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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4712 부법장인연전(付法藏因緣傳) 3권

by Kay/케이 2024. 8.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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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부법장인연전(付法藏因緣傳) 3

 

부법장인연전 제3권

 길가야1)ㆍ담요2) 공역
심삼진 번역

존자 아난이 상나화수(商那和修)에게 법을 부촉하면서 그에게 말했다.
“세존께서 옛적에 마돌라국(摩突羅國)에 다니시며 고명(顧命)하여 나에게 말씀하셨다. 이 나라에 장자가 있을 것이니 이름이 국다(毱多)이며 그 아들의 이름은 우바국다(憂波毱多)이다. 선법(禪法)3) 가운데서 최고요, 제일일 것이다. 비록 상호(相好)4)가 없으나 교화하고 제도함은 나와 같을 것이다. 내가 멸도한 뒤에 크게 이익됨을 일으켜 그가 교화한 헤아릴 수 없는 중생들은 모두 해탈하여 아라한과를 얻을 것이다. 너는 반드시 뒤에 제도하여 출가하게 하고 만약 열반을 하게 되면 그에게 법장을 부촉하여라.”
상나화수가 열반할 때에 다다라 국다에게 말했다.
“부처님께서 정법으로써 대가섭존자님에게 부촉하셨고, 가섭존자님은 다음으로 나의 스승인 아난존자님에게 부촉하셨고, 아난존자님은 법으로써 나에게 부촉하셨고, 나는 멸도를 당하여 법으로써 너에게 부촉하는 것이니, 너는 정근(精勤)하여 세상의 눈[世眼]을 옹호하여라.”
우바국다가 말했다.
“예, 가르치심을 받겠습니다.”
이에 위없이 미묘한 법을 널리 설하여 정법 교화를 크게 베풀고 모든 중생을 제도하였으며, 그 덕이 매우 넓어 한량하기가 어려웠다. 과거부터 오랫동안 위없이 뛰어난 행(行)을 닦았고, 비록 짐승이라도 항상 중생을 교화하였고, 외도(外道)를 항복 받아서 큰 법의 기[大法幢]를 세웠고, 자비의 구름으로써 널리 일체를 덮었다. 이와 같은 공덕을 이제 간략하게 말하겠다.
옛날에 바가바께서 사위국(舍衛國)의 급고독원(給孤獨園)에 계실 때 우바국다는 니건(尼乾)5) 외도였다. 이름은 살차(薩遮)였고, 지혜가 깊고 묘하며, 논의(論議)가 뛰어나며, 깊이 공고(貢高)6)함을 내고 온 세상을 마음대로 다녔다. 구리박편[銅錢]으로 배를 묶고 머리에는 불타는 화로를 이고서 말하였다.
“나의 지혜가 가득하여 바깥으로 나갈까 두렵다. 이러한 일을 말미암은 까닭으로 박편으로 스스로를 동여 매였고, 세간이 어두워 보이는 것이 없어 광명으로써 그 어두음을 비추고자 한다.”
불세존께서 사위국에 머무신다는 소식을 듣고 곧 나아가서 언변을 다투려 하였다. 어떤 사람이 니건에게 말하였다.
“네가 만약 부처님을 뵈면 지혜는 반드시 이지러져서 감소되고 광명은 저절로 없어질 것이다.”
문득 부처님의 처소에 이르러 부처님[瞿曇]에게 말씀드렸다.
“제가 출가하려 합니다. 지혜가 만약 사리불과 더불어 같게 될 수만 있다면 마음으로 즐거이 여기겠지만 가령 그렇게 될 수 없다면 집으로 돌아가겠습니다.”
세존께서 말씀하셨다.
“가령 그대가 백천만 개의 몸을 쌓아 사리불에 미치기를 바라면서 얻고자 해도 끝내 그렇게 될 수가 없다.”
범지가 듣고 나서 부처님과 이별하고 물러갔다. 그가 돌아가고 오래지 않아 부처님께서 많은 대중에게 말씀하셨다.
“내가 멸도한 뒤 일백 년이 차면 이 사람은 그때 아라한의 도를 얻어 삼명(三明)에 걸림 없고 육통(六通)에 자재하여 여덟 가지 해탈을 구족할 것이다. 지혜의 촛불을 홀로 비추어 널리 중생을 교화하되 그가 제도하고 해탈시킬 이들은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모인 대중들이 이 말씀을 듣고 희유한 마음을 내었다. 또 존자는 과거 세상 나유타(那由他)7) 겁 이전에 우류다산(憂留茶山)에서 벽지불과 같은 무리 오백 사람과 함께 있었다. 모든 선인(仙人) 무리들이 또한 산 곁에 머물렀으며, 오백 마리의 원숭이가 한 방면에 있었다. 그때 원숭이 왕이 큰 믿음을 내어 깊이 선(善)한 근본을 닦았으니 언제나 꽃을 꺾고 과일을 따서 벽지불에게 올렸으며, 또 어느 때는 연각(緣覺)8)의 무리가 단정히 앉아 사유하여 삼매에 들었는데 원숭이 왕이 이것을 배워 가부(跏趺)하고 앉는 것을 흉내 내었다. 뒤에 벽지불들이 함께 열반에 들고 나서 원숭이들이 지난번처럼 꽃과 과일을 바쳐도 도무지 취하는 모양이 없어 옷을 끌고 밀었지만 조금도 움직이지 않자 곧 멸도한 줄을 알고 깊이 슬퍼하였다. 산의 한편에 가서 모든 선인들이 가시 위에 누워서 잠자거나, 한 발을 들고 있거나, 거꾸로 매달려 있거나, 다섯 가지 불로 몸을 지지거나, 바위에서 몸을 던지거나, 불 속에 서 있는 것 등의 큰 고행을 닦는 것을 보았다. 원숭이들은 곧 재와 가시를 치워 버리고, 더러운 흙을 제거하고, 발을 끌어 당겨 펴게 하고는 그 앞에서 가부하고 앉았다. 선인들이 이것을 보고 그 괴이함이 이와 같으므로 원숭이를 살피고 배워 단정히 앉아 생각을 한 가지에 매어서는 스승도 없이 스스로 깨달아 벽지불을 성취하였다. 문득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지금 내가 도를 얻은 것은 이 원숭이를 말미암았으니 곧 향과 꽃으로써 공양해야겠다.’
그때의 원숭이 왕이 바로 지금의 우바국다이다. 축생이었을 때도 오히려 깨달았으며 뜻이 지나칠 정도로 영리하고 지혜와 변재가 예리하였다. 상나화수가 그에게 법을 부촉함에 이르러 국다가 아들을 낳았는지를 관찰하려고 정에 들어 사유하니 아직 아들을 낳지 않은 것을 알았다. 상나화수가 처음에는 여러 비구들과 함께 국다의 집에 갔다가 차츰 숫자를 줄여 나중에는 단독으로 국다의 집에 가자 국다가 물었다.
“왜 동료도 없이 혼자 오셨습니까?”
“장자님, 나에게 시봉할 자가 없으니 성의가 있다면 출가하여 따름을 보이시오.”
국다가 다시 말했다.
“저는 세속을 좋아하니 출가할 수 없습니다. 만약 이후에 아들을 낳으면 반드시 받들도록 드리겠습니다.”
상나화수가 말했다.
“좋습니다.”
뒤에 아들 하나를 낳았는데 이름이 아실바국다(阿失波毱多)였다. 나이가 점점 많아져서 가서 아이를 달라고 하자, 국다가 말했다.
“아들이 오직 하나뿐이니 이치상 드릴 수가 없습니다. 만약 다시 아들을 낳는다면 반드시 받들도록 드리겠습니다.”
다시 아들을 낳았는데 이름이 난타국다(難陀毱多)였다. 곧 가서 달라고 하자, 국다가 말했다.
“존자님, 저는 지금 두 아들에게 생업(生業)을 맡겨 다스리게 하고자 합니다. 작은 아이는 지키고 큰 아이는 가업을 거두어들이게 하고자 합니다. 이와 같이 하면 큰 부자가 될 것이니 이러한 인연 때문에 둘째도 드릴 수가 없습니다. 만약 세 번째 아들을 낳는다면 기필코 받들도록 드리겠습니다.”
상나화수는 그의 둘째 아들이 불도와 인연이 없는 것을 알고 은근히 가서 찾지 않았다.
뒤에 셋째 아들을 낳았는데 용모가 단정하였고 이름은 우바국다였다. 성격이 부드럽고 온화하고 착하고 순했으며, 성품이 남을 사랑하고 불쌍히 여김을 좋아했으며, 총명한 지혜와 변재로 그 마음이 크고 넓었다. 그의 나이가 열두 살이 되자 시장에서 장사를 했는데 물건을 사려고 오는 사람이 있으면 항상 많이 주었다. 상나화수는 그가 태어남을 관하였으나 우바국다가 태어난 것이 이미 오래되었음을 알지 못하였다. 곧 그의 처소에 가서 물었다.
“네가 시장에 들어가면 마땅히 깨끗한 마음이 되느냐, 깨끗하지 못한 마음이 되느냐?”
우바국다가 말했다.
“어떤 것을 깨끗한 마음이라 하고, 어떤 것을 깨끗하지 못한 마음이라 하십니까?”
“만약 마음이 탐욕과 어리석음과 합쳐지면 깨끗하지 못하다고 하고, 함께 하지 아니하면 이것을 깨끗하다고 한다.”
차츰 방편으로 생각을 붙들어 매게 하였다. 만약 나쁜 마음이 일어나면 당장에 검은 돌 한 개를 눈에 보이는 곳에 두고 만약 착한 생각이 일어나면 흰 돌 한 개를 같은 곳에 놓도록 하였다. 처음에는 검은 돌이 훨씬 많고 흰 돌이 적었는데 점점 닦고 익혀서 검은 돌과 흰 돌이 비슷하여지더니, 이레가 되자 마음이 더욱 순수하고 깨끗하여 검은 돌이 전혀 없고 오직 흰 돌뿐이었다.
상나화수가 마음속으로 이렇게 생각하였다.
‘지금 이 착한 마음이 모두 이미 만족하였고 도를 관하게 할 때가 왔으니 설법하여 주어야 하겠다.’
곧 네 가지 거룩한 참 이치[四聖眞諦]를 자세히 말하니 시기에 걸맞게 수다원[須陀洹]의 도를 얻게 되었다. 그때 마돌라성 안에 한 음녀가 있었는데 이름이 바수달이었다. 삿되게 아첨하고 요망하여 미혹되어 사특한 면이 많았다. 심부름꾼을 시장에 보내어 좋은 꽃을 사 오게 했는데 심부름꾼이 꽃집을 찾아 우바국다의 가게에 와서 좋은 꽃을 많이 사서 바수달에게 가져다주었다. 그녀가 꽃이 돈에 비교하여 많은 점을 이상하게 여기고 심부름꾼에게 물었다.
“너는 이 꽃을 훔친 것이 아니냐?”
심부름꾼이 대답하였다.
“나는 훔치지 않고 시장에서 샀습니다. 가게의 주인이 우바국다라는 분인데 인자하고 너그럽고 총명하며 성품이 좋고 누구에게나 평등하였습니다. 이러한 인연으로써 많은 꽃을 주었을 뿐입니다. 또 이 사람의 얼굴 모습은 수려하였습니다. 주인께서 보시게 되면 죽어도 한이 없을 것입니다.”
그때 바수달이 사람을 보내어 맞아들이려고 초청하였으나 우바국다는 도무지 허락하지 않았고, 은근히 청했으나 끝까지 마음이 변하지 않았다. 어떤 장자의 아들이 음녀와 함께 잠을 잤다. 돈이 많은 장사꾼으로 먼 지방에서 진귀한 보배를 많이 가져 와서 여자를 구하여 교통(交通)하였다. 그때 바수달이 그의 보배를 탐하였기 때문에 장자의 아들을 살해하여 집 안에 묻어 버렸다. 장자의 집안사람들이 여기저기에서 찾아가 음녀의 집에 이르러 땅을 파고 시체를 찾았다. 국왕을 찾아가 자초지종을 아뢰니 곧 음녀를 잡아다가 손발을 자르고 그 코와 귀를 베어서 공동묘지에 버렸다. 이 소문을 들은 우바국다는 이렇게 생각하였다.
‘그녀가 미색으로써 본래 나를 초청하였으니 이러한 인연으로써 가 보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죽어가고 있으니 당연히 가서 이를 교화시켜야 하겠다.’
곧 시중꾼을 데리고 음녀가 있는 곳에 도착하니 바수달이 말했다.
“내가 본디 단정하고 미묘하여 얼굴 모습이 아름다웠소. 그때는 초청을 해도 볼 수가 없더니, 지금은 이미 잔인하게 훼상[殘毀]되었는데 무엇 때문에 왔소?”
우바국다가 말했다.
“자매여, 나는 자매에게 실제적인 모습을 관찰하게 하기 위한 까닭으로 온 것이지 욕망을 위한 것이 아니오. 자매는 본래 색(色)으로써 중생들을 속이고 미혹하게 하였고, 평범한 이들은 지혜가 없어 뒤바뀐 생각을 뒤섞어 일으켰던 것이오. 지금 스스로 이 색을 자세히 관찰해 보시오. 항상함이 없어서 위태롭고 허약하기가 거품 덩어리와 같은 것이오. 얇은 가죽으로써 덮어 바깥으로 아름답게 꾸밈을 나타낸 것이오. 근육과 뼈로써 서로 이어졌고 눈물과 침[唾]은 깨끗하지 못하오. 마치 그림 속의 병에 냄새나고 더러운 것을 가득 담은 것과 같소. 어리석어 깨달아 알지 못하기 때문에 깊이 물들어 애착함을 내는 것이오. 지혜로운 이는 그것을 알고 끝내 즐거움에 집착하지 않는다오. 향과 꽃으로써 아름답게 하고 목욕하여 옷을 입어 바깥으로 아름답게 꾸며서 나타내도 안은 진실로 깨끗하지 못하오. 큰 바다가 크고 넓지만 그 물방울의 숫자는 알 수 있어도 이 몸에 있는 근심 걱정을 다 알기란 매우 어려운 것이오. 이런 까닭으로 모든 부처님께서 항상 ‘처음부터 한 생각이라도 원하거나 좋아하는 생각을 내지 말라’고 꾸짖으셨소.”
음녀는 그때 마음으로 점점 깨쳐 부처님의 법에 대하여 깊이 공경하며 믿는 마음을 내고 말했다.
“당신께서 하신 말씀은 진실하며 변함없는 진리입니다. 저를 위하여 널리 펴서 그것을 설하여 주시기 원합니다.”
우바국다가 곧 널리 베풀어 설하였다.
“일체 유위(有爲)는 뭇 괴로움이 쌓인 것이오, 종기와 같고 부스럼과 같고 화살과 같아 마음에 들어오면 나고 늙고 병들고 죽어 돌고 도는 것이 끝이 없으며, 항상함이 없이 깨뜨려지는 것이어서 견고하지 않고 속히 썩는다오. 사형장에 도착한 죄수의 목숨이 영원하다고 이르지 않는 것과 같소. 비유하면 감옥에 있는 사람들이 사랑하거나 좋아함이 없는 것과 같고, 길가의 과일 나무는 뭇 사람들의 팔매질을 당함과 같소. 이 몸은 더러운 것의 모임으로 결국 마멸로 돌아가며, 까마귀와 까치 그리고 여우와 이리가 다투어 먹으며, 바람을 받고 햇볕에 쪼여 푸르딩딩하다가 문드러져 곳곳에 냄새를 풍기며, 머리털ㆍ손톱ㆍ발톱ㆍ이빨 등이 땅에 마구 흩어지는 이와 같은 몸이거니 어찌 사랑하고 좋아할 것이 있겠는가? 부지런히 방편으로써 해탈을 구하는 것이 좋을 것이오.”
음녀가 듣고는 이해하여 법의 눈이 깨끗해짐을 얻었고, 죽어서 바로 삼십삼천(三十三天)9)에 태어났다. 우바국다도 이러한 인연으로 모든 법[諸法]10)이 괴로움이며 공하며 항상함이 없음을 관하여 시기에 걸맞게 아나함(阿那含)11)의 과위를 성취하였다.
상나화수가 다시 국다에게 나아가 그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본디 약속하였으니 나에게 아들을 줄 시기오. 지금 이미 성장하였으니 나에게 줄 수 있겠지요.”
우바국다의 성품이 장사를 잘하였으므로 그를 탐함이 이와 같아서 주는 것을 꺼리자, 존자가 말했다.
“부처님께서 ‘그 사람은 백 년 뒤에 불사(佛事)를 크게 하여 중생에게 큰 이익을 줄 것이다’라고 기별(記莂)하셨으니, 그대는 마음을 고쳐먹고 나에게 이 아들을 주시오.”
국다가 듣고 나서 곧 출가를 허락하였다. 상나화수는 우바국다를 데리고 절에 도착하였으며 제도하여 세속을 떠나 출가하여 구족계[具戒]12)를 받게 하였다. 갈마(褐磨)13)를 마치자 아라한(阿羅漢)의 도를 얻어 삼명(三明)과 여섯 가지 신통[六通]과 여덟 가지 해탈을 구족하였고, 말함에 기교가 있어 연설함에 끝이 없었다. 마음속으로 ‘나는 지금 이미 법신(法身)을 보았지만 아직 여래의 상호(相好)를 구족한 몸을 뵙지 못했다’고 생각하였다. 생각이 이러할 뿐, 특별한 방법이 없어 애련(哀戀)함만 깊어 갔다. 그때 일찍이 여래를 뵌 연세가 백스무살인 노비구니 한 분이 있었다.
우바국다가 저 분이 부처님을 직접 뵌 사실을 알고 그의 처소에 가고자 하여 사람을 시켜 찾아가 비구니에게 ‘우바국다 존자가 와서 뵙고 싶어한다’고 알리도록 하였다. 그때 비구니가 곧 발우 하나에 철철 넘칠 만큼 기름을 담아 문짝 뒤에 두었다. 우바국다가 그 처소에 도착하여 문 밖에서 걸음을 멈추었다가 문을 밀고 방으로 들어갔는데 기름 몇 방울이 발우에서 흘렀다. 서로 문안한 뒤에 자리에 앉았다.
우바국다가 물었다.
“큰 자매여, 세존께서 세상에 계실 때 모든 비구들의 위의가 나아가고 하는 일들이 어떠하였습니까?”
비구니가 말했다.
“옛날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적에 육군비구(六群比丘)14)가 비록 최고로 거칠고 사나웠으나 방에 들어올 적에 한 방울의 물도 넘치지 않았습니다. 대덕(大德)15)께서 지금 지혜가 높고 뛰어나 세상 사람들이 상호가 없는 부처님[無相好佛]이라고 부르지만, 저의 방에 들어오실 때 기름이 몇 방울이 흘렀습니다. 이것으로써 관찰해 보면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시던 시절의 사람들은 안정됨[定]이 기묘하였습니다.”
우바국다는 이 말을 듣고 나서 매우 자책하고 끝없는 부끄러움에 휩싸였다.
비구니가 말했다.
“대덕이 스스로 부끄럽다거나 한탄함은 걸맞지 않습니다. 부처님께서 ‘내가 멸도한 뒤에는 첫날의 중생은 둘째 날 중생보다 뛰어나고, 셋째 날 사람은 더욱 비열할 것이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이와 같이 복과 덕이 더욱더 쇠퇴하여 줄어들고, 어리석고 둔하여 좋은 법이 약해지고 손실되었습니다. 하물며 지금 대덕께서는 부처님의 열반 후 떨어진 시간이 백 년입니다. 비록 다시 위의가 아닌 일을 짓더라도 바로 그것은 마땅한 것으로서 어떻게 괴이하게 여기겠습니까?”
그때 우바국다가 물었다.
“자매께서는 어떤 일로써 여래를 뵙게 되셨습니까?”
비구니가 말했다.
“옛날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적에 저의 나이 스물이었습니다. 비로소 시집가려고 하였는데 금비녀 하나를 무성한 풀숲에 떨어뜨려 잃어버렸습니다. 그것을 찾았으나 찾지 못하고 밤이 되어 등불을 밝히고 찾아보았습니다. 찾다가 피로가 몰려왔고 끝내 없는 것 같았습니다. 바로 그때 여래께서 거니시며 지나가 만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금빛이 빛나고 반짝이는 것이 백 개 천 개의 해와 같아서 어두운 데까지 널리 다 밝아 미세한 물건들이 모두 드러나 나타났으므로 저의 비녀를 보고 그것을 찾았습니다. 이러한 인연 때문에 제가 부처님을 뵈었습니다.”
우바국다는 이 일을 듣고 나서 갑절이나 비련(悲戀)한 마음을 일으키며 일찍이 없었던 일이라고 감탄하였다.
상나화수가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너를 두고 ‘내가 멸도한 백 년 뒤에 좌선(坐禪)16)으로 제일이며 크게 중생을 교화할 것이다’라고 기별하셨다. 지금이 바로 그때이니 많은 이익을 지어 모든 중생들로 하여금 감로(甘露)의 맛을 보도록 함이 마땅할 것이다.”
우바국다가 말하였다.
“예. 가르침을 받들어 그렇게 하겠습니다.”
마돌국에 구름이 모이듯 대중이 모였고, 반달 모양과 같이 앉게 하여 설법하였다. 이른바 시론(施論)과 계론(戒論)과 생천론(生天論)을 설하였으며 탐욕은 깨끗하지 못한 것이니 생사를 벗어남이 최고의 선이라고 하였다. 마왕 파순(坡旬)이 문득 근심과 두려움을 일으키며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우바국다가 크게 구름이 모이듯 대중을 모았으니 반드시 가르쳐 그들로 하여금 나의 경계를 벗어나게 하겠구나. 내가 지금 반드시 가서 그 대중들의 뜻을 흩어 놓아야 하겠다.’
설법할 때에 순수한 금으로 만든 보석을 비처럼 뿌리고 화려한 영락(瓔珞)을 뿌리는데 광명과 빛깔이 밝고 깨끗하며, 변화하여 흰 코끼리가 되어 칠보로 장엄하며, 단정한 여자가 되어 나타났는데 기이하고 특출하였다. 전체 모인 대중들이 이러한 것을 보느라 법을 듣는 마음이 없어져 사흘 동안 깊은 법을 연설했으나 한 사람도 도를 얻은 이가 없었다. 마왕은 기뻐하면서 깊이 스스로 다행스럽게 여겼다.
우바국다가 곧 삼매에 들어 이것이 누구의 짓인가를 관찰하고 생각하였다. 마왕이 다시 진주와 꽃과 영락으로써 우바국다의 목에 걸어주었다. 존자가 곧 마왕이 저지른 것임을 관하여 알고, 곧 이러한 생각을 하였다.
‘악마가 질투로 정법(正法)을 넘어뜨리고 파괴하고 문란하게 하는구나. 여래께서는 무슨 까닭으로 조복시키지 않으셨는가?’
곧 부처님의 마음을 관하니 이미 그들을 교화하셨다. 문득 세 종류의 시체(뱀ㆍ개ㆍ사람)로써 변화시켜 꽃 목걸이를 만들고 마군에게 이르게 하고 그에게 말하였다.
“그대가 나에게 목걸이를 주었으니 두터운 베풂에 깊이 감사하고 지금 돌려주려고 하니 이것으로써 서로 주고받은 것으로 합시다.”
마왕이 크게 기뻐하며 목을 늘어뜨려 이것을 받았다. 목걸이가 목에 닿자마자 본래대로 돌아가 죽은 시체를 보였고 구더기가 꾸물거리며 냄새나고 문드러져 가까이하기 어려웠다. 마왕이 이러한 사실을 보고 깊은 혐오감을 일으키며 우바국다에게 말하였다.
“그대는 지금 왜 이 시체들을 내 목에 걸었는가?”
존자가 대답하였다.
“비구에게 꽃목걸이의 장엄은 어울리지 않소. 그대는 삿되고 나쁜 마음으로써 나에게 이것을 걸어 주었으며, 이제 그대를 위하여 돌려 드렸더니 냄새나는 시체로 나타났습니다. 마땅한 것을 얻었으니 성내거나 원망하는 것은 마땅하지 않습니다.”
마왕이 신통의 힘으로써 이것을 벗어 버리려 했으나 수미산처럼 끄떡도 하지 않았다. 크게 성내며 몸을 허공으로 솟구쳐 모든 천신들에게 그것을 벗겨 주기를 청하였다. 모든 천신들이 모두 말했다.
“이것은 큰 성인께서 지으신 것인데 우리들은 용렬하니 어찌 제거하겠소.”
다시 대범천왕에게 나아가 시체에 얽매인 것을 풀어 달라고 하였으나 범천왕이 말했다.
“열 가지 힘을 구족하신 부처님 제자가 지으신 신통인데 지금 평범하고 비루한 내가 어찌 이것을 풀겠소. 가령 겁소(劫燒)17)나 대맹풍(大猛風)18)이라도 이 시체의 묶임을 풀 수는 없으니 차라리 연뿌리에서 생긴 실로써 수미산을 매달 수는 있어도 이 시체에서 벗어나게 해줄 수 있는 것은 어디에도 없소. 땅에서 넘어지면 땅을 짚고 일어서야 하는 것과 같으니, 그대가 만약 우바국다에게 귀의하면 이 죽은 시체로 얽매인 것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오.”
그때 파순이 범천왕의 가르침을 받아 교만한 마음을 제거하고 공경하며 믿는 마음을 깊이 내어 존자의 처소에 가서 다섯 활개를 땅에 던진 채[五體投地]로 말하였다.
“대덕이시여, 부처님께서 처음 도를 이루시려고 보리수 아래 앉으시매 제가 관속(官屬)을 거느리고 가서 핍박하려고 둘러쌌습니다. 이로부터 부처님께 소란을 피운 것이 이루 헤아릴 수 없었지만 한마디의 나쁜 말씀이나 가벼이 보시거나 욕보임이 없었습니다. 대비(大悲)가 크고 넓어 수미산과 같았거늘 존자께서는 아라한이라 자비와 인용의 힘이 적어 하늘 사람들 앞에서 저를 능멸하고 훼손시켰습니다.”
우바국다가 말했다.
“파순아, 그대는 크게 어리석어 지혜가 없구나. 성문(聖聞)의 용력(用力)으로써 여래의 용력에 견주는 것은 겨자씨로써 수미산과 같게 하고, 반딧불의 빛으로써 빛나는 해와 달과 나란히 하며, 반 발자국의 물로써 큰 바다의 수량과 같다고 하려는 것이다. 여래의 대비는 이승(二乘)19)에게는 없는 것이니 그런 까닭에 보복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 나는 협소하고 용렬하여 자비와 인욕의 마음이 작아 이 인연을 말미암은 까닭으로 훼손시키고 능욕했고 또 여래께서 나로 하여금 뒤에 그대를 항복 받게 하셨으니 그대는 이러한 까닭으로 부처님을 공경하고 믿어야 한다. 이 착한 마음을 말미암아 세 갈래 나쁜 길에 덜어지지 않나니 번뇌를 씻고 모든 죄업을 깨뜨려라.”
마군이 이 말을 듣고 나서 큰 기쁨이 일어나 온몸의 털이 곤두서자 드물게 있는 일이라는 마음[希有心]을 내고 말하였다.
“어지신 분이여, 제가 그대를 말미암아 공경하고 믿는 마음을 내었으니 그대는 곧 나에게 크고 많은 이익을 주셨습니다. 지금 보이는 이 세 개의 시체를 풀어 주십시오.”
존자가 말했다.
“그대는 정법을 다시는 어지럽히거나 해롭게 하지 마시오. 그러한 뒤에라야 반드시 그대를 위하여 그것을 풀어 주겠소.”
마군이 말했다.
“가르침을 받들겠습니다.”
존자가 또 말했다.
“나는 여래의 색신(色身)20)을 뵙지 못했소. 그대는 옛날에 부처님을 뵈었으니 나를 위하여 부처님의 모습을 나타내시오.”
마군이 말했다.
“어지신 분이여, 제가 부처님의 몸을 나타내어도 나에게 예배하지 마십시오.”
우바국다가 말했다.
“반드시 말한 바와 같이 하겠소.”
곧 그를 위하여 세 가지 시체를 풀어 주었다.
마군이 숲 속에 들어가 모습을 변화시켰는데 부처님과 같았다. 삼십이상과 팔십종호의 형상과 모습이 기특하여 금덩이를 녹인 것 같았다. 광명이 아름답게 빛나며 위의와 모습이 안온하고 상서로웠으며 변화로 비구를 만들어 앞뒤로 둘러싸게 한 것이 거위왕이 숲에서 나오는 것과 같았다.
우바국다가 보고 문득 기뻐하여 한마음으로 관찰하면서 게송으로써 말했다.

애달프다, 무상(無常)이여.
자비와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없구나.
최상으로 묘한 색신을
이와 같이 능히 파괴하는구나.

우바국다는 한마음으로 우러러보고 눈길을 잠시도 떼지 않았으며 마음속으로 기뻐서 뛰며 게송으로써 말했다.

통쾌하도다, 청정한 업
이렇게 묘한 과보를 성취하셨네.
자재천(自在天)21)에 태어나지 않고
원인 없이 만들어진 것도 아니네.

얼굴은 붉은 금빛과 같고
눈은 푸른 연꽃처럼 깨끗하네.
단정함은 해와 달보다 뛰어나고
기묘함은 꽃 숲보다 뛰어나네.

침착하고 고요한 모양 큰 바다와 같고
부동함은 수미산 같네.
편안한 걸음걸이 사자와 같고
돌아보심은 우왕(牛王)과 같네.

헤아릴 수 없는 겁 동안
청정하게 산업ㆍ구업ㆍ의업22)을 닦으셔서
이런 까닭으로 얻으신
이와 같이 뛰어나고 묘하신 몸

원망하며 뵙지만 오히려 기쁜데
어찌 내가 기뻐하지 않겠는가?

우바국다가 이 게송을 읊고서 부처님을 뵙는 마음이 지극하다가 자기도 모르게 예배를 하자 마군이 말했다.
“어지신 분이여, 무엇 때문에 이와 같이 하십니까?”
“파순아, 나는 세존께서 이미 오래 전에 멸도하신 것을 알지만 그 모습을 뵈니 부처님을 뵙는 것과 같이 기쁨이 안에서 일어났기 때문에 예배했을 뿐이다.”
마군은 본래 모습이 되어 하늘로 갔다가 나흘째가 되는 날 다시 와서 큰 음성으로써 널리 모든 이에게 알렸다.
“여러 어진 분들이여, 부유하고 즐거움을 얻고 싶으면 인간 세상이나 하늘에 태어나고, 열반의 제일 안온함을 구하고자 하나 여래께서 대비로 설법하심을 뵙지 못했다면 모두 우바국다의 처소에 나아가 묘한 법을 듣고 받아 지극한 마음으로 수행하시오.”
그때 마돌라성 안의 남녀노소가 존자가 악마를 꺾어 항복시켰다는 소문을 듣고 백천만 사람들이 다 함께 구름처럼 모였다. 우바국다가 사자좌(師子座)23)에 올라 그들이 응하는 바에 따라 여러 가지 법을 말하자 백천 명의 무리가 수다원의 도를 얻었고 만 팔천 사람이 아라한을 이루었으며, 이로부터 이후에 교화한 중생은 헤아릴 수 없었다.
아서가왕(阿恕伽王)을 위하여 크게 이익됨을 일으켰는데, 그 왕의 공덕은 길고 영원하고 뛰어났으며, 삼보(三寶)에 대해 무너지지 않는 믿음을 얻었고, 좋은 인연 때문에 이러한 수승한 과위[果]24)를 얻었다.
옛날 부처님께서 가란타(迦蘭陀) 숲에 머물러 계셨는데 일시(日時)가 이미 이르러 모든 비구들을 데리고 성에 들어가 걸식을 하다가 길에서 차례로 두 동자를 만났다. 첫째의 이름은 덕승(德勝)이었고 둘째의 이름은 무승(無勝)이었다. 흙으로써 성과 집과 창고를 만들고 다시 흙에다가 벼와 조와 깨와 보리라 이름붙이고 함께 모아 거두어 창고 안에 넣었다. 여래의 광명이 모두 밝게 비춰 같은 금빛이 되었으며 투명하게 비추지 않음이 없었다. 덕승이 기뻐하여 보릿가루라고 이름 붙인 가는 모래를 여래에게 받들어 올렸는데 키가 작아서 미치지 못하자, 무승을 꿇어앉게 해서 그것을 받들어 올렸다. 이에 세존께서 문득 빙긋이 웃으셨다.
그때 아난이 부처님께 여쭈었다.
“여래께서는 무슨 인연으로 이러한 웃음을 나타내십니까?”
부처님께서 아난에게 말씀하셨다.
“너도 지금 이 두 동자를 보았느냐?”
“예. 보았습니다.”
“이 동자는 내가 멸도한 지 백 년 뒤 사분의 일의 전륜왕(轉輪王)25)이 되어 화씨성(華氏城)에서 정법(正法)으로 세상을 다스릴 것이며, 나의 사리를 나누어 곳곳에 유포하여 팔만 사천 개의 보배탑을 세울 것이다.”
아이들에게 받은 흙을 아난에게 주시고 방의 남쪽 벽에 바르게 하셨는데 흙이 모자라지 않았다.
백 년 뒤에 과연 왕이 되었으나 포학무도하여 많은 사람을 죽이고 감옥으로 이루어진 성(城)을 만들어 외가애락(外可愛樂)이라고 하였다. 기리(耆梨)라고 하는 한 악인으로 하여금 큰 가마솥과 철환(鐵丸)과 칼, 이와 같은 것들을 가지가지로 준비하여 바깥에서 들어온 이는 모두 죄로 다스렸다.
어떤 장자의 아들이 출가하여 도를 얻기 위해 돌아다니며 걸식하다가 애락옥에 들어갔다가 나오려 하자 기리가 이것을 제지하니, 곧 큰 소리로 울었다.
옥졸이 그 이유를 물었다.
“무슨 까닭으로 이러한가?”
비구가 대답하였다.
“나는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소. 깨달음의 이익을 위할 뿐인데 내가 처음 출가하여 아직 도의 맛을 증득하지 못했소. 사람의 몸은 얻기 어렵고 부처님의 법은 만나기 어려운데 지금 내가 여기에 잡혀 있으면 헛되이 죽음을 받을 것이니 이러한 일을 생각했던 까닭으로 크게 슬퍼서 울었소.”
기리가 대답하였다.
“임금님께서 죽이기 전에 교칙이 있을 것이오. 이 감옥에 들어온 자는 끝내 나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소.”
비구가 다시 말씀하셨다.
“내가 지금 반드시 죽어야 한다 해도 이레 동안만 사면해 주시오. 꼭 사형장에 나아가겠소.”
그때 옥졸이 생각하다가 이것을 허락하였다.
아소카왕은 궁중에서 궁녀와 남자들과 놀다가 위의 사실을 알고 크게 성내더니 감옥에 분부하여 죄를 다스리게 하였다. 쇠 절굿공이로 그 옥졸을 빻아 티끌과 같게 하니 골육이 흩어져 물거품과 같았다.
비구는 관찰하고 나서 깊이 싫어함을 내고 곧 탄식하여 말했다.
“참되구나. 대비(大悲)께서 말씀하신 것은 진실한 진리로다. 색(色)은 무상하다고 설하셨으니, 비유하면 물거품이나 아지랑이와 같아 견고하지 않고 빨리 썩으니 오래 보존하기가 매우 어렵다. 이전의 이 여자들의 얼굴은 기쁨에 들떴었는데 지금 다시 그것을 구한다면 어는 곳에 있겠는가? 사람의 생명은 허망하여 수호할 수 없다. 존귀하고 빈천함과 지혜롭고 어리석음이 같지 아니하고 태어남도 비록 차별이 있지만 이 죽음에 있어서는 평등하다. 비유하면 온갖 냇물의 근원은 각각 다르지만 한 냇물도 바다에 들어가지 아니하는 것이 없는 것과 같이 사람도 이와 같이 죽음에 나아가는 것과 같다. 업의 장단에 따라 생을 받음이 길고 짧다. 오래지 않은 시간 이내에 모였다가 또한 없어짐으로 돌아가며 이 몸은 냄새나고 더러워 부정하니 싫어할 만한 것이다. 얇은 가죽으로 덮고 가려 망령되이 애욕이란 생각을 내고 그 안의 여러 가지 허물과 악함을 관찰하지 않는다. 괴이하도다. 나고 죽음이여, 어리석어 좋아함을 더하는구나. 이것은 현명하고 성스러운 이들의 마음을 굴리거나 집착할 맛은 아니다.”
이와 같이 관찰하여 밤을 세워 문득 뭇 번뇌를 끊고 수다원을 얻었고 더욱 다시 정근하여 아라한의 도를 얻었다. 이레가 되자 기리가 말했다.
“그대와 기약한 기한이 이미 이르렀으니 형벌을 받을 장소로 가셔야 합니다.”
비구가 답하였다.
“나에게 밤은 이미 지났고 나에게 태양은 이미 솟았소. 할 일 전부 끝냈거니 그대 뜻대로 죄를 다스리시오.”
기리가 성내며 끓는 가마솥에 넣어 그를 삶았다. 불길이 맹렬하였으나 점점 다시 서늘해졌다. 이것을 괴이하게 여겨 가마솥에 가서 보니 가마솥 안에 천 개의 잎이 있는 연꽃이 피었고 끓는 물에 넣었던 비구가 가부하고 연꽃 위에 앉아 있었다. 그때 기리가 임금을 찾아가서 위의 사실을 말하였다. 왕이 권속들을 거느리고 이것을 살피려고 할 때, 비구가 몸을 공중으로 솟구쳐 올라 열여덟 가지 변화를 나타내었다. 왕이 이러한 일을 보고 지금까지 없었던 일이라 찬탄하며 말하였다.
“우리들은 지금 같이 사람의 형태를 받았으나 위엄과 덕의 기이하고 묘한 차별됨이 이와 같습니다. 저는 아직 거기에 미칠 수 없으니 오직 원하건대 자세히 설하여 주십시오.”
그때 비구가 그 왕을 교화하려고 이렇게 말씀하셨다.
“나는 뭇 번뇌를 끊었고 삼유(三有)에서 해탈하였으며 모든 동란(動亂)을 여의고 고요하고 안락합니다. 대왕님 반드시 아십시오. 부처님께서 그대에게 ‘백년 뒤에 화씨성(華氏城)에서 임금이 되어 사리를 나누고 널리 보배탑을 세울 것이다’라고 기별(記莂)하셨습니다. 그런데 그대는 지금 어찌하여 반대로 이렇게 악한 짓만 하며 잔인하게 중생을 해롭게 하여 슬프게 여기거나 불쌍하게 여기는 마음이 없습니까? 임금님은 지금이라도 당연히 부처님의 뜻을 만족하게 하시고 중생들에게는 두려움이 없는 즐거움일 베풀어야 합니다.”
임금이 이 말을 듣자 스스로 뉘우치고 꾸짖으면서 삼보에 귀의하고 공경히 믿는 마음을 내고는 여래의 공덕으로 나타난 사리를 수집하여 팔만 사천 기의 보배탑을 세웠다. 탑 세우는 일을 끝내고 계두말사(鷄頭末寺)를 찾아가 합장하고서 상좌(上座)26)인 야사(耶舍)존자에게 물었다.
“이 염부제(閻浮提)에 현재 저와 같이 기별을 받은 이가 있습니까?”
야사가 대답하였다.
“부처님께서 우바국다존자에게 ‘백 년 뒤에 크게 이익됨을 일으킬 것이다’라고 기별하셨습니다.”
왕이 다시 물었다.
“그 청정한 사람은 세상에 나오셨습니까, 아직 세상에 나오시지 않으셨습니까?”
대답하였다.
“대왕님, 오래 전에 이미 세상에 나오셔서 아라한도를 증득하셨고 지금 우타산(憂陀山)에서 대중들에게 둘러싸인 채로 설법하고 계십니다.”
왕이 곧 수레를 준비하고 예의를 갖추고 가서 뵙고자 사자를 보내어 여쭙게 하였다.
“큰 성인이시여, 아서가왕이 와서 문안드리려고 합니다.”
존자는 생각하였다.
‘이곳은 좁고 누추하여 많은 사람을 수용하지 못하니 내가 지금 직접 그곳에 가야겠다.’
곧 차비를 갖추고 화씨성을 향하여 출발하였다.
왕은 존자가 온다는 소식을 듣고 기뻐하면서 마을길을 쓸고 향을 피우고 꽃을 뿌리며 뭇 기악(妓樂)을 연주하면서 여러 신하들을 거느리고 나와서 존자를 영접하였다. 존자를 보자 곧 다섯 활개를 땅에 던져 절하고 지성스런 마음으로 우러러보며 눈을 조금도 다른 데로 돌리지 않고 말씀드렸다.
“큰 성인이시여, 제가 왕이 되어 마음대로 쾌락을 즐겼지만 오늘 존자를 뵙는 것만 한 것은 없었습니다.”
마음속으로 크게 기뻐하면서 게송으로써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비록 적정[寂定]에 드셨으나
존자가 지금 보처(補處)27)로 출생하셨네.
지금 반드시 교칙(敎勅)함을 보이시면
저는 반드시 그대로 따라서 배우겠습니다.

그때 존자가 왕의 정수리를 만지며 게송으로 말하였다.

근신하여 두려워하고 방일하지 말라.
왕위와 부귀란 보존하기 어려운 것이요,
일체는 모두 변하여 없어짐으로 돌아가나니
세간에 영원히 머무는 것 아무 것도 없다네.

삼보는 만나기 어려운데 그대 지금 만났으니
언제나 공양 올려 쉬거나 그만둠이 없게 하소서.

그때 아서가왕이 곧 존자를 청하여 궁 안으로 모시고 보배로운 자리를 마련하여 몸소 부축하여 앉게 하고 말하였다.
“큰 성인이시여, 부처님께서 노니시고 머무셨던 곳에 모두 탑을 세워 뭇 사람의 믿음을 증장시키고 싶습니다.”
존자가 찬탄하여 말했다.
“훌륭하고 훌륭합니다. 내가 지금 당연히 가서 왕에게 그 처소를 다 보여 주도록 하겠습니다.”
곧 네 가지 병사로 위엄을 갖추고 함께 출발하여 임미니원(林微尼園)을 향해 가서 부처님께서 출생하신 곳을 보게 하였고, 나아가 구시나성(拘尸那城)에 이르러 교화하신 인연을 끝내시고 열반에 드신 곳까지 보게 하였다. 왕이 이러한 말을 듣다가 열반하신 곳의 이야기를 듣고는 기절하여 땅에 쓰러졌다가 냉수를 얼굴에 뿌리자 겨우 깨어났다. 이에 모든 곳에 탑을 세우고 백천 냥의 금을 보시한 후에 그 자리를 떠났다. 또 왕에게 사리불(舍利弗) 등 오백 나한의 공덕탑을 보게 하니, 왕은 예배하고 금을 보시하여 공양 올렸다. 최후로 박구라(薄拘羅)의 탑에 이르자 왕이 여쭈었다.
“이 탑은 어떤 공덕을 지녔습니까?”
답하였다.
“대왕이여, 부처님께서 ‘이 사람은 쇠퇴하거나 병듦이 모두 없으리라’고 기별하셨습니다. 과거 구십일 겁 전에 비바시불(毘婆尸佛)께서 멸도하신 뒤였소. 그때 박구라는 어느 절에 의지하여 살고 있으면서 모든 부호와 귀족들이 와서 뭇 스님들께 공양 올리는 것을 보았소. 존자는 그때 술에 취하여 누웠으면서 마음속으로 생각하였소.
‘나는 원래 가난하고 궁핍하니 무엇으로써 보시함이 마땅할까? 지금 내가 가진 것은 오직 하리륵(呵梨勒)28)뿐이다. 뭇 스님 중에 만약 병환이 있는 이가 있다면 이것을 보시하여 드시게 하면 그 병이 나을 것이다.’
곧 건추[椎]29)를 치고 약을 보시하겠다고 말하였소. 그때 어떤 비구가 두통이 심하자 지약인(知藥人)30)에게 하리륵을 찾으니, 지약인이 말하였소.
‘어떤 사람이 약을 보시한다고 하니 그대는 그것을 얻어서 먹을 수 있을 것이오.’
그때 비구가 그 사람에게 가서 약을 얻어 그것을 먹고 병이 쾌차하였소. 이러한 인연으로 말미암아 구십일 겁 동안 인간 세상과 하늘에 태어났으나 한 번도 아픈 적이 없었소. 최후에 어떤 바라문(婆羅門)의 집에 태어났는데, 그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시자 아버지가 재혼하였소. 그때 박구라는 나이가 어렸소. 계모가 떡을 만드는 것을 보고 달라고 하자 계모가 질투하고 해악을 부렸소. 본디 증오심을 품었기 때문에 떡을 만드는 화덕 속에 아이를 던지고 불길이 치성하자 쇠그릇으로써 위를 덮어 버렸소. 아버지가 밖에서 돌아와 아이를 두루 찾다가 화덕 속에 있는 아이를 발견하였소. 뒷날 어느 때 계모가 고기를 삶는데 이 어린아이가 다시 따라와서 뒤지자 계모가 성내면서 가마솥 안에 아이를 던졌소. 끓는 것이 매우 뜨거웠으나 타서 문드러지지 않았소. 아버지가 다시 찾았으나 찾지를 못하고 ‘내 아들이 지금 어디에 있는가?’라고 말하자, 박구라가 가마솥 안에서 응답하여 아버지가 거기에서 건져내었는데 평상시와 같았소. 계모가 뒷날 어느 때 강 언덕에 이르렀는데 박구라가 치마를 잡고 졸졸 따르고 있었소. 계모가 크게 성내며 ‘이 놈은 무슨 도깨비인가, 요상한 물건인가? 불사르고 삶았지만 죽일 수가 없구나’라고 말하며, 그를 들어서 물 가운데 던졌소. 한 마리 큰 고기를 만났는데 한 입에 삼켜 버렸소. 그러나 복덕의 인연 때문에 오히려 죽지 않았소. 어떤 고기잡이가 낚시로 이 고기를 잡아 시장에 가지고 가서 선전하면서 이것을 팔려고 하였소. 값을 흥정하는 사람은 많았으나 아침부터 저녁까지 사는 사람이 없었으며 고기는 상하려고 하였소. 박구라의 아버지가 시장을 돌아다니다가 이 큰 고기를 보고 ‘지금 이 물고기는 육질이 매우 많은데다가 상하려고 하니 매긴 값이 얼마 안 될 것이다. 내가 지금 사가지고 집으로 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하고 곧 그에게 돈을 주고 고기를 가지고 집으로 돌아갔소. 곧 날카로운 칼로 고기의 배를 가르려고 하는데 박구라가 고기의 배 안에서 큰 소리로 외쳤다오.
‘아버지 조심하셔서 저를 다치지 않게 하십시오.’
드디어 고기의 배를 가르고 그 아들을 끄집어 내었소. 나이가 들어 장성하자 부처님께 나아가 출가하였고 아라한의 도를 얻어 모든 공덕을 갖추었으며, 나이가 백육십까지 살았으나 한 번도 아파 본 적이 없었고 더 나아가 몸에 열이 나거나 머리가 아파 본 적이 없었으며, 적은 것으로 만족할 줄 알았으며 항상 한적한 것을 좋아하였으며 일찍이 사람을 가르치되 한 사구게(四句偈)로 하지 않았습니다.”
왕이 듣고 나서 동전 한 닢을 보내어 이 탑에 보시하게 하자 보상(輔相)이 왕에게 말하였다.
“같은 아라한인데 왜 동전 한 닢만으로 보시합니까?”
왕이 신하에게 말했다.
“그는 스스로를 제도했을 뿐, 다른 사람을 교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탑을 지키는 신이 받지 않고 왕에게 되돌려 주자, 보상이 말했다.
“진실로 욕심이 적은 분이었구나. 동전 한 닢도 받지 않거늘 하물며 많은 돈을 받겠는가?”
이와 같이 오백 명 대아라한의 본생 인연[本緣]31)을 말한 것이 있지만 생략하고 말하지 않는다.
아서가왕이 여래와 성문의 탑에 공양 올리는 일을 끝내면서 환희하여 합장하고 게송으로써 말하였다.

백천 번 제사를 지내야
겨우 사람 몸을 받는데
나는 지금 갑자기
공허하지 않은 생을 받았네.

좋은 복밭을 만나
뛰어난 업을 구족하게 지었다네.
위태로운 재산으로써
견고한 법을 닦았네.

내가 세운 탑
엽부제를 장엄하였으나
오히려 뜬구름 같으니
허공을 장엄함과 같네.

이 게송을 말하고 나서 정례하고 물러갔다가 보리수(菩提樹) 아래에 나아가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지금 두 가지 복을 지으려 한다. 첫째 천 개의 향수를 가득 담아 보리수를 목욕시킬 것이며, 둘째 반드시 반차우슬(般遮于瑟)을 세울 것이다.”
곧 스스로 목욕하고 새로 지은 깨끗한 옷을 입고 높은 누각 위에 올라가 사방에 정례하고 이렇게 말하였다.
“모든 성사(聖士:스님)께서는 모두 저의 청함을 받아 주시기 바랍니다.”
말이 끝나자 시방의 아라한이 허공을 날아서 왔다. 삼도(三道)32)의 성인 이십만 분이 모두 구름같이 모였는데 상좌(上座)의 처소에는 감히 앉는 이가 없었다.
왕이 여러 스님들께 여쭈었다.
“무슨 까닭으로 여기에 머무시면서 앉을 자리를 비워 두십니까?”
야사가 대답하였다.
“빈두로(賓頭盧)라고 하시는 대나한이 있는데, 여래께서 수기하신 분으로 사자후(師子喉)를 하고 위엄과 덕망이 높고 뛰어난 분입니다. 지금 반드시 여기에 오실 것입니다.”
왕은 이 말을 듣자 온몸의 털이 곤두서 우발라(優鉢羅) 꽃이 처음 핀 모양과 같았다.
곧 합장하고 우러러보면서 기다렸다.
그때 빈두로가 여러 나한과 함께 거위왕처럼 공중에서 내려오자 모든 대중이 모두 일어나 공경하였다.
왕이 존자를 뵈었는데 눈썹과 털이 빼어나게 희고 몸의 상호(相好)가 벽지불과 같았다.
곧 절하고 다섯 활개를 땅에 던지며 말하였다.
“큰 성인께서는 여래를 뵈었습니까?”
답하였다.
“일찍이 뵈었지요. 빛은 금덩이 같았고, 얼굴은 보름달 같았으며 삼십이상으로 그 몸을 꾸었으며, 범음(梵音)33)은 깊이 묘(妙)하셨으며 대비로써 집을 삼았습니다.”
왕이 또 물었다.
“어느 곳에서 뵈었습니까?”
존자가 대답했다.
“왕사성에서 여름 안거[夏安居]34)하실 때 뵈었지요. 내가 그 가운데 있어 뛰어나신 복밭을 뵈었습니다. 더 나아가 그대가 옛날에 흙으로써 부처님께 보시하자 부처님께서 그대에게 기별하실 때 나도 뵈었습니다.”
그때 그 왕은 나라에 있는 아내ㆍ아들ㆍ권속ㆍ금ㆍ은ㆍ유리ㆍ소ㆍ양ㆍ밭ㆍ집ㆍ자기의 몸ㆍ궁중의 사람들ㆍ채녀(婇女)들까지 모두 여러 스님들께 보시하면서 그 이름을 반차우슬이라고 짓고 그렇게 일컫기를 청하였다.
보리수를 목욕시킨 뒤 스스로 짐작(斟酌)하고 스님들을 위하여 밥을 드시게 하였다. 그때 빈두로가 소(酥)35)에 물을 타서 먹자 왕이 말하였다.
“큰 성인이시여, 소의 성질은 소화하기 어려우니 병이 되지 않겠습니까?”
“근심할 것 없소. 왜냐하면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는 물이 지금의 소와 같았소. 이러한 까닭에 이것을 먹어도 끝내 병나지 않소.”
그때 존자가 이 일을 증험하려고 손을 펼쳐 땅 아래로 사만 이천 리를 넣어 곧 지비(地肥)를 취하여 왕에게 보이면서 말하였다.
“대왕은 지금 반드시 아시오. 중생이 박복하여 살찌고 기름진 맛이 다 흘러 땅으로 들어가 버렸소. 이러한 까닭에 세간의 복이 더욱 쇠퇴하고 감소하였소.”
왕은 공양이 끝나자 기뻐하면서 물러갔다. 왕에게 아우가 한 명 있었는데 이름이 숙타타(宿駄咤)였고, 삿된 견해가 치성하여 사문(沙門)을 미워하였다. 왕이 여러 가지 방편으로써 삿된 마음을 고쳐 출가하게 하였더니 아라한 도를 얻었으나 뒤에 어떤 강족[羌]에게 살해되었다. 그때 대중들이 의심스러워 우바국다에게 물었다.
“무슨 인연 때문에 숙타타는 부유하고 귀한 종족으로 출생했는데도 강족에게 죽임을 당했습니까?”
존자가 대답하였다.
“잘 들어라. 반드시 말해 주겠다. 오랜 옛날에 가섭불(迦葉佛) 시절에 여러 스님들에게 공양을 올렸다. 이 복을 말미암은 까닭으로 날 적마다 존귀하고 부유한 집안에 태어났다. 또한 과거 세상에 사냥꾼이 되어 그물을 쳐서 새를 잡다가 새를 잡지 못하자 곁에 있던 벽지불에게 성내고 원망하는 마음을 내고 곧 날카로운 칼로써 목을 베었다. 이 업을 말미암아 큰 지옥에 떨어졌고, 날 적마다 사람들에게 죽임을 당하였다. 비록 도의 과위(果位)를 얻었으나 여전히 괴로운 독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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