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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하나씩/적어보자 불교

[적어보자] #4640 보살영락경(菩薩瓔珞經) 11권

by Kay/케이 2024.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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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대장경 보살영락경(菩薩瓔珞經) 11

 

보살영락경 제11권

축불념 한역
장용서 번역

31. 공양사리품(供養舍利品)
그때에 장로(長老) 수보리(須菩提)가 대중 가운데 있으면서 가만히 이런 생각을 했다.
‘이제 여래ㆍ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께서 설하신 극히 묘한 법을 들으니, 무한히 광대하고 불가사의해서 벽지불이 미칠 바가 아니요, 온갖 법은 스스로 그러해서 나고 멸함이 없거늘, 어떻게 나고 멸함이 없는 법 가운데에 세 가지 도와 3승이 있으랴.’
이때에 장로 수보리가 곧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가지런히 바로잡고는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오른쪽 무릎을 땅에 대고 꿇어앉아서 합장한 채 곧 다음과 같은 게송으로 찬탄하였다.
본래 여래의 법은 없어서
허공과 같아 형상이 없거늘
어떻게 세 가지 도[三道]에
각각 3승의 행이 있으랴.
한 모습[一相]은 본래 모습이 없고
또한 나고 멸함 보지 못하니
도를 배움에 다함이 없으나
마음을 쉼이 으뜸이 되네.
마치 바다가 늘고 주는 일 없으면서
물줄기를 받아들임에 싫증이 없는 것처럼
허공의 바른 법의 성품이
광대함도 또한 다시 마찬가지네.
부처님은 여러 성인의 왕으로서
삼계에 동등한 짝이 없네.
다함이 없는 지혜를 연설하여서
제도 못한 이를 제도하네.
공을 이루되 과보를 생각 않고
높고 크고 귀함도 구하지 않아
온갖 사람을 힘써 건져서
위없는 도를 얻네.
해가 천하를 비추어서
어둠에 처해도 다 밝음을 받듯이,
성인께서 강신(降神)하여 세상에 나오매
건짐을 입지 않은 이 없네.
4대(大)는 본래 주인 없는데
홀연히 5도(道)에 머물러
3독(毒)의 뿌리를 받아들여서
드디어 있다, 없다는 상념을 내네.
형루(形累)는 얽히고 집착함에 있고
식의 상념[識想]은 더욱 두드러져서
마치 깊은 연못에 빠진 것과 같아
건지고자 해도 너무나 어렵다네.
보살대승의 배움은
찰토가 각각 같지 않아서
설사 멸도를 취하고자 해도
사리가 존재하는 바가 되네.
오직 원하나니, 인중존(人中尊)이시여,
펼쳐서 연설하여 깨닫게 하여 주시고
널리 큰 세계를 위하여
선도(善道)와 악도(惡道)를 분별해 주소서.
그때에 장로 수보리가 이 게송을 부처님께 아뢰고 나서 곧 자리에서 일어나 부처님을 에워싸서 세 번 돌고 난 뒤 제자리로 돌아갔다.
이때에 세존께서 다시 게송으로 수보리에게 화답하셨다.
부처님 제자 수보리는
공한 지혜[空慧]가 으뜸이라서
3세의 법을 창달하여
설하는 바가 매우 유현하고 은미하네.
생각하는 바도 자기를 위하지 않고
온갖 사람을 불쌍히 여겨서
항상 나고 죽음을 멸하여
무위(無爲)에 영원히 처함을 생각하네.
부처님의 도는 부사의해서
뜻을 거두면 곧 율(律)에 응하고
정(定)에 든 신족(神足)의 힘은
감응을 헤아릴 수 없네.
보살대승의 자취는
변화의 나타남이 항하의 모래와 같아
교화를 이미 두루 마치고서는
고요하게 심의(心意)를 멸하네.
이룸을 보아도 반드시 이루고자 하지 않아서
오히려 한결같이 마음을 비워
이루어도 본래 이룸이 없어
곧 해탈혜(解脫慧)에 응하네.
그때에 세존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과거 수없는 항하의 모래 수의 부처님께서 설하신 도의 가르치심은 중생을 제도하심이 각각 같지 않느니라.
어떤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은 중생을 제도하고 부처님 국토를 청정하게 하되 한 부처님 나라로부터 한 부처님 나라에 이르기까지 여러 부처님 세존께 공양하고 받들어 섬기면서 중생을 제도하시고는 무여열반계에서 반열반하게 하셨으며, 그런 뒤에 여래는 곧 멸도를 취하셨느니라.또 어떤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은 자기의 국토를 청정하게 하고는 부사의(不思議)한 신족변화를 나타내어 부처님의 정의(定意)에 들어가서 도의 가르침인 37품을 펴서 연설하시되, 혹은 한 겁을 거치면서 백천 겁에 이르기까지 교화를 마치고 나서, 중생으로 하여금 온갖 괴로움을 영원히 여의게 하고는 무여열반계에서 반열반하게 하셨다. 그런 뒤에 여래는 반열반을 나타내면서 몸을 뒤에 남겨두어서 일체로 하여금 널리 공양을 일으키게 하고, 지극한 기악(伎樂)을 나타내서 즐기게 하고, 신변(神變)의 광명과 6바라밀로써 다시 무앙수 중생을 모조리 무위(無爲)의 큰 도를 얻게 하였느니라.또 어떤 여래는 세상에 있으면서 교화하고 부지런히 고행(苦行)을 닦아서 중생을 짊어짐을 사람의 무거운 소임으로 삼았으며, 여러 부처님의 온갖 나라에 노닐면서 바른 법을 이어 받아 위없는 큰 도를 닦았으며, 다시 그 나라에서 신족도(神足道)를 나타내어 무앙수 부처님 세계에서 교화를 두루 마치고 나서 멸도를 취함을 나타내었으며, 다시 전신사리(全身舍利:온몸 사리)를 남겨 두어 삼천대천세계를 두루 채워서 중생을 기르고 부처님 국토를 청정하게 하였으며, 교화를 두루하고는 다시 수없는 중생을 무여열반계에서 반열반하게 하였으며, 그런 뒤에 여래는 곧 멸도를 취했느니라.”부처님께서 다시 장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여래의 법신은 온갖 덕이 갖추어졌고, 색신(色身)의 교화는 가히 측량할 수가 없느니라. 다시 온 몸의 사리를 남겨 두어서 중생을 접하여 제도하시는데, 제도한 중생은 이루 다할 수 없느니라.
만일 어떤 선남자나 선여인이 믿음의 마음이 굳건하여 삼보(三寶)를 공경히 받들고, 아울러 3세의 여러 부처님께 공양한다면, 그 공덕과 복은 가히 측량할 수 없느니라.”그때에 장로 수보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만일 어떤 선남자나 선여인이 부처님을 믿고, 법을 믿고, 비구승을 믿고는, 망설임을 없애고 삿된 소견을 품지 않으면서 법신 및 현재의 색신을 공양하고 아울러 전신사리에게도 공양한다면, 이 세 가지 가운데 어떤 것이 그 공덕이 많겠나이까?”
그때에 부처님께서 장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어떠한가, 족성자여. 만일 어떤 사람이 믿음의 해탈[信解脫]을 얻어서 7보의 탑을 한 천하[一天下]를 두루 세우고, 때에 따라 온갖 향과 꽃으로 공양한다면, 그 공덕이 많겠느냐, 많지 않겠느냐?”장로 수보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매우 많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러나 이는 믿음의 해탈을 얻은 선남자나 선여인이 전신사리에게 비단ㆍ꽃ㆍ양산ㆍ온갖 향으로 공양한 것만 못하나니, 사리에게 공양하는 공덕과 복은 헤아릴 수 없고 비유로써 견줄 수도 없느니라. 저 한 천하에 탑을 세워 공양한 것보다 뛰어난 이유는 7보의 탑을 일으켜서 때에 따라 절하고 공경함은 모두 사리로 인하여 공양함을 얻기 때문이니라.”부처님께서 다시 장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다시 이 탑에 관한 것은 접어두고, 만약 어떤 선남자나 선여인이 한 천하에 가득한 전신사리에 공양하되, 때에 따라 비단ㆍ꽃ㆍ양산ㆍ온갖 향으로 공양하고 아울러 한 천하의 7보의 탑에도 공양한다면, 그 공덕과 복이 많겠느냐, 많지 않겠느냐?”
장로 수보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매우 많고 매우 많나이다.”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러나 이는 믿음의 해탈을 얻은 선남자나 선여인이 하나의 색신 여래ㆍ지진ㆍ등정각에게 공양 올린 것만 못하니, 그 공덕과 복은 측량할 수 없고 비유로써 견줄 수가 없느니라. 왜냐하면 이 선남자나 선여인이 한 천하의 7보의 탑 및 한 천하의 전신사리에 비단ㆍ꽃ㆍ양산ㆍ온갖 향으로 공양하는 것은 모두 여래의 색신으로 말미암아 공양을 얻기 때문이니라.”부처님께서 다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어떠한가, 족성자여. 만일 어떤 선남자나 선여인이 믿음의 해탈을 얻어서 두 천하에 7보의 탑을 일으키고, 아울러 두 천하의 전신사리와 두 색신 여래ㆍ지진ㆍ등정각에게 비단ㆍ꽃ㆍ양산ㆍ온갖 향으로 공양을 올렸다 하면, 어떠한가, 수보리야, 그 복이 많겠느냐, 많지 않겠느냐?”
수보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매우 많고, 매우 많나이다. 부처님이시여.”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러나 이는 선남자나 선여인이 법신(法身)에 공양하면서 받들어 섬기고 외우고 익힘을 게으르지 않는 것만 못하느니라. 법신에 공양하는 복은 매우 많고 매우 많아서 비유로써 견줄 수 없나니, 왜냐하면 이 선남자나 선여인이 두 천하의 7보의 탑 및 두 천하의 전신사리에게 공양올리고, 다시 두 색신 여래ㆍ지진ㆍ등정각에게 비단ㆍ꽃ㆍ양산ㆍ온갖 향으로 공양 올리는 것은 모두 법신을 말미암아서 공양함을 얻기 때문이니라.”부처님께서 다시 장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어떠한가, 족성자여. 만일 어떤 선남자나 선여인이 세 천하에 7보의 탑을 일으키고, 아울러 세 천하의 전신사리 및 세 색신 여래ㆍ지진ㆍ등정각에게 비단ㆍ꽃ㆍ양산ㆍ온갖 향으로 이와 같이 공양한다면, 그 복이 많겠느냐, 많지 않겠느냐?”수보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매우 많고 매우 많나이다. 부처님이시여.”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러나 선남자나 선여인이 법신을 받아 지니고 외우면 그 복은 더욱 많고 많으니, 왜냐하면 세 천하의 7보의 탑 및 세 천하의 전신사리와 세 색신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은 모두 법신을 말미암아 공양을 얻기 때문이니라.”
부처님께서 다시 장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어떠한가, 족성자여. 만일 어떤 선남자나 선여인이 네 천하에 7보의 탑을 일으키고, 아울러 네 천하의 전신사리 및 네 색신 여래에게 비단ㆍ꽃ㆍ양산ㆍ온갖 향으로 이와 같이 공양 올리면, 그 복은 많겠느냐, 많지 않겠느냐?”“매우 많고 매우 많나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러나 이는 선남자나 선여인이 법신의 바른 가르침[正敎]을 받아 지니고 외우는 것만 못하나니, 그 복은 매우 많아서 비유로써 견줄 수 없느니라. 왜냐하면 네 천하의 7보의 탑 및 네 천하의 전신사리에게 공양하고, 아울러 네 색신 여래ㆍ지진ㆍ등정각에게 공양 올리는 것은 모두 법신을 말미암아 공양을 얻기 때문이니라.”부처님께서 다시 장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선남자나 선여인이 소천천하(小千天下)1)에 7보의 탑을 일으키고, 아울러 소천천하에 가득한 전신사리와 백(百) 색신 여래에게 공양하되 비단ㆍ꽃ㆍ양산ㆍ온갖 향으로 공양한다면, 어떠한가, 족성자여, 그 복은 많겠느냐, 많지 않겠느냐?”
수보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매우 많고 매우 많나이다. 세존이시여.”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러나 이는 선남자나 선여인이 법신의 바른 가르침을 받아 지니고 외우는 것만 못하나니, 그 복은 매우 많고 매우 많아서 비유로써 견줄 수 없느니라. 왜냐하면 소천천하의 7보의 탑에 공양을 올리고, 아울러 소천천하의 전신사리에게 공양을 올리고, 또 백 색신 여래ㆍ지진ㆍ등정각에게 공양하는 것은 모두 법신을 말미암아 공양을 얻기 때문이니라.”부처님께 다시 장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선남자나 선여인이 중천천하(中千天下)2)에 7보의 탑을 일으키고, 아울러 중천천하에 가득 찬 전신사리 및 천(千) 색신 여래ㆍ지진ㆍ등정각에게 비단ㆍ꽃ㆍ양산ㆍ온갖 향으로 이와 같은 공양을 지으면, 어떠한가, 족성자여, 그 복이 많겠는가, 많지 않겠는가?”
수보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매우 많고 매우 많나이다. 세존이시여.”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러나 이는 선남자나 선여인이 법신의 바른 가르침을 받아 지니고 외우는 것만 못하나니, 그 복은 매우 많고 매우 많아서 비유로써 견줄 수 없느니라. 왜냐하면 중천천하에 7보의 탑을 일으키고, 아울러 중천천하의 전신사리에게 공양올리고, 또 천 색신 여래에게 공양을 올림은 모두 법신을 말미암아 공양을 얻기 때문이니라.”부처님께서 다시 장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어떠하냐, 족성자여. 만일 어떤 선남자나 선여인이 대천천하(大千天下)3)에 7보의 탑을 일으키고, 아울러 대천천하의 전신사리 및 만(萬) 색신 여래ㆍ지진ㆍ등정각에게 비단ㆍ꽃ㆍ양산ㆍ온갖 향으로 이와 같이 공양한다면, 그 공덕과 복은 많겠느냐, 많지 않겠느냐?”
수보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매우 많고 매우 많나이다. 세존이시여.”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러나 이는 선남자나 선여인이 법신의 바른 가르침을 받아 지니고 외우는 것만 못하나니, 그 복과 공덕은 매우 많고 매우 많아서 비유로써 견줄 수 없느니라. 왜냐하면 대천천하에 7보의 탑을 일으키고, 아울러 대천천하의 전신사리 및 만 색신 여래ㆍ지진ㆍ등정각에게 공양함은 모두 법신을 말미암아 공양을 얻기 때문이니라.”부처님께서 다시 장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선남자나 선여인이 삼천대천천하(三千大千天下)4)에 7보의 탑을 일으키고, 아울러 삼천대천천하에 가득 찬 전신사리와 1억(億) 색신 여래ㆍ지진ㆍ등정각에게 비단ㆍ꽃ㆍ양산ㆍ온갖 향으로 공양한다면, 이와 같은 공양은 그 복과 공덕이 많겠느냐, 많지 않겠느냐?”
수보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매우 많고, 매우 많나이다. 세존이시여.”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러나 이는 선남자나 선여인이 법신의 바른 가르침을 받들어 지니고 외우는 것만 못하나니, 그 복과 공덕은 매우 많고 매우 많아서 비유로써 견줄 수 없느니라. 왜냐하면 삼천대천천하에 7보의 탑을 일으키고, 아울러 삼천대천천하에 가득 찬 전신사리와 1억 색신 여래ㆍ지진ㆍ등정각에게 공양함은 모두 법신을 말미암아 공양함을 얻기 때문이니라.”부처님께서 다시 장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어떠한가, 족성자여. 삼천대천세계(千大川世界)는 접어두고, 만일 어떤 선남자나 선여인이 한 부처님 나라로부터 백천 부처님 나라에 이르기까지 7보의 탑을 일으키고, 그 가운데에 전신사리를 채우고 다시 억백천 색신 여래에게 공양한다면, 그 복과 공덕은 많겠느냐, 많지 않겠느냐?”
수보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매우 많고 많나이다.”부처님께서 말씀하셨다.
“그러나 이는 선남자나 선여인이 법신의 바른 가르침을 받아 지니고 외우는 것만 못하나니, 그 복과 공덕은 매우 많고 매우 많아서 비유로써 견줄 수 없느니라. 왜냐하면 한 부처님 경계로부터 억백천 세계에 이르기까지 7보의 탑을 일으켜서 그 가운데에 전신사리를 채우고, 다시 억백천 색신 여래ㆍ지진ㆍ등정각에게 공양하는 것은 모두 법신을 말미암아 공양을 얻는 것이기 때문이니라.”
그때에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게송을 말씀해 주시었다.
보살이 훌륭한 방편을 행하여
형상에 따라 알맞게 교화하니
공(空)에서 식(識)에 물들지 않고
공훈 스스로 몸을 장엄하네.
무릇 공제(空際)를 다하고자 한다면
본래 없음의 관을 통달해야 하고
마음이 머물러 형상에 걸리지 않아야
올바른 관(觀)으로 스스로 깨우치네.
중생과 법계는 다르지만
나아가는 해탈은 같으니
나고 죽음의 언덕 넘어서서
다시는 있음과 없음의 식(識)이 없네.
사람은 본래 네 가지 흐름[四流:번뇌]에 물들어
네 가지 빠른 물살에 떠내려가지만
4대(大)가 각각 근본으로 돌아가면
이에 네 가지 과(果)의 증득을 이루네.
만일 다시 바른 정[正定]에 들어서
있음과 없음의 지혜를 분별하면
다함없는 법을 나타내 비추고
변재의 지혜도 걸림 없으리.
안반관(安般觀:數息觀)으로 스스로 뜻을 거두어
온갖 어지러운 상념을 일으키지 않고
온갖 맺혀 있는 뒤바뀐 마음은
지혜의 칼로써 베어버리네.
식의 상(識相)은 본래 형상 없어
미세하게 들어가서 빠짐이 없으나
행하는 바가 부사의해서
수기를 받으면 비로소 깨달음 얻네.
온갖 부처님 나라는 청정하여서
변화를 나타냄이 견줄 것 없으며
모두 올바른 법신을 말미암아
이 우뚝 높은 존귀함을 얻었네.
본무(本無)는 세 가지 도도 없고
또한 정각을 이룸도 없으니
모두 중생의 생각을 말미암아
우열의 마음이 있게 하네.
인욕은 온갖 법장(法藏)이 되고
행이 청정하여 한 점 더러움 없으며
생이 다하도록 다시 짓지 않으니
이것이 법신의 과를 말미암음이네.
여러 부처님의 행하신 바를 보고
법을 듣는 일에 싫증을 내지 않으며
온갖 사람을 교화하고 인도하니
모두 똑같은 정법(正法)의 맛이네.
이에 수없는 겁 동안에
생사의 바다를 궁구하여 다하고
청정하게 3세를 관해서
법신의 근본을 요달하네.
그때 부처님께서 이 게송을 설하실 때에 수없는 백천 중생이 모두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발하였고, 다시 5백 명의 비구와 2백5십 명의 우바새는 티끌과 더러움을 멀리 여의고 법안(法眼)의 청정함을 얻었다.
이때에 장로 수보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여래ㆍ지진ㆍ등정각께서 과거ㆍ현재ㆍ미래의 3세를 통달함에 걸림이 없으시고 신통이 청정해서 법신의 매우 깊고 미묘하심을 연설하시었나이다. 물어 여쭙고자 하오니, 오직 원하옵건대 대성인(大聖人)께서는 연민으로 돌아보고서 깨달음을 열어 주십시오.”그때에 세존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의심나는 바 있거든 지금이 바로 그때다. 여래께서 마땅히 낱낱이 분별하리라.”
그러자 수보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여래의 색신(色身)과 전신사리(全身舍利), 이 두 가지는 법성(法性)에 어떠한 차별이 있나이까?”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구나, 그대의 물음이여. 여래의 색신은 여러 가지 덕이 쌓여서 도의 가르침을 연설하여 펼침에 세 가지 업[三業]으로 하나니, 어떤 것이 셋이 되는가.
첫째는 몸으로 하는 행위가 청정하여 선하지 않음을 막고, 둘째는 입으로 하는 말이 참되고 성실해서 그르고 삿된 것을 말하지 않고, 셋째는 뜻이 오로지 도를 향할 뿐 다른 딴 생각이 없는 것이니, 이것을 소위 세 가지 업을 갖추어서 청정하게 도량에 이른다고 말하느니라.전신사리는 비록 참된 몸[眞體]이나, 이 세 가지 업을 여의어서 영원히 언교(言敎)가 없고, 다만 위신(威神)의 광명이 있어서 공경히 받들어 복을 얻을 수 있기 때문에, 이 둘 사이에 우열이 있느니라.”
그때에 장로 수보리가 다시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세 가지 업의 유무(有無)에 따라 각각 우열의 차별이 있사오나, 이른바 색신을 공양하는 것과 전신사리를 공양하는 것은 본래 법성(法性)이 똑같아서 법에 약간(若干)의 다름도 없나이다. 제가 아까 여쭈운 것은 부처님의 색신과 전신사리에 관한 것이었지, 여래의 세 가지 업의 가르침은 여쭈지 않았사온데, 어찌하여 세존께서는 세 가지 업으로써 답하시나이까? 대저 세 가지 업은 식계(識界)에 속하는 것이니, 식은 색신이 아니고 색신은 식이 아니지 않습니까?”이때에 세존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어떠한가, 족성자여. 전신사리의 광명위덕(光明威德)은 여래의 색신(色身)과 다름이 있느냐, 없느냐?”
수보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전신사리도 또한 위신과 공덕이 있어서 사람이 염(念)하는 바에 따라 각각 그 소원을 채워주고, 여래의 색신은 여러 가지 상호(相好)를 갖추었고 또한 위신의 공덕도 있어서 중생을 접하여 교화함이 끝[窮極]이 없으니, 제도하는 바가 각각 다르므로 차별이 있나이다.”부처님께서 다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어떠한가, 족성자여. 여래가 나타내는 변화는 광명을 갖추어서 시방의 한량없는 세계를 두루 채웠고, 권도의 방편으로 형상에 따라 알맞게 교화한다. 전신사리에도 또한 이와 같은 공훈이 있느냐, 없느냐?”수보리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본생계경(本生契徑)에서 설하신 바와 같나이다. 정왕(頂王) 여래ㆍ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이 12나유타 겁 동안 세상에 계시면서 교화하시다가 설법을 두루 마치시고는 곧 그 목숨을 버리셨나이다. 그리고 무여열반계에서 반열반하시면서 몸의 사리를 남겨서 세계를 두루 채워, 다시 12나유타 겁을 지나도록 세상 사람이 부처님이 살아계신 것처럼 공양했으니, 법문을 설하여서 교화하고 제도 받는 바도 또한 같았나이다. 이런 까닭에 세존이시여, 여래의 색신이나 전신사리는 서로 차별이 없나이다.”그때에 세존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정왕여래의 전신사리가 세상에 있으면서 교화하신 것이 본식(本識)이냐, 본식이 아니냐?”
수보리가 여쭈었다.
“본식이 아니옵나이다, 세존이시여. 모두 이 정왕여래의 위신(威神)이 접한 바이옵나이다.”
그때에 세존께서 수보리에게 말씀하셨다.
“그러하고 그러하느니라. 너의 말대로 이것은 정왕의 위신으로 인해 전신사리에 이 언교(言敎)가 있는 것이니라. 이런 까닭에 색신과 전신사리는 법성(法性)이 같지 않느니라.”
그때에 세존께서 수보리에게 문득 다음과 같은 게송을 말씀하셨다.
지난 세상 정왕부처님
세상에 계시면서 오래 교화했으니
12나유타 겁 동안에
법을 설해도 늘거나 준 것 없네.
두루 끝내고 멸도를 취해서
몸을 남겨서 가르침을 펴시니
제도한 바가 한량이 없어
하나를 닦아서 성불로 나아가네.
사리의 식(識)은 식이 아니고
정왕불의 위신인 까닭에
근본을 버리고 근본에 집착하지 않아서
담연(澹然)하여 무위에 들어가네.
그대 이제 비록 공(空)을 얻어
번뇌가 다하여 걸림이 없지만
여래의 경계를 분별함에는
너의 좁고 낮은 헤아림으론 안 되네.
그때에 좌상에 있던 8만 4천 여러 하늘과 인간 백성들은 부처님의 말씀하신 바를 듣고 모두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발하면서 ‘우리들이 뒤에 부처가 되었을 때에는 모두 정왕여래가 하신 교화와 다르지 않으리라’고 하였다.
그때에 수보리는 부처님을 세 번 돌고서는 땅에 엎드려 부처님 발아래 절하고 제자리로 돌아갔다.
32. 비유품(譬喩品)
그때에 세존께서 법 영락을 설하면서 법신의 복과 공덕의 한량없음을 강하시니, 좌중에 있던 5천 보살들이 곧 자리에서 일어나 땅에 엎드려 부처님의 발아래 절하고는 부처님을 세 번 돌고 나서 문득 물러가 버렸다.
그때에 존자 대목건련이 속으로 생각하였다.
‘이 5천 명의 정사(正士)가 부처님께서 말씀하신 세 가지 몸의 법보[三身法寶]를 듣고서도 받아 지니려 하지 않고 각기 물러가 버렸으니, 여기에는 반드시 헛되지 않은 까닭[緣事]이 있으리라.’그리하여 목건련은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오른쪽 어깨를 드러내고 꿇어앉아 합장한 채 부처님께 아뢰었다.
“예, 그러하나이다. 세존이시여. 이 5천의 정사(正士:보살)는 보살의 도를 닦아서 이미 여래의 깊은 법장(法藏)에 들어가 그 행이 성문(聲聞)ㆍ벽지불(辟支佛)을 초과했으면서도, 이제 세존께서 말씀하신 법 영락의 3신(身)의 깊은 뜻을 듣고도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각기 물러가 버렸나이다.”부처님께서 목건련에게 말씀하셨다.
“그만두고 그만두어라, 족성자여. 만일 어떤 선남자나 선여인으로서 이 뜻을 듣는 이는 머리가 깨져서 일곱 조각이 되고 피가 솟아서 얼굴 구멍으로부터 나올 것이니라. 왜냐하면 이 악한 사람들은 본래 수없는 아승기겁 이래로 항상 바른 법을 비방하고 욕하기를 즐겨하였기 때문이니라.”
그때에 목건련이 다시 거듭 부처님에게 여쭈었다.
“예, 그러하옵나이다. 세존이시여. 원하옵건대 비방하면 받는 죄가 얼마나 되는지 설해 주옵소서.”부처님께서 목건련에게 말씀하셨다.
“이 5천 명의 정사(正士)는 과거 항하 모래 수효의 부처님 이래로 또한 보시(布施)ㆍ지계(持戒)ㆍ인욕(忍辱)ㆍ정진(精進)ㆍ일심(一心)ㆍ지혜(智慧) 등 선권방편(善權方便)을 닦았지만, 도리어 상념의 집착을 일으키다가 뉘우치는 마음으로 여래의 처소에서 문득 퇴전(退轉)하였다. 그래서 마땅히 근고(勤苦)의 어려움을 겪을 것이며, 천 부처님이 지나가시더라도 제도하지 못할 것이니라.이 5천의 정사 중에 가장 우두머리 되는 이의 이름을 용지(勇智)라고 하는데, 비록 보살마하살의 행을 닦아서 부처되기를 구하고자 하지만 끝내 얻지 못하리라. 비유하자면 어떤 사람이 공중에다 7보로 장엄된 궁전을 짓고서 사방을 5색으로 찬란하게 꾸미고 조각 문양을 새기려는 것과 같나니, 이와 같은 것을 이 선남자나 선여인이 능히 짓겠는가, 짓지 못하겠는가?”
목건련이 부처님께 아뢰었다.
“못 하나이다, 세존이시여. 왜냐하면 허공은 형상이 없기 때문에 짓지 못하나이다.”그때에 세존께서 목건련에게 말씀하셨다.
“이 용지(勇智)보살은 광명(光明)부처님 때에 사자의 왕이었고, 나는 범지(梵志)가 되어 청정행을 닦았느니라. 당시 사자의 왕은 새벽이면 일찍이 버티고 서서 눈ㆍ귀ㆍ코 등 6처(處)를 꼼짝하지 않고 몸을 비꼬면서 문득 크게 으르렁대며 소리 질러서 달아나는 짐승은 엎드리게 하고 날짐승은 떨어지게 하였느니라. 그런 뒤에는 곧 넓은 들과 산과 못에 나아가 샅샅이 다니면서 여러 짐승들을 구하여 찾았는데, 한 코끼리 왕을 만나서 잡아먹었다가 코끼리의 넓적다리뼈가 목구멍에 걸려 죽다가 다시 살아났느니라.당시 나무참새[木雀]가 사자 앞에서 연한 벌레를 찾아서 잡아먹고 있었는데, 사자가 입을 벌리고 나무참새에게 말하였느니라.
‘나의 목에 걸린 이 뼈를 뽑아 주면, 나중에 먹을 얻어 마땅히 은혜를 갚으리라.’
나무참새가 이 말을 듣고 그 입속에 들어가서 전력을 다해 뼈를 뽑아서 내버렸다. 그 후 사자의 왕은 먹이를 구하여 온갖 짐승들을 잡아 죽였느니라. 나무참새가 그 곁에 있다가 많든 적든 은혜 갚음을 기다렸는데, 사자는 갚지 않았느니라.”
부처님께서 목건련에게 말씀하셨다.
“당시 사자의 왕은 이 게송으로 나무참새에게 답하였다.
나는 사자의 왕이 되어서
살생을 가업(家業)으로 삼아
살코기를 먹고 그 피를 마시면서
이것으로 일상의 식사를 삼노라.
너는 아직 나의 이빨의 위난(危難)에서
벗어났음을 스스로 헤아리지 못하는구나.
도리어 나의 입에서 나가게 되었거늘
이 은혜는 어찌 잊었단 말이냐.
그때에 나무참새는 다시 이 게송으로 사자에게 답하였느니라.
나는 비록 작은 새지만
진실로 죽음을 아깝게 여기지 않네.
다만 왕은 은혜를 생각 않고
말의 맹세의 무거움을 스스로 저버리네.
만일 조금이라도 너그러울 수 있어서
적으나 많으나 은혜를 받으면
목숨이 꺼지더라도 끝내 원망하지 않겠거늘
어찌 감히 꾸짖음이 있는가.
그때에 사자의 왕은 끝내 은혜를 갚지 않고 그대로 버리고 가니, 나무참새는 스스로 생각하였느니라.
‘나의 은혜가 극히 중하거늘 도리어 업신여김을 당하는구나. 이제 마땅히 뒤를 따라가서 사자를 엿보다가 이 원수를 갚지 못하면, 끝내 세상을 다니지 않고 어디서나 끝끝내 사자의 곁을 떠나지 않으리라.’어느 날 사자의 왕이 다시 여러 짐승들을 죽여서 마음껏 먹고, 배가 부른 뒤에 문득 잠이 들어서 경계하는 바가 없었다. 그때 저 나무참새가 사자에게 날아가서 그의 이마 위에 서서 있는 힘을 다해 한 눈을 쪼아서 눈을 멀게 하였다. 사자가 놀라 일어나서 좌우를 돌아보니 다른 짐승은 보이지 않고 오직 나무참새가 혼자 나무 위에 있는 것을 보았다. 그때 사자가 나무참새에게 말하였느니라.
‘너는 지금 어째서 나의 눈을 멀게 하였느냐?’
그러자 그 나무참새가 게송으로 사자의 왕에게 답하였느니라.
깊은 은혜 갚을 줄은 모르고
도리어 다시 해칠 마음을 내네.
이제 너의 한쪽 눈은 남겨 놓았으니,
이 은혜를 어찌 잊을 수 있단 말이냐.
네가 비록 짐승 중의 왕이나
나에게 복수할 길이 없구나.
이제부터는 각자의 길을 가서
다시는 상대하거나 만나지 마세.
부처님께서 목건련에게 말씀하셨다.
“그때의 사자의 왕이 어찌 다른 사람이겠느냐. 함부로 이런 관(觀)을 짓지 말라. 왜냐하면 지금의 용지보살이 그이고, 그때의 나무참새가 지금 너 마하목건련이니라. 이 정사들은 이때부터 항상 비방을 행하였고, 여래의 3신(身)의 요체를 믿지 않았으니, 이에 반드시 지옥의 어려움을 겪을 것이니라.”부처님께서 다시 목건련에게 말씀하셨다.
“가령 보살마하살로서 청정한 영락을 닦아 3신(身)의 정(定)을 얻은 이는 신족으로 유희하면서 걸리는 바가 없고, 사람의 중한 소임을 맡아 갖가지 고생을 감당하느니라. 비유하자면 허공계와 같아서 덮지 않는 바 없으니, 깨끗하고 묘한 영락의 3신(身)의 법도 또한 마찬가지라서 온갖 중생의 원하는 바를 만족시키느니라. 비유하자면 큰 바다가 깊고 넓고 청정하여서 더럽고 추악한 온갖 부정한 것을 받지 않는 것과 같으니, 보살마하살도 또한 마찬가지라서 깨끗하고 묘한 영락의 3신(身)의 법을 얻은 이는 진구(塵垢)의 속박과 집착, 뒤바뀜을 받지 않는다.비유하자면 마니 보배구슬의 광명이 두루 비추면 해와 달과 별들의 광명으로는 능히 막아 끊을 수없는 것과 같으니, 보살마하살도 또한 마찬가지라서 깨끗하고 묘한 영락의 3신의 법을 얻은 이는 5통(通) 신선(神仙)의 금하는 주문과 신약(神藥)으로도 능히 제지(制止)되지 못하느니라. 비유하자면 네 가지 도[四道]에서 수증(受證)한 것과 같아서 스스로 통혜(通慧)를 믿고 이미 5도(道)를 건넜으므로 온갖 삿된 소견이 남아 있지 않느니라.비유하자면 멸진정(滅盡定)의 사람이 본래의 행을 태워 다하는 것과 같아서 보살마하살도 나고 죽음의 뿌리를 없애고 믿음의 마음이 굳건하여 비방을 일으키지 않느니라. 비유하자면 점잖은 사람이 여의주(如意珠)를 얻으면 뜻을 따라 생각한 대로 모두 앞에 나타나듯이, 보살마하살도 또한 마찬가지라서 뜻대로의 올바른 정[如意正定]을 얻으리라.중생의 무리에서 근기가 순숙한 이를 보면 점점 가르쳐서 저마다 무위(無爲)에 이르게 해서 오히려 불퇴전 법처럼 다시는 나고 죽음에 떨어져서 물들어 집착하지 않게 하듯이, 보살마하살도 또한 마찬가지라서 비록 나고 죽음에 처할지라도 두려운 마음을 품지 않고 ‘나는 마땅히 다시 퇴전해서 나고 죽음에 있으리라’하고 말하느니라. 비유하자면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닌 사람은 훌륭하고 묘한 다섯 가지 즐거움을 가져다 보이더라도 정욕에 물들어 집착하는 마음을 내지 않듯이, 보살마하살도 또한 마찬가지라서 교화를 주선(周旋)하여 5도(道)에 두루 들어가서 알아도 집착하지 않고 상념을 일으키지 않아서, 중생을 빼내어 구제함이 측량할 수 없느니라.”
그때에 세존께서 목건련에게 게송을 말씀해 주시었다.
보살의 근본 뜻은 청정하고
마치 금강산과 같아서
세운 뜻을 허물지 못하니
수증(受證)함이 손가락 튀김과 같네.
비록 세상에서 교화를 행하지만
본식(本識)에 반연하는 상념에 집착하지 않고
모든 법을 두루 익혀서
큰 법의 깃대를 높이 세우네.
마치 두 명의 사람이
각기 재주를 가지고 있어
둘이서 공연을 벌여
각각 그 기술을 뽐내고자 하여,
수미의 네 보배산[須彌四寶山]
길이와 너비가 매우 험하고 높아
330만 하고도
6만 유순이나 되는데,
한 사람은 산꼭대기에 있으면서
손에 감로(甘露)가 담긴 병을 쥐고
한 사람은 산 밑에 있으면서
병을 들고 감로를 받네.
쏟는 이는 또한 한데로 쏟지 않고
받는 이도 또한 한 방울도 놓치지 않는다 해도
저 사람들 각각 범부로서
통혜(通慧)의 도는 아직 얻지 못함과 같네.
어떠한가, 목건련이여,
이것이 지극히 어렵지 않으냐.
비록 어려운 일이나 아주 뛰어난 것은 아니니
세 가지 법신(法身)이 매우 어렵다네.
억천만 겁으로부터
깨끗한 영락을 듣고자 해서
3신(身)의 지혜를 분별하니
이 법이 가장 어렵다네.
그대여 이제는 걱정하지 말라
이미 온갖 고통과 근심 초월해서
세 가지 법요(法要) 들었으니
스스로도 제도하고 다른 이도 제도하리.
만약 어떤 족성자가
독실이 믿으면서 법을 닦아 익히면
현세에서 여러 번뇌 다하고
신통의 노님이 자재해지며,
태어난 국토 청정하고
7보(寶)의 궁전 이루어서
여러 근(根)을 완전히 갖추며
마음은 허공과 같이 청정하리.
그때에 세존께서 목건련에게 이 품(品)을 설하실 때에 억(億) 나유타의 하늘과 사람이 모두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발하면서 태어날 국토에서 다 똑같은 모습으로 세 가지 법신(法身)을 비방함이 없기를 원하였다.
그때 목건련이 일어나서 부처님 발아래 절하고는 세 번 돌고 난 뒤에 제자리로 돌아갔다.
33. 삼세법상품(三世法相品)
그때에 세존께서 연수(軟首)보살에게 말씀하셨다.
“나는 옛적에 부처를 이루려고 공을 쌓고 행을 닦아서 스스로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을 이루었다. 나라를 버리고 아내를 버려서 영광스러운 자리를 탐내지 않았고, 온갖 부처님의 법장(法藏)을 선포해서 전례에 따라 알맞게 교화하여 제도해 해탈시켰다. 마치 의왕(醫王)이 온갖 병을 치료하여 낫게 할 적에 병의 경중(輕重)에 따라 그에 맞게 약을 쓰듯이, 만일 어떤 중생이 지금 몸이 현재에서 과거의 병을 심었다면 보살도 또한 알아서 구호하며, 혹은 다시 중생의 몸이 과거에 미래의 병을 심었다면 보살도 또한 알아서 구호하느니라.”이때에 존자 겁빈누(劫賓㝹)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떻게 선남자나 선여인이 몸이 현재에 처해 있으면서 과거의 병을 심으며, 어떻게 몸은 과거인데 미래의 병을 심으며, 어떻게 몸은 미래에 있으면서 현재의 병을 심나이까?”
그때에 세존께서 겁빈누에게 말씀하셨다.
“훌륭하고 훌륭하구나, 족성자여. 여래 앞에서 이 뜻을 물음은 많은 이로움이 있는 바로다. 왜냐하면 과거ㆍ미래ㆍ현재의 부처님께서 선포한 법장은 불사(佛事)의 부사의한 법을 베푸는 것이요, 보리수[佛樹]를 장엄하여 성불을 진행시키는 것이기 때문이니라.”
그때에 세존께서 겁빈누에게 게송을 말씀해 주시었다.
청정한 소리 유연(柔軟)하여
시방세계에 두루 울리고
모든 선근(善根)을 갖추어서
고통을 뽑아 온갖 악을 여의네.
3세(世)의 행을 분별하매
들어감도 없고 낳는 바도 없으니
여래는 모조리 관찰하는데
홀로 뛰어나 짝할 이 없네.
처음에 큰 서원의 마음 발함은
적은 수의 사람만을 위함이 아니니
뜻의 광대함이 허공과 같아서
항하 모래 수효를 제도하네.
지금 보리수의 아래 있으면서
여러 상호(相好)를 스스로 장엄해 꾸미며
온갖 외도를 항복시키고
바른 법의 가르침을 받들어 닦네.
머리에는 7각(覺)의 꽃을 이고
몸에는 참괴(慙愧)의 옷을 입었네.
평화스런 얼굴과 인욕의 마음으로
홀로 걸으니 어려움이 없네.
무서움 없음은 사자와 같아서
용맹한 지혜는 어려움이 없고
색상(色像)은 달이 처음 솟은 듯
살펴보아도 싫증이 나지 않네.
온갖 시방의 세상
모두 와서 높은 이께 공양하고
본마음의 소원에 따라
모두 해탈문으로 돌아가네.
본래 내가 발한 소원을
겁수의 기한으로 한정하지 않음은
온갖 중생을 불쌍히 여겨
감로의 법 연설하기 위함이었네.
사람 몸 구하고자 함은 어렵고
바른 법을 들어서 받아들이기도[聞受] 어렵고
중심이 되는 나라에 태어나 처하기도 어렵고
참된 사람[眞人] 만나기도 어려우니라.
호귀(豪貴)로는 믿음을 잡기 어렵고
인색하고 질투하면 보시하기 어렵고
얽히고 집착하면 수증(受證)하기 어렵고
3세를 분별하기도 어렵네.
그때에 세존께서 다시 겁빈누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선남자나 선여인이 3세의 음행ㆍ화냄ㆍ어리석음의 병을 분별하고 속박과 집착을 멀리 여의어서 다시 나고 멸함이 없으면, 신족이 자유롭고 변화가 자재하리라. 이와 같은 선남자나 선여인이 3세의 정의(定意)삼매에 들어가면, 과거ㆍ미래ㆍ현재의 모든 부처님이 행하신 바를 모조리 알아서 여러 선근의 근본이 다 앞에 나타나느니라. 모든 부처님이 8등정도(等正道)로 열반에 나아가, 모든 부처님께서 세상에 출현해서 중생을 관찰하고 근원을 궁구하여 도문(道門)인 여래의 세 가지 통달[三達]로 3세의 법을 관하여 한량없고 제한 없는 불가사의를 알게 하느니라.그리하여 혹 어떤 중생이 응당 과거의 법을 들어야 한다면 여래는 문득 과거는 멸하고 다하여 온갖 행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설하고, 혹 어떤 중생이 응당 현재의 법을 들어야 한다면 여래는 문득 현재의 바른 가르침은 속박과 집착을 멀리 여의었다고 설하고, 혹은 어떤 중생이 응당 미래의 법을 들어야 한다면 여래는 문득 미래는 나지 않아서 일어나고 멸하지 않는 법이라고 설하시느니라.”이때에 존자 겁빈누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째서 중생이 응당 과거의 법을 들어야 하는데 여래는 ‘과거는 멸진해서 온갖 행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설하시며, 어째서 중생이 응당 현재의 법을 들어야 하는데 여래는 ‘현재의 바른 가르침은 속박과 집착을 멀리 여의었다’고 설하시며, 어째서 중생이 응당 미래의 법을 들어야 하는데 여래는 ‘미래는 나지 않아서 일어나고 멸하지 않는 법이다’라고 설하시나이까?”그때에 세존께서 장로 겁빈누에게 말씀하셨다.
“살펴 듣고 살펴 들어서 잘 생각하고 잘 생각하여라.”
겁빈누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그러하겠나이다, 세존이시여. 기꺼이 듣길 원하옵나이다.”
부처님께서 장로 겁빈누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보살마하살이 3세의 한량없고 제한 없는 불가사의를 관하여 요달했다면, 이것은 벽지불이나 나한이 이를 수 있는 경지가 아니니라. 왜냐하면 여래의 행하는 바는 그들의 경계가 아니기 때문이니라.만일 어떤 보살마하살이 몸은 현재에 처하여 온갖 행을 갖추어서 응당 과거의 부처님으로부터 수기를 받아야 한다면, 문득 현재의 부처님께서 과거의 법은 멸진해서 온갖 행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설하심을 듣고서, 마음이 즉시 깨치면서 곧 수기를 얻어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의 열 가지 명호를 갖추나니, 이것을 소위 보살마하살이 몸은 현재에 처해서 응당 과거의 법을 들어야 하는데, 과거가 멸진해서 온갖 행이 일어나지 않는다고 이르느니라.”부처님께서 다시 장로 겁빈누에게 말씀하셨다.
“다시 어떤 보살마하살이 몸이 현재에 처하여 응당 현재의 법을 들어야 한다면, 현재의 부처님으로부터 수기를 받아서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의 열 가지 명호를 갖추어야 하니, 이것을 소위 보살마하살이 몸이 현재에 처하여 현재의 수기를 받아야 하는데 속박과 집착을 여의어서 나고 멸하는 상념이 없다고 이르느니라.다시 어떤 보살마하살이 몸이 현재에 처하여 응당 미래의 법을 들어야 한다면, 여래는 미래는 나지 않아서 일어나고 멸하지 않는 법이라고 설하시는데, 이때에 보살은 마음이 곧 통하고 깨쳐서 이내 수기를 얻어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의 열 가지 명호를 갖추나니, 이것을 소위 보살마하살이 몸이 현재에 처하여서 미래의 법을 설해야 하는데, 미래는 생기지 않아서 일어나고 멸하지 않는 법이라고 이르느니라.”이때에 장로 겁빈누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다만 보살마하살만이 3세의 온갖 행이 나아가는 바를 분별할 수 있나이까, 성문ㆍ벽지불에게도 또한 이 행이 있나이까?”
부처님께서 겁빈누에게 말씀하셨다.
“믿음의 경지[信地]ㆍ봄의 경지[見地]로부터 삼야삼불지(三耶三佛地)에 이르기까지 모두 3세의 한량없고 제한 없는 불가사의의 온갖 행이 나아가는 바가 있어서 문득 명호를 받느니라.”이때에 장로 겁빈누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것이 믿음의 경지ㆍ봄의 경지로부터 삼야삼불지에 이르기까지 모두 3세의 한량없고 제한 없는 불가사의의 온갖 행이 나아가는 바가 있어서 명호를 받는 것입니까?”부처님께서 장로 겁빈누에게 말씀하셨다.
“그대가 여래ㆍ지진ㆍ등정각께서 3세의 온갖 행이 나아가는 바를 분별하심을 널리 알고자 한다면, 이제 마땅히 낱낱이 그 뜻을 펴서 연설하리라. 믿음의 경지[信地], 봄의 경지[見地], 엷은 경지[薄地], 음행ㆍ화냄ㆍ어리석음이 없는 경지[無婬怒癡地]로부터, 또 수다원(須陀洹)으로부터 삼야삼불(三耶三佛)에 이르기까지 모두 다 3세의 나아가는 바를 분별하느니라. 어떻게 보살마하살이 믿음의 경지, 봄의 경지, 엷은 경지, 음행ㆍ화냄ㆍ어리석음이 없는 경지로부터 3세의 온갖 행이 나아가는 바를 분별하는가?그래서 족성자여. 만일 선남자나 선여인이 믿음의 해탈로써 근(根)ㆍ력(力)ㆍ각의(覺意)ㆍ8진행선(眞行善)을 얻으면, 어떤 때는 성취하고 어떤 때는 성취하지 못하는데, 이와 같은 무리의 사람이 성인의 경지[聖地]에 있기도 하고 혹은 범부의 경지[凡夫地]에 있기도 하면서 불퇴전(不退轉)으로부터 일생보처(一生補處)에까지 이른다. 이것을 소위 보살마하살이 범부를 영원히 여의고 여래의 수기를 받는다고 이르느니라.이것을 족성자여, 보살마하살이 믿음의 경지, 엷은 경지, 음행ㆍ화냄ㆍ어리석음이 없는 경지로부터 각각 구별이 있다고 이르느니라.”
이때에 장로 겁빈누가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어떤 것이 보살마하살이 믿음의 경지로부터 음행ㆍ화냄ㆍ어리석음이 없는 경지에 이르기까지 성인의 경지에 있기도 하고 혹은 범부의 경지에 있기도 하는 것입니까?”부처님께서 장로 겁빈누에게 말씀하셨다.
“만일 어떤 선남자나 선여인이 처음 뜻을 발하면서부터 위없는 도[無上道]를 구한다면, 몸이 현재에 처하여 과거의 법을 듣는데 문득 믿고 즐기지 않고 버리고 떠나간다. 왜냐하면 본래 믿고 즐겨함이 없어서 의심이 있는 탓에 중도에서 물러나 구경(究竟)에 이르지 못하기 때문이다.그때에 마군 파순(波旬)이 곧 그 틈을 타고 부처의 형상[佛像]으로 변화하여 보살이 있는 곳으로 가서 보살에게 권하여 말을 한다.
‘선남자여, 알지 못하는가. 내가 전에 설한 바는 지금 설하는 바와 같지 않다. 그대는 응당 미래의 법을 들어서 응당 수기를 얻어야 하는데, 이제 내가 설한 과거의 법을 듣고서 그 공만 애쓸 뿐 과보를 이루지 않으니, 그대는 어찌하여 빨리 본래의 뜻을 버리고 다시 큰 서원을 발한 뒤에 곧 위없는 등정각을 이루지 않는가.’보살이 이 말을 듣고 나서 마음에 망설이는 생각을 품고 문득 퇴전(退轉)하여 범부의 경지에 있으면, 이것을 소위 보살마하살이 3세의 법에서 위없는 바르고 참된 등정각을 얻지 못한다고 이르느니라.”
부처님께서 다시 장로 겁빈누에게 말씀하셨다.
“어떻게 하는 것이 보살마하살이 3세의 온갖 행이 나아가는 바를 분별하고 성인의 경지에 굳건히 머물러서 불퇴전하는 것인가?족성자여, 만일 어떤 보살마하살이 믿음의 경지로부터 음행ㆍ화냄ㆍ어리석음이 없는 경지에 이르기까지 몸이 현재에 처하여 과거 법의 온갖 행이 나아가는 바를 듣고서 의심하지 않고 논란하지 않고 두려움이 없다면, 마음이 곧 열리고 풀리면서 확연하게 크게 깨쳐서 문득 여래가 그의 명호를 수여함을 듣고는 마땅히 위없는 바르고 참된 등정각을 이룰 것이니라. 이때에 마군 파순은 부처의 형상으로 변화하여 보살이 있는 곳에 와서 보살에게 말한다.
‘선남자여, 알지 못하는가. 내가 전에 설한 것은 지금 설하는 바가 아니다. 만일 능히 변하고 뉘우쳐서 나의 가르침을 따르는 자라면 문득 위없는 바르고 참된 등정각을 이루리라.’보살이 이 말을 듣고 드디어 기뻐하는 마음으로 ‘파순이 부처의 형상으로 변화하여 내게 와서 나의 뜻을 막으려고 하는구나’라고 하면서 마음을 금강같이 해서 허물지 않으니, 이와 같은 선남자나 선여인은 범부의 경지를 여의고 항상 성인의 경지에 있다. 이것을 소위 보살마하살이 과거의 법을 듣고서 마음이 불퇴전한다고 이르느니라.”부처님께서 다시 장로 겁빈누에게 말씀하셨다.
“너의 물음대로 수다원으로부터 삼야삼불에 이르기까지 3세의 온갖 행이 나아가는 바를 분별하여 범부의 경지에 있기도 하고 혹은 성인의 경지에 있기도 한다. 그래서 족성자여, 만일 어떤 선남자나 선여인이 현재의 몸으로 과거의 법을 들으면 응당 과거로부터 신해(信解)를 얻을 것인데, 도리어 다음과 같이 파순이 설하는 삿된 길을 좇는다.
‘선남자야, 알지 못하는가. 과거는 이미 멸하여서 온갖 행이 근본이 없고, 시방세계는 비고 고요하여 형상도 없다. 어찌하여 방편을 구하여 큰 서원의 마음을 발하지 않는가. 이와 같은 수행하는 자는 오래지 않아 부처를 얻으리라.’보살이 이 말을 듣고 문득 망설이는 마음을 품고 ‘내가 지금 행하는 바가 장차 이렇지 않을까’ 하고는 곧 본래의 서원을 버리고 보살행에서 물러나 바야흐로 마군의 언교(言敎)를 닦아 익히려고 하니, 이것을 소위 보살마하살이 과거의 법에서 문득 퇴전한다고 이르느니라.”부처님께서 다시 장로 겁빈누에게 말씀하셨다.
“너의 물음대로 보살마하살로서 이미 성인의 경지를 얻고 범부의 경지를 여읜 자는 잘 생각하고 생각하여라. 그래 족성자여, 마치 어떤 사람이 몸이 현재에 처하여 과거의 법을 듣는 것과 같아서 마음이 두렵지 않고 의심나는 바도 없으리라. 그러나 파순이 다시 와서 보살의 뜻을 꺾어버리는 말을 하길 ‘내가 설한 바는 권도와 속임수를 합한 것으로서 진실한 법은 아니니, 그대가 지금 예전의 본심을 버리고 다시 위없는 지진 등정각을 발하면, 오래지 않아 바로 여래의 도를 이룰 것이니라’라고 한다.이에 보살이 이 말을 듣고 마음으로 스스로 생각하길 ‘나는 이미 수기를 받아서 위없는 도에 있다. 지금 이것은 부처가 아니라 마군 파순이로다’라 하고는 문득 버리고 가서 종사하지 않으면, 이것을 소위 보살마하살이 범부의 경지를 여의고 성인의 경지에 굳건히 머물러 있다고 이르느니라.”
그때에 세존께서 겁빈누에게 게송을 말씀해 주시었다.
여래 등정각은
3세의 공(空)을 분별해서
온갖 속박과 집착을 영원히 여의고
곧 성현의 경지에 응하네.
여래가 그 수기를 주어서
국토와 명호를 일컫고,
마군에게 무너지지 않으니
능히 마음에 동요함이 없네.
억백천 겁으로부터
정의(定意)가 어지럽지 않아
자연히 깨달음을 얻어서
곧 여래의 지혜에 응하네.
8등정진(等正眞)의 도는
갖가지 고액(苦厄)을 건져 주고
갖가지 재물과 보배에 연연치 않고
항상 신명(身命)과 더불어 다투네.
그때에 세존께서 겁빈누에게 이 게송을 말씀하시고 나니, 당시 좌상에 있던 7억 중생이 3세(世)의 평등한 정법의 언교(言敎)를 설함을 듣고서는 위없는 참된 도의 뜻[無上正眞道意]을 모두 발하였다.
그때에 좌상에 있던 한량없는 중생이 마음이 아직 깨닫지 못해서 저마다 의심을 품고 속으로 생각하였다.
‘오늘 여래께서 말씀하신 언교는 3세의 법을 연설하셨는데, 수기를 받아 부처를 이룸에 각각 앞뒤가 있으니, 시방의 여러 부처님도 또한 마땅히 이 3세의 법을 말씀하시지 않겠는가?’그때에 세존께서 모인 이들의 마음속 생각을 아시고는 문득 눈썹사이의 상호[眉間相]에서 광명을 놓아서 시방의 한량없는 항하 모래 수효의 찰토를 널리 비추시니, 낱낱 광명에 백천억 항하 모래 수효의 찰토가 있고, 낱낱 찰토에 백천의 연꽃이 있고, 낱낱 연꽃에 백천억 마니 구슬(摩尼珠)이 있고, 낱낱 마니주 구슬은 백천억 7보(寶)로 장엄된 강당(講堂)을 나타내고, 낱낱 강당에는 백천억 7보로 된 높은 좌석이 있고, 낱낱 높은 좌석에는 백천억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이 계셨는데, 낱낱 부처님이 모두 보살의 3세의 온갖 행이 나아가는 6바라밀을 말씀하셨다.그때에 대중이 모두 시방 한량없는 세계의 기이하고 특별한 변화를 보고는 전에 없던 일이라고 찬탄하면서 각각 부처님께 아뢰었다.
“세존이시여, 매우 기이하고 매우 특수하나이다. 전에 보지 못하던 것이요, 전에 듣지 못하던 것이옵나이다. 오늘 여래ㆍ지진ㆍ등정각께서 이 광명을 놓으시었으므로 모든 부처님이 행하시는 법칙을 널리 보았나이다. 혹은 중생이 여래 앞에서 수기를 받는 것도 보았으며, 혹은 중생이 법을 듣고 받아들이는 것도 보았으며, 혹은 중생이 32상(相)ㆍ80종호(種好)로 몸을 장엄하게 됨을 보았나이다.”이와 같이 모인 이들의 보는 바는 같지 않았으니, 온갖 시방의 여러 부처님 세계에 공양을 일으켜서 향ㆍ꽃ㆍ비단으로 삼천대천세계를 두루 채웠다.
그때에 세존께서 중생들의 마음속 생각을 관찰하시고서 다시 신족(神足)으로 시방의 한량없는 세계를 감동시켰다. 그리고는 온갖 여래ㆍ지진ㆍ등정각을 청하여 3세의 평등한 바른 법을 연설하시게 하였다.
여기서 동쪽으로 여덟 항하 모래 수효를 가면 부처님 나라가 있으니, 그 이름은 사유(思惟)이고, 부처님의 이름은 무념(無念) 여래ㆍ지진ㆍ등정각으로서 열 가지 명호를 갖추셨다. 한 번 결가부좌하고 앉으면 삼천대천세계를 두루 채웠는데, 즉시 대중에게 게송을 말씀하셨다.
과거에 온갖 행의 갈래에서
나고 멸함의 근본을 보지 않아서
해탈하여 응당 수기를 받아
곧 성현의 경지에 응하네.
법성(法性)은 온갖 유(有)를 여의어서
3세의 번뇌를 짓지 않고
용맹함으로 온갖 행을 초월하여
꽃처럼 자연히 피네.
여래가 가르침 나타내어
형상 있는 종류를 널리 윤택케 하니
청정하기는 밝은 구슬과 같고
마음의 견고함은 수미산과 같네.
여러 부처님 공덕을 갖추고
온갖 갱락(更樂)을 영원히 여의어
욕심과 애착을 막고 방비해서
자연히 물드는 바가 없네.
불법(佛法)은 실로 매우 뛰어나
2승이 미치지 못하고
권도의 지혜로 온갖 변화 나타내
5분법신(分法身)을 갖추네.
나도 또한 스승에게 받은 바 없고
유위(有爲)의 배움을 따르지 않아서
감로의 못에 목욕하고
해탈로 몸을 장엄하네.
여기서 남쪽으로 여덟 항하 모래 수효를 지나가면 부처님 나라가 있으니, 그 이름은 장엄(莊嚴)이요, 부처님의 이름은 엄정(嚴淨) 여래ㆍ지진ㆍ등정각으로서 열 가지 명호를 갖추셨다. 한 번 결가부좌하고 앉으면 삼천대천세계에 두루 찼으니, 대중 속에 계시면서 게송을 말씀하셨다.
오늘 시방의 부처님
신족의 변화를 널리 나타내서
각기 3세의 근본을 말씀하여
여래의 업을 궁구해 다했네.
한 모습[一相]은 본래 형상이 없어
깊이 들어가면 변제(邊際)가 없네.
법으로써 강(講)하여 사람에게 주니
허공처럼 염(念)하는 바 없네.
법고(法鼓)로 대천세계를 진동하고
10선(善)의 공덕을 갖춰서
하열(下劣)한 사람을 건져내
영원히 생사의 바다를 여의게 하네.
모든 부처님 나타내신
변화는 헤아릴 수 없기 때문에
인연이 도과를 이루어서
곧 성현의 경지에 응하네.
시방의 찰토에서 모여와
각각 3세의 법을 설하고
자연히 바른 법에 미쳐서
정의(定意)가 나타나 앞에 있네.
낱낱의 모든 털구멍에서
백천의 광명을 놓으셔서
온갖 도의 가르침 연설하여
3독(毒)의 근본을 소멸시키네.
여기서 서쪽으로 여덟 강하 모래 수효를 지나면 부처님 국토가 있으니, 그 이름은 정부정(淨復淨)이요, 부처님의 이름은 월정(越淨) 여래ㆍ지진ㆍ등정각으로서 열 가지 명호를 갖추셨다. 한 번 결가부좌하고 앉으시면 삼천대천세계에 두루 가득 찼으니, 대중 가운데 계시면서 게송을 말씀하셨다.
중생의 성품은 약간(若干)도
해탈의 지혜를 관하지 않고
3세의 법에 언제나 머물러
일어나고 멸함이 법의 성품 같네.
성현은 정(定)에 들어가 관해서
12인연을 분별하시며
일곱 곳에서 세 가지 법을 관해
다 진여의 성품으로 돌아가네.
하늘에 태어나길 원하거나 즐겨하지 않고
또한 법을 요행(僥倖)하지도 않으니
이는 3세를 밝히기 위한 것으로
늘 착한 벗 택하기를 생각하네.
복을 심어서 밝음을 지혜로 삼아
가장 제1의(第一義)가 되어서
있다, 없다는 상념을 분별하므로
그 까닭에 인중존(人中尊)이라 호칭하네.
모든 법에는 각각 성품 있고
행하는 바 모조리 공으로 돌아가
마치 사람이 허공을 측량하는 것처럼
먼저 반드시 몸을 분별하라.
여래의 얼굴 쳐다보니
모든 법이 자체로 구족하여
입으로 여덟 가지 소리를 연설하시며
사람을 제도함이 한량없네.여기서 북쪽으로 여덟 항하 모래 수효를 지나가면 부처님 나라가 있으니, 그 이름은 화성(化城)이요, 부처님의 이름은 무염(無染) 여래ㆍ지진ㆍ등정각으로서 열 가지 명호를 갖추셨다. 한 번 결가부좌하고 앉으시면 삼천대천세계에 두루 가득 찼으니, 대중에게 게송을 말씀하셨다.
4대(大)는 성품이 없어
스스로 생겨났다 자연히 멸하네.
나는 저 인연 짓지 않아서
사물마다 있는 바가 없네.
집착이 없어 해탈을 선포하고
이끌고 당겨서 감로를 보이며
사람이 본래 원한 바를 따라서
저마다 과증(果證)을 얻게 하네.
나는 옛적에 보시를 행해
시방세계를 거느리고
7각지(覺支)의 스스로 그러한 보배로
온갖 사람에게 가득 채워줬네.
머물러서 중생을 교화하며
네 가지 무상(無想)을 염(念)하지 않고
여덟 가지 한가하지 못함[八不閑]을 길이 여의고
항상 성현과 더불어서 함께하네.
본래 세 가지 통달한 지혜로부터
이 3세의 지혜를 듣고
지금 세 가지 번뇌[塵垢] 여의어서
3세의 부처님께 수기를 받네.
보시를 행함을 후회한 적이 없고
뜻을 오로지 하여 뒤바뀜을 여의니
여러 삿된 길에 있는 이에게
바른 도를 보여 주네.
여기서 동북쪽으로 여덟 항하 모래 수효를 지나가면 부처님 나라가 있으니, 그 이름은 인혜(忍慧)요 부처님의 이름은 향진(香眞) 여래ㆍ지진ㆍ등정각으로서 열 가지 명호를 갖추셨다. 한 번 결가부좌하고 앉으시면 삼천대천세계에 가득 찼으니, 대중에게 게송을 말씀하셨다.
법성(法性)은 자연히 생겨나지만
형상이 없으매 볼 수가 없고
성인의 금하는 계율 익히는데
수없이 많아 헤아릴 수 없네.
머묾은 본래 머묾이 없고
찾아보아도 본래 형상 없어서
너무나 깊어 측량하기 어려워야
비로소 응당 성인의 경지에 있으리.
현재의 법 분별하여
공(空)ㆍ무상(無想)에 물들지 않고
과거의 생(生)이 이미 다하여
3세의 근심을 여의게 되네.
몸은 온갖 근심의 그릇이 되고
갖가지 깨끗하지 못한 것이 새어나오니
능히 이를 버리고 바른 지혜에 들어가면
무위의 도에 차츰 이르리라.
뜻을 바로 세우니 삿됨에 물들지 않고
대도(大道)의 마음을 버리지 않으니
마음이 깨끗하기는 정련된 금과 같아
도에 나아감도 또한 어렵지 않네.
사람이 5도(道)에 태어나
내면적으로 분별하여 관(觀)할지니
3세 어디로부터 사람으로 하여금
어리석음과 미혹을 품게 하였는가.
여기서 동남쪽으로 여덟 강하 모래 수효를 지나가면 부처님의 나라가 있으니, 그 이름은 현성보집(賢聖普集)이요, 부처님의 이름은 관세고(觀世苦) 여래ㆍ지진ㆍ등정각으로서 열 가지 명호를 갖추셨다. 한 번 결가부좌하고 앉으시면 삼천대천세계에 두루 가득 찼으니, 대중 가운데에 계시면서 게송을 말씀하셨다.
모든 부처님은 일체 3세의
공(空)과 무상(無相)을 관하여
지혜로 애욕의 근본을 끊고
곧 성현의 경지에 응하네.
뜻을 세워 부지런히 고행하고
항하 모래 수효의 부처님을 공양하며
일체의 지혜를 모두 갖추니
그 까닭에 인중존이라 호칭하네.
믿음은 감로의 법이 되고
두 소견의 마음을 내지 않으니
대중에 있으면 사자와 같아서
설하는 바가 시방을 진동하네.
생사의 온갖 더러움과 탁함
근본을 찾을 수 없으니
3세의 근심을 요달해서
여래의 법률에 가까이하네.
무릇 불도를 구하고자 하면
지혜의 보배가 으뜸이 되니
이로써 의심의 숲을 불태워 버리면
자연히 염(念)하는 바가 없으리.
부처님이 한량없는 경계에 노닐면서
지혜의 빛으로 비추는 바는
온갖 법을 정화해 없애서
3세의 행을 분별하네.
여기서 서남쪽으로 여덟 강하 모래 수효를 지나가면 부처님 나라가 있으니, 그 이름은 무량장(無量莊)이고 부처님의 이름은 인혜(忍慧) 여래ㆍ지진ㆍ등정각으로서 열 가지 명호를 갖추셨다. 한 번 결가부좌하고 앉으시면 삼천대천세계에 두루 가득 찼으니, 대중 가운데 계시면서 게송을 말씀하셨다.
온갖 법의 근본을 염지(念持)해서
반연하는 상념을 무너뜨릴 수 없으니
행이 자연히 견고해지면
응당 성인의 경지에 있으리라.
여러 부처님 방편을 행해
덕훈(德訓)으로 중생을 교화하고
보살은 큰 서원 닦으니
4등심(等心)은 늘고 주는 바 없네.
증상무위의 도[增上無爲道]는
청정하여 물드는 바 없고
지혜의 구름 두루 펴서
3세의 근심을 소멸하네.
성현이 세상에 있으면서 교화하여
지관(止觀)의 법을 닦게 하고
낱낱이 지혜를 분별하여
곧 성현의 도에 응하네.
3세의 본성은 공해서
염상(念想)이 부사의하고
나고 멸함이 다시 서로 일어남은
정(定)에 들어야 비로소 없애게 되네.
삼계의 유(有)에 집착하지 않고
그리하면 곧 다함없음을 얻어
사람을 위해 위의(威儀)를 펴서
영원히 편안한 곳을 얻게 하네.
여기서 서북쪽으로 여덟 강하 모래 수효를 지나가면 부처님 나라가 있으니, 그 이름은 현선(賢善)이요, 부처님의 이름은 현유(賢柔) 여래ㆍ지진ㆍ등정각으로서 열 가지 명호를 갖추셨다. 한 번 결가부좌하고 앉으시면 삼천대천세계에 두루 가득 찼으니, 대중 가운데에 계시면서 게송을 말씀하셨다.
여래께서 권도의 지혜[權慧] 나타내시어
시방의 세계를 통솔하시니
3세의 공을 분별하시면서
곧 성현의 행에 응하네.
법계는 가히 헤아리지 못해
허공과 같아서 다함이 없네.
부처님의 정법인(定法忍)을 얻으면
두 소견의 마음이 안 일어나네.
나는 옛 적에 수기를 받아서
안팎의 공을 분별했으니
이제 스스로 정각 이루어서
3세의 고통을 여의게 되었네.
여래의 장광설(長廣舌)은
백 가지 복으로 스스로 장엄하고
사상(思想)의 마음을 없애어
지극정성으로 두 업[二業]이 없네.
부처님은 온갖 행의 근본으로서
열두 문(門)을 연설하시어 창달하고
뜻을 쉬어서 도의 자취 이루어
다시는 5도(道)를 말미암지 않네.
마치 허공을 쳐다보고 쏘는 것 같아
세력이 다하면 도로 다시 떨어지니,
3세의 법을 선포해 창달함은
한량없어 다함이 없네.
여기서 위쪽[上]으로 여덟 강하 모래 수효를 지나가면 부처님 나라가 있으니, 그 이름은 길상(吉祥)이요, 부처님의 이름은 행진(行盡) 여래ㆍ지진ㆍ등정각으로서 열 가지 명호를 갖추었다. 한 번 결가부좌하고 앉으시면 삼천대천세계에 두루 가득 찼으니, 대중 가운데에 계시면서 게송을 말씀하셨다.
지난 세상의 여러 성현들이
바르고 참된 경전을 반포하니
명색(名色)의 법에 물들지 않아서
곧 성현의 율(律)에 응하네.
보살이 본래 뜻을 발해서
위로 여래의 가르침을 닦지만
깊은 법은 늘고 줌이 없고
해탈하는 사람을 보지 않네.
한량없는 세계를 환하게 들어서[徹廳]
중생의 근기를 분별하고
전일(專一)하게 하나만을 사유해서
유(有)와 무(無)의 법을 성취하네.
상(相) 없음은 상을 둠이 아니니
3세의 식을 염(念)하지 않고
있는 것은 본래 없는 것임을 관하여 요달하니
인중존(人中尊)의 호칭을 얻네.
온갖 여러 법의 근본은
인연이 합해서 모여 이루어지고
형상 없는 법을 사유하니
비고 고요하여 본래 형상 없네.
10주(住) 도지(道地)의 법은
심념(心念)이 불퇴전하니
일행(一行)으로 정각 이루면
다시 나고 죽고 늙음 없네.
여기서 아래쪽[下]으로 여덟 강하 모래 수효를 지나가면 부처님 나라가 있으니, 그 이름은 극심(極深)이요, 부처님의 이름은 보취(寶聚) 여래ㆍ지진(至眞)ㆍ등정각(等正覺)ㆍ명행성위(明行成爲)ㆍ선서(善逝)ㆍ세간해(世間解)ㆍ무상사(無上士)ㆍ도법어(道法御)ㆍ천인사(天人師)ㆍ불세존(佛世尊)이셨다. 한 번 결가부좌하고 앉으시면 삼천대천세계에 두루 가득 찼으니, 대중 가운데 계시면서 게송을 말씀하셨다.
인(忍)ㆍ지(智)로 도과(道果)를 닦아
3세의 근본을 영원히 여의고
스스로를 깨끗이 하고 남도 깨끗이 하니
바로 성현의 법에 응하네.
위없는 도를 설하여
주선(周旋)함에 정해진 곳이 없이
권도를 잡아서 온갖 행을 다하여
사람을 제도함에 게으름 없네.
성현을 만나는 즐거움
법을 듣고서 믿고 받아들이는 즐거움
사람을 제도해 번뇌를 끊는 즐거움
열반으로 영원히 고요한 즐거움.
나의 행은 삼계를 지나가고
악한 과보의 업을 멀리 여의어
선지식을 친할 수 있어서
법을 들으매 날로 이익이 늘어가네.
삼계 밖으로 초월해서
신족으로 허공에 노닐고
형상 없는데도 형상을 둔다면
어리석은 이의 닦아 익힘일세.
6바라밀의 대승법은
자기를 잊고 만물을 다하여
10주(住)의 경지에 오르게 되니
그 까닭에 불쌍히 여겨 다시 와서 교화하네.
그때에 장로 겁빈누(劫賓㝹)가 시방의 부처님께서 설하신 3세의 법의 온갖 행이 나아가는 바를 듣고서 마음이 열리고 뜻이 풀리면서 확연히 대오(大悟)하였다. 그가 곧 자리에서 일어나 땅에 엎드려서 부처님 발아래 절하고는 제자리로 돌아갔다.
그때 한량없는 수의 온갖 하늘과 인간 백성과 하늘, 용, 귀신(鬼神), 건달바[龍畓和], 아수라(阿修羅), 가루라(迦留羅), 전다라(旃陀羅), 마후라가[摩休勒] 등 사람과 사람 아닌 것들이 모두 위없는 바르고 참된 도의 뜻을 발하였다.다시 수없는 여러 하늘과 인간 백성이 부처님께서 3세 법의 근본을 연설하심을 듣고서는 모두가 부처님의 덕과 깊은 뜻은 한량이 없고, 모든 부처님의 법신은 막거나 헐 수 없으며, 또한 나한이나 벽지불이 미칠 바 아님을 찬탄하였다.
이때에 모인 이들이 다 몸 안에서 안팎의 3세를 분별하고, 도량에 나아가서 불퇴전에 미칠 것을 원하고 즐겨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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