 넷째는 가파발제(伽婆跋帝)수나라 말로는 우주(牛主)라고 함이다.
그들은 다른 사람들에게서 야수타 선남자가 사문에게 가서 범행(梵行)을 수행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이렇게 생각하였다.
‘참으로 신기한 일이구나. 그 위대한 사문의 법행(法行) 가운데 범행은 견고하여 흔들리지 않을 것이며 다른 이보다 뛰어나며, 그 법회(法會)의 모임은 반드시 으뜸가게 될 것이다. 왜냐 하면 야수타 선남자가 사문 곁에 가서 범행을 받아 행하고 곧 출가했기 때문이다. 우리도 이제 저 위대한 사문 곁에 가서 범행을 닦기를 청해야겠다.’
그들은 이렇게 의논하고 나서 함께 야수타에게 갔다. 그들은 야수타를 만나 좋은 말과 착하고 훌륭한 말로 속내 이야기를 나누었고 기쁜 말로 대화를 나누며 공경하는 마음으로 안부를 묻고 위로한 뒤에 각각 한 옆에 앉은 뒤에 그 네 장자는 함께 야수타에게 말하였다.
“존자 야수타여, 이 범행은 반드시 견고하여 틀림없이 다른 가르침보다 뛰어날 것이며, 이런 법의 모임은 공경할 만하고 애정을 가질 만합니다. 당신이 지금 위대한 사문 곁에서 범행을 받아 행하듯 우리도 이제 저 위대한 사문 옆에서 범행을 닦으려 합니다.”그러자 장로 야수타는 곧 그 바라나성의 장자 네 사람과 함께 부처님 계신 곳에 가서 그 발에 이마를 대고 절을 한 뒤에 물러나 한 옆에 앉았다. 야수타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대각 세존이시여, 여기에 있는 장자 네 사람은 제가 집에 있을 때 모두 저의 벗이었고 한결같이 훌륭한 선남자들로서 그 이름은 무구ㆍ선비ㆍ만족ㆍ우주라고 하는 이들입니다. 그들이 오늘 여기 와서 세존께 귀의하고자 합니다. 어지신 세존이시여, 부디 이 장자 네 사람을 위해서 마땅한 법을 설하시고 가르치고 인도하여 주소서.”
이때 세존께서는 큰 자비를 내시고 가엾게 여겨서 그 네 장자를 위하여 차례차례로 방편으로 미묘한 법을 말씀하셨으니, 이른바 보시ㆍ지계ㆍ인욕과 나아가 여러 가지 법의 요긴한 것들이었다.
그 장자들은 부처님의 이런 법상(法相)을 듣고 곧 그 자리에서 티끌과 때를 멀리 여의고 모든 집기한 법[集法]을 다 알고 또 멸하는 법[滅相法]에 대해서도 진실하게 알게 되었다. 마치 때가 묻지 않은 깨끗한 옷이 염료에 들어가면 그 색을 고스란히 다 받아들이듯이 그와 같이 네 명의 장자는 그 자리에서 모든 번뇌와 집기하는 법과 멸하는 법을 알고 여실히 증득하여 깨달았다.
장자 네 사람은 모두 다 이와 같은 모든 법상(法相)을 보고 법상을 얻고 법상을 증득하고 법상에 들어 번뇌의 자갈밭을 건너서 마음에 걸림이 없고, 모든 의심의 그물을 건너고, 번뇌를 없애어서 두려움이 없는 경지를 얻었는데, 다른 가르침을 따라서 안 것이 아니라 부처님 법에 의지해 행한 것이었다.그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 발에 이마를 대고 절을 하고 부처님 앞에 무릎을 꿇고 합장한 뒤 아뢰었다.
“대각 세존이시여, 저희들은 지금 불세존 곁에서 출가하여 부처님께서 가르치시는 법에 따라 구족계를 받고자 합니다.”그러자 세존께서는 장자 네 사람에게 이르셨다.
“너희 비구들아, 청정하게 잘 왔다. 나의 법에 들어와 범행을 행하면 모든 괴로움이 멸하기 때문이다.”
이때 세존께서 이렇게 말씀하시자 그 바라나의 장자 네 사람은 머리털과 수염이 저절로 떨어져 삭발한 지 7일 정도 지난 것처럼 되었으며, 몸에는 저절로 3의가 입혀졌고 손에도 발우가 들려졌다. 그리하여 곧 그 장자 네 사람은 출가를 이루고 구족계를 받았다.
그때 네 장자는 출가한 지 오래지 않아 구족계를 받고 한 곳에 머물면서 모든 번거로운 일을 다 버리고 몸과 입을 삼가하고 방일하지 않고 부지런히 정진하였으며, 한적한 곳에서 선행(善行)을 행하여 홀로 앉고 홀로 일어나기를 한 번도 쉬지 않았으며, 머리에 붙은 불을 끄듯 난야(蘭若) 안에 머물렀다. 그 모든 선남자들은 도를 구하기 위하여 바른 믿음으로 출가하여 오래지 않아 위없는 범행을 얻고 스스로 법상(法相)을 보고 스스로 모든 신통을 증득하여 두려움이 없이 행하면서 이렇게 소리내어 말하였다.
“이미 생사를 끊고 범행의 과보를 얻었으며 할 일을 이미 다하여 내생에 다시 후세의 유(有)를 받지 않고 스스로 알고 스스로 증득하였다.”
그 네 장자는 다 일시에 아라한을 이루고 마음이 잘 해탈하였다.
이리하여 세간에는 열한 사람의 아라한이 있었으니, 첫째는 세존이시고, 둘째는 다섯 비구, 셋째는 야수타와 그의 재가 시절에 가장 친한 벗이었던 네 명의 장자인 선남자들이었다.그때 장로 야수타는 집에 머물러 있을 때 친구가 50명이 있었는데, 이들은 여러 다른 나라에서 왔거나 혹은 어려서부터 함께 자란 선남자들이었다. 그들은 야수타 선남자가 위대한 사문 곁에서 범행을 닦고 있다는 말을 듣고 함께 말하였다.
“그의 범행은 틀림없이 뛰어날 것이고, 그 법의 모임은 견고할 것이다. 그 야수타 선남자가 위대한 사문을 섬기고 범행을 행하고 있으니, 우리도 이제 그 위대한 사문 곁에 가서 범행을 닦기를 청하자.”
그들은 이렇게 의논한 뒤에 함께 어울려 곧 야수타에게 갔다. 그리하여 야수타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는데, 서로 교묘하고 고운 문구와 가지가지 담론으로 문안하고 공경하고 나서는 한쪽 옆에 물러가 앉았다.그 50명의 친구들은 각기 다른 나라에서 가장 이름 있는 장자(長者)들이고, 지난날 야수타가 집에 머물러 있을 때 친한 벗들이었으므로 곧 함께 그에게 말하였다.
“그대 야수타여, 지금 이 범행은 반드시 다른 사람의 가르침보다 가장 좋은 줄 압니다. 그래서 장로께서는 위대한 사문 곁에서 범행을 닦는 것입니다. 우리도 기꺼이 당신과 함께 부디 저 위대한 사문에게 나아가 범행을 닦고 싶습니다.”그러자 야수타는 곧 그 50명의 옛 친구들과 함께 부처님 계신 곳에 나아가 부처님 발에 이마를 대고 절을 한 뒤에 물러나 한 옆에 앉았다. 야수타는 부처님께 아뢰었다.
“크게 어지신 세존이시여, 제가 지난날 집에 있을 때 이 50명의 친구들은 앞뒤에서 지낸 사이인데 모두 선남자들입니다. 그들이 지금 즐거이 여래께 귀의하고자 하니, 부디 세존께서는 큰 자비와 연민으로 그들을 위하여 법의 요체를 가르쳐서 그들을 일깨우고 가르쳐 인도해 주십시오.”그러자 세존께서는 곧 그들을 위해 수순하여 법을 설하셨고, 장자들은 부처님께서 말씀하시는 것을 듣고 나아가 진실하게 모든 것을 다 깨달았다. 그리하여 그 장로들은 모두 번뇌가 완전히 없어진 아라한을 이루어 마음이 잘 해탈하였다.
이리하여 세간에는 61명의 아라한이 있게 되었으니, 부처님과 다섯 비구와 야수타와 그 바라나성의 네 친구인 무구ㆍ선비ㆍ만족ㆍ우주와, 또 야수타의 재가 시절 친구였던 50명으로서 이들은 서로 다른 나라에서 불러 모인 선남자들이었다.그때 부처님께서는 바라나 녹야원에서 이런 사람들을 제도하시고 다른 곳으로 가려고 장로 야수타에게 이르셨다.
“너 야수타여, 너는 여기 있고 나를 따라오지 말아라. 왜냐 하면 너 야수타는 어려서부터 그 몸이 괴로웠던 적이 한 번도 없었고, 또 몸의 살결이 부드러워서 거친 옷을 입거나 나쁜 음식을 먹는 데 익숙하지 않기 때문이다. 너는 여기 있으면서 부모님이 베푸는 공양을 받으며 좋은 의식을 마음대로 받으라. 너의 부모는 너를 공양할 것이다.그러자 야수타는 가르침을 받들어 공경하면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의 가르침을 따라서 저는 감히 어기지 않겠습니다.”
야수타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바라나에 정착하고 옮겨 다니지 않았다.한편 천축국 바라나성에는 또 5백 명의 상인들이 있었는데, 야수타 재가 시절의 친구였던 이들이었다. 그들은 바다로 나아가서 보물을 캔 뒤에 동시에 집에 돌아와 서로 야수타가 있는 곳을 물었다. 그리고 나서 그들은 야수타가 위대한 사문 곁에서 범행을 닦고 있음을 알고 서로 말하였다.
“그의 범행은 틀림없이 으뜸가게 미묘할 것이며 가르치는 법이 남보다 훌륭할 것이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그 야수타 선남자가 어찌 마음을 돌려 그 위대한 사문에게 나아가 범행을 닦겠는가? 우리도 지금 그 위대한 사문 곁에 나아가 범행을 닦기를 청하자.”그리하여 5백 명의 상인들은 함께 모여서 장로 야수타에게로 가서 이렇게 말하였다.
“어지신 야수타여, 참 오랜만에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우리는 바다로 나아갔다가 지금 돌아와 당신이 출가한 소식을 듣고 찾아왔습니다. 편안하며 번뇌로움 없이 즐거우십니까?”
이렇게 여러 좋은 말로 안부를 물은 뒤에 각기 공손히 한쪽에 물러나 앉았다.5백 명의 상인들은 장로 야수타에게 말하였다.
“그대 야수타여, 지금 이것이 훌륭합니까?”
야수타가 대답하였다.
“그렇고 그렇소. 지금 이것이 가장 훌륭하오.”
그러자 그 5백 명의 상인들은 곧 집을 버리고 장로 야수타 곁으로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았으나 여러 해가 지나도록 도를 이루지 못하였다.이때 세존께서는 다른 나라를 유행(遊行)하시다가 돌아와 사바제성(舍婆提城)에 이르러 기타림(衹陀林) 정사(精舍)에 계셨다.
그때 그 장로 야수타는 홀로 많은 시간을 보낸 뒤에 하안거를 마치자 5백 명의 비구들과 함께 떠나갔다. 그는 부처님께서 기타 정사에 계신다는 소식을 듣고 그곳으로 가서 뵈려 하였기 때문이다. 그 나그네 비구들이 기타림 동산에 이르자 그곳 주인 비구들은 발우를 받아 들거나 혹은 옷짐을 받아 들고 방안으로 들였는데 이때 몹시 시끄럽고 큰 소리가 나 떠들썩해졌다.그러자 부처님께서는 그 까닭을 아시고 장로 아난에게 짐짓 물었다.
“장로 아난아, 지금 여기 무슨 일이 벌어지기에 이토록 큰 소리로 시끄럽게 떠드느냐?”
아난은 부처님께 아뢰었다.
“여래 세존이시여, 지금 밖에 장로 야수타가 상수가 되어 5백 명의 나그네 비구들을 거느리고 이곳에 와 있습니다. 저희들은 나그네 비구들이 온 것을 보고, 이곳에 본래부터 있던 모든 비구들이 서로 위로하고 안부를 묻고 옷과 발우를 받아 방안에 들이느라 이런 큰 소리가 일어났습니다.”그때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이르셨다.
“장로 아난아, 네가 만약 때를 알거든 나를 위하여 그 나그네 비구들을 불러오너라.”
아난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고 곧 그 나그네 비구들에게 일렀다.
“그대 장로들이여, 세존께서 당신들 모든 나그네 비구들을 부르십니다.”
모든 비구들은 아난의 말을 듣고서 답하였다.
“장로의 말씀대로 저희들은 그렇게 하겠습니다.”그리하여 5백 명의 모든 나그네 비구들은 아난의 이런 가르침을 듣고서 부처님께로 가서 부처님 발에 이마를 대고 절을 하고서 한쪽으로 물러나 잠잠히 섰다. 모든 나그네 비구들이 한쪽에 물러가서 묵연히 섰다.이때 세존께서는 그 모든 나그네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 비구들아, 무엇 때문에 세상 사람이 서로 다투고 소리 지르며 싸우듯 큰 소리를 내는 것인가? 너희들의 그 소리는 마치 어부들이 서로 앞다투어 물고기를 좇으면서 고함을 지르며 말하는 것 같구나. 너희 비구들은 모두 본래 살던 곳으로 돌아가라. 나는 이곳에서 너희들과 함께 있을 수 없다. 나는 너희들을 따라가겠다.”
그 5백 명의 새로 들어온 나그네 비구들은 부처님의 이런 말씀을 듣고 각기 아뢰었다.
“세존의 가르침대로 하겠습니다.”
그들은 부처님 발에 이마를 대고 절을 한 뒤에 두루 세 번 돌고 부처님께 이별을 고하고 옷과 발우를 들고 정사에서 나와 파라구마제(婆羅瞿摩帝)수나라 말로는 수미주(秀媚主)라고 함라는 이름의 강에 도착하였다. 그들은 강 언덕에 머물면서 밤낮으로 쉬지 않고 초저녁이나 새벽에도 눕거나 잠들지 않고 맹렬히 수도하여 조도법(助道法)을 증득하는 데에 온통 마음을 기울였다. 그들이 쉬지 않고 마음을 쓰자 오래지 않아서 원하던 일을 이루었다. 그들 선남자는 이미 각각 바른 믿음으로 집을 버리고 출가하여 능히 위없는 범행을 이루었으며, 스스로 법을 보고 모든 신통을 증득하고 일체 모든 번뇌를 끊고 스스로 말하였다.
“생사가 이미 다하고 범행의 과보를 얻어 해야 할 일을 다하였으므로 다시는 후세의 유(有)를 받지 않음을 스스로 증득하고 스스로 알았노라.”
그 모든 장로들은 다 아라한을 이루고 마음을 잘 해탈하여 다시는 두려움이 생기지 않았다.이때 세존께서는 사바제 기타 정사에 잠깐 머무신 뒤에 다시 여러 마을에 유행하시고자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차례차례 나아가시다가 비야리(毘耶離)에 이르셨다. 그 성에 도착하시자 원숭이 못에 가셨는데, 그 못가에 있던 풀로 얽은 정사에서 잠깐 머무셨다.때마침 해가 서산에 걸릴 무렵 부처님께서는 삼매에서 일어나 풀로 얽은 정사에서 나오셔서 맨 땅에 자리를 깔고 앉으시니, 비구들이 부처님의 앞뒤 좌우에서 두루 에워쌌다.
그때 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이르셨다.
“장로 아난아, 내가 파라구마제 강기슭의 여러 비구들이 거처하는 곳을 보니, 크게 광명이 있구나. 저 파라구마제 강 언덕에 있는 5백 명의 비구들은 이와 같은 삼매에 머물러 있구나.”부처님께서는 아난에게 이르셨다.
“너 이제 저 모든 비구들을 불러 나를 보러 오게 하여라.”
아난은 부처님의 명령을 듣고서 어떤 나이 어린 비구에게 가서 말하였다.
“훌륭하다 장로여, 그대는 빨리 저 파라구마제 강가에 가라. 그곳에는 지금 여러 비구들이 있는데, 그대는 그 모든 장로들에게 ‘세존께서 지금 장로들을 만나려 하시니 때를 알거든 빨리 가서 세존을 만나 뵈라’고 전하여라.”
그러자 그 나이 어린 장로 비구는 아난에게 대답하였다.
“존자의 가르침을 따라 그렇게 하겠습니다.”그리하여 그 나이 어린 비구는 마치 기운 센 장사가 팔을 굽혔다 펴는 것처럼 짧은 순간에 비리야에서 몸을 감추고 파라구마제 강가에 도착하였다. 그곳에서 모습을 나타내고 비구들에게 가서 이렇게 알렸다.
“훌륭하십니다, 장로들이여, 당신들은 지금 때를 알거든 세존께서 그대 장로들을 보시고자 하니, 빨리 부처님 계신 곳으로 나아가시오.”이 말을 들은 그곳의 비구들은 그 나이 어린 비구에게 말하였다.
“장로의 가르침을 따라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그 모든 비구들은 이 말을 듣자 마치 장사가 팔을 굽혔다 펴는 것처럼 짧은 순간에 그 파라구마제 강가에서 각각 몸을 숨기고 비야리성의 원숭이 못가에 있는 풀로 얽은 정사에 도착하여 곧 모습을 나타내었다.이때 세존께서는 바로 부동삼매(不動三昧)에 드셨는데, 그 야수타 장로도 부동삼매에 들었고, 그 5백 명의 비구들도 부동삼매에 들었다.
밤 초경(初更)이 지나자 아난은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 소매를 벗어 올리고 옷을 단정히 여미고서 합장하고 부처님께 여쭈었다.
“원하옵건대 세존이시여, 밤 초경이 된 듯합니다. 세존께서는 저 나그네 비구 스님들을 위로하고 일깨워 주옵소서.”
그런데 세존께서는 묵묵히 아무런 말씀이 없으셨다. 이렇게 하여 한밤중이 지나서 아난이 다시 청하였으나 세존께서는 묵묵히 계셨다.
그 밤 3경(更)이 지나서 아난은 다시 또 청하였으나 세존께서는 묵연히 말씀이 없으셨다. 새벽이 되어 북을 치려 하고 샛별이 나타날 무렵에 장로 아난은 다시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 소매를 벗어 올리고 옷을 단정하게 여민 뒤에 합장하고 부처님께 이렇게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굽어살피소서. 밤이 이미 후분(後分)이 되어 곧 북을 치고 샛별이 돋으려 합니다. 세존께서는 이제 모든 비구들을 가르치시고 그 모든 나그네 비구들을 위로하여 주소서. 비구들도 앉은 지 오래되어 몸이 피로합니다.”이때 세존께서는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장로 아난이여, 너는 이런 뜻을 모를 것이다. 왜냐 하면 만약 네가 이 이치를 알았다면 묻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지금의 이 삼매는 너의 경계가 아니다. 왜냐 하면 아난아, 내가 앞서 이 부동삼매에 들었을 때에 이 5백 명의 비구도 또한 장로 야수타를 상수로 하여 모두가 한결같이 부동삼매에 들어 있었다. 나는 지금 스스로 이런 이치를 알았노라.”
그때 부처님께서는 사자후로 게송을 읊으셨다.
번뇌와 온갖 욕망의 흙탕물을 이미 건넜고
또 이미 모든 악의 가시도 없앴고
그 탐진치를 완전히 없앤 곳에 이르렀으니
저 괴로움과 즐거움에 다시는 머물지 않네.
이미 저편 언덕으로 건너갔으니
이것을 이름하여 참다운 용맹이라 하네.
또는 악을 잘 부순 비구라 부르며
또 잘 해탈한 사람이라 이름하네.
그때 세존께서 이 게송을 읊으시자 그 5백 명의 모든 비구들은 마음에 희유하고 일찍이 없었던 일이라는 생각이 일었다. 희유하고 일찍이 없었던 일이라는 생각이 일어나자 서로에게 말하였다.
“모든 장로들이여, 참으로 신기하지 않습니까? 이 장로 야수타는 큰 신통이 있으며, 이 5백 명의 비구들에게도 모두 큰 신통이 있게 해 주었습니다. 이들은 옛날에 야수타와 벗이 되어 서로 어울렸고 그들 부모에게도 또한 다 덕이 있었습니다.”
그때 그 5백 명의 비구는 각각 마음에 의심이 생기자 세존께 자신들의 의심을 풀어 보려고 함께 부처님께 여쭈었다.
“지금 이 장로 야수타는 지난 옛날에 어떤 선근을 심었기에 금세에 몸을 받아 이렇게 집에 있을 때에는 큰 부자로서 재물과 보배가 많고 두 발 가진 것과 네 발 가진 것을 모두 갖춘 그런 집에서 난 것입니까? 그가 막 태어났을 때 그 위에 보배 일산이 덮였고, 또 그 부모는 야수타를 위하여 세 채의 집을 지었는데, 옛날에 어떤 업(業)의 인연으로 이런 과보를 얻은 것입니까? 또 모든 채녀들에 대하여 시체가 버려진 무덤처럼 생각하게 되었다가 어떤 인연으로 부처님을 만나 출가하여 구족계를 받고 아라한이 되었습니까? 또 어떤 인연으로 그 부모와 아내까지도 모두 성법(聖法)을 얻었고, 또 재가 시절의 벗과 온 국토의 상주(商主)와 조정(朝廷)의 친구들과 파라구마제 강가에 있는 5백 명의 비구들에게 아라한 과(果)를 얻게 하였습니까?”
이렇게 여쭙고 나서 모두들 잠잠히 있었다.그때 부처님께서는 그 모든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너희 모든 비구들아, 지극한 마음으로 자세히 들으라. 내가 생각건대 지난 옛날 바라나성에 한 사람이 있었는데, 무슨 일을 경영하고자하면서 이렇게 생각하였다.
‘내가 만약 이 일을 성취하고 나면 또다시 이런 일을 할 것이요, 그 일을 하고 나면 다시 이런 일을 할 것이다. 나는 이러한 모든 일을 마치고 난 뒤에 따로 온갖 맛좋은 음식과 좋은 음료수를 다 갖추어서 사문과 바라문에게 베풀리라. 그리하여 그들이 모두 다 배불리 먹을 수 있게 하리라.’그 사람은 이런 용맹한 마음의 선업의 인연과 모든 복덕에 힘입어 경영하는 일을 다 이루었다. 그는 일이 잘 이루어진 것을 보고 이른 아침에 일어나 여러 가지 맛난 음식을 매우 넉넉하게 빠짐없이 준비해서 성문으로 들고 나가 놓고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제 이 성문에서 제일 처음 만나는 사람이 사문이나 바라문이라면 나는 이 여러 음식을 그에게 보시하겠다.’그때 그 성문 밖에서는 나가라시기(那伽羅尸棄)수나라 말로는 성계(成髻)라고 함라는 이름의 벽지불이 한 사람 있었는데 항상 바라나성에서 살았다. 그런데 그 존자 벽지불은 이른 아침 동쪽에서 해가 뜰 때 옷을 입고 발우를 들고서 천천히 걸어 바라나성에 들어와 걸식하려 하였다.
이 사람이 멀리서 그 벽지불을 보니, 위의가 정숙하고 거동이 단정하고 걸음이 조용하여 어긋나게 옮기거나 좌우를 돌아보지 않고 천천히 바로 보고 걸으며, 행동거지가 신중하여 급하거나 느리지도 않고 서서 우러러보는 것이 또한 태연스러우며 얼굴과 옷이 잘 어울렸고 안팎의 위의가 엄숙하였다. 그 사람이 벽지불을 보고 나서 그 마음이 깨끗해져 커다란 기쁨이 일어나 그 음식을 벽지불에게 받들어 올렸다.
그때 그 벽지불은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나는 지금 여러 가지 맛좋은 음식의 보시를 얻었으나 공양할 때가 되지 않았으니, 잠깐 마음을 거두어 생각을 한 곳에 묶어 좌선을 해야겠다.’
이렇게 생각하고 한 옆으로 물러나 강 언덕에 이르렀다. 마침 그곳에 나무 한 그루가 있었는데, 그는 그 나무 아래 가부를 하고 앉아 바른 뜻으로 생각을 굳게 하고 몸을 단정히 하고 적정한 마음으로 흔들리거나 움직이지 않으면서 머물러 있었다.이때 바라나성에 파람마달다(婆嵐摩達多)수나라 말로는 범덕(梵德)이라 함라는 왕이 네 종류의 병사를 거느리고 성문을 나왔다. 이때 성 밖에서 문득 어떤 사람이 손에 일산을 들고 마을에서 오다가 왕과 마주쳤다. 그 사람은 멀리서 범덕왕이 앞에서 오는 것을 보고 속으로 이런 생각을 하였다.
‘나는 이제 국왕을 피하여 그가 나를 보지 못하게 해야겠다.’
그 사람은 이렇게 생각하고서 곧 길 아래로 내려가 다른 길로 접어들었는데 그 길을 따라서 파라나 강에 도착하게 되었다. 그 사람은 강가를 끼고 물길을 따라서 내려가다 얼마 가지 않아서 문득 그 벽지불이 강가 나무 밑에서 바른 생각으로 조금도 그 몸이 흔들리지 않는 채 가부를 하고 앉아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런데 햇빛이 그 벽지불의 몸에 내리쬐어 그의 몸에는 땀이 흐르고 있었다.
그 사람은 벽지불을 보고 이런 생각을 하였다.
‘이 선인(仙人)은 계행이 청정하니 반드시 모든 바른 법을 증득할 것이다. 그런데 지금 햇빛이 그 몸을 내리쬐니 얼마나 더위에 괴로울까?’
그는 이렇게 생각하고 나서 ‘내가 이제 이 일산을 가지고 그의 몸 위를 덮어서 그늘을 만들어 주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이때 그 벽지불은 공양할 때가 되자 이런 생각을 하였다.‘나는 밥 먹을 때가 되었다. 그러니 삼매에서 일어나야겠다.’
그 벽지불이 삼매에서 일어났을 때 그 사람이 일산을 가지고 몸 위를 덮어 주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벽지불은 그 사람을 가엾게 여긴 까닭에 허공으로 날아올라서 18가지의 변화를 부렸다. 즉 허공 속을 가고 움직이고 오갔으며, 무릎을 꿇기도 하고 서기도 하고 누웠다가 앉기도 하며, 다시 연기와 불길을 내뿜기도 하고 불빛을 놓기도 하고 물을 만들어 내기도 하였다. 그리하여 솟구쳐 오르거나 가라앉고 숨거나 나타내는 등 이렇게 한량없는 여러 가지 신통을 나타내 보였다.이때 그 사람은 곧 이 나가라시기 벽지불에게 깨끗한 믿음이 생겨나 지극한 마음으로 합장 정례하며 이런 원을 세웠다.
‘부디 제가 내세에 이런 성인이나 혹은 이보다 나은 분을 만나게 되면 그가 말하는 법대로 나도 그 법 가운데서 빨리 증득해 알기를 바라며 내세에 악한 갈래에 떨어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다시 그 벽지불에게 음식을 받들어 올리면서 물었다.
‘존자께서는 지금 어느 곳에 살고 계십니까?’
벽지불이 대답하였다.
‘나는 어느 곳에서 살고 나는 어느 곳으로 가는 중이오.’
그러자 그 사람은 벽지불이 거처하는 초가 암자로 가서 암자의 안팎을 깨끗이 쓸고 잡초를 뽑고 나서 그 벽지불에게 청하였다.
‘네 가지 물건을 공양 공급하겠습니다. 만약 필요한 것이 있으면 제가 일체 의복과 음식까지 모두 갖추어 드리겠습니다.’
이렇게 받들어 청하고 나서 자기 집으로 돌아가 부모와 처자, 권속과 그 밖의 한량없는 사람들에게 자기가 벽지불에게 한 약속을 들려주면서 또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오늘 이와 같은 계행을 지니고 이토록 청정하며 미묘한 법을 증득한 이런 선인을 만났소. 만약 그대들이 때를 알거든 그곳으로 가서 공양 존중하시오.’
그러자 그 사람의 부모 처자와 벗들과 모든 아는 이들이 그의 말을 듣고서 모두 벽지불에게 나아가 깨끗한 마음으로 공경하고 공양하였다.그때 그 사람은 잠깐 동안 지나서 이런 착한 생각을 내었다.
‘집에 있는 것은 큰 우환이며 번뇌에 얽히는 것이요, 출가하는 일은 아주 커다란 즐거움이다. 해탈과 무위는 집에 있어서는 하기 어려우니, 한결같이 때가 없는 것을 이룰 수도 없고 또한 한결같이 물들지 않음을 이룰 수 없으며, 목숨이 다하도록 청정하여 때가 없이 범행을 행하려 해도 끝내 얻지 못하리라. 나는 지금 그 선인 곁으로 가서 출가하기를 청하리라.’
이렇게 생각하고 그 사람은 곧 시기 벽지불 처소로 가서 말하였다.
‘훌륭하십니다, 대선(大仙)이여. 저의 출가를 허락해 주소서.’그러나 벽지불은 그의 출가를 허락하지 않았다. 그 사람은 거듭 청하고 다시 세 번째 청하였다.
‘훌륭하십니다, 대선이여. 저의 출가를 허락해 주십시오.’
그제서야 시기 벽지불은 마음으로 그 사람이 이렇게 세 번 청함을 어여삐 여겨 그에게 일러 주었다.
‘너 선남자여, 너는 이제 출가하고자 하거든 여기서 멀지 않은 곳에 모든 외도들이 있으니, 파리파라사(波梨婆羅闍)수나라 말로는 행행부행(行行復行)이라 함라 이름하니, 너는 그곳에 가서 수행하고 몸과 마음을 조복하여 수행해서 내세에 정법 가운데 출가할 인연을 취하라. 또 빌고 원하기를 미래세에 한 부처님께서 출세하여 석가모니여래라 이름하리니, 그 부처님을 보기를 원할 것이요, 그대가 그분을 만난다면 기회를 놓치거나 잃지 않게 할 것이요, 그 여래의 법의 가르침 속에서 출가하여 모든 괴로움을 버리고 떠날 것을 서원하라.’그 사람은 그 벽지불의 말을 듣고 공손히 받들어 어기지 않고 그의 수명이 다하도록 모든 공양구를 가지고 그 벽지불을 공양하였다.마침내 존자 나가라시기 벽지불은 인연에 따라 세상에 머물다가 반열반에 들었다. 그러자 그는 모든 권속들과 모여서 벽지불이 반열반에 든 것을 보고 곧 함께 벽지불의 몸을 가져다 법답게 공양하고 다비를 모시고 사리탑을 만들었다. 그리고 탑 위에는 동이를 엎은 것 같은 상륜[覆盆相輪]을 만들어 온갖 보석으로 이루어진 방울을 달고 번개와 일산과 향과 꽃과 가루향과 태우는 향과 등불을 끊어지지 않게 밝히고 공양하였다.이때 그는 이렇게 공양하고 나서 시간이 지난 뒤에 파리파라사에게로 가서 법 가운데 출가하였다. 출가한 뒤에도 그 숲을 의지하여 머물면서 이른 아침에 자주 바라나성에 들어가 걸식하며 지냈다. 하루가 지나서 바라나성에 들어가 걸식할 때 한쪽에 여자의 시체가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그 여자는 중병에 걸려 죽었는데 시신은 푸른색으로 썩어 들어갔고 구더기가 구멍을 뚫고 주변을 빨아먹고 있었다. 그는 이런 모습을 보자 가까이로 다가가서 열심히 관찰하고 살펴보다가 마음속으로 부정한 생각이 나서 버리고 갔다.
이렇게 몸이 부정하다는 것을 골똘하게 생각하며 기억하여 버리지 못하고 자주자주 또 생각하고 부지런히 성취하여 4선(禪)의 마음을 얻고 다시 거듭 이와 같은 원을 세웠다.
‘원하건대 미래세에 석가불께서 세상에 출현하실 때를 만나게 하소서.그리고 저의 소원이 원만하게 이루어져 그 분을 뵙는 날 부디 그 부처님 곁에서 동자로 출가하여 범행을 수행하며 그 불세존께서 설하시는 법을 제가 듣고 속히 증득해 알기를 원합니다.’
그리고 그 사람은 얼마 동안 세상에 살다가 드디어 목숨을 마쳤다. 목숨을 마친 뒤에 범천의 궁전에 태어났다가 다시 하늘에서 내려와 인간 세상에 났으며, 이러한 차례로 여러 겁(劫)을 지나다 마지막 몸을 받고서 이 바라나성에서 가장 큰 부자인 장자의 집에 태어났으니, 그 장자는 많은 돈과 재물과 옷가지와 노리개 등에 모자람이 없었다.”그리고 세존께서는 또다시 모든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다시 인연이 있으니 내가 자세하게 말해 주겠다. 지난 옛날을 기억해 보면 오래전에 이곳 바라나성에 가시국(迦尸國)이 있었는데, 그 왕의 이름은 기리시(▼(口*祁)𠼝尸)기(▼(口*祁))는 거(居)와 기(祁)의 반절이다. 수나라 말로는 손수(損瘦)라고 함였다. 그 기리시왕은 가섭불께서 반열반하신 뒤에 그 사리를 거두어 칠보탑을 세웠으니, 이른바 금ㆍ은ㆍ파리ㆍ유리ㆍ마노ㆍ산호ㆍ호박 등의 보배를 탑 속에 넣었고, 그 밖에 다시 돌로 쌓은 보배 탑을 세웠으니, 그 높이가 1유순이요, 너비는 반 유순이나 되었다.이때 그 나라 기리시왕이 세운 탑의 이름은 타사파리가(陀奢婆梨伽)수나라 말로는 십상(十相)이라 함라고 하였는데, 그 탑 상륜(相輪)의 첫째 복분(覆盆)은 기리시왕이 만들었고, 둘째 복분은 왕비가 만들었으며, 셋째 복분은 왕의 맏아들이 만들었고, 넷째 복분은 공주 마리니(摩梨尼)수나라 말로는 소만(小鬘)이라 함가 만들었고, 다섯째 복분은 둘째 왕자가 만들었고, 여섯째 복분은 셋째 왕자가 만들었고, 일곱째 복분은 넷째 왕자가 만들었다. 너희 비구들은 알아 두어라. 그때 그 기리시왕의 셋째 왕자가 가섭불ㆍ아라하ㆍ삼먁삼불타를 위해서 사리탑 위의 여섯째 층에 복분을 만들었으니, 그가 바로 지금의 야수타 비구의 몸이었다.”부처님께서는 다시 비구들에게 이르셨다.
“또 저 과거 가라시기 벽지불 옆에서 일산을 들고 그늘을 만들어 주었던 사람도 또한 지금 이 야수타 비구의 몸이었다. 저 야수타는 손에 일산을 들고 벽지불 위에 그늘을 만들어 주었고, 가섭여래의 사리탑 위에 화려하고 빛나는 복분상륜(覆盆相輪)을 만들었으므로 그런 업연의 과보가 익은 까닭에 막 태어났을 때 머리 위에 저절로 보배 일산이 있게 된 것이다.또 지난 옛날에 나가라 벽지불을 위해 초가 암자를 지어 주고 여러 가지 필요한 재물들을 가지고 그 시기 벽지불 처소에 가져갔으며, 또 여러 가지 의복과 음식을 공양한 인연의 과보 때문에 이제 모든 것을 갖춘 장자의 집에 태어난 것이요, 한창 나이때 부모가 그를 위해 세 채의 집을 지어 주고 온갖 것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복의 과보를 받은 것이다.또 지난 옛적에 숲에서 죽은 여자의 시체를 보고 부정하다는 생각을 내었고 생각생각이 서로 이어져 그렇게 마음을 집중한 선업 과보에 의해 이번 생에 집에 있다가 모든 채녀들의 몸을 무덤과 같게 생각하게 된 것이다.그리고 또 지난 옛날 저 시기 벽지불 처소에서 ‘부디 제가 세세생생 모든 악한 갈래에 떨어지지 않게 하소서’라고 서원을 세웠으니, 이런 착한 인연의 과보의 힘 때문에 태어나는 곳마다 악한 갈래를 거치지 않고 천상에서 인간 세상에 나거나 또는 인간 세상에서 천상에 나는 즐거운 과보를 받은 것이다.
그리고 또 지난 옛날 저 시기 벽지불 곁에서 ‘부디 저는 내세에 이런 대선(大仙) 존자나 이보다 나은 분을 만나며, 그 세존께서 말씀하신 비밀한 법의 요체를 모두 듣고 받아 지니며 빨리 증득해 알기 원합니다’고 서원을 세운 그 복력의 과보의 인연에 의하여 가장 훌륭한 세존인 나를 만났으며, 또 내가 가르치는 법에 출가하여 번뇌를 모두 멸한 아라한을 이룬 것이다.그리고 또 지난날 그 시기 벽지불 처소에서 처음으로 가르침을 들을 때 크게 기쁜 마음을 내어서 곧 자기 집에 돌아가 부모와 처자와 모든 일가친척과 권속들에게 나가라시기 벽지불의 여러 가지 공덕을 찬탄하였고, 권속들이 그의 말을 듣고 갑절이나 믿고 공경하고 존중하는 마음을 일으켜 기쁨에 겨워 이기지 못하였고, 또 그들을 이끌고 함께 온갖 공양거리를 준비해서 그것을 가지고 벽지불에게 가서 예배하고 네 가지 물건을 흡족하게 공양해 드렸으니, 그러한 선업과 복의 과보의 인연으로 이번 생에서도 저 장로 야수타 비구의 부모와 처첩과 모든 권속들이 내 법 가운데서 다 성법(聖法)을 얻은 것이다.
또 장로 야수타가 재가 시절에 알고 지내던 친구들과 저 파라구마제 강 가에서 오래 머물던 5백 명의 비구들을 모두 다 아라한과를 이루게 하였으니, 이들은 그때 벽지불을 만나서 각각 같은 서원을 세우고 한마음으로 이런 큰 서원을 내었고, 선성(仙聖)의 곁에서 모든 선업을 심었기에 이런 과보를 얻은 것이다.”그때 세존께서는 게송을 읊으셨다.
이렇게 모든 성인 공양하고서
한량없는 큰 과보를 얻었으니
부처님과 시기 벽지불이며
또 모든 나한으로서 번뇌를 다한 자들이다.
혹은 10력을 갖추고
두려움 없는 모든 특징을 고루 갖추었으며
대자대비하신 정등각자 세존을 공양하여
능히 한없는 과보를 얻게 되었으니
모든 부처님과 연각(緣覺)의 복전과
또 모든 성문 해탈한 성중을 공양하면
현재에는 인간과 천상의 과보를 받고
후세에는 고요한 대열반을 얻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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