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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4711 부법장인연전(付法藏因緣傳) 2권

by Kay/케이 2024. 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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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부법장인연전(付法藏因緣傳) 2

 

부법장인연전 제2권

 길가야1)ㆍ담요2) 공역
심삼진 번역

마하가섭이 열반에 들 때에 최고로 뛰어난 법을 아난에게 부촉하면서 이렇게 말하였다.
“장로(長老)3)야, 반드시 알아라. 옛날 바가바(婆伽婆)께서 법을 나에게 부촉하셨는데, 나는 나이가 많아 쇠약하니 열반하려 한다. 세간의 뛰어난 눈[勝眼]4)을 지금 부촉하려고 하니, 그대는 정근(精勤)5)하여 이 법을 수호하여라.”
아난이 대답하였다.
“예, 가르침대로 받겠습니다.”
이에 아난이 묘한 법을 널리 펴서 모든 중생을 제도하였다.
또한 숙세에 큰 공덕이 있었고 지혜가 깊고 넓으며, 많이 듣고 널리 통달하였으며, 부처님의 처소에서 물었으므로 총지(總持)함이 제일이었고, 모든 부처님의 법장을 모두 들었다. 마치 큰 바다가 온갖 냇물을 받아들이는 것과 같이 이름이 높고 원대했으며, 대중들이 잘 아는 사람이었다. 이와 같은 공덕이 다할 수 없었다.
내가 반드시 그 인연을 수순하여 말하겠다.
옛날 옛적 세상 아승기겁 정광여래(定光如來)6) 때에 사문이 되어 한 사미(沙彌)7)를 데리고 있었는데 항상 경전을 독송하게 하였다. 밤낮으로 훈계하고 타일러 쉬거나 그만두는 일이 없었다. 만약 경전을 조금만 빠뜨려도 곧 꾸짖었다.
이 사미는 스승을 위하여 밥을 빌러 다녔는데 만약 조금만 머물면 경전의 한도를 채우지 못했으므로, 그 스승이 지나치리 만큼 꾸짖고 야단하니 사미는 매우 근심하고 번민하게 되었다. 스승을 위하여 밥을 비는데 한편으로는 외우고 한편으로는 빌기 위해 걸었다. 그때 어떤 장자가 괴상히 여겨 그 까닭을 묻자 사미가 대답하였다.
“저의 스승님은 매우 엄격하셔서 저로 하여금 외우고 익히게 하십니다. 밥을 비느라 머뭇거리면 한도를 채우지 못합니다. 이러한 일 때문에 언제나 다니면서도 독송해야 합니다.”
장자가 대답하였다.
“근심하거나 번민하지 마시오. 지금부터 이후로는 항상 내가 공급하여 도울테니, 반드시 정근하여 경전을 외우고 익히시오.”
그때부터 사미는 다시 빌기 위하여 다니지 않고 오로지 한마음으로 독송하여 처음부터 끝까지 경전만을 항상 충분하게 익혔다. 그때의 사미가 세존이셨고, 밥을 베푼 장자는 아난이었다. 이러한 복덕의 인연으로써 아난비구는 지혜가 깊고 묘하며 총지8)를 잘 알고 많이 들어서 널리 알았으므로 기억이라고 말할 수 없었다. 바가바께서 위없는 도를 성취하심에 이르시니, 묘한 법을 설하여 모든 중생을 교화함에 이르렀다.
이에 아난이 스스로 생각하였다.
‘세간은 감옥이라 사랑하거나 좋아할 것이 못 된다. 다섯 가지 욕망은 허깨비 같아 견실함이 없으니 매우 두렵고 나쁨이 독사보다 더하는구나. 한창때는 용맹하고 씩씩하며 얼굴이 아름답지만 모두 늙고 병들어 잔해(殘害)하게 된다. 무상은 빨라 쏟아지는 물과 같니 모든 애정과 은혜와 모임을 삼켜 버리는구나. 옛날의 모든 임금들이 위엄과 덕망으로 자재(自在)하였지만 무상이란 바람에 불리어 파괴되었고, 근심과 슬픔과 쇠퇴함과 번민 등 뭇 고통은 끊임이 없고 애라찰녀(愛羅刹女)9)는 항상 중생을 속이니 나는 반드시 어찌해야 이 어려움을 면하게 될 것인가?
다시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여래ㆍ세존은 신기한 지혜로 세상을 초월하였다. 본래 석씨(釋氏)로부터 출가하여 도를 배웠으니 나는 지금 반드시 가서 제자가 되야겠다.’
곧 부처님의 처소에 이르러 출가하기를 간절히 원하였다. 부처님께서 ‘잘 왔구나’라고 말씀하시자 곧 사문이 되었다. 그때 여래께서 아난을 위하여 설법을 하셨는데 시론(施論)과 계론(戒論)과 생천론[生天之論]10)과 욕망은 청정하지 못한 것이니 출요(出要)함이 최선임을 말씀하셨다. 뜻이 곧 열리고 알아져서 수다원(須陀洹)11)을 성취하였다. 부처님께서 뒷날 마음으로 시자(侍者)를 생각했는데, 그때 교진여(憍陳如)12)가 곧 부처님 처소에 가서 시자[給侍]가 되기를 청하였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교진여야, 너는 연로하여 반드시 사람이 쳐다볼 것인데 어떻게 나를 위하여 시자가 되겠느냐?”
이와 같이 오백 명의 큰 제자들이 모두 부처님의 처소에 이르러 시자가 될 것을 청하였으나 다 허락하시자 않으시니, 부처님께 예배하고 물러났다. 그때 목건련(目揵連)13)이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아는 지혜로써 여래의 마음을 관찰하니, 아난에게 있는 바가 해가 처음 돋으면서 서쪽 벽을 비추는 것과 같았다.
이에 모든 비구들과 함께 아난에게 말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그대가 시자가 되기를 바라시니 빨리 가서 뛰어나게 깨달은 분에게 예배하고 뵈옵는 것이 마땅할 것입니다.”
아난이 말하였다.
“여래의 위엄과 덕망은 오히려 큰 용과 같으신데 지금 저는 더럽고 약하니 감히 명령을 받들지 못하겠습니다.”
모든 비구들이 말하였다.
“아난이여, 반드시 아십시오. 세존께서는 오로지 마음이 그대에게만 있을 뿐입니다. 반드시 빨리 받들어 뵈십시오. 오래 머뭇거림은 옳지 않습니다.”
아난이 공경히 승낙하면서 곧 세 가지 소원을 구하였다.
“첫째 여래께서 입던 옷을 나에게 주시지 말며, 둘째 남기신 음식은 다른 사람에게 주시고, 셋째 나아가 부처님을 뵙는 시기는 나의 재량에 따라야 합니다. 세 가지 소원이 만약 이루어진다면 반드시 가르침을 받들겠습니다.”
그때 모든 비구들이 세존의 처소에 가서 머리 숙여 절하고 갖추어 위의 사실을 진술하자 여래께서 탄식하시며 말씀하셨다.
“훌륭하구나. 아난아, 큰 지혜가 있어서 시기가 마땅함을 잘 아는구나. 단지 지금만 그러한 것이 아니고 옛날부터 그러하였다. 그대들은 잘 들어라. 나는 반드시 자세하게 설하겠다. 옛날 아승기겁에 어떤 왕이 세상을 다스리면서 파시성(婆翅城)에 머물렀다. 이 성 안에 바라문이 있었는데 이름은 구루타였고 총명하여 널리 통달하였으니 천재로서 세상을 초월하였다. 그 나라의 사람들과 거사(居士)14)들이 모두 으뜸으로 공경하였다. 재물과 보배가 많아 넉넉하였고 백천만억이었으나 대를 이어 갈 자식이 없어 언제나 근심과 고뇌를 품고 있었다. 모든 하늘에 청하고 기도한 지 열두 해가 지나자 첫 부인에게 태기가 있었고 달이 차서 한 남자 아이를 낳았다. 몸은 자주빛 금색이고 얼굴은 단정하였다. 관상가가 점을 쳐서 ‘복과 덕이 이 아들에 많다’고 말하였다. 곧 글자를 골라 대시(大施)라고 이름하였다. 나이가 들어 점점 자라더니 나가서 놀기를 아버지께 요구하였고, 아버지는 명령하여 길을 잘 치장하고 향을 사르고 꽃을 뿌리며 뭇 기악을 연주하게 해 놓고 대시가 밖에 나가 유람하게 하였다. 곧 앞길에 걸인이 있었는데 떨어진 옷을 입고 상스러운 말로 구걸하는 것을 보고 대시가 물었다.
‘무슨 까닭에 이와 같은가?’
걸인이 대답하였다.
‘저는 본래 고아였으며 가난하고 병고에 핍박되어 목숨이 이미 끊어진 듯하여 이런 까닭에 다니면서 구걸합니다.’
대시가 듣고 슬퍼하면서 탄식하여 말하였다.
‘중생의 무리들이 어찌하여 한결같이 불쌍한가? 어리석음이 마음을 가리어 오욕에 빠지니 늙고 병들고 죽음에 고뇌하고 해롭게 되는 바이지만 그러한 가운데서도 태평스럽게 쾌락에 빠져 선한 업을 닦지 않아서 이러한 나쁜 과보를 받는구나. 괴이하도다. 너무 험악해서 매우 두렵구나.’
다시 조금 앞으로 가다가 도살하고 수렵하고 그물로 나는 새를 잡고 밭 갈고 고기 잡는 데에서 상해(傷害)되는 것이 많음을 보고 대시가 물었다.
‘무슨 까닭에 이와 같은가?’
모든 사람이 대답하였다.
‘저의 조부 때부터 본래 이런 일을 하였으며 이렇게 해야 목숨을 보존하고 겸하여 왕의 역사(役事)에 이바지합니다. 하루아침에 이것을 버리면 반드시 가난해질 것입니다.’
대시는 이것을 듣고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더욱더 생겨 스스로 생각하여 대비(大悲)의 뜻을 내었다.
‘슬프다. 중생이 어리석고 지혜의 눈이 없어 오랫동안 죄업을 쌓아 빈궁하고 고달프고 열악하여 큰 암흑에 살며 매우 두려워하면서도 지금 또 이와 같은 악업을 지어 중생을 살해하거나 다른 이의 아끼는 생명을 끊으니 악업은 더욱 성장하고 좋지 못한 것[不善]은 번성한다. 다섯 갈래[五道]에 윤회함을 무엇으로 말미암아 벗어날 수 있겠는가? 내가 지금 반드시 방편으로 구제하여 보호하고 나고 죽음의 괴롭고 뜨거움에 청량제를 만들겠다.’
이러한 생각을 하고 나서 곧 큰 바다에 들어가 용왕의 궁전에 나아가 여의주를 구하려 하였다. 한 금성을 보니 광명이 빛나며 독사가 둘러싸여 접근할 수가 없자 곧 자정(慈定)에 들어가 위를 밟고 통과하였다. 용왕이 나와서 영접하며 예배 공경하고 서로 위문하고서 함께 궁중으로 들어갔다.
용왕이 물었다.
‘당신은 무슨 까닭으로 여기에 오셨습니까?’
대시가 대답하였다.
‘염부제(閻浮提) 사람들은 빈궁하기 때문에 지극히 상해(傷害)함이 많으니 죽으면 반드시 세 가지 나쁜 갈래[三惡道]에 태어날 것입니다. 제가 저들을 불쌍히 여기기 때문에 험한 곳을 지나 여기에 왔습니다. 이제 여의주(如意珠)를 구하여 그들의 고통을 면하게 하려는 것이니, 저에게 주셔서 중생들을 이롭게 하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용왕이 말했다.
‘좋습니다. 분부를 어기지 않을 테니 잠시 동안 머물며 저를 위하여 설법해 주시기를 원합니다.’
대시가 이것을 승낙하고 네 달이 지나도록 머물면서 모든 법의 명자(名字)15)의 본말(本末)을 자세히 말하고 차례대로 수순하여 그 구(句)의 뜻을 해설하였다. 용왕은 지극한 마음으로 듣고 받아 사유(思惟)하였으며, 생활함에 불편이 없도록 살피되 시기에 꼭 알맞게 하였고, 나아가 뵙는 시절을 스스로 재량하였다. 네 달이 지나 대시가 물러나기를 아뢰자 용왕이 계주(髻珠)를 풀어서 대시에게 주면서 서원을 세웠다.
‘대사(大士)의 자비는 매우 넓고 넓으니 반드시 자연스럽게 정각(正覺)을 이룰 것입니다. 저는 그때 다문(多聞)하는 제자가 되기를 서원합니다.’
이에 대시는 여의주로써 뭇 칠보를 내리게 하여 염부제 사람들 모두가 안락하게 하였고 열 가지 선[十善]을 닦아 생명을 마치고는 하늘에 태어나게 하였다.
‘비구들아, 반드시 알아라. 그때의 대시는 바로 지금의 나였고, 그때의 용왕은 지금의 아난이다. 용왕으로 있을 때에도 시기를 적절하게 알았거늘 하물며 지금에 통달하지 못한 것이 있겠느냐?’”
이에 아난이 여래의 시자가 되어 능히 잘 따랐으며, 법장을 듣고 지녀서 처음부터 빠뜨린 것이 없었다. 세존께서 쌍수림(雙樹林)에서 반열반하실 즈음에 교진여에게 물으셨다.
“아난은 어디에 있느냐?”
“지금 사라 숲[婆羅林] 밖에서 뭇 마군에게 괴롭힘과 어지럽힘을 당하여 깊이 삿된 그물에 걸려 크게 고뇌하고 있습니다. 부처님ㆍ여래를 제외한 그 어떤 누구도 구제해 주거나 보호할 수가 없습니다.”
문수사리(文殊舍利)가 부처님께 말씀드렸다.
“세존이시여, 이 대중 가운데 모든 보살은 헤아릴 수 없는 겁 이전에 보리심을 내어 오랫동안 원과 행을 닦아 물러나지 아니함을 얻었습니다. 이와 같이 동등하게 능히 모든 부처님의 법장을 잘 받아 유지하고 있는데 무슨 까닭으로 아난이 있는 곳을 물으십니까?”
부처님께서 문수사리에게 말씀하셨다.
“아난비구는 나를 섬겨 온 지가 오래되었다. 처음부터 허물이 없었고, 불가사의(不可思議)함을 구족하게 성취하여 들은 바의 법을 잘 받아 지니고 있었다. 비유하면 그릇에 담긴 물을 다른 그릇에 옮겨 두는 것과 같다. 모든 중생이 함께 우러러볼 것이니 이러한 까닭으로 내가 아난이 있는 곳을 물었다. 지금 이 모임에서 십이 유순(由旬)을 가면 모든 마군의 무리가 번거롭게 하고 어지럽게 하고 있을 것이니, 그대가 나의 주문을 가지고 가서 그를 풀어 주도록 하여라.”
문수사리가 곧 마군의 처소에 이르러 다라니를 말하였고, 마군은 이것을 듣고 곧 아난을 놓아 주었으며, 문수와 함께 부처님의 처소에 이르러 머리 숙여 경례하고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그때 세존께서 중후야(中後夜)16)에 반열반에 드셨고, 모든 하늘과 사람들이 크게 공양을 베풀고 깨끗한 천으로 싸서 사비(闍毘)하여 그 일을 전부 끝내었다. 마하가섭과 모든 아라한이 왕사성에서 세안(世眼)을 결집하려 했는데, 아난은 이때까지 오히려 배움의 지위에 있어 아직 번뇌가 다하지 못해 결집하려는 성중(聖衆)17)에 참여하지 못했다. 그때 바사불(婆闍弗)이라는 비구가 있었는데 곧 게송으로써 아난을 깨우쳐 주었다.

뛰어나구나, 다문한 이여.
숲에서 편안히 적정하소서.

반드시 일체 법은
거짓이며 견고하지 못하고
나고 죽음은 허물이 많으며
열반만이 최고의 청량제임을 관하소서.

구담(瞿曇)의 자손은 반드시
무루행(無漏行)18)을 부지런히 닦아야 하니
이와 같이 한다면 반드시 오래지 않아
제일의 즐거움을 받게 됩니다.

아난이 듣고 나서 밤이 다하도록 경행(經行)하고 비록 부지런히 고행을 더했으나 아라한이 되지 못하고 몸이 너무 피곤하여 잠을 자며 쉬려고 했다. 머리가 베개에 닿기 전에 집착함이 없는 과[無著果]를 얻으니, 세 가지 밝음[三明]이 걸림이 없고 여섯 가지 신통[六通]이 훤해졌다. 곧 날아서 빈발라굴에 가 문 밖에 서서 게송으로써 말하였다.

다문하였고 변재하며
정각을 시봉했던
구담 아난이
지금 문 밖에 있습니다.

그때 가섭이 게송으로써 대답하였다.

그대 만약 뭇 고통 다하고
번뇌의 짐 벗었다면
반드시 신통의 힘 나타내어
성중들에게 모두 증명하여 알게 하게나.

이에 아난이 곧 신통으로써 석벽에 장애 없이 들어가 뭇 스님들의 발에 절하고 차례에 따라 앉아서 가섭의 명령을 받고 뛰어난 눈[勝眼]을 자세히 말하여 결집하였으며, 더 나아가 가섭이 열반했을 때 아사세왕과 함께 계족산에 이르러 향 피우고 꽃을 뿌리며 찬탄하고 공양 올렸다. 그때 아사세왕이 말했다.
“어지신 분이여, 여래와 가섭께서 반열반에 드시는 것을 저는 재앙이 많아 모두 뵙지 못했습니다. 존자께서 만약 멸도하시려거든 꼭 저에게 알려 주시기 바랍니다.”
아난이 말했다.
“좋습니다. 삼가 분부를 받들겠습니다.”
이에 여러 지방을 다니면서 미묘한 법을 널리 설하여 모든 중생들을 교화하고 그들 모두를 제도하여 해탈하게 하였으며 최후에 한 죽림(竹林)에 이르러 어떤 비구가 법구(法句)를 외우는 것을 들었다.

만약 사람이 백 년을 산들
물의 늙은 학(鶴)을 보지 못하면
하루를 산 것보다 못하니
이것을 보아야 하느니라.

아난이 이 게송을 듣고서 슬피 탄식하였다.
‘세간의 눈이 없어짐이 어떻게 이리 빠른가? 번뇌와 모든 악(惡)이 어찌하여 갑자기 일어나는가? 성인의 가르침을 어기고 스스로 망상을 일으키니 지혜의 밝음이 없어지고 항상 어리석은 어둠에 있겠구나. 영원히 나고 죽음의 큰 바다를 헤매며 늙고 병들고 죽음의 핍박을 당하겠구나.’
곧 비구에게 말하였다.
“이것은 부처님의 말씀이 아니니 수행해서는 안 된다. 너는 지금 두 사람이 부처님을 비방하는 것임을 반드시 알아라. 하나는 비록 많이 들었으나 삿된 견해를 내는 것이며, 다른 하나는 깊은 뜻을 모르며 뒤바뀌게 망령되이 말하는 것이니 이 두 가지 법을 소유한다면 스스로를 훼손함이 되며 사람들로 하여금 세 가지 나쁜 갈래[三惡道]를 여의게 하지 못한다. 너는 지금 반드시 내가 말하는 부처님의 게송을 들어라.”

만약 사람이 백 년을 산들
나고 죽는 법을 모른다면
하루를 산 것만도 못하나니
이것을 깨달아야 하느니라.

그때 비구가 곧 그의 스승을 향하여 아난의 말을 하니, 스승이 그에게 말하였다.
“아난은 늙어서 지혜가 쇠퇴하였으니 말에 오류가 많다. 믿을 것이 못 되니 너는 지금 앞에서 외우던 대로 하는 것이 마땅하다.”
아난이 뒤에 그 비구가 대 숲에서 아직도 옛 게송을 외우는 것을 듣고 곧 그 이유를 물었다.
“존자님, 저의 스승이 저에게 ‘아난은 늙어서 말이 헛되고 망령됨이 많으니 너는 지금 앞에서 외우고 익히던 것을 의지하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아난은 사유하였다.
‘그들이 나의 말을 가벼이 여기니 혹시 다른 가르침을 받았는가?’
곧 삼매에 들어 뛰어난 덕을 지닌 이들을 추구하였으나 어떤 사람도 그들의 뜻을 돌릴 만한 이는 보지 못했다.
문득 이러한 말을 속으로 하였다.
‘기이하도다. 무상은 매우 크고 웅대하고 용맹하여 흩어지고 깨어지게 하는구나. 이와 같으니 헤아릴 수 없는 현성(賢聖)들이 모든 세간으로 하여금 모두 텅비게 하였구나. 항상 암흑과 두려움 가운데 행하여 머무니 삿된 견해가 치성하고 선하지 아니한 것이 더욱 자라며, 여래를 비방하고 바른 가르침을 단절하여 영원히 나고 죽음의 큰 강에 빠졌으니 나쁜 갈래의 문[惡趣門]은 열리고 사람과 하늘의 길은 막혀 헤아릴 수 없는 겁 동안 모든 괴로움을 받을 것이니, 슬프다. 세간은 깊이 불쌍히 여길 수밖에 없구나. 지금 이 비구는 내가 친히 말한 것을 도리어 삿된 말이라 받아들이고 나의 가르침을 받지 않는구나. 나는 누구를 향하여 이와 같은 일을 말해야 하는가? 세간의 뭇 괴로움은 원하거나 좋아할 것이 아니다. 이 몸은 견고하지 않아 부패하고 위태롭고 여리며, 오히려 거품과 같고 잠깐 동안에 변화하여 없어지며, 단정했던 용모는 애착할 만하였으나 이미 노쇠함에 이르렀으니 단정했던 용모는 지금 어디에 있는가? 엷은 피부로써 덮어 피고름이 안에서 흐르고 오로(惡露)19) 등 깨끗하지 못한 것을 엄식(嚴飾)하였다고 말하지만 유위(有爲)는 무상하여 매우 빠르고 한 번 보거나 한 번 숨쉬는 사이 사백 번을 났다가 없어진다. 비유하면 허공에서 벼락이 치고 구름이 일어나고 폭풍이 갑자기 몰아치지만 문득 찾아보면 흩어져 없는 것과 같다. 오욕도 견실하지 못함이 또한 이와 같다. 서로 사랑하여 쾌락에 안온하다가 무상이 이미 이르면 누가 생존할 수 있겠는가? 세간의 뭇 고통은 오래 함께 하기가 매우 어려우니 나는 오늘 열반에 드는 것이 마땅하겠다. 또 나의 큰 스승님과 범행(梵行)을 같이 닦던 이와 같은 분들이 다 멸도하셨거늘 내가 지금 어찌 오랫동안 머물겠는가?’
다시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아사세왕과 나는 약속을 하였다. 나는 반드시 그곳에 가서 그 분에게 말해 주어야 한다.’
곧 왕궁에 가서 문을 지키는 이에게 말하였다.
“나를 위하여 왕에게 ‘아난이 문 밖에 있는데 장차 열반하려 하기 때문에 와서 뵙고자 합니다’라고 말씀드려 주시오.”
문지기가 말했다.
“임금님께서는 지금 주무시고 계시는데 만약 잠을 방해하면 저는 큰 벌을 받게 됩니다.”
아난이 말했다.
“임금님께서 만약 기침하시면 반드시 나를 위하여 이러한 뜻을 빠뜨리지 말고 말하시오.”
아사세왕은 일산의 대가 꺾어지는 꿈을 꾸고 곧 문득 놀라서 깨었다. 문지기가 왕에게 앞의 일들을 자세히 말하였다. 왕이 이 사실을 듣고 기절하여 땅에 넘어졌다. 냉수를 얼굴에 뿌리자 한참 지나서 깨어나 소리 내어 우는데 천지를 진동시켰고 가슴을 치면서 크게 부르짖고 커다란 걱정과 고뇌를 일으켜 이러한 말을 했다.
‘아, 괴이하구나. 세간의 눈이 없어졌으니 삼계의 고뇌를 누가 면하게 하여 제도해 줄 것인가? 옛날에 세존은 자비가 깊고 두터우셔서 모든 중생을 위하여 큰 의지가 되셨는데 열반에 드시고부터 세간은 외롭고 돌보는 이가 없게 되었다. 마하가섭은 큰 이름으로 일컬어져 다음으로 여래를 도와 법을 연설하여 교화하시더니 다시 멸도하여 법은 더욱 쇠퇴하고 감손하였다. 아난을 해나 달과 같이 우러러보았는데 지금 열반에 든다 하니 다시 무엇을 믿고 의지할까? 법의 물[法水]은 청정하여 번뇌[塵勞]를 씻었는데 누가 다시 연설하여 일체를 넉넉하게 하며, 이 모든 중생들은 늘 갈애(渴愛)가 있는데 누가 법의 비[法雨]를 때맞추어 내리게 하여 이들을 충족하게 할 것이며, 삼계의 중생이 영원히 반드시 유전(流傳)하여 모든 고뇌를 받는 것을 어찌 다할 수 있으리오. 마왕은 환희하며 권속을 크게 얻고 좋은 법은 점점 다하여 모든 악이 치성하겠구나.’
곧 문을 지키는 사람에게 아난존자의 소재를 묻자 원신(園神)이 왕에게 말하였다.
“비사리(毘舍離)로 향했습니다.”
곧 네 가지 병사를 치장하고 향하 근처로 갔다. 아난존자는 배를 타고 강 가운데를 지나고 있었다. 왕이 곧바로 가서 머리 숙여 말하였다.
“삼계의 밝은 등불이 벌써 저를 버리려 하십니까? 지금 따르고 의지하며 우러러보니 열반하시지 말기를 원합니다.”
아난존자가 말없이 허락하지 않았다.
그때 대지가 여섯 가지로 진동하였고, 설산에 있던 오백 명의 선인(仙人)들이 이러한 모습을 보고 모두 ‘무슨 인연 때문에 이 이상한 모습이 있는가?’라고 생각하였다.
아난존자가 멸도하려는 것을 관하여 보고 곧 허공을 날아서 그 장소에 나아갔다. 머리 숙여 절하고 출가할 것을 애걸하자, 곧 항하가 변화하여 금 땅이 되었다. 모든 선인을 위하여 상응하도록 설법하였다. 수염과 머리카락이 저절로 깎이더니 아라한과를 성취하였고, 모두 같은 때에 반열반에 들었다.
아난존자는 생각하였다.
‘부처님께서 계빈(罽賓)이라는 나라에 반드시 마전제(摩田提)라는 비구가 있어 그 국토에서 법안을 유포할 것이니, 곧 법을 마전제에게 부촉하리라는 것을 기별(記莂)20)하셨다.’
몸을 허공으로 솟구쳐 열여덟 가지 변화를 부려 풍분신삼매(風奮迅三昧)에 들어가 몸을 네 몫으로 나누어 한 몫은 도리천을 향하게 하여 석제환인에게 주었고, 한 몫은 큰 바다의 사가라[娑伽]용왕에게 주었으며, 한 몫은 저 비사리자(毘舍離子)에게 주었고, 한 몫은 아사세왕에게 주었다. 이와 같은 네 곳에는 각각 보배로운 탑을 세우고 향을 피우고 꽃을 뿌리며 사리(舍利)에 공양하였다.
마하가섭이 열반을 하려는 때 아난에게 말하였다.
“지금 법보로써 서로 위촉하는 것이니 장로가 뒤에 만약 열반에 들거든, 왕사대성(王舍大城)에 상나화수(商那和修)라는 한 장자가 있는데, 그는 높은 재주와 용맹과 큰 지혜를 지니고 있으며 이미 과거에 선근을 깊이 심었다. 즉, 바다에 들어가 진귀한 보배를 채취하여 돌아와 반차우슬(般遮于瑟)21)을 하려 했고, 부처님ㆍ여래를 위하여 경행하는 처소를 마련하고 다시 반드시 높은 문과 누각을 세우는 일을 끝내면 출가할 것이라고 뜻을 세웠으니 여래의 법장을 모두 그에게 부촉하여라.”
이러한 까닭에 아난이 멸도함에 이르러 그에게 말했다.
“부처님께서 법안으로써 대가섭에게 부촉하셨고, 가섭은 법으로써 나에게 부촉하였다. 나는 지금 열반할 때가 되었으니 법보장(法寶藏)을 그대에게 부촉한다. 그대는 정근하여 이 법을 지켜 보호하고 모든 중생으로 하여금 감로(甘露)의 맛을 먹도록 하여라.”
상나화수가 대답하였다.
“가르침을 받들겠습니다. 제가 반드시 이와 같은 묘한 법을 옹호하고 널리 일체를 위하여 크게 밝은 횃불이 되겠습니다.”
이에 차례로 위없는 법약[無上法藥]을 베풀어 번뇌의 병을 치료하고 중생들을 제도하니 그의 덕은 고매하고 원대하며 오랫동안 원행(願行)22)을 닦아 많이 듣고 모두 가졌으며 변재가 다함이 없었다. 지금 반드시 저 공덕의 덩어리[功德聚]를 부연하겠다. 지나간 과거 아승기겁 전에 상나화수는 상인의 우두머리가 되어 모든 상인 오백 사람과 함께 큰 바다에 들어가 진귀한 보배를 채취하려 하였다. 그 앞길에서 벽지불을 보았는데 몸은 중병이 들어 수척하고 목숨이 위태로웠다. 여러 상인과 함께 머물러 의약을 추구(推求)하며 이를 치료하되 마음을 다하여 받들고, 공급함에 조금도 모자람이 없게 하였다. 드디어 병이 쾌차하여 체력이 충족하였다. 이 벽지불은 상나의(商那衣)를 입었다. 그때 상인의 우두머리가 모든 향기로운 목욕물로 벽지불을 목욕시키고 최상으로 묘한 천으로 만든 옷을 봉헌하며 말하였다.
“큰 성인이시여, 이 상나의는 지극히 떨어져 좋지 않습니다. 제가 받들어 드리는 옷을 받으십시오.”
벽지불이 말했다.
“시주님 반드시 아십시오. 나는 이것을 입고 출가하고 성도하였으니 다시 이 옷을 입은 채로 열반하겠소.”
상인의 우두머리는 이 말을 듣고 심한 슬픔에 잠겨 말했다.
“큰 성인이시여, 멸도하시지 마시고, 저와 더불어 큰 바다에 들어가시면 저는 반드시 종신토록 필요하신 의복ㆍ와구(臥具)와 병으로 앓을 때 필요한 탕약을 공급하겠습니다.”
벽지불이 말했다.
“바다에 들어갈 수 없소. 나는 지금 반열반하려 하오. 그대는 복밭에 알맞게 깊은 마음을 내었으니 미래에 반드시 커다란 과보를 얻을 것이오.”
곧 허공으로 날아 열여덟 가지 변화를 나타내고 돌아와 본래의 자리에 나아가서 열반에 들었다. 상인의 우두머리는 슬픔으로 울며 목이 메인 채로 여러 향나무를 쌓아서 사비(闍毘)하고 사리를 수습하여 탑을 세우고 공양 올리며 서원을 세웠다.
“저는 내세에 거룩한 스승을 만나되 다시 이 분보다 뛰어나며 나로 하여금 모든 공덕의 덩어리는 지니고 위의와 법식(法式)과 의복이 지금 이 성인과 같고 조금도 다름이 없게 되기를 서원합니다.”
이 원력이 매우 크고 웅장하고 용맹함으로 말미암아 어머니의 태에 있을 때부터 상나의를 입었고 더 나아가 몸과 함께 옷도 커졌으며, 출가하여 계를 받고 도를 얻어 열반하여도 이 상나의는 몸에서 잠시도 떨어진 적이 없었으므로 상나화수(商那和修)라 이름하였다.
여래께서 옛날에 마돌라국(摩突羅國)에서 노니실 때 청수림(靑樹林)이 무성함을 보시고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이 숲을 보았느냐?”
아난이 대답하였다.
“예, 보았습니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여기는 우류다산(優留茶山)이다. 내가 멸도한 뒤 상나화수라고 이름하는 비구가 이 산 중에 승가람(僧伽藍)23)을 세우고 설법하여 교화하여 이롭게 하는 바가 많을 것이다.”
상나화수는 이미 진귀한 보배를 많이 얻어 바다로부터 돌아와서 죽림정사[竹林]에 나아가 아난의 발에 절하고 말씀드렸다.
“큰 성인이시여, 제가 본래 바다에 들어가면서 안온하게 돌아와 부처님과 승가를 위하여 큰 베풂의 모임[大施會]을 열려고 염원하였는데, 지금 불세존께서는 어디에 계십니까?”
아난이 대답하였다.
“이미 열반에 드셨습니다.”
이 말을 듣자마자 상나화수는 기절하여 땅에 쓰러졌다. 얼굴에 물을 뿌리니 깨어나서 소리 내어 부르고 슬피 울며 멈췄다가 스스로 머리를 쥐어뜯고 몸에 흙을 뒤집어쓰고 가슴을 치며 크게 울부짖고 흐르는 눈물이 비와 같았다.
문득 이렇게 말했다.
“무상이란 큰 악이 이 보배덩어리를 파괴했으니 세간이 외롭게 드러나고 영원히 의지할 데가 없구나. 나는 왜 박복하고 죄와 업장이 두터운가? 불일(佛日)이 밝고 청정하지만 보지 못하고 영원히 삼유(三有)24)의 고해에 빠져 버리는가?”
다시 아난에게 물었다.
“마하가섭과 대목건련과 사리불 등은 모두 계십니까?”
아난이 대답하였다.
“모두 다 이미 멸도하셨습니다.”
이 말을 이미 다 듣고 근심이 배나 더하여 말하였다.
“큰 성인이시여, 제가 본래 바다에 들어가 안온하게 돌아오면 부처님과 승가를 위하여 크게 베푸는 모임을 열기를 서원하셨습니다. 제가 지금 성스러운 대중을 위하여 아주 작은 공양을 마련하였으니, 불쌍히 여기셔서 받아 주시기를 원할 뿐이니 허락하여 주십시오.”
아난이 말하였다.
“훌륭합니다. 장자님, 세간은 불안하고 위태로우니, 뛰어난 복밭에 견고한 업(業)을 일으킬 줄 아십니다. 장자님, 반드시 아십시오. 모든 법은 무상하여 나[我]와 나 것[我所]이라는 것이 없습니다. 비유하면 빌린 것은 오래 보존할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만약 장자님이 위없는 이익을 얻고자 하면 복밭에 크고 중요한 업을 일으키는 것이 마땅하니 이것의 과보는 파괴되지 않습니다.”
상나화수는 곧 정성껏 준비하여 반차우슬을 베풀어 여러 가지를 충족하게 했고, 경행하는 곳과 문과 누각과 집을 지었다.
그 일을 마치자마자 아난이 말하였다.
“장자님의 재물 보시는 가장 희유한 것입니다. 지금 다시 법 보시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보시는 미묘하고 매우 크고 넓어 재물 보시보다 백천만 배나 뛰어납니다.”
상나화수가 물었다.
“무엇을 법 보시라고 합니까?”
아난이 대답하였다.
“부처님의 법에 출가하여 도를 배워 설법으로 교화하여 중생을 이익되게 하는 것을 법 보시라고 합니다.”
상나화수가 대답하였다.
“훌륭하십니다. 제가 원하는 것과 꼭 같습니다.”
이에 아난이 제도하여 출가하게 하고 구족계를 받게 하였다.
상나화수가 말하였다.
“큰 스승님 저는 본디 태어나면서 상나의를 입고 있었으니 금생에는 죽을 때까지 이 옷을 그대로 입고 있겠습니다.”
이 말을 마치자마자 총지력(總持力)을 얻었고 들은 바의 법은 조금도 잃어버리지 않았으며 아라한과를 성취하여 큰 공덕을 지녔다. 아난이 열반한 뒤에 이르러서는 미묘한 법을 널리 말하여 중생들에게 풍부한 이익을 주었으며, 아난존자가 지녔던 팔만 사천 모든 법장의 부문을 상나화수가 모두 기억할 수 있었다. 비유하면 물을 쏟아서 다른 그릇에 옮기는 것과 같이 상나화수가 법을 받아 소지한 것이 또한 이와 같았다. 참되고 청정한 법으로써 노닐며 교화하여 최후에 마돌라국에 도착하여 만타산(曼陀山)에 주거할 절에 세우려고 했다. 그때 그 산중에는 두 마리의 독룡(毒龍)이 살고 있었는데 해독이 매우 심하여 가까이 갈 수가 없었다. 상나화수가 신통의 힘으로써 이 산을 진동시키자 용이 크게 성내어 나쁜 바람과 비를 일으켰으나 상나화수가 자삼매(慈三昧)에 들어 정력(定力)을 사용했기 때문에 용의 독이 소멸되었다. 용이 크게 놀라고 두려워 믿고 공경하는 마음을 내고서 말하였다.
“존자님께서는 어떤 가르침이 있으십니까?”
상나화수가 대답하였다.
“부처님께서 이 산에 승가가 머물만한 곳이 있다고 기별하셨다. 이러한 까닭에 내가 이 산 중에 절을 세우려 한다.”
용이 말했다.
“만약 진실로 부처님께서 기별하셨다면, 좋습니다. 그렇게 하십시오.”
상나화수가 그 산에 절을 짓되 선실(禪室)과 경행(經行)할 곳을 모두 구족하였고 안팎이 텅 비어 혼잡하거나 시끄러움이 없었다.
절을 짓고 나서 문득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부처님께서 계빈국은 안온하고 풍요하며 국토는 고요하여 모든 방해와 난관이 없고 청량하며 병이 적어 경행하기에 매우 좋다고 기별하셨다. 나는 지금 반드시 저곳에 이르러야겠다.’
곧 허공을 날아 계빈국에 도착하여 정(定)에 들어 기뻐서 게송으로 말했다.

항상 상나의를 입고
오지선(五支禪)을 성취했네.
산과 바위 빈 골짜기 사이에서
좌선하여 염하고 정[念定]에 드네.

바람과 추위에 모든 근고(勤苦)도
모두 참을 수 있어 이것을 받네.
마음으로 해탈을 잘 얻고
지혜로 스스로 장엄하였네.
오히려 빈 들판의 코끼리같이
태평하며 우환이 없네.

그때 우바국다(憂波毱多)에게 오백 명의 제자가 있었는데 오히려 나고 죽음에 얽매여 해탈을 얻지 못하고서도 마음으로는 크고 높은 교만함을 내었다. 우바국다가 곧 삼매에 들어 이 모든 사람을 관하여 보니 자기와는 인연이 없고, 오직 자기의 스승이라야 교화하고 제도할 수 있었다. 곧 지극한 마음으로 상나화수를 생각하자, 상나화수는 곧 신통의 힘으로써 큰 거위의 왕과 같이 허공을 날아 와서 여기에 이르렀다. 우바국다는 다른 곳에 가고 없었고 오직 제자들만 상나화수를 보았다. 상나화수의 의상은 남루하고 머리카락과 수염과 손발톱은 길었다. 국다의 방에 이르러 그의 자리 위에 앉자 국다의 제자들이 모두 성을 내고 ‘이 남루한 사람은 누구인데 우리 스승의 자리에 있는가?’라고 하고, 곧 밖으로 끌어내려 했으나 수미산(須彌山)25)과 같아서 조금도 움직이지 않았고 나쁜 말을 하려고 했으나 입이 저절로 닫혔다. 곧 다 함께 국다의 처소에 이르러 말했다.
“큰 스승님, 형색이 초췌한 어떤 노비구가 스승님이 앉았던 곳에 이르러 가부(跏趺)하고서 앉았습니다.”
국다가 생각하였다.
‘나의 스승이 아니라면 앉을 수 없다.’
방에 이르러 상나화수를 보고 곧 얼굴을 땅에 대고 머리 숙여 절하자 제자들은 생각하였다.
‘스승이 비록 절을 하지만 왕성한 덕은 저보다 뛰어나겠지?’
상나화수는 그의 제자들의 교만함이 아직 그치지 아니함을 알고 손가락으로 허공을 가리켰다. 그러자 곧 향기 나는 젖[香乳]이 쏟아졌는데 높은 산봉우리에 샘을 매달아 물이 쏟아지는 것과 같았다.
“국다야, 이것은 어떤 정의 모습[定相]인가?”
우바국다가 곧 삼매에 들어 깊은 마음으로 관찰했으나 알 수가 없자 스승에게 되물었다.
“이것은 무슨 삼매입니까?”
화수가 대답하였다.
“이것은 용분신정(龍奮迅定)이라 이름한다.”
이와 같이 차례로 오백 삼매의 이름을 물었으나 전혀 알지 못했으며, 상나화수는 낱낱이 설명했다.
국다가 말했다.
“제가 얻은 것은 모두 스승에게서 받았는데 오직 이 삼매는 제가 그 그릇이 아닌 것 같습니다.”
“국다야, 반드시 알아라. 여래의 삼매는 벽지불이 그 이름을 모르고, 연각의 삼매는 일체 성문이 알 수 없으며, 대목건련ㆍ사리불 등이 들어간 삼매는 그 밖의 아라한은 헤아리지 못하며, 나의 스승이신 아난의 삼매는 삼매의 모양을 내가 다 모른다. 지금 나의 삼매는 너 역시 알지 못한다. 이와 같은 삼매는 내가 열반한 뒤에는 다 나를 따라 없어질 것이다. 칠만 칠천 본생(本生)의 모든 경전으로 만족함과 일만의 아비담장(阿毘曇藏)과 팔만으로 살필 수 있는 청정한 비니(毘尼) 등 이와 같은 법도 나를 따라 없어질 것이다. 그러므로 국다야, 여래께서 멸도한 뒤에 어질고 성스러운 이들이 사라졌고 이와 같은 법장도 점점 감소된 것은 당연하다. 더 나아가 미래에는 일체가 전부 다해 버릴 것이니, 그대는 반드시 부지런히 수행을 더하여 수호하도록 하여라.”
그때 모든 제자들이 그 자리에서 스스로 뉘우치고 ‘우리는 지혜가 없어 큰 성인을 가볍게 여기고 교만하였구나. 비로소 우리 스승의 정(定)이 저 분에게 미치지 못함을 알겠구나’라고 자책하였다.
이에 상나화수가 곧 설법하자 오백의 제자들이 아라한도를 얻었다.
그때 상나화수존자는 모든 대중에게 상응하는 것을 짓고는 곧 허공에 올라가 열여덟 가지 변화를 짓고 본래 자리로 되돌아와서 열반에 들었다. 우바국다와 모든 권속들이 모든 향나무를 쌓아 불로써 야순(耶旬)하고 사리를 수습하여 탑을 세우고 공양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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