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부자합집경(父子合集經) 2권
부자합집경 제2권
서천 역경삼장 조산대부 시홍로경 선범대사 사자사문 일칭 등 한역
송성수 번역
1. 정반왕시발신심품 ②
그때 존자 우다이가 정반왕의 마음에 감동이 생긴 것을 알고 게송으로 찬탄하고는 아뢰었다.
“대왕이시여, 지금 부처님께서는 세상에 나오셔서 대법왕이 되시어 온갖 선(善)의 공덕을 완전히 성취하시고, 저 사문 대중 속에 계시는 것이 마치 보름달을 뭇 별이 에워싼 것과 같사온데, 세존의 광명은 그보다 더 밝습니다. 대왕이시여, 여래가 세상에 나오신 것은 가을 하늘에 덮인 구름이 없으면 그 햇빛이 특히 밝은 것 같사온데, 부처님께서 사문 대중 가운데 계시면 그 광명은 그보다 더 빛납니다.
또 바다 가운데 있는 광명산은 그 광명이 빛남이 모든 산보다 뛰어나지만 부처님께서 사문 대중 가운데 계시면 그 광명은 그보다 더 빛납니다. 또 제석천이 선법당(善法堂)에 있을 때 하늘들이 둘러싸면 그 몸의 광명이 다른 천자들보다 더욱 치성하지만, 부처님이 사문 대중 가운데 계시면 그 광명은 그보다 더 빛납니다. 또 대범천왕을 백천 구지 범중(梵衆)이 둘러쌀 때 그 몸의 광명을 짝할 이가 없지만, 부처님이 사문 대중 가운데 계시면 그 광명은 그보다 더 빛납니다.”
그러자 정반왕이 세존의 이와 같은 훌륭한 광명과 위신에 대한 말을 듣고 다시 추억하였다.
‘옛날 태자가 처음으로 강생(降生)할 때 대지가 여섯 가지로 진동했으니, 즉 동(動)ㆍ변동(遍動)ㆍ극변동(極遍動)ㆍ기(起)ㆍ변기(遍起)ㆍ극변기(極遍起)와 용(涌)ㆍ변용ㆍ극변용과 진(震)ㆍ변진ㆍ극변진과 격(擊)ㆍ변격ㆍ극변격과 후(吼)ㆍ변후ㆍ극변후였으며, 몸의 광명은 천지를 비추어 그와 짝할 것이 없었다. 곧 일곱 발자국을 걸을 때 아무도 부축하지 않았고, 이때 공중에서 두 줄기 물이 쏟아졌으니 하나는 따뜻한 물이요 하나는 찬물이었는데 그것으로 태자를 목욕시켰다.
땅에서는 보좌(寶座)가 저절로 솟아오르고 뛰어나게 묘한 비단 일산이 허공에 매달렸으며 모든 천자들이 공경하고 존중하여 손에 흰 총채를 들고 좌우에 모시고 섰다. 그리고 보살(태자)은 자라나서는, 다섯 쾌락을 싫어해 집을 버리고 나가 항상 바른 생각에 머물고 진실한 말을 하며, 유정들로 하여금 서로 해치지 못하게 했다. 할 일을 결정하되 용맹하고 견고하며 위없는 정등(正等) 보리를 이루기를 원하여 제도하지 못한 자를 다 제도하고, 차츰 구경의 저쪽 언덕에 이르렀다.’
이에 정반왕이 우다이를 위해 게송으로 말하였다.
만일 누가 처음 났을 때
그 말이 진실하면
그는 적정의 지혜 갖추었거니
지혜로운 사람을 어찌 믿지 않으리.
태자가 처음 났을 때
세간에 아무도 짝할 이 없어
세상의 존경을 받았거니
지혜로운 사람을 어찌 믿지 않으리.
나아가서는 꿈속에서도
거짓말을 한 적이 없고
그 말대로 수행하거니
지혜로운 사람을 어찌 믿지 않으리.
경계에 탐심을 내지 않고
탐욕에 얽매이지 않으며
금 따위 보배를 돌아보지 않거니
지혜로운 사람을 어찌 믿지 않으리.
성냄은 예리한 칼과 같고
분노는 남을 두렵게 하나니
그런 허물을 잘 떠났거니
지혜로운 사람을 어찌 믿지 않으리.
훌륭한 슬기에 항상 상응해
두려움에도 동요하지 않는 것
어리석음의 허물을 떠났기 때문이니
지혜로운 사람을 어찌 믿지 않으리.
다섯 쾌락을 누리면서도
거기에 결박되지 않고
훌륭한 슬기로 잘 가리나니
지혜로운 사람을 어찌 믿지 않으리.
백천 가지 요술은
조그만 진실도 없어
선인은 좋아하지 않나니
지혜로운 사람을 어찌 믿지 않으리.
무수한 교묘한 말은
필경 실없는 말로서
결박을 벗어나지 못하나니
지혜로운 사람을 어찌 믿지 않으리.
만일 법의 즐거움을 즐기고
모든 의리(義利)에 상승하면
결정코 결박을 떠나리니
그의 말을 어찌 믿지 않으리.
번뇌를 떠난 방편의 힘을
어떤 사람이 막을 수 있으랴.
성을 넘어 석궁(釋宮)을 나갔나니
그의 말을 어찌 믿지 않으리.
다섯 가지 쾌락 버리고
사슴처럼 산에 살면서
즐겨 보리(菩提)를 구했거니
그의 말을 어찌 믿지 않으리.
6년 동안 고행을 닦고
모든 중생을 제도하기 위해
최상의 보리를 구했거니
그의 말을 어찌 믿지 않으리.
6년 동안 마맥(麻麥) 먹으면서
맛난 음식을 생각지 않고
최상의 보리를 구했나니
그의 말을 어찌 믿지 않으리.
6년 동안 산골에 살 때
뭇 악마가 와서 엿보았으나
조그만 허물도 못 보았거니
그의 말을 어찌 믿지 않으리.
누가 이익을 구하지 않으랴.
그만이 조그만 바람도 없이
탐욕의 허물을 잘 떠났나니
그의 말을 어찌 믿지 않으리.
위없는 정등각이라고
일찍이 듣지 못한 사람은
믿기도 어렵고 알기도 어렵나니
그의 말을 어찌 믿지 않으리.
범천이 설법을 청했거나
혹은 세존의 자설(自說)이거나
이런 미묘한 법이거니
그의 말을 어찌 믿지 않으리.
석가의 종족을 가엾이 여겼기 때문에
왕궁에 그 생(生)을 보이어
고통의 결박을 다 벗게 했거니
그의 말을 어찌 믿지 않으리.
‘저쪽 언덕에 오르지 못한 자를
교화해 제도를 얻게 하리라.’
언제나 이런 원을 내었나니
그의 말을 어찌 믿지 않으리.
세존께서는 옛날
일찍이 이렇게 교화하고
지금도 또한 그러하나니
그의 말을 어찌 믿지 않으리.
그러므로 나는 이제
법의 왕을 보려고
이렇게 자세히 관찰하나니
몸과 마음이 청정해졌네.
이때에 정반왕이 이 게송을 마치고는 다시 생각하고 존자에게 말하였다.
“이 몸은 언제나 도에 대한 뜻을 낼까?”
존자 우다이가 그러한 정반왕을 위해 게송을 외웠다.
대왕은 지금 사람 가운데의 왕이 되었나니
모든 의로운 이익을 닦아 익혀야 하는데
여래는 마음 내는 그 인(因)을 칭찬하시고
언제나 높고 훌륭한 곳에 나게 되셨네.
만일 능히 청정한 마음을 내어
석가모니 큰 신선께 나아가면
그 얻는 공덕은 헤아리기 어렵고
인간 천상의 온갖 선(善)의 종자를 더욱 늘리리.
여래는 그 옛날 태자였을 때
대비(大悲)로 모든 중생을 가엾이 여겨
평등하고 한량없는 마음을 널리 행하였나니
그것은 마치 연꽃이 물에 물들지 않음 같았네.
일체의 유정들이 사나운 윤회의 물결에 빠졌을 때
부처님께서는 능히 구제해 그것을 벗어나게 했기에
이것을 일러 양족존(兩足尊)이라 하거니
대왕은 깨끗한 마음을 내어 잘 조복하시라.
부처님의 지혜는 최상이요 가장 제일이어서
저 중생의 의혹의 화살을 잘 빼어 버리고
영원히 온갖 괴로움을 떠나 안락을 얻었나니
대왕은 깨끗한 마음을 내어 잘 조복하시라.
태자께서는 영원히 3유(有)의 결박을 끊고
네 종류의 악마 군사의 무리 다 항복 받고
위없는 큰 보리를 이루게 되었나니
대왕님은 깨끗한 마음을 내어 잘 조복하시라.
해탈하는 감로(甘露)의 법을 열어 보이자
제석천왕과 사람의 왕이 모두 권하고 청하여
삼계의 저 모든 유정들을 이롭게 즐겁게 하나니
대왕은 깨끗한 마음을 내어 잘 조복하시라.
가장 훌륭하고 묘한 법의 바퀴를 잘 굴리어
일체의 저 모든 외도들을 거두어 교화하여
그 수가 구지 나유타이거니
대왕은 깨끗한 마음을 내어 잘 조복하시라.
여래의 슬기의 눈은 극히 맑고 깨끗하여
중생들이 무명(無明)에 덮여 있을 때
법을 설명하여 저들이 어리석음과 어두움을 잘 제거하나니
대왕은 깨끗한 마음을 내어 잘 조복하시라.
중생들이 늙음과 죽음의 핍박을 받을 때
여래는 법을 설하여 근심과 두려움 없애고
방편으로 언제나 즐거움의 문에 오르게 하나니
대왕은 깨끗한 마음을 내어 잘 조복하시라.
여래께서 이 세간에 나타나심은
마치 하늘에서 큰 구름비가 사방에 쏟아지는 것 같아
왕성한 세 가지 독의 불을 능히 멸하나니
대왕은 깨끗한 마음을 내어 잘 조복하시라.
석가모니의 열 가지 힘과 지혜의 광명은
중생들의 3세의 죄악을 능히 멸하여
필경에 갖가지 허물을 멀리 떠나게 하나니
대왕은 깨끗한 마음을 내어 잘 조복하시라.
여래는 언제나 크게 가엾이 여기는 마음으로
중생들을 마치 갓난아이와 같이 사랑하고 아껴
그들이 모두 괴로움 떠나 해탈 얻게 하나니
대왕은 깨끗한 마음을 내어 잘 조복하시라.
교화하기 어려운 억세고 강한 그 중생들
여래는 방편으로 그들을 능히 거두고 받아들여
산란하고 교만한 마음을 제거하게 하나니
대왕은 깨끗한 마음을 내어 잘 조복하시라.
중생들이 탐욕의 바다에 모두 빠져 있고
모든 하늘이 집착해 즐기는 것도 또한 그와 같으나
부처님께서는 열 가지 힘을 드리워 능히 구제하나니
대왕은 깨끗한 마음을 내어 잘 조복하시라.
부처님의 크신 자비는 아무도 짝할 이 없고
한량이 없는 공덕으로 장엄한 바 되어
능히 중생들의 긴 밤의 괴로움을 구제하나니
대왕은 깨끗한 마음을 내어 잘 조복하시라.
여래의 대비(大悲)와 방편의 힘은
마치 마니 구슬이 물을 잘 비추는 것 같아
싸움과 번뇌의 탁한 씨앗을 능히 제거하나니
대왕은 깨끗한 마음을 내어 잘 조복하시라.
마니의 보배와 같이 본 성품은 청정하여
중생들은 그것을 보고 모두 기뻐하는데
석가모니께서는 번뇌의 종자를 영원히 떠났나니
대왕은 깨끗한 마음을 내어 잘 조복하시라.
인간과 천상에는 이별의 괴로움을 많이 받기에
부처님께서는 그들에게 열반의 즐거움을 받아
생사를 윤회하는 종자를 벗어나게 했으니
대왕은 깨끗한 마음을 내어 잘 조복하시라.
석가모니께서 성취하신 공덕의 그 바다를
나는 지금 간략히 그 한 부분만 말했나니
그것은 비유하면 저 끝이 없는 허공과 같네.
대왕은 깨끗한 마음을 내어 잘 조복하시라.
그때에 정반왕이 이 게송을 듣고 곧 생각하였다.
‘이전에 보살(태자)이 집을 떠나기 전에 나는 그가 훌륭한 일을 하고 바른 생각에 상응하여 결정적인 발원을 하는 것을 직접 보았다. 나도 집을 버리고 나가 맹세코 불도를 이루어 중생을 제도하여 저쪽 언덕에 이르게 하리라.’
그리고는 존자 우다이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여래의 아들이다. 그대는 우선 공양을 마치고 따로 공양을 싸라. 그리고 나는 세존께 가리라.”
우다이가 매우 기뻐하고, 곧 향기로운 공양을 부처님께 올렸다. 부처님께서는 공양을 마치시고 여러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저 우다이를 보내어 정반 부왕을 교화하여 지금 신해(信解)를 내게 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곧 우다이를 찬탄하였다.
“장하고 착하다. 그대는 지금 무량한 복덕을 얻었으며, 세간과 천상의 인간으로 하여금 이 말을 듣고서 선근을 증장하게 하였다.”
어떤 비구가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저 우다이는 얼마만한 복덕을 얻겠나이까?”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가령 시방의 항하 모래수가 무량무변하여 헤아릴 수가 없다면 이 우다이가 얻는 복덕의 과보도 그와 다름이 없느니라.”
이에 세존께선 공양을 마치고 발우를 거두신 뒤에, 위의에 편히 머물러 가부하고 앉아 선정에 들어 부왕이 장차 오실 것을 관찰하고, 곧 북방의 다문천왕(多聞天王)을 부르셨다. 그는 그 권속과 백천 구지 나유타의 큰 야차 장수와 함께 그 궁중에서 나와 허공으로부터 오는데, 팔을 굽혔다 펴는 사이에 부처님께 나아가 합장하여 예배한 뒤 세존과 그 비구들에게 공양하고 한쪽에 섰다.
또 동방의 지국천왕(持國天王)은 그 권속과 백천 구지 나유타의 건달바 대중과 함께 허공으로부터 부처님께 나아가 합장하여 예배하고 세존과 그 비구들에게 공양하고는 한쪽에 섰다.
또 남방의 증장천왕(增長天王)은 그 권속과 백천 구지 나유타 구반다 대중과 함께 허공으로부터 부처님께 나아가 합장하여 예배하고 세존과 그 비구들에게 공양하고는 한쪽에 섰다.
또 서방의 광목천왕(廣目天王)은 그 권속과 백천 구지 나유타의 큰 용의 무리와 함께 허공으로부터 부처님께 나아가 합장하여 예배하고 세존과 그 비구들에게 공양하고는 한쪽에 섰다.
또 제석천왕이 33천의 무수한 천자들과 함께 부처님께 나아가 예배하고 공양하였다.
이와같이 염마천ㆍ도사다천ㆍ낙변화천ㆍ타화자재천ㆍ대범왕천ㆍ광음천ㆍ광과천ㆍ정거천 등의 천자들도 각각 백천 구지 나유타 천자의 권속과 함께 부처님께 나아가 머리로 예배한 뒤 그 비구들에게 공양하고 공경하고서 한쪽에 섰다.
또 비마질다라 아수라왕은 60나유타 권속을 데리고 오는데 깨끗한 새옷을 입고 차례로 행장을 차리고서 허공으로부터 와서 부처님께 나아가서는 머리로 예배하고 세존과 그 비구들에게 공양한 뒤 한쪽에 섰다.
또 가루라왕이 그 권속 8만 6천과 함께 허공으로부터 와서 부처님께 나아가서는 합장하여 예배하고 세존과 그 비구들에게 공양하고 한쪽에 섰다.
또 외도ㆍ대선(大仙)ㆍ바라문 등 60구지는 사방에서 와서 부처님께 나아가 가까이 하여 공양하는데, 마치 보름달이 공중에서 빛나는 것처럼 세존의 위덕과 광명이 모든 별빛을 압도하였다.
그때 그 대중 가운데의 하늘ㆍ용ㆍ귀신ㆍ마후라가 등은 마음을 하나로 하여 같은 소리로 게송을 읊어 찬탄했다.
부처님께서는 지혜의 광명 갖추시고
가장 훌륭하시니 그 짝이 없으며
아수라를 항복시키고
3독(毒)의 어리석음 멸하시네.
부처님 얼굴은 보름달 같으니
온갖 모습 다 장엄하고
최상의 변재를 갖추어
모든 이론(異論)을 잘 깨뜨리시네.
백 가지 복을 갖춘 묘하고 장엄한 몸은
천상 인간에 짝할 이 없고
모든 저 성문들을 깨우쳐 이끄시니
흐린 물에서 나오는 연꽃과 같네.
저 제석천왕처럼
천자들이 항상 둘러싸고
그 위덕이 하늘보다 더하나니
몸의 광명도 또한 그러하네.
여래 이족존(二足尊)님을
법자(法子)들이 항상 둘러쌌는데
갖가지 법의 요체를 잘 설명해
중생을 다 깨닫게 하시네.
저 염마천왕과 같이
권속들이 항상 둘러쌌는데
대중 가운데 앉아 계시면
모든 하늘이 다 존중하네.
부처님 몸의 무변한 광명
험난한 악의 길을 비추면
타락한 저 중생들
그 광명 입고 다 고통 떠나네.
저 도사다천왕을
하늘 무리가 항상 호위하는 것
옛날의 복의 과보이거니
그 몸의 광명 홀로 훌륭하여라.
하늘과 아수라
또 용신 무리들
석사자(釋師子)의 광명은
저들보다 더 청정하네.
낙변화천왕 등
다 부처님께 오면
부처님 광명에 덮이나니
과거의 복업을 알게 하네.
이러한 부처님의 광명
가장 뛰어나 견줄 데 없으며
조복하지 못한 자를 잘 교화해
깨끗한 신해(信解)를 내게 하시네.
타화자재천왕을
하늘 무리가 항상 둘러쌌는데
그것은 과거의 선업 때문이니
그 몸의 광명 홀로 훌륭하여라.
여래 십력존(十力尊)
바른 행이 다 원만하여
모든 천인 가운데서
그 광명이 극히 치성하네.
색계의 대범천왕은
몸의 광명이 범중(梵衆)에서 뛰어나고
여덟 종류의 묘한 음성은
모든 하늘에 그 짝이 없네.
여래 대법왕(大法王)을
8부(部)가 항상 공경하는데
4제(諦)를 연설한 법음
그 광명은 삼천세계 비추네.
모든 하늘과 용과 귀신 등
모두 부처님께 와서
희유한 범음(梵音)의 소리 듣고
깨우쳐 주시기를 부처님께 원하네.
대해의 깊이도 헤아릴 수 있고
허공도 그 끝을 알 수 있으며
수미산도 그 높이를 헤아릴 수 있어도
부처님 공덕은 그 끝이 없네.
2. 왕예불소품(王詣佛所品)
그때 정반왕이 우다이에게 말하였다.
“오래지 않아 내가 몸소 부처님께 가리라. 세존께서는 내 마음을 생각하시고 먼저 아시리라.”
그리고 곧 석종(釋種)을 불러 길일(吉日)을 택하고 해가 뜰 때에 ‘나는 수레를 타고 반드시 가리라’하였다.
그러자 석종들은 왕의 분부를 듣고 모두 기뻐하면서 각기 이렇게 말하였다.
“장하십니다. 대왕님, 저희들도 모시고 따라 가겠나이다.”
그리하여 정반왕의 칙령으로 코끼리와 말과 수레와 보배로 꾸민 연(輦)들을 배열하고 깨끗한 황토를 길에 깔고 청색 수레를 타고는 청색 보배로 장식하고 수레 위에는 푸른 비단 일산을 씌우고 푸른 그물을 얽었다. 보배 방울은 부드럽게 울려 묘한 음악을 연주하며 갖가지로 노래하고 춤추며, 백 명의 용사는 푸른 갑옷과 투구로 무장하고 푸른 가죽신을 신고 둘러쌌으며, 무수한 시종들은 푸른 옷을 입고 각기 푸른 당기ㆍ번기와 푸른 총채를 들었는데 온갖 보배로 그 자루를 꾸몄으며, 갖가지로 장엄한 푸른빛은 곱고 깨끗하며 그 행렬은 천천히 전진하였다.
황색 수레를 타고는 황금으로 장식하고 그 수레 위에는 황색 비단 일산을 폈으며 보배 그물로 얽었다. 보배 방울은 부드럽게 울려 묘한 음악을 연주하며 갖가지로 노래하고 춤추며, 백 명의 용사는 황색 갑옷과 투구로 무장하고 황색 가죽신을 신고 둘러쌌으며, 무수한 시종들은 황색 옷을 입고 각기 황색 당기와 번기와 황색 총채를 들었는데 온갖 보배로 그 자루를 꾸몄으며 갖가지 장엄한 황색은 곱고 깨끗하며, 그 행렬은 차례로 천천히 전진하였다.
또 홍색 수레를 타고는 홍색 보배로 장식하고 그 수레 위에는 홍색 비단 일산을 폈으며, 보배 그물로 얽었다. 보배방울은 부드럽게 울려 묘한 음악을 연주하며, 갖가지로 노래하고 춤을 추었다. 백 명의 용사는 홍색 갑주로 무장하고 홍색 가죽신을 신고 둘러쌌으며, 무수한 시종들은 홍색 옷을 입고 각기 홍색 당기와 번기와 홍색 총채를 들었고 온갖 보배로 그 자루를 장식했으며 갖가지로 장엄한 홍색은 곱고 깨끗하며 그 행렬은 차례로 천천히 전진하였다.
또 백색 수레를 타고는 백은으로 장식하고 그 수레 위에는 백색 비단 일산을 폈으며, 보배 그물로 얽었고 보배방울은 부드럽게 울려 묘한 음악을 연주하며, 갖가지로 노래하고 춤을 추었다. 백 명의 용사들은 백색 갑옷과 투구로 무장하고 백색 가죽신을 신고 둘러쌌는데, 무수한 시종들은 흰옷을 입고 각기 백색 당기와 번기와 백색 총채를 들었으며 온갖 보배로 그 자루를 장식했다. 갖가지로 장엄한 백색은 곱고 깨끗하며 그 행렬은 차례로 천천히 전진하였다.
또 채색 그림의 수레를 타고는 온갖 보배로 장식하고 그 수레 위에는 채색 그림의 일산을 폈으며, 보배 그물로 얽었고 보배방울은 부드럽게 울려 묘한 음악을 연주하며, 갖가지로 노래하고 춤을 추었다. 백 명의 용사들은 채색 그림의 갑옷을 입고, 채색 그림의 신을 신고 둘러쌌는데, 무수한 시종들은 채색 그림의 옷을 입고 각기 채색 그림의 당기와 번기와 여러 가지 빛깔의 총채를 들었는데 온갖 보배로 그 자루를 장식했다. 갖가지로 장엄한 여러 가지 빛깔은 곱고 깨끗하며 그 행렬은 차례로 천천히 전진하였다.
이런 수레들 뒤에 8만 코끼리가 있는데, 그 낱낱 코끼리 위에는 다 7보로 된 누각이 있으며 금당기를 사이사이에 배열하여 매우 아름다웠다. 또 코끼리 뒤에는 8만의 말이 있는데 그것도 금보배로 장식하였다.
그때 정반왕은 가장 훌륭한 코끼리를 타고 궁중으로부터 가비라성을 나와 니구율타숲으로 가는데 석종들은 엄숙하고 공손히 그를 따랐다.
그때 세존께선 멀리서 부왕이 신하와 석종 권속과 성중의 인민들을 데리고 오는 것을 보시고, 비구들과 함께 숲을 나와 바라보았다. 비구들은 그것을 보고 미증유(未曾有)라고 찬탄하다가 처음으로 33천의 제석천왕이 오는 것을 보았다. 왕이 오는 길은 깨끗하고 평탄하며 5색 꽃을 흩고 온갖 향을 피우며 공중에는 갖가지 비단 화만을 달았고 길가에 행렬을 지어 갖가지 기예와 묘한 음악을 일시에 연출하였다. 왕은 기뻐하면서 부처님에게로 나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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