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부자합집경(父子合集經) 6권
부자합집경 제6권
서천 역경삼장 조산대부 시홍로경 선범대사 사자사문 일칭 등 한역
송성수 번역
9. 구반다왕수기품(鳩盤茶王授記品)
그때 그 모임에는 18구지의 구반다왕들이 있었다. 그들은 아수라와 가루라와 용왕 등이 공양을 올리는 것을 보고 매우 기뻐하고, 다시 여래께서 그들에게 수기하시는 말씀을 듣고는 일찍이 없었던 일이라고 모두 크게 기뻐하면서 여래를 찬탄했다.
“여래는 최상의 지혜를 성취하여 모든 법에 의혹이 없으며, 기쁨도 없고 성냄도 없으며 분별을 내지 않으시므로 천상 인간의 광대한 공양을 받을 만하시다. 비유하면 큰 바다가 깊고 넓으며 가득 차서 움직이지도 않고 솟지도 않아 담연하여 고요한 것처럼 여래의 공덕도 그와 같다.”
그리하여 구반다왕과 그 권속들은 각각 깨끗한 마음을 내어 공양을 일으켰다. 즉 신통의 힘으로 18구지의 보배 장막을 만들었는데, 이 보배 장막은 교묘하고 뛰어나며 보배 실로 차례로 장식하였으니, 이른바 황금실 장막[黃金線幔)ㆍ백은(白銀)실 장막ㆍ유리(琉璃) 장막ㆍ파지가(胝玻迦) 장막ㆍ적진주(赤眞珠) 장막ㆍ저장주(杵藏株) 장막ㆍ마장주(馬藏株) 장막 등이었다. 만일 금실 장막이면 은의 화환을 드리웠고 은실 장막이면 금의 화환을 드리웠으며 유리 장막이면 파저가 화환, 파저가 장막이면 유리의 화환, 적진주 장막이면 저장주의 화환, 저장주 장막이면 적진주의 화환, 마장주 장막이면 온갖 보배의 화환으로 서로 얽혀 매우 사랑스러웠다.
또 18구지의 온갖 보배로 묘한 수레를 만들어 내니, 이른바 금수레, 내지 마장주로 된 수레이며, 그 수레 위에 다시 18구지의 묘한 비단 일산을 만들었는데 그것들은 모두 기이하고 교묘하여 백 개의 줄기를 온갖 보배로 장식하였다. 혹은 순금으로 그 자루가 되었고, 차례로 이렇게 폐유리(吠琉璃) 자루로 만들었으며, 일산의 밑에는 온갖 화환을 드리웠으되 황금의 화환과 내지 마니주로 그 화환이 되어 있었다. 이 모든 일산은 적진주로 교묘히 얽어져 그물이 되어 있었다.
그때 그 구반다왕들은 각각 온갖 보배로 된 묘한 수레를 타고 비단 일산을 들고 음악을 울리면서 허공에서 부처님을 세 번 돌고 7보로 된 꽃을 여래 위에 흩고 또 흩었다. 그리고 수레에서 내려와 세존의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서서는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해 게송으로 부처님을 찬탄했다.
거룩한 주인이신 모니께서 세간에 나오심은
마치 저 수미산이 큰 바다에 나타나는 것 같아
온갖 근심과 두려움을 떠나 흔들리지 않나니
이와 같은 묘한 공양을 받으실 만하여라.
항상 고요한 삼마지에 머물러
모든 법이 집착할 바 없음을 연설하시고
교만한 마음과 온갖 더러움을 모두 버리고
세간은 오직 이름과 생각뿐이라고 관찰하시네.
모든 법이란 요술이나 허깨비와 같으며
마치 꿈속에서 갖가지 쾌락을 누리는 것과 같고
또한 물 속의 달과 같아 진실이 아님을 아시나니
지혜로운 사람이면 이와 같이 관찰해야 하네.
건달바의 성(城)이란 본래 없는 것이어서
어디 가서 찾아보아도 얻을 수 없고
다만 거짓 이름과 말뿐이라고 알아야 하나니
모든 세간의 법이란 모두 이런 것이라네.
우리들이 올리는 갖가지 공양
보배 수레와 보배 일산과 보배 장막 등과
그리고 갖가지 노래와 음악
이런 것을 여래는 골짜기의 메아리라 관찰하시네.
원하옵나니 우리도 부처 이루어 세존처럼
중생들에게 요술과 같은 법이라고 연설하여
그들로 하여금 모두 혹업(惑業)의 인을 멀리 떠나
다 보리의 고요한 길을 증득하게 하소서.
그때 세존께서는 구반다왕들의 마음을 아시고 곧 입에서 큰 광명을 놓으셨다. 그러자 마승 비구가 그 광명을 보고는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해 게송으로 여쭈었다.
조어장부께서 변화를 보이심은 원인 없지 않기에
이 광명을 보오니 사의(思議)하기 어렵습니다.
여기 이 대중들은 그 까닭을 알고자 하오니
특별히 여래께서 빨리 연설하시기 바랍니다.
부처님 입에서 이 서광 나타내심을 보고
모든 하늘과 사람들은 다 의심을 내고 있습니다.
원하옵나니, 이 중생들 가엾이 여겨
이 광명 놓는 희유한 일을 말씀하소서.
어떤 사람이 오늘 큰마음을 내어
부처님에게서 바른 법 듣기를 즐거워하며
어떤 사람이 부처님께 공양을 일으킵니까?
그들을 위해 그 얻는 공덕을 말씀해주소서.
어떤 사람이 저 유위(有爲)의 행을 통달하여
한 찰나 사이에 모든 허물과 근심을 떠나며
어떤 사람이 그 실상(實相)의 문을 증득하여
고요한 의요(意樂)로 흔들리지 않나이까?
어떤 사람이 도를 얻어 모든 악마를 항복 받으며
어떤 사람이 부처님의 공덕을 찬탄하오며
어떤 사람이 의혹을 끊고 3유(有)를 뛰어넘어
모든 번뇌를 쉬고 마음이 편안합니까?
이 대중들은 모두 공경하는 마음을 내어
가만히 서서 여래의 미묘한 음성을 듣고자 하나니
무슨 인연으로 이런 깨끗한 광명을 놓으십니까?
원하옵나니 분별해 말씀하시어 대중의 의심을 푸소서.
그때 세존께서 마승 비구를 위해 게송을 외우셨다.
착하다. 마승이여, 이 뜻을 물어
세간을 이롭게 하는 사람 되었구나.
나는 지금 이 광명이 온 곳을 말하리니
너희들은 한마음으로 자세히 들어야 한다.
지금 이 구반다 무리들은
공양의 깨끗한 복업(福業)을 널리 일으키고
합장하고 내 앞에 섰으니
실제(實際)에 편히 머물러 마음 흔들리지 않는다.
지혜의 힘으로 잘 닦아 익히고
크게 슬퍼하는 마음을 일으켜 중생을 이롭게 했나니
이 뒤에는 반드시 귀신세계의 몸을 벗어나
결정코 저 훌륭한 곳에 가서 나리라.
도리천 궁전의 주인이 되어서는
모든 여래를 친근하여 받들어 섬기고
모든 법을 환히 알아 아무 의심 없으리니
마치 어두움 속에 큰 횃불을 켠 것 같으리라.
미래에 다시 구지겁 지나
가없는 부처님의 국토를 장엄하고 깨끗이 하여
항하의 모래 같은 부처님께 공양하면서
정진의 갑옷을 입고 모든 행을 닦으리라.
모든 유정들을 거둬들여 이롭게 하고
결정코 장차 부처 될 줄을 스스로 알고
그리고 어느 지역에 강생(降生)할 줄 아리니
이로 말미암아 이름을 제의불(提疑佛)이라 하리라.
언제나 최상의 고요한 법을 설명하여
듣는 사람은 마음이 깨끗해져 온갖 의혹 떠나고
모두 큰 보리를 구해 나아가기를 원하나니
그리하여 중생들 구제해 저 언덕에 오르게 하리라.
나는 이제 이미 그대의 물음에 답하여
여기 모인 대중들의 마음을 안온하게 하였다.
그러므로 구반다들에게 이 기별을 주되
오는 세상에 부처가 되리라 한다.
10. 건달바왕수기품(乾闥婆王授記品)
그때 그 모임에서는 또 36구지의 건달바왕이 있었다. 그들은 저 아수라와 가루라와 용의 권속과 구반다 등이 부처님께 공양을 올리는 것을 보고, 다시 부처님께서 그들에게 수기하시는 말을 듣고는 모두 뛸 듯이 기뻐하면서 일찍이 없었던 일이라 하였다. 또 여래의 법성은 본래 고요하고 청정하여 더러움이 없으며, 조그만 법도 드러내 보임이 없음은 다 중생들의 선근을 더욱 늘리기 위함이라고 칭찬하는 말을 듣고는 깊이 신해를 내어 모든 인색함을 버리고 곧 최상의 보리심을 내었다.
그리하여 건달바왕들은 부처님께 공양하기 위해 신통의 힘으로 36구지의 애라바나 대용상왕(愛囉嚩拏大龍象王)을 만들었는데, 그 낱낱 상왕(象王)은 각각 여섯 어금니가 있고 낱낱 어금니에는 일곱 못이 있으며 낱낱 못에는 일곱 연꽃이 있고 낱낱 연꽃에는 천 잎이 있으며 낱낱의 잎 사이에는 일곱 천녀가 있고 그 낱낱 천녀는 다시 일곱 여자로 시종을 삼았다.
다시 낱낱 코끼리 머리 위에 36구지의 아주 묘한 비단 일산을 만들어 내고 7보로 그물을 만들어 보배 화환이 서로 비쳤다. 또 각각 보배 장막을 만들어 두루 덮고 온갖 화환을 달아 곳곳에 두루했다.
그 연꽃 속에 있는 천녀들은 혹은 노래하고 춤추며 혹은 음악을 연주하고 혹은 게송으로 부처님의 공덕을 찬탄하며 혹은 전단과 침수의 가루향을 흩고 혹은 갖가지 하늘의 묘한 꽃을 흩고 혹은 몸을 장엄하는 여러 보배로 된 기구를 흩고 혹은 귀걸이ㆍ팔찌ㆍ보배 화환ㆍ금띠 등 갖가지 보배 장신구를 흩었다. 혹은 갖가지 보배 당기와 잡색 번기와 일산을 들었으며 혹은 갖가지 청정한 향수를 흩어 하늘에서 비처럼 내려 향기로운 꽃과 화합해 진흙이 되어 가비라성 60유순에 두루하여 바람에 따라 나부껴 향기가 널리 퍼졌다.
그때 건달바왕들은 각각 큰 코끼리를 타고 백천의 묘한 음악을 다투어 연주하면서 천천히 공중을 다니다가 오른쪽을 세 번 돌았다. 그리고 신력으로 그 음악 소리를 향기로운 바람과 어울리게 하여 삼천대천세계에 퍼지게 했는데 그 음악을 듣고 향기를 맡은 그 안의 중생은 다 아뇩다라삼먁삼보리에서 물러나지 않게 되었다.
그 건달바왕들은 공중에서 부처님을 돌고는 코끼리에서 내려와 부처님께로 가서 다시 세 번 돈 뒤에 머리를 조아려 그 발에 예배하고 한쪽에 서서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해 게송으로 찬탄했다.
여래는 온갖 묘한 상을 원만히 갖추어
이 삼계 가운데서는 짝할 이 없네.
번뇌와 나고 죽는 인(因)을 모두 해탈하시고
윤회하는 괴로움의 한계를 끝까지 없애셨네.
한계가 없는 큰 위신 드러내나니
천상과 인간에 극히 드무네.
고요한 해탈의 문을 성취하시어
어떤 비인(非人)도 어지럽힐 수 없네.
여래는 맑고 깨끗한 도를 원만히 갖추었으나
본래 증득할 것도 없고 또 말할 것도 없네.
부처 성품은 참되고 떳떳하여 본래 담연(湛然)하지만
세속제(世俗諦)에 의하여 굳이 분별하도다.
미래의 부처님도 세상에 나오시면
또한 이와 같은 법에 편히 머무시리니
법은 제 성품이 없고 본래 성품은 공(空)으로서
짓는 사람도 없고 주재(主宰)하는 이도 없네.
자타(自他)가 모두 지을 바 없음을 알면
이를 일러 세간에서 지혜 갖춘 자라 하네.
모든 법은 각각 서로 알지 못하는데
부처님께서는 지음이 없는 데서 지음이 있음을 보이시네.
비유하면 많은 종류를 쌓아 수레를 이루었으나
그것들은 각각 제가 할 일을 알지 못하고
다만 물건 운반하기에 수레라는 이름 얻는 것처럼
부처님께서 ‘나’라는 상을 말하는 것도 그와 같도다.
저 법에는 가르칠 만한 법이 없고
저 법에는 생각할 만한 법이 없으며
저 법에는 해탈하게 할 법이 없고
저 법에는 변하게 할 법이 없도다.
여래는 이와 같이 다 아시지마는
중생들을 위하여 세속에 의해 말씀하실 때
모든 행의 유위(有爲)의 문을 나타내 보이시나
그 세속이라는 모양도 또한 얻을 수 없네.
모든 법의 성품을 이리저리 분별하여
지혜가 얕은 자들로 하여금 의심 덜게 하지만
모든 법이란 모양도 없고 이름도 없으며
필경에는 머무름도 없고 지음도 없는 것이네.
원하옵나니 우리들도 오는 저 세상에는
모니 어르신과 같이 부처님을 이루어
가없는 공덕으로 이 몸을 장엄하고
언제나 이와 같은 승의(勝義)의 법을 설명하게 하소서.
세간을 이롭고 즐겁게 하는 지혜를 갖춘 이는
저 그릇된 견해를 가진 중생들에 대해
언제나 이와 같은 대비심(大悲心)을 내어
나고 죽는 윤회의 바다를 나오게 하네.
세간에서 고뇌하는 모든 유정들
모두가 그릇된 슬기와 간사한 마음 때문에
원숭이처럼 경망스러워 잠깐도 편안함이 없나니
오직 부처님만이 큰사랑으로 제도해 주시네.
저 탐욕과 생냄과 어리석음과 아만(阿曼)을 갖고
그 알음알이 물결을 따라 언제고 떠돌아다니면서
계속해서 괴로움의 바다 속에 빠져 있을 때
오직 부처님만이 큰사랑으로 잘 건져주시네.
중생들은 어리석어 슬기의 눈이 없어
제 업으로 나쁜세계에 떨어지는 줄을 알지 못하고
인간과 천상을 벗어나는 문을 길이 잃고 마나니
오직 부처님만이 큰사랑으로 잘 제도해 주시네.
그때 세존께서는 모든 건달바왕들의 생각을 아시고 곧 입에서 큰 광명을 놓아 그 모임을 두루 비추었다. 이에 존자 마승 비구는 이 광명을 보고는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해 게송으로 여쭈었다.
여래께서 지금 이런 상서를 나타내시어
고요히 두루 큰 광명을 놓으시니
여기 모인 대중은 그것을 보고 모두 놀라고 의심하면서
일찍이 보지 못했던 드문 일이라 합니다.
어떤 사람이 부처님께서 거두어주시는 은혜를 입음으로써
큰 기쁨을 내고 온갖 장애를 떠났기에
지금 부처님께서는 이런 깨끗한 광명을 놓으시어
그의 믿고 이해하는 힘을 견고히 하시려는 것입니까?
어떤 사람이 큰 법을 받들어 행하되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것과 같아 다름없기에
지금 부처님께서는 이런 깨끗한 광명을 놓으시어
그를 가지(加持)하여 호념(護念)을 드리우시나이까?
이 모든 대중들은 간절한 마음을 내어
부처님께서 이 광명의 인연을 말씀하심을 듣기를 원하면서
열 손가락 모아 부처님 앞에 서서
존안(尊顔)을 우러러 바라보는 눈을 잠깐도 떼지 않습니다.
여래는 이 세간을 위해 그 눈이 되시니
온갖 더러움과 근심과 두려움을 떠나시고
큰 슬픔으로 모든 중생들을 가엾이 여겨
저들로 하여금 의심 그물 제거하고 마음이 깨끗하게 하십니까?
그때 세존께서는 마승 비구를 위해 게송을 외우셨다.
착하여라 마승이여, 이 일을 묻는구나.
나는 이 세간을 이롭게 하고
그들로 하여금 다 그 선근을 늘리게 하기 위해
지금 이 광명을 놓고 기별을 주느니라.
존자 마승 대비구는
부처님께서 그 광명을 놓은 까닭을 말씀하심을 듣고
기뻐하면서 합장하고, 다른 반연[緣]이 없이
범음성(梵音聲)으로 차례로 말씀해 주시기를 바랐다.
저 건달바왕들이 공양을 일으킨 것은
참되고 깨끗한 큰 법을 듣기 위해서이다.
이 법은 오직 실제(實際)만을 의지해 있어
본래의 제 성품을 더하거나 덜함이 없다.
만일 누구나 상(相)을 취해 분별하면
그것은 요술과 같아 얻을 수 없다.
이 법은 진실함도 없고 허망함도 없나니
법의 성품이 공하기 때문에 부처님께서는 말씀이 없다.
저들은 이와 같이 공양을 마치고는
뒤의 몸은 마땅히 삭가라(爍迦羅) 되리니
이로써 나고 죽는 최후의 몸이 되어
깨끗한 행을 더욱 늘리어 게으른 마음 없으리.
한 부처 국토로부터 다른 부처 국토에 이르기까지
항하의 모래 수 같은 여래를 받들어 섬기고
나유타 수의 유정들을 교화해 제도하고는
그 결과가 원만하여 이진불(離塵佛)이 되리라.
저 이진불이 세상에 나오되
그 수명은 나유타 겁인데
언제나 모든 법의 제 성품이 공함을 연설하고
다시 일체의 지혜를 잘 드러내 보이리라.
이와 같은 부처님의 명호는
이 세상의 정법(正法)과 상법(像法) 시대에 머물면서
법을 연설해 모든 중생들 교화하여 이롭게 함이
모두 다 먼저 부처님과 같아 다름없으리.
마승아, 그대는 그 광명의 인연을 물었다.
그러므로 나는 간략히 그 공덕을 말했나니
이와 같이 계속해 부처 이룰 때에는
항복 받은 하늘 악마가 무억수(無億數)이다.
건달바왕들에게 비결을 주시자
그때 모인 대중은 의심을 풀고 기뻐하여
모두가 각각 모니존(牟尼尊)께 귀의하고
합장하며 한쪽에 서 있었네.
11. 야차왕수기품(藥叉王授記品)
그때 그 모임에 있던 80구지의 대야차왕들은 아수라왕 내지 건달바왕 등이 여래께 공양을 널리 일으키는 것을 보고, 다시 세존께서 그들에게 수기하시는 말씀을 듣고는 뛸 듯이 기뻐하면서 일찍이 없는 일이라 하였다. 그리하여 공경 존중하고 만나기 어렵다는 생각을 내어 여래 지혜의 심원함을 찬탄하고, 그 설법을 깊이 이해하여 매우 즐거워하면서 청정한 신심을 내었다. 그리고 신통의 힘으로 광대하고 뛰어난 공양을 지으니, 앞의 아수라 왕이 짓는 공양과 다름이 없었다.
그때 야차왕들은 공양을 지어 바치고 부처님을 세 번 돌고는 한쪽에 서서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해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사람 가운데 비할 데 없는 석사자님
큰 신통과 지혜 갖추어
바다와 같이 깊고도 넓어 측량할 수 없나니
그러므로 나는 지금 머리 조아려 예배하네.
저 수미산도 헤아릴 수 있고
타는 겁화(劫火)도 그 한계 알 수 있으나
오직 부처님의 지혜의 힘만은 묘하여 생각하기 어렵나니
어떤 사람도 그 한계를 알 수 없네.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모든 세간에 있는
갖가지 갈래의 모든 유정들
그들이 지은 선하고 악한 업을
부처님은 두루 잘 아시나니 짝할 이 없네.
혹은 즐겨 아란야에 살면서
고요한 행을 닦으면서 번잡함을 제거하며
그 닦아 익힘을 따라 같지 않은 성품들을
부처님께서는 두루 잘 아시나니 짝할 이 없네.
혹은 탐냄과 성냄과 어리석음의 허물로
교만하고 시기하여 모든 악행을 지으나
혹은 평등하고 분별하며 혹은 따르고 더하는 것
부처님께서는 두루 잘 아시나니 짝할 이 없네.
혹 어떤 이는 미혹하여 바른 길을 잃고
괴로움의 과보에 깊이 빠져 나올 기약 없으며
혹은 믿음과 이해를 갖추고 법의 행을 따르는 것
부처님께서는 두루 잘 아시나니 짝할 이 없네.
유정들이 즐겨 많은 악한 행을 짓고
그 업이 따라 다님을 버리지 않고 있다가
목숨을 마칠 때에 이르러 두려워하면
오직 여래만이 잘 제도하시네.
혹은 깨끗한 계율을 지녀 하늘 궁전에 살고
혹은 나쁜 업을 지어 온갖 고통 받는데
좋고 추한 과보를 받는 이치 어김없음을
오직 여래만이 다 알고 보시네.
혹은 지혜가 있어 해탈을 구하여
부처님의 법 가운데서 집을 버리고 나와
거룩한 도를 즐겨 닦고 유정을 이롭게 하며
무위(無爲)한 적멸(寂滅)의 즐거움을 깨쳐 얻네.
혹은 어떤 어리석은 이가 집을 버리고 나와
여래의 법을 의지해 거기 머물면서도
그 매우 깊은 법을 잘 알지 못하면
그 지혜 없음으로 말마암아 도리어 비방하네.
그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비방하면서
한량이 없는 괴로움의 인연을 짓고
목숨을 마치고는 곧 지옥에 떨어졌다가
겁(劫)이 다하면 다시 다른 괴로운 갈래에 나네.
만일 누구나 진리를 믿는 왕성한 마음으로
즐겨 바른 법을 듣고 잘 보호하면
모든 법의 본래 성품 공한 것을 잘 알고
일체의 상(相)을 떠나 집착함이 없으리라.
이 세간은 견고한 것 아니며
이 몸은 요술과 같고 골짜기의 메아리 같음 알아
언제나 자비스런 서원으로 중생을 이롭게 하고
부처님의 보리에서 물러남이 없게 하리.
나는 지금 부처님의 공덕을 찬탄하나니
일체의 세간에서 이보다 더 좋은 것 없네.
이 조그만 선을 회향하여 유정들에게 미치어
미래에는 다 함께 부처님의 도가 이루어지이다.
그때 세존께서는 야차왕들의 생각을 아시고 곧 입에서 큰 광명을 놓아 부처 국토를 두루 비추었다. 그러자 마승 비구는 이 광명을 보고는 합장하고 부처님을 향해 게송으로 여쭈었다.
위대하여라, 가장 훌륭한 양족존님.
갑자기 깨끗한 광명을 놓으시니 사의하기 어렵습니다.
이 광명은 드문 일로서 까닭 없지 않으실 것이니
세간을 밝게 비추시니 보름달보다 더합니다.
지금 여기 모인 대중은 모두 다 합장하고
다 같은 소리로 부처님의 공덕을 찬양합니다.
원하옵나니, 여래는 범음성을 떨치시어
이 광명을 놓으시고 까닭을 말씀하소서.
어떤 사람이 부처님께 깨끗한 믿음을 내옵니까?
어떤 사람이 진실하고 깨끗한 법을 깨쳤나이까?
어떤 사람이 견고한 보리심을 내었나이까?
바라옵나니, 여래는 분별하여 말씀해 주소서.
큰 자비를 가지신 주인님은 세상에 나오시어
중생들의 의심 그물을 잘 풀어 주십니다.
모든 하늘과 용과 또 인비인(人非人)들이
그 말씀 들으면 모두 크게 기뻐할 것입니다.
그때 세존께서는 마승 비구를 위해 게송을 외우셨다.
착하다, 마승 대비구여.
그대는 그런 뜻을 잘 물었다.
이 광명을 물음으로 인해 하늘과 사람들 이롭게 하여
그들로 하여금 모두 진실한 견해에 머물게 하리라.
저 야차왕들은 공양 베풀어
보고 들음과 훌륭한 선근을 더욱 늘렸다.
그러므로 나는 이 깨끗한 광명을 놓고
지금 마땅히 부처 이룬다는 기별 주리라.
이와 같이 저 야차 무리들은
모두가 모든 법이 인연을 좇아 생기는 줄을 알고
원하는 힘으로 말미암아 이 몸을 받고
마음이 언제나 보리의 도에 편히 머문다.
지혜로 능히 잘 관찰하여
온(蘊)ㆍ처(處)ㆍ계(界)가 다 허망한 거짓임을 알고
바퀴처럼 도는 고뇌의 원인을 뛰어넘나니
그것은 마치 연꽃에 물이 묻지 않는 것과 같다.
이것저것이 화합하는 더러운 인연
그 일체는 모두가 요술과 같음을 깨달아 알고
색(色)의 제 성품이 공한 것도 그런 줄을 관찰하여
적멸(寂滅)한 무위(無爲)의 이치를 증득하게 되었다.
만일 능히 모든 법의 공함을 깨달아 알고
또한 상(相)이 없음과 원이 없음을 통달하여
이 세 가지 해탈의 문을 평등하게 두루 관찰하면
아무 장애 없으리라.
능히 관찰하는 지혜의 성품이 본래 공한데
관찰되는 그 경계가 어디에 있겠는가?
마음과 경계의 이 둘이 모두 없음을 알면
이야말로 보리의 행을 원만히 갖추었다 하리라.
모든 하늘과 또 사람들이 이 법을 들으면
마음에 기쁨을 내어 일찍이 없었던 일이라 하고
각각 믿고 이해하고 법의 행을 따라
점점 일체의 지혜를 능히 닦아 익히리라.
이와 같이 밀적역사(密迹力士) 야차 무리들
능히 깨끗한 마음으로 공양을 일으키나니
이 뒤에는 마땅히 이 나쁜 세계의 몸을 바꾸어
저 모든 하늘에 나서 묘한 쾌락 누리리라.
저들은 장차 오는 세상에서
한량이 없는 구지의 부처님을 받들어 뵈옵고
그 이름을 적정혜(寂靜慧) 부처라 하며
세상에 사는 수명은 극히 장구하리라.
무수한 저 성문 무리 교화하고
마치 별들이 허공에 나타나는 것처럼
모든 지혜를 갖춘 사람들 그 안에 나서
국토를 깨끗이 장엄하고 아무 고통 없으리.
일체 세간의 인비인(人非人)들은
부처님의 설법 듣기에 피로해 하지 않고
다 용맹하고 청정한 마음을 내어
번뇌의 모든 결박에서 해탈하였네.
'매일 하나씩 > 적어보자 불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적어보자] #4724 부자합집경(父子合集經) 8권 (25) | 2024.08.28 |
---|---|
[적어보자] #4723 부자합집경(父子合集經) 7권 (10) | 2024.08.28 |
[적어보자] #4721 부자합집경(父子合集經) 5권 (4) | 2024.08.28 |
[적어보자] #4720 부자합집경(父子合集經) 4권 (3) | 2024.08.27 |
[적어보자] #4719 부자합집경(父子合集經) 3권 (4) | 2024.08.27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