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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부법장인연전(付法藏因緣傳) 4권
부법장인연전 제4권
길가야)1)ㆍ담요2) 공역
심삼진 번역
아서가왕(阿恕伽王)에게 다시 한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이 법증(法增)이었다. 얼굴이 단정하고 눈이 매우 아름다웠다. 그 당시에 구나라(拘那羅)라고 이름하는 새가 있었는데 그 새의 눈이 밝고 깨끗함이 저 아이와 같았으므로 이 아들을 구나라라고 불렀다. 장성하자 아내를 맞이하였고, 아내의 이름은 진금만(眞金鬘)이었다. 왕이 아들을 데리고 계두말사(雞頭末寺)에 갔을 때였다. 그곳의 상좌인 야사는 앞으로 왕자가 반드시 실명(失明)할 것임을 알고 그에게 말하였다.
“눈이란 것은 항상함이 없소. 반드시 없어져서 믿을 것이 못됨을 아시오. 부지런히 정진하여 뛰어난 해탈을 구하는 것이 마땅하오.”
그때 구나라는 가르침을 받고 궁으로 돌아가 이 눈은 고(苦)요, 공하여 파괴되는 것임을 관찰하였다. 왕의 큰 부인의 이름은 제실라차(帝失羅叉)였는데 구나라를 지극히 애욕적으로 사랑하고 집착하여 음욕의 불길이 치성하였다. 핍박하면서 함께 잠자리를 하고자 했으나 왕자의 성격 됨됨이가 본디 정결하고 뜻이 견고하여 그 요구를 따르지 않았다. 제실라차는 원한을 품었고, 그때 구나라는 득차시라성(得叉尸羅城)을 다스리고 있었다. 제실라차가 항시 원한을 갚을 틈을 엿보고 있었는데 우연히 왕이 병이 나서 매우 위독하였다. 부인이 치료하여 병이 낫자 그 공으로 이레 동안만 왕위를 대신하도록 청하였고, 임금은 그것을 허락하였다. 곧 원한을 갚으려고 비밀리에 칙서를 보내어 구나라로 하여금 그의 눈을 뽑아버리라고 명령하였다. 왕자는 교칙을 받들어 어떤 잔인한 사람을 구하여 오른쪽 눈을 뽑게 하고 손바닥에 높고 살피면서 문득 야사가 본래 권계(勸誡)했던 것을 생각하고 이렇게 말했다.
“진실하구나, 존경스러운 가르침이여. ‘눈은 항상함이 없어 오히려 환화(幻化)와 같다’고 하셨는데 진실한 진리는 허망하지 않구나. 뽑기 전에 이 눈은 기이하고 특별히 미묘하더니 지금 자세히 관찰하니, 어떻게 사랑하고 집착할 수 있겠는가? 나는 반드시 이 위태하고 썩은 사물[法:여기서는 눈]을 버리고 오로지 최고로 뛰어나고 청정한 지혜의 눈을 구하겠다.”
이렇게 관찰할 때에 수다원의 과위를 얻었고, 다시 한쪽 눈마저 뽑게 하면서 거듭 깊이 싫어하는 마음을 생각하고 관찰하여 사다함의 과위에 이르렀다. 그의 아내 금만이 남편이 눈을 뽑았다는 사실을 듣고 놀라서 눈물을 흘리며 소리 내어 울고 와서 보고는 기절했다가 한참 뒤에 깨어났다. 그때 구나라가 게송으로써 타일렀다.
옛날 내가 지은 나쁜 업
오늘 내가 도로 받은 것이네.
일체 세간의 고통은
은애(恩愛)로써 모였다 헤어지니
그대 반드시 자세히 생각해 보게.
무엇 때문에 목 놓아 우는가.
성 안의 사람들이 그들 내외를 멀리 성 밖으로 쫓아버리니, 그들은 떠돌아다니다가 화씨성을 향하였다. 거문고를 타면서 동냥으로 목숨을 부지하며 드디어 왕궁의 코끼리 마구간에 도착하였다. 거문고를 타는 청아한 노랫소리에 저절로 고통스런 일[苦事]이 실렸고, 왕이 그 노랫소리를 듣고 옛날에 들었던 가락과 흡사하여 알아보고자 사람을 보내어 보게 했더니 과연 구나라였다. 곧 불러 들어오게 하였다. 왕이 아들을 보자마자 기절하여 쓰러졌다가 깨어나서 더없이 큰 소리로 부르짖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구나라에게 물었다.
“누가 너의 눈을 훼손시켰느냐? 빨리 나에게 말하여라. 반드시 그 죄를 벌하겠다.”
구나라가 말했다.
“아바마마, 듣지 못하셨습니까? 옛날 여래께서도 오히려 업보를 받으셨습니다. 이와 같은 업보는 그 세력이 매우 커서 일체 현성(賢聖)과 존귀한 이들과 빈천한 이들이 면할 수 있는 방편이 조금도 없습니다. 저도 저의 숙세 업보가 이렇게 혹독한 재앙을 부른 것이니, 아바마마께서는 근심하거나 마음이 상하셔서 초췌하지 마십시오.”
아서가왕은 비록 이러한 말을 들었으나 오히려 울화가 그 마음을 불태워 다시 아들에게 말했다.
“누가 너의 눈을 망가뜨렸느냐? 나는 반드시 그를 죽여서 그 몸뚱이를 갈아 버리겠다.”
엄하게 캐물어 제실라차의 짓인 줄을 알고는 곧 제실라차를 불러 앞에 놓고 그녀에게 말하였다.
“왜 땅이 너를 실어서 빠뜨리지 않는가? 마침내 나로부터 원수가 되었는가? 궁궐 바깥 친근한 놈의 꼬임에 빠졌는가? 어떤 인연 때문에 내 아들의 눈을 망가뜨렸는가? 나는 지금 반드시 도륜검(刀輪劍)으로 나무를 베듯 너의 몸을 절단하여 가루와 같이 해 버리겠다. 너의 시체를 냄새나고 더러운 곳에 버려 똥물과 나쁜 독이 너의 입에 흘러들게 하겠다.”
그때 구나라가 왕의 이 말을 듣고 제실라차에 대하여 크게 슬퍼하는 마음을 내어 부왕에게 말하였다.
“저 분은 어리석어 이러한 허물을 저질렀습니다. 이러한 인연 때문에 지금 훼손됨을 당하거나 치욕을 당하여야 한다면, 아바마마는 지혜로운 분인데 어찌 저분과 반드시 같은 행동을 하려 하십니까? 지금 만약 다시 저 분에게 보복을 가하려 한다면 반드시 오랜 겁 동안 함께 원수져서 서로 해치게 될 것입니다. 이와 같이 주고받으면 어찌 끝날 수가 있겠습니까? 대왕마마 반드시 아십시오. 비유하면 소리를 원인하여 곧 메아리가 응답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 몸이 이와 같은 것도 이 몸을 말미암아 고통이 있는 것입니다. 또 이 몸은 뭇 악의 근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부처님께서 항상 이 몸을 버리라 하셨습니다. 만약 이 법으로 하여금 결정적으로 안락한 것이라 한다면 무슨 이유로 지혜로운 분들이 항상 싫어하는 마음을 내겠습니까? 이러한 이치를 말미암아 이것을 관찰하면 몸이 고통의 근본입니다. 헤아릴 수 없는 온갖 악이 쌓여 모인 것입니다. 대왕마마 또 들으십시오. 세상의 영아(嬰兒)가 아직 도리를 알지 못하므로 부모에게 욕을 하거나 겸손하거나 공경하는 마음이 없다고 하여 이 부모가 어찌 그 아이에게 성내거나 원한을 일으키겠습니까? 일체 중생도 이와 같아서 언제나 번뇌에 덮이고 가려져 어리석고 지혜가 없는 것이 오히려 어린아이와 같은데, 왜 저분에게 성을 내십니까?”
왕은 마음의 독기가 넘쳐나 그 말을 수용하지 못하고, 나뭇단을 많이 쌓고 기름을 끼얹어 그녀를 태워 죽였다.
그때 대중들이 의심이 일어나 우바국다에게 물었다.
“무슨 인연 때문에 지금 이 왕자는 존귀한 집안에 태어났으나 눈에 뽑히게 되었습니까?”
존자가 말하였다.
“잘 들어라. 마땅히 말하겠다. 옛날에 바라내(波羅㮈)에 어떤 사냥꾼 한 사람이 있었다. 설산으로 사냥을 갔다가 큰 우박을 만났다. 오백 마리의 사슴과 한 동굴에 들어가 우박을 피했다. 그때 사냥꾼은 사슴들을 전부 잡으려 하다가 곧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한꺼번에 잡으면 곧 고기가 변질되어 냄새나고 썩을 것이니 이것들을 눈을 뽑아 버리고 한 마리, 한 마리씩 잡아먹자.’
그리고는 오백 마리 사슴의 눈을 뽑아 버렸다. 이 인연을 말미암아 지금 그 과보를 받은 것이다.”
또 옛날 옛적에 가라구손불(迦羅鳩孫佛)3)이 멸도한 뒤, 그때 그 나라 임금이 있던 단엄(端嚴)이 부처님의 사리를 수습하여 칠보탑을 세웠는데 뒤에 어떤 왕이 불법을 믿는 마음이 없어 탑을 허물고 보배를 탈취하여 오직 나무나 흙들만 남게 되었다. 온 나라의 사람들이 모두 슬퍼 울었다.
어떤 장자의 아들이 왔다가 그들이 우는 이유를 물었다. 뭇 사람들이 대답하였다.
“가라구손불의 보탑이 훼손되고 파괴되어 이 인연을 말미암은 까닭으로 웁니다.”
장자의 아들이 말을 듣고 다시 수리하여 옛날과 같이 장엄하게 복구하고 불상을 조성하였는데, 상호가 특수하고 미묘하였다. 그러고 나서 서원을 세웠다.
“저로 하여금 미래 세상에 저 세존(世尊)과 같이 뛰어난 해탈을 얻게 하여 주십시오.”
이 업을 말미암은 까닭에 존귀한 집안에 태어났고 청정하고 미묘한 과위를 증득하였다. 아서가왕의 권속들은 이와 같이 모두 무거운 짐을 버리고 모두 나고 죽음을 벗어났으며, 왕의 신심은 깊고 넓어 헤아리기 어려웠다.
모든 사문을 보면 나이를 가리지 않고 모두 영접하여 문안드리고 공경히 예배하였다.
그때 어떤 한 신하가 있었는데 이름이 야사(夜奢)였다. 불법을 믿거나 공경하는 마음이 없고 삿된 견해가 매우 심하여 이러한 말을 하였다.
“아서가왕은 너무도 지혜가 없는 사람이다. 스스로 귀한 덕을 지녔으면서도 머리 숙여 어린 스님들에게 예배한다.”
왕이 이 말을 듣고서 곧 여러 신하들에게 명령하였다.
각자 온갖 짐승의 머리를 구해 오게 지정하여 주되, 오직 야사에게만은 사람의 머리를 구해 오도록 하였다.
곧 왕의 명령을 받고 다 찾아 나섰다가 이미 그것을 구하여 모두 와서 왕의 명령을 기다렸다.
왕은 구하여 온 것을 시장에 가서 팔아 오도록 명령하였고 오래지 않은 시간에 모든 머리들을 팔고서 돌아왔으나 야사의 사람 머리는 도무지 사는 사람이 없었다. 며칠이 지나자 장차 썩어서 냄새가 나고 문드러지자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이 머리는 팔기가 어렵습니다. 오히려 보고 싶어 하는 이도 없는데 하물며 살 사람이 있겠습니까?”
왕이 야사에게 물었다.
“어떤 물건이 제일 귀중한가?”
“대왕이시여, 사람이 특별하게 뛰어납니다.”
왕이 말했다.
“사람이 만약 뛰어나게 귀한 것이라면 무슨 까닭으로 팔지 못하느냐?”
야사가 대답하였다.
“사람은 살아있으면 귀하기는 하지만 죽으면 비천합니다.”
왕이 말했다.
“나의 머리도 이것과 같으냐?”
야사가 두려워하면서 고개를 숙여 우러러보며 대답하였다.
“임금님의 머리도 이것과 같이 비천합니다.”
왕이 말했다.
“나의 머리도 비천한 것이거늘 너는 어찌 내가 어린 스님들께 예배하는 것을 괴이하게 여기느냐? 그대와 같은 이는 진실로 나의 선지식이다. 당연히 나에게 권유하여 위태하고 허약한 머리로써 견고한 머리로 바꾸게 하여야 하거늘 어찌하여 지금 내가 선을 하는 것을 그치게 하는가?”
그때 신하인 야사는 곧 스스로 뉘우치고 꾸짖으면서 삿된 마음을 고쳐먹고 공경히 삼보를 믿었다.
왕은 뒤에 어느 때에 우바국다에게 물었다.
“옛날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적에 누가 보시를 최고로 많이 했습니까?”
존자가 대답하였다.
“수달장다(須達長者)4)가 가장 많이 보시했는데, 백억 냥의 돈을 채워 여래께 공양하였소.”
왕이 혼자 생각하며 말했다.
‘그 분도 오히려 보시한 진귀한 보배가 이러하거늘 하물며 내가 지금 그 분에게 어지 미치지 못할 것인가?’
문득 지금까지 보시한 물건을 계산해 보니 무릇 구십육억 냥의 돈이었다. 우연히 중병이 들자 죽음이 임박했음을 알고 곧 스스로 눈물을 흘리며 큰 괴로움에 휩싸였다. 신하 가운데 나제국(羅提鞠)이라고 이름하는 이가 있었는데 본디 매일 수희하는 동자[日隨喜童子]였다. 이 복덕 때문에 보신(輔臣)이 되었다. 지혜가 깊고 넓으며 언변이 능숙하였다. 왕이 수심에 차 있는 것을 보고 합장하고 왕에게 말하였다.
“비유하면 밝은 태양을 뭇 사람들이 우러러보는 것과 같이 임금님의 큰 덕도 이와 같아 모두 다 함께 공경합니다. 지금 임금님은 병이 들어 지는 해와 같습니다. 이 나라의 백성들은 슬퍼하고 두려워하지 않는 이가 없습니다. 대왕께서는 지금 반드시 신이 말씀드리는 것을 들으셔야 합니다. 삼계는 항상함이 없이 천류하여 머물지 않습니다. 비록 소년이거나 장년이거나 늙었거나 결국은 없어지는 데로 돌아갑니다. 비유하면 돌산이 사방에서 밀려오는 것과 같아 지혜가 있는 이라고 어찌 면하거나 벗어날 수 있겠습니까? 세간의 중생들도 다시 이와 같습니다. 오음(五陰)5)으로 생겨난 몸에 죽음의 산이 와서 핍박하면 가령 백천 가지 방편과 여러 가지 주술을 하여 감추고 회피하여도 아직 이 근심을 면한 이가 있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반드시 아십시오. 세상은 모두 항상한 것이 없어 모이면 필연적으로 흩어집니다. 반드시 깊이 이러한 이치를 관찰하면 스스로 억제되어질 터인데 왜 근심하십니까?”
왕이 신하에게 말했다.
“나는 죽음이 두렵거나 재물이 아까워 근심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모든 현성(賢聖)들과 영원히 이별하는 것과 백억 냥의 돈을 보시하려 했는데 아직 사억냥의 돈을 보시하지 못한 이러한 인연 때문에 슬퍼할 뿐이다.”
나제국이 말했다.
“창고에 매우 많으니 충족하게 보시할 수 있습니다.”
아서가왕이 곧 칠보로써 계두말사에 보시하게 하였다.
구나라의 아들 식마제(式磨提)를 세워 태자로 삼았는데, 삿된 견해를 지닌 나쁜 신하가 태자에게 말했다.
“아서가왕의 수명이 지금 끝나려 하므로 모든 창고의 재물을 실어 내니 태자님이 만약 왕위를 이으셔도 쓸 비용이 없을 것입니다. 지금 꼭 차단하여 그 뜻을 따르지 마십시오.”
그때 식마제는 삿된 말을 믿고 받아들였다. 하나의 금 소반에 왕을 위하여 밥을 차려 보냈고, 왕은 계두말사에 보시하고 돌아왔다. 뒤에는 와기(瓦器)에 암마륵(庵摩勒)6)이라는 과일 반 개를 담아 왕의 식사로 주었다. 왕이 여러 신하를 불러서 그들에게 물었다.
“이 염부제에 누가 주인인가?
모든 신하들이 대답하였다.
“오직 임금님께서 통괄하여 다스립니다.”
왕이 대답하였다.
“아니다. 나는 오직 이 반 개의 암마륵에 대해서만 마음대로 할 수 있을 뿐이다.”
또 문득 이러한 말을 하였다.
“아, 부귀는 매우 나쁘고 천박하구나. 영화로운 보위(寶位)도 환술과 같아서 오래지 않아 흩어져 없어지니 존귀하고 현달한 지위에 머문다 해도 결국에는 추락한다. 나는 사람들의 제왕이 되어 위엄과 덕망이 견줄 만한 이가 없었지만 죽음에 다다르니 가난하고 궁핍하여 오직 과일 반쪽뿐이로다. 이러한 까닭에 세간은 모두 헛되고 거짓된 것으로 어리석은 사람이 달다, 좋다 하는 것을 현성들이 꾸짖는 것인 줄 알아야 한다.”
곧 여러 신하를 향하여 게송으로 말했다.
참되도다. 여래의 가르침
연설하신 것 진실로 허망하지 않네.
나고 죽음의 잘못은
애착하고 좋아할 것이 없음을 널리 말씀하셨네.
나는 본디 존귀한 자리에 처하여
위엄과 덕망이 짝할 만한 이가 적고
작은 왕과 백성들
모두가 첨앙(瞻仰)하였네.
오늘 복이 다하려 하니
주림과 피곤이 묶고 핍박하네.
거세게 흐르는 물이
산을 만나 기세가 멈춘 것 같네.
나는 옛날 가난과 궁핍한 이를 구제하여
모든 고뇌에서 건지고 구원했는데
어쩌다 오늘은
이렇게 비천한 데 처하는가?
비로소 존귀한 위치도
쉬이 없어져 견고하지 않는 줄 알았네.
해탈의 적정한 즐거움
오직 이것이 최고의 쾌락일세.
이 게송을 말하고 나서 곧 한 신하에게 명령하였다.
“그대는 이 과일을 가지고 계두말사에 가서 나의 말을 전하여라.
‘아서가왕이 여러 스님들의 발에 절하고, 저는 오직 이 반 개의 암마륵만을 마음대로 할 수 있을 뿐, 일체 가졌던 것을 모두 잃었습니다. 이 과일이 비록 적지만 이것이 최후의 보시입니다. 모든 스님들께서 저의 가난과 괴로움을 불쌍히 여겨 받아 주시기를 원합니다.’”
이러한 전갈을 받은 상좌 야사존자가 여러 스님들께 말하였다.
“그대들은 반드시 관찰해야 합니다. 아서가왕이 받은 복과 쾌락은 천하를 통틀어 제어하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여러 신하들이 함께 제지하고 침탈함을 당하여 오직 반 개의 과일만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처지이니, 반드시 나고 죽음이 매우 싫고 근심스러움을 압니다. 부귀와 오욕(五欲)7)은 오래지 않아 없어질 것입니다. 마음대로 할 수 있었던 위엄과 세력은 잠깐 동안에 사라져 없어집니다. 애달프도다. 삼유(三有)는 오래 살기 어렵도다.”
곧 전사(典事)8)에게 ‘이 과일을 갈아서 국에 넣고 저어 일체 스님들로 하여금 널리 드실 수 있도록 하라’고 말하였다.
아서가왕은 목숨이 거의 끊어지려 할 때 나제국에게 물었다.
“이 염부제에서 누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가?”
나제국이 말했다.
“오직 임금님이 계실 뿐입니다.”
이미 이 말을 듣고 곧 일어나 합장하고 두루 사방을 살펴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오직 창고를 제외하고 지금 온 세상[四海]의 일체 대지 모두로써 부처님과 스님들께 보시한 것과 옛날부터 지금까지 오면서 지었던 공덕은 나고 죽음에 떠도는 제석(帝釋)을 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원컨대 내생(來生)에 도과(道果)를 빨리 증득하게 해주십시오.”
옥새[印]을 함에 넣고 표지하고 봉하여 나제국에게 분부하고 나서 기운이 끊어져 목숨을 마쳤다. 전륜왕(轉輪王)의 장례법에 의거하여 장엄하게 장사지냈다.
이와 같이 우바국다존자는 왕의 마음을 열어 일으키고 그의 믿음을 증장시켰으며, 좋은 방편을 지니고 중생들을 교화하였다.
아서가왕을 교화시킨 뒤 어느 때 숙라성(宿羅城)에 천호(天護)라는 한 상인의 우두머리가 있었는데 매우 독실하게 불법을 공경하고 믿었다. 큰 바다에 들어가 진귀한 보배를 캐고 찾아 만약 무사하게 돌아오면 스님들을 위한 반차우슬을 행하려고 하였다. 바다에 이르러 보배를 캐어 안온하게 돌아왔다. 곧 크게 보시하는 모임[大施會]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일으켰다.
아라한과를 증득한 어떤 비구니가 대중들 가운데서 누가 복밭이 되는가를 관찰하고, 또다시 생각하였다. 어떤 분이 스님들 가운데 으뜸인가? 모든 아라한과 학인(學人)이 번뇌의 더러움을 끊고 공양을 받을 만한가를 생각해 보았다. 한 비구를 살펴보았는데 이름이 아사라(阿沙羅)였다. 아직 해탈을 증득하지 못했지만 스님들 가운데 최고의 으뜸으로 있었다. 그때 비구니는 곧 그 비구에게 가서 말했다.
“대덕스님, 지금이라도 반드시 스스로를 장엄하십시오.”
그때 비구는 그 뜻을 알지 못하고 곧 머리와 수염을 깎고 목욕하고 깨끗한 옷을 입었다. 그 뒤 어느 때 이 비구니는 다시 아사라에게 장엄하고 꾸밀 것을 권하였다. 그때 아사라는 더할 수 없이 성내며 말하였다.
“나는 그대의 말을 따라 스스로를 장엄하며 청결하게 하였거늘 어떠한 추악함이 있다고 그러한 말을 자주 하는가?”
비구니가 말했다.
“대덕스님, 반드시 아시오. 그것은 세속의 장엄이지 불법의 장엄이 아닙니다. 불법의 장엄은 사과(四果)9)를 획득하는 것을 말합니다. 아, 대덕은 매우 경박하십니다. 장자인 천호가 큰 모임을 베풀려 하는데 그 공양을 받을 이는 여러 현성이거늘, 스님은 스님들의 으뜸이면서도 아직 나고 죽음을 면하지 못했으니 번뇌가 있는 마음으로써 최초의 공양을 받겠습니까? 이러한 까닭으로 제가 지금 깨닫게 하려는 것입니다.”
아사라가 듣고 참혹한 모습으로 슬퍼서 눈물을 흘리며 스스로 생각하였다.
‘늙었으니 어떻게 번뇌를 다하게 할 수 있겠는가?’
비구니가 말했다.
“부처님 법에는 시기가 없거늘 어찌 소년ㆍ장년ㆍ노년이 있겠습니까? 꼭 가셔서 우바국다존자님을 만나십시오. 그 분은 반드시 모든 고통을 면하게 해주실 것입니다.”
비구는 곧 우바국다에게 갔고 바로 스님을 만나 뵙고 몸을 닦아서 함께 신변을 나타냈다.
아사라는 환희하면서 게송으로써 말하였다.
화합한 이들과 한 곳에 함께 하며
가부좌[跏趺]하니 용이 서린 듯하네.
모두 적정(寂定)에 드니
고요하며 기울거나 움직이지 않네.
널리 청정한 광명을 비추니
백천 개의 태양과 같네.
비록 사람의 형태와 종류는 같지만
그 공덕은 매우 높아 영원하다네.
우바국다는 그 비구가 자신을 가다듬어 수순함을 보고 곧 설법하니 그는 아라한과를 성취하였다.
그때 어떠한 우바새(優婆塞)10)가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아(我)가 없다.”
바라문이 물었다.
“누가 이러한 말을 했는가?”
답하였다.
“우바국다존자께서 항상 ‘나라는 것은 없고 다만 임시로 화합한 것을 나라고 말할 뿐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때 바라문이 존자의 처소에 이르자, 우바국다존자는 그가 마음으로 생각하는 것을 알고 곧 널리 설하였다.
“일체에는 아가 없다. 비유하면 산골짜기에서 소리를 지르면 메아리가 울리는 것과 같이 자세히 사유하고 관찰해도 끝내 나라는 것은 얻지 못하나니, 다만 오음이 화합함을 인연해서 이루어진 것이다. 지혜가 있는 이라면 누가 진실하다고 생각하겠는가?”
그때 바라문은 곧바로 깨달아 수다원과를 성취하였고, 출가하여 아라한의 도를 성취하였다.
어떤 족성자(族姓子)가 우바국다존자에게 출가하여 도를 닦는데, 항상 잠자는 것을 좋아하며 게을러서 비록 설법을 들어도 도무지 얻는 것이 없었다. 존자가 나무 아래에서 좌선(坐禪)하도록 가르쳤으나 나무 아래에서 누워서 자고 있었다. 우바국다가 신통으로 천 길 되는 깊은 구덩이를 만들었다. 비구가 보고 나서 더할 수 없는 공포에 사로잡혀 한결같은 마음으로 우바국다존자를 생각하였다. 존자가 그때 신통으로 작은 길을 만들고 이 비구로 하여금 그 가운데로 통과하게 하자, 스스로 그의 스승이 ‘나를 이 어려움에서 면하게 해주셨다’고 생각하였다.
우바국다존자가 그에게 말하였다.
“이러한 공포는 작아서 말할 것이 못 된다. 삼계에 태어난 이상 나고 늙어 병들어 죽는 고통은 항상 사람을 따라다니고 떠난 적이 없다. 지옥의 고통은 백천만 가지이어서 그것의 두려움은 이 구덩이의 두려움보다 훨씬 더한 것이다.”
그때부터 비구는 다시는 잠자지 않고 정진하고 사유하여 아라한과를 증득하였다.
동쪽 나라의 어떤 족성자가 부처님의 법을 믿고 좋아해서 출가하여 도를 배웠다. 그는 일을 경영함에 아주 뛰어나 그가 해내지 못한 일이 없었다. 그 일을 오래 하더니 피곤해 하고 싫증을 내었다. 곧 우바국다의 처소에 나아가 자초지종을 말하였다. 존자가 관찰해 보고 이 비구는 복을 갖추지 못한 까닭으로 도를 얻지 못한 것을 알았다. 곧 그로 하여금 스님들을 위하여 돌아다니며 화주[化]11)하도록 가르쳤다. 가르침을 받고 성에 들어가 가는 곳마다 시주할 사람을 찾았다. 어떤 장자가 보고 그 까닭을 물었다.
“장자님, 우바국다존자님이 저로 하여금 화주가 되라고 가르쳤습니다. 지금 이 성에 사는 분 가운데 누가 독실한 신자입니까?”
장자가 말했다.
“제가 해드리겠습니다. 다른 데는 가지 마십시오. 일체 필요하신 것을 반드시 알맞게 받들어 공급하겠습니다.”
곧 빠짐없이 마련하여 주자 비구가 이것을 얻어 상좌(上座)에게 나아가 음식을 받들고 무릎을 꿇고 앉자 여러 스님들 모두가 주원(呪願)해 주었고 주원함이 끝나자마자 아라한과를 성취하였다.
어떤 비구는 천성적으로 음식을 즐기고 좋아하였다. 이 탐욕을 말미암은 까닭에 도를 증득할 수 없었다. 우바국다존자가 불러 방에 이르게 하여 향기 나는 젖죽을 그에게 주면서 ‘식을 때까지 기다린 뒤에라야 먹을 수 있는 것이오’라고 말했다. 비구가 입으로 불자 죽이 곧 갑자기 식었다. 존자에게 ‘죽이 이미 식었습니다’라고 말하며 먹어 버렸다.
존자가 말하였다.
“이 죽은 비록 식었으나 네 욕심의 불은 뜨겁다. 반드시 물을 관찰함으로써 네 마음의 불을 없애야 한다.”
다시 빈 그릇에 먹은 것을 토하게 하고 이미 먹은 것을 토하고 나자 다시 그로 하여금 그것을 먹게 하였다.
비구가 말했다.
“침으로 뒤범벅이 되었는데 어떻게 먹겠습니까?”
존자가 말했다.
“일체의 음식이 이것과 다른 것이 없다. 너는 관찰해 보지도 않고 망령되게 탐하고 집착만 하는구나. 너는 지금 반드시 음식은 깨끗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관찰해야 한다.”
곧 그를 위하여 설법하자 아라한의 도를 증득하였다.
어떤 한 비구가 너무나 자기 몸을 사랑하고 좋아하였다. 몸을 사랑하고 좋아했기 때문에 환속(還俗)하려고 우바국다존자에게 말하고 길을 가다가 천신을 모신 사당에서 잠을 잤다. 존자가 곧 신통으로 한 야차(夜叉)12)가 되어 죽은 사람을 메고 이 사당에 들어왔고, 다시 어떤 한 귀신이 뒤따라와서 이 두 귀신이 함께 시체를 가지려고 다투었는데 심하게 다투었으나 저희끼리 결정짓지 못했다. 앞서 온 귀신이 ‘나에게는 증인이 있다’고 말하며 곧 그에게 따졌다.
“누가 이 시체를 가지고 왔느냐?”
그 사람은 두려워하면서 곧 속으로 ‘나는 지금 꼼짝할 수 없으니 죽는 것은 의심할 나위가 없구나. 차라리 진실하게 말하고 죽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하고 앞서 온 귀신에게 말했다.
“이것은 네가 가지고 온 시체이다.”
뒤따라 들어온 귀신이 성을 내면서 손과 발을 뽑아 버리자 앞에 온 귀신이 죽은 사람에게서 손과 발을 뽑아 박아 주자 그 몸은 평상시대로 회복되어 본래와 조금도 다름이 없었다. 이에 이 두 귀신이 함께 남은 고기를 다 먹어 치우고는 나가 버렸다. 이 사람은 곧 스스로 애착하는 마음을 그치게 되었다. 절로 돌아가 존자에게 출가하여 정근하더니 뒤에 오래지 않아 아라한과를 증득하였다.
남천축(南天竺)의 어떤 족성자가 출가하여 도를 배웠는데 자기의 몸을 사랑하고 집착하여 때가 아닌데도 목욕하고 향수를 바르며, 좋은 음식만을 선호하여 몸만 비대해지고 도를 증득하지 못하더니 존자의 처소에 가서 뛰어난 법을 받겠다고 하였다. 우바국다가 그 사람을 관찰해 보니 몸에 집착하기 때문에 번뇌가 다함을 얻지 못한지라, 그 비구에게 말하였다.
“나의 가르침을 받을 수 있다면 반드시 너에게 법을 주겠다.”
신통 변화로 큰 나무를 만들고 그로 하여금 그 위에 올라가게 하였다. 비구가 나무에 오르자 사방이 천 길이나 되는 깊은 구덩이로 변해 버렸다. 비구로 하여금 나뭇가지를 잡고 있는 오른손을 놓게 하더니 더 나아가 왼손가지 놓게 하였다. 이 사람은 그때 몸과 목숨을 나누어 버리고 손과 발을 다 놓아 버리자 곧 땅으로 곤두박질하였으나 깊은 구덩이와 큰 나무가 보이지 않았다. 그를 위하여 법요(法要)를 말하니 아라한도를 증득하였다.
어떤 한 비구는 마음으로 아끼고 탐함이 심하였다. 이러한 인연 때문에 도의 자취를 얻지 못하자 우바국다존자가 가르쳐 그로 하여금 보시하라 하였다.
그가 대답하였다.
“저는 가난하니 어떠한 것들을 보시하는 데 사용해야 합니까?”
우바국다존자가 두 제자를 보내어 그의 좌우에 앉게 하고 몸에서 광명을 내게 하니, 그 비구가 환희하여 먹을 것을 줄여 두 제자에게 베풀었다. 뒤에 좋은 음식을 얻어서도 문득 희열의 마음을 내어 속으로 ‘조금 베풀었으나 오히려 많은 과보를 얻었으니 만약 많이 베풀면 과보를 받는 것이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라고 생각하였다. 곧 인색한 마음을 깨뜨리자 그를 위하여 깊은 법을 말하여 주었다. 때에 알맞게 아라한과를 증득함에 이르렀다.
어떤 족성자가 출가하여 도를 배웠는데 우바국다존자가 그를 위하여 법요를 말해 주자 갑자기 진리를 보고 수다원과를 증득하였다. 그러자 그는 속으로 ‘나는 삼결(三結)13)을 끊었으니 다시 무엇을 구하려고 나아가겠는가? 다니면서 멋대로 자재하고 칠생(七生)을 다함에 이르자’라고 생각하였다.
존자가 말하였다.
“나고 죽음의 법은 매우 나쁘고 천한 것으로 오히려 똥이 많거나 적거나 모두 냄새나는 것과 같다.”
곧 갑자기 데리고 전다라(旃陀羅)의 마을에 이르러 한 어린 아이가 몸에 악성 부스럼이 나서 피와 벌레가 섞여 흐르고 매우 크게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보고 비구에게 물었다.
“이 아이를 보았느냐? 이 어린 아이는 수다원(須陀洹)이었다. 옛날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적에 한 분의 나한이 있었는데 몸의 조그만 종기가 있어 이것을 긁다 보니 소리가 났다. 유나(維那)가 성을 내며 ‘지금 너의 몸은 구더기가 있는 병이니 여기서 나가 전다라의 마을에 가는 것이 알맞겠다’고 말했다. 나한은 ‘지금 너는 죄를 지었다. 이러한 말을 내뱉지 말아라’라고 말했다. 그때 그 유나는 곧 참회했고, 정진하고 닦아 익혀 수다원과를 증득했으나 뒤에 스스로 게을러 위의 계위를 구하여 나아가지 않은 까닭으로 이러한 집안에 태어나 이러한 고통을 받는 것이다. 다시 조금 앞으로 가다가 한 사람이 불에 타서 신체가 문드러져 고통을 참기 어려워하는 것을 보았다. 더욱 다시 앞으로 가다가 또 어떤 사람이 왕의 법을 범하여 몸이 큰 나무 끝 위에 꿰뚫린 채로 붙어 슬프게 울부짖는 소리를 내면서 심한 고통을 받는 것을 보았다.
그때 존자가 비구에게 물었다.
“네가 어찌 이 두 사람을 보지 않았겠느냐?”
비구가 말했다.
“예, 저도 보았습니다.”
존자가 말했다.
“저 앞사람은 사다함(斯陀含)14)이었으며, 저 뒷사람은 아나함(阿那含)이었다. 둘 다 게을러 위의 계위를 구하여 나아가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 가운데 태어나 이러한 괴로운 고통을 받는다. 이러한 까닭으로 너는 지금 당연히 스스로 정근하여 일찍이 해탈을 구해야 한다.”
비구가 이 말을 듣고서 밤낮으로 닦고 배우더니 머지않아 곧 아라한도를 증득하였다.
존자가 곧 진다라(眞陀羅)15) 아들을 위하여 모든 법요를 말하자 아나함과를 성취하였고, 목숨을 마치고는 정거천(淨居天)16)에 태어났다.
마돌라국에 어떤 한 장자가 아들 하나를 낳아 키웠는데 겨우 한 살이 되자 죽어 버렸다. 이와 같이 차례로 여섯 장자에까지 태어난 지 겨우 한 살이 되어 죽어 버렸다. 최후에 다시 한 장자의 집에 태어났는데 그가 겨우 일곱 살일 때 도적이 들어 아이를 데리고 가 버렸다. 우바국다존자가 이 어린아이를 관찰해 보니 도를 얻기에 걸맞음이 나타나는지라 신통으로 네 종류의 병사를 만들어 그 도적들을 생포하려고 했다. 도적들은 두려워하였고 애원하면서 예배를 하였다. 그들을 위하여 법요를 말하니 수다원과를 증득하였다. 데리고 왔던 이 어린아이를 우바국다존자에게 주었다. 이에 존자는 이 동자와 모든 도적들을 제도하여 모두 출가하게 하였고 그들을 위하여 묘법을 말하니 아라한도를 증득하였다. 이 어린아이에게 말하였다.
“지금 너의 친족들을 관찰하여 그들을 교화시켜 제도시켜라.”
곧 칠세(七世:일곱생, 즉 일곱 번 태어남)의 부모가 그 아들을 생각하며 근심으로 슬피 우는 것을 관찰하고 곧 그 집에 이르러 말하였다.
“장자님, 제가 장자님의 아들이었습니다. 크게 슬퍼하지 마십시오.”
그를 위하여 법요를 말하니 초도과(初道果:順陀洹果)를 증득하였다. 차례로 여섯 집을 모두 이와 같이 하였다.
어떤 족성자가 부처님을 믿고 출가하였다. 좌선하여 세속의 사선(四禪)17)을 획득하자 스스로 구경인 아라한과를 증득하였다고 말하였다.
우바국다존자에게 좋은 방편이 많이 있어 그 비구로 하여금 다른 부락에 가게하고 곧 중간에 신통으로 장사꾼을 만들고 다시 오백 명이나 되는 많은 도적을 나타내어 함께 무리가 되게 하고 와서 장사꾼을 겁탈하고는 살해하여 시체를 베어 산지사방에 흩었다. 그때 이 비구는 커다란 두려움이 생기자 곧 스스로 아라한이 아닌 것을 알고 다시 이러한 생각을 했다.
‘나는 아라한이 아니고 아나함이다.’
그 장사꾼이 죽고 난 뒤 어떤 장자의 딸이 이 비구에게 말했다.
“바라건대 대덕은 저와 함께 가 주십시오.”
비구가 대답하였다.
“부처님께서 내가 여인과 함께 가는 것을 허락하시지 않으셨소.”
장자의 딸이 말했다.
“저는 대덕을 뒤에서 따라가기만을 바랍니다.”
비구는 불쌍히 여겨 서로 바라보며 길을 재촉하였다.
존자가 다시 신통으로 큰 강을 만들자, 여자가 말했다.
“대덕님, 함께 저를 건너게 해주십시오.”
비구는 하류에 있었고 여인은 상류에 있었는데 이 여인은 나중에 강물에 빠지게 되었다.
여자가 다급히 소리쳤다.
“대덕님, 저를 이 어려움에서 건져 주십시오.”
그때 비구가 잡아 당겨 그 여자를 구출하였다. 여자의 살결이라는 생각이 나자 애욕의 마음이 일어났다. 곧 스스로 아나함이 아닌 것을 알았다. 이 여자에 대하여 지극한 애착심이 생겨 함께 정사를 치르려고 장차 은밀한 곳에 이르렀으나 바로 우바국다존자가 보였다. 크게 부끄러움을 일으키고 머리를 숙이고 서있자 존자가 말했다.
“그대는 옛적에 스스로 아라한이라고 말하더니 어찌하여 이와 같이 나쁜 생각을 일으켰는가?”
장차 승방(僧坊)에 이르러 그에게 참회하게 하고 그를 위하여 법요를 말하니 아라한도를 증득하였다.
어떤 한 비구가 부정관(不淨觀)18)을 하여 번뇌가 잠깐 동안 일어나지 않자 성스러운 도[聖道]를 증득했다고 말했다.
우바국다존자가 말했다.
“비구야, 그대는 저 건타월(乾陀越) 나라에 갔다 와야겠다.”
가르침을 받고 가서 그 나라에 도착하였다. 그 나라에 어떤 장자가 있었는데 이름이 가라화(迦羅和)였고 딸 하나를 낳아 키웠는데 단정하고 빼어났다. 그때 비구가 곧 집에 가서 걸식을 했다. 딸이 음식을 들고 나와서 이빨을 살짝 드러내며 웃었다. 비구가 이를 보고 탐욕의 생각을 일으켰으나, 본디 익힌 부정관을 말미암은 까닭으로 여자의 이빨 모습을 보고 모두 백골이라 관하였다. 이 관을 말미암았기 때문에 아라한도를 증득하였으나 본디 마음을 자책하면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바깥으로 어질고 착함을 나타내지만
안으로는 진실로 물들어 집착함 많네.
그 실상을 보았기 때문에
마음이 곧 해탈을 얻었네.
마돌라국에 장자의 아들이 있었다. 새 아내를 얻고 나서 마음 속으로 ‘나는 부처님의 법을 구하려고 출가하여야겠다’고 생각하고서 곧 부모에게 말씀드렸다.
부모가 대답하였다.
“우리한테는 오직 아들이 하나뿐이라 죽었다 하여도 내보낼 수 없거늘 하물며 살아 있는데 보내겠느냐?”
아들이 말하였다.
“만약 저를 놓아 주시지 않는다면 끝내 밥을 먹지 않겠습니다.”
이렇게 단식을 시작하여 하루에서 이레가 되자 부모가 죽을까 두려워 아들에게 말했다.
“네가 원하는 대로 하겠다. 다만 출가한 뒤에도 식구들과 만나야 한다.”
아들이 크게 기뻐하며 곧 하직하고 길을 떠나 우바국다존자에게 나아가 출가를 받아 주도록 애원하였다. 존자가 바로 제도하여 도에 들게 하였다. 그렇게 되자 스스로 옛날 부모님과 본래 약속한 것이 있음을 생각하고 곧 존자에게 말씀드리고 본가에 가서 그 부모와 아내를 만났더니, 본처가 비구에게 말했다.
“만약 돌아오지 않으면 반드시 당신을 죽여 버리겠소.”
비구는 마음으로 후회하면서 문득 계율을 버리려고[捨戒] 그 스승의 처소에 나아가 환속하겠다고 말하니, 우바국다존자가 말했다.
“우선 날이 밝기를 기다려라.”
스승의 가르침을 받고 절에 머물러 잠을 잤다. 존자가 밤에 그를 위해 꿈을 꾸게 하였는데 꿈속에 이 비구로 하여금 본가에 도달하게 하였고, 그의 아내가 그 날에 갑자기 죽자 부모와 친족이 장례를 잘 치러 그 시체를 공동묘지에 안치하였다. 잠깐 사이에 냄새나고 문드러져 구더기가 득실대더니, 뼈와 살이 분리되고 여우와 승냥이가 서로 먹으려고 다투었다. 놀라서 잠을 깨어 그 스승에게 가서 꿈 이야기를 하자 스승이 말하였다.
“너는 직접 가서 보아라. 실제이지 꿈이 아니다.”
스승의 신통력에 힘입어 홀연히 그의 집에 이르니 그때 아내가 이미 죽어서 꿈에 본 것과 같았다. 사유하고 관찰하여 깊이 싫증을 내더니 곧 아라한의 도를 증득하였다.
우류타산(憂留陀山)에 한 마리 늙은 호랑이가 새끼 두 마리를 낳고 굶어서 죽었다. 어미를 잃은 새끼 두 마리도 막다른 지경에 다다라 목숨이 경각에 달렸었다. 우바국다존자가 그곳에 가서 먹이를 그것들에게 주고 게송으로써 말했다.
모든 존재하는 것은 항상함이 없나니
이것이 나고 죽는 법칙이라네.
나고 죽음이 다 없어지면
적멸함이 즐거움이니라.
매일 먹이를 주고 이 게송을 읊어 주었다. 두 마리 새끼 호랑이는 갑자기 뒷날 죽어서 마돌라국의 바라문 집안에 태어났다. 우바국다존자가 혼자서 그 집에 가니, 바라문이 물었다.
“왜 혼자 다니십니까?”
존자가 대답하였다.
“시주님 나는 출가한 사람이라 부릴 만한 사람이 적소.”
바라문이 대답하였다.
“저의 아내가 아이를 가졌으니 만약 남아를 낳으면 반드시 시봉하도록 하겠습니다.”
뒤에 두 아들을 낳았는데 얼굴이 단정하였다. 우바국다가 그 집에 가서 아이를 달라고 하니 바라문이 말하였다.
“아이들이 아직 어리니 성장하면 반드시 드리겠습니다.”
나이 여덟 살일 때 다시 그 집에 가서 아이를 찾자, 곧 큰 아들을 존자에게 주었다. 작은 아들이 말씀드렸다.
“저로 하여금 갈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서로 출가하려고 어지럽게 다투자 우바국다존자가 말했다.
“이들 두 아들은 다 반드시 도를 증득할 것이다.”
그때 바라문은 아들 둘을 존자에게 당부하였다. 제도하고 출가하게 하여 모두 아라한을 증득하였다. 곧 그들로 하여금 치자꽃을 따라고 하자 존자에게 말하였다.
“이 나무는 높아 저희가 딸 수 없습니다.”
존자가 말했다.
“너희들은 천인[天]이거늘 어찌 신족통이 없는가?”
그 말씀을 듣고 두 사미는 곧 허공에 올라가 치자 꽃을 따서 봉헌하였다. 존자가 모든 제자들과 함께 서서 그들의 신기한 덕을 보고 처음 있는 일이라고 감탄하였다. 우바국다가 말하였다.
“이 두 사미는 이전에 굶주렸던 호랑이의 새끼이다. 너희들은 내가 그 호랑이 새끼들에게 밥을 주는 것을 꺼림칙하게 여겼으나 이제는 그들의 신통 변화를 볼 수 있다.”
제자들이 듣고 나서 기이하고 특별하다는 생각을 했다.
남천축국(南天竺國)에 어떤 남자가 있었다.
다른 사람의 부인과 거리낌없이 바람을 피우자, 그의 어머니가 근심하면서 간절히 타이르고 꾸짖었다.
“너는 반드시 알아야 한다. 음욕으로 저지르는 잘못은 모든 허물보다 많고 크다. 이것으로 인하여 생기지 않는 악함이 없고, 미래에 반드시 괴로움이 심하고 어려운 곳에 태어난다.”
아들이 성이 나서 문득 그 어머니를 시해하였고, 다른 집에 들어가 여자를 구하였으나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다. 마음으로 싫증내고 후회하더니, 부처님의 법에 출가하여 도를 배웠다. 오래지 않아 외우고 익혀 삼장(三藏)에 대하여 훤하였고 말을 잘했으며 권속이 많았다. 그 무리들을 거느리고 존자의 처소에 나아갔다. 우바국다가 그 사람을 관찰하니 몸으로 오역죄(五逆罪)19)를 지어 도과의 분(分)이 없는지라 곧 쳐다만 볼 뿐 말하지 않았다. 삼장 비구는 자신의 죄가 깊은 줄 알고 다시 만나거나 상대하지 않고 돌아가 머물렀다.
어떤 비구가 좌선하고 사유하여 세속의 정[世俗定]을 얻고 곧 스스로 “네 도과를 얻어 증득하였다”고 말하였다. 다시 잠시 동안 한 나무 아래 앉았다.
우바국다가 신통으로 비구가 되어 그곳에 가 문안하고 한편에 앉아서 물었다.
“누구에게서 출가하였습니까?”
대답하였다.
“제 스승은 우바국다라 이름합니다.”
“그렇군요. 대덕은 훌륭합니다. 그대의 스승은 무상호불(無相好佛)입니다.”
다시 비구에게 말했다.
“그대는 어떤 경전을 외웁니까?”
“저는 삼장의 경전을 외웁니다.”
신통으로 생긴 사람이 다시 물었다.
“그대는 어떤 도를 증득하였습니까?”
“저는 아라한과를 증득하였습니다.”
“무엇으로써 아라한과를 증득했습니까?”
“세속의 정으로 얻었습니다.”
신통으로 생긴 비구가 말했다.
“만약 세속의 정으로써 도과를 증득했다고 한다면 이것은 허망한 것입니다.”
비구가 듣고 깊이 뉘우치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정진하여 아라한과를 증득하였다.
계빈국(罽賓國)에 선견(善見)이라는 한 비구가 세속의 정을 증득하고 다섯 가지 신통을 구족하여 만약 가뭄이 들면 비를 내릴 수 있었다. 증상만(增上慢)20)을 일으켜 ‘성스러운 도를 증득했다’고 말하였다.
우바국다가 문득 신통을 부려 십이 년이나 가물게 하자 백성들이 두려워하면서 존자에게 비를 내리게 해 달라고 애걸하자, 존자가 말했다.
“나는 할 수 없다. 계빈국에 선견이란 비구가 있고 신통이 최고로 뛰어나니 비를 잘 내리게 할 수 있다.”
뭇 백성들이 함께 가서 그에게 청하니, 그때 비구가 곧 신통력으로 허공으로 날아서 도착하여 때 맞게 비가 오도록 하니 비가 쏟아졌다. 백성들이 기뻐하며 크게 공양을 베풀었고, 공양을 얻고서 갑자기 교만한 마음이 일어나자 ‘아라한은 자신의 지위가 높다는 마음이 없다’고 생각하고 곧 존자에게 나아가 참회를 받아 주도록 청하였다. 존자가 그를 위하여 법요를 말해 주니 아라한도를 증득하였다.
남천축에 한 비구가 있었는데 욕심이 적고 만족함을 알아 감이 좋지 못하고 떨어진 옷을 좋아하였다. 건강이 좋지 못하여 도를 증득하지 못하였다. 우바국다 존자가 이 사람을 관찰하니 현재 도를 증득하기에 알맞았다. 몸이 허약하기 때문에 옷을 준비하여 입히고 향유(香油)를 발에 발랐더니 시기에 알맞게 아라한도를 증득하였다.
이와 같이 교화하고 제도하여 헤아릴 수 없는 중생이 모두 아라한과를 획득하였다. 그 도를 증득한 자 한 사람마다 산가지[籌] 하나씩을 모았는데 그 산가지의 길이는 네 마디쯤 되었다. 그러한 산자기가 높이와 너비가 여섯 길 되는 석실(石室)에 가득하였고, 그 이름이 염부제에 가득하였으며, 세상 사람들이 모두 상호가 없는 부처님[無相好佛]이라고 불렀다.
교화할 인연이 있는 사람을 모두 교화하고 곧 스스로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법으로써 부처님께 공양 올림을 끝냄으로써 이롭고 안온[利安]하여 즐겁다. 같이 범행(梵行)한 이와 모든 사부대중[四輩]들로 하여금 크게 이익됨을 획득하게 하여 정법을 잇고 융성하게 하여 정법이 단절되지 않게 하였으니, 이제 열반할 때가 왔구나. 멸도(滅度)하는 것이 마땅하겠다.’
모든 대중들에게 ‘지금부터 이레 뒤에 나는 꼭 열반에 들 것이다’라고 말하였다.
그때 곧 시방에서 아라한과 모든 도를 배우는 사람으로 청정하게 계율을 지키는 이들이 숫자로 일컫지 못할 정도로 모였고, 모든 우바새도 헤아릴 수 없는 백천이 와서 모였다.
존자가 이때 몸을 허공으로 날려 열여덟 가지 신통변화를 나타내어 모든 사부대중으로 하여금 크게 믿는 마음을 내게 하고, 남음이 없는 열반[無餘涅槃]21)으로 멸도를 취하였다. 석실에 있던 산가지를 사용하여 야순(夜旬)하였고, 시방의 나한들도 또한 열반에 드니, 사람들과 천신들이 슬프게 울며 마음 상하여 소리 지르며, 사리를 수습하여 탑을 세워 공양하였다.
길가야)1)ㆍ담요2) 공역
심삼진 번역
아서가왕(阿恕伽王)에게 다시 한 아들이 있었으니, 이름이 법증(法增)이었다. 얼굴이 단정하고 눈이 매우 아름다웠다. 그 당시에 구나라(拘那羅)라고 이름하는 새가 있었는데 그 새의 눈이 밝고 깨끗함이 저 아이와 같았으므로 이 아들을 구나라라고 불렀다. 장성하자 아내를 맞이하였고, 아내의 이름은 진금만(眞金鬘)이었다. 왕이 아들을 데리고 계두말사(雞頭末寺)에 갔을 때였다. 그곳의 상좌인 야사는 앞으로 왕자가 반드시 실명(失明)할 것임을 알고 그에게 말하였다.
“눈이란 것은 항상함이 없소. 반드시 없어져서 믿을 것이 못됨을 아시오. 부지런히 정진하여 뛰어난 해탈을 구하는 것이 마땅하오.”
그때 구나라는 가르침을 받고 궁으로 돌아가 이 눈은 고(苦)요, 공하여 파괴되는 것임을 관찰하였다. 왕의 큰 부인의 이름은 제실라차(帝失羅叉)였는데 구나라를 지극히 애욕적으로 사랑하고 집착하여 음욕의 불길이 치성하였다. 핍박하면서 함께 잠자리를 하고자 했으나 왕자의 성격 됨됨이가 본디 정결하고 뜻이 견고하여 그 요구를 따르지 않았다. 제실라차는 원한을 품었고, 그때 구나라는 득차시라성(得叉尸羅城)을 다스리고 있었다. 제실라차가 항시 원한을 갚을 틈을 엿보고 있었는데 우연히 왕이 병이 나서 매우 위독하였다. 부인이 치료하여 병이 낫자 그 공으로 이레 동안만 왕위를 대신하도록 청하였고, 임금은 그것을 허락하였다. 곧 원한을 갚으려고 비밀리에 칙서를 보내어 구나라로 하여금 그의 눈을 뽑아버리라고 명령하였다. 왕자는 교칙을 받들어 어떤 잔인한 사람을 구하여 오른쪽 눈을 뽑게 하고 손바닥에 높고 살피면서 문득 야사가 본래 권계(勸誡)했던 것을 생각하고 이렇게 말했다.
“진실하구나, 존경스러운 가르침이여. ‘눈은 항상함이 없어 오히려 환화(幻化)와 같다’고 하셨는데 진실한 진리는 허망하지 않구나. 뽑기 전에 이 눈은 기이하고 특별히 미묘하더니 지금 자세히 관찰하니, 어떻게 사랑하고 집착할 수 있겠는가? 나는 반드시 이 위태하고 썩은 사물[法:여기서는 눈]을 버리고 오로지 최고로 뛰어나고 청정한 지혜의 눈을 구하겠다.”
이렇게 관찰할 때에 수다원의 과위를 얻었고, 다시 한쪽 눈마저 뽑게 하면서 거듭 깊이 싫어하는 마음을 생각하고 관찰하여 사다함의 과위에 이르렀다. 그의 아내 금만이 남편이 눈을 뽑았다는 사실을 듣고 놀라서 눈물을 흘리며 소리 내어 울고 와서 보고는 기절했다가 한참 뒤에 깨어났다. 그때 구나라가 게송으로써 타일렀다.
옛날 내가 지은 나쁜 업
오늘 내가 도로 받은 것이네.
일체 세간의 고통은
은애(恩愛)로써 모였다 헤어지니
그대 반드시 자세히 생각해 보게.
무엇 때문에 목 놓아 우는가.
성 안의 사람들이 그들 내외를 멀리 성 밖으로 쫓아버리니, 그들은 떠돌아다니다가 화씨성을 향하였다. 거문고를 타면서 동냥으로 목숨을 부지하며 드디어 왕궁의 코끼리 마구간에 도착하였다. 거문고를 타는 청아한 노랫소리에 저절로 고통스런 일[苦事]이 실렸고, 왕이 그 노랫소리를 듣고 옛날에 들었던 가락과 흡사하여 알아보고자 사람을 보내어 보게 했더니 과연 구나라였다. 곧 불러 들어오게 하였다. 왕이 아들을 보자마자 기절하여 쓰러졌다가 깨어나서 더없이 큰 소리로 부르짖고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구나라에게 물었다.
“누가 너의 눈을 훼손시켰느냐? 빨리 나에게 말하여라. 반드시 그 죄를 벌하겠다.”
구나라가 말했다.
“아바마마, 듣지 못하셨습니까? 옛날 여래께서도 오히려 업보를 받으셨습니다. 이와 같은 업보는 그 세력이 매우 커서 일체 현성(賢聖)과 존귀한 이들과 빈천한 이들이 면할 수 있는 방편이 조금도 없습니다. 저도 저의 숙세 업보가 이렇게 혹독한 재앙을 부른 것이니, 아바마마께서는 근심하거나 마음이 상하셔서 초췌하지 마십시오.”
아서가왕은 비록 이러한 말을 들었으나 오히려 울화가 그 마음을 불태워 다시 아들에게 말했다.
“누가 너의 눈을 망가뜨렸느냐? 나는 반드시 그를 죽여서 그 몸뚱이를 갈아 버리겠다.”
엄하게 캐물어 제실라차의 짓인 줄을 알고는 곧 제실라차를 불러 앞에 놓고 그녀에게 말하였다.
“왜 땅이 너를 실어서 빠뜨리지 않는가? 마침내 나로부터 원수가 되었는가? 궁궐 바깥 친근한 놈의 꼬임에 빠졌는가? 어떤 인연 때문에 내 아들의 눈을 망가뜨렸는가? 나는 지금 반드시 도륜검(刀輪劍)으로 나무를 베듯 너의 몸을 절단하여 가루와 같이 해 버리겠다. 너의 시체를 냄새나고 더러운 곳에 버려 똥물과 나쁜 독이 너의 입에 흘러들게 하겠다.”
그때 구나라가 왕의 이 말을 듣고 제실라차에 대하여 크게 슬퍼하는 마음을 내어 부왕에게 말하였다.
“저 분은 어리석어 이러한 허물을 저질렀습니다. 이러한 인연 때문에 지금 훼손됨을 당하거나 치욕을 당하여야 한다면, 아바마마는 지혜로운 분인데 어찌 저분과 반드시 같은 행동을 하려 하십니까? 지금 만약 다시 저 분에게 보복을 가하려 한다면 반드시 오랜 겁 동안 함께 원수져서 서로 해치게 될 것입니다. 이와 같이 주고받으면 어찌 끝날 수가 있겠습니까? 대왕마마 반드시 아십시오. 비유하면 소리를 원인하여 곧 메아리가 응답하는 것과 같습니다. 이 몸이 이와 같은 것도 이 몸을 말미암아 고통이 있는 것입니다. 또 이 몸은 뭇 악의 근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모든 부처님께서 항상 이 몸을 버리라 하셨습니다. 만약 이 법으로 하여금 결정적으로 안락한 것이라 한다면 무슨 이유로 지혜로운 분들이 항상 싫어하는 마음을 내겠습니까? 이러한 이치를 말미암아 이것을 관찰하면 몸이 고통의 근본입니다. 헤아릴 수 없는 온갖 악이 쌓여 모인 것입니다. 대왕마마 또 들으십시오. 세상의 영아(嬰兒)가 아직 도리를 알지 못하므로 부모에게 욕을 하거나 겸손하거나 공경하는 마음이 없다고 하여 이 부모가 어찌 그 아이에게 성내거나 원한을 일으키겠습니까? 일체 중생도 이와 같아서 언제나 번뇌에 덮이고 가려져 어리석고 지혜가 없는 것이 오히려 어린아이와 같은데, 왜 저분에게 성을 내십니까?”
왕은 마음의 독기가 넘쳐나 그 말을 수용하지 못하고, 나뭇단을 많이 쌓고 기름을 끼얹어 그녀를 태워 죽였다.
그때 대중들이 의심이 일어나 우바국다에게 물었다.
“무슨 인연 때문에 지금 이 왕자는 존귀한 집안에 태어났으나 눈에 뽑히게 되었습니까?”
존자가 말하였다.
“잘 들어라. 마땅히 말하겠다. 옛날에 바라내(波羅㮈)에 어떤 사냥꾼 한 사람이 있었다. 설산으로 사냥을 갔다가 큰 우박을 만났다. 오백 마리의 사슴과 한 동굴에 들어가 우박을 피했다. 그때 사냥꾼은 사슴들을 전부 잡으려 하다가 곧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한꺼번에 잡으면 곧 고기가 변질되어 냄새나고 썩을 것이니 이것들을 눈을 뽑아 버리고 한 마리, 한 마리씩 잡아먹자.’
그리고는 오백 마리 사슴의 눈을 뽑아 버렸다. 이 인연을 말미암아 지금 그 과보를 받은 것이다.”
또 옛날 옛적에 가라구손불(迦羅鳩孫佛)3)이 멸도한 뒤, 그때 그 나라 임금이 있던 단엄(端嚴)이 부처님의 사리를 수습하여 칠보탑을 세웠는데 뒤에 어떤 왕이 불법을 믿는 마음이 없어 탑을 허물고 보배를 탈취하여 오직 나무나 흙들만 남게 되었다. 온 나라의 사람들이 모두 슬퍼 울었다.
어떤 장자의 아들이 왔다가 그들이 우는 이유를 물었다. 뭇 사람들이 대답하였다.
“가라구손불의 보탑이 훼손되고 파괴되어 이 인연을 말미암은 까닭으로 웁니다.”
장자의 아들이 말을 듣고 다시 수리하여 옛날과 같이 장엄하게 복구하고 불상을 조성하였는데, 상호가 특수하고 미묘하였다. 그러고 나서 서원을 세웠다.
“저로 하여금 미래 세상에 저 세존(世尊)과 같이 뛰어난 해탈을 얻게 하여 주십시오.”
이 업을 말미암은 까닭에 존귀한 집안에 태어났고 청정하고 미묘한 과위를 증득하였다. 아서가왕의 권속들은 이와 같이 모두 무거운 짐을 버리고 모두 나고 죽음을 벗어났으며, 왕의 신심은 깊고 넓어 헤아리기 어려웠다.
모든 사문을 보면 나이를 가리지 않고 모두 영접하여 문안드리고 공경히 예배하였다.
그때 어떤 한 신하가 있었는데 이름이 야사(夜奢)였다. 불법을 믿거나 공경하는 마음이 없고 삿된 견해가 매우 심하여 이러한 말을 하였다.
“아서가왕은 너무도 지혜가 없는 사람이다. 스스로 귀한 덕을 지녔으면서도 머리 숙여 어린 스님들에게 예배한다.”
왕이 이 말을 듣고서 곧 여러 신하들에게 명령하였다.
각자 온갖 짐승의 머리를 구해 오게 지정하여 주되, 오직 야사에게만은 사람의 머리를 구해 오도록 하였다.
곧 왕의 명령을 받고 다 찾아 나섰다가 이미 그것을 구하여 모두 와서 왕의 명령을 기다렸다.
왕은 구하여 온 것을 시장에 가서 팔아 오도록 명령하였고 오래지 않은 시간에 모든 머리들을 팔고서 돌아왔으나 야사의 사람 머리는 도무지 사는 사람이 없었다. 며칠이 지나자 장차 썩어서 냄새가 나고 문드러지자 말하였다.
“대왕이시여, 이 머리는 팔기가 어렵습니다. 오히려 보고 싶어 하는 이도 없는데 하물며 살 사람이 있겠습니까?”
왕이 야사에게 물었다.
“어떤 물건이 제일 귀중한가?”
“대왕이시여, 사람이 특별하게 뛰어납니다.”
왕이 말했다.
“사람이 만약 뛰어나게 귀한 것이라면 무슨 까닭으로 팔지 못하느냐?”
야사가 대답하였다.
“사람은 살아있으면 귀하기는 하지만 죽으면 비천합니다.”
왕이 말했다.
“나의 머리도 이것과 같으냐?”
야사가 두려워하면서 고개를 숙여 우러러보며 대답하였다.
“임금님의 머리도 이것과 같이 비천합니다.”
왕이 말했다.
“나의 머리도 비천한 것이거늘 너는 어찌 내가 어린 스님들께 예배하는 것을 괴이하게 여기느냐? 그대와 같은 이는 진실로 나의 선지식이다. 당연히 나에게 권유하여 위태하고 허약한 머리로써 견고한 머리로 바꾸게 하여야 하거늘 어찌하여 지금 내가 선을 하는 것을 그치게 하는가?”
그때 신하인 야사는 곧 스스로 뉘우치고 꾸짖으면서 삿된 마음을 고쳐먹고 공경히 삼보를 믿었다.
왕은 뒤에 어느 때에 우바국다에게 물었다.
“옛날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적에 누가 보시를 최고로 많이 했습니까?”
존자가 대답하였다.
“수달장다(須達長者)4)가 가장 많이 보시했는데, 백억 냥의 돈을 채워 여래께 공양하였소.”
왕이 혼자 생각하며 말했다.
‘그 분도 오히려 보시한 진귀한 보배가 이러하거늘 하물며 내가 지금 그 분에게 어지 미치지 못할 것인가?’
문득 지금까지 보시한 물건을 계산해 보니 무릇 구십육억 냥의 돈이었다. 우연히 중병이 들자 죽음이 임박했음을 알고 곧 스스로 눈물을 흘리며 큰 괴로움에 휩싸였다. 신하 가운데 나제국(羅提鞠)이라고 이름하는 이가 있었는데 본디 매일 수희하는 동자[日隨喜童子]였다. 이 복덕 때문에 보신(輔臣)이 되었다. 지혜가 깊고 넓으며 언변이 능숙하였다. 왕이 수심에 차 있는 것을 보고 합장하고 왕에게 말하였다.
“비유하면 밝은 태양을 뭇 사람들이 우러러보는 것과 같이 임금님의 큰 덕도 이와 같아 모두 다 함께 공경합니다. 지금 임금님은 병이 들어 지는 해와 같습니다. 이 나라의 백성들은 슬퍼하고 두려워하지 않는 이가 없습니다. 대왕께서는 지금 반드시 신이 말씀드리는 것을 들으셔야 합니다. 삼계는 항상함이 없이 천류하여 머물지 않습니다. 비록 소년이거나 장년이거나 늙었거나 결국은 없어지는 데로 돌아갑니다. 비유하면 돌산이 사방에서 밀려오는 것과 같아 지혜가 있는 이라고 어찌 면하거나 벗어날 수 있겠습니까? 세간의 중생들도 다시 이와 같습니다. 오음(五陰)5)으로 생겨난 몸에 죽음의 산이 와서 핍박하면 가령 백천 가지 방편과 여러 가지 주술을 하여 감추고 회피하여도 아직 이 근심을 면한 이가 있는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반드시 아십시오. 세상은 모두 항상한 것이 없어 모이면 필연적으로 흩어집니다. 반드시 깊이 이러한 이치를 관찰하면 스스로 억제되어질 터인데 왜 근심하십니까?”
왕이 신하에게 말했다.
“나는 죽음이 두렵거나 재물이 아까워 근심하는 것이 아니다. 단지 모든 현성(賢聖)들과 영원히 이별하는 것과 백억 냥의 돈을 보시하려 했는데 아직 사억냥의 돈을 보시하지 못한 이러한 인연 때문에 슬퍼할 뿐이다.”
나제국이 말했다.
“창고에 매우 많으니 충족하게 보시할 수 있습니다.”
아서가왕이 곧 칠보로써 계두말사에 보시하게 하였다.
구나라의 아들 식마제(式磨提)를 세워 태자로 삼았는데, 삿된 견해를 지닌 나쁜 신하가 태자에게 말했다.
“아서가왕의 수명이 지금 끝나려 하므로 모든 창고의 재물을 실어 내니 태자님이 만약 왕위를 이으셔도 쓸 비용이 없을 것입니다. 지금 꼭 차단하여 그 뜻을 따르지 마십시오.”
그때 식마제는 삿된 말을 믿고 받아들였다. 하나의 금 소반에 왕을 위하여 밥을 차려 보냈고, 왕은 계두말사에 보시하고 돌아왔다. 뒤에는 와기(瓦器)에 암마륵(庵摩勒)6)이라는 과일 반 개를 담아 왕의 식사로 주었다. 왕이 여러 신하를 불러서 그들에게 물었다.
“이 염부제에 누가 주인인가?
모든 신하들이 대답하였다.
“오직 임금님께서 통괄하여 다스립니다.”
왕이 대답하였다.
“아니다. 나는 오직 이 반 개의 암마륵에 대해서만 마음대로 할 수 있을 뿐이다.”
또 문득 이러한 말을 하였다.
“아, 부귀는 매우 나쁘고 천박하구나. 영화로운 보위(寶位)도 환술과 같아서 오래지 않아 흩어져 없어지니 존귀하고 현달한 지위에 머문다 해도 결국에는 추락한다. 나는 사람들의 제왕이 되어 위엄과 덕망이 견줄 만한 이가 없었지만 죽음에 다다르니 가난하고 궁핍하여 오직 과일 반쪽뿐이로다. 이러한 까닭에 세간은 모두 헛되고 거짓된 것으로 어리석은 사람이 달다, 좋다 하는 것을 현성들이 꾸짖는 것인 줄 알아야 한다.”
곧 여러 신하를 향하여 게송으로 말했다.
참되도다. 여래의 가르침
연설하신 것 진실로 허망하지 않네.
나고 죽음의 잘못은
애착하고 좋아할 것이 없음을 널리 말씀하셨네.
나는 본디 존귀한 자리에 처하여
위엄과 덕망이 짝할 만한 이가 적고
작은 왕과 백성들
모두가 첨앙(瞻仰)하였네.
오늘 복이 다하려 하니
주림과 피곤이 묶고 핍박하네.
거세게 흐르는 물이
산을 만나 기세가 멈춘 것 같네.
나는 옛날 가난과 궁핍한 이를 구제하여
모든 고뇌에서 건지고 구원했는데
어쩌다 오늘은
이렇게 비천한 데 처하는가?
비로소 존귀한 위치도
쉬이 없어져 견고하지 않는 줄 알았네.
해탈의 적정한 즐거움
오직 이것이 최고의 쾌락일세.
이 게송을 말하고 나서 곧 한 신하에게 명령하였다.
“그대는 이 과일을 가지고 계두말사에 가서 나의 말을 전하여라.
‘아서가왕이 여러 스님들의 발에 절하고, 저는 오직 이 반 개의 암마륵만을 마음대로 할 수 있을 뿐, 일체 가졌던 것을 모두 잃었습니다. 이 과일이 비록 적지만 이것이 최후의 보시입니다. 모든 스님들께서 저의 가난과 괴로움을 불쌍히 여겨 받아 주시기를 원합니다.’”
이러한 전갈을 받은 상좌 야사존자가 여러 스님들께 말하였다.
“그대들은 반드시 관찰해야 합니다. 아서가왕이 받은 복과 쾌락은 천하를 통틀어 제어하는 것이었습니다. 지금 여러 신하들이 함께 제지하고 침탈함을 당하여 오직 반 개의 과일만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처지이니, 반드시 나고 죽음이 매우 싫고 근심스러움을 압니다. 부귀와 오욕(五欲)7)은 오래지 않아 없어질 것입니다. 마음대로 할 수 있었던 위엄과 세력은 잠깐 동안에 사라져 없어집니다. 애달프도다. 삼유(三有)는 오래 살기 어렵도다.”
곧 전사(典事)8)에게 ‘이 과일을 갈아서 국에 넣고 저어 일체 스님들로 하여금 널리 드실 수 있도록 하라’고 말하였다.
아서가왕은 목숨이 거의 끊어지려 할 때 나제국에게 물었다.
“이 염부제에서 누가 마음대로 할 수 있는가?”
나제국이 말했다.
“오직 임금님이 계실 뿐입니다.”
이미 이 말을 듣고 곧 일어나 합장하고 두루 사방을 살펴보고 이렇게 말하였다.
“오직 창고를 제외하고 지금 온 세상[四海]의 일체 대지 모두로써 부처님과 스님들께 보시한 것과 옛날부터 지금까지 오면서 지었던 공덕은 나고 죽음에 떠도는 제석(帝釋)을 구하는 것이 아닙니다. 원컨대 내생(來生)에 도과(道果)를 빨리 증득하게 해주십시오.”
옥새[印]을 함에 넣고 표지하고 봉하여 나제국에게 분부하고 나서 기운이 끊어져 목숨을 마쳤다. 전륜왕(轉輪王)의 장례법에 의거하여 장엄하게 장사지냈다.
이와 같이 우바국다존자는 왕의 마음을 열어 일으키고 그의 믿음을 증장시켰으며, 좋은 방편을 지니고 중생들을 교화하였다.
아서가왕을 교화시킨 뒤 어느 때 숙라성(宿羅城)에 천호(天護)라는 한 상인의 우두머리가 있었는데 매우 독실하게 불법을 공경하고 믿었다. 큰 바다에 들어가 진귀한 보배를 캐고 찾아 만약 무사하게 돌아오면 스님들을 위한 반차우슬을 행하려고 하였다. 바다에 이르러 보배를 캐어 안온하게 돌아왔다. 곧 크게 보시하는 모임[大施會]을 마련하겠다는 뜻을 일으켰다.
아라한과를 증득한 어떤 비구니가 대중들 가운데서 누가 복밭이 되는가를 관찰하고, 또다시 생각하였다. 어떤 분이 스님들 가운데 으뜸인가? 모든 아라한과 학인(學人)이 번뇌의 더러움을 끊고 공양을 받을 만한가를 생각해 보았다. 한 비구를 살펴보았는데 이름이 아사라(阿沙羅)였다. 아직 해탈을 증득하지 못했지만 스님들 가운데 최고의 으뜸으로 있었다. 그때 비구니는 곧 그 비구에게 가서 말했다.
“대덕스님, 지금이라도 반드시 스스로를 장엄하십시오.”
그때 비구는 그 뜻을 알지 못하고 곧 머리와 수염을 깎고 목욕하고 깨끗한 옷을 입었다. 그 뒤 어느 때 이 비구니는 다시 아사라에게 장엄하고 꾸밀 것을 권하였다. 그때 아사라는 더할 수 없이 성내며 말하였다.
“나는 그대의 말을 따라 스스로를 장엄하며 청결하게 하였거늘 어떠한 추악함이 있다고 그러한 말을 자주 하는가?”
비구니가 말했다.
“대덕스님, 반드시 아시오. 그것은 세속의 장엄이지 불법의 장엄이 아닙니다. 불법의 장엄은 사과(四果)9)를 획득하는 것을 말합니다. 아, 대덕은 매우 경박하십니다. 장자인 천호가 큰 모임을 베풀려 하는데 그 공양을 받을 이는 여러 현성이거늘, 스님은 스님들의 으뜸이면서도 아직 나고 죽음을 면하지 못했으니 번뇌가 있는 마음으로써 최초의 공양을 받겠습니까? 이러한 까닭으로 제가 지금 깨닫게 하려는 것입니다.”
아사라가 듣고 참혹한 모습으로 슬퍼서 눈물을 흘리며 스스로 생각하였다.
‘늙었으니 어떻게 번뇌를 다하게 할 수 있겠는가?’
비구니가 말했다.
“부처님 법에는 시기가 없거늘 어찌 소년ㆍ장년ㆍ노년이 있겠습니까? 꼭 가셔서 우바국다존자님을 만나십시오. 그 분은 반드시 모든 고통을 면하게 해주실 것입니다.”
비구는 곧 우바국다에게 갔고 바로 스님을 만나 뵙고 몸을 닦아서 함께 신변을 나타냈다.
아사라는 환희하면서 게송으로써 말하였다.
화합한 이들과 한 곳에 함께 하며
가부좌[跏趺]하니 용이 서린 듯하네.
모두 적정(寂定)에 드니
고요하며 기울거나 움직이지 않네.
널리 청정한 광명을 비추니
백천 개의 태양과 같네.
비록 사람의 형태와 종류는 같지만
그 공덕은 매우 높아 영원하다네.
우바국다는 그 비구가 자신을 가다듬어 수순함을 보고 곧 설법하니 그는 아라한과를 성취하였다.
그때 어떠한 우바새(優婆塞)10)가 바라문에게 말하였다.
“아(我)가 없다.”
바라문이 물었다.
“누가 이러한 말을 했는가?”
답하였다.
“우바국다존자께서 항상 ‘나라는 것은 없고 다만 임시로 화합한 것을 나라고 말할 뿐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때 바라문이 존자의 처소에 이르자, 우바국다존자는 그가 마음으로 생각하는 것을 알고 곧 널리 설하였다.
“일체에는 아가 없다. 비유하면 산골짜기에서 소리를 지르면 메아리가 울리는 것과 같이 자세히 사유하고 관찰해도 끝내 나라는 것은 얻지 못하나니, 다만 오음이 화합함을 인연해서 이루어진 것이다. 지혜가 있는 이라면 누가 진실하다고 생각하겠는가?”
그때 바라문은 곧바로 깨달아 수다원과를 성취하였고, 출가하여 아라한의 도를 성취하였다.
어떤 족성자(族姓子)가 우바국다존자에게 출가하여 도를 닦는데, 항상 잠자는 것을 좋아하며 게을러서 비록 설법을 들어도 도무지 얻는 것이 없었다. 존자가 나무 아래에서 좌선(坐禪)하도록 가르쳤으나 나무 아래에서 누워서 자고 있었다. 우바국다가 신통으로 천 길 되는 깊은 구덩이를 만들었다. 비구가 보고 나서 더할 수 없는 공포에 사로잡혀 한결같은 마음으로 우바국다존자를 생각하였다. 존자가 그때 신통으로 작은 길을 만들고 이 비구로 하여금 그 가운데로 통과하게 하자, 스스로 그의 스승이 ‘나를 이 어려움에서 면하게 해주셨다’고 생각하였다.
우바국다존자가 그에게 말하였다.
“이러한 공포는 작아서 말할 것이 못 된다. 삼계에 태어난 이상 나고 늙어 병들어 죽는 고통은 항상 사람을 따라다니고 떠난 적이 없다. 지옥의 고통은 백천만 가지이어서 그것의 두려움은 이 구덩이의 두려움보다 훨씬 더한 것이다.”
그때부터 비구는 다시는 잠자지 않고 정진하고 사유하여 아라한과를 증득하였다.
동쪽 나라의 어떤 족성자가 부처님의 법을 믿고 좋아해서 출가하여 도를 배웠다. 그는 일을 경영함에 아주 뛰어나 그가 해내지 못한 일이 없었다. 그 일을 오래 하더니 피곤해 하고 싫증을 내었다. 곧 우바국다의 처소에 나아가 자초지종을 말하였다. 존자가 관찰해 보고 이 비구는 복을 갖추지 못한 까닭으로 도를 얻지 못한 것을 알았다. 곧 그로 하여금 스님들을 위하여 돌아다니며 화주[化]11)하도록 가르쳤다. 가르침을 받고 성에 들어가 가는 곳마다 시주할 사람을 찾았다. 어떤 장자가 보고 그 까닭을 물었다.
“장자님, 우바국다존자님이 저로 하여금 화주가 되라고 가르쳤습니다. 지금 이 성에 사는 분 가운데 누가 독실한 신자입니까?”
장자가 말했다.
“제가 해드리겠습니다. 다른 데는 가지 마십시오. 일체 필요하신 것을 반드시 알맞게 받들어 공급하겠습니다.”
곧 빠짐없이 마련하여 주자 비구가 이것을 얻어 상좌(上座)에게 나아가 음식을 받들고 무릎을 꿇고 앉자 여러 스님들 모두가 주원(呪願)해 주었고 주원함이 끝나자마자 아라한과를 성취하였다.
어떤 비구는 천성적으로 음식을 즐기고 좋아하였다. 이 탐욕을 말미암은 까닭에 도를 증득할 수 없었다. 우바국다존자가 불러 방에 이르게 하여 향기 나는 젖죽을 그에게 주면서 ‘식을 때까지 기다린 뒤에라야 먹을 수 있는 것이오’라고 말했다. 비구가 입으로 불자 죽이 곧 갑자기 식었다. 존자에게 ‘죽이 이미 식었습니다’라고 말하며 먹어 버렸다.
존자가 말하였다.
“이 죽은 비록 식었으나 네 욕심의 불은 뜨겁다. 반드시 물을 관찰함으로써 네 마음의 불을 없애야 한다.”
다시 빈 그릇에 먹은 것을 토하게 하고 이미 먹은 것을 토하고 나자 다시 그로 하여금 그것을 먹게 하였다.
비구가 말했다.
“침으로 뒤범벅이 되었는데 어떻게 먹겠습니까?”
존자가 말했다.
“일체의 음식이 이것과 다른 것이 없다. 너는 관찰해 보지도 않고 망령되게 탐하고 집착만 하는구나. 너는 지금 반드시 음식은 깨끗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관찰해야 한다.”
곧 그를 위하여 설법하자 아라한의 도를 증득하였다.
어떤 한 비구가 너무나 자기 몸을 사랑하고 좋아하였다. 몸을 사랑하고 좋아했기 때문에 환속(還俗)하려고 우바국다존자에게 말하고 길을 가다가 천신을 모신 사당에서 잠을 잤다. 존자가 곧 신통으로 한 야차(夜叉)12)가 되어 죽은 사람을 메고 이 사당에 들어왔고, 다시 어떤 한 귀신이 뒤따라와서 이 두 귀신이 함께 시체를 가지려고 다투었는데 심하게 다투었으나 저희끼리 결정짓지 못했다. 앞서 온 귀신이 ‘나에게는 증인이 있다’고 말하며 곧 그에게 따졌다.
“누가 이 시체를 가지고 왔느냐?”
그 사람은 두려워하면서 곧 속으로 ‘나는 지금 꼼짝할 수 없으니 죽는 것은 의심할 나위가 없구나. 차라리 진실하게 말하고 죽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하고 앞서 온 귀신에게 말했다.
“이것은 네가 가지고 온 시체이다.”
뒤따라 들어온 귀신이 성을 내면서 손과 발을 뽑아 버리자 앞에 온 귀신이 죽은 사람에게서 손과 발을 뽑아 박아 주자 그 몸은 평상시대로 회복되어 본래와 조금도 다름이 없었다. 이에 이 두 귀신이 함께 남은 고기를 다 먹어 치우고는 나가 버렸다. 이 사람은 곧 스스로 애착하는 마음을 그치게 되었다. 절로 돌아가 존자에게 출가하여 정근하더니 뒤에 오래지 않아 아라한과를 증득하였다.
남천축(南天竺)의 어떤 족성자가 출가하여 도를 배웠는데 자기의 몸을 사랑하고 집착하여 때가 아닌데도 목욕하고 향수를 바르며, 좋은 음식만을 선호하여 몸만 비대해지고 도를 증득하지 못하더니 존자의 처소에 가서 뛰어난 법을 받겠다고 하였다. 우바국다가 그 사람을 관찰해 보니 몸에 집착하기 때문에 번뇌가 다함을 얻지 못한지라, 그 비구에게 말하였다.
“나의 가르침을 받을 수 있다면 반드시 너에게 법을 주겠다.”
신통 변화로 큰 나무를 만들고 그로 하여금 그 위에 올라가게 하였다. 비구가 나무에 오르자 사방이 천 길이나 되는 깊은 구덩이로 변해 버렸다. 비구로 하여금 나뭇가지를 잡고 있는 오른손을 놓게 하더니 더 나아가 왼손가지 놓게 하였다. 이 사람은 그때 몸과 목숨을 나누어 버리고 손과 발을 다 놓아 버리자 곧 땅으로 곤두박질하였으나 깊은 구덩이와 큰 나무가 보이지 않았다. 그를 위하여 법요(法要)를 말하니 아라한도를 증득하였다.
어떤 한 비구는 마음으로 아끼고 탐함이 심하였다. 이러한 인연 때문에 도의 자취를 얻지 못하자 우바국다존자가 가르쳐 그로 하여금 보시하라 하였다.
그가 대답하였다.
“저는 가난하니 어떠한 것들을 보시하는 데 사용해야 합니까?”
우바국다존자가 두 제자를 보내어 그의 좌우에 앉게 하고 몸에서 광명을 내게 하니, 그 비구가 환희하여 먹을 것을 줄여 두 제자에게 베풀었다. 뒤에 좋은 음식을 얻어서도 문득 희열의 마음을 내어 속으로 ‘조금 베풀었으나 오히려 많은 과보를 얻었으니 만약 많이 베풀면 과보를 받는 것이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라고 생각하였다. 곧 인색한 마음을 깨뜨리자 그를 위하여 깊은 법을 말하여 주었다. 때에 알맞게 아라한과를 증득함에 이르렀다.
어떤 족성자가 출가하여 도를 배웠는데 우바국다존자가 그를 위하여 법요를 말해 주자 갑자기 진리를 보고 수다원과를 증득하였다. 그러자 그는 속으로 ‘나는 삼결(三結)13)을 끊었으니 다시 무엇을 구하려고 나아가겠는가? 다니면서 멋대로 자재하고 칠생(七生)을 다함에 이르자’라고 생각하였다.
존자가 말하였다.
“나고 죽음의 법은 매우 나쁘고 천한 것으로 오히려 똥이 많거나 적거나 모두 냄새나는 것과 같다.”
곧 갑자기 데리고 전다라(旃陀羅)의 마을에 이르러 한 어린 아이가 몸에 악성 부스럼이 나서 피와 벌레가 섞여 흐르고 매우 크게 고통스러워하는 것을 보고 비구에게 물었다.
“이 아이를 보았느냐? 이 어린 아이는 수다원(須陀洹)이었다. 옛날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적에 한 분의 나한이 있었는데 몸의 조그만 종기가 있어 이것을 긁다 보니 소리가 났다. 유나(維那)가 성을 내며 ‘지금 너의 몸은 구더기가 있는 병이니 여기서 나가 전다라의 마을에 가는 것이 알맞겠다’고 말했다. 나한은 ‘지금 너는 죄를 지었다. 이러한 말을 내뱉지 말아라’라고 말했다. 그때 그 유나는 곧 참회했고, 정진하고 닦아 익혀 수다원과를 증득했으나 뒤에 스스로 게을러 위의 계위를 구하여 나아가지 않은 까닭으로 이러한 집안에 태어나 이러한 고통을 받는 것이다. 다시 조금 앞으로 가다가 한 사람이 불에 타서 신체가 문드러져 고통을 참기 어려워하는 것을 보았다. 더욱 다시 앞으로 가다가 또 어떤 사람이 왕의 법을 범하여 몸이 큰 나무 끝 위에 꿰뚫린 채로 붙어 슬프게 울부짖는 소리를 내면서 심한 고통을 받는 것을 보았다.
그때 존자가 비구에게 물었다.
“네가 어찌 이 두 사람을 보지 않았겠느냐?”
비구가 말했다.
“예, 저도 보았습니다.”
존자가 말했다.
“저 앞사람은 사다함(斯陀含)14)이었으며, 저 뒷사람은 아나함(阿那含)이었다. 둘 다 게을러 위의 계위를 구하여 나아가지 않았기 때문에 사람 가운데 태어나 이러한 괴로운 고통을 받는다. 이러한 까닭으로 너는 지금 당연히 스스로 정근하여 일찍이 해탈을 구해야 한다.”
비구가 이 말을 듣고서 밤낮으로 닦고 배우더니 머지않아 곧 아라한도를 증득하였다.
존자가 곧 진다라(眞陀羅)15) 아들을 위하여 모든 법요를 말하자 아나함과를 성취하였고, 목숨을 마치고는 정거천(淨居天)16)에 태어났다.
마돌라국에 어떤 한 장자가 아들 하나를 낳아 키웠는데 겨우 한 살이 되자 죽어 버렸다. 이와 같이 차례로 여섯 장자에까지 태어난 지 겨우 한 살이 되어 죽어 버렸다. 최후에 다시 한 장자의 집에 태어났는데 그가 겨우 일곱 살일 때 도적이 들어 아이를 데리고 가 버렸다. 우바국다존자가 이 어린아이를 관찰해 보니 도를 얻기에 걸맞음이 나타나는지라 신통으로 네 종류의 병사를 만들어 그 도적들을 생포하려고 했다. 도적들은 두려워하였고 애원하면서 예배를 하였다. 그들을 위하여 법요를 말하니 수다원과를 증득하였다. 데리고 왔던 이 어린아이를 우바국다존자에게 주었다. 이에 존자는 이 동자와 모든 도적들을 제도하여 모두 출가하게 하였고 그들을 위하여 묘법을 말하니 아라한도를 증득하였다. 이 어린아이에게 말하였다.
“지금 너의 친족들을 관찰하여 그들을 교화시켜 제도시켜라.”
곧 칠세(七世:일곱생, 즉 일곱 번 태어남)의 부모가 그 아들을 생각하며 근심으로 슬피 우는 것을 관찰하고 곧 그 집에 이르러 말하였다.
“장자님, 제가 장자님의 아들이었습니다. 크게 슬퍼하지 마십시오.”
그를 위하여 법요를 말하니 초도과(初道果:順陀洹果)를 증득하였다. 차례로 여섯 집을 모두 이와 같이 하였다.
어떤 족성자가 부처님을 믿고 출가하였다. 좌선하여 세속의 사선(四禪)17)을 획득하자 스스로 구경인 아라한과를 증득하였다고 말하였다.
우바국다존자에게 좋은 방편이 많이 있어 그 비구로 하여금 다른 부락에 가게하고 곧 중간에 신통으로 장사꾼을 만들고 다시 오백 명이나 되는 많은 도적을 나타내어 함께 무리가 되게 하고 와서 장사꾼을 겁탈하고는 살해하여 시체를 베어 산지사방에 흩었다. 그때 이 비구는 커다란 두려움이 생기자 곧 스스로 아라한이 아닌 것을 알고 다시 이러한 생각을 했다.
‘나는 아라한이 아니고 아나함이다.’
그 장사꾼이 죽고 난 뒤 어떤 장자의 딸이 이 비구에게 말했다.
“바라건대 대덕은 저와 함께 가 주십시오.”
비구가 대답하였다.
“부처님께서 내가 여인과 함께 가는 것을 허락하시지 않으셨소.”
장자의 딸이 말했다.
“저는 대덕을 뒤에서 따라가기만을 바랍니다.”
비구는 불쌍히 여겨 서로 바라보며 길을 재촉하였다.
존자가 다시 신통으로 큰 강을 만들자, 여자가 말했다.
“대덕님, 함께 저를 건너게 해주십시오.”
비구는 하류에 있었고 여인은 상류에 있었는데 이 여인은 나중에 강물에 빠지게 되었다.
여자가 다급히 소리쳤다.
“대덕님, 저를 이 어려움에서 건져 주십시오.”
그때 비구가 잡아 당겨 그 여자를 구출하였다. 여자의 살결이라는 생각이 나자 애욕의 마음이 일어났다. 곧 스스로 아나함이 아닌 것을 알았다. 이 여자에 대하여 지극한 애착심이 생겨 함께 정사를 치르려고 장차 은밀한 곳에 이르렀으나 바로 우바국다존자가 보였다. 크게 부끄러움을 일으키고 머리를 숙이고 서있자 존자가 말했다.
“그대는 옛적에 스스로 아라한이라고 말하더니 어찌하여 이와 같이 나쁜 생각을 일으켰는가?”
장차 승방(僧坊)에 이르러 그에게 참회하게 하고 그를 위하여 법요를 말하니 아라한도를 증득하였다.
어떤 한 비구가 부정관(不淨觀)18)을 하여 번뇌가 잠깐 동안 일어나지 않자 성스러운 도[聖道]를 증득했다고 말했다.
우바국다존자가 말했다.
“비구야, 그대는 저 건타월(乾陀越) 나라에 갔다 와야겠다.”
가르침을 받고 가서 그 나라에 도착하였다. 그 나라에 어떤 장자가 있었는데 이름이 가라화(迦羅和)였고 딸 하나를 낳아 키웠는데 단정하고 빼어났다. 그때 비구가 곧 집에 가서 걸식을 했다. 딸이 음식을 들고 나와서 이빨을 살짝 드러내며 웃었다. 비구가 이를 보고 탐욕의 생각을 일으켰으나, 본디 익힌 부정관을 말미암은 까닭으로 여자의 이빨 모습을 보고 모두 백골이라 관하였다. 이 관을 말미암았기 때문에 아라한도를 증득하였으나 본디 마음을 자책하면서 게송으로 말하였다.
바깥으로 어질고 착함을 나타내지만
안으로는 진실로 물들어 집착함 많네.
그 실상을 보았기 때문에
마음이 곧 해탈을 얻었네.
마돌라국에 장자의 아들이 있었다. 새 아내를 얻고 나서 마음 속으로 ‘나는 부처님의 법을 구하려고 출가하여야겠다’고 생각하고서 곧 부모에게 말씀드렸다.
부모가 대답하였다.
“우리한테는 오직 아들이 하나뿐이라 죽었다 하여도 내보낼 수 없거늘 하물며 살아 있는데 보내겠느냐?”
아들이 말하였다.
“만약 저를 놓아 주시지 않는다면 끝내 밥을 먹지 않겠습니다.”
이렇게 단식을 시작하여 하루에서 이레가 되자 부모가 죽을까 두려워 아들에게 말했다.
“네가 원하는 대로 하겠다. 다만 출가한 뒤에도 식구들과 만나야 한다.”
아들이 크게 기뻐하며 곧 하직하고 길을 떠나 우바국다존자에게 나아가 출가를 받아 주도록 애원하였다. 존자가 바로 제도하여 도에 들게 하였다. 그렇게 되자 스스로 옛날 부모님과 본래 약속한 것이 있음을 생각하고 곧 존자에게 말씀드리고 본가에 가서 그 부모와 아내를 만났더니, 본처가 비구에게 말했다.
“만약 돌아오지 않으면 반드시 당신을 죽여 버리겠소.”
비구는 마음으로 후회하면서 문득 계율을 버리려고[捨戒] 그 스승의 처소에 나아가 환속하겠다고 말하니, 우바국다존자가 말했다.
“우선 날이 밝기를 기다려라.”
스승의 가르침을 받고 절에 머물러 잠을 잤다. 존자가 밤에 그를 위해 꿈을 꾸게 하였는데 꿈속에 이 비구로 하여금 본가에 도달하게 하였고, 그의 아내가 그 날에 갑자기 죽자 부모와 친족이 장례를 잘 치러 그 시체를 공동묘지에 안치하였다. 잠깐 사이에 냄새나고 문드러져 구더기가 득실대더니, 뼈와 살이 분리되고 여우와 승냥이가 서로 먹으려고 다투었다. 놀라서 잠을 깨어 그 스승에게 가서 꿈 이야기를 하자 스승이 말하였다.
“너는 직접 가서 보아라. 실제이지 꿈이 아니다.”
스승의 신통력에 힘입어 홀연히 그의 집에 이르니 그때 아내가 이미 죽어서 꿈에 본 것과 같았다. 사유하고 관찰하여 깊이 싫증을 내더니 곧 아라한의 도를 증득하였다.
우류타산(憂留陀山)에 한 마리 늙은 호랑이가 새끼 두 마리를 낳고 굶어서 죽었다. 어미를 잃은 새끼 두 마리도 막다른 지경에 다다라 목숨이 경각에 달렸었다. 우바국다존자가 그곳에 가서 먹이를 그것들에게 주고 게송으로써 말했다.
모든 존재하는 것은 항상함이 없나니
이것이 나고 죽는 법칙이라네.
나고 죽음이 다 없어지면
적멸함이 즐거움이니라.
매일 먹이를 주고 이 게송을 읊어 주었다. 두 마리 새끼 호랑이는 갑자기 뒷날 죽어서 마돌라국의 바라문 집안에 태어났다. 우바국다존자가 혼자서 그 집에 가니, 바라문이 물었다.
“왜 혼자 다니십니까?”
존자가 대답하였다.
“시주님 나는 출가한 사람이라 부릴 만한 사람이 적소.”
바라문이 대답하였다.
“저의 아내가 아이를 가졌으니 만약 남아를 낳으면 반드시 시봉하도록 하겠습니다.”
뒤에 두 아들을 낳았는데 얼굴이 단정하였다. 우바국다가 그 집에 가서 아이를 달라고 하니 바라문이 말하였다.
“아이들이 아직 어리니 성장하면 반드시 드리겠습니다.”
나이 여덟 살일 때 다시 그 집에 가서 아이를 찾자, 곧 큰 아들을 존자에게 주었다. 작은 아들이 말씀드렸다.
“저로 하여금 갈 수 있도록 해주십시오.”
서로 출가하려고 어지럽게 다투자 우바국다존자가 말했다.
“이들 두 아들은 다 반드시 도를 증득할 것이다.”
그때 바라문은 아들 둘을 존자에게 당부하였다. 제도하고 출가하게 하여 모두 아라한을 증득하였다. 곧 그들로 하여금 치자꽃을 따라고 하자 존자에게 말하였다.
“이 나무는 높아 저희가 딸 수 없습니다.”
존자가 말했다.
“너희들은 천인[天]이거늘 어찌 신족통이 없는가?”
그 말씀을 듣고 두 사미는 곧 허공에 올라가 치자 꽃을 따서 봉헌하였다. 존자가 모든 제자들과 함께 서서 그들의 신기한 덕을 보고 처음 있는 일이라고 감탄하였다. 우바국다가 말하였다.
“이 두 사미는 이전에 굶주렸던 호랑이의 새끼이다. 너희들은 내가 그 호랑이 새끼들에게 밥을 주는 것을 꺼림칙하게 여겼으나 이제는 그들의 신통 변화를 볼 수 있다.”
제자들이 듣고 나서 기이하고 특별하다는 생각을 했다.
남천축국(南天竺國)에 어떤 남자가 있었다.
다른 사람의 부인과 거리낌없이 바람을 피우자, 그의 어머니가 근심하면서 간절히 타이르고 꾸짖었다.
“너는 반드시 알아야 한다. 음욕으로 저지르는 잘못은 모든 허물보다 많고 크다. 이것으로 인하여 생기지 않는 악함이 없고, 미래에 반드시 괴로움이 심하고 어려운 곳에 태어난다.”
아들이 성이 나서 문득 그 어머니를 시해하였고, 다른 집에 들어가 여자를 구하였으나 결국 뜻을 이루지 못했다. 마음으로 싫증내고 후회하더니, 부처님의 법에 출가하여 도를 배웠다. 오래지 않아 외우고 익혀 삼장(三藏)에 대하여 훤하였고 말을 잘했으며 권속이 많았다. 그 무리들을 거느리고 존자의 처소에 나아갔다. 우바국다가 그 사람을 관찰하니 몸으로 오역죄(五逆罪)19)를 지어 도과의 분(分)이 없는지라 곧 쳐다만 볼 뿐 말하지 않았다. 삼장 비구는 자신의 죄가 깊은 줄 알고 다시 만나거나 상대하지 않고 돌아가 머물렀다.
어떤 비구가 좌선하고 사유하여 세속의 정[世俗定]을 얻고 곧 스스로 “네 도과를 얻어 증득하였다”고 말하였다. 다시 잠시 동안 한 나무 아래 앉았다.
우바국다가 신통으로 비구가 되어 그곳에 가 문안하고 한편에 앉아서 물었다.
“누구에게서 출가하였습니까?”
대답하였다.
“제 스승은 우바국다라 이름합니다.”
“그렇군요. 대덕은 훌륭합니다. 그대의 스승은 무상호불(無相好佛)입니다.”
다시 비구에게 말했다.
“그대는 어떤 경전을 외웁니까?”
“저는 삼장의 경전을 외웁니다.”
신통으로 생긴 사람이 다시 물었다.
“그대는 어떤 도를 증득하였습니까?”
“저는 아라한과를 증득하였습니다.”
“무엇으로써 아라한과를 증득했습니까?”
“세속의 정으로 얻었습니다.”
신통으로 생긴 비구가 말했다.
“만약 세속의 정으로써 도과를 증득했다고 한다면 이것은 허망한 것입니다.”
비구가 듣고 깊이 뉘우치고 한결같은 마음으로 정진하여 아라한과를 증득하였다.
계빈국(罽賓國)에 선견(善見)이라는 한 비구가 세속의 정을 증득하고 다섯 가지 신통을 구족하여 만약 가뭄이 들면 비를 내릴 수 있었다. 증상만(增上慢)20)을 일으켜 ‘성스러운 도를 증득했다’고 말하였다.
우바국다가 문득 신통을 부려 십이 년이나 가물게 하자 백성들이 두려워하면서 존자에게 비를 내리게 해 달라고 애걸하자, 존자가 말했다.
“나는 할 수 없다. 계빈국에 선견이란 비구가 있고 신통이 최고로 뛰어나니 비를 잘 내리게 할 수 있다.”
뭇 백성들이 함께 가서 그에게 청하니, 그때 비구가 곧 신통력으로 허공으로 날아서 도착하여 때 맞게 비가 오도록 하니 비가 쏟아졌다. 백성들이 기뻐하며 크게 공양을 베풀었고, 공양을 얻고서 갑자기 교만한 마음이 일어나자 ‘아라한은 자신의 지위가 높다는 마음이 없다’고 생각하고 곧 존자에게 나아가 참회를 받아 주도록 청하였다. 존자가 그를 위하여 법요를 말해 주니 아라한도를 증득하였다.
남천축에 한 비구가 있었는데 욕심이 적고 만족함을 알아 감이 좋지 못하고 떨어진 옷을 좋아하였다. 건강이 좋지 못하여 도를 증득하지 못하였다. 우바국다 존자가 이 사람을 관찰하니 현재 도를 증득하기에 알맞았다. 몸이 허약하기 때문에 옷을 준비하여 입히고 향유(香油)를 발에 발랐더니 시기에 알맞게 아라한도를 증득하였다.
이와 같이 교화하고 제도하여 헤아릴 수 없는 중생이 모두 아라한과를 획득하였다. 그 도를 증득한 자 한 사람마다 산가지[籌] 하나씩을 모았는데 그 산가지의 길이는 네 마디쯤 되었다. 그러한 산자기가 높이와 너비가 여섯 길 되는 석실(石室)에 가득하였고, 그 이름이 염부제에 가득하였으며, 세상 사람들이 모두 상호가 없는 부처님[無相好佛]이라고 불렀다.
교화할 인연이 있는 사람을 모두 교화하고 곧 스스로 생각하였다.
‘나는 지금 법으로써 부처님께 공양 올림을 끝냄으로써 이롭고 안온[利安]하여 즐겁다. 같이 범행(梵行)한 이와 모든 사부대중[四輩]들로 하여금 크게 이익됨을 획득하게 하여 정법을 잇고 융성하게 하여 정법이 단절되지 않게 하였으니, 이제 열반할 때가 왔구나. 멸도(滅度)하는 것이 마땅하겠다.’
모든 대중들에게 ‘지금부터 이레 뒤에 나는 꼭 열반에 들 것이다’라고 말하였다.
그때 곧 시방에서 아라한과 모든 도를 배우는 사람으로 청정하게 계율을 지키는 이들이 숫자로 일컫지 못할 정도로 모였고, 모든 우바새도 헤아릴 수 없는 백천이 와서 모였다.
존자가 이때 몸을 허공으로 날려 열여덟 가지 신통변화를 나타내어 모든 사부대중으로 하여금 크게 믿는 마음을 내게 하고, 남음이 없는 열반[無餘涅槃]21)으로 멸도를 취하였다. 석실에 있던 산가지를 사용하여 야순(夜旬)하였고, 시방의 나한들도 또한 열반에 드니, 사람들과 천신들이 슬프게 울며 마음 상하여 소리 지르며, 사리를 수습하여 탑을 세워 공양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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