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대장경 법원주림(法苑珠林) 66권
법원주림 제66권
서명사 사문 석도세 지음
송성수 번역
77. 원고편(怨苦篇)①[여기에는 7부가 있다.]
술의부(述意部) 상도부(傷悼部) 오음부(五陰部)
팔고부(八苦部) 잡난부(雜難部) 충우부(蟲㝢部)
지옥부(地獄部)
(1) 술의부(述意部)
삼계(三界)에서 수레바퀴처럼 돌아다니고 6도(道)에서 부평초처럼 옮겨 다니지만, 신명(神明)은 없어지지 않고 식려(識慮)는 드러나지 않고 유지하되 잠깐 죽었다 잠깐 나며, 때로 왔다가 때로 가면서 몸과 목숨을 버리는 것은 풀잎의 산가지로도 헤아리기 어렵도다.
생각하면 대지의 언덕과 구덩이가 나의 옛 몸이 아닌 것이 없고, 큰 바다와 시내의 흐름이 다 내 눈물과 피와 같나니, 이로써 관찰하면 누가 친우가 아니겠는가? 사람과 귀신은 비록 다르나 나고 죽음은 본래 같나니, 은애(恩愛)의 정은 언제나 그림자나 메아리와 같다. 그런데 모든 삿된 사람은 어리석어 친하고 성김을 분별하지 못하고, 드디어는 남의 몸을 죽여 내 목숨을 기르면서 서로 잡고 베어 다 함께 원한을 맺음으로써 여러 겁(劫)으로 원수가 되어 괴로움의 갚음이 끝나기 어렵도다. 고요히 이 일을 생각하면 어찌 마음 아프지 않는가?
(2) 상도부(傷悼部)
『중아함경』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중생은 시작이 없는 생사의 긴 밤에 윤회하면서 괴로움의 근본 끝을 알지 못한다. 비구들아, 어떻게 생각하느냐? 이 대지의 모든 초목을 사지(四指)만큼 잘라 산가지로 만들어 너희들이 긴 밤 동안 생사에 윤회하면서 의지한 부모의 수를 센다면
그 부모의 수도 다 알 수 없을 것이다. 비구들아, 이와 같이 시작이 없는 생사의 긴 밤 동안 윤회하기 때문에 그 괴로움의 근본 끝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
또 부처님께서는 비구들에게 말씀하셨다.
‘너희들이 생사에 윤회하면서 마신 그 부모의 젖은 저 항하(恒河) 및 4대해(大海)의 물보다도 많다. 왜냐 하면, 너희들이 긴 밤 동안, 혹은 코끼리로 태어나 마신 그 어미의 젖도 무량하고, 혹은 낙타ㆍ말ㆍ소ㆍ나귀 등 모든 짐승으로 태어나 마신 그 어미의 젖도 무량하기 때문이다. 너희들이 긴 밤 동안 무덤에 버려져 흘린 그 고름과 피도 또한 그러하며, 혹은 지옥ㆍ축생ㆍ아귀 등에 떨어져 흘린 고름과 피도 또한 그와 같으니라.’
부처님께서는 또 말씀하셨다.
‘비구들아, 너희들이 긴 밤 동안 생사에 윤회하면서 흘린 몸의 피는 매우 많고 무수하여 항하와 4대하의 물보다 많다. 너희들이 긴 밤 동안, 혹은 코끼리로 태어나 귀ㆍ코ㆍ머리ㆍ꼬리ㆍ네 발을 베여 흘린 그 피는 무량하며, 혹은 말ㆍ낙타ㆍ나귀ㆍ소 등으로 태어나 귀ㆍ코ㆍ머리ㆍ말 등이 끊기어 흘린 그 피는 무량하다. 죽은 뒤에는 그 몸이 무덤에 버려져 흘린 고름과 피도 또한 그와 같다. 혹은 긴 밤 동안 생사에 윤회하면서 부모ㆍ형제ㆍ자매ㆍ종친ㆍ친지 등을 잃고, 혹은 재산을 잃어 그 때문에 흘린 눈물도 매우 많고 무량하여 4대해의 물보다 많으니라.’
부처님께서는 또 말씀하셨다.
‘비구들아, 너희들은 어떤 중생이 안온하고 즐겁게 지내는 것을 보거든 이렇게 생각하라.
≺우리도 긴 밤 동안 생사에 윤회하면서 저런 쾌락을 누려 그 수는 무량하다.≻
또 어떤 중생이 심한
고통을 받는 것을 보거든 너희들은 이렇게 생각하라.
≺우리도 긴 밤 동안 생사에 윤회하면서 일찍이 저런 고통을 무수히 받았다.≻
혹은 어떤 중생이 큰 공포를 느껴 온몸의 털이 일어서는 것을 보거든 이렇게 생각하라.
≺우리도 과거에 살생함으로써 상해를 받았고, 또 악지식 때문에 생사의 긴 밤 동안 윤회하면서도 그 고통의 근본 끝을 알지 못했다.≻
서로 사랑하고 기뻐하는 중생을 보거든 이렇게 생각하라.
≺우리도 반드시 우리의 부모ㆍ형제ㆍ처자ㆍ친척ㆍ스승과 벗 등을 위해 저렇게 긴 밤 동안 생사에 윤회하면서 무명에 덮이고 애욕에 그 목을 매여 긴 밤 동안 윤회하면서도 그 고통의 근본 끝을 알지 못했다.≻
그러므로 비구들아, 부디 이런 줄 알고 정근(精勤)의 방편으로 4대(大)를 끊어 더 자라게 하지 말지니라.’
그리고 세존께서는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한 사람이 1겁(劫) 동안
그 몸의 뼈를 쌓되
항상 쌓아 안 썩으면
비부라산(毘富羅山) 같으리라.
만일 성인의 제자들이
바른 지혜로 진리를 보아
고통과 그 원인을 알면
고통을 떠나 적멸을 얻으리니
8정도(正道)를 닦아 익혀
열반으로 향하여라.
심지어 8유(有)에서
천상 인간 왕래하며
일체 번뇌 다 없애면
고통의 그 끝을 보리.
부처님께서는 또 말씀하셨다.
‘비구들아, 중생들은 긴 밤 동안 생사에 윤회하면서 고통의 그 근본 끝을 알지 못하여 어디에도 나지도 않고 죽지도 않는 자가 없는 것이다. 이와 같이 시작이 없는 생사에 윤회하면서 고통의 그 근본 끝을 알지 못하여 어디에도 부모ㆍ형제ㆍ처자ㆍ권속ㆍ종친ㆍ사장(師長) 등이 없는 곳이 없느니라.
비유하면 큰 빗방울의 거품이 한 번 생기고 한 번 사라지는 것처럼, 이 중생들도 무명에 덮이고 애욕에 그 목이 매이어
긴 밤 동안 윤회하면서 고통의 맨 끝을 알지 못한다. 또 비유하면 온 하늘에서 큰비를 내려 쏟을 때 동서남북 어디에도 끊어짐이 없는 것처럼, 이와 같이 사방의 무량한 국토와 겁은 무너지느니라. 또 하늘의 비가 온 천하에 두루 내려 끊어지는 곳이 없는 것처럼, 긴 밤 동안 윤회하면서 고통의 맨 끝을 알지 못한다. 또 비유하면 지팡이를 공중에 던질 때, 혹은 그 머리가 먼저 땅에 떨어지고, 혹은 꼬리가 먼저 땅에 떨어지며, 혹은 중간이 먼저 땅에 떨어지는 것처럼, 이와 같이 처음 없는 생사에서 긴 밤 동안 윤회할 때, 혹은 지옥에 떨어지고, 혹은 축생에 떨어지며, 혹은 아귀에 떨어지느니라.’”
또 『증일아함경』에서 말하였다.
“그 때 삼십삼천의 어떤 천자(天子)의 몸에 다섯 종류의 죽음의 상(相)이 나타났다. 첫째는 화관(華冠)이 저절로 시들고, 둘째는 옷에 때가 묻으며, 셋째는 겨드랑이 밑에 땀이 흐르고, 넷째는 본래의 자리를 싫어하며, 다섯째는 옥녀(玉女)가 상대하지 않는 것이다. 그래서 천자는 고민하면서 가슴을 치고 탄식했다. 그 때 석제환인(석제천)은 한 천자에게 물었다.
‘무슨 소리가 여기까지 들리느냐?’
이 천자는 그 까닭을 다 설명했다. 그래서 석제환인은 직접 가서 그 천자에게 물었다.
‘너는 무엇 때문에 그처럼 고민하느냐?’
천자는 답하였다.
‘존자님, 어떻게 고민하지 않겠습니까? 제 목숨이 끊어지려고 다섯 종류의 괴상한 징조가 나타났습니다. 이제는 이 7보의 궁전도 다 잃을 것이요, 또 5백 명 미인들도 다 흩어질 것이니, 제가 먹는 감로(甘露)도 아무 맛이 없습니다.’
이때 석제환인은 그 천자에게 말하였다.
‘너는 왜 여래의 다음 게송을 듣지 못했느냐?
모든 행은 무상하여
나면 반드시 죽는 것이라
나지 않으면 죽지 않나니
이 적멸이 가장 즐겁다.
너는 왜 그처럼 고민하느냐? 모든 행은
무상한 것이다. 아무리 그것을 유상(有常)하게 하려 해도 되지 않는 것이다.’
천자는 말하였다.
‘천제(天帝)님, 어떻게 제가 걱정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지금 하늘 몸이 청정하여 더럽지 않고 광명은 해와 달보다 더 밝아 비추지 못하는 것이 없습니다. 이 몸을 버리면 나열성(羅閱城) 안의 돼지 뱃속에 들고 나서는 항상 대소변을 먹으며 죽을 때는 칼에 베일 것입니다.’
이때 제석천왕은 말하였다.
‘너는 지금 불ㆍ법ㆍ승에 귀의하라. 그리하면 3악취(惡趣)에 떨어지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여래도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신 것이다.
모든 중생이 부처님께 귀의하면
3악취의 악취에 떨어지지 않고
번뇌를 없애고 천상 인간에 살다가
바로 열반에 이를 것이다.’
그 때 천자는 제석천왕에게 물었다.
‘여래는 지금 어디 계십니까?’
제석천왕은 답하였다.
‘지금 여래께서는 마갈제국(摩竭提國) 나열성 안에 있는 가란타죽원(迦蘭陀竹園)에 계시느니라.’
천자는 말하였다.
‘그러나 저는 지금 기운이 없어 거기까지 갈 수 없습니다.’
제석천왕은 말하였다.
‘그렇다면 너는 지금 오른 무릎을 땅에 붙이고 하계(下界)를 향해 합장하고 이렇게 말하여라.
≺원하옵니다, 세존. 잘 관찰해 주십시오. 저는 지금 변두리의 궁벽한 곳에 있습니다. 저를 가엾이 여기소서. 저는 지금 3존(尊) 여래 무소착(無所着)께 귀의하나이다.≻’
그 때 천자는 제석천왕이 시키는 대로 곧 꿇어앉아 하계를 향해 자기의 성명을 말하고, 3보에 귀의하여 목숨을 다해 참 불자가 되고 천자는 되지 않겠다고 하면서 이렇게 세 번 되풀이했다. 그리하여 천자는 이 공덕으로 돼지의 태 안에 들어가지 않고 수명의 길고 짧음에 따라 나열성 안의 어떤 장자의 집에 태어나게 되었다. 이때 장자의 부인은 스스로 임신한 것을 알았고, 열 달이 차서 한 사내를 낳으니, 얼굴이 단정하고 이 세상에서 따를 자가 없을 만큼 뛰어났다.
나이 10세 때에 부모는 아이를 데리고 부처님께 갔다. 부처님께서 설법하시니, 그는 그 자리에서 번뇌가 다하고 법눈이 맑아져 다시는 번뇌가 없었다. 그는 그 뒤에 세속을 떠나 출가하여 아라한이 되었다.”
또 『정법념처경』에서 말하였다.
“그 때 야마천왕(夜摩天王)은 하늘 대중에게 말하였다.
‘천인(天人)에게는 열여섯 종류의 고통이 있다. 어떤 열여섯 종류로 천인들을 선도(善道)에 포섭하는가. 첫째는 중음(中陰)의 고통이요, 둘째는 태 안에 있는 고통이며, 셋째는 태에서 나오는 고통이요, 넷째는 음식을 겁내는 고통이며, 다섯째는 원수를 만나는 고통이요, 여섯째는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는 고통이며, 일곱째는 추위와 더위의 고통이요, 여덟째는 병의 고통이며, 아홉째는 남의 심부름을 해야 하는 고통이요, 열째는 사람을 보내어 일을 구하는 고통이며, 열한째는 악지식과 친하는 고통이요, 열두째는 처자와 친지의 늙는 고통이며, 열셋째는 주리고 목이 마른 고통이요, 열넷째는 남에게 무시당하는 고통이며, 열다섯째는 늙는 고통이요, 열여섯째는 죽는 고통이니, 이런 것이 열여섯 종류의 인간의 큰 고통이다.
인간 세상에서 목숨을 마칠 때까지 여러 가지 다른 고통은 생사하는 동안에는 견딜 수 없으므로 유위(有爲)에는 조그만 즐거움도 없다. 일체는 무상하고 일체는 파괴되는 것이다.’
그리고 야마천왕은 다시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이 인간 세상에서
5음(陰)은 다 고통이다.
남[生]이 있으면 죽음이 있고
죽음 있으면 반드시 남이 있다.
만일 누구나 중음(中陰)에 머무르면
스스로의 업으로 고뇌를 받아
긴 밤에 먼 길 가는 괴로움
그 괴로움 다 말할 수 없다.
똥과 오줌 속에 빠지고
뜨거운 불기운에 타나니
이렇게 태 안에 있는 괴로움
그 괴로움 다 말할 수 없다.
언제나 음식의 맛을 탐하여
그 마음 항상 그것 바라나
맛이 변하는 큰 괴로움
그 괴로움 다 말할 수 없다.
조그만 마음에 항상 바라는
그 탐욕에 만족할 줄을 몰라
그 때문에 받는 온갖 괴로움
그 괴로움 다 말할 수 없다.
미운 원수를 만나는 것은
마치 큰 불이나 독(毒)과 같나니
거기서 생기는 온갖 괴로움
그 괴로움 다 말할 수 없다.
사랑하는 사람과 이별하는 것
중생 세계의 괴로움이요,
큰 나쁜 일 견디기 어렵나니
그 괴로움 다 말할 수 없다.
추위와 더위의 큰 괴로움 두렵다.
나서는 무량한 온갖 괴로움
중생은 다 이런 고통 받나니
그 괴로움 다 말할 수 없다.
병의 고통은 사람 목숨 해치고
병은 사왕(死王) 사자이다.
중생은 다 이런 고통 받나니
그 고통은 다 말할 수 없다.
남의 심부름꾼 되어
그에게는 항상 자유가 없다.
중생들은 다 이런 고통 받나니
그 고통 다 말할 수 없다.
애욕의 독(毒)은 중생 태우며
항상 구하여 큰 고통 받는다.
그리하여 끝내 죽음에 이르나니
그 고통은 다 말할 수 없다.
만일 악지식을 가까이하면
괴로움은 항상 끊이지 않고
장차는 악도의 고통 받나니
그 고통은 다 말할 수 없다.
처자들이 큰 병을 얻어
그것을 보면 큰 고통이 생겨
지옥보다 그 고통 더 심하나니
그 고통은 다 말할 수 없다.
주림과 목마름에 그 몸을 태워
마치 사나운 불꽃과 같아
몸과 마음을 다 부수나니
그 고통은 다 말할 수 없다.
항상 친척과 여러 친우들
이런 남들의 천대를 받아
근심과 슬픔의 고통 생기나니
그 고통은 다 말할 수 없다.
사람은 늙음의 압박을 받아
몸은 여위고 마음 약하며
굽은 허리를 지팡이에 맡기나니
그 고통은 다 말할 수 없다.
사람은 죽음의 사자에 붙들려
이 세상에서 딴 세상으로 간다.
이것은 죽음의 큰 고통이라
그 고통은 다 말할 수 없다.”
또 『구횡경(九橫經)』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는 말씀하셨다.
‘비구들아, 아홉 종류의 인연으로 중생들은 목숨이 다하기 전에 횡사(橫死)하는 일이 있다. 그 아홉 종류란, 첫째는 먹지 않을 밥을 먹는 것이고, 둘째는 양(量)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며, 셋째는 먹기에 익숙하지 않은 음식이요, 넷째는 출생(出生)하지 않는 음식이며, 다섯째는 소화되지 않기 때문이요, 여섯째는 계를 지키지 않기 때문이며, 여섯째는 악지식을 가까이하기 때문이요, 여덟째는 불시(不時)에 마을에 들어 법다이 행동하지 않기 때문이며, 아홉째는 피할 것을 피하지 않기 때문이니, 이런 아홉 종류의 인연으로 사람은 횡사하느니라.
첫째, 먹지 않을 밥이란, 마음에 들지 않는 밥이며 또는 배가 불러 적당하지 않다는 것이요, 둘째, 양을 생각하지 않음이란, 절도를 모르고 너무 많이 먹는다는 것이다. 셋째, 익숙하지 않음이란, 때를 모르고 겨울과 여름에 다른 나라에 가서 그 풍속을 몰라 음식 먹기에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요, 넷째, 출생하지 않음이란, 음식이 삭지 않은 위에 다시 먹었을 때, 약을 먹고 토하지 않거나 곧 소화시키지 못한다는 것이다. 다섯째, 소화되지 않음이란, 대소변을 보고 싶을 때 곧 가지 않고 트림과 재채기와 하품하면서 아래 바람[下風]을 참는다는 것이요, 여섯째, 계를 지키지 않음이란, 살생ㆍ도적질ㆍ음욕ㆍ거짓말ㆍ술 마심 등 5계를 범함으로 청에 끌려가 매를 맞거나 사형을 당하며, 혹은 원수에게 죽고 혹은 죄를 생각하고 걱정하다 죽는다는 것이다. 일곱째, 악지식을 가까이함이란, 악지식을 버리지 않아 선악을 분간하지 못한다는 것이요, 여덟째, 불시에 마을에 들어감이란, 몰래 들어가거나 마을에 싸움이 있어 관리가 잡으러 올 때 피하지 않으며, 법답지 않게 함부로 남의 집에 들어간다는 것이다. 아홉째, 피할 것을 피하지 않음이란, 사나운 코끼리ㆍ말ㆍ소ㆍ수레ㆍ뱀 등이나 수재ㆍ화재 등이나 무기ㆍ술에 취한 악인 등의 괴변이다. 이런 것을 아홉 가지 횡사라 하니, 사람이 목숨이 다하기 전에 횡사하는 것이다.’”
또 『오음비유경』에서 부처님께서는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색(色)이란 모여 있는 물거품 같고
수(受)란 물 속의 거품 같으며
상(想)이란 더울 때의 불꽃과 같고
행(行)이란 마치 저 파초 같으며
색(識)이란 요술의 기구와 같다.
이것은 모든 부처님의 말씀이시니
부디 이것들의 실상(實相)을 관찰하고
자세히 살피고 깊이 생각하여라.
그 공허한 것들 잘 살펴서
항상 있는 것이라 보지 말아라.
5음(陰)의 그러함을 보고자 하면
참다운 지혜는 다 그렇다 했나니
세 가지 일이 끊겼을 때에는
이 몸의 하염없음 알 수 있느니라.
목숨이 다하면 따뜻한 기운
몸을 버리고 차츰 떠난다.
사람이 죽어 땅에 누우면
마치 초목처럼 앎이 없다.
그 모양은 이러해 요술 같거늘
다만 우치해 탐할 뿐이다.
사로잡힌 몸 편안함 없고
또한 아무런 견고함도 없다.
5음의 이러함을 잘 알아서
비구들아, 부디 정진하여라.
그러므로 부디 밤이나 낮이나
스스로 깨닫고 바른 지혜 생각하여
적멸의 도를 받들어 행하라.
행(行)이 없으면 가장 안락하니라.
(3) 오음부(五陰部)
『열반경』에서 말하였다.
“어떤 왕이 독사 네 마리를 한 상자에 넣어 어떤 사람에게 맡기고 잘 보살피라 하고는 말하였다.
‘만일 한 마리라도 성을 내게 하면 나는 법에 의해 너를 시장 복판에서 베어 죽이리라.’
그는 왕의 이 말을 듣고 몹시 두려워 그 상자를 버리고 달아났다. 왕은 전타라 다섯 사람을 시켜 칼을 빼어 들고 그의 뒤를 쫓아가게 했다. 그는 이들을 돌아보고 또 자꾸 달아났다. 다섯 전타라는 속이는 방편으로 칼을 숨기고 가만히 한 사람을 보내 거짓으로 친한 체하면서 그에게 말하였다.
‘너는 돌아오너라.’
그러나 그는 말을 믿지 않고 어떤 마을에 들어가 숨으려 했다. 그 마을에는 사는 사람이 아무도 없고 집집마다 창고가 다 비어 먹을 것을 얻을 수 없었다. 그는 땅에 앉아 공중으로부터 이런 소리를 들었다.
‘아아, 이 사내야, 이 마을에는 아무도 사는 사람이 없고 오늘 밤에는 6적(賦)이 올 것이니, 만일 저들을 만나면 너를 죽일 것이다. 너는 지금 그것을 어떻게 면하겠느냐?’
그는 더욱 겁이 나서 또 그 마을을 버리고 다시 달아났다. 길에서 한 강을 만나니, 물은 거세게 흐르는데 배가 없었다. 그는 다급하여 온갖 풀과 나무를 모아 떼배를 만들고는 생각했다.
‘나는 여기 있다가 그 독사나, 다섯 사람의 전타라나, 한 명의 거짓 친한 사람이나, 여섯 사람의 도적에게 죽을 것이다. 그렇다고 이 강을 건너다가 이 떼배를 의지할 수 없으면 물에 빠져 죽을 것이다. 차라리 물에 빠져 죽으면 저 독사나 도적 등의
해침은 받지 않을 것이다.’
그리하여 곧 떼배를 물에 밀어 넣어 띄우고 그 위에 타고는 손으로 다리를 안고 앉아 강물을 가르며 떠났다. 그리하여 저쪽 언덕에 무사히 이르러서는 모든 두려움이 다 없어지고 마음이 편안하였느니라.
그 네 마리의 독사란 바로 이 4대(大)요, 다섯 전타라란 바로 5음이며, 한 명의 거짓 친한 이란 바로 탐애(貪愛)요, 그 마을이란 곧 내육입(內六入)이며, 여섯 도적이란 바로 6진(塵)이다. 이 도적은 오직 왕만이 막을 수 있다고 한 것은 오직 부처와 보살만이 그것을 막을 수 있다는 뜻이다. 왕들이 이 도적의 손발을 자르더라도 그 마음을 쉬게 할 수 없는 것처럼, 6진의 도적도 그와 같아서 비록 네 종류 사문의 과(果)를 얻어 그 손과 발을 끊더라도 선법을 겁탈하지 못하게 할 수는 없는 것이다. 용기 있고 건장한 사람이라야 저 6진의 사나운 도적을 무찔러 없앨 수 있느니라.”
(4) 팔고부(八苦部)
『오왕경(五王經)』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오왕(五王)을 위해 설법하셨다.
‘사람이 나서 세상에 살면 항상 무량한 온갖 고통이 우리 몸을 고달프게 하나니, 나는 지금 대왕들을 위해 대략 여덟 가지 고통을 설명하고자 합니다. 그 여덟 가지 고통이란, 첫째는 나는 고통이요, 둘째는 늙는 고통이며, 셋째는 병의 고통이요, 넷째는 죽는 고통이며, 다섯째는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지는 고통이요, 여섯째는 구해서 얻지 못하는 고통이며, 일곱째는 원수와 만나는 고통이요, 여덟째는 우비(憂悲)의 고통이니, 이것을 여덟 가지 고통이라 합니다.
나는 고통은 어떤가? 사람이 죽을 때 그 정신이 어디로 갈지 알지 못하면 날 곳을 얻지 못해 중음(中陰)의 몸을 받고 있다가 삼칠일이 되면 부모가 화합할 때 곧 거기 가서 태를 받습니다. 7일 동안은 묽은 타락과 같고, 이칠일이면 된 타락과 같으며,
삼칠일이면 응고된 연유와 같고, 사칠일이면 살덩이와 같으며, 오칠일이면 5포(飽)가 이루어져 고운 바람이 배 안에 들어가 그 몸을 불어 6정(情)이 열립니다. 어머니 뱃속의 생장(生臟) 위에 있을 때는 어머니가 뜨거운 음식을 먹어 그 몸에 쏟으면 마치 뜨거운 탕 안에 들어간 것 같고, 어머니가 찬물을 먹으면 그 몸은 끊는 듯 차갑습니다. 어머니가 배부를 때는 몸을 압박해 그 고통은 말할 수 없고, 어머니가 주릴 때에는 배 안이 텅 비어 아기는 마치 허공에 달린 것 같아 그 고통이 무량합니다.
달이 차서 나오려 할 때에는 그 머리가 산문(産門)을 통과해야 하는데, 그 비좁음은 마치 두 개의 돌에 끼인 산골짝 같습니다. 또 나오려 할 때에는 어머니는 위험하고 아버지는 두려워합니다. 풀 위에서 날 때에는 그 몸이 유연하여 풀잎이 몸에 닿으면 마치 칼을 밟는 것 같아 갑자기 소리는 내지 못하고 크게 울기만 합니다. 이런 것들이 고통이 아니겠습니까?’
모든 사람들은 다 말하였다.
‘그것은 큰 고통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또 말씀하셨다.
‘또 늙은 고통이란 어떤가? 부모가 양육하여 장대해지면 스스로 강건하다 하여 가볍거나 무거운 것을 메고 지면서 제 힘은 생각하지 않고 추위와 더위에 절도를 잃습니다. 늙어지면 머리털은 희고 이는 빠지며 눈으로 보나 흐릿하고 귀로 들으나 분명하지 않으며, 기운이 가고 쇠약해지면 피부는 쭈그러지고 얼굴은 주름지며 온갖 신음을 합니다. 걱정하고 슬퍼하면서 마음은 괴로우며 정신이 차츰 혼미해지고 할 일을 곧 잊어버리며 목숨이 촉박하다고 말하면서 눈물을 흘리며 앉거나 설 때는 무엇을 붙잡아야 합니다. 이런 것이 고통이 아닙니까?’
모든 사람들은 다 대답했다.
‘큰 고통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또 말씀하셨다.
‘병의 고통이란 어떤 것인가? 사람은 4대(大)가 화합하여 이루어진 것이므로 1대(大)가 고르지 못하면 백한 가지 병이 생기고 4대가 고르지 못하면 사백네 가지 병이 동시에 생깁니다. 지대(地大)가 고르지 못하면 온몸이 무겁고, 수대(水大)가 고르지 못하면 온몸이 부으며, 화대(火大)가 고르지 못하면 온몸이 뜨겁고, 풍대(風大)가 고르지 못하면 온몸이 굳습니다. 온갖 뼈마디의 고통은 마치
매를 맞은 것 같으며, 4대가 나아가고 물러남에 손발은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기력이 모자라 앉거나 설 때 사람의 부축을 받으며 입이 마르고 입술이 타며 힘줄이 끊기고 코 안이 갈라지며 눈은 빛을 보지 못하고 귀는 소리를 듣지 못하며 대소변을 흘려 내고 그 위에 눕습니다. 마음은 고뇌를 품고 말은 으레 슬프며 육친(六親)이 곁에 있어서 밤낮으로 보살피면서 조금도 쉬지 못합니다. 아무리 맛난 음식도 입에 넣으면 다 씁니다. 이런 것이 고통이 아닙니까?’
모든 사람들은 다 말하였다.
‘실로 큰 고통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또 말씀하셨다.
‘죽음의 고통이란 어떤 것인가? 사람이 죽으려 할 때에는 사백네 가지 병이 동시에 생겨 4대는 흩어지려 하고 혼신(魂神)은 불안합니다. 죽으려 할 때는 칼바람이 몸을 쪼개어 아프지 않은 곳이 없습니다. 식은땀은 흘러나오고 두 손으로 허공을 만지며, 온 집안 사람들은 다 그 곁에서 슬퍼하고 눈물을 흘리며 골수에 사무치는 원통함을 어찌하지 못합니다. 죽은 사람이 갈 때는 풍대(風大)가 노닐어 숨이 끊기고, 화대(火大)가 멸해 몸은 차가우며, 풍대가 먼저 가고, 다음이 화대입니다. 영혼이 떠나면 몸은 굳어지면서 아무 것도 모릅니다. 10일도 채 못 되어 살은 무너지고 피는 흐르며 퉁퉁 붓고 문드러져 그 악취는 가까이 갈 수 없습니다. 광야에 내다 버리면 온갖 짐승이 와서 먹으며, 살은 다하고 뼈는 말라 각기 흩어집니다. 이런 것이 고통이 아닙니까?’
모든 사람들은 다 대답했다.
‘실로 큰 고통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또 말씀하셨다.
‘은애(恩愛)와 이별하는 고통이란 어떤 것인가? 이른바 온 집안 안팎의 형제와 처자가 서로 사모하는 것입니다. 하루아침에 남의 겁탈로 망하게 되면 각각 흩어져 아버지는 동으로, 아들은 서로, 남편은 남으로, 아내는 북으로 흩어져 한 곳에 함께 살지를 못합니다. 남의 노비가 되어 각각 슬피 부릅니다만, 그러나 몸과 마음이 단절되어 그저 아득하기만 하여 서로 만날 기약이 없습니다. 이것이 고통이 아닙니까?’
모든 사람들은 다 대답했다.
‘실로 큰 고통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또 말씀하셨다.
‘구해서 얻지 못하는 고통이란 어떤 것인가? 집의 재산을 다 흩어 버리면서
큰 벼슬을 구하고 백성들은 부귀를 바라 부지런히 구하여 그치지 않습니다. 어쩌다가 한자리 얻더라도 겨우 변경(邊境)의 영장(令長)이 되어 얼마 되지 않아 백성들의 물건을 탐하다가, 남의 고소를 당해 하루아침에 일이 생겨 함거(檻車)에 실려 갑니다. 사형을 받게 될 때에는 근심과 고통이 무량하여 언제 죽고 살는지도 모릅니다. 이것이 고통이 아닙니까?’
모든 사람들은 다 대답했다.
‘실로 큰 고통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또 말씀하셨다.
‘원수와 만나는 고통이란 어떤 것인가? 세상 사람은 야박하고 애욕 속에 함께 살면서 급하지도 않은 일로 서로 다투고 또 서로 살해하여 드디어 큰 원수가 되어 각자 서로 피하나 숨을 곳이 없습니다. 각각 칼을 갈고 활을 끼며 몽둥이를 들고서 서로 만날까 두려워하다가 좁은 길에서 서로 만나면 활시위를 당기고 화살을 세우며 양쪽이 칼을 서로 겨누면서 누가 이기고 질까를 모릅니다. 그 때의 두려움은 무량합니다. 이것이 고통이 아닙니까?’
모든 사람들은 다 대답했다.
‘실로 큰 고통입니다.’
부처님께서는 또 말씀하셨다.
‘우비 고뇌의 고통이란 어떤 것인가? 사람이 세상에 나면 오래 살아야 1백 년이요 목숨이 짧으면 태 안에서 죽습니다. 오래 살아 1백 년이지만 밤에 자면서 그 반을 허비하면 그 남는 것은 50년이며, 술에 취하고 병을 앓으면서 사람 노릇을 못하는 시간이 또 5년쯤입니다. 어려서는 어리석고 15세까지는 예의를 모르며, 80세가 지나면 늙어 둔하고 지혜가 없으며, 귀는 먹고 눈은 어두워 아무 법칙이 없으니, 여기서 또 20년이 줄어듭니다. 90세가 지나면 남은 10년 동안은 온갖 시름이 많습니다.
천하가 어지러우려 해도 걱정이요 천하가 가물어도 걱정이며, 천하에 홍수가 나도 걱정이요 천하에 서리가 내려도 걱정이며, 천하에 흉년이 들어도 걱정입니다. 집안에 병자가 생겨 걱정이요 가산을 잃을까
걱정이며, 관청의 세금을 못 내어 걱정이요 집 사람이 죄를 짓고 감옥에 갇혀 나올 기한을 몰라 걱정이며, 형제가 멀리 떠나 돌아오지 않아서 걱정이요 집이 가난해 의식(衣食)이 없어 걱정이며, 이웃과 마을에 일이 생겨도 걱정이요 제사를 차릴 수 없어 걱정이며, 아내가 죽었으나 돈이 없어 장사 지내기도 걱정이요, 봄이 되어 씨를 뿌려야 하겠으나 쟁기와 소가 없어도 걱정입니다. 이렇게 갖가지 걱정 슬픔에 즐거움이 없습니다. 명절이 되어 모두 함께 모여 즐거워해야 하겠으나 도리어 서로 바라보며 슬피 울게 되었으니, 이것이 고통이 아닙니까?’
모든 사람들은 다 대답했다.
‘그것은 참으로 큰 고통입니다.’”
또 『금색왕경(金色王經)』에서 어떤 천녀는 금생왕에게 다음 게송으로 말하였다.
어떤 것을 고통이라 하는가.
이른바 빈궁이 바로 그것이며
어떤 고통이 가장 심한가.
이른바 빈궁의 고통이 그것이네.
죽음의 고통과 빈궁의 고통
이 두 고통은 다 꼭 같나니
차라리 죽음의 고통을 당해도
빈궁하게는 살지 않으리.
또 『불지론(佛地論)』에서 말하였다.
“다섯 종류의 두려움이 있다. 첫째는 살지 못할까 하는 두려움이요, 둘째는 나쁜 이름을 얻는 두려움이며, 셋째는 죽음의 두려움이요, 넷째는 악취(惡趣)의 두려움이며, 다섯째는 겁(劫)의 두려움이다. 청정한 의요지(意樂地)를 증득할 때는 이상 다섯 종류의 두려움을 떠날 수 있느니라.”
또 『바사닉왕태후붕경(波斯匿王太后崩經)』에서 말하였다.
“세존께서는 왕을 위해 다음 게송으로 말씀하셨다.
모든 사람은 다 죽는다.
죽지 아니하는 사람은 없다.
재앙과 복을 심은 행을 따라
스스로 선악의 과보 받는다.
지옥은 그 악행 때문이요
선행은 반드시 천상에 난다.
밝은 슬기로 잘 분별하라.
오직 복만이 악을 막을 뿐.
그리고 이어서 말씀하셨다.
‘그렇습니다, 대왕님. 네 종류의 두려움이 있어 아무도 그것을 피할 수 없습니다. 첫째는 늙음의 큰 두려움이니 그 쪘던 살이 다 빠집니다. 둘째는 병의 큰 두려움이니 굳센 의지가 없어집니다. 셋째는 죽음의 큰 두려움이니 수명이 다 없어집니다. 넷째는 은애(恩愛)와 이별해야 하는 큰 두려움이니 오래 머물 수 없는 것입니다. 이 네 종류의 두려움은 일체의 무기ㆍ주술ㆍ약초ㆍ코끼리ㆍ말ㆍ인민ㆍ보배ㆍ성곽 등으로도 막을 수 없는 것입니다.
비유하면 일어나는 큰 구름과 뇌성벽력도 잠깐 동안에 다 사라지는 것처럼, 사람의 목숨도 극히 짧아 한껏 해야 1백 년이요 여기서 벗어나는 자는 극히 적습니다. 그러므로 무상관(無常觀)을 닦아 은애를 없애면 고통을 벗어날 수 있는 것입니다.’”
(5) 잡난부(雜難部)
『부인우고경(婦人遇辜經)』에서 말하였다.
“부처님께서 세상에 계실 때 어떤 홀아비가 사위국에 가서 아내를 맞이했다. 그는 본국에 두 아들이 있었는데 큰아이는 나이 7세요, 다음은 아직 젖먹이였다. 새 부인이 아이를 배어 친정에 가서 해산하려 했다. 천축(天竺)의 속례(俗禮)에 여자는 친정에 가서 해산하게 되어 있었다.
그리하여 이 부부는 수레를 타고 두 아들과 함께 사위국으로 출발했다. 도중에서 점심을 먹고 쉬면서 또 소를 먹이고 있었다. 그 때 독사 한 마리가 소 다리를 감았으므로 소는 고삐를 끊고 달아났다. 사내는 소를 찾으러 나갔다가 소가 독사한테 물려 죽은 것을 보았다. 독사는 소를 버리고 다시 이 사내를 감아 죽였다. 아내는 멀리서 이것을 바라보고 무서워 떨면서 하늘을 향해 울부짖었으나 구해 줄 사람이 없었다. 해는 저물어 어두워지고 길에서 그다지 멀지 않은 곳에 강이 있었고 강만 건너면 바로 그 집이 있었다. 그녀는 날이 아주 어두워질까, 또 도적의 겁탈을 당하지나 않을까 두려워하면서 수레를 타고 아이들을 데리고 강가에 이르렀다.
그녀는 큰아이는 물가에 두고 작은 아이는 안고 물을 건너갔다. 강 복판에 이르렀을 때 이리가 그 큰아이를 잡아먹으려 하므로 아이는 울부짖었다.
어머니는 그 아이가 이리한테 잡아먹히는 것을 보고 놀라고 두려움에 그만 안고 있던 아이를 떨어뜨려 아이는 물에 떠내려갔다. 그녀는 더욱 기가 차고 슬퍼 정신을 잃고 물 속에서 미끄러져 뱃속의 아이까지 유산하고 말았다. 그녀는 물을 건너가 행인에게 물었다.
‘우리 집 부모는 다 편안하십니까?’
행인은 대답했다.
‘어젯밤 화재가 나서 그 부모님이 다 타 죽었습니다.’
그녀는 또 물었다.
‘우리 시가(媤家)의 부모님은 다 편안하십니까?’
행인은 대답했다.
‘어젯밤에 강도가 들어 그 집을 다 털고 그 시부모님을 다 죽였습니다.’
그녀는 이 말을 듣자 그만 정신을 잃고 동서를 분별하지 못하면서 옷을 다 벗어 버리고 맨몸으로 미쳐 달아났다. 행인들은 이것을 보고 괴상히 여겨 모두 삿된 병에 걸렸거나 귀신에 붙들렸다고 생각했다.
부처님께서 사위국 급고독원(給孤獨園)에 계실 때 그녀는 거기 달려갔다. 그 때 마침 부처님께서 대중을 위해 불법을 연설하시어 장님은 빛을 보았고 귀머거리는 소리를 들었으며, 벙어리는 말을 하였고 병자는 병이 나았으며 쇠약한 자는 건강해졌고, 독약도 힘을 못 썼으며 마음이 어지러운 자는 안정을 얻었다. 이 여자도 부처님을 뵙자 곧 마음이 안정되어 근심하지 않게 되었다. 그리고 발가벗은 자신을 돌아보고 부끄러워해 땅에 엎드렸다. 부처님은 아난을 불러 옷을 가져다 주게 하여 그녀는 옷을 입고 부처님 발에 예배한 뒤에 물러나 한쪽에 앉았다. 부처님께서는 그녀를 위해 사람의 죄와 복, 인명의 무상함과 만나면 이별이 있다는 등의 갖가지 법을 설하여, 그녀는 마음이 열리고 뜻이 풀려 곧 위없는 보리심을 내고 퇴전하지 않는 자리를 얻었다.”
또 『대법론(對法論)』에서 말하였다.
“태어남[生]은 무엇 때문에 고통인가? 온갖 고통의 핍박을 받기 때문이요, 다른 고통을 의지하기 때문에 어머니 태에서 나올 때에도 몸을 핍박하는 큰 고통을 받는다. 다른 고통을 의지함이란, 이른바 생ㆍ노ㆍ병ㆍ사 등의
온갖 고통이 따른다는 것이다. 늙음은 무엇 때문에 고통인가? 시간이 변해 무너지는 고통 때문이다. 병은 무엇 때문에 고통인가? 4대(大)가 변하는 고통 때문이다. 원수와 만남은 무엇 때문에 고통인가? 모이면 고통이 생기기 때문이다. 사랑과의 이별은 무엇 때문에 고통인가? 이별할 때 고통이 생기기 때문이다. 구해서 얻지 못함은 무엇 때문에 고통인가? 구하는 것을 이루지 못하면 고통이 생기기 때문이다. 통틀어 5온(蘊)은 다 무엇 때문에 고통인가? 추중(麤重)한 고통이기 때문이다.”
또 『잡비유경』에서 말하였다.
“옛날 사람들이 바다에 들어가 보배를 캘 때 일곱 가지 어려움을 만났다. 첫째는 사면에서 큰 바람이 동시에 일어나 배를 전복시키는 것이고, 둘째는 배가 부서져 물이 새어 드는 것이며, 셋째는 사람이 물에 떨어져 죽으려다가 곧 언덕으로 오르는 것이고, 나는 두 마리 용이 언덕에 올라와 사람을 잡아먹으려 하는 것이며, 다섯째는 평지를 얻었을 때 세 마리 독사가 쫓아와 잡아먹으려는 것이요, 여섯째는 땅바닥에 뜨거운 모래가 있어서 사람이 그 위를 달려가면 다리를 태우는 것이며, 일곱째는 쳐다보아도 해도 달도 보이지 않고 깜깜하게 어두워 동서를 알지 못하는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말씀하셨다.
‘비구들아, 너희들에게도 일곱 가지 일이 있다. 첫째, 사면에서 큰 바람이 일어난다는 것은 바로 생ㆍ노ㆍ병ㆍ사 등이다. 둘째, 6정(情)의 무량한 탐애(貪愛)는 보배가 배에 가득하다는 것이다. 셋째, 물에 떨어져 죽게 된다는 것은 이른바 악마에 붙들린다는 것이다. 넷째, 두 마리 용이 언덕에 올라와 사람을 잡아먹으려 한다는 것은 해와 달이 목숨을 먹는다는 것이다. 다섯째, 평지의 세 마리 독사란, 사람 몸의 3독(毒)을 말한 것이다. 여섯째, 뜨거운 모래가 다리를 태움이란, 지옥의 불을 말한 것이다. 일곱째, 쳐다보아도 해와 달을 보지 못함이란, 죄를 받는 곳이 깜깜하고 아득하여 나올 기약이 없다는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이어 말씀하셨다.
‘제자들아, 내 말을 잘 알아 그런 모임에 참여하지 말고 이 여섯 가지 일을 부지런히
행하면 해탈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니라.’”
또 『열반경』에서 말하였다.
“외도들이 스스로 굶는 고행으로 도를 얻는다면 일체 축생들도 다 도를 얻을 것이다. 그러므로 외도들이 스스로 굶는 법이나 못에 몸을 던지고 불 속에 뛰어드는 것이나 높은 바위에서 몸을 던지는 것이나, 또 한쪽 다리를 들고 서 있거나, 다섯 종류의 뜨거움으로 몸을 지지거나, 잿더미ㆍ가시덤불ㆍ엮은 서까래ㆍ나뭇잎ㆍ독초(毒草)ㆍ쇠똥 위에 눕거나, 추한 옷ㆍ삼베옷ㆍ분소의(糞掃衣)ㆍ털옷ㆍ흠바라옷[欽婆羅衣] 등을 입거나, 채소ㆍ과일ㆍ연뿌리ㆍ기름 찌꺼기 등을 먹거나, 오직 한 집에만 걸식하되 음식이 없다고 주인이 말하면 곧 그 집을 버리고 가면서 다시 불러도 돌아보지도 않거나, 소금ㆍ고기ㆍ오신채(五辛菜)를 먹지 않고 항상 씻은 엿과 끓는 즙(汁)을 먹으면서 이런 것이 위없는 해탈의 인(因)이 된다고 하면 그럴 리가 없는 것이다. 보살로서 이런 법을 행해 해탈을 얻은 이를 보지 못했다. 그러므로 먼저 마음을 잘 다루고 치우치게 몸을 괴롭히지 않으면 도를 얻을 것이다.”
또 『수행도지경(修行道地經)』에서 말하였다.
“마치 어린애가 한 마리 새를 잡아 그것을 괴롭히는 것과 같다. 즉 긴 실로 매어 그것을 날아가게 놓아주면 새는 거기서 벗어나 다시는 잡히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나무 위에 올라가고 못물을 마시면서 마음대로 즐거워한다. 그러나 실이 다 끝나면 아이는 다시 끌어당겨 잡고 놀기 때문에 그 고통은 여전하다.
수행도 이와 같아서 스스로 범천(梵天)에 났다고 생각하지만 다시 욕계(欲界)에 돌아와 전처럼 고통을 받느니라.
게송에서 말하였다.
비유하면 실을 새의 다리에 매어
날려 보냈다 실이 끝나 다시 잡아당기는 것처럼
수행도 이와 같아 범천에 있지만
끊임없이 행하므로 욕계의 고통을 못 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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