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보살지지경(菩薩地持經) 5권
보살지지경(菩薩地持經) 제5권
담무참 한역
김월운 번역
10) 계품 ②보살이 보살의 율의계와 섭선법계와 섭중생계를 배우고자 하는 이는 재가자나 출가자를 막론하고 무상보리의 서원을 세운 뒤에, 같은 법에 있는 보살로서 이미 발원했고 지혜와 힘이 있고 이야기에도 능숙하고 뜻도 잘 알고 외워 지니기도 잘하는 이가 있거든 이런 보살에게 가서 먼저 그 말에 절하고 말하기를 “나는 대덕에게 보살계를 받고자 합니다. 대덕께서 저를 위해 수고를 꺼리지 않으실 수 있다면 가엾이 여기셔서 허락하여 주소서”라고 한다.
이렇게 청하고는 오른 어깨를 벗어 메고 삼세시방의 부처님과 온 누리의 보살 앞에 공경히 예배하고 그 공덕을 염하고 이어 적음[軟:下]과 중간과 최상의 순정한 마음을 일으켜 지자(智者) 앞에 겸손하고 공손히 꿇어앉아 몸을 굽혀 불상 앞에 사뢰기를 “바라옵건대 대덕이시여, 저에게 보살계를 주소서” 한다.이렇게 사뢰고는 일심으로 장양정심(長養淨心)에 머물러, ‘나는 지금 오래지 않아 다함이 없고 한량없으며 위없는 큰 공덕무더기를 얻게 될 것이다’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생각하고 조용히 앉는다. 그 때 지자(智者)는 수자(受者)에 대하여 흐트러진 마음을 일으키지 않고 앉거나 서서 말하되 “그대 아무개 선남자야, 그대는 보살인가?” 하면 수자가 대답하되 “그렇습니다” 한다. 다시 묻되 “보리의 원을 세웠느냐?” 하면 수자가 대답하되 “이미 세웠습니다” 한다.이렇게 물은 뒤에 다시 말한다.
“그대 선남자가 나에게 일체 보살계와 율의계와 섭설법계와 섭중생계를 받고자 하니 이 모든 계는 과거 미래 현재의 모든 보살이 머무는 계이다. 과거의 모든 보살이 이미 배웠고 미래의 모든 보살이 장차 배울 것이고 현재의 모든 보살이 지금 배우시니 그대가 능히 받겠는가?”수자가 대답한다.
“능히 받겠습니다.”
이렇게 두 번째 세 번째에도 똑같이 되풀이 한다.지자가 세 번 설하여 그에게 계를 준 뒤에 수자는 일어나지 않고 지자만 불상 앞에서 시방세계의 모든 보살들에게 경례하고 이렇게 아뢴다.
“아무개 보살이 저 아무개에게 세 번 말하고 보살계를 받는데 제가 증명을 하였습니다.”
그리고 첫째 시방의 무량하신 제불과 제일이시며 위없으신 대사께서 현전에 아시고 보시고 느끼시는 분과 일체 중생의 모든 일을 현전에 아시고 보시고 느끼시는 분에게도 이렇게 아뢴다.
“아무 보살이 저 아무개에게 세 번 말하고 보살계를 받는데 제가 증명을 하였습니다.”
둘째 셋째에도 이렇게 아뢴다. 이렇게 보살계를 받기를 끝내고는 차례로 시방 일체세계의 무량한 부처님과 대지(大地)에 머무른 모든 보살께도 아뢰면 으레 어떤 상서로운 상이 나타난다.그때 시방세계의 제불보살이 이 보살을 생각하시고 여실한 지견(知見)을 일으키시되 ‘아무 세계의 아무 보살이 아무 보살에 의해 보살계를 받았도다. 이 보살에 대하여 아들 같은 생각, 동생 같은 생각을 일으키리라. 인자한 마음으로 사랑스럽게 생각하므로 이 보살의 선법이 증장하여 마침내 물러나지 않게 될지어다’라고 하신다.
이렇게 아뢰고, 이렇게 알고 느끼시며, 이렇게 보살계를 받은 뒤에는 지자와 수자가 시방의 제불보살을 향하여 공경히 예하고 물러간다.이렇게 보살이 받은 율의계는 다른 그 어떤 율의계보다 가장 훌륭하고 가장 높으며 무량무변한 공덕을 거두어 모으며 첫째가고 위없는 진실한 마음에서 일어난 것이며, 일체 중생의 온갖 악행을 물리치는 것이다.
바라제목차는 이 율의계에 백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며 백천 만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며 내지 산수 비유분의 일에도 미치지 못하나니 모든 공덕을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보살계에 머무른 이가 ‘여법한 것은 행하고 여법치 않은 것은 행하지 않으리라’라고 생각하면 공덕이 더욱 늘어난다.
계를 배우는 보살은 수다라장(修多羅藏)에서 설한 바와 보살의 마득륵가장(摩得勒伽藏)에서 설한 바를 들으면 항상 부지런히 받아 지닌다.지혜 있는 보살은 아무 보살에게서나 보살계를 받지 않나니, 믿음이 없는 이에게는 받지 않는다. 이른바 처음 보살장계를 들을 때 믿지 않는 이ㆍ순응하지 않는 이ㆍ깊이 생각하지 않는 이ㆍ인색한 이ㆍ탐내는 이ㆍ욕심 많은 이ㆍ만족할 줄 모르는 이ㆍ계를 파한 이ㆍ거만한 이ㆍ계를 지키지 않는 이ㆍ성내는 이ㆍ음흉한 이ㆍ참지 못하는 이ㆍ게을러빠진 이ㆍ태만한 이ㆍ잠을 즐기는 이ㆍ세상일을 말하기 좋아하는 이 등 이러한 사람들에게는 모두 받지 않는다.만일 보살이 착한 마음을 닦아 익히되 내지 우유를 한번 짜는 동안만이라도 술을 마시지 않거나 어리석지 않거나 겁내고 약하지 않거나 들은 것이 적지 않거나 보살장수다라를 비방하지 않으면 이런 사람들에게는 보살계를 받을 수 있다.
보살로서 보살계를 받은 뒤, 보살장을 비방하거나 어기는 이를 보면 그와 이야기도하지 말고 진리를 가르쳐 주지도 말지니, 무슨 까닭인가? 그가 듣고는 믿지 않아 알지 못하고 번뇌에 덮여 비방하는 마음을 내기 때문이다.보살계를 받으면 무량한 공덕이 있는 것과 같이, 이렇게 비방한 이의 죄의 과보도 이와 같으며 나아가서는 나쁜 말투와 나쁜 소견과 나쁜 생각을 끝내 버리지 못하게까지 한다.
이렇듯이 죄 없이 있는 보살이 보살계를 받고자 할 때에는 지자는 먼저 보살의 마득륵가장을 말해 주고 이어 보살계의 상(相)과 계를 범하는 상을 말해 주어 계 받을 이로 하여금 스스로 관찰하여 ‘나는 계를 받을 수 있다. 결코 남의 흉내를 내어서 받는 것이 아니다’라고 지혜롭게 생각하게 한다. 이것을 견고한 보살이라 하나니 이런 사람은 보살계를 받을 수 있다.이런 보살이 율의계에 머무는 데는 네 가지 바라이처법(波羅夷處法)이 있나니, 어떤 것이 네 가지인가? 보살이 이익을 탐하는 까닭에 자기의 공덕을 찬탄하고 남을 헐뜯으면 이를 제일 바라이처법이라 하고, 보살이 자기의 재물을 아끼는 까닭에 가난한 중생이나 믿고 의지할 데 없는 중생이 구걸하러 와도 자비한 마음으로 그가 구하는 것을 주지 않고, 법을 듣고자 하여도 아끼어 설해 주지 않으면 이를 제이 바라이처법이라 한다.보살이 화를 내어 추악한 말을 내뱉고도 분이 풀리지 않아 다시 손으로 때리거나 작대기나 돌로 해쳐 두렵게 하면서 화를 더욱 내거나 범한 이가 참회하기를 구하여도 참회를 받아 주지 않고 맺힌 한을 풀지 않으면 이를 제삼 바라이처법이라 하고, 보살이 보살장을 비방하고서 비슷한 법을 요란하게 세우거나 그 비슷한 법에 대하여 스스로가 마음으로 이해하거나 혹은 남에게서 받아들이면 이를 제사 바라이처법이라 한다.이것을 보살의 네 가지 바라이처법이라 한다. 이 보살이 네 가지 바라이처법에서 하나를 범하더라도 바라이처법을 범한다 하거늘 하물며 네 가지를 범하는 것이겠는가?
현전의 법에서 보리를 늘어나게 하지도 못하고 현재의 밝은 마음을 늘어나게 하지도 못하는 이를 비슷한 보살이라 하나니, 이는 진실한 보살이 아니다.만일 보살이 하품[軟]이나 중품의 번뇌로 네 가지 법을 범하면 아직은 율의계를 버렸다 하지 못하거니와 만일 상품의 번뇌도 범하면 이는 버렸다 한다.
만일 네 가지 법을 자주자주 범하고도 부끄러워하는 마음을 내지 않고 기뻐하면서 그것을 공덕이라 말하면 이것이 상품의 번뇌로 범하는 것이라고 한다.
보살은 네 가지 바라이처법을 갑자기 범하여도 보살의 율의계를 버리는 것이 아님은 비구가 율의계를 버리는 것과 같으나, 보살은 잠시 율의계를 잃었어도 다시 받을 수가 있지만, 비구들은 바라제목차를 범하면 다시 받을 수 없다.두 가지 인연이 있어야 보살의 율의계를 잃나니, 첫째는 무상보리의 원을 버리는 것이요, 둘째는 최상의 번뇌로 범하는 것이다. 몸을 버리고 몸을 받는 동안 보살계를 잃지 않고 내지 시방의 곳곳에 태어나는 동안에 보살계를 잃지 않으면 그 보살은 대원을 버리는 것도 아니며 최상의 번뇌로 범하는 것도 아니니, 몸을 버리고 몸을 받는 동안 비록 기억하지 못하여 다른 선지식에게 자주자주 다시 받더라도 이것은 역시 본래의 계요 새로 받은 것이라 하지 않는다.
이렇듯 율의에 머무른 보살들은 범함과 범하지 않음, 물들음과 물들지 않음의 하ㆍ중ㆍ상품을 알아야 한다.만일 보살이 율의계에 머무를 때, 하루 낮 하룻밤 사이에 부처님 계실 때나 부처님의 탑묘나 법이나 경전이나 보살의 수다라장이나 보살의 마득륵가장이나 비구승이나 시방세계의 큰 보살들에게 다소의 공양도 올리지 않고 절 한 번 하지 않거나 나아가 한 게송으로 삼보의 공덕을 찬탄하지 않거나 내지는 한 생각이라도 마음을 밝히지 않는 이는 이를 중다범(衆多犯:갖가지 범죄)을 범했다 하고 만일 공경치 않거나 아주 게으르거나 태만하면 이는 염오기(染汚起:더럽혀진 번뇌에 의해 일어남)를 범했다 한다. 만일 잊거나 잘못 범하면 염오기가 아니요, 범함이 아닌 것은 이미 정심지(淨心地)에 들어간 보살이 마치 불괴정(不壞淨)을 얻은 비구의 항상하는 법과 같이 불법승보에 공양하는 경우이다.만일 보살이 욕심이 많아 만족할 줄 모르고 재물을 탐착하면 이를 중다범을 범했다 하고 염오기를 범했다 하며, 범함이 아닌 것은 그것들을 끊기 위하여 욕망하는 방편을 일으켜 그들을 거두어 대치하는 과정에서 치성하고 예리한 번뇌를 다시 자주 일으키는 경우이다.만일 보살이 덕 있는 상좌나 공경해야 할 동법자(同法者)를 보고서도 교만한 마음과 성내는 마음 때문에 일어나서 공경치 않거나 자리를 양보하지 않거나 인사하고 말을 건네 와도 전혀 대답하지 않으면 이를 중다법을 범했다 하고 염오기를 범했다 하며, 만일 단순히 게으르고 태만한 마음이나 무기(無記)의 마음 또는 잊어버려서 잘못 범한 때는 염오기가 아니며 범함이 아닌 것은 미쳤거나, 중병에 걸렸거나 마음이 어지럽거나 잠이 덜 깬 상태에서 인사하고 묻는 말에 모두 대답치 않은 경우이니 이런 경우에 늘 범함이 아니다.
또 상좌가 설법하는데 결정적인 토론을 할 때나 스스로가 설법하거나 법문을 듣거나 스스로가 결정적인 토론을 할 때나 설법하는 무리 가운데서 결정적인 토론을 할 때엔 절하지 않아도 범하는 것은 아니니 설법하는 이의 마음을 보호키 위해선 혹은 방편으로 조복시켜서 착하지 못한 법을 버리고 착한 법을 닦게 하기 위해서나 혹은 승가의 제도를 보호하기 위해서나 혹은 여러 사람의 뜻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만일 단월이 와서 청하기를 자기의 집으로 오라고 하거나 어느 절로 오라고 하거나 흑은 다른 곳으로 오라고 하여 옷이나 음식이나 그 밖의 갖가지 도구를 보시하였는데 보살이 화를 내거나 거만한 마음으로 가지도 않고 받지도 않으면 이를 중다법을 범했다 하고 염오기를 범했다 한다.
범하지 않는 것은 병들었거나 힘이 없거나 미쳤거나 먼 곳에 있었거나 도로가 험난하거나 혹은 받지 않으므로 그가 조복되어 악을 버리고 선에 머무르게 될 것임을 알았거나 혹은 먼저 이미 청을 받았거나 혹은 선한 법을 닦는데 잠시도 멈추고 싶지 않았거나 미증유한 법과 유익한 이치를 듣고자 해서 이거나 결정적인 논의를 듣고자 하거나 혹은 청한 이가 속이고 괴롭게 하기 위한 때문임을 알거나 여러 사람의 혐의와 한탄하는 마음을 막기 위한 까닭이거나 승단의 제도를 보호하기 위해서 받지 않는 일이다.만일 어떤 보살에게 어떤 단월이 금ㆍ은ㆍ진주ㆍ마니ㆍ유리 등 갖가지 보물을 그 보살에게 바쳤는데 보살이 성내고 거만한 마음으로 거역하여 받지 않으면 중다법을 범했다 하고 염오기를 범했다 하나니 중생을 버리기 때문이다.만일 게으르고 태만해서 범했다면 염오기는 아니요, 범하지 않음이 되는 것은 미쳤거나 받은 뒤에는 반드시 탐착심이 생길 것을 알거나 받은 뒤에 시주가 뉘우칠 것을 알거나 받은 뒤에 시주가 의혹을 낼 줄을 알거나 받은 뒤에 시주가 가난해져서 근심에 잠길 것을 알거나 그 물건이 삼보의 물건임을 알거나 그 물건이 도적이 훔친 물건임을 알거나 받은 뒤에 갖가지 괴로움 즉 죽임ㆍ속박ㆍ체벌ㆍ재물 빼앗기ㆍ꾸짖음 등이 많이 생길 것을 아는 경우이다.만일 중생이 어떤 보살이 있는 곳에 가서 법을 듣고자 할 때에 그 보살이 화내고 한탄하고 인색하고 미워하여 그에게 설해 주지 않으면 이를 중다범을 범했다 하고 염오기를 범했다 한다.만일 게으르거나 태만해서 범하면 염오기가 아니요, 범함이 아닌 것으로는 외도가 흠을 잡으려 하거나 중병에 걸렀거나 미쳤거나 말해 주지 않으므로 그를 조복되게 할 줄을 알거나 닦은 법에 대하여 스스로가 환하게 깨닫지 못했거나 앞의 사람이 공경히 순응하지 않고 위의를 크게 정돈치 않은 줄 알았거나 혹은 그가 근기가 무디어 깊고도 묘한 법을 들으면 겁내고 두려운 마음을 낼 줄 알거나 혹은 들은 뒤에 삿된 소견이 늘어날 줄 알거나 혹은 들은 뒤에 헐뜯고 물러설 줄 알거나 혹은 그가 들은 뒤에 나쁜 사람에게 말하여 정법을 파괴할 줄 아는 경우이다.만일 보살이 흉악하게 계를 범한 중생에게 성내는 마음을 내어 스스로 버리거나 그를 막아버려서 교화하지 않으면 이를 중다법을 범했다 하며, 염오기를 범했다 한다.만일 게으르고 태만하거나 잊었거나 남이 막아서 범하게 한 것은 염오기가 아니니 무슨 까닭인가? 보살은 나쁜 사람에게 자비심을 일으키는 것이 착한 사람에게보다 깊기 때문이다.
범하지 않음이 되는 것은 미쳤거나 말해주지 않으므로 그로 하여금 조복케 할 줄을 아는 것이 앞에 말한 것 같거나 혹은 남의 마음을 보호하기 위하거나 혹은 승단의 제도를 보호하기 위하는 경우이다.만일 보살이 여래의 바라제목차에 의하여 비니(毘尼)법을 세워 죄를 막아 중생을 보호하되 믿지 않는 자를 믿게 하고 이미 믿은 이는 더욱 늘어나게 하는 곳을 만나거든 성문들과 똑같이 배우나니, 무슨 까닭인가? 성문도 자도(自度)만을 위하지만 남을 보호하려는 마음을 여의지 않고 믿지 않는 자로 하여금 믿게 하고 이미 믿는 이는 더욱 널리 계를 배우게 하거늘 하물며 보살의 제일 바라밀이겠는가?
또 차죄주(遮罪住:죄를 막기 위함)의 소리(少利)ㆍ소작(少作)ㆍ소방편(少方便)은 세존께서 성문을 위해 건립하신 것인데 보살은 이와 똑같이 계를 받지 않나니, 무슨 까닭인가? 성문의 자도(自度)와 사타응주(捨他庶住:남에게 응하지 않음)의 소리ㆍ소작ㆍ소방편은 보살의 자도와 도타응주(度他應住:남을 제도함)의 소리 소작ㆍ소방편은 아니기 때문이다.보살은 중생을 위하는 까닭에 친척이 아닌 바라문이나 거사에게 백천 가지 옷을 구하되 자자여(自恣與:마음대로 가져가라고 주는 집)에 가서 그 시주가 줄 것인가 주지 않을 것인가를 관찰한 뒤에 주는 대로 받는다. 옷을 그렇게 하듯이 발우도 그렇게 구하고 의발과 같이 실[縷]도 구하여서 친척이 아닌 직사(織師)에게 주어 천을 짜게 한다.
중생을 위하는 까닭에 교사야(憍奢耶:명주)와 와구와 좌구를 모을 수 있고 나아가서는 금ㆍ은 등 백천 가지도 받을 수 있다. 이러한 등의 머무름[住:과정]에서 소리ㆍ소작ㆍ소방편하는 성문의 죄 막는 계를 보살은 함께 배워 머무르지 않는다.보살이 율의계에 머물러 중생들을 위할 때 미워하거나 한탄하는 마음으로 소리ㆍ소작ㆍ소방편에 머무르면 이는 중다범을 범하는 것이며 염오기를 범하는 것이요, 만일 게으르거나 태만 때문에 소리ㆍ소작ㆍ소방편을 범하면 염오기를 범한 것이 아니다.
만일 보살이 몸과 입이 아첨하고 굽어서 겉모습을 나타내거나 남을 헐뜯으면서 이익을 인하여 이익을 구하느라 사명법(邪命法)에 머물렀으면서도 부끄러워하는 마음도 없고 버리려고도 않으면 이는 중다범을 범하는 것이며, 염오기를 범하는 것이다. 범함이 아닌 것은 그를 굴복시키기 위하여 의욕을 일으켜 방편으로 번뇌를 많이 일으키고 다시 자주자주 일으키는 경우이다.만일 보살이 마음이 들떠 고요함을 즐기지 않고 높은 소리로 장난하여 남들로 하여금 기뻐하게 하는 등 이러한 인연을 지으면 이를 중다범을 범했다 하고 이는 염오기를 범했다 하거니와 만일 잊고 잘못 범했으면 염오기는 아니다.
범함이 아닌 것은 그를 끓기 위하여 의욕을 내어 방편으로 하는 것이니 앞에 말한바와 같다. 또 범함이 아닌 것은 그가 미워하고 한탄하기 때문에 그를 제지하기 위할 때와 그가 근심하고 걱정하므로 멈추게 할 때와 그가 천성이 장난을 좋아하므로 그를 거두어 주기 위해서나 그를 굴복시키기 위해서나 그를 보호하기 위할 때와 그가 보살을 의심하고 한탄하여 등지려 할 때 화사한 얼굴로 웃어 주어 자신의 마음이 깨끗함을 나타낼 때이다.만일 보살이 생각하거나 말하기를 “보살은 열반을 좋아할 것이 아니라 열반을 등져야 하며, 번뇌를 두려워 할 것이 아니며, 한결같이 싫어할 것만도 아니다. 무슨 까닭인가? 보살은 삼아승기겁 동안에 오랜 세월을 생사에 빠져 있으면서 큰 보리를 구하기 때문이다” 한다면 이렇게 말하는 이는 중다범을 범하는 것이며, 염오기를 범하는 것이다. 무슨 까닭인가? 성문은 열반을 깊이 사랑하고 번뇌를 싫어함이 백 천 만 배이지만 보살이 열반을 깊이 사랑하고 번뇌를 싫어하는 것에는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니 이른바 성문은 다만 자리(自利) 만을 위하거니와 보살은 그렇지 않아서 두루 중생을 위하되 그들이 익힌 불염오심(不染汚心)은 아라한이 유루의 지위를 성취하여 모든 번뇌를 여읜 것보다는 훨씬 수승하다.만일 보살이 믿지 않는 말을 조심하지도 않고 남의 비방을 막지도 않고 또 제거해 없애지도 않으며 실제로 허물이 있으면서도 제거해 없애지 않으면 이를 중다범을 범했다 하고 염오기를 범했다 한다. 그러나 실제로 허물이 없는 까닭에 제거해 멸하지 않으면 염오기가 아니요, 범함이 아닌 것은 외도나 악인이 비방할 때와 출가ㆍ걸식 등 착한 인연을 닦는데 스스로 미워하는 마음을 내었을 때와 앞의 사람이 화를 내거나 미쳐서 헐뜯을 때이다.만일 보살이 어떤 중생에게 따끔한 말과 방편을 써 주어야 이로울 것을 알면서도 그가 걱정할 것이 두려워서 하지 않으면 이는 중다범을 범하는 것이고 염오기를 범하는 것은 아니다. 범함이 아닌 것은 그가 현재 이익이 적어 근심이 많아질 때이다.만일 보살이 꾸짖는 이에게 꾸짖어 갚거나 성내는 이에게 성내어 갚거나 때리는 이에게 때려서 갚거나 헐뜯는 이에게 헐뜯어 갚으면 이는 중다범을 범하는 것이며 염오기를 범하는 것이다.만일 보살이 남을 침범했거나 혹은 침범하지 않았더라도 남이 그렇게 의심하면 곧 참회해야 한다. 미워하거나 교만한 마음 때문에 여법히 참회하지 않으면 이는 중다범을 범하는 것이며, 염오기를 범하는 것이요, 만일 게으르고 태만해서 범한 것은 염오기가 아니다. 범함이 아닌 것은, 방편으로 그를 굴복시키기 위할 때와 그가 부정한 업을 지으려는 것을 안 뒤엔 받은 이가 참회하지 않아도 죄가 없다. 또 저 사람의 성품이 싸우기를 좋아한다는 것을 알았을 때와 참회하면 그의 분노가 더욱 늘어날 때와 그가 화해하고 참아서 나를 미워하는 마음이 없는데 도리어 그를 부끄럽게 할 염려가 있을 때엔 참회하지 않아도 죄가 없다.만일 보살에게 다른 사람이 와서 범하고 이어 여법히 참회하였는데도 미워하는 마음으로 그를 괴롭히기 위하여 그의 참회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를 중다범을 범했다 하고, 이를 염오기를 범했다 하며, 만일 미워하는 마음이 없거나 천성이 참회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이는 비염오기(非染汚起:물들지 않은 마음에서 일어남)를 범한 것이다. 범함이 아니라 함은 방편으로 그를 조복시키기 위함이 앞에서 말한 바와 같거나 그가 여법하게 참회하지 않거나 그의 마음이 평온치 않아서 그의 참회를 받지 않은 것은 죄가 없다.만일 보살이 남에게 미워하고 한탄하는 마음을 품고 버리지 않으면 이를 중다범을 범했다 하고 염오기를 범했다 하지만, 범함이 아닌 것은 그를 끊기 위하여 의욕을 내어 방편으로 하는 경우이니 앞에서 말한 것과 같다.만일 보살이 대접받기를 탐내어 무리를 기르면 이는 중다범을 범한다 하고, 이를 염오기를 범했다 하며 범함이 아니라 함은 탐내는 마음이 없이 기른 경우이다.만일 보살이 게으르고 태만해서 잠자기를 좋아하되 때 아닌 때 자거나 분량은 알지 못하면 이를 중다범을 범했다 하고, 염오기를 범했다 하며, 범함이 아닌 것은 병이 들었거나 힘이 없거나 먼 길을 걸어서 피로하거나 그를 끊기 위하여 의욕적인 방편을 일으키는 경우이니 앞에서 말한 것과 같다.만일 보살이 물든 마음으로 세상일을 이야기하면서 시간을 보내면 이를 중다범을 범했다 하고 이를 염오기를 범했다 하며, 만일 깜박 잊고 시간을 보내면 비염오기를 범한 것이다. 범함이 아닌 것은 남들이 모여서 이야기하는 것을 보고 그들의 뜻을 보호하기 위하여 잠시 들었거나 만일 그가 묻는 중대한 일에 잠시 대답해 주는 경우이다.만일 보살이 마음이 안정되기를 구하면서도 미워하고 한탄하고 교만하여 스승의 가르침을 받지 않으면 이를 중다범을 범했다 하고 이를 염오기를 듣거나 태만해서 범했으면 염오기가 아니다. 범함이 아닌 것은 이 없거나 혹은 그 사람이 전도된 말을 하는 줄 알았거나 혹은 어서 힘이 있거나 혹은 먼저 이미 그 법을 받은 경우이다.만일 보살이 다섯 가지 번뇌[五蓋]를 일으켜 마음을 열지 않으면 이를 중다범을 범했다 하며, 염오기를 범했다 한다. 범함이 아닌 것은 그를 끊기 위하여 의욕과 방편을 일으키는 경우이니 앞에서 말한 것과 같다.만일 보살이 선정에 맛들어서 그것을 공덕이라 여기면 이는 중다범을 범했다 하고 이를 염오기를 범했다 한다. 범함이 아닌 것은 그를 끊기 위하여 의욕과 방편을 일으키는 경우이니 앞에서 말한 것과 같다.만일 보살이 생각하거나 말하기를 “보살은 성문의 경법을 듣지 말아야 하고 받지도 말아야 하고 배우지도 말아야 한다. 보살이 성문의 경법을 무엇에 쓰리요?” 하면 이는 중다범을 범하는 것이요 이는 염오기를 범하는 것이니 무슨 까닭인가? 보살은 외도의 다른 경론도 들어야 하거늘 하물며 부처님의 말씀이겠는가? 범함이 아닌 것은 보살장(菩薩藏)을 전문으로 배우되 아직 다하지 못했을 경우이다.만일 보살이 보살장에 대하여는 배우려는 방편도 짓지 않고 내팽겨치고 배우지 않으면서 한결같이 성문의 경법만을 닦아 모으면 이는 중다범을 범하는 것이라 하면 이는 비염오기를 범했다 한다.만일 보살이 부처님이 설하신 것은 내버리고 배우지 않으면서 도리어 외도의 삿된 논서나 세속의 경전을 익히면 이를 중다범을 범한다 하고 이를 염오기를 범했다 한다. 범함이 아닌 것은 매우 총명하여 빨리 배울 수 있거나 오래 되어도 배운 것을 잊지 않거나 생각해서 그 뜻을 알았거나 부처님 법에 대하여 구족히 관찰해서 부동지(不動智)를 얻었거나 날마다 두 몫은 불경을 배우고 한 몫은 외도의 경을 배우면 범함이 아니다.
이와 같이, 보살이 세속의 경전이나 외도의 삿된 논서에 능통하여 좋아하면서 버릴 줄 모르거나 독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으면 이는 중다범을 범했다 하고 이를 염오기를 범했다 한다.만일 보살이 보살장의 심심한 이치와 진실한 이치와 불보살님들의 무량한 신통력을 듣고 비방하여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이롭지 않은 것이며 여래의 말씀이 아니며 중생을 안락하게 하는 것도 아니다”라고 말하면 이는 중다범을 범하는 것이며 이는 염오기를 범하는 것이니 이는 자기 속마음으로 바르지 못하게 생각했기 때문에 비방했거나 혹은 남을 수순하기 위해 비방한 것이다.이 보살이 으뜸가고 매우 깊은 진리를 듣고도 이해하는 마음이 나지 않거든 이 보살은 마땅히 믿는 마음과 아첨하거나 왜곡되지 않은 마음을 일으켜 생각하기를 “나는 매우 옳지 못하여 지혜의 눈이 없는 소경이 되었구나. 여래께서는 혜안(慧眼)이 있으셔서 이렇듯 차례에 맞추어 말씀하셨거늘 여래의 이러한 여유 있는 말씀에 대하여 어찌 비방을 할 수 있으랴?” 한다. 이 보살이 스스로 다 어리석었다는 경지에 자리 잡고는 그대로 이어서 여래께서 현전에 아시고 보시던 법을 바르게 관하고 바르게 향하면 범함이 아니며, 이해하지 못하여도 비방함이 되지는 않는다.만일 보살이 탐내고 성내는 마음으로 자신을 찬탄하고 남을 헐뜯으면 이를 중다범을 범했다 하며 염오기를 범했다 한다. 범함이 아닌 것은 외도를 가벼이 여겨 헐뜯고 불법을 찬양하거나 방편으로 그를 조복시키려는 경우이니 앞에서 말한 것과 같다. 또 범하지 않음이라 함은 믿지 않는 이로 하여금 믿게 하고 믿는 이로 하여금 더욱 늘어나게 하는 경우이다.만일 보살이 설법하는 곳이나 결정된 토론을 하는 곳이 있다는 말을 듣고 교만한 마음과 성내고 한탄하는 마음 때문에 가서 듣지 않으면 이는 중다범을 범하는 것이며 이는 염오기를 범하는 것이요 만일 게으르고 태만해서 그랬으면 이는 비염오기를 범한 것이다.
범함이 아닌 것은 이해하지 못해서거나 병들어 힘이 없거나 그가 뒤바뀌게 설하거나 설법하는 이의 마음을 보호하거나 자주자주 듣고 받아 지니어 이미 그 뜻을 알았거나 들은 것이 많거나 들어 지녔거나 말씀대로 행했거나 선정을 닦는데 잠시도 멈추기가 싫거나 근기가 무디어 깨닫기 어렵고 받아 지니기 어려운 경우이니 이로 인해 가지 않는 것은 모두가 범함이 아니다.만일 보살이 설법하는 이를 가벼이 여겨 공경하는 마음을 내지 않거나 비웃고 헐뜯거나 문자에만 집착하거나 진실한 이치에 의지하지 않으면 이를 중다범을 범했다 하고 이를 염오기를 범했다 한다.만일 보살이 율의계에 머물러 있으면서 중생들의 하는 일을 보고도 성내고 한탄하는 마음으로 동사(同事)하지 않나니, 이른바 모든 일을 생각하거나 길을 가거나 여법하게 이익을 도모하거나 농사일이나 소치는 일이나 싸움을 화해시키는 일이나 좋은 일의 모임이나 복스러운 사업과 같은 모든 일에 동사하지 않는 이는 중다범을 범했다 하고 이를 염오기를 범했다 하며, 만일 게으르거나 태만해서 그랬으면 염오기를 범한 것이 아니다.
범함이 아니라 함은 병이 있거나 힘이 없거나 자기 스스로가 능히 해낼 수 있거나 자기 스스로에게 도반이 있건 그들이 하는 일이 비법(非法)이요 비의(非義)이거나 혹은 방편으로 조복시키고자 하는 경우이니 앞에서 말한 것과 같다.
또 저들이 원한을 품고 있거나 혹은 자신이 선업을 닦는데 잠시도 멈추고 싶지 않아서이거나 성품이 어리석고 둔해서이거나 여러 사람의 뜻을 보호하기 위해서이거나 혹은 승가의 제도를 보호하기 위해서 함께 하지 않는 것은 모두 범함이 아니다.만일 보살이 병든 사람을 보고도 성내는 마음 때문에 가서 보지 않으면 이를 중다범을 범했다 하고 이들 염오기를 범했다 하며 만일 게으르거나 태만해서 범했으면 염오기가 아니다.
범함이 아닌 것은 자신이 병이 들었거나 힘이 없어서 힘 있는 이를 시켜 병자를 간호케 했거나 혹은 그 사람에게 원래 권속이 있는 것을 알거나 그 사람이 힘이 있어 능히 스스로 처리할 수 있거나 병이 자주 일어나거나 혹은 병에 걸렀거나 혹은 수승한 업을 닦는데 잠시라도 멈추고 싶지 않아서이거나 그가 어리석고 둔해서 깨닫기 어렵고 받아들이기 어렵고 지니기 어렵거나 어려운 인연 속에 처해 있거나 혹은 먼저 다른 이에게 가서 문병하고 있거나 혹은 병든 이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한 경우이다.만일 보살이 금세 후세의 악업을 짓는 중생을 보고서도 미워하고 성내는 마음 때문에 바르게 말해 주지 않으면 이를 중다범을 범했다 하고 이를 염오기를 범했다 한다. 범함이 아닌 것은 스스로에게 지혜가 없거나 힘이 없거나 힘 있는 이로 하여금 가서 말하게 했거나 그가 스스로 힘이 있거나 저에게도 선지식이 있거나 혹은 방편을 써서 그로 하여금 조복케 하기를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은 경우이거나 혹은 바르게 말해 주어도 그가 나에게 원한을 더하여 나쁜 말을 퍼붓거나 혹은 뒤바뀌게 받아들이거나 혹은 사랑하고 공경하는 마음이 없거나 혹은 그 사람이 성품이 거칠고 사나운 경우이다.만일 보살이 남의 은혜를 받고도 미워하고 한탄하는 마음 때문에 동등하게 혹은 그보다 많이 보답하지 않으면 이를 중다범을 범했다 하고 이를 염오기를 범했다 하고 만일 게으르고 태만해서 범한 것은 염오기가 아니다.
범함이 아닌 것은 방편을 짓되 힘이 없거나 방편으로 조복케 함이 앞에서 말한 것과 같거나 혹은 은혜를 갚고자 하되 그가 받지 않는 경우이다.만일 보살이 친속난(親屬難)이나 재물난(財物難)에 걸린 것을 보고도 미워하는 마음과 한탄하는 마음으로 그것을 해결해서 근심을 제거해 주지 않으면 이를 중다범을 범했다 하고 이를 염오기를 범했다 하며, 만일 게으르고 태만해서 범했으면 염오기가 아니요 범함이 아닌 것은 앞의 부동사(不同事)의 경우와 같다.만일 보살이 음식이나 의복을 구하러온 사람을 보고도 성내고 한탄하는 마음을 내어 베풀지 않으면 이를 중다범을 범했다 하고 이를 염오기를 범했다 한다. 만일 게으르거나 태만해서 범했으면 염오기가 아니다.
범함이 아닌 것은 자기에게 없거나 범답지 않은 물건을 구하거나 그에게 이롭지 못한 물건이거나 혹은 방편으로 그를 조복시키고자 함이 앞에서 말한 것과 같거나 그가 왕법(王法)을 범했으므로 왕의 뜻을 보호하기 위하거나 혹은 승가의 제도를 보호하기 위한 경우이다.만일 보살이 제자무리를 거느리고 있으면서도 성내고 한탄하는 마음 때문에 때에 맞추어 여법히 가르침을 주지 않거나 바라문ㆍ거사 등에게 얻은 의식ㆍ와구ㆍ의약ㆍ방사 등을 때에 맞추어 공급하지 않으면 이를 중다범을 범했다 하고 이를 염오기를 범했다 하며, 만일 게으르고 태만하고 방일해서 범했으면 염오기가 아니다.
범함이 아닌 것은 만일 방편으로 그를 조복시키고자 함이 앞에서 말한 것과 같거나 승가의 제도를 보호하기 위해서이거나 병이 들었거나 힘이 없거나 힘이 있는 이를 시켜서 설했거나 그가 힘이 있고 아는 이가 많아서 자기 스스로가 갖가지 도구를 구했거나 혹은 일찍이 가르침을 받아서 스스로가 이미 그 법을 알고 있거나 혹은 외도가 법을 훔치러 왔는데 아직 조복시키지 못한 경우이다.만일 보살이 미워하고 성내는 마음 때문에 남에게 수순하지 않으면 이는 중다범을 범했다 하고 이는 염오기를 범했다 하며, 만일 게으르고 태만해서 범하면 염오기가 아니다.
범함이 아닌 것은 만일 그가 여법치 못한 일을 하고자 하거나 병들었거나 힘이 없거나 승가의 제도를 보호키 위하거나 혹은 그는 비록 여법하나 여러 사람으로 하여금 법답지 않은 일을 일으키게 하거나 혹은 외도를 굴복시키기 위해서이거나 혹은 방편으로 그를 조복시키기 위하는 경우이다.만일 보살이 다른 중생에게 진실한 공덕이 있는 줄 알고도 미워하고 한탄하는 마음 때문에 남에게 말하지 않거나 한탄하지도 않거나 설사 찬탄하는 이가 있어도 ‘장하도다’하고 대꾸하지 않으면 이는 중다범을 범했다 하며 이는 염오기를 범했다 하고, 만일 게으르고 태만하고 방일해서 범했으면 염오기가 아니다.
범함이 아닌 것은 그가 욕심이 적은 것을 알기에 그의 뜻을 보호하기 위하거나 병들었거나 힘이 없거나 혹은 방편으로 그를 조복시키고자 하거나 혹은 승가의 제도를 보호하기 위하거나 혹은 그 사람에게 번뇌가 일어나거나 지나친 기쁨ㆍ교만 법답지 않음 등을 일어나게 될 때 이러한 걱정들을 제거해 주기 위하거나 혹은 진실한 공덕이 공덕 아닌 듯하거나 진실하고 착한 말이 착한 말 아닌 듯하거나 혹은 외도의 삿된 소견을 굴복시키기 위하거나 혹은 말하는 일이 끝나기를 기다리기 위하는 경우이다.만일 보살이 어떤 중생을 꾸짖어야 하거나 굴복시켜야 하거나 내쫓아야 할 것을 보고도 염오한 마음 때문에 꾸길지 않거나 꾸짖어도 굴복시키지 않거나 굴복시켰어도 내쫓지 않으면 이는 중다범을 범했다 하고 이는 염오기를 범했다 하며, 만일 게으르고 태만하고 방일하여 범했으면 염오기가 아니다.
범함이 아닌 것은 그가 다스릴 수 없거나 더불어 이야기할 수도 없거나 가르쳐 꾸짖을 수도 없거나 미움과 한탄을 많이 일으키거나 혹은 관찰하면서 때를 기다려야 하거나 혹은 그로 인해 싸움이 일어나게 되었거나 말다툼이 일게 되었거나 혹은 승단이 말다툼을 하게 되었거나 승단이 무너지게 되었거나 혹은 그가 아첨하거나 왜곡되지 않고 부끄러운 마음이 있어서 차츰 스스로가 뉘우칠 것을 아는 경우이다.만일 보살이 갖가지 신통력을 성취했거든 두렵게 해야 할 이에게는 두렵게 하고 제접[接]해야 할 이에게는 제접해 주어야 하거늘 중생들로 하여금 시주[信施]를 내게 하기 위하여 신력으로써 두렵게 하지도 않고 제접하지도 않으면 이는 중다범을 범했다하고 이는 염오기를 범했다 한다.
범함이 아닌 것은 그 중생이 더욱 심한 염착(染着)을 일으키거나 외도가 거룩한 도틀 비방하거나 삿된 소견을 성취했을 때엔 모두 범함이 아니다. 또 그가 미쳤거나 혹은 그가 심한 괴로움에 시달리고 있는 경우이다. 이런 사정에 의하여 보살계가 일어났거나 부처님께서 여러 수다라에서 말씀하신 율의계와 섭선법계와 섭중생계에서 율의계에 속하니 이 경은 보살자의 마득륵가로서 뒤섞어 설한 것이다.보살은 이를 부지런히 받아 지니고 최상의 공경심을 일으켜 오롯한 마음으로 닦아 배우고 남(계사)에게 계를 바르게 받은 뒤에 지극히 청정하게 배우고자 하는 마음과 보리심과 중생을 이롭게 하려는 마음으로 처음에 계를 받은 직후부터 오롯이 정진하여 잘 지켜야 하고 만일 범함이 있으면 여법하게 참회해야 한다.
이 모든 보살들의 범함은 돌길라(突吉羅)에 속하니 반드시 대소승 사람으로서 능히 남의 말을 알아들을 수 있고 참회를 받을 수 있는 이에게 참회해야 한다.만일 보살이 더욱 불어난 번뇌로 바라이법을 범하면 율의계를 잃나니 다시 받아야 하고 중품의 번뇌로 바라이법을 범하면 세 사람, 또는 셋 이상의 사람 앞에서 무릎을 꿇고 합장하고 돌길라의 참회를 하되 먼저 지은 죄명을 밝힌 뒤에 “대덕이시여, 살피소서. 나 아무개는 보살비니를 버렸습니다”라고 말하며 이어 앞에 밝힌 돌길라죄와 같이 사뢰고, 나머지는 비구의 돌길라 참회법과 같게 한다.만일 하품(下品)의 번뇌로 바라이법과 그 밖의 것을 범했거든 한 사람 앞에서 참회하면 된다. 만일 여법한 이가 없거든 청정한 마음을 일으켜 생각하기를 ‘나는 결코 다시는 이 죄를 거듭 범하지 않겠습니다. 미래세가 다하도록 율의계를 받아지니겠습니다”라고 한다. 이렇게 하면 범한 것이 모두 제거된다.만일 이와 같이 공덕을 구족하고 있어 보살계를 줄만한 사람이 없거든 이 보살은 불상 앞에서 스스로 받을지니, 마땅히 이렇게 받으라. 의복을 정돈하고 오른 어깨를 벗어 메고 오른 무릎을 꿇고 합장하고서 “나 아무개는 시방세계의 모든 부처님과 온 누리에 두루하신 보살님들께 사룁니다. 나는 지금 여러 불보살님에 의하여 모든 보살의 계인 율의계와 섭선법계와 섭중생계를 받고자 합니다. 이 모든 계는 과거의 모든 보살이 이미 배웠고 미래의 모든 보살이 장차 배울 것이고 현재의 모든 보살이 지금 배웁니다”라고 말한다.
두 번째 세 번째도 이렇게 사뢰고, 사뢴 뒤에 일어나기를 앞에서 말한 것과 같이 한다.또 보살의 범계에는 무여범(無餘犯:波逸提)이 없나니, 세존께서 말씀하시기를 ‘보살이 성내는 번뇌를 일으켜 범했어야 다시 받을 수 있지만 탐욕으로 일으킨 것은 해당되지 않는다’ 하였으니, 이 말씀의 뜻은 보살은 중생을 사랑하는 생각을 일으키어 그것이 왕성하므로 무릇 해야 할 일을 한 보살이 꼭 해야 될 일이라서 했다면 해야 할 일을 하고서 범한 것은 다시 받지 않는 것이 아니다. 보살이 중생에게 화를 내면 자신도 제도하지 못하고 남도 제도하지 못하며 보살이 해야 할 일도 하지 못하나니, 이와 같이해야 할 일을 하지 못하고서 범한 것은 다시 받아야 한다.마땅히 알라. 보살이 하품ㆍ중품ㆍ상품으로 범하는 일은 사섭품(四攝品)에서 말한 것이 있다. 만일 보살이 이 율의계에서 세 가지 바른 법을 모두 두루 성취하면 편안히 머무를 수 있나니, 첫째는 방편구족(方便具足)이요, 둘째는 정심구족(淨心具足)이요, 셋째는 본인구족(本因具足)이다.보살이 계에 대하여 뚫리거나 새는 것이 없으며, 신ㆍ구ㆍ의 업을 밝히어 자주 범하지 않고 모든 악을 드러내어 참회하면 이를 방편구족이라 한다.
보살이 법을 위하여 출가하여, 몸이나 목숨을 위하지 않으며, 의를 위하고 선정을 위하며 재리(財利)를 위하지 않고 사문을 위하고 열반을 위하며, 비의(非義)를 위하지 않으며 태만히 굴지 않고 정진하여 물러나지 않으며 온갖 악하고 착하지 못한 법과 섞이지 않으며, 번뇌의 느낌에는 무서운 괴로움의 과보와 미래 세상의 생ㆍ노ㆍ병ㆍ사가 있다고 생각하면 이를 정심구족이라 한다.
보살이 지난 세상[本餘生]에 모든 선행을 널리 닦았으므로 금생에 의식이나 침상이나 와구와 탕약 등 뭇 도구에 부족함이 없고, 그로 인해 보시행을 닦을 수 있으면 이를 본인구족이라 한다.율의계에 머무른 보살이 이 세 가지 바른 법을 구족하면 이를 안락함에 머문다고 하고, 이와 어긋나면 이를 세 가지 바르지 못한 계법이라 하나니, 이는 괴로움에 머무는 일이다.
이상으로 재가와 출가의 일체계를 간략히 또는 넓게 설하였느니, 이 일체계에서 다시 난계(難戒) 등으로 나뉘어진다.난계라 함은 간락히 말하면 세 가지가 있으니, 보살이 큰 재물과 큰 세력을 가지고 있으나 능히 버리고 출가하여 계를 받으면 이를 첫째 난계라 한다.
만일 보살이 급한 환란이나 내지 목숨을 잃을 지경에 이르러서도 받은 계에 대해 모두 범하지 않거나 심지어 조금의 결함도 없게 하면 이를 두 번째 난계라 한다.
보살이 모든 수행과 모든 삼매와 모든 생각에서 마음이 안주하여 운동치 않아 목숨이 다하기까지 끝내 무거운 계뿐 아니라 심지어는 경미한 계도 훼손하지 않으면 이를 셋째 난계라 한다.일체문계(一切門戒)라 함은 네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정수계(正受戒)요, 둘째는 성계(性戒)요, 셋째는 습계(習戒)요, 넷째는 방편성계(方便性戒)이다.
정수계라 함은 보살이 이미 받은 세 가지 율의계이니, 즉 율의계ㆍ섭선법계ㆍ섭중생계이다.
성계라 함을 보살의 성품이 본래 어질고 착해서 신 구ㆍ의가 청정한 것이요, 습계라 함은 보살이 전생에 이미 말한 것과 같이 세 가지 계를 이미 닦아 익혔고 그러한 본래의 인연 때문에 모든 악을 즐겨 행하지 않고 마음에 항상 멀리 여의기를 생각하며, 선행 닦기를 좋아하는 것이요. 방편성계라 함은 보살이 사섭법(四攝法)에 의하여 모든 중생에게 선한 신ㆍ구(身口)업을 행하는 것이다.선인계(善人戒)라 함은 다섯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스스로가 청정계를 지키는 것이요, 둘째는 남에게 전해 주는 것이요, 셋째는 청정한 계를 찬탄하는 것이요, 넷째는 같은 동료를 보면 반가워하는 것이요, 다섯째는 설혹 범하더라도 여법히 참회하여 제거하는 것이다.일체행계(一切行戒)라 함은 저 여섯 가지와 일곱 가지를 함께 묶어 간략히 열세 가지가 있으니 대보리에 회향하여, 계법을 널리 거두어 지니는 까닭에 이를 광(廣)이라 하며 쾌락에 집착하면서 자신이 고행함 등 이 양쪽을 여의기 때문에 이를 죄 없고 기쁜 곳이라 한다. 그 수명이 다하도록 항상 계를 버리지 않으며 온갖 이익과 외도의 삿된 주장과 번뇌의 모든 얽매임이 침범하지 못하고 또 빼앗지도 못하기 때문에 이를 견고계(堅固戒)라 하고 이러한 장엄이 이루어졌기 때문에 계장엄(戒莊嚴)이라 함을 알아야 한다. 이른바 성문의 경지에서 살생 등을 여의는 율의계와 섭선법계와 섭중생계와 순계(順戒)나 불순계에 잘 보호하는 수호계(隨護戒)와 대인상(大人相)의 보를 받는 계와 수승한 뜻의 보를 받는 계와 좋은 갈래에 태어나는 보를 받는 계와 중생을 이롭게 하는 보를 받는 계이다.제뇌계(除惱戒)라 함은 여덟 가지가 있으며 보살이 처음에 생각하기를 ‘내가 남에게 살생ㆍ도둑질ㆍ사음ㆍ거짓말 등과 돌이나 작대기 등으로 피해 입기를 원치 않았다. 내가 원치 않고 좋아하지 않는다면 그도 그럴 것인데 어찌 내가 이런 것으로 그를 괴롭히겠는가? 그러므로 그를 괴롭히지 말아야 하며 내지는 손에 돌이나 작대기를 들고 해치지도 않으리라’ 한다.
이렇게 생각하고는 여덟 가지 일로써 중생을 괴롭히지 않나니, 이를 보살의 번뇌를 제거하는 제뇌계라 한다.차세타세락계(此世他世樂戒)라 함은 아홉 가지가 있으니, 보살은 막을 자리에서는 막고 열 자리에서는 열고 거둘 자리에서는 거두고 항복시킬 자리에서는 항복시킨다. 보살은 몸과 입, 두 가지 업으로 네 가지 계를 행한다.
또 단바라밀과 함께하는 계[俱戒]와 찬제바라밀과 함께하는 계와 비리야바라밀과 함께하는 계와 선바라밀 반야바라밀과 함께하는 계의 다섯 가지 계가 있으니 이와 같이 아홉 가지 계를 간략히 말하였다.
이 보살은 자기와 남이 현재의 법에도 즐겁게 머무르고 후세에도 즐겁다. 그러므로 이를 차세타세락계라 한다.청정계(淸淨戒)라 함은 열 가지가 있으니, 첫째는 처음에 착한 마음으로 계를 받고 사문이 되고서는 보리를 위할 뿐 몸이나 목숨을 위하지 않으며, 둘째는 마침내 물러나서 의혹이나 후회하는 마음을 내지 않으며, 셋째는 지나치게 계를 지나지 않나니 맞지 않은 자리에서 의혹을 일으키기 때문이요, 넷째는 모든 게으름을 여의어 잠자기를 좋아하지 않고 밤낮으로 정진하여 선법을 성취함이다.다섯째는 마음을 거두어 방일치 않게 하나니, 앞의 불방일에서 설한 것 같고, 여섯째는 바른 원을 닦아 익힐 뿐 재리(財利)나 천상에 나기를 원하지 않고 항상 범행을 닦는 것이요, 일곱째는 위의를 거두어 지니는 것이니 지어야할 모든 일에 능숙하여 방편으로 선을 닦아 익히고 여법한 신구(身ㅁ)의 행으로 정명(正命)이 구족하며, 첨곡(諂曲:아첨과 굽음)과 사명(邪命) 등 갖가지 허물로 모두 멀리 여읜다.
여덟째는 두 치우침[二邊]을 여읨이니, 욕락에 수순함과 모든 고행을 여의기 때문이요, 아홉째는 벗어나는 요체를 닦아 익힘이니, 잘못된 학문과 모든 삿된 소견을 모두 여의기 때문이요, 열째는 이미 받은 계를 이지러뜨리거나 줄이지 않음이니, 이들 열 가지를 청정계라 한다.이것을 보살이 큰 계의 무더기로 보리과를 얻는다 하나니, 보살이 이 계에 의지함으로써 시라바라밀을 만족하고 아뇩다라삼먁삼보리를 얻으며, 나아가서는 무상정각을 얻지 못한 이는 다섯 가지 이익을 얻나니, 첫째는 항상 부처님들의 보살핌을 받고, 둘째는 임종할 때에 그 마음이 편안하고, 셋째는 몸을 버리고 다시 태어나는 곳마다 항상 계행이 청정한 보살들을 선지식으로 섬기게 되고, 넷째는 무량공덕의 무더기인 계도(戒度)를 성취하고, 다섯째는 금생과 내생의 성계(性戒)를 성취한다.앞에서 말한 자성계(自性戒) 등 아홉 가지 계는 3계(戒)에 속하나니, 이른바 율의계와 섭선법계와 섭중생계이다.
또, 세 가지가 능히 보살의 세 가지 일을 성취하니 간략히 말하면 첫째 율의계는 마음을 머무르게 하고, 둘째 섭선법계는 스스로 불법을 이루고, 셋째 섭중생계는 중생을 성취시킨다. 이것을 보살의 모든 일이라 하나니, 이른바 현전의 법에서 마음이 편안히 머무르게 하고, 몸과 마음이 게으르지 않아 불법을 구족하고 중생을 성취시킨다.이것을 보살계라 하며, 이것을 계의 복[戒福]이라 하나니, 이 보살이 하는 일에 견줄 이도 없고 더 뛰어난 이도 없다.
과거의 모든 보살들도 큰 보리를 구한 뒤에 그 안에서 배웠고 미래의 보살들도 장차 배울 것이고 현재의 보살들도 지금 배운다.
'매일 하나씩 > 적어보자 불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적어보자] #4661 보살지지경(菩薩地持經) 7권 (0) | 2024.08.16 |
---|---|
[적어보자] #4660 보살지지경(菩薩地持經) 6권 (0) | 2024.08.15 |
[적어보자] #4658 보살지지경(菩薩地持經) 4권 (0) | 2024.08.15 |
[적어보자] #4657 보살지지경(菩薩地持經) 3권 (1) | 2024.08.15 |
[적어보자] #4656 보살지지경(菩薩地持經) 2권 (0) | 2024.08.15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