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부자합집경(父子合集經) 7권
부자합집경 제7권
서천역경 삼장 조산대부 시홍로경 선범대사 사자사문 일칭 등 한역
송성수 번역
12. 긴나라왕수기품(緊那羅王授記品)
그때 그 모임에는 8구지의 긴나라왕이 있었다. 그 우두머리의 이름을 대수(大樹)라 하였다. 그는 아수라왕과 내지 모든 야차 무리들이 부처님께 공양을 널리 일으키는 것을 보고 다시 여래께서 그들에게 기별을 주시는 말을 듣고는 놀랍고 의심하는 마음을 내어 일찍이 없었던 일이라고 찬탄하였다.
“만일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일체 세간의 온ㆍ처ㆍ계란 거짓 이름이 있을 뿐이고 조금도 있는 것이 없다면 어떻게 중생들이 보겠는가? 만일 부처님과 보살도 볼 수 없다면 어떻게 세존께서 대중 가운데서 모든 하늘과 용들을 위해 차례로 수기할 수 있으며, 다시 무량한 중생을 교화하여 제도하되 한 부처 국토에서 다른 부처의 국토에 이르러 여래를 뵈옵고, 항하의 모래 수 같은 겁을 지나 모든 행을 널리 닦고는 불도를 이루어 모든 상호를 갖추고 국토를 장엄하며, 수명의 겁수(劫數)와 정법(正法)과 상법(像法) 등, 내지 인연이 끝나서 열반에 들게 할 수 있겠는가? 모든 법이 다 공적하다고 말씀하신다면 어찌 수기하는 일을 건립하실 수 있겠는가?”
그때 대수 긴나라왕이 이런 의심을 풀지 못하여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해 게송으로 여쭈었다.
저는 여래의 그 말씀 듣고
부처님의 묘한 슬기에 대해 의심이 생겼습니다.
이미 공(空)을 말씀하시고 다시 수기하시니
이 이치가 매우 깊어 알 수 없사옵니다.
또 법계가 본래 공적(空寂)하다 하면서
마치 달이 물 속에 나타나는 것 같다 하십니다.
이미 공적이라 말씀하시고 다시 형상 나타내시니
이 이치가 매우 깊어 알 수 없사옵니다.
어찌하여 모든 법이 본래 남[生]이 없는데
다시 즐겨 보리를 구하는 것을 말씀하십니까?
이미 남이 없다 말씀하셨는데 무엇을 구하리까?
이 이치가 매우 깊어 알 수 없사옵니다.
어찌하여 모든 법이 본래 다함이 없는데
다시 여래에게 멸도(滅度)가 있다 하십니까?
제가 지금 모니 어르신께 묻사옵나니
이 이치가 매우 깊어 알 수 없사옵니다.
어찌하여 모든 법이 다 요술과 같사온데
다시 여기서 죽어 천상에 난다고 하십니까?
이미 요술과 같다고 말씀하셨는데 어찌 남이 있겠습니까?
이 이치가 매우 깊어 알 수 없사옵니다.
어찌하여 모든 법이 의지할 바가 없사온데
다시 선지식에게 의지하라고 말씀하십니까?
이미 의지할 바 없음을 말씀하시면서 어찌 사람에 의지하라 하십니까?
이 이치가 매우 깊어 알 수 없사옵니다.
어찌하여 세간에는 짓는 것이 없사온데
다시 모든 의혹을 잘 끊는다고 말씀하시옵니까?
이미 지음이 없다면 끊을 까닭이 없거니
이 이치가 매우 깊어 알 수 없사옵니다.
어찌하여 모든 법의 제 성품은 공했는데
다시 공을 관찰하여 해탈을 얻는다 하십니까?
이미 공이라 말씀하시면서 다시 무엇을 관찰하라 하십니까?
이 이치가 매우 깊어 알 수 없사옵니다.
어찌하여 모든 법은 찰나 사이에 멸하는데
다시 모든 법은 언제고 멸하지 않는다 하십니까?
이미 변천과 항상함을 말씀하시니
이 이치가 매우 깊어 알 수 없사옵니다.
어찌하여 복의 업은 쌓아 모은 것이 아니온데
다시 닦아 익혀 보리를 이룬다고 하십니까?
이미 모음이 없다고 하시면서 어찌 능히 이루리까?
이 이치가 매우 깊어 알 수 없사옵니다.
어찌하여 모든 법은 말할 바가 없사온데
다시 비방하다가 나쁜 길에 떨어진다 하십니까?
이미 말할 바가 없는데 무슨 비방이 생기리까?
이 이치가 매우 깊어 알 수 없사옵니다.
이길 수 없는 어른의 하시는 말씀
갖가지로 차별이 있어 깨닫기 어렵습니다.
부처님의 눈은 맑고 깨끗해 세간을 비추시고
모든 중생들에게 감로의 맛을 두루 베푸십니다.
다른 사람은 할 수 없사오니, 우리들을 위하여
위와 같은 의심되는 일을 결정코 풀어 주소서.
오직 부처님만이 끊고 없앨 수 있사옵기에
그러므로 우리들은 일체지(一切智)께 정례하옵니다.
그때 세존께선 대수긴나라왕의 의심을 풀어 주기 위해 게송으로 답하셨다.
긴나라왕이여, 너는 물었다.
‘이미 공(空)한데 무엇을 의지해 수기하느냐?’고.
그는 법의 성품이 본래 공한 것을 알기 때문에
그러므로 여래가 주는 기별을 얻었느니라.
무슨 인연으로 이런 말을 하는가?
모든 법에 만일 진실한 성품이 있다면
곧 그것은 줄지도 않고 또한 늘지도 않아
언제고 변천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비유하면, 밝은 거울을 공중에 걸면
광명의 인연을 빌기 때문에 형상을 나타내는 것처럼
긴나라왕이여, 너는 알아야 한다.
제 성품의 맑고 깨끗한 것도 본래 이와 같으니라.
법의 성품은 더러움이 없고 항상 담연(湛然)해
움직여 어지럽거나 변해 달라지는 일 없다.
너는 보라, 공양하는 복의 업인(業因)을.
그 어떤 법 가운데 그 모양이 있던가?
알아야 한다. 법계는 본래 고요해
지혜로운 사람은 법을 얻을 수 없다고 관찰하지만
모양을 취하는 저 모든 범부들은
여기에 의혹하여 알지 못한다.
너는 물었다, ‘모든 법은 본래 남이 없다면서
다시 마음을 내어 부처의 도를 구하기를 말한다’고.
긴나라왕이여, 너는 알아야 한다.
10력(力)의 묘한 지혜는 사의하기 어려우니라.
어리석은 범부들은 삼계 가운데 빠져
온갖 욕심의 경계에 대해 탐착하는 마음을 낸다.
이로 말미암아 언제나 뒤바뀐 마음을 내나니
그러므로 나고 죽는 온갖 고뇌를 받는다.
예로부터 바른 법을 듣지 못했고
가령 듣더라도 그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그들로 하여금 진실한 지혜 가운데 편히 살면서
차츰 보리의 열매를 구해 나아가게 하느니라.
너는 물었다, ‘모든 법은 본래 멸함이 없는데
무엇 때문에 여래에게는 멸도가 있느냐?’고.
모든 중생들의 상견(常見)을 깨뜨리기 위하여
상(常)이라고 할 조그만 법도 없다고 한 것이다.
너는 물었다, ‘모든 법은 마치 요술 같은데
천상에 나는 이를 보기 때문에 의심한다’고.
어리석은 저 모든 중생들이
제 소유를 믿고 교만함을 교화하기 위해서이다.
너는 물었다, ‘모든 법은 의지할 바 없는데
저 선지식(善知識)을 의지하는 것을 본다’고.
만일 법을 연설하는 스승을 의지하지 않으면
필경에 세간에는 출리(出離)하는 사람 없으리라.
너는 물었다, ‘모든 법에는 그 주재(主宰)가 없는데
세간에는 짓는 사람이 있는 것을 본다’고.
관찰하여라, 저 수레는 여러 부분으로 이루어져
운반하고 싣는 그 작용하는 일이 있느니라.
‘나[我]’에 집착하는 저 모든 중생과
그리고 ‘나의 것[我所]’에 집착하는 자를 교화하기 위하여
나는 그들을 위해 감임(堪任)이 없다고 말한다.
그러므로 다만 거짓 이름과 생각이 있을 뿐이다.
너는 물었다, ‘모든 법은 제 성품이 공한데
다시 공을 관찰하여 해탈을 얻는다 말한다’고.
그들은 분별하고 집착하는 마음으로 말미암아
그 때문에 그 공의 이치를 알지 못하느니라.
너는 물었다, ‘모든 행은 찰나에 멸한다 하고
다시 모든 법의 성품은 멸하지 않는다 말한다’고.
욕심에 집착하는 저 모든 중생들이
깨끗하지 않은 것을 깨끗하다고 생각함을 깨뜨리기 위해서다.
비유하면 멀리서 아지랑이를 바라보고는
목이 마른 자가 달려가 물을 구하는 것과 같아서
그것은 모두 망상과 분별에서 생기는 것이니
알아야 한다, 물의 본체는 얻을 수 없느니라.
저 아지랑이가 있는 곳에 본래 물이 없으며
제 성품의 깨끗한 가운데 본래 더러움 없는데
저 어리석은 사람들의 뒤바뀐 마음으로 말미암아
곧 그 애욕에 결박을 받게 되느니라.
너는 물었다, ‘모든 법은 말할 것이 없다 하면서
또한 비방하는 자는 악도에 떨어진다고 한다’고.
어리석은 사람은 이 말을 듣고 놀라고 의심하지만
지혜로운 사람은 이 말을 듣고 장애를 제거한다.
이 세간의 모든 법은 본래 공하여 고요한데
무지한 사람은 망령되이 헤아려 ‘나’라고 집착한다.
저들이 만일 모든 법은 공한 것이라 들으면
곧 단멸(斷滅)이라 하여 두려워하는 생각을 내리라.
만일 누구나 공(空)한 법을 헐뜯고 비방하면
그것은 다 ‘나’와 ‘사람’이라는 생각에 집착하기 때문이다.
그것은 마치 허공을 잡아매려는 것과 같아
어리석음만 더욱 더하고 악취에 떨어지리라.
혹은 좋은 업으로 천상에 난다고 하고
혹은 인간에 나서 쾌락을 누린다고 한다.
그러나 짓는 이도 진실 아니요 업도 없어지지 않아
마치 꿈속의 경계와 같아 마음이 짓는 것이다.
알아야 한다. 모든 갈래는 다 꿈과 같건만
진실에 헷갈리기 때문에 깨닫지 못한다.
꿈속에 무슨 가고 옴이 있겠는가?
어리석은 사람은 망령되이 진실한 경계라 한다.
나는 비록 짓는 바 업이 있다고 말하지만
시방에 두루 찾아보아도 짓는 자 없다.
비유하면 광풍이 나뭇가지에 불 때
서로 부딪치기 때문에 불이 나는 것과 같다.
저 바람이나 나무는 아무 생각 없나니
이른바 ‘나’가 능히 불을 낸다고 말하는 것이다.
두 가지가 서로 인(因)하기 때문에 불이 나나니
본래 짓는 이가 없는 것도 이와 같으니라.
너는 물었다, ‘복의 업은 쌓이고 모임이 없는데
어찌하여 능히 보리의 열매를 얻을 수 있는가?’고.
마치 세간에 백 살 사는 사람이 있어
비록 시간을 지내더라도 나이는 쌓임이 없는 것과 같으니라.
너는 물었다, ‘모든 법은 다할 수 없다 하면서
어찌하여 다시 업을 다할 수 있는가?’고.
공(空)의 이치를 관찰하는 이는 다함 없지만
세속의 이치를 따르면 곧 다함이 있다.
나는 비록 진실제(眞實際)를 말하지마는
뒤바뀐 생각으로 말미암아 밖으로 구한다.
중생들은 업혹(業惑)으로 인한 장애의 인연이 깊어
이 승의(勝義)의 법을 알지 못한다.
긴나라왕이여, 너는 알아야 한다.
이 수승한 이치의 법에 편안히 머물러라.
일체의 모든 상(相)은 다 한 가지 상이니
잘 통달한 사람은 상이 없다 하느니라.
일체 보살의 행하는 바는
일체의 모든 법에 다 지음이 없다.
이른바 아(阿) 자(字) 총지문(摠持門)이니
이것으로 말미암아 일체의 법에 들어가 안다.
긴나라왕이여, 너는 알아야 한다.
일체의 모든 법은 본래 고요한 것이다.
이것은 상이 없는 총지문을 말하는 것이니
아자의 문으로 말미암아 들어가 안다.
긴나라왕이여, 너는 알아야 한다.
일체의 모든 법은 분별이 없다.
이것은 평등의 총지문을 말하는 것이니
아자의 문으로 말미암아 들어가 안다.
긴나라왕이여, 너는 알아야 한다.
일체의 모든 법은 제 성품이 없느니라.
이것은 맑고 깨끗한 총지문을 말한 것이니
아자의 문으로 말미암아 들어가 안다.
긴나라왕이여, 너는 알아야 한다.
일체의 모든 법은 다함이 없느니라.
이것은 장애를 떠난 총지문을 말한 것이니
아자의 문으로 말미암아 들어가 안다.
긴나라왕이여, 너는 알아야 한다.
일체의 모든 법은 생각이나 말이 아니니라.
이것은 실상 총지문을 말한 것이니
아자의 문으로 말미암아 들어가 안다.
긴나라왕이여, 너는 알아야 한다.
일체의 모든 법은 나아갈 바가 없느니라.
이것은 벗어남의 총지문을 말한 것이니
아자의 문으로 말미암아 들어가 안다.
긴나라왕이여, 너는 알아야 한다.
일체의 모든 법은 본래 움직임이 없느니라.
이것은 청정을 증득하는 총지문을 말한 것이니
아자의 문으로 말미암아 들어가 안다.
긴나라왕이여, 너는 알아야 한다.
일체의 모든 법은 거짓 이름과 말이니라.
이것은 진실한 총지문을 말한 것이니
아자의 문으로 말미암아 들어가 안다.
긴나라왕이여, 너는 알아야 한다.
일체의 모든 법은 얻을 수 없는 것이니라.
이것은 모양을 떠난 총지문을 말한 것이니
아자의 문으로 말미암아 들어가 안다.
긴나라왕이여, 너는 알아야 한다.
일체의 모든 법은 생각을 떠난 것이니라.
이것은 정려(靜慮)의 총지문을 말한 것이니
아자의 문으로 말미암아 들어가 안다.
이 법은 견해도 아니요 대치(對治)도 아니니
그 두 가지 상(相)은 구하여도 있지 않다.
모양도 없고 또한 이름도 없음을 알면
그는 곧 보리의 도를 원만히 갖추리라.
만일 법을 볼 수도 있고 대치할 수 있다면
이 법은 진실이 아니요 평등도 아니다.
그 법의 제 성품은 말의 표현을 떠난 것이니
비유하면 저 허공에 같음이 없음과 같으니라.
법의 성품은 여러 가지 모양이 없는 것이어서
한 모양도 아니요 다른 모양도 아니며
차가운 모양도 아니요 뜨거운 모양도 아니니
마치 거울 속의 영상을 얻을 수 없음과 같다.
굽은 모양도 아니요 곧은 모양도 아니며
그리고 또 밝거나 어두운 모양도 없으며
남자 모양이나 여자 모양도 멀리 떠났나니
이것을 일러 진실한 모양에 들어가 앎이라 한다.
아첨함도 아니요 속임도 아니며 어지러움도 아니요
펴고 거두는 미세한 모양도 없으며
또한 성내는 모양도 기뻐하는 모양도 없고
겁이 많은 모양도 일어난 모양도 아니다.
들어가는 모양도 나오는 모양도 아니요
나아가는 모양과 물러나는 모양도 없으며
잠자는 모양도 깨어 있는 모양도 아니요
또한 과거와 미래와 현재의 모양도 없다.
그것은 눈의 모양과 바라봄도 아니요
또한 장님이나 장기[瘴]병도 아니며
그것은 잘 훈련된 것도 또 억센 것도 아니요
또한 덮여 있거나 드러나 있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움직여 날뛰거나 가만히 있는 것도 아니요
온갖 실없는 말을 떠나 언제나 고요하다.
지혜로운 사람은 이렇게 관찰해야 하나니
이것을 일러 부처 경계를 아는 것이라 한다.
이 세간을 제어해 다스리려 하기 때문에
말을 떠난 법을 억지로 분별하는 것이니
이 수승한 이치의 진리를 잘 분별해 알면
그는 곧 일체의 법을 통달하리라.
그때 대수 긴나라왕은 부처님 말씀을 듣고 의심을 풀고 또 총지문 아(阿)자의 연설을 듣고는 깊이 이해하여 일찍이 없었던 일이라 하고 매우 기뻐하였다. 그리하여 신통의 힘으로 8구지의 훌륭한 누각을 만드니 교묘하고 기이하며 절묘하였다. 혹은 산봉우리에 있고 혹은 산림을 의지했으며 혹은 연꽃 위에 나타내었다. 이 모든 중각(重閣)은 다 7보를 합해 꽃일산을 만들어 그 위에 걸었다. 낱낱 누각은 온갖 보배로 된 당기ㆍ번기ㆍ장막ㆍ화환으로 차례로 장엄하였다.
이 8구지 긴나라왕들은 각각 그 누각 위에 올라가 허공에서 세 번 돌고 다시 아주 묘한 물과 육지의 꽃을 부처님 위에 흩었다. 그리고는 누각에서 내려와서는 부처님께 나아가 다시 세 번 돌고 존안을 우러러 보면서 잠깐도 눈을 떼지 않았다. 그리고 일심으로 합장하고 한쪽에 서서, 부처님이 과거와 현재에 쌓으신 무량한 최상의 공덕을 생각하고 있었다.
부처님께선 이것을 아시고 깨끗한 광명을 놓으셨다. 그러자 존자 마승 비구는 이 현상을 보고는 머리를 조아려 부처님께 예배하고 게송으로 여쭈었다.
여래께서 지금 광명을 놓으시니
깨끗하고 묘하여 헤아리기 어렵고 매우 희유하옵니다.
지금 이 대중들 인자한 그 모습을 우러르나니
마치 구름을 헤치고 보름달을 보는 것 같습니다.
어떤 사람이 지금 세존 앞에서
최상의 미묘한 법을 즐겨 듣고
진실한 지혜를 잘 알기에
이 광명을 놓아 인가를 내리시는 것이옵니까?
어떤 사람이 처음으로 보리의 마음을 내어
부처님의 가지(加持)를 느꼈기에 이 상서를 나타내시나이까?
원하옵나니, 이 광명을 놓으신 인연을 말씀하시어
저 외도들을 제어해 신심을 내게 하소서.
이때에 거기 모인 모든 대중들
모두 각기 기뻐하면서 깨끗한 마음을 내어
맑고 깨끗한 감로(甘露)의 음성을 듣기 바라고
듣고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받들어 행하리이다.
그때 세존께선 존자 마승 비구를 위해 게송을 외우셨다.
구수(具壽) 마승이 이 뜻을 묻나니
일심으로 듣고 다른 반연 하지 말라.
나는 지금 저 긴나라들을 위해
미래에 부처 이루리라는 기별을 주었느니라.
저들이 청해 묻되 극히 알기 어렵다고 하지만
다 모든 세간을 이롭고 즐겁게 하기 위해서이다.
나는 지금 저들을 위해 그 의심을 끊고
그들로 하여금 부처님 법에 편히 살게 하리라.
이 대수긴나라왕은
8구지의 그 무리와 함께
공양의 깨끗한 복의 인을 일으킴으로 말미암아
목숨을 마치고는 장차 저 천상에 나게 되리라.
계속해서 천상에서 묘한 즐거움을 받으면서
90구지의 해를 완전히 채우고
뜻대로 되는 다섯 가지 신통을 얻어서는
항하(恒河)의 모래 수와 같은 부처님을 친근하여 받들어 섬기리라.
나유타의 국토를 지내면서
언제나 수승한 이치의 제일의 법을 연설하여
나유타의 유정들을 교화해 제도하고
위없는 보리의 도를 이루게 된다.
그리하여 그 명호를 무량광(無量光)여래라 하고
겁의 이름과 국토는 다 다름이 없고
사람 가운데 사자이신 10력존(力尊)으로서
끝이 없는 큰 지혜를 원만히 갖추리라.
그 나라의 모든 보살은
선근을 닦아 익혀 다 원만하며
또한 2승(乘)을 구하는 사람 없고
다 일생(一生)의 보처(補處)에 있으리라.
이와 같이 그 모든 보살은
각각 자비스러운 큰 원을 품어 중생을 이롭게 하며
능히 세간을 위해 등불이 되고
뒤에는 반드시 차례로 부처를 이루리라.
그 모든 국토는 훌륭하게 장엄하였으며
온갖 더러움과 악을 떠나 번뇌가 없고
마치 저 도사다천의 궁과 같아
받아씀이 맑고 깨끗해 만족할 줄을 안다.
일체의 허물과 근심과 여덟 가지 무가(無暇)는
내지 그 이름조차 들을 수 없고
유정들은 그 가운데서 편히 살면서
언제나 법의 맛과 선정의 즐거움을 먹는다.
위대하여라, 선서(善逝)님, 하늘 가운데의 하늘이여!
긴나라들에게 부처 되리라는 기별을 주셨나니,
거기 모인 대중은 이 말을 듣고 마음이 편안하여
머리를 조아려 위없는 어른께 예배하네.
13. 보영락천수기품(寶瓔珞天授記品)
그때 그 모임에 있던 8구지의 보영락(寶瓔珞) 천자들은 아수라와 내지 긴나라들이 부처님께 큰 공양을 올리는 것을 보고 또 여래께서 그들에게 수기하시는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면서 일찍이 없던 일이라 하였다. 그리하여 그들은 부처님께 공양하기 위해 용맹스런 마음을 내어 가비라성 주위 60유선나를 돌면서 허공에서 만다라꽃을 어지러이 내려 무릎까지 쌓아 공양을 올리고는 부처님을 세 번 돌고 한쪽에 서서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해 게송으로 찬탄했다.
대비(大悲)를 원만히 갖추신 10력존(力尊)께서는
일체의 중생을 잘 구제하시는 어른으로서
모든 감관이 고요하고 광명을 놓으시나니
그러므로 나는 성인 중의 성인께 예경하옵네.
모든 하늘과 용과 인비인(人非人)들
부처님의 법 가운데서 즐거움을 내고
최상의 모니(牟尼)이신 큰 도사(導師)이시니
그러므로 저는 지금 귀명하여 예배하나이다.
여래가 이 세간에 나타나심은
비유하면 뭇 별 가운데 보름달과 같네.
끝이 없는 복과 지혜로 그 몸을 장엄했나니
바라보는 중생들 마음 못내 즐거워하네.
갖가지 맑고 깨끗한 법을 두루 갖추고
여섯 가지 신통과 세 가지 밝음과 네 가지 두려움 없음과
열여덟 가지 함께 하지 않는 법[十八不共法] 등 헤아리기 어렵나니
그러므로 저는 지금 귀명하여 예배하나이다.
서른두 가지 대인(大人)의 모습이 다 원만하고
여든 가지 따르는 모양으로 묘하게 장엄한 몸
높고 거룩하여 마치 제석천의 당기 같나니
그러므로 저는 지금 귀명하여 예배하나이다.
가장 훌륭한 삼마지를 성취하고
윤회의 갖가지 결박을 잘 끊어 버리고
무수 억의 악마 군사를 항복받아
담연(湛然)히 편히 머물러 마음에 흔들림 없네.
여래의 지혜의 힘은 견고하여
언제나 4제(諦)의 진실한 법을 연설하여
널리 모든 사람과 하늘을 교화해 이롭게 하되
그들을 모두 저쪽 언덕에 뛰어 오르게 하네.
사람 가운데서 가장 훌륭한 석사자(釋師子)님
그릇된 모든 견해와 다른 주장을 깨뜨리나니
원하옵건대 저도 장차 세존과 같이 되어
법을 연설해 중생들로 하여금 어리석음의 어두움을 떠나게 하여지이다.
이 세간을 뛰어넘어 바른 깨달음 이루고
언제나 네 가지 한량없는 마음을 일으켜
모든 중생을 가엾이 여겨 거두어들여
다 함께 보리의 위없는 도를 증득하게 하여지이다.
그때 세존께서는 천자들의 깊은 마음을 아시고 곧 입에서 큰 광명을 놓으셨다. 그러자 존자 마승 비구가 이 현상을 보고는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해 게송으로 여쭈었다.
모니께서 드물게 있는 이런 모습을 나타내시니
여기 모인 대중은 그것을 보고 모두 기뻐하면서
저마다 크고 인자하신 모습을 우러러 받들고
광명을 놓으시는 그 까닭을 말씀하시기 원하옵나이다.
여래가 지금 이 깨끗한 광명을 놓으시니
반드시 넓고 큰 유익한 일을 일으킬 것입니다.
저희들은 위없는 어른께 정수리로 예배하면서
큰 음성으로 열어 보여 주시기를 바라나이다.
그때 세존께선 마승 비구를 위해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착하다, 마승이여. 이 뜻을 묻는구나.
지금 너를 위해 분별하여 말하리라.
나는 모든 사람과 하늘을 이롭고 즐겁게 하기 위하여
저 영락천자들에게 부처 되리라는 기별을 주노라.
여래가 만일 청함으로 인해 말하지 않으면
제자들에게 기별을 줄 길이 없나니
너의 물음에 답하기 때문에 저들이 의심을 끊고
저들이 의심을 떠나면 마음 편안하리라.
저 보영락 천자들은 내게 대하여
깨끗한 의요(意樂)로 공양을 베풀었다.
이로부터 계속해서 천상에 나면
백천의 천자들이 항상 둘러싸리라.
다시 저 천상의 묘한 향과 꽃을 가지고
한량이 없는 구지의 부처님께 공양드리고
그 부처님 처소에 깨끗한 마음을 내어
보살의 도를 사랑하고 즐거워하며 수행하리라.
이와 같이 정진하여 공양을 베푼 뒤에는
다시 미래 부처의 일을 짓고
나유타의 세존을 받들어 뵈옵고
언제나 게송을 외워 부처님 덕을 찬탄하리라.
이치 그대로 맑고 깨끗한 행을 널리 닦아
저 나라연의 견고한 몸을 얻고
그 환희겁(歡喜劫) 가운데 나서
일체의 지혜를 원만히 성취하리라.
그리하여 명호를 화당승(華幢勝)여래라 하고
큰 명예가 있어 그와 짝할 이 없으며
그리고 8구지의 다른 천자들은
동일한 그 겁 동안에 모두 부처 되리라.
저 부처님 국토 안에는 지옥이 없으며
또한 귀신의 세계와 축생의 세계도 없고
또 아수라의 교만한 마음도 없고
여덟 가지 어려움 등 모든 고액을 떠나리라.
저 천자들이 부처 국토 이루면
그것은 다 삼십삼천의 천상과 같아
국토는 부유하고 즐겁고 두루 장엄하고
수명은 길어 모두가 서로 같으리라.
저 국토에는 이미 나쁜 세계라는 이름조차 없거니
하물며 어찌 나쁜 업을 짓는 자 있으랴.
중생들은 각각 법을 따라 행하여
모두 다툼이 없는 맑고 깨끗한 행에 머문다.
교화를 받는 중생들 그 끝이 없어
저 항하의 모래 수보다 더 많다.
저 부처님이 세간에 나타날 때는
언제나 승의(勝義)의 제일의 법을 연설하신다.
이와 같이 교화하는 인연이 다해 열반한 뒤에는
사리를 널리 분산시켜 탑묘를 일으키는데
그 사리는 낱낱이 훌륭해 생각하기 어렵나니
그 가운데에는 모두 부처님의 모습이 있다.
모두 각각 부처님의 공덕을 찬탄하고는
허공에 있으면서 신기한 변화를 나타내어
한량이 없는 모든 중생을 다 교화할 때
모두가 위없는 보리의 뜻을 내리라.
열 가지 힘을 가진 모니께선 방편의 힘으로
저 천자들을 위해 도(道)의 기별을 주셨나니
그 때의 대중들은 부처님의 말씀을 듣고
바른 생각에 머물러 마음이 고요해졌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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